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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4.04.06 최강의 브레인 해킹 2
  3. 2024.04.06 위험한 일본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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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저온살균처리를 거친 우유는 식중독을 일으킬 확률이 1퍼센 트 미만인 매우 안전한 식품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요즘 저온살균처 리가 되지 않은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우유로 인한 질 병의 비율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07년과 2009년 사이 미국에서는 살 균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마시고 박테리아 캄필로박터균Campylobacter, 살모넬라균salmonella 및 대장균E.coli과 관련된 질병에 감염된 사례가 30건이나 발생했다. 2010년과 2012년 사이에 그 숫자는 51건으로 증가 했다. 사람들이 생우유를 찾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이들은 생우 유가 살균된 우유보다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으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람의 몸은 생우유를 마시도록 되어 있고, 소비자는 우유의 살균 여부 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온살균을 거부하고 더 자연적인 생우유를 택하는 사람들은 저온살균처리법이 개발되기 이전 수천 명의 사람이 우유로 인해 장기 부전, 유산, 실명, 마비를 겪고 결국 사망에 이 르렀다는 사실을 아마도 모르는 것 같다.
저온살균처리를 거부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온 살균은 직관에 반한다. 세균이 반직관적이기 때문에 저온살균 또한 반직관적일 수밖에 없다. 세균이란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들이다. 그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우리가 알 수 없게 전달되며, 그 결과 우리는 감 염되고 나서 몇 시간 또는 며칠 후에야 몸이 아프다는 걸 느끼게 된다. 또 다른 반직관적인 개념은 음식물을 질병의 근원으로 변화시키는 세균 이 열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균을 죽이기 위해 음식을 가 열하는 것은 식품산업에서 아주 널리 퍼진 방법이다. 우유뿐만 아니라 맥주, 와인, 주스, 과일 통조림, 야채 통조림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이 가열 로 살균처리를 거쳐 생산된다. 살균되지 않은 우유를 고집하는 사람들 이 살균처리된 맥주 또는 복숭아 통조림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데 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저온살균 우유에는 타당성이 없지 만, 다른 식품에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더 가능성이 있는 이유로 저온살균이 무엇인지, 왜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저온살균에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이 그 과학적 근거를 거부하고 있다. 사실 그들은 저온살균에 대한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면역학에서부터 지질학, 유전학도 거부한다. 최근 에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간이 오랜 시간 에 거쳐 진화했다고 믿는 사람은 65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에 세계 최 대 과학 단체인 미국과학진흥협회 AAAS: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 ment of Science 회원들은 98퍼센트가 진화가 사실임에 동의한다. 또한 지 구 온난화가 대부분 인간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 국 성인의 50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AAAS 회원은 87퍼센트다. 그리고 미국 성인의 37퍼센트만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 하지만, AAAS 회원은 88퍼센트다.

- 직관적 이론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따로 배우지 않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터득한 설명이다. 스스로 관찰했던 모든 사건에 대 해 나름대로 짐작한 이유, 그리고 그 일에 우리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 는지에 대한 추측들이다. 직관적 이론은 중력에서 지질학, 질병에서 진 화적 적응까지 모든 종류의 현상을 포함하며,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줄곧 작동한다. 다만 문제는 그 직관들이 종종 틀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질병에 대한 우리의 직관적 이론은 미생물에 대한 사실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근거 한다. 따라서 우유를 그냥 마시는 것은 위험하지만 가열하면 안전하다 는 이야기나, 백신 접종과 같이 죽은 바이러스를 우리 몸에 주입하면 질 병에 면역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믿기 힘들 수밖에 없어진다. 마찬가지 로 지질학에 대한 우리의 직관적 이론에서는 지구를 동적계가 아니라 정적인 계로 간주하기 때문에, 우리는 수압파괴법hydraulic fracking으로 지진을 일으킨다거나 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는 등 인간 이 지구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직관적 이론은 양날의 검이다. 세상에 대한 직관적 이론은 우리가 여 러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또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에 그 어떤 이론도 가지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관적 이론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들에는 우리 의 마음을 닫아버리게 함으로써, 그 현상들에 대한 진정한 설명과 이치 를 깨닫는 데 장애물이 된다. 기존에 있는 직관들은 현실을 잘못 이해하 도록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직관에 반하는 사실들을 무시하게 함으로써 진실에 대한 우리의 눈을 멀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쓰는 나의 목표는, 독자들에게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직관적 이론들에 대해 알리 고, 그 직관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생각의 길을 잃게 만드는 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직관적 이론은 과거에 과학적 지식이 충분치 않았을 때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전적으로 과학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미래에 세상 모두가 과학적 정보 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때가 오면 직관적 이론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과학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해도 직 관적 이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직관적 이론은 인간 인지 능 력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직관은 어린아이 시기에 형성되며, 아이들은 과학적 정보의 유용성이나 접근성 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아이들이 어른들 보다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자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가르친다 해도 아이들은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개념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열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들은 물체의 온기, 즉 물체가 얼마나 효율 적으로 열을 전달하는지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열에너지 자체는 인식 하지 못한다. 분자들의 움직임을 직접 지각할 수 있는 감각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열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 질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을 터득해야 한 다." 물론 아이들도 물질에 대한 원자론을 배우긴 하지만 그것은 대부 분 중학교 때고, 그때는 이미 열을 과정이 아닌 물질로 취급하는 직관적 이론(제2장 참고)이 자리 잡힌 후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기 교 육에 원자론을 도입하여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올바른 원리를 가르칠 수 도 있겠지만, 원자론 자체가 반직관적인 것이 문제다. 어떻게 유치원생 에게 분자를, 또는 전자 및 화학적 결합을 설명할까? 어떻게 아이들이 열에 관련된 단어들('열', '뜨거움', '냉기', '시원함'을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개념들('물질', '막음', '흐름'과 연관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 많은 사람들이 시각은 외부에 있는 빛이 눈으로 들어와 이루어진다는 '유입설intromissionist'적인 설명과 눈에서 나온 광선이 외부 사물에 반사 되어 다시 되돌아온다는 '유출'적인 설명 중에서 후자를 강하게 확신 한다." 예를 들어, 눈이 그려진 그림을 주고 시각정보의 흐름을 나타내 는 화살표를 그리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안구에서 나오는 방 향으로 화살표를 그린다. 또한 전구와 같은 발광물체를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면 사람들은 전구에서 나온 빛이 우리 눈에 닿는다고 하지만, 발광물체가 아닌 꺼진 전구와 같은) 사물들에 대 해 같은 질문을 하면 다른 답을 한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발광물체에서 나오는 빛은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알지만, 빛 자체가 모든 시각 의 근원이라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최근 연구에서는 과학자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올바르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와 과학자만 올바르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이 문 제들을 푸는 동안 참가자들의 두뇌를 fMRI로 촬영했다. 첫 번째 유형의 문제에서는 과학자와 일반인이 모두 유사한 신경 활동 패턴을 보이지 만두 번째 유형의 문제에서는 과학자들의 뇌에서 통제 및 갈등 감시와 관련된 뇌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과 전측 대상피질의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과학자들은 전문 지식을 이용해 어려운 과학문제를 풀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 과학지식과 충돌하는 개념들을 통제해야 한 다. 즉 자기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틀린 직관들을 억제해야 하는 것 이다.

- 하나의 개념을 수정하기 위해서 동시에 다른 개념들도 수정해야 하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철학자 오토 노이라트Otto Neurath는 이 문제를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우리는 빈 서판tabula rasa에서 시작할 수 없다. 우리의 생각이 시작될 때 떠오르는 단 어와 개념에 의존해야만 한다. 우리의 일은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처음 부터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구축하는 것이다. 대들보 하나를 제거 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대들보를 세워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 자체가 지지대가 되 주어야 한다. 이처럼 배의 오래된 대들보를 유목들 로 대체한다면 배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되겠지만, 그 과정은 점진적 인 재구축일 것이다."
노이라트는 심리학자가 아닌 철학자였지만 그의 은유는 과학 개념을 배우는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할 때도 유효하다. 우리 는 그런 개념들에 대한 틀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습득하는 과정 도 느리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실제 현상에 대한 하나의 근사 적 해석(예: "바닥과 접촉하지 않으면 물체는 떨어진다.")을 다른 근사적 해석 (예: "질량중심 아래에서 바닥과 접촉하지 않으면 물체는 떨어진다.")으로 반복적 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러한 수정을 수없이 거치고 난 이후 우리가 얻게 된 새로운 이론은 예전의 오래된 이론과는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그것 이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든 천문학자는 한 때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살 수 없다고 믿는 어린아이였고, 모든 물 리학자 또한 한때 튜브를 따라 내려가는 공을 추적할 수 없었던 어린아 이였다. 우리는 그런 초라한 소형선에서 얼마나 위대한 대형선박을 만 들어내는가!

- 지구가 구체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우주와 그 속에 있는 우리의 위치 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다른 우주 현상들 - 낮과 밤의 반복, 계절의 변화, 밀물과 썰물, 별자리의 움직임, 그리고 달의 위상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이러한 현상들을 목격 해왔지만,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마찬가지로 이 현상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 또한 본질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비트겐슈타인이 대답했다. “지구가 축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보이려면 어 떤 상황이 돼야 하는 것일까? 
낮과 밤의 주기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그 해석은 지 구의 형태에 대한 심성 모델에 의해 제한된다. 예를 들어, 중공 구형 모 델을 가진 어린이는 해와 달이 하늘 돔 안에 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렇 기 때문에 달이 구름이나 산과 같이 돔 내부의 무언가에 의해 가려져 있 을 때가 낮이고, 태양이 그 물체들에 의해 가려지면 밤이 된다고 생각한 다. 반면, 편평한 원형 모델을 가진 어린이는 지구를 해와 달과 별개로 해석하므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편평한 평면 위에 태양이 떠오르면 낮 이 되고, 달이 떠오르면 밤이 된다고 믿는다. 구형 지구 모델에서는 지 구가 태양을 돈다고 하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하든 상관없이 낮과 밤 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그리고 그 도는 동 작은 지구 자체의 자전일 수도 있고 태양을 중심으로 한 공전일 수도 있 고, 심지어 진동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불분명한 점이 많다.

