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4.04.05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위기 이야기 1
  2. 2024.04.05 리더의 인문학 1
  3. 2024.04.05 20240405

- 기후 변화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이나 지역 자영업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이는 기후 위기가 인권, 불평등의 문제와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8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폭염 민감계층 실태 조사'에서 지금 생활 공간의 온도가 적정한지, 에어컨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물었는데요. 더위 때문에 저소득층이 일반집단에 비해 큰 고통을 받고 있었어요. 더위를 견디기 힘들지만 전기 료 탓에 에어컨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고, 더워도 그냥 참고 지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제가 기후 변화와 인권 문제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저소득층 주민들의 태도였어요. 취재 전에는 쪽방촌처럼 열악 한 주거 환경에 사시는 분들은 폭염과 한파 같은 이상 기후에 화가 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체념하신 상태였 어요. 자신들의 삶은 늘 그랬다면서 그저 에너지 바우처 같은 지원이나 늘려 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기자로서 당사자 목소리를 존중 해야 했지만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희가 다른 식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기후 변화 문제를 심각 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일반 가정은 90%가 넘는데, 저소득층은 60%예요. 피해는 저소득층이 더 보는데 문제의식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높은 거죠. 이는 기후 위기에 관해 당사자가 직접 발 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도시 중산층 그리고 교육 수준이 높은 40~50대가 가장 많은 발언을 하 고, 친환경 인식도 높다는 연구가 있어요. 복지 전문가들도 기후 위기가 저소득층에게 더 치명적일 거라고 입을 모읍니다. 
- 1998년 이후부터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히로시마 원자 폭탄 31억 개가 터진 만큼의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지구에 잡혀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후 위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80만 년 동안 빙기와 간빙기가 10만 년 주기로 반복했습니 다. 이는 인간이 일으킨 100년 동안의 변화와는 달리 10만 년에 걸 쳐 일어난 변화이기에 자연스럽죠. 이때 자연에서는 1000년에 약 1도 상승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기온 상승 속도입니다. 인간은 화석 연료를 태워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를 상승시켰습니다. 인간에 의 한 기온 상승 속도는 자연 상태일 때보다 10배나 빠릅니다. 이처럼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는 크기보다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날 기온 변화 속도가 커진다는 것은 기온 변동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즉, 극단적인 날씨가 크게 증가하여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 다. 1980년도에 전 세계적으로 약 250개 정도의 극단적인 날씨가 발생했어요. 2019년에는 그 수가 800개를 돌파합니다. 지난 40여 년 사이에 발생 빈도가 세 배 이상 증가한 거예요.
- 현재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라면 기후 위험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도는 2030년대에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 다. 위험을 헤쳐 나가는 것도 한계에 부딪혀 결국 파국에 도달할 수 도 있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2도는 2050년대에 일어날 수 있습니 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와 직접 상관없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기후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기후 위기는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모든 위험과 질적으로 다릅 니다. 바로 '회복 불가능성' 때문이에요. 지금까지는 아무리 큰 위 기가 있었다고 해도 지나고 나면 회복할 수가 있었어요. 안 그랬다 면 우리가 지금 여기 함께 있을 수가 없겠죠. 기후 위기는 점진적으 로 조금씩 다가오는 게 아니라 어느 날 느닷없이 급격한 변화로 다 가올 수 있습니다. 젖은 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는데 도로 표면 온도 가영상 1도에서 영하 1도로 변하면, 약간 미끄럽던 도로가 순식간 에 치명적인 도로로 바뀌죠. 이처럼 어느 순간에 전체 균형이 깨져 버리는 상태가 되는 시점을 티핑 포인트라 합니다. 티핑 포인트는 그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상태가 되어 버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지구 가열이 커질수록 결과가 원인이 되어 더 큰 결과 를 낳는 순환이 일어나 극단적인 기후 위기가 가속됩니다. 이러한 조짐이 지금 전 세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 기득권 집단들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으로는 재생 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감당 못 할 것이고, 재생 에너지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을 합니다. 결국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므로 그 대안으로 핵 발전 확대를 주장합니다. 태양광은 위도가 낮을수록 유리한데 우리나라는 '재생 에너지의 나라' 독일보다도 위도가 무려 15도나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풍력이 북유럽보다 작기 는 하지만 풍력 발전을 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닙니다. 보존해야 하는 농지와 산지가 아니어도 건물, 도로와 철도 주변, 주차장, 댐, 저수 지와 대륙붕 등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할 곳이 우리 국토에 널려 있 습니다. 서울시 크기만 한 면적을 골프장으로 사용하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 우리는 내일의 위험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 당장의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죠. 현재의 전력 공급 체계에서 핵 발전은 필 요합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근거는 없습니다. 핵 발 전은 미봉책일 뿐이며 대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핵 발전은 '위험과 혜택' 수준뿐만이 아니라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도 더 가능하지 않습니다.
선진국들은 화석 연료 기반의 산업을 무너뜨리고 재생 에너지 기반의 산업을 일으켜 새로운 세상에서도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합 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변화하 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할 처 지예요. 세계 시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합니다. 일본의 미쓰비시가 튀르키예에서, 히타치와 도시바가 영국에서 수주한 핵 발전소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이미 투자한 수조 원은 매몰 비용으로 처리 했습니다. 계속 진행할수록 더 큰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생 에너지 전환에는 수많은 난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계를 뛰어넘는 재생 에너지 기술 혁신 역시 활발합니다. 우 리나라의 가장 큰 위기는 정책 결정자와 지도층이 전환 시대에 흐 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의 현재 한 계를 넘으려는 노력과 전망에 대해서는 눈감고, 현재 한계에만 잡 혀 있기 때문입니다.

