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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저자
샘 피지개티 지음
출판사
알키 | 2013-07-0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하워드 진 [미국 민중사]와 나란히 두어야 할 책" - 바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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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진보가 가져다준 부의 증가가 막대한 축재를 가능하게 하고, 사치를 조장하고 가진자의 집과 빈자의 집의 대비를 극대화한다면, 그런 진보는 진정한 진보가 아니고 오래 갈 수도 없다. (진보와 빈곤, 1897, 헨리조지)
- 시대를 막론하고 돈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려면 돈 이상의 어떤 것을 갖추어야 함. 금권정치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신뢰를 어덩야 했다. 1912년에는 아무도 부자와 권력자를 믿지 않았음. 금권주의 엘리트들이 오랜 세월동안 사회발전의 주축이 되어 왔다는 주장, 큰 재산을 모은 부자들이 인류의 위대한 승리인 적자생존의 본보기를 제시하며, 이런 적자생존의 원리를 모든 사람이 반기고 축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 부자나 힘 있는 사람들 조차도 외면하는 공허한 외침이 되었음. 새로운 세기로 진입한 후 10년쯤 지났을 때 사람들은 사회계급이 인류의 진보, 심지어 생존을 보장해주는 장치라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음. 사람들은 국가의 핵심부가 썩었다고 보았고, 이런 곳에 부가 집중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언젠가 국가자체가 파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
- 사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이 부족한 상태를 참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것들을 참고 살아야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사가 보여줌. 고대 페르시아는 2%의 엘리트가 모든 토지와 거기서 나오는 생산물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때 망했음. 뉴욕 타임즈 한 기고가는 1909년 철도왕 제임스 힐을 인터뷰하고 난 뒤 이렇게 경고. 로마는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 전체를 1800명이 나누어 가졌을 때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자본을 투입해서 얻는 보상이 그 어느때 보다 컸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능률적인 산업활동을 추진할 인센티브를 얻고, 그런 인센티브가 사회전반을 진보시킨다고 금권주의자들은 국민을 안심시켜왔음. 그러나 큰돈을 좇아 너도나도 달려든다고 해서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회의주의자도 늘어남. 부자들은 생산의 능률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부를 늘리지 않았음. 이들은 월스트리트의 주식게임으로 부를 늘렸음. 발전을 보장해줄 유일한 수단인 산업 노하우는 다른 산업국가들보다 한참 뒤처져 있었음. 브랜다이스가 지적한 대로 1901년 등장한 US스틸은 세계에서 가장 능률적인 철강제조업체를 물려 받음. 그러나 US스틸의 독점은 이런 이점을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어버렸음.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잡지는 철강업계의 공룡을 탄생시킨 대형합병이 있은 지 10년도 채 안된 이 시점에 미국은 철과 강철야금에서 독일에 5년 뒤져 있다고 평가했음.
- 전후 금권주의자들이 사는 곳은 사실상 노동자들의 나라, 즉 사회주의 공화국이었음. 유럽을 떠돌던 망령은 이제 새로운 현실이 됐음. 여기서 조금만 물러서면 미국도 소련짝이 날 것이라고 금권주의자들은 목청을 높였음. 부자들 역시 전쟁 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정치적 기회를 가졌음. 전쟁 전에 금권주의자들은 엄청나게 축적한 사유재산과 권력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친 정치적 반대세력에 부딪혔음. 지식층 개혁가와 다양한 파벌의 급진주의자가 힘을 합해 금권주의자들과 힘겨루기를 벌임. 하지만 전쟁이 모든 것을 바꾸어버림. 전쟁을 틈타 사회주의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것에라면 무엇이든 달려드는 악성 바이러스가 미국 정치체제를 감염시키면서, 지식층 개혁가와 급진파의 연결고리는 거의 완벽하게 끊어지고 말았음. 전쟁전의 사회당은 포괄적인 좌익 진보 운동으로 운영됐음. 그런 운동을 벌이며 활동가들은 사상과 투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받음.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개혁가와 급진파는 너나 할 것 없이 거대한 부의 집중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보다 효과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음. 그러나 전시탄압으로 이런 교류는 끊어졌고, 좌파 사회주의자와 급진좌파 활동가들은 주변으로 밀려났음. 급진좌파는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외면당함. 어느 시대든 무시당한 정치집단은 더욱 극단적이 되게 마련. 무시의 정도가 심했던 탓에 이들의 좌절은 더욱 강도 높은 탄압과 철저한 무시와 더 큰 좌절을 당할 수 있다는 극단적 망상에 사로잡혀 엉뚱한 곳에서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컸음. 전쟁이 한창일 때,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실수를 반복.
