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되면 자살률이 높아짐. 여러 이론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그중 하나는 이즈음 사람들이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신의 정서상태를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논리. 겨우내 우울했던 사람이 봄이 되었는데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자 날씨가 화창해졌는데 여전히 나는 활기가 안 생겨...라며 환하게 밝아진 세상과 어두운 자기 내면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절망에 빠짐. 비교를 많이 할수록 우울할 때 느끼는 고통은 더 커짐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사회적 비교를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름. 불행한 이들은 사회적 비교를 많이 한다. 자신이 타인에 비해 우월한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실제상황보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고 그것에 크게 영향받음. 

- 행복한 사람들은 사회적 비교정보를 무시.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천차만별이고 각자 나름대로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 여김. 누구의 삶이 옳다, 그르다 평가하지 않고 기쁨의 원천을 알며 그것이 충족되면 충분하다고 느낌. 이런 가치관이 행복감을 결정함.

- 정서문제를 다루는 치료의 핵심은 두가지.
첫째, 감정 해상력을 키우는 것.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에서 떨어졌다면 슬픈게 당연. 슬픔은 일차 감정이다. 난 노력해도 안되나봐...라며 자책하고, 맞아, 내 인생은 언제나 불운으로 가득했어...라며 한탄하는 건 메타감정이다. 괴로워도 견뎌내야 하는 일차감정에서 자신을 두번 아프게 만드는 메타감정을 분리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번째 치료목표. 이렇게 구분해서 관찰할 수만 있어도 고통의 무게가 줄어듬
감정이 자신을 괴롭힐 때는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해야 함. 중요한 시험을 목전에 두고 불안을 느낄 때 '앞으로 대체 어떤 일이 닥칠까?'라는생각에 파고들면 메타감정이 소용돌이처럼 일어남.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로 생각을 돌려 놓아야 함.
살면서 누구나 겪는 고난이 불러일으킨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고 그걸 느끼는 자신이 비정상인 것도 아님. 일차 감정으로 인한 괴로움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옅어짐. 싫든 좋은 당연히 경험하게 되는 감정이라면 그것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치료의 두번째 목표다

-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묻는 질문에 누군가는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적극적 태도라는 이도 있을 것이고, 변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한 투지와 집념이라고 답하는 이도 있을 것임. 모두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지만 저는 다르게 답하겠습니다.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경험에 대한 개방성. 치유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서도, 치료기법을 상담에 적용하기 위해서도 환자의 마음이 새로운 경험을 향해 열려 있어야 변화가 일어남. 이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요소. 
삶은 경험이고 경험 그 자체가 인생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은 일도 경험을 통해야만 가능함. 비록 원하는 바를 이룰지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간절히 소망하는 것을 향해 나를 던져 놓고 또 뛰어들고 또 다시 부딪혀 나가는 동안 무수한 체험들이 나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듬. 이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생의 목표란 게 있다면, 그것 또한 세상이 던져주는 경험을 온몸으로 끌어안아 나란 사람을 점점 더 충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 자신의 손등을 몇 분간 뚫어져라 바라보면, 손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손 위로 개미가 기어가거나 맥박이 뛰는 듯한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됨. 평소에는 모르고 있었던 이상한 점 같은 것이 눈에 띄어 괜히 쓸데없는 걱정에 빠지기도 함. 자기를 뚫어지게 관찰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부정적인 점에 초점을 기울이고 별것 아닌 것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임. 실제로 사회불안장애, 수행불안장애를 가진 환자는 이런 자기초점 주의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남의 평가대로 자신을 규정짓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 집중해야 함. 자기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다른 무언가로 바꾸려고 하면 자기초점 주의에 빠져들어 더 긴장하게 되고 자신감은 떨어짐. 실수도 잦아짐. 나는 누구인가? 내 성격은 어떤가? 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를 벗어난 무엇, 혹은 누군가를 향해 헌신하면 불안은 저절로 옅어짐.

- 등산을 해보면 산을 오를 때 눈에 띄지 않던 꽃들이, 산을 내려갈 때 오히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힘겹게 위를 향해 걷느라 놓치고 살았던 것들이, 삶의 지향이 바뀌는 중년이 되면서 비로소 마음에 들어오게 되는 것.
은퇴 후 삶은 자기 삶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시기. 사회적 성공이나 경제적 부 등 세속적 성취를 했느냐가 아니라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나, 그리고 앞으로는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하는 시가.
젊다는 것은 아직 가슴 아플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아직 두려워한다는 것. 은퇴한 지금이 두렵ㄷ면 당신에게는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는 뜻. 그리고 여전히 젊음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미래 시간관이 강한 사람은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함. 현재를 희생하고 현재 삶에 주어진 경험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서는 살아 있다는 느낌, 그래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경험하기 어려움. 희생에 따른 피로와 무기력이 언젠가 따라온다.
미래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현재지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 지금 현재의 경험에 충실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 사람은 시간이 흐르고나면 자신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함.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다보면 나중에는 결국 후회만 남게 됨.
앞으로 닥칠일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손끝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을 음미해야 함. 쏟아지는 햇빛을 즐겨야 한다.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고 느끼는 연습이 필요.

- 아프리카 전통에 우분툴는 개념이 있다. 우분투는 '사람은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는 의미. 나라는 사람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필요. 옆 사람이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없어짐.
외향인에게는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그런 사람이 필요함. 누구라도 좋다. 그 사람을 마음에 떠올렸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지금 전화해서 '지금 네가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너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 마음의 성장은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벗어날 때 시작됨. 후지와라 신야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굴곡 없는 일상에 지쳐갈 무려 새롭게 활기를 불어넣어준다는 의미에서 일부러 약간 위태롭게 보이는 다리를 건너갈 필요가 있다. 트래블에 트러블이 때로는 필요한 법이다.'

- 나쁜 사고 한번 없이 인생을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울증이라는 질환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외부적인 환경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일컬어 일차적 문제라고 부름.
문제는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니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우울증 치료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핵심. 삶에 던져진 스트레스에 대응하려고 취하는 행동이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강화할 수 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커짐.
살면서 일차적 문제에 압도당한 사람은 꼼짝 못 한 채 자기자신을 놓아버리기 쉬움.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있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 고민에 빠지는 것도 당연함. 왜 직장을 잃게 되었는지 왜 건강이 나빠졌는지 왜 사고가 생겼는지 자꾸 고민하는 것은 사고하는 동물인 인간의 본성이다. 문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도 우리 마음의 보편적 구동방식. 문제는 이런 자연스런 반응이 반복되고 강화될수록 우울증이 발병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
이렇듯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나타나는 이런 행동반응들이 우울증을 일으키는 진짜 원인. 일차적 문제가 생겼을 때 우울증을 유발하는 개인의 행동반응을 일컬어 이차적 문제라고 한다.
-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잠만 자는게 이차적 문제다.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난 안돼...라며 자책하는 것도 이차적 문제. 고통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는 것,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것, 사람을 만나지 않고 고립되어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나에게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라는 생각에만 빠져 있는것. 모두 이차적 문제.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차적 문제다.
정리하면 일차적 문제는 외부에서 발생하여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뜻하고 이차적 문제는 일차적 문제에 대처하며 나타내는 비효율적인 행동반응에서 비롯됨. 일차적 문제를 맞닥뜨린 모든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지만 이차적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보통 우울증에 걸리면 일차적 문제에 매몰되어 있긴 쉽지만 실은 나를 옭매고 있는 이차적 문제들을 살펴봐야 함. 눈먼 황소의 뿔에 받쳐도 꿋꿋이 살아날 가능성은 여기에서 시작됨.
일차적 문제는 대체로 금방 해결되지 않음.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울증에 빠져 있다면 일차적 문제를 감당할 수도 없고 그런 상태에서 해결하려고 덤벼들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만 크다. 아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이차적 문제 즉 우울증을 일으키는 자신의 행동반응으로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리고 거기서 벗어나야 함. 일차적 문제는 그 이후에 해결할 수 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쇠는 행동에 있다. 우울증 치료는 우울증 환자의 행동이 자기 의도화는 다르게 자신을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 기쁨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나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재구성하게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목표

- 무기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회피를 인식하고 그것을 멈추어야 함.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집착할 것이아니라 우선 내 안에서 심리적 회피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이해하는 일이 필요함. 심리적 회피를 멈추기만해도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큰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울증 환자가 회피행동을 보이는 중요한 이유는 흥미감소와 의욕저하 때문이지만 이외에 숨겨진 다른 결정적 요인이 있는데 바로 문제해결능력의 저하다. 우울증으로 인해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방안이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 것. 우울증 환자에게서 인지장애가 동반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결정과 수행능력의 장애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환자 모두에게서 관찰되고 있음.
우울증이 새어나올 틈을 막고자 항상 바쁘게 산답시고 중독에 빠지는 것은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것임. 술, 약물, 성관계, 도박, 일에 중독되어 슬픈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인데 이런 중독행동은 일종의 회피행동임.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벗어나기 힘들뿐더러 중독행위가 끝나고 하면 우울증이 더 심해짐. 우울증, 중독 다시 우울증, 이런 악순환에 빠짐.

- 지금 어깨에 우울증이라는 괴물이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괴물이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 내가 힘든 것인데, 우울증에 걸린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난합니다. 어깨 위 괴물이 올라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괴물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한채 말입니다. 때문에 우선 괴물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 그리고 자기비난 대신 연민어린 목소리로 자신을 대해야 함.
치료현장에서는 은유를 자주 사용합니다. 우울증 환자에게 종종 말하는 부러진 다리 은유가 있다. 우울증이 있는 내담자는 증상으로 힘들어하고 좌절하는데 정작 이들은 우울증이 빨리 좋아져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치고 압박함. 이럴 때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다리가 부러진 직후에도 이렇게 자신을 질책하시겠어요?" 라고 말입니다.
부러진 다리가 치유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1.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2. 인간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느느 존재다
3. 사람은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한다
4. 삶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5.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6. 미리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7. 회피보다는 수용, 도피보다는 직면을 선택함으로서 삶의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
8. 사람은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힘을 얻지만 항상 그럴수는 없다
9. 다른 사람 때문에 내 감정이 전적으로 변한다면 내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10. 모든 감정을 옳다.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것에만 집중하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위한 행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

- 우울증에 걸리면 아침에는 좀처럼 활동을 시작하기 힘들어져 대낮이 될 때까지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다. 밤에는 기분이 그나마 나아져 활동하기가 수월함. 반대로 조증일때는 새벽부터 일어나 활동을 시작. 하루의 수면-각성 리듬은 흔히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되는데 우울증과 조증은 생체시계의 고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간 활동이 많아져 수면시간이 줄거나 야간에 인공 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생체리듬이 교란되고 이렇게 어그러진 생체시계는 우울증의 발생위험을 높임.
일상 루틴이 붕괴되면 우울증이 지속됨. 이는 다시 말해 건강한 일상 루틴을 만드는 것이 우울증 재발을 예방한다는 뜻. 이왕이면 일과가 가치지향적 방식으로 구성될 때 더 효과가 크다. 건강한 일과는 정서를 건강하게조절함.

- 통곡물, 과일, 채소, 견과류, 콩, 살코기,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탄수화물과 가공식품은 발병위험을 높임. 오메가3 지방산, 아연, 마그네슘, 철분, 비타민B 같은 영양소는 우울증 예장에 특히 효과가 좋음.
영양정신학에 따르면 연푸른색의 아보카도,연어살, 호두, 시금치, 포도 등 색깔이 다채로운 식탁이 시각적으로도 영양학적으로도 뇌를 즐겁게 하고 정신건강도 지켜줌. 기분과 음식이 신경으로 연동되기 때문. 무엇보다 항우울제 효과를 내는 비타민B가 풍부한 음식이 좋다. 붉은색 고기, 통곡물, 소간 혹은 시금치처럼 색이 짙은 채소에 비타민B가 많다.
비타민D는 천연 항우울제다. 햇볕뙤고 걸으면 비타민D가 생성되고 우울감은 사라짐. 연어, 고등어 등 기름진 생선과 달걀노른자 등에 비타민D 원료성분이 많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구조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개선에 도움된다는 연구도 있을 정도인데, 굴, 콩, 호두, 씨앗류, 들기름 등에 많다.
아연, 마그네슘 등 전해질은 항불안 효과를 내는데 이는 결핍시 불안장애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 아연은 살코기, 호박씨, 게, 검은콩, 두유, 아몬드, 치즈에 많다. 요즘 영양제 성분으로 많이 거론되는 글루타치온 등 아미노산은 기분조절 단백질을 생산하고 뇌세포 손상시 복구하는 데도 기여. 글루타치온이 많은 음식은 달걀, 콩, 아스파라거스, 감자, 고추, 당근, 아보카도, 호박, 멜론 등이다.
- 요즘 주목하고 있는 것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장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장내 유익균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는데, 이는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결정적 역할을 함. 우리 뇌가 장과 미주신경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 쉽게 말해 뇌가 장에 사는 박테리아의 종류를 바꾸기도 하고 장내 세균이 신경화학물질을 생성해서 뇌기능을 조절하기도 함. 기분을 결정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신체 공급량 중 95%는 장내 세균에 의해 생성됨.

- 20세기 초반 득세했던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는 환자의 무의식을 탐색. 그 안에 있는 갈등, 방어기제, 욕구를 치료자와 함께 찾는 것임. 치료자는 환자의 과거경험,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전이를 다루고 해석함. 환자가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면서 감정과 욕구 그리고 갈등과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무의식을 의식화할 수 있게 이끄는 것.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히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20세기 후반에 이르자 치료경향이 변함. 인지행동치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론 벡은 정신분석적 정신치료가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인지 의문과 회의를 느꼈다.
벡은 부정적으로 왜곡된 인지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핵심이라고 봤고 이를 수정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인지치료를 개발하게 된 것인데 여기에 행동치료가 결합되어 인지행동치료로 자리잡음. 인지치료는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해석과 믿음을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춤. 왜곡된 사고를 확인하고 그것의 현실성과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오류를 수정하여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줌.

- 대표적인 항우울제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현재까지 가장 많이 처방됨. 이름처럼 이 계통의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외에 다른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음. 아주 선택적으로 세로토닌이 뉴런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세로토닌의 활성도를 높임. 프로작, 서트랄린, 페록세틴, 시탈로프람, 에스시탈로프람, 플루복사민 등의 약제가 SSRI에 속함.
같은 계열의 약제이나 효과와 부작용은 다름. 플로옥세틴은 SSRI제재의 원조에 해당하는 약제로서 같은 계열의 다른 약제에 비해 식욕저하와 항거식 작용이 있고, 서트랄린은 세로토닌뿐 아니라 도파민 활성도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인지 및 주의력 향상에 도움이 됨. 파록세틴은 진정효과가 크고 에스시탈로프람은 같은 계열의 약제 중에서 세로토닌에 대한 특이성이 가장 커서 부작용과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 환자가 감정적으로 불편해할 만한 이야기는 우선 피ㅎ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금물. 너무 사소한 질문을 하거나 디테일한 것들을 일일이 언급하면 환자가 부담을 느낌.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환자의 말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음. 특히 환자가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남 탓이나 비난을 쏟아냈을 때 바로잡아 주려고 하면 안된다. '지금 너무 힌들어서, 견디기 어려워서 그러는 거구나'하고 헤아려 줄 것.
가벼운 대화가 제일 좋다. 우울증 환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주제를 다루는 것. 구체적 정보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보다 재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다. 반려견, 텔레비전 프로그램, 날시, 스포츠, 대중문화, 패션 등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물론 이야기 소재도 개인의 선호와 취향에 따라 다르다.

- 솔직한 대화도 조심해야 함. 속마음을 다 털어놔봐...라던가 그동안 말 안하고 참고 있었던 것을 꺼내봐라, 함께 이야기하면서 털고 가자, 라고 하면 환자는 오히려 감정적으로 힘들어함. 솔직한 대화라는 건, 보통 사람들도 평소에 하기 힘든 법. 건강할 때도 다루기 힘든 주제의 이야기를 우울한 기분에서 꺼낸다는 건 더 어려운 일.
가족에게 힘든 대화주제가 있다. 환자가 가족을 비난하고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아버니, 어머니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경우. 그걸 듣고 있는 가족은 참기 어려울 때가 많을 것임. 억울한 마음은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바로 반박하거나 방어적으로 나가면 대화가 끊어짐. 환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해도 일단은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억지로 "네 말이 다 맞다. 부모인 내가 다 잘못했다"며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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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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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복을 풀다

심리 2024. 11. 9. 15:20

-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사건도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힘은 없다. 우리가 사건에 그런 힘을 자진해서 허락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어떤 사건을 구태여 끌어내 생각하고, 부정적인 면을 반추하며 만들어낸 불행으로 우리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 뿐이다. 불행이 우리 생각내에 굳건히 살고 있다면 더 낫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만이 우리 고통을 잠재우는 유일한 해법이다.

- 깊은 조건형성, 재생되는 생각, 억눌린 감정이 치명적으로 뒤섞이며 우리이 신념체계를 만들어낸다. 그 신념체계가 우리의 행복 상태와 삶의 방식을 결정함. 신념체계는 우리 내면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가 현재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 끊임없이 파고들면서도 때로 정확히 찾아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우리가 머릿속에 받아들이는 정보의 출처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밥상을 받았지만, 음식이 상했거나 병원균에 오염된 것이란 걸 알면 아무도 먹지 않을 것임. 당신이라면 맛이라도 보려고 하겠는가? 마찬가지로 나쁜 생각은 영화 인셉션이 시작되는 장면에서 디카프리오가 언급하 기생충에 해당한다.
"부정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마라."

- 나쁜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모든 것에 의문을 품으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만이 아니라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에도 의문을 품어야 한다.

- 우리는 우리 신념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항상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지낸다. 또 우리가 자신만만하게 세상에 나가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정작 착각에 빠진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일 수 있다는 것도 잊고 살아간다. 세상과 접촉해 살아가는 동안, 또 생각을 재생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잘못된 곳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것도 잊는다. 우리를 잘못된 길로 끌어가는 많은 막연한 환상의 출처가 바로 우리 자신이어서, 우리에게 우리가 최악의 적일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잊고 지냄. 우리의 믿음은 수많은 작은 입력의 결과물이다. 그 기원을 추적해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 최종적 결과(우리 뇌를 가득 채운 현재의 생각)의 타당성을 점검함으로써 입력의 옳고 그름을 확인할 수 밖에 없다.

- 자본주의 사회가 내일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욕심을 탐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 우리는 내일 눈을 뜨면 거짓말로 뒤덮인 하루를 맞이해야 한다. 광고주는 우리에게 필요없는 물건으로 계속 우리를 현혹하며 지킬 의도도 없는 약속을 쏟아낸다. 방송국은 지독히 부정적이고 편향된 시각으로 사건을 보도하며 시청자에게 TV화면에서 떨어지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심어준다. 친구들도 선의겠지만 자신들의 신념체계로 우리를 끌어들이려 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강요. 할리우드는 우리가 푼돈이라도 영화관 매표소에 떨구기를 바라며 섹스와 공포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를 끊임없이 제작함. 정치인과 기업가, 심지어 사상가도 우리에게 성공과 경력을 우선시하라고 설득하며 자극적 강연을 계속한다.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그들의 상품을 계속 구입하는데 그들이 굳이 변할 이유가 있겠는가?

- 우리 뇌의 야수적 행동방식을 관찰해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훈련법중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경청. 우리 머릿속에 일어나는 대화를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나는 내 뇌를 베키(때로는 브라이언)이라 부른다. 그렇다. 이름을 붙여두는 게 내 뇌가 아니라는 걸 나에게 깨닫게 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
또한 머릿속에 끝없이 되풀이되는 생각을 듣고 순종하가너 닥치라고 소리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함. 베키는 특히 무시받을 때 말이 많아진다.
- 내 뇌를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달리 말하면 베키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베키는 내가 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끊임없이 말하는 의욕을 놀랍게도 상실한다.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을 만한 조용한 장소에서 핸드폰 타이머를 25분에 맞춘 뒤 핸드폰을 엎어 두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신 뇌가 제멋대로 날뛰게 놓아두어라. 뇌가 원하는 만큼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내버려 둘. 두가지만 지키면 된다.
1.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주의깊게 듣고 인정하며 소리내어 되풀이한 뒤 놓아버려라. 어떤 생각에도 매달려서는 안된다. 분석하지도 해법을 제시하지도 마라. 그 생각을 인정한 뒤에 뇌에게 다른 생각을 요구하라
2. 뇌가 원하는 어느 방향으로 치닫게 놓아둬라. 그러나 어떤 생각도 두번 되풀이하도록 허용하지는 마라. 뇌가 똑같은 생각을 되풀이하면 즉시 지적하며 다른 생각을 해보라고 요구하라.

- 생각이 감정을 유발할 때까지 따르는 길은 뉴턴의 운동법칙 만큼이나 예측가능하다. 예측가능하고 반복되는 것은 무엇이든 수학으로 표현가능. 감정은 그만큼 예측가능해서 어떤 감정이든 간단한 수학방정식으로 요약됨. 예컨대 부러움은 다른 사람이 가진 걸 나도 가졌으면 좋겠는데 내게는 없다는 생각에서 유발되는 감정임. 요컨대 당신이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과 당신이 실제로 가진 것의 비교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부러움 = 다른 사람이 가진 것으로 나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 - 내가 실제 가진것"
"후회 = 내가 했어야 했던 것 - 내가 실제로 한 것"

- 하루라도 좋으니 이렇게 시도해 보라. 당신도 자유롭게 느끼고, 다른 사람들도 당신 앞에서 자유롭게 느끼도록 도와줘라. 그럼 당신 세계 전체가 변할 것이다. 당신에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당신을 피난처, 드문 안식처, 즉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안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가면을 벗고 감정을 자연스레 흐르게 할 때 당신은 진정한 환희를 찾게 될 것이다. 낯 뜨겁게 들릴 수 있지만, 그 환희는 신체적 접촉만 없을 뿐 당신이 지금껏 경험한 최고의 섹스만큼 좋은 것이며, 다른 사람의 본질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관계의 진수라 할 수 있다.
감정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사람을 심판하기를 멈출때, 더 나아가 우리 자신도 자유롭게 느끼며 감정을 드러낼 때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 기억하고, 감정이 삶의 양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감정이 없으면 우리 삶은 재미도 없고 단조롭기만 할 것이다. 사랑과 웃음과 설렘, 심지어 약간의 불안과 부끄러움과 후회는 우리가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순간들이다.

- 감정적으로 민감한 사람의 경우 다른 감정의 신체적 특징을 감지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예컨대 공황은 뇌가 임박한 위협을 앞두고 몸에게 도피반응을 준비시킬 때 사용하는 감정임.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이 아니더라도, 에너지가 달아나고 싶은 욕망과 뒤섞인 형태로 분출하며 두려움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한편 분노는 우리에게 투쟁반응을 준비시키는 감정이다. 화가 치밀면 피가 끓고 긴장감이 몸으로 느껴지며 공격하고 싶어진다. 두려우면 심장이 두근대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며 어딘가에 숨고 싶다. 혐오가 밀려오면 구역질이 난다. 나쁜 것을 먹었을 때, 누군가의 비윤리적 행동을 보았을 때 유발되는 느낌이 똑같다. 뱃속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움찔하며 혐오감을 주는 것을 피하려 한다. 슬픔은 우리를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고 양보하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반면에 흥분하면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생각이 낙관적으로 변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 많은 것을 찾고 싶어진다.

- 그 아이를 보듬어 안고,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
당신이 그렇게 상처를 입고 불안감과 초초함에 시달리며 부끄러워 하고 혼란에 휩싸인 아이일 수 있다. 당신이 바로 그런 포옹이 필요한 감정적인 아이일 수 있다. 우리는 감정을 처리하는 수준에서 여전히 어린아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절실하게 필요한 포옹을 스스로 멀리하며 살았다
심리학에서 정신적 외상을 처리하는 기본적 방식은, 환자가 피하려고 애쓰는 것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서 해소하지 못해 찌꺼기처럼 남은 감정을 찾아내 인정하고 처리하는 공간을 환자에게 허용하는 것. 감정이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우리를 괴롭히기 전에 그 감정이 표면화 되도록 허용하는 게 어쩌면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다. 부정적인 면이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기 전에 그 부정적이 면을 깔끔히 세척해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우리는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허용하듯이 우리도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를 다정히 껴안아주듯이 우리 자아를 다정히 끌어안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감정과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함. 감정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감정이 얼굴을 내미는 순간부터 그 결과로 취하고 싶은 모든 행동 사이에 공간을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런 공간이 있어어 우리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성장과 자요가 결정된다."

