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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24.01.17 느끼고 아는 존재 1
  4. 2024.01.11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2
  5. 2024.01.04 집단착각 2
  6. 2023.12.31 노래하는 뇌 3
  7. 2023.12.29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2
  8. 2023.12.11 인지심리학 2
  9. 2023.11.26 말의 진심 1
  10. 2023.10.21 마음을 꿰뚫는 일상의 심리학 1

필링 굿

심리 2024. 3. 12. 07:08

- 우울장애는 질병이며, 건강한 삶에 불필요한 요소 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분이 좋아지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만 알 고 있어도 우울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의 정신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은 기분장애affective disorder의 치료와 예방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내용을 보고했다. 이 들은 전통적인 우울장애 치료법이 효과가 없거나 느리다는 데 불 만을 느끼고 우울장애를 비롯한 기분장애를 치료할 완전히 새롭 고 아주 뛰어난 접근법을 개발해 체계적으로 검증했다. 최근 속속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치료법은 그동안의 심리요법이나 약물요법보다 우울 증상을 훨씬 빠르게 개선한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다. 이 혁명적 치료법의 이름은 '인지치료'다.
- 그렇다면 현재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인지치료를 받으 면 우울장애를 전혀 경험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마치 매일 조깅으로 몸을 단련한다고 해서 앞으로 절대 숨차는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인간이기에 가끔 감정의 동요를 경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단언컨대 여러분은 영원히 변치 않는 행복을 느끼는 상태에는 결코 이를 수 없다! 이는 자신의 기분을 능수능란하게 다스리려면, 효과적인 기 법을 계속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분이 나아지는 것'과 '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다르다.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저절 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필요할 때마다 기 분을 개선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또 실행함으로써 가 능하다.

- 조증mania도 알아두어야 할 기분장애의 특별한 유형이다. 조증은 우울증과는 정반대다. 이때는 곧장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리튬을 처방받아야 한다. 리튬은 기분이 극단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을 안정시 키고 환자가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조증은 치 료받기 전에 정서 파탄을 일으킬 수 있다. 약물이나 알코올 때문 이 아닌데 이틀 이상 기분이 심하게 들떠 있거나 짜증이 계속되는 경우 조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판단력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예 컨대 무모하고 과도한 소비 같은) 충동적 행동과 거창하고 허황된 자 신감은 조증 환자들이 보이는 행동의 특징이다. 성적인 행동이 과 해지거나 공격적인 행동이 늘어나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거나 머 릿속으로 생각이 폭주하며, 흥분한 상태에서 쉬지 않고 말을 하거 나, 자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증상도 보인다. 조증을 앓는 사람 들은 흔히 자신이 누구보다 힘 있고 똑똑하다는 망상을 품으며, 철 학이나 과학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루거나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기 직전이라고 주장한다. 창의적 업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 중에도 이 질병을 앓고 리튬 처방으로 병을 다스린 사람이 많다. 이 병은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에 처음 발병했을 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초기 증상의 도취감이 워 낙 강해서 환자들은 갑자기 찾아온 자신감과 황홀감이 실제로는 자신을 파괴하는 질병이 시작된 징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 한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 행복감은 통제할 수 없는 정신 착란 상태로 악화되어 강제로 입원해야 할 정도가 되거나, 정반대 로 무기력하게 우울해지면서 눈에 띄게 행동이 둔하고 무감각해 진다. 여러분은 이런 조증 증상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진짜 우울장애를 겪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런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며칠이나 몇 주사 이에 인격에 심각한 변화가 생긴다. 심리치료와 자가치료 프로그 램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의사의 감독 아래 리튬 처방을 병행하 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렇게 치료하면 조증의 회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의 감정은 정상이다. 그러나 뒤틀리고 왜곡된 방식으로 지각하고 있다면 그 감정은 비정상이다. 우울장애는 후자에 해당한다. 우울장애는 항상 정신적 '잡음', 즉 왜곡의 결과다. 우울한 기분은 방송 주파수 를 정확히 맞추지 않았을 때 음악에 지직거리는 소리가 섞이는 것 과 같다. 이 문제는 라디오의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에 결함이 있 거나 나쁜 날씨 탓에 무선 수신되는 방송 신호가 왜곡되어서 생기 는 것이 아니다. 다이얼만 다시 조정하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정신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놓으면 음악은 다시 맑 게 흘러나오고 우울장애는 사라질 것이다.

- 인지치료의 가장 중요한 특징 하나를 꼽는다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끝까지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나는 환자들에게 부정적 자기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재평가하도록 이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똑같이 몇 번씩 던진다. "자신에게 원래 패배자인 면이 있다고 계속 주장하시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모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자신 이 쓸모없다는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내세우는 증거는 대체로 이 치에 맞지 않는다.
- 부정적 생각에 대한 이성적 대응을 매일 써보는 간단한 훈련이야말로 인지치료의 핵심이다. 이것은 우 리의 사고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 다. 핵심은 자동적 사고와 이성적 대응을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는 것이다. 이 과정을 머릿속으로만 하면 안 된다. 생각에 대한 대 응을 머릿속에서만 맴돌게 하기보다는 직접 써보는 것이 객관성 을 더욱 높여준다. 또 직접 써보면 우울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의 오 류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세 칸 기법은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 라는 무력감은 물론 왜곡된 생각이 핵심 원인인 광범위한 기분장 애에도 적용된다. 그리하여 파산이나 이혼 또는 심각한 정신질환 등 흔히 완전히 '현실적인 것'이라고 여기기 쉬운 문제에서도 고통 이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이 책 4부우 울장애 예방과 인격 성장에서 자동적 사고 기법을 약간 변형한 방 법을 이용해 감정 기복의 원인이 잠복해 있는 정신 부위를 꿰뚫어 보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 가령 기분이 고양되고 행복하다면 그것은 자신이 위대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일까, 아니면 그저 기분이 좋다는 뜻일까?
감정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할 수 없듯 생각이나 행동 역시 우리 의 가치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중에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건 전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 밖에 비합리 적이고 자기기만적이며 부적절한 생각이나 행동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고칠 수 있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이런 것들이 곧 그 사람이 쓸모없는 존재임을 뜻하지도, 뜻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
-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나요?" 하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답은 이렇다. 일부러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자존감을 만 들어내거나 얻겠다며 굳이 그럴 법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가 할 일은 비판하고 선동하는 내면의 목소리의 스위치를 끄는 것뿐이다. 어째서? 우리 안의 비판하는 목소리야말로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내면 의 자기학대는 불합리하고 왜곡된 생각에서 솟아난다.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은 진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우울장애의 핵심에 도사리고 있는 종기일 뿐이다.
따라서 감정이 동요할 때는 다음 세 가지 핵심 단계를 명심하자.
1. 자동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에 관심을 집중하고 기록한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윙윙거리지 못하게 종이 속에 가둬놓는다!
2. 열 가지 인지왜곡 유형을 되풀이해서 읽는다. 이것들이 어떻게 사물을 왜곡하고 과장하는지 꼼꼼히 익혀둔다.
3. 자신을 경멸하게 만드는 생각을 그런 생각이 거짓임을 보여 주는 더 객관적인 생각으로 대체한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자존감이 커지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그리고 당연히 우울장애도) 사라질 것이다.

- 우리는 생각을 바꾸면 기분도 변화할 수 있음을 배웠 다. 이제 기분을 개선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는 두 번째 접 근법을 알아보자.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면 감정을 느끼는 방 식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에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울장애에 빠지면 움 직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장애의 가장 파괴적인 면 중 하나는 의지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가벼운 상태라면 하기 싫은 일을 뒤로 미루는 정도이지 만 의욕 상실이 심해지면 사실상 거의 모든 활동이 어렵게 느껴져 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충동에 휩싸인다. 해내는 일이 거의 없 고 감정도 점점 악화된다. 자극과 즐거움을 주는 일상의 원천을 멀 리할 뿐 아니라 생산성의 감퇴로 자기혐오가 심해지고 그 결과 고 립감과 무력감도 더욱 커진다.

- 틱톡 기법
어떤 일을 손대지 못한 채 미루기만 하고 있다면 그 사실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해둔다. 이런 생각을 '과제 방해 인지task- interfering cognition' 또는 '틱TIC'이라고 한다. 이 생각들을 기록한 후 더 적절한 '과제 지향 인지task-oriented cognition' 또는 '톡TOC’으로 대체해 두 칸으로 된 표에 나란히 적기만 해도 과제 방해 인지는 크게 힘을 잃는다. (표 5-8)은 그 여러 가지 예다. 이 틱톡 표를 작 성할 때는 자신을 좌절시키는 틱 속에 어떤 왜곡이 포함되어 있는 지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이 나 긍정적인 것 인정하지 않기가 가장 큰 적임을 깨달을 수도 있 고, 자기 멋대로 부정적 예측을 하는 나쁜 습관이 있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일단 우리를 좌절에 빠뜨리는 가장 흔한 왜곡의 유형을 알아차리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할 일을 미루 는 버릇과 시간 낭비도 행동과 창의성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 마차를 말 앞에 맬 수는 없다!
의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틀림 없이 있을 것이다. 의욕과 행동 중 무엇이 먼저일까?
의욕이 먼저라고 답한다면, 훌륭하고 논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틀렸다. 의욕이 아니라 행동이 먼저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의욕이 생기고, 물이 즉시 올라온다.
할 일을 자꾸 뒤로 미루는 사람은 흔히 의욕과 행동을 혼동한다.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기분이 들 때까지 어리석게 기다리기만 한 다.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자동으로 미루고 만다.
이런 사람의 오류는 의욕이 먼저 생겨야 행동을 하고 성공에 이 를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그러나 보통은 그 반대다. 행동이 먼저 이고, 의욕은 그 후에 생긴다.

- 비난받을 때 우리의 내면을 파탄시키는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 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왜 사람마다 비난과 비판에 반응하는 정도 가 다른지 살펴보자. 우선 우리의 기분이 상하는 것은 남들 때문도 그들의 따가운 비판 때문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다른 사람의 비판적 언사가 우리의 감정을 손톱만큼이라도 상하게 하는 일은 일생에 단 한 번도 없다. 남이 얼마나 간악하고 무정하 고 잔혹한 말을 내뱉든, 그런 말에는 우리를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만들 티끌만한 힘도 없다.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완전히 잘못 알고 있거나, 심각하게 비현실적이거나, 아니면 이 모두에 해당하 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장담한 다. 자신을 무시하고, 깔아뭉개고,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바로 자기 자신밖에 없다!

- 람 있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타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 을 필요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비판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므로, 정작 자신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쏟을 에너지가 별로 남지 않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이 렇듯 남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는 이들보다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사람이 더 매력을 느끼고, 그러 한 태도를 바람직하게 여긴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는 앞 장에서 소개한 인지 기법들에 관 한 일종의 개관이다. 문제의 핵심은 오직 우리의 생각만이 우리를 속상하게 만들 수 있으며, 만일 더 현실성 있게 생각하는 법을 익 힌다면 훨씬 덜 속상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비 판할 때 곧바로 우리의 머릿속에 흔히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을 적 어보자. 이어서 거기에 어떤 왜곡이 있는지 밝혀낸 뒤 더 객관적이 고 이성적인 대응으로 바꾸어보자. 분노와 두려움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 누군가가 여러분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그 사람의 행동은 여러 분을 돕거나 해치려는 동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비판자가 하는 말 은 틀리거나 옳거나 또는 그 사이 어디쯤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그 대신 비판 자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악하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져본다. 질문할 때는 판단하거나 방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계속 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비판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비판자가 근거가 모호한 모욕적 인 말로 공격하면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서 그 사람이 나의 어떤 면을 싫 어하는지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이 초기 대응 전략은 비판자가 남의 허물 찾기를 그만두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공격과 방어 관 계를 협력과 상호존중의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다.
- 누군가 우리에게 비난을 퍼부을 때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 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피하지 않고 비난에 반격한다. 이 방법은 대개 싸움으로 발전해 서로를 파탄낸다. 둘째, 그 자리에서 달아나 거나 피한다. 이 방법은 흔히 수치심을 낳고 자아존중감을 잃는 결 과를 가져온다. 셋째,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상대방을 솜씨 있게 무장해제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해결책은 세 번째 방법이다. 상대방을 맥 빠지게 만들면 결국 자신이 승자가 될 것이 며, 상대방 역시 대체로 승자라고 느끼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결은 간단하다. 상대방의 비판이 옳든 그르든 처음에는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는 방법을 찾아낸다. 

- 야유 받아넘기기
여기서 다룰 내용은 강연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하다. 나는 대학이나 전문가 단체에서 우울장애 연구 현황을 강의하기 시작할 때부터 '야유 받아넘기기' 기법을 개발했다. 강의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좋았지만 야유를 보내는 사람이 한 명은 꼭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보내는 야유에는 대체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아주 신랄하지만 부정확하며 주제와 관련성도 없다. 둘째, 야유를 보내는 사람은 흔히 동료에게 별로 인정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셋째, 이들은 장황한 독설을 퍼붓는다.
다른 청중에게도 질문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나는 이런 사람들 을 마음 상하지 않게 조용히 시키는 '야유 받아넘기기' 기법을 개 발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첫째, 지적 해주어서 고맙다는 답변을 즉각 해준다. 둘째, 지적한 문제가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셋째, 지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더 알아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비판자에게 이 주제에 관 해 의미 있는 연구와 조사를 해보라고 격려한다. 넷째, 강의가 끝 난 뒤 이 문제에 관해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고 말한다.
말로 하는 기법이 반드시 특별한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위와 같은 낙관적 방법을 이용했을 때 거의 만 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실제로 야유를 던지는 사람들 중 많은 수 가 강연이 끝난 뒤 찾아와 칭찬을 하면서 친절하게 답변해주어 고 맙다고 말했다. 때로는 이런 야유자들이 내 강연에 가장 큰 애정을 보내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 이제 생산적 분노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이 기준에 의거해 우리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종합해서 분노에 대해 뜻깊은 철학을 얻을 수 있다.
1. 나의 분노는, 다 알면서도 고의로 불필요하게 나에게 해를 입히려고 행동하는 사람을 향한 것인가?
2. 나의 분노는 유익한 것인가? 바람직한 목표를 이루도록 도울 까, 아니면 단지 나를 좌절시킬까?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이 농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편 선수 한 명이 팔꿈치로 여러분의 배를 고의로 가격한다. 여러분의 화를 돋우어 경기를 망치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럴 때 여러분은 더 열심 히 뛰어 승리할 수 있도록 분노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 이 때의 분노는 상황에 적합하다. 물론 경기가 끝나면 더 이상 분노는 필 요하지 않다. 이제 분노는 상황에 부적합하다. 
세 살 난 아들이 위험하게 거리를 마구 뛰어다니고 있다고 하자. 아이가 일부러 위험을 자초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 서는 화를 내는 것이 적합하다. 감정이 격앙된 목소리로 사태가 심 각하다는 경보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달해야 한다. 무덤덤하고 아 주 이성적인 태도로 아이를 대한다면 이런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위의 두 사례에서 우리는 화내기를 '선택'한 것이고, 감 정의 정도와 표현 여부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분노의 시의적절 한 효과와 긍정적 효과는 적대감과 다르다. 적대감은 충동적이고 통 제 불가능하며 공격적인 행동을 낳는다.
무자비한 폭력을 다룬 신문기사를 읽고 분노가 일었다고 해보 자. 신문에 실린 폭력적인 행동은 분명히 해롭고 비도덕적이다. 그 렇지만 이에 대응할 계획이 없다면 우리의 분노는 상황에 적합하 지 않다. 반대로 만일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희생자를 돕거나 범죄 와 맞서 싸우는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의 분노는 상황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 정확한 감정이입
감정이입은 최고의 분노 해독제다. 감정이입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기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마법 같은 방법으로, 마법의 거울 따위는 필요도 없다.
우선 감정이입의 정의부터 내리자. 감정이입은 상대방과 같은 방식으로 느끼는 능력이 아니다. 그런 능력은 '공감'이라고 한다. 공감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기는 하지만, 나는 이것이 약간은 과 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감정이입은 상냥하거나 이해심 있 는 태도도 아니다. 그런 것은 감정이입이 아니라 '지지'라고 한다. 지지의 가치도 과대평가되고 있다.
- 그렇다면 감정이입이란 무엇일까? 감정이입이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의 동기를 정확히 읽고 파악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능력을 기르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 해도 분노하지 않고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바로 나의 생각이 실제 분노를 만들 어낸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 하는지 이해하는 순간, 분노를 일으킨 우리 자신의 생각도 거짓임 을 깨닫게 된다.

- 우리가 실수를 했을 때 필요한 것은 인식, 배움, 변화의 과정이다. 이때 죄의식은 이 가운데 어떤 것에 도움이 될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죄의식은 실수를 인식하도록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실수를 덮어버리게 한다. 어떤 비판에도 귀를 닫고 싶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끼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잘못을 질렀다는 사실 자체를 견디지 못한다. 죄의식이 비생산적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 우리는 당근이나 채찍의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 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나는 이걸 해야 해' '저걸 하지 말아 야 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만 한다면 평생 '해야 한다' 식 사고 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이미 그 귀결이 무엇인지는 알고 계실 겁니다. 정서적 변비에 걸리고 마는 거죠. 정말 상황 을 개선하고 싶다면 벌보다는 상으로 의욕을 고취하라고 권하 고 싶습니다. 이 방법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겁니다.
- 사실 불평꾼이 계속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것은 이들을 돕겠다는 우리의 충동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들의 비 관적 푸념에 맞장구를 쳐주면 그들은 순식간에 김이 빠져버린다. 약간 설명을 덧붙이면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사람들은 푸념이나 불평을 할 때 대개 짜증, 기죽음, 불안감을 느낀다. 우리가 돕겠다 고 하면 그들은 자신이 일을 잘못 처리하고 있다고 비난당하는 것 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막상 맞장구를 쳐주고 칭찬을 해주면, 그 들은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긴장이 풀리며 안정 을 찾는다.

- 다음은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본 몇 가지 생각이다. 자신의 목록을 작성할 때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1. 누군가 우리에게 부정적 반응을 보일 때, 그 비난의 핵심에는 그 사람의 비합리적인 생각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 설사 비판이 타당하다고 해도, 그 비판이 우리를 파멸로 몰 아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실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하 나씩 고쳐나갈 수 있다. 그렇게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 울 수 있다. 실수를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인간이라면 당 연히 이따금 실수할 수밖에 없다.
3. 일을 망쳤다고 해서 타고난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항 상 또는 거의 항상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우리가 해온 수많은 옳은 일을 생각해보자! 더구나 인간은 변하고 성장한다.
4. 다른 사람은 우리의 인간적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그들은 다만 우리의 특정 행동이나 말의 타당성이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5. 우리의 행동이 훌륭하든 아니든,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 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비난은 들불처럼 순식간에 번질 수 없으며, 한 사람의 거부반응이 다른 사람의 거부반응으로 끝 없이 이어질 수도 없다. 그러므로 심지어 상황이 더 악화되 고 누군가에게 거부당한다고 해도 완전히 외톨이가 되는 것 은 아니다.
6. 인정받지 못하거나 비판받는 일은 대개 불편하다. 그러나 불 편함은 언젠가 사라지게 마련이다. 울적해하지 말자. 예전에 즐기던 활동이 있다면, 당장은 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여 겨지더라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7. 비난과 비판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만큼만 우리의 감정을 동요시킬 수 있다.
8.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거의 오래가지 못한다. 비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과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 니다. 논쟁은 삶의 일부이며, 대개 나중에는 서로 이해하게 된다.
9. 우리가 누군가를 비판한다 해도 그 사람이 진짜 나쁜 사람이 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를 판단할 힘과 권 리를 남에게 주려 하는가? 우리는 모두 인간일 뿐 대법원 판 사가 아니다. 남의 권능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지 말자.

- 인정받지 못하거나 거부당한 상처에서 회복하기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는데도 사실상 인정받지 못하 거나 거부당했다고 해보자. 이때 일어나는 감정 동요를 어떻게 하 면 가장 빨리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 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실망스러운 작은 일 하나로 우리의 행복을 영원히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거부당하거나 인정받지 못했을 때 우리의 기 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생각이다. 그러니 이런 생각과 맞서 싸우고 왜곡된 자기학대에 굴복하기를 완강히 거부한다면 감정 동요는 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 오랫동안 슬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 이 돼온 방법이 이 경우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가족과 사별했을 때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고통스러운 기억과 세상을 떠난 이와의 추억에 잠기면 슬픔을 더 빨리 극복하고 끝마칠 수 있다. 이 방법은 혼자 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다른 사람의 동정은 오히 려 역효과가 난다. 몇몇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동정은 오히려 슬픔에 잠겨 힘겨워하는 기간을 늘린다고 한다.
거부당하거나 인정받지 못했을 때 이 '슬퍼하기' 방법을 써보자. 매일 한두 번씩 시간을 정해서(한 번에 5~10분) 슬프고 화나고 절 망스러운 온갖 생각을 마음껏 하는 것이다. 슬픔을 느끼면 소리 내어 운다. 미칠 것 같으면 베개를 두드려 팬다. 정해둔 시간 내내 고통스러운 기억과 생각에 푹 잠겨 있도록 한다. 

-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자. 현명해질 수 있는 문이 두 개 있다. 하 나에는 '완벽함'이라 쓰여 있고, 다른 하나에는 '평범함'이라 쓰여 있다. 완벽함의 문은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우리를 현혹한다. 우리 는 이 문을 통과하고 싶다. 평범함의 문은 칙칙하고 단조롭다. 누 가 이런 문을 원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완벽함의 문을 통과하려고 애쓰는데, 그러다 문 너머에 있는 단단한 장벽을 발견한다. 이 벽을 깨려고 시도하면 코 피가 흐르고 두통이 생긴다. 이와는 반대로 평범함의 문 너머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 하지만 이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내 말을 믿지 못하겠는가? 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분이 반드시 내 말을 믿을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회의적인 장을 계속 유지해나가기 바란다. 그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다만 내가 말하는 내용을 잘 검토해보기 바란다. 살면서 단 하루만이라 도 평범함의 문을 통과해보자. 틀림없이 깜짝 놀랄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완벽함'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궁극의 환상이 다. 완벽함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함은 사실 세상에서 가 장 거창한 사기 행각으로, 부를 약속하지만 불행만 가져다준다. 완벽을 추 구하면 할수록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완벽함이란 단지 추상적 개념,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이 개념을 깊 이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면 모든 것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모든 사 람, 모든 발상, 모든 예술작품, 모든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 현재 처방하는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노르 에피네프린, 도파민의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항우울제 가운데 어 떤 것은 하나의 신경전달물질만 선택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항우울 제는 많은 전달물질에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처방하고 있는 항우 울제가 이 세 가지 물질에 끼치는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어떤지를 설명해주는 아주 일관되거나 설득력 있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예를 들어 어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농도를 자극하고, 어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수용체를 차단하며, 어떤 것은 세로토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나름대로 좋은 효과가 있다. 
- 우울하다면, 뇌에 '화학적 불균형'이 생겼다는 뜻일까?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나 호르몬의 불균형이 우울장애를 일으킨다 는 미신에 가까운 믿음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믿음 은 증명되지 않았으며 사실이 아니다. 17장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아직도 우울장애의 원인을 알지 못하며 항우울제가 어떻게, 왜 작 용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우울장애가 화학적 불균형 때문에 생긴다는 이론을 2천 년 전부터 주장해왔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았 고,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확실히 아는 게 없다. 게다가 특정 환자 나 환자 집단이 우울장애를 앓는 원인이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점 을 증명해줄 수 있는 실험이나 임상증상도 전혀 없다.
- 두 가지 약물이 상호작용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 방식이 있 다. 첫 번째로, 하나의 약물이 혈액 속에 있는 다른 약물의 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두 가지 약을 '정량만 복용했는데도 때때로 경 고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혈액 속 약물 농도가 갑자기 증가하 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우선 부작용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부 작용은 대개 복용량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많은 정신과 약물 은 복용량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끝으로 어 떤 약물의 혈액 내 농도가 너무 높으면 중독되거나 치명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약물 상호작용의 두 번째 유형은 첫 번째와 정반대다. 하나의 약 물이 혈액 속에 있는 다른 약물의 농도를 끌어내릴 수 있다. 그러 면 정량대로 복용하더라도 두 번째 약은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그 런데 환자나 의사가 이 사실을 착각해 약 자체가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작 문제는 환자의 혈액 속 약물 농도가 너 무 낮다는 것인데 말이다.
- 상호작용의 세 번째 유형은, 두 가지 약물이 각각 비슷한 효과나 부작용이 있어서 서로를 강화해주는 경우다. 예를 들어 고혈압 때 문에 치료받고 있는데, 혈압을 내리는 부작용이 있는 정신과 약물 을 복용한다고 해보자. 혈압이 순식간에 뚝 떨어져서, 갑자기 자리 에서 일어서다 기절할지도 모른다.
약물의 상호작용 가운데 네 번째 유형이자 가장 불길한 유형은, 혈액 속 약물 농도를 바꾸지는 않지만 특정한 약물 결합의 효과 때문에 중독되는 경우다. 다시 말해 따로따로 복용하면 안전한 두 가지 약물도 함께 복용하면 위험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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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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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마음속에는 타인의 행복을 질투하는 감정, 즉 '르상티망(ressentiment)'이 깔려 있다.(니체(Nietzsche))
- 인간이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異物質)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증상. 나는 그것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명명 한다.
사람들과 화합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더라도, 경제적으로나 정 서적으로나 완벽한 배우자와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 더라도, 인간 알레르기는 우리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크나큰 저 해 요인이다. 그런데 의외로 지금까지는 인간 알레르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학자도 없었으며, 체계적인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몸의 알레르기 반응에 관한 연구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어 상 당 부분이 해명된 반면, 마음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서는 연구 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매우 빈약하다.
- 어떤 사람이 싫어지는 것은 그 사람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는 시각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인간 알레르기 이론을 중심으로 해석해보면 그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27년에 걸친 내 임상 경 험에 비춰보건대 어떤 한 사람에게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사람은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상대를 아무 리 바꿔도, 회사를 아무리 옮겨도 또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주변 사람을 바꿔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정말로 개선해야 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품고 있는 인간 알레르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인간이 고뇌하는 이유는 대부분 인간 알레르기 때문이며, 그것과 싸우는 데 많은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 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고통이나 고독, 그리고 마음을 심란 하게 하는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는 인 간 알레르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위화감이나 고 통을 느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반드시 인간 알레르기를 이해해야 한다.
- 마음에도 면역 체계가 있다
인간의 마음에도 면역에 해당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마음의 면역 반응에도 이물질을 공격, 제거하는 시스템과 함께 과거에 침입했던 이물질을 기억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 때문에 공포나 고통을 맛보았다면 그 사 람뿐 아니라 그 장면과 관계된 사실 또한 기억에 각인된다. 그리 고 그 사람과 맞닥뜨린 경우뿐 아니라 그 장면이 연상되는 상황 에 처하기만 해도 마음속에 경보음이 울려 회피나 전투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강력하고도 철저하기 때문에 이성으로 제어하는 게 쉽지 않다. 인간 알레르기가 발현되면 그리 유해하 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런 마음의 면역 체계가 작동한다. 이전까 지는 두려워하고 거부할 필요가 없었던 존재일지라도 회피하거 나 공격, 제거하려 한다. 일단 인간 알레르기가 생기면 동료나 배 우자, 가족조차도 이물질로 인식하므로, 그들도 회피나 공격, 제 거 대상이 된다. 때로는 특정 인물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이물 질로 인식하여 제거 리스트에 올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타인과 사이좋게 지내고,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다고 생각 해도 충돌이나 오해를 피할 수가 없다.

- 다양한 방어 메커니즘
마음의 면역 체계는 지금까지 '방어 반응'이나 '방어 메커니즘'이 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구조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폭넓고 다 양하다.
스트레스나 불쾌한 사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해도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은 다양한 방어 반응을 일으 킨다. 이를테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두고 잊어버리려 한다. 이것은 '억압(壓)'이라는 방어 메커니즘 이다.
- 수면과 꿈도 역시 마음의 정화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꿈속에서 우리가 누차 벌이는 일은 현실의 상황을 좀 더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상황으로 바꾸는 것인데, 이를 '치환)'이라고 한다. 자 신을 공격하는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마음의 균형을 유지 하려는 경우도 있다. 학대당한 아이는 늘 그런 방어 메커니즘을 준비해둠으로써 부모를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반동형성(形 成)'에 의해 오히려 부모를 이상화화고 과도하리만치 효도를 하 기도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더욱 차원 높은 것으로 바꿔서 받아 들이거나 극복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승화(昇華)'라고 부 른다. 학대당하며 자란 사람이 똑같은 처지의 아이를 도와주는 일에 종사하는 데에도 그런 마음의 메커니즘이 작용한 것이다.
욕구를 충동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화'는 마음의 방어 반 응이 실패한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중요한 마음의 면역 반응이다. 공격을 받으면 반박하고 그 상대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기분을 풀려고 하는 것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 우 공격을 가한 당사자가 아닌 의존하는 대상이나 약한 대상에 게 공격의 화살을 겨눈다는 것이 문제다. 가정 폭력이나 집단 따 돌림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가 없다.
가눌 수 없을 만큼 힘든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완전히 망 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작동하는 것이 해리(解離)이다. 의식이나 기억의 고리를 일단 차단하는 구조이다. 도마뱀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과 같다. 또 이때 는 '격리'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건이나 감정을 잘라냄으로 써 고통에서 도망치려는 방어 반응이다. 사건은 기억하되 감정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잘라낸 감정은 엉뚱한 것으로 모습을 바꾸어 전혀 상관없는 장면에 나타나기도 한다. 충동적인 살인이나 이해 하기 어려운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가 망령처럼 떠돌다 뜻밖의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인간 알레르기 상태에서 이물질로 인식한 존재에게는 더욱 심 하게 공격을 가하고 제거해버린다. '행동화'와 함께 앞 장에서 말한 '투영', '조적 방어', '자기애' 같은 더욱 자기방어적이고 자기변명적인 방어 메커니즘이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자폐 성향을 보이며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친밀한 관계를 '회피'함으로써 자 신을 지키려는 경우도 많다.
-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고 느끼면 고통은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된다. 마음을 공유하게 된 존재를 애착 이론에서는 '안전 기지'라고 부른다. 그것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며, 이물질과 는 정반대의 존재이다.
인간은 상대방이 안전 기지인지 아닌지를 자신도 모르게 가르 고 있다. 상대가 만약 안전 기지라면 기분 좋은 안도감에 휩싸여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놓게 된다. 이야기하는 동안 자연 스럽게 마음이 정리되어 어느샌가 답을 찾기도 하고 힘과 용기 가 솟기도 한다.
- 하지만 애당초 마음을 털어놓기에 가장 좋은 부모나 파트너라 해도 안전 기지가 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 았는데,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책하거나 충고와 설교를 늘어놓는 경우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오히려 눈엣가시가 되 어거부 반응만 일어나게 한다.
'안전 기지'가 되지 못하는 전형적인 유형은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야기를 제대로 듣 지도 않고 이래라저래라 쓸데없는 참견이나 충고를 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해버린다. 상대방은 그런 걸 원한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 자녀에 대한 애정, 파트너에 대한 애정처럼 특정 존재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애착이 생 겨났기 때문이다. 일단 애착이 생기면 상대방은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녀에게, 커플이 서로에게 한창 열중할 때도 거기에는 생물학적인 구조를 뛰어넘은 고차원적인 정신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이 정신 작용이 두 사람 간의 애정 자체에 문제가 생겨도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예의 바르고 의무감 이 강해서 누군가를 함부로 내치지 못하는 성격, 혹은 혼자서는 불안하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만 하는 성격이 있다고 치자. 전자는 강박성 인격 장애, 후자는 의존성 인격 장애 로 알려져 있는데 둘 다 악연을 유지하는 데 공헌하고 있다.
또 타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큰 영향이 미치는 정신 작용 두 가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심리적 동일시'와 '자기애 전이'다.

- 목사의 아들이었지만 '신은 죽었다'고 갈파했으며, 아버지가 돌 아가신 후에는 강한 성격의 어머니에게 공부만을 강요당했던 신경 질적이고 진지한 우등생 타입의 니체. 한편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성장했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 았으며, 사람 좋은 왕을 속여 거금을 바치게 하고, 악단 지휘자의 아내와 간통하여 자식을 낳아놓고도 당당하기만 했던 자기애의 화 신 바그너. 두 사람은 삶의 가치관이 완전히 달랐다. 바그너의 세계 속에는 '천재 바그너와 나머지 사람들밖에 없었고, 나머지 사람들’ 은 자신을 예찬하고 봉사하면 그만이었다. 그에 비하면 니체의 세 계관은 기독교적인 도덕관의 범주 안에 들어 있었다. 자신의 착각 을 깨닫고 바그너에 대한 열광이 갑자기 식어버리자 일찍부터 니체 의 마음속에 있던 위화감이 강한 거부감과 증오로 변했다. 그때까 지 바그너에게 바쳤던 숭배조차도 감쪽같이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그는 용서하기 힘든 분노에 시달렸다.

- 자기 자신에 대한 인간 알레르기
보통 신체 면역계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배제와 공격이 일어 나지 않도록 통제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라 해도 거기에 이물 질이 들러붙거나 이물질과 유사하면 착각을 일으켜 공격 대상으 로 여길 때가 있다. 자기 자신의 일부를 이물질(항원)로 인식하여 자가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절이 굳고 아픈 만성 관절 류 머티즘이나 침과 눈물 분비가 감소하는 쇼그렌 증후군(Sjögren's syndrome, 코와 목이 마르고 침과 눈물이 잘 안 나오며 관절통까지 동반 되는 병- 옮긴이)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관용의 시스템이 망가 져 자가항체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고 파괴함으로써 생긴다.
마음의 면역에서도 똑같은 상태가 나타난다. 자신이 가장 믿어 도 되는 존재를 더 이상 믿지 못하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다. 가정 폭력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혐오 감을 느끼거나 고통을 주는 경우도 있다.

- [고독한 천재, 니체]
남아 있는 기록을 토대로 성장 과정이나 증상을 살펴본 결과 철 학자 니체는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장애(Asperger's syndrome) 였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세 살이 되어도 말 한 마디 못했는 데 네 살 때는 독서를 시작했다. 음성언어의 미발달과 문자 언어의 자연스러운 습득이라는 간극은 아스퍼거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철들기 시작할 무렵 그가 본 것은 목사였던 아버지가 망가지는 모습이었다. 신경 질환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경 련과 안면 마비 증상부터 의식을 잃는 발작과 실어증, 실명, 착란, 심한 격통까지 겪는다. 아마 아버지도 니체가 천형처럼 짊어지게 된 병, 신경매독이었을 것이다. 그 공포스러운 기억은 오랫동안 그 를 괴롭히며 마음의 안정을 위협했다. 그러지 않아도 니체는 신경과민에 불안이 강한 아이였다. 기숙학교의 기록에 따르면 끊임없는 두통과 위염 같은 심신 미약으로 종종 수업에 빠졌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환청을 듣고 악몽도 꿨다. 그는 공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인 형이나 주석 병정, 도자기로 만든 동물들로 이루어진 세계는 '다람 쥐 왕'이 질서 있게 통치했다. 니체는 아홉 살이 돼서도 인형 놀이 를 계속 반복했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과민한 반면 성적은 아주 우수했다. 게다가 시나 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목사들은 그를 '천재'라 고 여겼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자유롭고 무질서한 학 교보다는 답답한 구석은 있지만 군대 같은 스파르타식 학교가 더 나은 면도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니체에게 다행히도 어머니는 늘 그의 비호자가 되어주었다. 슬하에 딸이 있었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은 매우 각별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을 일찍부터 알아보고 아들만을 희망으로 삼으며 인생을 보냈다.
어머니는 아직 젊었기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 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 좁은 집에서 사는 길을 선택했다. 모자가 살았던 곳은 북향의 작은 방이었다. 그 곳에서 어머니는 거의 아들 옆에 붙어 공부를 가르쳤다고 한다. 늘 가혹하리만치 빽빽한 일과를 정해주고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엄격하게 질책했다. 이런 지나친 기대가 과민한 소년을 꽁꽁 얽어매어 더욱 괴로운 삶을 살게 한 측면도 있다.
니체는 고전어를 전공했는데, 곧바로 그 재능을 교수에게 인정받 았다. 하지만 이 '천재'의 내면에는 불안정과 위화감, 그리고 지나치 게 강한 자존심과 과민함이 동시에 존재하여 그의 사고와 행동 사 이에는 끊임없이 간극이 생겨났다. 스물다섯 살에 바젤 대학의 교 수라는 이례적인 출세를 이루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곧바로 '니체 교수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보통 사람과는 다른 구석이 있다'고 생 각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연극 같다거나 딱딱한 구석이 있다고도 평가했다. 또 어떤 여자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대화에 당황스러워했다. 니체가 만찬회 자리에서 자신이 두꺼비를 먹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거북스러워한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학생 시절에는 바이런에 열중했던 것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좀 더 자유분방하고 영웅적인 삶을 동경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도 감 동하여 한때 심취했다. 하지만 니체는 바이런이나 바그너처럼 살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열광했던 또 한 사람, 비관론자이자 철학자 인 쇼펜하우어와는 고독하다는 점과 인간관계에 서툴다는 점이 매 우 유사했다.
니체는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됐지만 서서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마침내 대학을 그만두고 은둔 생활을 하며 집필에만 몰두한다. 그가 집필만으로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서 조금이나마 연금이 나왔기 때문이다.

- [어른이 되어 슬픈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야간비행』 같은 명작으로 유명한 생텍쥐페리 (Saint-Exupéry, 1900~1944)는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ADHD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잠시 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기 때문에 누구도 통제하 기 힘든 난폭한 아이였다. 방을 잔뜩 어질러놓고 만지는 것마다 모 두 망가뜨리거나 더럽히는 악동이었다. 그는 다섯 형제 중 셋째에, 아버지를 세 살 때 여의어 어머니가 응석을 모두 받아주었던 만큼 통제가 힘든 아이로 자랐다.
규율이 엄격한 예수회 계통의 학교에 들어갔지만 주의가 산만하 고 정리 정돈을 못했다. 일처리가 서툰데다 차분하지도 않고, 성적도 뛰어나지 않았던 그는 급기야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더욱 반항 적인 아이가 되었다. 훗날 비행기를 몰게 되기는 했지만 평소 운동 신경이 둔하여 자전거조차 쉽게 타지 못했다.
학교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어떻게든 해보고픈 마음에 어머니는 스위스에 있는 자유로운 교풍의 학교로 전학을 보낸다. 생텍쥐페리는 그곳에서 살아났다. 성적도 올랐고, 문학에 눈을 뜨 더니 시와 데생에 재능을 보였다. 과목 중에서는 국어인 프랑스어 를 제일 잘했지만 그래도 훗날의 세계적 작가가 쓴 문장은 오자투 성이였다.
열두 살 때 그는 인생을 결정짓는 중대한 체험을 한다. 당시 주목받기 시작한 비행기에 매료되어 격납고를 드나들다가 실제로 탑 승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얼마 전으로, 당시 비행기는 시험 삼아 세대를 만들면 두 대는 머지않아 추락할 운명이어서 도저히 안전한 이동수단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 다. 하지만 그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공군 학교에 지원했으 나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스물한 살 때 항공대에 지원하여 입 대했지만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은 당시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 다. 그는 어머니에게 돈을 타내 고액의 훈련비를 내고 민간 항공회사에서 훈련을 받았다. 비행기 조종사 자격을 따자 그는 비행기를 몰고 싶다는 일념으로 기회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지만 애당초 주의가 산만하고 조종에 서툴렀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 고 이륙 직후 90미터 높이에서 추락했다. 그 당시 비행기는 산산이 부서지고 자신은 전신타박상을 입었지만 그 후에도 아랑곳없이 조 종사 일을 찾아 전 세계를 방황했다. 그가 주로 조종했던 것은 우편 비행기였다. 북아프리카의 사막이나 대서양, 남미 안데스 상공을 고독하게 비행하는 것이 파리의 사교계나 도시의 쾌적한 생활보다 훨씬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에서 딱 한 번 안타까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ADHD 유형의 많은 사람들처럼 그도 언제까지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욕심 많은 어른들의 세 계는 그리 살고 싶은 곳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생텍쥐페리는 이성 운이 없었다. 처음에 결혼을 약속한 루이즈 드 빌모랭에게는 파혼을 당했고, 아내가 된 콘수엘로는 낭비벽이 심하고 그리 성실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는 서서히 아내에게 무관 심해졌고, 사고의 후유증으로 생긴 목, 허리, 어깨 등 전신 통증에서 도망치기 위해 점점 알코올에 의존했다. 만년에는 조국을 위해 죽 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다시 한 번 비행기에 타는 것을 유일 한 희망으로 간직하며 살았다. 그는 어쩌면 인간 알레르기에서 도 망치려고 푸른 하늘을 동경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생텍쥐페리는 몇 번이나 목숨을 건질 정도로 운이 좋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지중해 상공에서 교신이 끊긴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 [어머니를 증오한 쇼펜하우어]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어머니를 평생 동안 증오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여류 작가로 활동했던 어머 니는 사교와 예술에는 관심이 있어도 양육에는 무관심하여 아들을 자주 방치했다. 쇼펜하우어가 어린 시절부터 늘 우울하고 신경질적 인 성격을 보였던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는 어머니를 바라는 마 음이 강했고, 청년이 되고 나서도 그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하 지만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자신보다 어머니 스스로의 즐거움을 우선하는 모습만 확인하곤 했다. 아들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애인과의 관계 때문에 우울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쇼펜하우 어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아버지가 자살한 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그걸로 모든 것은 끝났다. 어머니는 아들과 인연을 끊겠다며 자 신의 집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그 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적은 없었다. 딱 한 번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도와달라고 한 적 이 있었는데, 쇼펜하우어는 이때다 싶었는지 매몰차게 거절했다.

