반기술 혁명

사회 2024. 3. 25. 07:30

- “선을 계획하면 악이 방해한다. 선은 비효과적이지만, 악은 효과적이고 완강하다.” (디에고 우르타도 데 멘도사 Diego Hurtado de Mendoza, 1503~1575)
-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지식이 쌓일수록, 역사가 인간의 계획을 얼마나 손쉽게 따돌리는지 감탄하게 된다." (타키투스 Tacitus)

- 기원전 2세기 초반, 로마는 사회적 타락을 막으려고 과도한 소비를 금지하는 사치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나 의도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으 며 로마인들은 계속해서 타락해갔다. 기원전 1세기 초반, 로마가 정치적 으로 불안정해지자 루시우스 코넬리우스 술라Lucius Cornelius Sulla는 자신 의 군대를 이용해 수도를 점령하고, 반대파들을 처형하고, 안정적인 정부 를 복구하고자 개혁 정책들을 펼쳤다. 하지만 술라가 “합법적인 정부를 수호하던 사람들을 죽이고, "귀족정을 꽃피우게 했던 공공 봉사 정신과 는 정반대 성향의 무책임한 사람들로 원로원을 채워 넣었기 때문에 상 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로마의 정치 체제는 계속해서 망가져 갔으며, 기원전 1세기 중반에 이르러 로마의 공화정 전통은 사실상 무너졌다.
- 19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제기구를 통해 전 세계에 원자력에 관련 지식과 물자를 나누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평화를 위한 원자력 Atoms for Peace" 정책을 추진했다. 1957년,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증진하기 위해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설립되었고, 1968년 UN총회는 “핵확산 방지" 조약에 서명해 핵무기 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국가들에 원자력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을 승인했다.22 이 정책 관계자들이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봤다면, 국가 들은 대개 조약이 자신에게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 때만 조약을 지키며 그 마저도 금방 어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추 진한 사람들은 국가들이 원자력 기술을 전수받으면 너무나도 고마운 나 머지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며, 역사적으로 파괴적 인 무기 개발의 원동력이었던 권력에의 욕망과 치열한 경쟁을 영원히 중 단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 따라서 인류가 역사를 통해 얻은 경험과 인간 사회의 복잡성, 혼돈이론, 논리적 역설들을 고려하면 인간 사회는 절대 자기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어떤 형태의 사회도 자신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계획 할 수 없다.
이 결론은 특이하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다. 지식인 들은 옛날부터 인간 사회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스턴Robert W. Thurston은 이렇게 적었다. "어떤 정부도 국가를 물 리적으로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었으며 중앙 정부가 내린 결정에 따르 는 부작용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실패한 노력과, 실현되지 않은 열망과, 실현되었으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던 소망들의 이야기이다."
노버트 엘리어스 Norbert Elias는 이렇게 적었다. "전체로서의 실제 역사의 경로는... 누구의 의도도, 계획도 아니다. ... 문명은... 맹목적인 움직임이며, 관계망의 역학의 자율성에 따라 움직인다. 
- "우리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이 무엇인지 누가 정하는가?"라 는 질문에 인류가 보편적 합의를 얻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890년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역사의 최종 결과는 언제나 수많은 의지들의 투쟁 결과로서 결정된다. 각 각의 의지는 삶을 결정하는 수많은 조건을 통해 형성된다. 세상에는 무수 히 많은 힘이 교차하고 평행하며 여기서 역사적 사건이 태어난다. 다른 측 면에서 보면, 전체로서는 무의식적이고 누구의 의지도 따르지 않는 하나 의 힘으로 볼 수 있다. 각각의 개인은 다른 모든 이들의 의지에 반해 움직 이며, 그 결과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 등장한다.
- 노버트 엘리어스는 맑스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엥겔스와 대단히 유 사한 주장을 했다.
서로 협력하거나 반목하는 무수히 많은 개인들의 이익과 의도가 엮어진 결과, 누구도 계획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모두의 의도와 행동으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모두가 특정 정책에 동의해도 "공유지의 문제" 때문에 정책 을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유지의 문제”는 모두가 따르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각각의 개인에게 있어서는 따르지 않는 게 이익일 때 벌어진다.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는 모두가 세금을 내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으나 개인에게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이 익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세금을 자진해서 내거나 초과해서 내는 사례를 찾기 힘든 것이다.
예상되는 반론은,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체제가 존재 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결정들은 수많은 의지들 의 투쟁 결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거 등의 방법을 통해 공적으로 권 력을 부여받은 소수의 정치지도자들이 개인들에게 전체의 복지를 위한 행동을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내려진다. 소수의 정치지도 자들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공유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정치지도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들 사이의 의견 차이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사회 발전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프랭클린 D. 루즈벨트 Franklin D. Roosevelt는 이렇게 불평했다.
재무부는 너무나 방만하고 관습에 젖어있어서, 재무부를 움직여 내가 원 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재 무부는 국무부에 비하면 양반이다. 무엇 하나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외교 전문가들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재무부와 국무부를 다 합쳐 도 해군에 비하면 양반이다. 제독들을 상대하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는 것 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해군을 바꾸는 것은 마치 깃털 침대에 주먹을 휘 두르는 것과 같다. 왼쪽 주먹과 오른쪽 주먹을 번갈아 가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휘둘러도, 그 빌어먹을 침대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 닫게 된다.
- 루즈벨트의 후임자, 해리 S. 트루먼 Harry S. Truman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력이 얼마나 강한지, 최고통수권자가 얼마나 강하 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떠든다. 경험자로서 말해주겠다. 미국 헌 법과 미국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강한 권력을 가질 수도 있 다. 하지만 대통령의 핵심 권력은 사람들을 모아두고 원래 설득하지 않았 어도 해야 했을 일을 하게끔 설득하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 시간을 그렇게 보낸다. 그게 바로 대통령의 권력이다.

