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해지길 원한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여러가지 물질적 조건의 충족을 생각한다. 물론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해야겠지만, 행복은 남이 정한 외부의 조건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자기긍정감은 내가 아닌 외부의 조건, 평가, 상식, 비교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와 생각 그리고 감정에 몰입하여 자기존재감을 기르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다. 

자기긍정감을 기르는 일에 집착하며 괴로워하던 사람이 자기존재감을 깨닫는다면 타인의 시선과 평가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자기존재감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내가 가진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말이다. 

지금보다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간혹 자기긍정감을 높이기 위해 나를 속이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한다고 믿고 있다면 이로 인해 행복하기는커녕 더욱 괴로워지게 된다. 자기긍정감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부조리한 세상을 만들고 열등감을 낳는 것이다. 남보다 성공했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자기긍정감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성공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 자기긍정감을 강조하다보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기긍정은커녕 자기부정이 더 커진다. 성공은 스스로 통제불가능한 것이며 남이 멋대로 만든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기본적으로 성공체험보다 나의 존재 자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를 소중히 여겨야 자기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우리는 농구계의 전설적인 코치 존 우든이 말한 성공의 정의를 기억해야 한다.
"송공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인식하고, 그것에 만족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다."

남이 정해준 기준 대신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에 눈을 돌리고, 꾸밈없이 솔직하게 자기존재감의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삼고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우리는 대부분 사회의 다수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라던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인지적 사고방식으로 무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인지적 뇌를 활용하여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인간의 뇌가 구조적으로 그 상황을 부정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방법을 주도하는 것은 뇌의 비인지적 활동이다.

인지적 고정관념에서 탈출하고 자기존재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렛잇비와 렛잇고가 중요하다. 어떤 의미이던 간에 it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이다. 둘 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나라는 존재, 양보다는 질, 결과보다는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인지적 상태인 마음챙김이 있는 뇌를 활용하면, 스트레스나 불쾌감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가, 명상 등으로 나에게 집중하면서 내 안에서 무엇이 발생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 중에서 가장 먼저 관찰해야 하는 것은 내 마음의 상태다. 특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외부에서 다양한 일이 발생하는 것처럼 내 안에서도 다양한 감정이 매일 생겨난다. 이를 깨닫는 것마으로도 뇌의 균형이 잡히고 마음이 안정될 수 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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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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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소설을 꼽자면 단연 삼국지가 1위로 꼽힐 것이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고, 열 번 이상 읽은 자와는 감히 경쟁하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의 2세기 말에서 3세기 말을 시대배경으로 후한 말기와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서 정사 삼국지는 진수가 지었고, 나관중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는 14세기에 지어졌다. 후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일컫는다.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이 둘은 이야기의 큰 줄기는 같지만 세세한 부분은 서로 다른 부분도 많다. 중국의 서기 184년 후한의 쇠퇴와 황건적의 난으로 인한 군웅할거 시대부터 사마염이 건국한 서진이 중국을 통일한 280년까지 있었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이것의 소설판인 삼국지연의는 중국 4대 기서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사람이 많으며 21세기인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동아시아권을 대표하는 고전소설이다. 아마 영미문학권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미치는 영향과 동등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지는 게임, 애니메이션, 책, 영화, 드라마, 만화, 연극 등 가능한 모든 매체로 수도 없이 쓰여질 정도로 유명하며, 삼국지에서 나온 지략과 전술 등은 이천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인용되고 회자되기도 한다.

이 책은 중국 닝보대학 특임교수이자 작가로 활동중인 심리학자 천위안이 지은 책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로 통하며, 심리학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한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삼국지의 주인공은 흔히들 유비, 관우, 장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명함과 훌륭한 재상의 전형으로 제갈량을 꼽으며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영웅이다. 그의 자를 따서 흔히 제갈공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갈량은 촉한시대 정치가 겸 전략가로서 일찌기 유비를 따라 유비가 나라를 세우는 데 많은 공을 세웠고,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대파한 에피소드가 가장 유명하다. 한나라 멸망을 계기로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승상이 되었다. 워낙 명성이 높아서 와룡선생이라 불리기도 했다.

저자는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과 관련된 에피소드만을 뽑아서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그 속에 담긴 인물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이천년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나와 내 주변에서 현재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략 1000명 정도 되며, 워낙 분량 자체도 방대하여 책을 읽기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뽑아내었고, 심리학적 관점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삼국지를 읽지 않은 일반독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갈량의 행동을 분석하고, 제갈량의 명석함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옽앻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인생의 지혜와 처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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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버그

심리 2023. 3. 22. 19:44

- 진화가 고안한 해법들을 보면 지적 설계자intelligent designer가 설계했다면 절대 택하지 않았겠다 싶은 것이 많다.
새 비행기 개발 임무를 맡은 항공공학자는 추진력, 양력, 항력 같 은 부분에 대한 이론적 분석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모 형을 제작해서 실험을 해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비행기를 제작할 때 안전하게 지상에서 그 부품들을 조립하고, 조정하고, 테 스트 해본다는 것이다. 진화는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한다. 종이 진화할 때는 항상 '비행 중'에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수정은 완전한 기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린든David Linden은 사람의 뇌를 진화의 조잡한 땜질식 처방이 점진적으로 축적된 것이라 표현했다." 뇌가 진화하는 동안 새로운 구조물이 낡은 기능적 구조물 위에 얹히다 보니 불필요하게 중복되고, 복잡해지고, 자원이 낭비되고, 때로는 똑 같은 문제의 해결을 두고 여러 해법이 서로 경쟁하는 일도 생겼다. 더군다나 컴퓨터 측면에서 계산과 관련된 새로운 요구들이 등장했지만 그런 요구를 현재의 하드웨어에 그대로 적용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없었다.
- 뉴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얼룩말'에 해당하는 노드는 대체 무엇일까? 뉴런 하나는 얼룩말이라는 개념에 해당하고, 또 다른 뉴런 은 당신의 할머니에 해당하는 식일까? 그렇지 않다. 뇌가 사실상 무한히 많은 대상과 머릿속 개념들을 정확히 어떻게 부호화하는 것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얼룩말 등 모든 개념이 뉴런 집단의 활성을 통해 부호화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얼룩말' 노드는 경계가 모호한 뉴런의 집단, 즉 서로 연결된 뉴런의 무리(꼭 가 까이 붙어 있을 필요는 없다)로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동시에 사이클 선수, 텍사스 사람, 암 생존자 등 서로 다 른 별개의 사회집단에 소속될 수 있는 것처럼, 어느 한 뉴런도 여러가지 서로 다른 노드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 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신경외과의사 이차크 프리트Itzhak Fried는 뉴런과 노드 사이의 관계를 얼핏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 다. 그와 동료들은 환자에게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사람의 피질cortex에서 단일 뉴런을 기록해 보았다. 일부 뉴런은 특정 유명인사의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활성화됐다. 예를 들면 한 뉴런은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Jennifer Aniston의 사진을 아무것이나 보여주면 그에 반응해서 흥분한 반면, 같은 영역에 있는 또 다른 뉴런은 빌 클린턴 Bill Clinton의 사진에 반응했다. 바꿔 말하면 그 환자가 어느 사진을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도 뉴런의 활성만 관찰하면 환 자가 어떤 유명인을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 다면 첫 번째 뉴런은 '제니퍼 애니스톤' 노드의, 그리고 다른 뉴런 은 '빌 클린턴' 노드의 한 구성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니퍼 애니스톤 노드나 빌 클린턴 노드에 속한 뉴런이라도 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진에 흥분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드가 뉴런의 집단에 대응한다면, 시냅스는 링크에 대응한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뇌' 노드와 '마음' 노드가 서로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이 노드들을 표상하는 뉴런들 사이에도 강력한 시 냅스 연결이 존재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노드와 뉴런, 그리고 링크 와 시냅스 사이의 대응관계를 통해 심리적인 수준에서의 의미 네트 워크semantic network와 뇌의 생물학적 기본 구성요소 사이의 역학관 계mapping를 이해할 틀을 얻을 수 있지만, 이것은 엄청나게 단순화된 시나리오임을 명심해야 한다.
- 1970년대 초반에 신경과학자 티모시 블리스Tim Bliss와 테리에 뢰고Terje Lomo는 시냅스전 뉴런과 시냅스후 뉴런이 강하게 활성 화되고 난 후에 해마hippocampus (새로운 기억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 려진 뇌 영역)에 있는 시냅스의 강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있는 것을 관찰했다.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라고 하는 이 현상은 '시냅스 기억 synaptic memory'의 한 사례다. 즉 이 시냅스들이 자기가 강하게 활 성화된 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과 더불어 수십 년 동안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시냅스 강도의 변화가 DVD 반사 면을 태워 구멍을 내는 것의 뇌 버전에 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 과학이 흔히 그렇듯이 이 중요한 발견은 훨씬 더 당혹스러운 의문으로 이어졌다. 시냅스가 가소성이 있다면 어떻게 그 두 뉴런은 자기들 사이에 있는 시냅스가 더 강해져야 할지, 더 약해져야 할지 '결정'하는 것인가? 20세기의 가장 핵심적인 과학적 발견 중 하나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발견을 통해 우리가 이 모든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데 사용하는 뇌라는 기관의 작동방식에 대한 강력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는 X 뉴런 과Y 뉴런이 대략 같은 시간에 활성화되면 그 둘 사이의 시냅스 강 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단순한 개념은 이것을 1949 년에 처음 제안했던 캐나다의 심리학자 이름을 따서 헵의 법칙 Hebb's rule이라고 부른다.13 이 규칙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다듬어지게 됐 다. "함께 흥분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 공통의 시냅스후 뉴런 Post로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는 두 시냅스전 뉴런 Prel과 Pre2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헵의 법칙에 따르면 Prel과 Post가 동시에 흥 분한 반면, Pre2와 Post는 그렇지 않을 경우 Prel → Post 시냅스는 강해지고, Pre2→ Post 시냅스는 약해지게 된다.
- 정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분류되고, 무리 지어지고, 저장된다. 18 당신이 인도에 살고 있다면 당신의 '소' 뉴런은 아마도 '신성함' 뉴런과 연결되었을 것이다. 반면 당신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면 '소' 뉴런은 '먹는 고기' 뉴런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자기조직적 속성 때문에 인간의 기억은 경험을 아무 생각 없이 정확하게 담아내는 것에 만 치중하는 비디오카메라보다 전략적으로 여러 면에서 훨씬 우월 하다. 뇌의 연관구조는 기억과 의미가 한데 얽히게 해준다. 링크는 기억이자 동시에 의미인 것이다.
- 마술사와 심리학자들은 간섭이나 잘못된 정보를 통해 기억을 덮어쓸 수 있음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법체계는 이런 부분을 인정하는 데 느렸다. 하지만 목격자 심문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요즘에는 경찰이 심문할 때 "사고 현장에 SUV가 있었습니까?"라는 질문 대신 "사고 현장에 대해 설명해 주 십시오."라는 식으로 개방형 질문open-ended question을 할 것을 권장하 고 있다. SUV 같은 것을 언급하면 범죄현장에 대한 기억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목격자에게 용의자를 보여줄 때도 라인업으로 일렬로 세워서 보여주기보다는 한 명씩 차례대로 보여주는 것이 낫다. 라인업으로 보여주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중에 서 누군가 한 명을 고르도록 목격자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이 과속차량이 해치백이었는지 쿠페였 는지, 도둑의 눈 색깔이 갈색인지 초록색인지, 경찰이 현장에 1~2 분 안으로 도착했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속, 정확하게 저장하 도록 진화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 초기 기억은 잉크가 덜 마른 손글씨처럼 취약하기 때문에 몇 가지 요인에 의해 교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보를 학습 하면 최근에 습득한 정보의 장기저장에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의 새로운 전화번호를 암기하고 10분 후에 친구의 전화번호를 외우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부 약물과 전기충격요법도 새로운 기억의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동물연구에 따르면 쥐가 미로에서 길 찾는 법을 학습한 직후에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했더니 쥐가 길 찾는 법을 까먹고 말았다. 이런 약물이 새로운 기억의 형성에 간섭을 일으키는 이유는 시냅스 강도의 장기강화가 일어나려면 뉴런 내부에서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어야 하기 때문 이다. 헵의 가소성이 작용한 결과로 시냅스가 강화potentiated된 직후 에 단백질 합성 억제제를 투여하면 시냅스 강도의 증가, 즉 시냅스 기억 synaptic memory을 역전시킬 수도 있다. 실제 기억과 '시냅스 기억 (시냅스 강도의 변화)' 모두 유사하게 단백질 합성 억제제에 의해 지워 질 수 있음을 관찰한 것은 시냅스 기억이 실제 기억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첫 번째 증거 중 하나였다.
동물이 학습을 경험하고 몇 시간, 혹은 며칠 후에 단백질 합성 억 제제를 투여하면 기억의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와 비슷하게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 전기충격요법을 가하면 치료 직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만 소실된다. 기억이 취약해서 쉽게 지워 질 수 있는 초기 단계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후기 단계로 이행되 는 것을 응고화consolidation라고 한다. 잉크가 마르면서 시냅스 강도 에 생긴 변화가 일시적 매체에서 영구적인 매체로 변화하는 것으 로 보인다. 하지만 시냅스 수준에서 이런 과정에 대응하는 것은 무 엇일까? 시냅스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존하는 시냅스 기억으로부터 초기 단계에 단백질 합성이 필요한 더 영구적인 '구조적 변화로의 이행도 부분적으로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동물 연구에 따르면 스피드데이트speed dating (솔로인 남녀들이 짝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명이 돌아가 며 잠깐씩 맞선을 보게 하는 행사 - 옮긴이)처럼 우리 뇌 속의 많은 시냅스 들은 애초에 탐험정신이 강하다. 그래서 시냅스전 뉴런과 시냅스후 뉴런들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연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 듯 방랑벽이 있었던 시냅스들이 영구 안정화되는 형태로 뇌의 배 선에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장기적인 학습이 일어나는 것으 로 보인다."
기억 응고화라는 개념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아주 큰 영향력 을 미쳤다. 하지만 일부 경우에서 '응고화된 기억이 한때 생각했던 것처럼 불변은 아니라는 증거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부 사례에서는 응고화된 기억이 약물, 정신적 외상, 혹은 다른 기억으로부터의 간섭에 의해 다시 취약해져 지워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이것을 재응고화reconsolidation라고 한다. 5장에서 살펴보겠지 만 쥐를 소리와 함께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 노출시키면 특정 소 리에 반응해서 공포를 표현하는 법을 쉽게 학습시킬 수 있다. 이런 학습이 이루어지고 24시간 후에 단백질 합성 억제제를 투여하면 쥐 의 기억에서 거의, 혹은 아무런 영향도 관찰되지 않는다. 쥐는 계속 두려움의 행동을 나타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나중에 쥐에게 충격 은 가하지 않고 소리의 형태로만 그 공포를 떠올리게 하면서 약을 투여하면 일종의 기억상실을 유도할 수 있다. 즉 쥐가 그 소리에 대 한 두려움이 줄어든 것처럼 행동한다. 바꿔 말하면 오래된 기억을 재활성화했더니 다시 지우기 쉬운 상태로 변했다는 얘기다. 이 재 응고화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연구결 과를 보면 저장과 인출이 서로 별개의 과정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 인할 수 있다.