- 면역을 억제하는 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게 제어성 T 세포이다. 어린 시절 접촉한 이물질에 대해서는 제어성 T세포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세포는 재미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평화 국가의 군대처럼 싸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싸우 지 않음으로써 쓸데없는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알레르기가 일어나기 쉬운 체질은 제어성 T세포가 감소한 상 태이다. 이렇게 제어성 세포가 부족한 경우에는 이물질이 아닌 자기 자신의 세포에 대해서도 공격을 퍼붓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 유소년기에 세균에 감염되는 일이 없으면 제어성 T세포가 충 분히 증가하지 못하므로 면역을 억제하는 장치도 발달하지 못한 다. 요컨대 너무나 위생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보호받으 며 자라면 무해한 이물질에 대해서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는 곧 스트레스가 너무 적은 과잉보호 환경에서 자라면 인간 알레르기가 쉽게 생긴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심리적인 무균 환경에서 자라면 대개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것 외에는 전혀 받 아들이지 못하는 결벽증 성향을 갖게 된다.
가족이 한 방에 모여 잠자는 게 당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어려서부터 자기 방에 격리되어 다른 아이와 싸우거나 친해질 기회도 없이, 무엇이든 리모컨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타인을 이물질로 받아들이는 감도(感)가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 '마음속 깊은 곳까지 상대를 다 알고, 그래도 더 알기 위해 힘껏 다가가려 한다. 하지만 조금씩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무 리 열의를 담아 상대를 사랑하려고 해도, 아무리 친밀하게 상대와 관계하려 해도 어차피 상대는 낯선 타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게 된다. 가장 헌신적인 남편과 아내조차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렇 기 때문에 자신의 껍데기 안에 틀어박혀 침묵한 채 누구에게도, 제 일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보여줄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게 된다.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 몸의 경우도 그렇지만 인간 알레르기를 안고 있는 사람은 하 나같이 연애에 서툴고, 그 결과 이성 운이 없다. 그 사람 내면의 편견이나 완고함이 균형감 있는 관계를 가로막기 때문에 어울리 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몸처럼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 람조차 누군가를 믿고 싶어 한다. 아직 젊어서 사람을 사랑하고, 갈망하려는 에너지로 가득할 때 인간은 한 줄기 가능성에 기대 어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걸 믿고 또 그것을 회복하려 한다. 그것 역시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 과민 반응을 막으려면?
1) 사실과 추측을 구별한다
인간이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까닭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 인 양 비약적으로 추측하기 때문이다. 인간 알레르기인 사람은 사소한 신호나 조짐을 모두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사실과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낸다.
2) 확대해석을 멈춘다
잘못된 판단으로 확대해석을 하면 인간 알레르기는 더욱 기승 을 부린다. 전혀 관계가 없는 일도 제멋대로 연관 지어 악의적인 감정까지 덧붙이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까지 불태우는 사 태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런 사례는 매우 빈번하다.
이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모두가 의도적으로 접근해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으려 한다고 느낀다. 고작 한두 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늘 일어나는 일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그러다가 자신 에게는 영원히 안 좋은 일이 계속될 것이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우연에 불과한 일을 확대해석하게 되면 이렇듯 큰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3)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타인을 이물질로 인식하는 요인 중 하나는 '신경과민'이다. 많 은 사람들에게 별로 불쾌하지 않은 자극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 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쉽게 상처를 받고 타인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나 피로의 원인이 되므로 어느샌가 그것을 고통 으로 느껴 인간 알레르기에 이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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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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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심리 2024. 1. 17. 20:08

-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느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향하고 있다. 다마지오는 안와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 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 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신체와 정신을 분 리하여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감정과 느낌은 신체 상태 정보를 신경시스템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항상성 정보의 핵심임을 설명한다. 다마지오가 뇌의 작용을 보는 관점은 항상성이라는 단어의 정의 속에 모두 담 겨 있다.
항상성은 생물이 생존 가능한 영역에 머물도록 해주는 생 물의 능력이다. 항상성이 유지되는 동안만 생물의 생명현상 이 작동될 수 있다. 생명 현상에서 출현한 항상성은 자동적 항상성과 확장된 항상성 두 가지가 있다. 자동적 항상성은 세 포 수준의 대사작용, 면역반응, 조건반사의 세 가지 작용에서 시작한다. 박테리아와 진핵세포에서 항상성 작용은 생화학 분자 작용에서 쾌감과 통증을 일으켜 접근과 회피반응이 가 능해진다. 접근과 회피반응이 다세포 생물에서는 충동과 동 기를 유발하여 동물의 반사적 동작이 나온다. 충동과 동기는 1차 의식이 출현하는 포유동물에서 초기 감정상태를 만든다. 다마지오는 동물과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신체상태에 관 한 배경정서, 사회적 관계에서 출현하는 사회적 정서 그리고 거친 1차 감정으로 구분한다. 동물적 1차 감정은 몸과 내부장기의 신체상태 정보가 비의식상태 처리 과정인 정동에서 생 겨난다. 쾌감과 불쾌감의 1차 감정이 대뇌피질의 인지적 해 석을 통해서 느낌상태를 만든다. 통증과 쾌감의 정동적 신체 반응이 사회적 개념으로 해석되어 감정이 된다. 반사적 속성 의 거친 감정들이 대뇌피질에서 기억과 인식작용에 의해 재 인식되면서 느낌이 생성된다.
다마지오는 느낌이 생성되는 과정을 《느낌의 진화》라는 책 에서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느낌, 의식, 자아를 이 미지의 생성과 처리 과정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생성하는 내 부장기 이미지, 몸 이미지, 외부 이미지의 세 가지이다. 오래된 내부장기는 내분비 시스템의 화학분자들을 분비하여 몸 전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내부장기의 통합적 항상성 체계 인 내분비계, 순환계, 면역계의 작용이 가장 오래된 생존 작 용으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담는 내부 이미지를 생성한다. 내부장기의 내부 이미지 정보는 정동에서 감정 그리고 최종 적으로 느낌을 만든다. 몸 이미지는 척추동물 움직임에서 진 화한 근육과 골격 움직임의 이미지이며 피부 촉각이 몸 이미 지의 경계를 구성한다. 외부세계의 이미지는 감각입력의 시 각, 청각, 촉각이 대뇌피질에서 신경회로의 패턴인 지도를 만 들고 시각의 형태, 색깔, 움직임이 개별 지도들이 결합하여 시각 이미지가 생성된다.
시각과 청각이 이미지가 결합하여 외부 세계의 사물과 사 건의 감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외부 세계의 이미지 대뇌 후 두엽의 감각 연합피질에서 생성된다. 내부장기의 내부 이미 지정보가 혈액을 통해서 시상하부로 입력되어 대뇌피질의 외부 대상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내부 이미지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외부세계 이미지와 결합하게 된다. 외부 세계 이미지 와 자신의 내부에서 생성된 느낌이 결합하여 의식이 출현하 며 몸 이미지와 내부 이미지가 외부 이미지와 결합하여 자아 의식이 생겨난다.

-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비교해보자. 바이러스에는 에너지 대사 과정이 없는 반면, 박테리아에는 있다. 바이러 스는 에너지나 폐기물을 생산하지 않지만, 박테리아는 생산 한다. 바이러스는 운동을 일으킬 수 없다. 바이러스는 DNA 나 RNA 같은 핵산과 특정 단백질의 혼합물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에 침투해 그 생명체의 생명시스템을 장악하고 증식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바이러스는 살아 있지 않지만, 살아 있는 생명 체에 기생해 '유사' 생명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는 자신의 모호한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핵산을 만들어 퍼뜨린다. 이쯤 되면, 살아 있는 생명 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에게는 박테리아를 포함한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에 생기를 부여하는 비명시적 지능의 일부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활동하 기에 적합한 생명체에 침투했을 때만 숨겨진 능력이 나타나 는 존재인 것이다.
- 생명체의 역사는 40억 년 전에 시작됐으며, 다양한 경로를 거쳐왔다. 나는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생명의 역사가 서로 확 연히 구분되면서도 연속적인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단계는 '존재being'의 단계다. 두 번째 단 계는 '느낌feeling'의 단계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앎knowing'의 단계다. 신기하게도, 현존하는 인간 개개인들의 발달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3단계가 나타나며, 단계들이 나타나는 순서도 동일하다. 존재, 느낌, 앎의 단계는 인간 개개인 안에 공존하는 분리 가능한 해부학적·기능적 시 스템들에 대응하며, 이 단계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에 따 라 서로 맞물리게 된다.'
- 외부 세계의 사물과 행동에 대한 지각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의해 이미지로 변환되며, 이 이미지는 마음의 상태를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 이미 지들 대부분은 뇌가 외부 세계를 지각함으로써 생성되는 것 이 아니라, 뇌가 우리 몸 안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을 조 작하고 혼합함으로써 생성된다. 망치질을 하다가 우연히 못 이 아니라 손가락을 쳤을 때 느끼는 고통을 예로 들어보자. 이런 복잡한 이미지들 또한 마음의 흐름에 편입되면서 우리 의 심적 과정을 지배한다.
우리 내부의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전형적이다. 이런 이미지들을 만드는 장치들은 우리 몸 안 내부 기관들의 상태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그 내부 기관들과 연결돼 있다.
- 이 장치들은 화학적 방식으로 내부 기관들과 매우 정교하게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한다. 우리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혼합물 hybrid은 바로 이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정상적인 마음은 외 부 세계에서 비롯한 전통적인(직접적인) 이미지와 몸 내부의 특별하고 혼합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다른 종류의 이미지들도 개입한다. 사 물과 행동으로 우리가 만든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과 그 기억 에 수반됐던 느낌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 모두 이미지의 형 태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기억을 만든다는 것은 나중에 원 래의 어떤 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복원해내기 위해 암호화된
- 형태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물과 행동 그리고 느낌을 우리가 아는 언어(주로 음성언어지만, 수학 이나 음악의 언어인 경우도 있다)로 번역하는 과정도 이미지 형 태로 나타난다.
마음속에서 이미지들을 연결하고 결합할 때, 우리의 창의 적인 상상 속에서 그 이미지들을 변환할 때, 우리는 아이디어 를 나타내는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이미지와 상징들을 새로 만들어내며 그렇게 만들어낸 이미지들의 대부분을 기억에 저 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그 마음의 내용물을 저장해 미래의 언젠가 추출할 수 있는 보관소의 크기를 확장한다.

- 콩팥 산통은 느낌이 정교한 생리학적 메커니 즘에 의해 만들어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이 생리학적 작용은 유기체가 보거나 듣기 위해 이용하는 생리학적 메커 니즘과는 확연히 다르다. 느낌은 특정한 모양이나 소리 같은 특정한 외부 요소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기술한다기보다는 일정한 범위의 가능성들에 대응한다. 느낌은 일정한 범위 내 에 있는 특징들quality과 경향과 강도 면에서의 변이 variation를 묘사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느낌은 외부의 사물 또는 사건을 간단하게 스냅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나 사건과 관 계된 쇼 전체와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동영상으로 촬 영한다고 할 수 있다. 느낌은 표면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 밑에 있는 것들도 같이 묘사한다.
느낌은 쌍방향 지각interactive perception이다. 지각의 전형적 인 예인 시각 지각과 비교할 때 느낌은 전통적이지 않은 지각 이다. 느낌은 유기체 주변뿐만 아니라 '유기체 내부'와 심지 어는 '유기체 내부에 위치한 사물들의 내부에서 느낀 신호들 을 수집한다. 느낌은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동들과 그 행 동들의 결과를 묘사하며, 이런 행동들과 관계된 내부 기관들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이유로 느낌은 우리에게 강력하고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의 내부 기관과 내부 시스템의 작동은 신경계 안에 서 단계적으로 표상된다. 처음에는 말초신경계 요소들에서, 다음으로 (뇌간 같은) 중추신경계의 핵들에서, 그 후에는 대뇌 피질에서 표상된다. 하지만 몸의 부분들과 신경계 요소들 사 이에서는 집중적인 협력이 일어난다. 몸과 신경계는 서로 분 리된 '모델'과 '화가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파트너 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완전히 신경 계의 작용에 의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몸의 작용에 의한 것도 아니다. 이미지는 몸의 화학작용과 신경계의 생물전기적 활동 사이의 활발한 상호작용, 즉 대화로부터 만들어진다. 여 기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공포나 기쁨 같 은 정서 반응이다. 이는 모든 순간 내부 기관 일부에서 추가 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그 결과, 새로운 내부 기관의 상태와 몸-뇌 파트너십이 형성된다(내부 기관은 정서 과정에서 가장 중 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정서 반응은 유기체를 변화시키고, 결 과적으로 몸-뇌 파트너십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변화시 킨다. 이 모든 과정은 새로운 느낌들과(이 단계에서 느낌들은 완 전혀 '항상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정서적인' 상태가 된 다) 새로운 정동 상태들을 발생시킨다. 기분은 오랜 시간 동 안 지속되는 이런 역학 관계의 결과물이다. 기분은 매일 아침 우리가 일어날 때 느끼는 '열정' 또는 '무기력함'의 근원이다. 흥분/각성, 둔함/졸음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바 로 이 기분 때문이다.
- 정서 emotion
지각 사건에 의해 촉발돼 함께 일어나는 비자의적인 내부 행동들(평활근[가로무늬가 없는 근육. 내장이나 혈관 따위의 벽을 이룬다. '민무늬근'이라고도 한다-옮긴이] 수축, 심장박동, 호흡, 호르몬 분비, 얼굴 표정, 자세의 변화 등)의 집합. 일반적으로 정서 행동은 (공포나 분노로) 위협에 대처하거나 기쁨으로) 좋은 상 태에 대한 신호를 발생시키는 방식 등으로 항상성 유지에 도 움을 준다. 우리가 기억으로부터 어떤 사건들을 소환할 때도 정서가 만들어진다.
- 느낌 feeling
유기체에서 원초적인 상태(배고픔, 목마름, 고통, 쾌락 같은 항 상성 느낌)나 정서에 의해 촉발되는 상태(공포, 분노, 기쁨 같은 정서적 느낌) 등 다양한 항상성 상태들 다음에 발생하거나 그 와 동시에 발생하는 마음속 경험."
- 그렇다면 느낌이 자연의 역사에서 어떻게 생명을 부분적 이지만 적절하게 통제하게 됐는지 살펴보자. 어떻게 이런 일 이 일어났을까? 처음에 어떤 물리적·화학적 요소는 효율적 인 생존과 연관됐고, 또 다른 어떤 물리적·화학적 요소는 기 능장애와 죽음과 연관됐을 것이다. 플라톤의 '선의 이데아 form of the good' (모든 실재의 원천인 이데아들의 이데아, 곧 최고의 궁 극적 실재)라는 개념은 생명현상의 기저가 되는 물리학적 현 상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선택, 즉 고통 과 괴로움이 아닌 생명을 위한 선택이 현저하게 확산된 것은 의식의 등장으로 출현이 가능해진 느낌 덕분이다. 모든 느낌은 의식의 일부다. 또한 불쾌한 느낌은 생명을 위협하고 방해 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반면, 즐거운 느낌은 생명이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황을 나타낸다. 느낌의식이 없었다면 번 성과 관련된 메커니즘이 압도적으로 선호되지는 않았을 것 이다.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것은 의식의 존재 때문이다. 의식의 일부인 느낌만큼 선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없 었다.
항상성, 효율성, 다양한 종류의 행복감 사이의 연결 관계는 자연에 의해 느낌의 언어로 구축됐으며, 자연선택에 의해 확 산됐다. 신경계는 그 관계를 주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 간단히 말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느낌이라는 화재경보기, 소방차, 의료시설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지금까지 이 전략을 완성해오고 있다는 증거는 중추신경계가 면역 반 응을 조절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중추신 경계의 이런 면역 조절은 시상하부에서 이루어진다. 시상하 부는 대뇌피질과 뇌간, 척수 사이에 위치한 중추신경계 영역 인 간뇌의 일부로 우리 몸 전체에서 대부분의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내분비계를 통제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상하부는 특정 감염원에 대처하는 항체를 생성하도록 지라 (척추동물의 림프 계통 기관. 위의 왼쪽 혹은 뒤쪽에 있으며, 오래된 적혈구나 혈소판을 파괴하거나 림프구를 만들어내는 작용을 한다-옮긴이)에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하면, 면역계는 우 리의 운명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복잡한 신경계와 협력해 항상성을 증진시킨다.
이 사실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느낌이 발생하는 과정의 x과 위점막 stomach mucosa최상위에 위치한 뇌 피질insular cortex과 위 점막내 신경 분포와의 연관관계다. 우리는 위궤양을 일으키는 직 접적인 요인이 특정한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 만 그 박테리아가 우리에게 위궤양을 일으키도록 허용하는 과정에는 우리의 정서가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 항상성 명령에 따른 느낌들이 모두 나쁜 소식을 전하거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체가 잘 작동하는 데 필요 한 것과 유기체가 실제로 얻는 것 사이에 균형을 잘 유지하면 서 유기체가 기능할 때, 기후 면에서 환경이 적당할 때, 우리 가 속한 사회적 환경과 갈등이 없을 때 우리는 다양한 형태와 강도의 행복감을 느낀다. 이 행복감은 즐거움의 경험에 이를 정도로 매우 풍부하고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부정적인 항상성 느낌도 이와 비슷하다. 불쾌감도 고통의 경험에 이를 정 도로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항상성 명령에 의한 고통의 느낌은 우리에게 자동적인 진 단을 제공한다. 살아 있는 조직의 특정 영역에 이미 발생한 피해 또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곧 일어날 피해를 이 느낌이 진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단된 피해 요인들은 제 거되거나 약화되어야 한다. P물질은 이런 고통의 느낌을 느 끼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코르티솔과 코르티코 스테론corticosterone이 분비되는 것은 고통을 유발하는 피해요 인들에 대응하는 과정의 일부다."
- '의식'이라는 말은 명확한 정의 없이 수많은 의미를 가진 일종의 언어학적 악몽 같은 말이다. 의식을 가리키는 영단어 'consciousness'는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말이며, 로망스어군(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에서는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단어조차 없다. 따라서 이 언 어들의 화자는 'conscience'(양심) 같은 말을 대신 사용하면 서 문맥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 '양심'이라는 말 의 의미를 드러낸다.
'의식'이라는 말이 가진 다양한 의미들의 일부는 관찰자/ 화자의 관점과 관련된다. 철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사회 학자 같은 사람들은 의식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 특정한 문제가 '자신들의 의식 속에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 보통 사람들, 의식이 깨어 있거 나 주의를 집중하거나 단순히 마음이 갖는 상태를 묘사하는 유식한 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 역시 의식에 대 한 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 인 요소들을 거둬내면, '의식'이라는 말에는 핵심적인 의미가 존재한다. 신경과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들이 다양 한 방법으로 의식에 접근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설 명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하나의 인식이 존재한 다. 대체로 이들은 '의식'이 마음속 경험과 같은 말이라고 생 각한다.
- 그렇다면 마음속 경험은 무엇일까? 마음속 경험은 서로 연 관된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첫 번째 특징은 마음이 드러내는 마음의 내용물들이 느껴진 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 마음의 내용물들은 단일한 관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더 자세하게 분석해보면, 이 단일한 관점은 마음을 가진 특정한 유기체의 관점이라는 것이 드러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기체의 관점', '자아', '주체' 같은 개념들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읽은 것이다. 또한 '자아', '주체', '유기체의 관점이 매우 실체적인 어떤 것, 즉 '소유자'라는 실체에 대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생각도 틀리지 않은 생각이다. '유기체는 특정한 마음을 소유한다.' 즉, 마음은 특정한 유기체에 속해 있다. 나나 당신을 포함한 의식을 가진 모든 실체는 의식이 있는 마음에 의 해 움직이는 유기체를 소유한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남으로써 의식 생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느낌은 두 가지 원천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원천은 몸 안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생명 활동이다. 이 생명 활동은 행복감, 불쾌감, 호흡곤란과 배고 픔, 목마름, 고통, 욕구, 즐거움을 당연히 반영한다. 앞에서 살 펴본 것처럼, 이런 느낌은 모두 '항상성 명령에 의한 느낌'이 다. 두 번째 원천은 마음의 내용물이 촉발하는 공포, 기쁨, 짜 증 같은 강하거나 약한 일상적인 정서 반응들이다. 이런 마음 의 표현은 '정서적 느낌'이라고도 부르며, 몸 안의 이야기들 을 구성하는 멀티미디어 영화의 일부다. 또한 이 두 원천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되는 느낌은 몸 안 이야기들의 일부가 되 지만, 느낌 자체가 의식 과정을 생성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느낌은 다양한 마음속 사건들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로 발생하는 특정한 마음 상태라 고 할 수 있다. 내수용감각 신경계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몸 내부의 활동은 느낌의 일부분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반 면, 중추신경계 내부의 활동은 유기체 주변의 세계와 유기체 의 근골격계를 기술하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렇게 기여된 것들은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융합돼 매우 복잡 하지만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어떤 것, 즉 순간순간 유기체 내 부의 세계와 유기체 외부의 세계를 파악하는 살아 있는 유기 체의 마음속 경험들의 합을 만들어낸다. 의식 과정은 유기체 내부의 마음을 생명으로 인식하며, 이렇게 생명으로 인식한 마음이 유기체의 물리적 경계 안쪽에 위치하도록 만든다. 마 음과 몸은 이 과정의 결과물을 얻으며, 이렇게 얻은 결과물을 두고 잠이 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감사하거나 원망하기를 계 속한다.
- '나에게 의식이 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간단하게 생 각해본다면, 이 말은 내가 나 자신에게 의식이 있다고 말하 는 특정한 순간에 내 마음이 나를 그 마음의 주인으로 즉각 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지식을 소유한다는 말이다. 기본적 으로 이 지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 자신을 인식하게 만든다. 첫째, 느낌을 통해서다. 느낌은 내 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끊임없이 나에게 제공한다. 둘째, 내가 기억으로부터 소환해 낸 사실, 지각의 순간과 관련될 수 있으며(또는 관련되지 않을 수 있으며, 나 자신의 핵심이기도 한 사실들을 통해서다. 마음 에 의식을 발생시키는 지식이라는 파티의 범위는 얼마나 많 은 손님들이 참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손님들은 의 무적으로 참석하기도 한다. 이 파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손님들이 누군지 살펴보자. 첫 번째 의무적 참석자는 내 몸의 현재 활동에 대한 지식 중 일부다. 두 번째 의무적 참석자는 기억에서 소환된 지식 중 일부다. 이 지식은 현재 내가 누구 인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가 누구였는지에 관한 지식, 최근과 오래전의 나에 관한 지식이다.
하지만 의식은 지금 내가 말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실 제로 의식은 매우 복잡하다. 수많은 뉴런들의 활동과 뉴런들 의 연결 관계가 만들어내는 복잡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 지만 이렇게 의식이 복잡하다고 해도, 마음과 관련해 의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내는 일이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나는 살아 있는 유기체들이 느낌과 개인적 성찰 능력이 있 는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경의를 표한다. 여기서 유기체란 우리가 신경 조직으로 부르는 부분과 '몸의 나머지 부분'으로 생각해서 대개는 무시하는 부분을 아울러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신비함 때문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다. 신비 하다는 생각과 생물학적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의문에는 반드시 답이 있고, 수수께끼는 풀릴 수 있다. 내가 경외감을 가지는 것은 지금까지 비교적 명료하 게 밝혀진 기능들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 기능들에 대한 지식을 조합해 결과적으로 우리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 인간 뇌의 전형적인 병변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 면, 전전두피질이 손상되거나 수술로 절제돼도 의식 있는 마 음이 생성되는 과정의 기초는 와해되지 않는다. 전전두피질 은 이미지 조작과 관련되며, 후두 감각피질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의 활성화, 정렬, 공간적 위치 부여를 촉진한다. 즉, 전전두피질은 후두 감각피질과 후내측 피질의 일부 영역들 도 하는 역할들을 조율한다. 또한 전전두피질은 의식 과정을 환하게 밝혀주고 우리의 것이라고 확인시켜주는 마음속의 광 대한 파노라마들을 조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전두 영역은 지적인 마음의 작용, 즉 추론, 의사결정, 창의 적인 해석 등에 상당히 큰 기여를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이 의존하는 역할, 즉 지식을 풍성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두 영역은 마음의 소유주를 확인해 주지 않으며, 그 소유주에게 마음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지 는 않지만, 인간 능력의 최고치를 드러내주는 매우 규모가 큰 확장된 마음의 생성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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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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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는 훗날 대학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말할 때, 저 말이 과연 사실일까 자문하지 말 아요. 그보다는 그 말이 어느 경우에 해당할까 자문하세요." 그것은 그 의 지적 본능이고, 정신의 고리로 진입하는 자연스러운 첫 단계였다. 어떤 사람이 방금 무슨 말을 했든 그 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해체하 기보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이스라엘군이 그에게 던진, 군의 이런저 런 역할에 어떤 성격이 가장 잘 맞겠는가, 하는 질문은 사실 터무니없 었다. 그래서 대니는 좀 더 생산적인 질문을 던졌다. 면접관이 직관으 로 신병을 평가하다가 평가를 망치는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 그는 이스라엘 청년들의 성격을 점쳐달라는 요청을 받은 셈이었 다.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의 성격을 점치려는 사람들과 관련해 새로 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감을 버리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는 구체적인 문제를 의뢰받았다가 포괄적인 진실을 발견한 것이다.
- 심리학에서 유사성을 판단하는 방법과 관련한 대표적인 몇 가지 이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물리적 거리에 기초한다는 점 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생각이든 감정이든 두 가지 대상을 비교할 때, 우리는 둘이 얼마나 가까운지 묻는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그 둘 이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은 마치 두 점이 일정한 관계를 맺고 지 도에, 격자에, 또는 다른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것과 비슷했다. 아모 스는 그 점이 궁금했다. 그는 버클리대학 심리학자 엘리너 로시 Eleanor Rosch가 쓴 논문을 읽었다. 로시는 1960년대 초에 사람들이 대상을 분 류하는 방식을 탐구했다. 탁자를 탁자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색깔을 그 고유의 색깔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논문에 따르면, 로시는 사람들에게 색깔들을 비교하여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판단하라고 했다.
- 사람들의 판단은 이상했다. 예를 들어, 마젠타가 빨강과 비슷하다고 해놓고 빨강은 마젠타와 비슷하지 않다고 했다. 아모스는 그 모 순에 주목해, 그것을 일반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북한이 중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그렇다고 했 다. 그런데 중공이 북한과 비슷하냐고 묻자,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은 텔아비브를 뉴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뉴욕은 텔아비브와 비 슷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103은 100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100은 103과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장난감 기차는 진짜 기차와 아주 비 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기차는 장난감 기차와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종종 아들이 그 아버지와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아 버지가 그 아들과 닮았냐고 물으면 질문한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쳐 다봤다. 아모스는 이렇게 썼다. "유사성 관계의 방향성과 비대칭성은 직유와 은유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우리는 '칠면조가 호랑이처럼 싸운 다'고 말해도 '호랑이가 칠면조처럼 싸운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호 랑이는 투지로 유명해서, 직유에서 표현 대상인 원관념보다 그것을 설 명해주는 보조관념으로 사용된다. 시인은 '내 사랑은 바다처럼 깊다' 고 말하지 '바다는 내 사랑처럼 깊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다는 깊이를 나타내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 결정을 내릴 때 실제 대상과 원하는 이상을 놓고 유사성을 비교해 판단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발상이다. 이때 구체적인 비교 방법은 눈에 띄는 특징을 세는 것이다. 그리고 특징이 얼마나 두드러져 보이느냐는 그 특징이 부각되는 방식에 따라 조작될 수 있어서, 두 대상의 유사성 감지 역시 조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두 사람이 서로 닮았다고 느끼기를 바란다면, 그 둘을 공통점이 강조되는 맥락에 놓아둘 수 있다. 미국 대학생 두 사람이 미국에서는 서로를 아주 낯선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둘이 2학년 때 토고로 해외 연수를 떠 나 거기서 만난다면 서로를 놀랍도록 비슷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둘 다 미국인이라니!
- 둘이 비교되는 맥락을 바꾸면 특정한 특징을 누르고 다른 특징 을 표면에 띄울 수도 있다. 아모스는 "흔히들 분류는 여러 대상 사이 에서 유사성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반대 시각도 제시했다. "유사성은 대상을 분류하는 방식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유사성 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원인적 측면과 파생적 측면이다. 유사성 은 대상을 분류하는 기초도 되지만, 적용된 분류에 영향을 받기도 한 다." 바나나와 사과는 우리가 그 둘을 과일이라 부르기로 합의한 탓에 더 닮아 보인다. 즉 어떤 대상이 일정한 근거로 같은 부류로 묶인 뒤에 는 같은 부류라서 서로 더 닮아 보인다. 이처럼 어떤 대상을 분류하기 만 해도 전형성이 강화된다. 따라서 전형성을 약화시키고 싶다면, 분류를 없앨 것!
- 아모스의 이론은 유사성 판단과 관련한 기존의 대화에 영향을 미친 정도가 아니라 대화를 완전히 장악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은 죄다 아모스 주위에서 그의 말을 경청할 뿐이었다. 리치 곤살레스 가 말했다. "아모스가 과학에 접근하는 방식은 점진적 방식이 아니었 어요. 껑충껑충 뛰어가는 도약이었죠. 우선 이미 존재하는 패러다임을 찾아요. 그리고 그 패러다임의 보편적 명제를 찾죠. 그런 다음 그걸 무 너뜨려버려요. 아모스는 기존 것을 부정하는 식으로 과학을 했어요. 그러면서 부정적negative 이란 말을 많이 썼죠. 나중에 보니 그 방식은 사 회과학에 매우 효과적이었어요." 아모스는 그런 식으로 시작했다. 타 인의 실수를 수정하거나 되돌리는 식으로.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실린 심리학자 에크하르트 헤스 Eckhard Hess의 글이 대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그의 눈길 을 사로잡지 않는 글이 있을까마는). 온갖 종류의 자극에 동공이 팽창 또는 수 축한 실험 결과를 설명한 글이었다. 이를테면 남자에게 옷을 대충만 입은 여자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동공이 팽창했다. 여자에게 잘생긴 남 자 사진을 보여줘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반대로 상어 사진을 보여 주면 동공이 수축했다(희한하게도 추상미술 역시 같은 효과를 냈다). 맛있는 음료를 주면 동공이 팽창했고, 레몬주스나 퀴닌이 들어간 음료처럼 내키지 않는 음료를 주면 동공이 수축했다. 그리고 맛이 미세하게 다른 오 렌지 탄산음료 다섯 가지를 주면, 각 음료에서 느끼는 만족의 정도가 동공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음료를 가장 좋아하는지 의식 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기도 전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반응했 다. 헤스는 이렇게 썼다. "맛의 차이가 워낙 미미해서 사람들이 의식적 으로 정확히 가리지 못할 때도 동공 반응을 관찰하면 정확한 선호도 를 알아낼 수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인 셈이다. 대니는 블룸 밑에서 일하던 심리학자 잭슨 비티 Jackson Beatty를 블룸의 최면 실험실에서 빼내, 그와 함께 사람 들에게 숫자 여러 개를 기억하라든가 서로 다른 음높이를 구별하라든 가하는 다양한 정신 작업을 수행하게 한 뒤 동공 반응을 관찰하는 실 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눈이 머리를 속이는지, 나아가 머리도 눈을 속 이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다시 말해 "강도 높은 정신 활동이 어떻게 지 각을 방해하는지" 궁금했다. 실험 결과, 동공 크기를 변화시키는 것은 감정 흥분만이 아니었다. 정신노동도 같은 효과를 냈다. 그들 말대로 “ 생각과 지각은 서로 적대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 1969년 가을에는 아모스와 대니가 모두 히브리대학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들은 둘이 모두 깨어 있는 시간에는 보통 함께 있었다. 대니 는 아침형이라 그를 따로 만나려면 점심시간 전에 만나야 했다. 반면 에 아모스와 시간을 보내려면 늦은 밤에나 가능했다. 그 중간에는 둘 이 세미나실로 사라져버려, 만나기 힘들었다. 두 사람은 세미나실을 전 세 낸 듯 이용했다. 세미나실 밖으로 더러는 서로에게 고함치는 소리 가 들려왔지만 보통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추측만 할 뿐이지만, 대단히 웃긴 이야기인 것만은 틀림없었 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든 간에 극도로 은밀한 이야기인 것도 같았다. 다른 사람은 그들 대화에 절대 초대받지 못했다. 문에 귀를 대보면 히 브리어와 영어를 동시에 쓴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둘은 두 언 어를 섞어 썼는데, 특히 아모스는 영어를 쓰다가도 감정이 격해지면 늘 히브리어로 돌아갔다.
한때 히브리대학의 두 스타가 왜 거리를 두고 있을까 의아해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이 서로 공통점을 발견 한 것도 모자라 어떻게 정신적 단짝이 되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두 사람의 연구에 모두 참여했던 대학원생 디사 카프리 Ditsa Kaffrey는 이 렇게 말했다. "두 분이 죽이 잘 맞으리라고는 정말 상상하기 힘들어 요." 대니는 어렸을 때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아모스는 거드름을 피우 기 좋아하는 이스라엘 토박이였다. 대니는 항상 자기가 틀리다고 확신 하는 사람이었고, 아모스는 항상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었다. 아모스는 가는 파티마다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대니는 파티에는 가지 않았다. 아모스는 자유롭고 격식이 없었지만, 대니는 격식에서 벗어나 려고 노력할 때조차 자신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려온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모스를 만날 때면 그를 마지막으로 본 지가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바로 전에 만난 시점부터 이야기를 이어가면 그만이었다. 대니를 만날 때면 어제 그를 만났어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느 낌이 들었다. 아모스는 음치였지만 히브리 전통 노래를 신나게 부르곤 했다. 대니는 노래하면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올 텐데도 그런 목소리를 발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았다. 아모스는 비논리적 주장에 철퇴 를 가하는 사람이고, 대니는 비논리적 주장을 들으면 '거기에서 어떤 진실이 있을까?' 묻는 사람이었다. 대니는 비관적이었다. 아모스는 낙 천적일 뿐 아니라 낙천적이 되려고 무척 노력했다. 비관주의는 어리석 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가 즐겨 하던 말이 있다. "비관적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나쁜 일을 두 번 겪게 된다. 걱정할 때 한 번, 실 제로 그 일이 일어났을 때 한 번." 히브리대학 동료 교수 한 사람은 이 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정말 달랐어요. 대니는 항상 상대에게 호감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죠. 본인은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이면서도 그 랬어요. 그런데 아모스는 왜 호감을 사고 싶어 안달인지 이해하지 못 했어요. 예의는 지켜야겠지만, 호감을 사고 싶다고? 왜?" 대니는 매사 에 아주 진지했고, 아모스는 틈만 나면 농담을 던졌다. 히브리대학이 아모스에게 박사 학위 심사를 맡겼을 때 아모스는 인문학에서 소위 논 문이란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는 논문을 정식으로 퇴짜 놓기보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가 이 분야에서 괜찮은 논문이라면, 나도 상관 하지 않겠어. 이 학생이 분수 나눗셈만 할 수 있다면!"
이 외에도 아모스는 많은 사람에게 그들이 만난 가장 무서운 사 람이었다. 어떤 지인은 "사람들은 아모스 앞에서 토론하기를 겁낸다" 고 했다. 자기들이 어렴풋이 감지했을 뿐인 단점을 아모스가 콕 짚을 것 같아서다. 아모스의 대학원생 제자인 루마 포크 Ruma Falk는 자기 차로 아모스를 집까지 태워줄 때 아모스가 운전을 트집 잡을까봐 너무 겁이 나서 아모스더러 직접 운전하라고 우겼다. 그런 그가 이제는, 내용을 오해한 학생이 던진 비판 한마디에 길고 어두운 자기 의심의 수렁에 빠질 정도로 비판에 민감한 대니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마 치비단구렁이를 가둔 우리에 흰쥐를 떨어뜨려놓고 한참 뒤에 와보니, 쥐는 말을 하고 뱀은 구석에 똬리를 튼 채 넋을 놓고 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대니와 아모스의 공통점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았다. 우 선, 둘 다 동유럽 출신 랍비의 손자였다. 둘은 사람들이 감정에 휩쓸리 지 않은 '정상'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둘 다 과학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단순하면서 막강한 진실을 찾고 싶었 다. 대니는 복잡한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단일 질문으로 알아보는 심리'를 하고 싶었고, 아모스도 연구는 복잡해 보여도 타고난 소 질은 어떤 문제든 끝없는 헛소리를 깨부수고 단순한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정신세계가 놀랄 정도로 비옥한 축복받은 사람 들이었다. 둘 다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이었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았 다. 그런데도 사람들 눈에는 둘의 차이점만 보였다.
- 두 사람의 근본적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난 사례는 연구실이다. 대니의 조교였던 다니엘라 고든은 이렇게 기억했다. "대니 교수님 연구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한두 문장 휘갈겨놓 은 메모지며, 이런저런 서류며, 책이 도처에 널렸죠. 책은 전에 읽던 곳 이 그대로 펼쳐져 있어요. 한번은 제석사 논문이 13쪽에서 펼쳐진 채 로 있더군요. 거기까지 읽으신 모양이에요. 그곳에서 복도를 따라 연 구실을 서너 개 지나면 아모스 교수님 연구실이 나오는데, 그곳은 텅 비었죠. 책상에 놓인 연필 한 자루가 전부예요. 대니 교수님 방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어요. 너무 어지러워서요. 아모스 교수님 방에 서도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주변 사람들 은 한결같이 의아해했다. 어떻게 두 사람이 그렇게 잘 어울려 다닐까? 어떤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대니는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하는 사람이 에요. 아모스는 절대 그럴 일이 없는 사람이고요. 그런데도 대니와 아 주 잘 지내죠. 그게 정말 놀라워요.'
-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한참 되었을 때, 한번은 대 니가 우울증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의기소침해 길을 걸으며 말했다. "아이디어가 바닥났어." 아모스는 그 순간도 재미있어 했다. 둘의 친구 인 아비샤이 마갈릿이 그때를 회상했다. "대니가 '난 끝났어, 아이디 어가 바닥났어' 하니까 아모스가 막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100명이 100년 동안 내놓는 아이디어보다 자네가 1분 동안 내놓는 아이디어 가 더 많아." 같이 앉아서 글을 쓸 때면 둘은 육체적으로 하나가 되다 시피 해서, 어쩌다 둘을 흘끗 본 사람이라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미 시간대학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이렇게 말했다. “둘은 타자기 앞 에 붙어 앉아 글을 썼어요. 상상이 안 가요. 다른 사람이 내 이를 닦아 주는 느낌이랄까요." 대니의 말을 빌리면 이랬다. "우리는 머리를 같 이 쓰고 있었어."
- 두 사람은 여전히 학계에 농담을 던지듯 첫 번째 논문인 <소수법칙에 대한 믿음>을 쓰면서, 통계상 정답이 있는 문제를 마주한 사람 들이 통계 전문가처럼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통 계 전문가도 통계 전문가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통계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보고도 통계적 사 고를 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논리적 사고를 하는 걸까? 살면서 마 주하는 많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블랙잭 카드 카운팅을 하듯 생각하 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두 사람은 다음 논문에서 이 질문에 부분적인 답을 제시했다. 그 논문의 제목을 말할 것 같으 면............, 아모스는 제목에 대해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그는 논문을 시 작하기 전에 제목부터 정하는 성격이었다. 제목을 정해야 논문에 무엇을 쓸지 감이 잡혔다.
그런데 그와 대니가 정한 제목은 난해했다. 이들은 적어도 처음에 는 학계의 게임 규칙을 따라야 했는데, 그 게임에서는 너무 쉽게 이해 되면 우습게 보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의 판단 과정을 설명하 는 자기들의 첫 번째 시도에 '주관적 확률: 대표성 판단 Subjective Probability: A Judgment of Representativeness'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주관적 확률이 무슨 뜻 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어진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개인이 직접 추측한 확률이다. 한밤중에 10대 아들이 손을 흔들며 대문으로 들 어서는 모습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혼잣말로 '저 녀석이 술을 마셨을 확 률은 75프로'라고 한다면, 그것도 주관적 확률이다. 그런데 '대표성 판단'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두 사람은 이런 말로 시작했다. "주 관적 확률은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우리가 도달하는 결론, 우리가 제시하는 설명은 새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 선 거 결과, 시장 상황 등 불확실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판단에 기초한 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리고 이 외에 많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정확한 확률을 계산하도록 타고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체 우 리 머리는 무엇을 한 걸까?
두 사람이 제시한 답은 이렇다. 우리 머리는 확률 법칙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짐작 법칙으로 대체한다. 대니와 아모스는 이를 '어림짐작heuristic'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들이 탐구하고 싶은 첫 번째 어림짐작에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란 이름을 붙였다.
사람들은 판단을 할 때, 판단 대상을 머릿속에 있는 어떤 모델과 비교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저 구름은 내 머릿속에 있는 다가올 폭풍 모델과 얼마나 닮았는가? 이 궤양은 내 머릿속에 있는 악성종양 모델과 얼마나 가까운가? 제러미 린은 내 머릿속에 있는 미래의 NBA 선수 그림에 잘 들어맞는가? 호전적인 저 독일 정치 지도자는 내 머릿 속에 있는 집단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 사람과 닮았는가? 세계는 단지 무대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는 카지노이며, 우리 삶은 확률 게임이다. 그리고 삶의 여러 상황에서 확률을 계산할 때면 곧잘 유사성, 즉 대표 성을 판단한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먹구름', '위궤양', '집단 학살을 자 행하는 독재자', 'NBA 농구선수' 같은 모집단마다 그것과 관련한 대 표적 이미지나 느낌 등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구체적 사례를 그 런 모집단과 비교한다.
- 아모스가 즐겨 하던 말이 있다. 무엇을 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러 니까 파티에 와달라거나 연설을 해달라거나 하다못해 손가락이라도 좀 움직여달라거나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기꺼이 그럴 마음이 있어도 절대로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 말라. 아모스는 하루만 두고 보라고 했 다. 어제 승낙했을 부탁이나 제안 중에 하루만 더 고민했더라면 거절 했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시간을 빼앗는 일을 다루는 그의 규칙은 빠져나오고 싶은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기 도 했다. 어쩌다 지루한 회의나 칵테일파티에 갇힌 사람이 도망갈 구 실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모임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아모스가 사 용하는 규칙은 한마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기였다. 아모스는 일단 걸어보라면서, 그러면 내가 얼마나 창조적이 될 수 있는지, 얼마나 빨 리 핑계를 찾아낼 수 있는지 깜짝 놀랄 것이라고 조언했다. 번잡한 일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사회적 요구에 대처하는 그의 전략과 거의 같았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무언가를 괜히 버렸다고 자책하지 않는 다면, 아직 버릴 게 남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아모스는 명백히 중요해 보이는 일이 아니라면 내팽개쳤고, 그렇게 냉정한솎아내기를 거쳐 남 은 대상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때 뜻밖에 버리지 않고 놔둔 게 있는데, 유진에 머물던 거의 끝 무렵인 1972년 봄에 대니와 대화를 나누며 단 어 몇 개를 대충 타이핑해놓은 종이였다. 아모스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 종이를 보관해두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지어내 앞날을 예측한다.
사람들은 예측은 아주 조금만 하고 해명은 빠짐없이 한다. 사람들은 좋든 싫든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사실에 들어맞는 해명은 전부 받아들인다.
불길한 조짐은 벽에 빤히 쓰여 있다. 다만 잉크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미 가진 정보를 얻으려고 애쓰면서 새로운 지식은 피한다.
인간은 확률론적 우주에 내던져진 결정론적 장치다.
이런 조합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은 불가피한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 우리는 사적으로도, 일과 관련해서도, 언뜻 보기에 당혹스러운 상 황과 곧잘 마주칩니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고, 실험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을 이해할 만한 사건으로, 또는 그럴 법한 사건으 로, 또는 자연스러운 사건으로 만들어주는 설명이나 가설 또는 해석 을 보통은 아주 짧은 시간에 생각해냅니다. 무언가를 지각할 때도 이 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심지어 무작위로 뽑은 자료에서도 사 람들은 일정한 유형이나 경향을 찾아내는 데 선수예요. 그런데 이처 럼 시나리오, 해명, 해석을 만들어내는 데는 탁월한 반면에,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늠하거나 그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일단 특정한 가설이나 해석을 갖다 붙이면, 그가 설이 실현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과장하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가 아주 힘들어지죠.
아모스는 점잖게 이야기했다. 평소처럼 "역사책에 꾸며낸 이야 기가 한둘이 아닐 텐데도 책이 그렇게 지루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지"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강의는 당시 청중에게 어쩌면 그 보다 더 충격이었을지도 모른다. 역사학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모 스와 대니가 설명한 인지 편향에 쉽게 빠졌다. 아모스는 "역사적 판단 은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해석하는 더욱 광범위한 부류에 속한다"고 했다. 역사적 판단은 편향되기 쉽다. 아모스는 당시 히브리대학에서 그 가지도하던 대학원생 바루크 피시호프가 실시한 연구를 예로 들었다. 리처드 닉슨이 중국과 소련을 방문하겠다는 놀라운 발표를 했을 때, 피시호프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가능한 결과를 주고 확률을 부여해 보라고 했다. 이를테면 닉슨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을 적어도 한 번 만 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공동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소 련에 있는 유대인 집단이 닉슨과 대화를 시도하다 체포될 것이다 등 등. 그리고 닉슨이 귀국한 뒤에 피시호프는 똑같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항목을 다시 제시하고, 예전에 각 항목에 확률을 어떻게 부여했었는지 기억해보라고 했다. 이들의 기억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이들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실제로 부여했던 확률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을 부여했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일단 결과를 알고 나면, 처음에 예측할 때보다 그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훨씬 높게 생각한 다는 뜻이다. 아모스가 버펄로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몇 해가 지나, 피 시호프는 이 현상에 '사후 판단 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모스는 역사학자들 앞에서 그들이 하는 일의 위험성을 설명했 다. 역사학자는 (관찰하지 않았거나 관찰할 수 없는 많은 사실을 무시한 채) 관찰 한 사실은 무엇이든 받아들여, 확신 있게 들리는 이야기에 끼워 맞추 는 성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하는데도, 막상 일이 일어 난 뒤에는 대단한 확신을 가지고 그 일을 설명하는 때가 너무나 많 습니다. 추가로 나온 정보도 없는데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설 명하는 이런 '능력'을 보면, 우리의 논리적 추론에는 비록 쉽게 감지 할 수 없지만 중요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 리는 실제보다 덜 불확실한 세계가 있다고 믿고, 자신을 실제보다 덜 똑똑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왜냐하면 오늘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어 떤 추가 정보 없이 결과만 알게 된 내일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미리 결정된 게 분명하고, 따라서 미리 예측할 수 있었어야 했으니까 요. 그런데 예측하지 못했으니, 세상이 불확실해서라기보다 우리 지적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라고 보는 겁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나중에 불가피해 보이면, 그 일을 왜 예상하지 못했을까 자책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불길한 일이라면 애초부터 벽에 쓰여 있었을 테니 까요[성경에서, 벨사살 왕이 잔치를 베풀었을 때 사람 손이 나타나 벽에 불길한 일을 암시하는 글을 쓴 일을 빗댄 말 - 옮긴이]. 문제는 그 잉크가 눈에 보 이냐 하는 것입니다.
- 비단 스포츠 아나운서나 소위 정치 전문가만이 자기가 한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수정하거나, 초점을 옮겨서 자기 말이 경기 결과나 선거 결과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학 자도, 아마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채, 임의의 사건에 엉터리 질서를 부 여했다. 아모스는 이를 '잠행적 결정론 creeping determinism'이라 불렀다. 그 는 이런 성향 때문에 치러야 하는 많은 대가 중 하나를 이렇게 적었다. "과거를 당연하다는 듯이 보는 사람이라면 미래는 온통 깜짝 놀랄 일 뿐일 것이다."
- 과거에 일어난 일을 엉터리로 바라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다보기 어렵다. 그의 강의를 듣던 역사학자들은 물론 지난 현실의 파 편으로 사건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 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돌아보면, 지난 사건들이 예 상 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지금의 역사학자 가 볼 수 있는 것을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왜 보지 못했을 까? 비더만은 "아모스 강의에 참석했던 역사학자들이 하나같이 얼굴 이 하얗게 질려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 트라우마센터의 요청으로 레델마이어가 수술실에 들어온 직후, 의료진은 심장 문제를 자체적으로 진단했다. 적어도 진단했다고 생각 했다. 이 젊은 여성은 의식이 있어서, 과거에 갑상선이 과도하게 활발 했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갑상선 활동이 과도해지면 심장박 동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 그래서 레델마이어가 들어왔을 때, 다른 의 료진은 그에게 불규칙한 심장박동의 원인을 조사해보라고 말할 필요 를 느끼지 못한 채 치료로 넘어갔다. 따라서 레델마이어가 단지 갑상 선기능항진증 약을 투여했어도 수술실의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 았을 것이다. 그런데 레델마이어가 사람들을 제지했다. 잠깐! 잠깐 기 다려보라. 생각을 점검해보자. 혹시 몇 가지 사실만으로 쉽고 그럴듯 한,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엉터리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 닌지 확인해보자.
-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그는 나중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불규칙한 심장박동의 전형적 원인이지만, 불규칙한 심장박동의 드문 원인" 이라고 했다. 그 젊은 여성이 과도한 갑상선호르몬 분비의 이력이 있 다는 말을 들은 응급실 의료진은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만으로, 갑상 선이 과도하게 활발해져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졌다고 속단했다. 그러 면서 통계적으로 불규칙한 심장박동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다른 요 인들은 따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레델마이어의 경험으로 보면, 의사들 은 통계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의사의 80퍼센트가 자기 환자에게 도 확률이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혼하는 사람들의 95퍼센트가 50퍼센트의 이혼율이 자기에게도 해당한다고 믿지 않고, 음주운전자의 95퍼센트가 술에 취해 운전하면 정신이 온전한 상태로 운전할 때보다 사망 확률이 훨씬 높다는 통계가 자기에게도 적용된다고 믿지 않듯이 말이죠."
레델마이어는 응급실 의료진에게 이 여성의 불규칙한 심장박동 의 원인 가운데 통계적으로 더 타당한 것을 찾아보라고 했다. 바로 이 때 폐가 망가진 걸 알아냈다. 갈비뼈 골절과 마찬가지로 망가진 폐도 엑스레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갈비뼈 골절과 달리 폐가 망가지 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레델마이어는 갑상선은 무시하고 망가 진 폐를 치료했다. 그러자 심장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정식으로 갑상선을 검사했다. 갑상선호르몬 분비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이 여성은 갑상선이 문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레델마이어가 말했 다. "대표성 어림짐작의 전형적인 경우였죠. 모든 것을 한 번에 깔끔하 게 설명해주는 단순한 한 가지 진단이 머릿속에 퍼뜩 떠오를 때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그때 잠깐 멈춰서 그 생각이 옳은지 따져봐야 해요."
머릿속에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항상 틀리다는 뜻이 아니다. 머 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필요 이상으 로 강하게 든다는 뜻이다. “제정신이 아닌 남자가 응급실에 들어왔는 데 오랜 알코올중독 이력이 있을 때, 조심하세요. '취했군' 하면서 경막하혈종을 놓칠 수 있으니까요." 
- 내가 치료한 뒤로 환자가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내 치료 덕에 환자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레델마이어의 생각이다. "많은 질병이 스 스로 억제되는 성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절로 치료가 됩니다. 사람들 은 몸이 힘들면 치료를 받으러 오죠. 그러면 의사는 뭔가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환자에게 거머리를 올려놓았더니, 상태가 좋아져요. 그 러면 거머리를 계속 쓰겠죠. 항생제도 계속 과잉 처방해요. 귀에 염증 이 있는 사람에게 편도선 수술을 하죠. 다음 날 상태가 좋아지고, 치료 법이 대단해 보입니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면 우울하던 기분이 좋아 져요. 그러면 정신 치료가 정말 효과가 좋다고 확신하죠."
레델마이어는 다른 문제에도 주목했다. 이를테면 그가 다니던 의대의 교수들은 데이터를 자세히 살피지 않고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폐렴을 앓는 노인이 병원을 찾아오면 심박 수를 측정해, 분 당 75회이니 지극히 정상이군,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폐렴 이 많은 노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유는 전염력 탓이다. 면역 체계가 그에 반응하다 보면 고열, 기침, 오한, 가래가 발생하고 더불어 심장박 동이 빨라진다. 몸이 병균과 싸우려면 심장에서 혈액을 평소보다 빠르 게 펌프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렴에 걸린 노인의 심박수가 평상시 수준이면 안 돼요! 치솟아야 맞아요!" 레델마이어의 말이다. 폐렴에 걸 린 노인이 심박 수가 평상시 수준이라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심박수 측정기를 별생각 없이 읽으면, 모든 게 정상이 라고 오판하기 쉽다. 의학 전문의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때도 바로 모든 것이 평상시처럼 보일 때다.
- 공교롭게도 '증거 기반 의학'이라 불리는 움직임이 바로 이때 토론토에서 본격화했다. 증거 기반 의학의 핵심은 의학 전문의의 직관을, 그러니까 명백한 데이터를 대하는 의사의 사고방식을 점검하는 것이 었다. 소위 의학 상식 중에는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놀랄 정도로 엉터 리도 있었다. 예를 들면, 레델마이어가 의대에 입학한 1980년에는 심 장마비 환자에게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나타나면, 통상 적으로 부정맥 억제제를 처방했다. 그런데 7년 뒤 레델마이어가 의학 과정을 마칠 무렵에는 심장마비 환자 중에 부정맥을 억제한 환자는 그 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누 구도 의사들이 여러 해 동안 조직적으로 환자를 죽음으로 이끈 처방 을 택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증거 기반 의학 지지자들이 카 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가 그 답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의 연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나 의사의 직관적 판단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이 의학 실험의 증거는 이제 무 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레델마이어도 그 증거에 주목하기 시 작했다. "묻혀 있던 그 분석을 분명히 알게 되었어요. 전문가 의견으 로 많은 확률이 조작되고 있다는 분석이었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에는 오류가 있었는데, 그것이 환자에게도 적용됐어요. 그리고 사람들 은 자기가 저지르는 실수를 인식하지 못했죠. 모든 게 근본부터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언짢고, 조금 실망스럽고 그렇더군요."
- 레델마이어는 아모스와 첫 공동 논문을 낸 뒤에 다른 아이디어가 더 떠올랐다. 곧이어 두 사람은 오후에 아모스의 연구실이 아니라 밤에 아모스의 집에서 만나기 시작했다. 아모스와 함께 일하면, 일이 일이 아니었다. 레델마이어가 말했다.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그냥 노는 거예요." 레델마이어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내 삶을 바꿀 사람 과 함께 있다고 직감했다. 아모스의 입에서 수많은 문장이 튀어나왔고, 레델마이어는 그 문장들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훌륭한 과학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보되, 누구도 말한 적 없는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아주 똑똑한사람과 아주 어리석은 사람은 한 끗 차이일 때가 많다. 순종해야 할 때 순종하지 않으면, 창조력을 발휘해야 할 때 창조력 을 발휘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 좋은 연구를 하는 비결은 항상 힘을 좀 남겨두는 것이다. 몇 시간 낭비할 줄 모르면 몇 년을 낭비한다.
더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증명하기보다 더 쉽다.