- 감정을 설명하는 유명한 이론 중 하나가 제임스-랑게 이론이다. 윌리엠 제임스와 칼 게오르그 랑게가 제창한 이론으로, 이 이론에 따르면 심리변화가 먼저고 감정은 이차적이다. 예컨대 어떤 위협이 당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심박이 빨라지고, 눈은 달아날 곳을 찾는데 집중됨. 이런 반응은 자율적이고 불수의적이다. 교감신경계에 의해 순식간에 일어남. 이런 반응이 먼저 있은 뒤에 우리는 극심한 공포에 빠져 허둥지둥하는 이유를 알게 됨. 
이때 변연계는 신체적 조건의 변화를 위협가능성의 증거로 해석함. 두려움이나 극심한 공포 같은 감정이 생겨나고, 그 감정이 우리 몸에게 위협의 존재가능성을 확인하고 명령함. 그래서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교감신경계는 더욱더 스트레스를 받음. 이런 이유로 친구가 짓궂은 장난을 하면 우리는 먼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반응을 보이고, 그 뒤에야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짜증을 낸다. 위협이 충분히 크면 우리는 생리적 징후를 느끼며 한 박자를 놓치고, 한참 뒤에야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고는 그에 정서적으로 대응한다.
우리가 겁나기 때문에 달아나는 것이 아니다. 도망치려 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 뇌의 한정된 자원, 과제를 전환하는 비용, 가변적 프로세서를 한꺼번에 생각하면, 행복한 마음을 찾아가는 단축경로는 산만한 마음을 떨쳐내고 의도적인 집중에 뇌의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는 데 있다는 게 분명해짐. 이런 점에서 현재 존재하는 것에 대한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이 그렇듯이, 경험에 근거한 사고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생각을 완전히 중단하는 데 효과가 있음.
- 결국 당신의 삶을 충만히 경험하려면 한 번에 하나를 해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함.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 그 대화를 충만히 즐겨야 한다.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춤을 춰보라. 세금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온전히 집중하고 그 세속적인 작업을 끝내가는 과정을 즐겨라. 그럼 모든 일이 더 쉬워질 것이고 그 결과로 더 빨리 끝내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을 충만히 살게 된다는 것이다.
때때로 나는 이 훈련법을 먹는 것에도 적용한다. 한 입을 베어먹고, 완전히 맛을 음미한다. 충분히 씹고 삼킨 뒤에 다시 한 입을 먹는다. 이른바 마음챙김 식사법은 세련된 형태의 명상법이다. 혼합 견과류로 마음챙김 식사법을 시도해보라. 하나를 입에 넣고 맛을 충분히 음미한 뒤에 다른 견과류를 경험해보라. 훨씬 더 좋은 방법은 감각의 분리를 시도해보는 것. 자연을 관찰할 때는 귀마개를 하고, 음악을 감상할 때는 눈가리개를 사용하라. 이렇게 하면 당신이 감지하려는 것에 뇌 자원 전부를 투입하는 것이기에 경험의 효과를 몇 배나 높일 수 있음.

- 몰입상태에 들어가면 우리 뇌에서는 전두엽의 활동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남. 이대 전전두피질의 일부에서 일시적으로 기능이 억제됨. 전두엽 활동량 감소가 주의결 결핍 장애, 궁극적으로 불행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몰입의 경우는 전전두피질에서 자기비판과 관련된 영역이 비활성화되는 듯하다. 따라서 당신에게 제대로 일을 못한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징징대는 목소리가 잠잠해진다. 그 결과로 해방감에 젖어 천재적인 창의력이 번뜩일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자신을 비판하지 않으면 뇌가 과잉분석하며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에 자원을 허비하는 게 중단된다. 이러게 뇌의 잔소리가 중단되면 우리는 더 본능적으로 현실세계와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정상적인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종류의 의사결정을 모색하기 시작. 비유하면 영화 매트릭스에서의 네오처럼 된다. 모든 것이 느려진 듯해서 우리는 빠르게 날아드는 총알을 보고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됨. 최소한의 노력에 최대의 성과, 즉 모든 공학자의 꿈이 이루어진다.

- 행복흐름도는 어떤 사건이 우리 기분을 어지럽힐 때 문제를 해결해 우리를 신속히 행복상태로 되돌리도록 뇌를 어떻게 단련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요약해 보여준다. 어떤 감정을 인식하면서 인정하고, 심지어 포용하는 방법까지 배웠다면 그 감정을 유발한 생각을 찾아내서 세가지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1. 그것이 진실인가? 내 행복감을 좌우하는 생각이 타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있는가? 그 생각이 뇌가 만들어낸 허구라면 당장 잊어라. 반면에 진실이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랄
2. 그것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가? 불행은 생존 메커니즘에 불과하다. 불행은 뇌가 우리의 생존과 성공에 부적절한 조건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다.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지체없이 하라. 그래야 불행이 사라지고 당신의 세계가 더 나아진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라.
3. 수용하고 전념할 수 있는가? 우리 삶은 때때로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삶은 어떠해야 한다는 희망에 부응하지 않고, 바로잡거나 개선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현재 상황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을 때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닥친 역경에도 불구하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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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종결욕구가 필요한 이유
인간에게는 인지적 종결욕구가 반드시 필요. 종결욕구가 없다면 우리가 익히 아는 삶은 불가능함. 이것은 필수적인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끊임없는 결정거리가 수반되는 삶에는 어느 정도의 확실성이 필요. 우리는 혼잡한 길을 건널때 도로에 다가오는 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식료품을 살 때는 그 물건이 신선한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때는 아이들이 안전한지, 의사의 조언을 들을 때는 그 의사가 신뢰해도 될 만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런 계산을 잘못하면 독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성이 없느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 놓이고 만다. 분석마비에 빠진 채 어떤 생각과 행동도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잠재적으로 보면 결정을 내리기 전의 정보수집 단계는 끝이 없다. 옳은 결정이라 확신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모았다고 알려줄 객관적 신호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정하지 않으면, 결국 이런저런 일들이 불시에 우리를 덮칠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충분히 준비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가 결정을 내리지 ㅇ낳으면 상황이 우리대신 결정을 내릴 것이다.

- 음주나 피로, 더위 또는 시간압박에 얽매여 심리적으로 큰 부담감을 느낄 경우, 폭넓게 사고하길 회피하고 서둘러 종결을 추구함. 그런 탓에 종종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위험한 일에 휘말리기도 함.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우선 두 가지 관련 사례만 보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가정폭력의 55% 가량이 음주 후에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하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낮 최고 기온이 29.4도 이상인 무더운 날의 전체 평균 범죄율이 2.2퍼센트라면, 폭력범죄 증가율은 5.7%에 이른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감안하면 이 연구결과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 연구를 비롯한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폭염에 따른 폭력행위 증가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장인 셈이다. 또한 충동적인 행동을 통해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는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사회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 확실성을 갈망하는 심리의 근원은 존립이나 안전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질병에 걸려 고통을 겪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좋은 예다. 한마디로, 확실성을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확실성의 갈망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인지할 때 일어난다.

- 인지적 종결욕구가 높거나 낮은 사람들은 유전자뿐 아니라 뇌 기능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임. 이것을 증명하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폴란드 야기에우워대의 마우고자타 코소프스카와 동료연구진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지적 종결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뇌의 사건관련 전위에서 N1 요소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N1요소는 특정한 일에 집중할 때 이것과 관련 없어 보이는 정보를 무시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 있다.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종결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집중력이 좋고 주의가 잘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유리한 강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불리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한 가지 생각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매달리는 탓에 다른 것은 잘 보지 못한다는 점. 한마디로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 실제로 마사 비올라와 동료 연구진들이 이런 현상을 실제로 증명했느느데, 뇌의 특정구역(전측 대상피질과 배외측 전전두피질) 사이의 연결이 줄어들면서 유연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남. 전기적 연결성의 감소는 뇌의 여러 구역이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이런 사람은 한 가지 아이디어에 갇히거나 사로잡혀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연구들이 종합적으로 증명하는 바에 따르면, 종결을 갈망하고 불확실성을 꺼려하는 개인의 성향은 어느 정도는 타고난 뇌의 메커니즘에 따라 결저오디며, 이런 뇌 메커니즘은 유전적 구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 불교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에 따르면 서기 4세기와 5세기에 로마제국이 몰락함과 동시에 유대교와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집단의 확산이 일어났다. 로마제국중심의 세계질서가 해체되면서 발생한 혼란과 불확실성이 종결을 향한 강한 욕구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음. 확실성의 추구와 신앙심 사이의 긍정적 관계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이외에도 많다. 학술 연구로나 우리 주변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벨기에 루벤대의 연구가 바실리스 사로글루가 발견한 신앙심과 인지적 종결욕구 사이의 긍정적 관계라든다, 01년 9.11테러 공격 다음 주에 일부 소매상에서 성경판매량이 40% 증가한 사례가 인상적이다. 또한 2차대전 도중과 직후에 캐나다와 북미에서 신앙심이 눈에 띌 만큼 뚜럿이 고조된 사례도 있다.

- 상황적 불확실성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중요한 핵심 두가지.
첫째, 불확실하거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쉽게 사람들의 자신감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둘째, 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에서 스스로의 위상을 확인할 기회를 주는 식으로 안정감과 행복감을 회복시키는 일 역시 생각보다 쉽다.
사람들은 안정된 기반과 사회적 지지를 늘낄 때 자신감을 되찾는다. 또한 안정감은 대개 자신이 속한 문화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속한 문화의 가치를 확인함으로써 자신을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느끼는 것이다.

-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면 흑백논리적 관점에 다른 지나친 단순화에 빠지기 쉬움. 이런 경향은 여러 영역에서 표출됨. 오락과 미학적 성향의 영역에서는, 선과 악이 싸워 이기는 도덕적인 이야기에 끌림. 이분법적 사고가 드러나는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이 입증하듯, 이런 이야기에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힘이 있다. 불안을 일으키는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로 도피하는 일은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하지만, 불확실성이 키우는 인지적 종결욕구는 심각한 갈등과 긴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이런저런 특징을 싸잡아 경시하는 음모론을 믿도록 조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흑백논리적 사고를 공식화한 형태라고 할 만한 포퓰리즘이 힘을 얻고,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처럼 독재자의 손에 권력이 주어질 수도 있다. 이런 추세는 대개 반목, 폭력, 파괴를 유발시켜 자칫 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지게될 가능성도 있다.

-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상황에 놓이면 규범이 비교적 느슨하고 자유분방한 민주주의 사회를 못 견뎌 함. 이런 환경에서는 확고한 지침을 제공하고 자신있게 견해를 밝히는 리더를 선호. 사고가 유연하고 반대 의견에 쉽게 흔들리는 리더는 높이 평가하지 않음.
우리에게 확실성을 주는 근원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내집단이기 때문에 우리는 내집단 안에서 피할 곳을 찾아 달려간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내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짐. 이런 충성심은 그 자체로 애국심ㅇ르 고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해진 국가주의와 집단 나르시시즘, 무조건적인 조국 찬미, 자신들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 종결욕구는 사회적 관계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침. 우리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내집단을 향한 감정, 내집단의 현실속 적이나 상상속 적에 대한 감정까지 좌우함. 사고의 영역에서 보면, 종결욕구가 높아질 경우 흑백논리적 관점을 선호하고 고정관념에 매달림. 불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조급한 결론을 내리면서 타당한 이유도 없이 자신감과 자기확신을 갖는다.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사람들의 기분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을 잘 헤아리지 못하게 된다. 메시지의 전달자(연설자나 작가)로서나 수신자(청중이나 독자)로서나 모두 의사소통 능력에 제약이 있다.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닫힌 마음이 기분 좋은 확신감을 갖게 할 수는 있지만, 치르고 싶지 않은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가 불확실성과 종결욕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한다면 우리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여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

-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불교의 관점
젊은 싯다르타의 자연스럽고도 대담한 불확실성의 수용과정은 서양의 관점과는 본질적으로 다름. 서양에서는 불확실성을 행동주의적 방식으로 대처하며, 적절한 훈련과 배움을 통해 불확실성을 바람직한 결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 반면 불교의 접근법에서는 불확실성의 수용을 설파함. 불확실성은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 모두를 가져오고, 고통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부분이며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통을 없앨수는 없지만 고통을 대하는 자세는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든 불쾌한 일이든 '어떤 일에 놀랄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충고. 세상은 무상함으로 가득하므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성공했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며, 실패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이 떠오르는 충고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만물에 대해 애착을 갖는 일도,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결과도 모르는 상황에서 갈망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에 집착하는 일도 모두 불합리하고 비생산적인 일일 뿐이다. 애착과 집착에 대한 극단적인 반응인 욕망과 회피는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을 병들게 하는 두 가지 주된 독이다. 이 두가지가 인간의 고통 대다수를 초래함. 

- 닫힌마음과 열린마음 모두 나름의 단점이 있으며, 대체로 중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유익함. 인지적 종결욕구는 불리한 면들을 갖고 있음에도, 전적으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님. 높은 종결욕구가 명확성과 결단성을 촉진한다면 낮은 종결욕구는 지나친 분석으로 인해 끊임없는 혼동과 모호함, 우유부단함을 유발할 가능성이 큼. 높은 종결욕구는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서든 혹은 집단이나 관계에 대해서든 흔들림없는 헌신을 북돋우고, 조국이나 가족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켜 대다수의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진척시키고 보호하도록 유도함. 어쨌든 헌신은 인간의 모든 노력에서 기본적 요소다. 헌신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 열린마음 역시 대체로 높이 평가되긴 하지만 전적으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움과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좇다간 지속적이거나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발전시킬 잠재력이 줄어들 수 있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과의 관계를 헤쳐나갈 때는 대개 중도를 지키는 것이 답이다.

- 불확실성의 과도한 회피나 과도한 추구는 결과에만 너무 치중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즉,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갈망을 갖게 되면서 생겨나는 결과다. 불교의 접근법에서는 실패를 피해 관습과 전통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완전히 미답의 영역에서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의연해질 것을 권한다. 삶이 던지는 피할 수 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초연한 감정을 가지면 마음의 펴오하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접근버에서는 그 무엇도 우리가 그토록 신경을 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고 조언한다.
리처드 칼슨의 말처럼 모두 사소한 일일 뿐이며, 천 년 전에 쓰인 전도서의 유명하 구절처럼, 헛되고 헛되며 모든 것이 헛된 것이다. 지나친 욕망을 억누르고, 성공과 실패에 덜 신경쓰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지금 추구하는 일에서 어느 정도의 초연함을 발휘한다면 건강한 온건함을 촉진시켜 불확실성에 대한 극단적 반응을 피할 수 있다. 그러면 미지의 상황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에도, 끊임없는 호기심과 지나친 모험 추구에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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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빠진 뇌

심리 2024. 9. 22. 17:34

- 4단계 치료법
(1) 재명명 : 고질적이고 강박적 행동을 하고 싶은 생각과 충동이 생길 때 거기에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 재명명을 한다호 해서 원치 않는 생각과 행동이 즉시 사라지지는 않지만, 행동반응을 바꿀 채비를 할 수 있다.
* 행동을 바꾸는 것이 뇌를 바꾸는 길이다.
* 공정한 관찰자를 키우는 것, 내 바깥에 서서 마음을 다해 주의깊게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2) 재귀인 : 이 충동이 나를 계속 괴롭히는 이유에 대한 의문에 답한다.
* 이 충동이 나를 계속 괴롭히는 이유는 강박장애라는 병 때문이야. 질병의 증상인 거지. 나를 괴롭히는 강박하고와 강박행동은 뇌의 생화학적 불균형과 관련이 있어.
* 뇌가 내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서 그런거야. 내 뇌는 생각과 경험을 적절히 걸러내지 못해. 그래서 내가 말도 안되는 생각과 충동에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거야. 잘못된 메시지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면, 뇌가 더 잘 작동해서 나쁜 생각과 느낌도 개선될 거야.
* 재명명과 재귀인은 서로를 강화하므로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알아차림과 이것이 뇌에서 나온 잘못된 정보임을 알아채는 인지적 이해가 함께 작용한다.
* 강박장애는 뇌의 생화학적 불균형과 관련이 있고, 이로 인해 뇌의 기어 전환장치에 문제가 발생한다. 뇌의 기어가 빡빡해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뇌의 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니, 오류감지회로는 계속 부적절하게 발화한다. 그래서 매우 불편한 느낌이 생긴다.
불편한 느낌에 대한 행동반응을 바꾸고 유용하고 건설적 행동으로 전환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장났던 기어전환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기어가 제대로 전환되기 시작하면, 불편한 느낌이 잦아들면서 제어가 훨씬 쉬워진다.
(3) 재초점 : 좀더 건설적인 행동에 주의를 집중. 핵심은 "다른 행동을 하라"
*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다른 행동에 집중하여 유용하고 긍정적인 일을 행함으로써 강박행동을 무시하거나 피하는 법을 배움.
* 초점을 돌려 다른 행동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뻑뻑해진 뇌의 기어를 전환하고 지능적으로 강박충동에 저항할 수 있다.
* 강박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15분, 아니 5분이라도 미루는 법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반응방지라는 기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4) 재평가 :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이 생길 때 그것들을 재평가한다. 
* 원치 않는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이 고개를 들자마자 평가절하한다.
* 재평가는 증상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이다. 즉 강박장애 증상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 강박장애 치료의 핵심 : 생각과 충동이 사라지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어떤 정서적 환경에서 그런 강박적 사고와 충동이 생겼는지를 심리학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생각과 충동이 알아서 사라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강박적 사고나 충동이 지나갈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굴복하는 태도야말로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 강박장애는 대단히 흥미로운 질병이기는 하나 어쨌든 질병이고 뇌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이 있으므로 뇌 자체가 변하거나 최소한 뇌 화학에 변화가 생겨야만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음. 행동치료만으로도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행동치료와 약물치료요법을 병행해서 이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 행동을 바꾸는 것이 뇌를 바꾸는 길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행동을 바꾸면, 뇌가 보내는 불편한 느낌이 차츰 줄어든다. 그러면 반응을 관리하고 제어하기가 쉬워진다.
느낌이 어떤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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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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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발생시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설령 코르티코스테론에 노출되어도 능력은 저하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스트레스에 익숙해지는 것은 일종의 기억의 작용이다. 현재의 환경을 스트레스로 느낄 필요가 없다고 뇌가 기억한 결과다. 
심리학자 헨케의 실험에 따르면 해마를 마비시킨 쥐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강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해마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자극하면 스트레스는 빠르게 감소한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것이 해마의 작용, 즉 기억이라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스트레스는 기억력의 천적이지만 기억력 역시 스트레스의 천적이다.

- 소리에 대한 공포, 케이지에 대한 공포. 이 두가지 반응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뇌에서는 전혀 다른 부위로 작용하고 있다. 소리만으로 몸이 떨리는 공포기억은 편도체라는 부위와 관계가 있다. 하지만 전류가 흘렀던 케이지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부들부들 떠는 공포기억은 해마와 관계가 있다. 가령 교무실에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상처를 받은 뒤 멀리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긴장하는 것은 편도체와 관련이 있다. 반면 선생님이 없는 교무실에 들어간 것 만으로도 긴장하는 것은 해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 해마는 공포도 기억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능도 담당함. 해마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면서 발달. 결국 반복해서 스트레스를 극복하며 해마를 발달시키면 더 강한 스트레스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 

- 요가의 달인들을 보면 심박수를 낮추는 등 스스로 몸의 기능을 조절한다. 말하자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것인데 빨간색이나 녹색표시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바이오피드백은 쉽게 그런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과학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처럼 스슷로 뇌를 조절하고 이용하는 것은 멀지 않은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연구분야가 될 것임.

- 대자연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과 만났던 상황이나 적을 피할 수 있는 길을 기억해야 함. 인간의 뇌에도 그런 특성이 남아 있어서 위기를 느끼면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짐. 그래서 동물들은 겨울이 되면 먹이가 있는 곳을 잘 기억하기 위해 기억력이 좋아짐. 사람의 뇌도 마찬가지임. 기온이 낮아지면 뇌의 깊이에 자리한 동물적 본능이 발휘되어 기억력이 좋아지고 업무효율이 높아짐. 

- 공복은 생물에게 위기상황이다. 영양섭취는 생명과 직접 관련된 일이다. 미국 예일대 호바스 박사는 공복과 뇌의 관계를 결정짓는 실험결과를 발표. 그는 그렐린이라는 생체물질에 주목했다. 그렐린은 위장이 비었을 때 방출되는 소화관 호르몬이다. 배가 고프면 혈관을 따라 위장에서 뇌로 그렐린이 전달됨. 그렐린이 시상하부라는 뇌 부위에 작용하면 식욕이 증진된다. 배가 고프면 식욕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바스 박사는 학습에 필수적인 해마에도 그렐린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 그렐린이 해마에 도달하면 시냅스의 수가 30%나 늘어나고 활동도 활발해짐. 그 때문에 그렐린을 투여한 쥐는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능력도 좋아짐. 역으로 그렐린 유전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쥐는 공복신호가 해마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시냅스의 수가 25%쯤 줄어들면서 기억력도 저하됨. 이런 결과를 보면 영양은 몸에 필요하지만 지나친 과식은 뇌에 좋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그렐린을 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과식과 불필요한 간식을 삼가는 게 좋다. 결국 해마를 단련하려면 문자 그대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

- 기억과 항생물질의 기이한 관계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아니소마이신이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그 약효가 나타나는 동안에는 사물을 기억할 수 없다. 아니소마이신은 합성제가 아닌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선균이라는 세균에서 발견되었음. 방선균은 흙속에서 사는 흔한 균이다. 곤충의 사체가 분해될 대 방선균이 있으면 다른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워짐. 그래서 농장에서는 병원균을 제거하려 일부러 비료에 방선균을 섞기도 함. 다른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는 것은 방선균이 독소를 내뿜기 때문. 방선균은 그 독소로 주변의 세균을 모조리 죽이고 자신만이 생존한다.
우리 인간은 그 독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함. 독소는 병원균을 없애므로 감염증이나 화농 같은 나쁜 균이 몸에 번식할 경우 그 독소를 이용해 치료 가능. 우리는 그렇게 도움이 되는 독소를 항생물질이라 부르면서 독이 아닌 약으로 취급한다. 의약품 시장에는 다양한 항생물질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방선균에서 발견한 것이다. 아니소마이신 역시 방선균이 만들어낸 항생물질이다.
- 아니소마이신은 주로 해마에 작용. 실제로 해마를 전기로 자극하면 시냅스 전달효율이 높아지는데 이때 아니소마이신을 투여하면 해마의 시냅스가 증가하지 않음. 역으로 일단 기억이 고정되고 안정화되면 아니소마이신을 투여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음. 일단 고정기억으로 자리잡은 정보는 아니소마이신에 대해 내성이 있어 그 약을 투여해도 평소와 같이 떠올릴 수 있다. 그 실험결과를 보면 아니소마이신이 기억의 획득과 고정, 재생이라는 세 가지 과정 중에서 획득 과정만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아니소마이신 실험의 핵심은 일단 뇌에 저장된 기억을 약물투여로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위적 기억소거라 할 수 있다. 
PTSD환자의 기억은 지워버리는 게 좋은데 그 치료에 기억의 재고정화를 이요할 수 잇음. 그 밖에도 약물에 대한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워 약물중독을 치료할 수도 있음. 동물실험의 수준이지만 편도체나 측좌핵 등의 뇌부위에 기억을 불안정화하는 약물을 투여해 코카인 중독을 치료한 사례가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 쥐에게 전기충격과 같은 부정적 기억을 심고 알콜을 투여한 뒤 다음날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전기충격의 기억은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결과가 나타남. 다시 말해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리며 알콜을 마시면 그 기억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 마리화나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는 비만이 많다. 마리화나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이라는 긴 이름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것이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촉진하기 때문. 뇌에도 그 화학물질과 비슷한 물질이 존재한다. 그 뇌 호르몬은 체내에 있는 대마라는 의미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라 불림.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식욕을 자극해 과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몸의 세포에도 작용해 지방축적을 촉진한다. 그렇다면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작용을 억제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한 제약사에서 리모나반트라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억제제를 제조해 동물실험을 해보았다. 그러자 정말 감량효과가 나탔고, 곧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 그 보고서에 따르면 리모나반트를 1년간 복용하자 체중이 평균 8.8키로 줄어들고 혈중 콜레스테롤은 17.4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의 5%이상 감량한 사람이 전ㅊ의 62%, 10%이상 감량한 사람이 32%나 되는 결과를 얻었다.

- zif-268이라는 유전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동한다. 그런데 놀랍게 쥐에게 알콜을 주입하자 이 유전자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으로 나타남. 마치 알콜이 스트레스를 제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몸의 스트레스를 생성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의 zif-268은 알콜을 주입하기 전과 똑같이 활동하고 있었다. 요컨대 술을 마시는 행위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만 줄 뿐이지 몸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결론.

