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미식

etc 2023. 4. 6. 13:14

- 이 책은 지금까지 기후위기를 다룬 책들과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다르다. 첫 번째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아닌 '흡수를 증가 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이 본 격화되면서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60~70년이 걸리는 탄소배출 감소 활동뿐만 아니라 당장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직접 줄이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육지의 숲과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다양한 생명들이 이를 더 많이 저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식단을 최대한 식물성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 두 번째는 동물성 식품이 인류의 건강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것이다. 많은 기후학자나 활동가는 동물성 식품 섭취가 온실가스 증가에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고 언급하면서도, 인류에 게 필요한 농경지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거의 단정한다. 이는 인류에게 동물성 식품 섭취는 필수라는 전제를 하고 있기 때문 이다. 하지만 나는 현직 의사로서 인류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 하고 있는 비만, 심뇌혈관질환, 암, 자가면역질환, 치매 등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이 동물성 단백 질을 먹지 않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대기 중 온실 가스 감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 동물성 식 품을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과감하게 제안한다.
- 감귤류는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이라 온대기후인 우리나라 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 만 이런 감귤류 재배가 제주도도 아니고, 남부지역도 아닌 중 부지역에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이제 교과서의 내용이 바 뀌어야 할 판이다. 기존의 상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세종산 감귤류를 보면 양가감정이 든다.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맛 좋은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반갑지만, 본격화된 기후위기와 함께 찾아올 문제들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경남 진주에서 생산된 바나나를 봤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남미나 동남아시아에서 제대로 익 지도 않은 채 수확해 운송 중 후숙된 바나나와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게다가 유기농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나 매력적인 지역 생산 바나나를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반갑긴 했지만, 과연 이런 급격한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된다.
- 농업진흥청은 2100년까지 10년 단위로 기후변화 속도를 감안해 농작물의 재배 가능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22년 농업진흥청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00년이 되면 사과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할 수 있고, 배 와 복숭아, 포도는 2050년부터 재배 가능 지역이 급격히 감소 하며, 단감은 2080년대까지는 재배 가능 지역이 점진적으로 증 가하다 2090 년대 이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6대 과실류 중 유일하게 아열대작물인 감귤만 재배 가능 지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남해안 일대는 물론 강원도 해안가에서도 감귤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 각 지역의 특산물이 수십 년마다 바뀌는 것이다. 이는 올해 성공한 작물이 내년에는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라는 의미이기 도 하다. 기후위기가 본격화되고, 기후변동이 커질수록 농부들 은 점점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될 것 이다. 그나마 한국은 기후 예측이나 변화된 기후에 적합한 작 물 개발 등에 있어서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개 발 국가들에 비해 농업 성공 확률이 높을 순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 차원에서 농업 불안정성과 식량안보는 점점 심화될 수 밖에 없다.
- 기온 상승은 미생물 활동도 더욱 왕성하게 만든다. 상수원 의 녹조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녹조현상을 유발하 는 남세균(세균 중에서 유일하게 산소를 발생하는 광합성 세균)은 매우 강력한 간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해 다양한 독성물질을 만들 수 있어서, 녹조가 발생한 상수원의 물을 수 돗물로 이용하려면 수백억 원의 관리비가 드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브라질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에 오염된 물이 투석에 이용돼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녹조현상이 악화되면 고도정수처리시설의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의 한계농도는 수 백 피피비 (ppb) 수준이지만, 녹조가 심한 강물의 마이크로시스 틴 농도는 수천 피피비 (ppb)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가 심화되면 식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수영 등 수상레저활동 과정에서 녹조에 오염된 강이나 저수지의 물을 무의식적으로 섭취하거나, 녹조에 오염된 물에서 자라 체내에 독성물질이 축적된 민물고기를 섭취하게 될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2월에는 녹조에 오염된 낙동강과 금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한 논과 밭에서 재배된 쌀과 배추, 무에서도 정자 수 감소 및 난소 독성을 초래 할 수 있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지하수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는데, 이는 강물의 독소가 지하수까지 스며들었다는 것을 뜻 한다.