- 피질이 백지처럼 거의 비어 있던 어린 시절에는 용량이 넉넉하니 정보가 수백, 수천만 개의 시냅스에 크고 굵은 글씨로 여유 있게 기록된다. 그러다 말년이 되면 백지 상태의 시냅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종이 여백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놓은 것처럼 정보를 성기게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냅스와 뉴런의 개조, 덮어쓰기, 상실 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추측일 뿐이지만 이런 시나리 오를 이용하면 리보의 법칙 Ribot's law을 설명할 수 있다. 이 법칙에 따 르면 우리는 가장 최근의 기억을 먼저 잃고, 제일 오래된 기억을 제 일 나중에 잃는다. 이런 현상은 알츠하이머병에서도 관찰된다. 이 경우 그 사람의 인생은 역방향으로 천천히 지워진다. 처음에는 최 근에 사귄 친구와 손자를 못 알아보거나 이름을 잊어버리고, 그 다 음에는 자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기 배우자와 형제에 대한 지식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 우리의 경험 대부분을 장기기억에 저장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공간 절약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이 정신적인 스팸 메일에 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억의 목적은 결국 정보 저장이 아니라 주변 세상의 사건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 으로 이 정보를 정리하기 위함이다. 다니엘 샥터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대한 정보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에서만 유용하다.” 대량의 정보를 저장하는 것과 이 정보를 정 리하고 사용하는 것 사이에 절충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 환각지증후군도 직관에 어긋나지만, 신체지각과 관련된 더 기이 한 증후군도 존재한다. 특정 유형의 피질 외상(뇌졸중일 때가 많다) 을 겪고 난 후에 자기 몸의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할 수 가 있다. 팔다리 자체는 제대로 기능한다. 근육, 그리고 팔다리를 척 수와 이어주는 신경은 온전하다. 이것은 보통 일시적인 형태로 나 타나는 희귀한 신체 무시 증상으로 신체망상분열증somatoparaphrenia 이라고 부른다. 의사가 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해당 팔을 건드리 면 그 환자는 건드리는 것을 의식적으로 감지하지 못하겠다고 한 다. 하지만 아픈 자극을 가하면 그에 반응해서 반사적으로 팔을 움 직인다. 탁자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팔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팔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게 누구의 팔이냐고 물어보면 그냥 모르겠다거나, 다른 사람의 팔이라 얘기한다. 한사 례에서는 자기 왼손이 의사의 손이라고 믿은 환자가 이렇게 얘기 했다. "그건 제 반지예요. 제 반지를 의사 선생님이 끼고 계시네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에서 올 리버 색스Oliver Sacks는 뇌졸중을 앓고 난 후에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침대에서 떨어진 한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환자가 나 중에 설명하기를 눈을 떠보니 사람의 다리 하나가 자기와 함께 침 대 위에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 다. 그래서 그 다리를 침대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도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리는 바로 그 환자의 다리였다." 환각지증후군과 신체망상분열증은 어찌 보면 서로가 서로의 거울상이라 할 수 있다. 한 증후군에서는 사람이 존재하지도 않는 팔 다리를 지각하고, 다른 증후군에서는 육체적으로 멀쩡한 팔다리의 존재를 부정한다. 이 두 증후군은 정신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자신 의 몸을 느낀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뇌의 뉴런만 활성화시켜도 건드리는 느낌, 혹은 팔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고 나면 환각지감각이 생겨나는 이 유를 이해할 수 있다. 환각지감각의 원인에 대해 처음으로 제기된 과학적 가설 중 하나는 이것이 잘려나간 신경이 사지 절단 부위에 서 다시 자라서 생긴 결과라는 것이었다. 대단히 논리적인 가설이 었다. 절단된 신경섬유의 말단부distal end가 실제로 남아 있는 절단 부stump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손을 지배하 던 신경이 절단 부위를 지배해서 중추신경계로 신호를 보낼 수 있 다. 그럼 중추신경계는 마치 잃어버린 사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이 신호를 해석한다. 초기의 환각통 치료법 중에는 이런 가설을 바탕으로 절단부에 있는 신경, 혹은 척수로 들어가는 신경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도 있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이런 수술이 효과를 보았지만 일반적으로는 환각통에 대한 영구적 치료가 이루 어지지 않았다.
요즘 과학자들은 환각지감각이 잃어버린 팔다리를 지배하던 신경으로부터 오는 비정상적인 신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직접적인 뇌 자극이 실제 자극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았던 원숭이 실험에서처럼, 정상적으로는 팔에 의해 활성화되어야 할 뇌 속 뉴런들이 지속적으로 흥분을 이어가는 바 람에 환각지를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아있다. 정 상적으로는 팔다리에 반응을 보여야 할 뇌 속 뉴런들이 어째서 그 팔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는데도 계속 활성을 이어가는 것일 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뇌의 가장 강력한 특성 중 하나인 적응 능력이 브레인 버그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 해준다.
- 초창기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주어진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메모리의 양을 미리 할당해야 했다. 즉 얼마나 많은 메모리가 사용 될지 미리 추측해야 했다. 그래서 초창기 일부 소프트웨어는 다룰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미리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 고 더욱 정교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되면서 동적 메모리 할당 dynamic memory allocation이 가능해졌다. 워드프로세서에 더 많은 글을 타이핑하면 그에 따라 파일에 할당되는 메모리양이 극적으로 늘어 난다. 계산 능력의 할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뇌는 이런 전략을 수 천만 년 동안 사용해 왔다. 다만 피질 영역의 동적 할당은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일어나는 점진적인 과정이다.
- 귀는 환경의 위험 요소와 노화 과정 에 특히나 예민하다. 우리가 갖고 태어난 소중한 유모세포가 애초에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달팽이관에는 가장 중요한 유형의 유 모세포인 내유모세포inner hair cell가 3,500개 정도밖에 없다(반면 각각 의 망막에는 광수용기photoreceptor가 1억 개나 들어 있다). 높은 진동수의 음 에 반응하는 유모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당연히 고음을 듣는 데 장 애가 생긴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윙윙 소리는 난청으로 들리지 않 는 소리와 같은 음높이에 해당한다. 즉 달팽이관에서 높은 진동수 의 소리에 반응하는 유모세포가 손실되면 높은 진동수의 윙윙 소리 가 지속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환각 증상과의 유 사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명과 환각지 모두 정상적인 감각 입 력의 손상 혹은 결여와 관련이 있다. 이명은 환각지의 청각적 등가 물, 즉 환각음phantom sound인 것이다.
- 뇌졸중 후에 찾아올 수 있는 실어증, 운동통제력 상실, 신체 무시 등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후군 증상의 밑바탕에는 뇌의 모듈성이 자리잡고 있다. 외계인 손 증후군과 카그라스 증후군의 원인은 더 불가사의하지만 아마도 뇌의 특화된 하위시스템이 상실로 인 한 것일 듯하다. 외계인 손 증후군은 전두피질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판단을 담당하는 '집행executive' 영역과 실질적인 실천을 담당
하는(즉 목표를 실제 손의 행동으로 옮기는) 운동 영역 사이의 소통 단절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 카그라스 증후군은 안면 인식과 감정적 중요성 emotional significance을 이어주는 영역에 손상을 입은 결과라는 주장이 나와 있다. 우연히 세상을 떠난 가족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마주쳤다고 상상해 보자. 어리둥절한 반응이 나올 수는 있 지만 그 사람을 끌어안으며 긍정적인 감정적 반응이 나올 가능성 은 낮다. 그 사람의 얼굴은 알아보지만 그 얼굴에 따라오는 감정 적인 영향이 업로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카그라스 증후군 환자 의 경우 부모의 얼굴을 알아보지만 사랑이나 익숙함의 감정이 따 라오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모듈은 지능, 영성, 용기, 창의성같이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의된 속성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성격적 특성과 판단은 서로 다른 많은 영역의 통합적 노력이 필요한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현상이다. 여기서 각각의 영역들은 중요하지만 뭐라꼬 집어 규정하기는 힘든 역할을 담당한다. 뇌의 모듈들이 자동차 부 품처럼 변경 불가능한 고유의 전문적 역할로 특화되었다고 생각하 면 안 된다. 그보다는 축구팀과 비슷하다. 각기 선수의 수행능력은 다른 선수들의 수행능력에 크게 좌우되며, 한 구성원이 빠지더라도 다른 구성원이 대신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효 과적인지는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말이다.
- 학습하고, 적응하고, 재조직하는 뇌의 놀라운 능력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신경 가소성은 외상에 반응해서 환각지와 이명 등의 장 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외상에 반응해서 브레인 버그가 표면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우리의 신경운영체계는 이런 조건 아래서 한 번도 검증이나 디버깅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테 니까 말이다. 피질 가소성은 뇌가 주변 세상에 적응하고, 그 세상 을 바꿀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으로 진화한 것이지 외상이 나 부상에 적응하는 메커니즘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치열한 경쟁의 세상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개체는 십중팔구 더 이상 유전자풀gene pool에 끼지 못한다. 따라서 뇌 가소 성과 신체나 뇌에 가해지는 심각한 외상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 생할 수 있는 작은 문제들을 제거하는 선택압은 상대적으로 약했 을 것이다.
비행기 조종석에는 플랩 flap (비행기 날에게 경첩으로 연결되어 달린 판으 로 위아래로 움직여 비행기의 양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 옮긴이)과 이착륙 장치의 위치, 엔진의 온도, 남은 연료, 구조의 온전함 등의 상태에 대해 측정해서 알려주는 계기판이 달려 있다. 이런 센서들 덕분에 조종석의 메인 컴퓨터는 이착륙 장치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컴퓨터가 이착륙 장치를 느끼지는 않는다. 인체도 전신에 감각 센서들이 분포되어 팔다리의 위치, 외부 온도, 남은 에너지, 구조적 온전함 같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런데 계산 장치로서 뇌의 탁월한 점은 진화 덕분에 뇌가 말초 장치로부터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장치들을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당신이 어둠 속에서 깨어 있을 때 뇌는 그냥 당신 왼팔의 위치를 말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팔에 대한 느낌을 머리뼈 바깥 세상에 투사함으로써 그에 대한 소유의식을 애써 만들어낸다. 이 세련된 제스처 놀이charade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뇌 자체의 가소성 메커니즘이 망가진 상황에서는 뇌가 더 이상 팔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 지점으로 팔에 대한 감각을 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뇌가 부여해 준 가장 쓸모 있고 탁월한 착각 중 하나인 신체 자각body awareness의 대가인지도 모르겠다
- 우리 선조들에게 인생은 지금보다 더 짧고, 예측하기도 힘든 여정이었다. 몇 달 후, 혹은 몇 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먹을 것을 구해서 살아남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만약 당신이 한 달 후에도 살아있을지 장담할 수 없거나, 위에 나온 제안을 한 사람을 신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당장 현금을 손에 넣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파산해서 아이들이 당장 쫄쫄 굶고 있는 경우에도 20달러를 더 받겠다고 한 달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다렸다가 더 큰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려면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거라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그 제안을 한 사람이 미래에 내게 더 큰 보상을 해주리라 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인류의 진화 역사 대부분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 1초라는 짧은 시간 척도 안에서도 뇌는 시간을 제멋대로 뜯어고 친다. 그저 시간을 왜곡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각표에서 사건들 을 삭제하거나 삽입하는 것은 물론, 사건의 실제 발생 순서를 뒤바 꾸기도 한다. 천둥과 번개가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 고 있지만, 천둥소리보다 번개를 먼저 보게 된다. 빛의 속도는 소리 의 속도보다 백만 배나 빠르기 때문에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건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 사건에서도 현저한 시간 지연이 일어난다. 교향악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심벌즈를 치면, 관객은 치는 것과 동시에 소리를 경험하게 될까? 그렇다. 무대와 100 미터나 떨어진 저렴한 좌석에 앉은 관객이라도 보는 것과 동시에 들리는 경험을 한다. 이 정도의 거리면 심벌즈로부터 오는 광자의 도착 시간과 공기 진동의 도착 시간 사이에 300밀리초 (0.3초) 정도의 시간 지연이 일어난다. 이 정도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출발신호를 듣고 뛰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시간이다. 하지만 뇌는 동시성에 대한 지각을 마음대로 조정해 버린다. 사실상 뇌가 자신이 지각하는 시각 자극의 도착을 지연시켜 소리 신호가 그 사이에 따라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이 문장을 읽는 동안 당신은 각각의 개별 단어를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각각의 단어를 고생스럽게 하나씩 이어 붙여가며 문장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단어와 구절들을 덩어리로 나누다가 어느 결정적인 시점에서 문장의 전체적인 의미를 의식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다음의 두 문장에 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The mouse that I found was broken. (내가 찾아낸 마우스가 고장이 나 있었다)
The mouse that I found was dead. (내가 찾아낸 생쥐가 죽어 있었다)
양쪽 경우 모두 'mouse(컴퓨터 장치 마우스 혹은 생쥐)'의 적절한 의미 는 문장 맨 마지막 단어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 리는 마지막 단어에 도달하고 난 후에 처음에 해석했던 'mouse'의 의미를 바꾸는 식으로 문장을 이해하지 않는다. 위의 문장을 읽거 나 듣는 동안에 뇌가 문장 마지막 단어에 의해 확립된 의미에 맞게 'mouse'의 의미를 거꾸로 편집하는 것이다. 뇌는 마지막까지 기다 렸다가 문장의 의미를 의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각각의 단어에 대 한 인식이 실시간으로 순서에 따라 생성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 보다는 무의식적 과정을 통해 문장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이 나올 때까지 인식이 '잠시 멈춤'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관찰을 확 장하면 의식 그 자체도 착각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의식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연속해서 설 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라내기, 붙여넣기, 시간의 덩어리 지연 하기 등을 통해 사후구성해서 바깥세상의 사건들에 대해 안이한 설명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 뇌에서 사용되는 서로 다른 시간 측정 장치 중 그 내부 작동 방 식이 가장 잘 이해된 것은 아마도 일주기리듬 시계일 것이다. 사람, 초파리, 심지어 단세포 생명체까지도 낮과 밤의 주기를 추적할 수 있다.30 어째서 단세포 생명체가 하루 중 시간을 신경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세포 생명체에서 일주기리듬 시계의 진화를 촉발한 원동력 중 하나는 아마도 태양으로부터 오 는 자외선의 해로운 효과였을 것이다. 자외선은 세포분열에 필요한 DNA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같 은 보호기관이 없는 단세포 생명체인 경우 빛으로 인해 생기는 복 제 오류에 특히나 취약하다. 따라서 세포분열을 밤에 하면 번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고, 밤의 시작 시간을 예측할 수 있으면 밤이 찾아오기 전에 필요한 세포 장치들을 준비시킬 수 있어서 복제를 최적화할 수 있었다. 
- 애초에 뉴런은 단순한 생명체들이 가능한 먹이공급원을 감지하면 그쪽으로 움직이고, 잠재적 위협을 감지하면 그로부터 멀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진화했다. 이런 행위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지만, 유기체가 시간을 알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원초적 형태의 뉴런은 시간을 알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화의 군비경쟁이 진행됨에 따라 적절한 시간에 반응하는 능력, 즉 다른 생명체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하고, 다가올 사건을 예상하고, 결국에 가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신호를 이용해 소통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자연선택에서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리하여 뉴런 네트워크가 몇 밀리초에서 몇 시간에 이르는 다양한 시간 척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줄 적응과 전략 이 조금씩 등장했다. 하지만 진화의 설계가 모두 그렇듯이 시간을 알아내는 능력은 무계획적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많은 특성이 그냥 빠져 있다가 나중에 땜질식으로 추가됐다. 일주기리듬을 생각해 보 자. 생명이 지구에 살기 시작하고 30억 년 동안 생명체가 몇 시간 만에 지구를 반 바퀴 가로질러 이동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세 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신속하게 리셋할 수 있는 일주기리듬 시 계를 만들어야 할 진화적 압력은 한 번도 작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로 나타나는 것이 시차증jet lag이다. 대륙을 가로질러 여행해 본 사 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미국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나면 며칠 동안은 수면 패턴과 전반적인 정신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긴다. 손 목시계와 달리 우리 내면의 일주기리듬 시계는 리셋 명령이 없다.
