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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8 생각의 배신 2
  2. 2024.04.28 거인의 리더십 1
  3. 2024.04.28 제 정신이라는 착각 1
  4. 2024.04.28 20240428

생각의 배신

심리 2024. 4. 28. 05:52

- 생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 람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실제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습니 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 릴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생각을 바꿔' '긍정적으 로 생각해'라며 더 많이 생각하기를 권유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 니다.
최근 뇌 과학 연구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이 각종 정신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정신장애의 발생 가능성, 예후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방황하는 마음mind wandering' '반추rumination'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repetitive negative thinking' '걱정' 등이 우울장애, 불안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도 많 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울 장애와 불안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반복되는 생각을 줄 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요.
지난 몇 년 동안 환자분들의 생각을 듣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생각에 빠지는 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울과 불안 증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또한, 회복 이후에도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많은 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았습니다.

-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과 행복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 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연 구진은 83개 국가의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연구했다. 해당 앱은 때때로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지금 무슨 행동을 하 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 으로 행복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해야 할 일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 감시탑과 중앙 관제탑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것처럼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도 서로 상호작 용을 하며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킨다. 그런데 생 존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편도체의 활성화가 지속되고, 내측전전두피질의 억제 기능은 줄어든다. 이처럼 둘의 균형이 깨지면, 동일 자극에도 감정 반응이 크게 나타나 감정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우리 뇌를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의 뇌와 같은 상태로 변하게 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 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 면 우리 뇌는 그 상황을 실제로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착각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말싸움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일을 다시 떠올리면 우리 뇌는 누군가와 싸우는 상황으로 여겨 각종 스트 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감정을 일으키는 부위인 편도체가 불안 과 긴장을 유발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반응 이 나타난다.
실제로 피츠버그대학교의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 35명과 우울 하지 않은 대조군 29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반추하는 정 도를 조사하고 뇌의 기능을 보여주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할수록 편도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런데 우리 뇌는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흔히 '아무것도 안 할 때 오히려 잡생각이 많 아진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뇌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가 휴식할 때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 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는데,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우 리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미래에 대한 상상,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살피게 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창의 적으로 사고하고 대인 관계를 원활히 맺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 지만,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이 기능이 과하게 작동하여 뇌가 지 쳐버리게 된다.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은 우울장애에서 회복된 26명의 청소년과 정신장애가 없는 청소년 15명을 대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생각의 반복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일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떠 올리고 그 순간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fMRI로 뇌 영역별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부정적 생각을 반복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으며, 디폴트 모 드 네트워크가 크게 활성화될수록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크고 우울 증상이 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하게 쉬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쉬는 것이 아니고 오히 려 생각에 빠지느라 바쁜 시간이 될 수 있다. 지친 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생각에 빠지지 않으 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 생각의 반복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뇌의 전략임을 알았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는 것 은 본능에 가깝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도록 놔두면 우리는 생존 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지는 몰라도 우울이나 불안 등 또 다른 문제에 이르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된다면, 이 생각이 실 제로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줄지 아니면 단지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물론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생각은 우리 를 위험에서 지켜주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목적 없이 반복되는 대 부분의 생각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걱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보호하기보다 병들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생각과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 그런데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킴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연 구 대상자 868명의 메타인지적 신념을 평가하고 6주, 12주, 18주, 24주 뒤에 불안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메타인지적 신념은 메 타인지적 전략에 영향을 줌으로써 수 주 뒤의 불안 정도에도 영 향을 주었다." 어떤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미래 에 더 불안할 수도 있고 덜 불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메 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의 방식에 영향을 주어 우리의 마음을 달라 지게 한다.
다양한 메타인지적 신념이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 친다. 생각을 반복하게 만드는 메타인지적 신념은 크게 두 가지 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긍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와 같이 생각이 유용하다는 신 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으면 문제와 관련된 생각이나 걱정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생각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어' '이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와 같이 생각은 통제가 어렵고 해롭다는 신념이다. 생각에 대해 부정적 으로 인식함에도 생각의 부정적인 부분에 압도되어 수동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12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 우, 생각의 반추에 보내는 시간이 길고 우울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6개 월 뒤에 더 우울하고 불안한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메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우울, 불안 등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단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 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의를 다른 무언 가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의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다시 생각이 주의를 끌어가지 않도록 그것에 주의를 유지하는 것 또 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생각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행위다. 생각 외에 다른 무 언가에 주의를 기울일 경우, 우리는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 다. 그리고 이 몰입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해보면,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때, 목표를 성취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할 때, 자녀가 걸음마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 순간 자체에 온전히 몰입한다. 이처럼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을 지속해서 연습하는 것과 같으며, 생각에서 쉽게 빠져나올수 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 일본의 홋카이도대학교 연구진은 성인 458명을 대상으로, 생각에 빠져드는 경향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평가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생각에 빠지는 경향이 적을수록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순간적으로 행복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여기게 해준다.

-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우리를 현재의 일에 몰입하게 해준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는 저서 《몰입》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이 내적으로 보상을 받을 때, 우리의 삶은 미래에 얻게 될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에 저당 잡히는 대신 현재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무조건 단점은 아니다. 걱정은 문 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식 단을 관리하며, 건강검진을 받는다.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만약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아 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 럼 걱정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우리 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걱정으로만 그칠 때가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서 반복적으로 생각만 할 뿐, 해결 방법을 모색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다. 앞서 도영 씨도,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온종일 걱정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단순히 걱정에만 그치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데는 '걱 정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작 용한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걱정에만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M. 스콧 펙M. Scott Peck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에 있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느라 성급하게 아무 조치나 취하는 것보다 더 유치하고 파괴적인 결함이 있다. 그 결 함은 더 보편적이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 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저절로 사라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문제에 대한 걱정만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타 인지적 신념이 있는 경우,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에 대한 걱정에만 머물게 되고, 대책을 세우는 대신 걱정만을 반복하게 된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걱정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 문에 머릿속 상황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다양 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든 생 각은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작용하고 있다. 생각 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중요하고 의미 있고 이성적인 생각들도 있지만, 아무 의미 없고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 에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80%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런데 모든 생각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진 사람의 경우, 모든 생각에 의미를 부여 하기 때문에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 사라지는 대신 우리의 의식 에 잡혀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 정신과 환자들이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듣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생각을 바꿔봐."
혹시 누군가가 당신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절대 이 말은 하지 마라. 힘겹게 당신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생 각을 바꾸라는 말을 들으면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수치 심과 자괴감을 느낀다. 그 뒤로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생각이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로 바뀌는 것이기보다는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자신을 봐달라고 경쟁하는 모습에 가깝다. 다 양한 생각 중에서 더 큰 감정을 유발하고 더 오래 우리의 의식을 부여잡은 생각이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진다. 어떤 생각은 자연스 럽게 흘려보내고 어떤 생각에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만, 생각 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호 씨의 경우, 죽음에 관한 생각 역시 나름의 배경이 있고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은 바로 자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보다 긍정적인 생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 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뿐더러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 무기력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무기력감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뇌의 신호다. 수영 씨는 어 머니와의 사별 이후 무기력이 찾아왔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정 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거나 심한 스트레스 후에 무기력을 호소하 는데, 이는 위험한 상황을 다시 겪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하는 역 할을 해준다. 무기력하면 일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원시시대에는 동굴 밖을 나가는 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무기력하면 안전한 장소에 머물기 때문 에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보 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무기력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인다. 무 언가에 도전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패는 좌절감을 유발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건 거절을 당해 소외감을 느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은 무언가에 도전하지도, 누군가에 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게 하면서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낄 가능 성을 줄어들게 한다. 이처럼 무기력은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보존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나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를 자꾸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 치 않으면 끊어버릴 수 있는 가벼운 관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같이 가까운 상대와의 문제는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딜레마다. 이런 상황 에서 우리는 통제감을 상실한다. 통제감을 상실하면 우리는 불 안해지고 상대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타인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생각과 행동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관계 자체는 어떻게 하지 못하더라도 관계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고민을 지속하는 데에는 깊이 더 많이 생각할수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타인 지적 신념이 작용한다. 이런 신념은 빠른 결정이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만든다. 그런데 의사 결정을 연구한 심리학 실험들은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 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라드바우드대학 연구진은 축구 전문가와 비전문 가를 대상으로 축구 시합의 승패를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진은 연구 대상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어 느 팀이 승리할지를 깊이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고르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은 무의식적으로 승리 팀을 고르도록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짧은 시간을 주고 승리 팀을 선택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 오랜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한 그룹의 예측 정확도가 가장 낮았다. 전문가의 경우엔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고른 경우가, 비전문가의 경우엔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승리 팀을 선택했을 때의 예측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거나, 짧은 시간을 두고 선택하는 경우 엔 중요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정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 선 택하는 경우엔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모두 고려하 다 보니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 자기 전에 드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잠들기 전에 하는 규칙적인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들 기전 의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고 때로는 지루한 것이 좋 다. 호흡 훈련, 스트레칭, 이완 요법, 명상, 기도, 독서, 잔잔한 음악 듣기, 반신욕, 차 마시기 등이 적절한데, 나에게 잘 맞는 의 식을 찾고 지속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의식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며, 무엇보다 생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의식을 진행한 후에 잠자는 것을 반복하면 의식을 행하는 것만으로도 잠이 올 수 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 비해 자극이 적어 계속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니, 의식적으로 생각에서 빠져나와 지금 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줘야 한다.