- 버튼을 누르는 실험에서 자신이 원할때 버튼을 누르라는 말을 듣고 바로 누르려고 생각한다면 그때 뇌는 1초쯤 전부터 이미 버튼을 누를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그리고 1초가 지난 뒤부터 버튼을 누르겠다는 의식이 생긴다. 뇌는 당장이라도 버튼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버튼을 누르라는 지령이 내려지기까지는 0.2-0.3초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것이 포인트나. 다시 말해 버튼을 누르겠다는 의지가 생겼더라도 그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0.2-0.3초의 시간이 존재한다. 버튼을 누르고 싶어졌어도 누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내게 타인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고 치자. 이것은 뇌에서 저절로 생겨난 의사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때리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지 않을 수는 있다. 상대와 싸우다 살의를 느꼈더라도 그 의지를 부정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없지만 자유부정은 가능하므로 모든 범죄에는 분명하게 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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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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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시커

심리 2024. 7. 10. 06:52

- 심리학자이자 자폐 연구자로서 나는 35년간 인간의 마음을 연구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발명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소개 하고자 한다. 간추린 요점은 이렇다.
첫째, 인간만이 뇌 속에 특정한 종류의 엔진을 지니고 있다. 그 엔진은 시스템을 최소한으로 정의하는 만일 그리고 그렇 다면 패턴을 끊임없이 찾는다. 우리 뇌 속에 있는 이 엔진을 나 는 체계화 메커니즘Systemizing Mechanism이라고 부른다.
둘째, 체계화 메커니즘은 7만~10만 년 전 최초의 인간이 복 잡한 도구들을 만들어낸 인류 진화상 기념비적인 순간에 발달 했다. 그 도구들은 그 전에 존재했던 어떤 동물도 만들지 못했 으며, 오늘날까지 인간 아닌 어떤 동물도 만들지 못했다!!
셋째, 체계화 메커니즘 덕분에 오직 인간만이 다른 모든 생 물종을 제치고 이 혹성에서 과학기술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넷째, 체계화 메커니즘은 발명가, STEM 분야(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ematics) 종사자, 그 밖에 완 벽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음악가, 장인, 영화제작자, 사진가, 운동선수, 사업가, 변호사 등)의 마음속에서 아주 높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이들은 정확성과 아주 사소해 보이 는 세부까지 집중하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 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 시스템을 향상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걸 즐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다섯째, 체계화 메커니즘은 자폐인의 마음속에서도 매우 높 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여섯째, 새로운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체계화는 부분적으로 유전의 영향을 받으므로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되어 왔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여기서 놀라운 연결성이 나온다. 자폐인, STEM 분야 종사자, 그 외에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들은 공통 적으로 이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다.
진화의 기나긴 역사를 돌아본 후,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면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속에서 체계화 메커니즘이 높은 수준으로 작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과거는 물론 바로 이 순간에도 발명이라는 장대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심에 서 있음을.

- 현생 인류의 뇌에서 공감회로는 적어도 두 가지 네트워크를 가진다. 하나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을, 다른 하나는 정 서적 공감affective empathy을 불러일으킨다.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 람이나 동물의 생각과 느낌을 상상하는 능력이다. 정서적 공감 은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에 적절한 감정으로 반응하려는 욕구 다. 인지적 공감은 인식 요소이고, 정서적 공감은 반응 요소다. 인지적 공감은 영장류학자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이 마음 이론 theory of mind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그 덕분에 인간은 사회 적 세계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인지적 공감으로 세계에 존재하 는 사물들에 대해, 특히 우리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 하는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이론을 가진다는 것 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성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 성찰 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침팬지 같은 비인간 영장류를 비롯해 동 물도 다른 동물의 목표와 욕망을 알아차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마음이론의 요소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인간처럼 다른 동물의 믿음을 상상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
공감회로는 인간의 뇌에서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과 편도체amygdala를 비롯해 적어도 열 개 영역에 걸친 네트워크 속에 존재한다.

- 인지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가 뇌 속에 어떤 새로운 기작을 가지게 되었기에 선조들이 할 수 없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 었을까? 두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런 진화는 대개 비약적인 발전보다 아주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일어난다. 둘째, 그런 특성의 자연선택은 한 가지 특성을 나타내는 단일 유전자 보다 각각 아주 작은 효과를 나타내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어떤 특성의 개인적 차이에 기여하는 흔한 유전적 변이들을 통해 나 타나는 경향이 있다. (수천 가지는 아니라도 최소 수백 가지의 변이 가 작용한다.) 나중에 공감과 체계화의 유전학을 다시 살펴보겠 지만 그런 경향은 체계화 메커니즘도 마찬가지여서, 원형 또는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는 통계적 학습이나 간단한 도구 사용은 많은 동물에서도 관찰된다. 마찬가지로 공감회로의 원형일 가 능성이 큰 다른 개체의 구조 요청에 반응하는 행동 같은 것도 많은 동물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호기심에서 시작해 수많은 패턴의 변형에 질문을 던지고 실험에 나서게 하는 완전한 체계화 메커니즘과 마음이론을 포함하는 완전한 공감회로는 오직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능 력이다. 다른 어떤 동물에서도 볼 수 없다. 마음이론 덕에 우리 가 어떤 이익을 누리게 되었는지 중요한 것만이라도 요약해보 면 인간의 뇌가 진화한 과정에서 공감회로가 얼마나 혁명적이 었는지 알 수 있다. 마음이론, 특히 다른 사람의 믿음을 상상하 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적어도 세 가지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술들은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 첫째, 마음이론을 가지고 있으면 유연한 기만flexible deception 이 가능하다. 유연한 기만이란 남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 이라고 믿게 만드는 능력인데, 이런 능력을 발휘하려면 애초에 다른 사람이 마음속에 믿음들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야 가능하 다. 유연한 기만 능력을 지니고, 수많은 맥락에서 그런 능력을 활용하는 동물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한 것 같다. 일부 동물도 고유한 형태의 기만을 이용하지만 다양한 맥락에서 창의적인, 즉 유연한 기만을 활용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그저 몇 가지 알 고리듬(또는 규칙)을 익힌 데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49 여기에도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할 수 있다. 동물의 행동을 더 단순한 심 리적 메커니즘으로 더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복잡한 심리 적 메커니즘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연한 기만을 설명하는 가장 간결한 방식은 완전한 마음이론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연한 기만 능력은 자연선택에 있어 엄청난 이점을 제공한다. 인간은 어떤 곤충처럼 나뭇가지로 위장하거나, 어떤 물고기처럼 바위로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위장 할 수 있다. 깊은 구덩이를 파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얽어 입 구를 덮은 후, 위에 나뭇잎을 흩뿌려 단단한 지면으로 위장하는 능력을 생각해보자. 이제 사냥감이나 경쟁자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 위를 지나다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리면 된 다. 이렇듯 호모 사피엔스는 유연한 기만을 이용해 상대의 마음 속에 잘못된 믿음을 이식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상황 에 맞게 얼마든지 바꿔 적용할 수 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떠오를지 모른다. 예컨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그런 기만 능력이 없었다는 증거는 어디 있단 말인가? 함정을 파서 동물을 사냥하거나, 화살 등 원거리 암살용 무기를 사용했다면 그런 능 력은 분명 시간의 시험을 견디고 살아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 재까지 보고된 고고학적 자료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이 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50
둘째, 마음이론이 있으면 유연한 교육 flexible teaching이 가능하 다. 마음이론이란 다른 사람이 무엇을 알며, 무엇을 알아야 하 는지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역시 지금으로서는 오직 인 간만이 다른 개체를 가르치는 것으로 보인다. 진화생물학자 케 빈 랠런드Kevin Laland는 동물도 다른 개체를 교육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어캣이 저항할 힘을 잃은 사냥감(독침을 제거한 전갈 등)을 새끼들에게 가져다주어 안전하게 죽이는 법을 익히게 하 는 예를 들었다. 분명 매우 흥미로운 양육 행동으로 어미와 새 끼에게 모두 적응적 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행동은 진 화 과정에서 선택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미와 새끼 양쪽 모두 유연한 학습과 관련되기 때문에 게놈genome (유전체) 속에 완전 히 부호화되었을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이런 행동을 교육이라 고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여기에 마음이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것이 마음이론의 증거라면 미 어캣과 다른 동물종에서 훨씬 다양한 교육의 예를 볼 수 있고, 교사가 학생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가르치는 전략 을 수정한다는 증거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마음이론 덕에 우리는 유연한 지시적 의사소통 flexible referential communication이 가능하다. 어떤 단어 (또는 동굴 벽에 그려 진 기호)는 세상에 존재하는 뭔가를 가리킨다. 우리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을 이해한다.52 인간의 삶에서 가장 일찍 나 타나는 마음이론과 유연한 지시적 의사소통의 징후는 14개월 쯤 된 어린이가 마치 "저것 좀 봐!”라고 말하듯 뭔가를 가리키 는 동작을 취하는 것이다.53 아이는 검지를 뻗어 뭔가를 가리킨 다. 본질적으로 이런 동작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뭔가를 가리키면서, 다른 사람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진 지시 라는 점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공유하려는 것이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인간이 뭔가를 가리키는 동작은 언어 발달 속도를 예 측하는 믿을 만한 지표다. 가리킨다는 것은 사실상 동작을 통해 말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이 있어 내 마음과 소통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주장하는 사람 도 있지만, 나는 자연계에서 인간 아닌 동물이 가리키는 동작을 사용한다는 설득력 있는 사례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 체계화와 공감이 제로섬게임이라는 생각으로 돌아가보자. 한쪽 능력을 더 많이 가지면, 다른 한쪽 능력은 줄어든다는 것 이다. 정말 그렇다면 일종의 교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공감 과 체계화는 한쪽이 뛰어날수록 다른 능력은 줄어드는 역상관 관계를 보일 것이다. 영국 뇌 유형 연구 결과, 규모는 작지만 실제로 이런 교환 현상이 관찰되었다.13 이런 결과는 두 가지 차원이 대체로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공통적인 생물학적 인자가 있 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생물학적 인자는 남녀 간에 양적 차이를 나타내 는 분자일지도 모른다. 극단 E형은 여자가 남자보다 3배나 많 고, 극단 S형은 남자가 여자보다 2배나 많기 때문이다. 그런 생 물학적 인자의 후보로 자궁 속에서 태아의 뇌가 얼마나 많은 테 스토스테론에 노출되었는지를 꼽는다.14 출생 전 뇌가 형성되 는 동안 남성인 태아는 여성인 태아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을 2배 이상 더 생성한다. 동물 연구에서 이 호르몬은 뇌를 변화시키는 (남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의 원인 유전자 중 일부와 자폐의 원인 유전 자 중 일부는 동일한 유전자다.
- SQ 점수가 매우 높고 EQ 점수가 매우 낮은 극단 S형 뇌를 지닌 사람, 즉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이란 대부분의 사람과 다 르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마음은 대부분의 자폐인과 마 찬가지로 전혀 다른 운영 체제를 가지고 있다. 사람에 덜 집중 하고 사물, 패턴에 훨씬 더 집중하는 이 운영 체제가 어떤 환 경에서는 제대로 기능하는 데 애를 먹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슈퍼 파워'를 보인다
- 테슬라는 에디슨과 어깨를 나란히 한 공학자이자, 역시 자폐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빛과 소리에 엄청나게 예 민했으며, 3이라는 숫자에 강박적으로 집착했고,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극단적으로 다른 입장을 고집했기 에 서로 협력할 수 없었다. (협력했다면 또 다른 놀라운 발명품들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들의 반목은 양쪽 모두 공감 능력이 부족했 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각자 자신의 관점이 유일한 답이며, 상대방은 절대로 옳지 않다고 믿었다. 공감 능력이 부족했기에 다른 관점을 수용하거나, 똑같이 타당한 다른 관점이 있음을 인정하려는 마음이 아예 없었을 것이다.
- 모든 과학자나 공학자가 이런 극단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빌 게이츠 Bill Gates 같은 현대의 발명가들 역시 공감보다는 체 계화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 그는 20대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광신자였다. 주말 따위는 믿지 않았다. 휴가도 믿지 않 았다. 모든 사람의 자동차 번호판을 외우고 있었기에, 언제 나가고 들어오는지 훤히 알았다. 20
수백 명의 직원과 자동차 번호판 사이의 만일 그리고그렇 다면 패턴을 파악하는 일람표를 마음속에 그려놓았던 것이다.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를 보면 분명 그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로 불편한 어린 시절과 10대를 보냈으며, 자신을 도우려고 그토록 노력한 어머니의 감정과 생각 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어머니는 보통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힐 나이가 훨씬 지나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아들 에게 사회적 기술을 가르쳤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 야 하는지에 관한 규칙을 일일이 정해주는 방식이었다. 이런 기 록을 볼 때 게이츠의 정서적 공감은 분명 온전했지만(지금도 세 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재산 을 엄청나게 기부한다) 사회적 기능 발달은 지연되었으며, 대조 적으로 체계화 능력은 또래를 훨씬 앞섰음을 알 수 있다. 《와이 어드》에 다큐멘터리에 대한 평을 싣고, 그를 여러 차례 인터뷰 했던 스티븐 레비 Steven Levy는 말했다. "빌 게이츠는 지구에 착륙 한 화성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여러 가지 특징은 고도로 체계 화하는 사람과 정확히 들어맞는다.
- 고도로 체계화하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게임의 세계다. 맥스 박Max Park은 자폐인으로 두 살 때 사회적 기능과 소 근육 운동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다. 열 살 때 처음 루빅큐브* 를 선물 받았는데, 열다섯 살이 되어 3×3 루빅큐브와 한손으로 맞추기 등 두 분야에서 모두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완전히 맞 추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양손 6.85초, 한 손은 10.31초였다. 3×3 큐브를 완전히 체계화한 것이다. 최상의 상태에서 큐브를 맞추는 데는 최소한 스물두 번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여기서 만일-그리고-그렇다면 추론이 큐브라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만일 옆면이 초록색인 빨간색 큐브가 맨 위층 오른쪽에 있다면, 그리고 맨 위층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그렇다면 맨 위층은 모두 같은 색 깔이 된다. 이런 경지라면 빠르다는 말조차 절제된 표현이다. 31 엘리트 운동선수들에서도 고도로 체계화하는 경향과 발명 을 볼 수 있다. 2020년 비극적인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로스앤젤레스레이커스 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Kobe Bryant를 보 자. 그는 자신의 플레이에서 패턴을 찾아낸 뒤 엄격한 규칙에 따랐다. 고등학교 때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일 열네 시간 동안 농구 동작을 연습했다. 프로 선수가 된 뒤로는 자기 집의 방 하나를 개조해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상상 속 여러 가지 슈팅과 관련된 동작을 수십, 수백 번 연습할 수 있는 환경 을 만들었다. 그 방에는 농구공도, 골대도 없었다. 심지어 만일 농구화 밑창을 면밀히 조사한다면, 그리고 필요한 부분을 몇 밀 리미터 깎아낸다면, 그렇다면 반응 시간을 100분의 1초 정도 단축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해냈다. 브라이언트는 취미인 음악 도 체계화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무한 반복하면서 귀로 듣고 악보를 완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농구와 음악에 대한 브라 이언트의 접근 방법을 보면 그의 행동이 체계화 메커니즘을 고 도로 끌어올린 결과임을 알 수 있다.
-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고도로 체계화를 추구한다고 해 서 자동적으로 자메인인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는 인지(정보를 처리하는 방식)라는 면에서든 유전과 출생 전 성호르몬(원인적 인자의 극히 일부로서)이라는 면에서든 단순히 겹칠 뿐 동의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고도로 체계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자동적 으로 뛰어난 발명가나음악가나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이 있다면 뭔가를 발명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 은 사실이다. 새로운 만일 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을 계속 실험 하다보면 획기적인 결과를 낳는 패턴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은 만일 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을 찾는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시스템 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인지는 아이디어를 적용할 기회와 자 원과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앞서 논의했던 발명과 혁신의 차이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런 일에는 종종 널리 퍼 뜨리거나 제품을 상용화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 필 요하다.
- 내가 보기에 인간의 뇌에서 인지혁명이 일어났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도구 제작 연대표에서 발명 속도가 갑자기 변했다는 점이다. 260만 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가 7만~10만 년 전 사이에 어떤 변곡점에 도달했던 것이다.
유발 하라리도 인지혁명의 시점을 7만 년 전으로 본다. 나는 7만~10만년 전 사이로 약간 넉넉하게 잡았는데, 고고학적 증 거들로 보아 인지혁명이 이 기간 전체에 걸쳐 서서히 일어났으 며, 고고학 분야에서 이 기간 중 제작된 복잡한 도구들을 새로 발견하리라 예측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자 리처드 클라인 Richard Klein 은 4만~5만 년 전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 인류의 인지와 행동에 급작스러운 변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20 나 는 그가 제시한 시점에 동의한다. 그 시점 이후로 발명의 증거 가 훨씬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계화 메커니즘의 진화 를 단일 유전자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몇 가지 큰 유전적 변화가 체계화 메커니즘의 진화를 추동했을 지도 모르지만, 수천 개까지는 몰라도 수백 개의 흔한 유전자 변이가 한데 모여 이런 능력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 유전적 증거는 나중에 살피기로 하고, 우선 다유전자성 형질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해 각기 작은 영향을 미치는 형질)은 갑자기 변하지 않고 서서히 진화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만 짚고 넘어 간다.
인지혁명의 시점을 약 10만 년 전 어간으로 넓게 잡을 때, 인류가 두 차례 아프리카를 벗어나 대규모로 이동한 사건에 인 지혁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인 류는 10만 8000년 전 레반트* 지방으로 진출해 네안데르탈인 과 공존했으며, 5만 년 전 다시 대이동을 시작해 4만 년 전까 지 네안데르탈인을 완전히 대체했다. 인류가 오늘날 호주 땅에 당도한 것은 4만 년 전이며, 오늘날의 북미에 이른 것은 1만 6000년 전이다.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진 것 이 인지혁명의 결과일까? 새로운 복잡한 도구(배 등)와 자연계 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별을 보고 길을 찾는 방법 등)를 발명해 대 륙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되었을까?
이렇게 복잡하고 특화된 도구들이 모두 체계화 메커니즘에 서 나왔다는 것이 내 주장의 요점이다. 인류의 마음속에는 끊 임없이 패턴을 찾는 새로운 엔진이 생겨났다. 이 엔진은 생성적 알고리듬을 이용해 무한한 수의 새로운 만일 그리고-그렇다면 패턴을 떠올리고 검증해가며 놀라운 속도로 새로운 발명을 쏟 아냈다. 그 덕분에 인간은 이렇게 추론할 수 있었다. '만일 X를 선택한다면, 그리고 거기서 한 가지를 변화시킨다면, 그렇다면 X는 Y가 된다. 패턴을 찾는 존재, 그것도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단순한 돌도끼나 망치를 만드는 존재에서 시작해 무엇 이든 발명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체계화 메커니즘 덕 분에 최초의 인간은 상당히 특이한 뭔가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동물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리듬과 음악을 발명했던 것 이다.

- 최초로 불의 사용을 제어한 확실한 예는 화덕(불무지 주변에 진흙을 돔 모양으로 쌓아 올린 것)을 만들어 조리와 난방을 해결하 고, 그것을 가마로 사용해 진흙 인형을 구워 굳힌 것이다. 이런 용도로 사용한 것은 4만 년 전 이후, 즉 인지혁명 이후의 일이며, 땔감(목재, 토탄, 동물의 똥, 짚 등)을 보다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불의 사용을 제어한 것은 인류에게 큰 인지적 변화가 나타 났다는 지표이지만, 단순한 불의 사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 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여러 개의 예가 발견되었을 때만 어떤 동물에게 발명 또는 실험 능력이 있다고 간주한다면, 호모 에렉투스의 단순한 불 사용은 한 번의 우연한 사건에 뒤따른 연 상 학습의 결과일 뿐 진정한 발명 능력의 징표는 아니라고 결론 지을 수밖에 없다.

- 체계화 메커니즘은 발명과 실험 능력을 낳은 반면, 공감회로는 남과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해 유연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 두 가지 인지적 모듈은 함께 작용해 인지혁명을 일으켰다. 많은 자폐인이 마음이론을 그토록 어려 워하면서도 실험에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체계화 메커니즘과 공감회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분명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 는 두 가지 독특한 행동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언어 와 음악이다. 
우리는 체계화를 통해 문법과 기타 규칙을 기반으로 한 언 어 패턴을 만들고 이해하며, 멜로디의 패턴을 만들고 인식한다. 우리는 공감을 통해 언어의 행간에 숨은 뜻을 포착하거나, 남 이 하거나 하지 않은 말 뒤에 숨은 의도를 이해하거나, 완곡한 표현 또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공감 능력이 있기에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연결된다. 종합하면 공감과 마음이론으로 왜 초기 인류가 장신구와 그림, 조각과 음악 을 만드는 실험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초 기 인류가 어떻게 실험을 통해 장신구와 다른 형태의 예술을 만 들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그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이 체계화 메커니즘이다.

- 신경다양성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생물다양성이 사실인 것과 꼭 같다. 일부 학자는 자폐에서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까지, 난독증에서 통합 운동장 애dyspraxia까지 다양한 장애를 고려하면, 인구의 최대 25퍼센트 가 신경 다양성 범주에 들어간다고 추정한다. 모든 사람은 서 로 다르기 때문에, 신경다양성이란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 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각 개인이 공감 과 체계화 정규분포곡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정 의한 다섯 가지 뇌 유형은 그런 관점과 일치한다. 서로 다른 뇌 유형은 아마 특정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 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나무에 오르는 능력을 기준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그 물고 기는 평생 스스로 멍청하다고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야말 로 요점을 정확히 짚은 말이다. 모든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 아 니라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 오티콘은 자폐인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전혀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한다고 믿는다. 스티브 실버만Steve Silberman도 사용했 던 은유다. 나는 이 은유를 좋아하는데,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 화하는 사람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부각하 기 때문이다. 그들은 객관적이고, 사실 지향적이며, 정확하다. 주관적이고, 감정 지향적이며, 어림짐작하려는 성향이 덜하다. 뇌의 운영 체제라는 면에서 한쪽이 다른 쪽보다 낫거나 못하다 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서로 다를 뿐이다. 서로 다른 일을 하 는데 더 적합하게 타고난 것이다. 운영 체제가 설계 목적에 맞는 일을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하지만 맞지 않는 일을 하라 고 강요하면 충돌을 일으키고 아예 기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주변 환경이 적절하면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은 놀라 운 강점과 재능을 발휘한다. 지칠 줄 모르고 만일 그리고그렇 다면 패턴을 추구하는 성향은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 는 환경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 자폐인이 변화를 그토록 어려워 하고, 종종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항하려고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최대한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 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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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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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의 방

