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글로벌 그린뉴딜

-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전후 초기는 인류 생존의 두 번째 위협에서 전환점이 됐습니다. 지질학자들은 보통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초기를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작으로 간주합니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환경에 심대하고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새로운 지질 연대로, 가장 최근에는 2019년 5월 국제층서학회 인류세 실무 그룹이 이를 공식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 재앙 위협의 심각성과 절박함을 알려주는 증거가 차고 넘쳐, 곧 살펴보겠 지만 극단적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조차 조용히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 핵전쟁과 기후변화, 이 두 존재 위기는 서로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호주의 기후학자 앤드루 글릭슨이 내놓은 답은 간단합니다. “전 지구적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기후학 자만의 몫이 아니며 국방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럼에도 세계는 여전히 해마다 1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보호하는 데 투입돼야 할 재원이다. 중국해와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심각 한 분쟁이 발생할 징후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구는 누가 지켜낼 것인가?”
- 2019년 작고한 마틴 와이츠먼 Martin Weitzman 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연구에 기여했습니다. 2015년 거노트 와 그너Gernot Wagner와 공동 집필한 『기후 쇼크 Climate Shock』에서 와이 츠먼은 “기후변화를 둘러싼 뿌리 깊은 불확실성 위에는 뿌리 깊 은 불확실성이, 그 위에는 훨씬 더 뿌리 깊은 불확실성이 도사리 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이츠먼과 와그너는 이런 비유를 들어 그 같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만약 현재 우리 문명을 바꿔놓을 소행성이 지금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고 향후 10년 내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5퍼센트라면, 틀림없이 우리는 소행성의 경로를 바꾸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같은 소행성이 100년 뒤에 지구로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정확히 어떤 행동 방침을 따라야 할지를 놓고 다투며 몇 년을 더 허비할지도 모르지만 다음과 같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길어봐야 10년 내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앞으로 90년은 더 느긋하게 쉬어도 좋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90년 뒤면 기술이 그만큼 좋아질 테니 91년이나 92년쯤은 손놓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아도 여전히 무사할 것이 라고 자신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행동하려고, 그것도 신속 하게 행동하려고 할 것이다. 향후 90년 내에 기술이 향상된다 해도 상관없다. 향후 90년 내에 소행성의 정확한 경로에 대해 좀 더 많 은 사실을 알게 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우리가 줄곧 추정해온 5퍼센트가 아니라 4퍼센트에 불과할지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 여기서 우리는 1950년대 미국의 노동계가 내린 뼈아픈 결정 을 만나게 됩니다. 당시 미국 노동계는 노사 협조주의를 택해서 기업 경영진과 협상을 통해 급여와 후생복리를 얻어내는 대신 근로 현장에 대한 통제력과 폭넓은 사회 개혁을 포기합니다. 미 국 노동계 지도자들의 이 같은 결정은 캐나다 노동조합들이 노동자 자신뿐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을 얻어내기 위한 투쟁을 택한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뚜렷합니다. 캐나다는 제대로 작동하는 의료보험 제도를 보유한 반면, 미국은 의료비는 비슷한 나라들보다 두 배가량 비싼데 그에 따 른 결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제적 수치를 떠안고 있습니 다. 이 지경이 된 데는 비효율과 관료화, 대부분 민영화된 미국 의료 시스템의 영리 추구 탓이 큽니다. 노사 협조주의를 택함으로써 미국의 노동계 지도자들은 앞서 소개한 웨스트버지니아의 광산 노동자를 비롯해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언제든 합의를 깰 수 있는 기업 소유주들의 처분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존재로 전락시켰습니다. 역시나 기업 소유주들은 예상대로 행동했죠.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자 이들의 전횡이 극적으로 표출됐습니다. 1978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덕 프레이저 회장은 노조 지도자들이 계급투쟁을 포기 하기로 합의했지만 경영자 계급은 결코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침내 인정합니다. 프레이저는 “재계 지도자들이 이 나 라에서 일방적 계급투쟁, 노동자와 실업자, 저소득층, 소수집단, 어린아이와 노인, 그리고 심지어 우리 사회의 많은 중산층과 맞서 투쟁을 벌이는 길을 택했으며 “앞서 성장과 발전의 시대에 존재했던 문서화되지 않은 허술한 합의를 파기했다”고 비난했습니다.
- 자본주의의 번영은 분명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고 기계를 돌리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CO2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역시 따라서 산업자본주의의 출현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련성이 17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 초반까 지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제조업 자본가 대부분이 기계를 돌리 기 위한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게 된 것에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 다. 정확히는 1830년대 영국에서 면화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제품 생산에 석탄이 집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석탄은 수력을 대체하며 제조업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었습니다. 1850년 무렵이 되자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CO2 배출량의 60퍼센트가 영국에서 석탄을 태울 때 발 생했습니다.
-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이 화석 자본Fossil Capital를 비롯한 여러 저술에서 상세히 설명했듯 19세기 초 영국의 제조업체들이 수차 대신 석탄과 증기기관으로 전환한 것은 석탄과 증기기관이 수력의 대안으로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 아니었 고 더 깨끗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사실 수력이 가격 은 더 저렴했고, 수력으로 기계를 돌리는 기술도 더 발전된 상태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석탄과 증기력의 압도적 장점은 특정한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력은 강한 물줄기가 위치한 곳 인근에서만 얻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석탄을 사용하 면서부터는 석탄을 운송해서 태울 수 있는 곳 어디든 제조업체를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덕에 기업들이 사람들을 공장으로 일하러 오게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졌죠. 잘 알려진 대로 당시 근로 환경은 대부분 지독히도 형편없었으니까요. 말름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조업체가 계곡 사이로 흐르거나 좁은 강폭을 끼고 도는 강한 물 줄기를 찾아내더라도 공장에서 일할 마음이 있는 지역 사람들까지 만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한 지붕 아래 모여 관리자의 엄격 한 통제를 받으며 기계 앞에 앉아 정확히 시간을 지키면서 장시간 일을 할 기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특히 시골 사람들에게는 혐오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반면 말름은 이런 설명도 덧붙입니다.