-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질환 피해 또한 기후위기와 함께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화석연료 사용이 감소해 배기가스와 미세먼지가 줄어들면, 대기 중 주된 오염물질은 꽃가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강수 량이 증가하면, 꽃가루 생산량과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도 늘어 나고, 꽃가루 단백질의 알레르기 촉발 능력도 커진다. 또한 풀 과 나무의 식생 변화에 따라 대기 중 꽃가루 분포도 역동적으 로 변하게 된다. 기온이 상승하면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이 증가하고, 폭우와 태풍으로 꽃봉오리가 일찍 터지면서 강풍에 꽃가루가 더 넓게 확산돼 중증 천식 환자가 더 많이 발생 한다는 보고도 있다. 꽃가루뿐만 아니라 진균포자도 기후위기 와 함께 증가해 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수십 년간 각종 꽃가루 알레르기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봄철에는 참나무, 느티나무, 측백나무, 자작나 무 등의 꽃가루가, 가을철엔 환삼덩굴, 쑥, 돼지풀, 잔디 꽃가루 등의 꽃가루가 주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미국의 경우 21세기 말엔 봄철 꽃가루 발생이 40일 앞당겨지고, 가을철 꽃가루 종료 시점이 15일 늦어져 총 꽃가루 발생량이 40퍼센트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아직 관련 연구가 부족 하지만, 비슷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레르기 비염, 천식과 같은 꽃가루 관련 호흡성 알레르기질환은 전 세 계 인구의 30퍼센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료비는 물론 결근, 결석, 조기사망과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초래하는 중 이다. 본격화된 기후위기와 함께 알레르기질환 관련 피해 또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탄소 예산(Carbon Budget)'은 누군가가 85세까지 생존한다고 했을 때, 평생 동안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을 뜻한다. 본격적으로 탄소배출이 제한되는 미래에 생의 대부분을 살게 될 세대에겐 그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전 세계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1950년에 태어난 사람 은 85세까지 살면서 333톤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이 앞으로 85세가 되는 2102년까지 산다 면 허용된 배출량은 43톤이다.13 1950년생과 비교했을 때 2017년 생의 탄소 예산은 무려 7.7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탄소 예산 격차는 그동안 탄소를 얼마나 많이 배출해왔느냐 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간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해온 미 국의 경우, 1950년생은 1,521톤을 배출할 수 있었지만, 2017년생 은 197톤만 배출해야 한다. 세계 평균과 동일하게 7.7분의 1로 줄여야 하지만 그 격차는 무려 1,324톤에 달한다. 이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인도의 경우 1950년생 64톤에서 2017년 생 13톤으로 4.9분의 1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지만, 절대적인 양은 51톤으로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카본브리프에서 분 석한 예시에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1인당 연간 탄소배 출이 한국과 유사한 러시아의 예를 통해 살펴보면, 2017년생의 탄소 예산은 98톤이다. 2018년 한국인 한 명이 12.2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017년생은 8살이 되면 허용된 탄소를 모두 소진해버리게 된다. 1.5도 미만 기온 상승 제한을 달성하려면 말이다.
이는 기성세대의 상식과 가치관이 미래 세대에게는 전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재산이 10분의 1로 줄어들 었는데, 과거처럼 흥청망청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에게 이 절망적인 현실을 알리고, 궁핍한 탄소 예산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미래 세대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따라가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도 싶다.
-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유엔무역개발회의에 가입한 1964년 한국의 탄 소발자국은 지구가 0.29개 필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 엔 지구가 3.86개 필요한 수준으로 53년간 13.3배 증가했다." 이 중 식단의 생태발자국은 지구 2.3개 수준으로 전체 생태발자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생태발자국이 지구 1개였던 때는 1978년으로, 이미 그 시절부터 한국인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의 생활을 해왔다. 지금은 그때보다 3.86배나 더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두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하나의 선택은, 우리는 지금처럼 생활하 면서 우리나라 인구의 4배 정도 되는 2억 명의 사람들에게 지 구가 0.29개 필요한 수준의 열악한 생활을 강요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관할하는 전체 지역의 생태발자국 평균을 지구가 1개 필요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현재 '에리트리아'라는 나라의 생태발자국이 지구가 0.32개 필요한 수준으로 가장 낮고, 북한의 생태발자국이 0.49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0.29라는 수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방대한 식민지를 건설해 노골적인 차별을 강요하면서 특권을 누리는 선택이다.
또 다른 선택은, 우리의 삶을 지구가 1개 필요한 수준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미래 세대의 제한된 탄소 예산을 감안하면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남은 고민은 어떤 속도로 지구 1개 수 준의 생태발자국에 도달할 것이냐다.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의 우수한 역량을 이제 제한된 탄소 예산에 적응하고,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면 전 세계가 참고할 만한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도전이고, 반드시 성공해야 할 도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는 자연스럽게 더 적은 탄소 예산, 더 적은 생태발자국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구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왜 이렇게 동물성 식품을 먹을 때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할까? 가축 사육을 위해 숲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28퍼센트를 숲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해왔는데, 숲이 사라지면 서 그만큼 대기에 남는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 렇게 육지의 숲이 흡수하는 탄소를 그린카본(Green Carbon)이라 부르기도 한다. 2007년부터 2016년 사이에 산림 손실로 매년 증가한 이산화탄소, 즉 손실된 그린카본의 양은 49억 톤에 달한다. 현재 인류는 빙하나 사막 등 불모지를 제외하고, 지구 지표면의 71퍼센트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이용하는 지 표면의 37퍼센트가 숲이고, 50퍼센트가 농지다. 그런데 이 농지의 77퍼센트가 가축용 방목지와 가축 사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고, 23퍼센트만이 인간이 직접 먹기 위한 작물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농지의 77퍼센트를 사용해 생산한 육류와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은 인류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단 18퍼센트만을 제공하고, 나머지 82퍼센트의 칼로리는 농지의 23퍼센트만 을 이용하여 생산한 식물성 식품이 제공하고 있다(그림 2 참조).
- 만약 인류가 동물성 식품에서 얻고 있는 18퍼센트의 칼로리 마저 식물성 식품에서 섭취하려면, 인간을 위해 식물성 작물을 경작하는 농지의 면적을 23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5퍼센트포 인트만 더 늘리면 된다. 23퍼센트의 농지에서 82퍼센트의 칼로 리를 생산할 수 있으니, 5퍼센트만 더 경작하면 남은 18퍼센트 의 칼로리를 더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재 인간이 경작하는 농지의 70퍼센트 가량을 숲과 자연으로 되돌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큰 폭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현재 산림이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건 1961년 이후 1인당 식물성 기름과 육류 섭취가 2배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팜유, 대두유, 유채씨유 등 식물성 기름과 고기와 동물성 식품 섭취가 늘면서 산림이 농지로 바뀌게 된 것이다. 현재 아마존 밀림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열대우림이 2002년부터 2019년 사이에 3분의 2가 사라졌다. 열대우림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아마존 밀림의 경우 파괴되는 숲의 80퍼센트가량이 축산과 관련 있다. 증가하는 식용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961년 부터 2018년 사이에 식용유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토지 면적도 3배가량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열대 우림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팜유 농장이 들어서고 있다.