심리 2024. 6. 12. 07:07

- 당신의 말초 감각이 무결점 상태라고, 만점짜리 시각과 우수한 청각의사들의 어법에 따르자면 신경학적으로 무결점인을 갖고 있 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다고 상상해보라. 그러면 이는 환각적 경험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주관적 인 감각 경험이 더 이상 주위 세계에서 오는 정보의 신뢰할 만한 전달 자가 아니다. 환각적 경험은 감각 신호가 잘못 해석될 경우 나타나는 데, 예를 들어 열이 있거나 혹은 무릎 아래가 절단된 사람이 환각지를 겪을 때 생길 수 있다. 환각지의 경우, 감각 신호가 잘려나간 다리 부분 에서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신병에 걸렸을 때, 입력되는 감각이 전혀 없는데도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것처럼 경험되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들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감각 경험은 세계에 대한 그 사람의 이해를 결정한다. 《누런 벽지에 서 일기의 화자는 움직이는 벽지 무늬 속에서 여자를 보았고, 벽지 뒤 에서 그 존재를 느꼈으며, 벽지의 악취를 맡았고, 신음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벽지 뒤에 여자가 한 명 있다고 추리해냈다. 1925년에 버지니아 울프는 아마 정신병을 앓고 환각을 볼 때였을 테지만, 샬럿 퍼킨스 길 먼이 1884년에 받은 것과 동일한 '휴식 치료'를 똑같이 신경학자 사일 러스 위어 미첼로부터 받았다. 앞에서 약술한 휴식 치료란 거의 완전 한 고립과 강요된 무활동이 주를 이룬다. 정신병으로 인해 거칠고 수용 불가능한 감각 경험을 가진 데다 감각을 거의 박탈당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분명 고문이었을 테고, 정신병이 악화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정신병으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194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샬럿 퍼킨스 길먼 역시 1935년에 자살 했다. 유서에서 그녀는 암으로 서서히 죽어가기보다는 자기 손에 죽는 편이 낫다고 썼다. 
- 정신과 의사를 포함해 많은 이가 정신이상 경험이 흔히 있는 일이고 조현병은 스펙트럼 장애spectrum disorder'라는 논거를 들어 조현병 이라는 진단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는 장애 증상에 서 스티그마를 떼어낸다는 이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칭을 바꾼 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스티그마가 존재하는 까닭은 '조 현병'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니다. 이 단어를 없앤다면 정말로 스티그 마를 남긴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자폐증은 스티그마에서 해방 되었는데, 이는 그 단어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그 병에 대 해 배웠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가 다른, 특별한 존재로 올바른 대우를 받는다. 특별하고 비전형적 신경증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통찰과 관 용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친절과 관대함을 갖춘 존재 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주의 사항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과 자폐증은 완전히 다르다. 정신이상 스펙트럼과 조현병, 강박적인 것과 강박장애도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능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가리켜 양극성 장애・・・・・・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다니!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새로운 지식의 자각은 처음에는 대개 지나치게 일반화된다. 또 두뇌와 행동의 문제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먼저 우리 스스로에게 적 용해보는 경향이 있다. 다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워낙 관심이 많기 때 문이다. 그러나 어떤 특징이나 경향이 있다는 것만으로 생애를 잠식할 수 있는 질병의 환자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자가 진단은 때 로 진짜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참혹한 고통을 축소시 키곤 한다. 환청을 듣는다고 다 조현병 환자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슬 픔을 느낀다고 해서 다 우울증 환자는 아니다. 뻣뻣할 정도로 심하게 조직적인 성격의 사람이 모두 강박장애 환자라거나 소통 기술이 부족 하다고 해서 자폐증은 아니며 감정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성격이 곧 양극성 장애도 아니다.
-  오늘날 해마가 인간 기억 기능의 중심임을 우리가 아는 것은 대체로 기억 신경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인 헨리 몰레이슨 덕분이다. 그의 병력은 1957년에 발표된 획기적인 논문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병력은 MM과 매우 비슷하지만 해마 손상의 원인이 다르다. HM은 일 곱 살 때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해마에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두뇌 조직이 찢어지는 바람에 흉터 조직이 생성되었다. 그 이후 HM에게서 자주 나타난 종류의 간질은 대개 해마의 흉터 조직 때문에 발생한다. 흉터 조직으로 인해 신호가 차단되며 전기 에너지가 쌓여 두뇌 회로에 서 전기 신호가 통제되지 않은 채 퍼진 것이다. 두뇌란 다양한 회로들 로 이루어진 거대한 네트워크이며, 해마는 그 연결망의 중심 허브다.
- 이곳에서 전류 흐름이 통제를 벗어나면 전체 두뇌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결과 두뇌 전체가 동시에 오작동하여 모든 것이 정상적 으로 처리되지 않는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그 불운한 사람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강직간대 발작tonic-clonic seizures'을 겪게 되며, 신체 근 육이 통제할 길 없이 수축되고 이완된다. 그런 발작이 통제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신경세포의 손상은 심해질 것이다.
초강력 항간질약물을 써도 두뇌의 오작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되 자 결국 HM은 좌우 해마를 모두 제거했다. 1957년에는 그 수술이 최 신 치료법이었다. 양쪽 해마를 제거하자 실제로 간질 증상은 크게 나 아졌다. 그러나 예측했겠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 치료법의 비극적인 결 과로 HM은 남은 평생 극심한 기억 손실을 겪게 되었다. 요즘 신경외과의사들은 HM의 수술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양쪽 해마 제거의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 한쪽만 제거한다. 수술 이후 HM은 어떤 일도 기억에 저장할 수 없었다. 매일매일 어제가 없는 하루를 보내며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에게 집은 수술받은 첫날부터 50년 뒤 죽을 때까지 낯선 곳이었다. 어떤 일도 과 거의 경험과 연결되지 않았다. 그 과거라는 것이 2분 전이든 20년 전이 든 상관없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끝없이 연결되지 않는 현재, 톡톡 끊어진 '지금'뿐이었다. MM과 비슷하게 HM도 기민하고 유창하 게 언어를 구사했고 운동 기능도 완벽했지만, 한두 문장을 넘어가면 서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 헤브는 신경세포 사이의 가지돌기가 물리적으로 성장하면서 세 포 조립 안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공고해져 더 영구적인 기억을 창출하 거나 반대로 기억이 시들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인접 한 신경세포들의 발화와 그 이후의 연결 증가를 통한 가지돌기의 성장 에 관한 '헤브' 모델은 이제 세포 차원에서의 기억의 토대로 인정되고 있다. 이 처리 과정에서는 가지돌기가 가장 중요하다. 한 신경세포에 서 다음 신경세포로 신경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인데, 가지돌기의 증가 는 곧 신경세포 간 연결의 증가를 의미한다. 가지돌기는 '수지상 분기 樹枝狀分岐, arborizing' (라틴어에서 나무를 가리키는 'arbor'에서 온 명칭)라는 아주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 가지돌기 섬유의 형태가 나뭇가지가 뻗는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최대 1만 5000개의 가지돌 기를 가질 수 있는데, 인간의 두뇌에는 68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으므 로, 가지돌기의 수지상 분기와 새 시냅스 형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 는 연결의 천문학적 숫자를 생각해보라. 이는 마법이 아니다. 이루어 질 수 있는 연결의 숫자가 무한하기에 마법처럼 보일 뿐이다.
단기적일지라도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처리 과정은 세포 가 한데 연결될wired together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동안 함께 발화fire together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발화하는 것은 일시적 기억을 형성하며, 함께 연결되는 것은 더 영구적인 기억을 형성한다. 암호를 담은 세 포 조립을 강화하는 과정은 경화consolidation라 불린다. 깨어 있는 동안 에는 정보가 두뇌에 즉각 들어가지만 대부분은 경화되지 않는다. 아 무런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그냥 사라진다. 분자 차원에서 발화한 세 포 조립에서 오는 견고하게 연결된 기억의 형성은 입력되는 신호의 강 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달려 있다. 신호의 강도가 결정적인 한계 수준에 도달하면 신경세포는 가지돌기 단백질을 생성할 것이고, 기억 은 더 영구적이 된다. 신호가 빈약하면 세포 조립이 피운 불은 꺼지고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세포는 가지돌기를 성장시키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신경세포에서의 전기 활동에서 나온 다. 그러므로 발화가 더 많으면 연결이 더 많아진다.
- 택시 운전사 연구에서 시간에 따라 변한 것 은 우측 해마이며, 우울증이 있을 때 더 작아지는 것은 좌측 해마다. 이는 우측 해마가 장소 기억에서 더 중요하고, 좌측 해마는 전기 기억 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우울증에 걸린 사 람들은 보통 기억 기능이 빈약해지며, 우울증이 지속되는 동안 대개 전기 기억이 드문드문 누락되거나 사라진다. 우리 연구팀이 행한 연구 가운데 최근 발표된 연구는 좌측 해마에서 세포 조립의 '암호화coding' 가 발생하는 특정한 구역의 크기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 반으로 줄었 음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우울증을 처음 겪은 사 람에게는 해마의 변화가 없었고, 더 장기간 우울증을 앓은 사람에게 는 해마의 변화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래도 우울증이 치료되고 나면 기억 기능이 개선된다니 다행이다.
- 피질 기억
모든 기억이 해마 안에 남아 있는가? 아니다. 해마에 들어 있는 신경세 포의 수는 유한하며, 새 기억을 만들려면 재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해마 기억은 모두 어디로 가는가? 간단하 게 답하면 해마와 피질 사이에는 끊임없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기억이 궁극적으로는 피질에 저장된다. 피질에 있는 신경세포는 해마의 신경세포와는 반대로 변하거나 재배열되기가 힘들다. 즉 가소 성이 좋지 않다. 이는 곧 피질 내의 서로 교직된 다수의 세포 조립이 그 린 기억 지도가 상대적으로 변화에 따라서 파손에 대한 저항성이 크 다는 의미다. 기억 시스템, 하나는 신속하고 가소적이며 다른 하나는 더 느리고 더 안정적인 시스템이 두 개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 적인 지식 시스템 내에서 학습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질 기억이 안정적이라는 건 전혀 아니다. 피질의 'www'는 유연 한 해마와 계속 상호작용하는 상태에 있다.
- 수면이 기억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잠자는 동안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활 동 때문인 듯하다. 렘수면 동안 두피 내에서 기록된 전기 활동은 해마 의 세포 조립을 연결하는 발화 활동과 비슷하다. 수면 중의 이러한 급 속한 두뇌 전기 사이클은 해마에서 오는 새로 생성된 매일의 기억을 피질에 쏟아붓는 것을 나타낸다. 수면 중에 해마에서 피질로 가는 '오 프라인' 기억 경화는 쥐에게서 관찰된 바 있다. 피질은 낮 동안 해마를 자극하며 잠자는 동안에는 해마가 피질을 자극한다. 꿈은 렘수면을 취하는 동안 발생하며 예언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다. 해마에서 오는 현재의 사건들이 잠을 자는 동안 피질로 가면서 과거에 그곳에 운반되 어 있던 관련된 피질 기억들을 재활성화시킬 수 있고, 그와 비슷한 황에서 예전에 발생한 일들, 따라서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가끔은 불 편하기도 한 일들을 슬쩍 엿보게 하기 때문이다.
- 한 가지 냄새가 다양한 느낌을 불러올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사라 진 사랑스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하는 아기의 머리 냄새, 연인 의 목덜미가 자극하는 성적 흥분, 식은땀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썩은 물고기가 유발하는 구토감, 혹은 내 경우처럼 러비지의 냄새. 냄새는 당신을 시간 여행시키고 눈 깜짝할 사이에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 냄 새는 어떻게 이런 일을 그토록 즉각적인 방식으로 해내는 걸까? 이를 알려면 냄새 감각이 두뇌에 들어오는 지점, 서로 다른 냄새 화학물질 을 인식하는 비관(또는 비강 상부에 있는 냄새 수용체에서 출발 해야 한다.' 냄새 화학물질은 맛보는 음식마들렌, 허브 등에 들 어 있을 수도 있고, 베인 풀의 냄새, 루핀 냄새처럼 공기 중에 있을 수 도 있다. 분자 차원으로 내려가면, 어떤 냄새 분자와 그것과 짝을 이루 는 비관 속 특정한 냄새 수용체가 전기 신호를 촉발하는데, 그 신호는 후각 신경이라 불리는 약 5센티미터 또는 2인치 정도의 아주 짧은 신 경을 통해 두뇌로 전달된다. 후각 신경은 코 뒤쪽에서 수평으로 뻗어나가 편도체 amygdala라 불리는 구조물에 연결되는데(그림 6) 편도 체는 두뇌 속 기억 문제의 심장이다. 나는 편도체를 두뇌의 '감정적 점 화 플러그'라 부른다. 감정 반응과 느낌을 촉발하는 부위이기 때문이 다. 편도체는 해마 바로 정면에 위치하며 해마와 긴밀하게 상호연결되 어 있고, 해마 속으로 그 감정적 시냅스를 엮어 넣는다. 신경세포가 연 결되면 그것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함께 발화하는 세포 조립을 형성한 다. 편도체-해마의 연결이 감정적 기억의 토대를 이룬다.

- 후각 신경은 코 위쪽 천장에 있는 수용체에서 두 가지 경로 를 거쳐 전기화학적 신호를 두뇌로 운반한다. 1) 편도체로 가는 빠른 행로에서는 냄새와 결합된 감정이 편도체에서 풀려난다. 2) 후각 피질로 가는 더 긴 행로에서는 냄새의 정체가 파악된다. 냄새와 맛 피질은 중첩되며, 맛과 냄새가 흔히 구별되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냄새가 맛의 일부라 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감정의 점화 플러그인 편도체는 해마처럼 가소적이며 시냅스 연결을 쉽게 촉진할 수 있다. 또 해마처럼 감각 피질, 특히 시각피질과 직접 연 결되어 있어서 이미지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도와준다. 냄새와 다른 네 가지 감각의 차이는 후각 신경세포가 코에서 후각 피질로 가기 전 에 편도체에 먼저 도착한다는콧구멍에서 단거리를 달려 편도체에 게 달려든다-점이다. 그래서 냄새를 맡을 때 감정이 즉각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냄새 외의 다른 감각, 즉 보기, 듣기, 맛보기, 만지 기의 경험은 편도체와 해마로 빠져들기 전에 두뇌 표면의 각 피질을 통 해 연계된다. 관련된 기억을 느끼기 전에 뭔가가 보인다. 어떤 노래를 듣고, 그런 다음 그 노래가 울려 퍼진 어느 여름을 기억해낸다. 그러나 후각 신경세포는 편도체로 먼저 연결됨으로써 냄새의 정체가 의식적 으로 확인되기 전에 느낌을 촉발한다. 프루스트가 묘사했듯이, 냄새 는 느낌으로 기억된다. 이 주관적 현상학적 경험이 과학으로 설명되기 전에 강렬한 내적 성찰을 통해 프루스트가 이를 정확하게 지적해냈다 는 것은 아주 놀랍다.
내 경우, 러비지 분자가 콧구멍에서 어떤 신호를 촉발하고 그것이 편도체로 달려가서 구역질 나는 느낌의 기억을 유발했다. 기억된 구역 질, 냄새의 인지, 러비지의 시각적 확인과 샐러드의 기억이 한꺼번에 일어났고, 러비지가 나를 아프게 했다는 지식은 신경세포의 혼합에서 출현했다.
- 핵심만 말하자면, 편도체에서 나오는 신경 출력은 신체로 가서 신체 내에서 느낌을 만들어낸다. 감정이 신체에서 발생한다는 이론은 1장에서 소개된 존경스러운 윌리엄 제임스가 《감정의 신체적 토대》(1894)에서 처음 제안했다.' 윌리엄, 더 유명한 그의 동생 헨리와 덜 유 명한 누이 앨리스는 모두 인간 감정에 대한 뛰어난 해석자였다. 헨리 제임스는 대소설가였고 윌리엄은 심리학자, 앨리스는 신경쇠약과 우 울증 당사자로서 생생한 일기를 썼던 일기기록자였다. 윌리엄 제임스 는 감정이 신체 내의 내장 감각visceral sensation의 활성화에 의해 유발 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제임스가 옳았고 편도체가 두뇌에서 이 내장의 활동을 지휘하고 있음을 안다. 내가 편도체를 감정의 점화 플러그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감정을 만들 때 발화되는 시스템 은 자율신경계ANS인데, 그것은 모든 신체 내 기관, 피부와 분비샘, 작 은 근육들 외에 심장, 내장, 폐, 혈관도 무기력하게 한다. 자율신경계가 중재하는 기능 중에는 얼굴이 붉어지고 창백해지는 증상, 동공의 확 장과 수축, 호흡수, 심장박동수, 눈물 생산, 성적 흥분 등이 있다. '자율 적autonomic'은 '자동적automatic'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자율신경계의 기 능은 일반적으로 자동적이며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실제로 그렇다. 심장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뛰는 것이 아니다. 내장의 수축이나 혈관의 확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들은 자 동적이다. 그렇기는 해도 명상을 통해 자율적 기능을 조정하도록 할 수는 있다. 이것이 마음 챙김mindfulness'의 토대다. 자율신경계는 끈에 매달린 인형인 마리오네트와도 같아서, 두뇌에서 나오는 출력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 다마지오는 신체 내부 감각이 수없이 많은 조합으로 조직되어 '다양한 느낌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다마지오 는 저서 자아가 마음에 오다》에서 자신이 시도한 뇌 영상 실험들에 대해 서정적으로 서술했는데, 그 실험에서 그의 연구팀은 상이한 감 정상태들이 뇌섬엽 활성화의 상이한 영역과 관련된다는 것을 보여주 었다. 그는 그 영역들을 '감정에 특화된 신경 패턴emotion-specific neural patterns'이라 불렀다. 좌측 뇌섬엽은 주로 긍정적 감정일 때, 즉 모성적 이거나 낭만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좋은 음악이나 행복한 목소 리를 들을 때, 미소 짓거나 다른 사람의 미소를 볼 때 활성화된다. 심 지어 구매 요법retail therapy'의 신경학적 근거일 수도 있는, 뭔가를 사려 고고대하는 기분과 연관된 긍정적인 감정도 좌측 뇌섬엽의 활성화와 관련돼 있다. 감정 지도는 돈 알폰소의 첫눈에 반한 사랑에서 프루스 트의 마들렌이 촉발한 수수께끼 같은 어떤 감정의 유령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느낌 상태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설 명해준다.
- 삶에는 어쩔 수 없이 상실과 고난이 있는데, 위기 때 느끼는 감정은 모두 편도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돈 알폰소의 첫눈에 반한 사 랑의 정신병 쿠데타처럼 강렬하고 압도적이며, 확실히 저절로 움직이 고 통제 불가능하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전기 기억이 피질로 가게 되 면서 감정은 모습을 바꾸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아마 고도로 홍분 한 편도체의 돌진에서 더 사려 깊은 전두엽-뇌섬엽의 돌진으로 옮겨 가는 것의 반영일 것이다. 내 짐작이지만 이는 아마 즉각적인 느낌과 더 절제된 느낌의 원인을 설명해줄 것이다. 편도체가 밀어붙이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 상태의 경험에서 온건해진 경험, 그중 십중팔구는 전두엽-뇌섬엽 회로에 의해 추진되는 경험으로의 이동을 보여주는 예 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보편적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죽음 직 후에 느끼는 감정은 강렬하고 때로는 통제할 길 없이 불행하고 고통스 럽다. 비탄이 끼어들고 지배한다. 편도체에 불이 붙어 모든 감각적 입 력에 작열하는 상실의 각인을 새긴다.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또 모든 것이 상실을 상기시킨다. 패트릭 캐버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 난 뒤 “노인을 보기만 하면 아버지가 떠오른다"고 썼다. 기억은 시간 이 흐르면서 피질로 가서 전두엽의 전기적 네트워크와 더 온화한 뇌섬엽의 느낌으로 표현된다. 기억은 비탄이 전두엽뇌섬엽 감정으로 서서히 이동함에 따라 편도체의 강력한 충격과 거리를 둔다. 전두엽-뇌섬 엽 감정 단계에서는 상실을 겪은 사람이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에 게 연민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

- 살고 배우는 것은 감각과 기억과 감정의 끝나지 않는 춤이다. 외부세계에서 들어오는 감각은 감각 경험의 피질 지도 속에 엮여 들어가 며, 사건은 감정 회로의 편도체-뇌섬엽 베틀 속에 계속 엮여 들어간다. 결국, 감정이 없다면 기억은 무엇이겠는가? 인간적 의미도 없는 경험 의 끝없는 레퍼토리일 뿐이다. 기억 없는 감정은? 욕망의 이런저런 대 상사이에서 얄팍하게 날아다니는 일에 불과하다. 감정이 없으면 우리 심장은 부서지지 않고 슬퍼하지 않겠지만, 또 우리가 매력을 느끼고 잠 시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풍요로운 기억들, 오랫동안 보지 못 한 사촌들을 만날 때 떠오르는 그런 종류의 기억은 없을 것이다.
- 해마 안에서 순차적으로 발화하는 세포는 시간 세포라 불리며, 장소 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갖는 듯하다. 지금 보니 시간 세포와 장소 세 포의 입력이 해마 내의 통합된 세포 조립 시스템으로 한데 모이는 것 같다. 그렇게 하여 형성된 시공간 기억은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서는 사건 기억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점을 숙고한 뒤 앞 장에서 나온 '장소'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즉 엘비스가 죽었을 때 혹은 9·11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하는 질문 말이다. 어디와 언 제가 경험적으로 한데 엮인다. 이것이 해마의 신경-기억 생산 라인 내 의 시공간 세포 조립에서 처리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은 전두엽의 자전적autobiographical 저장고로 던져진다. 전기 기 억 속에서 하나의 연결된 세포 유닛으로 공고해진 사건은 회수되는 것 역시 유닛으로서다. 확정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전기 기억의 환 기는 전두엽의 전기 기억과 해마의 영상연출video-directing 특성에 관 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 오래된 기억은 최근 사건들의 영화 같은 기록의 모멘텀을 상실하여 과거에서 오는 장소의 스냅숏과 좀 더 비슷해지고, 그 일이 발생했을 때 함께했다는 감각만 남는 듯하다. 사 건 기억이 노화함에 따라 시간보다는 장소가 더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회상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났던 시간 이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 경험은 아마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 알츠하이머 환자는 해마가 일찌감치 손상되어 그 질환의 첫 번째 징후인 기억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시간 감각을 잃는다. 한 실험에서는 미약한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그룹 과 정상적 인지 기능을 가진 동일 연령대 그룹의 통제 능력을 비교했 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는 능력과 미래의 사건 들을 예견하는 능력이 똑같이 손상되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는 과거와 미래의 정신적 표상 사이에 밀접한 연결이 있다는 또 다른 증 거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전두엽 피질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은 병의 초 기에는 비교적 손상되지 않으며, 가소적인 해마가 더 빨리 손상된다. 그러나 병이 점점 진행되며 전두엽이 더욱 잠식되는 후기 단계에 이르 면 자전적 기억이 점차 파괴된다.

- 이 장에서는 스트레스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 한다. 이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것은 우울증 연구를 통해서다. 2003년에 나는 모즐리 대중 토론 시리즈에서 루이스 울퍼트와 같은 편에 서서 토론하 는 행운을 얻었다. 우리는 "항우울증 약물이 의존성을 유발한다고 믿 는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루이스는 자신이 겪은 우울증 경험보다 과학에 관한 투명한 글쓰기로 더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저서 《악성 슬픔: 우울증의 해부》는 그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이 우울 증이라는 주제에 집중적으로 발휘된 책으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 다. 나는 루이스가 청중에게 자신의 우울증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보다 더 나쁜 경험이었다고 말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 우울한 경험이 가진 가장 파괴적인 힘은 기 억과 사유를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리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치료받으러 나오는 것은 흔히 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절망과 자기혐오, 피로와 불면증,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도 견디고 분 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
- 두뇌처럼 신경세포도 잠자고 있거나 졸고 있다. 두뇌 전반에 걸쳐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것이 벌어지는 장소는 궁극 적으로 세포 차원임을 기억하라. 기억이 형성되려면 코르티솔 수치가 최소 수준을 넘어서야 하며, 우리는 이것을 '좋은' 스트레스라 부를 것 이다.
거꾸로, 코르티솔 수준이 항상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해마 신경 세포는 긴장성 분열증 환자처럼 과도 각성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상태 에 있게 된다. 이 경우 과도 기억 형성super memory formation이라는 결과 를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신경세포가 다른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재충전되려면 전기활동 수준을 도로 낮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도 각성된 신경세포는 초과 발화된 상태에 고정되어 있고, 새로운 자극에 사용되지 못한다. 코르티솔이나 나쁜 스트레스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때 기억 형성이 저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율신경계의 각성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신경세포 가 발화될 필요가 있다. 노르아드레날린의 수위가 낮으면 신경세포가 제대로 발화되지 않으며, 수위가 너무 높으면 신경세포가 기본 수준으 로 내려가서 재충전할 수 없게 된다. 즉 충전을 막는 저항력이 있다는 말이다.
-  다른 팀들과 함께 우리 연구팀은 특히 많이 줄어든 것이 좌측 해마이며 손상된 부위는 기억을 만드는 과정 이 발생하는 층위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즘 은 치료되지 않은 우울증은 해마 내 기억 생산 공정을 파괴하는 질병 임이 알려져 있다.
이는 매우 우울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으면 성인 이 되어 두뇌 장애를 겪을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 을 다 잃지는 않는다. 해마는 파괴되기 쉽고 비교적 쉽게 손상되지만, 가소성이 있어서 수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우울제와 이야기 요법이 해마 내 가지돌기의 풍부한 상호연결성을 복원할 수 있다는 증거가 더 많아지고 있다. 항우울제 같은 치료제는 해마, 전두엽 피질, 편도체 내에서 신경세포 연결의 '가역적 리모델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지돌기의 위축 증상이 역행될 수 있다는 이 행복한 발견은 약학적·심리학적 두뇌 치료로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 살아 있는 두뇌인 신경의 끊임없이 징징대는 소리에서 기억들이 만들어진다. 감각 신호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켜진 장식등처럼 신경세 포에 불을 켜고, 온 사방으로 반짝반짝 점멸하며 우리에게 마구 달려 들어 인간의 피질에 각자의 세계를 나타내는 개별적인 'www'를 만들 어 넣는다. 여기서 요점은 감각의 흐름이 당도하는 곳에는 어떤 중재자 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억 격자 구조의 그물망에 신경세 포 조립이 놓인 곳에서 그저 신호가 수신될 뿐이다. 이는 곧 인간 경험 이 오로지 기억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뜻인가? 어떤 두뇌에서 신경세 포들이 만드는 특정한 기억의 지도가 끝없이 이어져 점점 더 결정론적 인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에게 있는 것이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과거 경험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뿐이라는 의미에서는 하지만 이 68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무한히 복잡한 네 트워크는 절대 끝나지 않는 역동적 변화를 계속해나간다. 우리 감각을 통해 세계에서 들어오는 새 경험은 '최선의 조합'을 따르겠지만, 또한 세포 조립 통로의 변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연결도 형성할 것이다. 배 치되고 재배치되며, 격자 구조들이 가지를 치고 부서지면서, 기억들이 엮이고 보충되고 해체될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으로 이루 어진 구조물이다. 그러나 이런 기억 시스템은 의식이 있는 어떤 순간에 도 절대 똑같은 반복이 없는 엔트로피의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으 면서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피질 기 억 지도에 신경의 각인을 남긴다.

