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배신

심리 2024. 4. 28. 05:52

- 생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 람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실제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습니 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 릴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생각을 바꿔' '긍정적으 로 생각해'라며 더 많이 생각하기를 권유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 니다.
최근 뇌 과학 연구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이 각종 정신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정신장애의 발생 가능성, 예후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방황하는 마음mind wandering' '반추rumination'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repetitive negative thinking' '걱정' 등이 우울장애, 불안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도 많 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울 장애와 불안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반복되는 생각을 줄 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요.
지난 몇 년 동안 환자분들의 생각을 듣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생각에 빠지는 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울과 불안 증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또한, 회복 이후에도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많은 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았습니다.

-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과 행복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 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연 구진은 83개 국가의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연구했다. 해당 앱은 때때로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지금 무슨 행동을 하 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 으로 행복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해야 할 일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 감시탑과 중앙 관제탑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것처럼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도 서로 상호작 용을 하며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킨다. 그런데 생 존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편도체의 활성화가 지속되고, 내측전전두피질의 억제 기능은 줄어든다. 이처럼 둘의 균형이 깨지면, 동일 자극에도 감정 반응이 크게 나타나 감정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우리 뇌를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의 뇌와 같은 상태로 변하게 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 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 면 우리 뇌는 그 상황을 실제로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착각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말싸움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일을 다시 떠올리면 우리 뇌는 누군가와 싸우는 상황으로 여겨 각종 스트 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감정을 일으키는 부위인 편도체가 불안 과 긴장을 유발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반응 이 나타난다.
실제로 피츠버그대학교의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 35명과 우울 하지 않은 대조군 29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반추하는 정 도를 조사하고 뇌의 기능을 보여주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할수록 편도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런데 우리 뇌는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흔히 '아무것도 안 할 때 오히려 잡생각이 많 아진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뇌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가 휴식할 때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 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는데,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우 리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미래에 대한 상상,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살피게 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창의 적으로 사고하고 대인 관계를 원활히 맺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 지만,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이 기능이 과하게 작동하여 뇌가 지 쳐버리게 된다.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은 우울장애에서 회복된 26명의 청소년과 정신장애가 없는 청소년 15명을 대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생각의 반복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일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떠 올리고 그 순간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fMRI로 뇌 영역별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부정적 생각을 반복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으며, 디폴트 모 드 네트워크가 크게 활성화될수록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크고 우울 증상이 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하게 쉬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쉬는 것이 아니고 오히 려 생각에 빠지느라 바쁜 시간이 될 수 있다. 지친 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생각에 빠지지 않으 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 생각의 반복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뇌의 전략임을 알았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는 것 은 본능에 가깝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도록 놔두면 우리는 생존 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지는 몰라도 우울이나 불안 등 또 다른 문제에 이르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된다면, 이 생각이 실 제로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줄지 아니면 단지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물론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생각은 우리 를 위험에서 지켜주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목적 없이 반복되는 대 부분의 생각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걱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보호하기보다 병들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생각과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 그런데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킴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연 구 대상자 868명의 메타인지적 신념을 평가하고 6주, 12주, 18주, 24주 뒤에 불안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메타인지적 신념은 메 타인지적 전략에 영향을 줌으로써 수 주 뒤의 불안 정도에도 영 향을 주었다." 어떤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미래 에 더 불안할 수도 있고 덜 불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메 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의 방식에 영향을 주어 우리의 마음을 달라 지게 한다.
다양한 메타인지적 신념이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 친다. 생각을 반복하게 만드는 메타인지적 신념은 크게 두 가지 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긍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와 같이 생각이 유용하다는 신 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으면 문제와 관련된 생각이나 걱정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생각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어' '이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와 같이 생각은 통제가 어렵고 해롭다는 신념이다. 생각에 대해 부정적 으로 인식함에도 생각의 부정적인 부분에 압도되어 수동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12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 우, 생각의 반추에 보내는 시간이 길고 우울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6개 월 뒤에 더 우울하고 불안한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메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우울, 불안 등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단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 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의를 다른 무언 가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의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다시 생각이 주의를 끌어가지 않도록 그것에 주의를 유지하는 것 또 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생각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행위다. 생각 외에 다른 무 언가에 주의를 기울일 경우, 우리는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 다. 그리고 이 몰입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해보면,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때, 목표를 성취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할 때, 자녀가 걸음마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 순간 자체에 온전히 몰입한다. 이처럼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을 지속해서 연습하는 것과 같으며, 생각에서 쉽게 빠져나올수 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 일본의 홋카이도대학교 연구진은 성인 458명을 대상으로, 생각에 빠져드는 경향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평가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생각에 빠지는 경향이 적을수록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순간적으로 행복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여기게 해준다.