- 사료와 식용유는 함께 생산된다
한편 식물성 기름 중 대두유는 특히 축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름을 짜고 난 부산물인 대두박이 가축 사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대두 수확량의 77퍼센트가 사료로, 13.2퍼센트는 식용유 생산을 위해 쓰이고 있다. 사용량이나 매 출을 기준으로 보면 가축 사료가 주산물이고, 식용유가 부산물 에 가깝다(그림 3 참조). 이렇게 가축 사료와 식용유 둘 다를 통 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가축 사료와 식용유는 과거보 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현대인, 특히 선진국 국민의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기름 섭취는 모두 급격하게 증가했다. 현재 사료로 사용하는 대두의 48퍼센트는 닭고기, 26.2퍼 센트는 돼지고기, 7.3퍼센트는 양식어류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의 식품 섭취량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1년 국내 최초의 대두 가공공장이 식용유를 생 산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 작했다. 섭취량 변화 그래프를 보면 식용유 섭취량과 동물성 식품 섭취량이 거의 동일한 양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사료를 매개로 한 식용유와 축산의 밀접한 관련성은 1990년 국내 식용유 업체의 대두박 재고가 넘쳐나면서 식용유 생산이 70퍼센트가량 감소한 '식용유 파동' 사태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축산물 수입 개방으로 인한 사료 수요 감소와 값싼 대두박 수입 자유화 등으로 인해 국산 대두박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식용유 업체의 대두박 창고가 더 이상의 대두박을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꽉 차 버렸다. 그 결과 식용유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도 식용유 업체는 식용유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1990년 식용유 파동은 식용유 업체의 주 생산물 이 식용유가 아닌 가축 사료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식용유 산업과 축산업은 서로 의존하며 함께 시장을 확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식용유 소비도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
- 2005년부터 2013년 사이 손실된 전 세계 숲의 41퍼센트는 소고기 생산을 위해, 13퍼센트 식물성 기름 생산을 위해 사라 졌다. 우리가, 특히 선진국 국민들이 지금처럼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기름을 섭취한다면,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식습관이 선 진국처럼 바뀌게 되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산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 진국을 중심으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기름 섭취를 획기적으 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 한편 가축의 밀집 사육은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도 유발한다. 비위생적인 비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 되는 가축들에게 항생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나 마찬가지 다. 사육밀도가 높은 만큼 항생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된 항생제의 80~90퍼센트 는 분뇨로 배설돼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축분비료가 살포 된 농지와 그 주변 하천도 오염시켜 사람이 의도치 않게 항생 제에 노출되거나, 해당 항생제에 죽지 않는 내성균만 살아남게 만드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가축분뇨의 항생물질을 조사한 결과, 돼지 축사에서 나온 유출수가 유입되는 지천에 돼지에게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 성분이 고농도로 검출되었다. 또한 금강으 로 유입되는 하천에서 시행한 잔류 의약품 조사에서도 돼지 축 산단지와 가까운 상류와, 가축분뇨로 비료를 만드는 공장 인근에서 가축 항생제의 농도가 높았다."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에서 가축에게 주로 사용되는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 및 설폰아마이드 계열 항생제가 고농도로 검출됐고, 퇴비를 뿌린 토양에서도 검출됐다. 이뿐 아니라 가축분뇨 퇴비를 뿌린 토양에 서는 설폰아마이드 계열 항생제에 관한 내성균과 내성 유전자가 모두 검출됐다." 세균들은 종이 다르더라도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주고받을 수 있어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가 가축분뇨를 통해 다양한 경로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
한편 가축에게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가축들의 건 강 유지뿐만 아니라,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치료 목적보다 매우 낮은 농도로 사료나 식수에 항생제를 첨가할 경 우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은 항생제가 발견된 1900년대 초 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아직까지 미량의 항생제가 성장 을 촉진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내 미생물의 변화 및 이에 대한 숙주의 면역반응 변화가 주된 원인일 것 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미량의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축에게서 관찰되는 변화가 비슷하게 발생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비만해지는 데 과연 가축들에게 무분별하게 사용한 항생제의 영향이 전혀 없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축사 및 축분비료 공장 주변 하천과 토 양이 가축 항생제에 오염되어 있고, 상수도 시설에서 항생제 성분을 제거하는 과정은 없기에 상수도를 통해 미량의 항생제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축산물 및 양식어 류에 잔류하는 항생제도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수돗물이 나 지하수, 토양, 축산물, 양식어류에서 검출되는 항생제의 양 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식수와 음식을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다 양한 항생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어떤 건강 영향이 있을 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에게 사 용하는 항생제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하듯이, 동물에게 사 용하는 항생제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육밀도를 획기적으 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음식 선택이 어떻게 환 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동물성 식품 섭취를 최 소화하려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래와 같은 대형 해양생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고래는 심해에서 먹잇감을 먹고, 표층 바다로 올라와 배설을 하며 해양의 영양분을 재분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덕분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양분을 얻어 이산화탄소를 활발히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고래와 같은 대형 해양생물은 평 생 몸에 저장했던 탄소를 깊은 바다에 저장해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한다.