-이전과 다르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것이 불편하다면, 지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뇌가 너무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에서는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같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시간 을 줄이고, 독서,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를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울과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고 우울하고 불안한 경우, 타인과의 관계 를 점점 피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고립은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차단함으로써, 우 울과 불안을 악화시킨다. 그런데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으 로 남기다 보면, 이를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고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주위 사람 들과 나눌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의 관계를 촉진시킴으로써 생각에서 벗어나고 우울과 불안을 이 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록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이어준다. 힘든 순간, 우울하고 불안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족과 친구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은 머릿속의 생각을 줄이고 싶을 때, 보통 시각 자극을 제공하는 대상에 의지한다. 우리 뇌 는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은 우 리 뇌의 후두엽에 위치하는데, 대뇌 피질(대뇌의 표면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으로, 부위에 따라 사고, 언어, 기억 등 뇌의 중요 기 능을 담당함)의 30%가 시각 피질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뇌의 많 은 부분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시각 정보는 다른 감각 정보에 비해 더 빠르게 처리되며, 우리 는 이를 기반으로 시각 자극을 해석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우리 뇌는 시각적 자극에 많은 주의를 기 울이며, 시각 정보를 통해 빠르게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한다. 이 처럼 뇌가 시각 자극에 민감하기에 우리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 을 때 시각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에 서 쉽고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닫는 순간, 시각 자극이 없어지며 온갖 생 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는 더 강한 시각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 은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이에 반해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정신 활동을 통해 생각에 서 벗어나게 되며, 외적 자극 없이도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쉽 게 만든다. 대부분의 명상은 눈을 감고 시각 자극을 단절한다.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우리의 정신적인 힘을 통해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 활동에 몰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시각 자극의 단절은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 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 험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 시각 자극에 많이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눈을 감았을 때 몰려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 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반복할수록 익숙해지며, 명상을 지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수십 분, 수 시간 동안 명상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명상을 통해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상태는 명상이 끝나 고도 지속된다. 명상하면서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외적 자극이 아닌 오로지 정신의 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 극이 없어지면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시각 자극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이 가능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은 다양한 기전(메커니즘)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인 다. 명상을 반복함으로써 전전두피질(전두엽의 앞 부분을 덮고 있 는 대뇌 피질, 주의를 조절함)의 기능이 강화되고 이는 부정적인 생 각의 억제를 수월하게 한다. 또한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 고 기분을 안정화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명 상이 안정된 상태의 뇌파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정 된 뇌파의 증가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생 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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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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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리더십

경영 2024. 4. 28. 05:51

- "선수를 코치하지 마라, 팀을 코치하라. 선수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팀에서' 축구하는 법이다. 팀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 팀이 이기는 것이 핵심이다."
조세 무리뉴(BBC, FIFA 선정 최고의 감독)

- 흥미롭게도 과거 한국의 많은 리더들의 리더십 역량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리더십 역량이 뛰어나지 않아도 리더로서 역할을 그 럭저럭 수행하고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균질한homogenous한 구성원들'과 '수직적 문화'에 있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서 구성원들의 다양성은 거의 없었다. 학력 수준, 가치, 승진 욕구가 대동소이한 구성원들이 모였다. 이 러한 균질적인 구성원들을 리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리 없 다. 게다가 조직문화는 대개 수직적이었다. 팔로워들이 알아서 리더의 지시를 받드는 문화였던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굳이 리더십 의 개발이 필요 없었다. 가끔 워크숍이나 회식을 통해 충분히 구 성원들의 마음 관리를 할 수 있었다. 이에 많은 구시대 리더들은 자신이 매우 뛰어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착 각이었다.
이에 반해 글로벌 리더들은 과거부터 비균질적인 heterogenous 환 경에서 리더 생활을 해야 했다.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가치의 구 성원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구성원들을 모아 성과를 내야 했기에 한국 리더들보다 리더십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임원들과 한국 임원들 양쪽 모두와 함께 일했던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CEO가 한국 임원들의 가장 큰 약점은 '리더십'이라고 했던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환기에 있다. 한국의 조직에서도 균질화 문 화가 비균질화로 바뀌고 있다. 수직적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과거와 같은 리더십은 점점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 었다. 이에 과거 방식의 리더십을 배웠던 새로운 리더들은 어려움 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넷플릭스에 조세 무리뉴Jose Mourinho 감독의 인터뷰 영상이 있다. 그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 선정 21세기의 최고의 코치'로 선 정된 바 있다. 그가 자신의 승리 비결을 몇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그중 내게 가장 영감을 준 말은 이것이다.
"선수를 코치하지 마라, 팀을 코치하라. Don't coach the player. Coach
the team. "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타선수를 지도할 수 없다면 어느 선 수도 지도할 수 없다. 감독이 할 일은 선수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호날두에게 프리킥 차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 아니다. 그는 프리킥 차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그 선 수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팀에서' 축구하는 법이다. 팀이 없 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 팀이 이기는 것이 핵심이다."
-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팀의 의미와 목적을 알게 할 필요가 있다. 팀의 승리를 위해 구성원 개개인을 겸허하며 자신을 조절하고 하모니를 내고 협력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가르 친다. 리더는 개개인의 합보다 더 큰 것을 만들어내는 것, 팀의 성공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기억하라.

- 지휘자 서희태 씨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주빈 메타는 배려로, 토스카니니는 완벽으로, 카라얀은 믿음으로, 번스 타인은 칭찬으로, 무티는 비타협으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그들 의 스타일은 다 다른데 자기만의 분명한 콘셉트가 있습니다. 그 러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비전이 명확하고 엄청난 실력자들 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 아니라 비전, 실력, 진정성과 태도다. 완벽한 스타일이란 없다. 명확한 비전과 상대에 대한 진심과 신뢰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지 스타일이 중요한 건 아니다.
사실 '리더십'처럼 혼란스러운 단어가 없다. 소위 리더십 대가 들은 리더들에게 '절대적'이고 '만능'인 리더십을 요구한다. 마치 이런 모습이다. "리더는 테레사 수녀처럼 사랑에 가득 차 있지만 때로 잭 웰치처럼 냉혹해야 한다. 앤디 그로브처럼 지독하게 디테일을 파고 들어야 하지만 짐 굿나이트처럼 관대하고 위임해야 한다. 베조스처럼 악착같은 실행력이 있어야 하지만 리처드 브랜 슨처럼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만능인 리더는 세상에 없다. 다들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그 가운데 자신의 리더십이 키워지는 것이다. 나는 '절 대적'이고 '만능'의 리더십보다는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리더십이 있다는 생각이다. 테레사 수녀 같은 리더십이 적합한 환경과 잭 웰 치 같은 리더십이 적합한 환경이 있는 것이다.
물론 훌륭한 리더라면 상황에 따라 적합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의 스타일을 탐구하여 자신 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절대적' 이고 '만능'인 리더십을 요구하는 리더십 책을 읽을 때마다 리더 들은 자책할 필요가 없다. 물론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하지만 당 당하라. 어떠한 리더도 만능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다.

