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배신

심리 2024. 4. 28. 05:52

- 생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 람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실제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습니 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 릴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생각을 바꿔' '긍정적으 로 생각해'라며 더 많이 생각하기를 권유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 니다.
최근 뇌 과학 연구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이 각종 정신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정신장애의 발생 가능성, 예후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방황하는 마음mind wandering' '반추rumination'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repetitive negative thinking' '걱정' 등이 우울장애, 불안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도 많 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울 장애와 불안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반복되는 생각을 줄 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요.
지난 몇 년 동안 환자분들의 생각을 듣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생각에 빠지는 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울과 불안 증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또한, 회복 이후에도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많은 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았습니다.

-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과 행복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 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연 구진은 83개 국가의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연구했다. 해당 앱은 때때로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지금 무슨 행동을 하 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 으로 행복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해야 할 일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 감시탑과 중앙 관제탑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것처럼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도 서로 상호작 용을 하며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킨다. 그런데 생 존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편도체의 활성화가 지속되고, 내측전전두피질의 억제 기능은 줄어든다. 이처럼 둘의 균형이 깨지면, 동일 자극에도 감정 반응이 크게 나타나 감정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우리 뇌를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의 뇌와 같은 상태로 변하게 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 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 면 우리 뇌는 그 상황을 실제로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착각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말싸움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일을 다시 떠올리면 우리 뇌는 누군가와 싸우는 상황으로 여겨 각종 스트 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감정을 일으키는 부위인 편도체가 불안 과 긴장을 유발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반응 이 나타난다.
실제로 피츠버그대학교의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 35명과 우울 하지 않은 대조군 29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반추하는 정 도를 조사하고 뇌의 기능을 보여주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할수록 편도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런데 우리 뇌는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흔히 '아무것도 안 할 때 오히려 잡생각이 많 아진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뇌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가 휴식할 때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 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는데,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우 리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미래에 대한 상상,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살피게 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창의 적으로 사고하고 대인 관계를 원활히 맺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 지만,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이 기능이 과하게 작동하여 뇌가 지 쳐버리게 된다.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은 우울장애에서 회복된 26명의 청소년과 정신장애가 없는 청소년 15명을 대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생각의 반복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일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떠 올리고 그 순간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fMRI로 뇌 영역별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부정적 생각을 반복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으며, 디폴트 모 드 네트워크가 크게 활성화될수록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크고 우울 증상이 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하게 쉬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쉬는 것이 아니고 오히 려 생각에 빠지느라 바쁜 시간이 될 수 있다. 지친 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생각에 빠지지 않으 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 생각의 반복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뇌의 전략임을 알았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는 것 은 본능에 가깝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도록 놔두면 우리는 생존 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지는 몰라도 우울이나 불안 등 또 다른 문제에 이르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된다면, 이 생각이 실 제로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줄지 아니면 단지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물론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생각은 우리 를 위험에서 지켜주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목적 없이 반복되는 대 부분의 생각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걱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보호하기보다 병들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생각과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 그런데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킴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연 구 대상자 868명의 메타인지적 신념을 평가하고 6주, 12주, 18주, 24주 뒤에 불안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메타인지적 신념은 메 타인지적 전략에 영향을 줌으로써 수 주 뒤의 불안 정도에도 영 향을 주었다." 어떤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미래 에 더 불안할 수도 있고 덜 불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메 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의 방식에 영향을 주어 우리의 마음을 달라 지게 한다.
다양한 메타인지적 신념이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 친다. 생각을 반복하게 만드는 메타인지적 신념은 크게 두 가지 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긍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와 같이 생각이 유용하다는 신 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으면 문제와 관련된 생각이나 걱정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생각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어' '이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와 같이 생각은 통제가 어렵고 해롭다는 신념이다. 생각에 대해 부정적 으로 인식함에도 생각의 부정적인 부분에 압도되어 수동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12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 우, 생각의 반추에 보내는 시간이 길고 우울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6개 월 뒤에 더 우울하고 불안한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메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우울, 불안 등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단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 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의를 다른 무언 가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의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다시 생각이 주의를 끌어가지 않도록 그것에 주의를 유지하는 것 또 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생각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행위다. 생각 외에 다른 무 언가에 주의를 기울일 경우, 우리는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 다. 그리고 이 몰입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해보면,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때, 목표를 성취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할 때, 자녀가 걸음마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 순간 자체에 온전히 몰입한다. 이처럼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을 지속해서 연습하는 것과 같으며, 생각에서 쉽게 빠져나올수 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 일본의 홋카이도대학교 연구진은 성인 458명을 대상으로, 생각에 빠져드는 경향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평가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생각에 빠지는 경향이 적을수록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순간적으로 행복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여기게 해준다.

-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우리를 현재의 일에 몰입하게 해준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는 저서 《몰입》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이 내적으로 보상을 받을 때, 우리의 삶은 미래에 얻게 될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에 저당 잡히는 대신 현재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무조건 단점은 아니다. 걱정은 문 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식 단을 관리하며, 건강검진을 받는다.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만약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아 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 럼 걱정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우리 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걱정으로만 그칠 때가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서 반복적으로 생각만 할 뿐, 해결 방법을 모색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다. 앞서 도영 씨도,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온종일 걱정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단순히 걱정에만 그치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데는 '걱 정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작 용한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걱정에만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M. 스콧 펙M. Scott Peck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에 있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느라 성급하게 아무 조치나 취하는 것보다 더 유치하고 파괴적인 결함이 있다. 그 결 함은 더 보편적이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 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저절로 사라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문제에 대한 걱정만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타 인지적 신념이 있는 경우,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에 대한 걱정에만 머물게 되고, 대책을 세우는 대신 걱정만을 반복하게 된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걱정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 문에 머릿속 상황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다양 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든 생 각은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작용하고 있다. 생각 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중요하고 의미 있고 이성적인 생각들도 있지만, 아무 의미 없고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 에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80%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런데 모든 생각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진 사람의 경우, 모든 생각에 의미를 부여 하기 때문에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 사라지는 대신 우리의 의식 에 잡혀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 정신과 환자들이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듣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생각을 바꿔봐."
혹시 누군가가 당신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절대 이 말은 하지 마라. 힘겹게 당신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생 각을 바꾸라는 말을 들으면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수치 심과 자괴감을 느낀다. 그 뒤로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생각이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로 바뀌는 것이기보다는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자신을 봐달라고 경쟁하는 모습에 가깝다. 다 양한 생각 중에서 더 큰 감정을 유발하고 더 오래 우리의 의식을 부여잡은 생각이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진다. 어떤 생각은 자연스 럽게 흘려보내고 어떤 생각에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만, 생각 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호 씨의 경우, 죽음에 관한 생각 역시 나름의 배경이 있고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은 바로 자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보다 긍정적인 생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 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뿐더러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 무기력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무기력감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뇌의 신호다. 수영 씨는 어 머니와의 사별 이후 무기력이 찾아왔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정 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거나 심한 스트레스 후에 무기력을 호소하 는데, 이는 위험한 상황을 다시 겪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하는 역 할을 해준다. 무기력하면 일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원시시대에는 동굴 밖을 나가는 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무기력하면 안전한 장소에 머물기 때문 에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보 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무기력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인다. 무 언가에 도전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패는 좌절감을 유발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건 거절을 당해 소외감을 느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은 무언가에 도전하지도, 누군가에 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게 하면서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낄 가능 성을 줄어들게 한다. 이처럼 무기력은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보존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나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를 자꾸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 치 않으면 끊어버릴 수 있는 가벼운 관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같이 가까운 상대와의 문제는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딜레마다. 이런 상황 에서 우리는 통제감을 상실한다. 통제감을 상실하면 우리는 불 안해지고 상대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타인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생각과 행동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관계 자체는 어떻게 하지 못하더라도 관계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고민을 지속하는 데에는 깊이 더 많이 생각할수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타인 지적 신념이 작용한다. 이런 신념은 빠른 결정이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만든다. 그런데 의사 결정을 연구한 심리학 실험들은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 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라드바우드대학 연구진은 축구 전문가와 비전문 가를 대상으로 축구 시합의 승패를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진은 연구 대상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어 느 팀이 승리할지를 깊이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고르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은 무의식적으로 승리 팀을 고르도록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짧은 시간을 주고 승리 팀을 선택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 오랜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한 그룹의 예측 정확도가 가장 낮았다. 전문가의 경우엔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고른 경우가, 비전문가의 경우엔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승리 팀을 선택했을 때의 예측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거나, 짧은 시간을 두고 선택하는 경우 엔 중요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정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 선 택하는 경우엔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모두 고려하 다 보니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 자기 전에 드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잠들기 전에 하는 규칙적인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들 기전 의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고 때로는 지루한 것이 좋 다. 호흡 훈련, 스트레칭, 이완 요법, 명상, 기도, 독서, 잔잔한 음악 듣기, 반신욕, 차 마시기 등이 적절한데, 나에게 잘 맞는 의 식을 찾고 지속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의식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며, 무엇보다 생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의식을 진행한 후에 잠자는 것을 반복하면 의식을 행하는 것만으로도 잠이 올 수 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 비해 자극이 적어 계속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니, 의식적으로 생각에서 빠져나와 지금 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줘야 한다.

-이전과 다르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것이 불편하다면, 지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뇌가 너무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에서는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같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시간 을 줄이고, 독서,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를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울과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고 우울하고 불안한 경우, 타인과의 관계 를 점점 피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고립은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차단함으로써, 우 울과 불안을 악화시킨다. 그런데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으 로 남기다 보면, 이를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고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주위 사람 들과 나눌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의 관계를 촉진시킴으로써 생각에서 벗어나고 우울과 불안을 이 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록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이어준다. 힘든 순간, 우울하고 불안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족과 친구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은 머릿속의 생각을 줄이고 싶을 때, 보통 시각 자극을 제공하는 대상에 의지한다. 우리 뇌 는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은 우 리 뇌의 후두엽에 위치하는데, 대뇌 피질(대뇌의 표면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으로, 부위에 따라 사고, 언어, 기억 등 뇌의 중요 기 능을 담당함)의 30%가 시각 피질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뇌의 많 은 부분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시각 정보는 다른 감각 정보에 비해 더 빠르게 처리되며, 우리 는 이를 기반으로 시각 자극을 해석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우리 뇌는 시각적 자극에 많은 주의를 기 울이며, 시각 정보를 통해 빠르게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한다. 이 처럼 뇌가 시각 자극에 민감하기에 우리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 을 때 시각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에 서 쉽고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닫는 순간, 시각 자극이 없어지며 온갖 생 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는 더 강한 시각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 은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이에 반해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정신 활동을 통해 생각에 서 벗어나게 되며, 외적 자극 없이도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쉽 게 만든다. 대부분의 명상은 눈을 감고 시각 자극을 단절한다.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우리의 정신적인 힘을 통해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 활동에 몰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시각 자극의 단절은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 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 험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 시각 자극에 많이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눈을 감았을 때 몰려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 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반복할수록 익숙해지며, 명상을 지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수십 분, 수 시간 동안 명상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명상을 통해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상태는 명상이 끝나 고도 지속된다. 명상하면서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외적 자극이 아닌 오로지 정신의 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 극이 없어지면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시각 자극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이 가능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은 다양한 기전(메커니즘)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인 다. 명상을 반복함으로써 전전두피질(전두엽의 앞 부분을 덮고 있 는 대뇌 피질, 주의를 조절함)의 기능이 강화되고 이는 부정적인 생 각의 억제를 수월하게 한다. 또한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 고 기분을 안정화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명 상이 안정된 상태의 뇌파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정 된 뇌파의 증가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생 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정신이라는 착각  (1) 2024.04.28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0) 2024.04.24
케이크 먹고 헬쓰하고 영화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1) 2024.04.20
나라는 착각  (1) 2024.04.16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Posted by dalai
,

제 정신이라는 착각

심리 2024. 4. 28. 05:50

-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뇌는 시종일관 주어지는 감각 데이터로부터 지각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부 분 명확하고 안정된 해답에 이른다. 뇌는 외부 세계에 직접 접근 할 수 없기에 지각을 만들어내야 한다. 뼈로 이루어진 깜깜한 공 간에 들어앉아 감각기관이 그에게 공급해주는 신호를 이해해 야 한다(이런 신호들은 절대로 외부 세계를 명확하거나 완전하게 보여주 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바깥의 사건 중 어떤 것이 이런 신호를 유발하는지 학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각을 만들어내고, 이런 지각을 세상이 어떠하며, 이 세상에서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론, 생각, 아이디어, 예감, 의견, 신념, 확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뇌가 어떻게 지각을 만들어낼까'라는 질문을 연구하다 보니, 나는 지각의 변화 증상이 나타나는 심리 질환에 점점 더 관심이 생겼다. 현실과 유리된 세계상을 지니고 있어 즉 그들의 뇌가 현실과 유리된 세계상을 만들어내 타인들이 볼 때 ‘미쳤다’는 생각이 드는 질환 말이다. 그런 질환 중 하나는 조현병이다. 조 현병 환자는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현실과의 연결 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환각 증상, 즉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지각과 망상, 다시 말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과 확신을 경 험한다. 그리하여 나는 신경과에서 신경정신과로 방향을 틀어 뇌가 세계상을 만들어낼 때 어떤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변하는 지에 천착해보기로 했다.

- 이 책에서 나는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최 근 뇌과학 이론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확신이 생겨나는 기본 메 커니즘과 기능을 설명할 것이다. 신경과학 외에도 철학, 진화론, 유전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정신의 학을 넘나들며 논의해보려고 한다.
핵심 명제는 바로 이것이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 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종종 우리에게 커다란 유익이 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견하게 해주고, 그런 사건에 더 쉽게 대응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설은 가설일 따름 이다. 즉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정이므로, 언제든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확신하고 싶어 하고, 확신을 고집스럽게 부여잡고 싶어 하는 경향은 심리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 다. 하지만 확신은 가설에 불과하므로,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 른 관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중요한 전제다. 이 책이 보여줄 관점이 우리 모두가 열린 태도로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끔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 덱사메타손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를 약리학적으로 본뜬 것이라 그것을 투여하면 뇌가 극도로 예민해지기에, 지각 이 변해 있지도 않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편집증적 증세를 보일 수 있으며, 나아가 환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 면서 그런 증상이 금방 사라져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담당 의사 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그 약을 투여할 때는 약간 조심 해달라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뇌에 전이되지는 않았겠지만, 만일을 위해 뇌 MRI를 한번 더 찍어보라고 한다. 헬렌 S.는 친구 에게 솔직히 말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녀 는 믿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이성적인 인간인 내가, 스트레스 호르몬 과다로 잠깐 돌아버릴 수 있구나. 정말 완전히 홱 돌아버릴 수 있구나!'

-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깊은 고랑
하지만 우리는 정확히 이렇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사고한다.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적 분류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언뜻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적 사고는 심리학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자 고든 윌 러드 올포트 Gordon Willard Allport의 말마따나 "인간의 정신은 카테 고리를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 다. 정돈된 삶을 살려면 그래야 한다."
- 그러나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경향은 참으로 위험하다. 흑백 논리로 이어지고, 극복하기 힘든 고랑이 파일 수 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카테고리 사이의 고랑은 특히 깊다. 정상과 비정 상의 중간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머릿속에 그어진 이 두 카테고리 사이 경계선은 너무나 예리하다. '정상'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 그러나 '비정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다 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며, 낯설고 끔찍하고, 심지어 공공에 위험 한 사람이다.
- '돌았다', '미쳤다'는 단어는 명백히 부정적 어감을 지니고 있 고, 다른 사람들과 관련해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보통 그 사 람들이 기본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신 경정신과 의사의 경우는 다르다. 전문가는 사람들을 낙인찍지 않고자 증상을 명명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증상을 분류하기 위 해(때로는 너무 빠르게) 진단을 내리며, 이런 토대 위에서 치료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심리적 증상과 신경정신과적 진단은 돌에 아로새긴 것처럼 변치 않는 것이 아니며, 종종 없던 일이 될 수 도 있다. 즉 증상이 없어지고 진단이 철회될 수도 있다. 이런 단 순한 이유만으로도 신경정신과 의사는 인간을 기본적으로 비정 상이라고 낙인찍는 개념을 무조건 피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런 식의 낙인을 단호하게 저지하는 것이 바로 신경정신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보기에) 잘못된 확신을 부여잡고 있는 이유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우리에겐 아주 명쾌하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은 왜 올바로 보지 않으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특히 유혹적인 추론은 이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 현실과의 접촉을 잃어버렸다는 것! 간단하게 말 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자신의 확신을 그렇게 확고하게 믿을 까? 이 질문을 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굳은 확신이 우리에 게 어떤 역할을 할까, 그것이 머릿속에서 어떻게 생겨날까, 그리 고 어떻게 심리 질환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종종 현실 과의 연결을 잃을까? 여러분은 우리의 세계상이 환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때는 현실과 더 많이 일치하고, 어느 때는 더 적 게 일치하는 환상이다. 더 적게 일치할수록 '제정신이 아닌 것' 이 된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 앞서 말했듯 '내게 도움이 되니까 믿는다'라는 진술을 종교적 믿음의 적절한 근거로 받아들이면서, 많은 신자에게 실용적 합 리성을 인정해줄 수 있다. 신자들에게 인식적 합리성은 믿음이 주는 실용적 유익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 삶에서 의지가 되 고,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주는 것에 대한 필요가 경험적으 로 검증 가능한 진실에 대한 필요보다 크다. 이제 이런 데 비중 을 두는 건 사적인 문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선험적 확신으로 표방되는 신념은 위험과 부작용도 동반한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확신을 지닌 개개인이나 집단이 충돌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종교를 빌미로 일어난 전쟁 목록은 길며, 여기에 희생됐고 여전히 희생되는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 다. 열정적으로 종교적 믿음에 반기를 드는, 확신에 찬 무신론 자가 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방금 전에 언급한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신무신론자'가 바로 그런 논지를 편다.
- 그러나 우리는 이런 논쟁에는 끼어들지 말고, 종교적 믿음이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며, 이는 종종 볼 수 있는 '정상적 인' 형태의 비합리적 확신이라는 점만 확인하기로 하자. 종교적 믿음은 '어쩌다 보니' 비합리적이 된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인식적 합리성의 원칙을 그 자체로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 종교적 믿음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감안할 때 나아가 인식적으 로 비합리적인 확신이 합리적인 확신보다 훨씬 더 '통상적'이라 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근본적으로 망상적인 것이며, 심리 질환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건 상당히 위태로운 주장이 되는 것이다.
- 음모론은 모든 사건 에서 원인 혹은 의도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이용한다. 우리는 순수한 우연이나 카오스를 참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일 더하기 일'을 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단순한 설명을 좋아하고, 인과관계, 패턴을 찾아낸다. 심 지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부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권모술 수나 어떤 힘을 찾아낸다. 우리는 이웃한 사건을 서로 연결한다. 그 사건들이 그냥 서로 우연히 가까이 있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사고는 이런 인지 왜곡에 취약해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 볼 예정이다) 종종 비합리적 판단에 이른다. 음모론이 꽃피는 아 주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비합리적 확신의 모든 예는 인식적 비합리성이 결코 망상만의 특성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만연한 것 임을 보여준다. 종교적 믿음이나 미신처럼 인식적 합리성에 크 게 신경 쓰지 않는 확신이든, 이성의 옷을 입었지만 속으로는 굉 장히 비이성적인 음모론이든,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은 예외라 기보다는 규칙에 가깝다. 대부분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평범한' 것들이다.

- 자신의 인지 왜곡을 보지 못하는 맹점 편향은 우리가 합리적이라는 환상을 갖게끔 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와 스스로 의 신념을 인식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 를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면 서 자신의 비합리성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 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일까, 모두가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망상 에 빠진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확신이 얼마 나 합리적인지에 대한 숙고가 보여주는 것은 인식적 비합리성이 결코 망상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은 망상과 '정상적' 확신을 구분해야 하는 신경정신과 의사에게는 나쁜 소식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망상과 '정상적' 확신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 만 《DSM-5》에서 제안하듯 합리성을 기준으로만 구분하는 것 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다른 저자들도 종종 추가적 인 기준을 도입했다(물론 이런 기준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능적 제한, 망상적 확신으로 말미암은 주관적 고통, 또는 이런 확신을 비슷한 문화적 배경에서 대부분의 사람과 어느 정도로 공유하는가 하는 질문도 기준이 된다. 56 그러나 여기서 나는 망 상에 대한 신경정신과적 진단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 다. 그 문제는 심지어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망상적 사고와 '정상적' 사고 가 우리 생각만큼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망 상은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상적' 사고 역 시 우리 생각만큼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제정신 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 생각보다는 '더 제정 신이 아닌 듯하다. 또는 최소한 소위 '정신 나간' 확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신이 헤까닥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 조현병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 는 것은 현대의 분자유전학적 방법을 동원한 연관성 연구가 제 공하는 중요한 인식 중 '하나'일 따름이며, 이런 연구들은 이외 에도 이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에 대해 다른 중요한 정보를 제공 한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유전적 위험 변이가 어떤 기능을 하 는가, 하는 질문이 중요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소위 유전 자 발현gen expression이다. 유전자에 암호화된 유전 정보가 어떻 게, 유기체의 어떤 세포에서 번역되어 기능이 발현될까? 조현 병에 대한 GWAS에 따르면 (그리 놀랍지 않게도) 확인된 유전자 중 대부분은 뇌에서, 더 정확히는 글루타메이트 glutamate나 도파민 같은 특정 뇌 메신저의 기능과 관련해 발현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더해 (약간 더 놀랍게도) 면역 체계의 세포에서 발현되는 몇몇 유전적 위험 변이가 발견됐다. 12 이런 중요한 발견은 이후 조현병 연구자들로 하여금 면역 기능이 조현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다수의 유전적 위험 변이가 있고, 해당 유전자가 여러 조직에서 발현된다는 것은 유전학의 역할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경우를 '다인자 적 polygenic' 영향이라고 말한다.
이를 약간 자세히 살펴보자. 단일 유전자로 말미암은 유전병 도 있다. 유전자 하나가 변화되어 유기체의 작동 방식에 특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단인자 유전병의 대표적인 예가 낭 포성 섬유증이다. 이 질환에서는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기도에 서 지나치게 걸쭉한 점액을 만들어, 종종 폐렴 같은 중증 호흡기 감염을 일으킨다. 이런 단인자 유전병은 대물림된다. 즉 부모 모 두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자녀에게 물려주 면 자녀는 불가피하게 이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13
조현병 같은 다인자적 질환은 이런 방식으로 직접 유전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전달되어 질병 발현에 위험을 높인다. 질병의 위험은 유전된 유전자 변이 수에 비례해 증가하 는데, 이들 각각은 그 자체로 질병을 유발하지 않지만, 합쳐져서 위험성을 높인다. 이를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risk profile'이라고 한다.

- 모든 현상이 또는 더 일반적으로 모든 생명현상이 나타 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늘 다양한 차원에서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이 문단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상 앞에서 일어나 물을 가지러 부엌 쪽으로 갔다.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단박에 떠오르는 대답은 '목이 말라서'라는 것이다. 생리학자는 물을 찾는 내 충 동을 자신의 지식에 기초해 인간의 수분 및 전해질 대사의 조절 로 설명할 것이다. 심리학자의 대답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심리 학자는 내가 방금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부엌으로 간 것은 잠시 쉬고 싶은, 혹은 더 나아가 -프로이트적 시각에서 볼 때 구 강 만족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의 표시였다고 말할지 모른다. 프 로이트를 신봉하는 사람은 하필 지금 물을 마시려는 욕구가 내 유아기의 성 심리적 발달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럴듯하게 설 명할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서 내 인생사를 환기하는 것이 다. 반면 진화생물학자는 내 개인사보다는 호모사피엔스의 발 달사에 시선을 맞추어, 위험한 탈수에 처하지 않게 하는 반응으 로 인간이 갈증이라는 주관적 느낌을 느끼도록 한 유전적 장비 가 어떻게 자연선택에서 이점으로 작용했는지 설명할 것이다.