- 부자들은 혼란스러운 세계대전과 전후의 적색공포를 거치면 다시 우위를 점했음. 시위, 탄원, 대규모 행진, 선거승리 등 진보파가 정치무대에서 떨치던 위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 같았음. 그 자리에서 부자들이 일어섰음.
- 1920년대 초를 살았던 사람치고 경제성장의 열매가 가야 할 사람에게 마땅히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 열매는 탐욕스러운 집단과 연줄이 있는 세력에게 돌아감. 대중의 뿌리 깊은 불신을 고려할 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진 미국의 거부들도 더 이상 돈을 긁어갈 궁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음.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면 이제 내놓아야 했음.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했음. 이들은 사람들을 설득했음. 노조나 정부의 규제따위는 불필요하다며, 보다 나은 내일을 바란다면 사회주의만은 용납해선 안된다고 주장. 기업의 리더십을 믿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음. 정부가 국미을 중산층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기업가가 나서서 그 일을 해줄 수 있다고 설득했음. 그럴듯하고 새로운 공세에 진보파는 경계심을 다소 누그러뜨렸음. 고용주들은 폭력배와 싸우는 요령을 터득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사용. 이들은 사회주의 불순세력이 섞여 있는 노조와 싸움을 벌이는 한편, 노동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았음. 일부 대기업은 연금과 의료보험 개혁을 단행. 일부 기업은 공장에 세면실과 식당을 말끔하게 갖추고, 초보엄마들을 위한 자녀양육 강의도 개설. 일부 기업은 근로자들을 위한 운동시합을 후원하고, 심지어 공장 감독관들의 고압적인 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인간관계 강좌를 개최하기도 함.
- 재계 리더들은 이런 유화정책으로 1920년대 작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불필요한 조직으로 여기게 되기를 바랐음. 그러나 얼굴만 웃고 있을 뿐 주머니 속의 주먹은 더욱 단단히 움켜쥔 상태였음. 새로운 복지 자본주의는 근로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음. 노조는 필요없다. 그리고 더 이상 노조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 맨해튼의 파크애비뉴에는 이들 슈퍼리치의 저택이 늘어서 있었음. 1929년 초 5킬로에 이르는 이 거리에 몰린 5000세대의 재산을 돈으로 환산하면 모두 합해 30억 달러정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부가 한 곳에 집중된 적이 없었음. 파크애비뉴에 몰린 백만장자들의 수는 영국 전체의 백만장자보다 네배 많았음.
- 금융시장이 붕괴된 뒤 예일대를 졸업한 후 매디슨 애비뉴의 광고 책임자로 성공한 체스터 볼스는 실패의 원인을 따져보았다. 20년대의 10년은 기업인뿐만 아니라 농부와 근로자 등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소득이 돌아가지 않는 한 번영은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시기였다고 결론 내림. 금권주의자들에게도 기회는 있었음. 그러나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림. 미국은 이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음. 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음.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력도 받음. 그리고 인센티브와 보상으로 계속 재산을 늘림. 미국은 이들의 재산에 질식 당함. 소득과 부의 기형적 분포가 너무 심해 미국 경제는 그것을 쉽게 소화할 수 없었음. 역사상 기업 마인드를 가장 잘 갖춘 행정부에, 떨어지는 세금과 남아도는 정부예산도 있었고, 기업이 지속적인 번영을 누리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갖추었지만, 우리는 그 화려한 몇년 동안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 브랜다이스에겐 공황을 끝낼 수 있는 구체적 복안이 있었음.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려 자금을 조성한 다음 공공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100만덜라가 넘는 모든 상속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더 많은 연방 소비세를 물리는 것. 실업보험제도를 만들어 근로자들의 구매력을 유지시키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만드는 것. 금융기관들이 예금주의 돈을 가지고 투기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것. 은행에 경쟁력을 부여하고 우편저축은행 제도를 확대하는 것. 1911년부터 시행중인 우편저축은행 제도는 우체국 계좌에 일정금액의 예금을 유지할 경우 2%의 이자를 주고 있었음. 그러나 루스벨트에겐 이를 실행할 구체적 세부계획이 없었음.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은 브랜다이스 못지 않았음. 그러나 루스벨트는 브랜다이스와 달리 재산을 가진 사람들을 부당하게 자극해 싸움판을 만들 생각이 없었음. 예를 들어 은행업무에 대해 루스벨트는 무너진 민영체제를 대체하거나 공개경쟁 체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둘러 기존체제를 안정시키려고 함. 루스벨트는 취임식이 끝나고 나서 몇시간 뒤에 은행 휴일을 선포. 닷새 뒤 루스벨트는 예금의 안전을 보증하는 내용의 긴급 은행법 승인을 의회에 요청함. 법안이 통과되고나서 나흘 지나 은행들은 다시 문을 열었고, 겁을 먹고 돈을 인출해 갔던 고객들은 돈을 들고 돌아옴.
