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경제 2026. 4. 30. 06:09

- 21세기 들어 일본,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철강사들이 고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며 US스틸은 점차 경쟁력을 상실했다. 노후화된 설비,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은 US스틸을 자력 생존조차 어려운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US스틸의 몰락은 미국 제조업의 붕괴를 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국산업 보호에 나섰다. 당시 미국의 산업화를 지켜봐온 보수층과 노동자들은 이러한 조치를 미국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미국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정당 지지율을 공고히 하는 일종의 정치적 전략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US스틸의 구조적 한계는 극복되지 못했다. 결국 2024년 11월. 일본의 철강 대기업 일본제철(Nippon Steel)은 141억 달러, 한화 약 19조 원에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 대다수는 외국 기업에 상징적 기업을 넘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미국 정치권과 국민 여론 반대로 인수 절차는 지지부진했고 지금도 이러한 교착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집권한 2025년 들어 인수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현재 분위기상 US스틸의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현재 여러 경제이슈들이 단순히 일개 기업과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외교적 논리와 결합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US스틸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M&A를 넘어 보호무역주의. 산업주권, 동맹국 간 갈등이 교차하는 복합적 상징이 되고 있다.
앞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을 비롯한 산업 품목에 대한 관세 규제는 국가안보와 산업주권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기치 아래 미국 산업화를 대표하는 기초산업과 제조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쓰일 것이다

- 트럼프 무역정책은 무엇이 다른가?
정리하자면 트럼프 1기의 무역정책은 관세를 지렛대로 한 전술적 압박에 가까웠다. 2018~2019년 사이 발동된 수백억 달러 규모의 관세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전역을 겨냥한 협상용 카드로 적극 활용됐다. '관세 부과ㆍ협상-철회 혹은 재부과'라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은 1기에 이어 2기에도 유효한 공식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트럼프 2기의 무역정책은 보다 구조적인 개편 전략에 가깝다. 그는 이제 관세를 협상 도구가 아닌 미국 산업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쓰고 있다.
보편관세(universal tariff)' 도입 구상이 대표적인 예시다. 특정 국가나 품목이 아닌,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WTO의 규범 자체를 무력화시키며 기존 자유무역 체계와의 정면충돌을 불사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트럼프 1기 시절 무역정책은 관세가 최소이며 최대였다
하지만 2기 들어와서는 정책 수단이 보다 다변화됐다. 기술수출 통제와 대외투자 제한, 공급망 재구성 정책은 트럼프 2기 무역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폭넓게 다뤄지고 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한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은 트럼프 체제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 중이다.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 첨단소재 등 미국 기술이 포함된 모든 품목에 대해 중국 수출이 제한된다. 여기에 네덜란드, 일본. 한국 등의 우방국의 기술기업들도 동참시켜 글로벌 기술 봉쇄망을 구축하고있다.
트럼프 1기의 무역정책이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일자리 회복에 집중했다면 2기의 정책은 보다 전략적인 목표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이제 '무역'을 단순한 경제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무역은 국가안보. 기술 패권. 산업주권. 글로벌 리더십과 직결된 전략 무기로 간주된다

-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9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증시 부양책 이후, 반도체 섹터는 투자자들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주도 산업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와 AI 반도체 설계 업체 캠브리콘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SMIC는 현재 중국 반도체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위기업으로 TSMC와의 거래가 차단된 화웨이 등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23년 한해 동안 약 전체 매출의 93%에 해당하는 10조 50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그 뒤에는 중국 정부가 든든히 버티고 있다
그 결과 SMIC는 2024년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5% 를 기록하며 대만의 UMC를 제치고 세계3위에 올라섰다.
이외에도 성숙 공정에 집중하는 화 홍반도체, 넥스칩 등 중국기업들이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며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견제는 중국의 기술 굴기에 분명한 제동을 걸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기술자립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반도체는 이제 양국 간 패권 경쟁의 전장이자 기술주권을 둘러싼 전략적 축의 중심에서 있다.

- 현대의 관세전쟁은 상품 가격의 문제가 아닌 '질서'의 문제로 치환해서 바라봐야 한다. 과거 미 . 소 냉전이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무력 패권 다툼이었다면,21세기의 냉전은 기술. 무역. 자원. 산업을 무대로 한 경제 전면전으로 바뀌었다. 관세는 이제 국가간 체제 충돌, 가치 경쟁, 기술 주도권 확보에서의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는 장치다. 그렇기에 이 전쟁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관세는 수단이자 구조이며 도구이자 선언이다. 그리고 국제질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패권의 바로미터'로 기능할 것이다.