-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성숙하는 것이며, 성숙하다는 것은 자신의 창조를 끝없이 계속하는 것이다. (앙리 베르그송)

- 솎아내기와 신경 고립을 통한 은밀한 통로가 발달한다는 것은 곧 신경세포 간의 일부 연결이 다른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희생된다는 의 미다. 초기 발달 단계에서의 일반적 구도는 신경세포가 태중에서, 또 생후 초기의 두뇌 발달 단계에서 근본적 정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멋 대로 뻗은 가지를 솎아내어 어린 시절의 감각적 입력값을 식별하고 예 리하게 다듬는 방식이다. 유년기 후반에 이르면 전두엽의 가지돌기가 지가 솎아져 세계를 이해하는 인지적·감정적 방식이 마련된다. 신경 사이의 일부 통로는 자주 발화되기 때문에 강화되는 한편, 다른 것들 은 시들어 상대적으로 고정되고 자동적인 해석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생애 초반에 새 정보가 과도하게 가공된다는 패턴은 새로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평생 일어나는 일이며, 인터넷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지식 영역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이에 익숙할 것 이다. 새로운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과도한 일반화에 빠지는 초 기 단계가 있고, 이를 거친 뒤에야 새로운 주제에 관한 체계적이고 맥 락 있는 이해가 출현한다. 지식의 팽창은 지식이 식별된 뒤에 일어난다.
- 귀가 들리지 않는데도 이제껏곡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의 놀라운 재능은 고 도로 발달된 청각적 기억이 고도의 기능을 가진 전두엽의 지휘자와 상 호작용하는 데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루가 끝날 때의 우리는 베토벤 수준의 상상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무한한 복잡성을 지닌 감각 기억 시 스템이 만들어낸 개별적 구조물이다. 살아 있음의 경험이란 끝없이 변 화하는 매우 정교하고 무한히 가지를 치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를 넘는 어떤 것이라고, 자신을 넘어서고 기억을 넘어서고 심지어는 상상 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느낌이 바 로 당신을 '그저 자신의 두뇌 이상의 존재인 듯 느끼게 해주는 신경 네 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추상이 이룬 궁극적인 업 적이다. 그것은 자기 표현, 비슷하게 연결된 다른 인간들의 세계에서 통합적으로 현존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 

- 이것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 인간은 항상 이야기를 하는 존재이고, 자신의 이야기와 타인들의 이야기에 둘러싸여 살며, 이야기를 통해 자신에게 발생하는 모든 일을 본다. 또 그는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애쓴다. (장폴 사르트르)

- 이제 나는 우리가 어느 정도는 프랜시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외부 세계와 종종 과민해지는 기억 사이에 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균형을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프랜시스는 세상에 맞서서 분노하지 않고, 자신이나 주위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 다. 그녀는 참여하려고 애쓰고 있다. 프랜시스와 정신이상 장애를 가 진 다른 환자들은 내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능성이라는 추상적인 척도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는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것 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자신과 세계 사이의 편안한 평형을 이루는지 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계의 끝에 있 는 집>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눈길이 멈췄다. 그 소설에서 그는 심리적 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집단에 대해 접착테이프로 한데 붙여놓은' 상 태라고 묘사한다. 그들은 집 한 채에서 괴상한 앙상블을 이루며 살아 간다. 함축적인 감수성을 발휘하여 서로의 주위에서 감정적으로 세심 하게 조절된 춤을 춘다. 반드시 행복하지도 않고 오작동하는 것도 분 명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찾았다. 비록 세상의 끝에 세워진 집 이라고 해도. 어떤 집이든 우리는 모두 세상 속에 집을 가져야 한다. 히 포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각자의 정상 상태는 각자가 알아내야 하며, 다른 누구도 심판할 수 없다.

- “내가 그렇게 했어.” 내 기억이 말한다.
“내가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어.” 내 자부심이 말한다.
그러곤 완강하게 고집을 부린다. 마침내 기억이 항복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 거짓 기억
기억 불충실성memory infidelity이라는 비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우 리는 '거짓 기억'이라는 토끼굴에 떨어진다. 거짓 기억이란 일반적으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양상과 다르게 기억하는 것 혹은 애당초 일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을 기억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프레임에 있는 중심 문제는 '진짜true' 사건 기억이란 모순적인 용어라는 점이다. '진짜'라는 형용사가 대개 기억에 쓰이지 않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과학이 설명해온 것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사건들 이 원래 발생한 그대로 회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 다. 벤틀리가 1899년에 입증했듯이, 기억은 감각 경험의 흐름으로 재 생될 수 없다. 모든 전기적 기억은 어느 정도는 거짓이다. 변화의 불가 피성, 계속 진행되는 사건과 경험들에 기인하는 변화하는 네트워크, 인간들의 자기 서사화 충동 때문에 그렇다.
-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는 이 사실을 잘 표현했다. “기억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 속 전해주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리 이야기의 조금 다른 버 전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먼저 자신에게 우리 [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 다음 거기에 광택을 조금, 혹은 많이 더하 여 '좀 다른 버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한다. 그 버전은 우리가 '계속 자신에게 전해주는 새 버전이 되며,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때는 다 시 변한다. 자기 서사화는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서사로 변형시키며, 당신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그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모습을 그린다. 결국 그 모두는 허영에 의해 움직인다. 겸손한 사 람이 가진 가장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기 서사 화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는 몇몇 거창한 나르시시스 트가 활약하는 무대가 되어버렸는데, 그들의 허영심과 자만심과 대등 한 것은 오직 착각에 빠진 그들의 자기 서사화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서사 뒤에 숨을 수 있고,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때로는 희극적 존재로 서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며 처신할 수도 있다. 한 개인이 지우고 재구 축하고, 선별적으로 잊고 선별적으로 기억할 능력은 무한하다. 그러므 로 카드 색이든 자전적 사건이든, 과거의 기억이 현재 경험이나 변하는 자기 서사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축된다면, '가짜' 기억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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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생각의 배신

심리 2024. 4. 28. 05:52

- 생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 람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실제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습니 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 릴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생각을 바꿔' '긍정적으 로 생각해'라며 더 많이 생각하기를 권유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 니다.
최근 뇌 과학 연구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이 각종 정신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정신장애의 발생 가능성, 예후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방황하는 마음mind wandering' '반추rumination'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repetitive negative thinking' '걱정' 등이 우울장애, 불안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도 많 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울 장애와 불안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반복되는 생각을 줄 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요.
지난 몇 년 동안 환자분들의 생각을 듣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생각에 빠지는 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울과 불안 증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또한, 회복 이후에도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많은 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결과를 보았습니다.

-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각에 빠지는 것과 행복감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대학 교 연구진이 수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연 구진은 83개 국가의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연구했다. 해당 앱은 때때로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지금 무슨 행동을 하 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 으로 행복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해야 할 일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 감시탑과 중앙 관제탑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것처럼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도 서로 상호작 용을 하며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킨다. 그런데 생 존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편도체와 내측전전두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편도체의 활성화가 지속되고, 내측전전두피질의 억제 기능은 줄어든다. 이처럼 둘의 균형이 깨지면, 동일 자극에도 감정 반응이 크게 나타나 감정에 의한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우리 뇌를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의 뇌와 같은 상태로 변하게 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 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 면 우리 뇌는 그 상황을 실제로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착각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말싸움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일을 다시 떠올리면 우리 뇌는 누군가와 싸우는 상황으로 여겨 각종 스트 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감정을 일으키는 부위인 편도체가 불안 과 긴장을 유발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반응 이 나타난다.
실제로 피츠버그대학교의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 35명과 우울 하지 않은 대조군 29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반추하는 정 도를 조사하고 뇌의 기능을 보여주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할수록 편도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런데 우리 뇌는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흔히 '아무것도 안 할 때 오히려 잡생각이 많 아진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뇌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가 휴식할 때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 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는데,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우 리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미래에 대한 상상,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살피게 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창의 적으로 사고하고 대인 관계를 원활히 맺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 지만,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이 기능이 과하게 작동하여 뇌가 지 쳐버리게 된다.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은 우울장애에서 회복된 26명의 청소년과 정신장애가 없는 청소년 15명을 대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생각의 반복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일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떠 올리고 그 순간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fMRI로 뇌 영역별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부정적 생각을 반복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으며, 디폴트 모 드 네트워크가 크게 활성화될수록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크고 우울 증상이 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하게 쉬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쉬는 것이 아니고 오히 려 생각에 빠지느라 바쁜 시간이 될 수 있다. 지친 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생각에 빠지지 않으 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 생각의 반복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뇌의 전략임을 알았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는 것 은 본능에 가깝다. 뇌가 생각을 반복하도록 놔두면 우리는 생존 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지는 몰라도 우울이나 불안 등 또 다른 문제에 이르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된다면, 이 생각이 실 제로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줄지 아니면 단지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물론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생각은 우리 를 위험에서 지켜주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목적 없이 반복되는 대 부분의 생각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걱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보호하기보다 병들게 하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생각과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 그런데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정신과적 증상을 일으킴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연 구 대상자 868명의 메타인지적 신념을 평가하고 6주, 12주, 18주, 24주 뒤에 불안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메타인지적 신념은 메 타인지적 전략에 영향을 줌으로써 수 주 뒤의 불안 정도에도 영 향을 주었다." 어떤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미래 에 더 불안할 수도 있고 덜 불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메 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의 방식에 영향을 주어 우리의 마음을 달라 지게 한다.
다양한 메타인지적 신념이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 친다. 생각을 반복하게 만드는 메타인지적 신념은 크게 두 가지 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긍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와 같이 생각이 유용하다는 신 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으면 문제와 관련된 생각이나 걱정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생각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이다. 나는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어' '이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와 같이 생각은 통제가 어렵고 해롭다는 신념이다. 생각에 대해 부정적 으로 인식함에도 생각의 부정적인 부분에 압도되어 수동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12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 우, 생각의 반추에 보내는 시간이 길고 우울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정적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6개 월 뒤에 더 우울하고 불안한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메타인지적 신념은 생각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우울, 불안 등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단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 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의를 다른 무언 가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의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다시 생각이 주의를 끌어가지 않도록 그것에 주의를 유지하는 것 또 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생각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행위다. 생각 외에 다른 무 언가에 주의를 기울일 경우, 우리는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 다. 그리고 이 몰입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해보면,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때, 목표를 성취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할 때, 자녀가 걸음마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 순간 자체에 온전히 몰입한다. 이처럼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을 지속해서 연습하는 것과 같으며, 생각에서 쉽게 빠져나올수 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 일본의 홋카이도대학교 연구진은 성인 458명을 대상으로, 생각에 빠져드는 경향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평가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생각에 빠지는 경향이 적을수록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순간적으로 행복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여기게 해준다.

-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우리를 현재의 일에 몰입하게 해준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는 저서 《몰입》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이 내적으로 보상을 받을 때, 우리의 삶은 미래에 얻게 될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에 저당 잡히는 대신 현재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무조건 단점은 아니다. 걱정은 문 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식 단을 관리하며, 건강검진을 받는다.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한다. 만약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아 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 럼 걱정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우리 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걱정으로만 그칠 때가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서 반복적으로 생각만 할 뿐, 해결 방법을 모색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다. 앞서 도영 씨도,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온종일 걱정만 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단순히 걱정에만 그치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데는 '걱 정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는 메타인지적 신념이 작 용한다. 우리가 문제에 대해 걱정에만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M. 스콧 펙M. Scott Peck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에 있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느라 성급하게 아무 조치나 취하는 것보다 더 유치하고 파괴적인 결함이 있다. 그 결 함은 더 보편적이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 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저절로 사라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문제에 대한 걱정만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타 인지적 신념이 있는 경우,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에 대한 걱정에만 머물게 되고, 대책을 세우는 대신 걱정만을 반복하게 된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걱정은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 문에 머릿속 상황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다양 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든 생 각은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작용하고 있다. 생각 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중요하고 의미 있고 이성적인 생각들도 있지만, 아무 의미 없고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 에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80%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런데 모든 생각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메타인지적 신념을 가진 사람의 경우, 모든 생각에 의미를 부여 하기 때문에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 사라지는 대신 우리의 의식 에 잡혀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 정신과 환자들이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듣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생각을 바꿔봐."
혹시 누군가가 당신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절대 이 말은 하지 마라. 힘겹게 당신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생 각을 바꾸라는 말을 들으면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수치 심과 자괴감을 느낀다. 그 뒤로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생각이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로 바뀌는 것이기보다는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자신을 봐달라고 경쟁하는 모습에 가깝다. 다 양한 생각 중에서 더 큰 감정을 유발하고 더 오래 우리의 의식을 부여잡은 생각이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진다. 어떤 생각은 자연스 럽게 흘려보내고 어떤 생각에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만, 생각 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호 씨의 경우, 죽음에 관한 생각 역시 나름의 배경이 있고 논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은 바로 자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보다 긍정적인 생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 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뿐더러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 무기력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무기력감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뇌의 신호다. 수영 씨는 어 머니와의 사별 이후 무기력이 찾아왔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정 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거나 심한 스트레스 후에 무기력을 호소하 는데, 이는 위험한 상황을 다시 겪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하는 역 할을 해준다. 무기력하면 일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원시시대에는 동굴 밖을 나가는 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무기력하면 안전한 장소에 머물기 때문 에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보 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무기력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인다. 무 언가에 도전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패는 좌절감을 유발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건 거절을 당해 소외감을 느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은 무언가에 도전하지도, 누군가에 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게 하면서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낄 가능 성을 줄어들게 한다. 이처럼 무기력은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보존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우리를 보호해준다.

-나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를 자꾸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 치 않으면 끊어버릴 수 있는 가벼운 관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같이 가까운 상대와의 문제는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딜레마다. 이런 상황 에서 우리는 통제감을 상실한다. 통제감을 상실하면 우리는 불 안해지고 상대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타인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생각과 행동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관계 자체는 어떻게 하지 못하더라도 관계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고민을 지속하는 데에는 깊이 더 많이 생각할수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타인 지적 신념이 작용한다. 이런 신념은 빠른 결정이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만든다. 그런데 의사 결정을 연구한 심리학 실험들은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 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라드바우드대학 연구진은 축구 전문가와 비전문 가를 대상으로 축구 시합의 승패를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진은 연구 대상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어 느 팀이 승리할지를 깊이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고르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은 무의식적으로 승리 팀을 고르도록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짧은 시간을 주고 승리 팀을 선택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 오랜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한 그룹의 예측 정확도가 가장 낮았다. 전문가의 경우엔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고른 경우가, 비전문가의 경우엔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승리 팀을 선택했을 때의 예측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거나, 짧은 시간을 두고 선택하는 경우 엔 중요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정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 선 택하는 경우엔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모두 고려하 다 보니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 자기 전에 드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잠들기 전에 하는 규칙적인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잠들 기전 의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고 때로는 지루한 것이 좋 다. 호흡 훈련, 스트레칭, 이완 요법, 명상, 기도, 독서, 잔잔한 음악 듣기, 반신욕, 차 마시기 등이 적절한데, 나에게 잘 맞는 의 식을 찾고 지속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의식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며, 무엇보다 생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의식을 진행한 후에 잠자는 것을 반복하면 의식을 행하는 것만으로도 잠이 올 수 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 비해 자극이 적어 계속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니, 의식적으로 생각에서 빠져나와 지금 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줘야 한다.

-이전과 다르게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 것이 불편하다면, 지인과의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뇌가 너무 큰 자극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에서는 잔잔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극적인 것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같이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시간 을 줄이고, 독서,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변화를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울과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고 우울하고 불안한 경우, 타인과의 관계 를 점점 피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고립은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차단함으로써, 우 울과 불안을 악화시킨다. 그런데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으 로 남기다 보면, 이를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고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주위 사람 들과 나눌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의 관계를 촉진시킴으로써 생각에서 벗어나고 우울과 불안을 이 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록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이어준다. 힘든 순간, 우울하고 불안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족과 친구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은 머릿속의 생각을 줄이고 싶을 때, 보통 시각 자극을 제공하는 대상에 의지한다. 우리 뇌 는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 피질'은 우 리 뇌의 후두엽에 위치하는데, 대뇌 피질(대뇌의 표면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으로, 부위에 따라 사고, 언어, 기억 등 뇌의 중요 기 능을 담당함)의 30%가 시각 피질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뇌의 많 은 부분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시각 정보는 다른 감각 정보에 비해 더 빠르게 처리되며, 우리 는 이를 기반으로 시각 자극을 해석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우리 뇌는 시각적 자극에 많은 주의를 기 울이며, 시각 정보를 통해 빠르게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한다. 이 처럼 뇌가 시각 자극에 민감하기에 우리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 을 때 시각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에 서 쉽고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닫는 순간, 시각 자극이 없어지며 온갖 생 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는 더 강한 시각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 은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이에 반해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정신 활동을 통해 생각에 서 벗어나게 되며, 외적 자극 없이도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을 쉽 게 만든다. 대부분의 명상은 눈을 감고 시각 자극을 단절한다. 명상은 외적 자극이 아닌 우리의 정신적인 힘을 통해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 활동에 몰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시각 자극의 단절은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누구 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 험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 시각 자극에 많이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눈을 감았을 때 몰려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 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반복할수록 익숙해지며, 명상을 지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수십 분, 수 시간 동안 명상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명상을 통해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상태는 명상이 끝나 고도 지속된다. 명상하면서 불필요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외적 자극이 아닌 오로지 정신의 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 극이 없어지면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시각 자극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이 가능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은 다양한 기전(메커니즘)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인 다. 명상을 반복함으로써 전전두피질(전두엽의 앞 부분을 덮고 있 는 대뇌 피질, 주의를 조절함)의 기능이 강화되고 이는 부정적인 생 각의 억제를 수월하게 한다. 또한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 고 기분을 안정화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명 상이 안정된 상태의 뇌파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정 된 뇌파의 증가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생 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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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제 정신이라는 착각

심리 2024. 4. 28. 05:50

-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뇌는 시종일관 주어지는 감각 데이터로부터 지각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부 분 명확하고 안정된 해답에 이른다. 뇌는 외부 세계에 직접 접근 할 수 없기에 지각을 만들어내야 한다. 뼈로 이루어진 깜깜한 공 간에 들어앉아 감각기관이 그에게 공급해주는 신호를 이해해 야 한다(이런 신호들은 절대로 외부 세계를 명확하거나 완전하게 보여주 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바깥의 사건 중 어떤 것이 이런 신호를 유발하는지 학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각을 만들어내고, 이런 지각을 세상이 어떠하며, 이 세상에서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론, 생각, 아이디어, 예감, 의견, 신념, 확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뇌가 어떻게 지각을 만들어낼까'라는 질문을 연구하다 보니, 나는 지각의 변화 증상이 나타나는 심리 질환에 점점 더 관심이 생겼다. 현실과 유리된 세계상을 지니고 있어 즉 그들의 뇌가 현실과 유리된 세계상을 만들어내 타인들이 볼 때 ‘미쳤다’는 생각이 드는 질환 말이다. 그런 질환 중 하나는 조현병이다. 조 현병 환자는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현실과의 연결 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환각 증상, 즉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지각과 망상, 다시 말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과 확신을 경 험한다. 그리하여 나는 신경과에서 신경정신과로 방향을 틀어 뇌가 세계상을 만들어낼 때 어떤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변하는 지에 천착해보기로 했다.

- 이 책에서 나는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최 근 뇌과학 이론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확신이 생겨나는 기본 메 커니즘과 기능을 설명할 것이다. 신경과학 외에도 철학, 진화론, 유전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정신의 학을 넘나들며 논의해보려고 한다.
핵심 명제는 바로 이것이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 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종종 우리에게 커다란 유익이 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견하게 해주고, 그런 사건에 더 쉽게 대응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설은 가설일 따름 이다. 즉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정이므로, 언제든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확신하고 싶어 하고, 확신을 고집스럽게 부여잡고 싶어 하는 경향은 심리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 다. 하지만 확신은 가설에 불과하므로,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 른 관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중요한 전제다. 이 책이 보여줄 관점이 우리 모두가 열린 태도로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끔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 덱사메타손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를 약리학적으로 본뜬 것이라 그것을 투여하면 뇌가 극도로 예민해지기에, 지각 이 변해 있지도 않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편집증적 증세를 보일 수 있으며, 나아가 환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 면서 그런 증상이 금방 사라져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담당 의사 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그 약을 투여할 때는 약간 조심 해달라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뇌에 전이되지는 않았겠지만, 만일을 위해 뇌 MRI를 한번 더 찍어보라고 한다. 헬렌 S.는 친구 에게 솔직히 말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녀 는 믿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이성적인 인간인 내가, 스트레스 호르몬 과다로 잠깐 돌아버릴 수 있구나. 정말 완전히 홱 돌아버릴 수 있구나!'

-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깊은 고랑
하지만 우리는 정확히 이렇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사고한다.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적 분류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언뜻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적 사고는 심리학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자 고든 윌 러드 올포트 Gordon Willard Allport의 말마따나 "인간의 정신은 카테 고리를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 다. 정돈된 삶을 살려면 그래야 한다."
- 그러나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경향은 참으로 위험하다. 흑백 논리로 이어지고, 극복하기 힘든 고랑이 파일 수 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카테고리 사이의 고랑은 특히 깊다. 정상과 비정 상의 중간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머릿속에 그어진 이 두 카테고리 사이 경계선은 너무나 예리하다. '정상'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 그러나 '비정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다 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며, 낯설고 끔찍하고, 심지어 공공에 위험 한 사람이다.
- '돌았다', '미쳤다'는 단어는 명백히 부정적 어감을 지니고 있 고, 다른 사람들과 관련해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보통 그 사 람들이 기본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신 경정신과 의사의 경우는 다르다. 전문가는 사람들을 낙인찍지 않고자 증상을 명명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증상을 분류하기 위 해(때로는 너무 빠르게) 진단을 내리며, 이런 토대 위에서 치료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심리적 증상과 신경정신과적 진단은 돌에 아로새긴 것처럼 변치 않는 것이 아니며, 종종 없던 일이 될 수 도 있다. 즉 증상이 없어지고 진단이 철회될 수도 있다. 이런 단 순한 이유만으로도 신경정신과 의사는 인간을 기본적으로 비정 상이라고 낙인찍는 개념을 무조건 피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런 식의 낙인을 단호하게 저지하는 것이 바로 신경정신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보기에) 잘못된 확신을 부여잡고 있는 이유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우리에겐 아주 명쾌하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은 왜 올바로 보지 않으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특히 유혹적인 추론은 이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 현실과의 접촉을 잃어버렸다는 것! 간단하게 말 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자신의 확신을 그렇게 확고하게 믿을 까? 이 질문을 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굳은 확신이 우리에 게 어떤 역할을 할까, 그것이 머릿속에서 어떻게 생겨날까, 그리 고 어떻게 심리 질환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종종 현실 과의 연결을 잃을까? 여러분은 우리의 세계상이 환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때는 현실과 더 많이 일치하고, 어느 때는 더 적 게 일치하는 환상이다. 더 적게 일치할수록 '제정신이 아닌 것' 이 된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 앞서 말했듯 '내게 도움이 되니까 믿는다'라는 진술을 종교적 믿음의 적절한 근거로 받아들이면서, 많은 신자에게 실용적 합 리성을 인정해줄 수 있다. 신자들에게 인식적 합리성은 믿음이 주는 실용적 유익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 삶에서 의지가 되 고,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주는 것에 대한 필요가 경험적으 로 검증 가능한 진실에 대한 필요보다 크다. 이제 이런 데 비중 을 두는 건 사적인 문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선험적 확신으로 표방되는 신념은 위험과 부작용도 동반한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확신을 지닌 개개인이나 집단이 충돌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종교를 빌미로 일어난 전쟁 목록은 길며, 여기에 희생됐고 여전히 희생되는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 다. 열정적으로 종교적 믿음에 반기를 드는, 확신에 찬 무신론 자가 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방금 전에 언급한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신무신론자'가 바로 그런 논지를 편다.
- 그러나 우리는 이런 논쟁에는 끼어들지 말고, 종교적 믿음이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며, 이는 종종 볼 수 있는 '정상적 인' 형태의 비합리적 확신이라는 점만 확인하기로 하자. 종교적 믿음은 '어쩌다 보니' 비합리적이 된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인식적 합리성의 원칙을 그 자체로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 종교적 믿음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감안할 때 나아가 인식적으 로 비합리적인 확신이 합리적인 확신보다 훨씬 더 '통상적'이라 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근본적으로 망상적인 것이며, 심리 질환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건 상당히 위태로운 주장이 되는 것이다.
- 음모론은 모든 사건 에서 원인 혹은 의도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이용한다. 우리는 순수한 우연이나 카오스를 참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일 더하기 일'을 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단순한 설명을 좋아하고, 인과관계, 패턴을 찾아낸다. 심 지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부분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권모술 수나 어떤 힘을 찾아낸다. 우리는 이웃한 사건을 서로 연결한다. 그 사건들이 그냥 서로 우연히 가까이 있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의 사고는 이런 인지 왜곡에 취약해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 볼 예정이다) 종종 비합리적 판단에 이른다. 음모론이 꽃피는 아 주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비합리적 확신의 모든 예는 인식적 비합리성이 결코 망상만의 특성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만연한 것 임을 보여준다. 종교적 믿음이나 미신처럼 인식적 합리성에 크 게 신경 쓰지 않는 확신이든, 이성의 옷을 입었지만 속으로는 굉 장히 비이성적인 음모론이든,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은 예외라 기보다는 규칙에 가깝다. 대부분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히 '평범한' 것들이다.