- "모른다는 것과 실패했다는 것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성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천재가 필요한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팀이 필요합니다."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CEO) 

- 조직 전체를 움직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다음의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1) 기업의 미션과 가치
2) 기업의 목표와 전략
3) 기업의 경영 시스템과 프로세스
4) 조직구조
5) 인사 체계
- 이러한 틀을 설계하는 것은 마치 게임을 설계하는 것과 같다.
리더는 게임할 수 있는 경기장과 룰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틀 안에서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알아서 목표를 달성하는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공동체 의식이 있고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욕구가 있다.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여기서 '기업의 미션과 가치'는 구성원들에게 정신적인 틀을 만들어준다.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어떤 원칙과 가치대로 행동해야 할지 알게 한다.
'기업의 목표와 전략'은 조금 더 현실적인 사업 레벨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준다. 사업의 목표지점과 설계도이다.
'기업의 경영 시스템'은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도달하기까지 기업이 행하는 모든 업무구조”라 할 수 있다. 경영 시스템 안에는 세부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현장 끝단, 구성원 끝단까지 닿게 된다.
'기업의 조직구조'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큰 동인 이다. 조직을 통해 누구에게 보고해야 할지, 누구와 협력할지, 기 업이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인사 체계'이다. 인사 시스템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되지만 특히 목표를 설정하고, 모니터링하며 성과를 측정하 고 평가하며 보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 <무엇이 조직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 세계적 리더십의
대가인 패트릭 랜치오니 Patrick Lencio는 6가지 질문에 답할 것을 권한다.
1)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미션)
2)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핵심 가치)
3)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사업 정의)
4) 우리는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핵심 전략)
5)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상위 목표)
6)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행 방안)
- 미션은 회사에 멋으로 걸어놓는 장식용 글귀가 아니다. 미션은 그 회사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목적, 사업의 진화 방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션은 사람들에게 그 회사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고, 그 회사 가 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구성원들 또 한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깨닫도록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할지를 알게 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리더라면 먼저 당 신의 조직의 대의명분, 존재하는 이유를 구성원들과 같이 정하는 것이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다.
- 핵심 가치는 돈을 버는 것을 방해할까? 그렇지 않다. 명확한 철학과 차별화를 통해 돈을 더 크게 벌게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을 '지속가능하게 돕는다. 아마존이나 애플이나 구글이 대단한 이 유는 기술력에도 있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악착같이 지켜왔기 때 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 했던 것은 이런 철학 없이 그저 시류를 타고 적당히 줄타기를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잘 나가다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 고, 사라져도 고객들은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같이 일하고자 하는 '탁월한 사람'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탁월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해를 수정한다. 그들은 이미 해결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고려해본다. 그들 은 그들의 기존 사고에 대항하는 새로운 관점, 정보, 생각, 모순, 도전 등에 대해 열려있다. 자신의 예전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언 제든 바꾼다.”
그런데 많은 리더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존 의견을 잘 바꾸지 않는다. 왜일까? 자신의 의사결정 을 바꾸는 것은 '자신이 틀렸고 패배했으며 어리석었음'을 인정하 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설령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서 과거 의견이 잘못된 것이 명백함에도 의견을 잘 바꾸지 않는다. 특히 자신보다 낮은 직위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증거 를 가져온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 《INC》라는 비즈니스 잡지의 한 기사는 이렇게 권고한다. “상 대가 진짜 똑똑한지, 아니면 허풍인지를 구별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당신이 당신의 기존 의견을 바꾼 때는 최근에 언제인가' 를 확인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한 기억이 별 로 없다면 그 사람은 진짜 똑똑한 사람이 아님에 틀림없다. 당신 이 스스로 틀렸음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꾼 때는 언제인가? 만 일, 기억하기 어렵다면 당신은 그렇게 탁월한 리더가 아닐 가능 성이 높다."

-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약'할 뿐이다. 환경에 따라 악해질 수도 선해질 수도 있다. 약하기에 실수도 하고 유혹에도 흔들린다." (이타미 히로유키(일본의 경영철학자))

- 결국 파워풀한 팀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비결은 구성원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일을 잘하는가 못하는가, 리더 의 가치에 맞는가 안 맞는가에 앞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 다. 인간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진정성'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런 답을 하는 분들이 있다. “아니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동물로 대하나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리더들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가? 대부분 회사의 목적,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대하면서 한쪽에서는 리더십 기법을 배워 적용하려 한다. 부드럽게 말하는 법, 칭찬하는 법, 피드백 하는 법 등. 그러나 상대를 진정한 존 재로 대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칭찬만 잘한다고 해서 통하는 것 은 아니다. 잠시 통할 수 있지만 오래가기는 어렵다.
-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학자 이타미 히로유키는 <경영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성약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본 성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약' 할 뿐이다. 환경에 따라 악해 질 수도 선해질 수도 있다. 약하기에 실수도 하고 유혹에도 흔들린 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신뢰하되 일은 신뢰하지 말라. 인격은 신뢰하되 약함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덕'과 '규율' 두 가지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 결국 리더에게는 다음의 관점이 필요하다.
하나, 예외나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발생한다. 살다 보면 마 음 상하고 배신도 경험하게 된다. 선한 뜻을 가지고 행동하면 이 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낮겠지만 그렇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자신을 탓할 필요가 없다. 당신 의 잘못이 아니다.
둘, 사람이 악해서 그런다기보다는 약해서 그런 것이다. 이에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를 거둘 필요는 없다. 사람을 신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여전히 신뢰와 감사의 태도를 유지한다.
셋, 사람은 신뢰하되 그가 실수하고 예측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가정한다. 이러한 약함으로 인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대응 하기 위해 덕과 규율 두 가지에 균형을 두고 회사의 시스템을 굳 건히 한다.
넷, 정말 악의적으로 배신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는 팃포탯 전략(tit for tat, 반복게임에서 경기자가 이전 게임에서 상대가 한 행동을 이번 게임에서 그대로 따라 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하라.
- 우리는 문제해결을 할 때 자꾸 인간의 '선의'에 기대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기대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커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똑같은 학생이 미국에 가면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한국에서는 커닝을 해도 봐주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퇴학을 당한다. 미국에 가면 더 도덕적이 된다거나,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더 도덕적이어서도 아니다. 강력한 처벌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 물론 기업은 프로스포츠팀과 달리 모든 영역에서 성과를 명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이 기업을 프로스포츠 팀처럼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팀 같은 관 점으로 조직을 바라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게 된다.
1) 목적과 아웃풋을 명확히 하고 성과 측정의 체계가 고도화되어야 한다.
2) 사람들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조직을 운영해 야 한다. 즉, 사람들을 계속적으로 유입할 수 있는 플로우를 만든다.
3)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과 유출되는 사람들이 많기에 회사의 기반 시스템을 탄탄하게 해서 업무 연속성이 있게 해야 한다. 
4) 리더들은 코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5) 구성원은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과 동기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해야한다

- 가치에 대한 이해
그러면 성격만 이해하면 될까?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이해하면 좋다. 구성원의 경력, 가족, 취미, 가치, 강점, 비전 등을 이해할 필요 가 있다. 그의 개인적인 삶과 개인의 가치, 비전 등을 이해해야 그 가 어떤 동기로 일하고 어떤 경우에 가장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를 알 수 있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개인의 미션과 비전이 정렬될 때 그 조 직은 가장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뜻이 조직을 통해 이루어질 때 그 개인은 가장 큰 에너지를 발휘한다. 종교단체의 선교사를 보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구성원의 비전, 가치, 동기의 근원을 모른다면 어 떻게 그가 최선을 다하게 도울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많 은 리더가 개인이 일에서 열정을 가지도록 돕는 데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비전, 가치, 동기의 근원을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 기 때문이다.
- 개인적 관심이 있어야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고 신뢰가 생긴다.
이것이 기반이 되어야 훌륭한 팀워크가 이루어진다. 다만 개인별 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가정환경에 있는 구성원에게는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너무 깊이 들어가려 하면 역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한 후배가 있는데 그 부부는 아이가 없었다. 그 부부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대가 아이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없다 고 하면 왜 그런지를 묻고 원하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해결책을 주 려고 계속 이야기할 때 불쾌해지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 다. 그러므로 개인적 관심과 친밀감은 필수적이지만 이 또한 상대의 상황을 잘 관찰해서 친밀의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직원들과 친구나 형, 동생처럼 지내 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적절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 다. 리더의 관심은 직원이 훌륭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지 놀이 터나 스위트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직원들과 퇴근 후나 주말에 사적으로 어울리는 것도 주의하라. 의도하지 않은 정치와 파벌을 만들 수 있다.
-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 박사는 피드백이 아닌 '피드포워드'를 하라고 권한다. 피드백은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피드포워드는 바꿀 수 있는 미래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적용해 질문해보자. 리더가 구성원에게 “내가 과거에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요?", 또 는 "나의 문제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대신 “내가 ~부분을 잘 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방식으로 물으라는 것 이다. 전자는 피드백의 질문이라면, 후자는 피드포워드의 질문이 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과거 잘못이나 문제를 들추지 않고도 필 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골드스미스 박사는 구성원에게도 '수동형 질문'이 아닌 '능동형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수동형 질문이란 변명을 낳는 질문이며 환경 탓이나 회사 탓을 하는 질문이다. 반면에 능동형 질문은 자신의 행동 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깨닫게 하는 질문이다. “목 표를 달성했는가요?”는 수동형 질문이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 을 다했나요? 어떤 교훈을 얻었나요?"는 능동형 질문이다.
질문만 바꾸어도 초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부정에서 긍정 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전환할 수 있다. 피드포워드 질문, 능동형 질문을 통해 과거가 아닌 미래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 또한 리더가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다.