-네덜란드의 동물학자이자 행동과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 Nikolaas Tinbergen은 어떤 범주로 유기체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몰두해 각각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왜'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질문은 메커니즘과 관계된다. 즉 행동의 기반이 되는 생리학적 과정이다. 두 번째 질문은 개인의 발달사, 곧 어떤 행동이 일생에 걸친 유기체의 발달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로써 이 두 질문에서 '왜'라는 물음은 직접적 원인(근접 원인이라고도 한다)과 관련된다. 이런 원인들은 직접적으로 개인에게서, 그리고 개인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막 물 한잔을 가져온 것에 관련된 직접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는 생리학자들과 생리 학이 약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틴베르헌의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은 근본적인 원인과 관 련된다(궁극적 원인이라고도 한다). 이런 원인은 개인적인 것이 아 니라, 진화 과정의 결과로 전반적인 종족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 을 말한다. 근본적 원인은 말하자면 진화적인 원인이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은 소위 어떤 현상의 적응적 adaptive 가치와 관련된 다. '특정 행동(내지 이런 행동에 기반이 되는 유전자)이 우리 종족에게 자연선택상 이점을 동반하는가?' 하는 것이다. 물잔의 경우 내 행동의 적응적 가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탈수를 피 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개인은 더 건강하고 오 래 살며, 그로써 재생산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질문은 진화 과정에서 행동 양식이나 다른 생명현상 이 계통발생적으로 생겨난 것과 연관된다. 종이 발달하는 동안 특정 행동 양식 형성에 기여한 메커니즘이나 상황에 대한 것이 다. 현재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체액과 전해질 조절이 계통발생적으로 더 오래된, 옛날의 단순한 체액 조절 형태에서 어떻게 형성됐는가 하는 질문도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내가 왜 물을 가져왔는가, 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진화생물학자 가 가장 잘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작은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고, 빠듯한 자원을 두고 적과 경 쟁해야 했던 선조들에게는 불신과 편집증적 경향이 생존에 유 익을 주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더욱 조심하고 위험을 더 빨리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초자연적 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사회집단에서 명망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조현병의 특징으로 보는 정신병 증상은 원시사회에서는 저세상의 영이나 귀신과 접촉하는 것으로 해석됐을 것이고, 그 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종종 사회적으로 특별한 샤먼이라 는 지위를 부여했을 것이다.25 정신분열증을 경험하도록 하는 유전자 변이는 원시인류가 수천 세대에 걸쳐 발달하는 과정에 서-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말을 빌리자면 유전적 향상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이 유전적 질환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가벼운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일 뿐 아니라 재생 산율도 더 높은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재생산율도 높아야 해당 유전자 변이에 대해 긍정적 선택이 일어난 것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영국의 행동생물학자 대니얼 네틀 Daniel Nettle은 이 런 주제에 천착했다. 그는 몇 년 전 동료 헬렌 클레그 Helen Clegg와 함께 성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정신증 경 향, 창조성, 재생산 성공 간의 연관을 연구했다. 조사 대상자 중 에는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를 비롯해 창조적 직종에 종사하 는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35 설문 조사 결과, 신비한 생각 이나 눈에 띄는 지각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보고하는 사람 중 창조적 직업군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여기서도 정신증 경향과 창조성의 연관성 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정적 발견은, 특이한 경 험을 한다는 응답과 삶에서 한 사람이 맺는 파트너 관계의 수사 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는 늘 한계가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 36 네틀과 클레그의 이 연구에서는 이런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파트너를 구하는 데 성공한 정도 여기서는 단순히 파트너 관계의 수- 를 정말로 재생산의 성공으로, 그로써 성적 선택에 의미 있는 것 으로 봐도 될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연구에서 정신증 경향과 자녀 수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 피임 수단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대에 자녀 수를 따지는 건 별로 신빙성 있는 잣대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연구의 한계를 염두에 두더라도 네틀과 클레그의 연구 결과는 최소한 망상적 사고를 포함해 가벼운 정신증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더 창조적이고, 더 쉽게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음을 시사 한다. 이런 결론은 최신 유전 연구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즉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37을 지닌 사람 중 예술 협 회에 속하거나 창조성이 요구되는 직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밖에 조현병에 대한 위험 프로 파일과 섹스 파트너의 수도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 여성의 경우에는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이 첫 출 산을 더 빨리 하는 것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 수와는 지금까지 기껏해야 아주 미미한 상관관계만 입증 됐을 따름이다.  실제 성적 선택에 대한 증명이 분명히 이루어 지지 않았다 해도, 확실한 것은 유전 연구가 보여주는 이런 결과 가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파트너 관계를 맺거나 자녀를 두는 경우가 더 적다는 사실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것이다. 조현 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약간 있지만, 건강한 사람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데 전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로 파 트너 관계 혹은 자녀 수가 더 증가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 이다.
- 요약하자면 신경정신과 의학자들은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 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연구 결과는 정신적 으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최소한 증상의 심각성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말 이다. 연구 결과들은 '정상적' 확신과 '정신 나간' 확신이 생겨나 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 즉 뇌 속 가정과 관련해 범주적 구분 은 존재하지 않고 연속체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지각과 생각, 행동에서의 비합리성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실수 失手의 비용을 계산하다 보니 나타난다는 생각을 오류 관리 이 론 Error Management Theory, EMT이라 부른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와 마티 헤이즐턴 Martie Haselton이 창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지 왜곡과 그에 기반한 잘못된 확신은 결코 진화의 과실이나 인지적 충수돌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전 반적으로 적합성을 높이기 때문에 적응적인 특성이다.5 비합리 적 확신은 실수율을 더 높일지 모르겠지만, 비용이 낮은 실수는 용인하고 높은 비용이 드는 실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 수율을 높이더라도 적응적인 행동인 것이다.
- 버스와 헤이즐턴의 오류 관리 이론은 원래 남성과 여성이 상 대방의 이성적 관심을 평가하는 데 서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에 따르면 남자는 이성의 호감을 과 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이 여성의 성적 의도를 과대평가 하면, 과소평가할 때보다 번식의 성공이라는 면에서 중대한 오 류를 범하지 않게 된다. 진화적 적합성에 관한 한 이성의 호의를 얻고자 하다 실패하는 것보다 번식 기회를 놓치는 것이 손해가 더 큰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이성의 호감, 정확히 말하면 남성이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는 면에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역시 오류 관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평가의 오 류를 범했을 때 어떤 값을 치러야 하는가로 말이다. 여성이 남성 이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과대평가해 그의 구애 에 쉽게 응하면, 임신할 경우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남성이 임신시켜놓고 나 몰라라 할 경우에 말이다. 반면 남성의 그런 관심을 과소평가하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좀 늦어 질지는 몰라도 번식의 성공 면에서 피해가 더 적을 수 있다. 따 라서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남성의 호감 표현을 극도로 진지 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여성의 진화적 적합성이 더 커진다.
-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상이 부모나 교 사, 다른 권위자(가령 의류 매장 판매원)가 진실이라고 전달해준 데 기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의 말마따나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 가기 위해 굉장히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모든 지식을 세부적 으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가령 당신이 한 부족의 구성원이고 그 부족에서는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 신에게 염소를 제물로 바 치는 관습이 있다면, 당신이 아이를 가졌을 때 제물을 바치는 걸 그만두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안전한 건 안전한 거니까! 15 우리가 믿는 것과 관련해서는(그리고 실질적 이유에서 세부적으로 는 검증할 수 없는 것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냐 아니냐보다 누가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했느냐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사 람들이 진화론을 믿지 않고 지적 설계를 믿는다면, 그건 그들이 과학자보다 자신에게 이런 '진실'을 가르쳐준 사람을 더 신뢰하 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그들이 신뢰하는 사람들이 과학은 믿 을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진화적으로 볼 때 이런 식으로 확신을 형성하는 행동은 굉장히 적응적이다. “자연선택은 어린아이의 뇌가 부모와 부족 의 어른들이 하는 말은 뭐든 믿고 보게끔 한다.” 

- 우리는 비합리성이 확률은 낮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치명 적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적응적이라는 것과, 때로는 진실을 탐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다 보니 비용편익 을 위해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적응적이라는 걸 살펴봤 다. 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 겨난다(그런 다음 확증 편향의 도움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굳어진다). 아 울러 우리가 실용적인 이유에서 지식과 확신과 신념을 다른 사 람에게서 그냥 넘겨받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겨난다. 확실한 진실을 추구하느라 섹스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진화 적 적합성에 마이너스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확신 이 이렇듯 단지 부정적 결과를 피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을까?
우리 스스로와 세상을 더 좋게 바라보게끔 하는 인지 편향이 라 할 수 있는 긍정적 환상이 그런 적응적 이점을 줄 수 있다. 무 엇보다 '평균 이상 효과(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운전 을 잘한다고 확신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나 '낙관적 편향(대부분 의 사람은 현재보다 미래를 실제보다 더 낙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을 실제보다 더 건강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직업적 실패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있다)'이 이에 속한다. 이런 긍정적 환상은 다른 많은 왜곡과 마찬가지로 오류 관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장기간 직장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곤 할 때 드는 비용이 한번의 성공으로 만회되고도 남는다면, 취직에 대한 낙관적 편향이 장기적으로는 좋게 작용한다고 하겠다. 실제로 자신의 능력 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더 성공적이라는 경 험적 증거도 존재한다.

- 오류 관리 측면에 더해 긍정적 환상은 진화적 적합성에 직접 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미치기도 한다. 이런 효과 중 하나는 평 균 이상 효과 중 한 가지 버전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관련한 평 균 이상 효과다. 경험적 연구에서 응답자의 95퍼센트가 지능, 매 력, 유머 감각 같은 특성과 관련해 자신의 배우자가 평균적인 배 우자보다 더 낫다고 답했다. 자녀와 관련해서도 이런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자기 자녀의 자질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열렬히 칭찬하는 부모를 보면서 속으로 눈을 흘겨본 경험이 없 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캐나다 심리학자 데니스 크레브스 와 캐시 덴턴의 말처럼, 자녀의 약점을 간과하는 부모의 능력은 때로는 어느 정도 망상과 비슷한 데가 있다. 이런 과대평가는 배우자 관계를 안정시키고, 후손을 더 잘 돌볼 수 있게끔 만들어 번식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진화적 적합성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 법률가이자 사회과학자인 예일대학교 댄 카한 Dan Kahan 교수 는 확신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보여주기보다, 자신이 누구인 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31 그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기후변 화나 진화 같은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확신은 관련 정보가 얼마 나 있는지, 혹은 그 지식이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되는 지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그런 확신이 자신 이 속한 집단이나 정치 진영이 표방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느 냐가 중요하다. 가령 단결이 중요하냐, 자기 결정이 중요하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느냐, 이익을 관철시키느냐, 자연과 조화 를 이루어 사느냐, 자연을 지배하느냐.32 카한에 따르면 확신은 그 자체로 독립된 산물이 아니라 늘 배경에 좌우된다. 그는 서 로 다른 집단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많이 다르 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다른 견해 사이의 논쟁은 오히려 '문화적 지위 경쟁'이라는 것이다.33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데이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34 민주당 지지자 중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중 89퍼센트는 기후변 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되었다고 보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지지자는 41퍼센트만 그렇게 보았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에게 서는 교육 수준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는 교 육수준과 무관하게 기후변화가 인간이 초래한 것이라고 믿는 비율이 25퍼센트 이하였다. 이런 데이터 역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정치적 성향이 기후변화에 대한 확신에 더 강 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렇듯 스포츠든, 종교든, 정치든, 기타 이데올로기적 질문이 든, 우리가 표방하는 확신이 인식론적 의미에서 진실한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확신은 많은 부분에서 어느 사회집 단에 소속되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 메르시에와 스페르베르에 따르면 확증 편향은 흔들림 없이 자 신의 확신을 고수해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생각하도록 설득하 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에 진화적으로 적응적이다. 이런 생 각은 실험으로 뒷받침된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는 어떤 이론의 반대 증거나 논지를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하지 않 았지만, 자신이 대변하는 이론에 관한 한 반대 논지를 받아들이 는 걸 힘들어했다.41 우리의 확증 편향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논증하고 대변하도록 해준다.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을 정말로 확신해야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신의 이런 의사소통적 기능이 진실된 내용을 검증하고 경우 에 따라 수정하는 능력보다 사회적 존재로서 진화하는 데 더 중 요했던 듯하다.

- 자연선택이 진실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인식적 합리성에 대한 선택적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그 에 대한 선택적 압력은 인식적 합리성이 선택의 이점을 동반하 는 만큼만 존재한다. 그리하여 선택적 압력은 아주 다양한 방향 에서 작용하므로 우리는 지각, 사고, 믿음, 행동 등 여러 면에서 비합리적일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됐다. 다시 말해 인식적 비합리성은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이며, 결코 병리학적, 즉 망상 적 확신이나 취약한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다. 진화적 안경을 쓰 고 관찰하면 인식적 비합리성은 '버그'가 아니라 '특징'이며, 오 류가 아니라 기능이다.
인식적 비합리성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승격시키자는 이야기 가 아니다. 그러나 인식적 비합리성을 악마화하거나 법적으로 금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화론적 설명은 비합리성을 좋은 것 으로 여겨야 하는지, 나쁜 것으로 여겨야 하는지 판단하지 않는 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의 비합리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아무것 도 배울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 뇌는 긴 세월 얼굴에 대한 경험에 근거해 얼굴이 바깥쪽으로 볼록하다는 예측에 굉장히 높은 정확성을 부여한다. 뇌는 이런 예측을 너무나 강하게 '신뢰하는 바람에 오목한 얼굴(가령 음영 때문에도 그렇게 보일 수 있을 때)에서 기인한 감각 데이터는 전혀 주 목하지 못한다. 이는 볼록한 얼굴이 아니라 오목한 얼굴을 한 생 명체가 사는 행성으로 여행한 뒤에야 달라질지도 모른다. 오목 한 얼굴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얼굴이 밖으로 볼록 하다는 예측에 정확성을 덜 부여하고, 감각 데이터에 더 높은 정 확성을 부여할 것이다. 즉 감각 데이터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예측 처리 이론에 의하면 뇌는 엄밀히 말해 예측 기계일 뿐 아니라, 정확성 가중치 부여 기계이기도 한 것이다.
- 예측 처리 이론이 주장하듯 뇌가 정말로 예측 기계라고 할 때, 뇌의 예측은 확률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확 률을 기준으로 예측한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인식적 - 합리적 존 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머릿속 예측 기계의 작업 방식은 오히 려 학술 논문을 정확히 살피기보다는 직감에 이끌리는 학자와 비슷해 보인다. 이런 학자는 자신이 수행할 실험을 선택할 때도, 진실을 캐내는 면보다는 혹시 가설에 위배되는 실험 결과가 나 와 커리어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에 더 신경 쓴다. 그 때문 에 본인의 가설을 확인해주는 데이터에만 주목하고, 가설에 모 순되는 데이터는 애초에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거나, 다른 학 자들이 조작한 결과로 본다. 그리고 데이터에서 본인이 원하는 패턴만 임의로 읽어내고, 스스로를 대부분의 학자보다 훨씬 우 월하다고 느낀다. 이런 학자는 진실된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 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확실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확신이 사실은 그리 확실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뇌가 부여하는 정확성과 무관하게, 확신은 언제든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 뇌가 예측 기계로서 아주 유능하게 확신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이런 확신을 굳건히 고집한다 해도, 확신은 가설일 따름 이다. 게다가 확률에 의거할 뿐 아니라, 미래에 우리에게 돌아올 유익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가설인 것이다. 밖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없다.

-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정신 질환의 경우가 이에 해 당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는 확실하다19- 예측 오 류 신호에 대한 볼륨이 한껏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조절이 균형을 잃었음을 의 미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아주 약한 오류 신호만 발생시키 는, 정확도가 별로 높지 않은 감각 데이터가 한껏 높아진 도파민 의 볼륨 때문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측 기계에서 '소리 높은' 예측 오류는 예상이 틀렸으며, 내적 세계 모델을 합당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강한 예측 오류 신호를 발생시키 는 감각 데이터는 중요한 게 틀림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도파민 이 과잉되면 일반적으로는 주목하지 않았을 감각적 자극이 중 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비정상적 현저성aberrant salience'이라 한다.
- 버밍햄에서 연구하는 이탈리아 철학자 리사 보르톨로티는 망 상과 비합리적 확신에 대한 논문에서 명백히 부정적 결과를 초 래함에도 망상을 고수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 음을 강조했다. 33 비정상적 현저성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스트 레스를 겪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 제 할 일을 하면서 일 상을 살아내기 어렵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망상적 설명을 통해 '아하!' 경험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인지적 기능 수준도 향상된다. 보르톨로티는 나아가 세계가 혼란스럽게 지각되는 상태에서 망상은 일관성의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경험하는 사건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혼 란 속에서 질서가 생기며, 통제감이 생겨난다.
이런 현상에 부합하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 구에 따르면 망상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신 질환에서 회복된 사람들보다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들은 직업상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나 종교에 심취한 사람보 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되찾은 의미감과 통제감을 다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십 분 이해가 간다. 비정상적 현저성과 그로 인한 불안감이 자신의 확신을 더 꼭 붙잡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확신이 불안감에 대처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상으로 고통스럽거 나 절망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빚어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망상적 확신을 부여잡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로 써 망상적 확신은 최소한 실용적 의미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게 다가오는 현실 세계보다 통제감을 가지고 '돌아버린 세상에 사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른다.
 
- 잠시 요약해보자. 우리는 확증 편향이 뇌의 일반적 기능 원리를 보여준다는 걸 살펴봤다. 뇌는 과거에서 미래를 추론해 예측을 한다. 이런 기능 원칙이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지각도 결정한 다. 경험적 연구가 보여주듯 망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지각적 확증편향이 상당히 약하다. 이것은 예측 위계질서의 낮은 수준 에서는 상대적으로 감각 데이터에 비해 예측에 별로 비중 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로써 비정상적 현저성이 나타 나며, 망상도 생겨난다.
반대로 망상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인지적 확증 편향이 상당히 강하다. 이것은 다시금 위계질서적으로 높은 수준의 예 측에 상당히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다는 뜻이며, 망상적 확신이 교정 불가능한 것이 이로써 설명된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정 보가 나와도 기존 확신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기 때문 이다. 위계질서상 높은 수준에서 이렇게 예측에 높은 비중을 두 는 것은 위계질서상 낮은 수준에서의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균 형이 무너진 것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메커니즘일지도 모른다.

- 화재경보기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법적으로 모 든 공간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단 볼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최근까 지 전단 볼트가 무엇인지 몰랐다. 전단 볼트는 농기계의 엔진이 나 프로펠러 엔진 같은 기계에 과부하 보호 장치로 종종 설치된 다. 강한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갑작스러운 힘의 전달을 막음으 로써 기계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단 볼트에는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브레이크 포인트 break point 역할을 하는 홈 이 있다. 전단 볼트가 절단된 후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갈 수 있 다. 단, 기능이 제한된다.
그런데 전단 볼트와 망상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호주의 심리학자 라이언 매케이 Ryan McKay와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 이 편집증적 망상이 일종의 전단 볼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을 맨 처음 제안했고,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이에 착안해 연구 를 계속했다. 이 생각에 따르면 편집증적 망상은 감정적으로 심 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극심하게 힘든 상황에서 '믿음 형성 기계 belief formation machinery'가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 즉 평소 '정상적' 확신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망상적 확신의 형성은 전단 볼트와 같은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이며, 그 때문에 적응적일 수 있다.
편집증적 사고 경향의 적응적 가치를 비유하는 화재경보기 원 칙과 달리, 전단 볼트 원칙은 정신 질환 증상으로서 편집증적 망 상에 관련한 솔깃한 설명을 내놓는다. 전단 볼트 메커니즘은 특 히 정신 질환의 초기에 개입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정상적 현 저성을 강하게 경험함으로써 굉장히 불안한 상황에서 말이다. 모든 것이 의미 있어 보이는데 설명할 수 없고, 위험하게 다가온 다. 지금까지의 내적 세계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자칫 무너지려 한다. 이런 경우 편집증적 사고는 시스템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전단 볼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계는 계속 작동하지만 제한된 기능을 갖는다. 즉 현실과 더 이 상 부합하지 않는 확신의 도움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주관적으 로 매우 불안하게 경험되는 세상에서 편집증적 망상은 당사자 가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기능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망상은 적응적일 수 있을 것이다. “절단된 전단 볼트(즉 망상의 형성)는 마비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대신 세상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망상의 주된 공통점은 둘 모두 불안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망상과 연관해 우리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 적 현저성이 있을 때 망상적 설명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심리 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우리는 망상적 확신을 하고 그 확신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비중 변화 로 말미암은 비정상적 현저성에 대한 상쇄 메커니즘이라는 점 을 예측 처리 이론에 근거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화재경 보기와 전단 볼트 원칙을 비유로, 망상 경향이 제공하는 적응 적 이익도 도출해봤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점은 음 모론에 대한 믿음과 기타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머릿속 예측 메커니즘의 가장 우선되는 원칙은 장기적으 로 예측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또는 가까운 친척) 에게 특히 힘든 결과를 초래하는 예측 오류를 말이다.18 예측 오 류란 우리의 내적 모델이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 이다. 이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불안은 늘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것이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잠 재적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이런 스트레스를 경감 시키고 싶은 건 자명하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적응적인 일일 것이 다. 우리 머릿속 모델은 모델일 뿐, 결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세상은 100퍼센트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논리적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려다 보면 늘 예측의 오류가 생기고, 많은 것이 설명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이고 모순적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모든 설명 모델을 대대적 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우리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것이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잠 재적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이런 스트레스를 경감 시키고 싶은 건 자명하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적응적인 일일 것이 다. 우리 머릿속 모델은 모델일 뿐, 결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세상은 100퍼센트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논리적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려다 보면 늘 예측의 오류가 생기고, 많은 것이 설명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이고 모순적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모든 설명 모델을 대대적 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주관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통제 상 실감'을 동반하는 힘든 사건으로 음모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고 보고했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거나 행운이 그들에게 언제 나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그들은 미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주관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통제 상 실감'을 동반하는 힘든 사건으로 음모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고 보고했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거나 행운이 그들에게 언제 나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그들은 미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 확신이 생겨나는 것을 살펴보면, 망상 역시 다른 확신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 에서 작동한다. 종종 드러나는 인식적 비합리성에도 적응적이 기 때문이다(진화는 진실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실행되는 정도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현실과의 접점이 별로 없어질 만큼 극단적 형태를 띨 수도 있다.

-망상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상황적 영향으로 말미망상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상황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인식적 비합리성의 극단적 형태로 본다면 '정상' 과 '비정상'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것이 다시금 분명해진다. 이 는 기본 메커니즘 차원에서뿐 아니라 현상적인 차원에서도 그 러하다. 망상이 생겨나는 것과 '정상적' 확신이 생겨나는 것에는 범주적인 차이가 없다.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만든 고 랑은 인위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이 표명하는 확신을 보고 '미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대부분 이런 '정신 나간' 확신은 이해력이나 논리적 사고력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 런 확신은 우리 자신의 확신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나름의 주관적 경험 가운데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다.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우리의 확신은 주변의 이해가 가 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가설이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의 배신  (2) 2024.04.28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0) 2024.04.24
케이크 먹고 헬쓰하고 영화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1) 2024.04.20
나라는 착각  (1) 2024.04.16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Posted by dalai
,

- 1만 년 전 농경 사회가 되기 전에 지구상의 인구는 500만 명이었다. 1850년경 이 수치는 12억 명이 됐다. 400세대 동안 무려 2만 4,000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브를 다시 떠올려보자. 이브에게 미래에는 그 녀가 겪는 모든 위험이 거의 사라지리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 머나먼 후손은 치명적 전염병도 흔하지 않고 맹수에게 공격당할 까 봐 밤잠을 설칠 필요도 없는 세상을 살 것이라고 말이다. 여 성이 출산하다가 죽는 일도 흔하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생산한 다양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대부분 사람이 먹을 수 있으며, 지루함을 느낄 틈조차 없이 각종 오락거리가 준비된 세상을 살 게 된다고 말이다.
아마 이브는 농담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 후 손이 이 모든 것을 누리리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이해시킨다면, 그녀는 자신이 힘겹게 살아남은 결과 후손들이 그처럼 멋진 보 상을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여덟 명 중 한 명 이 약을 먹으며, 그 이유가 우울증 때문이라고 말해준다면? 그 녀는 '약'이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고, 그처럼 좋은 세상에서 우울해한다는 말에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할 것 이다. 어쩌면 우리를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정말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 인 걸까? 나도 이따금 특별한 이유 없이 울적해질 때면 그런 인 간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내 환자 중에도 부족함 없이 사는데 우울하거나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많았 다. 그러나 이는 '이 좋은 세상에서 왜 우울해? 늘 기쁘고 감사해 야 당연한 거 아냐?'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당신과 나는 생존자의 후손이고, 사실 우리에겐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인간은 느낄 줄 아는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느끼는 기계다.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신경학자이자 저술가)

- 뇌가 환경에 반응하는 방식을 생각할 때 흔히 물리적 주변 환경을 먼저 떠올린다. 예컨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버스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할 뿐 아니라 뇌가 늘 면밀하 게 주시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바로 우리의 내부 세계다. 뇌 의 측두엽 안쪽에 섬엽(insula)이라는 흥미로운 부위가 있는데, 일종의 정보 수집소 역할을 한다. 즉 감각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뿐 아니라 심박수와 혈압, 혈당치, 호흡수 등 몸 내부에서 오는 정보도 받아들인다. 따라서 섬엽은 우리의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가 만나는 곳이다. 우리는 이 때문에 느낌을 경험한다.
- 느낌은 외부 세계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게 아니다. 뇌가 외부 정보와 내부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는 그 정보를 이용해 우리가 생존에 유리하도록 행동하게 한 다. 요컨대 느낌의 목적은 단 하나다.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침 으로써 생존을 도와 번식하게 하는 것이다.

- 느낌이라는 요약보고서
눈은 1초당 1,000만 비트가 넘는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우 리 몸에는 끊임없이 시각 인상을 공급하는 슈퍼 광케이블이 장착돼 있는 셈이다.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역시 엄청난 용량을 소화하는 또 다른 많은 케이블이 신체 각 기관에서 오는 정보는 물론이고 청각과 미각, 후각으로 들어오는 감각 인상을 뇌로 공 급한다. 이처럼 뇌로 밀려드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물론 뇌는 매우 뛰어난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의 의 식적 주의력에는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할 수 있다. 따라 서 뇌는 대부분 작업을 우리가 모르는 새에 수행한 뒤 그것을 요 약한 결과를 '느낌'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와 체격이 다르듯 뇌도 마찬가지다. 특히 섬엽은 개인에 따라 크기가 상당히 차이 나는 뇌 부위다. 섬엽은 몸 내부의 신 호를 받아들여 느낌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많은 과학자가 섬엽의 크기 차이 때문에 몸의 신호를 각자 다른 강도로 경험한다고 추정한다. 어떤 사람은 내부 신호의 볼륨이 높아서 속이 불편하거나 맥 박이 빨라지거나 허리가 아픈 것을 특히 예민하게 느낀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내부 신호의 볼륨이 낮아서 그런 자극을 잘 알아채지 못 한다.
섬엽의 크기 및 활동성의 차이가 성격과 관련이 있는가에 관한 흥미로 운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신경증(부정적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 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 특성)은 섬엽의 활성화와 연관돼 있 는 것으로 보인다. 섬엽의 크기 및 활동성의 차이가 우리가 몸의 신호 에 반응하는 강도와 다양한 성격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으 면, '정상적인' 섬엽의 기준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 지만 그런 것은 없다. '정상적인' 뇌라는 것이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 다. 사실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뇌는 각자 '달라 야만 한다. 무리 내에 다양한 특성과 느낌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생 존에 대단히 중요했을 것이다.