- 우리는 지진, 화산, 쓰나미, 간헐천과 같은 지질학적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저 호기심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극적이고 간 혹 치명적이기도 한 이런 현상들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련의 인과적 상호작용들이 이 현상에 관여되어 있으며, 그중 많은 작 용이 시공간적으로 이 현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화산의 분출에는 적어도 여덟 가지 단계가 포함된다. (1) 지각판이 움직인다 (2) 움직이는 판이 아래에 있는 다른 판을 밀게 된다 (3) 충돌하는 지각판들 사이에서 마찰과 압력이 축적된다; (4) 지각판 사이에 있는 암석이 녹기 시작한다; (5) 용융된 암석(즉, 마그마)은 주변 암석보다 밀도가 낮아 지각 안에서 상승한다: (6) 상승하는 마그마가 지 하 공간에 축적된다; (7)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암석이 약해지고 균 열이 생긴다; (8) 마그마가 있는 공간에 압력이 축적되면서 마그마는 균 열된 틈을 통해 대기로 분출된다. 이 일련의 사건을 완전한 인과관계 순 서로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지구물리학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측면은 여기에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변에서 바위 를 보고 그 바위들이 풍파를 겪어 결국에는 모래로 변할 것임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본능적으로 이러한 결말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질학자들은 우리가 경험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구별하기 위해 지 질학적 사건에 내포되어 있는 시간을 '아득한 시간deep time'이라고 부른 다. 아득한 시간과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은하와 원자만큼이나 다르 지만, 우리는 종종 그 차이를 깨닫지 못하곤 한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공룡시대의 흙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흙 과 같은 것인가? 설마! 당신은 단박에 말도 안 된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아마도 다음 질문에는 주춤할 것이다. 만약 우리의 흙이 공룡시대의 흙과 같지 않다면, 공룡시대의 흙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우리의 흙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 놀랍게도, 흙은 영원히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과 비에 의해 침식되고, 홍수로 씻겨 나가며, 빙하에 긁히기도 하고, 무기물질(토사, 재, 먼지) 또는 유기물질(부패되는 동물, 썩어가는 식물)에 덮여 있기도 하며, 지진 때문에 지각 위로 노출되기도 하고, 산사태에 묻히기도 하고, 지구 자체 로 다시 재활용되기도 한다. 공룡은 6억 5천만 년 전에 멸종되었는데, 이는 흙이 변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눈앞에서 그러 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인간의 수명은 대부분의 지질 학적 사건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짧기 때문에, 우리는 흙, 산, 섬, 계곡과 같은 지질학적 특징을 그것들을 생기게 한 역사적 과정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기후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쓰레기 줍기, 살충제 사용 또는 에어로졸 캔 사용 과 같은 일부 활동은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실제로 기후 변 화와 관련된 활동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활동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 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차이점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예 를 들어,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14퍼센트 를 차지하는 반면 쓰레기는 4퍼센트를 차지한다. 이처럼 쓰레기 문제는 교통 문제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영향력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통 문제(대중교통 이용 또는 항공여행 최소화)를 해결하는 것보다, 쓰레기 문제(소비 절감 또는 재활용 확대)를 해결하는 데 더 신경 쓴다. 
교통 습관을 변화시킬 때 수반되는 희생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휴지통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하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행동의 변화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 았을 때 생기는 결과만큼이나 우리들의 삶을 크게 바꿀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암묵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명시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 고,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는 것, 심지어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조차 부정하기도 한다.
- 요약하자면, 우리는 다음의 물리적 이론을 다루었다.
1. 물질에 대한 직관적 이론에서는 물질을 미립자로 구성되어 나눠질 수 있다고 여기기보다는 다른 물질과 구분되는 하나의 전체로서 여긴다.
2.에너지에 대한 직관적 이론에서는 열, 빛, 그리고 소리를 물리적 시 스템의 미세 구성요소들의 창발적 특질로 여기기보다는 단순한 물 질로 취급한다.
3. 중력에 대한 직관적 이론에서는 무게를 질량 및 중력장과 연관시키기보다는 물체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본다.
4. 움직임에 대한 직관적 이론에서는 힘을 물체의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외부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물체 간에 전달되어 움직임을 일어나게 하는 것으로 본다.
5. 우주에 대한 직관적 이론에서는 지구를 태양 주위의 궤도를 도는 구체가 아니라 오히려 태양이 그 주위를 회전하는 움직이지 않는 평면이라 본다.
6. 지구에 대한 직관적 이론에서는 대륙과 산 같은 지질학적 특징들을 일시적이고 역동적이라기보다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 적합한 방식으로 환경을 인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직관적 이론들을 만들게 되었지만, 이 방식들은 자연의 진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물질들을 무 게와 크기가 아니라 묵직함과 큼직함으로 인식하고, 열에너지를 열과 온도가 아닌 따뜻함과 차가움으로 인식하며, 중력을 지구를 향해 끌어 당기는 힘이 아니라 그저 아래로 당기는 힘으로 인식한다. 또한 우리는 속력을 관성의 형태가 아닌 힘의 산물로 인식하고, 지구를 거대한 구체 가 아닌 편평한 평면으로 인식하며, 지질학적 시스템을 연속적인 과정 이 아닌 서로 구분되는 사건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편향된 인식들은 우리가 자연현상들의 원인에 대한 이론들을 만들 때 과학적으 로 의미가 없는 개념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반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 는 개념들은 간과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게 된다. 오직 과학적 이론만이 올바른 개념들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오직 과학적 이론만이 일관되고 정확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설 명들과 예측들을 우리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다.

- 잠을 자는 것은 움직임이나 감각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죽음과 비 슷하고, 여행은 우리의 삶에서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점에서 죽음과 비슷하다. 더군다나 어른들이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마치 잠을 자는 듯 "영원히 잠에 들다eternal slumber", "물고기들과 잠을 잔다sleeping with the fishes", "흙 속의 낮잠dirt nap", "편히 쉬다rest in peace"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마치 여행하는 듯 "떠났다moved on", "떠나갔다passed away", "더 좋은 곳으 로 갔다 gone to a better place", "이 세상을 떠났다departed this world"라고 표현함 으로써 죽음의 음침한 현실을 가리기도 한다. 우리 또한 죽음을 이런 식 으로 표현하는데 죽음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를 어찌 탓할 수 있으랴. 때로는 죽음에 관한 은유적인 표현 속에 가려진 죽음의 진정한 모습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미라를 만나는 경험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 생물학적인 움직임에 대한 본능적인 관심은 어린아이들이 살아 있다 는 말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과 동의어로 생각하게끔 한다. 유 치원생들은 새, 포유류, 물고기는 살아 있다고 말하지만 꽃, 버섯, 또는 나무는 자기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살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유 치원생들은 때로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생물체가 아닌 것들(구름, 강, 연 기, 해)도 살아 있다고 여긴다. 이렇게 사고하는 것은 서양과 동양, 선진국 및 개발 도상국의 어린이들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전세계의 네 살짜리 어린아이는 일반적으로 해는 살아 있지만 해바라기는 살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네 살짜리 아이들은 이 세상의 어떤 개체들이 먹고, 숨쉬고, 성장하고, 번식하는 생물학적 활동들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인 간이 이러한 활동들을 한다는 것은 알지만 종종 다른 유기체들은 그렇 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의 일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기체들이 매우 다른 형태로 생물학적 활동들을 영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생물학적 활동들을 다른 유기체에 적용시킬 만한 어떠한 원리도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살아 있는 것을 스스로 움 직일 수 있는가를 바탕으로 이해하며, 생물학적 과정에 대해서도 심리 작용에 근거해 이해한다.

-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이해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해를 미치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이 결과는 죽음을 경험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을 상담하는 의사들이 직접적인 상담 경험을 통해 오랫동안 믿어 왔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의사들은 대부분 부모들에게 죽음에 대해서 피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명료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죽음을 정면으로 이야기해주기를 권한다.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은 아이들에게 당혹스러울지 모르겠으나, 그런 당혹스러운 설명이 어떤 설 명도 해주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죽음을 이해하기 한참 전부터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다. 처 음에는 죽음을 삶의 변형된 형태로 여긴다. 계속해서 음식과 물을 필요 로 하는 사람을 땅에 묻는다거나, 여전히 생각하고 고통을 느끼는 사람 을 화장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소름 끼치는 짓이겠는가. 사 랑하는 사람이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죽음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고릴라는 전혀 겪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겪게 되는 이러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잠재 울 수 있다.

- 우리는 뼈는 그저 뼈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그것이 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즉 우리의 신체가 기능을 다한 후에도 그것을 초월하는 우리의 어떤 일부분이라고 여긴다. 많은 사람들은 죽음이 모든 인간 활동, 특히 심리적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 고 완전히 믿지 않는다." 이를 반박할 만한 어떠한 직접적인 증거도 갖 고 있지 않음에도 말이다. 우리가 죽음을 생물학적인 종결로 받아들이 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보통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 반응에서 비롯되지만, 삶과 죽음 자체에 대한 혼동에서 비롯되 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어린아이들처럼 이러한 혼동을 바로 드 러내지는 않지만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이 살아 있는지에 대해 어른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가장 좁은 의미로 생물을 정의한다 해도 식물은 분명 생물이다. (바 이러스나 신체 내부 기관들을 생물로 볼 수 있는지는 생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생 각할 때 그것을 살아 있는 것처럼 여기지 않는다. 동물에 대한 대화와 견주어 볼 때, 식물에 대한 대화 중에 우리는 "삶"이나 "살아 있다"라는 용어를 오 분의 일 정도만 사용한다." 이 비율은 아이들보다 높은 게아 니다. 우리는 동물에 비해 식물에 대해 훨씬 더 적게 알고 있다. 우리는 수백 가지의 포유동물의 이름을 손쉽게 열거할 수 있지만 기억할 수 있 는 나무의 이름은 소수에 불과하다. 식물의 특성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식물이 주변 환경을 감지한다든가,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든가, 또는 스스로 움직이는 등의 어떤 의도가 있는 행동들을 보인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생명력이란 결국 에너지의 생화학적인 공급 일 뿐이므로 활력론은 신진대사 기능을 칭하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활력론은 신진대사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조직이나 신체 기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이해 가능하다. 생물학의 역사에 있어서 활력론은 물질론materialistic (또는 기계론mechanistic)에 비해 수천 년 앞서서 등장한다' 다른 문화권에서 생명력이라는 개념은 생의 약동élan vital, 영적 동물spiritus animus, 차크라, 영혼, 기chi, 체액humors 등의 다른 이 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런 개념들의 목적은 매한가지다. 쉽사리 설명 이 되지 않는 건강, 운동, 지향, 지각, 성장, 그리고 발달의 과정들을 설 명하기 위함이다.
가장 강한 의미에서의 활력론에서는 생명을 물질 이상의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생화학적 접근에 부합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 한 의미에서의 활력론에서는 일종의 내부에너지에 의해 외부 활동이 일 어난다고 여기기 때문에 생명의 생화학적 관점에 부합한다. 활력론은 생명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대략의 개요를 제공한다면, 생화학 적 관점은 그 자세한 내용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발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활력론은 제7장에서 다룬 기계론적인 개념 들과 마찬가지로 조금 더 복잡한 생물학 개념으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된다. 아이들은 생물학적인 현상들에 대한 기계론적 설명을 받아들이기 한참 전부터 활력론을 받아들인다. 우리가 왜 먹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 어서 활력론에 근거한 설명("왜냐하면 우리의 위장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과 기계론에 입각한 설명("음식이 위장에서 변환되어 몸속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사이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전자 를 더 선호한다.
이는 다른 신체적 기능에 관해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왜 심장을 갖 고 있는가에 대해서 어린아이들은 "심장은 피를 통해 에너지를 내보내 는 일을 하기 때문에"라는 활력론의 설명을 "펌프처럼 작동하며 피를 순 환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라는 기계론적 설명보다 선호한다. 왜 우리 는 공기를 마시는가에 대해서는, "우리의 가슴은 공기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활력론적 설명을, "우리의 폐가 산소를 받아들 여 이를 이산화탄소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라는 기계론적 설명보다 선호 한다. 반면,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은 활력론적 설명보다 기계론적 설명을 선호한다. 우리에게 활력론적 설명들은 이해가 얕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식품 산업에서도 활력론에 입각한 논리가 광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듯하다. 이들은 성인 대상의 건강식품을 선전할 때 영양소에 대한 정보를 더욱 강조한다. 어른들도 채소가 정크푸드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긴 하지만, '홀푸드Whole Foods'와 '트 레이더조Trader Joe's'와 같은 회사들은 그들이 판매하는 식품이 건강에 어 떤 효과를 지니는지 짚어주는 것이 광고 전략으로서 매우 효과적이고 수익성도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 따라 케일, 미역, 그리고 아사이베 리가 맛없는 식물에서 '슈퍼푸드super food'로 급부상했다. 반면에, 초코 바, 햄버거, 오렌지 탄산음료는 맛있는 군것질거리에서 '침묵의 살인자' 로 전락하고 말았다.
- 아이들은 아직 노화와 성장을 연결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노화에 대한 아이들의 혼동은 일반적인 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혼동과 함께 나타난다. 학교에 들어간 후 저학년 시기 동안 아이들은 노화와 성장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되는데, 이 연관이 주는 파급 현상들을 평생 완벽하게 이 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 는 불가피한 육체적 변화(흰 머리, 처진 피부, 늘어나는 허리둘레 등)와 심리 적 변화(새로운 태도,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관심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 다. 20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특히나 후자에 대해 망각하고 산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무 살 된 청년들에게 지난 십 년간 그들이 선호하던 것들(예: 음악, 음 식, 취미, 그리고 친구 등)이 얼마나 변했는지 물어보면 그들은 그들의 선호 사항들이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말할 것이다(평균 40퍼센트). 그런 다음, 이들에게 다음 십 년간 현재의 선호하는 것들이 얼마만큼 바뀔지 예상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이들이 별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다(평균 25퍼센트). 즉, 그들은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른 가수보다 초밥을 다른 음식보다, 그리고 요가를 다른 취미보다 늘 선호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음 십 년간 계속에서 테일러 스위프트, 초밥, 그리 고 요가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무 살 청년들이 지금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앞으로도 계속 좋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옳은지도 모르겠다. 청소년기는 매 우 빠른 성장시기고 그 시기가 끝날 무렵에 생기는 취향들은 그 이전의 것들보다 더 안정적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같은 해석의 허점은 서른 살 먹은 사람들도 스무 살 청년들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사십 살이 되어도, 오십 살이 되어도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은 현재 좋아하는 것들이 과거에 좋아 했던 것들에 비해 더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십 년간 의 삶이 앞으로의 십 년간의 삶보다 우리의 정체성 성격(예: 개방적인, 양심적인, 외향적인, 상냥한, 그리고 신경이 예민한)과 핵심 가치관 (예: 성취, 쾌락, 자기주도성, 자비, 전통, 순응, 안정 그리고 권력에 우리가 부여하는 가치)의 형성에 더 크게 기여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어른들조차도 개인의 정체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 하는지에 대해 그릇된 이해를 갖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그러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자주 접해왔으나, 여전히 미래에 일어나게 될 변화에 대해 서는 평가절하한다. 우리는 매 순간 우리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마지막 지점, 즉 우리의 인성 발달에 있어서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이들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육체적 변화의 가능성을 인지하는 데는 더 나을지는 모르나,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정신적 변화의 가능성을 인지하는 데는 딱히 더 뛰어나지 않다. 현재의 나 자신은 항상 "진짜 나이고, 그것은 과거의 그리고 미래의 나의 정체성이다.