큰 고래의 경우 약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할 수 있는데, 이는 나무 1,500그루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기온 상승을 1.5도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의 탄소 예산을 44톤으로 설정했던 것을 감한하 면, 고래 한 마리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33톤은 상당한 양이 다. 만약 사람이 태어날 때마다 고래 한 마리가 늘어난다면 미 래 세대의 탄소 예산은 44톤에서 77톤으로 75퍼센트가량 증가 할 수 있다. 어쩌면 고래의 개체수를 늘리는 게 미래 세대의 탄소 예산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고래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는 불과 수십 년 사이, 인간의 어업활동으로 급격히 황폐화되고 있다. 참치는 1961년 이후 어획량이 80퍼센트 감소했고, 태평양 정어리와 북대서양 대구 어획량도 95~99퍼센트 감소했다. 상어와 가오리의 개체수도 1970년 이후 71퍼센트 줄어들었다. 상어지느러미 요리에 대한 수요가 18배가량 증가하면서 지느러미가 잘린 후 바다에 버려 지는 상어도 늘어났다. 한국의 상황도 심각하다. 1980~90년대 흔했던 쥐치나 명태가 이제는 자취를 감췄고, 골뱅이는 2009년 이후 한반도에서 사라져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에 서식하는 어류의 종류가 바뀐 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과도한 남획이 개체수 감소의 주원인이다.
해양생태계는 매우 복잡한 먹이사슬로 엮여 있어서 다양한 종들의 균형이 중요하다. 가령 상어가 사라지면, 상어가 잡아 먹는 해초를 먹는 어류의 개체수가 증가해 해초의 양이 감소하 고, 최종적으로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인간의 어업활동으로 인해 상어처럼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의 4분의 3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어업활동으로 해양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 면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에 큰 타격을 입 을 수밖에 없다.
- 해양 블루카본을 지킬 수 있는 방법
한편 해양생물은 육상생물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대기 중 탄소의 흡수 및 저장과 관련하여 보 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육상동물은 죽은 후 분해되면, 몸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만, 해양생물은 죽은 후 바다에 가라앉아 자신에게 저장되어 있던 탄소를 수백에서 수 천년 이상 해저에 저장한다. 이렇게 해양생물들이 대기 중 이 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저에 저장하는 탄소를 '해양 블루카본 (Ocean Blue Carbon)'이라고 한다. 해양 블루카본은 해양생물들의 사체에서뿐만 아니라 생명 활동과 서로 간의 먹이그물 상호작용, 배설물의 해저 퇴적 등 모든 과정을 통해 해양에 탄소를 저 장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도 록 인간이 그 권리를 보장할 때 인간 또한 비로소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릴 수 있다. 해양 블루카본을 생각한다면, 해양생물 들은 더더욱 그들이 나고 자란 바다에서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 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생물을 바다에서 꺼내 육지에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모든 행위가 해양 블루카본을 대기로 방출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축산은 주로 연안에 발생하는 데드존과 관련이 큰데, 농지와 하천을 오염시킨 가축분뇨가 최종적으로 연안 바다로 흘러 들어가 녹조와 비슷한 적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녹조와 마찬 가지로 적조는 질소와 인의 과잉 유입에 의해 식물성 플랑크 톤이 과잉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그리고 증식된 식물성 플랑크 톤이 분해되면서 바닷속 산소가 고갈돼, 수많은 해양생물이 목 숨을 잃게 된다. 해양의 생명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데드존이 증 가하면 해양의 탄소흡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서남해 해안을 중심으로 매년 적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바다의 데드존을 줄이려면 육지에서부터 사육하는 가축 수를 줄여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음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메탄 을 내뿜는 소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리곤 소고기 대신 오메 가3가 풍부한 생선을 먹으려 한다. 하지만, 바다에 살고 있는 어류를 포함한 다양한 해양 동물을 먹는 것은 바다에 저장될 해양 블루카본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본다면, 육지든 바다든 모든 동물성 식품을 최대한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팜유 생산으로 인해 최소 193개의 멸종위기종이 영향을 받고 있다." 아울러 열대우림에서 소규모 농어업과 수렵, 채집으로 생존해왔던 소농과 토착민의 생존권도 위 협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alm-oil Free'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에서 다양한 위생용품과 가공식품에서 'Palm-oil Free' 라 벨이 붙은 제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Palm-oil Free' 제품들은 팜유 대신 건강과 친환경을 지키는 다른 종류의 식물성 기름을 사용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팜유 대신 다른 식물성 기 름을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인지 의문이다. 단위 면적당 기름 생산 량에 있어서 팜유를 따라올 작물이 없기 때문이다.
-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생산은 1961년 1,745만 톤에서 2014년 1억 7,327만 톤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식물성 기름 생산을 위 해 사용된 농지도 같은 기간 1억 1,136만 헥타르에서 3억 930만 헥타르 로 2.8배 늘어났다. 만약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수요 전체를 팜유로 공 급할 경우 7,697만 헥타르의 농지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2억 3,000만 헥타르가량의 농지를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된다.
반면 전체 식물성 기름 수요를 대두유로 공급할 경우 4억 8,676만 헥타르의 농지가 필요하고, 올리브오일로 공급할 경우 6억 4,226만헥타르, 코코넛오일로 공급할 경우 8억 4,669만 헥타르의 농지가 필요하다. 팜유 반대가 오히려 더 많은 산림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팜유 대신 다른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성 기름 사용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식 물성 기름이 과도하게 사용된 음식이나 가공식품을 줄이는 게 훌륭 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팜유와 다른 식물성 기름 생산과 관 련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비용을 생산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생산자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사업을 고민하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 도 필요하다.