- 그래도 태양 에너지는 괜찮겠죠? 그렇죠? 글쎄, 아닌 것 같다. 태양광 패널은 생명체들에게서 햇빛을 차단한다. 앞서 지적했던 바, 기술 체제는 언제나 가용 에너지가 다 떨어질때까지 확장하고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달라고 요구한다. 만약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가75 기술 체제의 무한한 에너지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없으면, 햇빛이 닿는 모든 장소에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될 것이다. 태양광 패널들이 점차 자연 서식지들을 파괴할 것이고, 햇빛을 차단하고, 대부분의 생명체들을 죽일 것이다. 지 금도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멸종 위기 동식물들 의 주요 서식지였던"76 미국 서부 사막에 “대규모 태양 에너지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77 2011년 Western Lands Project의 상임이사쟈닌 밸로 치Janine Blaeloch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 발전소는 공유지, 서식지를 심하 게 훼손할 것입니다." 밸로치의 예측은 사실로 밝혀졌다.그리고 기술 체제의 에너지 욕구는 무한대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기술 체제는 농경지 를 제외한 모든 지표면에 태양광 패널들을 설치할 것이며 결국 지표면의 자연 서식지들을 모조리 파괴할 것이다.
- 현재 파트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기술적 세계체제가 그 논리 적 귀결점에 도달하도록 내버려두면, 지구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 등 생명체들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필자의 개인 적 의견에 불과하며 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여기서 제 시한 사실과 주장들은 충분히 설득력 있으며, 충분한 근거 없이 우리가 마주한 종말이 지구 역사에 수차례 있었던 과거의 대멸종들보다 더 심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태도야말로 경솔한 것이다.
기술 체제의 발전이 그 논리적 귀결점에 도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생물권은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며, 지금 진행 중인 여섯번째 대멸종이 공룡을 절멸시킨 백악기 멸종보다 심각하지 않다면 그것만큼 좋은 소식이 또 없을 것이다. 여섯번째 대멸종과 함께 기술 체제는 당연히 무너질 것 이며 인류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숫자는 대단히 작을 것이다.
하지만 앞선 진술의 유보조항, “기술 체제의 발전이 그 논리적 귀 결점에 도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에 주목하라. 필자는 가끔 이런 질문 을 받는다. “기술 체제가 어차피 스스로 무너진다면, 뭐하러 무너뜨리나 요?" 당연히 기술 체제를 지금 제거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기술 체제가 발전할수록, 생물권과 인류는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이고, 지구가 죽음의 행성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 "두 개 이상의 모순이 존재하는 복잡 과정을 연구할 때는, 가장 주된 모순을 최선을 다해 찾아내야 한다. 일단 주된 모순이 해결되면, 모든 문제들이 동시에 해결된다.” (마오쩌둥)
“목표가 단순해야 인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언제나 명쾌한 거짓말이 불분명진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 것이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