- 진화는 원래 두서없이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결과로 우리는 여러 가지 다른 생물학적 시간 측정 장치를 뒤섞어서 갖게 됐다. 이 각각의 장치들은 해당 시간 척도에 맞추어 특화되어 있다. 뇌가 시간을 알아내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개별 전략들 덕분에 사람은 말과 모스부호를 이해하는 능력, 빨간 신호등이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을 판단하는 능력, 지겨운 강의가 끝날 때가 됐다고 예상할 수 있는 능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추게 됐다. 뇌가 시간을 알아내는 데 사용하는 전략은 몇 가지 브레인 버그로도 이어졌다. 예를 들면 시간이 주관적으로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고, 착각해서 감각 자극의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원인과 결과 사이의 적절한 지연시간이 이 정도라고 선천적으로 가정하는 바람에 정신적 맹점이 생기고, 자신의 행위가 낳을 단기적 결과와 장기적 결과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등의 버그다. 이 마지막 버그는 우리의 삶에 가장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인생이 짧고, 예측 불가능한 질병, 먹거리, 날씨 등에 휘둘리던 세 상에서는 복잡하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수고를 무릅쓰는 것이 별 장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정반대다. 지금 은 장기적인 생각의 부족이 가장 큰 위협일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 는 진화적으로 현재 중시 편향present bias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판단을 내리는 성향이 있다. 이것은 우리의 건강과 경제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보다는 근시안적 성향에 기댄 단기적 해결책을 약속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하게 만든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발달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을 고민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즉 기다려서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진화가 동물에게 특정 자극(포식자의 냄새나 등장 등)을 두려워하도록 프로그램 해놓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일부 생명체가 다른 동물의 공포 회로를 조작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부 기생생물은 자신의 의도 에 맞추어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름끼치는 능력을 갖 고 있다. 광견병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광견병에 걸린 개는 침을 줄줄 흘린다. 그 침 안에는 다음 숙주를 감염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바이러스가 가득 들어 있다. 만약 감염된 개가 하루 종일 어느 구석 에 처박혀 누워있기만 하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무척 낮을 것이다. 하지만 개가 공격성이 강해져 다른 동물을 물면서 돌아다닌다면 바이러스가 잠재적 숙주의 혈류로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잘 것 없는 광견병 바이러스는 신체강탈자처럼 자신의 필요에 맞추어 개의 행동을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기 생neuroparasitism의 또 다른 사례로 톡소플라스마원충Toxoplasma gondii] 라는 단세포 생명체가 있다. 이 원생동물의 생활사를 보면 고유숙 주인 고양이의 몸속에서만 번식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중간숙주의 몸에서 보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중간숙주 중 하나가 쥐다. 톡소플라스마는 일단 쥐의 몸속에 들어가면 포낭cyst을 형성한다. 이 포낭이 쥐의 몸속에서 고양이의 몸속으로 옮겨가야 한다. 물론 이런 일은 자연적으로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 기생충은 사악한 중매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쥐의 공포 회로를 망가뜨려서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지움으로써 낭포가 쥐에서 고양이 뱃속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동물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을 유전적으로 부호화하는 것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진화적 적응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 히 경직된 전략이기도 하다. 느린 진화적 시간척도에서만 재프로그 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섬에 새로운 동물이 도착한 경우처럼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했을 경우에도 공포회로를 업데이트하려면 수천 세대가 걸릴 수도 있다. 동물에게 수명 기간 동안 자기가 두려 워해야 할 대상을 학습하는 능력을 부여하면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이 열린다. 포식자가 등장하기 전에 어떤 소리나 냄새가 나는지, 그리고 포식자가 돌아다닐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어디인지 학습할 수 있다.
- 영장류의 진화 기간 대부분에서 화가 난 개체와 낯선 개체에 대 한 선천적인 공포, 혹은 그런 개체들에 대한 공포를 쉽게 학습하 는 성향은 수명을 늘려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침팬지는 낯선 개체 에게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수컷들은 자기 영역에 들어 온 외부 개체를 때려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공격은 대단히 참혹해서 희생자의 고환을 물어뜯는 경우도 있다.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이렇게 말했다. "침팬지가 외부인 혐오증 xenophobia이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동물원 같은 인공적 인 환경에서도 이미 자리 잡은 사회집단에 새로운 수컷 성체를 도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영장류와 기타 사회적 동물이 외부자에 대해 공격성을 보이는 데는 먹이와 암컷을 향한 경쟁 등 많은 이유 가 있다. 침팬지에서는 외부자에 대한 공포가 학습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사회적 동물과 마찬가지로 침팬지도 외부자 에 대한 공포를 학습할 준비가 선천적으로 되어있을 공산이 크다. 인간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30 외부자를 불편하게 여기고 신뢰 하지 않는 선천적인 성향은 진화적으로도 말이 된다. 이것은 기본 적인 생존 전략의 일부다. 인간의 진화 역사 내내 이웃한 집단들 사 이에서 지속적으로 경쟁과 공격성이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이런 의문이 든다. 어째서 공포가 그렇게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일까? 공포가 이성을 마비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포 회로 중 상당 부분은 전액골피질prefrontal cortex 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동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전액골피질을 구 성하고 있는 수많은 영역들은 의사결정, 주의력 유지하기, 행위 및 의도 다스리기, 특정 감정이나 생각 억제하기 등 우리가 집행기능 executive function 이라 부르는 것에 관여한다.3 궁극적으로 보면 우리 의 행위는 집단 프로젝트로 보인다. 편도체처럼 오래된 뇌 영역과 전두엽에 새로 등장한 모듈들 간의 협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 다. 이런 뇌 영역들이 협상을 통해 감정과 이성을 적절히 절충해서 합의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런 균형은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에 때로는 감정으로 크게 편향될 수 있다. 편도체에서 피질 영역으 로 향하는 연결(축삭)의 수가 피질에서 편도체로 향하는 연결의 수 보다 훨씬 크다. 신경과학자 조르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상 황으로 보면 피질이 편도체에 미치는 영향력보다는 편도체가 피질 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감정적 각성이 생각을 지배하 고 통제할 수 있다."
- 공포 관련 브레인 버그가 생겨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선천적으로 무엇을 두려워할지 결정하는 유전적 서브루틴이 지금과는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그 코드 중 상당 부분이 아예 다른 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고물이 된 우리의 신경운영체계는 포식자와 이방인들이 예전처럼 위험하지 않고, 두려워해야 할 더 중요한 대상 이 생겼다는 메시지를 아예 받아보지 못했다. 지금은 포식자, 독이 있는 생명체,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덜어내고 빈곤 근절, 질병 치료, 이성적인 방위 정책 개발, 환경 보호 등의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도 말이다.
공포 관련 브레인 버그가 생기는 두 번째 이유는 관찰을 통해 두 려움을 학습할 준비가 너무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찰 학습은 언 어, 문자, 텔레비전, 할리우드가 등장하기 이전에 진화했다. 또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알고, 실제 세계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을 볼 수 있기 전에 말이다. 간접 학습은 부분적 으로는 무의식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성에 부분적으로 저항성이 있고, 허구와 사실을 분간할 준비도 덜 되어 있는 듯 보인다. 더군다 나 현대 기술은 한 가지 무서운 사건을 거듭 반복해서 보여줄 수 있 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신경회로 안에서 그 사건에 대해 설명이 과장될 수 있다.
- 우리의 유전적 인습이 낳은 한 가지 결과가 있다. 원숭이가 뱀의 위험성에 대해 당장이라도 결론을 내릴 준비가 선천적으로 되어 있 는 것처럼, 우리 역시 최소의 증거만으로도 다른 부족이나 국가의 사람들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극적이게도 이런 성향은 자기충족적self-fulfilling이 다. 서로에 대한 공포가 서로에 대한 공격성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 시 서로에 대한 공포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의 신경 메커니즘과 그 버그에 대해 더 긴밀히 이해하게 됨에 따라 우리는 낡은 선사시대 유전자의 속삭임과 실제로 우리의 안녕을 위험에 빠 뜨릴 수 있는 위협을 더 잘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때로는 직관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살면서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 직관을 이용한다. (마크 해던Mark Haddon.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철로처럼 평행한 선이 망막에 투사되면 이 평행 한선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서로에게 수렴한다(두 철로 사이의 각도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종이 위에 그냥 두 선이 점점 더 서로 가까워 지게 그리기만 해도 이런 원근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뇌가 이 런 수렴을 이용해 거리를 추론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착시 에 나온 사진은 건물의 아래쪽에서 바라본 모습을 찍은 것이다. 두 탑이 먼 쪽(이 경우는 높은 쪽)에서 수렴하지 않는 것을 보고 뇌는 이것 을 두 탑이 평행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탑이 벌어 지고 있다는 착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돈은 근래에 등장한 문화적 발명품이다. 돈은 가치를 쉽게 수량 화하고 선형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신경운영체계는 수치로 표현되는 결정을 내리거나, 모든 사람이 가치가 있는 것이 라 믿을 때만 가치가 발생하는 종이 쪼가리의 교환과 관련된 결정 을 내리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생태학적으로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음식 등 실물과 관련된 제안을 고려하는 것이다. 음식이 달려 있는 경우라면 손실회피 편향이 조금 더 이해되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았던 우리의 선조 우그족이 이틀치 정도의 식량을 숨겨두었는데 화성의 인류학 자가 짠하고 나타나서 식량을 걸고 2:1의 배당률로 도박을 제안했 다. 이 상황에서 우그족이 지금 당장 손에 든 음식에 유별나게 집착 하는 것은 대단히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우선 우그족이 지금 당장 굶주려 있고 음식도 귀한 상황이라면 손실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돈과 달리 음식은 '선형적인' 자원이 아니 다. 음식을 2배 가지고 있다고 해서 꼭 그 가치도 2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상할 수 있고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박 같은 제안은 거기에 참여 하는 당사자들 간에 대단히 높은 수준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로또 복권을 구입하거나 카지노에 갈 때는 그런 신뢰가 당연히 형성되어 있지만 인류의 진화 초기에도 그랬을 가능성은 낮다. 우리 뇌에 내장되어 있는 손실회피 편향은 아마도 우리 원시 선조들이 살던 시절이 남긴 흔적일 것이다. 당시에 우리 선조들은 돈처럼 다다익선의 깔끔한 선형적 관계를 따르지 않는 자원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했다.
- 우리의 삶을 빚어내는 결정들은 부분적으로 보면 대단히 상호보완적인 두 가지 신경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산물이다. 자동 시스템은 무의식적으로 신속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대체로 뇌의 연관구조에 의존한다. 이 시스템은 더 감정적이다. 이것은 좋게 들리는 얘기 인지 나쁘게 들리는 얘기인지, 공정한지 불공정한지, 합리적인지 위험한지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38 두 번째 시스템인 추론 시스템은 의식적으로 노력을 투여해야 하는 것으로 오랜 기간 동안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가꾸어진다.
자동 시스템은 기존에 확립되어 있던 가정을 재평가하는 법을 배 울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추론 시스템의 지도가 필요하다. 어 린 시절에는 키가 크고 가는 유리잔이 키가 작고 넓은 유리잔보다 우유가 더 많이 들어 있다고 자동적으로 가정한다. 정상적인 인지 발달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동 시스템의 수많은 오해가 수정되지만, 일부 버그는 그대로 남게 된다.
- 우리가 일부 비이성적인 편향을 갖게 된 데는 뇌가 지금 살고 있 는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탓도 분명 있다. 하지만 프레이밍 편향이나 기준점 편향 같은 일부 인지편향에 대한 일차적인 설명은 자동 시스템의 주요 업무 중 하 나, 즉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굳이 애쓰지 않고도 신 속하게 제공하는 임무에서 비롯된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맥락은 소중한 정보의 원천이다. 인간의 뇌가 정교 하게 유연하고 적응 능력도 뛰어난 계산장치가 될 수 있는 데는 맥 락 민감성도 큰 역할을 한다. (현재의 컴퓨터 기술이 갖고 있는 가장 악명 높은 단점은 맥락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뇌의 탁월한 맥락 민감성은 하드 웨어에서 직접 비롯된 산물이다. 풍부한 상호연결성을 통해 정의 된 장치에서는 한 뉴런 집단의 활성이 반드시 다른 집단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 맥락 민감성은 신경 하드웨어의 핵심부 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끄기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해도 대단히 어렵다. 심지어 맥락적 단서를 무시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끄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추론 시스템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인 지편향을 착취당해 피해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대다수 민중은 이해력이 대단히 제한되어 있고, 지능은 보잘것없지만, 잊는 능력만큼은 엄청나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선전을 위해서는 주제를 몇 가지로 한정해서 슬로건을 통해 이해시키고 싶은 내용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이해할 때까지 슬로건으로 되풀이해야 한다. (아돌프 히틀러)
- 미국 내 회사들은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광고에 투자해서 우리로 하여금 자기네 제품에 수조 달러의 돈을 쓰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런 광고 캠페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측정하기는 힘들지 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캠페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사례에서는 이런 접근방식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문화의 기본 구조 자체를 바꿔 놓기도 한다. 20세기 초의 담배 광고와 20세기 말의 병 에 담은 생수 마케팅은 마케팅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전자의 경우 우리는 실질적인 기능이나 이득 은 거의 없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건강과 목숨에 치명적인 것으 로 입증된 제품을 구입하도록 설득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우리는 사실상 공짜로 구할 수 있는 제품을 돈을 주고 구입하도록 설득당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병에 담긴 생수와 수돗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하물며 브랜드 별 차이는 더더욱 구분하지 못한다. 병에 담은 생수 회사에서 블라인드 시음 테스트를 해보았다는 얘기를 듣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 연구자들은 원숭이가 상대방 개체를 바라보기를 좋아하는지 밝 혀내기 위해 이 강제적인 양자택일 과정을 변형시켜 보았다. 우선 이들은 원숭이에게 선택권을 주어 왼쪽을 보면 주스를 주고, 오른 쪽을 보면 그보다 적은 양의 주스를 주었다. 그 결과 당연히 원숭이 들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쪽으로 강한 편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적은 양의 주스를 다른 원숭이의 사진과 연결시켰다. 그래서 원숭이가 왼쪽을 보면 더 많은 주스를 보상으로 받게 되고, 오른쪽을 보면 주스는 조금 덜 받는 대신 다른 원숭이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은 그냥 다른 원숭이의 얼굴일 수도 있고, 원숭이 포르노(암컷 원숭이의 엉덩이 사진)일 수도 있었다. 더 많은 주스를 받을 것이냐, 주스는 조금 덜 받더라도 다른 원숭이의 사진을 엿볼 것이 냐 선택권을 주었더니 원숭이들은 후자를 선호했다. 흥미로운 점은 얼굴 사진의 경우 그 사진이 우두머리 수컷의 사진일 때만 이런 선 호도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 원숭이들은 사회적 위계에서 자기보 다 높은 개체를 엿볼 수 있다면 일부 주스를 기꺼이 희생했지만, 자 기보다 낮은 개체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이것을 사람에 비유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사람도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 의 사진이나 뉴스가 나오는 잡지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보려고 기꺼 이 자신의 주스를 희생하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개체를 보고 학습을 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그들을 관찰해 야 한다는 것이다. 원숭이가 주스를 일부 포기해서라도 집단의 지 배적인 개체들을 쳐다보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사회적 학습과 우 선적 모방의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 뇌가 서로 다른 옵션을 표상하고 부호화하는 방식이 내재적으로 우리의 선택을 편향하는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미끼 효과 같은 이상하고 사소한 버그는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정교한 피질 회로 의 결함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비슷한 대상들(색, 강도, 숫자, 자동 차 등)끼리는 뉴런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부호화가 이루어진다는 사 실 때문에 생겨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정은 서로 다른 뉴런 집단의 상대적인 활성 규모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옵 션이 몇 개나 있느냐가 국소적 수준에서 최고의 옵션에 대해 인식 되는 가치를 끌어올리게 된다.