- 로테르담 연구의 특별함은 기존 연구들과 달리 동물성 단백질을 좀 더 세분화해서 당뇨병 발생 위험을 평가한 점이다. 육류(소, 돼지, 닭 등),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 세 가지 유형의 동물 성 단백질은 모두 많이 먹을수록 당뇨병을 증가시켰다. 연구 결 과를 한국 상황에 맞게 다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밥 한 공기 를 안 먹는 대신 육류,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의 동물성 단백질을 더 먹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각각 174퍼센트, 349퍼센트, 86퍼센트 증가한다. 욕심을 더 많이 내 밥 두 공기를 안 먹는 대 신 육류,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의 동물성 단백질을 더 먹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각각 653퍼센트, 1,918퍼센트, 246퍼센트 증가한다. 결과가 어리둥절할 것이다. 체중감량을 하려고 탄수 화물을 줄이고 동물성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 건데, 이렇게 당 뇨병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니!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이미 한국 에서 발생했고,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로도 확인된다.
- 한국인의 쌀, 밀, 보리,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녹말 음식 하루 섭취량은 1973년 771.2 그램에서 2019년 460.3그램으 로 40퍼센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육류는 17.4그램에서 230.8그램으로 13.3배, 어패류는 94.8그램에서 156.3그램으로 1.6배, 우유 및 유제품은 8.4그램에서 29.1그램으로 3.5배 증가했다. 약 50년 동안 녹말 음식 섭취는 310.9그램 감소했고, 동 물성 식품 섭취는 295.6그램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인의 당 뇨병 유병률은 1970년대 2~3퍼센트 수준에서 2018년 13.8퍼센 트로 5배 이상, 즉 50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로테르담 연구에 서 확인한 결과들이 단지 이론적인 분석이 아니라, 이미 한국에서 벌어진 현상에 대한 훌륭한 설명인 것이다.
- 보통 단백질의 질은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실험동물에게 같은 양의 단백질을 먹였을 때 10일간 체중이 얼마나 증가하는가 로 평가한다. 체중이 많이 증가하면 질이 높은 것이고, 체중이 적게 증가하면 질이 낮은 것이다. 즉, 동물성 단백질을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체중이 금방 늘기 때문에 질이 높다고 하는 것 이고, 식물성 단백질은 많이 먹어도 체중이 잘 늘지 않기 때문 에 질이 낮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영양결핍으로 발육부진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이 이미 영양과잉으로 인한 비만 과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질환, 암 등이 만연한 상황 에선 더 이상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 체중을 빨리 증가하게 만들고, 성장을 촉진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질이 높다고 규정하는 건 인간을 공장식 축산의 가축과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량생산 시스템 안에서 제품을 생산할 양질의 노동력을 빨리 키워내는 것에 초점이 맞 춰진 영양학적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도살될 가축들 의 건강이 중요하지 않듯이, 이 노동자들이 중년 혹은 노년 이후에 어떻게 병에 걸려 죽게 되든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는 듯한 태도다.
- 2018년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소는 공동보고서를 통 해 키가 클수록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이 증가하는 게 확실하 며, 췌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신장암, 피부암 또한 아마도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대장암, 유방 암, 전립선암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에서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암이다. 2019년 한국인 2,28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키 가 5센티미터 클 때마다 평균 9퍼센트 모든 부위에서 암 발생 이 증가하고, 성별로 분석했을 때는 남녀 각각 5퍼센트, 11퍼센 트씩 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의 대부분 의 암이 키가 클수록 많이 발생했고, 이런 경향은 여성과 비흡연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큰 키가 흡연과 같은 강력한 발암물질을 압도할 만큼은 아니지만, 암 발생 증가와 분명한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영국 여성 100만 명을 9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키가 10센티미터 클 때마다 모든 종류의 암 발생이 평균 11퍼센트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물론 큰 키는 직접적인 위험인자라기보다는 유전자, 환경, 호르몬, 영양 등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 작용에 대한 지표다. 세계암연구기금은 큰 키와 암 발생 증가 의 중요한 연결고리로 키 성장을 촉진하는 IGF-1 (Insulin-like Growth Factor-1: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이라는 성장호르몬에 주목한다. 혈중 IGF-1 수준이 높을 경우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는 기능이 억제되고, 세포의 성장이 촉진돼 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 중 대표적으로 IGF-1 수준을 높이는 음식은 우유 및 유제품이다. 성장을 촉진 하는 붉은 육류도 유전자 돌연변이를 증가시켜 세포사멸을 감소하게 하고, 세포의 증식을 촉진해 암 발생률을 높인다. 즉, 소위 성장을 촉진한다고 알려진 육류와 우유가 정상적인 세포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까지 촉진해 키가 클수록 암 발생이 증가하는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 인슐린 저항성 상태의 악순환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호르몬이 다.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을 세포로 흡수시키고, 세포에 흡수 된 여분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체의 세포들이 인슐린에 내성 혹은 저항성을 보이 는 상태다. 이때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슐린이 필 요해진다. 한마디로 인슐린의 '약발'이 떨어져서 인슐린 농도를 더 높여야 하는 상태다. 이렇게 인슐린 농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지방조직, 간, 근육 내에 지방이 점점 더 많이 축적된다. 그뿐만 아니라 혈액 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준이 증가하고, 혈당도 조금씩 상승하며, 이로 인해 혈관 내 피세포의 기능도 떨어져 혈압도 상승하게 된다. 인슐린의 기능은 매우 다양해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되면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 외에 또 다른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슐린은 기본적으로 단당류, 지방산, 아미노산 등의 작은 분자를 다당류, 지방, 단백질, 핵산 등 큰 분자로 합성하고 저장 하는 동화호르몬이다. 동화 호르몬은 합성대사와 관련해 신체 기관의 구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될 때는 체내에 '분해와 관련된 대사과정이 억제되고, '합성'과 관 련된 대사과정이 촉진된다. 이런 과정은 인체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어려서부터 인슐린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 되면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체중 증가, 키 성장, 2차 성 징 등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에서 관찰된 청소년의 초경 연령 저하, 성조숙증, 소아비만 증가, 성 장기간 단축, 성장 속도 증가 등의 현상은 인슐린 저항성의 조기 발생과 관련이 있다.