- 주방에 있는 당신이든 나무 앞에 선 이브든 이런 뇌의 판단 프로세스는 본질적으로 같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당신이라면 설령 판단이 잘못되어도 큰 상관이 없다. 바나나를 먹지 않기로 했더라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서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브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다. 만일 이브의 뇌가 판단을 잘 못해서 그녀가 늘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행동한다면 조만 간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반대로 절대 모험을 하지 않아도, 과도 한 경계심 탓에 굶어 죽을 위험이 있다. 우리 조상 중에 느낌이 올바른 행동을(이때 '올바르다'라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함을 뜻한 다) 유도한 이들만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엄청난 시간이 흐 르는 동안 계속됐다.
이렇듯 느낌은 우리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뭔가가 아니다. 뇌는 느낌을 생성해 행동을 촉발하며, 느낌은 진화의 냉혹한 선택을 거치며 수백만 년 동안 예리하게 연마돼왔다. 우리 를 잘못된 행동으로(이 역시 생존의 관점에서 '잘못됐다'라는 뜻이다) 이끄는 느낌들은 인간의 유전자 풀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 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느낌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 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도하는 생화학물질을 수많은 뇌세포 가 교환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또는 좀 더 시적으로 표현한다 면, 느낌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기아와 전염병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피하는 데 성공한 수많은 조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속삭임이다.
- 지금까지의 설명은 우리가 항상 행복감을 느낄 순 없는 이유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이브가 나무에 올라가 바나나 몇 개를 따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그녀는 만족해하며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만족감은 얼마나 오랫동안 허락될까? 그 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 만일 바나나를 먹고 만족감이 몇 개 월 동안 지속된다면 그녀는 식량을 추가로 구할 동기를 느끼지 못할 테고, 곧 굶어 죽을 것이다.
이는 행복하다는 느낌이 일시적이어야 마땅함을 의미한다. 그 렇지 않으면 동기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안다. 이번에 승진만 하면, 새 자동차를 장만하면, 연봉이 오르면,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 면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이 현실이 되면 행복감은 곧 사라지고, 훨씬 더 높은 직급이나 훨씬 더 많은 연봉에 대한 갈망이 또다시 마음속에 들어앉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끝없이 계속된다!
많은 이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행복을 꼽는다. 그 러나 행복감은 진화의 연장통에 들어 있는 수많은 도구 중 하나 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도구는 일시적으로만 쓰여야 한다. 늘 행 복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바나나 하나로 남은 평생 배부름 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어차피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
- 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 느낌만은 아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우 리의 기억을 바꾼다. 또 우리가 실제보다 더 훌륭하거나 유능하 거나 더 외향적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반면 때로는 우리가 무가 치한 존재라고 믿게 한다. 뇌는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뇌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 즉 생존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뇌는 생존에 유리한 방식 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하며, 그 결과 우리의 가장 큰 감정 해충 인 불안이 생겨난다.
- 약네 명 중 한 명이 살면서 한 번쯤 공황발작(가장 강도 높은 형태의 불안이다)을 경험한다. 공황발작이 일어나면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고 종종 심박수 증가, 호흡 곤란, 통제력 상실감 등의 증상을 겪는다. 3~5퍼센트의 사람들이 반복적인 공황발작을 겪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이들은 지하철과 버스처럼 답답한 공간을 힘들어한다. 더러는 광장처럼 개방된 공간을 두 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황발작이 또 발생할까 봐 계속 걱정 하며 불안해하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 역시 발작 자체 못지않게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공황발작을 처음 겪으면 대개 심근경색이 왔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의사가 공황발작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가장 먼 저 하는 일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상태라고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환자 자신은 꼭 심장이 멈출 것처럼 또는 호흡이 막혀 질식할 것처럼 느꼈을 텐데, 그런 일은 절대 없으리라고 말해준 다. 그런데도 극도의 불안을 겪는 사람은 대개 자신에게 뭔가 심 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확신한다.
- 공황발작을 겪을 때 신체와 뇌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공황발작의 진원지가 편도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 거는 많다. 앞서 설명했듯 편도체는 주변 위험을 탐지하는 역할 을 한다. 편도체가 위험할지 모르는 뭔가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 리면 우리 몸은 '투쟁-도피' 모드로 돌입한다. 그러면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맥박과 호흡이 증가한다. 뇌는 몸이 보내는 이 신호들을 실제로 위험이 임박했다는 증거로 잘못 해석하고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작동한다. 그에 따라 맥박과 호흡이 한층 더 증가하고, 뇌는 이를 위험이 다가왔다는 훨씬 더 확실한 증거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걷잡을 수 없이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진다.
- 공황발작이 수백 번 일어났는데 그중 한두 번만 목숨을 건졌 다고 해도, 이후 뇌가 지나치게 조심하는 전략을 택하기에는 충 분하다. 따라서 공황발작은 일종의 거짓 경보인 동시에 뇌가 당 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다. 음식이 탔을 때 경보음 을 울리는 화재경보기가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듯 말이다. 우리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지나치게 적게가 아니라 지나치게 자주 작동하는 것은 사실 생존이라는 목적에 이로우며, 몸의 심각한 결함도 아니다.
- 우리가 오늘날처럼 안전한 세상에서도 불안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여전히 뇌의 경보 시스템이 인류의 절반이 10대가 되기 전에 죽던 세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세상에서는 상상 가 능한 (때로는 상상 불가능한) 모든 위험을 경계하는 능력이 생존 확 률을 높여줬다. 당신과 나는 그 생존자들의 후손이며, 유전적 요 인이 불안에 대한 민감성에 미치는 영향은 약 40퍼센트에 달한 다. 그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위험하다고 느낄 수밖 에 없다.
-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불안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오 히려 불안을 겪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건강한 팔은 무 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고 건강한 다리는 빨리 달릴 수 있 다. 그러나 건강한 뇌는 스트레스와 고통, 외로움에 대한 면역력 이 없다. 오히려 뇌는 어떻게든 우리가 그런 일을 겪게 한다. 때 로 뇌는 불안한 느낌을 만들어내거나 움츠러들게 하거나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한다. 당신이 이런 현상을 뇌가 고장 났 거나 아프다는 의미로 여긴다면 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생존 임을 잊은 것이다. 만약 조상들이 불안을 쉽게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과 나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지하철에서 공황발작을 일으킨 환자처럼, 불 안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틀림없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확 신한다. 하지만 불안감이 사실은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 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 뇌는 생존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내용, 특히 위험과 관련한 경험을 먼저 기억에 저장한다.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는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 바로 앞쪽에 있 다. 편도체와 해마가 이웃해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정서적 경험 과 기억이 매우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경험을 할 때 강한 정서 반응이 일어난다면, 그 경험이 생존에 중요하므로 뇌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신호다. 위험을 마주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해마가 현재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호를 전달 받고 선명한 기억을 형성한다. 
- 과거의 외상경험과 눈곱만큼이라도 비슷한 무언가를 만나면 뇌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뇌가 가장 중 요하므로 꼭 저장해야 한다고 여기는 기억은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 잊고 싶은 일인 경우가 많다. 이는 PTSD를 겪는 사람뿐 아 니라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아마 당신에게도 이따금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뇌가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막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뇌는 그 기억을 자꾸 재생함으로써 당신이 과거에 그 일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상기시킨다. 그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는 사실은 뇌 입장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알다시피 뇌는 행복 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 안전한 환경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사고, 괴롭힘, 학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숲속의 같은 장소를 다시 갔는데 늑대를 만나지 않는 경험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 경험과 기억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덜 두려운 것으로 변한다. 신경학적으로 볼 때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누르려 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일 때가 많다. 그렇게 하면 기억이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강하게 굳어버린다.
가장 극심한 형태의 불안인 공황발작과 PTSD는 뇌가 우리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다른 모든 종류의 불안도 마찬가지다. 뇌는 우리가 경계심을 갖길 바라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러 니 이것만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불안은 위험한 감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은 감정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 대다. 불안에 휩싸이면 극도로 고통스럽다. 어떤 형태로든 극심 한 불안을 겪어본 사람은 그것이 삶을 집어삼킬 수도 있음을 잘 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극심한 불안감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입으로 후 불어서 폭풍의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것 과 같다. 불안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 프로이트는 불안을 삶의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하는 병적인 무언가로 바라보도록 사람들의 관 점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 지식에 더 부합하는 관점은 이것이다. 불 안은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해주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이며, 대개 뇌가 지극히 정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어떤 이들 은 방어 기제가 특별히 예민해서 불안을 더 강하게 겪는다(나도 이 그룹에 속한다). 반면 방어 기제가 덜 민감한 이들은 불안을 덜 경험한다. 어쨌든 대부분 사람의 공통점은 필요 이상으로 불안 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불안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은 한때 탁월하게 여겨졌을지 몰라도 사실 그저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토 록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졌을까? 아마도 우리가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듣기만 해도 반가운 얘기다. 그러나 지금쯤이면 당신도 알겠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별로 현실성이 없는 희망이다.

- 불안을 가라앉히는 두 가지 방법
1. 호흡에 집중하기
심한 불안감에 휩싸일 때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길게 숨을 내쉬면서 차분히 호흡하면, 우리 몸은 주변에 위험이 없다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 신체 내부 기관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경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이를 자율신경 계라고 하며,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이뤄져 있다. 교감신경계 는 투쟁-도피 반응을, 부교감신경계는 소화 및 휴식을 담당한다. 호흡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숨 을 들이마시면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약간 증가해 우리를 투쟁-도피 반 응 쪽으로 유도한다. 실제로 숨을 들이마시면 심장 박동이 약간 빨라진 다. 운동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몇 번씩 숨을 급히 들이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체내 투쟁-도피 반응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숨을 내쉬면 부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한다. 즉 심장 박동이 약간 느려지고 투쟁-도피 반응이 가라앉는다.
따라서 불안감이 느껴질 때 차분하게 심호흡을 반복하되 들숨보다 날 숨을 더 길게 하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4초 동안 들이마시고 6초 동안 내쉬는 것을 목표로 하면 적당하다. 이는 자연스러운 호흡보다 긴 시간이므로 여러 번 연습해야 한다. 날숨을 길게 쉬는 심호흡은 뇌를 '속여서' 투쟁-도피 반응을 통제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개 이 방법을 쓰면 불안감이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언어로 표현하기
심호흡만큼 간단한 또 다른 방법은 현재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뇌의 전두엽은 이마 바로 안쪽에 있으며 고도의 인지 활동을 담 당하는 부위다. 쉽게 표현하자면, 전두엽의 영역 중 내측 전두엽(medial frontal lobe)은 두 눈 사이에 있고 외측 전두엽(lateral frontal lobe)은 관 자놀이 근처에 있다.
내측 전두엽은 주로 자신에게 집중한다. 이 영역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목하고 감정 및 동기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측 전두 엽은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한 영역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한다. 또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 가락으로 양쪽 눈썹 사이를 짚어보라. 그러면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뇌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제 손가락을 바깥쪽으로 움직여 눈썹이 끝나는 곳을 짚어보라. 그곳에는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뇌 영역 이 있다. 
흥미롭게도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편도체의 활동이 줄어든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화가 났거나 겁먹은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들 의 편도체가 활성화됐다.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화난 얼굴은 위협 요인으로 느껴지고, 겁먹은 얼굴은 주변에 조심해야 할 뭔가가 있 다는 신호니까 말이다. 그런데 피험자들에게 자신들이 본 것을 언어로 표현하라고 하자(“이 여성은 화가 났군요." "이 남성은 겁을 먹었어요.") 전두 엽, 특히 외측 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언어 로 표현할 때 외측 전두엽(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 외 측 전두엽 활성화는 편도체 활동을 가라앉히므로, 이를 감정 조절에 활 용할 수 있다.
감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언어로 표현하라. 자신이 느끼는 것을 구체적 인 언어로 표현할수록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 우울증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 (dopamine),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의 결핍 때문에 생긴 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 세 물질(항우울제는 이들 물질의 불균형을 복원해 대체로 긍정 적 효과를 낸다)이 우울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뇌를 '오로지 세 가지 재료로 만든, 맛의 균형이 무너진 수프'처럼 생각한다면 우울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없다. 우울증에는 뇌의 여러 부위와 시스템이 관련된다.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꽤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 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특히 장기간(며칠 이나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또는 몇 년) 지속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만으로는 완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소인도 개인마다 다르다. 유전적으로 우울증에 특히 취약한 이들은 그 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건(예컨대 직장 동료와의 갈등)이 주는 스트 레스만으로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훨씬 더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예컨대 사랑하는 이를 잃는 일) 우울증을 앓는다.
그런가 하면 살면서 어떤 일을 겪어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유전자가 장전하고 환경이 방아쇠를 당긴다'라는 유명한 관용구로 요약할 수 있다. 
- 미국의 정신과 의사 찰스 레종(Charles Raison)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스트레스는 감염 위험이 증가했 음을 신체에 알리는 믿을 만한 신호였다. 면역체계는 신체 에너 지의 15~20퍼센트를 소비한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쓰이므 로 면역체계를 항상 강하게 작동할 수는 없다. 신체는 언제 면역 체계를 가동할지 선택해야 하며, 스트레스는 바로 그 시점을 알 려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감염 위험이 커 졌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오랜 세월 동안 바로 그것이 스트레스 가 의미하는 바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염 위험과 스트레스 가 밀접히 연결돼 있었다는 얘기이며, 그 신호에 따라 면역체계 의 활동이 증가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먼 옛날 사바나 초원에서 만 작동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작동한다. 우리는 지금도 수 렵채집인의 뇌를 갖고 있는 것이다.
- 이 끔찍한 구직 면접은 사회적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찰하는 트리어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 (Trier Social Stress Test)의 일부다. 테스트 전에 참가자는 모의 면 접을 진행할 것이며 그 내용을 녹화해 행동과학자들이 평가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한편 면접관은 거만한 태도를 보이면 서 굳은 표정으로 면접자를 대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대다수 참가자가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심박수가 증가하고 땀을 흘리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부 참가자의 혈액 검사 결과에서 나타났는데, 그들의 인터류킨-6(interleukin-6) 수치가 증가한 것이다. 인터류킨-6은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신체가 감염됐을 때 발열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그런데 어째서 구직 면접 도중에 인터류 킨-6 이 증가할까? 면접관이 아무리 거만하게 군다고 해도 그 때 문에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될 위험은 거의 없지 않은가. 단지 자존감이 조금 위협받는 상황일 뿐인데 왜 면역체계가 작동한 것일까?
그 답의 실마리는 앞서 설명한 내용에 있다. 면접 참가자가 스 트레스를 받으면 그의 몸은 다칠 위험이 증가했다고 해석한다. 오랜 세월 동안 스트레스가 곧 그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몸이 대응에 나선다. 다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감염위험이 증가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면역체계가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울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 다시 말해 인간은 바이러스와 세균에게 훌륭한 식사를 제공하는 존재다. 과거에 아이들 절반이 감염으로 죽은 것도 놀라울 게 없다. '모두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놀랍다. 항생 제와 백신, 현대 의학이 존재하기 전에 인류에게는 감염과 싸울 수 있는 어떤 자원이 있었을까?
먼저 뛰어난 면역체계가 있었다. 면역체계는 우리가 과거에 겪은 감염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또다시 감염을 만나면 재 빨리 작동하게 돼 있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대단히 정교해서 그 복잡성이 뇌 다음 순위다. 뇌와 마찬가지로 면역체계의 지도 작 성도 최근 들어 시작됐다. 면역체계의 새로운 기능이 지금도 끊 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그중 내가 특히 흥미를 느꼈던 사실은 누 군가가 기침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면역체계가 작동 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상한 음식에 대해 강한 반사적 거부감을 느낀다. 이것은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피하게 하려는 뇌의 전략이다. 상한 우유나 썩은 생선의 냄새를 맡고 움찔하며 물러서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침하는 타인을 보고 면역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나 상한 음 식의 냄새만 맡아도 움찔하는 것을 '행동 면역체계(behavioural immune system)'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확장된 면 역 방어는 행동으로 이뤄져 있다. 어쨌거나 체내의 세균이나 바 이러스와 싸우는 것보다 애초에 그것들이 몸에 들어오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당연히 더 나은 법이다.
이때 무엇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느낌이다! 우리는 울적한 기분을 느끼면 움츠러들어 자신을 고립시키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일부 전문가는 우울한 기분이 우리가 감 염을 피하게 하거나 감염과 싸울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 하려는 뇌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면역체계라고 할 때 흔히 떠오르는 것(항체, B세포와 T세포 등)은 사실 면역체계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또 다른 측면 은 우리의 행동이다. 즉 뇌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우리가 감염 위 험 앞에서 몸을 사리게 유도한다. 그리고 여전히 사바나 초원에 살고 있다고 믿는 우리의 신체는 스트레스를 감염 위험이 증가 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므로,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장기적인 감염위험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뇌는 모종의 느낌을 만들어내 우리가 움츠러들고 정신적으로 멈춰버리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해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다.

- 오랫동안 의학계에서는 뇌와 면역체계가 완전히 별개이며 후자가 전자에게 영향을 미치기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피부에 상처가 나서 감염되면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단백질 물질이 분비되고 면역체계가 감염과 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이토 카인은 또 다른 중요한 일도 한다. 감염이 일어났다는 신호를 몸 전체에 보내는 일이다. 21세기 이전만 해도 의학 서적에서는 사 이토카인이 감염 신호를 신체의 모든 장기에 보내는데, 이때 뇌 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뇌와 면역체계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그 신호가 뇌에 도달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이것이 틀렸음이 입증됐다. 사이토카인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즉 뇌는 신체 어딘가에 염증이 발생했다 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볼 때 이는 대단히 획기 적인 발견이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체내 염증이 우리의 기 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본격적으로 연 구하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쥐에게 사이토카인을 주입하자 움직임이 위축되면서 인간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와 비슷 한 행동을 보였다. 이후 인간에게 같은 실험을 진행했을 때도 동 일한 결과가 관찰됐다. 사이토카인을 주입받은 피험자들은 우울 하고 언짢은 기분을 느꼈다.
또 다른 단서는 C형 간염에 걸려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목 격됐다. 1990년대에 C형 간염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됐는데, 환자들에게 바이러스 감염 시 백혈구가 생산하는 물질을 투여 했다. 그러자 흥미롭게도 환자의 약 3분의 1이 우울감을 느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질병을 치료받았음에도 안정된 기분이 아니라 우울함을 느낀 것이다. 치료 과정이 끝난 후에는 대개 우울한 기 분이 사라졌다. 장티푸스 백신을 맞은 많은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그들은 백신을 접종한 후 일시적으로 우울 감을 느꼈다.
요컨대 2000년대 초에 발견된 여러 증거는 뇌와 면역체계 가 연결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전의 믿음과 달리 이 둘은 별개 가 아니라 사실은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면역체 계의 활동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면역 활 동 증가가 우울증에 기여하는 요인이라고 추정됐다. 우울증 환 자들은 척수액(뇌와 척수를 감싸는 액체)의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proinflammatory cytokine) 수치가 더 높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그런 추측에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 덴마크 연구진이 7만 3,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벼운 우울증과 피로, 낮은 자존감을 겪는 사람들은 대개 체내 염증 지표인 C 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CRP 수치가 높을수록 우울증과 피로감이 더 심했다. 또 CRP 수치가 높은 사람은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 거나 항우울제 처방을 받은 일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체온이 약간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감염 을 막아내려는 기제일 수 있다. 발열의 주요 기능은 세균이나 바 이러스의 체내 증식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우울증과 면역체계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마지막 결정적 단서는 유전학 분야에서 나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하나의' 우울증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유전자가 우울증 발현 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주요 연구에서 우울증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이는 44개의 유전자가 확인됐다. 이들 유전자 중 다수 는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그리 놀랍지 않다. 우울증 발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당연히 뇌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유전자 중 일부는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들은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울증 발현 위험을 높이는 것과 면역체계를 활 성화하는 것이다.

- 염증은 치명적인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처럼 어릴 때 만나는 위협들로부터 우리 조상들을 보호해준 방어 체계다. 장기적 염증이 유발하는 질병은 대개 나이가 든 후에 걸린다. 그 리고 앞서 말했듯 우리는 어릴 때 걸리는 병을 이겨내도록 진화 해왔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염증이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노년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 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인류사의 오랜 기간에 걸쳐 대부분 사 람은 그 정도로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동안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변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그 원인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부상으로 인한 상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생 활 습관의 여러 요인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근육과 지방 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 이 입증됐다. 또 장기적 스트레스(며칠이나 몇 주가 아니라 몇 달이나 몇 년씩 지속되는 스트레스)도 신체 전반의 염증 수준을 높이는 것 으로 보인다. 수면 부족과 환경 독소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 다. 가공식품은 위장과 장의 염증, 비만은 지방 조직의 염증을, 흡연은 폐와 기도의 염증을 유발한다.
- 역사적으로 염증을 일으킨 주범(세균, 바이러스, 상처)은 대개 일시적 성격을 띤 반면, 오늘날의 유발 원인(좌식 생활 습관, 비만, 스 트레스, 정크푸드, 흡연, 환경 독소)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 다. 그 결과 과거에는 잠깐 작동했던 체내 프로세스가 오늘날에 는 더 오랫동안 작동한다. 우리 몸이 염증의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면, 따라서 면역체계가 불필요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다 면, 이런 사실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신체가 모든 종류의 염증을 한데 뭉뚱그려 취급해서, 생활 습관 요인을 바이러스나 세균의 공격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염증을 일으킨 범인이 감염인지 생활 습관 요인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뇌도 마찬가지다.
- 요약해보면 이렇다. 당신과 나는 수렵채집인의 뇌와 신체를 갖고 있다. 주로 앉아서 지내는 현대의 생활 습관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몸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체내 염증을 증가시킨다. 뇌는 이것을 위협으로 간주하고(인간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염증은 곧 위험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공 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분을 조종해 몸을 사리게 한다. 뇌가 기분을 하향 조정하면, 우리는 우울감과 심리적 불편 함을 느끼고 더욱더 움츠러든다. 다시 말해, 염증은 기분을 좌우 하는 일종의 조절기 역할을 한다. 염증이 많을수록 더 우울해지 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조절기가 특히 더 민감하고(부분적으로 는 유전자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에 더 쉽게 걸린다.
그렇다면 모든 우울증 환자는 체내에서 염증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염증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여러'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모 든 우울증의 약 3분의 1이 염증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 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항염증제가 우울증 치료 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다수 존재한다.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형성을 막는 약물은 우울증 치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 지만, 다른 항우울제의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염증에서 기인한 우울증일 때의 얘기이고, 그 외의 경우에는 효 과가 미미하다.

- 운동과 숙면, 스트레스 조절과 회복이 염증을 줄이고 따라서 뇌가 모종의 신호를 받아 신체가 공격받는다고 잘못 해 석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런 행동을 열 심히 실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염증에 대항하는 모든 것 (예를 들면 염증에 좋은 특정 식품)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를 온종일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노출 시키는 근로 환경이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 게 됐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의욕 상실이나 움츠 러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병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역설적 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럴 때 최선의 해결 책은 대개 근로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길 바란다. 비정상적 인 상황에 대해 비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뇌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행동이다.

- 인생은 수많은 결정의 연속이고, 대체로 뇌는 자동으로 잘 처 리한다. 하지만 결코 쉽게 처리할 수 없는 결정도 분명히 있다. 인생을 바꿀 만한 결정에 직면하면 뇌가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 하는 것은 아닐까? 우울증 증상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차단해 우리가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하려는 뇌의 전략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분석할 때 전략적으로 정서적 위축 상태를 취한다고 보는 것을 '분석적 반추 가설(analytical rumination hypothesis)'이라고 한다. 무기력한 우울감이 무조건 유익하다는 말이 아니다. 심해지면 파괴적 영향을 미치거나 중 대한 결정 앞에서 사고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필요할 때 재빨리 도망치는 능력이 우리에게 유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울증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신 능력 역시 매 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설득력 없는 얘기로 들리는가? 그렇다면 지금껏 살면서 우울 감을 느껴 안으로 침잠했던 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 한 후 결국 의미 있는 지점에 도착했는지 아닌지 생각해보라. 어 쩌면 당신은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의 답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때 뭔가 배웠기 때문에 그 시간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당신에겐 그런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뭔가가 유용할 수 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든 세균과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오래된 방어 기제나 스 트레스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우울증에 걸릴 만큼 뇌가 기 분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상당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 뇌와 관련 한 대부분의 프로세스는 꽤 복잡하며, 우울증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우울증에 빠진 이유를 정확히 규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실제 현실은 단순히 흑과 백이 아니라 무수히 다양한 회색 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 '모든' 우울증이 특정한 목적에 기여한다거나 염증 또는 인생이 걸린 결정에 대한 숙고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부터 쉽사리 제어하기 힘든 생물학적 방어 기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색으로 이뤄진 우울증이라는 그림 에서 우리는 생물학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때가 많다. 그리고 대체로 우울증은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생각의 소용돌 이를 일으키지만, 때로는 인생이 걸린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도 와주는 자기 침잠의 시간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안과 우울증이 당연히 뇌가 고장 났다는 의미라고 믿는다면, 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안과 우울증이 일상생 활을 방해하고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때로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 세상이 위험하고 적대적인 곳으로 느껴지는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뇌가 원래의 작동 방식대로 반응 하고 있다는 신호다.
타인과의 대화가 삐걱거린다고 느꼈다면 그것이 정말로 삐걱 거리는 상황이었는지 잘 생각해보라. 당신이 직장 동료나 학교 친구 또는 낯선 행인의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면, 혹시 부정 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아마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외로움을 느낄 때는 자신의 생 각과 판단을 무조건 믿지 말아야 한다. 불안에 시달릴 때 자신의 생각을 무턱대고 믿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로움과 싸워 이기려면 먼저 외로움이란 감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미국의 연구팀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다양한 접근법(사회적 능력 함양 훈련, 지지 그룹 활용 등)을 비교한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로움이 사 고 패턴과 자기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치료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이런 메커니즘을 아는 것은 타인이 외로움을 극복하게 도울 때도 중요하다. 주변의 누군가가 때때로 까칠하거나 과민하거나 쌀쌀맞게 군다면, 꼭 그가 당신을 싫어하거나 어떤 도움도 원치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하지는 말기 바란다. 그의 행동이 외로움 의 증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당신의 귓불 뒤쪽 2~3센티미터쯤 되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어보라. 거기에서 뇌 안쪽으로 직선으로 들어가면 솔기핵(raphe nuclei)이 있다. 솔기핵은 대략 15만 개의 뇌세포로 이뤄져 있다. 이는 전체 뇌세포의 약 0.000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솔기핵은 우 리의 신체 기능과 감정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뇌의 가장 흥미로운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 솔기핵에서 분비된 세로토닌은 최소 20개의 신호 경로를 통해 뇌 곳곳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세로토닌은 다양한 심리적 특성이 발현되는 데 영향을 미치며 그 양상 역시 대단히 복잡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역할로 보이는 것은 이것이다. 세로토닌은 우리가 몸을 사리고 위축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세로토닌은 적어도 10억 년 전부터 존재했고, 인간 이외에 여 러 종에서도 행동 위축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큰가시고기와 제브라피시는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물에 노출되면 조심성과 경계심이 줄어들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커진다.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미세하게 조정된 세로토닌의 균형 상 태가 행동 위축 정도를 조절하는데, 그 균형이 무너지자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물고기는 주로 다른 종 때문에 생명의 위협 을 받지만, 그 밖의 동물은 같은 종에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게는 서로에게 달려들어 격렬하게 싸우곤 한다. 보통 은 더 강한 게가 이김으로써 싸움이 끝난다. 그런데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면 약한 게도 주도권을 잡은 듯이 행동하면서 후퇴하지 않으려 한다. 요컨대 세로토닌 수치가 변화하자 자기 서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한 것이다. 침팬지도 마찬가 지다. 우두머리 침팬지가 자리에서 밀려나면 권력의 공백이 생 긴다. 이때 무작위로 선발한 침팬지에게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면 그 침팬지가 주도권을 잡고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인간 역시 위계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 식하는 방식에 세로토닌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위계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세로토닌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국 대 학 기숙사의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리더 역할을 한 학생들이 새로 들어온 학생들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10대의 정신 건강과 무슨 관련이 있을 까? 세로토닌은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다시피 널리 쓰이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해 기분을 나아지게 해 준다. 이는 위계질서 내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과 우리의 감정이 생물학적으로 대단히 밀접히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만일 서열에서 뒤로 밀려나면 기분이 우울해질 것이다. 특히 오 늘날에는 그런 기분을 느낄 이유가 차고 넘친다. 소셜 미디어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완벽한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하기 때문 이다. 한마디로 세로토닌의 관점에서 보자면 요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우울해질 이유가 많아졌다.