- "상사를 좋아하거나 존경하거나 미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를 적절하게 관리해서 상사가 당신의 성과, 목표, 성공에 도움이 되게 할 필요가 있다." (피터 드러커(경영학자))

- 조직에 변화를 만들고 싶지만, 구성원들의 저항이 심하다는 고민 을 토로하는 리더들이 가끔 있다. 나는 그들에게 이런 답을 하곤 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꺼리고 저항하는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일 수 있다.” 물론 무작정 반대와 저항을 하는 사람 들도 10~20%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변화가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저항한다.
- 대다수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는 '익숙함을 벗어나 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잘하지 못하면 뒤처 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저항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10~20% 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지만, 중간에 있는 다수는 그 냥 염려만 할 뿐 시도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새로운 것이 그리 어 렵지 않고 그들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면 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 리더들은 이 점을 기억하자. 새로운 일을 꺼리고 저항하는 이유는 회사가 싫어서 리더가 싫어서 그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모르거나 실패할까 두려워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작은 성공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라.

- 상사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또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상사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라. 내향적인 상사 와 외향적인 상사의 욕구와 성향은 매우 다르다. 주도적인 상사, 활발한 상사, 꼼꼼한 상사, 조화를 중시하는 상사 등 상사의 업무 유형도 다양하다. 주도적인 상사는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며 업무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활발한 상사는 에너지가 넘치고 낙관적이며 사람을 좋아한다. 꼼꼼한 상사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분석적이 다. 조화를 중시하는 상사는 안정과 조화를 중요시한다. 각각의 유 형에 따라 대응하는 전략이 다르다. 당신은 상사의 성향과 일하 는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상사의 성향과 스타 일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응전략을 세워 상사를 관리하는 것이 최 선의 방법이다.
둘째, 상사의 관심과 이해를 파악하고 조직의 성과를 상사의 관점에서 표현하라. 상사 또한 성과를 내고 싶어하고 자신의 성과 를 표현하며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러한 상사의 관심을 파악할 필 요가 있다. 당신의 성과를 상사의 성과와 연계align시킨다. 상사의 관점에서 어떤 성과를 필요로 할까, 상사는 고위상사에게 어떤 부 분을 어필하고 싶을까를 생각하고 이를 자신의 부서의 성과와 연 결시킨다. 이때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상사가 시키는 것만 해서는 상사에게 인정받기 어렵다. 물론 충성된 이행자로서의 역할을 원 하는 상사도 간혹 있다. 생각은 자신이 하고 이행만을 원하는 상 사도 있다. 이런 상사를 둔다면 이렇게 해도 괜찮다. 그러나 일반 적인 상사라면 이런 방식은 그리 큰 효과가 없다. 물론 시키는 일 은 잘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선제적으로 추진하여 성과를 내고 그것이 상사의 성과와 연결되게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셋째, 상사와 친밀감을 쌓아가고 충성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연기가 아니라 진정성으로 그러한 것이 필요하다. 임원이나 CEO도 다 사람인 이상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기 어렵다. 결국, 자 신이 더 많이 만난 사람, 자신에게 충성된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되어 있다. 자신을 배신할 우려가 있는 사람을 좋아할 상사는 없다. 사사건 건 자신의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을 좋아할 상사는 없다. 이에 기본 적으로 신뢰와 충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제적인 아이디어를 제 안하고 이를 성공시키고 공은 상사에게 돌려라. 상사와의 신뢰 구 축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 가끔 진짜 소시오패스가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이들을 대하는 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 나, 그들이 항상 당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이해하라. 둘, 그들과 경쟁하거나 이기거나 교화시킬 생각은 하지 마라. 그저 윈윈 상황을 만들어라. 사이코패스는 항상 이기려 한다. 그가 이기게 해주면서 당신도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라. 

- 가끔 리더들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저는 구성원들을 잘 대해주는데 모든 구성원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을까요?" "주위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 수의 말을 인용해 대답하고자 한다. “주위에 10명의 사람이 있다 면, 일반적으로 2명은 나를 싫어하고, 1명은 나를 매우 좋아하며, 7명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나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도 그러한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도 다른 이에게 그러하지 않나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미움 받을 수 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십시오."
- 나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리더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저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을 잘 다루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강함'과 '부드러움'을 잘 조합한다. 사람마 다 섞는 비율이 약간씩 다를 뿐 절대 '강함'을 놓지 않는다. 썩은 사 과에 대해 단호하지 않으면 모든 사과를 썩게 만들 수 있고, 두 려움이 없으면 함부로 선을 넘는 이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평소에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필요할 때는 매우 강하다. 상황에 따라서 매우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강하게 지시한다. 잘못에 대해서는 크게 혼을 내어 해당 문제가 심각한 것임을 각인시키기도 한다. 일에 있어서 자신을 타인과 사적으로 섞지 않 고 경계를 설정한다. 사람을 배려하지만 성과 지향적이다. 다른 강 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조직을 어필하고 배짱을 가지고 대한다. 미 움 받을 용기를 감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스함과 공감으로 구성원들을 포용하고, 자신은 혼을 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혼내는 것은 방어해준다. 구 성원들의 역량과 성과를 주위에 어필하고 이들을 보상받게 하고 승진시키도록 하는 데 게으르지 않는다.
당연히 '나쁜 리더'는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나 그저 '착한 리 더' 또한 성공하기 어렵다. 강함 가운데 부드러움이, 부드러움 가 운데 강함이 필요하다. 약자에게는 약하지만, 강자에게는 강한 강 단도 때로 필요하다. 조직을 하나로 만들어 좋은 성과를 내려면, 리더들은 부드러움과 강함,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내 전작 <일의 격》에도 썼지만 미국 전직 국방차관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는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다. 연단에 서서 자신이 가져온 스티로폼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이런 말 을 했다.
"제가 작년에도 이 자리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차관 이었죠. 비즈니스석을 타고 내리자 공항에서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최고급 호텔로 안내되었고 오자마자 이미 체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연설을 위한 별도의 대기실을 안내 받았고 거 기에는 멋진 찻잔에 담긴 최고급 커피가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 돈을 내고 이코노미를 타고 왔습니다. 아무도 맞아주지 않았죠. 택시를 타고 직접 체크인을 했습니다. 발표장에서 커피가 어디 있냐고 물으니 벽쪽 커피 기계를 가리키더군요. 이에 스티로폼 컵 에 커피를 따라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에 깨달았습니다. 작년에 준 찻잔은 내게 주는 것이 아니었 구나. 내 '지위'에 주는 것이었구나. 나는 '스티로폼이 마땅한 사 람'이었구나. 여러분! 지위에 따라 주는 특권은 여러분들에게 주 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역할'에 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 역할을 떠나면 당신을 대체하는 사람에게 멋진 찻잔을 내밀 겁니 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 리더가 너무 열심히 하고 책임 조직을 100퍼센트 통제하려 하면 마이크로 매니징이 되기 쉽다. 최근 조직학자들은 조직의 규 모가 커질수록 리더의 '통솔 범위span of control'를 넓히라고 권고한 다. 과거에는 리더가 감당할 수 있는 조직 규모를 최적화해 충분 히 통제선상에 있게 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 왜 늘려도 된다는 것인가? 이 말은 리더 산하에 조직을 너무 적게 두면 리더들이 과 도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불확실하 고 복잡한 시대에 리더가 너무 세세히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 리더가 신경 쓸 것 외에는 모르거나 모르 는 척하는 게 낫다.
물론 스타트업이나 일정 규모 조직까지는 리더가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장악하는 게 낫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조직은 리더가 잘 모르거나 대충 아는 영역도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시도와 아 이디어가 필요한 곳은 좀 몰라도 된다.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혁신에 도움이 된다.

- 리더가 많은 것을 구석구석 알고 하나하나 통제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잘 아는 것과 성장이나 성과를 창출하는 것 은 별 관계가 없다. 평론가들이 선수들이나 코치보다 더 잘 알지 만, 그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님과 같다. 리더는 자신이 할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목표와 전략을 명확히 가시화하고 사람들 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판만 잘 깔아줘도 조직은 턴어라운드 하거나 트랜스폼할 수 있다.
리더의 시간 또한 여유가 필요하다. 100% 빡빡하게 사는 것은 위험하다. 10~20% 정도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물론 위기 시 나 턴어라운드 시기에는 당연히 100% 아니 110% 전념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비행기도 이륙할 때는 에너지를 엄 청나게 쓰지만 운행할 때는 에너지를 가볍게 쓴다. 계속 이착륙에 쓰 이는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를 써서는 먼 길을 갈 수 없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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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정신이라는 착각

심리 2024. 4. 28. 05:50

-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뇌는 시종일관 주어지는 감각 데이터로부터 지각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부 분 명확하고 안정된 해답에 이른다. 뇌는 외부 세계에 직접 접근 할 수 없기에 지각을 만들어내야 한다. 뼈로 이루어진 깜깜한 공 간에 들어앉아 감각기관이 그에게 공급해주는 신호를 이해해 야 한다(이런 신호들은 절대로 외부 세계를 명확하거나 완전하게 보여주 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바깥의 사건 중 어떤 것이 이런 신호를 유발하는지 학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각을 만들어내고, 이런 지각을 세상이 어떠하며, 이 세상에서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론, 생각, 아이디어, 예감, 의견, 신념, 확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뇌가 어떻게 지각을 만들어낼까'라는 질문을 연구하다 보니, 나는 지각의 변화 증상이 나타나는 심리 질환에 점점 더 관심이 생겼다. 현실과 유리된 세계상을 지니고 있어 즉 그들의 뇌가 현실과 유리된 세계상을 만들어내 타인들이 볼 때 ‘미쳤다’는 생각이 드는 질환 말이다. 그런 질환 중 하나는 조현병이다. 조 현병 환자는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현실과의 연결 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환각 증상, 즉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지각과 망상, 다시 말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과 확신을 경 험한다. 그리하여 나는 신경과에서 신경정신과로 방향을 틀어 뇌가 세계상을 만들어낼 때 어떤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변하는 지에 천착해보기로 했다.