- 인간의 고차원적인 정신적 능력은 제일 먼저 인간으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를 믿게 했고, 이어서 주물 숭배, 다신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일신교를 믿게 했다. 이성의 힘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 이 정신적 능력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다양하고 이상한 미신과 관습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찰스 다윈)
- 부산물 가설에서는 코가 선글라스를 올려놓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듯 종교적 믿음 역시 진화에 의해 직접적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과 반대로 말하는 가설도 있다. 초자연적 믿음 과 종교적 믿음에 대해 우리가 호감을 갖는 것은 진화적 압력의 직 접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생물학자 E. O. 윌슨Wilson은 이렇게 말 했다. "인간의 정신은 신을 믿도록 진화했다. ... 선사시대를 거치며 뇌가 진화하는 동안 초자연적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큰 장점으 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해 인간이라는 종이 종교적 믿음 과 미신적 믿음을 받아들이도록 진화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이다.
-0 일반적으로 진화는 개인의 수준에서 작동한다. 새로운 유전자, 혹은 낡은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그 소유자의 번식 성공률을 개선해 주는 경우는 전체 유전자 풀에서 그 유전자의 비율이 높아 진다. 표준의 진화 과정에서는 적응력이 뛰어난 개체에게 유리하게 진화가 일어나지만, 종교적 믿음이 진화에 의해 선택되었다고 믿는 사람 중에는 그 진화가 이런 표준의 과정을 따르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협동의 진화를 다루면서 5장에서 잠깐 다루었던 이 집 단선택 과정은 유전자(혹은 유전자군)가 사회적 단위 social unit를 이루어 활동하는 개체로 구성된 집단에게 이롭게 작용할 경우에는 설 사 그 유전자가 단일 개체의 성공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해도 진화에 의해 선택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 서는 처음에 이 새로운 유전자를 갖고 있는 구성원의 숫자가 어떤 임계치에 도달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단 이 임계치에 도달하고 나 면 이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이 유전자가 발현되 는 사회집단이 이 유전자가 결여된 사회집단과의 경쟁에서 유리하 기 때문이다.
특히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슬론 윌슨David Sloan Wilson은 한 집단 내의 개인들에게 종교적 성향을 부여해 주는 일군의 유전자는 집단 적 협력의 비약적 발전을 촉진해서 집단의 적응도fitness를 증진시켰 으리라 주장한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종교적 믿음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일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일인을 위하는 하나의 초유 기체 superorganism로 기능할 수 있게 해주었다. 호미닌 hominin (유인원 이 후에 등장한 우리의 선조)의 진화 기간 중 상당 부분에서 남성은 수렵에 나서고, 여성은 채집을 했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구한 음식은 함 께 공유했다. 수렵채집사회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성 원들 간에 상당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비밀리에 음식을 뒤로 빼돌리는 일이 많이 일어나면 이런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종교가 신뢰를 촉진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주었다고 주장한다. 종교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집단에서는 타인이 자기에게 해주기 바라는 대로 타인에게 행하라는 맥락에 따라 일종의 도덕률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도덕률은 자율 시행 제도honor system만으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신에 대한 믿음은 도덕률을 강화하는 궁극의 경 찰제도를 제공해 준다. 첫째, 신은 어디에나 눈과 귀가 있다. 들키 지 않고 이 눈과 귀를 속이기는 불가능하다. 둘째, 속인 자는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만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의 분노도 사게 된다. 그에게 영원히 고통을 받으리라는 위협은 규칙 을 준수하면서 살아야 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을 것이다. 이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믿음은 다른 집단과 폭력적인 갈등이 일어났을 때 이점을 제공하여 집단의 적응도를 강화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전사들 간에 흔들리지 않는 일체감이 자리잡고, 그와 함께 신이 자신의 편이라 는 확신과 영생에 대한 믿음이 함께 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초자연적 믿음과 종교적 믿음의 생물학적 기원을 다루는 이론이라면 이런 믿음이 현재 낳고 있는 적응에 불리한 결과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인간적 행동의 다른 많은 측면들과 마찬가지로 종교의 진화를 종교가 현재 아우르고 있는 것만을 설명해서 이해하려 드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성욕처럼 당연히 적응에 유리한 것들도 오늘날에는 어느 정도 적응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피임법의 등장으로 인류는 섹스를 번식이라는 섹스의 궁극적인 생물 학적 목표와 분리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케팅 산업과 패션 산업은 물론이고 우리의 개인적 노력 중에서도 성욕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많다.
- 초자연적 믿음과 종교적 믿음의 신경적 기반에 상관없이 우리는 그런 믿음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는 사실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그저 다른 능력에 편승해서 생긴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그 지배력이 너무 크다. 나는 종교적 믿음이 선천적으로 새겨진 특 권적인 상태에서 혜택을 입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좀 더 이성적인 뇌 영역들과의 협상력이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복잡한 특성처럼 이 특별한 신경 상태도 한 번의 단계를 거쳐서 등 장한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걸쳐 진화했을 것이다.
- 원래 수백만 년 전 호미닌의 피질이 확장되던 초기에는 질문을 현실적 인 질문과 비현실적인 질문으로 구분하는 성향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계산 자원을 사용할 때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단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 초기 단계에서 생각을 자연적 범주와 초자연적 범주로 분간하는 능 력이 개인에게 적응상의 이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입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답 가능한 질문과 대답 불가능한 질문을 구분할 수 있는 사 람들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생식 성공률을 높이는 활동에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집단선택 이론에서 제안한 것처럼 일단 초자연적인 믿음에 우호 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자가 유전자 풀 안에 생겨나면 거기서 더욱 다듬 어지며 자연선택되었을지도 모른다. 선조들의 종교가 협동과 이타주의 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셋째, 지난 10,000년 동안은 초기 단계에서 유전적으로 부호화된 특성 들을 활용해서 마침내 원시적인 믿음 체계가 현대적인 종교로 바뀔 수 있었다. 그리하여 현대 종교는 농업의 등장 이후로 점점 더 커지는 인 구집단을 조직하고 통제하기에 더욱 적당한 형태를 취하게 됐다. 현대 종교가 갖고 있는 다면적인 특성은 이 과정에서 활용된 인지능력의 복 잡성이 낳은 결과다. 이런 인지능력으로는 부산물 이론에서 제안하듯, 종교와 전혀 무관한 이유로 작동중인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자연적 현 상과 초자연적 현상 사이의 원시적인 구분도 포함된다.
-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과학과 종교가 한 쪽이 다른 한쪽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두 개의 "서로 중첩되 지 않는 교도권導權, magisterium(교회가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위임받은 권한 으로 교리를 가르치는 권한- 옮긴이)"에 해당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믿음의 초자연적 범주와 자연적 믿음은 처음에 굴드(그리고 나머지 우리) 에게 이것이 사실임을 설득하기 위해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두 개 의 중첩되지 않는 교도권을 선천적으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선조 들은 우리 인지 능력 너머의 다양한 자연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 를 멀리하고, 신피질이 부여해 준 힘을 생존에 필요한 더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믿음과 신념이 이성과 기본적 본능 모두 에 대해 강력한 거부권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과거와 현대의 수 많은 데이터를 놓고 보면 초자연적인 믿음은 그저 다른 정신적 능 력이 낳은 부산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보다는 우리의 신 경운영체계에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초자연적인 믿 음이 그곳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브레인 버그임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 브레인 버그의 두 번째 원인은 뇌의 계산 단위, 그리고 뇌 구축의 밑바탕이 되는 구조다. 뉴런은 오로지 네트워크를 위해 설계됐다. 컴퓨터는 0과 1을 뒤집으며 메모리를 저장하고, 유전자는 A, G, T, C의 염기순서로 정보를 저장한다. 하지만 뇌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 패턴에 정보를 저장한다. 이런 접근방식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뉴런 들 사이의 연결 패턴이 경험에 의해 빚어져야 한다. 함께 사용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냅스 가소성, 그리고 시냅 스가 시냅스전 뉴런과 시냅스후 뉴런이 잘 동기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똑똑한 NMDA 수용체 덕분에 가능하다. 신경 네트 워크 안에 저장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핵심은 점화 현상이다. 한 개념을 표상하는 뉴런들이 활성화될 때마다 이들은 파트너들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마치 당신이 어떤 웹사 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브라우저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 하기 위해 은밀하게 그 페이지와 연결된 모든 웹페이지를 메모리 에 미리 로딩만 해두고 보여주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알고 보니 일 부 웹브라우저에는 선반입 prefetching이라고 하는 이런 특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강력하고 우아하지만 뇌의 연관구조와 점화 효과가 함께 어울려 이름을 헷갈리거나 연관된 개념들을 뒤죽박죽 뒤섞는 경향에서부터 프레이밍 효과와 기준점 효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마케팅에 민감하고, 관련 없는 사건에 행동이 영향을 받는 성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레인 버그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의 신경회 로는 관련된 개념들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념과 관련 된 감정이나 몸 상태도 연결한다. 그 결과 단어에만 노출되어도 행동과 감정이 오염될 수 있다. 의미 점화 현상은 컴퓨터 스크린 위에 쌍으로 짝 지은 단어들을 연속적으로 빠르게 보여줄 경우 서로의 미적으로 관련이 있는 짝에서 더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비단뱀python'이라는 단어보다 '인내심 patience'라는 단 어를 먼저 보여주었을 때 '차분하다calm'라는 단어를 더 빨리 알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뇌는 계산을 담당하는 장치들이 칸칸이 구획으 로 나뉘어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인내심'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내 는 신경활성이 뇌의 다른 영역으로 새어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인내심'이란 단어와 접촉하고 나면 이어지는 대화를 중간 에 끼어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어느 수준에서는 뇌 속 모든 것이 나머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인다. 모든 생각, 감정, 행위가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미묘하지만 서로 다른 많은 혼선의 사 례들이 연구를 통해 보고되었다. 그 중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외국 통화의 가치를 추정해 보라고 했을 때 가벼운 클립보드를 들 고 있을 때보다 무거운 클립보드를 들고 있을 때 통화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 마치 클립보드의 무게가 통화의 무게로 옮겨간 것 처럼 말이다. 10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요청했더니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 다." 그리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일주일치 먹을 것을 사려고 주말 에 슈퍼마켓으로 쇼핑을 가면 음식을 덜 사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경험해 봐서 알 것이다. '배(더 정확히는 시상하부)'가 포만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한 주 동안 필요한 음식의 양에 대한 추 정치가 줄어든다. 몸과 인지 사이의 상호작용을 체화된 인지 embodied cognition라고 한다. 어떤 이는 이것이 몸과 마음 사이의 특별한 유대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냥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연결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필연적 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시간은 앞 을 향해 움직이는 것으로 머릿속에 표상된다. 그래서 미래가 앞에 펼쳐져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럼 다시 '앞으로forward'라는 개념은 앞쪽으로의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는 운동회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 움직이라는 명령을 우리가 어떻게 자동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미래를 표상 하는 뉴런의 활성이 '앞으로'라는 개념을 표상하는 뉴런으로 퍼져나가고, 이것이 다시 앞쪽으로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회로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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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 박사 황양밍 교수가 '라이샤오 도파민'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실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심리학적으로 해결해 주었던 에피소드들을 기반으로 지어진 책이다. 팟캐스트에서는 특별히 주제를 정하진 않았지만, 나와 다른 타인의 삶과 어우르기, 일터에서 마모되지 않기, 일상에서 감정에 맞춰 춤추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 이렇게 4개의 주제로 구분하였다. 주제별로 몇가지씩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며, 에피소드마다 심리학 연구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놓았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면 절대 피하지 말아야 하며 대신 안 좋은 감정을 최대한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전통적 방식이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책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감정의 강도가 매우 강할 때는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일단 회피하고 감정의 강도가 약해졌을 때 다시 상대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부정적 감정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감정은 생존에 필요한 부속품이며, 사람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껴봐야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힘들고 괴로운 감정도 느껴봐야 발전하기 위해 자신의 상태를 조율할 수 있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부정적 감정이 있기에 긍정적 감정의 아름다운 면이 드러나는 것과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늘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꾹 참고만 지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을때마다 그것을 터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항의라는 것은 불만이 있을 때마다 내지르는 게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담아온 것을 갑자기 폭발시키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당신이 뜬금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므로 갑자기 모든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릴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적당한 때를 보아서 불만을 토로해야 한다. 또한 이성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입을 꾹 닫기만 하는 것은 어쩌면 비겁한 행동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있도록 할 말이 있으면 용감하게 하자.

사회적 교류에 대해서도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연이 닿으면 만나고 연이 다하면 헤어지는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이 영원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두고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인연이 닿았다고 여기면 된다. 또한 누군가와 이별하게 되더라도 지나치게 상심하기 보다는 나중에 연이 또 닿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자. 이는 절대 소극적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관용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이다. 

전공과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이런 조언을 건넨다. 전공을 살린다는 것은 멋진 말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스스에게 한계를 정하는 행위다. 진짜 관건은 나의 마음자세와 일을 대하는 태도다. 즐기면서 일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목표를 정하고, 포부를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반부터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는 없으며, 우선은 대략적인 방향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부단히 직접 부딪치고 수정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포부를 찾아가면 된다. 잠시 꿈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은 될지언정, 꿈이 없는 사람이 되지 말자.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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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뇌

심리 2023. 3. 9. 19:47

- "기억은 때로는 내용을 매우 잘 간직해주며 쓸모 있고 순종적이지만, 어떤 때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약하며, 다른 때는 너무나 포악하고 제멋대로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영국의 소설가))
- 사회문제에서 여전히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이 분야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1990년대에 나는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해 알 고 있는 모든 것을 한데 모은 다음 건망증, 실수, 왜곡이라는 광범위한 현상에 체계를 부여하려고 했다. 당시 다양한 연구 결과를 개념화할 여 러 체계를 만들어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결국에는 모든 것이 딱 떨어지게 설명해줄 의식 구조를 생각해냈다. 나는 기억의 기능 저하가 7가지 기본적인 오류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소멸消滅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被暗示性, 편향, 지속성이라고 부 르게 되었다. 이 기억의 7가지 오류는 일상에서 늘 발생하며, 어느 누구든지 이로 인해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소멸, 정신없음, 막힘은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오류다. 다시 말해 기억하고자 하는 사실이나 사건, 생각을 머릿속에서 떠올리지 못하는 것 이다. 소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몇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내는 것은 그 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6주, 6개월, 6년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 는다면, 오래된 과거일수록 기억해내는 것이 점점 더 줄어든다. 소멸은 기억의 기본적인 특징이자 기억과 관련된 여러 문제의 원인이다.
정신없음은 주의력과 기억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말한다. 열쇠나 안경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점심 약속을 잊어버리는 등 정신없음에 의해 일어나는 기억의 오류는 일반적으로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걱정에 정신이 팔려 기억해야 할 일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진 것이 아니다. 주의가 다른 데 쏠려 있어 처음에 정보가 기억에 저장되지 않았거나 그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서 제대로 탐색되지 않은 것이다.
막힘은 정보를 불러오려고 애쓰지만 정보 찾기에 실패한 것을 의미 한다. 우리는 모두 낯익은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적이 있다. 이 답답한 경험은 우리가 그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도 일어나 며, 기억해내려는 이름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을 때도 일어난다. 그리 고 그 이름이 몇 시간 후나 며칠 후에는 갑자기 정확히 떠오른다.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은 모두 기억의 오작동에 의한 오류 다. 이를테면 어떤 형태의 기억은 머릿속에는 존재하지만, 그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원하는 기억이 아닌 것이다. 오귀인은 기억의 출처를 잘 못 기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상을 현실로 오해하거나 신문에서 본 내용을 친구가 해준 말로 잘못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오귀인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흔하게 일어나며, 법원의 판결에 지 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암시성은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려고 할 때 유도 질문이나 암시에 의해 기억이 주입되는 것을 가리킨다. 피암시 성도 법원의 판결에서 특히 유의미하게 작용하며 때때로 많은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편향은 현재의 지식과 믿음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 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전에 겪은 경험을 수정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다시 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지금 우리가 알거나 믿는 것에 비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그 결과 인생의 특정 사건 이나 그보다 더 장기간 유지된 경험이 왜곡되어 묘사될 수 있다. 여기 에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보다 우리의 현재 감정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담겨 있다.