- 행복한 사람이 불행을 상상하는 방식은 불행한 사람이 어떻게 달리 행동했으면 행복할 수 있었는지를 상상하는 방식과 다르다. 후회 를 피하려는 욕구는 다른 감정을 피하려는 욕구보다 강하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 후회를 극소화하려 했 다. 이 사실에서 출발해 새로운 이론을 찾는다면, 뭔가 나올 것 같았다. 아모스는 어떤 식으로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느낄 후회를 상상한 뒤에 후회가 가장 적을 것 을 선택하는 전략을 쓴다고 말하곤 했다. 
- 아모스와 대니는 후회를 연구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제시된 도박에서 사람들은 그 확실 성에 꽤 큰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그런데 이제, 불확실성 의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목격했다. 어 떤 결과가 나올 확률이 90퍼센트인 내기와 10퍼센트인 내기를 제시 하자, 사람들은 전자가 후자보다 그 결과가 나올 확률이 9배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이들은 내부 조정을 거쳐, 90퍼센트 확률이 실제로 는 90퍼센트보다 약간 낮은 것처럼, 그리고 10퍼센트 확률은 10퍼센트보다 약간 높은 것처럼 행동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확률에 대응한 것이다.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가능성이 희박할수록 감정은 더 강해졌다. 한 뭉치 돈을 따거나 잃을 확률이 10억 분의 1이라고 하 면, 사람들은 그 확률이 1만 분의 1인 것처럼 행동했다. 돈을 잃을 확률 이 10억 분의 1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고, 돈을 딸 확률이 10 억 분의 1일 때는 필요 이상으로 희망을 품었다. 극히 낮은 확률에 이 런 감정을 보이다 보니 위험을 대하는 평소의 감각이 뒤바뀌어, 가망 없는 이익을 추구하느라 위험을 추구하고 손실이 생길 확률이 극히 낮 은데도 위험을 회피했다(복권과 보험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니가 말했 다. "일단 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부풀려져. 딸아이가 늦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걱정뿐이잖 아." 그리고 그 걱정을 없애느라 필요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곤 한다.
-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취급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 하는 이론을 만들려면, 현실에서처럼 각 확률에 감정 '가중치를 부여 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보험과 복권이 팔리는 이유뿐 아니라 알레의 역설까지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대니와 아모스는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 했다. 이들의 이론은 기대효용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것을 모두 설명 한 반면에, 효용이론이 전혀 예상치 못한 점 즉 위험 감수 유도가 위험 회피 유도만큼이나 쉽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에 손실 을 포함시키면 그만이었다. 베르누이가 이 토론을 시작한 이래로 200년이 넘도록 지식인들은 위험 추구를 호기심으로 간주했었다. 대니와 아모스의 이론이 암시하듯이 위험 추구가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다면, 왜 진작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모스와 대니는 이제 그 이유를 인간의 결정을 연구하는 지식 인들이 엉뚱한 곳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식인들은 주 로 경제학자였고, 경제학자는 돈과 관련한 결정에 집중했다. 아모스와 대니는 논문 초고에 이렇게 적었다. "(보험을 제외하고) 그런 맥락에서 내 린 결정은 거의 다 주로 긍정적 전망을 수반하는 것이 생태적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이 연구한 도박은 대부분의 저축이나 투자 결정처럼, 서로 다른 이익을 놓고 선택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익과 관련해서는 위험 회피 성향을 보여, 도박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택했다. 대니와 아모스는 그 이론가들이 돈 이외에 정치와 전쟁, 나아가 결혼을 연구했다면 인간 본성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놓았으리라고 생각했다. 정치와 전쟁에서 마주치는 선택은 골치 아픈 인간관계에서 그렇듯이 대개는 달갑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대니와 아모스는 이렇게 썼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 정치적 영역, 전략적 영역에서 내린 결정의 결과를 금전적 이익과 손실처럼 쉽게 측정할 수 있었다면, 의 사결정자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매우 다른 시각이 생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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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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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착각

심리 2024. 1. 4. 11:59

- 진정한 질문은 더 밝은 미래가 언제나 정말 그토록 멀리만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정반대로 그 미래는 이미 여기에 오래전에 와 있었는데, 우리가 나약한 채 눈뜨지 못하고 있어서 우리 주변과 우리의 안 에 있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자면, 그래서 그 미래로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츨라프 하벨)
- 집단 착각 이란 한 마디로 사회적 거짓말이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 중 다수 가 특정한 의견을 거부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을 것이라고(부정확하게) 넘겨짚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집단 착각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다들 원한다고 착각하는 답을 따르기만 할 경우, 결국 모든 이가 아무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 집단 착 각이 만들어내는 흑마술인 셈이다.
- '편견 Stereotype'은 집단 착각에 의해 엄청나게 부풀려지는 경향 이 있는데, 이 또한 나쁜 소식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인들은 다 른 중국인들이 일본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지녔다고 여기는데, 이는 물론 그들이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감정보다 훨씬 부정적 인 것이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중국인들은 반일 감정을 더욱 공 격적으로 드러낸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남자들이 출산 휴가 를 쓰고 싶어 하지만, 사회적으로 대부분의 일본 남자들이 출산 휴가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실제로 훨씬 적은 숫 자만이 출산 휴가를 이용한다. 10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지지자들이 서로 상대방이 실제보다 훨씬 극단적 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고 단정 지으면서, 정치를 양극화하며 갈 등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 학 생운동선수들은 높은 성적을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학생 선수들은 성적에 개의치 않고 운동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공부를 등한시하고 성적을 망친다. 이런 식으로 집단 착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 사회학자 윌리엄 아이작 토머스 William Isaac Thomas와 그의 부인인 도로시가 1928년 제시한 이른바 '토머스 정리 Thomas Theorem'는 다음과 같다. "만약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현실로 정의한다면,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다."21 다시 말해, 주근 깨가 났고 한쪽 발로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우리가 마녀라고 믿는다면, 혹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장실 휴지가 남아 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리가 믿는다면, 그러한 믿음에 실질적 인 근거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러한 믿음에 따른 결과만큼은 현실화될 수 있다.
- 일단 순응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남들처럼 하고 나면, 모든 섬세한 신경과 영혼의 요소들이 무기력에 잠식당한다. 그녀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 남은 채 내면은 텅비고 마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 생수는 한때 우물물 오염 문제의 해법으 로 동원된 한시적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사업으 로 급성장해 2026년이면 총 4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 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과연 생수가 정말로 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맞긴 한 걸까? 물론 그렇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미시건 주 플린트에, 2015년 수돗물 오염 파동을 겪었던 그곳에 살고 있다면. 하지만 플린트처럼 극히 예외적인 곳을 제외하고 나면 수돗물은 양호 하다. 미국의 경우 99퍼센트의 수돗물은 음용 가능할 뿐 아니라,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생수라고 생각하며 마시는 물은 수돗물이다.  병입되어 판매되는 물 중 절반 이상이 약간의 처리 과정을 거친 수돗물이며, 양대 생수 브랜드인 아쿠아피나Aguafina와 다사 니Dasani는 (참고로 이들은 펩시와 코카콜라의 상품인데), 그저 디트로이 트시가 제공하는 물을 한번 걸러서 플라스틱 병에 담아 넓은 시 장에 판매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병에 들어 있는 물을 생수 라고 마실 때마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사기극에 속는 동시에 거 들고 있는 셈이다.
-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19년, 미국인들은 1,900억 리터의 생수를 마셨는데, 이는 탄산음료의 전체 소비량을 능가하는 것이다.  주유소에 딸린 슈퍼마켓이 나 상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면 4.5리터짜리 한 병에 평균적으로 1.5달러를 내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같은 양의 수돗물을 사용할 때 내는 돈의 2천배에 육박한다.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때가 그렇고, 생수의 가격은 그 후로 더 올라갈 뿐이다. 화산 활동으 로 만들어진 현무암 지반으로 걸러졌다는 둥, 구름까지 뚫고 올 라가는 일본의 명산에서 채취했다는 둥, 숫제 천사의 눈물을 받 아왔다는 둥, 온갖 이유를 붙인 고급 생수들은 고작 세 컵 분량 에 5달러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캐나다의 아쿠아 데코 생수는 한병에 12달러다. 하와이안 코나 니가리 생수의 신선한 맛을 보 고자 한다면 402달러를 내야 한다. 진짜 물맛을 아는 사람이라 면 순금병에 담긴 아쿠아 디 크리탈로 트리부토 아 모디기리아 니 생수를 마시기 위해 6만 달러를 지불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우리는 명예를 잃거나 얻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권위에 굴 복하는데, 그럴 때 우리는 한쪽의 이야기를 충직하게 따르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전문가의 권위 로 인한 연쇄작용은 되돌리기 어렵게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가 동참하고 있는 이야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여부 따위는 전혀 중 요하지 않다.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잘못될 리 없다 는 생각에 다들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견고해 보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연쇄 작용은 한쪽 구석이 허술해진 젠가 블록 무더기처럼 운 좋게 버티고 있 을 뿐이다. 만약 중요한 블록 하나가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허물어져 버린다.
-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우리의 뇌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가족으로부터 출발하는 수많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호르몬이다. 또한 옥시토신은 나 자신보다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이익을 앞세우도록 해줄 뿐 아니라, 만약 필요하다면 다른 이들로부터 우리 집단을 보호하 도록 이끌어준다. 2015년 수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을 투여한 실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소속 집단 구 성원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 다. 연구 수행자들은 옥시토신 투여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옥시토신은 귀속집단을 향한 편애주의 Favoritism, 같 은 편을 위한 거짓말, 귀속집단의 복리를 위한 값비싼 헌신과 기 여, 귀속집단의 선호를 향한 순응, 외부자가 가하는 위협에 대한 공격적 보호 기제 등을 촉진한다. "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옥시토신은 우리가 개인적으로는 선 호하지 않는 입장에 순응할 가능성을 높이거나 적어도 일시적으 로 따르게끔 한다. 옥시토신이라는 행복 호르몬을 보상으로 얻 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행동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설령 근거가 매우 희박하거나 사소하 다 해도 공감대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혹은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그 따스한 기분 때문만으로도 우리는 공동체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마는 것이다.
- 인지부조화가 불러온 잘못된 선택
우리의 믿음과 행동이 상응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균형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 거 Leon Festinger는 이러한 현상을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라 불렀다. 인지부조화는 불쾌한 상황이기에 믿음과 행동을 일치 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이때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 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데, 대체로는 후자의 길을 택한다.
페스팅거의 연구에 나오는 한 사례를 들어보자.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거짓말시키는 경우다. 피험자는 길고 지루한 실험이 끝난 후 대학원생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이 실험이 얼마나 짜릿하게 재미있는지 거짓말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주 어지는 돈은 1달러부터 20달러까지 다양했다. 실험이 끝난 후 피험자들의 생각에 대해 개별적인 인터뷰를 해보니 놀라운 현상 이 발견되었다. 피험자들뿐 아니라 거짓말을 했던 통제 집단에서 20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그 실험이 지겨웠다고 생각하는 반면, 1달러를 받은 이들은 그 실험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기억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페스팅거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달러를 받은 이들은 자기가 돈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인정할 수 있었다. 반면 같은 거짓말을 하고 1달러만 받은 이들 은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거가 더 필 요했다. 그렇게 인지 부조화 상태에 놓인 이들은 부족한 정당화를 채워 넣기 위해 본인의 개인적 의견을 바꾸게 된 것이다. 내 가 재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한 것이지 그 외에 무슨 이유가 또 있단 말인가? 그래서 실은 그 실험이 지루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내뱉어놓은 거짓말에 현실을 끼워 맞췄다. 
우리의 개인적 믿음에 대해 거짓말을 할 때 발생하는 첫 번째 위험이 바로 이것이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의 거짓말을 믿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 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 다른 이들이 그걸 알아챌지 모 른다는 찝찝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내 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몰라도 우리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의 연구에 있어서 선구자 격인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Thomas Gilovich는 이것을 '투명성의 환상 Illusion Of Transparence'이라 부른다.  이런 환상으로 인해 우리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를 끔찍하게 거짓말을 못하는 거 짓말쟁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선물 준 사람이 속상할까봐 선물이 마음에 드는 척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친절한 말을 들으면 친절 한 말을 돌려주는 것은 사회적 상식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고 방식 때문에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며, 그런 거짓말이 드러나지는 않을지 걱정에 사로잡히고 만 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 이렇듯 사회적 정체성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은 우리 가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정체성 복잡도를 높이는 것은 우리가 속한 집단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마치 다양 한 미생물과 접촉함으로써 면역력을 높이듯, 우리가 속하는 집 단 역시 변화를 받아들일 때에만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다. 이해 의 지평을 넓히고 생각의 다양성을 늘리는 것은 우리 모두를 튼 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 오늘날 소셜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의사소통 가운데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사람 대 봇에서 오가는 것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19퍼센트다. 그리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 않은 소름 끼치는 현실 이다. 소셜 미디어의 통계적 모델링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전 체계정 중 5~10퍼센트 정도의 봇을 확보하고 있기만 하면 자 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다수 의견을 형성하고 주무를 수 있다. 그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입장을 지배적인 것으로 만들어, 결국 모 든 참여자들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엘름 홀로우의 솔트 여사처럼, 실은 다수의 의견이 아니지만 다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주장하며 권력을 행사하 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다수의 무지에 힘입어, 혹은 어느 방 향이 대세가 될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이 들을 적절히 길들인다. 사회적인 에너지를 왜곡된 방향으로 순 식간에 강화하고 고착시키는 것이다. 실제로는 소수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지만 마치 다수가 된 것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의견은 집단 착각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입에 재갈을 문 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침묵의 나선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 침묵을 깨고 입을 여는 전환의 시점이 언제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게 어느 때가 됐든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발언 하는 대신 입을 다물어 버리겠노라 마음먹는 순간 우리는 침묵 의 나선으로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침묵의 나선은 천천히 만들어진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끌어당기다가 점점 더 많 은 이들이 말끝을 흐리며 핑계를 대도록 만든다. 비윤리적인 행 동이나 명백한 억압, 불공정한 관행과 규칙 따위에 보이지 않는 찬성표를 던지고 마는 것이다. 침묵의 나선은 이렇게 커진다. 이 렇듯 구조화된 현실 부정은 결국 너무도 일반화된 나머지 사회 의 규범이 되어버리고 만다. 불의가 용납되는 세상이 되는 것 이다. 그러니 침묵하는 우리는 모두 적극적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우리의 삶은 보이지 않는 수천 개의 끈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공감의 선을 따라 원인이 되는 우리의 행동이 나가고 결과가 되는 무엇이 되돌아온다. (허먼 멜빌)
- 우리는 순응으로 인해 반쯤 망가지지만, 순응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찰스 더들리 워너)
- 먼 훗날인 2005년 에모리 대학의 심리상담사 겸 신경과학자 인 그레고리 번스Gregory Berns는 애쉬의 실험을 재현했다. 번스에 게는 애쉬가 활동하던 시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던 새로운 도구가 쥐어져 있었다. fMRI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번스는 피험자가 결정을 내릴 때 그들의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 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번스는 피험자들이 집단에 순응할 때마 다 확신과 보상에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 했다. 반면 피험자들이 집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면, 불쾌한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뇌의 영역인 소뇌 편도가 피험자에게 '오류 신호를 보냈고 그로 인해 피험자들은 불편함을 느끼게 되 었다. 더 흥미로운 점도 있었다. 집단의 의견에 순응한 사람들의 뇌의 시각 시스템에 실제로 물리적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 는 그 사람들이 실제로 보고 있는 내용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니 집단에 순응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들 눈에 보 이는 그대로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던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 이 통제된 환각Controlled Hallucination'이라 부르는 그런 착시를 경 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쉬와 번스가 모두 확인했다시피, 우리 인간은 집단과 달라붙어 있도록 생물학적 차원에서 결정된 존재다. 우리가 순응의 함정에 빠져드는 이유도 바로 그렇게 설명된다. 우리가 아는 한, 우리 인류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 가장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 독 특한 사회적 성향 덕분에 우리 인류는 다른 그 어떤 종과도 비교 불가한 수준의 협력을 해내며 번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외톨이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마저 믿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인 동물인 것이다. 우리는 심지어 스스로 원치 않더라도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그들처럼 행동하 도록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 다. 우리가 집단 착각에 극히 취약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므로 순 응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자 않다면, 순응의 함정의 바닥에 깔린 사회적 본능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 거울뉴런은 모방에만 관여 하는 신경 회로가 아니다. 다른 이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에도 거울 뉴런이 관여한다.  즉 거울뉴런은 본래 우리가 보 고 들은 것을 흉내 내는 것을 본래 기능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는 우리가 관찰한 것을 수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어떤 동작을 관찰하면 우리의 두뇌는 자동적으로 근육을 움직여 방금 본 것을 모방하고자 한다. 이렇게 우리는 다른 이들을 통해 빠른 속도로 배워나가게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전적으로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모방 충동은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누군가를 따라한다는 건 결국 그에게 찬사를 보내 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선택한 브랜드에 돈을 쓸 때 마다 우리 뇌의 보상 체계는 작지만 즐거운 함성을 지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런 값비싼 운동화를 신으면 마치 우리도 마이클 조던이 된 것처럼 좀 더 빨리 달 리고 좀 더 높이 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지라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목격하면, 심지 어 실은 자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조차 다른 사람과 같은 것 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뇌는 자동적 으로 상상의 경쟁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서 그 상상의 경쟁자는 점점 현실이 되어 간다.
- 모방 욕망이 낳을 수 있는 결과는 두 가지, 하나는 좋은 것이 고 하나는 나쁜 것이다. 집단 구성원끼리 보다 나은 연결감을 얻 을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목적물이 공유 가능하여 경 쟁하지 않고도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면, 그들이 가진 공통의 욕망은 확산 가능하다.20 특히 종교적 신앙심 같은 특정 사례는 바로 이런 공유된 욕망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위에 서 공통의 이해와 안정감이 나온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노래 를 즐거운 마음으로 부르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옥시토신이 분 비되고, 사랑과 공감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욕 망에 주목하게 된다. 다양한 관점을 지닌 이들에게도 같은 공감 을 느껴서 그들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 없을 것 이다. 
- 하지만 모방 욕망은 훨씬 어두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공 유할 수 없는 것을 사람들이 함께 원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대 립 구도가 형성되며 폭력이 분출되기도 한다. 모세가 받아온 십 계명에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고 써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서구 문명은 출발부터 이러한 욕망을 금기시해 왔 다. 다른 사례도 마찬가지다. 두 아기가 장난감 하나를 두고 싸 우고 있다거나, 이혼한 부부가 자녀의 양육권 혹은 개를 누가 기 를지 여부를 두고 싸운다거나, 이웃끼리 땅을 놓고 분쟁을 벌이거나, 누가 집권할지를 두고 두 정당이 서로를 악마화하는 경우 등을 떠올려 보자. 두 나라가 제한된 자원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경우도 가능하다. 즉 우리는 원하는 것의 공급이 충분치 않을 때 면 서로를 바라보고 대립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욕망의 대상이 희소하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경쟁 본능이 더욱 치열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미국인들은 일자리와 재화가 한정되어 있으 며 제로섬 게임 (Zero-sum Game, 참가자가 선택하는 행동이 무엇이든지 이 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로가 되는 게임)의 경쟁을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난 민과 이주민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곤 하는 것이다
- 지라르는 인류의 역사 전체를 놓고 이러한 경쟁 본능을 고찰 했다. 그가 볼 때 경쟁을 향한 본능은 그저 다른 사람이 무언가 를 원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촉발되는 것이었다. 태어날 때 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사회적 본능으로 인해 다른 이를 모방 하고 유대감을 느끼며 다른 이들과 스스로를 비교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믿음이나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맞춰 스스로를 교정해나가는 스 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비교 본능은 특히 보상과 처벌의 신호에 민감하게 만든다. 바 로 그 점이 우리를 퍽 위험하고어두운 곳으로 인도하곤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상대적으로 잘 한다고 느낄 때, 우리 뇌의 보상 과 관련된 부분에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우리의 뇌에는 도파민 과 옥시토신이 쏟아지는 것이다. 가령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 이나 다른 소셜 미디어들은 이런 보상 기제를 활용한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좋아요' 숫자를 헤아리며 따 봉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 는 모두 도파민 중독자인 셈이다.
반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느낄 때 우리의 두뇌는 우리를 물리적 고통으로부터 보호할 때와 똑같은 성분의 마약성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여기서 우리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만 한다. 자칫하면 어둠에 잡아먹힐 수도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 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상대적으로 나은 기분을 느끼고자 다른 이들을 끌어내리거나 심지어 상처 입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아상이 공격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 우리는 우리가 열등하다고 여 기는 존재들보다 스스로를 더 우위에 놓고자 하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는 단지 우월감만을 충족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 고, 같은 신경 보상 시스템으로 인해 우리는 마치 도박에서 돈을 따거나 경기에서 이긴 것과 같은 흥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우리는 사회적 공감에 대한 생물학적 편향을 지니고 있다. 그 런데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그 편향에는 큰 비극이 내포되 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남보다 나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타인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사회적 본능은 그런 최악의 이기적 성향에 군불을 지핀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남부 출신으로 특히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해서 이 사악한 잠재 력을 잘 알고 그 작용 방식까지도 꿰고 있었다. 1963년, 당시 존 슨 밑에서 일하던 젊은 직원이었던 빌 마이어스의 회고를 살펴 보자.
우리는 테네시에 있었다. 모터케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존슨은 흉 측한 인종차별 문구가 도로 표지판에 못으로 걸려 있는 것을 발견 했다. 지역의 고관대작들이 모여 버번 위스키와 물을 섞어 마셔가 며 마지막 병을 비우고 털고 일어나려던 늦은 밤, 존슨은 그 표지 판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인종차별의 바닥에 깔린 게 뭔 지 알고 싶나? 내가 말해 주지. 밑바닥에 있는 백인들한테 단지 본 인이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훌륭한 흑인보다 나은 사람이라 고 느끼게 만들어준다면, 그 백인들은 정치인들이 아무리 호주머 니를 털어가도 알아채지 못한다네. 빌어먹을, 알겠나? 사람들한테 얕잡아볼 수 있는 만만한 대상을 제공하면, 사람들은 알아서 있는것 없는 것 다 갖다 바친단 말이야."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우리 각각의 모습을 다 른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를 추상적인 집단과 견준다. 집단 착각이 우리를 쉽게도 꿀꺽 삼 켜버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식사 예절들을 살펴보자. 우리는 거기 에 어떤 목적이 있다고 가정하고 의례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 다. 하지만 식탁 예절은 개인적인 차원의 위생, 음식의 조리나 서빙, 맛과 풍미를 돋우기 위한 행위 등과 전혀 상관이 없다. 복 잡한 식탁 예절이 존재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런 예절을 지키는 상류 사회 계급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일 뿐이다.
에밀리포스트닷컴 Emily Post. Com에 실린 한 편의 글이 이런 맥락 을 잘 보여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잠재적 실수와 망신의 지뢰밭을 뚫고 가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나 직장 동료, 상사, 혹은 고객과 같이 식사를 할 계획이라면 식탁 예절을 완전히 장착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업무의 연장인 저녁식사나 미팅을 겸한 점심식사는 수많은 중요 결정이 내려지는 자리이며, 사람들은 그런 사회적인 식사 자리에서 관 계를 다진다.” 한마디로 '글러먹은' 자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정중한 식사 예법은 왕정 시대만큼이나 오늘날까지도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이며 특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핵심적 요소로 남아 있는 것이다."
-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검증하거나 질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잘못된 말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 생각의 함정
우리의 뇌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가령 우리의 뇌 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는 1초당 11메가바이트에 달할 정도지만, 우리가 정말 '보는' 것은 고작 1초당 60비트 정도에 지나지 않으 며, 오직 그 정도의 분량만이 우리의 뇌로 '업로드된다. 이것은 마치 프랑스 파리의 모든 사람들을 다 살펴보면서 그중 고작 여 덟 명만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뇌는 두 가지 역할을 수 행한다. 
첫째, 어떤 정보를 업로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 뇌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 뭐 새로운 게 있나? 뭔가 바뀌었나? 만약 바뀐 게 있다면, 중요한 건가? 그렇지 않다 면 나는 에너지 절약 모드로 들어갈 거야. 이미 알고 있고 이해 하고 있는 규범과 패턴에 의존할 거라는 거지."
둘째, 뇌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예측을 한다.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기반을 두고 빠진 정보를 채워 넣는데, 그러한 과정은 우 리의 의식적 사고 행위보다 더 빨리 수행된다. 우리의 뇌는 정보 가 부족한 자리에 무엇이 올지 신속하게 해석하고 개입하는 그 런 일을 썩 잘 해내는 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객관적 컴퓨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100퍼센트 정확하게 이 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시도는 실로 인지적 에너지의 낭비로 이 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뇌는 입력된 정보 가운데 중요하지 않 은 디테일은 재빨리 넘겨버리고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에 집착한다. 이렇게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 하며, 변화를 감지하고, 할 수 있는 대응을 하는 것이다.
- 가장 나쁜 건 인터넷 봇과 트롤들이 지속적인 감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설령 여론이 봇과 트롤에 의해 만들어진 것 임이 밝혀지고 소셜 미디어 계정이 차단되거나 삭제된다 해도, 사람들이 갖게 된 감정은 그대로 남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위험이라고 워런은 주장했다. 인터넷 조작의 영향이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남기 때문이다. “인터넷 여론 조작은 소셜 미디어 생태계를 타고 퍼진다. 병에 나은 다음에도 후유증이 지속되듯, 조작 행위를 제거하고 난 후에도 그 영향은 남는다." 그리하여 병에 걸리는 것은 단지 트위터 사용자만이 아니다. 미국 사회와 민주주의가 모두 병에 걸리고 말았다. 미국 상원 정보 특별위원 회가 지적했듯, 러시아 트롤의 목적은 '분노를 자극하고, 저항과 시위를 촉발하며, 미국인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들고, 공적 제도 에 대한 불신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와 우리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 면 그렇다. 사실 '성공'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따르는 것과 전 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매우 깊숙한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5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개인적 성공의 의미에 대해 두 사람 이상이 같은 답을 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 었다.  실제로 우리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 는 요소는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지문처럼 개별적이고 고유한 속성을 지닌다. 다시 말해 완성된 성취감을 얻는 실질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본인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잘 해나가는 것, 말하자면 조화로 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더욱 조화로운 존재가 되는 것은 우리를 성공으 로 인도하는 검증된 방식이지만, 그 외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더욱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더 큰 삶의 만족도를 누리게 함으로써 조화로운 삶은 우리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준다.  정원 가꾸기, 반려동물과 시간 보내기, 노래를 만들거나 연주하기, 자식이나 손주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대신 내가 좋아하는 초코 아이스크림 먹기 등 뭐가 됐든 개인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일에 20퍼센트 이상의 시간 을 더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포퓰레이스의 연구 결과, 마치 수입이 50퍼센트 늘어난 것처럼 인생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잠깐 책 읽기를 멈추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자.
- 진실성을 이상적인 가치로 바라보는 관점은 곧 빛을 잃고 말았다. 비아냥과 조롱, 아이러니 같은 훨씬 자극적인 취향 에 밀려나고 만 것이다. 문화평론가 로라 키프니스Laura Kipnis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표현을 빌자면, 진실성은 '그 왕관 이 진흙탕으로 떨어지기 전부터 정점에서 밀려났고 들판으로 쫓겨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진실성 대신 도덕적인 느낌이 덜한 '진정성'이라 는 표현을 사용한다. 거짓과 반대되는 의미로 진짜라는 의미를 지니는 단어다. 진정성은 좋은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속에 는 윤리적 실천의 요구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비즈니 스 업계에서 칭송받는 진정성 있는 리더란 성실하고, 자기 절제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기 인식이 있고,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진정성은 미덕과 상관이 없다. 진정 성 있는 사람은 진정성 있게 선한 인물일 수도 악한 인물일 수도 있으며, 좋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지만 나쁜 가치를 추구할 수도 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 스크루 지 영감에게 세 망령이 찾아왔을 때, 스크루지는 스스로를 ‘두 주 먹을 꽉 쥐고 숫돌에 벼려진 부싯돌처럼 단단하고 예리한 사람' 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찰스 디 킨스가 잘 보여주고 있다시피, 스크루지가 지니고 있던 돈에 대 한 이 불굴의 집착 역시도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 스크루지의 현 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진정성이 스크루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실함이 이토록 허무하게 져버리고 진정성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테일러는 주장했다. 테일러 본인이 남긴 표현에서 우리는 노동 자를 그가 얼마나 경멸어린 투로 평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 다. "주철 작업을 주업으로 삼는 것에 적합한 이가 가져야 할 최 우선 자질은 대단히 멍청하고 우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정 신세계는 다른 그 어떤 동물보다 황소를 연상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너무도 멍청하기에 '퍼센트' 같은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자는, 그래서 그보다 더 지적인 사람에게 과학 법칙에 입 각하여 지속적인 직업 훈련을 받아야 하며 그래야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다."
- 동물과 다를 바 없는 공장 노동자들은 본질적으로 무가치한 존재이며, 그들은 엄격하게 통제될 때에만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고 믿었던 테일러는 노동자들을 가능한 한 기계처럼 조직화할 수 있는 체계를 고안해냈다. 노동자들의 모든 동작을 '과학적' 계 산에 입각해 제한한 것이다. 공장 관리자들은 최대한의 생산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전략적으로 조절했다. 노동자들이 가장 일하기 좋거나 노동자들의 몸에 적합한지 여부 등은 고려 의 대상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측정 대상이었고 모든 행위의 시간을 시시콜콜하게 측정했다.
- 하향식 테일러주의는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 탓에, 마치 물고 기가 물을 알아채지 못하듯 우리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할 지경이다. 100년 하고 조금 더 옛날, 찰스 테일러라는 사람이 우 리의 일터와 생활뿐 아니라 우리가 다른 이들을 대하는 관점에 '과학적' 접근법을 도입한 후, 그러한 사고방식은 마치 중력의 법 칙처럼 의심받지 않는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조지메이슨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알렉스 타바로크 Alex Tabarrok 는 테일러주의의 부정적 후폭풍에 대해 연구했다. 테일러리즘은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적 불신도 낳았다. 가부장 주의는 보다 더 부패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 다. 게다가 가부장주의는 사람들을 잘못된 제로섬 게임의 사고방식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가령 이런 식이다. “파이는 단 하나뿐. 내가 더 갖는다면 네 몫은 줄어든다"). 이렇게 사람들은 탐욕스럽고 이기적 이며 남들과 공유하기 어려운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이 게 된다. 사람들은 부의 재분배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앞 세우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인구 대다수에게서 신뢰를 떨어 뜨리고 경제 전반에 피해를 끼친다. 15 타바로크는 이러한 현상을 '불신의 덫 Distrust Trap'이라 이름 지었는데, 하버드대학교의 연구 자들에 따르면 이 덫에 빠진 공무원과 사업가들이 사람들을 험 하게 대하면서 문제가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테일러의 영향을 받은 조직의 수장들은 우리에게 '나는 당신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는 그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믿지 못할 존재로 여기게 된다. 이런 가부장적인 거 짓말에 굴종하면서 불신과 편견은 눈덩이처럼 커져 간다. 우리 가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면서 우리는 다른 사 람들을 바라볼 때에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그들을 믿지 않으려 든다. 그들이 신뢰할만한 이들로 보이려 하는지부터 의 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 역시 같은 식으로 우 리를 불신한다는 말과 같다. 이렇게 상호간에 신경을 곤두세우 면서 우리 사회에는 자기 파괴적이고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버 린 불신이 마치 독처럼 퍼져나간다.
개인적 차원으로 내려와 보면, 이러한 불신 편향은 자아의 분열을 가속화한다. 타인을 향한 의심으로 가득한 우리는 모방, 소속, 침묵의 함정에 보다 쉽게 빠져들게 된다. 우리는 집단 압력과 음모론적 사고에 더욱 취약해지며 조화를 이루는 일은 극히 어려워진다. 불신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망가지며 불안과 스트레 스가 높아진다. 명료하게 생각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우리는 보 다 긴장하고 뻣뻣한 상태로 분노를 쉽게 느끼게 된다." 사회 전 체에 불신이 가득한 가운데 개인의 내면마저 불신에 사로잡히면 그 결과는 실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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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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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심리 2023. 12. 31. 17:04