- 1949년 3월, 중국 공산당이 승리를 앞두고 있을 때 마오쩌둥은 경고했다.
승리와 함께, 오만함, 영웅심리, 타성, 무사태평함이 당 내부에 자라고 있다. 동지들은 반드시 겸손하고 신중하게 남아있어야 하며, 오만함과 경 솔함을 경계해야 한다. 동지들은 반드시 검소하고 투쟁적 삶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마오쩌둥의 경고는 무의미했다. 이미 1957년 그는 불평했다.
최근 우리 동지들 사이에 인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지 않고,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려는 위험한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 정권은 그 부패로 악명높다. 당원들과 관료들은 공산주의 이상보다는 그들의 경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중국 정부 내 부는 노골적인 부정행위로 가득차 있다.
- 미국 독립 전쟁이 끝나기 직전, 토마스 제퍼슨은 이렇게 적었다.
모든 법률적 기본권들을 수정할 최적의 시간은 우리 지도자들이 정직하 고 우리가 단결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사실을 몇번이고 지적해도 지나치 지 않다. 일단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전쟁이 끝나자 마자 13개 주 사이에서 신생국가가 분열될 정 도의 불화와 다툼이 터져나왔다. 1787년 헌법 제정을 통해 미국 혁명가 들은 연방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나 1798년 반자유주의적 법률 이민- 소요죄법 Alien and Sedition Acts  제정은 기존 혁명가들도 혁명적 이상을 잃 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존 혁명가 대부분이 죽고난 후 미국 정치에 는 일말의 이상도, 진실성도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수십 년 후 기술 진보로 인해 인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어 선진국들이 심각하고 만성적인 실업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고 가정해보 자. 46만성적 실업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반드시 기술 체제의 존속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분노한 사람들이 2011년~2012년 스페인과 그 리스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것은 비조직 적인 절망감 분출에 불과했으며 거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비효과적이었던 스페인, 그리스 폭동을 2011년 이집트의 “아랍의 봄”과 비교해보자. 아랍의 봄은 지적인 지도자들이 대중의 분노를 활용 해 권력구조로부터 중대한 양보를 얻어냈다. 결과적으로 이집트 혁명은 실패했으나 지금의 논점과는 무관하며, 요점은 유능한 혁명가들이 대중의 분노와 절망을 이용해 유익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기술 혁명가들은 권력구조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되며, 권력구조를 무너뜨려야 한다. 위에서 가정한 것처럼,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들이 만성적인 실업문제에 시달리게 된다면 여 전히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을까봐 겁에 질려있 을 것이며 기술 체제에 대한 존중을 상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직업 을 최대한 오래 붙잡을 궁리만 할 것이며, 실업자들은 냉소에 빠지거나, 분노하거나, 절망할 것이다. 광범위한 폭동이 발생한다면 권력구조는 압박을 받겠지만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잘 준비된 혁명가들은 분노하고 절망한 사람들을 조직하고 지도해서 단순 폭력 사태를 넘어 유의미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 유의미한 행동은 추측의 영역일 수밖에 없지만, 한번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반기술 혁명가들이 이집트인들처럼 권력구조에게서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을텐데, 이집트와의 차이점은 그 양보가 너무나 중대해서 권력구조가 큰 수치심을 느끼리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권력구조 구성 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권력구조 내부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유발 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이 단계에 도달하면, 권력구조를 붕괴 시킬 전망은 밝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시나리오는 설명을 위해 제시한 가상의 사례임을 명심하자. 현실의 혁명은 전혀 다른 노선을 걷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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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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