- 전설이 된 루즈벨트의 첫 100일 동안 나온 발의 중에 기존 질서에 대한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업은 신설된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 즉 TVA뿐이었음. TVA는 버지니아부터 미시시피까지 전력을 적당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구상된 대형 공익사업임. 정부가 소유한 기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 다른 초기 뉴딜법안들은 오히려 공공부문을 축소시켰음.
-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뉴딜은 사회적 붕괴를 막고 유럽을 휩쓴 파시즘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주었음. 동시에 뉴딜은 부자들의 기득권도 지켜줌. 그러나 부자들은 감사할 줄 몰랐다. 루즈벨트는 30년대 내내 이들의 배은망덕함에 짜증을 냈음. 그는 보좌관과 자문위원들을 들볶았음. 공산주의 혁명세력과 파시스트들이 이 나라에 마수를 뻗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부자들만 모를 수 있는가? 30년대가 끝나갈 때쯤 루즈벨트의 짜증은 분노로 바뀜. 부자들은 대중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음. 자신은 일촉즉발의 사회적 긴장을 어떻게든 완화시켜 보려고 뉴딜을 이끌고 있는데, 부자들은 한사코 방해만 하려고 들었음. 대법원이 국가노사관계법을 합헌으로 판결했는데도 재계 리더들은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았음.
-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 가난한 사람에게는 일자리와 더 좋은 임금과 부가혜택, 그것이 전시경제의 핵심이었음. 2차대전 중 미국은 아래쪽을 끌어올리고, 위쪽은 끌어내리는 진보적 평등게임의 기본계획을 착실히 따르고 있었음. 대공황은 결국 역사학자 클로디어 골딘과 로버트 마고가 말하는 대압착에 밀려났음.
- 46년 선거 다음날 특권층 소수가 다시 권력을 장악. 이들은 금권주의자들의 귀환을 기정사실로 굳히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임. 모든 금권주의는 비슷한 행동주기를 반복함. 막강한 힘을 가진 소수 특권층은 다수가 만들어내는 부를 터무니없이 많이 빼앗아감. 그런 다음 축재한 금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힘을 한층 더 키움. 2차대전 중에 미국의 남녀 근로자들은 투쟁을 통해 그런 공식을 뒤집어 엎었음. 노조는 새로운 부의 흐름을 놓고 특권층과 경합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됐음. 게다다 고소득에 대한 세율이 더욱 높아져 웬만해서는 과도한 축재가 불가능해짐.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떤 금권주의도 살아 남을 수 없었음. 그러나 47년 의회의 새로운 다수 보수파는 시곗바늘을 되돌리기 시작함.
- 1차대전과 2차대전의 결과가 달랐던 원인은 무엇일까?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의 핵심요소인 세금제도와 노동운동이 왜 어떤 전쟁에서는 살아남고 어떤 전쟁에서는 그렇지 못했을까? 원인은 부자들의 태도에 있음. 1차대전과 달리 2차대전 이후에 부자와 권력자들은 대체로 고소득에 대한 높은 세금과 노조의 존재를 인정했고, 심지어 환영했음.
- 부자와 권력자들이 가파른 누진세와 강성 노조를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좀더 정확히 말해 부자와 권력자들은 무엇이 두려워 누진세와 노조를 인정하게 됐을까? 답은 2차대전에 있음. 인류는 공전의 대량 살육과 참상에 큰 충격을 받았음. 소련도 두려운 존재였음. 미국은 이제 이데올로기로 양분된 세계에서 한쪽을 대표해 적과 대치해야 했음. 미래도 두려움의 대상이었음.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상 다음 전쟁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할 수 밖에 없음.