- 정신의학 분야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종종 HPA 축의 활동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이다. 우울 증에 대한 중요한 생물학적 발견이 신체와 뇌에 '동시에 걸쳐진 HPA 축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대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HPA 축의 활동이 증가한다. 즉 코르티솔 농도가 매 우 높다. 약물을 비롯한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법에서는 HPA 축 의 기능을 조절해 정상화한다. 이때 여러 항우울제가 이 축의 서 로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약물만 HPA 축의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체 활동도 그런 역할을 한다. 운동을 하면 지나치게 활성화된 HPA 축이 진정되는데, 단 오랫동안 운동을 할 때만 효과가 있다. 단 기적으로 볼 때 운동, 특히 고강도 운동은 HPA 축의 활동을 높 인다. 신체 활동 자체는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리기를 하면 체내 코르티솔 농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달리기가 끝나면 코르티솔 농도는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 로 떨어져 최대 몇 시간 동안 유지된다.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 이 진정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몇 주 동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HPA 축의 활동이 서서히 줄어든다. 운동 직후뿐 아니라 평소에도 전반적으로 활동이 가 라앉는다. HPA 축에 여러 제동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특 히 중요한 것이 해마와 전두엽이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 위이고, 이마 안쪽에 있는 전두엽은 추상이나 분석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한다.
신체 활동은 해마와 전두엽의 기능을 강화한다. 실제로 운동 을 하면 해마의 물리적 크기가 커지고, 전두엽에 모세혈관이 더 생겨나 산소 공급과 노폐물 제거를 촉진한다. 이런 모든 프로세 스는 뇌 내부의 스트레스 제동 시스템을 강화한다. 게다가 운동 은 HPA 축의 자체 제동 기능도 향상시킨다. HPA 축이 자신의 활동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속과 제동 기능을 동시에 가진 페달에서 제동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 우울증은 다양한 신경생물학적 프로세스가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태를 아우르는 포괄적 용어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HPA 축 이외에 체내 염증과도 관련돼 있다. 또 신경전달물질 인 세로토닌 · 도파민·노르아드레날린의 결핍과도 관련이 있으 며, 뇌의 '비료' 역할을 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의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 그 밖에 섬엽 의 활동 변화, 편도체의 활동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이들 메커니즘이 미치는 영향은 사람 마다 다르다. 사실 누군가의 우울증이 도파민 부족 탓인지, 과도 하게 활성화된 편도체 탓인지, 체내 염증이 많아서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운동에 관한 한 그 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울증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이든 대개 운동은 그 원인의 반대 상태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HPA 축의 역할은 위협을 만났을 때(스트레스) 또는 뇌가 위협이 될 만한 무언가를 예상할 때(불안) 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 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커다란 위협은 무엇 이었을까? 어떤 위협을 받을 때 HPA 축이 몸의 에너지를 끌어 올렸을까? 각종 청구서나 마감일이 주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도,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아니었다. HPA 축은 맹수와 사고, 감염이라는 위협에 대응하도록 발달했을 가 능성이 크다.
당연한 얘기지만, 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맹수를 피해 도망 치거나 싸움 상대를 물리치거나 감염에서 회복될 확률이 더 높 다. 그들의 HPA 축은 위험 요인을 만날 때마다 최고조로 작동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실제적 또는 잠재적 위협 앞에서 패닉에 빠 질 필요도 없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 즉 HPA 축이 낮은 기어로 작동해도 위험에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뇌는 일상의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오랜 세월 인류가 생존 위협 요인들에 대응할 때 사용한 것 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한다. 맹수나 감염으로부터 조상들을 보 호해준 좋은 체력은 그들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진정시키는 역할도 했다. 그 시절 이후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거의 변하지 않 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좋은 체력은 여전히 우리의 HPA 축을 진정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요컨대 운동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너무 강하게 반응하지 않게 해준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 관없이 말이다.

- 과거의 조상들에게 '운동'이 바보 같은 짓으로 여겨졌으리라는 단서는 오늘날 여전히 수렵채집인으로 살아가는 부족에게서도 볼 수 있다. 이들이 하루에 걷는 1만 5,000~1만 8,000걸음 중대 부분은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 우리의 추측과 달리 이들은 바쁘 게 돌아다니며 생활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앉아서 보내며, 수렵채집 활동은 네다섯 시간 정도만 할 뿐이다. 그러니 당신과 내가 운동화를 챙겨 신고 밖으로 나가는 대신 소 파에 드러눕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 수만 세대에 걸쳐 형성된 생물학적 힘은 나를 소파에 붙어 있 게 한다. 하지만 그 똑같은 생물학적 힘이 내가 몸을 움직이면 뇌의 기분과 작업 능력이 향상되게도 만들어놓았다. 나는 이 두 가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므로, 운동이 지독하게 하기 싫을 때 면 소파를 선호하는 내 유전자가 주도권을 쥐게 놔두지 않겠다 고 다짐한다. 내가 지휘권을 잡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매번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데 성공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만, 때로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 하지만 신체와 뇌의 구분은 인위적인 것이다. 뇌는 신체와 분리된 채 세상을 돌아다니는 기관이 아니다. 신체 없이 존재하는 뇌는 없다. 사실 뇌는 생각하고 느끼거나 의식을 만들어내기 위 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을 이끌고 통제하기 위해 발달했다. 저명 한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이렇게 말했다. "진화 과정에서 신체가 더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뇌도 더 커지고 복잡해졌다."
뇌와 신체는 대단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그 런 관계를 보여주는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뇌가 면역체 계로부터 정보를 수신한다는 사실, 뇌가 내부 자극과 외부 자극 을 모두 이용해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등이다. 외부에서 오 는 자극(예컨대 감각 인상, 일터나 학교의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눈에 뻔히 보이고 측정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특정한 기분을 느끼거나 우울 및 불안을 겪는 원인을 외부 자극에서 찾기 쉽다.
그에 비해 신체의 내부 자극은 주관적이므로 측정하거나 알아채 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안정과 행복에 미치는 영 향이 외부 자극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가 보여 준다. 다시 말해 심리 치료나 뇌 내 물질의 균형을 회복하는 약 물만이 기분과 우울, 불안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체 상태 역시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 다. 과학계의 연구가 신체와 뇌 사이의 인위적인 구분을 서서히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는 우울증 과 불안, 행복을 단순히 심리학적 관점뿐 아니라 생리학적 관점 에서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신체 활동 역시 바로 그 두 가지 관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 많은 이들이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과 행복을 동일시한다. 즐거움과 만족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보는 것 이다. 반면 행복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행복을 자기 삶의 방향 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곤 한다. 이 관점에서 행복이란 끊임없이 즐거운 상태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적의식을 가진 상태로 볼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이런 정의에 동의하고 꼭 행복해지고 싶다면,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돌보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라! 행복을 신경 쓰지 않을수록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크다.
뇌는 다음 순간에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예측한다. 그리고 그 예측과 비교해서 현재의 경험을 이해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욕 실에 들어간다고 치자.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당신의 뇌는 이 미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자신이 만나리라고 예상하 는 감각 인상을 떠올리는 쪽으로 활성화된다. 이제 욕실에 들어 가면, 뇌는 당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예측한 내용과 비교한다. 만일 뇌의 예측과 그 감각 인상이 일치하면 당신은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가 예측에서 벗어나면 욕실로 들어가던 행동을 중단할 것이다.
큰 사안에서든 사소한 행동에서든, 우리 삶의 매 순간에 이런 비교가 이뤄진다. 뇌는 현재의 경험을 자신의 예측과 비교한다. 2021년 봄 영국 노인들에게 신체 건강 상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전년도 조 사 때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0년은 팬데믹 이 한창이던 시기였으므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근거 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추측할 만한 근거가 많았다. 영국에서 1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의료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응급 환자 이외에 일반 환자는 평소처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더 건강해졌다고 느꼈을까? 한 가지 가능 한 설명은 이것이다. 코로나19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날마다 접 하면서 건강함에 대한 기준이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중환 자실과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이 어지자 그들에게 허리나 무릎 통증, 두통 따위는 별것 아닌 문제 로 느껴졌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세상의 상황에 대한 뇌의 예 측(뇌는 예측과 비교해 현재 경험을 이해한다)이 바뀌자 건강에 대한 관점도 바뀐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경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모든 경험 을 자신의 예측 및 기대치와 비교하도록 신경생물학적으로 설계 돼 있다. 

- 인간이 모든 경험을 기대치와 비교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은 행복을 얻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행복 감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기 부여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뇌는 신체와 외부 환경에서 오는 정보를 토대로 끊임없이 감정 상태를 수정한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우 리가 늘 행복과 만족에 젖어 살 수 있도록 뇌가 긍정적 감정 상 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뇌 입장에서 보면 바나나 하나로 남은 평생 배부름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는 그렇게 설계돼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 멋진 휴양지에서 일몰을 즐기는 행복하고 예쁜 사람들의 모습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기대치가 비현실적 으로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세계가 그 기대치 와 일치하지 않으면 낙담하게 된다. 광고로 세뇌된, 행복에 대한 몹시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우리에게 불행하다는 기분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히 추측이 아니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이 행복을 찬양하는 글을 읽은 뒤 코미 디 영상을 시청했다. 그러자 이들은 행복을 언급하지 않은 글을 읽은 그룹보다 덜 즐거워했다. 그 이유를 추정해보자면 이렇다.
- 행복에 관한 글이 피험자들의 기대치를 높였고, 그러자 코미디 가 배꼽이 빠질 만큼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치가 생겨났다. 그런 데 기대한 만큼 재미가 없자 실망한 것이다. 기대가 높지 않으 면 기준이 낮아지므로 경험에서 얻는 만족이 기대치와 동등하 거나 기대치보다 높아진다. 따라서 그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여 기게 된다.
해마다 광고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나라일수록 2년 후 국 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따 르면 광고가 우리의 감정 상태에 대한 기대치를 비현실적으로 높여서 결과적으로 실망감과 불만족을 일으킨다고 유추할 수 있다. 우리가 보다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게 하는(그리고 정신적 행복 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광고 문구는 이것일지 모른다. '때로 울적해 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 슬로건으로는 청량음료나 머스터드소 스, 주택보험을 별로 많이 팔지 못할 것이다.
인생에서 많은 일은 우리가 노력하는 양에 비례해 성공 확률 이 높아진다. 하지만 행복은 그렇지 않다. 잡으려고 쫓아가면 갈 수록 놓칠 가능성이 크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사람에게 내가 주고 싶은 조언은 이것이다. 그 모든 공허한 광고 메시지에 귀를 닫으라. 행복을 찬양하는 글과 책을 읽지 말라.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유튜브 동영상도 멀리하라.

- 기억해야 할 열 가지 포인트
1. 우리는 생존자의 후손이다. 인간은 건강이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해왔다. 항상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우리는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
2. 느낌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다. 뇌는 신체 안에서 오는 정보와 외부에서 오는 정보를 결합해 느낌을 만들어낸다. 신체 내부의 상태는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 다 느낌이 형성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
3. 불안과 우울은 방어 기제일 때가 많다. 불안과 우울은 인간 본 성의 정상적인 일부이며, 우리가 고장 났거나 아프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격상 결함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4. 기억은 바뀐다.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충격적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기억이 조금씩 바뀌고 덜 두려워진다.
5. 수면 부족, 장기적 스트레스, 앉아 있는 생활 습관, 소셜 미디어 에 올라온 타인의 편집된 삶의 모습을 과도하게 접하는 것을 피 하라. 이 모든 것이 뇌에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데, 뇌는 그 신호 를 위험이 다가온다거나 자신이 부족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해 석할 위험이 있다. 그러면 뇌는 당신에게 움츠러들라고 명령하고 당신을 우울하게 한다.
6. 신체 활동은 우울과 불안을 예방해준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존재이지만 오늘날 우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 도 게으름은 정상적인 것이다!
7. 외로움은 다양한 질병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작은 행동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건강의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이들과 피상적 관계를 맺는 것보다 친밀한 소수와 진실한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더 낫다.
8. 유전적 요인은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유전적 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불가피한 운명을 의미한 다고 믿지 마라. 당신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뇌의 기능과 작동 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9. 행복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져라. 늘 행복하길 기대하는 것 은 정신적 소모도 크고 비현실적인 바람이다. 게다가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가 날 수 있다.
10.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은 이것이다. 당신의 정신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 폐 렴이나 알레르기가 괴상한 병이 아니듯,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 다. 당신이 손만 뻗으면 도움을 줄 사람은 늘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의 배신  (2) 2024.04.28
제 정신이라는 착각  (1) 2024.04.28
케이크 먹고 헬쓰하고 영화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1) 2024.04.20
나라는 착각  (1) 2024.04.16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Posted by dalai
,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나름의 해소법을 가지고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해도 기운이 나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경우를 겪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지은 책으로, 올바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므로 완전히 없애겠다기보다 초반에 스트레스를 잘 푸는 것, 오히려 스트레스를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정도의 차이가 다르고, 물리적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도 즉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효과적이고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처법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명심해야 할 점은 스트레스의 원인에 대처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자극 그 자체가 아닌 자극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그래서 원인이 되는 자극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스트레스 코핑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좋지 않은 것, 적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스트레스가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면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꿔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스트레스, 이를테면 폭력, 괴롭힘은 몸고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므로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주 3회 이상 운동하기, 하루 세끼 균형잡힌 식사하기, 매일 6시간 이상 자기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걸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과부하가 걸릴 경우 이것을 지속하려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하지 않을 일을 계획하기'와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하기'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즐거운 일을 하며 기분을 달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즐거운 일을 해서 기분이 나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다음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 스트레스를 푼다고 억지로 즐거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슬플 때는 실컷 울어버리는 것이 더 좋다.

* 또한 바쁜 척하며 몸을 혹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보다는 차라리 푹 쉬는 것이 더 좋다.

* 기분이 좋아지겠다고 인생에서 즐거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스트레스 맥락 차원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 흔히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라고 조언하지만, 분위기는 맞추어 가면서 주장하는 것이 좋다. 남에게 미움받으면서 스트레스를 풀 필요는 없다.

*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컷 화풀이를 하는 것이 더 좋다. 감정을 발산하지 않으면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 누구나 괴로웠던 기억,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이런 일들을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려 애쓰는데, 차라리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손을 놓는데,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

* 불평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불평이나 뒷담화로 스트레스가 완화되기도 한다. 물론 불평한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 고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 스트레스를 받아 힘이 들때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불안감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차라리 뜨개질 같이 단순작업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남탓, 자기탓을 하지말고 차라리 타이밍탓, 운의 탓으로 돌린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정신이라는 착각  (1) 2024.04.28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0) 2024.04.24
나라는 착각  (1) 2024.04.16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마음의 지혜  (1) 2024.04.10
Posted by dalai
,

나라는 착각

심리 2024. 4. 16. 06:40

- 인간은 자신의 뇌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자각할 수가 없다.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자신의 뇌를 들여다보거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뇌는 몸의 모든 곳에서 오는 감각을 해석한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면 뇌가 이 고통을 알아채고 이를 해석한 후 필요 한 신체의 부위에 전달해 대응하도록 한다. 그러나 뇌는 그 자체 의 촉각과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뇌는 몸을 통제하기 위해 그자 체를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에 대해 복제품simulacrum 즉, '저해상 도 시뮬레이션'을 구성한다. 우리가 자라고 지각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가공의 구성물'이다. 다시 말해, 자아는 뇌의 시뮬레이션이다.
- 믿음의 정당화
여기서 잠깐, 기억의 내밀한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짧은 우회 로를 타고 지식 자체의 특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 이 사실임을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는 이 책 전체에 걸친 궁극 적인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이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당 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사실이라고 진술하는데, 정작 당신이 그 것에 관한 직접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면,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 "어떻게 아세요?"
철학자이자 수학자, 노벨상 수상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두 가지 종류의 지식 사이에 경계선을 그었던 최초의 사람 중 한 명이다. 자전거 타기처럼 '하는 방법 how to do'에 대한 지식이 있다. 러셀은 이를 '직접적인 경험으로 얻은 지식 knowledge by acquaintance'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얻은 지식propositional knowledge' 이 있는데 2+2=4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당신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얻은 지식이 참임을 어떻게 아는가? 학교에서 배웠고 모든 이가 그렇다고 동의하기 때문이 다. 또한 사탕을 세어서 두 개에 두 개를 더하면 네 개가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당신은 기초수학에 관한 직접 적인 경험지식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조지 워싱턴이 미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어떤가?
- 오늘을 살고 있는 누구도 조지 워싱턴이 살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한 다. 간단히 말해서 이는 지식이면서 동시에 '믿음'의 영역에 해 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믿음은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것에 대해 취하게 되는 일 종의 태도다. 사실의 정확성이 믿음에 종속된 것이기도 하지만 믿음은 사실에 근거한다. 물론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처럼 증거 없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지식의 철학적 연구인 인식론epistemology 에서는 사람들이 믿음을 견지하는 이유를 정당화 justification라고 부른다. 당신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거나, 논리적으로 연역해 냈거나 혹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렇게 이야기했기 때문 에 무언가를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믿음의 정당화는 오직 서사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의 특성을 더 가까이서 볼수록 이 야기와 지식을 구분 짓기는 어렵다. 이를 기억하고 있어야 우리 가 어렸을 때 들었던 '최초의 이야기'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 다. 왜냐하면 최초의 이야기들이 이후의 삶에서 듣고 보고 익히 게 되는 다른 이야기들의 판단 기준이 되는 원형이 되기 때문 이다.
- 분명한 것은 우리의 뇌는 고 공간 및 시간적 해상도high spatial and temporal resolution로 모든 사건을 녹화하는 비디오카메라처럼 작동 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전이 처리 transfer-appropriate processing라고 불 리는 최신 이론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해마는 현재 활성화된 인 지 시스템을 활용해 그 패턴을 기록한다. 예를 들면 챌린저호 폭 발이나 9/11 사건의 기억은 대개 '시각적'이다. (일반적으로 TV 방 송을 통해서) 이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의 해마 는 과도할 정도로 단발적인 순서staccato sequence로 시각적 이미지 들을 함께 묶었다. 텍사스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러그에 의 하면 이 이미지들이 뇌에서 소환될 때, 해마가 그것들을 재생하 기 위해 시각 체계를 가동한다. 즉 충격적 사건과 연결된 에피소드 기억은 그때의 기억을 똑같은 순서로 재활성화시키기 위해 원래의 경험 당시에 작동했던 뇌 시스템 상태로 재설정된다. 그 과 정은 원래의 사건과 매우 유사한 경험을 할 때도 촉발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흔히 회상flashback이라고 말한다.
에피소드 기억의 형성에서 해마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고 려해 보면, 유아의 뇌가 사건을 저장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태어날 당시 첫 순간의 기억은 없다. 유년기의 기억상실은 잘 알려진 현상이 고 최근의 연구는 그 이유를 밝혀내기 시작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뇌를 이루는 각 부분은 서로 다른 속도로 발달한다. 뇌의 성숙을 추적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각 영역에서 수초화myelinization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뉴런neuron은 축삭axon 이라 불리는 기다란 돌기로 서로 연결되 어 있고, 미엘린myelin이라는 밀랍 물질은 축삭을 덮어서 신경계 에서 전기신호 전달을 촉진한다. 유아는 비교적 덜 수초화된 뇌 를 가지고 태어나며, 십대 후반쯤이 돼서야 뇌 시스템의 대부분 에서 수초화가 완성된다. 하지만, 그 속도는 뇌의 부위마다 다르 다. 해마와 감정적 과정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의 연결이 가장 먼 저 성숙해져 5세 정도의 나이에 완성된다. 같은 시기에 시각 체 계는 성인의 연결 정도의 90퍼센트에 이르는 완성도를 보인다. 전두엽은 고등 사고complex thought와 연관이 있는데, 보통 20대 초 반쯤이 되면 성인 수준의 수초화에 도달한다.
- 인간은 자신의 기억이 실제 일어난 일의 '정확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장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기억은 여러 조 각의 묶음이며 그 빈 구멍은 임의로 메워진다. 뇌는 아날로그 비 디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한다. 일종의 셀룰로이드 필 름의 개별 프레임처럼 순간촬영사진을 찍어 기억하는 것이다. 이 들 촬영 사진이 기억 창고에서 소환될 때, 뇌는 편집자로서 사진 들의 빈 곳을 꿰매어 균일해 보이는 서사를 만들어 낸다. 서사가 모습을 드러내어 과거의 자아가 함께 연결되는 것은 이러한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뇌는 불완전한 편집자이다. 우리의 기억은 기껏해 야 일어난 사건의 압축된 버전일 뿐이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 기 위해 뇌는 모형 즉, 사진을 나열하는 일종의 스토리보드가 있 어야 한다. 
- 뇌의 한계 때문에, 우리 자신의 서사에 관한 지식을 포함하여 우리가 소유한 모든 지식은 압축되고 축소된 형식으로 기록된다. 자아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실제의 '만화 버전'이 다. 상세한 디테일 없이 특징만 강조한 만화 같은 인식은 순간순 간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간과하고 오늘의 우리가 어제의 우 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연속성에 관한 환상'을 갖게 한다. 다 시 말해, 뇌는 기억을 적당히 망각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당신 즉, '자아'에 관한 당신의 개념은 디테일이 제거된 만화 버전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개념 또한 만 화 버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만화들이 세계에 대한 우리 의 정신적 모델과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합하는 '이야기의 접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과거 자아와 현재 자아를 결합하는 서사는 '의미 있는 순서' 로 시간에 걸쳐 묶여야 한다. 이야기는 일련의 사건의 연속이며 서사는 그 이야기에 인과관계에 따른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A 사건이 B 사건보다 먼저 발생하면 A가 B를 일으켰을 수 있지 만, 그 반대는 일어날 수 없다고 가정한다. 이처럼 우리가 구성하 는 모든 서사는 인과관계의 가정에 근거한다. 이렇게 우리는 세 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구축한 후 미래를 예측한 다. B가 항상 A의 뒤에 일어난다면, A가 나타날 경우, 곧 B가 따 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A, B와 같은 추상적인 기호 는 기억하기 어렵다. 일이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이유에 관한 이 야기를 만들어 기억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 한 예로 서구에서는 사다리 아래로 걸어가는 것을 죽음이나 부상에 대한 징조로 보는 금기가 있다(서구에서는 사다리 밑을 지나가는 것을 재수 없는 행 동이라고 여기며 어쩔 수 없이 사다리 아래를 지나야 한다면, 불운을 피하기 위해 손가락을 꼬거나 사다리 아래를 통과한 후에 침을 뱉거 나 개를 볼 때까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 편집자).
- 이런 착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20세기 초반의 게슈탈트 Gestalt 학파에서 나왔다.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형태'나 '패턴'을 의미하며, 이 학파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지각은 주로 이미지 전체에 형태를 부여하는 상향식 과정을 따른다고 보았다. 이들의 설명을 따르자면, 지각은 선, 모양, 색상과 같은 시각의 저수준 요 소들을 조합하여 정신 속에서만 존재하는 종합 개념을 만드는 전 진 과정 forward process 이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하향식 과정이다.
- 게슈탈트 이론의 한 가지 문제점은 환각에서 드문드문 드러나 는 시각적 정보로부터 삼각형이나 구체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미리 삼각형이나 구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은 볼 수 없다. 반면 하향식 과정 이론에 도 동일한 결점이 있다. 이미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다 면, 삼각형이나 구체, 사과와 같은 물체의 표상을 뇌가 어떻게 인 식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상을 시각적 기본 요소로 인식하는 것 이 아니라, 사람과 물건으로 가득한 장면으로 인식한다.
이에 대해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생리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지각이 본질적으로 통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헬름 홀츠의 주장에 따르면, 눈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보고 있는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뇌는 역문제inverse problem를 풀어야 한다. 즉, "망막에 닿는 광자의 흐름이 주어졌을 때, 가장 가능성 있는 근원은 무엇인가?"에 답하는 것이 뇌의 인식 과정이다.
예를 들어, 복도 끝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고 상상해 보라. 그는 꽤 키가 커 보인다. 그 사람에 대해 내릴 수 있는 두 가지 가 정이 있다. 첫째는 그 사람이 실제로 키가 크다는 것이고 둘째는 평범한 키이지만 당신에게 가깝다는 것이다. 어떻게 판단할까? 우리 뇌는 그 사람과의 거리를 평가할 수 있는 다른 시각적 단서 들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키가 큰 사람이나 평균 키의 사람을 만 날 상대적인 가능성에 기초하여 추측한다.
- 뇌는 계속해서 사후 확률을 계산한다는 것이 베이지안 뇌의 핵심 아이디어다. 사후 확률이란, 당신의 망막에 닿는 특정한 이 미지 집합을 고려하여 확률을 갱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확률 은 새로운 정보를 받은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사후'라고 부르며, '사 전' 확률과 반대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 방식이 우리 뇌의 뉴런이 가장 잘 수 행하는 수학 연산이다. 베이지안 추론은 특정 확률에 대한 '의식 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인 코딩될 수도 있으며 의식적인 인식 수준 아래에 존재할 수도 있 다. 시각적 사전prior 정보는 당신이 세계의 물리적 현실과 일관되 게 연관된 자극들이다. 대표적인 사전 정보 중 하나가 바로 태양 빛이 위에서부터 온다는 자연 현상이다. 우리는 이 정보를 무의 식적으로 사용하여 곡면이 볼록한지 오목한지를 인식한다. 또 다 른 사전 정보로는 그림자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림 자가 움직이는 이유를 물체의 움직임 때문이지, 빛이 움직여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시각 시스템이 자연 상태의 공간주파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으로 모호한 시각 정 보를 제시받았을 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 과 가장 일치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 뇌는 자아감을 만드는 장기이지만, 그 구성에 자신을 포함할 수 없다. 뇌가 그 자체에 대해 인식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자아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신은 당신의 뇌에 있고, 따라서 당신의 자아는 머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더 상징적인 의미로 자아의 위치를 심장에 두기도 한다. 사람들이 직접 자아의 위치를 표시하도록 한 실험을 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주로 자아를 눈 사이, 입 주위, 가슴 중앙, 그리고 복부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우 리가 생각하는 자아의 위치는 그것보다 더 미묘하며,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 지금까지 뇌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의 흐름을 처리하는 최소한 의 자아에 대해 알아보았다. 최소한의 자아가 지금, 이 순간의 당 신이다. 내가 앞서 제기했던 질문을 떠올려보자. '이 순간의 당신 이 어제의 자아나 어린 시절의 자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답은 서사에 있다.
서사는 일련의 사건들을 연결한다. 당신의 서사는 당신의 삶,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주관적으로 보면, 이런 자아의 개념은 혼잡한 도로에서 순간적으로 길을 탐색하는 것과 달라 보인다. 이것은 시간에 걸쳐 확장되는 자아로, 현재의 '당신' 과 어린 시절의 '당신'을 연결하며, 미래의 자아로 확장된다. 이를 '서사적 자아'라고 부른다. 모든 동물이 최소한의 자아감을 가지 고 있지만, 이야기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만이 '서사적 자 아narrative self'를 갖고 있다.
서사적 자아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18세기 이후에야 철 학자들이 이에 대해 논쟁을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철학 자 데이비드 흄은 서사적 자아가 허구, 즉 삶의 순간들을 연결하기 위해 지어낸 동화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는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서사적 자아가 추상적인 '중력의 중심', 즉 당신의 모든 측면을 잇는 연결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철 학자 폴 리코르는 대안적 견해로 서사적 자아를 분산되고 비중심 화된 것으로 정의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코르의 설명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한의 자아가 확장되고 수축할 수 있다면, 서사적 자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완벽히 설명하기는 불가능해 보일 수 있 다. 내가 이전 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의 직관은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대게 실패한다.