- 기후 위기는 국경을 가로질러 진행되는 전 지구적 문제이자 전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전 세계적인 해결책 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기후 위기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모두의 장기적 이익이 침해 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의사 결정자의 무책임이 미래 기후 위험을 발생시키지만, 미래 세대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책임 져야 하는 사람이 책임져야 공정하죠. 기후 위기는 정의롭지 않은 세상에서 일어나기에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기후 위기에서 벗 어날 수 있습니다.

-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을 해치는 문명이 결국 인간을 해칩니다. 기후 위기보다 인간에게 더 제한을 가하는 지배적인 조 건은 없어요. 우리가 10미터 높이에서 낙하한다고 가정해 보죠. 너 무 위험하니 중력 가속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타협할 수 없습니 다. 자연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지금껏 달려왔던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가 이 세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기후 위기는 문명 자체의 위기이므로 해오던 방식대로 하면 미래로 갈 수 없어요. 지금 세대가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그만큼 우리 세대의 책임 이 큽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해방적 파국'을 말했습 니다. 우리 앞의 파국은 지금 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 리에게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어쩌면 기후 위기라는 계기가 지구적 공론과 연대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 소득 수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전 세 계 상위 10% 소득 계층의 소비 기반 배출량이 대략 50% 차지합니 다. 이 사람들이 사서 쓰는 물건 만드느라 그만큼의 탄소를 배출한 다는 뜻이에요. 하위 50% 소득 계층은 대략 10%를 차지하지요. 쉽 게 말해 최상위 10%의 사람들 8억 명 정도가 온실가스 전체의 절 반을 배출한다는 뜻이에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많이 버는 사람들은 많이 쓰잖아요. 오늘날 소비 행위는 그 자체로 온실 가스 배출 행위입니다.
지난 1990년에서 2019년까지 탄소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누구의 책임일까요? 전 세계 50%의 가난한 사람들의 책임은 16%에 불과하지만, 상위 1%의 책임은 무려 21%나 됩니다. 하위 50%의 가난한 사람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전등을 켜서 밤 에 불을 밝히는 일과 관련이 되어 있을 거지만, 상위 1%의 부유한 이들의 배출량 증가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더 커다란 자동차를 몰고 거대한 저택에서 호화로운 삶을 탐닉했기 때문일 겁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부유한 나라의 중·저소득 계층의 사람들만 배출량이 줄어든 겁니다. 전 세계가 증가했는데 이 계층만 배출이 줄 었어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하나는 환경적 실천들, 친환경적 생활 방식이 증가했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시잖아요. 일회용품 안 쓰고, 유기농 제 품 사용하고, 걸어 다니고 합니다. 부유한 국가들의 중산층들이 그 렇게 탄소 배출을 줄여온 거예요. 그러나 아마도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을지 모릅니다. 부유한 국가에서도 나타난 사회적 양극화 와 불평등 심화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의 임금이 하락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 탓에 소비를 하고 싶어도 못 한 결과 그 계층의 배출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에요