- 1957년 8월 미국경제는 악화되기 시작. 대공황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었음.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대형 산업체들은 전후 처음으로 치열한 국제경쟁을 실감하기 시작. 대기업들은 그런대롤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지만 하청업체나 중소기업들은 그러지 못함. 살아나기 위해서는 노동비용을 줄여야 했음. 하지만 노조가 문제였음. 보수파 전략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기회로 삼음. 경기침체를 틈타 이들은 노동자들을 제지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지원을 늘려갔음. 그리고 반격을 개시.
- 역설적이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의 부자들을 가장 혹독하게 쥐어짠 시기는 공화당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 나치 독일을 무찌르며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아이젠하워는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등에 업고 53년 백악관에 입성.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던 부자들은 아이젠하워가 정권을 잡자 크게 안도. 아이젠하워는 새 행정부의 요직을 재력가들로 채움. 아이젠하워의 첫번째 내각은 평론가들이 비웃은 것처럼 9명의 백만장자와 1명의 배관공으로 구성. 1명의 배관공은 신임 노동부 장관으로, 배관공 노조에서 발탁한 노조지도자였음. 대통령은 이들 부자각료에게 곧 실망. 이들은 신임 공화당 대통령이 세금부담을 줄여주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림. 그런데 그는 첫 연두교서에서 세법의 투명화와 단순화를 약속. 세율인하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음. 아이젠하워는 8년의 대통령 임기동안 최고세율 구간에 대한 세금감면을 철저히 무시
- 아메리칸 헤리티지, 포브스, 포천, 뉴욕 타임즈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몇년간 역대 최고 부자들의 명단을 작성. 명단에 오른 거부들은 대부분 연방소득세가 제정된 1913년 이전에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80년 이후 재산을 모은 사람들. 80년 이후 부자들에 대한 세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 미국 역대 최고부자들 가운데 20세기 중반에 돈을 번 사람은 1명도 없음.
- 1900년대 중반의 정치학자들은 더욱 뚜렷해지는 중산층 국가의 본질을 부자의 퇴조로 설명. 부자는 더이상 지배계급이 아니라고 학자들은 규정. 부자들은 단지 중심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수많은 세력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음. 존 D 록펠러와 JP모건 같은 사람들이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지났음. 기업총수는 더 이상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인물이 아니었음. 기업은 이사회에 책임을 지는 CEO가 운영. 다원주의자들은 큰 기업의 힘이 막강하지만, 큰 노조와 큰 정부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힘을 휘두른다고 주장. 이런 새로운 다원주의적 환경에서 부자들은 이길수도 있지만 질 수도 있었음. 열의와 재력이 있어도 별 도리 없었음. 천연가스에 대한 연방정부의 가격통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음.
- 슈퍼 리치들도 수세에 몰렸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막강한 요새가 존재. 바로 텍사스의 석유. 유정이 없는 곳에서 부자들은 가파른 누진세율이 그들의 재산을 축내는 현실을 꼼짝 못하고 보기만 했음. 그러나 20년대부터 시행되어온 감모공제는 텍사스 오일맨들의 주머니에 여전히 돈을 쏟아부어주었음. 그렇게 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정계로 흘러들어갔음. 일부 오일맨은 그럴듯한 목표를 세움. 정계에 자신들을 보호해줄 방패막을 마련하기로 한 것. 이들은 자신이 탐내는 물건에 대해 입법의원이나 주지사, 대통령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기를 바랬음.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들이 후원하는 정치가들이 마련해줄 세금우대조치였음. 그 문제만 확실히 보장되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음. 하원의장 샘 레이번이나 상원 다수당 리더인 린든 존슨 같은 의원들은 그런 마음을 잘 읽었기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음. 그리고 이들은 권력을 손에 넣음. 물론 이들 뒤에 있는 오일맨들은 방패막을 얻음.
- 텍사스의 석유는 금권주의의 부활에 실제로 돈 이상의 기여를 했음. 금권주의의 귀환은 정치적으로 조숙한 텍사스 오일맨의 아들 윌리엄 버클리에게서 시작. 51년 버클리는 약관 25세의 나이로 예일의 신과 인간이란 책을 발간. 이 책은 보수주의 운동을 천명한 최초의 책임. 젊은 버클리는 이 책에서 금권주의의 역사적 보루인 예일에 미치는 자유주의 영향력을 비난하면서 실업문제를 과도한 임금, 무거운 세금이나 민간기업에 대한 여러 규제 탓으로 돌림. 이 책은 보수주의자들의 투쟁을 웅변적으로 옹호. 오일맨들은 지체없이 버클리에게 더 넓은 광장을 제공. 버클리의 아버지와 동료 오일맨들은 보수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신념을 밝히고 선전하기 위해 돈을 모아 55년 내셔널 리뷰를 창간.