- 유전자는 변한다. 즉,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거나 복제에 문제가 있 으면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유전자는 균일하지 않다. 즉, 유전자는 여 러 종류의 다양한 형질이 발현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유전자는 서로 구 분되지 않는다. 즉, 유전자는 다른 몇몇의 유전자와 더불어 활동한다. 그 리고 유전자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유전자는 그것이 어떻게 메틸화 되며(즉, 화학적으로 변형되며)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있어서 유기체의 일생 에 걸쳐 변화한다.
유전자와 본질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태도와 행동 들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 는 특성들(예: 지능, 충동성, 정신병에 유전자가 기여하는 정도를 과대평가 하여, 이러한 형질들이 변하지 않고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구 분(예: 인종, 성별, 성적 성향)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여길 때 우리 는 각각의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된다. 우리는 범죄적 행동들이 유전적이라고 여길 때(예: 약물 남용, 가정 폭력, 강간), 이러한 범죄에 가담한 개인들의 도덕적 책임을 최소화시킨 다. 그리고 우리는 유전자 변형한 종의 유전체에서 다른 종의 유전체 로의 유전자 이식을 통해 생산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꺼린다' 이 음식들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이미 입증되었음에도 말이다.
유전에 대한 정보를 본질론적 사고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도, 그렇다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유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 은 보편적으로 본질론에서 출발하므로, 우리가 이러한 정보들을 해석하 는 데 있어서 본질론은 계속해서 장애물이 된다. 유전공학자들조차도 한때는 생물학적 세계를 구분 가능한, 불변의 본질로 이해하고자 했던 유치원생들이었으니 말이다.

- 니콜 셰이Nicole Shea라는 교육학 연구원은 그 기사들이 어떤 종류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한 결과, 유전자 관련 기사를 이해하려면 독자들은 몇 가지의 생화학적 사실들을 꼭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1. 유전자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설명서를 담고 있으며 이 설명서는 모든 생물체에 있어서 똑같은 분자들만의 언어로 쓰여져 있다.
2. 단백질은 분자들을 운반하거나 화학적 반응을 조절하는 것과 같은 세포 기능을 수행하고, 이 기능들은 단백질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3. DNA의 염기 서열은 종마다 (또는 개인마다 다르고, 이러한 다양성 은 서로 다른 유전적 구조가 어떻게 서로 다른 형태 구조를 이루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4. 환경적 요인들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며 유전자 발현도 바꿀 수 있다.
- 유전자가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보다 유전자에 대한 믿음이 우 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를테면 수학 성취도의 경우, 선 천적인 성별에 따라 수학 성취도에 차이가 생긴다는 증거는 약하나, 사 회적으로 부과되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는 증거는 강하다." 과학 자들은 유전자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밝혀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전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는 인식 자체가 우리를 운명론자로 이끈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으나, 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우리가 이를 허용한다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 자연 현상에 대한 지식 중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얻게 된 선천적 지식이 있다면 그것은 질병에 대한 지식일 것이다. 병균과 기생충은 생존과 번 식을 위협하기 때문에 병을 피하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분명히 이 로운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인류는 병균과 기생충 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다. 신체 분비물(토사물, 배설 물), 신체 분비액(침, 땀), 신체를 감싸는 표면의 침입(신체의 훼손과 피), 눈 에 띄는 감염의 증상살이 붓고, 색이 변하는 것), 기생충(진드기, 구더기), 그 리고 부패한 유기물(썩은 고기, 상한 우유)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접했을 때 우리가 짓는 표정은 전 세계 누구든 그것이 혐오감을 나타내는 표정임을 알아볼 수 있다. 이 표정은 찌푸린 코와 쑥 내민 혀가 특징인데, 그 두 가지 특징은 실제로 도움이 된다. 찌푸린 코 는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을 제한하며, 내민 혀는 입으로부터 오 염된 물질을 뱉어내게 한다.

- 균과 병의 관계는 어른들에게도 분명하지 않다. 흔히들 추위에 노출되 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동서양 문화권을 막론하고 어른들은 이 러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감기를 쫓는 방법으로 무거운 외투, 두꺼운 목도리, 그리고 따뜻한 양말을 처방하곤 한다. 그러나 단순히 추위에 노 출되는 것만으로 감기에 걸리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면역학 자들은 한 세기에 걸친 여러 연구들을 통해 추위와 감기는 상관성이 없 다고 밝혔다." 추위로 인해 감기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 저 할머니들이 하는 이야기, 또는 심리학자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민간 신앙 folk belief'에 지나지 않는다.
병에 대한 민간신앙은 질병의 전염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요하지 않 으면서도 예방책을 제공하기 때문에 호소력이 있다. 병이 균으로 인해 생긴다고 믿든지 또는 4체액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든지 상관없 이, 누구든 몸을 따뜻하게 하고, 공기를 건조하게 유지하라는 조언을 따 를 수 있다. 그러나 민간신앙은 틀릴 때가 많으며, 따라서 그에 따른 처 방법 또한 종종 부적절하다. 병의 인과 관계에 대한 지식만이 건강을 지 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테리 오의 연구들에서, 감기와 독감의 미생물적인 특성에 대해 배운 아 이들은 더이상 전염병의 원인으로 추운 날씨와 습한 기후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전염병의 원인에 대한 또 다른 '민간신앙'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초자연적인 특성의 민간신앙이었다. 여기서 질병 은 속세의 영역을 넘어서 신, 천사, 조상, 그리고 영혼과 관련된 문제로 여겨진다.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에게 병으로부터의 해방은 그들이 신에게 올리는 가장 흔한 기도 중 하나다." 이들은 폐렴이나 간염과 같은 전염병 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도 신의 도움을 구한다. 이는 그들이 세균에 의 해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신과 세균을 상호 보완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의 건강을 관장하는 원 격적 행위자이고 세균은 근접적 행위자다. 다시 말하면, 신은 왜 우리가 병에 걸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고, 균은 우리가 어떻게 병에 걸리 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서구인들은 병에서 낫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은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지만, 결핵이 마법에 의한 것이라는 미국 남부 크리 올Creole 사람들의 믿음, 간질이 귀신에 씌어서 생기는 것이라는 먀오족 의 믿음, 에이즈AIDS가 주술에 의해 걸리는 병이라는 아프리카인들의 믿음 등 다른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초자연적인 믿음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믿음들이 신이 인간의 건강에 관여한다는 유대-기독교 믿음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같은 역할을 한다 는 것을 발견했다.

- 진화론이 제공하는 가장 심오한 통찰 중 하나는 모든 삶의 형태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는 공통조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유인원 및 원숭이뿐만 아니라 참새, 개구리, 해파 리, 그리고 해조류와도 공통된 조상을 갖고 있다. 인간과 해조류의 공통 조상은 아주 오래전, 수십억 년 전에 살고 있었으며 인간보다는 해조류 와 분명 더 많이 닮아 있었다. 아무도 이 조상의 표본을 발견하지 못했 으나, 인간과 해조류가 세포 단계에서 너무나 흡사한 이유를 설명할 다 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공통의 조상이 존재했다고 확신한다. 인 간과 해조류는 유전적 정보를 전달하는 메커니즘(DNA와 RNA)은 물론, 염색체, 리보솜,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소포체를 공유한다.
공통조상은 생물계와 그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이해함에 있어서 심 오한 함의를 지닌다. 생물학자들은 수십 년간 이러한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생물학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은 종들은 아 주 극소하게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의미들에 대해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본질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다른 영장류들과 근본적인 본질을 공유한다는 것은 있을 법한 얘기로 들리지만, 인간이 해파리나 해조류와 근본적인 본질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 창조론적 설명은 인간 역사상 줄곧 각광받아 왔고, 여기에는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창조는 진화보다 훨씬 더 단순하기 때문이다. 창조는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인 반면, 진화는 더디고 복잡하다. 창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의도적 설계 과정을 거쳐 일어나지만, 이에 반해 진화는 변이와 선택이라는 그다지 잘 이해되지 않는 과정을 거쳐 일어난다. 창조는 완 벽한 형태를 낳는 반면에, 진화는 생존에 적합한 형태를 낳는다. 그리고 창조는 종이 영원하다는 것을 함의하는 반면, 진화는 종이 상당 부분 예 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변화해왔고 그리고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는 사실 을 함의한다.
창조는 진화보다 간단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종의 기원에 대한 설명 으로 창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치원생이나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어디서 도마뱀이 처음 생겨났는지, 또는 어디서 곰이 처음 생겨났는지 물어보면, 대체로 창조-신에 의한 창조("신이 동물을 만들었다."), 혹은 그 보다 덜 구체적인 형태의 창조("무언가가 만들었다." "누군가가 만들었다." "어 느 날 그냥 나타났다."를 언급한다." 이것은 진화가 하나의 선택 답변으 로 제시되었을 때 "신이 만들었을까, 아니면 다른 형태의 동물로부터 변화되었 을까?")도 마찬가지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들의 믿 음(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과 상관없이 창조적 설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즉, 그들의 부모가 같은 질문에 대해 진화를 언급한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창조를 언급한다.
창조론에 대한 어린이들의 선호는 이후 신학적으로 더욱 정교한 믿음 체계(예: 창세기에 묘사되는 창조에 걸린 7일)로 이어진다. 이러한 믿음들은 결국 아이들이 자라서 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차단시키는 식으로 영향 을 준다. 몇몇의 연구'에 따르면 진화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가장 잘 예 측하는 지표는 종교적 믿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는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정치적 견해, 유전학에 대한 지식, 분석적인 사고력, 그리고 과학 에 대한 태도보다도 진화에 대한 태도를 더 잘 예측한다.
-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한 진화적 해석은 종교적 관점에서는 불 쾌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세속의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삶에 대한 의욕 을 고취시킬 수 있다. 인간이 생명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수백만 가지 중 하나의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자연에 대한 일체감을 주고 자 연 보존을 위한 행동을 촉구할 수 있다. 인간이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생 각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돕고, 자아이해와 자아 실현을 촉구할 수 있다. 또한 삶이 본질적으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광 범위한 차별 행위를 자각하게 하고, 사회 정의를 위한 행동에 나서게 할 수 있다.
진화론자들은 악인 중에서도 가장 악한 사람"혐오스러운, 추악한, 똥 무더기"-으로 책망받았다. 그러나 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잔 인함, 이기심, 또는 방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반대로, 인간의 존 재를 소중하고 경이로운 선물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이 선물을 최대한 알차게 활용하는 쪽으로 이끈다.
- 보통 사람들은 전혀 조심스러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지 개나 다른 자연 현상들(예: 지진, 혜성, 조류)에 대한 그들 자신의 이해력을 평가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 정도의" 이해력(4 정도)으 로 평가한다. 그런 후, 사람들에게 이 현상들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면 (예: "자 그럼, 무지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스스로의 이해 력에 대한 자신감이 4에서 3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지식의 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질문을 하면 "왜 무지개는 일직선이 아니라 아치형일까 요? 왜 무지개의 색들은 항상 같은 순서로 나타날까요?", 그들의 자신감은 3에 서 2로 떨어진다.
자연 현상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설명적 깊 이에 대한 착각illusion of explanatory depth'이라고 불린다. 이는 직관적 이론 에 바탕을 둔 우리의 설명적 지식이 실제 그런 것보다 더 깊다고 여기는 착각이다. 이 착각은 4살부터 40살에 이르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 에게서 나타나며, 과학을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부터 대학 원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까지, 다양한 교육 수준의 사람들에게서 나 타난다. 관련 영역에 관해 상당한 수준의 직접적 경험을 쌓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예: 사이클링 선수에게 자전거의 역학을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나 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분야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 주제들에 대해 새로운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어김없이 설명적 깊이의 착각에 빠진다. 한 시간 분량의 수업을 꽉 채울 만큼 수업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강의 준비를 시작하지만, 금세 내가 가 진 지식이 5분 분량의 강의를 할 만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다. 내가 처음 교수로 부임하고 1년간은 설명적 깊이의 착각으로의 힘 들고도 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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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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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이론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험과 일치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다." (리처드 파인만 Richard Feynman)