- 여러분, 혹시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우주 관광'에 대해 들어 보셨어요? 옛날에는 특별한 임무를 가진 이들이 우주선에 올랐습니다. 조종사, 과학자, 엔지니어처럼 특별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 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우주로 나갈 수 있어 요. 수백억 원 되는 비용을 내고 부자들이 우주 비행선에 타기 시작 합니다. 그중에는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있었어요. 우 주선 발사장에서 우주로 올라가는 데까지 11분 걸립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량이 75톤이나 됩니다. 참고로 한국인의 연간 탄소 배출량이 1인당 14.7톤입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뤼카 샹셀은 이를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극단적인 부는 극단적인 오염을 가져온다."
이제 한국 이야기를 해볼까요. 2021년 작성된 '한국의 소득 및 탄 소 불평등 현황'이라는 자료를 보면 상위 10%가 가져가는 소득 비 중이 계속 늡니다. 1980년에 32%였다가 2000년대 이후로 46~47% 까지 늘어났습니다. 앞서 전 세계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2% 를 차지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비하면 아직 괜찮은 건가 요? 한편 소득 하위 50%는 1980년에 23%였다가 지금 한 16% 정 도까지 내려갔습니다.
- 양극화의 심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현상이에요.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불평등이 완화되고 있었습니 다. 국가가 세금으로 부를 재분배하고 복지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 쳤어요. 그러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소위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작은 정부, 기업의 자유, 무역의 자유가 강조되죠. 쉽 게 말해 돈 버는 데 방해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후로 복지는 줄고 양극화는 심해집니다.
한국도 이런 흐름과 비슷하게 가죠. 그 결과 빈부 격차는 물론 탄 소배출 불평등도 강화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인당 평균 배출량이 14.7톤인데 상위 1%가 배출하는 양이 180톤입니다. 
- 한 사람 한 사람이 도덕적으로 각성해서 지구를 살리자는 건 신 화에 불과합니다. '너, 배달 음식 시켰어? 지구를 생각해.' 흔한 캠 페인 내용이잖아요. 물론 이런 홍보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해요.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해, 혹은 신분 상승을 위해 끊임 없이 경쟁합니다. 이런 심리적·사회적 압박은 더 많은 소비로 치 닫게 해요. 내가 저걸 못 사면 왠지 뒤처지고 불행한 기분이 들어 요. 쫓기듯이 소비합니다. 그래서 소비주의의 압박 자체를 전반적 으로 낮춰야 한다고 거예요. 그래서 히켈은 다소 급진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최고 부유층들의 소득을 줄이는 모든 정책은 생태적으 로 효과가 있다고 얘기해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말한 부유세 같은 것도 여기에 해당하겠죠. 결론적으로 최상층의 구매력 감소는 그 자체로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기후 위기의 해법은 평등이라는 겁니다. 평등한 사회가 탄 소 배출을 줄인다는 거예요.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와 지출이 많이 줄 었어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자동차, 가전제품 지출이 상승했어요. 주로 부자들이 많이 샀습니다. 다들 집 밖에 안 나올 시기였잖아요.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고 돈을 쓸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차도 사고 가전제품도 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런 품목은 탄소 배출이 많습니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전 체 탄소 배출량은 줄었지만, 상위층은 오히려 더 많이 배출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국에 전 세계 최고 부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벌었어요. 재난이 절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죠.
- 그런데 누군가는 경제 성장을 계속하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녹색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시스템을 유 지하면서 기후 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거예요. 유럽을 그 증거 로 생각하죠. 실제로 유럽은 1990년을 기점으로 했을 때, 지속적으 로 경제 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시기 동안 온실가 스 배출량은 떨어뜨렸죠. 딱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세상에 이보다 좋 은 결과가 없어요. 과거 화석 연료를 펑펑 쓰면서 경제 성장을 추진 해온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전망을 보여 준 결과이니까요. 그야 말로 '녹색 성장'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기에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유럽이 자 신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긴 결과라는 거예요. 유럽 국가들은 지금 제조업이 별로 없어요. 그럼 제품들은 어디에서 만들까요?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만들어요. 당연히 온실가스도 만든 쪽에서 발생시킵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서 배출하여 만들어진 수입품을 쓰기 때문에 자신들의 배출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었던 겁 니다.
유럽의 깨끗함은 많은 개발 도상국한테 오염을 떠넘긴 결과입니 다. 탄소 제국주의니 탄소 식민주의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입니다. 만약 이런 '오염 떠넘기기'가 없었다면, 유럽이 경제 성장 을 하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래서 녹색 성장 전략 자체가 전 지구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씀 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유럽을 대신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 계의 공장' 중국도 '녹색 성장'을 한다면, 지구상의 다른 나라에게 전가하는 것일 테니까 말입니다.
- 끊임없이 화석 연료를 채굴해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사이클이 지구상에서 반복되는 한 기후 위기 극복은 불가능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것처럼 보여도 지구 전체적으로는 그렇지가 않아요. 학자들의 딜레마도 여기에서 비롯해요.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3% 정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여서 지구 상승 온도를 1.5도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나 애를 먹 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형적인 대책이 나오는 거예요. 전 세계 농토를 밀어서 숲을 만든다든지 우주에 인공 그늘막을 만든다든지, 이런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답은 이미 있습니다. 물질적 생산 자체가 줄어드는 방식, 소위 탈 성장이라고 불릴 만한 방식의 시나리오를 개발해야 해요. 경제 성 장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던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벗어나야 기후 위기 극복이 가능합니다. 또 그래야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불평등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여기에 동의하 고 있어요.
- 그러면 인간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까요? 지난 80만년 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해 보니까, 그래프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해요. 대략 10만 년을 주기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변 화를 했고, 그에 따라서 지구 온도도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했습니 다. 인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도 자연 상태에서 농도가 올라갔 다 낮아졌다 했다는 뜻입니다.
인류가 없던 시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구는 거대한 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섯 개의 판이 계속 떠다녀요. 과거에는 하나의 거대 대륙을 형성했다가 떨어져 나왔다가 뭉치기를 반복했습니다. 대륙 운동이 활발할 때는 화산 활동이 빈번해집니다. 바로 이것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게 돼요. 지구 온도도 함께 상승하면서 온난기가 찾아옵니다. 그러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시 줄어듭니다. 이유는 풍화와 침식 작용이 에요. 여러분 교과서에서 배웠죠? 암석이 풍화, 침식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가져가요.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지구 온도 는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합니다.

