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가게가 붐비는 정도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이 문제와 관련한 게임 이론 중 ‘엘 파롤 바 문제 The El Farol bar problem’라 불리는 연구가 있다. 엘 파롤은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있는 유명한 바 이름 이다. 작은 가게이므로 좌석 수의 60%까지만 손님이 차면 모든 손님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지만, 그 이상 좌석이 차서 혼잡해지면 손님 모두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손님은 가게가 어느 정도 붐비는지 가게에 오기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다른 손님이 올지 안 올지도 알 수 없다. 바에 와서 편안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또 올 것이다. 한편 불쾌감을 느꼈던 사람은 당분간은 바에 갈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붐비는 정도가 정원의 60%까지였을 때 왔던 손님은 다음에도 다시 가고 싶다. 고 생각할 것이고, 60% 이상일 때 왔던 손님은 당분간 가게에 가지 않 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모든 손님이 이전에 바를 방문했을 때의 즐거움이나 불쾌함만을 기준으로 재방문한다면 가게 혼잡도는 매일 변동이 심할 것이다. 이전에 바를 기분 좋게 느꼈던 사람은 반드시 다음 날 다시 온다', '불쾌하다’고 느낀 사람은 반드시 다음 1주간은 바를 방 문하지 않으며 그 이후에 온다’는 법칙에 따를 때 바의 혼잡도는 격렬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이처럼 모두가 같은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고 가정하면 바의 혼잡도는 매우 혼잡하거나 매우 한산한 것처럼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확률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에 기분 좋게 느꼈던 사람은 다음 날 높은 확률로 가게에 다시 온다. 불쾌감을 느꼈던 사람은 다음 날 낮은 확률로 가게에 온다. 이렇게 통계사고에 따라 손님이 확률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를 설정하면, 바의 혼잡도는 서서히 좌석수의 60%에 수렴하게 된다. 실제로 검증 실험을 해본 결과 혼잡도는 60% 정도에 도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손님 개개인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다음 선택을 하지만, 이에 한정되지 않고 확률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적당한 균형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 힘들게 고생해 조금씩 번 돈보다 운 좋게 번 돈을 한 번에 쓰기 쉽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라고 한다. '하우스'는 카지노 같은 도박장을 뜻하며, 도박으로 번 돈은 대부분 대담하게 써버리므로 하우스 머니 효과라고 부른다. 자산을 도박이나 투기적으로 운용할 때는 하우스 머니 효과에 주의해야 한다.
- 줄곧 손해가 계속됐으니 다음에는 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한다. 환율이 며칠 동안 계속 하락한 뒤에는 슬슬 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통계학에서 볼 때나 경제학에서 볼 때도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하우스 머니 효과에 도박사의 오류가 더해지면 투기로 인한 비극이 쉽게 일어난다. 이런 비극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으며, 소설, 텔레비전드라마, 영화 등의 소재로 수없이 사용됐다. 투기를 시작할 때는 당연히 마음 속으로 애써 번 돈과 운 좋게 번 돈을 나눠 놨을 것이다. 그럼 에도 투기로 손해를 보게 되면 “힘들게 벌었는 운 좋게 벌었는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야!”라며 힘들게 번 돈과 운 좋게 번 돈의 경계를 제멋 대로 허물어 버린다. 동시에 손해가 계속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한층 더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
- 집단사고와 집단지성의 차이점은 집단의 결속력이 강한지 여부에 있다. 앞서 살펴본 회의에서 한 발언을 예로 살펴보자. 집단사고가 발생 하는 상황에서는 집단 내의 결속이 지나치게 강해서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가 없다. 또한 안건을 의논한 뒤 결정할 때는 만장일치일 때가 많다.그에 비해 집단지성이 동작하는 집단에서는 집단 내 결속의 강도가 적절하므로, 구성원 개인이 스스로 의논할 안건을 검토함으로써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각 구성원이 의견을 검토한 후 정 연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럼 집단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회의 등 단체로 이야 \기를 나눌 때 집단사고에 빠질 것 같으면 의장이 휴식시간을 갖게 해 일단 의견 논의를 중단시킨다. 집단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구성 원에게 주는 것이다. 이는 간단한 조치에 불과하지만, 이제 구성원은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된다.