- 지속성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은 걱정스러운 생각이나 사 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지속성에 익숙하 다. 새벽 3시에 갑자기 깨어나 직장에서 저지른 실수나 중요한 시험에 서 실망스런 결과를 받았던 기억을 떨칠 수 없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심각한 우울증이나 트라우마와 같은 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지속성 이 무기력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 내가 당신에게 사자ion, 자동차CAR, 식탁table, 나무TREE 같은 단어 를 보여주었다고 상상해보자. 나는 단어의 절반에 대해서는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판단하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대문자인지 소문자인 지 판단하라고 지시한다.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고 할 때, 당신은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 판단해야 했을 때보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판단해야 했을 때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생물인지 무생 물인지 판단하는 행위는 그 단어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 으로 연결되지만,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 판단하는 행위는 그 단어와 연결되지 못한다. 다른 실험을 보면, 학습해야 할 정보와 이미 알고 있 는 사실, 혹은 학습해야 할 정보와 연상되는 것을 연결시키는 문장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기억하는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부분 신경생물학자의 말에 따르면, 기억은 여러 뉴런 사이의 연결 강도가 변화되면서 부호화된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거나 새로 운 사실을 습득할 때 뉴런들을 잇는 시냅스에서 복잡한 화학 변화가 일 어난다. 여러 실험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변화들이 소멸될 수도 있 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기억을 부호화하는 신경 연결은 에빙하우스 의 망각 곡선처럼 약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이후에 경험을 회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강화되지 않으면 결국 기억이 불가능할 정도로 약해 진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를 보면, 잊어버린 듯 보이는 정보가 경험을 최초로 부호화했던 방식을 기억나게 하는 단서로 인해 복구될 수 있다 는 것이 증명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간섭이 증가하면서 정보는 점차 사 라지는데, 마침내 강력한 단서만이 거스를 수 없을 것만 같은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이때 이 단서는 계속 약해지는 신경 연결에서 남아 있는 경험의 편린들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빌렘 바게나르Willem Wagenaar는 개인적인 기억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기 쓰기 연구에서 이것을 정확히 증명해냈다. 바 게나르는 4년 동안 매일 특별한 사건에 대해 누가 사건과 관련되어 있 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언제 어디에서 사건이 발생했는지, 더 나 아가 그 사건만의 특징적인 세부 사항을 기록했다. 바게나르는 일기를 쓰는 동안에 자신의 일기를 다시 보지 않았다. 이 일기 쓰기를 끝낸 다 음에 다양하게 조합된 단서(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에서)를 가지고 자신 의 기억을 테스트했다.
바게나르는 단서가 많을수록 해당 사건의 세부 사항을 기억할 가능 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단서가 아무리 많아도 기억 해내지 못하는 사건이 많았다. 이 경험들이 자신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는지 궁금했던 바게나르는 '완전히 망각'이라고 분류한 사건 중 10 개를 골라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추가적인 세 부 사항을 이야기해주었을 때 바게나르는 이 사건을 기억해낼 수 있었 다. 바게나르의 연구는 수개월이나 수년에 걸쳐 일어나는 기억의 소멸 의 공통적인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 완전히 잊 히지 않고 불완전한 상태로 망각되면서 그 경험의 파편들을 여기저기 남겨둔다는 것이다. 익숙한 듯한 인상,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경험에 대한 단편적인 세부 사항은 기억의 소멸이 일어났을 때 가장 일반적으로 남겨지는 파편들이다.
- 최근에 연구자들은 사진으로 찍는 행위가 사건에 대한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2014년,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린다 헨 켈Linda Henkel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 은 박물관 투어를 하면서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고, 다른 물건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후 물건들에 대해 기억 테스트를 받은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지 않았을 때보다 사진을 찍었을 때 그 물건 과 그것이 있었던 위치를 덜 기억했다.
한 연구에서도 실험 참가자들이 스탠퍼드대학에 있는 한 교회를 구 경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아이팟 터치를 받고, 그 카메라를 사용해 원 하는 만큼(최대 5장) 사진을 찍은 다음에 그 사진을 혼자 소장하거나 페 이스북에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진을 찍었던 참가자들은 사진을 전혀 찍지 않았던 참가 자들에 비해 일주일 후 교회의 세부 사항을 덜 기억했다.
- 사진으로 인해 생겨난 기억의 저하는 '인지적 떠넘기기'를 했던 사 람들이 자기 자신의 기억보다 사진에 의존했기 때문에 일어난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것은 박물관 투어 실험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연 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곧바로 삭제했을 때에도 기억 의 저하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최적의 조명과 앵글 등 사진을 찍는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기억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기억 을 부호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물이나 사건을 사진으로 찍으면 필연적으로 기억이 약화된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박물관 투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물 건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 사진을 찍었을 때, 오히려 기억이 강화되었 다. 게다가 다른 연구를 보면, 참가자들이 언제 사진을 찍을지 스스로 결정했을 때, 사진 촬영 행위가 경험의 시각적 측면을 더 잘 기억하게 했다. 따라서 사진 촬영 이후 무엇을 기억할지는 촬영 당시 우리의 목표와 그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탐색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 심리학자들은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행동을 묘사할 때 '미 래기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자 들은 대체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사람들이 기억의 회상적인 측면보다도 미래에 수행해야 할 활동을 기억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표현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것은 이름이나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두 사건이 일어난 때와 장소를 혼동하는 등 과거를 기억 하지 못하면 '기억'이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 만점심 약속을 잊거나 약속한 대로 소포를 두고 가지 않는 등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사건 기반의 미래기억과 시간 기반의 미래기억에 직면했을 때 망각 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건 기반의 과제에서는 사건이 의도했 던 행동을 기억하게 만들어주는데, 이 사건이 기억을 촉발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무실에서 해리를 만났는데 친구에게 전화하라고 말하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시간 기반의 과 제에서는 의도한 행동을 수행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는 단서를 만나지 못하거나 그 단서를 만들어두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밤 11시에 약 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그때 약을 기 억해내거나 정확한 시간에 할 일을 기억하게 할 단서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나는 내가 밤 11시에 잠들기 전 주로 양치질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약을 세면대 옆에 둘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건 기반 의 미래기억은 왜 단서로 인해 계획한 일이 저절로 기억나는지 혹은 기 억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 기반의 미래기 억은 나중에 기억나게 할 단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람들은 왜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자들이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baker-baker paradox'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이 낯선 남성들의 사진을 한번에 한 장씩 본다. 첫 번째 그룹은 얼굴과 관 련된 이름 정보를 받고, 두 번째 그룹은 직업 정보를 받는다. 이 실험의 숨겨진 의도는 참가자들에게 같은 단어인 이름과 직업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첫 번째 그룹에는 첫 번째 남성의 이름이 베이커Baker이고 두 번째 남성의 이름이 포터Potter라고 말해준다. 두 번째 그룹에는 첫번 째 남성의 직업이 제빵사baker이고 두 번째 남성의 직업이 도예가 potter 라고 말해준다. 나중에 실험 참가자들에게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그 얼 굴에 맞는 정보를 기억해보라고 지시했을 때, 참가자들은 이름보다 직 업을 기억할 때가 더 많았다. 이 결과는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를 여실히 보여준다. 왜 같은 단어가 이름으로 기억되는지, 직업으로 기억 되는지에 따라 단어의 회상 결과가 달라지는 걸까?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한 현대적인 접근법은 170여년 전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고유명 사는 함축적이지 않다. 고유명사는 그 명사로 불리는 개인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개인의 어떤 속성을 가리키거나 암시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내가 당신에게 내 친구 이름이 존 베이커John Baker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 친구가 비교적 흔한 앵글로색슨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말 고, 그 친구의 정보를 거의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내 친구를 제 빵사baker라고 소개했다면, 나는 그 친구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제공 한 것이 된다. 당신은 내 친구가 어디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일 할 때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어떤 종류의 상품을 만드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직업명인 '베이커'는 이전에 '제빵사'들과 만나보았던 경험을 근거로 풍부한 지식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고유명사(이름)인 베이커는 대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 실험을 보면, 참가자들은 기존의 지식을 활용해 직업명인 베이커를 고유명사인 베이커보다 더 쉽게 부호화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유명사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거 의 없다는 것은 왜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어려운지 설명 해준다. 또한 보통명사에 비해 고유명사가 개념이나 지식과 잘 융합되 지 않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의 이름에서 막힘이 일어난다. 미국의 인 지심리학자 서지 브레다트Serge Brédart와 팀 밸런타인Tim Valentine 이 연구한 한 실험을 살펴보자. 두 심리학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만 화 캐릭터 그림을 보여주었다. 일부는 캐릭터의 독특한 특징을 강조하 는 이름(그럼피, 백설 공주, 스크루지)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는 캐릭터의 특징과 관련 없는 임의적인 이름(알라딘, 메리 포핀스, 피노키오)을 가지고 있었다. 두 부류의 이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비슷한 정도로 익숙했지 만, 임의적인 이름보다 캐릭터의 특징을 묘사하는 이름에서 막힘이 덜 일어났다.
- 보통명사와 고유명사에 대한 기억의 이론적인 모형은 고유명사의 막힘이 어떻게 지식과의 미약한 연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도와준다. 대부분의 이론적인 모형은 보통명사나 고유명 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지식을 서로 구분한다. 먼저 3가지 기본 요소를 살펴보자.
첫 번째 요소는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에 대한 시각적 표상이다. 책 의 직사각형 모양, 칼의 날카로운 날, 동료의 툭 튀어나온 코와 가늘고 검은 머리카락처럼 말이다. 제빵사의 시각적 표상은 당신이 지금껏 만 나온 여러 제빵사에게서 발견한 형태, 특징, 촉감이 혼합된 형태로 구 성된다. 존 베이커의 시각적 표상에는 각진 얼굴과 뿔테 안경이라든가 헝클어진 수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요소는 사물이나 사람 이 수행하는 기능이나 과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거나, 한 개인의 자서전적인 사실을 구체화하는 개념적 표상이다. 제빵사의 개념적 표상에 는 '주방에서 일한다', '빵을 굽는다', '일찍 일어난다' 등과 같은 정보 가 포함되어 있다. 존 베이커의 개념적 표상에는 '변호사', '마을 대표',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요소는 음절을 나타 내는 음운적 표상이다. 베이커baker를 구성하는 음절은 베이ba와 커ker 다. 제빵사Baker와 베이커baker의 음운적 표상은 같다.
당신이 존 베이커를 만났는데, 당신의 뇌가 그의 시각적 표상만 활성 화한다면, 그의 얼굴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어도 그의 이름이나 그에 대한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의 뇌가 시각적 표상과 개 념적 표상만 활성화한다면, 존 베이커를 알아볼 수 있고 같은 동네에 사는 골프 애호가이자 변호사라는 사실도 알 수 있지만 그의 이름은 기 억하지 못한다. 대부분 이름 회상 모형에서는 음운적 표상이 개념적 표 상과 시각적 표상이 활성화된 이후에만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이는 이 름이 떠오르지 않는 사물이나 사람의 개념적 정보는 기억할 수 있어도 그 반대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찰스 톰프슨의 일 기 쓰기 연구를 보면, 어떤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지는 못해도 직업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개념적 정보를 떠올리지 못하면서 그 사 람의 이름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 내가 일주일 후에 당신에게 지난주 화요일에 있었던 미팅에 대해 묻 는다면, 당신은 정확히 보고하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와 만났던 사람의 개별적인 특징들을 기억해내야 한다. 하지만 부회장, 재정 분석가, 컴 퓨터 프로그래머, 사장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뿔테 안 경, 형형색색의 멜빵, 나비넥타이, 은 귀고리, 청바지, 클래식한 정장이 라는 복장뿐만 아니라 윌슨, 앨버트, 머튼, 그린과 같은 이름과 도시에 있는 화려한 사무실과 교외에 있는 작은 사무실 같은 장소까지 기억해 야 한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입었는지도 기억해야 하고, 얼굴과 이름 을 일치시켜 기억해야 하며, 누가 교외에서 일하고 누가 도시에서 일하 는지,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기억해내야 한다. 개별적인 특징들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특징들을 함께 연결시켜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인물, 의상, 지위, 장소가 올바르게 결합 되어 기억해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 연결 과정을 '기억 결합'이라고 부른다. 이는 경험 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통일된 전체로 함께 묶는 것이다. 개별적 인 경험들을 기억한다고 해도 '기억 결합'에서 실패하면, 제2의 용의자 사건이나 목격자 오귀인 사례처럼 출처 오귀인이 발생할 수 있다. 출처 혼란은 때때로 기억 결합 실패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 날 때, 특정 행위나 대상이 특정 시간과 장소와 올바르게 결합되지 않 았을 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기억 결합 실패가 일어나면, 실제 경험한 사건과 생각이나 상상에서 기억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집을 막 나서려고 할 때, 지하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1시간 후, 자동차 안에 있다가 갑자기 불안해진다. 내가 정말 문을 닫았는지, 아니면 문을 닫는 내 모습을 상상한 것인지 말이다.
이 같은 혼란 때문에 심리학 교수인 루 리버먼Lew Lieberman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 나중에 그것이 상상 속의 모습이었는지 실제 일어 난 일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리버먼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실제로, 수많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 이 어떤 사물을 보고 상상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 가끔 시간이 흐른 뒤에 실제로 그 사물을 보았다거나 그 행위를 했다고 믿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 피암시성은 타인에게서 얻은 정보와 글, 사진, 미디어에서 본 정보를 자신의 기억의 일부라고 잘못 믿는 것을 의미한다. 피암시성은 오귀인 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암시를 부정확한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오귀인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시 없이 오귀인이 일어나기도 해서 피암시성은 하나의 독립적인 기억의 오류다.
암시된 기억들은 진짜 기억만큼 사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2000년 5월 31일, 『뉴욕타임스』에는 6.25전쟁 참전 용사인 에드워드 데일리 Edward Daly의 황당한 사례가 실렸다. 데일리는 실제로 참전한 적이 없 는 전투에서 적군을 대패시켰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전투 공적을 자세 히 설명했지만, 이 이야기는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데일리는 망각 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도 전투에 실제로 참전했던 참전 용사들과 대화하며 그들에게 자신이 했던 영웅적인 행동을 '상기시켰 다. 데일리의 암시는 참전 용사들의 기억에 스며들었다. "나는 데일리 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요." 한 참전 용사가 주장했다.
피암시성은 여러 이유로 우려가 된다. 유도 질문으로 용의자의 신원 을 잘못 확인할 수 있고, 암시적인 심리 치료로 오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암시적인 인터뷰는 교사나 다른 사 람이 아동 학대를 저질렀다고 추정된 사건에 대해서 왜곡된 기억을 만 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피암시성이 위험하기 때문에, 심리학적 이론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법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피암시성을 이해 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 배심원단이 불확신하는 목격자보다 확신하는 목격자를 더 신뢰하고, 목격자의 자신감이 기억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매우 신뢰할 만한 기준 이 된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목격자의 확신과 정확성의 관 계는 미약하기도 한다. 다른 목격자가 같은 용의자를 지목했다고 듣거 나 재판을 준비하는 동안 증언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목격자의 확신은 더 부풀려질 수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목격자의 확신이 사건 발생 당시에 확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해 보이지 않는 "좋아요" 같은 말로도 목격자의 확신은 크게 부풀려질 수 있을까?