- 이 책에서 나는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최 근 뇌과학 이론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확신이 생겨나는 기본 메 커니즘과 기능을 설명할 것이다. 신경과학 외에도 철학, 진화론, 유전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정신의 학을 넘나들며 논의해보려고 한다.
핵심 명제는 바로 이것이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 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종종 우리에게 커다란 유익이 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견하게 해주고, 그런 사건에 더 쉽게 대응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설은 가설일 따름 이다. 즉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정이므로, 언제든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확신하고 싶어 하고, 확신을 고집스럽게 부여잡고 싶어 하는 경향은 심리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 다. 하지만 확신은 가설에 불과하므로,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 른 관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중요한 전제다. 이 책이 보여줄 관점이 우리 모두가 열린 태도로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끔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 덱사메타손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를 약리학적으로 본뜬 것이라 그것을 투여하면 뇌가 극도로 예민해지기에, 지각 이 변해 있지도 않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편집증적 증세를 보일 수 있으며, 나아가 환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 면서 그런 증상이 금방 사라져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담당 의사 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그 약을 투여할 때는 약간 조심 해달라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뇌에 전이되지는 않았겠지만, 만일을 위해 뇌 MRI를 한번 더 찍어보라고 한다. 헬렌 S.는 친구 에게 솔직히 말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녀 는 믿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이성적인 인간인 내가, 스트레스 호르몬 과다로 잠깐 돌아버릴 수 있구나. 정말 완전히 홱 돌아버릴 수 있구나!'

-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깊은 고랑
하지만 우리는 정확히 이렇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사고한다.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적 분류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언뜻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적 사고는 심리학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자 고든 윌 러드 올포트 Gordon Willard Allport의 말마따나 "인간의 정신은 카테 고리를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 다. 정돈된 삶을 살려면 그래야 한다."
- 그러나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경향은 참으로 위험하다. 흑백 논리로 이어지고, 극복하기 힘든 고랑이 파일 수 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카테고리 사이의 고랑은 특히 깊다. 정상과 비정 상의 중간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머릿속에 그어진 이 두 카테고리 사이 경계선은 너무나 예리하다. '정상'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 그러나 '비정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다 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며, 낯설고 끔찍하고, 심지어 공공에 위험 한 사람이다.
- '돌았다', '미쳤다'는 단어는 명백히 부정적 어감을 지니고 있 고, 다른 사람들과 관련해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보통 그 사 람들이 기본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신 경정신과 의사의 경우는 다르다. 전문가는 사람들을 낙인찍지 않고자 증상을 명명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증상을 분류하기 위 해(때로는 너무 빠르게) 진단을 내리며, 이런 토대 위에서 치료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심리적 증상과 신경정신과적 진단은 돌에 아로새긴 것처럼 변치 않는 것이 아니며, 종종 없던 일이 될 수 도 있다. 즉 증상이 없어지고 진단이 철회될 수도 있다. 이런 단 순한 이유만으로도 신경정신과 의사는 인간을 기본적으로 비정 상이라고 낙인찍는 개념을 무조건 피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런 식의 낙인을 단호하게 저지하는 것이 바로 신경정신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보기에) 잘못된 확신을 부여잡고 있는 이유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우리에겐 아주 명쾌하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은 왜 올바로 보지 않으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특히 유혹적인 추론은 이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 현실과의 접촉을 잃어버렸다는 것! 간단하게 말 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자신의 확신을 그렇게 확고하게 믿을 까? 이 질문을 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굳은 확신이 우리에 게 어떤 역할을 할까, 그것이 머릿속에서 어떻게 생겨날까, 그리 고 어떻게 심리 질환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종종 현실 과의 연결을 잃을까? 여러분은 우리의 세계상이 환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때는 현실과 더 많이 일치하고, 어느 때는 더 적 게 일치하는 환상이다. 더 적게 일치할수록 '제정신이 아닌 것' 이 된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 앞서 말했듯 '내게 도움이 되니까 믿는다'라는 진술을 종교적 믿음의 적절한 근거로 받아들이면서, 많은 신자에게 실용적 합 리성을 인정해줄 수 있다. 신자들에게 인식적 합리성은 믿음이 주는 실용적 유익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 삶에서 의지가 되 고,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주는 것에 대한 필요가 경험적으 로 검증 가능한 진실에 대한 필요보다 크다. 이제 이런 데 비중 을 두는 건 사적인 문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선험적 확신으로 표방되는 신념은 위험과 부작용도 동반한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확신을 지닌 개개인이나 집단이 충돌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종교를 빌미로 일어난 전쟁 목록은 길며, 여기에 희생됐고 여전히 희생되는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 다. 열정적으로 종교적 믿음에 반기를 드는, 확신에 찬 무신론 자가 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방금 전에 언급한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신무신론자'가 바로 그런 논지를 편다.
- 그러나 우리는 이런 논쟁에는 끼어들지 말고, 종교적 믿음이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며, 이는 종종 볼 수 있는 '정상적 인' 형태의 비합리적 확신이라는 점만 확인하기로 하자. 종교적 믿음은 '어쩌다 보니' 비합리적이 된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인식적 합리성의 원칙을 그 자체로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 종교적 믿음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감안할 때 나아가 인식적으 로 비합리적인 확신이 합리적인 확신보다 훨씬 더 '통상적'이라 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근본적으로 망상적인 것이며, 심리 질환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건 상당히 위태로운 주장이 되는 것이다.
- 음모론은 모든 사건 에서 원인 혹은 의도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이용한다. 우리는 순수한 우연이나 카오스를 참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일 더하기 일'을 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단순한 설명을 좋아하고, 인과관계, 패턴을 찾아낸다. 심 지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부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권모술 수나 어떤 힘을 찾아낸다. 우리는 이웃한 사건을 서로 연결한다. 그 사건들이 그냥 서로 우연히 가까이 있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사고는 이런 인지 왜곡에 취약해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 볼 예정이다) 종종 비합리적 판단에 이른다. 음모론이 꽃피는 아 주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비합리적 확신의 모든 예는 인식적 비합리성이 결코 망상만의 특성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만연한 것 임을 보여준다. 종교적 믿음이나 미신처럼 인식적 합리성에 크 게 신경 쓰지 않는 확신이든, 이성의 옷을 입었지만 속으로는 굉 장히 비이성적인 음모론이든,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은 예외라 기보다는 규칙에 가깝다. 대부분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평범한' 것들이다.

- 자신의 인지 왜곡을 보지 못하는 맹점 편향은 우리가 합리적이라는 환상을 갖게끔 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와 스스로 의 신념을 인식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 를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면 서 자신의 비합리성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 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일까, 모두가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망상 에 빠진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확신이 얼마 나 합리적인지에 대한 숙고가 보여주는 것은 인식적 비합리성이 결코 망상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은 망상과 '정상적' 확신을 구분해야 하는 신경정신과 의사에게는 나쁜 소식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망상과 '정상적' 확신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 만 《DSM-5》에서 제안하듯 합리성을 기준으로만 구분하는 것 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다른 저자들도 종종 추가적 인 기준을 도입했다(물론 이런 기준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능적 제한, 망상적 확신으로 말미암은 주관적 고통, 또는 이런 확신을 비슷한 문화적 배경에서 대부분의 사람과 어느 정도로 공유하는가 하는 질문도 기준이 된다. 56 그러나 여기서 나는 망 상에 대한 신경정신과적 진단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 다. 그 문제는 심지어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망상적 사고와 '정상적' 사고 가 우리 생각만큼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망 상은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상적' 사고 역 시 우리 생각만큼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제정신 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 생각보다는 '더 제정 신이 아닌 듯하다. 또는 최소한 소위 '정신 나간' 확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신이 헤까닥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 조현병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 는 것은 현대의 분자유전학적 방법을 동원한 연관성 연구가 제 공하는 중요한 인식 중 '하나'일 따름이며, 이런 연구들은 이외 에도 이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에 대해 다른 중요한 정보를 제공 한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유전적 위험 변이가 어떤 기능을 하 는가, 하는 질문이 중요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소위 유전 자 발현gen expression이다. 유전자에 암호화된 유전 정보가 어떻 게, 유기체의 어떤 세포에서 번역되어 기능이 발현될까? 조현 병에 대한 GWAS에 따르면 (그리 놀랍지 않게도) 확인된 유전자 중 대부분은 뇌에서, 더 정확히는 글루타메이트 glutamate나 도파민 같은 특정 뇌 메신저의 기능과 관련해 발현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더해 (약간 더 놀랍게도) 면역 체계의 세포에서 발현되는 몇몇 유전적 위험 변이가 발견됐다. 12 이런 중요한 발견은 이후 조현병 연구자들로 하여금 면역 기능이 조현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다수의 유전적 위험 변이가 있고, 해당 유전자가 여러 조직에서 발현된다는 것은 유전학의 역할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경우를 '다인자 적 polygenic' 영향이라고 말한다.
이를 약간 자세히 살펴보자. 단일 유전자로 말미암은 유전병 도 있다. 유전자 하나가 변화되어 유기체의 작동 방식에 특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단인자 유전병의 대표적인 예가 낭 포성 섬유증이다. 이 질환에서는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기도에 서 지나치게 걸쭉한 점액을 만들어, 종종 폐렴 같은 중증 호흡기 감염을 일으킨다. 이런 단인자 유전병은 대물림된다. 즉 부모 모 두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자녀에게 물려주 면 자녀는 불가피하게 이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13
조현병 같은 다인자적 질환은 이런 방식으로 직접 유전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전달되어 질병 발현에 위험을 높인다. 질병의 위험은 유전된 유전자 변이 수에 비례해 증가하 는데, 이들 각각은 그 자체로 질병을 유발하지 않지만, 합쳐져서 위험성을 높인다. 이를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risk profile'이라고 한다.