- 미신의 탄생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 뇌는 그 사건들을 연결해 서사를 구성한다. 이때 그 연결의 인과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와 같 은 학자들은 손가락을 흔들며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와 같지 않다 고 말하며, 이러한 종류의 인지 오류를 논리적 오류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말할 것이다. 두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났다고 해서 첫 번째 사건이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나는 데 반드시 영향을 미쳤다 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명백히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들조차 연결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한 가지 가능성은, 우리의 뇌 가 인과성의 환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때 서사는 '그렇지 않으면 무서울 정도로 무작위적인 세상'을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미신은 이런 서사의 전형적인 예이다. 누구나 자신만 의 미신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 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마다 특정한 티셔츠를 입는다. 그 옷 을 입으면 실험이 잘 되는 것 같다. 말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그 느낌은 강렬해서 외면할 수 없다. 해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 동화는 우리가 듣는 첫 번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짧아서 아이들의 제한된 주의력에 상관없이 쉽게 스며든다. 비슷 한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반복 학습의 효과와 함께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특징 때문 에 동화는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쉽다.
동화에는 여러 가지 분류 체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920년 대에 한 러시아 민속학자가 만든 기준이 사용된다. 1895년에 상 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고 자란 블라디미르 프롭은 고등학 교와 대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쳤다. 그러나 그가 열정을 보인 분야는 '러시아 민속 문화'였다. 1928년, 그는 《동화의 형태학 Morphology of the Folktale》이라는 획기적인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에서 그는 100편의 러시아 동화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모든 동화가 특정한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그 구조는 31개의 개별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능들은 모든 동화에서 동일한 순서 로 이어지며, '이야기에서 안정적이고 일정한 요소로서, 누가 어 떻게 수행하든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작용한다'고 썼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기능은 가족 중 한 명이 집을 떠나는 것에 서 시작한다. 이것은 금기로 이어진다. 이제는 '고전 동화'가 된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Star Wars>의 첫 번째 영화(시리즈 상으로 는 네 번째 이야기)에서 오웬 삼촌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가 이미 죽었으며 주인공이 아버지를 찾으려는 것을 막는 다. 프롭의 모델에서, 이는 항상 영웅이 금기를 어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프롭의 체계에 따르면, 영웅은 집을 떠나 시험을 받으며(루크 가 광선검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마법적인 요소(포스)를 사용 할 수 있게 되고, 악당과 전투를 벌인다(루크와 한 솔로가 레아를 구출하고 죽음의 별에서 탈출하기 위해 싸운다). 이후에, 처음의 불 행은 해결된다(R2D2가 반란군에게 죽음의 별의 계획을 전달한다). 영웅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쫓기게 된다(타이 전투기가 밀 레니엄 팔콘을 쫓는다). 거짓 영웅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 (한 솔로가 레아 공주를 구출한 보상을 요구한다) 영웅에게 어려운 임 무가 제안되고, 그는 그것을 해결한다(루크가 죽음의 별을 폭파한 다). 마침내 영웅은 인정받고 악당은 처벌받는다(제국군은 물러나 고 루크는 영웅으로 환호받는다).
- 한편 문학 교수로 유명한 조셉 캠벨은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형식'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했다. 1949년, 캠벨은 《천 개의 얼굴 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을 출판했는데, 신화의 보 편성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캠벨은 민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신화를 분석함으로써 영웅 의 여정을 담은 단일 신화가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인기 있는 이 야기일뿐만 아니라 유일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캠벨은 프롭의 구조를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단순화하여, 현 대적 이야기를 만드는 세 가지 행위의 테마에 반영했다. 캠벨이 '분리'라고 부른 첫 번째 행위에서, 영웅(루크 스카이워커)은 모험의 부름에 직면하지만, 처음에는 이를 거절한다. 이는 초자연적인 도움이라는 서사로 이어지고, 영웅이 현실의 한계를 넘어 꿈의 풍경이라는 뜻의 '고래의 배'the belly of the whale에 들어가게 한다. 두 번째 행위인 '입문'에서, 영웅은 시련의 길로 들어선다. 주 인공은 여신(레아 공주)을 만나고 유혹(다크사이드)을 받는다. 그 리고 아버지의 모습(다스 베이더)과 직면한다. 이어 누군가가 죽 고 신격화가 된다(오비완의 죽음).
'귀환'이라는 세 번째 행위에서, 영웅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 어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변화를 거부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한 솔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돌아와 다스 베이더가 루크를 공격하는 것을 막고, 루크가 죽음의 별을 파괴하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면 영웅은 두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귀환 한다(루크가 마지막 의식에서 영예를 받는다).
<스타워즈>에서 이 모든 서사가 꽤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의 창작자인 조지 루카스가 영화 를 공부했던 USC에서는 오랫동안 캠밸의 신화 분석을 가르쳐 왔 다. 고전 신화에 정통한 루카스는 조셉 캠벨의 영향을 받았다고 자주 언급했으며, 그는 의도적으로 스타워즈에 단일 신화의 현대 적인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스타워즈는 미국에서 영웅 여정의 전형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도 무수히 많은 모방작이 만들어 지고 있다.
- 자신의 생각을 마음이라는 금고 안에 숨길 수 있다는 깨달음 은 강력한 힘이 된다. 자신의 생각 중 무엇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 할지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깨달음은 그 자 체로 권력이다. '나의 생각'은 개인 정보 보호의 마지막 장벽이 다. 아직은 그 어떤 기술도 타인의 생각을 완전히 엿듣지 못하며, 뇌의 어떤 알고리즘이 여기에 관여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를 깨닫고 나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나만의 것이라는 개념에 매달 리게 된다.
그러나 이 믿음 또한 허구이다. 내 것으로 믿는 생각들은 어디 서 왔을까? 온전히 우리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생각은 아니다. 아 니 오히려 그 정반대에 가깝다. 이 장에서는 우리 뇌 속에 있는 오즈의 마법사의 커튼을 걷어내고,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충격적 으로 평범한지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뇌는 타인의 의 견을 너무 쉽게 흡수하는 나머지 그것이 내 머리에서 나왔다고 착각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뇌의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한 사람의 인 생 이야기를 결정한다. 나는 1999년 그 밤에 일어난 일들을 풀어 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존스의 얼굴 처리와 충동 조절의 정 상성은 살인자의 뇌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미묘한 차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살인자들도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진 개인이다. 모든 살인자가 같다고 기대하는 것은 비 합리적이다. 존스와 같은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상 적인 사람들 수 있지만, 나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다. 신성한 가 치에 대해 아트란과 내가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존스의 경우 '의 무론적 결단력의 붕괴'를 겪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 이제 우리는 불안한 결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어떤 생각 도 정말로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 말이다. 우리 자신의 기억조차도 의심스럽다. 그것들은 하이라이트 릴이며, 그래서 우 리는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매체로부터 보고, 듣 고, 읽은 것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공유된 망상일 뿐일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한데 묶어주는 유용한 망상과 극단적인 망상 사이의 구별은 명확하지 않다. 우 리는 이들 망상을 받아들여 각자의 개인적인 서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이 망상들은 우리가 가보지 않 은 여정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망상들이 비 록 극단적일지라도, 뇌가 개인적인 서사를 만들 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어떤 망상은 뇌가 심각하게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진정제, 마취제, 그리고 아편류는 이상 한 믿음을 불러오고 때때로 환각을 일으킨다. 특정한 의학적 상 태가 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망상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흔히 발견된다.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은 뇌에 염증을 일으켜 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의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망상도 있다. 유기적인 원인이 없 을 때 일어나는 망상은 기능적 즉 정신병적이라고 표현한다. 이 러한 망상은 주로 우울증, 조울증, 그리고 조현병 schizophrenia (라틴 어로 정신의 분열을 의미)이라는 세 가지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향 이 있다. 정신과학의 역사는 우리가 조현병이라고 부르는 질병과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적인 용법에서, 조현병은 현실과의 단절을 나타내는 일련의 정신 증상을 가리킨다. 조현병의 전형적 인 모습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소변 냄새가 나며, 혼자 말하 고, CIA와 같은 보이지 않는 악마들에게 분노하는 노숙자처럼 행 동한다. 그러나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증상과 심각도의 범위 는 매우 다양하다.
조현병 환자는 때때로 현실 세계와 연결이 약한 모습을 보인 다. 증상이 최악일 때는 일반인에게는 완전히 낯선, 개인적인 서 사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조현병은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범 위 안에서 정의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무도 자신만의 완전한 서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개인적인 서사가 사회의 궤도를 이탈할 때이다. 쉽게 말해, 누군가 의 서사가 그 사회의 표준에서 너무 벗어나면, 그들은 '미친 사 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망상의 한 가지 특징은 그것의 소유자로부터 분리하기가 '미 칠 듯이 어렵다'는 것이다. 1년 차 정신과 전공의들은 힘든 과정 을 거쳐 이를 깨닫게 된다. 그들은 이상한 믿음에 대항하는 현실 검증을 수행함으로써 망상을 가진 환자들(보통은 오랫동안 조현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약물 치료 없이는 환자 들에게 사실을 면전에 들이밀어도 그들의 믿음 체계를 깨뜨리기 가 거의 불가능하다.

- 조현병 환자들은 어찌 보면 타인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이 다수의 시각에서 벗 어나 있다면, 위험하다는 딱지를 받게 된다. 따라서 혼자서 독자 적인 길을 가는 사람은 때로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위험 에는 큰 보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비록 당신의 생각(비전)을 인 정하라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창업가에게는 재정적 성공을 보장하는 길일 수 있다. 이런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사회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 생각의 획일화는 혁 신의 가능성이 없는 막다른 길이다.

- 2011년, 뇌의 지속적인 활동 패턴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신 경영상학 방법론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fMRI로 초 단위의 일시적 인 변화만 측정할 수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방법론 이 휴지상태 fMRI resting-state fMRI, rs-fMRI이다. 이 기술은 스캐너 안 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깨어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 휴지상태에 있는 사람의 뇌를 fMRI로 약 10분에 걸쳐 연속적 으로 스캔하면 여러 신호가 상하로 진동하며 조화로운 형태를 띄는 패턴이 나타난다. 이를 안정 상태 네트워크resting-state network 또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른다.'
신경과학자들은 안정 상태 네트워크의 기능적 의미에 대해 치 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꿀벌 떼의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뇌의 배경 잡음일 수 있다. 또는 뇌와 몸을 살아있게 유 지하는 기본 기능 외에는 다른 기능적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흥 미로운 다른 해석도 가능한데 안정 상태 네트워크가 '몽상'의 증 거라는 것이다. 꿀벌 떼 이론의 지지자들은 안정 상태 네트워크 가 자발적인 인지가 둔화된 가벼운 마취 상태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치과에서 혹은 대장내시경을 받으면서 가벼운 마취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취가 완전한 마취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안정 상태 네트워크는 다른 작업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휴지상태 fMRI란 명칭에서 '휴지상태'는 엄밀히 말해 약간 잘못된 표현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 LSAT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뇌를 공 부하기 전과 90일 후에 휴지상태 fMRI로 스캔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 결과, 공부하기 전과 비교해서 공부를 한 이후에는, 뇌의 전 두-두정엽의 안정 상태 네트워크의 연결이 강해졌다. 연구자들 은 논리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이 이러한 패턴을 강화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실험 대로라면, 공부라는 행위가 수일, 수주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뇌 자체에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나 고, 이러한 변화는 휴식 기간에도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다.

- 정리하자면,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 특히 당신이 읽는 이야 기는 마음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다.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일부가 되고, 감각 중추의 반복적인 자극은 근육 기억과 동등한 서사를 형성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는 이러한 서사의 원형에 익숙해진다. 그것들이 허구라 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 기억들은 삶의 사건들을 해석하기 위해 동원되는 뇌의 모형에 영향을 준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소비할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영웅의 이야기는 당신도 영웅의 여정에 있다는 느낌을 강화할 것 이다. 하지만 다음 장에서 보게 될 것처럼, 음모의 그림자가 깃든 이야기를 꾸준히 먹으면 당신의 개인적인 서사를 다른 방향으로 밀어내어 의심과 편집증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 당신의 뇌는 당신의 다중 우주에 대해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되 어 있다. 그러므로 후회를 인간적인 조건의 어떤 기발함으로 여 기기보다는, 의사결정의 긴 진화적 결과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진화의 나무에서 당신 이전에 존재하던 모든 동물은 후회를 경험해 왔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오래전에 멸종했다. 진화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과정만을 선택하지만, 후회는 그 자체로 과거를 돌아보는 감정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 가 미래를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우리와 다른 동물들은 실 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회를 통해 배운다. 반사실적 학습은 몇몇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 특히 효과 적이다. 치명적인 결과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일어났을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낫다!
-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와 빅토리아 메드벡은 행위가 단기 적으로 후회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위로 발생한 후회의 강도는 빠르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반면, 무행위 즉, 불행위의 후회는 장기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로비치와 메드벡은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일반적으로 '하지 못한 일'을 든다고 지적했 다. 예를 들면, '나는 유럽 여행을 가면 좋겠다' 혹은 '나는 저 사 람과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보지 않아 후회한다' 아니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길로비치와 메드벡은 불행위의 후회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회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 는데, 이는 사람들이 놓친 기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실제로 일 어난 것보다 사후 가정이 더 나았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행동을 했더 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안적 현실에 대한 자신감이 커짐에 따라 행동하지 않 은 것의 설명 불가능성도 증가한다. 행동하지 못한 것이 더 설명 하기 어려울수록, 부끄러움이 후회 위에 쌓일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진다.
마지막으로, 후회스러운 행동의 결과는 결과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정되지만, 행동하지 않은 것의 결과는 잠재적으로 무한하 다. 가능한 대안적 현실의 수는 오직 사람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불행위든 행위든, 후회는 우리의 서사를 재작성할 힘을 가지고 있다. 후회는 당신이 어떤 통제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건들 에 의미나 목적의식을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자전거 사고를 자주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그 상황을 통제할 힘이 없 었다. 사고로 죽지 않아서 감사하지만, 그것은 나보다는 트럭 운 전자의 판단 덕분이다. 그런데도, 그 사고는 내 인생의 분기점으 로 남아있고, 여전히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0) 2024.04.24
케이크 먹고 헬쓰하고 영화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1) 2024.04.20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마음의 지혜  (1) 2024.04.10
사람을 안다는 것  (0) 2024.03.31
Posted by dalai
,

운동의 뇌과학

심리 2024. 4. 11. 07:06

- 허기의 알람은 극도로 배고플 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배가 고픈 느낌만 들면 울린다.' 이게 무슨 뜻일까? 뇌는 원시시대를 기준으로 우리가 충분히 움직일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대인은 대부분 그렇게 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움 직이는 것보다 많이 먹게 되고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가 된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은 뇌의 에너지 균형을 깨뜨렸 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과체중인 사람이 저체중인 사람보다 많아 지게 만들었다.
- 운동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뇌가 움찔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뇌가 게을러서다. 정확히 말하면 게으르다기보다 검소하다. 뇌는 모든 자 발적 운동을 불필요한 지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뇌는 당신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만 운동하기를 원한다. 생 사가 운동에 영향을 받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살고 싶다면 무조 건 움직여야 했던 선사시대의 조상들과 달리 지금 우리는 움직이지 않아도 수십 년을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정말로 필요한 때를 위해 에 너지를 비축해두어야 했던 선사시대에 비해 현대의 삶에서 살기 위 해 움직여야 하는 때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 과거에는 음식이 귀했기에 채집과 사냥에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했다. 그때는 시상하부와 그곳에서 울리는 허기의 알람이 우리를 구 하는 영웅이었다. 끊임없이 사냥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사 용되었을지 상상해보라. 인류학자들은 초기 인류가 사냥감보다 더 빨리 달려서 사냥감을 잡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냥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시작되어 몇 시간씩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은 인간에게 유리하다. 인간은 동물보다 털이 적고 땀구멍이 많다. 또 한 인간은 이족보행 덕분에 에너지를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 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동물보다 온열 스트레스에 더 오래 견딜 수 있 었고 몇 시간의 추적 끝에 동물은 결국 힘없이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선사시대의 사냥꾼인 '존'은 결투 없이 사냥감을 잡곤 했 다. 또한 존이 다시 사냥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나긴 추적으로 지친 몸을 회복해야 했기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생활이 일상이었다. 사실 존은 사냥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게으른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행동 때문에 존은 엄청난 욕을 먹었지만(특히 부족의 여자들로부터), 결 국 모두가 그의 게으름으로부터 혜택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존 의 다리는 푹 쉬어서 항상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였고, 덕 분에 존은 사냥감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게으름이 존을 살린 것이다. 게으름 덕분에 그는 먹이를 사냥해 오래 살 수 있었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그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 줄 수 있었다. 다윈은 이것을 두고 적자생존이라 해야 할지 '나태자' 생존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 이렇게 모든 존의 후손(존 주니어)들은 존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에너지를 아 끼게 되었다.
다행히도 존 주니어는 더 이상 살기 위해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게으름에 빠져 있다. 천성적으로 게으르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잠깐, 섣불리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 두가 에너지를 아끼는 존의 유전자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뇌에서 게으름을 관장하는 변연계는 에너지를 절약하 는 최고의 살림꾼이다. 변연계는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을 최적화 한다. 이를테면 뇌는 그때그때 지형에 맞추어 가장 효율적인 걸음걸 이를 설정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동작을 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존 주니어가 참여한 실험에서 입증되었다.
- 우리는 운동의 치유력에서 무기력을 무너뜨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운동은 내 속에 있는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해준다. 물론 운동이 누군가 당신에게 가하는 폭력을 사라지게 해주지는 않는다. 당신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을 무너뜨려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운 동은 적어도 무기력한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능성이 보일 때는 포기하지 않고 싸 울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동물은 무기력을 학 습하지만, 최소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동물(예컨대 쳇바 퀴에 접근할 수 있는 동물)은 경직될 가능성이 낮은 것처럼 말이다."

- 운동은 멘탈의 버팀목
만성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스트레스 통제 스위치를 망가뜨리는 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몸은 스트레스 저항성이 떨어지 고 스위치가 고장난 탓에 코르티솔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퍼져나가 몸과 마음이 손상된다. 다행인 것은 규칙적으로 운동 을 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에 강인해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마음에는 낙관주의가 서서 히 싹을 틔운다. 전혀 통제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이 는 운동이 뇌에 공급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덕분이다.  BDNF는 뇌의 비료와 같은 존재로, 스트레스 반응을 무마시키는 뇌세포를 비롯한 모든 뇌세포의 성장과 기능을 돕는다.
- 운동을 하면 뇌는 스트레스의 강력한 독성으로부터 뇌세포를 보 호하는 BDNF에 흠뻑 젖는다. 그 덕분에 고장난 스트레스의 통제 스 위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막 운동이 끝났 을 때는 몸이 모든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하기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순간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운동은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인 것이다.
다만 운동으로 스트레스 통제 스위치를 고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면 이미 스트레스로 과부화된 시스 템에 되려 부담을 더한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 요인은 여러 가지라 도 우리 몸의 반응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앞서 배웠다. 이로 인해 몸 은 강해지기는커녕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 때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내가 속한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서 도 과도한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약한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 에 비해 강도 높은 운동의 혜택을 적게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줄어들 때까지는 잠시 운동의 강도 를 낮추어야 한다. 걱정하지 말라. 가벼운 운동도 뇌를 스트레스로부 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BDNF를 충분히 선사한다." 뇌세포에 내려 진 BDNF의 세례는 당신이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고 더 나은 삶을 찾 도록 도와줄 것이다.
- 불안한 편도체는 평온한 마음 상태를 깨뜨리는 최악의 빌런이다. 에이다의 편도체는 잠재적 위협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만일에 대 비해 스트레스 시스템을 'ON' 상태로 유지했다. 이러한 편도체의 과 한 대비 태세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하던 편 도체에게 실재적인 위협이 등장했을 때가 그렇다. 이를테면 에이다 의 편도체는 이전에 과하게 경보를 울려댔다는 점을 까맣게 잊고 스 트레스로 몸이 손상되었다는 새로운 경보를 보낸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로 지친 몸에 스트레스는 추가되고, 스트레스 과잉으로 몸 과 마음은 한층 더 손상된다. 마치 편도체의 행동 지침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기"같다. 위협이 될 만한 새로운 요소를 쉬지 않고 경계한다.
더 나아가 편도체는 모든 불쾌한 상황에서 자극을 받는다. 적절하 지 않은 때와 불편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제 아무리 무해한 대상이라도 두려워한다. 개, 고양이, 거미, 뱀부터 어두운 곳, 천둥과 번개, 높은 곳, 비행, 기차 여행, 좁은 장소,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사람들 속에 있는 것까지 말이다. 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유전된다고 추정되는 공포증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포증은 경험으 로 학습된다. 192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존 왓슨은 최초로 공포증이 생기는 과정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는 앨버트라는 어린아이에게 하 얀색 실험용 쥐를 주었다. 처음에 앨버트는 실험용 쥐를 좋아했고, 쥐와 즐겁게 놀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왓슨은 앨버트가 쥐와 놀려고 손을 뻗을 때마다 크고 무서운 소리를 틀었다. 앨버트가 쥐를 무서워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효과는 굉장했다. 곧 앨버트는 쥐만 봐도 크고 무서운 소음을 떠올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멈 추지 않고 앨버트의 공포는 흰 털이 달린 다른 대상들까지로 확장되 었다. 토끼, 강아지, 심지어는 솜으로 만든 산타의 수염까지 말이다 (농담이 아니다. 그들이 실제로 실험한 결과다).

-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이 지나치게 적게 분비되는 증상만 치료한다. 문제는 아직도 세로토닌 결핍이 모든 기분장애 를 유발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낡고 고루한 의료 관행이다. 분명히 잘 못된 치료 방식이지만 이를 반증하는 후속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세로토닌은 심리적인 고통에 전문적으로 대처하는 뇌 화학물질로, 신경망 전체에 진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내 우리의 마음을 가라앉힌 다. 세로토닌이 작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뉴런 A와 뉴런 B는 시냅스라고 불리는 작은 간극으로 나뉘어 있다.
2. 뉴런 A가 시냅스로 세로토닌을 분비하면 세로토닌은 뉴런 B의 수용체와 결합해 뉴런 B를 흥분시킨다.
3. 더 많은 세로토닌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뉴런이 활성화 상태로 바뀌면서 우리의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뉴런을 활성화할 수 없어 슬픔을 느낀다.
항우울제의 작동 기전은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을 흡수해 다시 뉴런 A로 보내는 세로토닌 전달체(SERT, serotonin transporter)의 대사를 방해 해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것이다. 즉, 항우울제는 SERT를 차단해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기 때문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 면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임에도 발생하는 우울증의 정체는 무엇일까?
- 정신질환의 진짜 원인은 염증
정신질환의 진짜 원인은 뇌의 염증에 있다. 염증에 대해서는 아마 한 번쯤 들어보았리라 생각한다. 염증은 면역세포가 감염으로부터 신체 를 보호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사이토카인(cytokine)은 면역세포로 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로 부상이나 감염을 탐지하면 경보 를 울려 면역세포들을 문제 지점으로 호출한다. 상처가 났을 때 빨갛 게 붓는 이유가 바로 그 부위에 많은 혈액이 몰리기 때문이다.
염증은 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 부위에서 생길 수 있다. 만약 뇌에 염증이 생기면 환자는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았음에도 병증으로 인한 질병 행동을 보인다. 스스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고 생각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며 우울에 빠진다. 기진맥진한 채 홀로 집에 박혀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몰아 보는 사람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라. 질병 행동은 환자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하고 질병이 확산되는 상황을 방지하므로 사회적으로 대단히 이롭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뇌를 통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뇌의 염증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면 환자는 다시 밝고 사교적 인 사람이 되지만 완치 후에도 질병 행동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 피로에 찌들어 의기소침하고, 우울함에 빠 져 사람을 피하는 생활이 몇 개월 동안 이어진다. 그 끝에는 정신뿐 아니라 몸에서도 이상 신호가 발견된다. 몸과 마음에 생긴 염증으로 기분은 더 우울해지고 건강한 삶은 이제 먼일이 된다.
- 염증으로 나타나는 강한 면역 반응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친 염증은 신체에 해로우며 여러 폐해를 일으킨다. 유당불내증을 겪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평소보다 더 심한 유제품 거부 반응을 경험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유당과" " 다른 알레르기 유발 항 원에 더 민감해지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쉽게 아픈 이 유도 이와 같다. 스트레스 때문에 감염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이 때 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심장병과 뇌 졸중 등 염증성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
- 염증이 지나치면 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타박상의 일종인 뇌진 탕은 염증을 발생시켜 영구적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행히 뇌에 있는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은 신체의 염증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국경에 세워 진 장벽처럼 국경수비대 역할을 하는 수송체(물질을 이동시키는 체내 단 백질)도 거느리고 있다. 수송체는 입장할 수 있는 면역세포의 종류와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기에 뇌는 신체의 염증으로부터 안전하다. 한편 뇌는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고 싶어 한다. 이런 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정보원이 바로 미주신경이다. 미주신경은 일명 '육감'이라 불리는 것으로 뇌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눈은 세상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고,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보고, 손가락은 촉감을 느끼듯 미주신경은 '감지'한다.
무엇을 감지하는 것일까? 염증의 증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 장내 미생물군의 미세한 변화 등 신체의 다양한 변화를 감지한다. 미 주신경 (vagus nerve)은 방랑자(vagus)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체 곳곳을 돌아다닌다. 뇌간에서 심장과 폐를 거쳐 장까지 다니면서 정보를 수 집하고, 이례적인 활동을 뇌에 알린다. 신호를 받은 편도체가 반응하 면 공포심을 느끼게 되고 스트레스 반응이 생긴다. 요컨대 미주신경 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궁극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직감을 믿어라!"라는 말은 미주신경의 명민한 능력에 관한 것이 다. 덕분에 우리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무엇인가 잘못되 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몸이 심각하게 고장 났을 때는 이런 예리함을 잃는다. 몸의 조화가 깨진 탓에 작은 위협에 과도하게 반응 하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 염증이 더 심해지면 우리 뇌를 보호하던 혈뇌장벽이 무너진다. 뇌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혈뇌장벽 곳곳에 뚫린 구멍으로 사이토카인이 스며든다. 이러한 현상은 건강을 심각하게 악화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또한 뇌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만드는 트립토판(tryptophan)이 라는 아미노산을 대사하면서 해마를 파괴하는 독성 부산물을 만든 다.23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깜빡깜빡하는 등 기억력도 서서 히 나빠지게 된다. 트립토판 결핍은 곧 세로토닌 결핍이기에 결국 우 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항우울제로 이런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론과 달리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항우울제가 세로토닌 전달체를 막는 것은 사실이지만 염증이 생긴 뇌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세 로토닌 전달체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레스 때문에 당신은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된다. 피로에 절 어 항상 부정적이고 우울해서 사회적 교류를 기피하기를 몇 주, 심지 어는 몇 개월 동안 지속한다. 세로토닌 수치를 올리기 위해 항우울제 를 먹어보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오늘날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의 염증 상태를 검사하지 않 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항우울제를 처방한 뒤 효과가 있는지 지켜볼 뿐이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다른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그렇게 반응 이 나타날 때까지 세 개 이상의 항우울제를 처방해본 뒤, "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치료를 포기해버린다.
내 강박장애도 사실 염증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 알 수 없 다. 우울증 환자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염증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 기 때문이다. 항우울제가 나에게 효과가 있었냐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항우울제를 먹은 적이 없다. 정신질환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으 나 약리학적 지식에 비추어볼 때 항우울제가 뇌를 변형시킬 수 있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항우울제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약을 복용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중증 우울증 환자도 있다. 그리고 정말 다 행히도 항우울제는 세 명 중 두 명에게나 효과가 있다.
- 그렇다면 운동은 어떻게 정신을 치유하는 것일까? 운동에는 소염효과가 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은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특수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일반적인 사이토카인처럼 마이오카인 도 면역체계에 경보를 울리지만, 그들은 나쁜 상황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 몸에게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야. 하지만 운동을 하면 잠시 동안 항상성이 유지되는 행복한 상태를 벗어나게 돼. 그때는 평소보다 공격에 취약해 지니까 조심하렴.
- 신체는 마이오카인에게 충고받은 대로 운동할 때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하지만 운동을 마치면 곧바로 신체에 청소 작업반을 보내 염증이 일어난 부분을 치운다. 이 작업반은 운동으로 생긴 모든 염증뿐 아니라 기타 해로운 요인들까지도 철저히 제거한다. 꾸준히 운동을 할수록 이들의 작업 은 더 완벽해지고, 신체에는 염증이 덜 존재하게 된다.
염증이 덜 생기는 것은 비단 심장병 환자들의 정신에만 유익한 게 아니다. 운동은 2형 당뇨, 류머티스 관절염, 암 등 만성 염증성 질 환을 앓는 이들 모두에게(이들 모두가 우울증의 위험이 높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 운동은 중독성이 거의 없지만, 러너스하이는 약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러너스하이가 주는 쾌락은 대마초 한 모금의 달콤한 행복감과 비슷하다.
"대마초?" 당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겠지만 사실이다. 운 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대마초와 매우 비슷하다. 대마초에서 추출 되는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 성분은 우리 몸에서도 운동을 통해 생성되는데 이를 내재성 카나비노이드(endogenous cannabinoid) 즉, 엔 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엔도카나비 노이드를 생성하려면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할까? 최근 연구는 엔도카 나비노이드를 최대로 생성하는 데는 가벼운 운동이면 충분하다고 말 한다.  엔도르핀을 극대화하려면 젖산 역치를 넘겨 높은 강도로 운 동해야 했지만, 엔도카나비노이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 엔도카나비노이드의 또 다른 장점은 분자의 크기가 혈뇌장벽을 통 과할 만큼 작다는 것이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뇌에 들어가 복측피 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에 도달한다. 이곳에 입장한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복측피개영역이 측좌핵 (nucleus accumbens)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자극하고, 도파민을 받은 측좌핵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는 즐거움을 느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최근 아주 매력적인 발견을 했다. 바로 쾌락 과열점 (hedonic hot spot)이다. 뇌의 쾌락 중추인 복측피개영역에서 발견되는 쾌락 과열점은 엔도카나비노이드와 엔도르핀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며  두 자극을 동시에 받을 경우 엄청난 쾌감을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러너스하이다.
몇몇 이들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가 극대화되는 운동 강도가 다른데, 도대체 어떻게 둘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죠? 좋다 말았네요." 다행히 조합 방식에 따라 두 물질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가 있다.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빵을 만들 때 재료만큼 중요한 것이 재료를 혼합하는 방법이다. 러너스하이를 만드는 방법도 비슷하다. 엔도르핀은 격하게 운동할 때 높아지지만, 낮은 강도로 운동하면서 이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오래 달리는 것이다.
- 다양한 자극이 절제력을 위협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 루탄산염 (glutamate)이라는 뇌 화학물질을 알아야 한다." 글루탄산염 은 뉴런들을 이어주는 두뇌의 풀과 같은 존재다. 문제는 글루탄산염 이 강력 순간접착제처럼 약물과 쾌락 자극도 단단하게 붙인다는 것 이다. 약물을 복용할 때마다 더 많은 글루탄산염이 연결고리에 붙고, 결국에는 약물과 자극 사이의 배선이 완전히 굳어버린다. 이는 공포 조건화와 같은 원리로 자극에 공포 대신 쾌락을 연결하는 것이다. 두 뇌 배선이 굳어지면 자극을 마주할 때마다 약물을 기대하게 된다. 이 기대감이 약물을 끊을 때 마주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극만 있고 약물이 없으니 뇌는 공황상태에 빠지고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약물 을 끊고 싶다면 자극이 있는 환경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져야 하 는 이유다. 자극이 없고 낯선 재활 시설에서는 절제력을 어느 정도 되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모든 것이 친숙하고 자극이 생 생히 살아 있기에 약물을 향한 강렬한 갈망이 다시 엄습하는 것이다.

