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진화론

과학 2021. 4. 18. 18:53

- 몸속의 세포에 산소를 보내기 위해서 매일 24시간 움직이고 있는 심장 자체의 세포에는 어떻게 산소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개구리나 도마뱀의 심장은 내부를 흐르는 혈액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심장 근육은 치밀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내부의 혈액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의 심장은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오른쪽 2개의 방에는 원래 산소가 적은 혈액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심장 외부에 서 심장 전체로 산소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으로부터 갈라진 '심장동맥'이라는 혈관이다. 심장동맥은 대동맥에서 갈라진 이후 심장의 표면으로 뻗어나가서 월계관처럼 심장을 둘러싼다. 
이처럼 심장동맥은 심장 전체에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 을 맡고 있지만 직경이 2-4밀리미터로 가늘기 때문에 막히기가 쉽다. 심장동맥을 흐르는 혈액이 줄어들면 협심증이 생기고, 이 는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그리고 심근세포에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않아 산소가 부족해지면, 심근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이것이 심근경색이다.
더구나 심장동맥은 심장이라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기관(器官) 의 표면에 붙어 있기 때문에 다른 혈관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수 고를 해야 한다. 심장이 수축될 때에는 심장동맥도 눌려서 혈액이 들어올 수가 없다. 따라서 심장이 확장되는 때에 혈액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격한 운동을 할 때에는 심장이 확장되는 주기 가 짧아져서 심장동맥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즉, 심장은 가장 산소가 필요할 때에 충분한 산소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운동 중에 협심증을 일으키기 쉬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
- 경골어류의 허파는 산소가 적은 물속에서 도움이 될 것 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썰물 때처럼 산소가 부족하기 쉬운 환 경에서 사는 경골어류 가운데 허파 이외에도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독자적으로 진화시킨 종이 있기 때문이다. 말뚝망둥어나 메기류 중에는 아가미의 일부를 통해서 공기 호흡을 하는 종들이 있다. 역시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는 공기 호흡도 할 수 있는 편이 유리하다.
다만 현재의 허파가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도움이 된다고 해서 처음 허파가 진화했을 때에도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허파 라고 해도 역할은 바뀌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조류의 날개는 하늘을 나는 데에 도움이 된다.
- 그러나 조류의 조상(공룡' 이라고 부르지만)이 가지고 있던 날개는 적어도 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때의 날개는 아마 체온을 조절하거나 수컷이 암컷에게 과시를 할 때에 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허파도 한 가지에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음의 두 가지 증거를 맞추어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초창기의 허파는 산소가 적은 환 경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던 듯하다. 
첫 번째 증거는 화석이다. 경골어류는 육기류(肉?類 : 지느러 미가 육질 덩어리/옮긴이)와 조기류(條?類: 지느러미가 부챗살줄기 구조/옮긴이)라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육기류에는 시러캔스와 폐어(肺魚)가 있고, 그밖의 많은 경골어는 조기류에 속 한다. 육기류와 조기류의 공통 조상은 아마 실루리아기(약 4억 4,400만~4억1,90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이다. 화석으로 보건대 이 공통 조상은 먼 바다에 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곳은 산소가 부족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후 육기류와 조기류로 나뉘고 육기류의 일부가 실루리아기의 다음 시대인 데본기(약 4억1,900 만~3억5,900만 년 전)에 육지로 올라왔다. 
두 번째 증거는 현존하는 물고기이다. 현존 육기류의 허파와, 현존 조기류 중에서 원시적인 형태가 남아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폴립테루스의 허파는 모양이 비슷하다. 이는 양쪽의 공통 조상이 이미 허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것이 사실이라 면, 첫 번째 증거와 종합해볼 때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루리아기에 먼 바다에 살고 있던 육기류와 조기류의 공통 조 상에게는 이미 허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허파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초기의 허파는 심장에 산소를 보내는 데에, 즉 활발하게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인간이나 개구리의 간은 오르니틴 회로(ornithine cycle)라고 불리는 복수의 화학 반응을 통해서 암모니아를 요소로 만들고 있다. 이 오르니틴 회로로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서 독 성이 약한 요소로 만드는 것이다. 독성이 약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요소의 단점은 암모니아보다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소를 배출하려면 아무래도 물에 녹여야 하는데, 이렇게 물에 잘 녹지 않는 요소를 녹여야 하므로 당연히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매일 물을 많이 마셔서 대량의 소변으로 요소를 버리고 있다.