- 사람은 '보험으로 소중한 것을 지킨다'고 이해하면, 안도감이라는 효용을 느끼게 돼 보험에 가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가전 제품의 보증기간을 늘려야 할 지 고민이 될 때 는 먼저 직원의 설명에 귀를 잘 기울여 보자. 그렇게 해서 안도감을 느낀다면 보증기간을 늘리면 될 것이다. 크게 쓸모를 느끼지 못했다면 연장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보험처럼 무형의 상품을 구입할 때는 보장 내 용이나 서비스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한다. 구조를 알지 못하면 안도감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능숙하게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법은 곧 안도감이라는 효용을 담보로 결정하는 것인 셈이다.
- ‘정보가 많으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보 가 지나치게 많으면 망설임과 혼란을 일으켜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대부분 정보가 많을수록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보 편향information bias’ 이라고 부른다. 정보 편향과 관련해 미국에서 의사의 병리 진단을 연구한 사례가 있다.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AE 증세가 나타난 환자 중 80%는 A 질병에 걸렸다고 간주한다. 환자 가 A 질병에 걸린 것이 아닐 때는 B 질병, 또는 C 질병에 걸렸다고 간주한다. 이때 환자가 A 질병이 아닐 때 B 질병에 걸렸는지, 또는 C 질병 에 걸렸는지 판정할 수 있는 고가의 특별 검사가 있다. 만약 당신이 맡은 환자에게 해당 증세가 나타났다면 특별 검사를 받게 하겠는가?
환자가 A 질병에 걸렸는지 진단을 내리려는 목적으로 검사를 받게 한다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환자가 A 질병이 아닐 나머지 20% 확률 을 가정해 특별 검사로 B 질병인지 C 질병인지를 알게 되더라도, A 질 병일 확률 80%를 무시하고 B 질병 또는 C 질병의 치료를 시작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검사 결과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가 보유하는 정보를 늘리려고 B 질병인지 C 질병인지 진단하는 고가의 특별 검사를 원했다. 이처럼 정보는 실제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안도감을 주는 역 할을 한다. 즉, 사람은 모르는 것에는 불안감을 느끼고 아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보는 많이 끌어 모은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 주변 환경을 살펴보며 선택할 전략을 기민하게 바꾸는 것을 '메타전략'이라고 부른다. 메타전략을 실행할 때는 주변 환경 변 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메타전략은 더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집합 전략과 영역 전략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 니라 두 전략을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전략의 차이가 발생한다. 은어가 어떻게 두 가지 전략을 선별해 사용하는지는 흥미진진한 문제다. 이와 연관된 생물학 조사와 연구가 진전되길 기다려보자. 우리 인간도 은어를 본받아 상황 변화를 보면서 임기응변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판단을 내리려면 한 번 세운 전략을 수정 할 수 있다는 사고 방법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스스로 유연하 게 생각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자 한 병원에서 어떤 환자의 병세가 두 단계의 경계 수준에 걸쳐 있다고 하자. 이 환자를 병세가 심하지 않은 낮은 단계로 판정하면 해당 단계에 있는 다른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병세가 위중하다. 하지만 병세가 더 위중한 높은 단계로 판정하면 해당 단계에 있는 다른 환자에 비해 병세가 가벼워진다. 이 환자를 위중한 그룹인 높은 단계로 판정하면, 낮은 단계로 판정할 때에 비해 두 단계 모두 외관상 생존율이 상승한다. 이처럼 외관상 생존율이 상승하는 현상을 종양학 전문용어로 '스테이지 마이그레이션 stage migration'이라고 한다. 보건의료 통계를 작성할 때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파악하려면 환자의 단계 분포가 변화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주택 판매 회사의 사례처럼 의도적으로 성적을 좋게 만들려고 그룹 분류를 바꾸는 것은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일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의도하 지 않아도 보건의료 통계의 스테이지 마이그레이션 같은 영향이 치료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어떤 치료법이나 약제 등의 임상시험을 할 때는 이 점에 충분히 주의해야 한다.
- '알지 못하는 것'보다 아는 것에 더 안심하듯이 사람의 심리는 '불확실한 것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엘스버그 역설'이다. 사실 알지 못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 이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 '어떤 확률로 사건이 발생할지 알고 있는 것 .... '리스크’
2 '어떤 확률로 사건이 발생할지 알지 못하는 것 ... '진짜 불확실성 (uncertainty)'
진짜 불확실성이란 '피해나 손실의 규모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의심을 품으면 별일 아닌 것까지 두려워하고, 세상 모든 것을 시기하며 의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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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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