- 오래 앉아 있는 생활습관이 치매로 발전하는 데는 겨우 세 단계만 거칠 뿐이다.
1. 오랜 시간 앉은 채 생활하면 몸이 동면 상태에 진입한다. 그렇게 되면 대사가 억제되어 혈압, 혈당, 체중이 증가한다.'
2. 고혈압은 심장과 심혈관을 파괴한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 은 혈관이 막히면 소혈관질환의 위험성도 증가한다. 혈액이 적 절히 공급되지 않으면 뇌의 백질이 죽고 뇌 영역들을 이어주는 통신망 역할을 하는 백질이 손상됨으로써 뇌의 커뮤니케이션은 중단된다. 백질이 손상된 부분은 뇌 MRI 사진에서 보면 밝게 빛 나는데 이를 백질 과집중(white matter hyperintensities)이라고 부른 다. 무서운 사실은 뇌가 이렇게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빛나고 있어도 아무런 증상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3. 광범위한 백질 손상은 인지력을 빠르게 저하시켜 우리를 치매, 뇌졸중 심지어 사망의 위험에 처하게 한다." 치매의 종류는 크 게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노인성 치매와 중풍, 뇌졸중으로 인 한 혈관성 치매로 나뉘는데 백질 과집중은 혈관성 치매의 주요 한 병리다. 이때 두뇌 앞쪽 영역에 혈액을 공급하는 소혈관이 폐 색되면 기억력보다는 실행기능이 손상된다." 반면 알츠하이머 병은 해마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발병되고 다행히 해마에 는 예비로 공급되는 혈액이 존재해 기억력 손상이 일어날 때까 지 해마의 소혈관은 더 많은 폐색을 견딜 수 있다. 때로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같이 발병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혼합형치매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이 얼마나 쉽게 치매로 발전되는지 배웠다. 실제로 치매 발생 요인 중 30퍼센트가 정적인 생활 습관으로 추정될 뿐만 아니라 치매에 걸린 노인들은 하루의 대부분 을 앉아서 보낸다." 이들의 일상에서 가장 활동적일 때는 도우미가 그들을 침대에서 의자로, 다시 침대로 옮기는 때다. 이러한 비활동적 인 생활이 환자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다행인 것은 이 모든 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약이 운동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에는 뇌세포를 죽이고 인지 기능을 저해하 는 아밀로이드반(amyloid plaque)'과 타우 탱글(tau tangle)"이 생성된다. 안타깝게도 두 물질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여태까지 모두 실패로 돌 아갔다. 하지만 운동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이리신(irisin)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호르몬을 발견하면서 치료법 개발에 희망이 생겼다.  최근 발견에 따르면 운동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가 겪는 이리신 결 핍 증상을 교정하도록 도와준다.
혈류에 이리신을 주입해서도 이러한 운동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 다. 즉, 기억력을 향상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이리신에 관한 연구가 동물 대상으로만 한정되었지만, 최 근 연구에서는 인간에게도 똑같이 작용할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이 발견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열쇠가 되기를 고대한다. 이리신을 활용할 수 있다면 운동을 할 수 없는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운동의 효과를 제공하는 대체 알약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런 시대 가 오면 운동하는 대신 약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확실히 솔깃한 이 야기다.

- 수면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
앞서 언급했듯이 정신질환은 수면 부족의 원인이다. 그러나 때로는 수면 부족이 정신질환을 촉발하기도 한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불면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우울감을 느 낄 가능성이 약 10배 높으며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은 17배 높다. 다 시 말해 수면 부족은 정신질환의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수면 부족은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고 그 결 과로 우리는 우울과 불안을 느낀다. 이러한 작동 사이클은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간 연결망이 형성되는 중인 10대에게 특히 위험하다."
- 불충분한 수면은 활동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더 많이 먹게 한다." 여기에 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수면 시간이 짧으면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을 기회도 덩달아 많아진다.
2. 부족한 수면 시간 때문에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ghrelin)이 증가하고,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leptin)은 감소한다.
적게 움직이고 많이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찌고 비만의 위험이 커진 다." 그 전에 수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법은 단순하다. 잘 자고 싶다면 많이 움직이면 된다! 잘 잘수록 많이 움직일 수 있다. 선순환 이 발생하는 것이다.
- 운동을 할수록 잠을 깊게 자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천연 수면 보조제인 아데노신(adenosine)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데 노신은 뇌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화학물로 우리 가 움직이는 동안 계속 높아진다. 때문에 운동을 길게 열심히 할수록 낮 동안 아데노신이 많이 쌓여 밤에 더 깊이 잘 수 있다."
뇌에는 아데노신의 증가를 감지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아데노 신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뇌는 당신을 재운다." 아데노신 수치는 뇌 의 배터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 배터리를 다 쓰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시간이 몇 시든 뇌가 당신을 재우는 것이다. 이 수면 보조제는 멜라토닌과는 달리 시간에 관계없 이 작동한다.
아쇼프 박사의 벙커 실험은 어두운 동굴에 갇혀 시간을 전혀 감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여전히 하루의 3분의 2시간 동안 깨 어 있고 3분의 1시간 동안 잠을 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주비행 사도 시간을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산다. 우주선은 하늘에 떠 있는 벙 커와 다름없다. 태양이 45분마다 떴다가 질 때도 있고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폴로 11호의 탐사 기록에 따르면 닐 암스 트롱은 태양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매일 잠을 잤다." 야간 교대 근무 를 해봤다면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에 게 '낮'일 때라도 매일 '밤'잠을 잔다." 이것이 아데노신의 힘이다. 방 전된 배터리는 시계를 이긴다.

- 혹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아는가? 이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주 싫어한다. 르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때문에 현재 우리는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 생각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는 명백하다. 얼 마나 많은 시간을 몸에서 빼앗아 정신에게 주었는지 돌이켜보라. 생 산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합리화하지만 실은 시간을 머 리에만 할애할수록 생산성은 오히려 형편없어진다. 데카르트는 틀렸다! 정신과 육체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둘은 서로 의존하고 있다. 생각을 잘하고 싶다면 움직여야 한다.
- 창의력은 몸을 훈련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피겨 스케이팅, 체 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 예술 스포츠의 훈련은 일련의 단계를 암기하고 숙달하는 데 치중한다. 이런 단계를 고안하는 일은 창의적 인 과제이겠지만 훈련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예측 가능하며 계획적 이다. 이는 뇌의 억제 조절력만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지라 인지적 유연성은 감소한다. 반면 네트 스포츠와 투기 스포츠 선수들은 시시 각각 변화하는 상대의 동작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법을 배운다. 이 때 그들은 몸만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뇌도 즉흥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비연속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즉 인지적 유연성 이 증가하는 것이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케이크 먹고 헬쓰하고 영화보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다  (1) 2024.04.20
나라는 착각  (1) 2024.04.16
마음의 지혜  (1) 2024.04.10
사람을 안다는 것  (0) 2024.03.31
물욕의 세계  (1) 2024.03.18
Posted by dalai
,

마음의 지혜

심리 2024. 4. 10. 08:02

- 내향적인 사람이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낯을 가린다는 건 분명 한 오해입니다. 내향성이냐 외향성이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 의 자원이 허락하는 선 안에서는 타인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어 합니다. 단지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외부에 쓸사 회적 자원이 적을 뿐입니다. 대신 내면에 충분하게 집중할 수 있지 요. 그래서 자기 시간을 갖는 동안 스스로를 성찰하고 세계를 통 찰합니다.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집중력을 얻으면 다시 세상에 나 와 열심히 일할 수 있고요. 아마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 중에는 내 향적인 성격이 많을 거예요. 기업의 입사 시험을 치르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홀로 있는 시간의 집중력을 이용하여 그처럼 높은 장애물을 잘 넘어서는 것 또한 내향적인 사람들의 장점이니까요.
부족한 사회적 자원을 잘 배분하여 사용하는 법은 경험을 통해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명한 개그맨들 중에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가 꽤 많답니다. 말을 잘하고 장난을 잘 치니 가까운 동료들도 외향성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국 민 MC라 불리는 유재석 씨만 하더라도 방송에서 스스로 분명한 내향성임을 언급한 적도 있고요.

-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왜 남편은 끊임없이 부인의 외모를 폄하하는가'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기혼 자라면 꽤 공감하시는 주제일 겁니다. 꽤나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보통의 남편들도 부인의 외모를 폄하하는 경우는 많으니까요.
데이비드 버스는 상대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심연의 두려 움이 외모 폄하로 이어진다고 밝혔습니다. 부부 사이에 아이가 태 어나면 아내는 자녀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되지요. 남편은 상대 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무의식 중에 자신이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을 갖게 됩니다. 그 불안의 마음이 '당신은 밖에 나가봤자 더 이상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왜곡된 언어로 표출 되는 것이죠.

- 누구에게나 행복의 순간들은 존재합니다. 소소하지만 기분 좋고, 배가 간질거리며 미소가 절로 나는 바로 그런 순간 말이지요. 의미, 인정, 애착, 연대감, 공감 등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상황은 모 두 다르지만 분명한 건 행복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하나도 없고, 삶의 만족도가 평균 이상이어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의외로 행복의 순간은 완벽한 세팅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나쁜 게 완전히 사라진 순간도 아니었어요.
큰 고민이 해결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아이를 안고 있 으면 충만해지고, 쏟아지는 일을 쳐내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동 료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에 눈물이 핑 돌며, 오늘 있었던 화나는 일에 분개하다가도 술잔을 기울이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데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그렇게 좋은 순간은 어느 곳에나 있고 우리는 날마다 행복을 경험합니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어렵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행복은 '나쁜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 '좋은 게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행복'이라는 주제를 탐구해 왔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행복을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 으로 접근했어요. 행복을 인간이 이루어야 하는 인생의 미덕이나 숭고한 가치로 여긴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10여 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행복을 인간이 목표로 삼아야 할 가치로 보지 않고 삶에 필요한 사건이나 경험으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 의 학문적인 개념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는 많지만 행복 과 관련된 빠른 변화는 아주 이례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길어진 인간의 수명을 꼽는답니다.
-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만날 때마다 500원씩, 500원씩, 열 번을 주고 스무 번을 주고 100번을 주어봤자 조카의 얼굴에서 짜증을 걷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조카의 머릿 속엔 이런 생각이 강하게 잡혀 있을 테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만 원은 되어야 용돈으로 쳐주는 거 아닌가?'
여기서 '준다'는 것을 '부킹 프라이스booking price'라고 합니다. 사실 이 말은 인지심리학자나 행동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학 술 용어는 아닙니다. 학자들에게 통하는 일종의 은어인 셈이죠. 부 킹이란 말은 자주 들어보셨지요? 주로 골프장이나 무도회장에서 즉석 만남을 할 때 많이들 쓰셨을 텐데 여기서 부킹은 '장부에 기입 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부킹 프라이스란 조카가 자신의 마음속 장부에 '이모 에게 용돈 1회 받았음'이라고 기입할 만한 최소 금액을 뜻해요. 만 원보다 적다면 아예 받지 않은 것으로 친다는 말입니다.
이 부킹 프라이스는 사람마다 달라요. 그러니 상대의 부킹 프라 이스를 잘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겠지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즐기지 않습니다. 뛰어난 농구 선수였던 서장훈 씨도 어느 방송에서 분명히 말했지요. 훈련은 고통스럽다고요. 농구 선수로서의 인생이 즐겁고 기분 좋지 않았으며 하루 하루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이에요.
저도 동의합니다. 프로의 일상은 고통스럽습니다. 실제로 노동 자가 일하는 순간, 학생이 공부를 하는 순간, 주부가 가사 일을 하 는 순간, 연구자가 논문을 쓰는 순간의 뇌를 찍어보면 어느 부분에 서도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물론 일을 끝낸 직후의 상태는 다릅니다. 결과에 대한 보람과 의미가 보상처럼 주어지니까요. 연구자는 논문이 잘 나와서 기분 이 좋고, 직장인은 프로젝트 결과를 보고 뿌듯해하며 운동선수는 경기에 이긴 성취감에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 나 우리가 일로써 행복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 인 데다가 프로이기까지 한 사람이 습관처럼 '난 내 일이 너무 재밌 어'라고 말한다면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합니다. 솔직하지 못한 자기 위선일 수도 있으니까요.
- 일이 정말 즐거운 때도 있습니다. 커리어 초반에는 누구나 그랬 지요. 소위 거지같이 일을 해놓고도 흐뭇하게 바라보며 '오, 그럴 듯한데?' 하며 자신감 뿜뿜 올라갔던 기억,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자다가 이불을 발로 차고 싶지만 그 시절 우리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 '뿜뿜'의 이름은 행복의 한 종류인 성장감입니다. 신입사원, 신입생, 초임교사..........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배워가던 초창기, 우리는 이 성장감이라는 행복으로 수많은 시련을 버텨냈어요. 커리어 초반부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 한 행복이지요.
만약 지금 하는 일에 익숙해진 나머지 성장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성장감을 꿔와야 한다고 말하 곤 합니다. 내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요.

-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은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게 아닙니다. 오 로지 그 일만 해서 오는 거예요. 직장인만 번아웃에 시달리는 게 아닙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전업주부도 학생도 번아웃 증후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럼 성장감을 느끼기 위해 기꺼이 초보자가 되 어볼까요? 문화, 예술, 취미, 레저의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 런데 여기서 또 고민이 생깁니다. 문화나 예술은 진입장벽이 높고 취미나 레저를 하자니 돈이 좀 듭니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큰방 법이 있습니다. 바로 공부입니다. 단, 내 직업이나 생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시작하는 거예요. 엔지니어라면 역사 공부를, 심 리학자라면 동식물 공부를 해보는 거지요. 이렇게 하다 보면 성장 감이 가파르게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우리 주변에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일을 처리하는데도 지치지 않고 언제나 활기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특징은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듯 일의 종류를 자주자주 바꿀 줄 안다는 것 입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그 능력을 'voluntary switch', 즉 자발 적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자발적 전환에 능한 사람은 번아웃과 관 련된 무기력에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반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 지한 가지 일만 꾸준하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멀리서 지켜볼 땐 마치 꽤나 심지가 굳은 인물 같아 보여요. 그러나 심리학자인 저는 그의 상태가 걱정됩니다. 그가 일하는 시간은 고통을 누르는 과정일 테니까요.
매일 저녁, 일이 끝나면 물에 젖은 솜처럼 몸과 마음이 지쳐버 리나요? 그땐 내가 일을 대하는 방식을 고민해 보세요. 한 우물만 파는 게 늘 좋은 건 아닙니다. 가끔은 자발적으로 스위치를 켜고 끄는 지혜도 알아야 하니까요.

- 관계가 오래되면 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의미는 달 라집니다. 그 사람 덕분에 이런 일만큼은 확실히 일어나지 않는다, 혼자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불안과 공포, 물질적인 어려움을 상대 로 인해 막아낸다는 마음이 확실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신하 며 더욱 의미 있는 관계로 깊어지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로 인해 즐겁고 행복한 마음만을 사랑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얼굴은 다양하고 만남의 종류 나 관계의 지속성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꾸곤 해요. 접근 동기에만 의존하여 정의내리는 사랑은 주로 젊은 시절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지요.

- 누군가가 정의하는 사랑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나와 다른 상대의 취향을 인정하고 참아주는 것일 수도 있습 니다. '내가 그의 걱정을 줄여주고, 그가 나의 불안을 줄여주는 것' 이 사랑일 수도 있고요. 아마 나이가 든 분일수록 후자 쪽에 공감 할 것 같아요.
이런 관계는 비단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비즈니스 에서도 마찬가지거든요.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처음 거래를 시작 하는 단계에서는 접근 동기가 작용합니다. 이곳과 함께 협업하면 이런저런 좋은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지요. 반면 오랜 시간이 지나 꾸준히 관계를 유지한 거래처와의 관계는 회피동기가 더 크게 작용됩니다. "이 업체와 함께 일하면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돼!"라는 믿음이 형성되기 때문이에요.

- 청년 헤겔 철학에서 출발해서 악셀 호네트에 의해 구체화된 개념 중에 '인정 투쟁'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사람의 정체성은 인정을 받으면서 형성되는데,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오로지 인정을 받을 때만 정체성이 성립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투쟁한다는 말이에요. 부러움 어린 시선, 좋은 평판 등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아를 충족 시키는 삶이지요. 비슷한 이야기로 자크 라캉의 "타자의 욕망을욕 망한다"가 있습니다. 철학 용어들이 조금 생소하고 어렵지요? 이 골치 아픈 개념들을 김정운 선배는 한마디로 명쾌하게 표현했습니다.
- 일단, 일만 하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감탄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실하고 능력 있고, 착하기까지 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일이 저절로 따라붙지요. 이런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일을 아주 많이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나 매일 같은 일을 하며 같 은 사람만 만나면 위험에 취약해집니다.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에게 조금씩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내가 작은 친절을 받으면 고맙다는 인사가 되돌아옵니다. 그 감사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데 도움을 주지요. 그 감탄이 나를 안전하게 해주고요.
내가 같은 행동을 해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상대의 반응을 통해 주변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 부부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건 상당히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미국 심리학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의 성향이 정 반대라면 결혼하지 말라고 아예 대놓고 말하곤 해요. 정치관은 선 거 날 누구에게 표를 찍느냐의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 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거든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은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 에 분노합니다. 보수적인 사람은 잘 지켜져야 하는 미풍양속이나 전통이 흐트러지는 것에 분노하지요. 분노의 코드가 정반대인 사 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힘들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이 같아도, 아무리 즐기는 취미가 비슷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 성향으로 예를 들었지만 이것은 성격의 5대 특성에서 개 방성'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신경성 같 은 나머지 네 가지 성격 특성들은 정반대라고 해도 상호 보완이 가 능합니다. 하지만 개방적인 사람과 보수적인 사람이 오랜 시간 좋 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힘들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보편적인 의견입 니다.
- 그러니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보다는 나에게 좋은 사람을 찾는게 더 맞는 말이겠지요?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해도 보수적인 나에
비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면, 혹은 그 반대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다행히 나와 비슷한 수준의 개방성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고 칩 시다. 개방성은 두 사람을 빠른 속도로 친밀하게 해주지요. 세계를 보는 눈이 비슷하니 코드도 잘 맞고 동지의식도 생겼을 것입니다. 이때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정직'이에요.
같은 개방성과 보수성을 가지고 있어 친해졌는데, 한쪽이 부정 직하거나 혹은 선택적으로 정직한 모습을 보이면 그 관계는 최악 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 인간이 돈을 발명한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습니 다. 어떤 전통의 기원을 찾아 과거 문건을 열심히 뒤져보아도 확실 한 근원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요. 돈이 대표적이지요. 대체 인간이 왜 돈을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입니다. 오죽하 면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가 돈을 일컬어 '인류 최대의 사 기극'이라고 표현했을까요? 먹지도 못하는 종이 쪼가리나 금속 조 각 몇 개를 생선이나 쌀과 맞바꾸다니요. 이건 엄청난 사기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종이와 금속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었을까요?
현대를 사는 우리는 누구 하나 돈의 가치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 니다. 인류는 돈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징체계를 믿게 하기 위해 결국 사회를 바꾸어놓았으니까요. 농업혁명을 일으키고 종교나 국가 시스템을 만들고, 문자와 각종 기술을 발전시켜 온 모든 역사 는 어쩌면 돈이라는 것의 가치를 설득시키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 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돈이란 인류 최대의 사기극인 동시에 인류 최대의 신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 불안은 참 신기한 심리예요. 불안할 때 맞으면 진짜 아픕니다. 불안할 때 외로우면 지구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고요. 불안할 때 화가 나면 걷잡을 수도 없고, 불안할 때 배고프면 당장이라도 아사할 것 같지요. 이처럼 불안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나쁜 감정 을 극대화시킵니다.
실제로 대학원 수업에서 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요. 인간에게 불안이라는 심리가 사라진다면 우리 심리학자들 중 절반 은 당장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나머지 절반은 내일모레쯤 내려놔야 한다고요. 심리학은 불안을 먹고사는 학문이니까요.
- 불안에 관련된 연구는 상당히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불안을 확장시키는지도 쉽게 알 수 있어요. 불안은 불확실 할수록 더 커집니다. 인간이 불확실한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가치 의 불확실을 견디지 못해 돈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을 정도입니 다. 덕분에 인간의 원초적인 불안이 상당히 줄긴 했어요. 우리도 수중에 어느 정도의 돈이 있으면 급격하게 불안이 감소되는 걸 느 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정 도로 돈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땐 다시 불안해지는 게 인간의 심리랍니다.

-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여러 신경 전달 물질중에 '아난다마이드anandamide'라는 화학 물질이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로 '행복'이란 뜻으로, 인간에게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유독 이 행복에 관련된 화학 물질이 많이 나오는 민족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나 남아메 리카 사람들이에요. 이 나라 국민들은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 열악 해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요. 적게 소유해도 행복 해하고, 소박한 일상에서도 기쁨을 느낍니다. 어떤 슬픔이 닥쳐도 낙천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참 근사한 민족성이라는 생각 도 듭니다.
그런가 하면, 아난다마이드가 유독 적게 나오는 민족도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인이 대표적입니다. 아예 하드웨어부터 가 쉽게 행복해지지 않는 뇌를 가지고 있다니, 우리 민족이 그토록 근면 성실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갑니다. 쉽게 만족이 되지 않으니 더 행복하고 좋은 미래를 위해 끝없이 일하고, 공부하고 발전해 온 게 아니겠어요?
유대인들의 성실함도 한민족 못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들 역시 아난다마이드가 적게 나오기로 유명한 민족 이라네요. 다시 말하자면, 한국인이나 유대인은 부킹 프라이스 자 체가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뜻이겠지요. 결국 쉽게 행복해지지 않 는 뇌를 가진 우리들이 돈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1) 만족할 때까지 큰 금액을 쓴다
2)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비의 빈도를 높인다
여기서 위시리스트를 촘촘하게 쪼개는 행위는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고 소중한 소망이 없다면 큰돈을 벌고, 비싼 소비를 해야만 비로소 만족감을 느낄 것입니다. 몸은 상하고 관계도 망가지고 매일 전쟁 같은 경쟁 속에서 더 많은 돈을 추구하지만 결국 뇌를 만족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런 결말을 위해 힘들게 돈을 버는 건 아니잖아요.
- 우리 한국인이 브라질이나 나이지리아 사람처럼 기질적으로 낙 천적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면서도 일 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요. 바로 부킹 프라이스 를 낮추는 거예요. 내 위시리스트에 7000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 '15000원짜리 통닭', '4000원짜리 커피가 있다면 하나하나 맛보고, 감상하고, 느낄 때마다 행복해질 것입니다. 잘만 먹으면 하루에 세 번이나 행복해질 수 있겠네요. '천만 원짜리 명품가방'이라는 하나 의 위시리스트보다 훨씬 이득 아닐까요?
행복을 느끼는 주체는 나고,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것 또한 나 자신입니다. 지혜롭고 꼼꼼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말겠지요. 자본주의 사회는 부킹 프라이스를 막연하게 높이라고 요구합니다. 휘말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기쁨을 찾기 위해 더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위시리스트랍니다.