-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과거 200만 년 동안의 기후환경을 복원해 그에 따른 지역별 인구 분포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못 막으면 인류 대이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요.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들잖아 요. 그런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외부인이 자기 땅 에 들어와서 사는 걸 쉽게 허락할 리가 없잖아요. 분쟁이 생길 수밖 에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후 위기에 취약한 지역을 1등부터 25등까지 순위를 매겨보니까, 그중 13개 지역이 내란 상태입니다. 난민이 많이 생겼죠. 이 사람들 지금 다른 나라에는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독일처럼 잘 받아 주는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 소극적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2018년에 제주도로 예멘 사람 500명이 난민 신청을 해왔을 때 반대 여론이 상당했어요. 그러니까, 생각만큼 이동이 쉽지 않아요.
- 우리나라 전기차 이용 실태를 조사해 보니까 평균적으로 내연기관차 이용자보다 전기 차 이용자가 주행 거리가 많습니다. 아이 오닉 전기 차를 기준으로 1년에 2만 5000킬로미터 정도 탑니다. 전 기를 한 달에 약 388킬로와트를 사용해요. 그런데 전기 1킬로와트 만드는 데 약 840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나옵니다. 천연가스로 만들 면 420그램이 나오고요. 그래서 제가 계산을 쭉 해보니까 결과적 으로는 아이오닉 전기 차를 쓰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1년 동안 배출 하는 이산화탄소량이 2.5톤이 나옵니다. 반면에 내연 기관차인 아 반떼를 1년 동안 1만 킬로미터를 탄다면 약 1.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요.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전기 차를 타는 사람이 내연 차 타는 사람보다 배출량이 더 많아요.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재생 에너지를 쓰는 전기 차여야 하는 거예요. 수소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료인 수소에도 종류가 있어요. 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을 이용해서 물 분해를 해서 나온 수소는 '그린 수소' 라고 합니다. 이걸 사용하면 당연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 어요. 그런데 부생수소라고 해서 석유 화학물이나 철강 등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많이 써요. 이건 따로 설비를 만들 필요 가 없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낮습니다. 1킬로그램을 얻는 도중에 이산화탄소가 10킬로그램을 배출해요.
지금 상태라면 수소를 쓰면 쓸수록 탄소 배출이 늘어요. 그럼에 도 전기 차와 수소 차를 키우는 건 일단 시장을 만들자는 차원이에 요. 그다음에 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이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정 책의 면면을 보면 기후 변화 대응이라기보다는 관련 산업 키우기 의 측면이 커요.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면서 영국 시민들 처럼 의회에 가서 입법권을 요구해야 할 지경입니다.