결국 육지로 올라와서 살다 보니 물을 마음껏 쓸 수 없어서 질소를 버리는 방식을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에서 독성이 약한 요소로 바꾸었는데, 그 때문에 대량의 물을 마셔야 한다니 참으로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몸속에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를 쌓아두는 폐해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 장내 세균이 사는 곳은 장 안이므로 일단 우리의 몸 바깥에서 사는 것이지만 그 수는 엄청나다. 약 1,000조 개라는 추측도 있다. 우리 인간의 몸은 약 4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장내 세균의 수가 훨씬 더 많은 셈이다. 그 장내 세균의 99퍼센트 이상은 대장에서 살지만, 그 수가 매우 많아서 소장에도 상당 수의 장내 세균이 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입을 통해서 음식물을 넣고 그 음식물을 소화기관에서 소화, 흡수한 뒤에 찌꺼기를 변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변의 대부분이 음식물 찌꺼기는 아니다. 절반 정도는 장내 세균의 사체(살아 있는 것도 있다)이며, 그밖에 상당 부분이 소화기관의 안쪽 표면에서 떨어진 점막 상피세포이다. 음식물 찌꺼기는 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나 많은 장내 세균이 소화기관 안에 살고 있어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이유는 장내 세균의 대부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 기 때문이다. 즉, 인간과 장내 세균은 공생 관계이다. 인간은 장내 세균에 소화기관 안이라는 따뜻하고 영양가 높은 환경을 제공한다. 한편 장내 세균은 우리의 소화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음식과 함께 들어온 세균에 감염되는 것도 예방해준다.
장내 세균은 독자적인 효소를 분비해서 우리가 소화하기 어려 운 성분을 분해하고, 위험한 세균이 들어왔음을 우리의 세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세포가 위험한 세균에게 유해한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 또한 장내 세균이 장 안쪽 표면을 점령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감염을 막아주기도 한다. 바깥에서 들어온 세균도 머물 곳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의 눈에서 망막은 안구의 안쪽 표면을 덮고 있지만, 생물 에 따라서는 망막이 몸 표면에 있기도 하다. 망막이 몸 표면에 있으면 반점처럼 보이는데, 이를 '안점(eye spot)'이라고 한다(그림 6-1의 1).
안점을 가진 생물은 자신의 몸에 빛이 닿은 사실을 인지한다. 빛이 어느 각도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밝은지 어두운 지는 알 수 있다. 이것이 '명암을 감지할 수 있는 눈'이며, 자포동물인 해파리 중에 이런 눈을 가진 종이 있다.
'명암을 감지할 수 있는 눈' 보다 복잡한 눈으로 '방향을 알 수 있는 눈'이 있다. 이 눈은 안점 망막의 한가운데가 오목한 컵 같 은 모양으로 되어서 밝은지 어두운지뿐만 아니라 빛이 오는 방향 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눈을 배상안(杯狀眼)'이라고 한다. (그림 6-1의 2). 
그림 6-1의 2처럼 배상안이 위를 향하고 있다고 치자. 만일 빛이 오른쪽에서 오면 컵의 왼쪽 시각세포에만 빛이 비치고, 왼쪽에서 오면 오른쪽 시각세포에만 빛이 비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시각세포가 빛에 반응했는가에 따라서 빛이 오는 방향을 알 수 있다. 배상안을 가진 동물은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연체동물 인 삿갓조개 등이 있다.
나아가 '방향을 알 수 있는 눈' 보다 복잡한 눈으로 형태를 알 수 있는 눈'이 있다. 배상안의 옴폭 파인 부분인 공동(空洞)은 그 대로 두고 입구를 작게 하면 '바늘구멍 눈' 이라고 불리는 눈이 된 다(그림 6-1의 3).