-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우리를 현재의 일에 몰입하게 해준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는 저서 《몰입》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이 내적으로 보상을 받을 때, 우리의 삶은 미래에 얻게 될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에 저당 잡히는 대신 현재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무조건 단점은 아니다. 걱정은 문 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식 단을 관리하며, 건강검진을 받는다.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만약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아 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 럼 걱정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우리 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걱정으로만 그칠 때가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서 반복적으로 생각만 할 뿐, 해결 방법을 모색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다. 앞서 도영 씨도,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온종일 걱정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단순히 걱정에만 그치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데는 '걱 정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작 용한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걱정에만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M. 스콧 펙M. Scott Peck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에 있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느라 성급하게 아무 조치나 취하는 것보다 더 유치하고 파괴적인 결함이 있다. 그 결 함은 더 보편적이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 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저절로 사라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문제에 대한 걱정만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타 인지적 신념이 있는 경우,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에 대한 걱정에만 머물게 되고, 대책을 세우는 대신 걱정만을 반복하게 된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걱정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 문에 머릿속 상황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다양 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든 생 각은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작용하고 있다. 생각 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중요하고 의미 있고 이성적인 생각들도 있지만, 아무 의미 없고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 에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80%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런데 모든 생각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진 사람의 경우, 모든 생각에 의미를 부여 하기 때문에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 사라지는 대신 우리의 의식 에 잡혀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 정신과 환자들이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듣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생각을 바꿔봐."
혹시 누군가가 당신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절대 이 말은 하지 마라. 힘겹게 당신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생 각을 바꾸라는 말을 들으면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수치 심과 자괴감을 느낀다. 그 뒤로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생각이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로 바뀌는 것이기보다는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자신을 봐달라고 경쟁하는 모습에 가깝다. 다 양한 생각 중에서 더 큰 감정을 유발하고 더 오래 우리의 의식을 부여잡은 생각이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진다. 어떤 생각은 자연스 럽게 흘려보내고 어떤 생각에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만, 생각 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호 씨의 경우, 죽음에 관한 생각 역시 나름의 배경이 있고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은 바로 자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보다 긍정적인 생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 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뿐더러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 무기력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무기력감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뇌의 신호다. 수영 씨는 어 머니와의 사별 이후 무기력이 찾아왔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정 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거나 심한 스트레스 후에 무기력을 호소하 는데, 이는 위험한 상황을 다시 겪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하는 역 할을 해준다. 무기력하면 일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원시시대에는 동굴 밖을 나가는 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무기력하면 안전한 장소에 머물기 때문 에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보 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무기력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인다. 무 언가에 도전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패는 좌절감을 유발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건 거절을 당해 소외감을 느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은 무언가에 도전하지도, 누군가에 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게 하면서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낄 가능 성을 줄어들게 한다. 이처럼 무기력은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보존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나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를 자꾸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 치 않으면 끊어버릴 수 있는 가벼운 관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같이 가까운 상대와의 문제는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딜레마다. 이런 상황 에서 우리는 통제감을 상실한다. 통제감을 상실하면 우리는 불 안해지고 상대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타인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생각과 행동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관계 자체는 어떻게 하지 못하더라도 관계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고민을 지속하는 데에는 깊이 더 많이 생각할수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타인 지적 신념이 작용한다. 이런 신념은 빠른 결정이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만든다. 그런데 의사 결정을 연구한 심리학 실험들은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 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라드바우드대학 연구진은 축구 전문가와 비전문 가를 대상으로 축구 시합의 승패를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진은 연구 대상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어 느 팀이 승리할지를 깊이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고르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은 무의식적으로 승리 팀을 고르도록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짧은 시간을 주고 승리 팀을 선택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 오랜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한 그룹의 예측 정확도가 가장 낮았다. 전문가의 경우엔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고른 경우가, 비전문가의 경우엔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승리 팀을 선택했을 때의 예측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거나, 짧은 시간을 두고 선택하는 경우 엔 중요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정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 선 택하는 경우엔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모두 고려하 다 보니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 자기 전에 드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잠들기 전에 하는 규칙적인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들 기전 의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고 때로는 지루한 것이 좋 다. 호흡 훈련, 스트레칭, 이완 요법, 명상, 기도, 독서, 잔잔한 음악 듣기, 반신욕, 차 마시기 등이 적절한데, 나에게 잘 맞는 의 식을 찾고 지속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의식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며, 무엇보다 생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의식을 진행한 후에 잠자는 것을 반복하면 의식을 행하는 것만으로도 잠이 올 수 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 비해 자극이 적어 계속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니, 의식적으로 생각에서 빠져나와 지금 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줘야 한다.