- 모든 현상이 또는 더 일반적으로 모든 생명현상이 나타 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늘 다양한 차원에서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이 문단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상 앞에서 일어나 물을 가지러 부엌 쪽으로 갔다.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단박에 떠오르는 대답은 '목이 말라서'라는 것이다. 생리학자는 물을 찾는 내 충 동을 자신의 지식에 기초해 인간의 수분 및 전해질 대사의 조절 로 설명할 것이다. 심리학자의 대답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심리 학자는 내가 방금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부엌으로 간 것은 잠시 쉬고 싶은, 혹은 더 나아가 -프로이트적 시각에서 볼 때 구 강 만족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의 표시였다고 말할지 모른다. 프 로이트를 신봉하는 사람은 하필 지금 물을 마시려는 욕구가 내 유아기의 성 심리적 발달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럴듯하게 설 명할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서 내 인생사를 환기하는 것이 다. 반면 진화생물학자는 내 개인사보다는 호모사피엔스의 발 달사에 시선을 맞추어, 위험한 탈수에 처하지 않게 하는 반응으 로 인간이 갈증이라는 주관적 느낌을 느끼도록 한 유전적 장비 가 어떻게 자연선택에서 이점으로 작용했는지 설명할 것이다.

-네덜란드의 동물학자이자 행동과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 Nikolaas Tinbergen은 어떤 범주로 유기체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몰두해 각각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왜'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질문은 메커니즘과 관계된다. 즉 행동의 기반이 되는 생리학적 과정이다. 두 번째 질문은 개인의 발달사, 곧 어떤 행동이 일생에 걸친 유기체의 발달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로써 이 두 질문에서 '왜'라는 물음은 직접적 원인(근접 원인이라고도 한다)과 관련된다. 이런 원인들은 직접적으로 개인에게서, 그리고 개인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막 물 한잔을 가져온 것에 관련된 직접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는 생리학자들과 생리 학이 약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틴베르헌의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은 근본적인 원인과 관 련된다(궁극적 원인이라고도 한다). 이런 원인은 개인적인 것이 아 니라, 진화 과정의 결과로 전반적인 종족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 을 말한다. 근본적 원인은 말하자면 진화적인 원인이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은 소위 어떤 현상의 적응적 adaptive 가치와 관련된 다. '특정 행동(내지 이런 행동에 기반이 되는 유전자)이 우리 종족에게 자연선택상 이점을 동반하는가?' 하는 것이다. 물잔의 경우 내 행동의 적응적 가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탈수를 피 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개인은 더 건강하고 오 래 살며, 그로써 재생산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질문은 진화 과정에서 행동 양식이나 다른 생명현상 이 계통발생적으로 생겨난 것과 연관된다. 종이 발달하는 동안 특정 행동 양식 형성에 기여한 메커니즘이나 상황에 대한 것이 다. 현재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체액과 전해질 조절이 계통발생적으로 더 오래된, 옛날의 단순한 체액 조절 형태에서 어떻게 형성됐는가 하는 질문도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내가 왜 물을 가져왔는가, 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진화생물학자 가 가장 잘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작은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고, 빠듯한 자원을 두고 적과 경 쟁해야 했던 선조들에게는 불신과 편집증적 경향이 생존에 유 익을 주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더욱 조심하고 위험을 더 빨리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초자연적 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사회집단에서 명망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조현병의 특징으로 보는 정신병 증상은 원시사회에서는 저세상의 영이나 귀신과 접촉하는 것으로 해석됐을 것이고, 그 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종종 사회적으로 특별한 샤먼이라 는 지위를 부여했을 것이다.25 정신분열증을 경험하도록 하는 유전자 변이는 원시인류가 수천 세대에 걸쳐 발달하는 과정에 서-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말을 빌리자면 유전적 향상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이 유전적 질환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가벼운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일 뿐 아니라 재생 산율도 더 높은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재생산율도 높아야 해당 유전자 변이에 대해 긍정적 선택이 일어난 것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영국의 행동생물학자 대니얼 네틀 Daniel Nettle은 이 런 주제에 천착했다. 그는 몇 년 전 동료 헬렌 클레그 Helen Clegg와 함께 성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정신증 경 향, 창조성, 재생산 성공 간의 연관을 연구했다. 조사 대상자 중 에는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를 비롯해 창조적 직종에 종사하 는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35 설문 조사 결과, 신비한 생각 이나 눈에 띄는 지각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보고하는 사람 중 창조적 직업군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여기서도 정신증 경향과 창조성의 연관성 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정적 발견은, 특이한 경 험을 한다는 응답과 삶에서 한 사람이 맺는 파트너 관계의 수사 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는 늘 한계가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 36 네틀과 클레그의 이 연구에서는 이런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파트너를 구하는 데 성공한 정도 여기서는 단순히 파트너 관계의 수- 를 정말로 재생산의 성공으로, 그로써 성적 선택에 의미 있는 것 으로 봐도 될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연구에서 정신증 경향과 자녀 수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 피임 수단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대에 자녀 수를 따지는 건 별로 신빙성 있는 잣대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연구의 한계를 염두에 두더라도 네틀과 클레그의 연구 결과는 최소한 망상적 사고를 포함해 가벼운 정신증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더 창조적이고, 더 쉽게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음을 시사 한다. 이런 결론은 최신 유전 연구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즉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37을 지닌 사람 중 예술 협 회에 속하거나 창조성이 요구되는 직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밖에 조현병에 대한 위험 프로 파일과 섹스 파트너의 수도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 여성의 경우에는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이 첫 출 산을 더 빨리 하는 것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 수와는 지금까지 기껏해야 아주 미미한 상관관계만 입증 됐을 따름이다.  실제 성적 선택에 대한 증명이 분명히 이루어 지지 않았다 해도, 확실한 것은 유전 연구가 보여주는 이런 결과 가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파트너 관계를 맺거나 자녀를 두는 경우가 더 적다는 사실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것이다. 조현 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약간 있지만, 건강한 사람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데 전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로 파 트너 관계 혹은 자녀 수가 더 증가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 이다.
- 요약하자면 신경정신과 의학자들은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 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연구 결과는 정신적 으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최소한 증상의 심각성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말 이다. 연구 결과들은 '정상적' 확신과 '정신 나간' 확신이 생겨나 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 즉 뇌 속 가정과 관련해 범주적 구분 은 존재하지 않고 연속체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지각과 생각, 행동에서의 비합리성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실수 失手의 비용을 계산하다 보니 나타난다는 생각을 오류 관리 이 론 Error Management Theory, EMT이라 부른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와 마티 헤이즐턴 Martie Haselton이 창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지 왜곡과 그에 기반한 잘못된 확신은 결코 진화의 과실이나 인지적 충수돌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전 반적으로 적합성을 높이기 때문에 적응적인 특성이다.5 비합리 적 확신은 실수율을 더 높일지 모르겠지만, 비용이 낮은 실수는 용인하고 높은 비용이 드는 실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 수율을 높이더라도 적응적인 행동인 것이다.
- 버스와 헤이즐턴의 오류 관리 이론은 원래 남성과 여성이 상 대방의 이성적 관심을 평가하는 데 서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에 따르면 남자는 이성의 호감을 과 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이 여성의 성적 의도를 과대평가 하면, 과소평가할 때보다 번식의 성공이라는 면에서 중대한 오 류를 범하지 않게 된다. 진화적 적합성에 관한 한 이성의 호의를 얻고자 하다 실패하는 것보다 번식 기회를 놓치는 것이 손해가 더 큰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이성의 호감, 정확히 말하면 남성이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는 면에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역시 오류 관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평가의 오 류를 범했을 때 어떤 값을 치러야 하는가로 말이다. 여성이 남성 이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과대평가해 그의 구애 에 쉽게 응하면, 임신할 경우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남성이 임신시켜놓고 나 몰라라 할 경우에 말이다. 반면 남성의 그런 관심을 과소평가하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좀 늦어 질지는 몰라도 번식의 성공 면에서 피해가 더 적을 수 있다. 따 라서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남성의 호감 표현을 극도로 진지 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여성의 진화적 적합성이 더 커진다.
-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상이 부모나 교 사, 다른 권위자(가령 의류 매장 판매원)가 진실이라고 전달해준 데 기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의 말마따나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 가기 위해 굉장히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모든 지식을 세부적 으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가령 당신이 한 부족의 구성원이고 그 부족에서는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 신에게 염소를 제물로 바 치는 관습이 있다면, 당신이 아이를 가졌을 때 제물을 바치는 걸 그만두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안전한 건 안전한 거니까! 15 우리가 믿는 것과 관련해서는(그리고 실질적 이유에서 세부적으로 는 검증할 수 없는 것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냐 아니냐보다 누가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했느냐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사 람들이 진화론을 믿지 않고 지적 설계를 믿는다면, 그건 그들이 과학자보다 자신에게 이런 '진실'을 가르쳐준 사람을 더 신뢰하 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그들이 신뢰하는 사람들이 과학은 믿 을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진화적으로 볼 때 이런 식으로 확신을 형성하는 행동은 굉장히 적응적이다. “자연선택은 어린아이의 뇌가 부모와 부족 의 어른들이 하는 말은 뭐든 믿고 보게끔 한다.” 