- 뉴로해킹에는 규칙이 많지 않다. 다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뉴로해킹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나는 그것을 '뉴로해커의 신조'라고 부른다.
1. 뉴로해커는 자가 실험을 설계한다. 뉴로해커는 누군가 특정 방법으 로 정신적 성과를 높였다고 해서 그 방법이 자신의 정신적 성과 또 한 향상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특정 방법의 사용 전과 후에 자신의 정신적 성과를 측정한다. 이런 검사와 평가 과정은 자 기 이해와 자기계발로 가는 통제 가능한 경로를 제공한다.
2. 뉴로해커는 검사와 개입을 주의 깊게 선택한다. 뉴로해커는 호기심 이 많지만 신중하다. 그들은 가장 타당하고 믿을 만한 검사를 택하 며, 개입을 시도하기 전에 자신을 검사한다. 두 가지 개입이 비슷 한 효과를 가져오리라 예측된다면, 뉴로해커는 부작용이 가장 적은 개입을 선택한다.
3. 뉴로해커는 자가 실험을 일반화시키지 않는다. 뉴로해커는 모두의
두뇌가 다르고 모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며 모두의 목표가 다 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고도로 개인화된 실험이야말로 가장 성 공적인 자가 실험이다. 뉴로해커는 각자로부터 혹은 광범위한 연 구들로부터 배움을 얻지만 같은 계획을 따르는 두 사람이 정확하 게 같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4. 뉴로해커라고 해서 무조건 혼자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뉴로커 는 자가 실험을 설계할 때 교사, 의사, 치료사, 기타 전문가들과 협 력한다. 또한 동료들, 즉 나름대로 뉴로해킹의 길을 가고 있는 모 험가와 함께 일하기도 한다. 짝을 지어 혹은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뉴로해킹은 모두가 책임의식을 잃지 않게 해주며 자가 실험을 즐 거운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 "인생에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없다. 다만 이해해야 할 것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두려움을 덜기 위해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마리 퀴리 Marie Curie)

- 인기를 끄는 식이요법들은 특정 식품군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아 영양 결핍의 위험을 높인다. 채식주의자거나, 글루텐을 섭취하지 않거나, 저 탄수화물, 팔레오, 케토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영양 결핍의 위험이 높 다. 예를 들어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근육 크기를 키우고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인 크레아틴creatine은 아데노신 3인산adenosine triphosphate을 생성하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데노신 3인산은 근육 이나 두뇌가 심한 노동을 할 때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천연으로 크레아 틴을 얻을 수 있는 음식은 붉은 고기이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크레아틴을 얻기가 힘들다. 여러 연구가 크레아틴 보충제 섭취로 채식주의자들의 추론 능력과 작업 기억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고령자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덜 소비하므로 크레아틴 결핍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천하고 있는 식이요법이 당신에게 잘 맞다면 굳이 중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주요 비타민과 미네랄의 혈중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 그가 가끔씩 던지는 질문을 통해 그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매우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주장을 종합하면서도 우리의 생각을 새로운 방향으로 살피게끔 유도하는 질문 들이었다.
그는 우리 토론의 큰 그림을 볼 뿐 아니라 세부 사항에도 관심을 가졌 고 대화 과정에서 우리 중 누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까지 기억했다. 한 번에 대단히 많은 것을 마음속에 담아내는 능력, 다른 사람이 편견에 치 우치지 않도록 자신의 의견을 억누르는 능력, 대화의 한 부분에서 다음 부분으로 유연하게 넘어가는 능력, 이렇게 세 가지 능력이 눈에 띄었다. 그는 우리의 표정을 지켜보고, 우리 주장의 경중을 가늠하고, 일종의 내 부평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매우 빠르면서도 쉽 게 진행되는 듯했다.
- 그의 이러한 능력들을 관찰하면서 나는 세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남들보다 큰 공간이 있어서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처럼 특정한 순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어떻게 보통의 아이들보다 강한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그는 정신의 '변속 기어'를 더 빨리 바꿀수 있는 것일까?
이미 짐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소년의 성은 '저커버그'였다. 몇 년 후 그는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의 토론이 그의 사업 경로에 어 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아무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페이스북의 홍보도, 비판도 아니다. 오래전 그가 '실행 기능'이라는 정 신 능력의 핵심적인 세 가지 측면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 이다. 마크가 보여주었던 이 세 가지 측면, 즉 마음속에 현재 가장 적절한 정보를 담아 두는 큰 공간, 자신의 의견을 필요할 때까지 억누르는 능력, 인상적인 정신적 유연성은 모두가 실행 기능의 핵심 요소다.
- 실행 기능은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두뇌의 다른 능력들을 책임지는 정신 능력이다. 우리 두뇌의 '경영진'은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할까? 그들 은 CEO처럼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하고, 오류를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 한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처리하고 두뇌의 다른 부분이 끙끙대 며 처리하는 과제를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그 해결에 개입한다. 그들은 외부 세계의 위협과 기회에 주의를 기울이고,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그것을 이전의 경험들과 비교한다.
- 실행 기능이 CEO라면 그 CEO는 내가 'WIF 팀'이라고 부르는 능력들, 즉 작업 기억working memory, w, 억제 inhibition, I, 정신적 유연성 mental flexibility, F이라는 하위 능력들을 데리고 다닌다.
'작업 기억'은 정보를 마음속에 저장할 뿐 아니라 적절히 처리하는 능 력이다. 전화번호를 듣고 마음속에 저장된 숫자를 전화기에 입력해야 할 때, 큰 수를 종이와 펜 없이 곱할 때, 당신이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고 생각해서 자신이 한 이야기를 반복해보라고 청하는 사람에게 그 요청 대로 이야기를 할 때 이 능력이 발휘된다. '억제'는 농담의 반전 부분을 발설하지 않게 하고 다이어트를 할 때 케이크 대신 샐러드를 선택하게 하며 쓸데없는 동영상을 보는 대신 중요한 이메일에 집중하게 한다. '유 연성'은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다른 아이디어로 주의를 이동시키고, 필요하다면 여러 개의 아이디어를 한 번에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 은 이메일을 체크하다가 다른 일로 전환하거나, 다양한 곳에서 얻은 아 이디어를 종합하면서 보고서를 쓸 때 등장한다. 그리고 이 세 능력을 합 친 실행 기능은 지속적인 집중, 목표 지향, 여러 과제를 순차적으로 처리 하는 능력, 체계를 유지하는 능력, 새로운 과제를 다루는 능력을 준다.
실행 기능이 하는 역할에는 각성 수준(얼마나 명료한 상태인지,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지)을 감시해서 당신을 안전하고 효율적인 상태에 두는 것 도 있다. 그런 이유로 각성 수준을 분석해 어려운 과제를 얼마나 잘 처리 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때는 매우 단순한 과제만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졸린 상태라면 그조차도 힘들 것 이다. 어려운 과제에 성공하고 싶다면 지나치지 않은 중간 정도의 각성 이 필요하다.

- 감정 조절 능력이 강한 사람은 두 가지 본질적인 특성을 갖는다.
*감정 표현을 지연시키는 능력: 예를 들어 장례식에서 갑자기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더라도 그들은 자신을 통제한다. 그렇지만 상황이 허락하면 그들은 웃음, 눈물 등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자신의 감정, 사고,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 는 사람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으로 심장이 뛰는 것을 죽음이 임 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하여 한층 더 불안감을 느낀다. 반면에 발표를 앞 둔 초조함을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가슴이 뛰는 건 내가 무척 기민하고 예리한 상태라는 의미야 아주 좋아!"라고 말하는 것은 효과적인 감정 조절이다.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상황을 재규정함으로써 차분하고 꾸준하게 성과를 향상시킨다.
- 감정이 격앙된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4단계 방법이 있다. 성공적인 감정 조절을 위해서는 벌어지는 각 단계를 인식하고 각 시점에서 의식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1단계. 인식: 감정이 격앙된 상태임을 깨닫는다. 예를 들면 손바닥이 축축한 것을 느끼며 자신이 긴장했음을 알아차린다.
*2단계. 선택: 상황 안에서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선택한다.
*3단계. 해석: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지 선택한다.
*4단계, 반응: 상황에 대한 반응을 선택한다.

- IQ 외에 특정 유형의 사고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명, 새로운 시각을 도출하기도 한다. 선형적 사고는 논리와 추론에 연관되는 반면, 창의성 은 가능한 많은 해법을 만들어냄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확산적 사고 divergent thinking,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봄으로써 문제를 해결 하는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 수렴적 사고 convergent thinking, 혹은 종합적 사고 synthetical thinking와 연관된다. 또한 사고의 능숙도(아이디어가 얼마나 뛰어난지와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얼마나 빨리 생각하고 얼마나 많이 떠올리는지 에 대한 것)도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
-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 Stephen King 은 이렇게 말했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양이 질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이 절대 질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우월감에 젖은 무의미 한 주장이며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놀라운 수의 작품을 내놓았다. 찰스 다윈은 120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250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33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2,000개에 가까운 발명품에 대한 특 허를 가지고 있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1,000편 이상의 작품을 썼 다. 파블로 피카소는 2만점의 그림, 조각, 드로잉을 남겼다."