- 언어나 음악이 어느 혁신적인 한사람에 의해 혹은 어느 한곳, 어느 한때에 발명되었을 거라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세계 곳곳 에서 수많은 사람에 의해 거듭 다듬어져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우 리가 이미 갖고 있던 신체 구조와 능력, 즉 우리가 원인ᄉ과 선조 동물로부 터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가 그 어떤 동물의 언어와도 질적으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언어는 생성 적generative (요소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무한히 많은 발성을 생성할 수 있는 성질), 자기지시적 self-referential (언어를 이용해서 언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이라 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나는 아마도 앞이마겉질prefrontal cortex에서 일어났을 단일 뇌 메커니즘의 진화가 언어와 예술 모두의 발달을 가능케 한 공통의 사 고양식을 만들어냈을거라 믿고 있다.
이 새로운 신경 메커니즘이 우리에게 음악적 뇌를 특징짓는 세 가지 인지능력을 선물해주었다. 첫 번째 능력은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 14이다. 이는 자기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와는 다른 생각이나 신념을 가 질 수도 있음을 깨닫는 능력이다. 두 번째는 '표상representation'이다. 이는 당장 눈앞에 있지 않은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세 번째는 '재배치 rearrangement'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요소들에 위계질서를 부여하고, 그것 을 새로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세 가지 능력의 결합으로 초기 인 류는 그림, 조각 등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 다. 이런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세부 사항은 생략하더라도 사물의 본 질적 특성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능력은 단독으로 혹은 서로 결합해 서 언어와 예술의 공통 토대를 이룬다. 언어와 예술은 모두 세상을 우리에게 표상하는 역할을 한다. 그 표상이 세상 그 자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 덕에 우리는 그 본질적 특성을 머릿속에 보존하고, 인지한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모두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자각이 타 인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싶은 욕망과 결합하면서 언어, 예술, 시, 그림, 춤, 조각 ・・・ 그리고 음악을 탄생시켰다.
- 예술을 창조하려는 욕구가 어찌나 강력한지 우리는 정말 큰 역경 속에서도 예술을 할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고 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강제수 용소에서는 많은 포로가 자발적으로 시를 쓰고, 노래를 작곡하고, 그림을 그 렸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말로는 이런 활동들이 비참하게 그곳에 묻힌 사람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고 한다. 프랭클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은 보통 자신의 세계관이나 삶을 예술 을 통해 개선해보겠다는 의식적인 결정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 했다. 반대로 이런 활동들은 먹고 자고 싶은 욕망만큼이나 본질적인 생물학 적인 욕구로 나타났다. 실제로 작업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먹고 자는 일에 대 해 잠시 까맣게 잊어버리는 예술가도 많다.
- 비틀스는 가수가 자기 곡을 직접 쓰는 시대를 열었다. 척 베리도 자신의 곡 을 쓰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몇 곡은 공동으로 썼지만, 비틀스가 등장해서 상 업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하고, 뒤이어 밥 딜런과 비치보이스가 곡을 써서 성 공을 거둔 후에야 팬들은 가수들이 직접 곡을 써서 부르기를 기대하기 시작 했다. 비틀스는 청중들과의 이런 개인적 유대를 더 부추기기도 했다. 폴 매카 트니가 말하기를 초기 노래에서는 그와 존 레논은 일부러 가사와 노래 제목 에 인칭대명사를 최대한 많이 넣었다고 한다. 이들은 팬들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진지하게 임했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해 She Loves You',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Want to Hold Your Hand', '추신: 당신을 사랑해요! S. I Love You', '날 사랑해줘 Love Me Do', '제발 나를 기쁘게 해주세요 Please Please Me', '나에게서 그대에게 From Me to You' 등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사는 대체로 무시하고 리듬과 멜로디에 주로 끌리는 사람도 있음 을 알아야 한다. 오페라의 스토리라인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줄거 리는 따라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목소리만 즐긴 다는 사람도 그만큼이나 많다. 심지어 팝송, 재즈, 힙합, 록 음악에서도 가사 는 멜로디를 입히기 위해 딸려오는 부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무척 많다. 많 은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음악에서 가사가 해야 할 일이 뭘까요? 가사는 그 냥 가수가 멜로디 내내 '랄랄라' 이 소리만 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존재에 불과해요." 그리고 그냥 '랄랄라' 소리면 족하다는 사람도 많다.
- 역사적으로 부족들은 상대가 잠들어 있는 한밤을 틈타 몰래 공격하는 경우 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무작위 돌연변이 덕분에 이웃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게 된 똑똑한 부족 사람들은 북소리가 적을 무력화 시키는 힘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북소리는 적의 투지를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전사들의 피는 끓어오르게 만든다. 북은 나무 그루터기에 가죽 을 씌워 만들고, 북마다 살짝 다르게 조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뭇가지나 바 위로 두드리거나, 조개껍데기나 구슬로 치거나, 긁거나, 흔들어서 소리를 냈 다. 잘 조직되고, 잘 훈련된 사람들이 마치 한 사람처럼 짜임새 있는 소리를 냈다. 만약 이 침입자들이 북치기 같이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에서도 이렇게 잘 조직되어 있다면, 본격적인 살육은 더욱 조직적으로 인정사정없이 이루어 질 터이니 아무리 저항해본들 그 앞에선 소용이 없을 것이다.
- 메크라노티족은 포식자나 공격해 들어온 이웃 부족을 물리치기 위해 사람 들이 노래를 부르는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것은 일종의 상호보완 적인 행동으로, 공격자들이 사용하는 음악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 생각 할 수도 있다. 1번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선사시대 공격자들처럼 북미 원주민 들은 공격을 준비하면서 노래하고 춤출 때가 많았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노 래를 부르면 감정적으로, 신경화학적으로 흥분됐기 때문에 공격 감행에 필요 한 투지와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광란의 상황에서 마구잡이 로 노래를 부르고 북을 두드리며 적을 몰아 부치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승자가 그런 효과를 두 눈으로 목격한 이후로는 하나의 전략으 로 자리 잡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휴런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전쟁의 춤은 적들 에게 공격이 임박했음을 경고해줄 위험을 안고 있었지만, 공격자들을 각성시 키고 동조하는 데 따르는 이득이 기습 효과 상실의 단점을 보상하고도 남았 는지도 모른다. 노래하고, 춤추고, 행군하는 모습은 그 장관을 목격하는 사람 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전장에서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 한다. 19세기와 20세기 독일군이 가장 두려워한 상대는 스코틀랜드 군대였 다.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키는 백파이프와 거대한 북소리와 더불어 치마를 입은 겁 없는 병사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 오는 장관이 독일군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얼굴에 문신을 하고, 입을 벌려 혀를 내미는 것처럼 음악도 적에게 소리를 질러 겁을 주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 노래 부르기의 생리학은 그냥 말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에 집단이 더 오랜 시간 동안 큰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말할 때와 는 다른 목청과 횡경막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음을 넣어서 노 래할 경우 메크라노티족은 자신들의 숫자가 실제보다 더 많은 듯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치단결된 소리로 노래함으로써 자신들이 각기 따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자신 이 집단의 서로 다른 구성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예민하 게 반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실제로 싸움에 불려 나갔을 때 군사적 으로 정말 중요한 보호막이 되어줄수 있다.
-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인간의 노래는 크게 두 가지 스 타일 혹은 형태로 존재한다. 엄격한 동시성 strict synchrony과 교대로 부르기 alternation다. 엄격한 동시성의 경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해피 버스데이'나 국가를 부르는 경우처럼 자신의 발성을 다른 사람들과 맞춰 부른다. 이렇게 하려면 노래에서 다음에 나올 것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 고(해마에서의 기억 인지 작용과 이마엽의 예측 능력의 결합), 그다음에는 신경과학자들이 운동실행계획 motor action plan이라 부르는 것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어 야 한다. 운동실행계획이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맞추어 노래하고, 북을 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운동겉질로 내려보내는 구체적인 지시를 말한다. 우 리가 집단사람들에 맞추어 노래, 박수, 기타 음악적 동작을 동기화할 때 예측 과정이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사람이 동기화를 시도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시간 오차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음악적 행동에 타이밍을 맞출 때 빨 라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는 우리가 다음 박자가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박자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보다는 다음 박이 언제 나올지 예상하고 그 전에 미리 반응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이 세뇌 영역(해마, 운동겉 질, 이마엽의 예측 중추)에서 일어나는 활성을 조정하는 역할은 인간에게서 더 크게 진화한 앞이마겉질이 담당한다.
번갈아 부르기는 집단의 일부 구성원이 의도적으로 다른사람과 노래를 동기화하지 않고 돌림노래로 부르거나(동요 '도~도~도자로 끝나는 말은 Row Row Row Your Boat'을 부를 때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타이밍에 노래를 시작하는 경우), '부르고 화답하기 call and response' 패턴으로 노래하는 경우다. 부르고 화답하기 는 미국의 복음성가에서 자주 보이고, 고대 아프리카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 고 있다. 실제로 특히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문화권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민주적인 음악 참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부르고 화답하기는 인도 전통 음악(북인도 고전음악에서는 주갈반디jugalbandi나 사자바브sawaal-javaab라고 부른다), 라틴아메리카 음악(코로프레곤coropregon), 유럽 고전 음악(교창antiphony) 에서도 보인다. 특히나 교대로 부르기는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 (음악적 뇌의 3대 요소 중 첫 번째)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좀 더 실용적인 다른 협력 활 동을 위한 연습 혹은 그 선행 형태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타인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 집단 안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 마약이 뇌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든지 간에 분명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개 개인의 신경생화학적 차이와도 상호작용한다. 뇌는 사람마다 아주 큰 차이가 있어서 구성(즉 물리적 크기와 핵심 구조물들의 배치), 가용한 신경로, 그리고 뉴 런들이 상호소통을 통해 생각, 느낌, 희망, 욕망, 신념들을 형성할 수 있게 해 주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기저 수준 등이 각기 다르다. 나는 신경과학자로서 백 명이 넘는 LSD 사용자와 알고 지내는데, 이 마약의 영향이 각기 개인의 정 신적 구성에 들어 있는 관찰 불가능한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고 믿게 됐다. 어 떤 사람은 LSD에 의한 환각 체험을 수백 번 하고도 해로운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반면 어떤 사람은 불과 서너 번의 경험만으로도 절대 예전의 모습으 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LSD 사용으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뇌가 손상된 사 람 중 다수가 캘리포니아 해안에 정착했고, 나는 샌타크루즈와 샌타바버라 같은 도시에서 그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들의 뇌에 적절한 기능을 유지해줄 수 없었다.
음악과 마리화나의 조합은 희열을 주면서 그와 함께 음악 및 음악가와 연결된 느낌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마리화나의 유효성분인 △9-테트라하이드 로칸나비놀49-THC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동시에 단기기억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기기억이 방해받으면 음악 청취자는 펼쳐지는 음악을 순간순간으로 접하게 된다. 방금 어떤 음악이 연주되었는지도 분명히 기억하 지 못하고, 앞으로 어떤 음악이 연주될지 미리 예측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마 리화나에 취한 사람들에게는 음악이 음 단위로 들린다. 무의식 속에서는 기 대 형성 expectation formation의 일반적 과정이 여전히 모두 일어나고 있지만(이 부분은 내 책 《뇌의 왈츠》에서 설명하고 있다), 의식에서는 음악이 시간정지 현상 time-standing-still phenomenon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들은 음 하나하나 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상태가 된다.
LSD, 페요테, 메스칼린 같은 환각제들은 각각 고유의 효과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이렇게 시간이 멈추는 성질에 더해서 감각이 뒤섞이는 공감각적 경험 synaesthetic experience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감각수용기에서 들어 오는 입력이 뒤섞이면 소리에서 맛을 느끼고, 냄새에서 촉각을 느끼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아직 그 이유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마약들은 뇌 의 세로토닌계serotonergic system에 작용해서 주변의 사람과 사물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도 만들어낸다(세로토닌은 수면, 꿈, 기분 등의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프로작이 이 세로토닌계에 작용한다). 이렇게 하나 된 느낌은 음악가들 이 함께 환각제를 복용해서 함께 환각 체험을 하고, 함께 연주하고, 함께 황홀 경을 경험할 때 정점을 찍게 된다. 이런 공통의 신경화학적, 영적 체험이 수 세기 동안 북미와 남미 원주민들의 의식에서 성스러운 토대였다. 
- 하지만 소리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음악이 대체 왜 뇌의 이 모든 화합물 과 활동 중추를 동원하는 것일까? 그에 따르는 진화적 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음악-춤과 관련된 질문의 틀을 새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음악 과 춤을 그저 우리가 만들고 인지하는 소리의 모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동작, 동시성, 소리, 지각 조직화perceptual organization (정보가 기억 속에 자리 잡을 때 학습자는 학습상황에서 부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의 상호관계 맥락 속에서 전체를 지각하는데, 이런 조직화 과정에서 상황의 어떤 질서를 찾는 경향 - 옮긴이) 등 여러 양식에 걸쳐 있는 통합적 경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 시 음악과 춤은 진화적 시간 척도에서 사실상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음악적인 뇌는 다른 정신적·신체적 속성과 따로 진화하지 않았다. 바 꿔 말하면 초기 인류 혹은 원인은 어느날 갑자기 다른 인지 능력은 없이 음악과 춤만 갖게 된 것이 아니다. 음악적인 뇌는 그와 함께 인간의 의식 자체 가가진 온갖 측면도 함께 가지고 왔다. 사회적 유대와 아울러 초기 인류의 경 험에서 근본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타인에게 소통하는 것, 즉 음악과 춤을 통한 기쁨의 표현이었다.
-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는 보통 긍정적인 관점이 따라온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긍정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 패배주의적 태도를 가진 사 람보다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여기에는 정교한 균형이 존재한 다. 버락 오바마는 2008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이렇게 말했다(그는 독일의 개신교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의 말을 인용했다. 몰트만의 말은 가톨릭교 회의 공식 문서에도 사용된 바 있다). "희망은 맹목적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과 도하게 낙관적인 사람은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많은 에너지를 쏟 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경우가 많다. 반면 패배주의자(혹은 비관주의자)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가능성이 큰 활동을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리게 될 것이다. 사냥하고, 먹을 것을 채집하고, 짝을 찾을 때 최고의 전략은 중간 지 점에서 현실보다 살짝 낙관적인(즐거운) 쪽으로 치우친 태도를 갖는 것임이 밝혀졌다. 음악은 여기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즐 거운 음악은 우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고, 침울한 마음을 벗 어던지게 해준다. 둘째, 즐거운 음악은 본보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는 음악 창작자를 하나의 정신적 영감으로 생각해서 그 사람을 닮으려 노력 하게 된다.
- 낙관주의의 진화적 장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경우는 방금 혈거인 여 성으로부터 받은 눈빛이 어서 이리로 오라는 뜨거운 유혹이었는지, 어서 꺼 지라는 냉담한 표정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혈거인 남성의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표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적어도 확인해볼 가치는 있겠다 싶었 던 라이벌은 그나마 기회라도 있지만, 아니겠지 싶어 발걸음을 돌린 혈거인 남성은 기회조차 잃게 된다. 인간이라는 종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에 대 해서는 건강한 불신을 진화시켰다. 망상에 빠진 미치광이일 수도 있기 때문 이다. 우리는 자신감이 넘치고 낙관적인 사람에게 적당한 매력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그런 사람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사람 한테는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이 좋겠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낙관주의자는 갈등의 조짐이 보이면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비관주의자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스스로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 뇌는 즐거운 음악을 만드는 것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기쁨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보여주는 믿을 만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 일반적으로 음악이 흐르는 동안에는 긴장이 점점 쌓이며 절정에 도달했다 가 그 후에는 보통 빠른 속도로 긴장이 해소되며 가라앉는다." 보통 음악의 내뱉게 된다. 클래식 음악이 음악의 표준이었던 시기의 교향곡은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다른 음악적 형태보다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교향곡은 역동적으로 긴장을 쌓아나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그 긴장을 해소하여 보답하는 형식 으로 특별히 구성되어 있다. 인도의 고전 음악에서는 연주자가 고정된 음의 바로 위아래로 맴돌면서 긴장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며 사람의 애를 태운다.  그러다 그 긴장을 터트려 해소하면 음악을 듣던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 이며 탄식을 내뱉는다. 인생처럼 음악도 속도가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가 바닥으로 꺼뜨리기도 하 면서 우리를 쥐락펴락한다.
- 어느 문화권이든 엄마들은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먼 옛날부터 줄곧 그래왔다. 노래는 다른 행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방식 으로 아기들을 달래고 위로해줄 수 있다. 여기에는 청각자극이 다른 감각과 다르다는 점도 한몫한다. 소리는 어둠 속에서도 전달된다. 그래서 아기가 눈 이 감겨 있는 동안에도 들을 수 있다. 바깥세상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는 시각 신호와 달리 청각 신호는 마치 자기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 기의 시각 기관이 완전히 형성되어 엄마와 다른 어른들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기 전에도 청각계는 엄마의 목소리에 들어 있는 일관된 음색을 알아들을 수 있다. 어째서 엄마들은 말을 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어째 서 아기들은 노래에서 특별히 더 위로를 느낄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을 갖고 있지 않지만 신경생물학은 음악이 말과 달리 사람의 뇌에서 아주 오 래된 영역들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소뇌, 뇌줄기 brain stem 다리뇌pons를 비롯해 우리가 모든 포유류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신경구조 물들이다. 음악은 리듬, 멜로디 모티프 등 그 자체에 반복적인 구조가 내장되어 있다. 이런 반복 구조가 말에는 결여된 예측 가능한 요소를 노래에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예측가능성이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자장가는 전형적인 위로의 노래다. 
- 슬플 때는 많은 사람이 슬픈 음악을 듣는다. 왜 그럴까? 언뜻 생각하면 슬 픈 사람은 행복한 음악을 들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연 구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슬플 때 분비된다. 슬픔의 감정이 존재하는 데는 진화적인 이유가 있다. 슬픔은 에너 지를 보존하고 정신적 상처를 준 사건 이후로 일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눈물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프로락틴이 눈물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눈동자를 윤활하기 위한 눈물이나 눈이 자극받을 때 나오는 눈물 혹은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서는 프로락틴이 분비되지 않는 다. 오직 슬픔의 눈물에서만 분비된다. 데이비드 휴런은 슬픈 음악은 뇌를 속 여서 음악에 의해 유도되는 안전한 슬픔 혹은 가상의 슬픔에 반응해서 프로 락틴을 분비하게 만들고, 이 프로락틴이 우리의 기분을 전환해주는 것이라 제안한다.
- 신경화학적 이야기가 아니어도 우리가 슬픈 음악에서 위안을 얻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리적, 행동학적 설명도 많이 나와 있다. 사람들은 슬픔을 느끼거 나 임상적 우울증으로 고통받을 때 외롭고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을 느 낄 때가 많다. 마치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 행복한 음악은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자기만 외롭고 이해받지 못하 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삼보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내 상사 빅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임상적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무력감을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분풀이했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 있던 그가 토니 올란도 앤드 돈의 경쾌하고 행복한 노래를 듣고 꼭지가 돌아 버린 것이다. 우리는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면 보통 위로를 받는다. 케임브 리지대학교의 음악교수 이안 크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 이제 벼랑 끝에는 두 명의 내가 함께 존재하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아는 또 다른 내가 옆에 있는 것이죠."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 도 연결되는 듯한 이 기분은 회복 과정을 도와준다. 기분이 좋아지는 데는 자 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한몫하기 때문이다. 대화치료가 우울증에 대단히 효과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추론한다. 이 사람은 내가 겪은 일을 겪고도 그것을 이기고 지금 여기 살아 있 고, 이제 완전히 회복해서 그 일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 인쇄 기술의 발명과 함께 지식의 노래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기 시작했 다. 문자 사용 이전의 사회에서는 지식의 노래가 문화적 지식, 역사, 일상생활 의 절차를 기록할 유일한 보관소였다. 정보 전달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요즘에는 지식의 노래가 다른 형태를 띤다.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것 으로는 알파벳송이 있다. 서구 문화권의 아이들은 빠짐없이 이 노래를 배운 다. ('9월 30일까지 Thirty days has September'는 각운에 음악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보통 노래로 불리기보다는 암송될 때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의 노래들이 항상 작 곡되어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아동용 텔레비전 프로그램 '애니매니악스 Animaniacs'에서 선보인 노래들은 한 세대의 아이들에게 미국의 주와 주도 이 름('터키 인더스트로 Turkey in the Straw'의 멜로디에 실어), 그리고 전 세계 국가의 이 름('멕시칸 햇 댄스 Mexican Hat Dance'에 각운을 맞춰) 등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 글을 기억하는 능력은 일반적으로 뒤떨어지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노래 가 사는 보통 아주 잘 기억한다. 내가 지식의 노래라 부르고 있는 장편 서사민요 와 정보에 음악을 입힌 곡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 경우도 역시 노래가 형식 과 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형식과 구조는 공동으로 작동해서 가사에 들어올 수 있는 단어를 고정하고 제약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뇌의 기억저 장장치에 가사를 단어별로 하나하나 저장할 필요가 없다. 단어는 일부만 저 장하고, 전체적인 줄거리와 노래의 구조에 대한 지식만 알고 있으면 된다. 구조에 관한 지식은 각운 패턴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예를 들면 첫째, 둘째, 셋째 줄은 모두 각운이 맞는데, 넷째 줄은 그렇지 않다거나 첫째 줄은 셋째 줄과 각운이 맞아떨어지고, 둘째 줄은 네 번째 줄과 각운이 맞아떨어진다는 식으로).
이 모든 설명이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것은 이런 과정이 무의식에서 자동으로 일어나서 그 속을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과정은 신경해부학적 혹은 인지과학적으로 환원해서 설명하면 억 지스러워 보인다. 이것은 진화가 생각과 관련해서 착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다. 이것은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생긴 착각이다. 진화가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정교하고 큰 착각은 의식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은 7장에서 다 시 설명하겠다. 자기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뇌에서 잊어버린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거기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각운을 다 만들어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 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것도 500밀리초 안에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수십 가지 대안을 다 고려해본 다음 인지적 제약이라는 체로 쳐서 그럴듯한 것을 골라낸다.
- 월리스와 루빈이 집중적으로 연구한 노래인 '올드 97의 열차 사고 The Wreck of the Old 97'에서는 민요의 양식이 확실하게 기억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 다. 두 사람은 이렇게 적고 있다. "가사와 음악은 서로 뒤엉켜 있다. 가사는 운 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반드시 리듬 패턴, 비트구조, 음악의 박자표와 맞 아떨어져야 한다. . 이 민요에서는 운율이 강세가 없는 음절 두 개와 그 뒤에 따라오는 강세가 실린 음절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강세가 없는 음절은 강세가 실린 음절보다 길이가 짧다. ・・・ 강세가 실린 음절의 수가 음악의 비트 수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운율과 리듬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따라서 음악과 가사는 서로를 제약하고 있다."
- 만약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여러 가지 구조적 제약이 노래 가사를 기억 하는 데 그토록 중요한 요소라면 그런 구조적 제약이 별로 없는 노래는 가사 를 기억할 때 오류가 더 많이 나올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윌리스와 루빈은 기발한 실험을 통해 그런 상황을 만들어냈다. '올드 97의 열차 사고'에서 24 단어를 바꿔서 모음운, 두운, 운을 없애 버린 것이다. 18 구체적으로 보면 이 들이 가사의 시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주었음에 주목하자. 이것은 내가 위에 나열한 구조적 제약 중 가장 약한 부분이다. (각운은 바꾸지 않았고, 각각의 단어에 들어가는 음절 수도 바꾸지 않고, 강세 패턴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 고 이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바꾸지 않은 버전과 새로 고 친 버전의 노래를 가르쳤다. 변화를 주었던 단어들을 분석한 윌리스와 루빈 은 시적 요소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변화된 버전)보다 그런 요소를 갖고 있는 경우(원래 버전)가 단어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시적 요소라도 상당히 큰 제약을 가한다는 (혹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그리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2,500년 된 《일리아드liad》와 《오디세 이 Odyssey》는 암기에 관한 한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음악 은 없었지만 명확하게 시적이고 리드미컬한 제약들이 큰 몫을 해서 뇌의 부 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들의 운율은 아주 긴밀하게 제약되어 있다. 한가지 예 만들자면 해당 음절의 수가 거의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고 한 행에서 마 지막 다섯 음절은 거의 장음-단음-단음에 이어 장음-단이 등장하고 있다. 장음과 단음의 순서, 그리고 단어 끊기의 위치가 정형화되어 있어 아무 단어 나 이 규칙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장음-단음-장음이나 단음-단 음-단음 음절 구조는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다.  분명 이런 형식적 규칙을 알고 나면 잘못된 단어를 끼워 넣을 가능성이 극히 낮아 진다.
- 유대 전통에 따르면 모세는 토라 전체(구약성경의 첫 다섯 권)를 완전히 암기 하고 있었고, 이것을 시나이 사막 히브리 민족의 장자와 지도자들에게 가르 쳐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이 사람들이 그것을 기원전 1500년 즈음 출 애굽Exodus의 일부로 이집트를 떠난 백만 명 정도의 사람에게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히브리인들이 문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십계명이 석 판에 문자로 적혔다) 모세의 엄격한 지도에 따라 토라의 단어 하나도 글로 옮겨서는 안 됐고,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식, 종교적 풍습, 관습이 오직 구전만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구전에 의한 전달의 모든 형태는 바로 노래였다고 한다.
유대교 신비주의자들은 말하는 자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말소 리 자체가 신의 호의를 불러올 것이라 믿었다. 그와 유사하게 조로아스터교 의 전통에서도 29 아베스타 만트라Avesta Manthras를 암송할 때 나오는 특유의 진동을 통해 영혼 Urvaan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혼과의 '조율 attenment'을 위해서는 기도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그 소리도 중요하다. 조로아 스터교에서 스타오타 야스나Staota Yasna는 청각 진동의 이론이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어死인 아베스타 언어를 이용해 암송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나는 예술과 과학이 연속적 스펙트럼의 양단을 차지하고 있고, 이 스펙트 럼은 다시 원처럼 둥글게 말려 있기 때문에 두 개가 한 공통 지점에서 만난다 고 이해하게 됐다. 예술과 과학 모두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 표상representation 재배치 rearrangement의 요소가 수반된다. 이것은 음악적인 뇌의 세 가지 근본 요소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결합해서 비유한 대상이나 개념으로 다 른 대상이나 개념을 대신 상징하는 것)와 추상(위계상에서 더 큰 개념으로 그 하위 요 소를 상징하게 하는 것)을 얻는다. 예술과 과학은 모두 비유와 추상에 의존한다. 감각적, 지각적 관찰을 가져다가 증류하여 본질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정보를 가공하지 않은 형태로 가져왔을 때보다 한 조각의 정보에서 더 많은 의미를 얻어낼 수 있다. 예술과 과학은 결국 더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형태로 세상의 지식을 추출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전체를 내려다보며, 주제를 하나로 통일하고, 세상의 여러 사실 중 어느 것이 중요하고,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이 세상 모든 것을 표상할 수는 없다. 대신 예술과 과학은 그중 어느 것이 가장중요한지를 두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 지식은 감정이다. 어떤 사람은 과학은 그냥 과학일 뿐이라 말한다. 그저 감 정과 보살핌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실과 측정치의 집합체일 뿐이라고 말 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억하고 기록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 실이 수백만, 아니 무한히 많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중에 무엇을 중요하게 여 겨 기록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에는 감정이 개입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보살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서 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감정과 동기부여는 동일한 신경화 학 동전의 양면이다. 2+2 = 4이고, 수소는 우리가 아는 가장 가벼운 원소라 는 사실에는 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사실 을 알고 있고, 이것을 배우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사실 속에는 우리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에 동기를 느낄 것인가 하는 측면들 이 반영되어 있다. 한마디로 감정이 반영되어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강렬한 호기심, 그리고 더 높은 진리로 실재를 해석하 고 표상하려는 열망, 관찰된 내용을 가지고 그것을 포괄하는 일관된 이론을 정립하려는 열망이다. 물론 예술가들도 똑같은 일을 한다. 그들도 자신이 관찰한 것을 가지고 그림, 교향곡, 노래, 조각, 발레 등의 일관된 전체를 만들어 내려 한다. 어쩌면 지식의 노래는 예술, 과학, 문화, 정신의 정점일지도 모르 겠다.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에 안성맞춤인 예술 형태 속에 중요한 인생의 교 훈을 담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그것을 노 래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 음악과 마찬가지로 종교도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된다(그리고 양쪽 모두 그것의 기반이 진화적인 것이냐 초자연적인 것이냐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린 다). 신념과 관습, 지리적 위치에서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의 문화 중에서 종교가 없는 경우는 없다. 이것은 종교가 문화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는 정보인 밈meme 이상의 것이며 진화적 기반을 갖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에밀 뒤르 켐Émile Durkheim이 한 세기 전에 우리에게 가르치기를, 무엇이든 인간의 문화 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류의 생존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대의 생물학자들은 이 개념을 동물의 행동으로 확장해서 뇌 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러 종에 걸친 보편적 연결고리를 찾아 내려 하고 있다. 진정 인간만의 것이라 여기는 행동도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동물에서 보이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따라서 동물의 생존에도 기여할 것으로 추측되는) 행동들이 포함된 연속 스펙트럼 위에 분포하 는 것이다. 의례를 종교로부터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구분보다는 의례와 종교가 서로 어떻게 연속적으로 이어 져 있으며, 애초에 의례들이 어떻게 합쳐져 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이 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 라파포트는 종교를 "집단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진 일련의 신성한 신념 그리고 이런 신념과 관련해서 수행하는 표준의 행위(의례)들"이라고 정의 했다. 그는 신성함을 일반적인 물리적 수단이나 오감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신념 혹은 형체를 가진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생 행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신념이나 믿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종교적 의례나 관습에는 일곱 번 머리를 숙이거나, 십자가를 그리거나, 특 정 방식으로 손을 접었다 펴는 등 거의 항상 의례행위ritual behavior, 반복적인 운동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종교적 관습에서 문화, 시 간,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특성들을 밝혀냈다.
1. 행위가 평소의 목적과 거리가 있다. 우리는 이미 깨끗한 상태인 신체 일부를 씻기도 하고, 분명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둥글게 모 여 손에서 손으로 과일을 전하기도 하고(이런 행동의 목적은 과일을 누군가에 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달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돌 주위를 정확 히 네 바퀴 돌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특별한 목표가 없는 행위를 수행하기도 한다.
2. 더 많은 비가 내리기를 바라고, 더 많이 수확하기를 바라고, 아픈 아이가 낫기 를 바라고, 성난 신을 달래기를 바라는 등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얻을 목적으로 행위가 이루어진다.
3. 보통 관습을 의무적인 것으로 여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런 관습을 이행 하지 않는 것을 안전하지 않거나 어리석은 혹은 부적절한 일로 여긴다. 
4. 행위의 형태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을 때가 많다. 즉 의례의 목적은 모 든 참가자가 이해하고 있더라도(즉 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함) 이런 특정 행 위가 어떻게 바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5.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보다 더 질서정연하고, 정기적이고, 획일적으로 행 동에 참여한다.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내키는 대로 걷거나 서 있지 않고 줄을 지어 정렬하고, 그냥 이동하는 대신 춤을 추고, 특별한 신호, 몸짓, 말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 비슷하거나 특별한 의상을 입거나 화장을 한다.
6. 주변 환경으로부터 물체를 가져와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물체들 을 포개놓거나, 가지런히 나열하거나, 쌓아올리거나, 배열해놓을 때도 있다. 
7. 환경을 재구성하거나 범위를 정한다. 성스러운 원을 그리거나, 가지 말아야 할 영역을 정하거나, 나이 든 사람이나 순수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장 소를 정한다.
8. 행위를 수행하려는 강력한 감정적 욕구가 존재하고 그것을 수행하지 않으면 (혹은 참가자가 자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는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행위를 잘 마무리하고 나면 개인은 안도감을 느낀다.
9. 행위, 몸짓, 말을 세 번에서 열 번 혹은 그 이상 반복한다. 의식을 적절히 준수 하기 위해서는 반복 횟수가 정확해야 한다. 횟수를 틀리면 그 행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10. 의식을 특정한 방식으로 수행하려는 강력한 감정적 욕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엄격하게 해석되고, 정의된다. 공동체 안에 각각의 행위를 가장 잘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존재하고(보통 연장자),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을 본보기로 따라하려고 한다.
11. 의식에는 거의 항상 음악 혹은 리드미컬하게 읊조리는 기도가 수반된다.
- 의례행위는 분명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대부분의 아동은 만 2세쯤부터 의례행위를 나타내는 발달 단계에 들어가 만 8세 정도에 정점에 도달한다. 이 기간에 나타나는 의례행위는 완벽주의, 수집,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애착, 행동의 반복, 물건을 순서대로 정돈하는 것에 대한 집착 등이다! 이는 '그건 이런 식으로 해야 해'의 단계로 이때가 되면 아이들은 장난감을 줄지어 정렬하거나 주변 환경을 특정 방식으로 정돈한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진짜 친구나 가상의 친구들을 위해 다과회를 연다. 그리고 탁자도 꼭 다과회 처럼 세팅하고 손님들도 정해진 장소에 가서 앉아야 한다. 물건들이 어지럽 혀져 있거나 의례가 자기가 속으로 생각하는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다과 회를 연 주최자는 짜증이 날 수 있다. "넌 여기 앉아. 너는 여기 앉고 안 돼. 차 는 토끼가 제일 먼저 마셔야 해!"
누군가 지시한 것도 아니고 다른사람한테 들은 것도 아닌 데도 많은 아이 가 자기가 급조한 의례를 초자연적인 힘이나 마법과 자발적으로 연결 지어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의례가 날씨에서 염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과에 영 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상상한다.
- 아동에서는 의례가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 미지의 상태, 낯선 이나 동물에 의한 공격, 오염 가능성 등 불안상태와 연관된 경향이 있다. 이것이 잠자리에 들 때면 괴물이 살고 있지 않나 침대 밑을 확인하고, 침대밑에서 보호자가 책 을 읽어주기 바라고, 자기만의 특별한 파란색 솜털 담요를 끌어안는 등의 취 침 의례로 이어진다. 이런 의례는 질서, 일관성, 익숙함 등의 느낌을 보태준 다. 심리학자는 이런 느낌이 미지의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상쇄 해준다고 믿는다. 오르가슴을 느끼거나 함께 노래를 부를 때 분비되어 신뢰 를 유도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의례 수행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 다. 이는 의례가 위로를 주는 이유에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이 깔려 있음을 암시한다.
- 음악적인 뇌는 음과 화음 진행을 일일이 다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음과 화음 진행이 만들어지는 규칙을 학습한다(보통 주어진 문화권 안에서의 규 칙을 학습한다). 이런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놀라운 사건으로 부호화되고, 따 라서 도식schema을 파괴하는 예외로 기억된다. 우리는 친구가 전화번호를 알 려줄 때마다 그 숫자는 일곱 자릿수에 지역번호가 덧붙여져 있으리라는 사실 을 다시 배울 필요가 없다. 이 정보는 도식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의례에서 촛불을 켤 때 부르는 노래가 어떤 패턴에서 어떤 음만 사용한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음의 선택이 우리 문화권 음악의 양식에 의해 제약되 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을 일일이 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외와 규칙을 배운다.
따라서 음악은 기억과 정보를 전달하는 대단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우리 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음악을 잘 활 용했던 초기 인류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다. 
- '솔로몬의 노래 Song of Solomon'에서 헨델의 '메시아', '나 같은 죄인 살리신 Amazing Grace'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음악 중에는 종교 음악 이 많다. 과학자와 종교회의론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종교인들을 조롱할 때가 많다. '신이 우주 전체를 창조할 정도로 위대한 존재라면 우리가 그를 찬 양하는지, 마는지 따위의 사소한 일에 왜 그리 신경을 쓰나? 그렇게 막강한 존재가 뭐가 그리 심리적으로 궁핍해서 우리가 자기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기 를 바라?' 하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현대의 종교 사상가들은 여기에 반박 불 가능한 주장을 제시한다. 노래를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신을 위한 것이 아니 라 노래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랍비 하임 카솔라는 이렇게 말한 다. "신은 우리의 찬양이 필요하지 않아요. 신은 허영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 가 자기를 위대하다고 칭송해주기를 바라지 않죠. 하지만 신이 우리를 창조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죠?" 그는 우리에게 종교의 노래와 신념의 노래를 부르도록 명령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기억을 돕고, 우리에게 동기를 불어넣고, 우리를 신에게 더 가까이 이끈다는 것을 알 기 때문이죠. 신은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뇌가 음악과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음악적 요소와 언어적 요소가 결합되는 방식에 대한 규칙을 습득하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앞이마겉질에 있는 뇌의 계산 회로는 위계적 조직에 대한 규칙을 알고 있고 초기 발달 기간에 음악적 입력과 언어적 입력을 받아들이도록 길들어 있다. 특정 연령(만8세와 12세 사 이 어디쯤으로 믿고 있다)까지 음악이나 언어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아동이 정상적인 음악 능력이나 언어 능력을 습득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지치기 과정이 이미 시작되어 음악이나 언어에 의해 활성화되기를 기다리 고 있던 신경회로들이 모두 제거되어버리는 것이다. 음악에 보편성이 존재한 다는 것은 뇌의 선천적 구조 자체에 음악의 표상 방식에 대한 느슨한 제약이 포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제약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옥타브가 존재한 다는 사실(모든 음악이 불연속적인 음들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보편 적으로 리듬의 비율이 단순하다는 사실(음악의 스타일과 문화권은 이질적이어도 음표의 길이는 17:11 같은 복잡한 비율이 아니라 2:1, 3:1, 4:1 같은 단순한 비율로 나 타나는 경향이 있다) 등을 꼽을 수 있다.
- 사랑의 노래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려면 진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첫째,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감각 중에서 왜 하필 소리가 우리의 감정에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을까(혹은 바꿔 말하면 듣기와 음악의 진화적 기원은 무엇인가? 둘째, 우리에게 음악적인 뇌 를 가져다준 진화적 변화가 어떻게 다시 우리에게 노래를 작곡하고, 예술과 과학을 창조하고,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의식을 가져다주었는가?
우리 귀에 있는 유모세포 hair cell는 어류를 비롯해 모든 척추동물에게 있고, 많은 곤충의 다리와 몸통에서 발견되는 것(곤충의 것은 감각센털sensilla이라고 한다)과 구조나 기능면에서 유사하다. 메뚜기가 다리를 움직이면 그 안에 든 유모세포가 늘어나면서 다리의 자세와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세포는 공기나 물 혹은 다른 성분의 흐름에도 민감해서 다른 무언가가 다가 오는 것을 감지하는 것도 도와준다. 이는 유모세포가 계통발생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사용된 것이 압력 변화 감지(이것이 포유류와 어류의 청각으로 이어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세의 변화(이것이 우리의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 계로 이어짐)도 감지하기 위함이었음을 말해준다. 유모세포는 엄청나게 민감 해서 100피코미터만 늘어나거나 움직여도 흥분한다. 100피코미터면 1/100,000,000밀리미터 혹은 염색체의 1/100,000, 수소 원자 반지름의 1/10보다 작은 길이다.
고막은 귀 내부에 팽팽하게 펼쳐져 있는 얇은 막이다. 공기든, 물이든, 다른 매질이든 압력이 변하면 이 고막이 안팎으로 떨린다. 이런 떨림 패턴이 결국 속귀inner ear의 달팽이관cochlea이라는 기관으로 신호를 보낸다. 달팽이관의 내 면은 곤충의 감각센털처럼 유모세포로 덮여 있다. 인간의 달팽이관은 극도로 민감해서 원자의 직경(0.3나노미터)만큼 작은 진동도 감지할 수 있고, 10마이 크로초의 시간간격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당신과 3미터 떨어진 음원이 한쪽으로 2.5인치(6.35센티미터)만 움직여도 양쪽 귀에 도착하는 소리 의 시간차로 그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귀는 광자 하나의 에너지보다 백배 작은 에너지 수준도 감지할 수 있다. 청각은 정말로 민감해서 어떤 좋은 자기 가 잡아먹으려 하는 곤충의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다.
2장에서도 말했지만 청각이 시각 같은 다른 감각보다 유리한 점은 소리는 어둠 속에서도 전달되고, 모퉁이를 돌아갈 수도 있고, 듣고 싶은 음원과 자신 사이에 시각적 장애물이 있어도 전달된다는 점이다. 소리는 무언가 자신을 향해 접근할 때 효과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한다. 바위가 걷잡을 수 없 이 언덕 아래로 굴러 내리거나, 우리가 사는 동굴 밖에서 포식자가 잔가지를 밟았을 때도 우리는 소리로 알아차릴 수 있다.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부로 작 동하는 청각은 놀람반응startle response과도 신경학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환경에서 들리는 배경 잡음에 아주 미묘한 변화만 있어도 감지한다.
- 유전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포유류는 비타민 C를 몸속에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지만 인간은 그런 능력을 잃어버렸다.18 인간과 다른 영장류에서는 8번 염색체에 있는 GULOL-gulonolactone oxidase 전자에 결함이 있어서 기능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4천만 년 전에 우리가 과 일을 먹는 종이 되면서 생긴 결과로 여겨진다. 과일을 먹으면 비타민C를 외 부에서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와 영장류들은 더 이상 비타민C를 만들 어낼 필요가 없었고,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립유전자 가 유전되는 빈도에서 생기는 무작위적 변화 - 옮긴이)을 통해 그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것은 테런스 디컨의 '절약' 개념에 해당하는 또 다른 사례다. 진화 는 게놈이 보관하고 있던 지시 사항이나 생존 계획을 환경으로 떠넘길 때가 많다.
- 예술 창조를 위해서는 몇 가지 별개의 인지 작업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1) 창조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심상mental image을 형성할 수 있어 야 하고, (2) 심상을 머릿속에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3) 심상을 따라 실제 세 상에서 대상을 조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4) 실 제 세상에서 모양을 갖추어 가는 대상과 심상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야 하며, (5) 물리적 대상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어려 움이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계획을 갱신할 수 있어야 한다. 옛말에도 이르듯이 곰을 조각하려면 바윗덩어리에서 시작해서 곰처럼 보이 지 않는 것은 모두 깎아내야 한다.
하지만 당연히 이것들은 하찮은 능력이 아니다. 우리 혈거인 선조는 숯 조각을 가지고 동굴 벽에 곰을 그려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우선 그는 그림 이 그 그림이 표상하고자 하는 것과 결코 똑같을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 림은 실제 대상을 추상화한 버전이고, 심상에 대한 불완전한 근사치이기 때 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면 객관적인 조망수용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생각과정, 자신의 한계, 자신이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 이 필요하다. 이 예술가는 어떻게 하면 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본질적인 세부 사항을 보존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판단해야 했다. 이런 선택 과정에는 추상적 혹은 상징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줄을 몇 개 그린 다음에는 그 창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아야 했을 것이다. 이 그림이 내가 이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것하고 비슷하게 생겼나? 이렇게 하려면 심상에 맞추어 물리적 그림의 일부 측면을 변화시키는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봐도 이것이 곰이란 것을 알 수 있을까? 이것 역시 객관적인 조망수용능력이 필요 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지식, 생각, 신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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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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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기 self'에서 출발한다. 이 개념을 과학으로 정의하여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이 개념은 사 실 의문투성이다. 나는 어떻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나로 인식 할까? 나는 어떻게 나를 다른 대상이나 사람과 구분할까? 이런 간단 한 질문조차 아직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자기를 인식 한다는 것은 결국 나와 내가 아닌 다른 것을 구분한다는 의미여서, 자기의 형성은 타인과 나와의 관계를 인식하는 첫 번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자기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 핵심이 되고, 타인이라는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변한다. '자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내가 속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며 타 인과 견실한 관계를 맺고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에 미친 여파와 메타버스의 출현 등으로 나 와 타인, 관계, 공동체를 인식하는 틀이 격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 에 '자기'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행위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 하고 삶의 좌표를 찾아가는 데 중대한 통찰력을 심어줄 것이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기감 sense of self '이라고 한다. 이 문장을 '환경' 대신 사회적 환경, 즉 '타인'으로 바꿔 읽으면 그게 바로 '자존감'의 개념이다. 내가 자기감을 높이기 위해 환경을 바꾸려 하거나 세상에 거는 기대를 조정하듯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인을 바꾸려 하거나 타인에 거는 기대 를 조정한다. 조정이 적정하여 적절한 결과를 얻는다면 자존감은 안 정, 즉 균형 상태를 이룰 것이다. 하지만 조정이 미흡하거나 과도하 면 자존감은 불균형 상태에 빠질 것이다. 자존감에 불균형이 오면 내 가 타인을 무리하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내 가 타인의 기대를 너무 부정적으로 추정하여 스스로 우울증이나 불 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 또 불균형에 빠지 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뇌의 알로스테시스allostasis 기능을 소개한다. 알로스테시스는 항상성 homeostasis 의 불균형을 더 효율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 환경을 활용하는 생체 기 능이다. 신체 기관의 불균형이 감지되면 비로소 그 원인을 확인해 복 구하는 수동적 메커니즘의 항상성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개념이 아 주 다르다. 지극히 미래 지향적인 알로스테시스는 유기체 전체의 궁 극적 목표인 생존을 존속하기 위해 항상성 유지에 필요한 생물학적 자원을 분배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효율성을 추구한다. 알로스테시스는 내적 항상성을 유지해야만 하는 거의 모든 생명 체가 보유한 기능이지만, 그 정교함이나 복잡함의 수준은 종마다 차 이가 크다. 특히 '인간'이라는 종에서 정점을 찍는대도 과언이 아니 다. 효율성을 우선하면 다양성을 희생하게 마련인데, 알로스테시스 역시 과도하게 작동하면 도리어 항상성을 방해하는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이나 분노 조절 장애 같은 자존감 불균형은 그 원리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설명할 수 있다.