- 우리는 비합리성이 확률은 낮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치명 적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적응적이라는 것과, 때로는 진실을 탐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다 보니 비용편익 을 위해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적응적이라는 걸 살펴봤 다. 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 겨난다(그런 다음 확증 편향의 도움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굳어진다). 아 울러 우리가 실용적인 이유에서 지식과 확신과 신념을 다른 사 람에게서 그냥 넘겨받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겨난다. 확실한 진실을 추구하느라 섹스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진화 적 적합성에 마이너스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확신 이 이렇듯 단지 부정적 결과를 피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을까?
우리 스스로와 세상을 더 좋게 바라보게끔 하는 인지 편향이 라 할 수 있는 긍정적 환상이 그런 적응적 이점을 줄 수 있다. 무 엇보다 '평균 이상 효과(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운전 을 잘한다고 확신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나 '낙관적 편향(대부분 의 사람은 현재보다 미래를 실제보다 더 낙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을 실제보다 더 건강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직업적 실패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있다)'이 이에 속한다. 이런 긍정적 환상은 다른 많은 왜곡과 마찬가지로 오류 관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장기간 직장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곤 할 때 드는 비용이 한번의 성공으로 만회되고도 남는다면, 취직에 대한 낙관적 편향이 장기적으로는 좋게 작용한다고 하겠다. 실제로 자신의 능력 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더 성공적이라는 경 험적 증거도 존재한다.

- 오류 관리 측면에 더해 긍정적 환상은 진화적 적합성에 직접 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미치기도 한다. 이런 효과 중 하나는 평 균 이상 효과 중 한 가지 버전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관련한 평 균 이상 효과다. 경험적 연구에서 응답자의 95퍼센트가 지능, 매 력, 유머 감각 같은 특성과 관련해 자신의 배우자가 평균적인 배 우자보다 더 낫다고 답했다. 자녀와 관련해서도 이런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자기 자녀의 자질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열렬히 칭찬하는 부모를 보면서 속으로 눈을 흘겨본 경험이 없 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캐나다 심리학자 데니스 크레브스 와 캐시 덴턴의 말처럼, 자녀의 약점을 간과하는 부모의 능력은 때로는 어느 정도 망상과 비슷한 데가 있다. 이런 과대평가는 배우자 관계를 안정시키고, 후손을 더 잘 돌볼 수 있게끔 만들어 번식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진화적 적합성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 법률가이자 사회과학자인 예일대학교 댄 카한 Dan Kahan 교수 는 확신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보여주기보다, 자신이 누구인 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31 그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기후변 화나 진화 같은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확신은 관련 정보가 얼마 나 있는지, 혹은 그 지식이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되는 지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그런 확신이 자신 이 속한 집단이나 정치 진영이 표방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느 냐가 중요하다. 가령 단결이 중요하냐, 자기 결정이 중요하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느냐, 이익을 관철시키느냐, 자연과 조화 를 이루어 사느냐, 자연을 지배하느냐.32 카한에 따르면 확신은 그 자체로 독립된 산물이 아니라 늘 배경에 좌우된다. 그는 서 로 다른 집단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많이 다르 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다른 견해 사이의 논쟁은 오히려 '문화적 지위 경쟁'이라는 것이다.33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데이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34 민주당 지지자 중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중 89퍼센트는 기후변 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되었다고 보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지지자는 41퍼센트만 그렇게 보았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에게 서는 교육 수준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는 교 육수준과 무관하게 기후변화가 인간이 초래한 것이라고 믿는 비율이 25퍼센트 이하였다. 이런 데이터 역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정치적 성향이 기후변화에 대한 확신에 더 강 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렇듯 스포츠든, 종교든, 정치든, 기타 이데올로기적 질문이 든, 우리가 표방하는 확신이 인식론적 의미에서 진실한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확신은 많은 부분에서 어느 사회집 단에 소속되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 메르시에와 스페르베르에 따르면 확증 편향은 흔들림 없이 자 신의 확신을 고수해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생각하도록 설득하 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에 진화적으로 적응적이다. 이런 생 각은 실험으로 뒷받침된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는 어떤 이론의 반대 증거나 논지를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하지 않 았지만, 자신이 대변하는 이론에 관한 한 반대 논지를 받아들이 는 걸 힘들어했다.41 우리의 확증 편향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논증하고 대변하도록 해준다.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을 정말로 확신해야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신의 이런 의사소통적 기능이 진실된 내용을 검증하고 경우 에 따라 수정하는 능력보다 사회적 존재로서 진화하는 데 더 중 요했던 듯하다.

- 자연선택이 진실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인식적 합리성에 대한 선택적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그 에 대한 선택적 압력은 인식적 합리성이 선택의 이점을 동반하 는 만큼만 존재한다. 그리하여 선택적 압력은 아주 다양한 방향 에서 작용하므로 우리는 지각, 사고, 믿음, 행동 등 여러 면에서 비합리적일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됐다. 다시 말해 인식적 비합리성은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이며, 결코 병리학적, 즉 망상 적 확신이나 취약한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다. 진화적 안경을 쓰 고 관찰하면 인식적 비합리성은 '버그'가 아니라 '특징'이며, 오 류가 아니라 기능이다.
인식적 비합리성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승격시키자는 이야기 가 아니다. 그러나 인식적 비합리성을 악마화하거나 법적으로 금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화론적 설명은 비합리성을 좋은 것 으로 여겨야 하는지, 나쁜 것으로 여겨야 하는지 판단하지 않는 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의 비합리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아무것 도 배울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 뇌는 긴 세월 얼굴에 대한 경험에 근거해 얼굴이 바깥쪽으로 볼록하다는 예측에 굉장히 높은 정확성을 부여한다. 뇌는 이런 예측을 너무나 강하게 '신뢰하는 바람에 오목한 얼굴(가령 음영 때문에도 그렇게 보일 수 있을 때)에서 기인한 감각 데이터는 전혀 주 목하지 못한다. 이는 볼록한 얼굴이 아니라 오목한 얼굴을 한 생 명체가 사는 행성으로 여행한 뒤에야 달라질지도 모른다. 오목 한 얼굴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얼굴이 밖으로 볼록 하다는 예측에 정확성을 덜 부여하고, 감각 데이터에 더 높은 정 확성을 부여할 것이다. 즉 감각 데이터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예측 처리 이론에 의하면 뇌는 엄밀히 말해 예측 기계일 뿐 아니라, 정확성 가중치 부여 기계이기도 한 것이다.
- 예측 처리 이론이 주장하듯 뇌가 정말로 예측 기계라고 할 때, 뇌의 예측은 확률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확 률을 기준으로 예측한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인식적 - 합리적 존 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머릿속 예측 기계의 작업 방식은 오히 려 학술 논문을 정확히 살피기보다는 직감에 이끌리는 학자와 비슷해 보인다. 이런 학자는 자신이 수행할 실험을 선택할 때도, 진실을 캐내는 면보다는 혹시 가설에 위배되는 실험 결과가 나 와 커리어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에 더 신경 쓴다. 그 때문 에 본인의 가설을 확인해주는 데이터에만 주목하고, 가설에 모 순되는 데이터는 애초에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거나, 다른 학 자들이 조작한 결과로 본다. 그리고 데이터에서 본인이 원하는 패턴만 임의로 읽어내고, 스스로를 대부분의 학자보다 훨씬 우 월하다고 느낀다. 이런 학자는 진실된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 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확실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확신이 사실은 그리 확실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뇌가 부여하는 정확성과 무관하게, 확신은 언제든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 뇌가 예측 기계로서 아주 유능하게 확신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이런 확신을 굳건히 고집한다 해도, 확신은 가설일 따름 이다. 게다가 확률에 의거할 뿐 아니라, 미래에 우리에게 돌아올 유익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가설인 것이다. 밖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없다.