- 인슐린 호르몬의 원래 기능
인슐린은 혈당을 세포에 흡수시켜 지방합성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기능 이외에도 식사를 통해 흡수된 아미노산을 세포에 합성시켜 단백질과 DNA 복제를 촉진해 세포의 증식과 분열을 가속화한다. 또 세포막의 성분인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하고, 손상된 세포의 자가포식(Autophagy)을 억제하고, 위산 분비를 돕고, 신장의 나트륨 배설을 막고, 식욕을 참는 등의 기능을 한다. 모두 생존 및 성장과 관련 있는 기능들이다.
하지만 세포들이 인슐린에 저항하기 시작하면, 필요 이상 으로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기 시작하면서 비만과 체지방 증가, 지방간, 고지혈증, 고혈압, 암세포 증식 촉진, 면역력 및 회복력 저하, 동맥경화 등의 문제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모두 앞서 언 급한 다양한 만성질환과 관련 있는 현상들이다.
-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은 먹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가 먹는 음식들의 영양소 중 지방은 가장 먼저 세포에 흡수되어 지방 창고로 들어간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우리가 먹은 지방은 혈액 으로 흡수된 후 10분 이내에 세포로 흡수되어 혈액에서 사라진 다. 반면 포도당과 아미노산은 바로 세포로 들어갈 수 없고 인 슐린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의 가장 1차적인 원인은 과도한 지방 섭취라고 볼 수 있 다.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그 지 방이 세포들의 인슐린 민감성을 떨어뜨려 더 많은 인슐린이 분 비되도록 만든다. 따라서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하게 만들고 민 감성을 높이려면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세포 내에 지방 창고가 포화되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끔 일시적으로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더라도 금방 적절한 수준으로 떨어져 만성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식사 때마다 지방과 설탕, 동물성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세포 내 지방 창고의포화상태가 지속돼 세포들이 인슐린에 저항하는 상태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몸은 필요 이상으로 높은 인슐린 에 의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런 상태가 수 십 년 이어지면 사망을 초래할 정도의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세포의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 혹은 저항성은 세포 안에 있 는 지방 창고가 얼마나 가득 차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세포 안의 지방 창고가 지방으로 가득 차 있으면 세포는 혈당 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혈당을 흡수해 도 지방으로 저장할 수 없으니 세포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몸 전체 입장에서는 혈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은 위험하다. 과도하게 많이 떠도는 혈당이 단백질과 결합해 변성을 초래하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 문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이런 상황이 되면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서 세포 안으로 혈당을 더욱 꾸역꾸역 흡수시키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다.
-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동물성 단백질
그다음으로 중요한 인슐린 분비의 원인은 설탕과 같은 단 순당과 동물성 단백질이다. 설탕과 같은 단순당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만 성질환 관리를 위해 설탕 섭취를 줄이는 건 이미 상식이 되었 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이유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지방과 설탕,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단 관리를 하더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계속 먹다 보니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설탕 수준으로 인슐린을 분비시키기에, 우리가 설탕을 피하려 노력하는 만큼 동물성 단백질도 피하려 노력해야 한다.
지방이 없는 소고기 안심을 먹으면 인슐린이 공복 상태의 3배 까지 증가하고, 혈중 중성지방도 60mg/dl 증가한다." 코티지치 즈도 인슐린을 공복 상태의 3배 이상으로 높이고, 달걀흰자도 인슐린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 다양한 동물성 단백질의 인슐 린 분비 효과를 비교했을 때 인슐린 분비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유청이었고, 그다음은 참치, 칠면조, 달걀흰자 순이었다." 유청 은 우유의 액체 성분 단백질로 단백질 보충제의 핵심 성분 중 하나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근육량이 단기간에 더 빨리 증가하는 것은 유청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들어, 세포 로 아미노산 유입을 증가시키고, 근육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이 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등의 인슐린 저 항성 관련 다양한 건강 문제들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열심히 운동하고, 닭가슴살, 달걀, 단백질 보충제 등을 챙겨 먹으면서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량을 늘렸지만, 콜레스테롤, 혈 당, 혈압, 간효소 수치 등이 상승한 사례를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되는 이유가 바로 동물성 단백질의 인슐린 분비 촉진 효과 때문이다.