- '자기'를 인식한다는 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유인원, 돌고래, 코끼리 같은 일부 포유류도 자기를 인식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속속 입증되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동물의 자기 인식 능력은 어떻게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바로 거울자기인 식 mirror self-recognition 과제다.
'거울검사'라고도 하는 이 검사는 동물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에 특 정 표시를 한 후 동물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의 변화를 알아채고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그림 1). 실제로 오랑우탄은 이마에 노 란색 가루로 점을 찍은 후 거울을 보이면 자기 얼굴에 없던 게 생긴 그 점을 만져본다. 코끼리도 같은 처치를 하면 코로 자기 얼굴에 새 로 생긴 점을 만진다. 이처럼 동물이 거울에 비친 점 찍힌 모습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모습을 자기 인식의 증거로 본다.
지금까지 많은 동물에게 거울검사를 해봤는데 고등 영장류, 돌고 래, 코끼리, 까치 등 소수의 종만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 적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원숭이나 개는 의외로 거울검사를 통과하 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원숭이나 개도 거울에 반응할 수는 있다. 거 울에 비친 물체나 사람의 형상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 수는 있지만 자신의 형상을 자기로 인식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흥미롭게도 청출청소놀래기 Labroides dimidiatus 라는 어류가 거울검사 에 성공했다' 수많은 포유류도 통과하지 못한 시험을 작은 물고기가 해냈다. 다른 어류를 대상으로 거울검사를 해본 결과, 대부분은 거울 에 비친 형상을 다른 개체로 인식하여 공격행동을 보였다. 청출청소 놀래기도 처음엔 그와 유사했지만 3일쯤 지나자 공격행동이 급감하 면서 오히려 거울 앞에 머무르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그때 청청 소놀래기의 턱 밑에 흡사 기생충처럼 보이도록 갈색 점을 찍었다. 평 소 같으면 거울 속에서 기생충 모양을 알아보고 잡아먹으려는 행동 을 보였을 청출청소놀래기가 돌 위에 자기 턱을 문질러 제거하려는 행동을 보였다. 바로 거울검사를 통과한 것이다.
- 청줄청소놀래기 말고는 어류에서 거울검사에 성공한 종이 없었 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이다. 이 작은 물고기는 어떻게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을까? 과학자들은 특별한 생존 전 략에 주목했다. 청출청소놀래기는 주로 대형 어류 옆에 붙어서 죽은 피부 조직이나 기생충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이런 습성 때문에 자 신을 먹여 살려주는 고객 같은 대형 어류를 만족시키기 위한 생존 전략을 고도화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종을 자기와 구분하여 인식하 며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포유류에서도 흔치 않은 탁월한 자기 인식 능력을 획득했다 고 볼 수 있다.
- 이 해석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청출청소놀래기는 자 신의 고객을 만족시키고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더 먹음직스러운 고객의 피부 점막 대신 기생충을 먹는데, 가끔씩 참지 못하고 피부 점 막을 뜯어먹는 일종의 배신 행동으로 고객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 런데 다른 물고기가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고객의 피부 점막을 뜯어먹는 행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는 잠재 고객 앞에서 자신의 평판을 훼손하지 않고 좋은 이미지 를 주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자기를 인식한다는 것은 다른 개체 에게서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탐지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를 인식할 수 있는 종들은 이러한 능력 덕분에 자신과 유사한 다 른 개체와 무리를 지어 비교적 큰 사회적 집단을 이룰 수 있다. 

- 고무손 착시의 심리학적 · 뇌과학적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현재까지 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들이 자기 인식에 필요한 가 장 기본적 조건인 신체소유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발전한 자 기 인식에 관한 최신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자기'를 인식하 는 과정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과 밀접히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서 말하는 '감각'을 엄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각이란 외부 감각exteroception, 내부 감각interoception, 고 유수용성 감각 proprioception 등 세 유형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외부 감 각이란 신체 외부의 환경에서 오는 감각 정보를 말하며, 내부 감각이란 심장이나 다른 장기처럼 신체 내부의 기관에서 오는 감각 정보 를 말한다. 내부 감각은 외부 감각과 달리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외부 감각보다 변화가 크지 않고 대체로 우리가 예측한 상태를 항상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예외의 경우가 있다. 돌진하는 차량에 치일 뻔한다든지, 남몰래 좋아하는 이성이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든 지하여 심장 박동이 거세게 요동칠 때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고유수용성 감각이란 주로 근육이나 관절의 수용기로부터 뇌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말하는데, 몸의 움직임 또는 신체의 공간적 위치나 상태 등을 알려준다 고유수용성 감각 덕분에 우 리는 눈을 감고도 팔을 움직일 때 이 팔이 머리 위로 갔는지 옆구리 로 갔는지 바로바로 그 행방을 알아챌 수 있다. 고유수용성 감각은 우리가 손의 위치를 매번 포착하며 살아가지 않듯이 내부 감각과 마 찬가지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감각의 한 종류로 포함 하기도 한다. 어쨌든 내부 감각은 외부 감각보다 의식으로부터 상당 히 멀어져 있는데, 우리 의식 자체가 애초부터 내부 감각보다는 외부 감각에 민감하도록 발달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앞서 언급한 최신 심리학 이론 중 하나에 따르면, 우리가 외부 세 계와 구별되는 자신의 신체를 인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감각 정 보의 지각적 경험들 간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이 감각 정보들을 통 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과 관련된다' 고무 착시 실험에서 고무손 의 검지를 붓으로 문지르면 이 시각 정보가 뇌로 들어가 경험이 이루 어지는데, 이와 동시에 실제의 검지도 그에 상응하는 촉각 정보가 뇌 로 들어가 경험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시각 정보와 촉각 정보를 각각 동시에 받은 우리 뇌는 '동조synchronization 현상'이라는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두 지각적 경험을 통합하여 하나의 경험으로 해석한다.
동조현상은 고무손이라는 객체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중 요한 조건이다. 고무손과 실제 손을 문지르는 타이밍, 즉 시각 경험 과 촉각 경험이 조금이라도 어긋나 일치하지 않으면 고무손 착시는 발생하지 않는다. 고무손 착시는 서로 다른 감각 정보의 지각적 경험사이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지각적 경험들을 하나로 통합할 때 비로소 신체소유감이 생겨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상관관계를 일시적 으로 간단히 조작하기만 해도 신체소유감이 언제든 쉽게 바뀐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우리 뇌는 매 순간 다양한 감각 정보를 수집해서 이 정보들이 하 나의 통합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검사하는 것으 로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 눈앞에 놓인 커피잔으로 손을 뻗어 내손 가락이 커피잔 손잡이에 닿는 시각 경험을 하면, 손가락에서 커피잔 손잡이의 표면이 주는 촉각 정보가 감지되어 시각 정보와 동시에 뇌 로 전달되고 하나로 통합된 지각적 경험이 이루어진다. 이런 경험은 내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나의 신체와 환경 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며 통제한다고 느끼게 하며, 바로 자기감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 '나'의 경계선을 확장하는 뇌 부위가 있다
고무손 착시를 경험하는 순간 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 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우리 뇌가 신체소유 감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현상에 다가갈 수 있다.
그 해답을 찾아 나선 뇌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뇌 부위가 하나 있었다. 바로 측두-두정 접합부temporo-parietal junction, TP] 다. 뇌과학 자들은 왜 하필 이 부위에 주목했을까? 그 이유는 TPJ 혹은 그 주변 의 뇌 부위가 손상된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정상적으로 인식하는 못하는 장애가 발생한 사례가 의학계에 일찍이 여럿 보고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어떤 환자는 뇌 손상 후 자신의 한쪽 팔이 제 몸이 아닌 자기 조카의 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정 뇌 부위의 물리적인 연결 구조는 그 기능을 이해하는 데 매 우 중요하다. 따라서 어떤 뇌 부위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부 학적 위치부터 정확히 파악하여 그 의미를 추론해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두-두정 접합부"라는 특이한 명명에서 먼저 힌트를 찾아보자. TPJ는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측두엽 temporal lobe, 촉각 정보를 처 리하는 두정엽 parietal lobe,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 occipital lobe 이 만나는 경계선에 자리한다(그림 5). 그 위치로 봐서 TPJ는 외부 환경 에서 오는 시각·청각·촉각 정보가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영역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이 정보들을 통합하는 영역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그럼 TPJ의 기능이 신체소유감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오래전 부터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TPJ는 행위주체감 -sense of agency 을 만 들어내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행위주체감이란 '나'의 행동을 만 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인식이나 느낌을 말한다. 예 를 들어, 내가 허공에 삼각형을 그리려고 하는데 생각으로는 삼각형 을 그린다면서 정작 손가락으로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 기이할 텐데,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에게 컴퓨터 모니터로 조작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와 같은 상황을 연출해보았다. 이 경우 실제 손가락을 움직일 때 손가락 근육에 위치한 수용기로부터 전달된 근육의 수축이나 팽창을 알리는 신호인 고유수용성 감각 신호가 눈을 통해 전달되는 손가락의 움직 임을 보는 시각 정보와 일치하지 않게 된다. 고유수용성 감각 신호 와 시각 정보가 불일치하는 조건의 이 실험에서 뇌의 오른쪽, 즉 우 반구에 위치한 TPJ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 이와 유사한 실험을 가상현실 장비로도 해보았다. 참가자가 실제 로 손을 움직이는 방향과 다르게 손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었는 데, 실제의 동작과 영상의 동작 사이에 방향 차이가 커질수록, 즉 불 일치 정도가 증가할수록 TPJ의 활성화 수준도 함께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움직이는 방향은 같되 시간차가 발생하는 조건에서도 그 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손을 오므 렸다 펴는 동작을 시키며, 그 동작을 눈으로 보는 시간을 조금씩 지 연했다. 그 결과 손을 움직이는 행위에 이어지는 시각적 피드백이 지 연될수록 TPJ의 활성화 수준도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TPJ가 행위주체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감각 정보들의 일치 정도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고유수용성 감각 정보가 만드는 것
TPJ가 외부 감각 정보들을 통합하여 신체소유감을 수정하는 데 중 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맞다면, TPJ의 기능이 정지할 경우 고유 수용성 감각 정보가 만드는 신체소유감은 우세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고무손 착시 경험은 발생하지 않거나 매우 약하게 나타날 것이다.
-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뇌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 있다. 신경외과 환자의 TPJ에 직접 전기 자극을 주면 체외경험 of body experience, 즉 자신의 몸을 외부로 이탈하여 바라보는 듯한 경험 이나 팔다리가 공간적으로 변형되는 착각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뇌 손상 환자 대상의 연구 결과를 정상인에게 그대로 적용 하여 일반적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한 연구가 경두 개자기자극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이라는 뇌자극 기법을 활용 한 실험이다. TMS는 대뇌피질의 표면에 강력한 자기장을 유발하여 목표 지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기법이며, 뇌와 행동 간 의 기능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연구에서 자주 사용한다(그림 6).
- 최근 한 연구에서 TMS를 사용해 TPJ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 시킨 뒤 눈금자로 고무손 착시 경험의 정도를 검사해보았다!" 그 결 과 TPJ의 기능이 정지된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착시를 더 약하게 경험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로, 신체소유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각이나 촉각 같은 다양한 외부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TPJ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외부 환경에서 오는 감각 정보들 을 통합하는 기능에 방해 요인을 가했더니 오히려 왜곡 없이 정상적 으로 손의 위치를 지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고유 수 용성 감각 정보가 만드는 신체소유감이 외부 감각 정보가 새롭게 수 정한 신체소유감의 훼방을 받지 않는다면 손의 정확한 위치를 무리 없이 감지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외부 감각 정보는 정확한 신체소유감을 방해하기만 할까? 신체소유감을 만들어내는 데 외부 감각 정보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은 뭘까? 이 질문에 답하 기 위해서는 신체소유감을 결정하는 데 내부 감각 정보와 외부 감각 정보가 담당하는 역할을 좀 더 엄밀히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내부 감각 정보의 사령탑, 뇌섬엽
앞서 외부 감각 정보가 불일치할 때 정보를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하 는 TPJ가 작동하여 신체소유감을 수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외부 감각 정보가 아닌 내부 감각 정보는 어떤 신경학적 회로를 통해 신체 소유감을 형성할까? 매 순간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뇌는 끊임없 이 신체 내부에서 전달되는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심장으로, 우리 뇌는 매 순간 심장 박동을 모니터링한다. 심 장박동이 너무 빠르면 늦추고 너무 느리면 재촉하면서 적절한 범위 에서 박동수를 유지하도록 조절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동수의 정보 를 수집하여 예상 속도, 즉 기준점과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처럼 심장 박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잘 알 려진 뇌 부위는 바로 뇌섬엽이다(그림 7).
앞서 통증에 반응하는 뇌 부위로 언급한 바 있는 뇌섬엽은 대뇌피질의 일부인데, 뇌 속 깊숙이 숨어 있어서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주름을 위아래로 벌려야만 관찰할 수 있다. 뇌섬엽은 내부 감각 정보 를 통합한다고도 알려져서 내장감각피질 viscerosensory cortex 이라는 별명 으로도 불린다. 우리가 심장 박동수를 스스로 가늠해보려고 주의를 기울일 때 활동이 증가하는 부위가 바로 뇌섬엽이라고 밝혀졌다. 실 제로 자신의 심장 박동수를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들 은 뇌섬엽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부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뇌섬엽은 신체소유감 형성 에도 관여할까? 사실 의학계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신체소유감 결정 에 뇌섬엽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데 주목해왔다. 뇌 손상 환자 들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뇌섬엽 역할의 중요성을 입증 하는 대부분의 근거가 나왔다. 뇌섬엽이 손상된 환자들은 자기 신체를 인식하는 데 두 가지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하나는 자기 신체의 장애를 지각하지 못했다. 한쪽 팔이 마비되었거나 절단되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제 몸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뇌섬엽이 손상된 상태였다. 또 하나는 자기 신체를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신체로 오인했다. 한 75세 여성 환자는 수면 중 낯선 누군가 가 자기 몸을 만지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험에 시달리다가 내원했는데, 자신의 왼쪽 팔이 다른 사람의 팔인 줄 아는 증세를 보 여서 검사해본 결과 오른쪽 뇌섬엽이 손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고무손 착시의 객관적 증거를 살펴보면서, 고무손 착시를 강 하게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 고무손을 바늘로 찌르는 시점에 뇌섬엽 의 활동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는 고무손을 자신의 실 제 손으로 완전하게 지각함에 따라 뇌섬엽의 기능도 왜곡된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뇌섬엽이 만들어내는 신체소유감은 TPJ가 만들어내 는 신체소유감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 감각 정보 와 외부 감각 정보가 만들어내는 신체소유감이 일치하는 평상시에 서 벗어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차이를 경험하기 어려울 것 이다. 엄밀히 말해 뇌섬엽은 자신의 실제 몸에 속한 기관들이 보내는 정보로 정확한 신체소유감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 다. 한편으로 TPJ는 고무손 착시 실험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평상시 와 달리 외부 감각 정보가 신체 변화를 왜곡해서 알리는 조건일 때, 외부 감각 정보를 토대로 수정된 신체소유감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 하는 것으로 보인다.
- 내부 감각 정보와 외부 감각 정보는 각각 뇌섬엽과 TP]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신경 회로를 사용한다. 두 회로는 평상시에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며 신체소유감 형성 과정에 협력하지만, 고무손 착시 실 험처럼 신체 내부 신호와 외부 환경 신호가 불일치하는 특수한 상황 이 발생하면 각자가 담당한 기능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양상을 띤다.
이는 마치 신체소유감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한 보수와 진보 간 세력 다툼처럼 보이기도 한다. 뇌섬엽은 나의 신체라는 경계를 제한하고 그 범위에서만 신체소유감을 규정하려는 보수적 세력이다. 반면에 TPJ는 신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외부 환경으로 자신 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진보적 세력이다. 전자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후자는 유연성을 추구한다. 나의 생존에 필요한 신체소유감을 안정 적으로 유지하되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하고 확장해가려면 두 신경 회로가 긴밀하면서도 조화롭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들 간의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나'라는 범위의 한계는 축소와 확장을 반복하며 역동성을 띤다. 그리고 이 역동성은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할 '나'의 경 계선을 나의 신체, 가족, 집단, 국가, 인류 중 어느 범위까지 확장할지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 결국 데이비드는 검사 결과 진단을 받았는데, 바로 카그라스증후 군이었다. 이는 매우 희귀하다고 판명된 환각적 증후군으로, 1923년 프랑스 정신과의사인 카그라스가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다. 공식 의학 명칭도, 진단 체계도 엄연히 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 려운 정신 질환이다. 주변 사람들 눈에는 환자가 그저 멀쩡한데 헛소 리하는 모습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어쩌다 카그라스증 후군을 앓게 되었을까?
데이비드가 보인 증세를 관찰하고 연구한 미국의 라마찬드란 박 사Vilayanur S. Ramachandran 는 하나의 가설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의 얼굴 을 인식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존재하며, 카그라스증후군은 이 부위로 감정 반응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학적 경로가 끊어져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상인은 일반적으로 오래도록 친숙한 어머니의 얼굴을 대하면 적절한 감정적 반응을 기대하고, 실제로 그 기대에 부 응하는 신호를 받으면 비로소 자신의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에 관한 진술은 원리를 설명하는 내용이고, 실상은 그런 과 정이 의식할 새 없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서 단지 '나의 어머니나' 하고 저절로 알아볼 뿐이다.
이와 같이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과정, 나아가 데이비드 같은 카 그라스증후군 환자가 보이는 증세를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능동 적 추론 이론을 사용한다. 이 이론을 토대로 어머니의 얼굴을 알아보 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어머니의 얼굴'이라는 시각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그에 따라 발생할 만한 감정적 반응을 뇌가 예측한다. 그런데 감정적 반응을 전 달하는 신경학적 경로가 손상되어서 예상한 반응이 감지되지 않으면 예측 오류가 발생한다. 그러면 먼저 뇌는 혹시 잘못 인식했을까 싶어 다른 행동을 통해 시각 정보를 수정해보는 시도를 한다. 눈을 크게 떠서 어머니의 얼굴을 다시 주의 깊게 본다거나, 다양한 각도에서 어 머니를 관찰하는 등 여러 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이러한 모든 시도가 동일한 결과, 즉 나의 어머니임에 틀림없음을 알리는 결론에 도달하 면 이번엔 다른 조치로 나아간다. 즉, 어머니와 흡사한 이 여성이 적 절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것을 보니 나의 예측 모형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이 예측 모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깨 닫는다. 그 결과로 수정한 예측 모형은 이 여성이 나의 어머니와 겉 모습은 완전히 동일하지만 실제로는 로봇이나 외계인처럼 어머니를 그대로 흉내 내는 다른 존재라고 믿게 한다. 데이비드는 실제로 부모 는 물론 자기 자신도 자기와 흡사하게 생긴 다른 존재라고 믿었는데, 이러한 카그라스증후군 증세의 원리 또한 능동적 추론 이론으로 동 일하게 이해할 수 있다.

- 혈압이 높아지면 뇌는 수용체를 통해 혈관 내 부피와 혈관벽 상태 를 감지하여 항상성 반사 회로를 활성화한다. 수용체에 자극이 유입 되어 발화가 증가하면 이 신호가 심혈관 통합 중심부로 전달되어 혈 관과 심장에 대한 교감 조절이 감소하고 부교감 조절이 증가한다. 이 러한 반응이 혈관을 확장하고 심장 박동을 늦추어 혈압을 낮춘다. 이 처럼 신체의 각 기관은 저마다 발생한 항상성 불균형을 알리는 신호 를 뇌로 끊임없이 보낸다. 그리고 뇌는 이 신호들을 수집해 각각의 요구에 알맞도록 조치하여, 각 기관이 항상성을 회복하도록 한다.
- 하지만 자동적·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신체 항상성 조절 과정은 한 계가 있다. 이미 불균형이 발생한 뒤에 항상성을 회복하기란 매우 어 렵고 심지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대책은 예방이 라고 하듯이, 신체 항상성이 깨지기 전에 미리 짐작하고 방지하는 능 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처럼 신체 항상성 불균형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외부 환경을 활용하여 예방하려는, 유기 체 전체의 전략적인 신체 항상성 유지 방식을 알로스테시스라고 한 다(그림 8).' 알로스테시스는 생리적 또는 행동적 변화를 통해 안정성 이나 항상성을 달성하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유기체가 단지 미리 정 해진 설정값에 따라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항상성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 우선순위 분배부터 예측과 예방까지
알로스테시스는 다양한 항상성 조절 메커니즘을 조율하면서 유기체 전체의 생존 유지를 위한 '총체적 관점 holistic view'을 취한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의 항상성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소개한 자동적·수동적 신체 항상성 유지 방식과는 다른 알로 스테시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우선순위 분배다. 즉, 개 체의 생존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체의 특정 기관에 서 발생한 불균형을 일시적으로 무시하거나 유보한다. 아무리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으로 예상되더라도 현시점에서 비교적 덜 중요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어떤 조건에서 음식물 공급 이 안 되어 개체 생존이 위급해지면 생존에 당장 필요한 영양을 긴급 히 조달하려고 근육 손실과 혈액 산성도 감소가 발생하는 현상이 바 로 그 예이다.
이와 같은 알로스테시스의 특징은 생리적 반응 말고도 외부 환경 과의 상호 작용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극심한 배고픔에 오래 시달린 사람은 불이익이나 사법적 처벌이 예측되더라도 배를 채울 일념으로 수치스럽거나 위법한 행위를 감행하기도 한다. 극단적 허 기로 불균형해진 신체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목표가 공중도덕, 사 회 규범 등 외부 환경이 요구하는 모든 목표를 압도할 만큼 최우선으 로 긴급하기 때문이다.
- 알로스테시스의 두 번째 특징은 예측과 예방으로, 향후 닥칠 신체 항상성의 위기를 미리 가늠하고 방지하는 기능이다. 이를테면, 사막 한복판에 들어가야 하는데 갈증이 심각해져 체수분 부족으로 인한 인명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리 식수와 수분 보충원을 충 분히 준비하고 사막 현장 인근의 식수 공급처를 물색해 확보하는 일 련의 사전 대응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알로스테시스의 예측과 예방 기능은 생존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이 러한 알로스테시스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뇌는 과거의 유 사한 경험들을 기억하여 예측과 예방의 근거로 활용한다. 아울러 외부 환경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알로스테시스는 수많은 항상성 조절 반사 신경 회로를 통 합해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유기체 전반에 걸친 신체 항상성 조절 과 정이다. 매 순간 변화하는 신체 상태에 따라 이들 간의 우선순위를 알맞게 배정하고, 앞으로 다가올 항상성의 불균형을 예측· 예방하기 위해 외부 환경을 활용한다. 일생 뇌가 하는 일이란 이렇게 신체 항 상성의 불균형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환경을 활용하여 최선의 방법을 끊임없이 고안해내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알로스테시스는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을 최대한 일찍 예측하고 최소한 노력하여 예방하려는 방식인데, 항상성 불균형의 해소와 직 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새로운 보상을 찾아 학습하게 만들기도 한 다. 즉, 배고픔이나 통증 등을 해소해주는 일차적 보상이 아닌 돈과 같은 이차적 보상을 학습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차적 보상의 중요한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는 예측성이 다. 이차적 보상은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장차 발생할 신 체 항상성 불균형에 대비하는 기능을 한다. 미래에 겪을 배고픔에 대 응하기 위해 지금 돈이라는 보상을 미리 획득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둘째는 효율성이다. 이차적 보상은 다양한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 신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이 이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준다. 돈은 살 아가는 데 필수인 의식주를 모두 얻게 해주는 만능 보상이라는 점에 서 여러 보상을 개별적으로 얻는 수고를 줄여준다. 셋째는 영속성이 다. 신체의 요구 신호가 사라지더라도 이차적 보상을 얻고자 하는 노 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포만감이 들면 가치가 사라지는 음식에 비하 여, 돈과 같은 이차적 보상은 훨씬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동기를 만들어낸다.
이차적 보상의 매력은 이러한 특성에서 기인한다. 뇌가 추구하는 알로스테시스 과정, 즉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고 유기체의 생존 유지를 위해 우선순위를 분배하며 자원을 효율적 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정의 목표에 아주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라 서 이차적 보상은 처음에 학습하긴 어려워도 일단 학습하면 그 어떤 일차적 보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각인되어 우리 행동을 지배한다.

- 행복 호르몬의 역설
도파민 Dopamine의 작동 원리야말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차적 보상을 발굴하고 학습해가는 뇌의 알로스테시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생물학 적 증거이다. '행복 호르몬'으로 익히 알려진 도파민은 중뇌 Midbrain 에 서 생성되어 측핵 Nucleus accumbens 을 비롯한 여러 뇌 부위로 광범위하 게 전달된다.
사실 도파민의 기능을 단순히 쾌감과 연결해 설명하는 것은 온당 하지 않다. 원래 도파민은 보상 자체에 반응한다기보다, 엄밀히 말하 자면 기대한 보상과 실제로 주어진 보상 간의 차이, 즉 '보상 예측 오 류 reward prediction error'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9는 이러한 도파민의 기능을 잘 보여준다. 전혀 예측하지 못 한 상황에서 갑자기 음식이라는 보상을 받으면 도파민 세포가 강하 게 반응한다(그림 9A). 그리고 보상이 주어지기 몇 초 전에 소리를 들 려준 후 곧이어 음식을 제공하기를 반복하면 소리가 들릴 때 도파민 세포가 반응한다(그림 9B). 여기서 나타난 흥미로운 결과는 막상 음식이 제시되는 시점에는 도파민 세포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기대했던 보상이므로 놀라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리를 제시하고 음식을 주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러면 도파민 세포는 소리에 반응은 하지만 음식이 제시될 시점에 누락된 구간에 서 기준점보다 약하게 반응한다(그림 C). 이렇게 도파민 세포가 탐 지한 보상 예측 오류는 뇌에 저장된 보상 기대치를 변화시킨다.
세상 모든 담배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맨 처음 피우는 첫 모금이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잠시 강렬하게 느낀 이 행복감은 그 후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린다. 이 행복감을 다시 경험하 기 위해서는 하루라는 시간을 다시 견뎌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린 알 고 있다. 이 하루 첫 커피의 첫 모금이 주는 행복감도 매일이라는 시간이 겹쳐 지나가는 동안 서서히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것을. 행복감은 오랜 절제 끝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선물하는 찰나의 경험이다. 따라 서 행복은 그 찰나의 경험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절제의 시간을 오 래도록 쌓는 노력일 수밖에 없다. 행복은 그 경험을 향해 다가갈수록 도리어 더 멀어질 수밖에 없고, 단념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어깨를 잡 아채며 느닷없이 선물처럼 안긴다.

- 타고난 본성은 발달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외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그 본질과 다르게 변화하고 왜곡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일까? 타인의 기대를 기대하거나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얼굴이 예쁘길 바라는 욕망이 생 겨나는 것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예쁜 얼굴을 선호한다는 것을 무 의식적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순전히 자기만족으로 예뻐지고 싶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바라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자신 이 일생 동안 학습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중독과 착시는 비슷하다?
옥시토신의 기능을 두고 신체와 뇌 간의 소통을 촉진한다는 흥미로 운 주장을 펼친 연구가 있다. 옥시토신이 신체에서 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문을 더 활짝 열어줌으로써 뇌가 신체 신호에 더욱 민감해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신체 신호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갈증현상을 예로 들면,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는 유난히 갈증을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갈증이 나는 이유는 나트륨과 물이 혈관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압력, 즉 혈장 삼투압이 이미 주어진 설정 값보다 높아짐에 따라 예측 오류를 알리는 신호가 발생하고 이 신호 를 뇌의 시상하부가 감지하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이 설정값을 변 경함으로써 갈증을 느끼는 정도를 조절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설 정값이 낮아지면 예측 오류 신호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서 시상하부 가 이 신호를 좀 더 쉽게 감지하도록 도와준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서 혈액의 삼투압이 올라갈 때 옥시토신은 신 체 상태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갈증을 느끼게 하며, 유즙 분비 촉진을 위해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한 산모들은 바로 그런 이유로 이전보다 갈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신체 신호에 대한 민감도의 저하는 다양한 신체적 혹은 심리적 장애 와 관련될 수 있다. 그리고 옥시토신을 처치하면 이들의 신체 신호 민 감도를 다시 높여줄 수 있고, 그 결과 장애 치료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나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자신 의 신체에서 오는 신호들에 대한 민감성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 다. 사실 중독 현상은 고무손 착시와 유사한 점이 많다. 고무손 착 시는 자신의 실제 손이 아닌데도 간단한 외부 신호 조작에 따라 실제 근육에서 전달되는 내부 감각 신호를 무시하며 고무손을 진짜 손으 로 착각하는 현상이다. 약물 중독도 이와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유입된 화학적 신호가 뇌 속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면 신체 항상성 유지라는 보상의 근본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그 화학적 신호를 보 상으로 착각하는 현상이다. 내수용 감각 민감도가 낮은 사람이 고무 손 착시를 경험할 확률이 높았듯, 알코올· 니코틴 · 약물 중독자들도 정상인보다 내수용 감각 민감도가 현저하게 낮다는 사실 또한 이 두 현상 간의 유사성을 지지하는 중요한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환자들에게 신체 신호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주는 옥시토신을 투여할 경우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흥미롭게도, 알코올 이나 약물에 과다 노출된 사람들에게 옥시토신을 처방하면 신체 신 호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아직은 옥시토 신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 섣불리 크게 기대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위 험할 수 있다. 특히, 기본적으로 옥시토신 수준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은 달리 처치해야 하며 개인마다 적정 수준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는데, 옥시토신을 처치하면 나와 타인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해 인식한다고 한다. 이는 어쩌면 옥시토신이 내수용 감각을 증폭하는 기능과도 관련될 수 있다. 앞서 고무손 착시 실험에서도 내수용 감각 민감도가 높은 사람이 오히려 고무손 착시 조작이 주는 이질감을 쉽게 배제하고 착시를 경험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옥시토신 처치가 신체 신호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준 다면 자기감 또한 높여줄 테고, 그 결과로 자신과 타인 간의 경계가 오히려 명확해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옥시토신을 투여할 때 타인과의 유대감이 증진되는 것은 나와 타인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 아니라, 자 기감을 충족하고 확장하려는 욕구가 과도하게 증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타인을 자신의 사회적 욕구 충족을 위한 대상으 로 인식하고 나의 경계를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성 을 옥시토신이 높여준 것은 아닐까?
- 신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내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내적 모형을 자기감이라고 한다면, 물리적 환경 대신 내 주변 사람들이라는 사회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내적 모형은 자 존감 또는 자기효능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감은 사회적 관 계에서 형성되는 자존감과 같은 개념을 아우르는 더 포괄적인 개념 으로 볼 수 있다.
자기감이라는 내적 모형이 예측한 물리적 환경이 기대와 다를 때 예측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자존감이라는 내적 모형을 토대로 예 측한 사회적 환경이 기대와 다를 때 우리는 예측 오류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 예측 오류를 줄이기 위해 나의 자존감이라는 내적 모형이 수정될 수도 있고, 혹은 나의 자존감의 예측에 부합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환경을 바꾸고자 시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이성에게 호감을 느껴 고백했을 때 상대방이 단호히 거절한다면 나는 그 순간 강한 예측 오류를 경험할 것이다. 이 예측 오류가 부끄러움이나 수치감이라는 감정을 유발한다면 나 는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자존감이라는 내적 모형을 수정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 이 예측 오류가 분노감이라는 감정을 유발한 다면, 나는 내적 모형을 수정하는 대신 기존의 내적 모형이 예측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 이성에게서 내가 원하는 반응을 강압 적으로 끌어내고자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 나의 내적 모형이 나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에 잘 맞춰져 있으면 자 기감을 느끼는 것처럼, 내적 모형이 물리적 환경 대신 사회적 환경에 잘 맞춰져 있으면 자존감을 느낀다. 사실 뇌의 입장에서는 내적 모형 이 통제하는 환경이 물리적이든 사회적이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두 환경 간의 뚜렷한 경계선을 찾는 일도 녹록하지 않다. 우리가 물리 적인 환경보다 사회적인 환경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하게 생각하 는 이유는 어쩌면 후자가 나의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 다. 능동적 추론 이론을 적용해서 설명해보자면, 이미 뇌 속에 형성된 내적 모형이 예측 오류를 크게 내지 않거나 충분히 수정될 수 있을 만 큼 비교적 안정적이라면, 이는 곧 높은 자존감 혹은 자존심이 세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예를 들면,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시도한 나의 행동이 예 상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거나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나는 안정된 신체 상태 유지라는 목적을 위해 내 주변의 사회적 환경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도록 형성한 내적 모형이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더 이상 수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적 모형이 실제로 적절한지 부적절한 지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객관적 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평균 이상으로 적절한 내적 모형을 갖고 있으면서 항상 예측 오류를 경험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평균 이하로 부적절한 내적 모형을 갖고 있지만 예측 오류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자 는 늘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하고 불안해하는 유형이고, 후자는 소위 분위기 파악은 제대로 하지 못해도 항상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 도를 견지하는 유형이다.
- 문내측 전전두피질이 자기와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한 다면, 이 부위의 활동은 나와 유사한 사람과 유사하지 않은 사람 간 에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자기 참조 영역으로 알려진 문내측 전전 두피질이 자신뿐 아니라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타인을 평가 하는 상황에서도 활성화가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처럼 자 신과 유사한 사람과 유사하지 않은 사람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각기 다른 신경학적 회로가 사용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어쩌면 우리 뇌는 이미 생물학적 수준에서 자신과 유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 람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구별해서 처리하도록 설계된 걸까? 자신과 의 유사성 정도에 따라 다른 뇌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집단 갈등의 원 인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과 유사한 내집단과 이와 대립하는 외집단을 구별하고, 외집단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형성하며 집단 간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에 관하여 신 경과학적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 아기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신체의 신호에 이미 익숙하다. 심장과 각종 내장 기관들에서 오는 내부 감각 신호에 어떻게 대응할지 이미 숙지한 상태로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나오는 순간부터는 세상이라 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외부 감각 정보에 노출되고 신체 항상 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배워 나가 야 한다. 이 때문에 내부 감각 신호에 주로 반응하는 복내측 전전두 피질은 외부 환경 신호에 주로 반응하는 배내측 전전두피질의 도움 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배내측 전전두피질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 서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신체 항상성 유지를 위해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기 때는 체온이 떨어지면 근육 긴장도를 높여 몸을 떠는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체온을 높이는 수동 적 방법을 사용했다면, 자라서는 옷을 찾아 입는 행동을 취해 추위를 경험하기 전에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배내측 전전두피질 간의 이러한 긴 밀한 상호 협력 과정이 바로 알로스테시스의 가장 핵심적 기능이다. 이러한 위계 구조를 고려할 때,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배내측 전전 두피질의 중간에 있는 문내측 전전두피질의 기능은 좀 더 특별하다. 해부학적 위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부위는 내부 신호와 외부 신호를 모두 통합하여 이들 간 균형을 찾아가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부위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가치를 수정해 서 선택하는 순간 그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위가 자기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으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유추 해 볼 때, 신체가 만들어내는 생명 유지의 욕구가 환경이라는 제약과 충돌할 때 이 두 힘 사이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기능을 담당하 고 이 과정에서 바로 '자기'라는 개념이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강력한 내적 동기를 지니며, 이는 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 타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일 상황을 피하려는 동기에서 비롯한다는 주장이었다." 타 인의 기대를 깨는 행동은 내가 기대하지 않은 타인의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사회적 환경 때문에 나는 신체 에너지를 추가로 소비해야 할 테고 이를 감지한 뇌는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만 들어낼 것이다. 신체 에너지라는 유한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된 우리 뇌는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스럽 게 타인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는 것이다.
이 새로운 이론은 인간이 도덕적 직관 moral intuition 을 형성하고 사회적 압력에 따라 행동하는 현상을 생물학적 수준에서 설명하는 데 매 우 유용한 토대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한 내측 전전두 피질의 위계 모형과도 일치한다. 예를 들어 나와 누군가의 의견이 일 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주로 반응하는 뇌 부위는 복내측 전 전두피질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나와 상대방의 의견이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주로 반응하는 뇌 부위는 배내측 전전두피질 로 밝혀졌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주로 오랜 경험을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되 는 가치들이 저장된 곳이다. 반대로 배내측 전전두피질은 복내측 전 전두피질에서 예측 오류를 전달받아 활성화되며, 외부 환경으로부터 추가 정보들을 수집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복내측 전전두피질 에 저장된 가치를 수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나와 타인의 기대가 일 치하면 추가 에너지 사용이 불필요한 상황이지만, 둘 간의 기대가 불 일치하면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추가 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게 우리 뇌는 불안감이 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을 회피하도록 설계된 우 리 뇌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의견을 따라가는 동조 행동을 보인다. 동 조 행동은 불필요한 신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생존 가능성을 극 대화하기 위한 뇌의 전략적인 대응 방법이다.