-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아이라 하이먼Ira Hyman과 그의 동료들은 소수의 실험 참가자에게 아동기 경험에 대한 오기억을 성공 적으로 이식했다. 하이먼은 대학생들에게 부모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고 말한 아동기 경험들에 대해 질문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혀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 부모들에게서 확인한 가짜 사건에 대해서도 물었다. "여러분은 5세 때 친척의 결혼 피로연에서 다른 아이들과 뛰어다니다 가 테이블에 부딪쳐 신부의 부모에게 주스를 쏟았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정확하게 기억했으나, 가짜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어떤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실험에서는 20~40퍼센트가 가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묘사했다. 한 실험에서는 오기억을 한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이 구체적인 내용을 또렷이 묘사했다. 그들은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주스를 쏟았는지 기억 해냈다.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부분적으로 오기억을 말했는데, 세부 사항은 기억해도 중심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했다. 이 실험 결과는 시각적 심상이 암시된 기억의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연구에서 아동기 경험에 대해 오기억을 만들어낸 참가자들은 기억이 정확한 참가자들보다 시각적 심상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더 높 은 점수를 받았다. 더구나 하이먼과 그의 동료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짜 사건을 들려주고 그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사건을 머릿 속으로 상상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지시를 받은 참가자들은 그저 조용히 앉아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라고 지시받은 참가자들 보다 더 많은 오기억을 만들어냈다. 이 결과는 풍부하고 상세한 시각적 심상이 참기억의 특징임을 보여주는 다른 증거에 비춰보았을 때 일리 가 있다. 시각적 심상이 참기억을 나타내는 일종의 심리적 특징이라면, 오기억을 생생한 시각적 심상으로 꾸미는 행위를 통해 오기억을 참기 억처럼 보이게 하고 느껴지게 하도록 작용한 것이다.
- 기억은 암시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을까?
1990년대에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는 로프터스가 '풍부한 오 기억(현실에 존재하는 복잡한 경험에 대한 환상 속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을 확실히 유도해낼 실험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같은 방법을 사용한 연구들은 암시적인 절차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의 20~30퍼센트가 오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때의 오기억은 결혼식장에서 음료수 쏟기부터 동물의 공격을 받은 일처럼 더 충격적인 경험까지 다양했다.
- 전체주의 정치 체제의 삶을 섬뜩하게 묘사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를 보면, 집권당은 과거를 의도적으로 수정해서 국민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다. 집권당의 슬로건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였다. 이 정부의 진실부Ministry of Truth는 이미 쓰인 역사 기록을 수정하고, 기 억이라는 실제 경험까지도 조작하려고 했다.
"과거의 사건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문서 기록과 인간의 기 억 속에서만 살아남는다고 주장된다. 과거란 기록과 기억이 일치된 것 을 의미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억의 훈련에 달려 있 다. 문서 기록들을 현재의 정통성과 일치시키는 것은 기계적인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사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바꾸거나 기록을 수정해야 한다면, 그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잊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기술은 어 떤 정신 훈련처럼 습득될 수 있다."
오웰이 상상한 것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는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들 이 붕괴한 이래 계속 줄어들었다. 그러나 진실부가 휘둘렀던 힘은 개인 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기억 속 과거는 종종 현재 우리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시 쓰인다. 기억의 편향은 우리의 지식과 신념과 기분이 새로운 경험이나 그에 대한 기억에 왜곡된 영향을 주는 것을 의 미한다. 『1984』의 진실부는 인간의 기억을 집권당의 통치에 유리하도 록 이용했다. 이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편향도 과거의 경험을 회상할 때 기억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인지 체계의 주인을 위해 희생되는지를 보여준다.
- 일단 '허니문'이 끝나면, 많은 부부가 결혼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경험한다. 결혼 초기에는 현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일관성 편향은 현재의 유쾌하 지 않은 분위기가 과거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 다. 400쌍에 가까운 부부의 결혼 초기를 추적한 연구를 살펴보자. 4년 의 연구 기간에 점점 더 불행해졌다고 표현한 부부 중에 남성들은 결혼 초기에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그 시절을 부정적으로 회상했다. 연구자 들은 "그러한 편향은 상황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상대에 대한 현 재의 견해가 나쁠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더 나빠지며, 이는 현재의 부정적인 태도를 더 강하게 확인시킬 뿐이다"고 말했다.
- 결혼 생활의 첫 10년을 회상할 때, 여성들은 변화 편향을 보였다. 그 들은 처음에 평가했던 내용을 실제보다 더 나빴던 것으로 기억했다. 여 성들이 결혼 초기에 느꼈던 것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한 10년간을 더 부정적으로 느꼈지만, 변화 편향으로 인해 현재의 감정이 비교적 개선 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결혼 생활을 20년간 유지한 시점에서 두 번째 10년간의 시기를 되돌아보았을 때 여성들은 일관성 편향을 보였 다. 10년 전 감정이 현재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잘못 기억한 것이다. 하 지만 실제로 이 여성들은 결혼 후 10년이 지났을 때보다 20년 후에 더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다.
- 이 두 편향은 여성들이 결혼 생활을 헤쳐나가도록 도와주었다. 결혼 후 10년 시점에서 기억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로 편향될수록, 여성들은 20년 시점에서 결혼 생활에 더 행복해했다. 결혼 후 20년 시점에서 결 혼 생활에 가장 만족했던 여성들은 기억의 편향이 가장 적었지만, 그렇 지 못했던 여성들은 기억의 편향이 가장 심했다. 이는 과거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행복하지 않은 현재를 계속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을 반영하 는 듯하다. '우리의 과거 모습'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현재 모습'에서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영향을 주기도 한다.
- 일관성 편향과 변화 편향은 사회심리학자들이 모순되는 사고와 감 정 때문에 일어나는 '인지 부조화'라는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알코올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최신 건강 통계를 읽은 알코올 중독자는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신은 사교 목적으로 술을 약간 마실 뿐이 라고 스스로 설득하거나 그 통계를 폄하하려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결혼이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여성은 현재를 좀더 참을 만하게 만들어주는 일관성 편향이나 변화 편향으로 과거를 왜곡해서 인지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인지 부조화는 그것을 가져온 사건을 회상하지 못할 때에도 감소될 수 있다. 다음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화랑을 방문해 어느 화가가 그린 그림 두 작품에 푹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는 한 작품만 살 수 있는 정도의 돈밖에 없다. 당신은 두 작품 중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선택을 하지만, 새로 구입한 그림을 가 지고 화랑을 나서면서도 다른 그림을 두고 가는 것에 갈등을 느낀다. 다 음 날, 구입하지 못한 그림보다 구입해온 그림이 좀더 좋다는 것을 깨닫 고 나서 어렵게 내린 결정으로 생겼던 인지부조화는 사라진다.
- 이혼은 자기중심적 편향을 두드러지게 한다. 최근에 이혼한 부부들 이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며 평가한 내용을 보면, 각자가 매우 상이하면서도 일관되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거를 묘사하는 것 으로 드러났다. 한 남편은 '아내가 원한 것은 은행에 넣을 돈뿐이었다' 고 이혼한 이유를 기억했지만, 아내는 '남편은 돈을 버는 일에 집착하 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남편은 자신이 '더 젊고 예쁜' 여성 을 만나게 되어 이혼했다고 기억했지만, 아내는 그 여성을 '예쁘기만 한 멍청한 여자'로 묘사하며 "사람들은 곧잘 '뇌가 순수하다'는 표현을 쓰더군요"라며 비웃었다.
또한 자기중심적 편향은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을 과장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다. 당신이 어려운 시험을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하다가 시험을 치르고 나중에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대학생들은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전에 자신이 얼 마나 불안했는지 기록하고 한 달 후에 시험 보기 전에 자신이 느꼈던 불안을 회상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학생들은 시험 전에 느꼈던 자 신의 불안을 과장했는데, 자신이 시험에 통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대 학생들에게서 기억의 편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로 경험한 것보다 더 큰 불안을 느꼈다고 기억함으로써 대학생들은 자신의 성취 감을 더 강화했고, 역경을 극복하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헌혈을 한 사람들도 비슷한 기억의 편향을 보 인다. 이들은 헌혈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을 과장해서 회상했다. 이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장애물을 극복해야 했던 자신의 담대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 고정관념은 우리가 사람과 사물을 범주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거 의 경험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을 세계를 단순하게 이해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새롭게 만 나는 사람들을 독특한 개인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경험에서 축적된 정형화된 일반화에 의 존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우리가 고정관념에 의존하면 삶 은 한결 쉬워질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 다. 스테이플스의 사례처럼 어떤 고정관념이 실제 현실과 어긋날 때, 편향은 부정확한 판단과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 고정관념 편향은 우리가 정신적으로 다른 문제에 몰두해 있어서 개 인의 고유한 특징을 고려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일어나기도 하 다. 고정관념 편향은 실험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형성 하면서 동시에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신 이 예술가를 처음 만났을 때, 중요한 미팅이나 곧 치를 시험을 생각하는 데 주의를 쏟는다면, 예술가는 창의적이고 개성이 강하다는 것만 기억 할 것이다. 예술가를 한 개인으로 평가하려는 인지적 노력을 더 많이 할 수록, 실제로 고정관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더 많이 회상할 수도 있 다. 당신이 예술가를 만났을 때 그가 매우 안정된 성격인 것처럼 보였 다면, 당신은 개성 있는 예술가라는 정형화된 모습과 왜 다른지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면 이 뚜렷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은 정교하게 부호화하고, 나중에 예술가의 안정된 태도를 명확하게 기억하게 된다.
- 일관성 편향뿐만 아니라 가짜뉴스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진실 편향'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진짜일 수도 있고 가짜일 수 도 있는 모호한 표현을 보통 진실이라고 추정하는 적당한 편향을 보인 다. 그런데 표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믿 음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오류적 진실 효과'라고 하는데, 1970년대에 처음 확립되었으나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게시된 뉴스의 가짜 여부를 평가할 때 발휘된다.
최근의 연구에서 어떤 가짜뉴스를 한 번 본 적이 있을 때, 실험 참가 자가 평가하는 그 뉴스의 정확성이 높아졌다. 심지어 그 뉴스가 타당해 보이지 않고, 팩트 체크를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말 이다. "지구는 정사각형이다"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거짓이더라도 오류적 진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노란색 연필로 노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파란색 연필로 빨강, 검은색 연필로 초록이라는 단어를 쓴 다음에 각 단어를 쓴 연필의 색깔을 말해 보자. 노란색보다 파란색과 검은색을 말할 때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빨강과 초록이라고 말해야 하는 색깔과 모순되는 단어의 의미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스트롭 효과 Stroop Effect'라고 하는데, 이처럼 정서적인 정보는 자동적으로 빠르게 주의를 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슬픈'과 '기쁜' 같은 정서적인 단어에서도 일어 날 수 있다. '젖은'과 같은 중립적인 단어의 색깔을 말할 때보다 긍정적 이거나 부정적인 단어의 색깔을 말할 때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정서 적인 단어가 자동적으로 주의를 끌면서 색깔의 이름을 말할 때 방해를 받는 듯하다. 단어를 읽을 때 걸리는 그 짧은 시간에 정서적인 의미가 머릿속에서 평가되어 색깔의 이름을 부호화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심리학자들은 현재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과거 경험의 축적을 '자기 스키마self schema'라고 부른다.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자기 스키마에는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겪은 개별적인 경험을 바탕으 로 한 평가들이 들어 있다. '슬픈, 낙천적인, 성공적인, 무기력한' 같은 단어들이 자신의 특징을 묘사하는지 생각해보자. 이 같은 판단을 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 스키마에 도움을 받는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은 부정적인 단어보다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인정하지만, 우울한 사 람들은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인정한다. 우울증 은 매우 부정적인 자기 스키마와 관련이 있어 자기 자신을 무능하거나 잘못이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부정적인 자기 스키마는 부정적인 경험 을 부호화하고 이것을 유지시키기 때문에 쉽게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실패나 행복 같은 단어들이 자신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지 판단할 때 건강한 통제집단에 비해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 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기억했다.
- 반추적인 성향은 우울증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놀런 혹스마는 한 달 동안 여성 참가자들과 남성 참가자들의 우 울증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한 기분을 자주 반추 했으며, 남성은 일이나 취미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등 부정적인 기 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활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랫동안 반추를 지속해서 우울증의 원인이 되었다. 즉, 여성 은 자신이 우울한 이유를 스스로 질문해보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 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과거의 경험을 활성화시켰다. 이 같은 부정적인 기억은 우울증을 더 고통스럽고 오래 지속시켰다.
- 우울증 환자들의 뇌 활동에 대한 연구들은 지속적인 과일반화 기억 에 있는 어떤 단서들을 제공한다. 여러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들이 편안 하게 쉬고 있거나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좌측 전두엽 영역이 상대적으 로 활동이 감소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좌측 전두엽에 생긴 뇌졸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자주 우울해했고, 우측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환자 들은 우울해하지 않는다. 어쩌면 좌측 전두엽이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 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신경영상 연구들은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비슷한 영역들이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고 세부 사항을 인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마샤 존슨Marcia Johnson과 그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기억을 인출할 때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활 동량은 과거 경험의 세부 사항을 회상할 때 크게 나타났다. 심한 우울 증 환자들이 좌측 전두엽의 주요 영역들을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 는다면, 이들은 과일반화 기억을 쉽게 회상하게 될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긍정적인 경험을 구체적으로 회상함으로써 부정적인 기억을 막는다. 이 긍정적인 경험에서 힘을 얻고 나면, 자신의 능력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우울해져서 긍정적 인 경험을 회상할 수 없다면, 과일반화 기억을 하게 되어 절망적인 기 분을 악화시킬 것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좌측 전두엽이 이 같은 악순환의 원인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기억의 지속성은 슬픔과 실망이라는 정서적인 자극에서 활발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기억의 지속성의 온전한 영향은 트라우마를 초래할 정도의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고통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인 것처럼 보여도, 잊으려고 하는 것은 불행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상황을 더 나 쁘게 만든다.” 웨그너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잔인한 영화를 보여주었다. 이때 영화와 관련된 생각을 억누르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영화와 관 련된 기억을 더 많이 경험했다. 사람들은 종종 끔찍한 경험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것은 기억을 없애기보다는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 로 보인다.
그것은 트라우마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고통을 약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극이나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감소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습관화'라고 부른다. 내가 일정한 간격으로 큰소리로 연주를 들려주면, 처음에 당신은 그 소리에 강 한 반응을 보이다가 점차 그 정도가 감소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트라우 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트라우마를 반복해서 경험하면 그것에 대한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억누르려 는 시도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인 습관화를 막는다. 그렇게 되면 억 압된 기억은 계속 유지되고, 결국 기억의 지속성은 증가된다.
- 그 이유로 트라우마 생존자의 치료는 거의 예외 없이 충격적인 사건 을 다시 경험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은 심상적 노출 치료imaginal exposure therapy 인데, 환자들을 트라우마 와 관련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해서 그 사건의 생생한 이미지를 회 상하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미국 보스턴대학의 심리학자 테런 스킨Terrence Keane과 그의 동료들은 심상적 노출 치료가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의 불안과 침투기억을 감소시켰다고 말했으며, 다른 연구 자들은 성적 학대를 받은 생존자들에게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지지 상담supportive counseling처럼 트라우마 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종류의 치료와 심상적 노출 치료를 비교 했다. 킨의 연구팀과 심리학자 에드나 포아Edna Foa가 이끄는 연구팀은 심상적 노출 치료에서 침투기억 · 플래시백. PTSD와 관련된 증상이 가 장 크게 감소했다고 밝혀냈다.
- 조지프 르두가 지적했듯이, 편도체는 입력되는 정보가 갖는 개인적 중요성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그는 편도체를 바퀴 의 축에 비유한다. 즉, 편도체는 주요 피질 하부인 시상에서 미가공 감각 정보를 받으며, 피질의 더 고등한 영역부터 좀더 광범위하게 가공 된 지각 정보를 받는다. 또한 해마에서는 어떤 사건의 일반적인 맥락에 대한 신호를 받는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의식한 편도체는 중요한 사건 이 발생했다는 것을 신호로 알리게 된다.
