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제너레이션

과학 2021. 4. 3. 15:14

- 뇌파도는 읽기 전용' PDF 파일 같다. 두개골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보여주기만 하지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지는 않는다. 뇌의 활동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비침습성 방식의 발견으로 뇌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고, 이제 의사들은 베르거가 개발한 뇌파계로 뇌전증, 수면장애, 외상성 뇌손상 과 같은 증상을 탐지한다. 그러나 주파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 는 뇌파를 확인하는 것은 뇌파도를 활용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현 재 기술로 우리는 뇌의 어느 영역에서 활동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고, 그 활동이 피질 전체로 동기화하는 방식을 상세히 파 악할 수 있다. 복잡한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뇌파도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은 파동을 감지하여 의미 있는 데이 터를 얻을 수 있다. 뇌 활동 전부를 수학적 모형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사고와 명령과 연관된 패턴을 추출한 후 인지 지표와 성과 지표에 더해 청각 처리, 언어 인식과 흥분, 흥미, 스트레스, 몰입 및 권태, 주의력, 휴식 등 다양한 감정을 평가할 수 있다. 종이에 나타난 파동을 본다고 하기보다 뇌를 3차원으로 그려내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발전을 거듭했지만 뇌파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뇌 에서 수백만 개의 뉴런이 함께 발화해도 바깥에서는 뉴런의 활동 이 작은 신호로만 나타난다. 일단 뉴런이 보내는 신호가 뇌를 보호하는 두터운 3중 조직인 뇌막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다시 전극에 도달하기 전에 두개골, 두피, 마지막으로 머리 카락까지 지나야 한다. 뇌에서 지진해일같이 강한 신경 활동이 일 어날 때 뇌파계가 가장 잘 작동하는 이유이다. 미식축구 경기장수십 미터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이 됐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경 기가 끝나고 경기장에서 우르르 나가는 관중을 쉽게 파악할 수 있 다. 그러나 3쿼터 후에 구내매점으로 향하는 팬 한 명은 쉽게 알아 차리지 못할 것이다. 뇌파계는 자잘한 활동이 아니라 큼직한 활동을 감지한다.
- 데이터에 숨어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데이터마이닝 Data mining 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이용하면 자기 보고가 지닌 문제를 피하고, 구매 활동을 보고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매 했는지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매까지 이르는 사고 과 정에 도사리는 왜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1990년대 이후로, 기업들은 구매 원인을 파악할 때 추측을 삼가고 결정이 시작된 근원인 뇌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뉴로마케 팅Neuromarketing'을 탐구하고 있다. 뉴로마케팅은 이전에 파악할 수 없던 뇌 정보를 제공해 뇌 영상 촬영 역사를 새로 쓴 fMRI 기술이 개발된 이후에 등장했다. 
- 바로 가까운 미래에 뇌파계 헤드셋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즉 뇌와 뇌파계 기술을 통합하여 여러분에게 꼭 맞도록 환경을 제어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것이다. 스마트폰, 시리, 알렉사 같은 디지털 도우미와 여러분은 공생 관계를 맺을 것이다. 오후 6시에 잠재 주 요 고객이 다음 날 회의에서 논의할 광고 캠페인의 스토리보드를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여러분은 '몰입'해야하고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이미 '몰입' 상태로 진입하는 방법이 입력되어 있다면, 뇌파계 헤드셋이 뇌파를 보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신호를 감지하여 여러분이 계속 집중할 수있도록 주위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는가? 기운을 북돋을 만한 게 필요한가? 뇌파계 헤드셋이 이런 신호를 감지하여 사무실 불빛을 환하게 밝히고, '재생' 단추를 눌러 집 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 것이다. 여러분은 '불을 켜야겠네' 혹은 음악을 들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뇌파계 헤드셋이 다 해줄 것이다. 게다가 뇌파계 헤드셋은 스트레스 징후에 반응하여 환경을 조정할 수 있고, 여러분이 태도를 바꾸도록 경보를 울릴 수도 있다.
-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경두개 직류자극법과 달리 경두개 자기자극법은 주류 치료법으로 도약해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를 산더미처럼 쌓아놨고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까지 받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의사들이 전류를 발생시키는 물고기 덕을 톡톡히 봤을 거라는 의미이다. 만성 통증 환자 183명을 대상으로 아홉 번을 시험하고 분석한 결과,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법,TMS을 이용 하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이제는 존스홉킨스 등 손꼽히는 연구 중심 병원에서 치료법으로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처 방한다. 자기장의 흐름인 자류로 뇌를 바꾸는 방법은 기존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우울증 환자를 위한 대체 치료법으로 등 장했다. 2010년 이후로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2차 치료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심박 조율기 원리를 본떠 만성 통증, 파킨슨병, 뇌전증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신경계에 전 기를 적용하는 신경 자극기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신경질환을 치료할 때 신경이나 뇌에 일정한 자극을 가하는 개방 회로 시스템을 적용한 신경 자극기를 사용했다. 로셀리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 심박 조율기처럼 폐회로 피드백 시스템에서 정보를 얻어 신경계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신경 자극기가 더 나아지고 빨라질 거라고 예상한다. 신경 자극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뇌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틀을 마련하고, 머신러닝을 데이터에 적용하여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뇌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신경 자극기 데이터는 뇌파도와 비슷하지만 측정 대상이 뇌속 더 깊이 있다는 게 다르다. 앞에서 소개했듯 잡음 때문에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뇌파도에 비해 잡음 대비 신호 비율이 더 높다.