- 다시 '핏포55' 이야기로 돌아오면, 수송에서는 내연 기관 금지가 있었고요. 그다음에 항공 산업 같은 경우에는 기본 배출권을 안 주 기로 합니다. 지금 상태에서 운행하려면 무조건 전부 다 배출권을 사와야겠죠. 그런 데다가 유럽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기에 지속 가 능한 항공 연료 혼합을 의무화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연료 같은 게 여기에 속하는데요, 이런 연료는 값이 세 배나 비싸요. 기업 입장에서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다음에, 항구에 배 들어오는 배가 있잖아요. 이건 총량을 딱 정합니다. 이제 세계 여러 나라 물 건을 대량으로 실어 나르던 '자유무역'의 시대가 끝나가는 거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그런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쓰레기 소각장도 짓는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격렬 하게 반대하죠? 그 지역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면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같은 곳에서는 7000억을 들여서 소각장 을 짓는데 소각장 위에 스키장을 설치하고 기술로 연기도 다 잡아 버리기 때문에 냄새도 안 납니다. 덴마크의 아마게르 바케 열병합 발전소의 이야기입니다. 그곳 사람들은 소각장이 주는 피해를 모 르고 지내요. 주변에는 카페 시설도 많고 해서 오히려 관광 명소가 돼 있거든요. 오스트리아에는 지하철 바로 옆에 소각장이 있습니 다. 일본도 그렇고, 외국의 쓰레기 소각장은 음악관, 미술관 등 문 화 시설이 공존하는 장소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 지금 태양광 발전은 대기업 중심입니다. 주민들이 출자자로 참 여하는 시민햇빛발전소와 같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역할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를 도입합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 사업자에게 일정량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의무화 한 거예요. 따라서 한전은 일정량의 재생 에너지를 구입해야 해요. 그런데 입찰로 재생 에너지를 구매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로 가 격을 낮출 수 있는 대기업이 유리합니다. 이렇게 하는 나라는 전 세 계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두 군데밖에 없어요. 다른 데는 전부 다 고정 가격제입니다. 그래야 안심하고 재생 에너지 사 업을 시작하죠. 결국 여기서도 시장 논리로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된 거죠.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독의 즐거움  (1) 2024.04.17
위험한 일본책  (2) 2024.04.06
반기술 혁명  (1) 2024.03.25
플라스틱 테러범  (1) 2024.03.25
모험의 서  (1) 2024.03.21
Posted by dalai
,