또한 편도체는 우리가 두려움이나 자극을 유발하는 사건을 만나면 호르몬 체계에 강력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분비되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위협 에 뇌와 몸이 반응하고,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강화된다. 아마도 해마 의 활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편도체가 손상되면 스트 레스 관련 호르몬은 어떤 기억도 강화하지 못한다. 따라서 편도체는 위 협적인 사건에 반응하게 하고, 그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는 호르 몬을 분비시켜 기억의 저장을 조절한다.
- 또한 기억의 지속성의 화학적 · 호르몬적 근거를 이해하면, 그것을 약 물로 방지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수치를 상승시키는 요힘빈 등의 물질이 기억의 지 속성도 높인다면, 그것의 수치를 낮추는 물질이 기억의 지속성을 감소 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래리 캐힐과 제임스 맥거프가 스트레 스 관련 호르몬의 분비를 방지하는 베타 차단제beta blocker (교감신경의 베타 수용체를 차단해 심장 박동수를 줄이고 혈압을 낮추는 약물)인 프로프라 놀롤propranolol을 주입한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다.
이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두 그룹은 프로 프라놀롤이나 위약을 받은 후, 일상적인 사건을 담은 슬라이드를 보았 다. 다른 두 그룹도 프로프라놀롤이나 위약을 받은 후, 일상적인 사건 들 사이에 정서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사건이 담겨 있는 슬라이드를 보 았다. 프로프라놀롤을 받은 그룹들은 위약을 받은 그룹들과 마찬가지 로 일상적인 사건을 잘 기억했다. 하지만 위약을 받은 그룹들에서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향상되었지만, 프로프라놀롤을 받은 그룹들에서는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향상되지 않았다. 프로프라놀롤 이 사실상 정서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기억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속적으로 기억을 감소시키기 위해 트라우마 생존 자들에게 프로프라놀롤 같은 베타 차단제를 투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 성을 제시한다. 또한 구급차 대원들이 재해 지역에 들어가기 전에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면, 나중에 그들을 괴롭히게 될 침투기억을 예방할 수 도 있다. 이것은 침투기억이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 있 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의 지속성의 잠재적인 원인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긴급구조 대원들에게 베타 차단제를 미리 투여한 다면, 스트레스가 심한 일을 좀더 감당하기 쉽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 기억의 소멸과 막힘에는 기억에 관한 한 '적을수록 더 좋다'는 원칙 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기억의 정신없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신없 음은 나중에 자발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풍부한 시각적 · 개념적 · 음운 적 표상을 만드는 데 주의 깊은 정교한 부호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분 적으로 일어난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 최소한의 정교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사건은 추후에 기억될 가능성도 매우 적다. 그런데 모든 사 건이 정교하게 입력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러시아의 기억 술사 솔로몬 셰르솁스키Solomon Shereshevski의 유명한 사례처럼, 구체적인 내용들이 머릿속에 어수선하게 자리 잡아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수년 동안 셰르솁스키에 대해 연구한 러시아의 신경심리학자 알렉 산드르 루리아Alexander Luria의 설명에 따르면, 셰르솁스키는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중요한 일이나 사소한 일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기억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애초에 기억 체계 속으로 들어오 지 않았으면 좋았을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으로 넘쳐났기 때문에 기 능할 수 없었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광범위하게 부호화를 할 만큼 중 요한 사건들만 잘 기억하도록 한다. 그렇지 못한 사건들은 중요하지 않 은 사건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기억할 가능성도 없다.
- 우리의 기억 체계는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정보로 머릿속을 어수 선하게 만들지 않는다. 물론, 열쇠나 지갑을 평소에 보관하던 곳이 아 닌 곳에 놓아두고, 나중에 그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수 없을 때 에는 정말 화가 난다. 그러나 그 물건을 제자리가 아닌 곳에 놓았을 때 사업 비용을 절약할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찾아냈다면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자동으로 일상적인 일을 수행할 때, 좀더 자유롭게 중 요한 일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그래서 가끔씩 겪는 정신없음은 이런 큰 이익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대가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수많은 일과 그 세부 사항을 기억한다면, 그로 인한 이익과 대가는 무엇일까? 기억은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그 환경에 맞게 회상하도록 적응해왔다고 가정해보자. 우 리는 모든 경험의 맥락과 세부 사항을 꼼꼼히 기억할 필요가 없다. 우 리의 기억 체계는 일상적으로 모든 세부 사항을 기본 옵션으로 기록하 는 것일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세부 사항이 나중에 필요할 것이라는 경고를 느낄 때에만 기록하는 것일까? 기억은 후자의 원리에 의해 작 동하며, 대부분 그것이 우리에게 이익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히 부호화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험의 출처를 기억해야 할 때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 오귀인은 어떤 경험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 건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은 기억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실험 참가 자들은 사탕, 설탕, 맛 등 의미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들을 들었을 뿐인 데, '달콤하다'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있다고 잘못된 주장을 했다. 이와 비슷한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외형만 비슷하고 똑같지 않은 자동차 와 주전자 사진을 보았을 뿐인데도 동일한 자동차와 주전자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에서 오귀인이 일어난 것은 참가자들이 일반적인 느낌이나 보고 들은 것을 요점만 기억해 그것에 반응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요점을 기억하는 능력은 기억의 또 다른 장점이다. 우 리는 세부 사항을 회상하지 못해도 그 경험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수행했던 연구들은 요점을 기억하기 때문에 발생하 는 오귀인이 건강한 기억 체계의 증거라는 것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해마와 측두엽 근처의 영역에 손상을 입은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사탕 이나 설탕처럼 의미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들을 학습한 후에 건강한 통 제집단에 비해 단어를 덜 기억했다.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 다. 하지만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원래의 단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았지 만, 의미적으로 관련된 '달콤하다'와 같은 단어를 오재인하는 것이 통 제집단보다 적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자동차나 주전자 사진 등을 학습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건강한 통제집단에 비해 사진은 덜 기억했지만,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비슷한 사진을 오재인하는 것도 적었다.
- 편향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자기중 심적 편향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기억하게 하거 나. 직장이나 집에서 자신의 기여도를 과장하게 만든다. 일관성 편향과 변화 편향은 우리가 어떤 관계에 관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도록 도울 수 도 있고,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우리가 실제보다 더 현명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표면상으로 이 편향들은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하게 하 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어쨌든 건강 한 정신은 대체로 현실을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만, 정신 질환은 현실을 왜곡해 지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셸리 테일러가 자신의 연구에서 '긍정 적인 착각'을 주장한 것처럼, 자신을 과도하게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 이 정신건강을 해치기보다는 향상시키는 듯하다. 긍정적인 착각을 아 주 잘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산다. 하지만 우울증 환 자들은 긍정적인 착각이 결핍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과도하게 긍정적 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매우 낙천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우리를 고무시키지만, 과거를 더 정확하게 기억 하거나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우리를 낙담시킬 수 있다. 이 효과 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매우 왜곡된 낙관적인 편향은 문제를 초래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일러가 지적한 것처럼 긍정적인 착각은 대체로 심각하지 않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에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기억의 편향은 우리의 인지 체 계의 적응 요소로 간주할 수 있다.
- 나는 소멸의 적응적 가치를 논할 때, 시간에 따른 망각이 우리 머릿 속에서 무의미한 정보를 없앨 때 발휘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러나 심리적 행복을 고무하는 망각의 역할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대학생들이 일상적인 경험을 일기로 적었던 연구에 서 최근에 알려진 결과를 가져와 짧게 언급했다. 이 연구 결과에서는 대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에 비해 더 빠르게 희미해 졌다. 대학생들은 부정적인 경험을 여전히 기억했지만, 그 정서적인 상 처는 긍정적인 경험과 관련된 것보다 더 빠르게 소멸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여러 집단과 환경에서 검증되었으며, 현재는 '정서적 퇴색 편 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편향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많은 상황에 존재한다. 어떻게 트라우마가 시간이 흘러도 부정적인 자극을 유지하거나 심각한 침투기억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지속성 과 관련된 증거가 있다.
정서적 퇴색 편향에 대해 새롭게 나온 증거를 보면, 소멸이 적응적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디스포리아dysphoria 라고 알려 진 약한 형태의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 정도가 낮은 사람들에 비 해 훨씬 약한 정서적 퇴색 편향을 보이며, 매우 높은 수준의 불안을 보 이는 사람들에게서도 정서적 퇴색 편향이 줄어들어 있는 것이 관찰된 다. 약한 정도의 정서적 퇴색 편향은 섭식 장애와 감정 표현 불능이라 고 알려진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최근 한 연구는 정서적 퇴색 편향과 그릿grit (성공과 성취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투지나 용기)이라고 알려진 심리적 특징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상대적으로 그림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보 다 강력한 정서적 퇴색 편향을 보였다. 이 연구는 강력한 정서적 퇴색 편 향이 그릿을 높여줄 수 있다고 암시한다. 부정적인 감정 자극은 역경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 정서적 퇴색 편향이 실수와 좌절을 기억할 때 부정적인 감정 자극을 덜 느끼게 해줌으로써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서적 퇴색 편향과 적응적 기능 간의 관계적 특징 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지만, 정서적 퇴색 편향이 부 여한 기억의 소멸이 심리적 행복의 징후라는 것이다. 정서적 퇴색 편향은 그것과 관련된 심리적 특징의 원인일 수도 있고 결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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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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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인간도 다루기 힘든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같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선배 엄마들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을 구하는 방법을 비롯해 아기를 키우는 핵심 기술을 가 르쳐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청소년기(인간의 독특한 생애 단 계)에 들어서면 같은 무리의 구성원들이 사냥이나 불 피우기 등 최신 기술을 전수해주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세세하게 알려주 었을 것이다. 협력은 곧 미로처럼 뒤얽힌 정치적 관계다. 다른 대 부분의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아이 아빠는 이러한 관계의 어디 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50만 년쯤 전에 인간의 뇌가 더 커 지고 갓 태어난 아기의 의존성이 더욱 높아진 데다 발달 기간이 더 길어지자 아이의 엄마와 이모, 언니들의 도움만으로는 더 이상 감 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은 아이 아버지가 힘을 보태 도록 진화했고, 우리는 진화적 종말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버지의 등장으로 인간의 협력에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 다. 양육을 위한 다른 여성들과의 협력은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끼 리의 호의로 이루어졌지만 다른 성별과 힘을 모으는 건 완전히 다 른 일이었다. 아버지는 이타심에서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 키우는 일을 도와줌으로써 아이 엄마가 자신과 성적인 관계 를 맺는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장차 태어날 자식은 투자할 만한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다. 양육을 돕는 대신 성관계를 원하는 이교 환방식은 여성들끼리 호의로 양육을 함께하던 것보다 인지적으로 훨씬 복잡한 일이다.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가 아예 달라진 것이다. 이 거래에서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복잡한 계산을 해 야만 한다. 아버지가 양육에 동참한 건 반가운 변화였지만, 그때부터 인간은 다른 성별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과 지능을 투자해야만 했다. 그리고 인간의 협력 네트워크는 갈수록 더 복잡해졌다.
인간이 협력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협력이 주는 가장 중요한 이점이 없 었다면 인간이라는 생물종이 계속 유지되는 건 고사하고 단 며칠 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점은 바로 생계다. 생계를 유지 하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을 떠올려보면, 사냥 기술이나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장소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부터 힘을 합쳐 몸을 피할 곳을 마련하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것, 새로운 화살촉이나 사냥에 쓸 창을 만들 줄 아는 전문가와 물 물교환을 하는 일이 모두 해당된다. 현대 사회는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장을 보면 문 앞까지 배달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 만나는 사 람은 한 명도 없지만 우리가 주문한 그 모든 상품을 재배하고, 수 확하고, 운반하고, 포장하고, 한데 담아서 배달하기까지 얼마나 많 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 생각해보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 는 그 모든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다. 생존하려면 누구나 반드시 협 력해야 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아이를 키우고, 먹고사는 것 모두 마찬가지다. 생존에 꼭 필요한 기본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하려면 방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공동 작용으로 우리는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자신감과 동기를 얻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첫 단계를 시작한다.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은 출산과 모유 수유를 비롯한 여러 생리학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사 회적 행동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관계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도 담 당하게 되었다. 옥시토신은 우리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뇌에서 무의식적인 기능을 담당 하는 영역의 중심에는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긴 아주 작은 편도체라는 곳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두려움이 생겨나는데 옥시토신은 이 편도체의 활성을 없애서 입을 닫게 만든다. 옥시토신이 작용 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다가가서 말을 걸어봤자 분 명히 거절당할 거고 그럼 어떻게 되나 은근히 주시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것이라고 투덜대는 목소리는 잠잠해진 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한번 말을 걸어보자는 자신감이 생기고, 신 기할 정도로 평온하고 자신만만하게 상대를 향해 다가가게 된다.
- 하지만 옥시토신만 작용한다면 감정이 지나치게 가라앉아서 바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거나 울어대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해결해주려는 의욕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생물종의 지 속성 측면에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옥시토신과 함께 분 비되는 도파민이 중요하다.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마다 도파민도 함께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보상감을 주는 화학물질로 우리가 즐겁다고 느끼는 일을 할 때 분비된다. 내 경우에는 바노피파 이를 먹을 때나 진토닉을 마실 때, 개를 꼭 끌어안을 때, 또는 이 모 든 것을 한꺼번에 할 때 그런 기분을 느낀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이 뜰 때, 자부심이 충만해질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되어 보상감과 함께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도파민이 활기를 주는 호르몬이기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도파민은 인체의 운동 회로에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사교적인 노력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는 화학적인 보상 물질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면 힘든 노력이 필요한데도 계속 애를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도 파민과 옥시토신의 합동 작용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는 의욕을 불어넣고 그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근거로 뒷받침되는 사실이다.
- 남성이 짝짓기 상대를 결정할 때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비율을 중시한다는 사실은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입증됐 다. 미국 텍사스 A&M국제대학교의 레이 가르자Ray Garza, 로베르 토 에레디아 Roberto Heredia, 안나 치에슬리카Anna Cieslicka는 2015년에 시선 추적 실험을 한 결과 남성은 모르는 여성을 처음 봤을 때 몸 을 먼저 본 다음에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여 성이 모르는 다른 여성을 볼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입 장에서는 짝짓기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 여성의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뇌의 알고리즘이 처리하는 최초 정보 중 하나가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비율임을 추정할 수 있 는 결과다.
남성의 경우 어깨 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 그리고 키가 중시 된다. 어깨 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은 1.4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여 겨지지만 올림픽 선수나 틈만 나면 체육관에 갈 만큼 운동에 빠 져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런 비율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이러 한 비율은 운동성과 관련이 있고, 이는 남성의 우세함, 보호 능력 과 연결된다. 키는 지나치게 크지 않은 수준에서 큰 키가 매력적으 로 여겨진다. 키가 큰 남성은 여러 면에서 우세하고 성공 확률도 더 높다고 인식되는데, 이러한 인식은 사실인 경우가 많다. 키가 큰 남성이 일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 서 밝혀진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조건을 갖춘 남성과 관계 를 맺으면 자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 남성과 여성이 잠재적인 짝짓기 상대의 가치를 평가할 때 공통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얼굴, 더 정확히는 얼굴의 비대칭성이다. 대칭성과 건강한 유전자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 문이다. 왜 그럴까? 다른 여러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은 팔 다리와 발, 손, 눈, 귀가 좌우 대칭 구조다. 유전자는 몸의 형태 발 달에 제한 없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유전자는 인체를 완 벽한 대칭으로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발달 과정에서 환경 적인 요인이 유전자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원래 정해진 대로 정 확히 기능하지 못하게 되므로 완벽히 대칭인 몸은 존재하지 않는 다. 하지만 얼굴의 비대칭성이 낮으면, 즉 대칭에 가까울수록 유전자가 환경의 영향에 맞설 만큼 강력히 작용하고 대칭성을 유지하 기 위한 싸움에서 꽤 우세했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이 오랜 헌신이 나 상대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 및 보호와 무관한 단기적인 관계를 맺을 상대를 선택할 때 이러한 비대칭성의 정도는 매우 중요한 요 소로 작용한다. 대칭성을 좌우하는 유전자만 고려 대상이 되는 것 이다. 그래서 여성이 오랫동안 만날 짝을 선택할 때보다 짧게 만날 사람을 선택할 때 '훌륭한 외모'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 여성은 실제로 유전학적 양립성을 냄새로 판단할 수 있다. 유전학 적 양립성은 생존 가능한 자손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 체 면역 반응의 토대가 되는 인간 백혈구 항원(HLA)은 여러 개의 유전자로 만들어지는데, 여성은 잠재적 짝짓기 상대가 가진 HLA 유전자와 자신이 가진 HLA 유전자의 양립성을 냄새로 파악할 수 있다.