- 기업이 스스로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윤리적이고 선하다는 것을 알렸을 때 직원들에게 좋은 변화가 나타난 다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착한 회사의 직원들은 심지어 물자와 전기까지 아껴 쓴다는 거예요. 우리들의 회사의 자원 또한 소중하 게 여기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걸까요?
반대로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적이 기사에 노출될 때마다 직원 들이 물자를 낭비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그 러고 보면 우리 뇌는 돈의 양만 문제 삼지 않는 것 같아요. 돈을 버 는 방식이나 윤리성 또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돈을 벌거나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돈에 집착한다거나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찜찜하다면 그 돈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부터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 자살을 선택한 분들의 생애를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소위 잘 참는 것이 특기인 분들이지요. 난봉꾼이 자살하는 건 본 적이 없어요. 참아내고, 참아내고, 또 참아냈으나 더 이상 못 참는 지경에 이르 렀을 때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어느 날 문득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느낌. 그것은 '힘들다'와 는 다른 감정입니다. 힘들다는 건 무언가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거 든요.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참아왔으나 더 이상 견디 기 어려운 상태까지 왔을 때, 사람들은 죽음을 결심합니다. 그러니 무작정 '참아야 하느니라'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겠지요? 지나친 인내는 실제로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 그저 눌러 참기만 하면 여러 가지 안 좋은 것들이 저절로 따라 오게 되어 있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오는 것은 '우울'입니다. 우울은 내가 못나서 느끼는 감정이 절대 아닙니다. 우울은 지적 능력이 높은 존재만이 느낄 수 있거든요. 나의 통제 능력이 떨어지는데 참 아야만 할 때, 불편함이 환기되지 않고 가득 차 있을 때 뇌가 보내 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자동차에 주유를 하면 오일게 이지가 올라가고, 기름이 떨어지면 오일게이지는 내려갑니다. 그 시그널을 무시하면 차는 별안간 멈춰버립니다. 우울이라는 심리 는 그 위험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 우리는 자살의 원인이 절망이라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알고 보면 절망은 자살과 그다지 가까운 심리는 아닙니다. 절망은 '희망이 꺾인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무망은 '다른 희망을 만들어낼 동력이 없 는 상태예요. 언론에서는 "기초 수급 연금이 끊긴 후 절망하여 자 살하였습니다"라는 표현이 종종 나오지만 정확한 말은 아니지요. 제대로 심리를 분석하면 절망이 아니라 무망이거든요. 절망은 좋 은 걸 가지고 싶은데 그 욕구가 끊긴 상태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아내고 싶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무망은 나쁜 걸 막 아내려는 욕구, 좋은 걸 가지고 싶은 욕구, 두 가지 모두 없는 상태 입니다. 만약 두 욕구 중 어느 한 욕구라도 강하게 있다면 자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라는 착각  (1) 2024.04.16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사람을 안다는 것  (0) 2024.03.31
물욕의 세계  (1) 2024.03.18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7) 2024.03.12
Posted by dalai
,

사람을 안다는 것

심리 2024. 3. 31. 09:30

우리는 누구나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식이나 사회경험이 많다면 현명해지기 쉬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일은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학교에서는 입시와 취업을 위한 기술만을 가르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삶의 가장 중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외로워졌고, 깊은 우정의 결핍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서서히 비인간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 기술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관계의 기술말이다. 우리가 일상의 미세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얼마나 잘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이런 사회적 기술의 기본은 다른 사람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을 온전한 못ㅂ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일종의 기량이고, 구체적인 기술의 총합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이것을 눈치라고 부르며, 독일사람은 헤르젠스빌둥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다른 사람의 온전한 인간성을 바라보도록 마음을 훈련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알기 위한 탐구를 시작했다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혹은 이 사람의 이력서는 무엇을 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 그는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 그는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그는 자기의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이런 질문이야말로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을 때 알고 싶어하는 궁금한 것들이다.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일반적인 대화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화를 정말 잘하기는 어렵다. 다음은 좋은 대화를 나누는 기술이다.
- 주의를 100% 기울여 집중해라
- 능동적으로 대꾸해라
- 친숙한 화제를 꺼내라
- 상대방을 관객이 아닌 작가로 만들어라
- 대화가 끊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상대의 말이 끝난 것을 충분히 기다린 후 대꾸하는 것이 좋다.)
- 루핑(상대가 한 말을 반복하면서 의미를 재확인)해라
- 조산사가 되라
- 보석진술(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갖는 의견)로 돌아가라
- 드러나지 않은 차이를 찾아라
- 상대방의 말에 숟가락을 얹지 마라

사람들은 깊이 있는 대화가 사람을 고통스럽거나 취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럴까? 깊이 있는 질문은 사람들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 당신이 변화에 적응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 당신이 인생에서 정말 잘 되어가는 것은 무엇인가?
- 가장 자신있는 것은 무엇인가?
- 오감 중에서 어느 감각이 가장 강력한가?
- 외롭게 지내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적이 있는가?
- 나이가 들면서 한층 분명해진 게 무엇인가?

자기와 인생경험이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개개인마다 겪는 수많은 인생경험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개인에게는 신비로운 깊이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므로, 낯선 문화 앞에서는 존중하는 마음과 경외감을 품어야 한다. 그럼에도 타인을 바라보고 타인의 말을 듣는 능력을 높이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힘쓰면 타인의 관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람을안다는것 #데이비드브룩스 #인간관계 #인생책 #책추천

 

 

https://sponsor.pubstation.co.kr/sponsor_banner.png?t=17171ef2-5440-4084-b7c7-4cf0f507d0f5

- 윈스턴 처칠을 낳기 전의 제니 제롬Jennie Jerome 이야기도 유명하다. 젊은 시절의 제니는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턴 William Gladstone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가 영국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글래드스턴의 경쟁자인 벤저민 디즈레일 리Benjamin Disraeli와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제니는 자기 자신이 영국에 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래드스턴 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디즈레일리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다.
-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망상 하나는 모든 사람을 특정한 유형 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친절한 사람, 사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열정이 넘치는 사람, 주변에 무관심한 사람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물론 어떤 사람을 두고 잔인하기보다는 친 절하다거나 어리석기보다는 현명하다거나 무관심하기보다는 열정 이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반대로도 말할 수 있고....... 그러나 어 떤 사람을 친절하거나 현명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 악하거나 어리석거나 둘 중 하나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 은 늘 인간을 이런 식으로 분류한다. 이는 잘못이다. 사람은 강과 같다. 물은 늘 똑같다. 그러나 모든 강은 어떤 데서는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 다. 또 어떤 데서는 폭이 넓고 수면이 잔잔하다. 맑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진흙탕이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사람도 똑같다. 모든 사람 은 모든 성품으로 성장할 싹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싹을 언제는 하나만 드러내고 언제는 두 개 드러낸다. 어떤 사람이 어떤 때는 전혀 그 사람 같지 않을 때가 자주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동일한 사람이다.' (톨스토이)
- 뇌 과학을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개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축 과정이 얼마나 근본적인지 보여주겠다. 어떤 방을 둘러보는 것과 같은 아주 간단한 행동을 예로 들어보자. 이 행동은 자기가 무 언가를 창조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느낄 뿐이다. 자, 이번에는 눈을 뜬다. 빛의 파 도가 밀려온다. 당신의 뇌는 당신이 본 것을 기록한다. 의자가 있고, 그림이 있고, 바닥에 먼지 뭉치 하나가 굴러다닌다. 마치 옛날식 카 메라 같다. 즉 카메라 셔터가 열리고 빛이 밀려 들어와서 필름에 영상이 기록된다.
그러나 이는 인지 과정이 실제로 진행되는 방식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두개골이라는 뼈로 만들어진 어두운 금고 안에 갇혀 있다.
- 뇌가 하는 일은 망막과 시신경을 거쳐서 시각 피질의 통합층에 다 다른 매우 제한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세상을 최대한 이해하는 것 이다. 한 사람의 감각이 세상의 한 장면을 찍은 저해상도 스냅 사진 을 제공하고, 이 사람의 뇌는 그 허접한 사진 한 장으로 고화질의 장편영화를 만든다.
이를 위해서 시각계는 그 사람이 이미 아는 것을 그 앞에 놓인 장 면에 적용하는 식으로 세상을 구축한다. 즉 이 사람은 '이것이 무엇 과 비슷할까?'나 '지난번에 내가 이것과 똑같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다음에 내가 무엇을 보았지?'와 같은 질문을 쉬지 않고 던지고 또 자기가 바라보기를 기대하는 일련의 모델들을 투사한다. 그 런 다음에 눈은 마음이 기대한 바를 제대로 바라보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그 내용을 보고한다. 요컨대 사람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행동은 데이터를 받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예측하고 수정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말이다.
신경 과학자인 아닐세스Anil Seth는, 인지는 "생성적이고 창의적인 행위"이며 "객관적인 외부 현실을 수동적으로 등록하는 것이 아 니라 행동 지향적으로 구축해나가는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신경 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이 언급했듯이 "과학적인 증거에 따르면,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들은 대체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지 세상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소수의 신경 과학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뇌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썼음직한 방대하고 복잡한 소설을 쓰는데, 우리는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 아서 밸푸어 Arthur Balfour는 영국의 정치가로 밸푸어선언 Balfour Declaration으로 유명하다. 밸푸어의 친구 존버컨John Buchan은 밸푸어 를 두고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지목할 수 있 는사람"이라고 했다. 밸푸어의 특별한 화술은 멋진 문구나 경구를 줄줄이 읊는 게 아니다. 그는 “토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타 인에게서 잠재력을 발견해 대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칭찬은 계 속 이어진다.
밸푸어는 수줍은 사람이 머뭇거리며 뱉은 말에서도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파고들어서 자기가 인류의 지혜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느끼게 했다. 전쟁이 끝나던 해에 나는 가끔 미국인 방문객을 칼튼가든으로 데리고 가서 밸푸어가 주최하는 점심 식사에 함께했는데, 그즈음의 일을 지금도 감탄하며 기억한다. 그는 손님이 하는 말의 뜻 을 헤아리고, 손님이 우연히 뱉은 단어의 중요한 의미를 포착했으며, 손님이 최선으로 발언하게끔 격려했다. 그렇게 해서 손님의 발언은 주최자의 도움으로 무한하게 확장되었다. 그렇게 손님들은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신체적인 존재감을 제공할 수 있다. 컬럼 비아대학교의 의사이자 연구원인 마사 웰치 Martha Welch는 나와 대 화를 나누던 중에 '협력적 조절co-regulation'의 힘을 강조했다. 두 사 람이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고 또 서로를 믿을 때, 그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가볍게 껴안았을 뿐인데도 서로의 몸과 몸 사이에 무언가가 전달된다. 몸속 내장기관들이 진정되고 심박수 가 조절되며, 웰치가 높은 수준의 미주신경 긴장도higher vagal tone '라 고 부르는 상태가 된다. 이는 내장이 안정적일 때 나타나는 자연스 러운 현상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높은 수준의 미주신경 긴장도를 즐기는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구성하게 된다.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그렇다. 신경 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ow Emotions Are Made』에 썼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는 것이 당신이 느끼는 것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 반대다. 당신이 느끼는 것이 보고 듣는 것을 바꾼다.'
똑같은 장면이라도 잔뜩 겁을 집어먹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 람은 장면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우리의 귀는, 인간의 목소리를 포 함하는 중간 범위의 진동수가 아니라, 진동이 높거나 낮은 음, 즉 날 카로운 비명이나 낮은 으르렁거림에 즉각적으로 초점을 맞추도록 조정돼 있다. 불안은 주의력을 특정한 영역으로 좁히고 시야의 폭 도 줄인다. 이와 다르게 행복한 감정은 시야를 넓혀준다. 그렇기에 타인을 신뢰하고 공감할 만한 존재로 보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세상을 한층 개방적이며 행복한 곳으로 바라본다."
효과적으로 공감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이 해와 신뢰를 얻었다. 극작가 손턴 와일더 Thornton Wilder는 이런 사람 이 세상에 드러내는 강렬한 존재감을 묘사한 바 있다.
예전에 받은 고통의 상처가 없다면 당신의 힘이 지금 어떻게 존재 하겠는가?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파고들어 진 심으로 떨리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이 느낀 회한이다. 아무리 많 은 천사라도 지상에서 비참하게 실수하는 아이들을 설득하는 데는 인 생의 시련으로 단련된 지상의 한 명 인간보다 못하다. 사랑의 봉사는 오직 부상당한 병사만이 할 수 있다.
- 작가 C.S. 루이스는 "슬픔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했다. 슬픔은 기나긴 계곡을 흐르는 강이며, 한 번씩 굽이칠 때마다 늘 새 로운 풍경을 드러내는데, 이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슬픔과 고통의 시기에는 우리가 알던 가설이 통하지 않는다. 자기가 누구이 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정한 가설들이 산산조각 나고 만다. 우리는 세상이 자비롭다고, 인생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또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므 로 좋은 일만 일어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통과 상실 은 이 모든 믿음을 박살 낸다. 이와 관련해서 작가 스티븐 조지프 Stephen Joseph는 저서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 What Don't Kill Us』에서 말한다.
"트라우마는 우리의 의미 체계에 맞선다. 트라우마는 이 체계와 모순되는 삶에 대한 실존적 진실을 증거로 우리에게 맞선다. 우리가 설정한 가정적인 세계를 붙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 진실을 더욱더 부정하게 된다."
트라우마로 영구 손상을 입은 사람은 이미 일어난 일을 자기가 가진 심리 모델에 동화시키려고 한다. 반면 성장하는 사람은 새로 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이미 일어난 일을 수용하려고 한다.' 동화 시키는 사람은 뇌암을 이겨냈으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수용하는 사람은, 그 일이 자기를 바꾸어놓았다고, 즉 자기는 이제 암 생존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 런 변화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꾸어놓을 것이다. 자기가 가졌던 심리 모델을 재구성할 때는 아래의 질문들을 떠올려야 한다.
*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지 않은가?
*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나는 누구인가?
* 세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 어떤 신이 이런 일을 허락하는가?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동의 뇌과학  (2) 2024.04.11
마음의 지혜  (1) 2024.04.10
물욕의 세계  (1) 2024.03.18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7) 2024.03.12
필링 굿  (1) 2024.03.12
Posted by dalai
,

물욕의 세계

심리 2024. 3. 18. 07:12

-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아드 레날린 전 단계 물질이고 흥분을 일으킨다. 즉 도파민은 최 고의 행복 호르몬으로, 우리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된다. 이를테면 어떤 일을 감행한 뒤 즐거움을 느끼거나, 등반할 때의 두려움이 순수한 쾌감으로 바뀌는 것은 도파민 때문이 다. 그리고 나쁜 예로는 도박이 있다. 그땐 이길 가능성이 있 다는 기대만으로도 흥분이 되고, 이 기대 때문에 카드를 계 속 뽑아들게 된다. 사람들이 중독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 을 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우리도 쇼핑하러 갈 때 보상을 기대하거나 스스로에게 보 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구입 가능한 세일 상품, 즉 보상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이것은 쇼핑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킥에 중독될 수 있다. 도파민은 최고의 행 복 호르몬으로,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 도파민 체계는 우리가 돈을 절약하려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이 뇌의 교활한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신발을 살까 말 까 고민할 때 우리는 지금 구입하는 것이 이성적인 행동인지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반면 무의식은 훨씬 전부터 준비 태세를 갖추고, 그 신발을 신을 때 어떤 기분이 될지를 미리 느낀다. 트래킹화를 신고 돌로미트에 가서 해돋 이를 보며 감탄하는 모습이나, 섹시한 하이힐을 신고 캔들라 이트 디너에 앉아 있는 모습을(그곳에서는 일어설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아, 하이힐!) 상상한다. 만약 기분이 좋다면 도파민 이 야기한 행복감은 상식과 절제와 통장 잔고를 이기고, 결 국 우리는 그 신발을 사게 된다. 우리는 그 순간에 느끼는 기 분에 따라 물건을 구입하며, 그럼으로써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려고 한다.
- 말하자면 이러한 킥은 이미 쇼핑 전부터 자동적으로 시 작되고 재현된다. 연구자들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인 간의 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쇼핑을 할 때 (카운터에서 돈을 지불할 때가 아닌 상점에서 구경할 때부터 이미) 대뇌 변연계의 측좌핵이 매우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 다. 그곳은 우리의 보상 체계를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중 독일 때도 마찬가지로 활성화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실 을 이미 1950년대에 발견했다. 그들은 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한 후 단추를 누를 때 보상 중추가 자극받을 수 있게 했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쥐들은 단추를 누를 때마다 최상의 기분을 느낀다는 것을 배웠고, 이후 중독되 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쓸데없는 물건을 사게 되는 원인은 이러한 직접적인 충족감 때문이다. 
- 나는 우리를 쇼핑으로 이끄는 생화학적 과정을 추적하던 중 흥미로운 것을 하나 더 발견했다. 신경과학자 브라이언 넛 슨(Brian Knutson)'은 한 실험에서 어떻게 구매 결정이 이루 어지는지를 연구했다. 참가자들이 제품 사진을 보고, 이어서 가격을 보는 동안 뇌파가 측정되었다. 그런 다음 그 제품을 살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 실험에서 제품을 볼 때는 뇌의 보상 센터가, 가격을 볼 땐 뇌의 전혀 다른 영역인 뇌섬(insula, 뇌섬엽)이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섬은 몸에 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곳으로, '아프다'는 신 호를 보낸다. 실험 참가자들의 구매 결정은 행복과 고통 사이 의 균형 잡기였다. 만약 제품을 볼 때 느끼는 행복이 가격을 보았을 때 느끼는 고통보다 크다면 우리는 그것을 산다.
- “동독 출신의 한 할머니가 이야기하기 를, 옛날 구동독에서 셀룰라이트는 전혀 이야깃거리도 아니 었다고 했다. 여성은 누구나 셀룰라이트가 있고, 추하거나 예쁘다기보다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 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정은 달라졌다. 안티셀룰라이트 크림 광고가 동독 땅에 들어오자 지금까지 자신의 정상적 상태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여성들이 대부 분 자기 허벅지를 결점으로 보기 시작했다(그리고 당연한 말이 지만 수많은 여성이 그 크림을 샀다).  즉 광고를 통해 셀룰라이 트의 존재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것을 약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의 저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2015)에서 비싼 물건이 더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점을 매우 근사하게 기술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100유로의 반지를 사든, 500유로 혹은 3,000유로의 반지를 사든 상관없다. 행복의 크기는 매번 똑같다. 500유 로 하는 반지가 이보다 싼 반지보다 다섯 배 더 행복하게 만 들어주진 않는다. 우리는 다섯 배 더 많이 웃지 않고, 다섯 배 더 오래 행복하지 않다. 사치품의 가격에는 상한선이 없 지만 행복감은 한계가 있다. 만약 500유로 반지가 100유로 반지보다 다섯 배 더 행복하게 해준다면, 행복에 이르는 길 은 돈과 소유를 통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부자가 되고 아무리 많은 물건을 쌓아놓고 있더라도 당신의 소유물이 당신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는 못할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에는 한계가 있다."
- 불안 광고는 1920년대에 '발명'되었다. 기민한 광고업자들은 구매 전에 불안을 조장하는 말을 들려주면 물 건이 훨씬 더 잘 팔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여성들 에게 가장 쉽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 은 바로 나이들어 가며 추해지고 매력을 잃는 자신의 모습이 다(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외모와 더불어 여성에게 관심이 있 는 것이 대체 뭘까?). 여성들은 얼굴에 생긴 주름, 뱃살 그리고 셀룰라이트가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안티링 클 크림과 수상한 체중 감량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소비를 이 렇게 핵심적으로 요약했다. “소비는 고도의 외로운 활동으 로, 지속적인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외 로울지도 모를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구입한다. 아이폰이나 브랜드 청바지, 프라이탁 가방도 우리의 내적 공허와 친밀 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바 우만은 관계 자체도 점점 교환이 가능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데이팅 앱 '틴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유감스럽게도 이 철학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 다). 2017년 작고한 바우만은 냉정하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소비주의 문화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수적 인 피해는 바로 사회적 연대다."

- 슈퍼마켓 실험
*모든 것은 매장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객이 구입할 물 건을 담는 쇼핑카트와 장바구니의 크기는 지난 몇 년 사이 계속 커졌다. 여기엔 심리학적 트릭이 숨어 있다. 단지 두세 가지만을 사는 고객의 쇼핑카트는 텅 빈 것처럼 보이고, 이 렇게 빈 공간은 아직 사야 할 것이 더 남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을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도 책 『바이올 로지(Buyology)』에서 언급했는데, 쇼핑카트를 두 배 더 크게 만든 후에 조사한 슈퍼마켓의 매출액은 19퍼센트나 증가했다
*슈퍼마켓 입구에는 소위 '스토퍼(stopper)'가 놓여 있는 경우 가 흔하다. 매장 입구에 세워둔 탁자나 선반을 가리키는데, 이 때문에 걸음 속도를 늦추고 거기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 보게 된다. 도시의 소형 매장의 경우, 손님들은 가게 안쪽까 지 잘 들어가지 않고 늘 가던 방향으로 가서 물건을 산다. 하지만 보행 속도가 느려질 때 상품에 대한 주의력은 높아 진다.
*매장에서 풍기는 냄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업체도 점점 늘고 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얼마나 더 매출을 늘리고 다른 품목의 매출까지 증가시키는지를 실험한 연구들이 있다. 냄 새는 식욕을 돋우고 침샘을 자극한다. 이는 왜 호퍼(Hofer)36 가 지난 몇 년간 새로 빵 코너를 설치해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고 있는지의 확실한 이유가 된다(냉동 생지든 매장에서 직접 만든 빵이든 별 상관없다. 일반 사람들은 냄새로 구분하지 못한다). 가 고플 때 쇼핑하는 사람은 더 많이 사게 되고, 무엇보다 더 충동구매를 한다. 슈퍼마켓은 고객들이 "머리가 아닌 배 로 쇼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마케팅 연구자 파코 언더 힐(Paco Underhill)은 그의 책 쇼핑의 과학(Why We Buy)』(2021) 에서 매우 멋지게 표현했다.
*무료 시식은 판매율을 높인다. 현장에서 시식을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맛본 상품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와인이나 냉동식품 같은 제품에서 특히 성공적이다.
*수많은 슈퍼마켓에는 음악이 흐른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에 는 오직 대형 유통업체 레베(Rewe) 그룹의 자회사 이를테 면 메르쿠르(Merkur), 빌라(Billa), 페니(Penny), 비파(Bipa)- 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자체적인 라디오 방송이 있다. 또 슈퍼 마켓 체인 슈파(Spar) 역시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게 편성한 자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혼잡한 시간대, 즉 아주 많 은 손님이 일시에 몰려드는 시간대에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오전과 이른 오후에는 느린 음악이 매장에 흐른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대개 보행 속도는 음악을 따라간다. 빠른 음악이 나오면 발걸음도 빨라지고, 느린 음악 을 들으면 매장 입구의 스토퍼와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좀 더 느리게 걸으며 29퍼센트 이상 더 구매한다.
*슈퍼마켓의 선반 높이는 그 자체로 과학이다. 상품 배치도 그렇다. 눈높이에 진열된 상품들이 가장 잘 팔린다(제조업체 들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돈을 더 낸다). 가장 안 좋은 자리는 머리 위쪽이다. 고객들은 대부분 진열대 위쪽에 놓인 제품 에 손이 닿을 정도로 키가 크지 않다. 어린 꼬마 고객은 엄 두조차 못 낼 것이다. 진열대 높은 곳에 있는 상품은 마진이 별로 크지 않다.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 중량이 가벼운 상품 들이 그곳에 배치된다. 가장 주목을 받는 품목은 언제나 눈 높이 선반에 안착된다. 낮은 선반에 진열된 상품보다 사람 들의 관심을 35퍼센트 이상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슈퍼마켓에 커다란 마진을 가져다주는 제품도 그곳에 자리잡는다. 세일 상품을 찾는 고객이라면 시선을 아래에 두는 것이 좋다. 종종 그곳엔 저렴한 상품들이 진열 돼 있고, 이는 꼬마 손님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상품 배치도 우연이 아니다. 몇몇 제품은 의식적이든 무의식 적이든 서로 연상된다. (바질로 만든) 페스토 소스와 스파게티 소스는 항상 누들 선반 바로 옆에 있고, 치약 옆자리는 늘 칫솔이 자리잡고 있다. 나는 최상의 결합을 어느 이탈리아 슈퍼마켓에서 보았다. 그곳엔 수많은 종류의 다이어트 제 품이 다양한 초콜릿너트 크림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이것 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의도한 것이라면 존경을 보낸다!). 마찬가지로 나는 늘 비파(Bipa) 에서 오로팍스 귀마개 옆에 매달려 있는 콘돔을 보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역시 비파는 이웃들도 생각한다.
*이에 반해 정말로 중요한 품목, 다시 말해 가장 잘 팔리는 상품들은 나란히 배치하지 않고 매장 곳곳에 진열해놓는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흔히 누들에서 맥주 코너로(수요가 많은 이 두 제품은 식료품 카테고리에 같이 모여 있다) 이동하려면 온 매장을 가로질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냉장 장치는 대개 매장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업체는 고객들이 되도록 매장 구석구 석을 돌아다니며 가능한 한 많은 제품을 볼 수 있게 배치한 다. 이렇게 하면 경우에 따라 더 많은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색깔은 우리의 구매 행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자세히 들 여다보면 상품의 세일, 품절 표지판이라든가 특별 세일을 알 리는 광고는 모두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붉은빛을 볼 때 좀 더 빠르고 활기차게 반응 하기 때문이다. 태고 이래로 색은 우리에게 경고 신호로 자 리잡았고, 우리의 주의력을 높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도 흥미진진한 것은, 파란색이 믿음과 신뢰를 주는 색으로 간 주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은 이 컬러를 자주 사용한다. 초록색은 좀 의외로, '친환경과 건강'을 연상시키는 색이다.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throwaway society)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포장 상품은 지난 몇 년 새 엄청나게 증가했다. 정육점 판매원이 소시지를 직접 기계로 정교하고 깔끔하게 썰어주는 것보다, 마트 냉장고에서 플라스틱 용 기에 포장된 소시지를 사는 것이 더 위생적이라는 느낌이 든 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위생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다. 플라스틱 포장의 경우, 저온 유통이 중단되면 기름과 외부 열의 노출로 인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는 화학 물질(연화제)이 용기에서 분해되어 나와 포장 음식에 들어간 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재활용 포장 상자도 사정은 다르 지 않은데, 이 역시 포장재에 함유된 인쇄용 잉크에서 나온 미네랄 오일이 음식물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심을 받는다.  포장은 여러 이유에서 도입되었다. 그중에 몇몇은 관련이 있고(예를 들어 식품 보존상), 그외 다른 이유는 대부분 적절치 않은 것들이다(이를테면 내용물은 적게, 포장은 크게 하는 과대 포장이 그렇다. 나는 새로 산 티백 상자 안이 반이나 비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란다)
*조명은 구매 행동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드럭스토어 매장 안은 매우 밝은데, 조명은 최대한 일광과 비슷해야 한다. 이와 달리 슈퍼마켓에선, 특히 과일과 채소 같은 신선식품 코너의 경우 부드러운 노란색 조명을 설치하는데, 색온도와 컬러 필터가 과일과 채소를 더 싱싱하고 신선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반면 육류 진열대는 붉은색 비율이 높은 필터가 삽입된 조명을 쓰고, 생선은 오히려 냉백색 조명을 사용한다.  특히 뉴욕의 고급 슈퍼마켓들은 과일과 채소 를 마치 무대 조명처럼 눈부시게 밝은 빛 아래 진열해놓고 그 주위는 살짝 어둡게 조절한다. 나도 이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틸로 보데(Thilo Bode)는 소비자의 권리와 식품의 질을 둘러 싼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 푸드워치(foodwatch)의 설립자로, 2009년 출간한 책에서 대부분의 슈퍼마켓은 진열 대를 주기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을 지침으로 하고 있다고 밝 혔다. 그 이유는 "고객이 구매하려는 것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구매 행동을 통해 자신의 현재 사회적 위치와, 자신이 속하고 싶은 사회 집단을 드러낸다. 독일 경제학자 니코 패히 (Nico Paech)도 이렇게 말했다. "인 간으로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이 되고 싶고, 또 어 떻게 인정받고 싶은지를 표현하기 위해 소비를 필요로 한 다. 물질적 형태의 모든 기본 욕구들은 이미 수없이 충족되 었기에, 물질적 과잉이 지배적인 세계에서는 상징적 표현을 위해 물건을 산다."
-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는 1970년대 말에 프랑스인들의 정치 성향과 예술 취향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이 경험적 연구 결과는 그리 놀 랍지 않다. 자본의 다양한 형태, 즉 경제, 사회, 문화 자본은 개인이 속한 사회 계급을 정의한다. 부르디외는, 취향은 개 인적이며 개인이 활동하는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개인이 속한 계급은 그가 어떤 교육 과정을 밟았고, 어떤 문 화적 경험을 했고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얼마나 돈이 많은지를 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무엇에 돈을 지출하는지 또한 결정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무척 흥미를 느낀 지 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사는 것을 통해 어떤 사 회 계급에 속하는지 그 신호를 남들에게 보낸다.
- 면화 재배는 까다롭다. 목화는 매우 예민한 식물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할 때도 있고 한 방울도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추정상 99.5퍼센트가 유전자 조작 종자이며 한 해살이 식물이다. 즉 해마다 농부들은 새로운 씨앗을 사야 한다. 95 전 세계 살충제 생산량의 30퍼센트는 목화 재배에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목화는 수확 전에 바싹 마르고 섬유 질 많은 꽃봉오리는 더 쉽게 분리될 수 있다. 또 다량의 글 리포세이트glyphosate, 제초제의 주성분를 함유할 수밖에 없다. 심 지어 탐폰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일도 있다.
연구자들은 살충제 사용량이 총생산량(살균제와 제초제 포함) 의 20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목화 재배 면적은 농 업에 사용되는 총면적의 약 2.5퍼센트에 달하는데, 여기에 전 세계에서 생산된 살충제의 20퍼센트가 살포된다. 이러니 면 제품은 얼마나 깨끗할까!
- 옷을 버리는 대신 기부하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 이 유는 첫째, 기부 장소는 옷들로 넘친다. 둘째, 활용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 그들은 유럽에서 더 이상 팔기 어려운 옷들 을 묶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팔고, 그곳 사람들은 옷 꾸 러미들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닥치는 대로 중고 시장에 내 다 판다. 그 후폭풍은 이렇다. 한때 크게 번창하던 동아프 리카의 섬유 산업은 곤두박질쳤다. 엄청난 양의 기부 옷(마 찬가지로 점점 늘고 있는 중국에서 수입된 매우 값싼 옷들)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 “마음챙김 운동은 이미 트렌드가 되 고 있다. 당신이 충분히 마음챙김을 연습하고 당신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차린다면, 그리고 사물과 세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 라고 말한다. 성공적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문제에 대해 서는 전적으로 개인의 성격적 특성에 달려 있다고 여긴다. (중략) 실제로 사람들도 그것을 경영인 혹은 성공한 엘리트 들이 찾고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사람들을 해고하고 양심의 가책과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마음챙김을 수행하고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사람들이 보는 것은 마음챙김 논리의 기능화다. " 우리는 이 모든 마음챙김 소란 덕에 인간 상호 간의 책임감 있는 교제를 윤리적으로 잊어버렸다.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교수인 로 널드 퍼서(Ronald Purser)는 더 극단적으로 본다. 그는 저서 『마음챙김의 배신 (McMindfulness)』 115의 서두에서 바로 설 명하고 있다. "나는 회의적이다. 우리가 사는 불공평한 사회 에서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성공을 보여주는 것은 혁명적이지 않다. 단지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게만 유익할 뿐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정치, 경제적 기본 조건에 과감한 조치를 요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퍼서 교수는 이렇게도 말한다. "사 람들은 마음챙김을 그만둬선 안 되고, 이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모두 세속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도 없다. 물론 목표는 언제나 개인의 스트레스나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또 마 음챙김과 요가를 통해 이를 달성하는 것도 좋다.” 훌륭한 말 이다! 다만 개인의 스트레스는 대개 사회적 원인에서 비롯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회와 정치 시스템에서도 시작되어 야 한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산업이 마음의 평안을 원하는 인간의 바람을 이용하는 것 은 마땅히 비난받을 만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은 부 조리하다. 우리가 쇼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자신을 증 명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임금은 점점 줄어들어 우 리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는 점점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진실은, 우리 모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그것이 오롯이 우리 책임이며 완전히 혼자 힘으로 비참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설득한다. 이를 위해 향 혼합물을 사서 피우고 복식호흡을 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인생은 얼마나 간단할까? 마음챙김의 방법들은 대 부분 불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교 승려들조차 매우 언짢게 생각한다. 미국 승려 빅쿠 보디 (Bhikkhu Bodhi) 는 불교가 의심 없이 소비주의를 받아들였다며 이렇게 경고 했다. "날카로운 사회 비판 없이 이루어지는 불교 수행은 현재 상태를 정당화하고 안정화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 렇게 해서 손쉽게 소비자본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나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진정 우리가 모두 잘 살기 위해 서는 이제 '나'만의 관점에서 빠져나와 공동체를 생각하고, 좀 더 인도적이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위해 노력해야 하 지 않을까?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정치학자 웬디 브 라운(Wendy Brown)은, 연대감 없는 개인화로 인해 정치적 통합은 더 이상 없고 오직 “개인 사업가와 소비자 집단”만  존재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 설문지에서 늘 발견하는 것은, 사람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기 위해 몇 퍼센트 더 비싼 가격을 치를 수 있다는 응답이다. 또 내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패스 트 패션 소비가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에 있는 동일한 연령 의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할 때에도 반 응은 언제나 똑같다. 그들은 다시는 패스트 패션을 사지 않 겠다고 말한다. 또 탄소발자국과 관련해, 몰디브행 비행기를 딱 한 번 타는 것만으로 평생 해온 쓰레기 분리 배출이며 자전거 타기, 비건 식사 등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비행기라는 교통수단이 환경에 그렇게 나 쁜지 몰랐다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면서도 주말을 이용 해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간다.  사람들이 양심과 윤리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할 것이라고, 또 실제로 실행한 다고 확실하게 증명한 연구는 지금까지 하나도 없다. 130
이런 모순과 인지부조화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답은 다 시 뇌의 생화학 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본래 기분 좋은 것을 찾는다. 그리하여 소위 '가치 행동 격차 (value- action gap)'라는 것이 발생한다. 우리는 빈병 보증금 반환 제도가 환경을 위해 매우 좋다고 생각하지만, 계산대 앞에 있는 500밀리리터짜리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산다. 빨리 갈 증을 해소해줘서 간편하기도 하고, 마신 후 처리를 크게 신 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기분을, 도파민 킥을 주기 때문이다.
방금 언급한 모순을 아주 잘 설명해주는 예가 있다. 1월에 마트 과일 코너에서 볼 수 있는 그 유명한 딸기가 그것이다. 딸기는 멀리, 사람들이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남아메리카 의 어느 나라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딸기를 1월에 멀리 떨 어진 나라에서 사가지고 오는 것을 정신 나간 일이라고 여기 는 사람도 많다. 여름이면 이 땅에서 수확할 수 있는데, 굳이 플라스틱 용기에 셀로판지에 둘둘 말아서까지 들여와야 하 냐며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마트에 나온 딸기를 보자마자 입 안 가득 풍미를 맛보고 싶어지고 한겨울에 여름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겨울에 운전자 들이 추위 때문에 정차 중 자동차 엔진을 끄지 않는 것을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일 수도 있다.
- 인지부조화는 매일 일어난다. 사람들은 대부분 끊임없이 해명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납득시키기 위해 내적으 로 다그친다. 두 가지 행동이 서로 모순이라는 것을 인정하 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한다. '딸기를 산 것은 예외다, 단지 여름을 느껴보고 싶어서다, 어찌됐든 딸기는 사라고 있는 것이니 상하기 전에 사야 하지 않느냐'라고 해명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그 자리를 합리화가 차지한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지혜  (1) 2024.04.10
사람을 안다는 것  (0) 2024.03.31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7) 2024.03.12
필링 굿  (1) 2024.03.12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2) 2024.02.01
Posted by dalai
,

