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모두 커피라는 음료'에 관한 것은 아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커피 가 에티오피아에서 왔으며, 그곳 부족들이 이 열매의 각성효과를 약 1,000년 전부터 효과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커피 과육을 동물의 기름에 섞어 일종의 에너지바를 만들었다.
750년경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이 커피 나무 의 열매를 먹고 밤을 새우는 염소들을 발견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칼디는 직접 커피 열매를 먹어보았고 각성효과를 얻었다. 소문은 점차 목동 무리 바깥으로 퍼지기 시작해 근처 수도원까지 이르렀다. 수도승들은 이 새로운 원기회복제에 관심을 가졌으나 곧 흥미를 잃고 남은 열매를 불길에 던져버렸다. 이때 그을린 원두에서 감각을 사로잡는 향이 피어올랐다. 열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 수도승들이 커피 열매를 불길에서 건져 재를 씻어내기 위해 뜨거운 물에 넣으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 어떤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일 수도 있지만, 스페셜 티 커피란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에스프레소를 베이스 로 한 커피를 뜻하지 않는다.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집에서 간단히 내린 드립 커피와 카푸치노나 라테처럼 바리스타가 우유를 데우거나 거품을 내는 등 까다로운 제조법으로 만들어낸 커피를 구분하는 데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그러나 커피업계에서 스페셜티 커피란 감점 방식으로 진행되는 엄격 한 품질 심사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은 것을 가리킨다. 커피 의 품질은 사람마다 다른 맛이 아닌 국제적인 심사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다. '스페셜티'는 100점 만점에서 최소한 84점 이상을 받은 것에만 부여한다. 벌크 품질의 커피는 80점도 받 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수의 실제 의미는 심사 대상의 샘플에 결점이 얼마나 적은가이다. 결점이 적을수록 고득점을 얻는다. 로스팅하지 않은 생두는 육안으로 심사한다. 생두의 크기가 균일하고 결점두가 적어야 감점 없이 좋은 점 수를 얻을 수 있다. 로스팅을 거친 원두는 향과 맛을 기준으 로 평가하는데, 로스팅이 과한 원두는 훈연향이 원두에 입혀 져 결점을 가리기 때문에 전혀 점수를 얻지 못한다.
결점이 있는 커피는 쓰거나 텁텁한 맛, 진흙이나 곰 팡내 같은 잡미가 난다. 결점두, 즉 잘못 가공하거나 수확 시 기가 잘못된 원두는 커피 샘플 전체를 망친다. 만약 커피 한 잔에 해당하는 7그램가량의 원두에 결점두가 단 한 개라도 들어 있다면 퀴퀴한 냄새가 나는 감자 맛이 나서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부룬디와 르완다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된 커피에서는 흔한 일이다. 부룬디와 르완다에서는 맛 이 풍부하고 흥미로운 고품질 커피가 많이 재배되지만, 유감스럽게도 결점두를 줄이는 설비나 농장에 투자할 시간도 돈도 없다. 따라서 생산자들이 재배를 계속할 수 있도록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먼저 지원해야 한다. 그들이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도움이 필요하다.
- 쓴맛과 바디감 (묵직한 맛)을 혼동하기 쉬운데, 바디감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뒷맛이 길게 남는 반면, 쓴맛은 입만을 마르게 하고 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차이가 있다. 커피는 묵직한 맛이 있어야 하지만 쓴맛이 도드라지면 안 된다. 또한 산미는 쉽게 쓴맛 이나 신맛, 떫은맛과 혼동되지만, 커피의 맛에서 산미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와인이나 과자, 딸기나 디저트의 산미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익기 전에 딴 사과가 시큼하고 링곤 베리(월귤)가 떫은 것처럼 커피에서 이런 맛이 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
-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스페셜티 커피는 처음부터 끝 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커피콩을 심고 싹이 난 모종을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다 최종 경작지로 옮겨 심는 일, 잡 초를 뽑는 일이 모두 손으로 이루어진다. 수확도 물론 수작 업인데 알맞게 익은 커피체리만 수확한다. 땅에 떨어졌거나 지나치게 익었거나 덜 익은 커피체리는 따지 않는다. 커피체 리 선별도 하나하나 손으로 한다.
- 스페셜티 커피는 대량생산된 벌크, 커피보다 월등히 비싸다. 스페셜티 커피의 높은 가격에는 품질뿐 아니라 수작업으로 재배, 수확, 선별, 정제한 높은 생산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재배부터 수확까지 기계로 작업한 커피가 저렴할 수밖에 없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스페셜티 커피 생산자들은 대부분 비료를 적게 쓰고 나무의 생장 속도를 늦추기 위해 셰이드 트리를 심는다. 이렇게 하면 비료를 많이 주고 직사광선 아래 기운 커피보다 맛은 좋아지지만 수확량이 줄어든다. 적어도 초기에는 말이다.