- 주변 사람의 기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나의 통제 아래 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그 정보를 토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행동하 도록 만들고 그들에 대한 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 터이다. 이처럼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추정치가 '자기감'이라면, 주변 타인들이라는 사회적 환경을 내가 원 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주관적 추정치를 '자존감'이 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정의는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자존감의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자존감이라는 용어는 개인이 외부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기에 대해 갖는 가치 판단 을 가리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신이 얼마나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 는지 등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존감은 내가 나 를 어떻게 보는지를 의미하므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와 는 무관하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나를 보는 시 각이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각과 완전히 무관할 수 있을까?
- 자존감 낮은 사람이 특히 에너지를 쏟는 것
우리는 일상에서 자존감이 높거나 낮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리 고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 은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 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회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그 결과를 예상하 고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 과정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 루어진다. 예를 들어, 새로 이사 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 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행동이 그 사람의 반가운 인사와 호감을 이 끌어낸다면, 그 결과 나에게 긍정적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같은 행동에 무반응이나 싸늘한 눈초리만 돌아온다면, 나는 괜한 행 동을 했다는 생각에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아 무리 사소할지라도 어떤 사회적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에게 줄 이익과 비용을 모두 고려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익과 비용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각각의 가중치가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는 자신이 경험해온 과거 선택의 결과 들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사 회적 행동의 결과를 계산할 때 이익에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는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지니는 가치를 더 강하게 느낀다는 의 미다. 그 결과 이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시도할 때 이 행동의 결과가 초래할 비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마도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 계량기는 일시적인 사 회적 실패에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충분한 완충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 결과 사회적 실패에 덜 영향을 받거나 그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도 간과할 가능성이 높다. 즉,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 신의 인사에 상대방이 보인 퉁명스러운 반응은 다음번에 다른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보일 반응에 대한 예측치를 수정할 만큼 놀라운 사 건이 아닐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이전에 수많은 유사한 경험 속에서 상대방에게 받아온 긍정적 반응들 덕분일 수 있다. 이 경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예측치를 수정하기보다는 방금 전 엘리베이터에 서 만난 그 사람이 특이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 동일한 상황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선택 과정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이들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리라는 믿음이 낮으며, 자신이 두 려워하는 상대방의 거절은 특히 고통스럽게 느낀다. 따라서 상대방 의 거절이 초래할 비용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여 사회적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곤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상대방이 보낸 퉁명스러운 반응을 무시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정적 예측치를 더 공고히 하거나 오히려 더 낮추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앞으로도 동일한 상황에서 낯선 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 fMRI 실험이 종료된 후, 이번에는 참가자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상대방에게서 얼마나 많은 비율의 긍정적 ('예') 피드백을 받았 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자존감 높은 사람들이 보고한 긍정적 피드백의 추정치 비율이 낮은 사람들의 것보다 훨씬 컸다. 흥미로운 점 은, 자존감이 낮은 참가자들의 추정치가 실제 비율인 50%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긍정적 피드백의 비율을 과대평가하거나 낙관적인 편향을 보인 반면,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사회적 피드백을 더 정확하게 추정해냈음을 시사한다. 이런 두 집단 간 행동의 차이는 앞서 소개한 뇌 반응의 차이와도 잘 부합한다. 이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사회적 정 보가 긍정적인지 혹은 부정적인지를 더 명확히 구분하면서 이 정보 들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더 많은 주의나 기억 자원을 할당한 다는 증거일 수 있다. 즉, 사회적 보상을 탐색하고 그것을 얻을 기회 를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는 의미다.
- 자존감 불균형은 과도하거나 오랜 기간 지속된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사회적 평가에 의해서도 얼 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갑자기 높은 인기를 얻은 연예인이 경험하는 공황장애가 지나치게 많은 긍정적 평가 때문에 발생하는 자존감 불 균형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들이 과연 자존감이 낮아서 이런 문제를 보이는 것일까? 자존감 을 절대적으로 낮거나 높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산이 높아졌건 골이 깊어졌건 경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자존감 불균형이란 이처럼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과도한 사회적 평 가로 인하여 마음속에 경사가 생기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로 인한 자 존감의 불균형은 다시 균형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뇌의 적응적인 반 응을 촉발한다. 바로 '자기방어 행동self-defensive behavior'이다.
 
- 사회성이 '너무' 높은 사람의 비애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잘 파악하고 이에 적절한 반응을 잘 선택하는 사람을 일컬어 사회성이 높다고 평한다. 뛰어난 사회성은 복잡한 현 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개성으로 손꼽히곤 한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은 분위기 파악을 잘하지 못하고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 러 주변 사람의 부정적 평가를 초래하곤 한다. 지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회성이 부족하면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욕구나 감정은 최대한 숨기고 타인의 욕 구와 감정을 섬세하게 헤아려 그들의 기대에 잘 부합해 행동해고자 노력하곤 한다.
이런 노력은 생존 가능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알로스테시스 과 정으로부터 비롯되었으나, 문제는 과도한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생 존에 필수적인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살피는 데 소홀할 수가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항상 자신의 긍정적인 모 습을 보여주고 좋은 인상만을 심어주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와 자원 을 소모하는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후속 연 구에 따르면 타인의 부정적 평가를 모니터링해서 부정적 평가가 누 적되면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누적 피드백 편향 효과가 우 울증 지표와 관련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일상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항상 자존감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불균형을 다시 해소하 기 위해 지속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타 인이 나에게 보낸 부정적 피드백들을 기억하기 위해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고, 이들에게 더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더 복잡 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러한 상태를 일컬어 '자기의식 self-consciousness 적 과정'이라 하는데, 이러 한 과정은 죄책감, 수치심, 당혹감 등과 같은 다양한 자기의식적 감 정을 수반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자기의식적 감정은 생존을 위 해 필요한 적응적인 감정이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불균형을 악화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알로스테시스 과정은 신체 내부 신호에 의존하던 선택을 점점 외부 신호에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바꿔 나간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체 내 영양분이 부족하면 뇌로 신호를 보내 영양 섭취를 할 수 있는 음 식을 먹었지만, 점차 냄새·색깔·맛에 끌려서도 먹고 하루의 일과로 때가 되면 먹고 지인들과의 친목이나 사회적 용무로도 먹는 등 음식 을 먹는 행동이 변화한 과정을 떠올려보자. 이와 같이 신체 내부 신 호를 기준으로 해결해오던 신체 항상성 문제를 점차 외부 환경의 신 호들에 기반하여 해결하도록 변화하는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런 이 유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신체 내부에서 오는 신호들에 대한 민감도 가 빠르게 감소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 항상성 유지를 위해 외부 환경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 은 전반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뇌의 에너지 소모도 줄일 수 있 는 효율적인 문제 해결법이 된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도파민의 예처럼 지나치게 외부 신호에만 의존하면 신체 항상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는 오히려 멀어지는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 수 있다. 신체 내부 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환경의 신호를 활용하는 알로스테시 스 과정을 통해 뇌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 목적과는 다소 동떨 어져 보이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형태의 다양한 이차적 보상들을 새 롭게 찾아서 학습해 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이차적 보상이 더 이상 신체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태를 제대로 인 식하지 못한 채 이차적 보상에만 계속해서 과몰입할 경우, 역설적이 게도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알로스테시스는 개체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뇌가 최대한 일찍 이 최대한 많은 보상을 예측하는 신호를 찾아 보상을 얻어내게 하며, 이런 식으로 위협 요인도 사전에 회피하게 한다. 예를 들어, 고통을 느낀 뒤에야 피하기보다는 고통을 예측하여 미리 피하는 것, 배가 고 프기 전에 미리 먹을거리를 찾아나서는 것 등이 위협 요인들을 회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알로스테시스의 지칠 줄 모르는 예측 기능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이미 충분히 배 가 부른데도 미래에 겪게 될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신체 영양분 공급 이 필요한 수준으로 미리 정해진 설정값을 무리하게 조정하여 계속 음식을 먹는 상황, 혹은 이미 사라졌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포식자를 벌써 예상해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도망칠 방법을 모색하며 신체를 늘 비상 태세로 유지하는 상황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도파민의 작동 기제에 대한 정교한 이해는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기대하지 않은 보상이 유발한 순간적인 행복감은 보상에 대한 기대 수준을 수정함으로써 새로운 균형점을 설정하게 하고, 이렇게 높아진 기대 수준은 오히려 불행의 범위를 확장하여 불행에 빠질 확률을 높인다. 다시 말해, 행복을 얻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불행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 이미 한번 떠난 지금보다 불행했던 이전의 상태로 다 시 돌아갈 수 없다.
바닥 타일에서 발을 떼는 순간 타일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나가는 방에 있다고 해보자. 안전한 지대로 옮아가려고 한발 한발 내 디딜 때마다 이미 디딘 타일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새로 디딜 타일들 은 개수가 점점 줄기만 한다. 이런 비유로 보면, 불안전을 떠나 안전 을 얻었다는 것은 이제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선택지 중 안전한 것보 다 불안전한 것이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행복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전의 상태보다 나은 상태를 찾았다는 뜻이며 그 만큼 나는 불행한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보상을 받는 상황도 불균형을 증가시키는 사건이고, 이 불균형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다.
불행에 빠질 확률이 증가하면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알로 스테시스 기능이 다시 작동한다. 우연히 시험 성적이 올라 행복을 경 험하면 나와 주변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 성적의 상승 가능 폭은 더 좁아지고, 이전 성적보다 상향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 안감이 점점 더 커져서 이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 나는 더 노력할 수 밖에 없다. 항상성의 불균형을 최대한 일찍 예측하고 예방하려는 알 로스테시스 기능은 결국 우리로 하여금 벼랑 끝까지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도록 채찍질한다. 어쩌면 불행이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
-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은 앞서 든 트램펄린 예시에서 주변의 작은 공들 까지 끌어모아 웅덩이를 점점 더 키워가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처 를 자기 의식 self-consciousness 이라 한다. 두 번째 방식은 트램펄린 예시 에서 무거운 쇠공을 어떻게든 빼내듯이 처음엔 힘겹더라도 다시 균 형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처를 자기 인식 self-awareness 이라 한다. 자기 인식은 많은 노력을 요구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해주는 근본적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다. 반면에 자기 의식은 불균형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다른 대상으로 원인을 돌려 스트레스와 불균형을 오히려 점점 더 키워가는 대처 방식이다. 이 과정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더 이상 불균형 해소가 어려운 상태로 빠질 수 있다.
- 자기 의식이란 언젠가는 파도가 몰려와 힘없이 허물어버릴 모래 성을 간신히 버티면서 아슬아슬하게 쌓아가는, 마치 묘기를 시연하 는 것처럼 불안해하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해가 는 방식이다. 반면 자기 인식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의 불안정성을 명 확히 알아차리고 좀 더 단단한 기반에서 더 내구성 좋은 재료들을 하 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성을 만들어가는 자존감 불균형 해소 방식이다. 지금까지 만든 모래성이 아까운 마음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겠지만, 이 성을 차마 허물지 못하고 새롭게 출발하지 못한다 면 나중에 파도가 몰려올 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충격을 경험 할 것이다. 자기 인식이 주는 순간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과거의 나를 정리하고 새로운 나를 찾아간다면, 느리지만 훨씬 오래 먼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 어쩌면 우리가 어떤 얼굴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우월 유전 자가설이 제시하는 것처럼 그 얼굴 소유자의 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는 외부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이고 유창하게 처리하며 저장하기 위해 우리 뇌가 발달시킨 정보 처리 메커니즘이 낳은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이 메커니즘은 모든 개별 예시를 저장하 는 대신에 이 예시들을 가장 잘 대표하는 원형만 추출하여 저장함으 로써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발달해왔 을 것이다. 개별 예시들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원형을 더 유창하 게 처리함에 따라 유창하게 처리한 자극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 주장을 잘 뒷받침한다.
우리는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원형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지만, 그것이 어떤 얼굴이 다른 얼굴보다 더 매력적인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원형을 좋아하는 이유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정보 처리의 유창성 fluene과 긍정적 감정을 연결하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 나보다 계급이 높은 타인을 향해 나의 모든 자원을 집중하 면, 자연스럽게 이와 반대되는 타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어들 수밖 에 없고 심지어 혐오감마저 느낄 수 있다. 특히 생존에 위협을 느끼 는 상황에서 우리 뇌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권력의 구심점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성이 강해진다. 권력을 가진 강자 혹은 다수 집단 에 다가가려 하고 그 반대인 약자 혹은 소수 집단으로부터는 멀어지 려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에 위기가 오면 너무나 쉽게 차별과 혐 오가 증가하는 현상에 뇌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권력을 향한 과도한 집착과 함께 나타나는 차별과 혐오는 뇌의 범주화 능력 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으로 보아야 할까?
- 익숙함과 새로움 간의 딜레마는 어쩌면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뇌에는 상반된 기능으로 경쟁하는 두 가 지 신경 회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안정성이나 익숙함 을 추구하는 신경 회로, 또 하나는 가소성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 경 회로다. 최고의 여행 경험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신중한 균형 에서 비롯하듯이 일상의 만족도 역시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신중 한 균형이 필요하다. 둘 사이의 최적의 균형은 건강한 두뇌를 유지하 는 전략으로도 중요하다.
일생 동안 끊임없이 익숙함과 새로움 간의 균형을 추구하며 가치 를 학습해온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신체와 환경의 변화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생존을 위한 핵심적 가치들을 점차 터득하게 된다. 바로 직관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 신체 항상성 유지라는 목표를 위해 뇌가 일생 동안 학습해온 타인 의 기대들, 즉 도덕적 가치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거의 모든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 행동을 제약하고 감정을 유발한다. 이 과정 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기는 우리가 태어난 시점에 가지고 있던 '원초적 자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필연적으로 자존감 불균형 을 발생시키고, 이 불균형을 해결해나가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남은 생애 동안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가 아닐까?
- 험담의 동기에는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사실 누군가가 정말 싫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인 행동은 단 순히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그 대신에 그 사람을 험담하 기로 선택했다면 이 행동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보상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험담하는 행동의 기저에 다른 동기가 추가되었다 는 말인데, 그 동기로 가장 흔하며 강력한 것이 바로 인정욕구다. 이 런 관점에서 보면, 타인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해 혐오감을 표출하는 행 동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불균형의 원인을 정 확히 파악하여 해소하는 데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들기에 더 간편하 고 빠른 방식을 채택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바로 차별과 혐오의 언어다. 노인을 비하하는 신조어 "틀딱충은 노인 때문에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거나 권리가 침해된다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서 가장 쉽고 충동적으로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된장녀" 같은 여성 혐오적 표현은 여성에 대한 성적 충 동이나 위축감 등을 해소하려는 동기에서 비롯한 일종의 감정 조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자존감의 불균형 상태와 불균형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 상태 그대로 남는다. 자 신의 근거 없는 험담이나 공격에 죄책감이 들어 억누르고자 그 행동 을 정당화할 논리적 근거를 끊임없이 찾는다면, 오히려 자존감 불균 형은 점점 더 악화할 것이다.
- 자기불구화란 자존감 저하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 지 않거나 목적과 반대로 선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험 성적이 조할 것이라 예상하는 경우, 시험 전날 일부러 공부를 하지 않음으로 써 성적이 자신의 무능력 때문이 아닌 게으름 때문이라는 변명을 스 스로에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하려는 행동을 자기불구화로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점점 더 불리한 상황으로 일부러 자신을 내거나 상 황을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만들어가는 일은 왜 벌어질까? 상황이나 운이 나빠서 나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변명 이 때로는 능력 없어도 운이 좋아 일이 잘 풀렸다는 말을 듣는 것보 다 더 나은 경우도 있다. 나의 자존감 불균형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면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키는 선택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뇌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도록 설계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과거를 회상할 때 활성화하는 부위와 미래를 상상할 때 활성화하는 부위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 연 구 결과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러한 증거는 기억이 주로 미래 를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는 주장과 상당히 일치하며, 미래에 대한 예 측은 결국 과거의 기억이라는 재료를 재구성한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주장과도 상통한다. 궁극적으로 생존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유기체에 서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은 한 뿌리에서 자 라난 두 줄기 심리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외부 환경을 관찰하고 분석하거나 타인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들을 통제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궁 극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최적화되었다. 따라서 뇌는 생겨나는 시점 부터 신체에서 외부 환경으로 관심을 돌려 끊임없이 외부 환경의 변 화를 예측하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뇌의 관심 범위는 신체로부터 외부로 확장하지만, 신체의 항상성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것에는 변 함이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대상은 나와 별 개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의 뇌가 신체의 항상성 유지에 필 요한 정보만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기억하고 느 끼는 모든 경험이 심장 박동과 관련된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다'
- 이처럼 관심 범위를 신체에서 외부 환경으로 끊임없이 확장하도록 설계된 뇌의 작동 방식은 상대적으로 관심 범위를 외부에서 내부 로 옮겨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분석하여 원인을 찾기 위한 목적에 는 맞지 않는 편이다. 즉, 뇌의 관심을 외부 환경에서 내부로 옮겨 자 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뇌가 설계된 방식을 역행하는 작동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뇌의 설계 방식 때문에 우리는 항상 괴로움 이나 불안의 원인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 혹은 주변 상황에서 찾을 운명인 것은 아닐까?
- 사실 뇌는 인간이라는 유기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관인데, 이런 뇌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기능은 바로 신호 전 달이다. 특히 신호 전달에 필수적인 휴지기 동안 신경세포막 안팎의 전위차를 되돌리고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할애한다.' 다시 말 해서 어떤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활동 전위를 만들어내면 세포막 전위의 균형 상태가 깨지게 되는데, 이를 다시 균형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에너지의 상당량을 소모한다는 뜻 이다. 이처럼 휴지기 동안 전위를 일정한 상태로 되돌리는 일은 다음 에 전달받을 신호를 정확히 감지하고 새로운 활동전위를 만들기 위 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잔잔한 수면에 먼 지만 떨어져도 파문이 일듯이 모든 감각을 극도의 민감 상태로 유지 하기 위해 우리 뇌가 취하는 중요 전략이다. 이렇게 균형점을 찾은 상태는 특정한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되 그 자극에 지나치게 몰입하지는 않도록 해준다.
- 뇌섬엽이 수집하는 항상성 불균형 알림 신호가 감정을 구성하는 중 요한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 했다.20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는 뇌섬엽과 신체의 긴밀한 소통 을 통해 내부 감각 신호를 매 순간 받아들임으로써 신체 상태가 예측 범위에서 벗어났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며, 이를 통해 신체 항상 성 유지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신체 항상성이 깨지면 이 로 인한 신체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뇌섬엽으로 전달되고, 신호를 받은 뇌섬엽은 이 상태를 감정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 볼 때, 감정이란 신체의 항상성이 깨졌음을 감지한 뇌의 반응, 또 는 신체의 항상성 회복을 위해 특정 행동을 촉발하는 뇌의 신호나 다 름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비난에 괴로움의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이러한 비난이 장차 초래할 신체 항상성 불균형(사회 격리로 인한 생존 의 위협)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행동(타인의 신뢰와 호감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행동)을 뇌가 촉구하기 때문이다.
- 신체 상태는 끊임없이 변하고, 신체의 기관이 각자의 항상성 조절을 위해 뇌로 보내는 신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의 가짓수는 거의 무 한대다. 일단 위장·신장·심장 세 기관만 놓고 보면, 항상성 불균형 신호가 각자 온 과 오프로 두 가지만 있다 쳐도 이미 2의 세제곱 으로 총 8개의 신호 조합이 나온다. 신체 기관의 개수가 늘고 각각 의 기관이 보내는 신호의 크기도 다양해지면 신호 조합은 어마어마 하다. 더욱이 신체 내부 감각 신호뿐 아니라 외부 환경에서 오는 신 호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상태의 신체 항상성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외부 환경 또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종 합해 추론해보면, 엄밀히 말해 우리는 정확하게 동일한 '감정'을 두 번 이상 겪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뇌는 매 순간 신체 신호와 외부 환경이라는 제약 조건을 모두 고려하여 최적의 반응을 선택하는 복잡한 정보 처리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제한된 용량 때문에 수없이 많은 신체 신호에 모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뇌는 새 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 바로 신체 상태와 외부 환경의 조합들을 비 슷한 것끼리 하나로 묶어 일정한 개수의 범주로 분류해 처리하는 것 이다. 이러한 범주화를 통해 우리가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분노 혹은 행복감 같은 감정이 생겨난다. 감정의 범주화는 정보 처리의 효율성 을 획기적으로 높여주기는 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신체 상 태의 미묘한 차이를 제한된 범주로 분류해내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 감정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불균형이 발생했음을 알려주 고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한 해소법을 찾도록 알려주는 신 호라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불균형 해소는 좋은 방식과 나 쁜 방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균형의 원인을 파악하기 전에 정확 하지 않지만 익숙한 대응으로 불균형을 일단 해소하는 방식이 있고, 시간이 걸려도 일단 원인부터 파악한 후 그에 따라 불균형을 해소하 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자기계발서의 주장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다만 나쁜 감정 해소 방식이 있을 뿐이다.
- 상처 입은 나는 피해자고 상처 입힌 타인은 가해자라는 단순한 이 분법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가리고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 상대 방은 기본적으로 악하고 나는 지나치게 착하다는 생각은 대부분 착 각이거나 일종의 방어 기제로 볼 수 있다. 내가 괴로운 이유는 '착한 나' 때문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이고 무례한 상대방 때문이라는 생각 은 즉각적으로 위안과 편안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건네는 자기계발서나 공감형 힐링 에세이가 인 기를 끄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착하기 때문에 쉽게 상처 받으므로 나에게 상처 주는 자기중심적이며 무례한 사람을 잘 찾아내 미리 피하거나 제대로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가장 심각한 자기방어 행동일지도 모른다. 이런 대처는 나 자신은 전혀 바뀌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외부의 적만 만드는 일종의 자기 의식적 감정 해소 방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다치거나 변하지 않고 수동적 으로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깨알팁'만 손쉽게 얻으려는 것은 장 기적으로 무익하고 해롭기까지 할 소지가 다분하다. 나도 모르게 나의 정신과 신체를 지배하는 무의식적 방어 기제를 찾아내어 직시하는 것 은 대단히 힘겨운 전쟁이다. 이 전쟁을 외면하고 쉬운 길을 찾기에 급급한 태도는 결국 내 삶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일상에 '사이코패스'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으면서 자기중심 적인 사람을 혐오하며 가리키는 말로도 종종 쓴다. 하지만 모든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 사이코패스일 리는 없다.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인 다는 것은 대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상을 향한 나의 반응을 획일 화하고 정형화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사이코패스로 분류하고 그 렇게 이름 붙이는 순간 그 사람과 나의 관계는 단절되어 회복할 가능 성이 희박해진다. 내가 "사이코패스"로 호명해버린 사람과는 어떠한 대화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바로 혐오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인정 욕구를 버리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나 한평생 키운 인 정 욕구는 결코 쉽게 무시할 수도, 억누를 수도 없다. 억누르려 들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튀어나오는 인정 욕구에 실망하고, 자신을 혐 오하거나 원인과 분노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정 욕구를 감추고 억누르기보다는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 다. 인정 욕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요인이 자극했는지 파악해보 려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인색한 누군가를 너무나 싫어하는 나의 모습 을 알아채면 내가 타인에게 이기적인 사람으로 인식될까 봐 몹시 불 안해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또 내가 잘난 척하는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을 스스로 알아채면 과거에 그와 유사한 행동을 했던 자신에게 실망하고 혐오감을 느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당시 내가 왜 잘난 척하고 싶었는지 찬찬히 떠올려 깊이 이해해보면 지금 잘난 척하는 상대방을 향한 부정적 감정이 누 그러지기도 한다. 내가 과거에 감정을 어떻게 해소했느냐에 따라 지 금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인을 향하는 나의 강한 감정은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있다. 누군가를 유난히 싫어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 감정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가장 두려 워하는 대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과정에 서 그동안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나의 불균형을 키웠던 감정의 원인을 찾아 해소하고 타인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나의 감정이 반응하는 상황과 대상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나의 가 치관과도 조우한다.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 을 추구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나보다 부유한 사람을 볼 때와 나보다 이지적인 사람을 볼 때 누가 더 부러운지 비교해보자. 이지적 인 사람을 더 부러워한다면 나는 지성을 갖추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 이라고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재력을 중요한 가치로 여 기는 삶을 산다면 이지적인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의 버튼이 쉴 새 없이 눌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 버튼이 눌리는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 자기 감정 인식의 어려움에 관하여
감정은 신체가 보내는 일종의 도움 요청 신호이며 이 신호에 답을 가 장 잘하는 방법은 바로 그 감정을 유발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제거하 는 것이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뇌는 감 정을 경험할 때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 해소하는 것보다는 외부 환경 을 변화시켜 해소하는 방식에 훨씬 더 익숙하며 그렇게 진화하고 발 달해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기 감정 인식은 뇌가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발달하는 방향과는 다른, 어쩌면 그 반대 방향으로 맞춰진 심리 과정이기 때문이다.
- 나의 신체가 항상성 유지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에서 뇌가 발명해낸 인정 욕구는 나의 생존이라는 목 적을 위해 삶의 의지를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의 응집체이자, 내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 나은 상태를 향해 나아가도록 나를 재촉하는 온갖 부정적인 상상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인정 욕구는 나를 둘러싼 타인이 나를 더 좋아하도록 만듦으로 써 생존이라는 나의 목적을 달성할 방법을 고안하고 학습하는 데 내 가 가진 모든 자원을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기 감정 인식이란 이처럼 거침없이 직진 본능만을 따르는 인정 욕구가 다른 욕구와 충 돌할 때, 충돌 현장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가 더 넓은 시야로 조망하게 해준다.
이런 새로운 관점은 그 충돌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해소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자기 감정 인식은 어쩌면 본능을 거스르는 뇌의 특별 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이 능력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능력일 수 있으 며 이들조차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만 얻는, 얻은 뒤에도 잠 시만 소홀히 하면 이내 잃어버리는 매우 값진 능력일 것이다. 현대 과학은 이런 자기 감정 인식 능력을 향상할 보편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 기억은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라 매우 불안정하다. 많은 심리학 연구 를 통해 기억의 불안정성과 왜곡 가능성이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기 억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은 바로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릴 때다. 우 리가 뭔가를 기억해내는 순간 그 기억은 가장 불안정해지고 왜곡이 나 삭제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떠올린 기억 은 다시 저장해야 하고, 이처럼 활성화한 기억을 재저장하는 데 단백 질 합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험쥐가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억제제를 주입했더니 기억 재저장에 실패하여 기억 이 삭제된 것이다.
- 기억 재강화는 기억 문제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치료 법을 마련해준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니코틴 등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중독 행동을 유발하는 대상에 대한 기억만 선택적으로 제거해줄 수 있다. 또 대형 참사의 생존자나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호소하는 극도의 공포심 또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줄여주는 데도 크 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런 희망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억 재강화 현상을 실제 임상 적 치료 방법으로 이어가려는 연구들은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실험쥐에게 투약한 약물이 인간에게는 치명적 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안전한 약물을 사용한 대안적 연구 들은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기억 재강화 관련 연구는 자존감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뇌과학 적 방법을 고민하는 데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자존감 불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반응은 대부분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이처럼 저절로 촉발하는 자기방어 행동은 자존감 불균형을 회복시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불균형을 회복시켜주지 않는 자기방어 행동을 수정하지 않고 계속 반복하면 나중에는 수정이 거의 불가 능한 상태로 굳어질 수 있고, 이런 상태를 곧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로 볼 수 있다. 삭제하기는커녕 새로운 정보들까지 추가하여 이전보 다 더 자주, 더 강하게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더 극단적인 기억으 로 왜곡하여 괴로운 감정을 배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 때 나의 농담에 '썩소'를 날린 직장 동료의 얼굴이 잠자리에서도 계 속 떠올라, 동료가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에서 모조 리 끄집어내 결국 그를 나를 파멸시키고 싶어하는 악마로 둔갑시킬 수 있다.
기억 재강화 현상은 자존감 불균형이 발생한 바로 그 시점이야말로 잘못된 자기방어 행동을 수정할 절호의 기회임을 보여준다. 모든 상황이 종료한 후 지나간 상황을 다시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는 것도 효과적일 테지만 그 효과는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아무리 생생하게 그 상황을 상상해내더라도, 실제 그 순간 외부 자극이 반응을 촉발하 는 과정에서 활성화된 전체 신경세포 네트워크 내의 연결을 전부 똑 같이 재활성화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존감 불균형 이 발생하면 그 즉시 감지하여 잘못된 연결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연 결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 자존감의 불균형을 견뎌내는 삶이란 지속하기가 녹록지 않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자존감의 불균형이 자아가 위축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아가 비대해 져서 발생한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 들을 보며 안도하거나 자부하는 것도,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보며 너무 기죽거나 질투하는 것도 모두 거대하게 팽창한 자아 때문이라 고 볼 수 있다. 개체가 갖는 '자기'는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고 생존에 필수적이다. 자기라는 개념은 너무나 강력하게 뇌 속에 각인되어서 자기가 사라지는 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 LSD는 '나'와 '내가 아닌 것'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는 특수한 효 과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 평생 동안 거치는 발달 과정은 나의 경계 를 이전보다 더 뚜렷하게 인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외모, 나의 능력, 나의 사회적 위치를 여러 범주 중 하나로 분류하고 끊임 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그 범주를 공고히 다진다. 나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등을 빨리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LSD는 이렇게 우리가 평생에 걸쳐 축조한 '나'라는 개념이 순 식간에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일단 LSD는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을 조절함으로써 우울증 완화 효과를 가져오는 약리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저하와 관련이 깊은데, LSD 같은 약물이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 함으로써 세로토닌이 사라지는 현상을 막는 작용을 하여 신경전달 경로에 세로토닌 양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우울증을 완화한다. 세로토닌은 소화, 체온, 호흡, 배뇨 등 다양한 신체 항상성 조절 과정 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세로토닌 활동을 증가시키는 약물인 시탈로프람Citalopram 을 투여하면 자신의 심박수를 감지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세로토닌의 기능을 단적으로 말하긴 어려운데, 아마도 신체 신호에 대한 민감도 를 증가시키고 신체 항상성 조절 기능을 향상시켜 타인을 비롯한 외 부 감각 정보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을 희석함으로써 우울증 같은 정 신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할 수 있다.
- 자아의 과도한 팽창에 관하여 LSD가 시사해주는 점은 자기의 경 계를 방어하고 확장하기 위해 비대해진 자아가 기능을 잠시 멈추면 뜻하지 않게 타인과의 마찰이나 갈등이 줄어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자기감의 작동을 훼손하는 LSD는 역설적이게도 자기감의 상실이 일시적인 해방감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실 제로 LSD의 환각 효과를 체험한 사람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온 우주 와 하나가 된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자기감을 상실하여 자아 라는 프레임이 사라질 때 그 프레임이 주는 불안감에서 벗어났기 때 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LSD의 효과는 개인차가 크고, 사용자가 약을 투 여하는 시점에 심리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 최근 사회심리학에서는 '경외감awe'이라는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경외감이란 우리가 가진 세상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방대 한 어떤 존재를 향해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그랜드 캐니언처럼 막 대한 규모의 자연환경을 포함해 종교적 체험, 카리스마 리더십의 소 유자 등을 마주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 경외감에 해당한다. 얼마 전 우주여행을 다녀온 억만장자들이 광막하고 무심한 우주를 목격하고 일관되게 밝힌 소감이야말로 경외감이다.
- 그럼 왜 사회심리학에서는 경외감에 관심을 기울일까? 최근 연구 에 따르면 경외감이 들 때 '자기'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거나 축소 된다고 하며" 겸손해지거나 겸허해지고 나아가 타인에 대한 친사 회적 경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경외감의 놀라운 점은 자기에 대 한 개념의 변화가 타인을 포함한 외부 환경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이나 태도, 관계의 양상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경외감 관련 신경과학적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데, 그중 가장 눈 에 띄는 뇌 영상 연구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는 여러 동영상을 감상하는 동안 뇌 반응을 측정했다. 동영상 중 하나는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결과 경외감을 유발하는 동영상 을 감상할 때 자기 참조 영역,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문내측 전전두피질의 활성화 수준이 감소했다. 그 이유를 아직 명확 히 알 수는 없지만, 경외감이 자기를 축소시키고 희미하게 한다는 이 전의 연구 결과나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로 보인다.
- 그동안 실제라고 여긴 현실이 결국 내가 만들어놓고 스스로 갇혀 버린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감정이 바로 경외감 일 것이다. 감정이란 곧 뇌와 신체 간의 소통 장애를 말하므로 경외 감이라는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자기를 축소시키고 희미하게 함으 로써 기존의 프레임을 확장해주는 경외감, 이 감정을 통해 그동안의 뇌와 신체 간 소통 장애를 감지하여 신체 신호를 더 섬세하게 읽을 기회로 삼는다면 뇌와 신체 간 소통 방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 자아정체성의 뇌과학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타인의 기대에 아랑곳하지 않 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꿋꿋이 걸어가는 삶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삶을 가리켜 자아를 실현하는 삶, 곧 자아정체 성을 찾아가는 삶이라고 부른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에서는 자 아실현을 인간의 욕구 중에서 최상위 단계에 위치한 가장 높은 수준 으로 간주한다. 자아정체성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인정 욕구는 너무나 강력하고 무의식 깊숙이 뿌리 박혀 있어서 자아정체성을 추구하는 욕구에도 스며들 수 있다. 즉,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삶이 남들 눈에 근사해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내 행동을 이끌때, 이를 자아실현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아정체성을 추구 하려는 동기의 기저에도 인정 욕구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자아실현은 오히려 현실 도피를 위한 일종의 방어적 행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정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 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정 욕구는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에서 행동 을 지배하는 강력한 동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욕구의 최상위 단계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위 단계의 욕구는 나 자신 을 온전한 형태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일 텐데 이는 자기감과 더 관련 될 것이다. 즉,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목표는 나와 세상과의 관 계를 온전하게 확립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나의 욕구가 세상의 흐름 과 어긋나지 않는 상태, 이 둘이 서로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 어우 러져가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 도달하는 데 가장 현실 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야말로 다름 아닌 '자기 감정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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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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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

심리 2023. 12. 11. 07:09

- 위대한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마David Marr는 우리의 행동과 마음, 뇌를 이해할 때 과학자들이 3가지 수준에서 설명과 이론을 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가리켜 마의 3가지 분석 수준Levels of Analysis 이라고 한다(Marr, 1982). 앞서 식기세척기 비유를 통해 언급했던 추상적인 분석 수준인 연산 적 수준(Computational Level), 과정의 실제 단계들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적 수준 (Algorithmic Level), 마지막으로 어떻게 그 단계들이 실행되는지 상세히 살피 고 통찰을 얻는 실행 수준(Implementation Level)이 그것이다.
마음과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해서 행동을 발생시키는지 알면, 더 나은 결정을 하고 살면서 맞닥뜨리는 수많 은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왜 어떤 일은 기억하기 쉽고 어 떤 일은 기억하기 어려운지, 다른 사람들과 우리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행 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과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의 기본 원리들이 도움을 줄 것이다.
- 이처럼 우리의 사고가 타고난 선천적 능력의 결과라고 보는 관점과 후천적 습득의 결과라고 보는 관점 사이의 긴장을 가리켜 종종 '본성 대양육nature-nature vs nurture'의 구분이라고 한다. 이 구분에 따르면, 우리의 심리는 천부적으로 얻은 결과(데카르트적 생득주의의 산물)이거나 아니면 마음이 양육을 받은 결과(경험주의의 산물) 둘 중 하나다.
- 생득주의 대 경험주의 또는 본성 대 양육이라는 구분이 존재하 지만, 어느 누구도 이것 아니면 저것의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 둘 다 우리 의 정신적 발달, 발상과 개념의 형성, 그리고 심리적 과정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정하듯이, 유전자 및 생물학적 제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심리적 과정과 능력이 있는 반면에, 경험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심리 적 과정과 능력도 있다. 이것이 마음에 관한 현대의 지배적인 견해다. 마 음은 일종의 신경생물학적인 빈 서판인데, 이는 생물학에서 나온 원리들 에 지배를 받으면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규칙과 제약, 편향, 원리를 지닌 빈 서판인 셈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 서판의 작동을 관장 하는 이러한 규칙과 제약, 편향, 원리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 마음에 대한 비유는 시대의 산물이자 과학 연구 방식 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 데카르트는 신과 신성의 영향력을 알았다. 그가 보기에 마음은 몸에 전적으로 속한 것이 아니라 신 성의 일부이기도 했다. 따라서 마음이란 신이 설계한 것이라는 비유에서 생득주의가 출현했다. 마음은 계몽시대 동안에는 빈 서판으로, 다윈 시대 엔 정신 기능을 맡는 인체 구조로, 산업혁명 기간에는 자극-반응 엔진으 로 여겨졌다. 신의 설계, 빈 서판 그리고 기계... 이런 비유들이 과학 탐 구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그런데 이러한 비유의 한계로 인해 과학적 사고 의 변화가 촉진되었다. 컴퓨터 비유는 인지심리학을 견인한 비유다. 그리 고 신경 수준에 이르기까지 뇌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자 이 비유가 더욱 들어맞는 듯하다. 어쩌면 이 비유는 훨씬 더 심오한 패러다임 전환일지 모 른다.