-이전과 다르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것이 불편하다면, 지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뇌가 너무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에서는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같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시간 을 줄이고, 독서,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를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울과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고 우울하고 불안한 경우, 타인과의 관계 를 점점 피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고립은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차단함으로써, 우 울과 불안을 악화시킨다. 그런데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으 로 남기다 보면, 이를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고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주위 사람 들과 나눌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의 관계를 촉진시킴으로써 생각에서 벗어나고 우울과 불안을 이 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록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이어준다. 힘든 순간, 우울하고 불안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족과 친구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은 머릿속의 생각을 줄이고 싶을 때, 보통 시각 자극을 제공하는 대상에 의지한다. 우리 뇌 는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은 우 리 뇌의 후두엽에 위치하는데, 대뇌 피질(대뇌의 표면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으로, 부위에 따라 사고, 언어, 기억 등 뇌의 중요 기 능을 담당함)의 30%가 시각 피질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뇌의 많 은 부분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시각 정보는 다른 감각 정보에 비해 더 빠르게 처리되며, 우리 는 이를 기반으로 시각 자극을 해석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우리 뇌는 시각적 자극에 많은 주의를 기 울이며, 시각 정보를 통해 빠르게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한다. 이 처럼 뇌가 시각 자극에 민감하기에 우리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 을 때 시각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에 서 쉽고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닫는 순간, 시각 자극이 없어지며 온갖 생 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는 더 강한 시각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 은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이에 반해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정신 활동을 통해 생각에 서 벗어나게 되며, 외적 자극 없이도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쉽 게 만든다. 대부분의 명상은 눈을 감고 시각 자극을 단절한다.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우리의 정신적인 힘을 통해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 활동에 몰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시각 자극의 단절은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 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 험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 시각 자극에 많이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눈을 감았을 때 몰려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 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반복할수록 익숙해지며, 명상을 지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수십 분, 수 시간 동안 명상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명상을 통해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상태는 명상이 끝나 고도 지속된다. 명상하면서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외적 자극이 아닌 오로지 정신의 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 극이 없어지면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시각 자극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이 가능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은 다양한 기전(메커니즘)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인 다. 명상을 반복함으로써 전전두피질(전두엽의 앞 부분을 덮고 있 는 대뇌 피질, 주의를 조절함)의 기능이 강화되고 이는 부정적인 생 각의 억제를 수월하게 한다. 또한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 고 기분을 안정화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명 상이 안정된 상태의 뇌파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정 된 뇌파의 증가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생 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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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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