-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정신 질환의 경우가 이에 해 당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는 확실하다19- 예측 오 류 신호에 대한 볼륨이 한껏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조절이 균형을 잃었음을 의 미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아주 약한 오류 신호만 발생시키 는, 정확도가 별로 높지 않은 감각 데이터가 한껏 높아진 도파민 의 볼륨 때문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측 기계에서 '소리 높은' 예측 오류는 예상이 틀렸으며, 내적 세계 모델을 합당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강한 예측 오류 신호를 발생시키 는 감각 데이터는 중요한 게 틀림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도파민 이 과잉되면 일반적으로는 주목하지 않았을 감각적 자극이 중 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비정상적 현저성aberrant salience'이라 한다.
- 버밍햄에서 연구하는 이탈리아 철학자 리사 보르톨로티는 망 상과 비합리적 확신에 대한 논문에서 명백히 부정적 결과를 초 래함에도 망상을 고수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 음을 강조했다. 33 비정상적 현저성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스트 레스를 겪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 제 할 일을 하면서 일 상을 살아내기 어렵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망상적 설명을 통해 '아하!' 경험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인지적 기능 수준도 향상된다. 보르톨로티는 나아가 세계가 혼란스럽게 지각되는 상태에서 망상은 일관성의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경험하는 사건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혼 란 속에서 질서가 생기며, 통제감이 생겨난다.
이런 현상에 부합하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 구에 따르면 망상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신 질환에서 회복된 사람들보다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들은 직업상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나 종교에 심취한 사람보 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되찾은 의미감과 통제감을 다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십 분 이해가 간다. 비정상적 현저성과 그로 인한 불안감이 자신의 확신을 더 꼭 붙잡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확신이 불안감에 대처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상으로 고통스럽거 나 절망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빚어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망상적 확신을 부여잡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로 써 망상적 확신은 최소한 실용적 의미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게 다가오는 현실 세계보다 통제감을 가지고 '돌아버린 세상에 사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른다.
 
- 잠시 요약해보자. 우리는 확증 편향이 뇌의 일반적 기능 원리를 보여준다는 걸 살펴봤다. 뇌는 과거에서 미래를 추론해 예측을 한다. 이런 기능 원칙이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지각도 결정한 다. 경험적 연구가 보여주듯 망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지각적 확증편향이 상당히 약하다. 이것은 예측 위계질서의 낮은 수준 에서는 상대적으로 감각 데이터에 비해 예측에 별로 비중 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로써 비정상적 현저성이 나타 나며, 망상도 생겨난다.
반대로 망상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인지적 확증 편향이 상당히 강하다. 이것은 다시금 위계질서적으로 높은 수준의 예 측에 상당히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다는 뜻이며, 망상적 확신이 교정 불가능한 것이 이로써 설명된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정 보가 나와도 기존 확신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기 때문 이다. 위계질서상 높은 수준에서 이렇게 예측에 높은 비중을 두 는 것은 위계질서상 낮은 수준에서의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균 형이 무너진 것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메커니즘일지도 모른다.

- 화재경보기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법적으로 모 든 공간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단 볼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최근까 지 전단 볼트가 무엇인지 몰랐다. 전단 볼트는 농기계의 엔진이 나 프로펠러 엔진 같은 기계에 과부하 보호 장치로 종종 설치된 다. 강한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갑작스러운 힘의 전달을 막음으 로써 기계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단 볼트에는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브레이크 포인트 break point 역할을 하는 홈 이 있다. 전단 볼트가 절단된 후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갈 수 있 다. 단, 기능이 제한된다.
그런데 전단 볼트와 망상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호주의 심리학자 라이언 매케이 Ryan McKay와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 이 편집증적 망상이 일종의 전단 볼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을 맨 처음 제안했고,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이에 착안해 연구 를 계속했다. 이 생각에 따르면 편집증적 망상은 감정적으로 심 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극심하게 힘든 상황에서 '믿음 형성 기계 belief formation machinery'가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 즉 평소 '정상적' 확신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망상적 확신의 형성은 전단 볼트와 같은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이며, 그 때문에 적응적일 수 있다.
편집증적 사고 경향의 적응적 가치를 비유하는 화재경보기 원 칙과 달리, 전단 볼트 원칙은 정신 질환 증상으로서 편집증적 망 상에 관련한 솔깃한 설명을 내놓는다. 전단 볼트 메커니즘은 특 히 정신 질환의 초기에 개입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정상적 현 저성을 강하게 경험함으로써 굉장히 불안한 상황에서 말이다. 모든 것이 의미 있어 보이는데 설명할 수 없고, 위험하게 다가온 다. 지금까지의 내적 세계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자칫 무너지려 한다. 이런 경우 편집증적 사고는 시스템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전단 볼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계는 계속 작동하지만 제한된 기능을 갖는다. 즉 현실과 더 이 상 부합하지 않는 확신의 도움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주관적으 로 매우 불안하게 경험되는 세상에서 편집증적 망상은 당사자 가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기능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망상은 적응적일 수 있을 것이다. “절단된 전단 볼트(즉 망상의 형성)는 마비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대신 세상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망상의 주된 공통점은 둘 모두 불안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망상과 연관해 우리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 적 현저성이 있을 때 망상적 설명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심리 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우리는 망상적 확신을 하고 그 확신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비중 변화 로 말미암은 비정상적 현저성에 대한 상쇄 메커니즘이라는 점 을 예측 처리 이론에 근거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화재경 보기와 전단 볼트 원칙을 비유로, 망상 경향이 제공하는 적응 적 이익도 도출해봤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점은 음 모론에 대한 믿음과 기타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머릿속 예측 메커니즘의 가장 우선되는 원칙은 장기적으 로 예측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또는 가까운 친척) 에게 특히 힘든 결과를 초래하는 예측 오류를 말이다.18 예측 오 류란 우리의 내적 모델이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 이다. 이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불안은 늘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것이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잠 재적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이런 스트레스를 경감 시키고 싶은 건 자명하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적응적인 일일 것이 다. 우리 머릿속 모델은 모델일 뿐, 결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세상은 100퍼센트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논리적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려다 보면 늘 예측의 오류가 생기고, 많은 것이 설명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이고 모순적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모든 설명 모델을 대대적 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우리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것이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잠 재적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이런 스트레스를 경감 시키고 싶은 건 자명하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적응적인 일일 것이 다. 우리 머릿속 모델은 모델일 뿐, 결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세상은 100퍼센트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논리적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려다 보면 늘 예측의 오류가 생기고, 많은 것이 설명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이고 모순적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모든 설명 모델을 대대적 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주관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통제 상 실감'을 동반하는 힘든 사건으로 음모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고 보고했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거나 행운이 그들에게 언제 나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그들은 미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주관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통제 상 실감'을 동반하는 힘든 사건으로 음모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고 보고했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거나 행운이 그들에게 언제 나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그들은 미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 확신이 생겨나는 것을 살펴보면, 망상 역시 다른 확신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 에서 작동한다. 종종 드러나는 인식적 비합리성에도 적응적이 기 때문이다(진화는 진실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실행되는 정도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현실과의 접점이 별로 없어질 만큼 극단적 형태를 띨 수도 있다.

-망상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상황적 영향으로 말미망상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상황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인식적 비합리성의 극단적 형태로 본다면 '정상' 과 '비정상'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것이 다시금 분명해진다. 이 는 기본 메커니즘 차원에서뿐 아니라 현상적인 차원에서도 그 러하다. 망상이 생겨나는 것과 '정상적' 확신이 생겨나는 것에는 범주적인 차이가 없다.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만든 고 랑은 인위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이 표명하는 확신을 보고 '미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대부분 이런 '정신 나간' 확신은 이해력이나 논리적 사고력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 런 확신은 우리 자신의 확신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나름의 주관적 경험 가운데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다.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우리의 확신은 주변의 이해가 가 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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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Quote of the day 2024. 4. 2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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