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인문 2025. 3. 14. 07:00

- 신경철학자 퍼트리샤 처칠랜드는 그의저서 '양심: 도덕적 직관의 기원'에서 양심은 신이우리 안에 심어놓은 신학적 실체가 아니라 우리의 신경회로망에 뿌리를 둔 뇌의 구성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양심은 절대 확실한 게 아니며, 뇌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발다하고 인정과 불인정에 민감하다. 따라서 나쁜 습곤, 나쁜 친구, 나르시시즘의 시대정신에 의해 뒤틀릴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 본성은 형이상학적으로 설치된 게 아니라 실험과 경험에 의해 다듬어진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네트워크에 경험의 영향을 극대화하려면 태어날 때 신경세포의 연결은 자궁 밖에서 생명을 유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최소한이어야 한다. 신경세포는 경험으로 익힌 바를 부호화할 때 발아하고 확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인간 신경세포의 소형화는 이런 점에서 매우 탁월한 진화적 적응이다. 사회성 포유류는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배경에는 양심의 힘이 존재한다.

-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닙니다. 재력, 권력, 매력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을 말하면 안됩니다. 가진 자들은 별 생각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습니다.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해지고 따뜻해집니다.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킵니다. 저는 모름지기 서울대인이라면 누구나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입으로는 번드레하게 공정을 말하지만 너무나 자주 실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종종 무감각한,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농경생활을 하면서 뒤바뀐 남녀관계
뒤바뀐 남녀관계는 인류사회 전체를 보면 보편적 현상입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처음에 우리는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동물이었어요. 남성은 사냥을 하고, 여성은 가끔 사냥에도 가담했겠지만 주로 집 주변에서 채집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농경을 시작하게 되었죠. 농경을 하는 동물은 이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개미, 흰개미, 그리고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전부입니다. 농경은 굉장히 독특한 생활방식이에요. 자연계에서 무언가를 길러먹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지구상의 그 많은 종 중 단 세그룹뿐이며, 이것은 굉장히 희귀한 혁신입니다.
농경을 시작하면서 우리인류는 갑자기 폭발적으로 수가 늘었고, 남녀관계는 하루아침에 뒤바뀌기 시작. 수렵채집 생활을 할 때는 남성이 거들먹거릴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여성은 집 주변에서 이것저것 채집하며 언제든 뭔가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굶지 않도록 저녁상을 차리는 역할은 여성, 즉 엄마였습니다. 아빠는 자주 동물을 잡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와 구석에 앉아 조용히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사나흘에 한번쯤 동물을 잡아오면 그때야 비로소 "맛있지?"라고 물으며 거들먹거렸을 테고요. 이러니 탁월한 사냥꾼이 아닌 이상, 남성이 매일 거들먹거리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적어도 남녀가 평등했거나, 오히려 여성이 더 어깨를펴고 하는 날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남성이 사냥을 맡게 된 이유는 간단해요. 남성의 근력이 여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사냥을 맡은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의 직업이 된 건데 이게 근육의 힘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좋겠지만 그리 효율적인 일은 아니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매일 잡을 수 있느느 게 아니니까요. 반면 농경은 근육의 힘을 정직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이 되었습니다. 남성들이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가을에 수확한 것을 곳간에 저장하고 곳간 열쇠를 손에 쥐면서 그때부터 여성을 지배할 수 있는 빌미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는 약 25만년 정도인데, 그중 농경을 한 기간은 길게 잡아도 1만 3000년 정도. 전체 25만년 중 1만년 정도면 5%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평등했거나 여성이 우월했으며, 남성이 지배하던 시기는 5%에 불과합니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제1의 성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쓴 제2의 성의 주장을 뒤집기 위해 쓴 건데, 헬렌 피셔는 아주 대놓고 21세기에는 여성의 경제력이 남성의 경제력을 능가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더 이상 돈을 근육의 힘으로 벌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벌고, 관계맺음 즉 네트워킹으로 벌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탁월하다는 것이죠.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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