- 전 세계의 커피체리는 거의 기계를 이용해 수확하는 데, 대부분 설익거나 농익은 것이라 그대로 커피의 맛에 영 향을 미친다. 설익은 커피체리는 쓰고, 농익은 커피체리는 잘 익은 커피체리의 당도나 산미와는 다른 맛이 난다. 기계 로는 커피체리의 색조를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색깔을 바탕 으로 얼마나 익었는지 가늠할 수 없다. 기계수확은 처음에는 태양에 가까운 위쪽 가지를 수확하고 점점 아래로 내려와 그 늘진 아래쪽 가지에서 커피체리를 거둬들인다. 안타깝게도 재배 농가조차 커피체리의 익은 정도와 맛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도 완전히 익은 커피체리의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을 아는 생산자들이 늘고 있다. 무게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잘 익은 것만 골라 손으로 따는 선별수확은 맛있는 커피의 전제 조건이다. 색이 제대로 들었을 때 수확한 커피 체리는 자연스런 단맛이 있고, 커피 맛 프로파일도 독특하고 흥미롭다. 물론 선별수확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 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커피체리는 익는 속도가 제각각 이라 생산자들은 같은 나무를 두세 번씩 다시 찾아야 한다. 품질에 중점을 두는 소규모 로스터리 중에는 생산자가 선별 수확을 하도록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곳도 있다.
- 일괄수확도 선별수확도 제 나름의 근거가 있다. 브라질 같은 경우, 기후와 토양 덕분에 대부분의 커피체리를 비슷한 시기에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커피체리의 75퍼센트 정도가 익으면 한 번에 모두 수확해 선별하는 게 여러 번에 걸쳐 다 익은 것만 골라 따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설익거나 상한 것이 섞여 수확물의 품질이 얼마나 낮아 지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 지금까지 알려진 커피의 품종은 60가지 정도다. 그중 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라비카 Coffea arabica와 로부스타 Coffea Canephora다. 각각 아라비아커피, 콩고커피로도 알려진 이 품 종들은 전 세계 커피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아라비 카가 3분의 2, 로부스타가 3분의 1가량 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콩고커피, 즉 로부스타는 특히 서아프리카에서 많이 재배했지만, 손쉬운 재배 덕분에 동남아시아와 인도, 브라질 로도 퍼져나갔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이어 시장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품종으로 리베리카 Coffea liberica가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아라비카는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상대적으로 서늘한 해발 1,000~2,200미터의 고지대에서 잘 자란다. 연간 강수량도 중요한 재배 조건 중 하나다.
- 로부스타는 더 뜨겁고 습한 지역에서 자라 기후에 따라 일 년 내내 꽃이 핀다. 반면, 아라비카는 연중 최대 두 번만 수확이 가능하다. 그래서 동글동글한 로부스타가 타원형에 납작하고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라비카보다 맛이 떨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라비카가 풍부하고 다채로운 맛을 내기 위해 긴 시 간을 필요로 하는 데 비해, 로부스타는 병충해에 강하고 날 씨 변화에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로부스타는 기후변화와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커피 농가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저울에 생산자의 생활과 소비자의 선호도를 올려놓고 비교할 때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자명하다. 그러므로 재배하기 쉽다는 이유로 로부스타만 재배하지 않도록, 수십 년 내에 멸종될 것으로 예측된 아라비카를 보존할 수 있도록 생산자들의 교육과 정보 전달은 매우 중요하다. 질이 올라면 생산자들의 주머니 또한 두툼해질 것이다.
- “제대로 된 재배 환경에서 잘 익은 커피체리를 선별 수확해 올바른 정제 과정을 거친 아라비카는 풍부하고 광범 위한 맛의 스펙트럼을 가져 견과류에서 초콜릿, 과일에서 꽃 향기까지 폭넓습니다. 맛의 선명도는 수수한 것부터 풍부한 것까지 있죠. 이런 아라비카 커피는 단맛이 있으며 쓴맛은 매우 적습니다.”
하월은 로부스타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파고들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재배 환경에서 잘 익은 커피체리를 선별 수 확해 올바른 정제 과정을 거친 로부스타는 일정한 산미와 견 고한 바디감이 섞여 투박한 맛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애호 가들은 단맛이 없거나 아주 조금 느껴지는 맛을 높이 평가합 니다.”
- “최상의 로부스타는 단맛이 돌지만, 이때의 단맛은 화이트 와인의 단맛보다는 사탕수수 시럽 같은 단맛입니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의 맛은 매우 일차원적이며, 두드러지는 특징은 나무 혹은 종이 향입니다. 로부스타의 트레이드마크는 다크 로스팅에서 오는 강한 쓴맛입니다. 덕분에 많은 소비자가 로부스타가 진한 커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라비카와 비교하면 세련된 맛과는 거리가 먼 진한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커피 혁명은 단순한 사실에 걸려 좌초될 수도 있다. 바로 맛이다. 많은 사람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저렴하고 질이 좋지 않은 커피 맛에 길들여져 있다. 사람들은 아침과 한낮의 졸음을 쫓으려고 커피를 마시며, 위장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마시는 경우도 있다.