배상안의 컵 입구는 잘록하게 좁다. 따라서 외부에서 들어온 빛은 입구를 통과할 때에 한 점에 모인다. 그리고 입구를 통과하 면 광선은 다시 넓어지고, 망막에 상하좌우가 반대인 상(像)이 비 친다. 즉, 본 것의 형태를 알 수 있다.
바늘구멍 눈은 형태를 알 수 있는 훌륭한 눈이지만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입구가 좁아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입구의 구멍을 크게 하면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아서 사이 희미하게 비친다. 구멍이 작으면 작을수록 상은 선명해지지 만 대신 점점 어두워진다. 이러한 바늘구멍 눈을 가진 생물로는 연체동물인 앵무조개가 있다. 앵무조개의 바늘구멍 눈에 난 구멍 은 비교적 크기 때문에 밝게는 보이지만 상이 희미하다. 그냥 그 런 상태로 견디는 것 같다.
바늘구멍 눈으로 볼 수 있는 상은 초점을 맞추면 어두워지고, 밝게 하면 상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실은 초점을 맞추면서 밝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바늘구멍 눈의 입구의 구멍을 넓힌 다음 그 자리에 렌즈를 맞추는 것이다. 이런 눈을 카메라 눈이라고 한다 (그림 6-4의 4), 우리 인간의 눈은 이 카메라 눈이다.
- 시각세포에는 간상세포와 원뿔세포라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간상세포는 감도가 높고, 약간의 빛에도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보는 데에 편리하다. 한편 원뿔세포는 감도는 낮지만 색을 구분할 수 있다. 많은 척추동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의 대다수)들은 네 가지의 원뿔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네 종류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4원색 색각). 반면에 수많은 포유류들이 원뿔세포를 두 가지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2원색 색각), 그다지 자세하게 색을 구분할 수 없다. 인간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적록 색각이상이 포유류 사이에서는 보통인 것이다. 
아마 초기 포유류 중에는 야행성인 동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원뿔세포를 네 가지나 만들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원뿔세포는 감도가 낮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소용이 없다. 쓸모없는 것을 굳이 만드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에, 포유류는 원뿔세포를 두 종류로 줄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원숭이 중에서 원뿔세포의 종류를 다시 늘린 종이 나타났다. 세 가지의 원뿔세포를 가진 것(3원색 색각)이 진화한 것이다. 영장류의 상당수는 나무에 올라가서 생활하기 때문에 열 매나 잎을 먹는 일이 많았다. 그때 이른바 적록 색각이상인 상태 에서는 붉은 열매와 녹색 잎(혹은 잘 익은 붉은 열매와 익지 않은 녹색 열매)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원뿔세 포의 종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색각에서 2원색 색각으로 줄었고, 거기에서 3원색 색각으로 늘어 났다고 볼 수 있다.
색각뿐만 아니라 눈의 수도 저쪽으로 가기도 하고 이쪽으로 오 기도 한다. 우리의 조상인 척추동물은 (적어도 파충류와 포유류 가 같은 생물이었던 시기까지는 눈이 3개였다. 머리 옆에 2개, 머리 위에 1개이다. 물속에서 살았던 우리의 조상은 머리 위의 눈으로 자신보다 위쪽을 헤엄치는 적이나 먹이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칠성장어나 장지뱀(도마뱀의 일종)은 머리 위에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정안(parietal eye)이라고 불리는 이 눈은 지금은 명암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아마 하루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쓰이고 있을 것이다. 한편 인간은 두정안이 퇴화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눈이 2개밖에 없다. 우리의 눈은 0개에서 3개로 늘었다가, 다시 2개로 준 것이다.
이처럼 진화는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진하거나 후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눈이 완성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상해도 사실인데 뭐, 우리의 눈은 훌륭한 완성품이야!”라고 자부할 수 있는 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조류일 것이다. 특히 독수리나 매의 눈은 우리의 눈보다 훨씬 더 성능이 뛰어나다.