- 공교롭게도 인간의 건강을 위한 식단은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모든 인류가 실천해야 할 식단이기도 하다. 동물성 단백질 과식용유, 설탕을 배제한 식단은 최근 '자연식물식 (Whole Food, Plant-Based diet, WFPB diet)'으로 불리고 있다. 건강 악화에 의해 서든, 기후위기 관련 재앙에 의해서든, 생명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식단을 자연식물식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 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 최근 알츠하이머병이 '뇌에 발생하는 당뇨병' 혹은 '제3형 당뇨병'이라는 가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당 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인 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당뇨병을 정 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알츠하 이머병이 뇌에 발생하는 당뇨병이라는 가설은 매우 희망적이다. 인 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행동만 중단하면 뇌에 발생하는 인슐린 저 항성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은 많은 공통점이 보고되고 있다. 역학적으로도 당뇨병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소견인 '아밀로이드 판'이나 '신경섬유매듭이 당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흔하게 발견되고, 당뇨병 환자의 췌장에서도 관찰된다. 그리고 일부 당뇨병 치료제가 알츠하 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본격적인 증상이 발생하기 최소 30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늦더라도 30대부터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이 되는 지방이 많고, 당분이 많고, 동물성 단백질이 많은 식단을 중단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미 30대가 지났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언제 시작하든 분명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슐린 저항성은 뇌혈관의 동맥경화도 초래해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식단을 동물성 단백질과 식용유, 설탕을 배제한 자연식물식으로 바꾸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둘 다를 예방할 수 있다. 치매에 대한 절망적인 전망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의 생활을 바꿔나간다면 얼마든지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다.
- 네덜란드의 기후미식 식이지침
아직 한국은 기후위기를 감안해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 이 낯설지만, 기후위기 및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한 나라들은 본격적으로 음식이 기후위기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식이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즉 기후미 식 식이지침이 국가 차원에서 권고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네덜란드 영양센터(Netherlands Nutrition Centre)는 네 덜란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육류 섭취를 일주일에 최대 2회 500그램 미만으로 제한하는 식이지침을 발표했다. 육류에는 닭 고기와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이 포함되는데, 이 중 붉은 육 류는 일주일에 최대 300그램으로 보다 엄격하게 섭취를 제한했 다. 육류뿐만 아니라 어류, 달걀, 유제품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의 섭취도 제한했다. 달걀은 일주일에 최대 3개 150그램, 어류는 일 주일에 1회 125그램, 유제품은 하루에 2~3회로 제한했다. 대신 견과류, 콩류 등 식물성 식품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권 했다' 이렇게 육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제한 하는 식이지침이 네덜란드 역사상 최초로 발표될 수 있었던 이 유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판단 기준에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지속가능성, 동물복지, 공정거래 등의 요소들도 추가로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영양센터의 새로운 식이지침은 식품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더 현명하고,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네덜란드 식이지침 이전에도 일부 국가에서 온실가스를 고려한 육류 섭취를 제한해 야 한다는 내용의 식이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처럼 모든 동물성 식품에 대한 상한선을 제시한 가이드는 없었다.
- 네덜란드와 캐나다 외에도 스웨덴,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의 식이지침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주로 육류를 일주일에 500그램 넘지 않게 섭취하라는 내용에 국한되어 있다. 이 중 영국은 좀 더 적극적인데, 단백질 식품 예시에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콩이 나 견과류 등 식물성 식품을 눈에 띄게 배치하고, 유제품과 함 께 식물성 우유로 대체 음료를 제시하는 등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식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반면 미국과 독일, 일본의 식이지침에는 지속가능성 및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육류 섭취를 제한하라는 권고도 없 다. 독일의 경우 지속가능성에 대한 애매한 언급만 있을 뿐, 실 질적인 내용이 없고, 미국의 경우 2015년에 최초로 지속가능성 을 고려한 식이 가이드 초안이 제출됐으나 축산업계의 반발로 삭제됐고, 2020년에 발표한 식이지침에도 여전히 지속가능성 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식이지침 내용과 식이 지침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했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는 유엔식량농업기구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은 가축 사료의 주원료인 대두박과 옥수수의 대부분을 남미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두박의 87.5퍼센트를 브라질에서, 옥수수의 36.3퍼센트와 32.9퍼센트를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 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참고로 밀의 50.6퍼센트는 우크라이나 에서 수입한다(2015년 기준). 만약 한국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 로 동물성 식품을 소비한다면 중남미 지역의 탈탄소 및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농업 및 축산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비율이 적은 이 유는 이렇게 사료 생산을 위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남미 지역에 외주를 준 덕분이다. 우리가 고기나 해산물을 먹는다면 당장 우리 국경 내에서 그 피해가 크지 않더라도, 지구 어딘가에 선 그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중남미 지역 사람들의 탈탄 소 정책, 일자리 창출 정책에 연대하는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동물성 식품에 관한 지출의 최소 3분의 2를 과감하게 식물성 식품에 관한 지출로 전환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 지구적인 축산업 축소 압력에 떠밀려 허겁지겁 대응하기보다 는 축산업 종사자들이 충격을 덜 받으면서 일자리를 바꾸게 하는 방안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탈 동물성과 관련된 이 모든 과정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경제와 더불어 정부의 탈탄 소 정책, 그린뉴딜 정책의 중요한 영역으로 포함되어야만 한다.