- "세상의 중요한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

- 위약이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설명하는 데에는 몇 가지 다른 기제가 있는 것 같다. 그중 세 가지를 알아보자.
먼저 통증 경감의 경우, 위약이 두뇌의 오피오이드opioid 시스템을 통 해 우리 몸의 천연 진통제 중 하나인 엔도르핀endorphin 이 분비되도록 자극한다." 손가락을 심하게 베였을 때 고통이 계속되지 않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에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은 적 있는가? 신체에서 만들어진 진통제 덕분이다. 위약은 기분,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serotonin 같은 화학전달물질(신경전달물질)이나 보상을 조절하는 도파민 dopamine 같은 두뇌의 화학전달물질을 자극하는 것 같다." 도파민 분비는 파킨슨 병이 위약에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파킨슨병의 원인 중 하나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흑질 내부 뉴런의 퇴행이다. 따라서 위약과 연관된 도파민의 방출은 경직, 안정시떨림, 운동협응 저하 등 파킨슨병이 보이 는 주요 증상들의 근원인 도파민 부족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우울증 도 위약에 반응하는데, 이는 세로토닌의 역할 때문인 듯하다. 효과가 좋 은 일부 항우울제는 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위약 연 구의 선봉에 선 하버드 의과대학의 테드 캡트척Ted Kaptchuk과 그의 동료 들은 위약이 바로 그런 세로토닌 매개 경로로 작용함으로써 우울증 치료 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위약의 형태도 효과에 영향을 미칠까?
2016년 나는 하버드 대학에서 테드 캡트척의 강연을 들었다. 캡트척 은 위약 효과에서는 세부적인 사항들이 매우 중요하며 이때 문화의 영향 을 많이 받는다고 강조했다. 일부 국가(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알약이 생 의학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큰 위약 효과를 낸다. 일부 문화에 서는 주사가 가장 효과가 좋다. 흰 가운과 벽에 걸린 학위증은 병원 방문 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적절한 가격 책정도 차이를 만든다. 듀크 대학 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가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참가자들은 저렴한 약 보다는 고가의 약에서 더 큰 위약 효과를 경험했다. "
캡트척의 연구 논문을 더 읽으면서 나는 사용된 가짜 알약의 색상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흥분제로는 붉은색의 위약이 가장 좋은 효과를 냈고, 제산제로는 흰색 알약이, 긴장을 푸는 항불안제에는 녹색 이, 밝은 기분을 가져오는 데에는 노란색 알약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
- 위약은 집중력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옷도 위약 효과를 만든다. 옷이 실제로 사람의 정신적 성과에 변화를 준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가 밝혀낸 바 있다. 가장 연구가 활발한 항목은 제복, 부적(행운의 목걸이나 팔찌 같은), 행운의 양말이다. 이상하게도 미신에서 비롯된 이런 물건들이 실제 효과를 가져온다. 사람들이 믿음을 가 진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주의력 과제를 할당 한 한 연구를 살펴보자. 피험자들 일부는 실험실 가운을 입고 과제를 수 행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가운을 입지 않았다. 실험 결과 가운을 입은 사 람들의 성과가 더 좋았다. 후속 연구에서는 참가자를 임의로 두 그룹으 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그 흰 가운이 어떤 의사의 것이었다고 말하고 다 른 그룹에는 화가의 것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의사의 가운이라는 이야기 를 들은 참가자들은 화가의 가운이었다는 말을 들은 참가자들보다 집중 력 과제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18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전형적으로 과학자와 의사의 복장인 연구실 가운을 주의력과 연관시켰다고 추정했 다. 실험실 가운이나 의사 가운을 입은 참가자들은 그들이 상상하는 과 학자나 의사처럼 사고했을지도 모른다. 주의 깊고 조심스럽게 말이다. 만약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과제를 맡겼다면 화가의 가운을 입고 있다는 말을 들은 참가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수도 있다.
- 모든 사람이 위약에 반응할까?
논문 <강력한 위약>이 발표된 1955년부터 헨리 비처는 위약에 반응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많은 실험 들이 이어졌고 연구자들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 에는 심리적 및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이를 통해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쩌면 심리학적 차이는 그리 놀랍게 느껴 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위약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고 내수용 자각 interoceptive awareness, 즉 체내에서 일어나 는 자극이나 변화를 감지하는 자기 인식적 특성이 강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특정 신경해부학적, 신경생리학적 요인으로 위약 치료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 던 것이다. 또한 도파민 수치가 높은 유전적 변이형을 가진 사람들은 통 증 증상을 완화하는 위약 치료로 효과를 볼 가능성이 더 높았다.
- 정신과 의사이자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존 레이티 John Ratey와 과학저술가 에릭 헤이거먼Eric Hagerman 이 쓴 《운동화 신은 뇌》에서 내가 가 장 좋아하는 부분은 걷거나 뛰거나 전력 질주를 할 때 일어나는 생물학 적 변화를 다룬 챕터다. 이 부분에서는 움직임의 강도에 따른 효과를 철 저히 조사한다.
- 걷기 : 만족감을 주는 선택
레이티와 헤이거먼은 심박수의 55~65퍼센트로 걷는 것이 기분을 좋 게 만드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런 저강도 운동 중에 사람은 지방 연소상 태에 있게 되며, 이는 혈류 내 유리 트립토판 free tryptophan 의 양을 증가시킨다. 트립토판은 만족과 행복의 감정을 준다고 알려진 신경전달물질로,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일 뿐만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과 도 파민이 분비되는 방식도 변화시키는 물질이다. 세로토닌의 증가와 노르 에피네프린이 주의력에 미치는 역할, 도파민이 동기 부여에 미치는 역할 을 결합시키면, 우리 조상들의 뇌가 왜 산책을 즐기도록 진화했는지 알 수 있다.
조깅: 당장은 스트레스, 이후에는 걱정 완화
조깅(혹은 최대 심박수 65~75퍼센트 정도의 중강도 운동)은 특유의 효능 을 갖고 있다. 중강도 운동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훈련이다. 중강도 운동 중에 아드레날린adrenalin 과 코르티솔이 혈류로 주입되기 때문에 신체 의 회복력이 향상된다. 당신의 몸은 스트레스 반응의 일환으로 그런 화 학물질의 조절에 나서는데 그것을 조절하는 부분이 시상하부 뇌하수체 축이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ic factor, BDNF (레이티가 두 뇌가 가진 '기적의 분자' miracle-Gro라고 부르는)는 새로운 뉴런의 구성 요소 로, 이 역시 신경 회로 강화에 관여한다. 심근에 의해 생성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인 심방나트륨이뇨펩티드 atrial natriuretic peptide 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엔도르핀과 엔도칸나비노이드 endocannabinoids는 통증을 줄 이고 차분함을 증가시킨다.
- 달리기 혹은 전력 질주: 당장은 고통, 이후에는 더 큰 성장
고강도 운동(예를 들어 최대 심박수의 75~90퍼센트에 달하는)을 하면 몸 은 당신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혐기성 구간(혈류에서 구할 수 있는 에너지뿐 아니라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까지 사용하는)에 진입하면 뇌하 수체는 인체성장호르몬 human growth hormone, HGH의 분비를 자극한다. HGH는 두뇌의 크기를 증가시키고 위에서 언급한 많은 성장 인자들을 관리하고, 신경전달물질 수치를 조절하고,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GH는 운동을 마친 후 몇 시간 동안 혈류 속에 존 재하며 열심히 활동을 한다. 레이티와 헤이거먼은 《운동화 신은 뇌》에서 영국 바스 대학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대해 설명한다. 30분 동안 전력으 로 자전거를 탄 단 한 번의 운동으로 HGH가 600퍼센트 상승했다. 또한 HGH의 상승은 운동 후 2시간동안 계속 이어졌다.

- 자제력을 키우고 싶다면 운동이 답이다
감정 조절은 기본적으로 감정과 행동의 통제에 관한 일이다. 놀랍게도 운동은 장기적으로 자제력 또한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스트레일리 아 맥쿼리 대학의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4개월 동안 자신의 행동을 추적하게 했다." 2개월 후, 참가자들은 규칙적인 운동 요법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자제력의 여러 측면에서 '통제 기간'에 비해 상당한 개선을 경험했다. 스트레스, 감정적 고통, 흡연, 알코올, 카페인 소비가 감소했 고, 보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었고,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잘 조절하고, 집 안일을 더 많이 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학습 습관을 개선하고, 지출을 보다 잘 관리했다고 보고했다.

- 빛의 색깔은 빛에 대한 뇌의 반응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밤늦게 컴퓨 터 화면을 보는 것이 숙면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시 차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햇볕을 쬐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익숙할 테다. 태양은 자연적인 청색광의 원천이며, 우리는 청색광의 양과 시간 대를 연관시키도록 진화해왔다. 한낮의 눈부신 빛과 대조되는 따뜻한 주황색의 석양을 생각해보라. 우리의 일주기 리듬은 이렇게 색에 기반 한 변화에 맞춰져 있다. 밤늦도록 컴퓨터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 때 문에 뇌가 지금을 한낮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 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1시간 동안 청색 광을 차단하는 주황색 렌즈의 안경을 쓴다. 또 컴퓨터 화면 조명을 시간 대에 따라 짧은 파장(파란색)에서 긴 파장(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부드럽게 바꿔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컴퓨 터 화면이 호박색이 된다. 이런 기능을 하는 많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들이 있다. 나는 수년 동안 노트북과 전화기에 무료 프로그램을 사용했 다. 설정에서 색상 전환 타이머를 변경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매시간마다 매우 다른 뇌파를 보여주는데, 특정한 뇌파 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특정한 정신적 상태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초 당 주파수가 8~12헤르츠인 알파파는 이완과 차분한 집중의 상태와 연 관되며 스트레스와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알파파를 늘리는 것이 좋다.
불균형한 베타파의 출현은 각성과 문제 해결 상태와 연결된다. 어린 이들의 뇌파를 들여다보면 TV를 볼 때보다 수학 숙제를 할 때 더 많은 베타파가 출현함을 볼 수 있다. 감마파가 많은 것은 심도 높은 학습이나 창의성과 연관된다.