- 미국과 유럽연합은 탄소중립(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강력히 추진했다. 전기차 보급,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에너지 저장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왔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하고자 2022년 이후 태양광 패널, 해상풍력 단지, 수소 인프라 구축을 핵심 국가 전략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각국은 일제히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유럽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요금 급등. 전력망 불안정. 탈탄소 인프라 구축 지연 등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는 일부 원전 재가동과 천연가스 기반의 과도기적 전략을 수립하며 정책 수정에 나섰다. 미국도 친환경 정책 위주였던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로 교체되며 선택의 기로에 섰다. 친환경정책과 관련 보조금 제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 특히 신재생에너지 역시 새로운 자원 의존 문제를 낳으며 주객전도의 문제가 발생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니켈. 코발트가 필요하고, 태양광과 풍력 설비에는 희토류 .실리콘. 구리 등이 대량으로 들어간다. 즉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친환경 전환'이 아니라 기존 화석연료 의존에서 새로운 전략광물 의존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희소 자원의 지정학적 편중은 또 다른 공급망 리스크를 낳으며 아이러니하게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시대에도 '자원 패권'의 경쟁은 멈추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은 탈탄소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자원 의존, 기술 내재화. 공급망 확보 전략을 요구한다. 향후 국제무역 질서와 안보 구도는 '탄소 기반에서 '광물 기반'으로 재편되며 경쟁의 축도 뒤바뀔 것이다.

- 다시 돌아오는 공장, 글로벌 제조업의 대이동
한때 글로벌 공급망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의 상징이었다.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찾아 국경을 넘는 생산은 20세기후반 세계화'의 핵심 엔진으로 제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전략 경쟁,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복합적 충격은 이를 완전히 깨트렸다.
팬데믹은 전 세계 물류 체계를 마비시겼고, 반도체와 마스크같은 핵심 품목의 공급 부족은 '공급망=국가안보'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어진 미.중 기술 갈등은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자산의 무기화를 현실화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식량. 금속 자원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은더 이상 '저비용과 속도'를 기준으로 설계되지 않는다. 이제 기업과 국가들은 단일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아예 생산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전략적 리쇼어링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재배치가 아닌, 산업정책과 안보 전략이 결합된 새로운 공급망 질서의 시작이다.

- 가장 적극적으로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는 미국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국 제조업 부활을 산업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칩스법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의 핵심 산업에 대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미국 내 생산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들은 단순한 유인책이 아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산 부품 사용,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조건으로 삼는 조건부 지원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사실상 전략산업 생태계 전체의 현지화를 요구했다.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애리조나. 조지아 등지에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이러한 흐름이 관세 회피 수단으로 전환돼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압박이 훨씬 강화됐다
미국 내 제조업 투자는 팬데믹 이후 주춤했지만. 2022년이후 급반등했다. 일자리 창출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제조업 회귀는 단순한 생산 회복을 넘어 기술력 확보, 지역균형 발전, 정치적 영향력 강화라는 다충적 전략의 결합이다
유럽 역시 독자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자국 산업의 전략화를 선언하며, 반도체∙배터리∙재생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 대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단행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그린딜 산업정책'을 통해 에너지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독일은 특히 첨단 제조업의 유럽 내 재정착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중이다

- 리쇼어링의 흐름과 함께 주목할 점은 차이나+1 전략의 확신이다.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되,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 지역으로 베트남, 인도, 멕시코가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애플 등은 이미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인도는 애플의 아이폰 생산 비중을 25%까지 확대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다만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전쟁이 이러한 차이나+1 전략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공급망은 국가 전략과 기업 생존의 핵심축으로 재정의 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생산 거점을 새롭게 짜고 있다. 비용이 아닌 안보. 속도가 아닌 자립, 효율이 아닌 복원력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제조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공장은 돌아오고 있다. 그 공장의 위치는 이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 그 자체다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의 85.9%가 중간재다. 무엇보다 우리 수출 최대 품목인 반도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은 생산업체에서 우리의 중간재 등을 조립해 완제품으로 미국에 수출한다. 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내 중국산 수요가 감소한다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겪는 타격은 대미 수출보다 대중 수출에서 2배 넘게 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년 NABO 경제전망> 내 '미국의 관세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5.9%, 대중 수출은 10.5% 감소할 것으로추정된다. 보고서는 한국이 미 관세로 인해 수출 감소를 겪는 것보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간접적인 충격 여파가 클 것으로 봤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3.1% 감소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가 5.9% 감소하는 데다 불확실성 요인이 더해져 총 10.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 트럼프가 던진 관세 폭탄에 전 세계가 혼돈과 충격에 빠져있던 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업을 구해낸 이가 바로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125% 상호관세를 매기면서 애플도 재정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애플은 아이패드의 80%. 맥 노트북의 6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그렇다고 중국에 매겨진 관세 폭탄을 피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애플의 매출 약 17%가 중국에서 발생되는 데다 매장 수십 곳을 운영 중인 만큼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에 처했던 애플은 트럼프가 수입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애플이 살아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애플을 '살려둔 것'을 두고 팀 쿡의 물밑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중국 관세가 아이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고, 백악관 고위인사들을 접촉하며 관세 예외 조치를 호소했다. 트럼프 취임식에 사비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트럼프와 스킨십에 공을 들였던 팀 쿡은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트럼프는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한 것에 대해 "내가 최근 팀 쿡을 도와줬다. 그가 나를 직접 만나러 온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한 바있다.
팀 쿡처럼 발 빠르게 스킨십을 늘리는 기업들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공화당 소속인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HMG워싱턴사무소장으로 선임했다. 아울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하기 전에 백악관을 찾아 대미 투자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이 트럼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손 회장도 백악관에서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스타게이트 사업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과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한국산 자동차에 특혜를 받지는 못했다.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미국 기업이 아니란 점이다. 백악관과 스킨십을 늘리더라도 애플처럼 특혜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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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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