커피의 쓴맛과 산미는 우유와 설탕으로 덮는다. 또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데, 뜨거울수록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 한다. 싸구려 맥주를 아주 차갑게 파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사람은 체온에 가까운 것의 맛을 가장 잘 느끼기 때문이다.
- “한잔의 커피에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맛없는 커피라 해도 숨겨진 가능성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 한잔에서 생산자가 어떻게 커피를 재배했는지, 어떤 정제 과정을 거쳤는지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펠리페가 말했다.
- 커피체리의 정제 방법은 국가와 생산자에 따라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세 가지로 워시드washed, 내추 럴natural,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 또는 허니 프로세스honey process이다. 각각의 정제 방법마다 적합한 품종이 따로 있다.
- 워시드 정제에서는 커피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펄퍼 pulper 라고 하는 분쇄기를 사용해 제거한다. 그다음에 생두를 거대한 수조에 넣어 물에 불리면 표면을 둘러싼 점액질이 발효되어 떨어져 나간다. 다만 이 과정은 그리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60킬로그램짜리 황마 자루 하나 분량을 처리하는 데 식용수 1,000리터가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코 펄퍼eco pulpe’급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에코 펄퍼는 과육과 껍질 뿐 아니라 점액질도 벗겨낸다. 두 방법 모두 마지막에는 생 두를 깨끗한 물로 세척한다.
워시드 정제는 커피에 세련된 ‘깨끗한 맛의 프로파일과 산미를 선사한다. 워시드 정제를 거친 커피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꽃향이 나는데, 가끔 마테 차 같은 맛이 나기도 한다. 레몬이나 풋사과 같은 산미가 상큼한 풍미를 더한다. 커피에 심취할수록 다양한 산미를 찾는다. 대부분의 워시드 커피는 원두의 산미를 즐길 수 있게 약하게 로스팅한다.
- 아프리카, 특히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추럴 정제가 일반적인데, 워시드 정제와 반대 지점에 있다. 내추럴 정제는 완숙된 붉은 열매의 껍질과 과육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건조대에 올려 타는 듯한 햇볕에 건조시킨다. 그 후 건식 펄퍼로 껍질과 과육을 제거한다. 커피체리는 균일하게 건조되고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뒤집어준다. 내추럴 정제를 거친 커피는 복숭아 같은 감칠맛과 풍미가 있다. 내추럴 정제는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외에도 남미 국가들, 깨끗한 물이 부족한 국가들에서 쓰인다. 이 방법은 다른 커피생산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 많은 사람이 내추럴 정제 방식이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을 높이 평가한다. 정제하지 않은 커피체리를 느리게 건 조시키면 과일의 달콤함과 풍부한 맛이 더해진다. 하지만 복 숭아나 키위 같은 개별적인 뉘앙스로 분리하기 어렵고, 과 일샐러드나 옛날에 할머니가 여러 종류의 베리를 넣어서 만 들어주신 주스에 가깝다. 자연 건조한 내추럴 정제 커피는 여과 과정(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와인 같은데, 아주 풍부하 고 다면적이며 흥미롭지만, 동시에 맛이 혼재되어 하나하나 의 뉘앙스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다. 다만 물 을 낭비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식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 고 있다. 그러나 커피체리를 물에 담그는 것에 비해 내추럴 정제는 훨씬 더 노동집약적이고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가격에 민감한 대규모 로스터리들은 내추럴 정제보다 워시드 정제를 선호한다.
펄프드 내추럴은 이름 그대로 워시드와 내추럴의 중 간쯤 되는 정제 방식이다. 커피체리를 건조대에 올리기 전에 펄퍼로 과육을 제거한다. 생산자는 건조 전에 점액질을 얼마 나 남겨둘지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맛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액질이 얇을수록 커피는 신맛이 난다. 점액질을 온전히 남기는 정제 방법을 허니 프로세스라고 한다. 허니 프로세스 정제를 거친 커피는 풍미가 있으며 캐러멜 같은 단맛이 난다. 또한 과즙감이 풍부한 파인애플을 비롯한 열대과일 같은 맛을 느낄 수도 한다. 점액질이 붙은 채로 건조된 생 두는 윤기가 흘러 맛있어 보인다. 허니 프로세스는 또한 특 징을 잘 살려 붙인 이름인데, 건조대에서 생두를 섞을 때면 찐득찐득하게 손가락에 들러붙기 때문이다.