- 한국의 생태발자국이 1978년에 지구가 1개 필요한 정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970년 한국인의 식단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따라 하더라도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식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생태발자국이 현재의 3~4분의 1 수준이었 다고 해서 당시 한국인이 굶주렸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한국 인이 하루에 섭취했던 칼로리는 3,000칼로리로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칼로리만 놓고 보면 이미 2000년대 수준만큼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에 생태 발자국이 적었던 이유는 칼로리의 70~80퍼센트를 곡식과 녹 말 음식으로 섭취하고, 동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하던 칼로리는 고작 5~6퍼센트 수준일 정도로 칼로리의 대부분을 식물성 식 품으로 섭취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이 동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칼로리는 19퍼센트로 이전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 다. 생태발자국 증가폭과도 매우 유사하다. 1970년대 한국인의 식단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고봉밥에 채소 반찬'이다. 기후위 기 시대에 우리가 전 세계에 한식, 'K-푸드'로 소개할 식단의 기 본 특징은 '충분한 양의 밥' 혹은 '녹말 음식과 채소 반찬'이어야 한다. 
- 다양한 밥
한국은 곡식과 녹말 음식을 먹는 방식도 매우 독보적이다. 곡식을 가루내지 않고 알곡째 삶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볶음밥과 같이 추가적인 조리를 하지 않는 경우엔 일반적으로 기름도 쓰지 않는다. 반면 밀이나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곡식을 가루내 다양한 형태의 빵을 만들어 먹고, 쌀을 주식으로 먹는 지역에서도 기름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가 많다. 이런 특징은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 녹말 음식을 먹는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녹말 음식을 그냥 삶거나 찌거나 구워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튀기거나 볶아서 먹는 것은 최근의 먹는 방법이다. 즉 한국은 전통적으로 곡식과 녹말 음식을 자연 상태에 가까운 방식으로 먹어왔다.
또한 한국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곡식을 조리해 먹어왔다. 쌀 에 보리, 귀리, 수수, 조, 기장, 율무 등 다양한 곡식을 섞어서 지은 밥이나, 검은콩, 강낭콩, 완두콩, 팥 등 다양한 콩류를 섞어서 지은 밥을 먹기도 했다. 심지어 곤드레, 시래기, 취나물, 참나물, 콩나물, 부지깽이, 두릅, 무 등 다양한 채소를 넣거나, 감자, 고구 마, 옥수수, 은행, 밤, 대추 등을 넣어서 지은 밥을 먹기도 했다. 섞는 재료에 따라 밥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진다. 이런 다양한 밥 에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등 적당량의 소스를 넣어 비벼 먹기 만 해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가루 내어 빵을 만들거나, 튀기거나 볶지 않더라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 상태의 곡 식과 녹말 음식을 먹어온 전통이야말로 전 세계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전환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한식의 특장점이다.
- 서구 문화권에서는 신선한 생채소를 주로 샐러드 형태로 먹는다면, 한국에서는 다양한 잎채소를 씻기만 한 후 밥이나 여 러 음식을 넣어서 쌈 형태로 먹는다. 어떨 땐 쌈 채소만 쌈장 을 찍어서 먹거나, 그냥 쌈 채소만 먹기도 한다. 또한 쌈을 먹을 때 풋고추, 당근, 오이 등의 채소들을 함께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다양한 채소들을 더 많이 먹게 된다. 한편 샐러드를 먹을 때 뿌려 먹는 드레싱엔 보통 상당량의 기름과 설탕 이 들어가지만, 쌈에 곁들여 먹는 쌈장은 보통 기름과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좀 더 건강한 소스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적으로 쌈은 샐러드보다 좀 더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채소를 먹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자연식물식의 식품 구분을 보면서 사과를 껍질째 씹어 먹는 것과, 사과를 껍질째 갈아서 스무디 형태로 먹는 건 섭취하 는 영양 성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에 이 둘을 구분해야 하 나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양 성분이 같더라도 먹는 방 법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 가령 사과 를 먹으면 대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부위의 암 발생 위험이 감 소하지만, 식이섬유가 제거된 사과주스를 마시면 오히려 대장 암, 유방암을 비롯한 다양한 부위의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사과주스는 식이섬유가 제거되는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적인 당분 음료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 반면 사과 스무디는 다행히 식이섬유가 있어 사과주스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사과만큼의 암 예방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과를 씹어 먹으면 보통 10분 정 도 천천히 먹게 되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고, 인슐린도 조금 씩 분비되지만, 스무디 형태로 먹으면 1~2분 이내에 마시게 돼,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인슐린도 과량 분비되면서 다양한 부 작용이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사과를 비롯한 다양한 과일은 될 수 있으면 껍질째 자연식품 상태로 먹는 것이 가장 좋고, 스무디 형태로 마실 때는 5~10분에 걸쳐 한 모금씩 오물오물 씹으며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과일 스무디를 먹을 때 외에도 천천히 잘근잘근 씹어 먹는 건 언제나 유용하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모든 음식을 1~2밀리 미터 크기가 될 때까지 입에서 잘근잘근 씹은 다음에 삼키는 게 좋다. 이렇게 작게 씹은 후 삼키면 자연스럽게 천천히 먹게 되고, 음식이 위에 불필요하게 머무는 시간이 줄어 소화불량, 가스팽만, 속쓰림, 식도역류 등의 소화기계 증상을 덜 겪게 된 다. 따라서 식품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천천히 씹어먹는 것 또한 자연식물식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에 식물성 식품을 자주 먹지 않은 사람들은 자 연식물식을 시도할 때 소화불량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연식물식이 체질상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 소화기 관이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3주 더 의식적으로 잘근잘 근 씹은 후 삼키는 연습을 하다 보면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적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각이 되살아나 다 양한 자연 상태 식물성 식품들 본연의 맛을 온전히 느끼며 자 연식물식의 즐거움을 더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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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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