증기는 도시로 가는 차표 같은 것으로, 그곳에는 풍부한 노동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증기기관은 절실히 필요한 에너지를 담을 새로 운 저장 수단을 제공해주지는 못해도 이용 가능한 노동력에 접근 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는 끊임없이 흐르는 수력의 풍부함과 제 렴한 가격, 기술적 우위를 능가하기에 충분한 장점이 됐다.
- 화석연료 자본가 개개인의 이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분명 화석연료 기업들은 향후 30년 내에 전부 문을 닫거나 아니면 적어도 크게 규모를 줄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이용 가능한 최선의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이 민간 기업들이 보유한 태울 수 없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의 매장량은 약 3조 달러어치에 달합니다. 지구의 기후를 안정시킬 제대로 된 기회를 가지려면 이 매장량은 절대 태우면 안 되고 이를 통해 자본 가들의 이익으로 전환돼서도 안 됩니다. 물론 화석연료 기업들은 아직 땅 밑에 묻혀 있는 이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를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길 권리를 찾으려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화석연료 기업들이 실제로 3조 달러에 달하는 태울 수 없는 자산을 팔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세계경제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는 점 또한 이해해야 합니다. 간단한 숫자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3조 달러는 분명 엄청난 돈입니다.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3조 달러는 모든 자산과 미지불 부채 자산의 가치를 합친 전 세계 민간 금융자산 총액 317조 달러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 소유 화석연료 자산 가치의 예상 감소액 3조 달러는 단번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날 전망입니다. 평균적으로는 매년 1000억 달러의 자산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전 세계 금융시장 현 재 가치의 0.0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반면 2007~09년 미국 주택 가격 거품과 뒤이은 금융 붕괴의 결과 미국의 주택 소유자들은 2000년 한 해에만 16조 달러의 자산 가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직면할 연간 손실의 160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화석연료 자산 가치가 20~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 이라는 사실은 화석연료 기업을 소유한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팔아 돈을 다른 주식으로 옮길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민간 화석연료 기업의 금융시장 가치는 향후 20~30년 동안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기후 안정화를 이룰 가망이 조금이라도 있으려면 절대 태워서는 안 되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매장량의 가치는 3조 달러에 달합니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죠. 하지만 앞서 논했듯 태워서는 안 되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의 기업 소유와 관련된 이 기업 가치 3조 달러는 향후 약 30년에 걸쳐 꽤 서서히 감소할 것입니다. 이는 화석연료 기업의 가치가 연평균 1000억달러 감소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많은 돈이지만 2019년 기준으 로 317조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금융시장 전체 가치에 비하면 아주 적은 액수에 불과합니다. 이 연평균 1000억 달러 감소는 따라서 전 세계 금융시장 현재 가치의 약 0.03퍼센트에 해당합니 다. 이 같은 수치들을 고려할 때 꽤 영리한 금융 투자자라면 화석연료 산업에서 발을 빼 다른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할 때가 됐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 돈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야 하나?
기본적인 공정성 기준이 글로벌 그린 뉴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이 질문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1. 돌이켜 보면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서유럽, 유럽, 일본, 호주 같은 고소득 국가들에게 대기를 온실가스 배출물로 가득 채워 기후변화를 야기한 주된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들이 글로벌 그린 뉴딜의 재원 조달의 주된 책임을 떠맡아야 합니다.
2. 이 같은 역사적 관점에서 현재로 돌아와 보면, 모든 국가와 지역의 고소득층이 현재 어느 누구보다 훨씬 더 큰 탄소 발자국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5년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소득 상위 10퍼센트의 평균 탄소 발자국이 하위 10퍼센트보다 60배 더 큽니다. 세계 최상위 1퍼센트 부유층은 하위 10퍼센트보다 175배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3. 글로벌 그린 뉴딜의 선행 투자 비용은 실질적이고 상당한 규모로, 해마다 전 세계 GDP의 약 2.5퍼센트에 달해 앞서 살펴본 대로 2024년에는 2조 6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 효율 수준의 극적인 향상 과 함께 평균 가격이 화석연료나 원자력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청정에너지를 점점 더 저렴한 가격에 풍족하게 공급함으로써 투입한 비용만큼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공정한 전환 논의에 포함해야 할 또 다른 영역은 현재 화석연료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공동체를 위한 재투자와 포괄적 지원 입니다. 이 공동체들은 화석연료 산업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폐광을 비롯해 버려지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현장 주 변 땅을 정화하고 복구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정책으로는 부지 의 용도 변경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석탄, 철강 및 화 학 산업의 본고장이었던 루르 밸리는 성공적인 용도 변경의 두 드러진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래로 이 지역은 새로 은 청정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산업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지역의 용도 변경 계획의 주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독일 탄광회사 RAG AG로, 이 회사는 프로스퍼-하니엘 광산을 발전 용량 200메가와트 규모의 양수식 수력발전소로 전환하는 작업 을 진행 중입니다. 용도 변경된 시설은 라인-베스트팔리아 북부 의 40만 가구 이상에 전기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용량을 가진 ‘거대한 배터리'로 기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