- '공부'와 '게임'은 더 이상 적이 아니다!
특정 유형의 비디오 게임은 뇌의 물리적 변화와 실행 기능의 개선을 가 져온다. 앞서 논의했듯이, 게임을 하지 않다가 비디오 게임을 시작한 사 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게임이 피질 영역을 두껍게 만들고 특정 두 뇌 네트워크의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게임 과 관계가 없는 다른 성과로의 전환 또한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즉 게임 을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게임과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인지 검사에 서도 성적의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 게임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변화시킨다
게임은 가끔 이전의 생각에서 주의를 돌리게 함으로써 이전에 느끼고 있던 감정을 게임이 불러온 감정으로 대체시킨다. 이런 관심 돌리기 혹 은 '감정 대체'emotion replacement가 어떻게 감정에 대한 더 나은 통제력을 얻는 데 도움을 줄까? 이런 감정 대체가 일어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게임을 도구로 이용하는 데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나는 남편 에게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기간에 게임을 하는 버릇이 생긴 이유를 물었다. 그는 게임을 스트레스에 대한 '구급약'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 다. 그는 이 특정한 문제가 단기적이라는 점(직장에서라면 힘든 시기도 거 쳐야 하지만 이런 시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을 알고 있다. 그 사이에 남편은 의도적으로 게임을 통한 관심 돌리기와 인위적인 감정 고양을 단 기적인 대처 기제로 사용했던 것이다.
- 1. 신경 자극을 위한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 고,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으며, 이용하기 가장 쉬운 것은 경두개직류 자극, 즉 tDCS이다. tDCS에서는 아주 적은 양의 전류를 두뇌에 보낸다. 
2. 특정 tDCS 프로토콜은 실행 기능, 감정 조절, 학습 및 기억력, 창의성 증진에 도움을 주었다.
3. tDCS는 부작용이 많지 않지만 섬광을 보는 것, 약한 피부 자극 및 화상,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 누트로픽 제조업체만이 아닌 보충제와 비타민 업체 전체가 제품의 신 뢰성과 순도에 대해서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두뇌 활성 비 타민'이나 보충제 섭취로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이 기껏해야 아무 효과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많은 제품이 두뇌에 전혀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물이 혈액-두뇌 장벽을 통과할 수 없기 때 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실수로 너무 많은 양을 복용했을 경우 그저 소 변으로 배출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가정은 대 부분 틀렸다. 혈액-두뇌 장벽을 지나는 화합물은 극히 적지만 일부 화합 물은 체내에 남아 축적된다.
- 보충제 업계는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알츠하 이머와 같은 심각한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2019년 FDA와 미국연방거래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 FTC는 여러 제조업체에 허위 광고를 중단하라고 경고했고 소비자들에게 보충제 복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는 누트로픽 회사가 내놓는 연구 결과를 읽을 때면 그들의 술 책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거의 모든 연구가 인간이 아닌 쥐를 대상으 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될까? 생의학 연구는 보통 동물 실험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에게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증 명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쥐의 뇌에는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인간 의 두뇌에 적용되었을 때는 효과가 상당히 떨어지는 개입이 많다. 이런 실패율은 주요 제약사들이 두뇌에 좋은 신약 개발에서 뒷걸음을 치는 이 유중 하나다.
- 일부 보충제 제조업체들이 하는 또 다른 부도덕한 일이 있다. 누트로픽 제조법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제품 전체가 아닌 화합물의 '특정한 일부분'에 대한 연구일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사용된 화학 물질의 양과 그들 사이의 작용이다. 이렇게 상 상해보자. 체리 케이크를 먹으면 오래 산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있다. 당 신은 이런 연구 결과를 보고 놀랄 것이다. 케이크는 '몸에 좋은 음식'과 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묻자 연구진은 한 연구에서 체리를 먹은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오래 살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케이크에 담긴 다른 성분의 건전성은? 허브, 보충제, 비타민 제품이 품질이 낮거나 뒷받침하는 연구가 존재 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은 값비 싼 임상 실험을 진행할 여력이 있다. 특허권의 보호로 그들의 제품이 시 장에 출시되어도 최소한 몇 년간은 다른 회사가 제품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허브, 보충제, 비타민은 특허를 취득할 수 없다. 
- 일부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예를 들어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를 하려고 먹는 ADHD 치료제 애더럴Adderall)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거기에는 대 단히 심각한 단점이 있다. 우선, 이런 행동 자체가 불법이다(한국에서는 애더럴과 유사한 효능을 가진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를 제외한 대부분의 ADHD 치료 약물이 금지되어 있다. -옮긴이). 예를 들어 미국 법무부는 처 방 없이 처방약을 복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가족이나 친구에 게 처방된 약을 복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제한을 두는 데에는 아 주 중요한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 이런 약은 오래되었을 수 있고(일부 약 은 시간이 지나면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완전히 오염되었을 수 도 있다." 또한 남용과 오용의 가능성이 높다." 흥분제를 남용 혹은 오 용할 경우, 끔찍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환각, 공황, 떨림, 복통, 심장 이상 등 다 열거하기도 힘든 많은 증상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 일부에서는 흥분제가 정신적 성과를 개선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여러 연구가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불 완전하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밝혀내고 있다. ADHD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암페타민 사용으로 혜택(기억력부터 수학적 능력까지)을 보았다 고는 하지만 그 효과는 ADHD가 있는 사람에 비해 훨씬 낮다. 연구자들 은 큰 효과가 나타난 경우에도 표본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좋 은 반응을 보인 일부 참가자가 활동 과잉이거나 공식적으로 ADHD 진 단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공부 잘하는 약'의 효능을 믿는다. 이는 ADHD가 없는 사람에게 이런 약물이 에너지와 의욕을 높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약물은 더 민첩해지고 집 중이 잘 된다는 '느낌'을 준다. 그들의 '실제 역량'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 니고 자신의 역량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는 것이다.
- 실제 ADHD 환자들의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ADHD가 있는 두뇌는 충분한 노르에피네프린(핵심 신경전달물질)이나 그것을 구성하는 화학 성분(도파나 도파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각성 제가 이런 결핍을 교정할 수 있다." ADHD인 내 대학 동창은 약을 먹었 을 때와 끊었을 때의 IQ를 측정했다. 약을 먹었을 때의 IQ가 20점 이상 높았다. 검사를 감독한 내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약을 먹지 않 고 검사를 할 때는 계속 딴생각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이 때 문에 그녀는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몇 개의 문제를 풀지 못했다. 하지만 약을 먹었을 때는 시험 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고 모든 문제를 풀었 다. 

- 항상 상호작용과 부작용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의사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 내 친구 하나는 예상치 못했던 부 작용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다. 그녀는 만성적인 경증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비처방 보충제(CBD 오일)를 사용해왔다. 어느 날, 그녀는 감기 기운을 느끼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감기약을 먹었다. 그리 고 다음 날, 예상치 못한 그리고 희귀한) 부작용으로 결국 병원에 입원했 다. 몇 달이 지난 후에도 그녀는 기억력 부분에서 문제를 겪었다. CBD 를 나쁘게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질이 어떤 상황에서는 무해하지 만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해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허브는 알코올 및 카페인과도 위험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 L-테아닌은 카페인의 조금은 광적인 에너지를 보다 매끄럽고 통제가능한 종류로 바꿔주는 똑똑한 조수 역할을 한다. 녹차를 한 잔 마시고 나면 활력이 생기되 커피를 먹었을 때처럼 과민해지지는 않는 것을 느낀적이 있는가? 그것이 L-테아닌의 작용 때문이다.
카페인과 L-테아닌을 같이 섭취한 사람들은 카페인을 섭취한 사람들 과 마찬가지로 피로감이 감소하고, 각성도가 높아지고, 두통이 줄어들 고, 반응 시간이 짧아지고, 심지어는 단어 인식 과제에서 속도가 빨라진 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면 그 외에도 카페인과 L-테아닌을 같이 섭취했을 때 주의력을 통제하는 능력(하나의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전환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주의를 흩뜨리는 일에 대한 민감 성이 낮아지며, 전반적인 집중력이 개선됐다.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의 부작용에는 과민이나 불안, '카페인 크래 시'caffeine crash (처음에는 활력을 느끼지만 이후 신체가 물질을 대사를 시키면서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는 현상), 두통, 구역질, 혈압 상승, 초조함, 안면 홍조, 불면증, 불규칙한 심박, 근육 경련, 위장병, 말이나 생각에 조리가 없는 현상 등이 있다."
-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인지적 효과의 대부분은 카페인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사라진다. 이렇게 내성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면 카페인 섭취의 주기를 만들어야 한다. 카페인 섭취가 많은 사 람이라면(하루 커피 네 잔 이상) 한 달 동안 커피를 끊어야 다시 카페인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과 비슷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카페인을 지속적 사용하면 인지적 효과는 약해지지만 각성의 능력은 지속된다. 이는 금 단 증상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좋은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커피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더 이상 카페인 금단의 부작용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좋게 하며 에너지를 북돋우는 다른 음료들도 있 다. 물론 모두 합법적이고 나로서는 부작용을 전혀 경험하지 않았지만, 아직 과학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강력 히 추천하기가 망설여지지만 스스로 자주 사용하면서도 여기에 언급하 지 않는다면 위선적인 일이 되리라는 생각에 공개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유사Guayusa다. 아마존이 원산지인 이 차는 커피만큼 많 은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지만 과민 반응이 훨씬 덜하고 다른 어떤 차보 다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내 경우에는 이 차를 마셨을 때 창의성이 향상됐다. 글을 쓸 때 딱 맞는 음료다. 열대우림, 특히 에콰도르가 원산지이기 때문에 이 차를 마심으로써 열대우림 보호와 식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과유사를 홍보하는 레 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 같은 유명인들이 지적하듯이 과유 사를 마시는 것은 환경을 위한 훌륭하고도 대단히 필요한 행동이다.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셰르바 마테 Yerba maté, 노루궁댕이버섯, 차 가버섯도 즐겨 먹는다." 셰르바 마테는 차로 마시고 노루궁뎅이버섯과 차가버섯은 커피에 첨가한다. 이들 식물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 어졌고 일부는 생화학적 분석이 이루어졌지만 인간의 정신적 성과에 미 치는 일반적인 영향을 파악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 1. 구매 시 주의할 점: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는 뇌 건강과 증진을 목적 으로 하는 비처방 비타민, 보충제, 음료, 허브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당신이 사는 제품의 순도가 형편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 시 말해 얼마나 많은 양의 화합물을 섭취하는지 알 수 없고, 복용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우며,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2. 처방약은 검증된 질병을 위한 것이다. 당신 앞으로 처방된 약만을 복용해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심지어는 위험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3. 허브는 감정 조절, 실행 기능, 학습 및 기억에 효과가 있지만 25세 이하 이거나, 임신을 했거나, 심각한 질병이 있는 경우라면 허브의 복용을 피 해야 한다. 또 사용하기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

- 인간의 뇌는 포식자를 피하고, 먹잇감이 될 만한 것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열매들을 찾고 모으는 데 집중했던 지난 2만 년 동안과 크게 달라 지지 않았다. 우리의 주의 시스템은 새롭고 빠르게 움직이는 정보를 우 선하며 그런 정보가 들어올 때면 에너지와 집중력을 추가적으로 이끌어 낸다. 하지만 현대의 작업은 대부분이 반복적이고 세부 지향적이다. 따 라서 오늘날의 과업들과 2만 년 된 뇌를 짝짓는 것은 오류로 가는 지름 길이다. 자료 수집(소매업체에서 고객 정보를 관리할 때처럼 동일한 질문이 계 속해서 제기되는 경우)과 고속도로 주행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의 대 표적인 사례다. 인간의 뇌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잠에 빠지기 쉬운 종류 의 작업인 것이다. 자동화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의가 있 지만, 적절한 자동화는 우리의 직장 생활을 보다 쉽고 즐겁게 만든다. 자 율주행차는 사람과 달리 피로를 느끼지 않고, 운전자를 폭행하지 않고, 전화를 받기 위해 핸들에서 손을 떼지도 않는다. 인간과 AI가 함께라면 인간이 실행 기능에서 가진 선천적인 약점이 기계의 강점으로 보완되고 그 반대도 가능한 가장 안전한 운전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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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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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책