- 자신의 인지 왜곡을 보지 못하는 맹점 편향은 우리가 합리적이라는 환상을 갖게끔 한다. 대부분은 스스로와 스스로 의 신념을 인식적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 를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면 서 자신의 비합리성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 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일까, 모두가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망상 에 빠진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확신이 얼마 나 합리적인지에 대한 숙고가 보여주는 것은 인식적 비합리성이 결코 망상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은 망상과 '정상적' 확신을 구분해야 하는 신경정신과 의사에게는 나쁜 소식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망상과 '정상적' 확신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 만 《DSM-5》에서 제안하듯 합리성을 기준으로만 구분하는 것 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다른 저자들도 종종 추가적 인 기준을 도입했다(물론 이런 기준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능적 제한, 망상적 확신으로 말미암은 주관적 고통, 또는 이런 확신을 비슷한 문화적 배경에서 대부분의 사람과 어느 정도로 공유하는가 하는 질문도 기준이 된다. 56 그러나 여기서 나는 망 상에 대한 신경정신과적 진단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 다. 그 문제는 심지어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망상적 사고와 '정상적' 사고 가 우리 생각만큼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망 상은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상적' 사고 역 시 우리 생각만큼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제정신 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 생각보다는 '더 제정 신이 아닌 듯하다. 또는 최소한 소위 '정신 나간' 확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신이 헤까닥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 조현병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 는 것은 현대의 분자유전학적 방법을 동원한 연관성 연구가 제 공하는 중요한 인식 중 '하나'일 따름이며, 이런 연구들은 이외 에도 이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에 대해 다른 중요한 정보를 제공 한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유전적 위험 변이가 어떤 기능을 하 는가, 하는 질문이 중요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소위 유전 자 발현gen expression이다. 유전자에 암호화된 유전 정보가 어떻 게, 유기체의 어떤 세포에서 번역되어 기능이 발현될까? 조현 병에 대한 GWAS에 따르면 (그리 놀랍지 않게도) 확인된 유전자 중 대부분은 뇌에서, 더 정확히는 글루타메이트 glutamate나 도파민 같은 특정 뇌 메신저의 기능과 관련해 발현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더해 (약간 더 놀랍게도) 면역 체계의 세포에서 발현되는 몇몇 유전적 위험 변이가 발견됐다. 12 이런 중요한 발견은 이후 조현병 연구자들로 하여금 면역 기능이 조현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다수의 유전적 위험 변이가 있고, 해당 유전자가 여러 조직에서 발현된다는 것은 유전학의 역할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경우를 '다인자 적 polygenic' 영향이라고 말한다.
이를 약간 자세히 살펴보자. 단일 유전자로 말미암은 유전병 도 있다. 유전자 하나가 변화되어 유기체의 작동 방식에 특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단인자 유전병의 대표적인 예가 낭 포성 섬유증이다. 이 질환에서는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기도에 서 지나치게 걸쭉한 점액을 만들어, 종종 폐렴 같은 중증 호흡기 감염을 일으킨다. 이런 단인자 유전병은 대물림된다. 즉 부모 모 두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자녀에게 물려주 면 자녀는 불가피하게 이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13
조현병 같은 다인자적 질환은 이런 방식으로 직접 유전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전달되어 질병 발현에 위험을 높인다. 질병의 위험은 유전된 유전자 변이 수에 비례해 증가하 는데, 이들 각각은 그 자체로 질병을 유발하지 않지만, 합쳐져서 위험성을 높인다. 이를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risk profile'이라고 한다.

- 모든 현상이 또는 더 일반적으로 모든 생명현상이 나타 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늘 다양한 차원에서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이 문단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상 앞에서 일어나 물을 가지러 부엌 쪽으로 갔다.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단박에 떠오르는 대답은 '목이 말라서'라는 것이다. 생리학자는 물을 찾는 내 충 동을 자신의 지식에 기초해 인간의 수분 및 전해질 대사의 조절 로 설명할 것이다. 심리학자의 대답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심리 학자는 내가 방금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부엌으로 간 것은 잠시 쉬고 싶은, 혹은 더 나아가 -프로이트적 시각에서 볼 때 구 강 만족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의 표시였다고 말할지 모른다. 프 로이트를 신봉하는 사람은 하필 지금 물을 마시려는 욕구가 내 유아기의 성 심리적 발달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럴듯하게 설 명할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서 내 인생사를 환기하는 것이 다. 반면 진화생물학자는 내 개인사보다는 호모사피엔스의 발 달사에 시선을 맞추어, 위험한 탈수에 처하지 않게 하는 반응으 로 인간이 갈증이라는 주관적 느낌을 느끼도록 한 유전적 장비 가 어떻게 자연선택에서 이점으로 작용했는지 설명할 것이다.

-네덜란드의 동물학자이자 행동과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 Nikolaas Tinbergen은 어떤 범주로 유기체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몰두해 각각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왜'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질문은 메커니즘과 관계된다. 즉 행동의 기반이 되는 생리학적 과정이다. 두 번째 질문은 개인의 발달사, 곧 어떤 행동이 일생에 걸친 유기체의 발달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로써 이 두 질문에서 '왜'라는 물음은 직접적 원인(근접 원인이라고도 한다)과 관련된다. 이런 원인들은 직접적으로 개인에게서, 그리고 개인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막 물 한잔을 가져온 것에 관련된 직접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는 생리학자들과 생리 학이 약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틴베르헌의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은 근본적인 원인과 관 련된다(궁극적 원인이라고도 한다). 이런 원인은 개인적인 것이 아 니라, 진화 과정의 결과로 전반적인 종족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 을 말한다. 근본적 원인은 말하자면 진화적인 원인이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은 소위 어떤 현상의 적응적 adaptive 가치와 관련된 다. '특정 행동(내지 이런 행동에 기반이 되는 유전자)이 우리 종족에게 자연선택상 이점을 동반하는가?' 하는 것이다. 물잔의 경우 내 행동의 적응적 가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탈수를 피 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개인은 더 건강하고 오 래 살며, 그로써 재생산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질문은 진화 과정에서 행동 양식이나 다른 생명현상 이 계통발생적으로 생겨난 것과 연관된다. 종이 발달하는 동안 특정 행동 양식 형성에 기여한 메커니즘이나 상황에 대한 것이 다. 현재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체액과 전해질 조절이 계통발생적으로 더 오래된, 옛날의 단순한 체액 조절 형태에서 어떻게 형성됐는가 하는 질문도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내가 왜 물을 가져왔는가, 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진화생물학자 가 가장 잘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작은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고, 빠듯한 자원을 두고 적과 경 쟁해야 했던 선조들에게는 불신과 편집증적 경향이 생존에 유 익을 주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더욱 조심하고 위험을 더 빨리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초자연적 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사회집단에서 명망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조현병의 특징으로 보는 정신병 증상은 원시사회에서는 저세상의 영이나 귀신과 접촉하는 것으로 해석됐을 것이고, 그 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종종 사회적으로 특별한 샤먼이라 는 지위를 부여했을 것이다.25 정신분열증을 경험하도록 하는 유전자 변이는 원시인류가 수천 세대에 걸쳐 발달하는 과정에 서-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말을 빌리자면 유전적 향상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이 유전적 질환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가벼운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일 뿐 아니라 재생 산율도 더 높은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재생산율도 높아야 해당 유전자 변이에 대해 긍정적 선택이 일어난 것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영국의 행동생물학자 대니얼 네틀 Daniel Nettle은 이 런 주제에 천착했다. 그는 몇 년 전 동료 헬렌 클레그 Helen Clegg와 함께 성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정신증 경 향, 창조성, 재생산 성공 간의 연관을 연구했다. 조사 대상자 중 에는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를 비롯해 창조적 직종에 종사하 는 사람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35 설문 조사 결과, 신비한 생각 이나 눈에 띄는 지각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보고하는 사람 중 창조적 직업군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여기서도 정신증 경향과 창조성의 연관성 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정적 발견은, 특이한 경 험을 한다는 응답과 삶에서 한 사람이 맺는 파트너 관계의 수사 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는 늘 한계가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 36 네틀과 클레그의 이 연구에서는 이런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파트너를 구하는 데 성공한 정도 여기서는 단순히 파트너 관계의 수- 를 정말로 재생산의 성공으로, 그로써 성적 선택에 의미 있는 것 으로 봐도 될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연구에서 정신증 경향과 자녀 수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 피임 수단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대에 자녀 수를 따지는 건 별로 신빙성 있는 잣대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연구의 한계를 염두에 두더라도 네틀과 클레그의 연구 결과는 최소한 망상적 사고를 포함해 가벼운 정신증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더 창조적이고, 더 쉽게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음을 시사 한다. 이런 결론은 최신 유전 연구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즉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37을 지닌 사람 중 예술 협 회에 속하거나 창조성이 요구되는 직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밖에 조현병에 대한 위험 프로 파일과 섹스 파트너의 수도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 여성의 경우에는 조현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프로파일이 첫 출 산을 더 빨리 하는 것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 수와는 지금까지 기껏해야 아주 미미한 상관관계만 입증 됐을 따름이다.  실제 성적 선택에 대한 증명이 분명히 이루어 지지 않았다 해도, 확실한 것은 유전 연구가 보여주는 이런 결과 가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파트너 관계를 맺거나 자녀를 두는 경우가 더 적다는 사실과 완전히 배치된다는 것이다. 조현 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약간 있지만, 건강한 사람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데 전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로 파 트너 관계 혹은 자녀 수가 더 증가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 이다.
- 요약하자면 신경정신과 의학자들은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 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연구 결과는 정신적 으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최소한 증상의 심각성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말 이다. 연구 결과들은 '정상적' 확신과 '정신 나간' 확신이 생겨나 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 즉 뇌 속 가정과 관련해 범주적 구분 은 존재하지 않고 연속체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지각과 생각, 행동에서의 비합리성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실수 失手의 비용을 계산하다 보니 나타난다는 생각을 오류 관리 이 론 Error Management Theory, EMT이라 부른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와 마티 헤이즐턴 Martie Haselton이 창시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지 왜곡과 그에 기반한 잘못된 확신은 결코 진화의 과실이나 인지적 충수돌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전 반적으로 적합성을 높이기 때문에 적응적인 특성이다.5 비합리 적 확신은 실수율을 더 높일지 모르겠지만, 비용이 낮은 실수는 용인하고 높은 비용이 드는 실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 수율을 높이더라도 적응적인 행동인 것이다.
- 버스와 헤이즐턴의 오류 관리 이론은 원래 남성과 여성이 상 대방의 이성적 관심을 평가하는 데 서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에 따르면 남자는 이성의 호감을 과 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이 여성의 성적 의도를 과대평가 하면, 과소평가할 때보다 번식의 성공이라는 면에서 중대한 오 류를 범하지 않게 된다. 진화적 적합성에 관한 한 이성의 호의를 얻고자 하다 실패하는 것보다 번식 기회를 놓치는 것이 손해가 더 큰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는 이성의 호감, 정확히 말하면 남성이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는 면에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역시 오류 관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평가의 오 류를 범했을 때 어떤 값을 치러야 하는가로 말이다. 여성이 남성 이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과대평가해 그의 구애 에 쉽게 응하면, 임신할 경우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남성이 임신시켜놓고 나 몰라라 할 경우에 말이다. 반면 남성의 그런 관심을 과소평가하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좀 늦어 질지는 몰라도 번식의 성공 면에서 피해가 더 적을 수 있다. 따 라서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남성의 호감 표현을 극도로 진지 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여성의 진화적 적합성이 더 커진다.
-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상이 부모나 교 사, 다른 권위자(가령 의류 매장 판매원)가 진실이라고 전달해준 데 기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의 말마따나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 가기 위해 굉장히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모든 지식을 세부적 으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가령 당신이 한 부족의 구성원이고 그 부족에서는 건강한 아이를 얻기 위해 신에게 염소를 제물로 바 치는 관습이 있다면, 당신이 아이를 가졌을 때 제물을 바치는 걸 그만두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안전한 건 안전한 거니까! 15 우리가 믿는 것과 관련해서는(그리고 실질적 이유에서 세부적으로 는 검증할 수 없는 것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냐 아니냐보다 누가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했느냐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사 람들이 진화론을 믿지 않고 지적 설계를 믿는다면, 그건 그들이 과학자보다 자신에게 이런 '진실'을 가르쳐준 사람을 더 신뢰하 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그들이 신뢰하는 사람들이 과학은 믿 을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진화적으로 볼 때 이런 식으로 확신을 형성하는 행동은 굉장히 적응적이다. “자연선택은 어린아이의 뇌가 부모와 부족 의 어른들이 하는 말은 뭐든 믿고 보게끔 한다.” 

- 우리는 비합리성이 확률은 낮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치명 적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적응적이라는 것과, 때로는 진실을 탐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다 보니 비용편익 을 위해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적응적이라는 걸 살펴봤 다. 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 겨난다(그런 다음 확증 편향의 도움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굳어진다). 아 울러 우리가 실용적인 이유에서 지식과 확신과 신념을 다른 사 람에게서 그냥 넘겨받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겨난다. 확실한 진실을 추구하느라 섹스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진화 적 적합성에 마이너스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확신 이 이렇듯 단지 부정적 결과를 피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을까?
우리 스스로와 세상을 더 좋게 바라보게끔 하는 인지 편향이 라 할 수 있는 긍정적 환상이 그런 적응적 이점을 줄 수 있다. 무 엇보다 '평균 이상 효과(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운전 을 잘한다고 확신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나 '낙관적 편향(대부분 의 사람은 현재보다 미래를 실제보다 더 낙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을 실제보다 더 건강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직업적 실패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있다)'이 이에 속한다. 이런 긍정적 환상은 다른 많은 왜곡과 마찬가지로 오류 관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장기간 직장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곤 할 때 드는 비용이 한번의 성공으로 만회되고도 남는다면, 취직에 대한 낙관적 편향이 장기적으로는 좋게 작용한다고 하겠다. 실제로 자신의 능력 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더 성공적이라는 경 험적 증거도 존재한다.

- 오류 관리 측면에 더해 긍정적 환상은 진화적 적합성에 직접 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미치기도 한다. 이런 효과 중 하나는 평 균 이상 효과 중 한 가지 버전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관련한 평 균 이상 효과다. 경험적 연구에서 응답자의 95퍼센트가 지능, 매 력, 유머 감각 같은 특성과 관련해 자신의 배우자가 평균적인 배 우자보다 더 낫다고 답했다. 자녀와 관련해서도 이런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자기 자녀의 자질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열렬히 칭찬하는 부모를 보면서 속으로 눈을 흘겨본 경험이 없 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캐나다 심리학자 데니스 크레브스 와 캐시 덴턴의 말처럼, 자녀의 약점을 간과하는 부모의 능력은 때로는 어느 정도 망상과 비슷한 데가 있다. 이런 과대평가는 배우자 관계를 안정시키고, 후손을 더 잘 돌볼 수 있게끔 만들어 번식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진화적 적합성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 법률가이자 사회과학자인 예일대학교 댄 카한 Dan Kahan 교수 는 확신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보여주기보다, 자신이 누구인 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31 그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기후변 화나 진화 같은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확신은 관련 정보가 얼마 나 있는지, 혹은 그 지식이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되는 지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그런 확신이 자신 이 속한 집단이나 정치 진영이 표방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느 냐가 중요하다. 가령 단결이 중요하냐, 자기 결정이 중요하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느냐, 이익을 관철시키느냐, 자연과 조화 를 이루어 사느냐, 자연을 지배하느냐.32 카한에 따르면 확신은 그 자체로 독립된 산물이 아니라 늘 배경에 좌우된다. 그는 서 로 다른 집단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많이 다르 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다른 견해 사이의 논쟁은 오히려 '문화적 지위 경쟁'이라는 것이다.33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데이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34 민주당 지지자 중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중 89퍼센트는 기후변 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되었다고 보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지지자는 41퍼센트만 그렇게 보았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에게 서는 교육 수준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는 교 육수준과 무관하게 기후변화가 인간이 초래한 것이라고 믿는 비율이 25퍼센트 이하였다. 이런 데이터 역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정치적 성향이 기후변화에 대한 확신에 더 강 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렇듯 스포츠든, 종교든, 정치든, 기타 이데올로기적 질문이 든, 우리가 표방하는 확신이 인식론적 의미에서 진실한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확신은 많은 부분에서 어느 사회집 단에 소속되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 메르시에와 스페르베르에 따르면 확증 편향은 흔들림 없이 자 신의 확신을 고수해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생각하도록 설득하 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에 진화적으로 적응적이다. 이런 생 각은 실험으로 뒷받침된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는 어떤 이론의 반대 증거나 논지를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하지 않 았지만, 자신이 대변하는 이론에 관한 한 반대 논지를 받아들이 는 걸 힘들어했다.41 우리의 확증 편향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논증하고 대변하도록 해준다.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을 정말로 확신해야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신의 이런 의사소통적 기능이 진실된 내용을 검증하고 경우 에 따라 수정하는 능력보다 사회적 존재로서 진화하는 데 더 중 요했던 듯하다.

- 자연선택이 진실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인식적 합리성에 대한 선택적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그 에 대한 선택적 압력은 인식적 합리성이 선택의 이점을 동반하 는 만큼만 존재한다. 그리하여 선택적 압력은 아주 다양한 방향 에서 작용하므로 우리는 지각, 사고, 믿음, 행동 등 여러 면에서 비합리적일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됐다. 다시 말해 인식적 비합리성은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이며, 결코 병리학적, 즉 망상 적 확신이나 취약한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다. 진화적 안경을 쓰 고 관찰하면 인식적 비합리성은 '버그'가 아니라 '특징'이며, 오 류가 아니라 기능이다.
인식적 비합리성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승격시키자는 이야기 가 아니다. 그러나 인식적 비합리성을 악마화하거나 법적으로 금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화론적 설명은 비합리성을 좋은 것 으로 여겨야 하는지, 나쁜 것으로 여겨야 하는지 판단하지 않는 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의 비합리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아무것 도 배울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 뇌는 긴 세월 얼굴에 대한 경험에 근거해 얼굴이 바깥쪽으로 볼록하다는 예측에 굉장히 높은 정확성을 부여한다. 뇌는 이런 예측을 너무나 강하게 '신뢰하는 바람에 오목한 얼굴(가령 음영 때문에도 그렇게 보일 수 있을 때)에서 기인한 감각 데이터는 전혀 주 목하지 못한다. 이는 볼록한 얼굴이 아니라 오목한 얼굴을 한 생 명체가 사는 행성으로 여행한 뒤에야 달라질지도 모른다. 오목 한 얼굴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얼굴이 밖으로 볼록 하다는 예측에 정확성을 덜 부여하고, 감각 데이터에 더 높은 정 확성을 부여할 것이다. 즉 감각 데이터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예측 처리 이론에 의하면 뇌는 엄밀히 말해 예측 기계일 뿐 아니라, 정확성 가중치 부여 기계이기도 한 것이다.
- 예측 처리 이론이 주장하듯 뇌가 정말로 예측 기계라고 할 때, 뇌의 예측은 확률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확 률을 기준으로 예측한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인식적 - 합리적 존 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머릿속 예측 기계의 작업 방식은 오히 려 학술 논문을 정확히 살피기보다는 직감에 이끌리는 학자와 비슷해 보인다. 이런 학자는 자신이 수행할 실험을 선택할 때도, 진실을 캐내는 면보다는 혹시 가설에 위배되는 실험 결과가 나 와 커리어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에 더 신경 쓴다. 그 때문 에 본인의 가설을 확인해주는 데이터에만 주목하고, 가설에 모 순되는 데이터는 애초에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거나, 다른 학 자들이 조작한 결과로 본다. 그리고 데이터에서 본인이 원하는 패턴만 임의로 읽어내고, 스스로를 대부분의 학자보다 훨씬 우 월하다고 느낀다. 이런 학자는 진실된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 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확실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확신이 사실은 그리 확실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뇌가 부여하는 정확성과 무관하게, 확신은 언제든 거짓으로 드러날 수 있다. 뇌가 예측 기계로서 아주 유능하게 확신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이런 확신을 굳건히 고집한다 해도, 확신은 가설일 따름 이다. 게다가 확률에 의거할 뿐 아니라, 미래에 우리에게 돌아올 유익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가설인 것이다. 밖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없다.

-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정신 질환의 경우가 이에 해 당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는 확실하다19- 예측 오 류 신호에 대한 볼륨이 한껏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조절이 균형을 잃었음을 의 미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아주 약한 오류 신호만 발생시키 는, 정확도가 별로 높지 않은 감각 데이터가 한껏 높아진 도파민 의 볼륨 때문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측 기계에서 '소리 높은' 예측 오류는 예상이 틀렸으며, 내적 세계 모델을 합당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강한 예측 오류 신호를 발생시키 는 감각 데이터는 중요한 게 틀림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도파민 이 과잉되면 일반적으로는 주목하지 않았을 감각적 자극이 중 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비정상적 현저성aberrant salience'이라 한다.
- 버밍햄에서 연구하는 이탈리아 철학자 리사 보르톨로티는 망 상과 비합리적 확신에 대한 논문에서 명백히 부정적 결과를 초 래함에도 망상을 고수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 음을 강조했다. 33 비정상적 현저성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스트 레스를 겪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 제 할 일을 하면서 일 상을 살아내기 어렵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망상적 설명을 통해 '아하!' 경험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인지적 기능 수준도 향상된다. 보르톨로티는 나아가 세계가 혼란스럽게 지각되는 상태에서 망상은 일관성의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경험하는 사건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혼 란 속에서 질서가 생기며, 통제감이 생겨난다.
이런 현상에 부합하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 구에 따르면 망상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신 질환에서 회복된 사람들보다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들은 직업상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나 종교에 심취한 사람보 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되찾은 의미감과 통제감을 다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십 분 이해가 간다. 비정상적 현저성과 그로 인한 불안감이 자신의 확신을 더 꼭 붙잡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확신이 불안감에 대처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상으로 고통스럽거 나 절망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빚어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망상적 확신을 부여잡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로 써 망상적 확신은 최소한 실용적 의미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게 다가오는 현실 세계보다 통제감을 가지고 '돌아버린 세상에 사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른다.
 
- 잠시 요약해보자. 우리는 확증 편향이 뇌의 일반적 기능 원리를 보여준다는 걸 살펴봤다. 뇌는 과거에서 미래를 추론해 예측을 한다. 이런 기능 원칙이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지각도 결정한 다. 경험적 연구가 보여주듯 망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지각적 확증편향이 상당히 약하다. 이것은 예측 위계질서의 낮은 수준 에서는 상대적으로 감각 데이터에 비해 예측에 별로 비중 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로써 비정상적 현저성이 나타 나며, 망상도 생겨난다.
반대로 망상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인지적 확증 편향이 상당히 강하다. 이것은 다시금 위계질서적으로 높은 수준의 예 측에 상당히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다는 뜻이며, 망상적 확신이 교정 불가능한 것이 이로써 설명된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정 보가 나와도 기존 확신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기 때문 이다. 위계질서상 높은 수준에서 이렇게 예측에 높은 비중을 두 는 것은 위계질서상 낮은 수준에서의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균 형이 무너진 것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메커니즘일지도 모른다.