- 생물학의 영향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힘은 알고리즘이다. 즉, 정보를 처리하고 예측 을 하는 연산 엔진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 학습 알고리즘은 여러 정보를 받아들여, 연관 짓기를 배우고, 그런 연관 짓기를 통해 예측을 하고, 새로 운 상황에 변화하고 적응해나간다. 이를 가리켜 기계학습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기계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배운다는 점이다.
가령, 많은 인공신경망의 바탕이 되는 알고리즘(헤비안 학습 Hebbian Learning 알고리즘)은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맥길대학교의 도널드 헵Donald Hebb이 발견했다. 1949년에 출간된 협의 저서 『행동의 조직 Organization of Behaviour은 이 분야의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서, 뉴런이 어떻게 연관 짓기를 배우는지 설명했다. 이 개념은 마빈 민스키 Marvin Minsky, 데이비드 럼멜하트David Rumelhart, 제임스 매클렐런드James McClelland, 제프리 힌턴 Geoffrey Hinton 등 여러 인지과학자에 의해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가다듬어졌다. 현 재 기계학습과 심층학습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발전은 인지과학자의 노력 이 가져온 간접적인 결과다. 구체적으로 말해, 그들이 신경생물학에서 이 미 나왔던 알고리즘에 들어맞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수정해가면서 작성 하는 방법을 알아낸 덕분이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점이다. 즉, 컴퓨터가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의 학습과 적응 능력이 신경과학의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학제간 접근법의 이점이기도 하다.
사례를 또 하나 들자면, AI 혁명의 이론적 토대는 앨런 뉴얼 Allen Newell (컴 퓨터과학자)과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경제학자)이 마련했다. 인간의 의사 결정과 문제 해결 및 그 과정을 수학적으로 모형화하는 법을 알아내기 위 해 둘은 1950~1970년대까지 연구를 수행했다. 덕분에 인간 행동을 이해 하는 데 바탕이 된 연산적 접근법이 나왔다. 이 역시 인지과학이 제공한 학제간 접근법의 이점이다.

- 알고리즘의 영향
인지과학의 영향력을 가장 두드러지게 직접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우리가 온라인으로 사용하는 많은 제품을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을 통하면 된다. 여러 기능이 있지만 구글의 핵심은 검색 알고리즘이다. 사용자한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세상의 지식을 정리해주는 것이다. 구글이 지 식을 범주화하는 데 바탕이 되는 지식 표현의 기본 개념들은 1970~1980년 대에 엘리노어 로쉬Eleanor Rosch와 존 앤더슨John Anderson 같은 인지과학자들 에 의해 일찍이 탐구되었다. 이 연구는 8장에서 다시 다룬다.)
페이스북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사용자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배우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실행시켜서, 사용자가 관심을 많이 두는 내용 을 제시한다. 더 정확히 말해서, 알고리즘이 예상하기로 사용자가 페이스 북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내용을 제시한다. 결국, 어떻게 해야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더 많이 쓸지 예측하는 셈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우 모두 알고리즘은 사용자, 즉 여러분한테서 얻 은 정보를 시스템 내의 기존 지식과 연결해 해당 사용자에게 유용하고 적절한 예측을 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더 많은 정보를 시스템에 제공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은 알고리즘을 개선해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한다.
- 뇌는 여러분으로 하여금 정보를 찾는 행동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예측하고 적응하는 자신의 능력 을 개선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은 사회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뉴런 네트워크가 인체에 하는 것과 똑같은 역할을 사회에 하 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러한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기술회사 CEO들과 정치인들이 AI의 위험을 걱정하곤 하는데, 내가 보 기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그들의 두려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즉, 뇌가 우리의 행동을 자신의 마음과 몸에 복종하게끔 변화시키듯이 우리가 점점 더 의사 결정을 맡기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켜 결국 우리가 알고리즘에 종속될 거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많은 이에게 불안감을 일 으키지만 멈출 순 없어 보인다. 뿌리가 깊고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이긴 하 지만, 다른 모든 새로운 시대 내지 패러다임 전환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이 고 휴머니즘적인 방향에서 이를 접근하고 이해해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지과학이 남겨준 유산이며, 정말로 19세기 이후로 줄 곧 진행된 실험심리학의 발전이 남긴 유산이다. 20세기와 21세기에 이룬 성과들은 생물학에서 학습 알고리즘을 탐구해, 고성능의 컴퓨터에서 속적으로 구현하고, 아울러 그 둘의 관계를 인간의 행동에 적용한 결과다. 컴퓨터와 신경과학 분야의 기술 발전 덕분에 그런 개념들이 현대 세계를 주도하는 힘이 되었다.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한테 지배를 당 할 거라는 두려움이 때때로 필연적으로 뒤따르긴 하지만, 인지과학을 이 해하는 일은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다.
- 항간에 떠도는 말을 여러분도 들었을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말은 틀렸다. 여러분은 항상 뇌의 전부를 사용한다. 이 런 신경신화neuromyth2 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슬쩍 봐도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인간의 대뇌피질은 포유 류의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고도로 진화된 구조에 속한다. 이 토록 복잡한 뇌의 90%가 본래부터 작동 불능이라는 생각은 우습기 그지 없다. 우리는 '당신은 간의 약 10%만 사용한다'거나 '평균적인 사람은 특 정 시간에 피부의 약 15%만 사용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뇌 에 관한 그런 주장을 믿을까? 게다가 뇌 부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처럼 정말로 뇌의 100% 미만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종종 그 효과는 분 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작정 뇌의 10%를 사용한다 고 여전히 주장한다.
- 우리가 뇌의 전체 활동의 작은 일부만 의식적으로 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지적 한계일 뿐 생리적 한계는 아니다. 이 한계는 어쩌면 우리에게 적응상의 이로움을 주려고 진화되었다. 발생하는 모든 뇌 과정을 명시적으로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는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그 자세한 내 용 대부분은 우리의 행동이나 생각과 무관하다. 또한 우리는 호흡하기, 서 있기, 지각하기, 일상생활 하기에 필요한 지속적인 뇌 활동을 대체로 알아 차리지 못한다. 당연히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 디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적게 기울여야 할지, 그리고 무슨 일을 무의식 적이고 자동적으로 행할지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은 4장 에서 훨씬 더 자세히 다루겠다. 요점만 말하자면, 우리는 항상 뇌의 전부 를 사용하긴 하지만, 인지 체계가 진화해온 방식 때문에 그 활동의 작은 부분만 인식한다. 이 한계 내지 병목이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측면 중 하나다.
- 해마의 역할 및 해마가 기억에 하는 역할을 발견한 이야기는 인지심리 학의 위대한 업적에 속한다. 하지만 내가 다루고 싶은 다른 피질 하부 구 조인 편도체(amygdala)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해마와 더불어 편도체는 때 로는 변연계limbic system라고 알려진, 피질 하부 구조의 한 집합체의 일부다. 변연계에는 척추동물 뇌에 흔하고 많은 포유류에 걸쳐 꽤 비슷한 여러 구 조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변연계에는 해마와 편도체뿐만 아니라 시상thalamus, 시상하부hypothalamus, 유두체 mammillary body 등이 들어 있다. 이 계를 구성하는 구조들에 관한 일치된 합의는 없다.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이 용어를 사용하길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구조들은 전부 협력해 학 습, 기억의 목표를 달성하며 편도체의 경우에는 두려움과 감정 조절을 맡는다.
- 가장 특이한 신경심리학 사례 중 하나가 카그라스 망상capgras delusion이다. '사기꾼 망상'이라고도 하는 카그라스 망상 은 매우 드문 증후군으로서, 이 망상 환자는 배우자나 부모 등의 친한 사 람을 알아보긴 하지만 그들이 진짜라고 여기지 않는다. 즉, 환자는 자기가 아는 사람이 똑같은 모습임을 인정하고 어렵지 않게 알아본다. 시각적 장 애도 없고 뇌의 시각 영역에 전혀 손상이 없다. 다만 자기 눈을 믿지 못한 다. 그 결과 망상에 빠져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누군가가 차 지해서 그 사람인 척한다고 확신한다.
- 대다수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와 낯선 사람의 사진을 볼 때 와의 상대적 차이가 GSR을 통해 드러난다. 라마찬드란 박사가 데이비드 한테서 알고 싶은 바는 그의 뇌와 몸이 (비록 그가 반대 주장을 하긴 하지만) 그 가 자기 부모를 부모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는지 여부였다.
데이비드한테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낯선 사람과 낯익은 사람 간에 GSR이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즉, 뇌가 낯익은 얼굴에 대해 적절한 감정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뇌는 어머니나 어머 니 사진을 사실적이고 지적인 수준에서는 진짜 모습이라고 인식할 수 있 지만, 적절한 감정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는 듯했다. 시각피질에서 얼굴을 인식하는 데 특화된 영역(이른바 방추형얼굴영역 fusiform face area, FFA)에서 측두엽 까지 이어진 경로가 손상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데이비드는 부모를 알 아볼 수 있었고, 부모가 누구인지 대체로 알았다. 하지만 얼굴인식 영역을 편도체 내의 감정 중추와 연결해주는 경로(그림 3.2)가 손상되었기에, 감정 적 연결이 끊어졌고 낯선 얼굴과 낯익은 얼굴 사이의 감정 반응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달리 말해서, 그의 뇌는 어머니를 알아차리긴 했지만 그 인 식을 올바른 감정과 연결하지 못했다. 다음 말에 드러나듯이, 데이비드는 불편한 현실에 대처해야 했다. “어머니처럼 보이긴 하지만, 내 어머니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런 끊김 때문에 데이비드의 인지 시스템은 이 갈등 을 해소하려고 망상을 만들어냈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또한 단지 목소리 만으로도 검사를 했다. 이번에는 부모의 목소리를 듣자 데이비드의 뇌가 올바르게 반응했기에, 적절한 감정 반응이 나타났다. 여기서 갈등이 없었 던 까닭은 청각피질과 연결된 경로가 손상되지 않아서였다.
- 뇌의 혈액 흐름을 측정하기
연구 방법으로서 EEG/ERP의 단점을 하나 들자면, 위치 면에서 별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ERP는 두피상의 영역들에서 측정을 할 수 있지 만, 뇌의 구조에 관한 정보나 뇌 속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지 는 못한다. EEG/ERP는 시간 해상도temporal resolution는 매우 좋지만 공간 해 상도spatial resolution는 보통이다. 하지만 뇌의 혈액 흐름을 측정하는 기법은 훨씬 더 정확할 수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기능적functional 자기공명영상 촬영술MRI인 fMRI다.
뉴런은 에너지를 저장해두지 않으므로, 발화할 때 포도당과 산소를 재 충전해야 한다. 이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이 순환계의 임무다. 산소가 풍 부한 피가 들어오고 산소가 빠진 혈액이 나간다. 1990년대 초 오가와 이지라는 과학자는 산소가 들어간 피와 산소가 빠진 피는 자기적 성질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Ogawa, Lee, Kay&Tank, 1990). 이 차이는 강력한 전자석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 측정치를 가리켜 BOLD Blood Oxygen Level Dependent(혈액산소수준의존) 신호라고 한다.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비교적 더 활동적이어서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한 뇌 영역은 비교적 덜 활동적인 다른 영역과는 BOLD 신호가 다르다. fMRI 연구의 피실험자는 큰 전자석 안에 누워 있으면서, 제시된 영상을 보거나 어떤 과제를 수행한 다. 이때 전자석이 여러 영역에서의 BOLD 신호를 측정하고, 나중에 이 신 호들을 분석해 뇌의 어느 영역이 해당 과제 수행 동안 가장 크게 활성화되 었는지 알아낸다.
앞서 말했듯이 뇌 전체는 언제나 활동하고 있는데, fMRI 연구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인지 과제를 수행 중일 때, 여러분은 그 과제를 생각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온갖 생각도 함께 하고 있다. 이 체험이 언제 끝나지? 이 자석 아주 크네! 이게 정말로 안전할까? 내 휴대전화 어디 뒀더라? 여기 누워 있으니 등이 아프네' 등등. 이렇게 온갖 활동이 일어나는 데, 어떻게 연구자는 해당 과제에 대한 BOLD 신호를 구분해낼까?
가장 흔한 방법은 '빼기 기법'이다. 이때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두 번 뇌 영상을 촬영한다. 가령 첫 번째에는 뇌 촬영 도중에 특별히 무언가를 생각 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지만, 두 번째에는 뇌 촬영 도중에 테니스 라켓을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두 경우 모두 한 가지 조건 외 에는 거의 동일하다. 즉, 한 번은 그런 상상을 하고 또 한 번은 상상을 하 지 않는다. 테니스 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유일한 차이다. 그다음 단 계는 고성능의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테니스 치는 모습을 상상한 결 과에서 테니스 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은 결과를 뺀다. 이렇게 해서 나온 영상에는 피실험자가 테니스를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 영역이 비교적 더 활성화되었는지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 영역은 두정엽과 전두엽의 감각운동 영역 내의 부위로서, 피실험자가 실제로 테니스를 친다면 활성화될 영역과 동일하다.
fMRI를 이용한 연구는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얼굴이나 음악을 처리하 거나 운동 행동을 계획하고 복잡한 결정을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뇌의 기능적 구조(가령, 어느 영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해 현재 알려진 많은 지식은 fMRI에 의해 발견되거나 입증되었다.
- 착각에 관한 연구
보이는 대로가 늘 사실은 아님을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감각적 및 지 각적 착각을 살펴보는 것이다. '착각illusion'이란 단어는 라틴어에서 비롯해 중세 영어로 이어졌는데, 그 어원은 '속이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대체로 착각을 속임수나 기만이라고 여긴다. 마술사illusionist는 관중을 속여서 실제 로 관중 앞에 있는 것과 다른 무언가를 본다고 여기게끔 만드는 공연자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종종 감각적 착각이란 감각계가 우리를 속이려는 시도 라고 여긴다. 더 적절한 설명을 하자면, 착각이란 감각 입력을 활성화시키 는 부분과 뇌의 나머지 부분이 감각 입력을 해석하는 방식 사이의 의사소 통 단절 때문에 생기는 속임수 현상이다. 감각과 지식 사이의 충돌을 해소 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편을 들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착각은 실제로는 기만이 아니라, 이전의 증거를 선호해서 종종 자기도 모르게 내리는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다. 착각을 통해 엿볼 수 있듯이, 우리 뇌와 마음은 우리가 보는 것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예측 을 하려고 애쓴다. 대체로 이 예측은 우리 앞에 있는 감각 정보와 일치하는데, 이때 우리는 그런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일치하지 않을 때 착각을 경험한다.
착각은 여러 가지 상이한 양상으로 생긴다. 청각적 착각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무언가를 듣는다고 지각할 수 있다. 가령, 여러분의 뇌는 누락된 말소리를 채워서 완전한 문장을 구성한다. 이는 실 제로 없었던 것을 지각한다는 의미에서 착각이긴 하지만, 유용한 예측이 기도 해서 실제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 잘못 알아듣지 않도록 해 준다. 촉각적 착각도 있는데, 이때 여러분은 실제로는 없는 무언가와 닿는 다고 지각할 수 있다. 가령, 여러분의 휴대전화에서 '유령 진동이 발생할 지 모르는데, 이는 알림을 받는 상황을 상상할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을 느 끼는 현상이다. 이런 것들이 전부 착각의 예지만, 착각의 발생 과정은 저 마다 다르다. 어떤 착각은 무시하기 쉬운 반면에 어떤 착각은 무시하기 어 렵다. 우선 아주 단순한 시각적 착각(착시)부터 살펴보자. 착시는 분명 여 러분이 감각하는 것과 지각하는 것 사이의 충돌 사례로서, 무시하기가 매 우 어렵다.
- 아마도 우리는 사물을 2가지 방식으로 인식한다. 첫째로 사물을 이름과 정체성으로 인식한다. 무언가를 볼 때 그것의 이름을 댈 수 있다. 달리 말 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또한 우리는 사물에 반응함으로써 그리고 그 사물에 맞게 행동함으로써 사물을 인식하기도 한다. 밝혀지기로, 사물을 인식하는 이 2가지 방법에 대응하는 2가지 시각 경로가 존재한다. 이 두 시각 처리 흐름은 일차시각 영역에서 동일한 시각 입력을 수집한 다음에, 나란한 두 방향으로 나누어진다. 한쪽 흐름을 가리켜 등쪽dorsal 흐름 또는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흐름이라고 하며, 이는 시각피질에서 운동피질까 지의 영역들을 활성화시키는 경로다. 이 등쪽 흐름 덕분에 여러분은 시각 적 환경에 반응해 적절한 운동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빠르게, 또한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무언가 를 던지면, 여러분은 그 사물의 이름을 대지 않고서도 손을 뻗어서 막을 수 있다. 여러분이 커피잔을 잡을 때, 등쪽 흐름이 여러분의 손을 안내해 적절한 방식으로 잡도록 해준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무거운 머그잔이나 부서지기 쉬운 페이스트리를 잡는 힘을 조절할 수 있다. 사물이 달라지면, 사물을 쥐는 힘도 달라진다.
다른 시각적 흐름을 가리켜 배쪽ventral 흐름, 또는 '무엇 시스템'이라 고 한다. 이 배쪽 흐름은 일차시각피질에서 활성화된 정보를 피질의 측두 엽 영역으로 보낸다. 이곳은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여러분이 어떤 단 어를 대하면 그것을 개념과 연결시킨다. 이 두 흐름은 대체로 함께 작동 한다. 사물 인식은 거의 언제나 시각적 입력을 운동 행위 및 개념적 지식 과 조화시키면서 일어난다. 이 두 흐름은 서로 의사소통도 한다. 여러분이 '테니스'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뇌의 언어 영역에서 일어난 활성화가 등쪽 흐름에까지 퍼져서 일부 운동 영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반대 방향으 로도 마찬가지다.
신경과학자들이 입증하기로, 이 두 흐름은 또한 독자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이가 뇌졸중으로 인해 등쪽 경로에 손상을 입으면, 어떤 사물의 이름을 댈 수는 있더라도 그걸 적절하게 손에 쥐기는 어려울 것이 다. 이 경로는 배쪽 경로와는 분리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이가 배쪽 경로를 따라 손상을 입으면, 시각적으로 제시된 사물의 이름을 댈 수는 없어도 대 체로 그 사물을 올바르게 쥘 수 있다. 이 상태를 가리켜 시각인식불능visual object agnosia이라고 한다. 어떤 사물을 보고서도 이름을 댈 수 없지만 그 사 물에 대해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일단 사물을 만지고 나면 이름을 댈 수 있게 된다. 시각인식불능에 걸린 사람은 커피잔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커피잔이라고 이름을 댈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 커피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알고 있으며, 어떻게 손을 뻗을지도 안 다. 일단 그걸 잡고 나면, 사물의 감촉으로 인한 피드백의 결과로 커피잔 이라는 이름도 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시각계는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환경과 상호작 용을 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되었다. 아주 복잡한 시스템인 까 닭에 뇌졸중과 같은 꽤 심각한 충격이 가해져도,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시스템의 일부만 손상된다. 뇌졸중으로 인한 부분적 손상은 위에서 설명한 종류의 일반적인 시각 장애를 일으키지만, 기본 시스템에 대한 다 른 종류의 손상과 변화는 훨씬 더 흥미진진한 변화를 일으킨다. 일부 사례 들은 매우 구체적인데, 그 각각은 시각계의 전체적인 인지 구조를 이해해 야만 설명이 가능하다. 심지어 이 구조는 시각계로부터 유입된 주요 입력 없이도 종종 작동한다.
- 우리의 감각을 믿어야 하는 이유
지금껏 살펴본 여러 사례에서처럼, 감각 입력은 뇌에 불완전하거나 심지 어 부정확한 외부 세계의 요약 정보를 제공한다. 서두에서 논의했던 착시 의 경우, 우리는 무언가에 속은 느낌이 들지 모른다. 보이는 것이 거기에 실제로 있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맹시나 반향정위처럼 처리할 충분 한 시각적 정보가 없다면 뇌는 우회로를 개발한다. 우리 뇌가 실제로 경험 하는 일은 추상이고 재현이다. 객관적 경험과 주관적 경험의 혼합이다.
우리는 단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실제 모습과 뇌가 보아 야 할 모습의 혼합으로서 세계를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믿 어야 할까? 지각을 믿어야 할까? 물론이다. 분명 가끔 지각 및 인식 오류 가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자주 생기지는 않으며, 대체로 치러야 할 대가 가 작다. 우리의 뇌가 그런 실수를 하는 까닭은 지각이 가정과 예측, 세계 에 대해 교육받은 추측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교육받은 추측이야말로 지각 시스템이 고안된 쓸모다. 이 추측 덕분에 우리는 빠르게 생각하고 행 동할 수 있으며, 세계를 우리의 필요대로 지각할 수 있다. 지각은 우리의 행동과 목표, 욕구에 이바지한다. 지각은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지각을 믿는다. 지각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다.
- 이미지와 반응이 동일한 주의 풀에서 나올 때 사람들은 상이한 주의 풀에서 나올 때보다 더 느렸고 실수를 더 많이 저질렀다. 시 각화와 개념화는 동일한 뉴런 반응을 놓고서 서로 경쟁하는 듯하다. 동일 한 풀일 경우 그 풀을 더 빠르게 소모시킬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여러분은 걸으면서 말하거나, 대화를 하면서 운전을 하거 나, 비디오를 보면서 저녁 식사를 요리할 수 있다. 각 경우에 2가지 행동의 지각적 및 주의적 요구 사항이 서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그 런 까닭에 여러분은 2가지 대화에 주의를 잘 기울이기 어렵고, 글을 쓰려 고 하면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는 데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
어느 시점까지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만, 주의 자원을 공유해야 할 수록 멀티태스킹을 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멀티태스킹이란 개념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우리 모두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고 여 기는데, 그럴 수 있는 까닭은 우리의 인지 시스템이 진화해온 방식 덕분이 다. 하지만 브룩스의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멀티태스킹에는 비용이 뒤따 르며 그 비용은 여러분이 멀티태스킹을 하려는 일들이 서로 비슷할수록 커진다.
- 여러분은 휴대전화를 각별히 생각한다기보다 그저 가끔씩 습관적으로 다른 것보다 더 자주 눈길을 주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습관만으로도 주의 대상을 바 꾸며, 주의 전환에는 늘 비용이 든다. 휴대전화를 슬쩍 쳐다보는 것만으로 도 마음이 과제에서 벗어난다. 기억해야 할 일련의 문자 중에서 하나를 잊 어버린다. 레이븐 지능 검사에서 중요한 정보 하나를 잊게 하거나 지속 주의 검사에서 몇 초를 허비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훨씬 더 심각하다. 운전 중에 애써 문자를 보내지 않고 이메일과 SNS 사용을 철저히 피하더라도, 여전히 휴대전화를 계기 반 위에 놓아둘 수 있다. 어쩌면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스트리밍으로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을 수도 있다.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슬쩍 쳐 다보기만 해도 잠시 동안 도로에서 눈길을 거두게 되는데, 이때 마찬가지 로 보행자가 휴대전화를 슬쩍 쳐다보느라 교차로에 들어온다면...
이처럼 내재적인 위험이 있는데도, 도대체 스마트폰이 스마트한 발상 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나는 그렇다고 본다. 위 연구의 의미는 단지 휴대 전화도 다른 주의 방해물처럼 비용이 든다는 것뿐이다. 이 비용이 생기는 원인은 딱히 휴대전화라기보다, 그저 우리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의 결과 일 뿐이다. 우리가 논의했던 다른 많은 주제와 마찬가지로 마음은 적응에 능하며, 마음 덕분에 우리는 창조하고 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며 사고한 다. 이런 일을 잘하게 해주는 인지구조가 때로는 우리를 이기고 실수를 저 지르게 한다. 그 실수가 바로 인지 활동의 비용인 셈이다. 종종 우리는 특 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수를 계속 저지르고 만다. 많은 사람이 휴대 전화로 그렇게 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런 실수를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장치의 많은 활용 사례에도 나는 여전히 스마트폰이 정말로 얼마나 유용한지 의문이 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 종종
- 휴대전화는 많은 사람과 애증의 관계다. 내가 오래전 모델인 아이폰 4S 를 아직 갖고 있는 이유를 한두 개 들자면, 느리고 이메일이나 SNS 앱이 깔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캠핑이나 하이킹을 갈 때 그걸 들고 가는데, 그 러면 날씨와 지도, 통화와 문자만 이용하고 다른 건 쓰지 않는다. 주의가 좀 덜 산만해진다. '진짜' 휴대전화 때문에 산만해지지 않도록 두 번째 휴 대전화가 필요하다니, 이상하긴 하다. 우리 중 다수는 한 달에 수백 시간 을 스마트폰을 통한 데이터 사용에 쓰면서 동시에 그 장치 사용을 피하기 위한 전략도 개발해야 한다. 돈을 들여가며 무언가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피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현대 생활의 이상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 지각에서의 결함처럼 멀티태스킹도 그런 속성상 정보를 얼마간 잃게 된다. 달리 말해서, 우리의 지각 및 주의 시스템은 줄곧 꾸준히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의 정보를 일부 놓침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효율적이고 유용하게 다루는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이처럼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보 를 잃는다는 사실에는 장점도 있다. 재구성된 세계에서 삶으로써 우리는 유익한 교환trade-off을 제공받는다. 가령, 어떤 시각적 장면을 볼 때 기존의 지식을 이용해 그 장면의 세부 사항을 채울 수 있다. 기존 지식을 떠올려 서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우리는 예측과 의사결정에 가장 쓸모 있을 정보 만을 지각하고 새로 처리한다. 우리가 지각하는 내용과 기존의 기억 사이 의 관련성을 강화해 둘 사이의 연결을 굳건하게 만든다. 그러면 정보의 일 부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어떤 것을 알아차리는 데 실패한다는 뜻일까? 물 론 그렇긴 하지만, 그런 일시적 실패는 우리가 진화시킨 효율성의 대가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보게 되리라고 예상했던 세부 사항의 일부를 놓치기' 와 '새롭고 참신하고 가치 있을지 모르는 것들을 처리하고 주의를 기울이 기' 사이의 교환을 진화시켰고 이에 적응해왔다.
- 이 주장에 깃든 역설을 여러분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우리가 세부 사항을 채우기 위해 지식을 사용한다면, 그 지식과 정보는 어디에서 왔단 말인 가? 물론 그건 기억의 일부다.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기억을 이용해, 지각 을 통해 얻은(하지만 어떤 장면을 보거나 무슨 소리를 들을 때 완전히 처리하지는 못할 수 있는) 많은 세부 사항을 채운다. 이는 우리 뇌와 마음 그리고 인지 과정 전반에 효과적이고 이롭다. 익숙한 장면 속의 모든 것을 항상 지각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즉,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과 기억 속에 있는 것이 혼합된 무언가를 보는 셈이다. 여러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거나 듣는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문제가 생긴다. 세부 사항을 채우려고 기억을 이용할 때 여러분은 거기에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내용을 추론하는데, 그렇게 채워지 는 내용은 대체로 실제 있는 내용이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확률적 과정이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추측 한다. 대체로 제대로 작동하지만, 추측은 추측일 뿐이다. 때로는 잘못된 추 측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여러분은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 좋은 추측 과 나쁜 추측(오류)이 똑같은 장소에서 나온다. 둘 다 기억이 당면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부 사항을 채우려다가 벌어지는 일이다.
- 우리는 기억이란 과거의 기록이라고, 즉 대체로 과거를 향한 것이라고 여 긴다. 하지만 기억의 가장 놀라운 점을 말하자면, 기억은 실제로 과거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기억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기억은 현재 우리가 무 엇을 하는지, 그리고 미래에 무엇을 할지 알기 위해 우리가 이용하는 과거 의 일이다. 기억은 과거의 겉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도 있다. 기능적으로 볼 때,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생시키기만 하는 기억 시스템은 별로 쓸모가 없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까닭은 현재 를 이해하고 미래의 결과와 사건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 기억이란 서류 보관함 내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와 비슷하다. 어떤 경 험이 있으면, 그 경험을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기억에 저장 해둔다. 하지만 그건 결코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 는 모든 것은 기억을 통해서 경험된다. 이는 심지어 직접적인 관찰에도 해 당된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지각하자마자 여러분 앞에 있는 그 무언가는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빛 에너지가 여러분의 눈에서 일차시각피질을 거 쳐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측두엽까지 전달되는 데는 몇 밀리초가 걸린다. 어느 시점에서 시각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여러분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물 이 아니라 몇 밀리초 전에 여러분 앞에 있었던 사물에 대한 재구성된 기억 이다. 듣기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누군가의 입술을 떠나 여러분의 귀에 도 달할 때 그 소리는 이미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소리에 대한 여러분의 기억뿐이다. 그리고 앞서 논의했듯이 여러분이 지 각하는 내용은 실제로 세상에 있는 것과 (여러분의 기억과 지식을 바탕으로) 여 러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혼합이다. 지각과 기억의 신경학적 과정들은 겹친다. 기억은 재구성된 지각의 한 형태다. 그리고 지각은 기억에 의해 향상되기 때문에, 지각 또한 재구성된 지각이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 현실을 의심하기라는 암초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기 전에, 우 선 기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기억이란 현재 발생하는 뉴런 활성화 패 턴이 이전에 발생했던 패턴과 비슷함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인식이 공연 하거나 명시적이지 않아도 되며,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사실, 그리고 여러분의 뇌가 현재 활성화 패턴과 이전의 활성 화 패턴 사이의 대응을 비슷한 현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게 바로 기억이다.
- 기억과 사고 
어느 정도까지는 사고 과정 자체도 기억을 이용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 다. 무언가를 배울 때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상황이나 사건과 현재 일어 나고 있는 상황이나 사건 사이의 유사성을 더 잘 인식한다. 배움은 여러분 이 아는 것(기억)과 모르는 것 사이의 관련성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전의 증거를 이용해 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에 관해 판단 한다. 우리는 아는 것과 안다고 여기는 것에 따라 행동한다. 사고는 결정 하고 계획하고 판단하기 위해 우리의 기억을 이용하는 일이다.
사고를 위해 우리가 기억을 이용하는 중요한 방법 한 가지는 새로운 상 황의 위험성 판단이다. 그런 위험성 판단을 통해서 우리는 행동을 계획한 다. 우리는 늘 위험한 상황과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위험 성의 본질적 측면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만약 우리가 한 상황과 처지에 익숙하다면, 그건 우리가 이전의 비슷한 상황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 기억과 익숙한 느낌을 이용해 새로운 상황과 관련된 불 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이전에 겪었기 때문에 그 위 험성과 생길 수 있는 결과를 알아차릴 수 있다. 위험성이나 상황 또는 결 과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관련된 기억이 전혀 없어서 위험성을 알아차리지 못한 다면, 부적절하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면 결 국 위험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하다가 그릇된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 과 거에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기억하지만, 그 기억은 행동의 바탕으로 삼기 에 옳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럴 경우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과거를 이 용하려는 시도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가용성 휴리스틱처럼 대표성 휴리스틱도 양날의 검이다. 대표성 휴리스 틱은 빠르고 유용한 판단을 내리는 데, 그리고 결론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평가와 판단은 우리의 기억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기억은 우 리 자신의 경험의 한 기능이다. 우리가 모든 정보를 확신하지 못할 때, 기억 과 경험에 기대는 것보다 더 나은 판단이나 의사결정 방법이 있을까?
대체로 기억에서 비롯된 이 빠른 판단과 결정은 옳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기엔 충분히 옳다. 하지만 양날의 검의 반대편 날을 규정할 문제가 최소한 2가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에서 밝혀 지기로, 우리는 올바른 확률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상충할 때조차 자신 의 기억에 기댄다. 우리는 사실 대신에 직감을 믿는 편이다. 두 번째 문제 는 훨씬 더 골칫거리다. 기억은 종종 틀리고 부정확하고 왜곡되어 있고 불 완전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외부의 객관적인 정보보다 자신의 기억을 믿 을 뿐만 아니라, 매우 신뢰하기 어려운 출처를 믿는다.
- 오귀인은 어떤 이가 사실을 옳게 기억하긴 하지만, 올바른 출처를 기억 할 수 없을 때 생기는 오류다. 가령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준다면, 설령 사실이 아니라도 여러분은 나중에 이야기 내용을 쉽게 떠 올리고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다. 정치와 언론 보도에서 늘 접하는 사례다. 한 정치 지도자가 인터뷰에서 허위(거짓말)를 말했다고 하자. 걸핏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면 언론 매체가 정치 지도자가 거짓말로 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는 다시 퍼지고 뉴스에서 수없이 공유된다. 그 결과 거 짓말이 반복된다. 반복된 거짓말은 오귀인의 비옥한 토양이다. 왜일까? 어 쩌면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실은 더 잘 이용된다. 여러분이 거짓말에 관한 어떤 내용을 기억하고 원 출처(가령, 그 내용이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를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거짓말의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면서도 출처는 잘못 알게 된다. 그러면 결국 자신의 기억을 신뢰해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믿고 만다.
많은 정치인과 지도자는 거짓말을 내놓고 언론이 다루게 함으로써 이야 기를 조작해내고 거짓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 터무니없는 내용일수록 더 좋은데, 많은 언론에서 다룰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직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야의 고수다.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틀린 주장을 많이 해서 널리 퍼뜨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 7가지 죄 중에서 그다음 번째인 피암시성은 오귀인과 기억 속의 정보 를 떠올리긴 하지만 틀리게 떠올리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기억이 피암시성을 갖는다는 말은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설명을 바탕 으로 종종 갱신한다는 뜻이다. 여러분이 한 사건을 기억한다고 치자. 가령 앞에서 나왔던 내 이야기, 즉 부모의 차 유리창을 깼던 사건을 기억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여러분이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도중에 누군가가 새로운 내용을 암시해준다. 이렇게 암시된 새로운 내용이 이제 기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암시는 꼭 남이 해주지 않아도 된다.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새로 운 해석을 암시해줄 수 있고 그 내용이 또한 기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포 드 브롱코의 백미러를 부수는 내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나는 원래 기억에 부호화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너무 빠르게 끝나버린 사건이었 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타당하게 만들려고 시도하면서 나는 몇 가지 있을 법한 해석을 내놓았고, 그 내용이 기억의 일부가 되었다. 기억은 변하기 쉽 고 조정되기 쉽고 이리저리 바뀌기 쉽다. 스스로를 속이기는 어렵지 않다.
- 기본적인 기억 기능들 
기억의 기본적 기능은 여러 가지지만, 일차적인 기능은 여러분 바로 앞에 있는 것에 단지 반응하기를 넘어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기억은 여러분이 무언가를 배우고 과거 경험으로부터 일반화하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정확히 그렇게 할까? 기억이 수행하는 3가지 기본 기능인 부호화encoding와 저장storage, 인출retrieval을 정의해보자. 부호화는 무 언가를 기억 속에 넣는 과정이다. 부호화는 뇌가 여러분이 지각하는 것의 형태를 변경해서 다른 부호 속에 집어넣는다는 뜻이다. 이 부호화 과정은 지각의 재구성이다. 이 과정의 속성상 기억은 지각과 강한 연관성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부호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래 의 지각 경험을 최대한 다시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는 그것이야말로 뇌가 하는 일이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지각하면, 그게 여 러분의 뇌를 특정한 방식으로 활성화시킨다. 부호화를 통해 여러분은 그 활성화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유지 하려고 한다.
두 번째 기본적인 기능 또는 작용은 저장이다. 우리는 기억을 사용해, 위에서처럼 지각되고 부호화된 정보를 저장한다. 기억은 각각의 기억별 로 물리적인 장소가 존재하지 않기에, 기억의 저장 시스템은 옷장이나 컴 퓨터의 파일 시스템과는 다르다. 오히려 기억은 뉴런들 사이의 연결 형태로 저장되며 정보는 뇌의 상이한 여러 영역에 걸쳐서 분산된다. 우리는 상이한 시간별로 무언가를 저장해야 한다. 어떤 정보는 몇 초(또는 심지어 그 미만) 동안만 저장되지만, 또 어떤 경우 우리는 동일한 기억을 수년이나 수 십 년 동안 저장하고 재활성화시키기도 한다.
세 번째 기능은 인출이다. 인출은 기억을 이용한다. 기억은 명시적인 떠 올리기의 형태('나는 이 사실을 기억한다거나 이전의 경험이 장래의 행동 방 식에 영향을 미치는 묵시적 형태로 인출될 수 있다. 인출은 지각하는 장면 의 세부 사항을 채우는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5장에서 논의한 내용). 또는 정 신적인 시간 여행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가령 첫 직장 구하기, 첫 데이트, 자녀의 출생 또는 심지어 지난번에 가게에 갔던 일과 같은 평범한 사건 등 이 그런 예다.
- 부호화, 저장, 인출이 기억이 하는 일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 기능들에 영향을 미치는 상이한 상황이 많다. 그 결과 우리는 상이 한 기억 시스템을 갖게 되는 듯한데, 그중 일부는 부호화에 긴밀히 관련되 어 있고 또 다른 일부는 기억이 저장되고 인출되는 방식에 더 긴밀히 관련 되어 있다. 우리의 모든 기억이 한 장소(뇌) 안에 있긴 하지만, 기억에는 여 러 종류가 있고 기억 시스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 해마는 측두엽 피질 하부 영역에 위치해 있다. 해마는 감각기관에서 오는 지각 입력들을 주의 및 기억과 연결하는 시스템의 일부 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고 기억을 이용해 세계와 상호작용하도 록 돕는다. 그러기 위해 뇌에서 무엇이 처리되고 어느 부위에서 처리되는 지에 관한 정보를 취합한다. 그러면 나중에 활성화시킬 수 있게끔 그 정보 를 기록할 수 있다.
해마가 정확히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는 분명 아직도 과학적 논쟁거리 지만, 조엘 보스Joel Voss와 닐 코언 Neal Cohen이 내놓은 이론에 따르면(Voss, Bridge, Cohen & Walker, 2017) 해마는 위치를 부호화하는 뇌 영역들 및 편도 체에 연결되고 아울러 거기서 나오는 뉴런 연결을 받아들인다. 두 사람이 조사해보니, 여러 연구에서 눈 운동과 해마의 활동 사이에는 매우 강한 관 련성이 드러났다. 해마는 운동 제어의 수준에서 눈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데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대신에 우리가 무엇을, 그리고 어디를 보는지 알 기 위해 기억을 사용하는 방식에 관여하는 듯하다. 해마는 지식을 지각과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도 잇는 뇌 속의 뉴런 연결을 활성화 및 재활성화시킬 수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우리가 보는 대상에 맞게 조정된다. 이 연구에 따 르면, 우리는 세계를 지각할 때 해마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억을 사용하는 듯하다.
- 작업기억은 그렇게 하려고 진화된 듯하다. 작업기억은 지각과 긴밀히 관련된 정보를 단기간 붙들어두는 영역으로서 의식적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지각과 지식 간의 중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업기억 덕분에 많은 인지 및 사고 과정이 이루어진다.
작업기억은 모든 종류의 능동적 기억을 다룬다. 몇 가지 예를 더 살펴 보자. 이 책의 이 구절을 읽는 데 필요한 정신 활동을 살펴보자. 각 단어와 문구를 읽을 때, 여러분이 읽고 있는 내용의 의미를 추출하고 내용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 모형을 세우는 정신적 표상이 활성화된다. 이렇게 하는 데 작업기억이 사용된다. 작업기억은 여러분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먼저 정보를 저장해놓는데, 그래야지 정신적 모형을 세우는 데 필요 한 개념들을 재빠르게 활성화시키고 그것들에 접근할 수 있다. 독서는 시 각적 과정이므로 듣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겪지 않는다. 듣자마자 사라 지는 입말(구어)과 달리 적힌 단어들은 페이지에 그대로 있다. 그런데 독서 는 우리 대다수에게 시각적 과정임에도, 여전히 입말에 대해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들을 활성화시킨다. 여러분이 글을 읽을 때도 여전히 단어들은 작업기억 시스템을 통과한다. 속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 개념들을 활성화 시키기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신호(시각적 입력 또는 소리)를 충분히 오래 붙들 어두는 데 도움이 된다.
작업기억은 단지 언어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동영상이나 사진 또는 여 러분 앞에 있는 장면을 볼 때 여러분이 지각하는 이미지들은 다른 개념들 과 연결되어 한 개념을 형성하기 전까지 작업기억에서 활발하게 유지될 수 있다. 수학이나 물리와 같은 문제를 풀 때, 여러분은 다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즉, 여러 개념을 한꺼번에 불러내고서 그것들을 한데 합쳐야 전 체 문제가 풀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러분은 속으로 말할 수도 있고, 삼 차원 물체를 상상할 수도 있고, 그게 어떻게 움직일지 또는 여러 상이한 각도에서 어떻게 보일지 상상할 수도 있다. 상상 속에서 루빅스 큐브 Rubik's cube를 풀 수 있는가? 그게 작업기억이 하는 일이다. 모두를 항상 목록에 적어 기록하지 않고서도 여러 축구선수가 축구장에서 서는 위치를 계속 추적할 수 있는가? 역시 작업기억이 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시각적 대상들을 지각하고 식별할 수 있는가? 이 역시 작업기억이 하는 일이다.
분명히 작업기억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각하고 이해하기 위해 경험을 재구성하는 데 큰 역 할을 한다. 
- 전환 및 억제와 같은 집행 기능이 고차원 사고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 로 보여서인지, 많은 연구자가 집행 기능은 작업기억의 으뜸가는 지적 구 성 요소라고 제안했다(Kane et al., 2004). 집행 기능은 범용 작업기억 시스템 으로서 활약하며 심지어 지능 일반의 으뜸가는 결정 요소인 듯 보인다. 달 리 말해서, 음운루프와 시공간 잡기장과 같은 낮은 수준의 구성 요소들은 집행 기능만큼 고차원 사고에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다. 집행 기능의 가용 성과 용량이 사고 및 추론 능력의 핵심 결정 요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 인차의 관점에서 볼 때, 뛰어난 집행 기능 가용성을 지닌 사람은 학교 성 적과 사고력 검사처럼 지적 능력과 연관된 재능과 검사에서 더 나은 성적 을 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집행 기능 능력은 성과 달성과 연관 이 있다.