-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큰 그림으로 삶을 이해하는 통찰을 회복하고 당신의 힘으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다. 전적 으로 매달리거나, 아니면 완전히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선택지도 있다. 바로 완벽주의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짜증스럽 게 굴 땐 거리를 두고, 삶을 풍요롭게 할 땐 즐겨라. 어느 한쪽으 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찾고 완벽주의가 삶에 어느 정도의 영 향력을 행사할지 결정해라. 이것은 긴 여정이다. 어쩌면 멀리 돌 아가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의미 있는 방 향으로 변화를 이루었다면, 그것은 분명한 발전이다.
- 오직 완벽만을 추구하는 전략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스트레스 : 스트레스는 근육 긴장, 두통, 불안, 짜증, 이상 식욕(끼니를 거르거나 폭식하는 것 등)으로 표출된다.
*걱정 : 걱정이 의식을 장악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끊이질 않는다.
*불안 : 불안이 하루 종일, 잠자리에 들 때까지 쫓아와 한밤중에 깨어 있게 만든다.
- 지금까지 이 전략을 고수했다는 것은 게임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고통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은연중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반면 완벽주의와 맞서 싸우다가 탈진한 나 머지 경기장에 드러누워 패배를 인정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 쉬 운 전공과목만 선택하고, 승진시험을 미루고, 여행가방의 짐을 풀어 정리하는 대신 똑같은 드라마를 세 번씩 보고, 시한이 닥칠 때까지 일을 미룬다. 완벽주의가 당신의 행동에 그 어떤 트집도 잡을 수 없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하며 최소한의 행동만 취하는 것이다. 이제 당신의 전략은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한 것도 아니 니까" 혹은 "어차피 완벽할 수도 없는데 뭐 하러 힘을 빼?"가 된다.

- *1년 전보다 삶에 더 만족하는가?
*삶이 원하는 방식대로 흘러가는가?
*불안, 스트레스, 걱정에 지배되는 삶은 추구할 가치가 있는가?
*만약 이 게임이 삶을 통제하도록 방치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시간을 갖고 답변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 답변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완벽주의를 치료하고자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결코 두려움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둔다. 완벽주의 게임을 하면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낀다면 당연 히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삶이 지금 이대로 좋은지 솔직해지기 바란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웃고 있는지를 묻는 게 아 니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거나 시련에 부딪쳤을 때조차도 가슴이 뿌듯하고 영혼이 충만하다고 느끼는지를 묻는 것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삶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릴 생각인가? 또 지금까지 얼마나 오래 기 다렸는가?
우리가 상담했던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추측해 보면 그 게임이 지속될수록 오히려 일에 뒤처져서 아예 포기하 게 되거나, 어느 순간 삶을 되돌아보니 대체로 불행했음을 깨닫 거나, 항상 최적의 조건을 갖추려 늘 무언가를 계획하느라 막상 현재의 삶을 즐기지 못하거나, 동료들보다 몇 배 더 일하다 탈진 하게 되거나, 의미 있는 일보다는 그저 쉽고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선택하거나,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건설적인 인간관계마저 일부러 파괴하게 된다고 한다.

- 완벽이라는 것은 좋아야 한다고 주입된 하나의 신기루일 뿐이며, 당신은 자꾸만 그것에 속아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에 휘말리고 있다. 이것이 진실이다.

- 완벽주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적응적' 완벽주의와 '부적응적' 완벽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적응적 완벽주의자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유형을 말한다. 그들 의 성취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행복, 삶의 만족, 성실성과 같은 긍 정적인 결과물과 연결되어 있다. 적응적 완벽주의자들은 고도로 생산적이면서도 탈진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삶의 방식을 좋 아하고, 이 방식은 그들에게 자연스럽다.
반면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자기비판,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에 대한 집요한 추구,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의 고통, 도 달했을 때의 불만족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부적응적 완벽주 의에 우울, 강박장애, 섭식장애, 불안장애 같은 심리상태가 수반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외에도 일상적 스트레스와 부 정적인 기분과도 연관성을 보인다. 이러한 연관성은 어느 문화 권에서나 나타나며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문화를 초월하여 나타 나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모순적이게도 달성하고자 하는 바로 그 목표를 훼손한다. 성공일 수도 있고, 행 복일 수도 있으며, 생산성일 수도 있는 목표 말이다.
- 완벽주의적 지연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칙은 일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기 전에는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역시 실제로 부딪쳐보지 않으면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방법 또한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답보 상태 로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무 엇이 제대로 된 선택인지 모르겠다는 혼란으로 눈앞의 상황들이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인지적, 정서적 걸림돌 때문에 시 한이 정해지지 않은 일을 몇 년씩 미루기도 한다. 벽지를 바르는 일일 수도 있고, 창고에 있는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하는 일일 수 도 있고, 새로 이사한 도시에서 새 주치의를 찾는 일일 수도 있다.

- 누군가에게 "걱정 그만해”라고 말하는 것은 "샤워를 너무 오래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건 거의 비를 멈추는 것에 가깝다. 걱정은 완전히 당신의 통제권 안에 있 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당신 뜻대로 할 수가 없다. 생각이라는 것 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생각들은 제멋대로 왔다 가 제멋대로 사라진다. "난 문제가 있어"라든가 "난 절대 잘할 수 없을 거야" 같은 생각들 말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아무리 많은 칭찬을 들어도 부정적인 생각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온갖 여행 블로그를 뒤지고, 웹 페이지를 검색하고, 배우자와 열 띤 토론을 벌인 뒤에도 여전히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지 몰라 다가오는 휴가 장소를 결정하지 못한다. 좀처럼 떼어낼 수 없는 이 끈적거리는 생각들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떼어내려 해봐 야 소용없는 일일뿐더러 오히려 더 들러붙는다. 그런데도 계속 떼어내려 애쓴다.
당신이 이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그 생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체로 생존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들이니 까. "빨간불이니 멈춰", "낭떠러지 가까이에 가지 마”, “채소를 좀 더 많이 먹어야지" 같은 생각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머릿 속의 생각들을 언제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원칙과 명령에 따라 삶을 설계하는 것에 익 숙해졌다면 그 생각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외식을 할 때마다 레스토랑 예절을 새로 배우 진 않는다. 그저 이미 알고 있는 레스토랑의 원칙을 따를 뿐이다. 물론 레스토랑 종업원들 앞에서 거들먹거리거나 팁을 박하게 줄 것을 요구하는 특이한 레스토랑에 갈 수도 있겠지만, 경험적으 로 터득한 것들을 활용하되 0.1퍼센트 확률로 틀리는 편이 매번 경험치가 틀릴 희박한 확률을 힘들여 분석하는 것보다 효율적이 기 때문이다.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대체로 도움이 되는 만 큼 역으로 완벽주의에 의해 그 점이 악용될 수도 있다.

- 인간은 본래 일관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논리로 원칙을 강화하는 방식이 통한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유 를 갖고 싶어 한다. 논리를 바탕으로 행동하고 싶어 하고 모순 없 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당신이 이야기의 공백을 메우려 할 때마 다(“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행동의 근거를 대려 할 때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뭐냐면..."), 혹은 당신이 따르는 원칙 들이 왜 합리적인지 설명할 때마다 "절대 실수를 해선 안 되는 이유 가 뭐냐면...”) 당신은 아이들이 하는 사이먼 가라사대 게임처럼 '완벽주의 가라사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명령을 내리 는 주체가 완벽주의인 것만 다르다. 완벽주의 가라사대 게임에 서 모든 것은 반드시 이치에 맞아야 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원칙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들과 논리들이 정확히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에 대 한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 논리의 한계
완벽주의 가라사대 게임의 실체가 드러나면 당신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원칙과 이유에 의존하고 있는지에 따라 삶에 일종의 진공상태가 발생한다. 갑자기 당신을 이끌어주던 동력이 사라진다. "성공하고 싶어서" 혹은 "일을 망치기 싫어서" 해왔던 일들을 중단한다면 이제 무엇에 의지해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주입했던 이야기들은 해체되고(어떤 실수도 용 납되지 않는다,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 성공이 아닌 것 은 다 실패다) 방향을 잃는다.
당연히 우리 마음은 절박한 심정으로 일관성을 복원하 려 한다. 근사하고 완벽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퍼즐 조각들을 재배열하려 애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납득할 수 있는 설 명을 좋아하고 또 갈구한다. 논리를 동원하기 좋아하고, 문제해 결 능력을 발휘하기 좋아한다. 터치스크린, 우주여행, 인공지능, 스마트 가전제품 같은 것들을 만들어낸 바로 그 능력으로 일관성 없는 이야기를 수정하고 싶어 한다. 넷플릭스의 '인트로 건너뛰기' 버튼을 만든 것이 인간의 논리적 능력이라면 논리로 해결 할 수 없는 일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논리에는 한계가 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처럼 보편적인 법칙이라고 해도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있다. 중 력의 경우 양자영역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논리적인 문제해결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영역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분홍색 거북이'를 생각하지 마라. 절대로 분 홍색 거북이를 떠올리지 마라. 떠올리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끊 임없이 평가하는 것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해보아라. 어머니의 생일을 잊어도 속상해하지 말고,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자책하지도 마라. 만약 논리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추울 때 난방장치를 켜거나 배고플 때 음식을 먹는 것처럼 하나 도 힘들이지 않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 깝게도 당신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어도 생각과 느낌에서 벗어 날 방법은 없다.
- 논리 혹은 일관성의 대안은 바로 '기능'이다. 그 생각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집중하고 그 점을 바탕으로 생각에 귀를 기울일지 결정하는 것이다. 생각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해라.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실용성보다 정확성을 반사적으로 우선시하는 경향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도 움이 되는 생각은 야유하는 팬들이 아닌 치어리더와 비슷하다. 그들은 당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돕는다. 프레젠테 이션을 하기 전에 "난 잘할 거야”라고 혼자 되된다면 그 말이 진 실인지는 몰라도 도움은 될 것이다. 진실이어도 도움이 되지 않 을 수도 있고("사람들이 내 셔츠의 땀자국을 다 보겠지"), 도움이 된다 고 해서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니다("아무도 내 셔츠의 땀자국을 보고 있지 않아"). 아무 조건 없이 오직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생각들 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오직 옳은 것에만 관심 있는 생각들에 귀 를 기울이겠는가? 크게 보았을 때 옳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이런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면 생각들을 호의적인 낯선 사람이라고 상상해보아라. 당신이 중요한 약속에 늦었는데 열차가 고장이 나 멈춘 상황이다. 낯선 사람이 당신에게 "큰일 났네요. 지난 2주간 약속에 늦은 게 벌써 세 번째잖아요"라 고 말한다. 그 말이 진실이냐고? 아마 진실일 것이다. 도움이 되 냐고?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낯선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 들인다면 당신은 정지한 열차 안에서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하 지만 낯선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저런, 하필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서 속상하시겠어요. 안 그래도 그동안 스트레 스 받는 일들이 많았는데 말이에요." 이 말이 더 도움이 될 것이 다. 우리의 이성이 항상 침착하고 안정을 주는 타당한 말만 한다 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은 일이 틀어졌을 때 문제를 해결 해서 당신의 생명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그것도 최대한 빨 리. 그것이 바로 생각들이 당신을 압박하고 독촉하는 것처럼 느 껴지는 이유이고, 본능적으로 그 생각들에 끌렸던 이유이다.

- 완벽주의적 생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견해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과 같다. 정신을 차려보면 아무 의미 없는 논쟁에 휘말려 있다. 그 논쟁에 당신의 에너 지를 쏟아붓는 게 맞는지부터 생각해보아라. 언어적 미끼를 물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는 있다. '기후변화', '과잉진압', '백신 반 대운동', '보편적 의료보장', '실패자', '완벽', 그리고 '성공'. 그 미끼 를 물지 마라. 미끼 너머 당신의 목표와 가치를 보아라. 주어진 시 간과 에너지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당신의 정신적, 감정적 자원 을 논쟁보다 더 좋은 곳에 쓰고 싶다면 다른 일을 하라.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한 다음 대화에서 빠져나 와라. 당신의 생각들에게도 똑같이 하라. 인정해주고("아, 네가 소 리를 내고 있는 건 알겠어")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치 있는 일에 쓰도록 주의를 돌려라.
- 생각들을 고려해보려면 먼저 생각들이 시키 는 대로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생각들은 당신의 삶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조언하려 드는 숙모와 같다. 숙모의 조 언은 대체로 도움이 되지만 당신이 처한 상황에는 딱히 맞지 않 을 수도 있다. 숙모의 조언을 무작정 따르는 것은 숙모가 원하는 길로 가는 것이지 당신이 원하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들이 현재의 곤경을 헤쳐 나갈 지혜를 주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럴 땐 그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
- 완벽주의는 원칙과 논리를 이용하여 행동에 힘을 행사한다. 완벽주의는 무얼 해야만 하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알 려준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실제로 당 신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강력한 말이어도 아무리 소리가 커도. 따라서 B학점을 받거나 오랫동안 사귀던 사 람과 헤어지면 인생이 끝장날 거라고 완벽주의가 협박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마라.
대신 우리는 다음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생각을 생각 으로 여겨라. 생각은 생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 사고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라.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 건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셋째, 생각들이 하는 말을 고 려하되 도움이 되는 것은 취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라. 논리에 맞 고 진실처럼 보이는 것(일관성)보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 이 되는지(기능)에 집중하면 완벽주의의 덫을 피할 수 있다.
-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마음을 여는 연습을 하기에 앞서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불편한 느낌을 없애버리면 될 것 을 왜 굳이 그 느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첫 번째 이 유는 명백하다. 불편한 느낌을 없애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사항 이 아니고 당신은 경험을 통해 이미 그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 이다. 두 번째 이유는 불완전함을 밀어내는 것, 훌륭함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고, 대수롭지 않은 실수에도 스스로 를 비난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피곤할 뿐 아니라 자기파괴적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 는 고통은 당신이 진정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거절당해 상처받았다면 그 고통은 당신이 관계를 소 중히 여기는 사람임을 말해준다. 구조적 불평등에 분노를 느꼈 다면 사회적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무관 심한 것들로부터 상처받을 순 없고, 관심을 끄지 않는 한 상처받 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달갑지 않은 느낌을 위해서 공간을 만드는 시도는 고통 을 느끼는 작업에 능숙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당신은 느 낌을 지니고 있는 것에 서툴 수도 있다. 늘 어떤 감정들로부터 도 망치려 했다면 회피하는 연습은 부단히 해온 반면, 느낌을 지니 고 있는 연습은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고통을 느끼는 것에 노 련해진 스스로를 상상해보라. 그것은 고통이 삶에 파고들 때 그것을 느끼되 휘둘리지 않고 있던 자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수용acceptance'이다. 수용은 너무도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어온 데다 '체념'과도 비슷하게 쓰여서 다소 모 호한 용어가 되었다. 우리는 패배와 상실을 수용한다. 처벌을 수 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용은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낯 선 이의 친절과 호의를 받아들인다. 사람들의 덕담과 선물을 받 아들인다. 마찬가지로 불안, 스트레스, 걱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메일로도 할 수 있는 얘기를 직접 하려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 처럼 달갑지 않은 생각과 느낌을 수용할 공간도 낼 수 있다. 수용을 연습하려면 먼저 받아들이는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을 받아들일지 명확히 해라. 실패를, 혹은 비참한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들과는 달리 당신은 결과에 대한 통제권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스티븐 헤이 즈 박사는 그 점을 멋지게 표현했다. “당신의 상황이나 행동을 받 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과거와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받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과정중심치료의 한 형태로서 수용전념치료' 라는 제목의 2020년 워크샵에서 그가 한 말이다.) 다시 말해, 살아오면 서 축적한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놀랍 도록 다양한 감정들을 체험하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인간의 특별 한 능력을 받아들이고 또 경탄하라는 것이다. 비록 사소한 차이일지라도 당신이 쓸쓸한 기분과 비참한 기분을 구분할 줄 알고, 짜증 나는 것과 화가 나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는 건 놀라운 일이 다. 당신에겐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고(물론 그 힘의 범 위는 당신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행동을 선택 할 힘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과거와 느낌들은 그저 그 자체로만 존재할 뿐이다.
- 다양한 받아들이기 기술을 시도하다 보면 낯선 곳에 도달하게 된다. 그 깨달음의 순간을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어 느 순간 느낌과 싸우고 있지 않으며, 편안히 숨 쉴 수 있고, 느낌 을 아무 조건 없이 그대로 놓아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소 낯 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금 홀가분한 기분이 들고, 그 상태에 잠시 머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수용의 기술을 습득해가고 있는 것이다.
운동이나 학문적 기술과 달리 수용의 기술은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연습할 수 있다. 어떤 감정이든 느껴질 때, 연습해라. 유쾌한 감정으로 연습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건 이미 잘할 것이다. 우리는 좋은 느낌에는 기꺼이 마음을 열면서도 '나쁜' 것 이라고 이름 붙인 느낌에는 그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신호등의 빨간불이 유독 길게 느껴질 때 연습해라. 세 번째로 시 한을 어긴 동료에게 화가 나는가? 연습해라. 6분 전에 받은 상사 의 메일에 아직 답장을 하지 못해서 조급한가? 연습해라. 주말에 끝내야 하는 집안일 때문에 스트레스받는가? 그 느낌을 위한 공 간을 만들고 목표에 부합되는 행동을 시작해라.
- 느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안달하는 대신 느낌이 존재할 공간을 주고 그동안 다른 중요한 일 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연습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고통 을 위한 고통은 좋아하지 않는다. 힘든 일을 하려면 목적이 있어 야 한다. 따라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만약 불편한 느 낌이 나타날지, 그 느낌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어떤 강도일지 더 이 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 느낌은 삶의 한 부분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느낌이 그토록 집요한 이유는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늘 우리에 게 이로웠다. 그러나 오늘날의 다양한 상황에서 동일한 가정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따라서 느낌이 항상 유효하고 때로는 도움 이 된다고 해도 언제 느낌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언제 뒷마당에서 떼를 쓰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 이상의 관심을 주지 않고 호들갑을 떨도록 느낌을 내 버려두는 것, 그것이 바로 수용 연습이다.
수용의 대상은 느낌이지 행동이나 상황이 아니다. 수용 하려면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를 볼 때처럼 느낌을 바라봐 야 한다. 불쾌한 느낌이라면 더더욱 연습해야 한다. 불쾌한 느낌 을 위한 공간을 만들 때 교묘히 회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 견한다면 다시 관찰 단계로 돌아가라. 관찰이 지속 가능한 상태 에 접어들면 수용에 가까워진 것이다.
- 자기친절은 거창한 무언가일 필요가 없다. 아침식사를 먹는 것일 수도 있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일 수도 있고, 자정이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일 수도 있다. 자기친절은 간 헐적으로 실행할 때보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실행할 때 더 도움 이 된다. 자기친절의 장점은 걱정하느라 혹은 지나간 일을 곱씹 느라 허비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완벽주 의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생산성이겠지만), 진정성 있게 사람 들과 교류할 수 있다. 자기친절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 는 사람 대하듯 바라보라.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 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 당신이 야외활동에 가치를 두거나 모험 을 떠나는 것에 가치를 둘 수 있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기 친절에 가치를 둘 수도 있는 것이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을 안다는 것  (0) 2024.03.31
물욕의 세계  (1) 2024.03.18
필링 굿  (1) 2024.03.12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2) 2024.02.01
느끼고 아는 존재  (1) 2024.01.17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