리더의 인문학

인문 2024. 4. 5. 07:20

- 지혜로운 사람은 돈을 써서 몸을 빛나게 만들고 어리석은 사람은 몸을 상하면서 돈을 모은다. (대학)
- 증자가 말하였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을 자기가 짊어졌으니 또한 책임이 무겁지 않은가? 목숨이 다하여야 그칠 수 있으니 또한 갈 길이 멀지 않은가?"
보라. 증자는 그저 '목숨이 다할 때까지 간다. 그것 하나다. 앞서 공 자와 증자의 대화에서도 증자의 뜻이 드러난다. "나는 일이관지다." 선생이 주거니 하고 "네. 충서죠." 제자가 받거니 한다. 충서란 무엇인가? 충은 한결같은 마음이요, 서는 너와 같은 마음이다. 늘 한결같이, 내 마음이 너와 같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인가.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지만 내게 주어진 인생길, 마음 맞는 그대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으리라.
- 성질 급한 이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뭔가와 쿵! 하고 부딪쳤다. 뒤를 돌아보니 어디선가 빈 배가 떠내려와 부딪힌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아 노를 저었다. 얼마를 가다 또 다른 배와 부딪쳤는데 그 배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성질 급한 이는 상대에게 비켜 가라고 소리치고 화를 냈다. 그가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화를 낸 까닭은 무엇인가? 앞의 배에는 사람이 없었고 뒤의 배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장자, 산목)
-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좁은 공간에 사는데. 여름벌레에게 얼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까? 계절에 얽매 있는데." (<장자> <추수>)
-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무엇을 얻었다고 기뻐하지 않고 잃었다고 근심하지 않는다.
사물에도 운명이 있어 내게 속할 때가 있고 사라질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자》 <추수>)
- 늪에 사는 꿩은 곡식 한 알을 주워 먹기 위해 열 번을 뛰고 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백 번을 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이 다 있다 하여 닭장에 갇히길 원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자유로이 날며 스스로 양식을 구하려 한다. (<장자> <양생주>)
- 남을 위한 일은 보람 없고 나를 위한 일은 보람 있다. 부처는 자등 명이라 했다. "누구에게 의지할 생각 말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 자신에서 출발해서 자신으로 귀결하란 말씀이다. '남을 위 한 일'이란 닭장에 갇힌 닭이 하는 일이다. 닭은 주인이 주는 모이를 먹 고 달걀을 낳는다. 달걀은 오로지 주인에게 돌아간다. 닭은 뛰지도 날 지도 않는다. 평생 남을 위한 일만 하다 죽어서도 남에게 먹힌다.
꿩은 어떤가? 생존을 위해 열 번을 뛰고 백 번을 난다.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절대로 남을 위한 노동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자유 로이 날며 스스로 양식을 구한다
- 위나라의 부부가 기도하러 갔는데 부인이 말했다.
"저희가 베 백 필을 공짜로 얻게 해주십시오."
남편이 물었다.
"왜 그것밖에 바라지 않소?"
“이보다 많으면 당신이 첩을 얻을 테니까요." (《한비자> <내저설> 하편)
- 현명하고 어질면서도 죽임을 당하고 굴욕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어리석은 군주에게 유세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거슬리는 것입니다.
현명하고 어진 군주가 아니면 들어주지 못합니다. (<한비자> <난언> (김원중 옮김))
- 조짐이란 무엇인가? 옛 중국인들은 거북 등을 태워 그 갈라지는 형상을 보고 점을 쳤다. 이때 갈라지는 금을 조라 했고, 배를 만들 때 나무와 나무 사이 틈을 짐이라 했다. 조는 앞에 일어날 일을 의미하고 짐은 하찮은 것을 뜻한다. 하찮은 것 때문에 미래에 큰일을 당하기 일 쑤이니 조짐의 조어 과정은 의미심장하다.
'조짐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라' 한비자가 경고한다. 머뭇거리지 말고 어떻게 할까? 떠나야 한다. 뒤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후회도 미련도 다 버리고 결단해야 한다. 조짐이 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떠난 사람 중 하나가 공자다

- 노순규는 칭찬의 감동 효과와 조직관리>라는 책에서 칭찬할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을 이야기한다.
*칭찬할 일이 생기면 즉시 칭찬하라.(묵히다 뭐 되는지는 다 알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개적으로 칭찬하라. (골방에 가서 두루뭉술하게 칭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 대하듯 칭찬하라.(어려운 일이지만 효과는 크다.)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면 칭찬할 일이 보인다.(먼저 관점을 갖고 나면 칭찬은 따라온다.)
*가끔 스스로를 칭찬하라. (보상은 스테이크)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1) 2024.04.16
사람들이 죽기전에 후회하는 33가지  (1) 2024.04.14
니체와 걷다  (0) 2024.04.04
기꺼이 나로 살아갈 것  (3) 2024.04.04
1일 1강 도덕경 강독  (0) 2024.04.02
Posted by dalai
,

20240405

Quote of the day 2024. 4. 5. 07:18

'Quote of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407  (0) 2024.04.07
20240406  (0) 2024.04.06
20240404  (0) 2024.04.04
20240403  (0) 2024.04.03
20240402  (0) 2024.04.02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