- 화재경보기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법적으로 모 든 공간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단 볼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최근까 지 전단 볼트가 무엇인지 몰랐다. 전단 볼트는 농기계의 엔진이 나 프로펠러 엔진 같은 기계에 과부하 보호 장치로 종종 설치된 다. 강한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갑작스러운 힘의 전달을 막음으 로써 기계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단 볼트에는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브레이크 포인트 break point 역할을 하는 홈 이 있다. 전단 볼트가 절단된 후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갈 수 있 다. 단, 기능이 제한된다.
그런데 전단 볼트와 망상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호주의 심리학자 라이언 매케이 Ryan McKay와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 이 편집증적 망상이 일종의 전단 볼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을 맨 처음 제안했고,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이에 착안해 연구 를 계속했다. 이 생각에 따르면 편집증적 망상은 감정적으로 심 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극심하게 힘든 상황에서 '믿음 형성 기계 belief formation machinery'가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 즉 평소 '정상적' 확신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망상적 확신의 형성은 전단 볼트와 같은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이며, 그 때문에 적응적일 수 있다.
편집증적 사고 경향의 적응적 가치를 비유하는 화재경보기 원 칙과 달리, 전단 볼트 원칙은 정신 질환 증상으로서 편집증적 망 상에 관련한 솔깃한 설명을 내놓는다. 전단 볼트 메커니즘은 특 히 정신 질환의 초기에 개입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비정상적 현 저성을 강하게 경험함으로써 굉장히 불안한 상황에서 말이다. 모든 것이 의미 있어 보이는데 설명할 수 없고, 위험하게 다가온 다. 지금까지의 내적 세계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자칫 무너지려 한다. 이런 경우 편집증적 사고는 시스템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전단 볼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계는 계속 작동하지만 제한된 기능을 갖는다. 즉 현실과 더 이 상 부합하지 않는 확신의 도움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주관적으 로 매우 불안하게 경험되는 세상에서 편집증적 망상은 당사자 가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기능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망상은 적응적일 수 있을 것이다. “절단된 전단 볼트(즉 망상의 형성)는 마비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대신 세상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망상의 주된 공통점은 둘 모두 불안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망상과 연관해 우리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 적 현저성이 있을 때 망상적 설명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심리 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우리는 망상적 확신을 하고 그 확신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비중 변화 로 말미암은 비정상적 현저성에 대한 상쇄 메커니즘이라는 점 을 예측 처리 이론에 근거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화재경 보기와 전단 볼트 원칙을 비유로, 망상 경향이 제공하는 적응 적 이익도 도출해봤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점은 음 모론에 대한 믿음과 기타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머릿속 예측 메커니즘의 가장 우선되는 원칙은 장기적으 로 예측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또는 가까운 친척) 에게 특히 힘든 결과를 초래하는 예측 오류를 말이다.18 예측 오 류란 우리의 내적 모델이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 이다. 이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불안은 늘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것이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잠 재적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이런 스트레스를 경감 시키고 싶은 건 자명하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적응적인 일일 것이 다. 우리 머릿속 모델은 모델일 뿐, 결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세상은 100퍼센트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논리적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려다 보면 늘 예측의 오류가 생기고, 많은 것이 설명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이고 모순적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모든 설명 모델을 대대적 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우리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스트레스 말이다. 우리는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것이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잠 재적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이런 스트레스를 경감 시키고 싶은 건 자명하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적응적인 일일 것이 다. 우리 머릿속 모델은 모델일 뿐, 결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세상은 100퍼센트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논리적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려다 보면 늘 예측의 오류가 생기고, 많은 것이 설명 할 수 없는 듯 보인다. 혼란스럽고 무작위적이고 모순적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모든 설명 모델을 대대적 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 주관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통제 상 실감'을 동반하는 힘든 사건으로 음모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고 보고했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거나 행운이 그들에게 언제 나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그들은 미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주관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통제 상 실감'을 동반하는 힘든 사건으로 음모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고 보고했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가거나 행운이 그들에게 언제 나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그들은 미신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 확신이 생겨나는 것을 살펴보면, 망상 역시 다른 확신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 에서 작동한다. 종종 드러나는 인식적 비합리성에도 적응적이 기 때문이다(진화는 진실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실행되는 정도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현실과의 접점이 별로 없어질 만큼 극단적 형태를 띨 수도 있다.

-망상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상황적 영향으로 말미망상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상황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인식적 비합리성의 극단적 형태로 본다면 '정상' 과 '비정상'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것이 다시금 분명해진다. 이 는 기본 메커니즘 차원에서뿐 아니라 현상적인 차원에서도 그 러하다. 망상이 생겨나는 것과 '정상적' 확신이 생겨나는 것에는 범주적인 차이가 없다.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만든 고 랑은 인위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이 표명하는 확신을 보고 '미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대부분 이런 '정신 나간' 확신은 이해력이나 논리적 사고력의 장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 런 확신은 우리 자신의 확신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나름의 주관적 경험 가운데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다.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우리의 확신은 주변의 이해가 가 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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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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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 년 전 농경 사회가 되기 전에 지구상의 인구는 500만 명이었다. 1850년경 이 수치는 12억 명이 됐다. 400세대 동안 무려 2만 4,000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브를 다시 떠올려보자. 이브에게 미래에는 그 녀가 겪는 모든 위험이 거의 사라지리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 머나먼 후손은 치명적 전염병도 흔하지 않고 맹수에게 공격당할 까 봐 밤잠을 설칠 필요도 없는 세상을 살 것이라고 말이다. 여 성이 출산하다가 죽는 일도 흔하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생산한 다양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대부분 사람이 먹을 수 있으며, 지루함을 느낄 틈조차 없이 각종 오락거리가 준비된 세상을 살 게 된다고 말이다.
아마 이브는 농담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 후 손이 이 모든 것을 누리리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이해시킨다면, 그녀는 자신이 힘겹게 살아남은 결과 후손들이 그처럼 멋진 보 상을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여덟 명 중 한 명 이 약을 먹으며, 그 이유가 우울증 때문이라고 말해준다면? 그 녀는 '약'이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고, 그처럼 좋은 세상에서 우울해한다는 말에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할 것 이다. 어쩌면 우리를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정말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 인 걸까? 나도 이따금 특별한 이유 없이 울적해질 때면 그런 인 간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내 환자 중에도 부족함 없이 사는데 우울하거나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많았 다. 그러나 이는 '이 좋은 세상에서 왜 우울해? 늘 기쁘고 감사해 야 당연한 거 아냐?'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당신과 나는 생존자의 후손이고, 사실 우리에겐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인간은 느낄 줄 아는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느끼는 기계다.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신경학자이자 저술가)

- 뇌가 환경에 반응하는 방식을 생각할 때 흔히 물리적 주변 환경을 먼저 떠올린다. 예컨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버스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할 뿐 아니라 뇌가 늘 면밀하 게 주시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바로 우리의 내부 세계다. 뇌 의 측두엽 안쪽에 섬엽(insula)이라는 흥미로운 부위가 있는데, 일종의 정보 수집소 역할을 한다. 즉 감각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뿐 아니라 심박수와 혈압, 혈당치, 호흡수 등 몸 내부에서 오는 정보도 받아들인다. 따라서 섬엽은 우리의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가 만나는 곳이다. 우리는 이 때문에 느낌을 경험한다.
- 느낌은 외부 세계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게 아니다. 뇌가 외부 정보와 내부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는 그 정보를 이용해 우리가 생존에 유리하도록 행동하게 한 다. 요컨대 느낌의 목적은 단 하나다.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침 으로써 생존을 도와 번식하게 하는 것이다.

- 느낌이라는 요약보고서
눈은 1초당 1,000만 비트가 넘는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우 리 몸에는 끊임없이 시각 인상을 공급하는 슈퍼 광케이블이 장착돼 있는 셈이다.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역시 엄청난 용량을 소화하는 또 다른 많은 케이블이 신체 각 기관에서 오는 정보는 물론이고 청각과 미각, 후각으로 들어오는 감각 인상을 뇌로 공 급한다. 이처럼 뇌로 밀려드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물론 뇌는 매우 뛰어난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의 의 식적 주의력에는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할 수 있다. 따라 서 뇌는 대부분 작업을 우리가 모르는 새에 수행한 뒤 그것을 요 약한 결과를 '느낌'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와 체격이 다르듯 뇌도 마찬가지다. 특히 섬엽은 개인에 따라 크기가 상당히 차이 나는 뇌 부위다. 섬엽은 몸 내부의 신 호를 받아들여 느낌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많은 과학자가 섬엽의 크기 차이 때문에 몸의 신호를 각자 다른 강도로 경험한다고 추정한다. 어떤 사람은 내부 신호의 볼륨이 높아서 속이 불편하거나 맥 박이 빨라지거나 허리가 아픈 것을 특히 예민하게 느낀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내부 신호의 볼륨이 낮아서 그런 자극을 잘 알아채지 못 한다.
섬엽의 크기 및 활동성의 차이가 성격과 관련이 있는가에 관한 흥미로 운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신경증(부정적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 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 특성)은 섬엽의 활성화와 연관돼 있 는 것으로 보인다. 섬엽의 크기 및 활동성의 차이가 우리가 몸의 신호 에 반응하는 강도와 다양한 성격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으 면, '정상적인' 섬엽의 기준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 지만 그런 것은 없다. '정상적인' 뇌라는 것이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 다. 사실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뇌는 각자 '달라 야만 한다. 무리 내에 다양한 특성과 느낌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생 존에 대단히 중요했을 것이다.

- 주방에 있는 당신이든 나무 앞에 선 이브든 이런 뇌의 판단 프로세스는 본질적으로 같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당신이라면 설령 판단이 잘못되어도 큰 상관이 없다. 바나나를 먹지 않기로 했더라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서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브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다. 만일 이브의 뇌가 판단을 잘 못해서 그녀가 늘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행동한다면 조만 간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반대로 절대 모험을 하지 않아도, 과도 한 경계심 탓에 굶어 죽을 위험이 있다. 우리 조상 중에 느낌이 올바른 행동을(이때 '올바르다'라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함을 뜻한 다) 유도한 이들만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엄청난 시간이 흐 르는 동안 계속됐다.
이렇듯 느낌은 우리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뭔가가 아니다. 뇌는 느낌을 생성해 행동을 촉발하며, 느낌은 진화의 냉혹한 선택을 거치며 수백만 년 동안 예리하게 연마돼왔다. 우리 를 잘못된 행동으로(이 역시 생존의 관점에서 '잘못됐다'라는 뜻이다) 이끄는 느낌들은 인간의 유전자 풀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 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느낌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 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도하는 생화학물질을 수많은 뇌세포 가 교환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또는 좀 더 시적으로 표현한다 면, 느낌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기아와 전염병과 갑작스러운 죽음을 피하는 데 성공한 수많은 조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속삭임이다.
- 지금까지의 설명은 우리가 항상 행복감을 느낄 순 없는 이유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이브가 나무에 올라가 바나나 몇 개를 따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그녀는 만족해하며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만족감은 얼마나 오랫동안 허락될까? 그 시간은 별로 길지 않다. 만일 바나나를 먹고 만족감이 몇 개 월 동안 지속된다면 그녀는 식량을 추가로 구할 동기를 느끼지 못할 테고, 곧 굶어 죽을 것이다.
이는 행복하다는 느낌이 일시적이어야 마땅함을 의미한다. 그 렇지 않으면 동기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안다. 이번에 승진만 하면, 새 자동차를 장만하면, 연봉이 오르면,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 면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이 현실이 되면 행복감은 곧 사라지고, 훨씬 더 높은 직급이나 훨씬 더 많은 연봉에 대한 갈망이 또다시 마음속에 들어앉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끝없이 계속된다!
많은 이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행복을 꼽는다. 그 러나 행복감은 진화의 연장통에 들어 있는 수많은 도구 중 하나 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도구는 일시적으로만 쓰여야 한다. 늘 행 복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바나나 하나로 남은 평생 배부름 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어차피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
- 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 느낌만은 아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우 리의 기억을 바꾼다. 또 우리가 실제보다 더 훌륭하거나 유능하 거나 더 외향적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반면 때로는 우리가 무가 치한 존재라고 믿게 한다. 뇌는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뇌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 즉 생존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뇌는 생존에 유리한 방식 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하며, 그 결과 우리의 가장 큰 감정 해충 인 불안이 생겨난다.
- 약네 명 중 한 명이 살면서 한 번쯤 공황발작(가장 강도 높은 형태의 불안이다)을 경험한다. 공황발작이 일어나면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고 종종 심박수 증가, 호흡 곤란, 통제력 상실감 등의 증상을 겪는다. 3~5퍼센트의 사람들이 반복적인 공황발작을 겪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이들은 지하철과 버스처럼 답답한 공간을 힘들어한다. 더러는 광장처럼 개방된 공간을 두 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황발작이 또 발생할까 봐 계속 걱정 하며 불안해하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 역시 발작 자체 못지않게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공황발작을 처음 겪으면 대개 심근경색이 왔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의사가 공황발작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가장 먼 저 하는 일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상태라고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환자 자신은 꼭 심장이 멈출 것처럼 또는 호흡이 막혀 질식할 것처럼 느꼈을 텐데, 그런 일은 절대 없으리라고 말해준 다. 그런데도 극도의 불안을 겪는 사람은 대개 자신에게 뭔가 심 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확신한다.
- 공황발작을 겪을 때 신체와 뇌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공황발작의 진원지가 편도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 거는 많다. 앞서 설명했듯 편도체는 주변 위험을 탐지하는 역할 을 한다. 편도체가 위험할지 모르는 뭔가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 리면 우리 몸은 '투쟁-도피' 모드로 돌입한다. 그러면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맥박과 호흡이 증가한다. 뇌는 몸이 보내는 이 신호들을 실제로 위험이 임박했다는 증거로 잘못 해석하고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작동한다. 그에 따라 맥박과 호흡이 한층 더 증가하고, 뇌는 이를 위험이 다가왔다는 훨씬 더 확실한 증거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걷잡을 수 없이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진다.
- 공황발작이 수백 번 일어났는데 그중 한두 번만 목숨을 건졌 다고 해도, 이후 뇌가 지나치게 조심하는 전략을 택하기에는 충 분하다. 따라서 공황발작은 일종의 거짓 경보인 동시에 뇌가 당 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다. 음식이 탔을 때 경보음 을 울리는 화재경보기가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듯 말이다. 우리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지나치게 적게가 아니라 지나치게 자주 작동하는 것은 사실 생존이라는 목적에 이로우며, 몸의 심각한 결함도 아니다.
- 우리가 오늘날처럼 안전한 세상에서도 불안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여전히 뇌의 경보 시스템이 인류의 절반이 10대가 되기 전에 죽던 세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세상에서는 상상 가 능한 (때로는 상상 불가능한) 모든 위험을 경계하는 능력이 생존 확 률을 높여줬다. 당신과 나는 그 생존자들의 후손이며, 유전적 요 인이 불안에 대한 민감성에 미치는 영향은 약 40퍼센트에 달한 다. 그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위험하다고 느낄 수밖 에 없다.
-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불안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오 히려 불안을 겪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건강한 팔은 무 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고 건강한 다리는 빨리 달릴 수 있 다. 그러나 건강한 뇌는 스트레스와 고통, 외로움에 대한 면역력 이 없다. 오히려 뇌는 어떻게든 우리가 그런 일을 겪게 한다. 때 로 뇌는 불안한 느낌을 만들어내거나 움츠러들게 하거나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한다. 당신이 이런 현상을 뇌가 고장 났 거나 아프다는 의미로 여긴다면 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생존 임을 잊은 것이다. 만약 조상들이 불안을 쉽게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과 나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지하철에서 공황발작을 일으킨 환자처럼, 불 안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틀림없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확 신한다. 하지만 불안감이 사실은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 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 뇌는 생존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내용, 특히 위험과 관련한 경험을 먼저 기억에 저장한다.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는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 바로 앞쪽에 있 다. 편도체와 해마가 이웃해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정서적 경험 과 기억이 매우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경험을 할 때 강한 정서 반응이 일어난다면, 그 경험이 생존에 중요하므로 뇌가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신호다. 위험을 마주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해마가 현재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호를 전달 받고 선명한 기억을 형성한다. 
- 과거의 외상경험과 눈곱만큼이라도 비슷한 무언가를 만나면 뇌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뇌가 가장 중 요하므로 꼭 저장해야 한다고 여기는 기억은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 잊고 싶은 일인 경우가 많다. 이는 PTSD를 겪는 사람뿐 아 니라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아마 당신에게도 이따금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뇌가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막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뇌는 그 기억을 자꾸 재생함으로써 당신이 과거에 그 일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상기시킨다. 그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는 사실은 뇌 입장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알다시피 뇌는 행복 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 안전한 환경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사고, 괴롭힘, 학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숲속의 같은 장소를 다시 갔는데 늑대를 만나지 않는 경험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 경험과 기억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덜 두려운 것으로 변한다. 신경학적으로 볼 때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누르려 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일 때가 많다. 그렇게 하면 기억이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강하게 굳어버린다.
가장 극심한 형태의 불안인 공황발작과 PTSD는 뇌가 우리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다른 모든 종류의 불안도 마찬가지다. 뇌는 우리가 경계심을 갖길 바라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러 니 이것만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불안은 위험한 감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은 감정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 대다. 불안에 휩싸이면 극도로 고통스럽다. 어떤 형태로든 극심 한 불안을 겪어본 사람은 그것이 삶을 집어삼킬 수도 있음을 잘 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극심한 불안감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입으로 후 불어서 폭풍의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것 과 같다. 불안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 프로이트는 불안을 삶의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하는 병적인 무언가로 바라보도록 사람들의 관 점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 지식에 더 부합하는 관점은 이것이다. 불 안은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해주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이며, 대개 뇌가 지극히 정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어떤 이들 은 방어 기제가 특별히 예민해서 불안을 더 강하게 겪는다(나도 이 그룹에 속한다). 반면 방어 기제가 덜 민감한 이들은 불안을 덜 경험한다. 어쨌든 대부분 사람의 공통점은 필요 이상으로 불안 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불안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은 한때 탁월하게 여겨졌을지 몰라도 사실 그저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토 록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졌을까? 아마도 우리가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듣기만 해도 반가운 얘기다. 그러나 지금쯤이면 당신도 알겠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별로 현실성이 없는 희망이다.

- 불안을 가라앉히는 두 가지 방법
1. 호흡에 집중하기
심한 불안감에 휩싸일 때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길게 숨을 내쉬면서 차분히 호흡하면, 우리 몸은 주변에 위험이 없다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 신체 내부 기관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경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이를 자율신경 계라고 하며,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이뤄져 있다. 교감신경계 는 투쟁-도피 반응을, 부교감신경계는 소화 및 휴식을 담당한다. 호흡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숨 을 들이마시면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약간 증가해 우리를 투쟁-도피 반 응 쪽으로 유도한다. 실제로 숨을 들이마시면 심장 박동이 약간 빨라진 다. 운동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몇 번씩 숨을 급히 들이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체내 투쟁-도피 반응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숨을 내쉬면 부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한다. 즉 심장 박동이 약간 느려지고 투쟁-도피 반응이 가라앉는다.
따라서 불안감이 느껴질 때 차분하게 심호흡을 반복하되 들숨보다 날 숨을 더 길게 하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4초 동안 들이마시고 6초 동안 내쉬는 것을 목표로 하면 적당하다. 이는 자연스러운 호흡보다 긴 시간이므로 여러 번 연습해야 한다. 날숨을 길게 쉬는 심호흡은 뇌를 '속여서' 투쟁-도피 반응을 통제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개 이 방법을 쓰면 불안감이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언어로 표현하기
심호흡만큼 간단한 또 다른 방법은 현재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뇌의 전두엽은 이마 바로 안쪽에 있으며 고도의 인지 활동을 담 당하는 부위다. 쉽게 표현하자면, 전두엽의 영역 중 내측 전두엽(medial frontal lobe)은 두 눈 사이에 있고 외측 전두엽(lateral frontal lobe)은 관 자놀이 근처에 있다.
내측 전두엽은 주로 자신에게 집중한다. 이 영역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목하고 감정 및 동기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측 전두 엽은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한 영역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한다. 또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 가락으로 양쪽 눈썹 사이를 짚어보라. 그러면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뇌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제 손가락을 바깥쪽으로 움직여 눈썹이 끝나는 곳을 짚어보라. 그곳에는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뇌 영역 이 있다. 
흥미롭게도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편도체의 활동이 줄어든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화가 났거나 겁먹은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들 의 편도체가 활성화됐다.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화난 얼굴은 위협 요인으로 느껴지고, 겁먹은 얼굴은 주변에 조심해야 할 뭔가가 있 다는 신호니까 말이다. 그런데 피험자들에게 자신들이 본 것을 언어로 표현하라고 하자(“이 여성은 화가 났군요." "이 남성은 겁을 먹었어요.") 전두 엽, 특히 외측 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언어 로 표현할 때 외측 전두엽(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 외 측 전두엽 활성화는 편도체 활동을 가라앉히므로, 이를 감정 조절에 활 용할 수 있다.
감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언어로 표현하라. 자신이 느끼는 것을 구체적 인 언어로 표현할수록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 우울증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 (dopamine),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의 결핍 때문에 생긴 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 세 물질(항우울제는 이들 물질의 불균형을 복원해 대체로 긍정 적 효과를 낸다)이 우울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뇌를 '오로지 세 가지 재료로 만든, 맛의 균형이 무너진 수프'처럼 생각한다면 우울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없다. 우울증에는 뇌의 여러 부위와 시스템이 관련된다.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꽤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 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특히 장기간(며칠 이나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또는 몇 년) 지속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만으로는 완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소인도 개인마다 다르다. 유전적으로 우울증에 특히 취약한 이들은 그 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건(예컨대 직장 동료와의 갈등)이 주는 스트 레스만으로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훨씬 더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예컨대 사랑하는 이를 잃는 일) 우울증을 앓는다.
그런가 하면 살면서 어떤 일을 겪어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유전자가 장전하고 환경이 방아쇠를 당긴다'라는 유명한 관용구로 요약할 수 있다. 
- 미국의 정신과 의사 찰스 레종(Charles Raison)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스트레스는 감염 위험이 증가했 음을 신체에 알리는 믿을 만한 신호였다. 면역체계는 신체 에너 지의 15~20퍼센트를 소비한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쓰이므 로 면역체계를 항상 강하게 작동할 수는 없다. 신체는 언제 면역 체계를 가동할지 선택해야 하며, 스트레스는 바로 그 시점을 알 려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감염 위험이 커 졌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오랜 세월 동안 바로 그것이 스트레스 가 의미하는 바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염 위험과 스트레스 가 밀접히 연결돼 있었다는 얘기이며, 그 신호에 따라 면역체계 의 활동이 증가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먼 옛날 사바나 초원에서 만 작동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작동한다. 우리는 지금도 수 렵채집인의 뇌를 갖고 있는 것이다.
- 이 끔찍한 구직 면접은 사회적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찰하는 트리어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 (Trier Social Stress Test)의 일부다. 테스트 전에 참가자는 모의 면 접을 진행할 것이며 그 내용을 녹화해 행동과학자들이 평가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한편 면접관은 거만한 태도를 보이면 서 굳은 표정으로 면접자를 대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대다수 참가자가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심박수가 증가하고 땀을 흘리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부 참가자의 혈액 검사 결과에서 나타났는데, 그들의 인터류킨-6(interleukin-6) 수치가 증가한 것이다. 인터류킨-6은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신체가 감염됐을 때 발열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그런데 어째서 구직 면접 도중에 인터류 킨-6 이 증가할까? 면접관이 아무리 거만하게 군다고 해도 그 때 문에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될 위험은 거의 없지 않은가. 단지 자존감이 조금 위협받는 상황일 뿐인데 왜 면역체계가 작동한 것일까?
그 답의 실마리는 앞서 설명한 내용에 있다. 면접 참가자가 스 트레스를 받으면 그의 몸은 다칠 위험이 증가했다고 해석한다. 오랜 세월 동안 스트레스가 곧 그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몸이 대응에 나선다. 다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감염위험이 증가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면역체계가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울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 다시 말해 인간은 바이러스와 세균에게 훌륭한 식사를 제공하는 존재다. 과거에 아이들 절반이 감염으로 죽은 것도 놀라울 게 없다. '모두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놀랍다. 항생 제와 백신, 현대 의학이 존재하기 전에 인류에게는 감염과 싸울 수 있는 어떤 자원이 있었을까?
먼저 뛰어난 면역체계가 있었다. 면역체계는 우리가 과거에 겪은 감염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또다시 감염을 만나면 재 빨리 작동하게 돼 있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대단히 정교해서 그 복잡성이 뇌 다음 순위다. 뇌와 마찬가지로 면역체계의 지도 작 성도 최근 들어 시작됐다. 면역체계의 새로운 기능이 지금도 끊 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그중 내가 특히 흥미를 느꼈던 사실은 누 군가가 기침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면역체계가 작동 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상한 음식에 대해 강한 반사적 거부감을 느낀다. 이것은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피하게 하려는 뇌의 전략이다. 상한 우유나 썩은 생선의 냄새를 맡고 움찔하며 물러서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침하는 타인을 보고 면역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나 상한 음 식의 냄새만 맡아도 움찔하는 것을 '행동 면역체계(behavioural immune system)'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확장된 면 역 방어는 행동으로 이뤄져 있다. 어쨌거나 체내의 세균이나 바 이러스와 싸우는 것보다 애초에 그것들이 몸에 들어오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당연히 더 나은 법이다.
이때 무엇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느낌이다! 우리는 울적한 기분을 느끼면 움츠러들어 자신을 고립시키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일부 전문가는 우울한 기분이 우리가 감 염을 피하게 하거나 감염과 싸울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 하려는 뇌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면역체계라고 할 때 흔히 떠오르는 것(항체, B세포와 T세포 등)은 사실 면역체계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또 다른 측면 은 우리의 행동이다. 즉 뇌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우리가 감염 위 험 앞에서 몸을 사리게 유도한다. 그리고 여전히 사바나 초원에 살고 있다고 믿는 우리의 신체는 스트레스를 감염 위험이 증가 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므로,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장기적인 감염위험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뇌는 모종의 느낌을 만들어내 우리가 움츠러들고 정신적으로 멈춰버리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해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다.