사회 2024. 4. 6. 20:15

- 한국인들은 20세기 내내 '민족주의'에 기대 살아온 사람들이다. 유교적 보편문명의 사고에 너무 익숙한 나머 지, '민족nation'이라는 근대의 발명품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민족'을 막 알아가려던 참에 망국의 비운을 당했다. 어쩌면 나라가 망한 후 타국의 압제하에서 '민족'을 온전히 알게 되었 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족'이란 한국인들에 게 마치 가질 수 없는 연인처럼 더 절절한, 어떤 것이 되어버 렸다.
'민족주의자nationalist'가 우리말의 국수주의자와 비슷한 어감 으로 통용되는 다른 선진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 그 말은 여전히 칭찬이다. 그러니 이제 민족주의는 그만'이라는 말에 많은 한국인들은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민족주의의 만연이 더 이상 우리 민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시점에 와 있다고, 나는 본다. 예전의 민족주의가 한국인들을 단결시키고 그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면, 지금은 우 리를 배타적. 폐쇄적으로 만들고, 과학과 학문이 제시하는 곳 과는 다른 길로 오도하는 데 쓰이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북한을 보라.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만큼 민족주의적인 나라 는 지구상에 달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나라만큼 민 족주의의 폐해를 선명히 보여주는 경우도 없다.
이 세상에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나 좋은 것은 없다. 절대 적 가치인 것처럼 보이던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의 미를 갖게 된다. 만인의 우러름을 받던 민족주의자가 정작 독 립이 되어 집권하고는 자기 민족에 학정을 펴는 경우는 비일 비재하다. 민족주의는 영원한 진리도, 절대적 선도 아닌, 많은 얼굴을 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 일본에서 음식 차리는 것을 보면 밥은 두어 홉을 넘지 않고 반찬도 두어 가지에 지나지 않아 몹시 간소하다. 다 먹으면 다시 덜어 서 먹기 때문에 남기는 일이 없다. (중략) 여름에 파리와 모기가 매우 드문데, 이는 실내가 정결하고 지저분한 물건이 없기 때문 이다. (중략) 길가에서 행렬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질서정연 하고 엄숙한 분위기라 떠드는 사람이 없다. 인파가 수천 리 길에 이르렀는데 단 한 명도 제멋대로 행동하여 행렬을 방해하는 사람 이 없다.
내가 20여 년 전 일본 유학을 갔을 때 일본의 인상이 딱 이 랬다. 일본을 가보신 독자들도 비슷한 인상을 갖고 계실 것이 다. 그런데 이건 내 얘기가 아니고 1719년 일본에 갔던 조선통신사 신유한이 한 말이다. 《조선 문인의 일본견문록: 해유록》)
'질서를 잘 지키고 줄을 잘 선다',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친 절하다. 우리가 일본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들이다. 일본이 근대화를 빨리 해서 앞서 있으니, 우리도 부지런히 따 라가야 한다고. 하지만 신유한이 전했듯 그들이 줄 잘 서고 말 잘 듣는 건, 근대화 때문이 아니라 도쿠가와 시대부터 원래(?) 그랬다.
신유한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일본인들은 상하관계가 한 번 정해지면 위아래의 구별이 엄격하여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고 두렵게 여기며 (중략) 엎드려 기면서 시키는 일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받들어 행한다." 지하철이 운행을 멈춰도, 세습 의원들이 국회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해도 그저 조용하기만 한 지금의 일본 국민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럼 조선인은 어땠나. "조선에서는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경쟁하는 데 몰두한다. (중략) 이 나라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자 리로 올라가는 일이 곧잘 벌어지기 때문에 자연히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는 일이 많고 뇌물도 행해져 아침에는 출세하고 저녁에는 망하니 조용할 날이 없다.” 누가 한 말인지 참 신랄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며 웃음이 피식 나온다. 도쿠가와 시 대 일본 최고의 조선통이었던 아메노모리 호雨의 조선 평이다. 

- 도시와 상업이 이렇게 발달했다면 사회적, 지역적 유동성도 일본 쪽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는 달랐다. 일본은 조선보다 더 철저한 신분사회였다. 사무라이-상인(조닌町人)-농민-부락민 (천민)으로 엄격히 구분됐을 뿐만 아니라 각 신분 내에서도 계 층 차는 강력하게 유지되었다.
신분만이 아니라 직업도 잘 바꾸지 못했다(않았다). 초밥집 을 하는 이에의 자손은 으레 그 일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 았다. 대가 끊기거나, 자손이 있더라도 초밥집을 감당할 능력 이 없다고 생각될 때는 재능 있는 양자를 들여 초밥집을 유지했다. 때로는 성이 다른 사람이 양자로 들어오기도 했다. 혈연보다 가업을 앞세우는 것이다. 이러니 그 초밥이 맛없을 수가 있겠는가, 그 초밥집이 오래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성은 혈연의 이름이자, 이에의 상호였다. 일본 회사나 가게 이름 에 스즈키, 다나카 등 곧잘 성이 붙어 있는 이유다.
거기에 비하면 조선의 가문은 무엇보다 혈연이 최우선이다. 대가 끊기면 재능보다는 같은 혈연의 양자를 들였다. 타성양 자란 생각하기 어려웠다. 직업은 자주 바뀌었다. 구한 말 서울 종로를 방문한 한 일본인이 "어떻게 1년을 가는 가게 가 없냐”며 놀라더라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 사무라이의 나라, 무의 나라 일본이 어쩌다가 세계가 주목 하는 문의 국가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그 연원을 찾으려면 조 금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퇴계 이황이 고봉 기대승과 수준 높 은 철학적 논쟁을 벌이고 있던 시대에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 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臣秀吉 같은 무장들이 군웅할 거하고 있었다(전국시대), 서원이나 향교, 과거나 상서 같 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있는 것은 오로지 근육과 칼, 힘과 전투뿐이었다. 과연 양국은 문의 나라, 무의 나라라고 불릴 만 했다.
그런데 끝날 것 같지 않던 전쟁이 마침내 끝났다. 모두 무기 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언제 다시 전투가 벌어질지 알 수 없으 니, 사무라이는 전투 대기 상태였다. 칼도 허리춤에 차고 군대도 유지한 채 이게 그대로 행정조직이 되었다. 군주인 쇼군은 이름 그대로 최고사령관이었고, 이하 사무라이들은 계급별 로 신분이 고정된 채 자신의 직무를 세습하며 수행했다(가업).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쟁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다.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조차 할 수 없을 정도 로 세상은 태평성대로 접어들었다.
1600년경 1200만 명 정도였던 인구는 1720년경 3000만 명 을 가볍게 넘었고(조선은 1300만 명 정도), 얼마 안 있어 에도 인구는 100만 명(한양 30만 명)에 이르렀다. 경제는 농업 혁신과 상업 발달에 힘입어 약진했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세상은 점점 군인인 사무라이들에게 무예 대신 지식을 요구했 다. 전투 능력은 아무 쓸모가 없는 시대였으므로. 아닌 게 아 니라 차고 다니던 칼도 다 녹슬었기 때문에 궁한 김에 상인에 게 팔아치우고 목도를 대신 차고 다니는 자들도 있었다. 때마침 막부나 봉건국가) 정부도 번교를 세우고 향 교를 지원하며 학문을 장려했다. 이전부터 있던 사숙私들은 더욱 번성했다. 요즘으로 치면 지방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번 교들이 우후죽순 세워졌다(막부 말기에 이미 200개가 넘었다). 그 속도는 어느 학자가 '교육 폭발의 시대'라고 칭할 정도로 놀라웠다. 19세기 초 다산 정약용은 벌써 일본의 학문 수준이 범상치 않음을 간파하고 일본 유학자들의 고전 주석을 인용했다. 이미 유학 교육이 한풀 꺾이고 심지어는 사회적 병폐로까지 변질되었던 조선, 중국과 달리 19세기 일본은 유학중심은 주자 학朱子學)을 비롯하여 학문과 교육 열풍에 휩싸였다. 번 정부는 사무라이들의 번교 출석을 엄격하게 확인했다.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 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 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 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1987>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1980년대 이념 서클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19세기부터 시작된 맹렬한 공부 붐이 근대 일본을 만들었 다. 그 추세는 20세기 100년 동안에도 계속되었다. 독서 대국 도, 노벨상도, 세계적 동아시아학도 그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 다. '문의 나라 한국은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 사회나 공동체보다 개인을 우위에 두고, 사회에 대한 개인의 비판, 저항, 이탈을 용인하는 것을 개인주의라고 한다면, 일본은 개인주의가 매우 희박한 사회다. 소속 집단보다 개인 이 더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일본인은 거의 없을 것이 며, 집단을 상대로 대의 혹은 자기 이익을 내걸고 투쟁하는 개 인도 드물다. 우선 일본 사람들은 말수가 적으며, 입을 열어도 자기주장을 하려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주변 공기를 읽고서 그에 맞춰 말한다(분위기 파악이라는 일본말은 '空氣讀', 즉 '공 기를 읽는다'다). 한국에서 분위기 파악을 못 하면 핀잔 좀 받는 데 그치지만, 일본에서 공기를 읽지 못하면 진지하게(!) 주목 의 대상이 된다. 거듭되면 아웃된다.
이런 사회에서 한 개인이 사회를 상대로 도도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거나, 사회 전체의 원리를 비판하며 그것을 초월하려는 행동이나 발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런 사회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모두가 모두를 배려 혹은 의 식하며 질서와 규율을 지키고 공동의 이익(예를 들면 국익)을 추구하기에 용이하다. 그 속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긴장과 반 발의 에너지를 무마하는 장치가 '고립의 허용'이다. 개인이 집 단에 저항하여 집단 전체의 원리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용서 하지 않지만, 그 원리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나는 따로 살겠다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단 전체의 원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 안에서다. 교토대학교 학생들이 면벽식사를 하도록 배려해주고, 어떤 친구가 도깨비 같은 패션으로 지하철을 타도 간섭하거나 나무라지 않는 것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고립 허용주의'다(오타쿠御는 사회에 당당 하게 발언하는 '개인'들이 아니라 허용된 고립의 공간에서 뛰노는 존재 들이다).

- 한국이 민심의 나라라면, 일본은 엘리트, 그중에서도 '야쿠닌'(관리 혹은 공무원)의 나라다. 일본인들의 감각에 관리나 정치인은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일반 시민은 일반 시민의 세 계와 일이 있고, 그들은 그들의 세계와 일이 있다. 각자의 '야 쿠役'(역할)가 있는 것이다. 이러니 우리가 볼 때 의아할 정도 로 일본인들은 정치에 대해 관심도 비판도 없다. 알아서 해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위정자, 엘리트들 은 그에 부응해 자신들의 '야쿠'를 잘 수행해왔다. 일본 사회에서 대대로 관리를 비롯한 엘리트의 신뢰도가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대략 1990년대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야쿠 닌'들이 부패하고 무능해진 것이다. 일본 최고의 엘리트 그룹 인 오쿠라성省(우리의 재정경제부) 부패 사건이 잇달아 발생 한 것을 계기로, 일본의 리더십은 관료사회에서 정치가로 넘 어갔다. 그런데 정치가들은 더 무능했다.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 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 다. 그 사이에 거대한 공백이 생긴다. 이 틈새에서 일본 사회 는 기능부전에 빠졌다. 3.11 동일본대지진 때도 그랬고, 코로 나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의 '야쿠'가 제대로 회복되든 지, 아니면 오래된 전통을 깨고 '야쿠'의 사회를 바꿔 '야쿠' 밖 으로 소리치고 감시하고 저항하지 않는 한 21세기 일본은 매 우 힘든 난관에 거듭 봉착할 것이다.
그 대척점에 한국이 있다. 한국에는 애초에 '야쿠'라는 게 없다. 직업은 언제든 바꿀 준비가 돼 있고, 내 직업을 굳이 자식이 하길 원하지 않는다. 내 일보다는 '남 일'에 관심 많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가장 만만한 '남 일'은 정치다. 내 일을 팽개 치고 '남일'인 정치에 비말을 날리며 울부짖는 건 한국 시민 의 일상사다. 놀랄 만큼 많은 수의 시민들이 자기 분야보다 정 치에 더 해박한 지식과 정밀한 분석을 선보이는 신공을 갖고 있다. 그만큼 한국 민심의 수준도 높다. 이러니 민심이 무서울 수밖에 없다. 늘 각자도생이 먼저이면서도 공동체 붕괴의 위 기 때는 온갖 아이디어와 충심을 발휘하며 다이나믹하게 대응 한다. 금 모으기 운동과 코로나 대응은 그 백미였다.

- 한반도 세력에게 일본제국은 약 40년간 패자였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의해 미국이 그 자리를 대신한 지 60년이 되었다. 그 샌프란시스코 체제도 동요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 래다. 명청 교체기, 구한말 같은 지역 질서의 격변기가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 북한은 중국에 점점 목을 매고 있고, 남한의 전략가들은 미래에 대한 합의를 좀처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당 고종의 신라 정복 실패 이후 포기했던 '한반도 직할 카드를 혹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한에서는 조만간 구한말 때처럼 친미파와 친중파가 요란스레 대립하게 되지는 않을지...
일본은 쓰나미에 당했다지만 나는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는 '지정학 쓰나미'가 더 두렵다.