- 생각해보면, 척추는 여러 가지로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형태와는 상관없는 역할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구성물질에 관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의 척추는 주로 인산칼슘으로 되어 있다. 척추뿐만 아니라 우리의 뼈나 치아도 인산칼슘으로 만들어졌다.
칼슘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가 정보를 전달하거나, 근육이 수축되거나 다쳤을 때 혈액을 응고시키거나 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하다.
그러나 칼슘이 필요해서 칼슘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으 이미 때늦은 일이며, 그런 음식이 늘 주변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차라리 몸속에 칼슘을 쌓아두는 편이 낫다. 그래서 뼈는 칼슘의 저장고가 되었다. 무엇보다 칼슘의 99퍼센트가 뼈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호르몬이 골흡수(뼈에서 칼슘을 내놓는 것)나 골 형성(뼈에 칼슘을 넣는 것)을 촉진시켜서 혈액 속의 칼슘의 농도 를 조절하고, 필요한 조직 등에 칼슘을 분배한다.
앞에서도 설명한 대로 뼈의 성분은 인산칼슘이므로, 뼈는 칼슘 이외에 인산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뼈에 영향을 주어 혈 중 칼슘 농도뿐만 아니라 인산의 농도까지 조절하는 호르몬도 있 다. 아마 5억 년도 더 전에 생긴 최초의 뼈는 인산칼슘의 저장고 였을 가능성이 높다.
- 하나의 유전자가 많은 형질에 관여하기도 하는데, 이런 유전자를 '다면발현 유전자' 라고 한다(발현이 란 DNA에서 RNA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다면발현 유전자는 한 번의 발현으로 여러 개의 형질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생물이 수정란으로부터 발생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간대에 몇 번이고 발현해서 많은 형질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다면발현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서 변이를 일으키면 발생 과정의 다양한 단계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생물이 사망한다. 따라서 다면발현 유전자는 장기간에 걸쳐서 화하지 않고 보존되는 경향이 있다.
척추동물의 발생 과정 중에서 기관 형성기라고 불리는 시기가 있다. 신기하게도 기관 형성기에는 다양성 없이 어느 척추동물이 나 발달 양상이 비슷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리에 팀은 척 추동물의 유전자 발현 자료를 대규모로 분석해서 기관 형성기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조사해보았다. 그리고 기관 형성기에 관 여하는 유전자에는 다면발현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 혔다. 척추가 생기는 시점도 이 기관 형성기이다.
어쩌면 척추가 5억 년 넘게 변화하지 않은 이유는 그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척추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다면발현 유전자가 많다는 발생상의 제약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앞으로도 척추는 우리의 몸 안에 계속 존재할 것이다. 뇌가 크든 작든, 곧추선 자세를 유지하는 전처럼 사족보 행으로 돌아가든, 우리는 언제나 계속 척추동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인류가 요통에서 벗어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듯하다.
- 일본원숭이는 웅크리고 앉아서 출산을 한다. 새끼를 낳을 때에 중력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끼는 얼굴을 어미가 보기에 앞을 향한 자세로 산도에서 나온다. 어미는 웅크 린 채 양손을 뻗어 새끼의 얼굴을 잡고 산도에서 나오는 것을 돕 는다. 그리고 새끼가 나오면 그대로 팔로 안아올린다.
한편 인간의 출산은 일본원숭이보다 훨씬 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산도에서 나오는 아기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싶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아기는 어머니가 보기에 뒤를 향한 자세로, 즉 등을 위로 한 채로 산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만일 어머니가 아기의 얼굴을 잡아당기면 아기의 목이 뒤로 젖혀지면서 부러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누군가가 아기를 받아줄 필요가 있으며, 어머니는 그 누군가가 받아서 건네주어야 비로소 아기를 안아볼 수 있다. 
이처럼 아기를 낳는 방법은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는 생물학적인, 즉 인류 공통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출산은 수십만 년 전부터 시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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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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