- 오랫동안 의학계에서는 뇌와 면역체계가 완전히 별개이며 후자가 전자에게 영향을 미치기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피부에 상처가 나서 감염되면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단백질 물질이 분비되고 면역체계가 감염과 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이토 카인은 또 다른 중요한 일도 한다. 감염이 일어났다는 신호를 몸 전체에 보내는 일이다. 21세기 이전만 해도 의학 서적에서는 사 이토카인이 감염 신호를 신체의 모든 장기에 보내는데, 이때 뇌 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뇌와 면역체계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그 신호가 뇌에 도달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이것이 틀렸음이 입증됐다. 사이토카인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즉 뇌는 신체 어딘가에 염증이 발생했다 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볼 때 이는 대단히 획기 적인 발견이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체내 염증이 우리의 기 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본격적으로 연 구하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쥐에게 사이토카인을 주입하자 움직임이 위축되면서 인간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와 비슷 한 행동을 보였다. 이후 인간에게 같은 실험을 진행했을 때도 동 일한 결과가 관찰됐다. 사이토카인을 주입받은 피험자들은 우울 하고 언짢은 기분을 느꼈다.
또 다른 단서는 C형 간염에 걸려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목 격됐다. 1990년대에 C형 간염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됐는데, 환자들에게 바이러스 감염 시 백혈구가 생산하는 물질을 투여 했다. 그러자 흥미롭게도 환자의 약 3분의 1이 우울감을 느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질병을 치료받았음에도 안정된 기분이 아니라 우울함을 느낀 것이다. 치료 과정이 끝난 후에는 대개 우울한 기 분이 사라졌다. 장티푸스 백신을 맞은 많은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그들은 백신을 접종한 후 일시적으로 우울 감을 느꼈다.
요컨대 2000년대 초에 발견된 여러 증거는 뇌와 면역체계 가 연결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전의 믿음과 달리 이 둘은 별개 가 아니라 사실은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면역체 계의 활동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면역 활 동 증가가 우울증에 기여하는 요인이라고 추정됐다. 우울증 환 자들은 척수액(뇌와 척수를 감싸는 액체)의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proinflammatory cytokine) 수치가 더 높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그런 추측에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 덴마크 연구진이 7만 3,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벼운 우울증과 피로, 낮은 자존감을 겪는 사람들은 대개 체내 염증 지표인 C 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CRP 수치가 높을수록 우울증과 피로감이 더 심했다. 또 CRP 수치가 높은 사람은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 거나 항우울제 처방을 받은 일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체온이 약간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감염 을 막아내려는 기제일 수 있다. 발열의 주요 기능은 세균이나 바 이러스의 체내 증식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우울증과 면역체계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마지막 결정적 단서는 유전학 분야에서 나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하나의' 우울증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유전자가 우울증 발현 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주요 연구에서 우울증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이는 44개의 유전자가 확인됐다. 이들 유전자 중 다수 는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그리 놀랍지 않다. 우울증 발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당연히 뇌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유전자 중 일부는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들은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울증 발현 위험을 높이는 것과 면역체계를 활 성화하는 것이다.

- 염증은 치명적인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처럼 어릴 때 만나는 위협들로부터 우리 조상들을 보호해준 방어 체계다. 장기적 염증이 유발하는 질병은 대개 나이가 든 후에 걸린다. 그 리고 앞서 말했듯 우리는 어릴 때 걸리는 병을 이겨내도록 진화 해왔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염증이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노년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 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인류사의 오랜 기간에 걸쳐 대부분 사 람은 그 정도로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동안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변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그 원인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부상으로 인한 상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생 활 습관의 여러 요인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근육과 지방 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 이 입증됐다. 또 장기적 스트레스(며칠이나 몇 주가 아니라 몇 달이나 몇 년씩 지속되는 스트레스)도 신체 전반의 염증 수준을 높이는 것 으로 보인다. 수면 부족과 환경 독소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 다. 가공식품은 위장과 장의 염증, 비만은 지방 조직의 염증을, 흡연은 폐와 기도의 염증을 유발한다.
- 역사적으로 염증을 일으킨 주범(세균, 바이러스, 상처)은 대개 일시적 성격을 띤 반면, 오늘날의 유발 원인(좌식 생활 습관, 비만, 스 트레스, 정크푸드, 흡연, 환경 독소)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 다. 그 결과 과거에는 잠깐 작동했던 체내 프로세스가 오늘날에 는 더 오랫동안 작동한다. 우리 몸이 염증의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면, 따라서 면역체계가 불필요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다 면, 이런 사실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신체가 모든 종류의 염증을 한데 뭉뚱그려 취급해서, 생활 습관 요인을 바이러스나 세균의 공격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염증을 일으킨 범인이 감염인지 생활 습관 요인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뇌도 마찬가지다.
- 요약해보면 이렇다. 당신과 나는 수렵채집인의 뇌와 신체를 갖고 있다. 주로 앉아서 지내는 현대의 생활 습관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몸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체내 염증을 증가시킨다. 뇌는 이것을 위협으로 간주하고(인간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염증은 곧 위험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공 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분을 조종해 몸을 사리게 한다. 뇌가 기분을 하향 조정하면, 우리는 우울감과 심리적 불편 함을 느끼고 더욱더 움츠러든다. 다시 말해, 염증은 기분을 좌우 하는 일종의 조절기 역할을 한다. 염증이 많을수록 더 우울해지 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조절기가 특히 더 민감하고(부분적으로 는 유전자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에 더 쉽게 걸린다.
그렇다면 모든 우울증 환자는 체내에서 염증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염증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여러'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모 든 우울증의 약 3분의 1이 염증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 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항염증제가 우울증 치료 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다수 존재한다.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형성을 막는 약물은 우울증 치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 지만, 다른 항우울제의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염증에서 기인한 우울증일 때의 얘기이고, 그 외의 경우에는 효 과가 미미하다.

- 운동과 숙면, 스트레스 조절과 회복이 염증을 줄이고 따라서 뇌가 모종의 신호를 받아 신체가 공격받는다고 잘못 해 석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런 행동을 열 심히 실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염증에 대항하는 모든 것 (예를 들면 염증에 좋은 특정 식품)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를 온종일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노출 시키는 근로 환경이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 게 됐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의욕 상실이나 움츠 러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병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역설적 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럴 때 최선의 해결 책은 대개 근로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길 바란다. 비정상적 인 상황에 대해 비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뇌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행동이다.

- 인생은 수많은 결정의 연속이고, 대체로 뇌는 자동으로 잘 처 리한다. 하지만 결코 쉽게 처리할 수 없는 결정도 분명히 있다. 인생을 바꿀 만한 결정에 직면하면 뇌가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 하는 것은 아닐까? 우울증 증상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차단해 우리가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하려는 뇌의 전략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분석할 때 전략적으로 정서적 위축 상태를 취한다고 보는 것을 '분석적 반추 가설(analytical rumination hypothesis)'이라고 한다. 무기력한 우울감이 무조건 유익하다는 말이 아니다. 심해지면 파괴적 영향을 미치거나 중 대한 결정 앞에서 사고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필요할 때 재빨리 도망치는 능력이 우리에게 유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울증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신 능력 역시 매 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설득력 없는 얘기로 들리는가? 그렇다면 지금껏 살면서 우울 감을 느껴 안으로 침잠했던 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 한 후 결국 의미 있는 지점에 도착했는지 아닌지 생각해보라. 어 쩌면 당신은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의 답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때 뭔가 배웠기 때문에 그 시간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당신에겐 그런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뭔가가 유용할 수 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든 세균과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오래된 방어 기제나 스 트레스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우울증에 걸릴 만큼 뇌가 기 분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상당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 뇌와 관련 한 대부분의 프로세스는 꽤 복잡하며, 우울증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우울증에 빠진 이유를 정확히 규명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실제 현실은 단순히 흑과 백이 아니라 무수히 다양한 회색 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 '모든' 우울증이 특정한 목적에 기여한다거나 염증 또는 인생이 걸린 결정에 대한 숙고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부터 쉽사리 제어하기 힘든 생물학적 방어 기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색으로 이뤄진 우울증이라는 그림 에서 우리는 생물학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때가 많다. 그리고 대체로 우울증은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생각의 소용돌 이를 일으키지만, 때로는 인생이 걸린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도 와주는 자기 침잠의 시간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안과 우울증이 당연히 뇌가 고장 났다는 의미라고 믿는다면, 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안과 우울증이 일상생 활을 방해하고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때로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 세상이 위험하고 적대적인 곳으로 느껴지는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뇌가 원래의 작동 방식대로 반응 하고 있다는 신호다.
타인과의 대화가 삐걱거린다고 느꼈다면 그것이 정말로 삐걱 거리는 상황이었는지 잘 생각해보라. 당신이 직장 동료나 학교 친구 또는 낯선 행인의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면, 혹시 부정 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아마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외로움을 느낄 때는 자신의 생 각과 판단을 무조건 믿지 말아야 한다. 불안에 시달릴 때 자신의 생각을 무턱대고 믿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로움과 싸워 이기려면 먼저 외로움이란 감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미국의 연구팀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다양한 접근법(사회적 능력 함양 훈련, 지지 그룹 활용 등)을 비교한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로움이 사 고 패턴과 자기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치료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이런 메커니즘을 아는 것은 타인이 외로움을 극복하게 도울 때도 중요하다. 주변의 누군가가 때때로 까칠하거나 과민하거나 쌀쌀맞게 군다면, 꼭 그가 당신을 싫어하거나 어떤 도움도 원치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하지는 말기 바란다. 그의 행동이 외로움 의 증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당신의 귓불 뒤쪽 2~3센티미터쯤 되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어보라. 거기에서 뇌 안쪽으로 직선으로 들어가면 솔기핵(raphe nuclei)이 있다. 솔기핵은 대략 15만 개의 뇌세포로 이뤄져 있다. 이는 전체 뇌세포의 약 0.000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솔기핵은 우 리의 신체 기능과 감정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뇌의 가장 흥미로운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 솔기핵에서 분비된 세로토닌은 최소 20개의 신호 경로를 통해 뇌 곳곳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세로토닌은 다양한 심리적 특성이 발현되는 데 영향을 미치며 그 양상 역시 대단히 복잡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역할로 보이는 것은 이것이다. 세로토닌은 우리가 몸을 사리고 위축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세로토닌은 적어도 10억 년 전부터 존재했고, 인간 이외에 여 러 종에서도 행동 위축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큰가시고기와 제브라피시는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물에 노출되면 조심성과 경계심이 줄어들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커진다.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미세하게 조정된 세로토닌의 균형 상 태가 행동 위축 정도를 조절하는데, 그 균형이 무너지자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물고기는 주로 다른 종 때문에 생명의 위협 을 받지만, 그 밖의 동물은 같은 종에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게는 서로에게 달려들어 격렬하게 싸우곤 한다. 보통 은 더 강한 게가 이김으로써 싸움이 끝난다. 그런데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면 약한 게도 주도권을 잡은 듯이 행동하면서 후퇴하지 않으려 한다. 요컨대 세로토닌 수치가 변화하자 자기 서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한 것이다. 침팬지도 마찬가 지다. 우두머리 침팬지가 자리에서 밀려나면 권력의 공백이 생 긴다. 이때 무작위로 선발한 침팬지에게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면 그 침팬지가 주도권을 잡고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인간 역시 위계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 식하는 방식에 세로토닌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위계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세로토닌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국 대 학 기숙사의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리더 역할을 한 학생들이 새로 들어온 학생들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10대의 정신 건강과 무슨 관련이 있을 까? 세로토닌은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다시피 널리 쓰이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해 기분을 나아지게 해 준다. 이는 위계질서 내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과 우리의 감정이 생물학적으로 대단히 밀접히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만일 서열에서 뒤로 밀려나면 기분이 우울해질 것이다. 특히 오 늘날에는 그런 기분을 느낄 이유가 차고 넘친다. 소셜 미디어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완벽한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하기 때문 이다. 한마디로 세로토닌의 관점에서 보자면 요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우울해질 이유가 많아졌다.

- 정신의학 분야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종종 HPA 축의 활동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이다. 우울 증에 대한 중요한 생물학적 발견이 신체와 뇌에 '동시에 걸쳐진 HPA 축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대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HPA 축의 활동이 증가한다. 즉 코르티솔 농도가 매 우 높다. 약물을 비롯한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법에서는 HPA 축 의 기능을 조절해 정상화한다. 이때 여러 항우울제가 이 축의 서 로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약물만 HPA 축의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체 활동도 그런 역할을 한다. 운동을 하면 지나치게 활성화된 HPA 축이 진정되는데, 단 오랫동안 운동을 할 때만 효과가 있다. 단 기적으로 볼 때 운동, 특히 고강도 운동은 HPA 축의 활동을 높 인다. 신체 활동 자체는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리기를 하면 체내 코르티솔 농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달리기가 끝나면 코르티솔 농도는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 로 떨어져 최대 몇 시간 동안 유지된다.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 이 진정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몇 주 동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HPA 축의 활동이 서서히 줄어든다. 운동 직후뿐 아니라 평소에도 전반적으로 활동이 가 라앉는다. HPA 축에 여러 제동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특 히 중요한 것이 해마와 전두엽이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 위이고, 이마 안쪽에 있는 전두엽은 추상이나 분석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한다.
신체 활동은 해마와 전두엽의 기능을 강화한다. 실제로 운동 을 하면 해마의 물리적 크기가 커지고, 전두엽에 모세혈관이 더 생겨나 산소 공급과 노폐물 제거를 촉진한다. 이런 모든 프로세 스는 뇌 내부의 스트레스 제동 시스템을 강화한다. 게다가 운동 은 HPA 축의 자체 제동 기능도 향상시킨다. HPA 축이 자신의 활동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속과 제동 기능을 동시에 가진 페달에서 제동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 우울증은 다양한 신경생물학적 프로세스가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태를 아우르는 포괄적 용어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HPA 축 이외에 체내 염증과도 관련돼 있다. 또 신경전달물질 인 세로토닌 · 도파민·노르아드레날린의 결핍과도 관련이 있으 며, 뇌의 '비료' 역할을 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의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 그 밖에 섬엽 의 활동 변화, 편도체의 활동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이들 메커니즘이 미치는 영향은 사람 마다 다르다. 사실 누군가의 우울증이 도파민 부족 탓인지, 과도 하게 활성화된 편도체 탓인지, 체내 염증이 많아서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운동에 관한 한 그 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울증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이든 대개 운동은 그 원인의 반대 상태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HPA 축의 역할은 위협을 만났을 때(스트레스) 또는 뇌가 위협이 될 만한 무언가를 예상할 때(불안) 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 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조상들에게 가장 커다란 위협은 무엇 이었을까? 어떤 위협을 받을 때 HPA 축이 몸의 에너지를 끌어 올렸을까? 각종 청구서나 마감일이 주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도,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아니었다. HPA 축은 맹수와 사고, 감염이라는 위협에 대응하도록 발달했을 가 능성이 크다.
당연한 얘기지만, 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맹수를 피해 도망 치거나 싸움 상대를 물리치거나 감염에서 회복될 확률이 더 높 다. 그들의 HPA 축은 위험 요인을 만날 때마다 최고조로 작동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실제적 또는 잠재적 위협 앞에서 패닉에 빠 질 필요도 없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 즉 HPA 축이 낮은 기어로 작동해도 위험에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뇌는 일상의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오랜 세월 인류가 생존 위협 요인들에 대응할 때 사용한 것 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한다. 맹수나 감염으로부터 조상들을 보 호해준 좋은 체력은 그들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진정시키는 역할도 했다. 그 시절 이후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거의 변하지 않 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좋은 체력은 여전히 우리의 HPA 축을 진정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요컨대 운동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너무 강하게 반응하지 않게 해준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 관없이 말이다.

- 과거의 조상들에게 '운동'이 바보 같은 짓으로 여겨졌으리라는 단서는 오늘날 여전히 수렵채집인으로 살아가는 부족에게서도 볼 수 있다. 이들이 하루에 걷는 1만 5,000~1만 8,000걸음 중대 부분은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 우리의 추측과 달리 이들은 바쁘 게 돌아다니며 생활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앉아서 보내며, 수렵채집 활동은 네다섯 시간 정도만 할 뿐이다. 그러니 당신과 내가 운동화를 챙겨 신고 밖으로 나가는 대신 소 파에 드러눕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 수만 세대에 걸쳐 형성된 생물학적 힘은 나를 소파에 붙어 있 게 한다. 하지만 그 똑같은 생물학적 힘이 내가 몸을 움직이면 뇌의 기분과 작업 능력이 향상되게도 만들어놓았다. 나는 이 두 가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므로, 운동이 지독하게 하기 싫을 때 면 소파를 선호하는 내 유전자가 주도권을 쥐게 놔두지 않겠다 고 다짐한다. 내가 지휘권을 잡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매번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데 성공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만, 때로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 하지만 신체와 뇌의 구분은 인위적인 것이다. 뇌는 신체와 분리된 채 세상을 돌아다니는 기관이 아니다. 신체 없이 존재하는 뇌는 없다. 사실 뇌는 생각하고 느끼거나 의식을 만들어내기 위 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을 이끌고 통제하기 위해 발달했다. 저명 한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이렇게 말했다. "진화 과정에서 신체가 더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뇌도 더 커지고 복잡해졌다."
뇌와 신체는 대단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그 런 관계를 보여주는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뇌가 면역체 계로부터 정보를 수신한다는 사실, 뇌가 내부 자극과 외부 자극 을 모두 이용해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등이다. 외부에서 오 는 자극(예컨대 감각 인상, 일터나 학교의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눈에 뻔히 보이고 측정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특정한 기분을 느끼거나 우울 및 불안을 겪는 원인을 외부 자극에서 찾기 쉽다.
그에 비해 신체의 내부 자극은 주관적이므로 측정하거나 알아채 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안정과 행복에 미치는 영 향이 외부 자극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가 보여 준다. 다시 말해 심리 치료나 뇌 내 물질의 균형을 회복하는 약 물만이 기분과 우울, 불안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체 상태 역시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 다. 과학계의 연구가 신체와 뇌 사이의 인위적인 구분을 서서히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는 우울증 과 불안, 행복을 단순히 심리학적 관점뿐 아니라 생리학적 관점 에서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신체 활동 역시 바로 그 두 가지 관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 많은 이들이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과 행복을 동일시한다. 즐거움과 만족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보는 것 이다. 반면 행복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행복을 자기 삶의 방향 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곤 한다. 이 관점에서 행복이란 끊임없이 즐거운 상태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적의식을 가진 상태로 볼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이런 정의에 동의하고 꼭 행복해지고 싶다면,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돌보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라! 행복을 신경 쓰지 않을수록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크다.
뇌는 다음 순간에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예측한다. 그리고 그 예측과 비교해서 현재의 경험을 이해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욕 실에 들어간다고 치자.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당신의 뇌는 이 미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자신이 만나리라고 예상하 는 감각 인상을 떠올리는 쪽으로 활성화된다. 이제 욕실에 들어 가면, 뇌는 당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예측한 내용과 비교한다. 만일 뇌의 예측과 그 감각 인상이 일치하면 당신은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가 예측에서 벗어나면 욕실로 들어가던 행동을 중단할 것이다.
큰 사안에서든 사소한 행동에서든, 우리 삶의 매 순간에 이런 비교가 이뤄진다. 뇌는 현재의 경험을 자신의 예측과 비교한다. 2021년 봄 영국 노인들에게 신체 건강 상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전년도 조 사 때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0년은 팬데믹 이 한창이던 시기였으므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근거 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추측할 만한 근거가 많았다. 영국에서 1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의료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응급 환자 이외에 일반 환자는 평소처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더 건강해졌다고 느꼈을까? 한 가지 가능 한 설명은 이것이다. 코로나19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날마다 접 하면서 건강함에 대한 기준이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중환 자실과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이 어지자 그들에게 허리나 무릎 통증, 두통 따위는 별것 아닌 문제 로 느껴졌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세상의 상황에 대한 뇌의 예 측(뇌는 예측과 비교해 현재 경험을 이해한다)이 바뀌자 건강에 대한 관점도 바뀐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경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모든 경험 을 자신의 예측 및 기대치와 비교하도록 신경생물학적으로 설계 돼 있다. 

- 인간이 모든 경험을 기대치와 비교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은 행복을 얻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행복 감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기 부여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뇌는 신체와 외부 환경에서 오는 정보를 토대로 끊임없이 감정 상태를 수정한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우 리가 늘 행복과 만족에 젖어 살 수 있도록 뇌가 긍정적 감정 상 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뇌 입장에서 보면 바나나 하나로 남은 평생 배부름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는 그렇게 설계돼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 멋진 휴양지에서 일몰을 즐기는 행복하고 예쁜 사람들의 모습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기대치가 비현실적 으로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세계가 그 기대치 와 일치하지 않으면 낙담하게 된다. 광고로 세뇌된, 행복에 대한 몹시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우리에게 불행하다는 기분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히 추측이 아니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이 행복을 찬양하는 글을 읽은 뒤 코미 디 영상을 시청했다. 그러자 이들은 행복을 언급하지 않은 글을 읽은 그룹보다 덜 즐거워했다. 그 이유를 추정해보자면 이렇다.
- 행복에 관한 글이 피험자들의 기대치를 높였고, 그러자 코미디 가 배꼽이 빠질 만큼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치가 생겨났다. 그런 데 기대한 만큼 재미가 없자 실망한 것이다. 기대가 높지 않으 면 기준이 낮아지므로 경험에서 얻는 만족이 기대치와 동등하 거나 기대치보다 높아진다. 따라서 그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여 기게 된다.
해마다 광고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나라일수록 2년 후 국 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따 르면 광고가 우리의 감정 상태에 대한 기대치를 비현실적으로 높여서 결과적으로 실망감과 불만족을 일으킨다고 유추할 수 있다. 우리가 보다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게 하는(그리고 정신적 행복 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광고 문구는 이것일지 모른다. '때로 울적해 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 슬로건으로는 청량음료나 머스터드소 스, 주택보험을 별로 많이 팔지 못할 것이다.
인생에서 많은 일은 우리가 노력하는 양에 비례해 성공 확률 이 높아진다. 하지만 행복은 그렇지 않다. 잡으려고 쫓아가면 갈 수록 놓칠 가능성이 크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사람에게 내가 주고 싶은 조언은 이것이다. 그 모든 공허한 광고 메시지에 귀를 닫으라. 행복을 찬양하는 글과 책을 읽지 말라.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유튜브 동영상도 멀리하라.

- 기억해야 할 열 가지 포인트
1. 우리는 생존자의 후손이다. 인간은 건강이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해왔다. 항상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우리는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
2. 느낌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다. 뇌는 신체 안에서 오는 정보와 외부에서 오는 정보를 결합해 느낌을 만들어낸다. 신체 내부의 상태는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 다 느낌이 형성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
3. 불안과 우울은 방어 기제일 때가 많다. 불안과 우울은 인간 본 성의 정상적인 일부이며, 우리가 고장 났거나 아프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격상 결함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4. 기억은 바뀐다.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충격적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기억이 조금씩 바뀌고 덜 두려워진다.
5. 수면 부족, 장기적 스트레스, 앉아 있는 생활 습관, 소셜 미디어 에 올라온 타인의 편집된 삶의 모습을 과도하게 접하는 것을 피 하라. 이 모든 것이 뇌에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데, 뇌는 그 신호 를 위험이 다가온다거나 자신이 부족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해 석할 위험이 있다. 그러면 뇌는 당신에게 움츠러들라고 명령하고 당신을 우울하게 한다.
6. 신체 활동은 우울과 불안을 예방해준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존재이지만 오늘날 우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 도 게으름은 정상적인 것이다!
7. 외로움은 다양한 질병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작은 행동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건강의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이들과 피상적 관계를 맺는 것보다 친밀한 소수와 진실한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더 낫다.
8. 유전적 요인은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유전적 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불가피한 운명을 의미한 다고 믿지 마라. 당신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뇌의 기능과 작동 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9. 행복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져라. 늘 행복하길 기대하는 것 은 정신적 소모도 크고 비현실적인 바람이다. 게다가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가 날 수 있다.
10.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은 이것이다. 당신의 정신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 폐 렴이나 알레르기가 괴상한 병이 아니듯,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 다. 당신이 손만 뻗으면 도움을 줄 사람은 늘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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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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