- 1987년 이후 한국 현대사는 혁명보다는 유신에 가깝다. 변 혁을 밀어붙인 핵심 세력은 반체제가 아니라 체제 내 비주류 세력이었다. 예비 엘리트인 대학생들, 야권 정치 세력과 사회 세력, 합리적 사회를 바라는 광범한 시민과 노동자들이 그들 이다.
커다란 변혁을 달성했으면서도 사회질서가 붕괴되거나 대 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질서 있는 변혁', 그것도 메이지유신보다는 훨씬 시민의 힘에 기댄 바가 크다. '위로부 터의 질서 있는 변혁'이 아니라 '아래에 기댄 질서 있는 변혁'.
- 이 미증유의 실험 한가운데에 586이 있다. 그들은 당연히 기성 체제의 핵심이다. 그것도 장기간 그러했다. 영화 <1987> 에 대한 586들의 나르시시즘적 반응은 자기도취다.
586세대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누리고 있다는 것 을 칼바람 맞듯,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혁신, 자기연마 해야 한다. 역사는 아직 586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586에게 는 유신의 길밖에 없다. 만약 우리 사회에 정말 혁명이 일어난 다면, 그들이 대상이 될 것이므로.

- 정말 통일신라·고려·조선 왕국은 후진국이고 별 볼 일 없는 나라였나? 예를 들어 18세기 조선은 인구 1300만 명 정도가 먹고살 수 있는 나라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었다. 주자학을 비롯한 지적 수준은 잘 알 려진 대로 대단했다. 당시를 지금처럼 국가 랭킹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조선이 'G20'과 한참 거리가 멀었으리라 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 흔히 듣는 말 중에 "우리나라가 중국에 앞선 것은 20세 기 몇십 년뿐인데, 그나마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있다. 그게 어디 한국뿐인가. 일본도 베트남도 다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현상을 두고 나만 못났다고 하니 반성이 아니 라 자학에 가깝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매우 특수한, 아마도 세계사에서 유일한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흔히 우리 역 사에 대해 평할 때 "중국 옆에서 살아남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 다”고 하는데 결코 과분한 평가가 아니다. 베트남이 비슷한 경 우라고 볼 수 있겠으나, 베이징과 하노이는 베이징과 서울에 비하면 저 너머 세상이다. 우리 역사를 바라볼 때는 이런 배경 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역사는 중국처럼 수천 년간 지역의 패자로, 문명의 센터로 지내온 역사도 아니고, 일본처럼 저 멀리 바다 한가운 데서 지정학적 행운을 즐기며 자폐적으로 살아온 경우도 아니 다. 그만큼 더 복잡하고 깊은 사연이 있다. '고투의 역사'에 대 해 적절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적으로 이만큼 흥미를 자 극하는 역사도 드물 것이다. 독특한 조건 속에서 분투해온 한 국사의 경험은 역사에서 지혜를 구하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에 게 커다란 교훈과 영감을 줄 것이다.

- 나는 불안하다. 우리가 일본을 너무 일찍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추인 50~60대는 일본과 가장 격절된 세대다.
이들은 일제를 경험한 윗세대나, 일본 문화를 통해 일본 사 회를 줄곧 접해온 젊은 세대와 비교할 때 일본을 잘 모르는 세 대에 속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 박사학위 소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 세대 오피니언 리더들과 얘기해보면, 미 국이 보는 시각으로 일본을 내려다본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 한다. 이런 것이 영향을 끼쳐서일까? 일본은 한물간 나라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일본사 수업에서도 일본어 텍스트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본어는 '변방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아직 도전자의 자세로 일본을 더 알아야 한다. 알아 도 샅샅이 알아야 한다. 일본이 무서워하는 나라는 큰소리치 는 나라가 아니다.

- 서울 지하철 젊은 여성의 손에 도쿠가와 시대 역사서가 들려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뿐만 아니라 나쓰메 소세키도 베스트셀러가 되며, 중년 남성들의 술집 대화에서 메 이지유신 지도자 이름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고, 학교 에서 한국 침략의 원흉으로서의 이토 히로부미만이 아니라, 그런 자가 어떻게 근대 일본의 헌법과 정당정치의 아버지로 평가되는지, 그 불편함과 복잡성에 대해 파헤치는 그런 한국 을, 일본은 정말 두려워할 것이다.
화풀이만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물론 화가 나니 화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정말 극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와 식견이 좀 더 높아져야 한다.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돋보기 들고 차근차근, 엉덩이 붙이고 끈덕지게 공부 또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인 모두가 일본 을 존경해도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동시에 세계인 모두가 일본 을 무시해도 우리만은 무시해선 안 된다.

-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을 증오하고 규탄하는 사람들은 전국에 넘쳐흘렀고, 일본 을 깔보고 멸시하는 사람들도 사방에 빽빽했다. 모자랐던 것 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게 우리의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 다. 해방 후 지금만큼 한일 간의 국력 차가 좁혀진 적은 없었 다. 그러나 섣불리 우쭐거리는 것은 독약이다. 장차 우리가 일 본을 정말 앞서는 날이 와도 우리는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 막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정말 경계해야 할 상대이기 때 문이다.

- 일제 치하 조선 민족의 위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논리와 팩 트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을 하는 사람에 대해 작가 상허 이태 준은 일갈했다고 한다. "주기율표(화학에서 중시하는 원소 배열표) 대로 하라. 연금술은 반대한다." 역사를 논할 때 입으로는 논 리와 팩트를 말하지만, 사실은 연금술을 부리려는 사람들을 가려내야 한다. 조선 민족의 위대성을 이태준인들 소리쳐 외 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차근차근 주기율표대로 하지 않고 연금술을 부려 '민족의 위대성'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환 상에 불과하며, 결국 독립은커녕 우리를 더더욱 열등 민족으 로 내몰 것이라는 차가운 사실을 상허는 내뱉고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연금술은 뚝딱하고 주장하기 쉽지만 논리와 팩트에 기초한 주장을 하는 데에는 품이 많이 든다. 왜냐하면 논리와 팩트에 하자가 있을 경우 그 사람의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거 듭거듭, 단단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뉴스 프로그램 에 '팩트체크' 코너가 생겨난 것은 반가운 일이나 아직도 우 리 사회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언론 플레이 잘하는 사람)이 행세 하곤 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단단한 논리와 팩트로 무장한 사람일 지라도 큰 목소리 한 방에 묻혀버린다. 큰 목소리가 가짜란 게 드러나도 더 큰 소리를 내면 상관없다. 이런 판국에 누가 논리 와 팩트에 공을 들이겠는가. '아니면 말고'는 퇴장해야 한다.

-한국인들(남북한)은 너나없이 제국주의 비판에 열을 올린다.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제 욕을 해대는 북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남한 사람들도 그에 못 지않다. 대신 미제가 아니라 일제다.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이견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이 문제만큼은 총화단결 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국 근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 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음모의 산물이고, 메이지 정권 수립 (1868년) 당시에는 일개 약소 농업국에 불과하여 제국주의를 하고 싶어도 할 능력이 없었던 일본은 이미 이때부터 '일제' 다. '일제'는 강화도조약(1876년)부터 한국병합(1910년)에 이르 기까지 한반도 침략을 치밀하게 기획하여 결국 실현해냈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이런 시각은 일본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다. 격변의 40년 동안 일관되게 대외 방침을 유지하고 부동의 실천력으로 다른 나라를 집어삼켰으니, 이런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강화도조약 당시 일본은 정한론을 주장하던 국내의 반정부파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 어떻게든 조 약을 성사시키려고 허둥댔고, 조선의 외교 관료들은 무능했다 고만은 매도할 수 없는 교섭력을 보여줬다. 강화도조약의 내 용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불평등하지만은 않았다(서울대 김종학 교수 등의 설). 이때부터 적어도 청일전쟁까지 일본은 능 수능란하게 한국병합을 착착 추진한 것이 아니라 갈팡질팡, 우왕좌왕했다. '일제'를 규탄하려다 본의 아니게 일본을 '무소불위의 능력자'로 만드는 이런 시각은 자연스레 당시 한국인 들의 대응을 '예정된 실패'로 왜소화시켜버린다. 침략에 대한 일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다가 스스로를 무능력자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이 아 니라 패배주의와 콤플렉스다.
패배주의와 콤플렉스는 희한한 현상을 유발한다. 제국주의 라면 핏대부터 올리는 사람이 '대쥬신제국' 운운하며 한국사에 제국을 만들지 못해 안달한다. 이들이 날조한 '조선 제국'은 산둥반도 백제 진출설, 일본열도 삼한 진출설을 넘어 이따금 중앙아시아로도, 심지어는 동유럽으로도 확장한다. 이런 사이비 역사학은 조소와 함께 비교적 쉽게 치지도외置之度外 할 수 있다. 문제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사이에 폭넓게 잠재되어 있는 '제국에 대한 은밀한 욕망'이다. 오래전 페이스북에 쓴 적이 있지만 과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고려 관련 전시 는 고려가 가끔 자칭한 '황제국', '천자국'에 대해 과도하게 집 착했다. 내가 볼 때 하나의 '소극笑이었던 대한제국' 수립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려는 심성도, 또 '만주 고토 회복' 운운 에 대해 대중적 인기가 여전한 것도 한국인들이 제국·제국주 의를 비판하면서 내심 그리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 2017년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어 전임 대통령이 연이어 구속되었다. 그와 함께 대통령직, 혹은 국가원수의 권 위도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었다. 권력과 분리된 권위가 제대 로 존재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권위는 늘 권력의 성패에 의 지하게 된다. 국민 대다수가 심복하는 사회적 권위가 쉽사리 형성되지 않는 이유다. 모든 것이 중앙으로 휘몰아쳐 올라가 는 사회에서 최고 권력은 제왕적인 힘을 갖지만, 그만큼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중앙 권력을 향한 풍압風壓은 가히 초대형 태풍급이다. 그 풍압은 무한한 권력을 주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제왕적 대통 령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권위도 산산조각 낸다. 이런 사회에 선 안정된 권력도 고색창연한 권위도 존재하기 어렵다. 일본 의 권력자가 구름 위에 있다면, 한국의 권력자는 칼날 위에 바 람을 맞으며 서 있는 존재다. 이 풍압을 능란하게 다뤄 거대한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인물을, 우리는 찾고 있다.

- 일본에서는 혐한 분위기가 한창이다. 그 계기는 2012년 한 국 대통령이 천황의 사죄를 요구한 것이었다. 우익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다. 그 대통령은 독도에도 상륙했지만, 일본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천황 문제에 비교가 안 되었다. 독 도 문제에는 한국에 이해를 표하던 많은 일본 지인들도 천황 사죄 발언 앞에서는 등을 돌렸다. 몇 년 전 비슷한 발언을 했 던 우리 국회의장은 여러 차례 사과하며 곤경에 처했다.
일본인에게 신성불가침의 존재이니, 우리도 존경해야 한다 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천황에 대한 그들의 자세를 감안하고 계산하면서 일본을 대하자는 것이다. 독도·위안부·강제징용 문제에 아무 생각 없이 천황을 끌어들여 일본 우익을 신나게 하고 일본 내 우리 편을 내쫓을 이유가 뭐가 있는가. 우리 국 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철두철미 전략적이어야 한다. 특히 천황을 상대로는 섣부른 애국심보다는 전략적으로 그 존재의 무게를 이용할 필요가 있 다. 얕은 애국심으로 국익에 깊은 손해를 끼친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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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6

Quote of the day 2024. 4. 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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