어떤 정제를 거쳤든 고품질 커피는 상처가 난 것이 나 덜 익은 것, 크기나 색이 다른 부적합한 생두, 즉 결점두 를 제거하는 선별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목표는 한 가공단 위당 커피를 되도록 균일하게 하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결점두가 섞여 있으면 한잔의 커피에도 쓴맛이나 흙냄새, 심지어는 감자 같은 뉘앙스의 바람직하지 않은 맛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선별은 수작업도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지 만 이런 수고로움을 거쳐야 출하하는 생두의 품질을 담보하 고 더 나은 값을 받을 수 있다. 결점두는 폐기되지 않고 슈 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커피나 인스턴트커피용 시장 에서 거래된다. 가장 질이 나쁜 커피, 즉 인스턴트커피용으 로도 팔리지 않은 생두는 생산국의 지역 주민들이 소비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커피 생산국을 여행할 때 맛있는 커피 를 마시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 제인데, 생산자들이 커피의 품질을 이해하거나 평가할 줄 모 르는 원인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생산자들은 자 신이 재배한 커피에 제값을 매기기 어렵고, 그로 인해 더 좋은 품질의 지속 가능한 커피를 생산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커피 생산국에서 이루어지는 마지막 공정은 생두 포 장 및 발송이다. 전통적으로 생두는 황마 자루에 담곤 했는 데, 최근에는 고품질 생두는 진공 처리하거나 비닐이 덧대어진 황마 자루인 그레인프로 GrainPro에 담는다. 이런 식으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하려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포장된 생두는 컨테이너에 실려 배를 타고 전 세계로 운송된다. 납품 후 제 역할을 다한 황마 자루는 원산 지로 돌려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의미가 없 기 때문에 환경 문제만 야기하는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 최종 목적지인 유럽, 북미나 러시아에 도착한 생두는 커피 한잔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 즉 로스팅을 거친다. 로 스팅은 농장에서 커피잔까지 커피콩이 한잔의 커피로 거듭 나는 여정에서 중요한 단계이다. 로스팅하기 전의 녹색 생 두는 단단하고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로스팅을 해서 습기 가 제거되고 지방이 표면으로 올라오며 맛이 형성된다. 로스 팅은 10~15분 정도 하는데, 로스팅 프로파일과 라이트, 미디 엄, 다크 로스팅 커피 중 어떤 커피를 만들기를 원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거대한 기업형 로스터리들은 많은 양의 상품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로스팅도 단시간 내에 대량으로 하려고 애쓴다. 이런 경우 생두의 표면이 타지 않 고 속까지 고르게 로스팅하는 것이 관건이다. 균일하게 로스 팅한 것과 일부러 오래 로스팅한 것이 맛에 좋은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로스팅 시간이 맛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두의 질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 고 말한다. 소규모 로스터리의 로스팅은 보통 수작업인데 비 해, 기업형 로스터리들은 완전히 자동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 이다. 일상에서는 커피가 신선제품이며, 로스팅한 원두는 보 관 방법에 따라 2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향이 사라진다는 것 을 쉽게 잊어버린다. 로스팅한 콩의 껍질은 신선도를 유지하 는 데 일정 정도 도움이 되지만, 가는 순간부터 아주 빠르게 산패하기 시작한다.
- 2080년, 커피는 멸종하지 않았더라도 소수의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별미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기억이 되리란 전망이다. 커피 관련 기업의 경영진들조차 이런 우려를 공론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불확실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커피가 멸종한다는 것은 대량생산된 아라비카를 기반으로 한 블렌드 커피도 없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 시장경제의 가장 미친 점은, 어떻게 해서든 수요에 부응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구매 행동이나 가치관에 건전한 영향을 미치는 대신 말이다. FAF를 이끄는 마르쿠스가 제안한 것처럼 지금보다 더 적은 양의 더 좋은 커피를 마신다면 우리 소비자들은 대량생산된 벌크 커피보다 좋은 것을 사고 슈퍼마켓의 미끼상품인 벌크 커피를 사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손님을 유인하는 데 대량생산된 커피가 사용될 경우 커피 생산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본다. 생산자와 유통업자, 로스터리, 슈퍼마켓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 결국 우리들 소비자까지. 커피를 하루의 시작에 시동을 거는 연료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맛있는 음료를 선물하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닐까?
- 궁극적으로 커피 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훨씬 거시적인 것들, 기후변화와 과시적 소비가 지구 전체에 미치는 지 대한 영향력이다. 한마디로 인류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소비 행동이 우리 증손자들이 깨끗한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을지에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이는 마르쿠스가 아메리칸드림을 좇던 시절을 회상하며 말한 것과 똑같다. 성공이라는 허상을 남겨두고 브라질로 돌아서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별로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찾는 대신 자기 땅에서 얻을 수 있는 깨끗한 먹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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