- 소생한 우익, 이데올로기에 겁을 먹은 주류 리버럴리즘, 특권층에서 진정한 진보를 지킬 능력이 없는, 아니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좌파. 금권주의에 대한 20세기 중반의 승리는 이 모든 정치적 위협을 이기도 살아남을 수 있었음. 그러나 그런 승리는 또 한번의 벽에 부딪힘. 이번에는 확실하게 판세를 뒤엎는 게임 체인저, 세계경제질서의 완전한 탈바꿈이었음.
-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만트라는 기업들에 전에 없는 탐욕의 갈퀴를 쥐어줌. 젠슨과 메클링의 논문이 발표된 76년 주요기업들의 CEO가 받은 스톡옵션은 급여의 1%도 채 안됐음. 80년대와 90년대에 그 몫은 갑자기 치솟아 기업의 순소득 대비 CEO보상액은 8배 이사으로 뛰었음.
- 81년 의회는 신임 레이건 대통령에게 미국 슈퍼리치들에 대한 최고세율을 70%에서 50%로 삭감하는 세법안을 내놓음. 86년 의회는 다시 최고세율을 28%로 낮춤. 20년대에 앤드루 멜론이 축해했던 최고세율보다 겨우 3% 포인트 높은 비율. 81년과 86년의 세금인하로 나는 내가 워싱턴에서 하려던 것중 많은 것을 해냈다며 레이건은 자화자찬.
- 레이건은 86년 최고소득세율이 28%로 줄어들었을 때, 자신의 과업이 완수됐다고 생각했을 것임. 그러나 기업 경영진과 보수운동가들의 생각은 달랐음. 이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없애야 했음. 읻ㄹ은 국세청 감사원과 연방 직원안전감독관들을 해고. 이들은 뉴딜 금융규제를 와해시켜야 했음. 이들은 노동운동을 무력화해야 했음. 간단히 말해 금권주의를 되살려내야 했음. 이후 사반세기 동안 부의 선봉장들은 금권주의를 화려하게 복권시킴. 21세기는 이전 세기가 시작됐을 때처럼 놀라운 규모의 부와 권력이 미국 경제정상에 집중된 상태에서 시작. 어떤 면에서 21세기초의 슈퍼리치들은 선배들보다 한 수 위였음. 근대적 연방소득세가 발효된 1913년 미국의 최상위 0.1$는 전국 소득세의 8.6%를 차지. 미국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07년 이들 슈퍼리치는 거기에서 다시 절반이 추가된 12.3%를 소유. 금권주의자가 납자 엎드려 있던 1970년에 이들 최상위 0.1%가 보유하고 있던 소득은 전국 개인소득의 2.8%에 불과. 이후 21세기에 들어설 때까지 미국의 최고부자들의 소득은 4배 늘어남. 20세기 중반에 기업제국을 이끄는 사람들은 여유있고 풍요로운 부자였음. 20세기말에 같은 제국을 이끄는 사람들은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환상적인 부자였음.
- 20세기 중반을 분석하는 역사학자들은 되풀이될 확률이 거의 없는 특이한 역사적 환경이 중산층 시대라는 짧은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음. 세계대전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누진세를 통해 고소득 고세율을 실현하며 필요한 세입을 확보할 수 있었음. 대공황으로 사람들은 부자와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의심은 눈초리롤 보았고, 그를 바탕으로 대형노조를 부활시킬 수 있었음. 그리고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2차대전의 무서운 파괴력을 피해갈 수 있었음. 이런 특별한 환경이 없었다면 중산층 황금기를 상상이나 할수 있었을까? 전후에 미국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다 도전적인 국제경쟁력에 부딪혔다면 쉽게 디트로이트 조약에 서명하고 중산층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었을까? 미국이 거대한 부와 권력의 집중을 자본주의 체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라이벌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와 대치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엘리트 개혁가들이 고소득에 대한 고세율을 지지했을까?
- 최고세율과 최저임금을 묶는다면,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 한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고 굳는 돈은 더 많아질 것임. 그 결과 부자들과 힘 있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남다른 관심을 가질 것임. 우리는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연대경제를 촉진시킬 수 있음. 금권주의 경제에서는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착취해서 더 부자가 됨. 최고세율이 최저임금과 묶이는 연대경제에서 부자들은 가장 가난한 자들을 옹호해서 더욱 부유해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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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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