- 2010년 7월, 미스 그는 센프란시스코에 있는 전문대에서 자리를 꽉 채운 사람들에게 그동안 꽁꽁 숨기왔던 뉴럴링그의 장기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페이스에스와 테슬라를 설립한 억만장자 CEO)이기도 한 그는 장치를 보고 홀린 사람들에게 확장된 대역폭을 통해 어떻게 많은 정보가 뇌 속 깊이 삽입한 가느다란 '실'에 연결된 귀 뒤 작은 컴퓨터 칩에 도달하는지 설명했다. 삽입물을 어떻게 집어넣는 것일까? 의사가 로봇을 조종하여 두개골에 직경 약 2밀리미터의 작은 구멍 여러 개를 뚫고 재봉틀처럼 뇌에 실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귀 뒤에 있는 컴퓨터 칩으로 뇌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무선 연결할 수 있다고 머스크가 말했다. 그는 단순히 기억력이 절정이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사람뿐 아니 라 척수 부상, 팔다리 절단 수술, 뇌졸중을 겪은 사람이나 시각장 애인이 이 장치를 요긴하게 쓸 미래를 그린다. 그는 2020년 말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작하려고 한다. 미래학자, 인공지 능 기술자, 그리고 뇌의 진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해야 할 것이다.
- 네덜란드의 신경과학자 란달 쿠너Randal Koene는 인간에 기계의 능력을 더하는 이 개념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인간의 뇌를 컴퓨터 에 업로드하는 '전뇌 에뮬레이션 Whole brain emulation' 이라는 개념 을 수년간 연구했다. 성공한다면, 우리는 지구에서만 살 수 있는 생물학적 신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가상세계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일론 머스크 등 다른 혁신가는 인간 이 기계의 속도에 맞출 수 있도록 컴퓨터 처리 기능을 인간의 뇌 로 업로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완전히 흐려지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은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혼란이 있기 때문에 관련 용어를 분명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이라고하면 당연히 기계가 반복적인 일은 물론이고 창의적이고 지적인 일까지 모두 할 수 있을뿐더러 인간보다 더 잘하는 범용 인공지 능AGI 또는 초지능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것은 인공지능의 일부에 불과하고 아직 그림의 떡이다. 딥러닝이 나 머신러닝 같은 '약인공지능 Narrow AI'은 오늘날 이미 수천 개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고 있다. 딥러닝 덕분에 명령을 입 력하지 않아도 컴퓨터 시스템은 패턴을 파악하여 산더미 같은 데 이터를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꼼꼼히 가려낸다. 이번 장에서 여러분은 범용 인공지능이 현실에 닥칠 경우를 대비 하여 우리가 자신과 뇌의 앞날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약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다양한 방식을 알게 될 것이다.
-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하이브리드가 된다는 미래는 마냥 신날 것 같지만 많은 위험을 품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경험할 때 인공지능 조언자에 너무 의존하 다 보면 연결되지 않았을 때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느낄까? 기계로 작동하는 조언자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아예 떨어지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까? 우리 뇌가 인간-기계 하이브리드를 겪다가 인공지능에 밀려버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까? 인간 뇌의 기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매일 열심히 프랑스어 회화를 연습한다면, 신경 통로가 강화되어 파리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이 어디예요?'라는 말을 금방 기억해낼 것이다. 반면, 파리에 도착하고 나서 인공지능에게 프랑스어 통역을 맡기면, 여러분의 뇌는 실제로 말하는 방법을 학습하 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여러분 곁에서 빼앗는다면, 화장실을 당장 가야 할 때 여러분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 개발자는 우리가 미 래에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인공지능과 우리의 뇌를 통합 할 수 있도록 앞서 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동시에 인간 뇌의 바람직한 진화를 염두에 두면서 최종 목표에 도달할 경로를 전략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2014년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두엽 중 실행 기능, 충동 억제, 결정에 관여하는 영역은 여성이 더 넓은 반면, 공간 지각 및 공포와 분노에 관여하는 영역은 남성이 더 넓었다. 한 연구 결과, 시험 대상이었던 뇌 영역 80개 중 70개의 활성도가 여성에게서 더 높았다. 이는 여성이 생각이 더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남녀에게서 보이는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나는 성별에 상관없이 남녀 모두 똑같이 지적이고 능력 있지만,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뇌가 각기 다르게 연결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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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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