- 기억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적어도 다음 2가지다. 바로 지속시간(단기기억, 중기기억, 장기기억)과 내용물(사건, 사실, 운동 행위, 말, 영상)이다. 기억의 짧은 측면인 감각계와 작업기억 시스템은 우리 사고의 내용물을 반영하며 지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시스템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정보를 저장하며, 우리는 그 정보를 되뇌기 및 지각 재활성화를 통해 유지한다. 하지만 이런 표상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연결되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업기억 시스 템은 바깥에 있는 세계, 감각 및 지각의 세계, 우리 마음속 세계와 장기기 억, 개념 및 지식의 세계 사이의 매개자다.
- 일찍이 6장에서 새모이통의 새를 알아보는 데 관여하는 기억의 역할을 논하면서 나는 사실 기반으로 구성되는 기억과 사건 기반으로 구성되는 기억을 구분했다. 사실 기반 기억은 대체로 의미기억이라고 부르는데, 가 장 중요해 보이는 의미적 및 개념적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건 기반 기억은 대체로 일화기억이라고 부른다. 이는 구체적인 일화에 대한 기억으로, 여 러분에게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두 시스템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알 고 기억하는 능력과 특정한 것을 떠올리고 회상하는 능력에는 기능적 차 이가 있어 보인다. 기능적 필요가 다르기에 이 두 시스템은 상이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하지만 둘이 별개는 아니다. 상호작용하고 겹치 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을 사례를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이 경우 구체적인 사건이 결국 새로운 개념을 낳을 수 있다.
- 기억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알기란 어렵지 않다. 이 왜곡은 더 일반적인 지식의 유용한 어렴풋함과 동일한 원천에서 비롯된 다. 기억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어렴풋하다. 배경 내용을 채우기처럼 이 어렴풋함이 도움이 될 때 우리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일어난 일의 정확한 반영이길 기대하고 믿는 일화기억에서 세부 내용을 보태거나 뺄 때처럼 어렴풋함이 해가 될 때에도,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의 기억이 정확 하지 않다고 알려주기 전까지는 어렴풋함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떻게 여러분은 때로는 어렴풋함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법을 배우고 또 어떨 때는 오류를 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한 해법으로, 핵심 내용 을 보존하고 싶다면 이야기를 다듬지 않도록 해보라. 하지만 이 해법은 그 다지 실용적이지 않다. 우리 대다수는 이야기를 할 때 다듬기를 좋아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지고 더 재미있어진다. 그것이야말로 많은 이야기의 목적이다. 즐겁게 해주기가 목표지, 정확하고 사실적인 기억을 만들 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다듬지 않도록 해보라'는 말 이야 쉽지 실제로 하기는 어렵다. 쉽지 않은 까닭은 어렴풋함과 다듬기가 기억의 작동 방식의 본질적인 측면이기 때문이다. 피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을 통해서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여러분은 기억의 속성을 알아차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여러분 이 기억하는 것은 이야기인가 사실인가? 해당 기억의 목적은 무엇인가? 새로운 내용을 보태고 있는가? 이전에 나왔듯이,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리 켜 메타기억이라고 한다. 메타기억은 자신의 기억에 관한 지식이다. 만약 여러분의 메타기억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기억이 근본적인 수준에서 어떻 게 작동하는지 더 많이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툴빙이 제안하기로, 정신적 시간 여행을 하는 능력인 일화기억은 인간 에게 고유하다. 그것은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사물을 기술하는 능력 그리 고 자신을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 속에 두는 발달된 자아의식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또한 이 기억은 의미기억에 의존하면서도 그것과는 차이가 있 다. 그는 2002년에 이렇게 적었다(Tulving, 2002).
일화기억은 최근에 진화되어 늦게 개발되었고 일찍 악화되는 과거지향 기억 시스템으 로서, 다른 기억 시스템들보다 신경의 기능장애에 취약하며 아마도 인간에게 고유하다. 이것은 주관적인 시간을 통해 현재에서 과거로의 정신적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기에, 우리로 하여금 자기인식 의식(autonoetic awareness)을 통해 자신의 이전 경험을 재경험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억의 작동에는 의미기억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과 별도 로 작용한다.
- 사고하기 즉, 문제 해결하기, 결론 내리기 및 결정하기는 잘 구성된 정신 적 표상을 이용해 진행된다. 이러한 정신적 표상, 즉 개념 덕분에 우리는 예측하고, 빠진 특징을 추정하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기존의 개념이나 범주에 들어맞는 무언가를 지각하면, 우리는 개념 덕분에 그 사물들에 대 해 아는 중요한 대부분의 정보에 접근한다. 일단 사물이 한 범주의 구성원 으로 분류되고 나면, 그 사물은 동일한 범주 내의 다른 많은 사물과 연관 되어 있는 속성들을 물려받거나 지닐 수 있게 된다. 개념은 잘 구성된 기 억의 결과이기에, 개념 덕분에 기억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개념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지식과 기억이 적응적 사고에 최적화되는지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개념 덕분에 기억과 지식은 다 른 종류의 사고를 수행하는 데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 인지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이 발상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개념을 낳았다. 자아 고갈의 개념은 로 이 바우마이스터 Roy Baumeister와 동료 연구자들한테서 나왔다(Baumeister, Bratslavsky, Muraven & Tice, 1998). 이 이론에 따르면 자기조절self-regulation 한정적 자원이다. 물리적 자원을 다 써버리듯이 다 써버릴 수 있다. 바우 마이스터의 주장에 따르면, 인지 자원과 자기조절은 신체적 체력에 비견 된다. 힘든 운동을 하거나 오래 걷고 난 후에 여러분의 근육은 지친다. 자 아 고갈 이론에 따르면, 여러분의 자기조절 자원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 동한다. 즉, 이런 자원들은 고갈된다. 그리고 이 자원들이 고갈되면 여러분 의 자기조절 과정이 힘겨워진다.
- 자아 고갈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 바우마이스터가 알아내기로, 피실험자에게 어려운 자기조절 과제를 하도록 시키면 후속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과제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 두 유형 의 과제가 자원을 공유한다. 가령, 피실험자한테 초콜릿 대신에 무를 먹으 라고 강요하면, 먹기에 대한 자기통제를 행하지 않았던 피실험자에 비해 서 후속 퍼즐 풀기 과제에 대한 지속력이 줄어들었다. 다른 과제들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강한 감정 반응을 유발하는 영화를 보게 했 다. 자아 고갈 조작을 통해 이 피실험자들은 감정 반응이나 괴로움을 억압 당했다. 이들은 철자 바꾸기anagram 과제를 푸는 능력이 저하되었다.
더욱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 조절 자원을 고갈시키는(가령, 감정을 조 절하고 주의를 통제하거나 작업기억 검사를 수행하는 과제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은 작업기억 지속 기간과 억제 조절에 관한 후속 검사에서 성적이 나쁘게 나왔다. 이는 자아 고갈과 시스템 2 사고와의 대응성을 암시하는데, 이 두 집행기능 모두 시스템 2 주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아 고갈은 의사결 정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아가 고갈된 피실험자들은 의사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결정 대안들을 고려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잘 다루 지 못한다. 자아가 고갈된 사람들은 휴리스틱에 더 과하게 의존하는 편이 며, 종종 모든 대안을 주의 깊게 저울질하지 못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으로, 자아 고갈 현상은 일반적인 피로와는 다르다. 달리 말해서, 자아 고갈은 자신의 자기조절 자원이 고갈 상태에 있는 상황 에 해당한다. 이것은 인지 통제에 국한된 피로다. 일반적인 지침 내지 피 로와 동일하지 않다. 이 구분은 자아 고갈과 비교 수단으로서 수면 박탈을 이용하는 어느 영리한 과제에서 드러났다. 만약 자아 고갈이 일반적인 피 로와 동일하다면, 자아 고갈 피실험자는 수면 박탈 피실험자와 동일한 과제 수행 성과를 보여야 마땅하다(Vohs, Glass, Maddox & Markman, 2011). 하 지만 연구 결과는 이 결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수면 박탈 피실험자들은 피 로 때문에 고생했지만 자아 고갈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위 실험의 연구자 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인 피로와 달리 자아 고갈은 원치 않는 반응 을 조절하는 내부 에너지의 소진' 현상이다.
- 우리는 어떤 결론이 우리가 이미 믿는 내용과 일치하면 타당하다고 가 정하고, 일치하지 않으면 타당하지 않다고 가정하는 경향 내지 편향을 가 지고 있다. 비록 우리는 꾸준히 추론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무언가에 대해 예측을 하고 있지만, 연역 논리는 종종 우리가 참이라고 믿는 바와 일치하 지 않으면 반직관적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실제로는 아닌데도 한 결론 에 종종 동의하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여긴다. 대신에 타당한 결론을 거부 할 수 있다. 이는 편향인데, 타당성은 논리적 과제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 지 믿을 만한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긍할 만은 한데, 우리 에게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개념과 기억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다. 즉, 우리는 10장에서 논의했던 빠른 시스템인 시스템 1을 바탕으로 결 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빠른 시스템은 결정과 연역을 빠르게 수행하므로 유용하지만, 또한 이와 같은 편향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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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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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진심

심리 2023. 11. 26. 16:20

프로이트에 따르면 말은 무의식의 욕망이나 갈등을 반영한다. 말을 통해 숨겨진 욕망이나 불편한 감정이 표출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생각으로 반영되고, 그 생각이 말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누군가 자주 하는 말, 즐겨 쓰는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선택의 폭을 넓힐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직장생활의 경험과 심리상담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 뒤에 숨은 의미를 찾고 주변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40가지 제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잘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친한 관계일수록 말에 대해 조심하지 않고 핀잔주듯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 전문가 데일 카네기는 "간접적인 공격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대화와 이해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솔직한 대화만큼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대부분의 사람은 어쩌지? 어떡하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걱정과 불안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불안감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불안감을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불안감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걱정을 억누르려고 할수록 더 많이 걱정하게 된다. 불안감은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것이 불안감을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누군가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나한테 왜 말을 안했어? 알았으면 도와주었을텐데." 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한편 고맙기는 하지만, 정말 도와주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말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말로는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대신에 이렇게 말해주자.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잘 이겨낸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는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기 싫은 일에 부딪치게 되면 변명이나 핑계를 대면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다. 본인은 그럴싸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상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듯이 상대방도 나의 변명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낫다.

누군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면 공감하기보다 이유부터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다. 단지 마음을 표현하고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을 뿐이다. 이유를 설명한다고 해서 딱히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풀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설명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심리학에는 '사후 결정 부조화(post-decision dissonance)'라는 이론이 있다. 일단 결정을 내린 후에도 그 결정에 대한 불편함 과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한 선택이 맞는지 확신이 없 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나의 선 택이 옳았다'라고 믿는 데 도움되는 정보만을 찾는 심리를 '사 후 결정 부조화'라고 한다.
내가 주식을 모두 판 이후에도 주가를 매일 확인하고, 내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회사의 상황을 틈나는 대로 확인했던 이유도 '사후 결정 부조화'가 작용한 탓이다.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잭 브렘(Jack Brehm) 교수가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후 결정 부조화 현상은 중요하고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일 때 더 빈번히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수록 자신 의 결정이 옳았다는 믿음을 뒷받침해줄 정보를 더 강렬히 찾는 것이다. 
- 유명 강연가이자 작가인 멜 로빈스(Mel Robbin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안은 내가 살아 있고, 내가 사람이고,
우리가 뭔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불안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잘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일을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에게 마지막으 로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 견해, 가설 등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려는 경 향을 말한다. 새로운 정보나 증거가 제시되어도 기존의 믿음을 바꾸지 않고 무시하려고 한다. 자신의 선입견과 기존의 지식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증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두뇌가 지적 노력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정보를 단순화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계속 평가하고 조정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뇌는 기존의 믿음을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의 뇌도 이왕이면 일을 덜 하고 싶은 것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과정 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이나 판단을 할 때 확증 편향에 빠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여서 실상과 다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논리적 증거를 제시한다. 상대의 믿음에 반대되는 사례를 제시하거나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보여준다. 아들의 좋지 않은 행동을 그 친구 탓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그 친구랑 어울리기 전에도 종종 저렇게 짜증 내는 모습을 보 인 적이 있잖아. 내 생각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한 번에 태도나 생각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한두 번씩 반복하다 보면 작 은 변화가 생긴다. 엄마는 아들이 짜증내는 이유를 지레짐작하 지 않고 직접 물어보게 된다.
두 번째, 상대에게 시간과 여유를 준다. 확증 편향은 자신도 모르게 발생하는 강한 무의식적 경향이다. 감정적으로 과열된 상태에서 대화하는 것보다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대화를 시도 하는 것이 좋다.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면 각 자의 견해를 더욱 고집하다 충돌하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서로 의견이 대립될 때는 대화를 중단하고 잠시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상대가 기분이 상하거나 격정적인 상태로 바뀔 것 같으면 먼저 커피 한잔을 권한다. 그러면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 남탓하는 마음과 자존감의 관계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귀인 편향 (attribution bias)'이라고 한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보다 타인, 환 경, 변수와 같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서 찾으려는 것이 다. 한마디로 자신은 책임지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주로 발생 한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자존감을 보호하고, 긍정적인 자 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심리학과의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 교수는 성인을 대상으로 '부정적 감정과 비난하는 경향의 상관관계'에 대해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존감이 낮거나, 부정적 인 감정을 느낄 때 타인을 더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 타났다. 또한 무력감이나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느 낄 때도 다른 사람들을 더 비난하는 경향이 있었다. 
- 실제로는 말하지 않았으면서 말했다고 하는 사람, 실제로는 말했으면서 그런 적 없다고 하는 사람, 실제로는 받았으면서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실제와 다르 게 기억하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적 관점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자기보존(self-preservation) 욕구이다. 해로운 것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연적인 본능과 비슷하다. 우리는 부 정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할 때, 감정적 영향을 줄이거 나 우리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바꿀 수 있다.
두 번째, 긍정적 자아 이미지를 보존하려는 욕구이다. 우리 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과 정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긍정적 자아상과 일치하지 않는 기억 은 지워버릴 수 있다. 이것은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과도 연관이 있다. 이기적 편향이란 성공을 내적 요인(능력, 노력 등)으로 돌리고 실패를 외적 요인(행운, 상황 등)으로 돌리는 경향 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잘되면 내 탓이고, 못 되면 남 탓, 상황 탓을 하는 심리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의 마라 매서(Mara Mather) 교수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하려 는 동기가 강할 때, 기억을 재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고 범죄자로 낙인찍히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사건에 대한 기 억을 조작할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 마음이 보내는 원인불명의 신체 증상
독일 쾰른대학교 심리학과의 요리스 람머스(Joris Lammers) 교 수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변 명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구별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군 가 변명을 하면 그 사람의 거짓이나 속임수를 감지해낼 수 있 는 사회적 단서에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인은 그럴싸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듯이, 상대방도 나의 변명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하기 싫은 일을 앞두고 있다면, 참석하고 싶지 않은 자리가 있다면 차라리 솔직히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낫다.
"죄송한데 회의 발표는 저 대신 다른 분이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요."
"죄송한데 오늘 회식은 좀 빠지면 안 될까요?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쉬고 싶어서요."
- 혼잣말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확실한 효과가 있다. 심리적 허전함을 달래고 일상생활에서 적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의 개리 루피언(Gary Lupyan)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의 대니얼 스윙리(Daniel Swingley) 교수는 '자신을 통제하는 말은 탐색 성과에 영향을 미 친다'는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 이 혼잣말을 통해 자기 회복력을 향상하고 정서 조절을 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에서 적응력을 높이는 효 과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혼잣말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하지만 온종일 말동무 없이 혼자 있는 사람, 누군가 옆에 있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 이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지는 사람도 혼잣말을 자주 한다. 외로움을 덜기 위해 자신에게라도 말을 거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사회적 외로움과 고립감 때문이다.
주위에 혼잣말을 자주 하시는 어르신이 계신다면 애정을 가지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 
- 누구나 무언가를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통제하는 대상도 사람, 상황, 시스템, 일정 등 다양하다. 통제의 욕구 가 특히 높은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산타클라라대학교 사회심리학과의 제임스 버거(James Burger) 교수는 <통제에 대한 욕구(Desire for Control)》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이들은 주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모습을 자주 보일 수 있 다. 또한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서 일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높 은 수준의 성과를 기대한다.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해내려고 한다. 자신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자신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높은 책 임감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에 비해 더 큰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 지나친 자신감과 두려움 사이 대화할 때 자기 할 말만 빠르게 하고 마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일까?
첫 번째, 자아도취가 심한 사람들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비즈니스스쿨 심리학과의 애덤 갈린스키(Adam Galinsky) 교수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다른 사람 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은 빠르 게 표현하지만 상대의 의견은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들은 자아도취가 심하고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두 번째, 공감 능력의 부족이다. 애덤 갈린스키 교수는 '공감 하는 수준과 대화에 임하는 자세'라는 주제로도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공감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점 을 고려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방해하고 자신의 관점에 집 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대화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형적인 예이다. 그는 토 론과 기자회견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자주 끊는 것으로 유명 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종종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세 번째, 거절의 두려움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 대에게 전달하고 설득시키고 싶은 욕구가 높은 사람들이다. 상대가 생각하거나 반격할 틈을 주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인정 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까 봐,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까 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 오지 않을까 봐 상대가 자신과 반대되는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 잠재적인 비판이나 반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대화를 지배한다고 느낌으로써 타인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덜 상처받고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심리학과의 오즐렘 에이덕(Özlem Ayduk) 교수는 '거절 민감성이 대화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거부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대화를 지배하려 들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은 검증되지 않은 신념을 갖고 있는 경우, 그러한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나 현상을 무시 하는 경향을 말한다.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뒷 받침해주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말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정보를 들었을 때도 자신의 생 각을 바꿀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의 말이 무조건 맞다는 듯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첫 번째, 질문한다. 당신 말은 틀렸다고 말하기보다 다른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해서 상대방이 자신의 믿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두 번째, 상대가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사례를 꺼낸다. 이것 역시 자신의 믿음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 공한다.
세 번째, 상대에게 맞서 싸우지 않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최 대한 부드럽게 말해본다. 상대방이 너무 깊숙이 자기 확신에 빠져 있다면 특히 공격적인 대응은 피해야 한다. "당신은 왜 매 번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해? 나중에 확인해보면 틀린 것도 많 아"와 같은 말은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 대화의 주제가 '어 떤 사실이 맞고 틀리냐'에서 '너는 항상 틀린 말만 한다'로 바뀌 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과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들에게 곧바로 반박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화하면서 조금씩 다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시 도해보면 상대방도 분명 생각과 태도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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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은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에 대해 소통할 수 없을 때 온다. (칼 구스타프 융)
-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 (말콤 글래드웰)
-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하라. 단,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뜨거운 열정과 냉정한 판단력은 삶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알프레드 아들러)

- '앵커 효과'는 일종의 선입견을 심어주는 심리 법칙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하나 는 이전의 모든 정보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이는 '닻을 내 리는 것'의 숨은 위험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천하기 는 무척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대량으로 수집한 정보를 전면적으로 분석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닻을 내리는 것'의 영 향을 최소화한다. 정보가 폭발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에게 유효한 정보를 취하는 자세를 갖 춰야 한다.

- 스트레스 심리 연구의 원조, 한스 샐리에Hans Selye 박사는 스트레 스를 해로운 스트레스와 유익한 스트레스로 구분했다. 유익한 스트 레스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생활에 활기를 주며 동기부여를 할 수 있지만, 해로운 스트레스는 무기력과 의기소침, 실망감 같은 감정 을 느끼게 해 신체와 심리 상태에 나쁜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월렌다 효과는 바로 이러한 해로운 스트레스에 속한다. 이는 비 이성적인 스트레스로, 그 근원은 개인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다. 즉, 자신이 실패할 것을 걱정해 이를 성공시키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실패만 생각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이다.
유익한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정서이지만, 해로운 스트레스는 부 정적인 감정으로 사고를 분산시켜 쓸데없고 터무니없는 생각에 시 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그러니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해득 실을 따지고 실패의 쓴맛을 보는 것보다 처음부터 손 놓고 싸우는 편이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월렌다 효과'는 매우 간단한 심리 법칙이다. 고도의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기간의 훈련을 무너뜨리며 형성하는 무의 식적 반응을 말한다. 이른바 '숙련은 연습에서 온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뜻밖의 상황이 생길 때 기술이 숙련된 사람은 의식 적으로 올바른 대처를 하는데, 이는 운에 따른 것이 아니라 반 복된 훈련에서 얻은 잠재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패할까 걱 정하는 심리는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기 본적인 대응조차 심사숙고하게 만든다. 또한, 이 때문에 발생하 는 결과에 반응하는 속도 역시 느려져 생각을 둔하게 만든다.

-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 아무리 많은 힘을 쏟아도 정확한 생각의 갈피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오히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색하던 것을 멈출 때 결정적인 영감이 떠오를 수 있는데, 이를 '브루잉 효과'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브루잉' 과정은 사고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의 전반적인 사고 과정을 잠재의식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 한다.
또한, 잠재의식을 통해 기억 속에 저장해 둔 관련 정보를 조합하 고 '영감' 같은 사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것은 중간 휴식이다. 
- 어려운 문제는 잠시 놔두고 중간에 다른 일을 끼워 넣는 방법은 사람들이 고정된 사고 패턴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절차와 방법을 얻을 수 있게 해주며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관념이 도출되었다. 예를 들어 '일과 휴식의 결합' 같은 사업 이념이나 시간을 나누는 것을 기반으로 각종 시간을 관 리하는 방법 모두 브루잉 효과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없는 문 제에 끝까지 매달리거나 자기 능력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체된 사고방식에서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문제를 한쪽에 놔두고 다른 일을 해 보자. 잠시 문제를 내려놓음으로써 정체된 사고방식을 없애고 몇 시간, 며칠, 심지어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하면 우리의 뇌는 새 로운 사고방식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끊임없이 높아짐에 따라 디자인 면에서는 ‘'미니멀리즘'을 따지고 조직관리에서는 '행정 기구의 간소화'를 추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격언 중 “세상 만사 가능한 한 간결해야 하지만 너무 간단해서는 안 된다.”라 는 말이 있다. 간결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것이 '오컴의 면도날 법칙'의 정확한 사용방식이다.

- 일본의 마쓰시타 기업은 직원들의 감정 관리를 매우 중시한다. 직원들의 감정이 일의 생산성과 크게 관련 있다고 생각해 이 방면에 많은 궁리를 하고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예로 '화풀이 방'을 들 수 있다. 마쓰시타의 각 생산 기지에는 은밀한 방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방 안에는 사람 모양의 샌드백이 있다. 어떤 직원이든 화가 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는 이 방에 들어가 사람 모양의 샌드 백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며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다.
'화풀이 방'이 생긴 후, 기업의 심리학 전문가들은 '화풀이 방'에 출입하는 직원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85% 이상의 직원들이 방으로 들어갈 때는 우울해 보이거나 화가 나 보였 지만 나올 때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 후 통계를 통해 이러한 '표출' 후의 사업 실적이 '표출' 전보다 훨씬 상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쓰시타가 사용한 방법은 극단적일 수도 있겠지만 심리학적 측 면에서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말해 주는 한 가지는 감정 표출이 개개인의 심리 건강에 무시할 수 없는 작용을 했다는 점이다.
- 심리학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 '호손 효과'가 우리에게 말하 는 것은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많은 감정 중 일부 부정 적인 감정을 절대 억눌러서는 안 되며 여러 방법으로 표출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감정 표출은 어떤 물질적인 동기부여보다 훨씬 효 과가 크기 때문이다.
- 심리학자들은 감정에 관한 깊은 연구를 통해 감정 표출의 수단은 주로 난폭한 행동, 하소연 그리고 슬픔의 표출,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쓰시타의 '화풀이 방'은 난폭한 행동 표출에 속하고, 호손실 험 중 진행한 인터뷰는 하소연 표출에 속하며, 그 외에 목 놓아 우는 것은 슬픔의 표출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연구를 통 해 정서적인 눈물은 다른 눈물과 달리 유독물질이 있어 혈압 상승을 야기하고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하며, 소화 불량 등의 안 좋은 증상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눈물을 통해 유독 물질을 몸에서 배출해야 몸과 마음이 모두 가볍고 맑은 기분을 되찾을 수 있다. 만약 실제로 어떻게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한바탕 크게 울어보는 것도 좋다.

- 『걱정을 멈추고 즐겁게 사는 법에서 카네기는 '카렐 공식'에 대해 정의했다. 가장 나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걱정의 근원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렐 공식'의 사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한 세 가지 절차가 있다. 
첫 번째, 먼저 두려움을 없애고 이성적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분 석한다. 그 후 실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이 무엇 인지 찾아낸다.
두 번째,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을 찾아낸 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비록 상황을 돌이킬 수 없 더라도 우리는 빠르게 털어낼 수 있다.
세 번째,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생각보다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되고 힘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긴다. 그러면 최 악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이렇게 적절히 대처한다면 우리는 빠르게 가장 나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계속 걱정만 한다면 아마도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는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매슬로 A. H.Maslow가 제기한 심리학 현상이다. 매슬로는 '요나 콤플렉스'를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는 가장 완벽한 순간과 조건 아래에서도 변화를 두려워 하고, 크게 용기를 낸다고 해도 상상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몹시 추앙한다."
즉, 요나 콤플렉스는 일종의 '성공했을 때의 두려움'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성장을 회피하는 심리현상이다.
요나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인 것은 성경에 나와 있는 기록 때문 이다. 성경 속 예언자 요나는 하나님의 명을 받는데, '니느웨(아시리 아의 대도시)로 가서 그 도시가 죄악으로 가득 차 하나님의 심판을 받 을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는 일이었다. 이는 본래 얻기 어려운 사명 인 동시에 매우 높은 명예이고, 요나가 평소에 동경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요나는 이 사명과 명예를 실제로 받아들이자 몹시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이런 기회를 오랫동안 간절히 바랐지만, 진짜 기회를 만났을 때는 도망가 버렸고, 도망간 후에는 점점 움츠러들어 매슬 로가 말한 요나 콤플렉스에 빠졌다. 이러한 심리는 우리에게 자신 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자신의 잠재력을 찾는 것 도 피하게 만든다.

- 옛말에 "끈을 자르지 말고 매듭을 풀어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무언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을 때 문제를 차단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엉킨 실뭉치를 풀 듯 적극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 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 고 발견할 때, 자기 생각을 대담하게 말해야 하고 자기 생각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변함없이 꾸준한 믿음을 보이면 비로소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 "이성적인 당나귀 한 마리가 양과 질이 모두 같은 건초 두 더미 사이에 있으면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그 당나귀는 도대체 어느 건초 더미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떠한 이성적인 결 정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뷔리당이 이 역설을 처음 제기한 것은 당시의 이성주의 사조를 반박하고 자신의 믿음을 변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만약 누군가 지나치게 이성적이라면 밥을 굶은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끝없는 '결 정장애'에 빠져 위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전하고자 했 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이해득실을 계속해서 저울질하며 망설이 고 결정하지 못하는 현상을 '뷔리당의 당나귀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소통의 대가 줄리아 길라드Julia Eileen Gillard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느낌과 당신의 느낌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할 때 비로소 조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상대 가 자신이 존중받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당신에게 협 력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자신의 느낌만 강요한 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당신과 교류하지 않을 것이다.

- 사람들의 사교적 행동 중에서 '타인의 자존감을 만족시키는 것' 은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생 각과 의사를 존중해주기를 뼛속 깊이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욕구를 인정하면 더욱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 람에게 보답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타인의 자존감을 만족시키 는' 과정에서 치르는 어떤 대가보다 클 것이다.

- 애런슨의 실험은 인간관계 속 하나의 원칙을 입증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신을 부정하다가 나중에 갈수록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하고, 처음에는 자신을 인정하다가 나중에 갈수록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이는 서로 좋아하는 법칙'의 보충 조건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자신 을 점점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욱 좋아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관계에서 늘 좋은 말만 하는 것과 나쁜 말을 먼저 한 후 천천히 좋은 말을 하는 상황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후자가 더욱 사람들의 호감을 사게 된다. 또한, 우리가 이러한 사람을 좋아하는 정 도는 줄곧 좋은 말만 했던 사람보다 훨씬 크다.

- 사회질서가 바로잡힌 환경에서 '악한 본성'은 깊숙이 감춰지지 만, '스탠퍼드 교도소'처럼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만나면 권력을 쥔 '루시퍼'처럼 언제든지 밖으로 튀어나와 좋은 사람을 악 한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고 한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도덕과 사회윤리 는 항상 선과 악을 구분 지으며, 악한 사람을 경계하고 선량하게 사 는 것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좋은 사람과 악한 사람이 원래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단지 '선량 하게 살아가는 사람'과 '나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옷장 속에 해골을 감춰두고 산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사람도 마음속엔 악한 본성이 감춰 져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한 절대적 신뢰는 언제 깨어날지 모를 '루시퍼'에게 자신의 운명을 쥐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 '돼지 게임'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경쟁의 약자(작은 돼지)는 반드시 경쟁 전략을 선택 보류) 연구하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쟁에서도 똑같은 이치가 적용된 다. 대기업은 경쟁의 강자(큰 돼지)고, 작은 기업은 경쟁의 약자(작은 돼지)가 된다. 치열한 기업 경쟁에서 작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 는 '돼지 게임'의 작은 돼지처럼 기다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렇 게 '작은 돼지는 누워서 기다리고 큰 돼지가 버튼을 밟으러 뛰어가 는 현상'은 경제학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편승'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 이와 관련된 '편승 이론'은 미국의 경제학자 맨커 올슨Mancur Olson 이 처음 제기했는데, 기본적인 의미는 작은 돼지처럼 비용을 지불 하지 않고 그저 편히 앉아서 다른 사람의 이익을 누린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예로 '시장 추종자'를 들 수 있다. 어떤 대기업이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면 곧바로 몇몇 작은 기업들 은 똑같이 흉내 내며 그 기업을 따라간다. 마치 작은 돼지가 편승한 것처럼 작은 기업들은 초기 연구 개발 투자금을 절약하는 동시에 대기업이 개척해 둔 안정적인 시장을 마음껏 누리게 된다.
비즈니스 역사상, 큰 돼지가 나무를 심고 작은 돼지는 그저 바람 을 쐬는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IBM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개발했지만, 오히려 애플의 그래픽 운영체제에 그 명성을 빼앗겼 다. 넷스케이프는 완벽한 브라우저를 만들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의 끼워팔기 전략에 묻히고 말았다. 또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금은 큰 돼지가 되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시장 을 개척해 냈지만, 마찬가지로 수많은 작은 돼지들이 그들의 우위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 그러나 선구자는 늘 나무를 심어야 하고 이야기 속의 큰 돼지처 럼 직접 버튼을 눌러 먹이를 먹어야 한다.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으 면 결국 굶어 죽기 때문이다. 돼지 게임에서 큰 돼지는 작은 돼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몫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결국, 최대 한 많이 일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위를 차지하 는 것이다. 즉, 작은 돼지가 먼저 반응하기 전에 빠르게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두 회사 간의 게임은 '사격수 게임'의 아주 좋은 예시다. 음료 소비 시장에서 그들은 물과 불처럼 공존할 수 없 는 경쟁 상대다. 서로 간의 치열한 경쟁은 잠시도 멈춘 적이 없다. 일단 한쪽에 변고가 생기면 다른 한쪽은 불난 틈을 타서 상대의 시 장 점유율을 침범한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여러 해 동안 두 회사 모두 큰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음료 시장에 제삼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체 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두 거대한 회사가 사격수 을과 병 사이의 동맹처럼 줄곧 일종의 협력 경쟁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만약 탄산음료 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그들은 이심전심으로 공세를 펼쳐 제삼자를 스스로 물러나 게 만들거나 철저하게 패배시킨다. 두 거대한 회사는 서로 수차례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한 번도 서로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만든 적 은 없다. 또한, 두 회사가 진짜 대비하는 상대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사격수 갑이다.

-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 효과'는 우리 생활 중 광범위하게 적용되지 만, 이 또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사용하면 의사소통 과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좋은 일을 한다는 명목하에 높은 도덕적 잣대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설령 상대방이 '보상심리'로 불 합리한 요구에 동의했다하더라도 심리적 반감은 피할 수 없다.

- 구소련의 심리학자 플라토노프Andrei Platonovich Platonor는 그의 저 서 『취미 심리학의 서문에서 특별히 독자에게 '8장의 다섯 번째 줄 은 읽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 독자는 작가의 경고와는 반대로 가장 먼저 8장의 다섯 번째 줄부터 읽었다 는 것이다. 플라토노프가 이렇게 책에서 사소한 농담을 던진 것은 심리학상 흥미 있는 현상인 '금지된 과일 효과'를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사람들은 '금지된 과일일수록 더 달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어떤 정보를 숨겨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할수록 사람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그것을 알고 싶어 한다는 심리와 같다. 즉, 금지된 일일수록 사람들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금지령을 깨뜨린다. 이러한 일방적인 금지와 은폐로 인해 일이 뜻 대로 되지 않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금지된 과일 효과Forbidden fruit effect'라고 부른다.

- '한계초과 효과'는 지나치게 자극한 시간이 오래되어 이로부터 심리적 면역, 심지어 심리적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 다. 손에 있는 굳은살처럼 문지를수록 더욱 두꺼워지고, 굳은살이 두꺼워질수록 그 밑에 있는 피부는 보호를 받는다. 사실 굳은살뿐 만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 수용 능력 역시 매우 두텁다. 이는 우리 의 신체처럼 마음도 우리가 여러 상처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며 자 기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연속해서 자극을 강하게 받을 때 우리의 마음은 적극적으로 이 자극을 무시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다.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수치심을 느끼면 우리의 마음은 서서히 반항을 하기 시 작하는 것이다.

- 우리는 한 사람의 언어적 매력은 그가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제대로 말했는가에 달려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끊임없이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말이 정말로 다른 사람 이 꼭 들어야 하는 말인지도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더욱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 1920년대 독일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 Zeigarnik은 기억력과 관계 있는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녀는 피실험자들에게 22 개의 간단한 일을 요구했는데, 이 일들에 필요한 시간은 대체로 비 슷했고 일반적으로 몇 분 정도가 소요될 뿐이었다. 이 22개의 일은 두 그룹에게 나누어졌다. 그중 한 그룹은 일을 다 끝내도록 허락된 반면, 다른 그룹은 일을 다 끝내기 전에 저지당했다.
얼마 지난 후 자이가르닉은 즉시 피실험자들에게 그들이 했던 22가지 일이 각각 무엇인지 기억하도록 요구했다. 실험 전 피실험 자들은 이런 요구를 받을 줄 몰랐기 때문에 한순간 모든 것을 기억해내기 힘들어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평균적으로 완성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68% 정도 기억했고, 이미 완성한 일에 대해서 는 43% 정도 기억했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 피실험자들은 미완성한 임무를 더욱 잊 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을 '자이가 르닉 효과'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속에 일종의 압력 시스템이 생기는 데 이 시스템은 우리를 긴장 상태로 만든다. 일을 완성하지 못하고 중단했을 때, 이러한 긴장 상태는 한동안 지속되고 미완성한 임무 역시 계속 마음을 짓누른다. 그러나 임무를 완성하면 이러한 긴장 상태는 즉시 사라지고 우리의 뇌는 그 임무를 쉽게 잊어버린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현실에서도 매우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예 를 들어 드라마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매우 고 통스럽게 만들지만 억지로 끝까지 보도록 만든다. 보통 광고가 나 올 때 드라마는 중요한 내용으로 전개되고 시청자들은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칠까 봐 매우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저 참고 한 번, 두 번, 그 이상의 몇 개의 광고를 단숨에 보고 나면 채널을 돌리기가 더욱 아까워진다. 어차피 광고를 몇 개씩이나 봤으니 아예 끝까지 다 보 는 것이 낫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즉시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자이가르닉 효과가 발휘되어 그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 을 계속 미루고 어떤 특정 시점을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 일을 영원히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 성공을 향한 첫걸음은 꿈이 아니라 '행동'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계획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을 즉시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꿈을 꾸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는 그저 꿈일 뿐이고 어쩌면 1년 후 우리의 꿈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 행동하기만 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몰입하 게 된다. 또한, 몰입할수록 그 꿈을 지키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지고 꿈을 이룰 기회는 더욱 커진다.
- '자이가르닉 효과'는 '이미 시작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일'을 우 리가 가장 마음에 두고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가능 한 한 빨리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 일단 첫걸음을 내디디면 우 리가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스승을 사랑하지만 진리를 더 사랑한다."
이는 우리가 '권위 효과'에 대해 지켜야 할 정확한 태도를 말해준다.
우리는 계속 의문을 품고 의심하는 정신을 유지해야 권위에 대 한 맹목적인 미신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자신감이 가득하면 공 개적으로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 부분의 경우 적당한 침묵은 목이 터지게 다투는 논쟁보다 더 쉽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고, 나아가 상대방을 믿고 복종하 게 만들 수 있다. 침묵을 아는 사람은 의사소통 중에 조용히 브레이 크를 걸 수 있다. 또한, 침묵으로 자신의 진짜 생각과 의도를 숨김으로써 시기가 무르익을 때 한 번에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말로 상대를 억누르고자 하면 말할수록 그 의도가 탄로 날 가능 성이 크다. 그러나 적당히 침묵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자신의 신체 언어를 통제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든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은 늘 냉정한 사람 앞에서 실패하고 만다. 그 이유는 그들은 너무 급하게 표현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위치를 고려할 시간 없이 결국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서로 아옹다옹하며 싸우는 상황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어디서든 누구와 소통하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은 침묵이다.

- 지구는 누군가가 없어도 평상시처럼 돌아간다. 일 중독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높은 기대의 압력은 사실 잘못된 자아 인지에서 온 것이다. 내가 없어도 될 일,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무궁 무진하다. 이런 여유로움을 가지고 업무를 대해야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세상에 즐길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우리 가 태어난 것은 우리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 프랑스의 철학가인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가 쓴 에세이 『나의 오래된 가운을 버림으로 인한 후회Regrets on Parting with My Old Dressing Gown』에 나오는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날, 친구가 그에게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가운 하나를 선물 했다. 디드로는 이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뻤다. 그런데 그가 이 화려 한 가운을 입었을 때 갑자기 집 안에 있는 가구들이 몹시 낡아 보였 다. 색도 유행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도 지금 입고 있는 가운 과 어울리지 않았다. 가운과 조화를 맞추기 위해 그는 새 가구를 구 입했고, 결국 주위의 모든 환경을 가운의 품격에 맞췄다. 그런데 이렇게 바꾸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 일시적 충동이 지나간 후 그는 '내가 가운에게 지배당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인 줄리엣 쇼어Juliet Schor 는 그의 저서 『과소비하는 미국인들The Overspent American』에서 디드 로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바로 '디드로 효 과'이다. 이는 새로운 물건을 가진 후 그에 어울리는 물건을 끊임없 이 배치하여 심리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디드로 효과는 '인간이 벗어나기 힘든 10대 심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효과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더 많이 얻을 수록 만족하지 않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즉, 어떤 것을 얻지 못할 때는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일단 얻으면 그 욕심은 끝이 없어진 다.
- 사람들은 종종 디드로 효과의 함정에 빠진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이 갈망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디드로는 우연히 가운을 얻은 후 더 잘 어울리는 각종 가 구를 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사실 가운 자체는 뒷받침해 줄 가구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즉, 그 오래된 가구들 은 그의 새 가운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커지기 시작한 그의 욕망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 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학생들을 아테네에서 가장 북적이는 시장 에 데리고 가 수업을 했다. 시장을 다 둘러본 후, 소크라테스는 학 생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 시장에서 무엇을 찾았니?" 학생들 은 중구난방으로 대답했다. "시장에는 물건도 정말 많고, 맛있는 것 도 많고, 볼 것과 놀 것도 정말 많아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놀 거 리, 입을 거리와 먹을 거리 등 모든 것이 다 있어요. 선생님 수업만 아니라면 저희는 분명 물건을 잔뜩 사서 집에 돌아갔을 거예요." 소 크라테스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나는 너희들과 반대로 생각한단다. 이 시장에서 내가 발견한 건 이 세상에 우리가 실제로 필요한 물건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야." 이어서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우리가 사치스러운 삶에 바쁘고 지칠 때, 행복한 삶은 이미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단다. 행복한 삶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어, 가장 좋은 방은 필요한 물건만 있고 쓸모없는 물건은 많지 않은 방이라는 거야."

- '악어 법칙'은 원래 투자 심리학 이론 중 하나로 '악어 효과'라고도 불린다. 악어 법칙이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악어 한 마리가 우리의 다리를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우리 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손으로 악어를 밀면, 악어는 우리의 발과 손을 동시에 문다. 우리가 발버둥칠수록 악어에게 물리는 신체 범 위는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악어가 우리의 다리를 문다 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리 하나를 희생하는 것뿐이 다.
잔혹한 '악어 법칙'은 더 잔혹한 대자연 속에서 그저 가장 평범하고, 모든 생물이 알고 있는 대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정글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고 이미 이런 법칙을 잊어버렸다. 따 라서 어떤 것도 버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고통 속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나아간다.
인생에서 우리는 선택하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결정적 순간 의 포기는 지혜로운 사람이 삶에 임하는 현명한 선택이며 시기적절 하게 버릴 줄 아는 인생만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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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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