HLA 유전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자녀가 병을 이겨내는 면역 반응을 최대한 다양하고 유연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을 관장하는 HLA 유전자가 체취와도 관련이 있는 유전학적인 우연 덕분에, 여성은 남성이 어떤 종류의 HLA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 오랫동안 심리 학계와 TV 과학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진 티셔츠 실 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초기 단계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뇌에서 변연계라 불리는 영역이 담당한다. 뇌 중심에 자리 한 변연계는 우리의 감정이 생겨나는 곳이다. 초기 단계에는 변연 계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 수용체가 밀집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중격의지핵(측좌핵)도 그중 하나로, 옥시토신 수용체와 도파민 수 용체가 빼곡하게 자리한 둥근 모양의 이 영역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구가 켜지듯 활성화되면 우리는 상대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구와 자신감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더 강렬한 끌림을 느끼면 이 신호는 사라지고 활성화되는 영역이 변연계의 다른 부분으로 서서 히 바뀌기 시작한다. 바로 미상핵머리로 불리는 부분이다. 이 변화 는 대부분 무의식적이고 보상과 새로움에서 비롯되던 끌림 혹은 욕망이 이 단계부터는 더욱 깊어지고 의식이 더 많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랑의 여정이 시작되는 단계인 셈이 다. 미상핵머리는 뇌 바깥쪽에 여러 겹으로 형성된 신피질과 수많 은 경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신피질에 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뇌의 무의식과 의식이 연결되면 인간의 사랑의 핵심 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즉 사랑을 의식적인 수준과 무의식적인 수 준에서 동시에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상대를 향한 열정이나 성적 욕구, 새로 태어난 연약한 아기를 보며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 는 동시에 우정, 신뢰, 공감, 협력을 경험한다. 인간의 사랑을 누구 보다 많이 연구한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Ruth Feldman 은 무의식적이던 사랑이 의식적인 사랑으로 변화하면 공통 목표와 서로 공유하는 환경, 상호성이 관계의 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 연구진은 결과를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참가 자들에게 연인과 성별이 같고 친구로 지낸 기간이 연애 기간과 비 슷한 다른 친구들의 사진도 함께 보여주었다. 분석 결과 남성과 여 성 모두 친구 사진을 볼 때와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뇌 활성에 뚜렷 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인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이 신경학적 지 문에 성별의 차이는 없었다. 연애 감정을 느낄 때는 무의식과 관련 된 변연계 영역인 미상핵머리와 조가비핵이 활성화되고 전전두엽 피질에서 신뢰, 공감 등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영역도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활성화만큼 주목해야 할 변화는 친구 사진을 볼 때와 달리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비활성' 되는 뇌 영역도 있다는 점이다. 활성이 사라진 영역은 두려움과 위 기 탐지 기능을 담당하는 편도체, 그리고 1장에서 설명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능력인 정신화 기능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피질이었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 가 아니라 사실임이 밝혀진 충격적인 결과였다. 실제로 우리는 사 랑에 빠지면 그 관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 하지 못하며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져 정서적·물리적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니 상대를 잘못 골랐을 때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사랑의 진화 과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엄마의 뇌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능한 부분이 가장 크게 활성화되고 아빠의 뇌에서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신피질이 더 활성화된 이 결과를 보고 모 성애와 부성애가 처음 발생한 진화적 시점이 다르다는 의미로 해 석할 수도 있다. 모성애는 최초의 파충류에서도 나타날 만큼 역사 가 깊지만 인간의 부성애는 길게 잡아야 겨우 50만 년 전에 시작됐 다. 이 시기부터 아버지의 역할 중 일부가 뇌의 새로운 영역에 자 리를 잡고 고정된 기능이 되었다는 의미다. 또한 부모의 뇌는 엄마 와 아빠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아이에게 느끼는 사랑이 아이의 각기 다른 측면에 중점을 두는 동기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아이 의 발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다.
- 원래 원숭이에서 베타엔도르핀의 기능에 관한 연구는 수컷의 성적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실시됐다. 영장류 동물 학자인 폴 멜러 Paul Meller의 연구진은 엔도르핀 작용제인 모르핀과 엔도르핀 길항제인 날록손을 활용해서 수컷의 교미 행동에 엔도르 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작용제는 특정 신경 화학물질의 작용을 모방하는 화학물질이고, 길항제는 특정 신경화 학물질의 영향을 차단하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길항' 작용이란 엔도르핀이 일으키는 큰 쾌감이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가 크게 엇갈리게 나오는 바람에 연구진은 수컷의 성적 행동에 엔도르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길항제를 투여해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도 뇌에 아무런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 원숭이들이 다른 원숭이의 털을 손 질하거나 같은 무리의 다른 동물들로부터 털 손질을 받는 것에 굉 장히 집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모르핀이 투여된 원숭 이는 털 손질을 받는 것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에 취한 것처럼 한껏 들뜬 기분을 느끼기 위해 털 손질을 받으려 고 안달하던 원숭이도 모르핀이 투여되면 그러한 욕구가 충족되어 털 손질을 해줄 원숭이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멜러는 수컷 원숭이 의 성적 행동에 관해 알고 싶었던 결과를 얻지 못해 다소 실망했을 지 모르지만, 이 연구로 원숭이가 털 손질을 좋아하는 이유가 밝혀 졌다. 털 손질을 받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1000명이 넘는 사람 들에게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 침을 좀 뱉어달라'고 부탁하고 다양한 설문지와 활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예를 들어 공감 능력 을 파악하기 위한 '눈을 보고 마음 읽기 검사'와 자신이 공동체에 얼마나 깊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타 인과 나의 심리적 거리 측정 척도' 등을 활용했다. 이 연구에서 우 리는 애착의 종류, 공감 능력을 비롯해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나 타나는 사회적 성향이 베타엔도르핀 관련 유전자와 연관성이 있 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옥시토신 그리고 베타엔 도르핀과 관련된 유전자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친구가 얼 마나 많은지 지역 사회에 얼마나 참여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네트 워크에는 도파민 관련 유전자가 두드러지게 큰 영향을 주는 것으 로 나타났다. 활력을 불어넣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우리가 문 밖으로 나가서 세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은 열정을 일으키는 것 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베타엔도르핀이 장기적 관계에 토대가 된다는 것, 특히 종류와 상관없이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애착과 공감에 영향을 준다 는 점이다.
이처럼 침을 모으는 다소 덜 침습적이고(대신 좀 역겹고) 굉장 히 저렴한 방법으로 여러 건의 연구를 진행한 끝에 우리는 웃을 때 나 다른 사람과 신체를 접촉할 때, 춤을 출 때, 노래할 때, 운동할 때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이 모든 활 동을 동시에 실시하면 엔도르핀이 전체적으로 대폭 증가한다는 사 실도 확인했다. 분비량과 영향은 일곱 배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결 과는 모두 베타엔도르핀이 처음 생겨나고 진화한 이유인 통증 완 화와 관련이 있다.
- 마이클 리보비츠는 임상학적 관찰을 토대로 《사랑의 화학》이라는 책을 썼지만, 이제는 사랑이 헤로인 등의 아편제만큼 중독성 이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강력 한 증거로 뒷받침된다. 헤로인에 빠진 삶은 엉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만 사랑과 함께하는 삶에서는 행복과 만족감,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삶의 뼈대가 되는 친구, 연인, 가 족과 애착을 형성하고 그것이 우리가 세상으로 나아가 평생 만족 감을 느끼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될 때 사랑의 힘은 비로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다.
- 개인이 경험하는 애착의 특성은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바로 회피와 불안이다. 관계를 회피하는 정도와 관계에서 느끼 는 불안감, 특히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의 정도에 따라 애착의 특성이 달라지고, 그 특성은 행동과 신념으로 나타난다. 연인 간에 형성되는 애착은 네 가지로 나뉜다. 안정형 애착과 집착적 애착, 두려움 회피 애착, 거부 회피 애착, 안정형 애착을 형성하는 사람 은 회피도와 불안정성이 모두 낮고 물리적, 정서적으로 친밀해지 는 것을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그러한 관계에서 힘을 얻는다. 반면 집착적 애착은 불안감이 높고 회피도는 낮다. 이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걱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연인이 자신을 떠나면 어쩌나 크게 염려한다. 그리고 이 불안감을 해소 하기 위해 연인과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흔히 '매달린다'라고 표현하는 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안감과 회피도 가 모두 높은 사람은 두려움 회피 애착관계의 특성을 보인다. 버려 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점은 집착이 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공통점이지만, 이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예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으려 하거나 관계를 맺더라도 너무 가까워지지 않 으려고 한다. 거부 회피 애착은 불안감이 낮고 회피도가 높은 사람 들에게서 나타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섬과 비슷하다고 자주 설명하곤 한다. 대체로 연애에 관심이 없고 연인 관계를 시작하거나 유지해야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이 같은 거부 회피 애착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종류까지 꼭 알아야 할까?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연구 참가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와 행동을 파악하는 기 본적인 틀이 되고, 참가자의 생각과 행동이 유전학적으로, 발달적 으로, 또는 다른 어떤 기반에서 나온 것인지 실증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 는 경우도 있으므로 원인을 알면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애착의 유형을 알아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대 인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러한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어떤 종류의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지 알면, 사랑을 할 때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 알 수 있고 왜 지 금까지 항상 관계가 나쁘게만 끝났는지 원인을 찾아서 바꿔보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
-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은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이 처음 만들어낸 용어다. 서로 친밀한 유대와 애착이 형성된 사람 들은 행동에서 동시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토대다. 아마 대부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때 오가는 행동이나 연인끼리 몸짓이나 목소리 높낮이, 언어적인 특징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인체 내부를 들 여다보면, 이러한 동시성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생 리학적 수준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인끼리, 또는 부모와 자식이 상호작용할 때는 혈압과 체온, 심장 박동이 같아진다. 동시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뇌다. 연인의 경우, 측두두정 영역에 뇌에서 발생하는 '파장' 중 가장 빠른 뇌파이자 뇌 여러 영역의 정보를 통합하는 감마파의 동시성이 나타난다. 측두 두정 영역은 정신화와 사회적인 이해, 사회적 응시, 즉 눈을 맞추 고 시선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연인이 아닌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때는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선 이 마주치는 것은 다른 비언어적인 동시성과 함께 신경학적 동시 성의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 대화는 영향을 주지 않 는다. 이러한 특징은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이 고대부터 진화했다는 것, 그리고 이 기능이 유대감이 가장 강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 는데 평생 활용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기능 덕분에 우리는 세 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즉 말을 할 줄 모르는 유아기부터 가장 깊 은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 그럼 유전자의 영향은 어떤 식으로 발생할까? OXTR과 같은 뇌의 수용체 유전자의 경우, 영향이 발생하는 방식을 몇 가지로 나 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뇌 특정 영역에 있는 수용체의 개수, 즉 밀 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용체가 많을수록 그 수용체를 통해 발생 하는 신경화학적인 영향이 더 강해진다. 다른 방식은 수용체의 위 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령 끌리는 마음이 시작되는 뇌 영역인 변 연계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많으면 더 개방적으로 상대에게 다가 갈 수 있다. 수용체 유전자는 그 수용체와 결합하는 신경화학물질 (OXTR의 경우 옥시토신)과의 친화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용체 와 신경화학물질은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된다. 신경학적 반응 경 로를 따라 특정한 메시지가 전달되려면 자물쇠, 즉 수용체와 결합하는 신경화학물질이 열쇠처럼 수용체와 꼭 맞게 결합해야 한다. 수용체와 신경화학물질의 결합 강도는 헐거운 수준부터 아주 강한 수준까지 다양하고, 결합력이 강할수록 메시지는 더 원활하고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며 그만큼 신경화학물질의 영향이 더 신속하게 발휘되고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 수용체가 암호화된 유전자는 수용체와 신경화학물질이 잘 맞는 정도 또는 친화력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준다. OXTR과 옥시토신도 마찬가지로, 이 친화력이 강해 서 자물쇠가 쉽게 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열쇠를 끼워서 이리저 리 움직여야 겨우 열리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수용체 농도뿐만 아니라 신경화학물질의 기본 농도 역시 유전 자의 영향을 받는다. 사랑과 관련된 신경화학물질의 농도는 사람 마다 제각기 다르며, 이 때문에 사랑의 경험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 타난다. 예를 들어 옥시토신의 기본 농도가 낮은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선뜻 시작할 가능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는 신경화학물질이 체내에서 전달되는 효 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신경화학물질이 필요한 곳에서 전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옥시토신의 경우 만들어지는 곳은 뇌 시 상하부의 변연계이지만 분비되는 곳은 시상하부의 뇌하수체다. 유 전자는 옥시토신을 뇌의 특정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달하는 기능에 영향을 준다. 옥시토신이 원활히 전달되지 않으면 자신감 이 커지는 효과도 지연될 수 있다.
- 후생학(후생유전학)은 유전암호인 DNA의 변화가 아닌 유전자 가 발현되는 방식의 변화에 관한 학문이다. DNA가 하드웨어라면 후생적 영향은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유전자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DNA가 세포에서 핵 내부 공간에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압축하는 염색질이나 DNA 주변을 감싼 단백질인 히스톤, 특정 유전자의 '온오프'(활성 또는 비활 성) 여부와 같은 요소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 프트웨어가 바뀌는 것이다.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후생적 변화가 사랑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 중 하나라는 것은 점차 명확한 사실로 입증되고 있으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포함한 DNA와 유전자의 궁극적인 기능은 모든 생명체의 기반이 되
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그 암호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하 는 것이다. DNA에 메틸기(CH3)가 추가되는 DNA 메틸화 과정이 일어나면 유전자의 기능이나 발현에 변화가 생긴다. 사람마다 메 틸화는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개개인의 메틸화 정도는 후생적 변 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에 엘린 크라이옌반거 Eline Kraaijenvanger의 주도로 심리학자, 정신의학자들이 한 팀이 되어 옥 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메틸화가 심리, 신경,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총 30편의 관련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메틸화는 사회적 기능에 분명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사회적 기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부분의 메틸화는 사회적 기능, 사회적 행동 장 애, 정신 건강에 발생하는 악영향 등 행동과 경험, 친밀한 관계를 포함한 수많은 결과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 면, 뇌 스캔 결과 CpG (시토신구아닌) 934 부위로 명명된 이 부분에 메틸화 수준이 높은 사람은 전전두피질의 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메틸화 수준이 그보다 낮은 사람보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나이가 들면 관계를 맺는 일이 더욱 수월해지고 혼란스러웠던 어린 날의 일들은 다 지나간 일이 된다. 그러므로 DNA 메틸화의 영향도 나이가 들면 약화되어 좀 더 안정 적인 애착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사랑의 정의도 문화적 제약이 존재한다. 잘 알려진 대로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일곱 가 지성적인 사랑인 '에로스', 친구와의 우정과 같은 정신적 사랑인 '필라', 구 속하지 않고 즐거움을 위한 유희적 사랑인 '루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인 '스토르케', 자기애를 의미하는 '필라우티아', 의무가 담긴 실용적 사랑인 '프라그마', 신과 자연 또는 인류 전체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을 뜻하는 '아가 페' - 옮긴이)로 나누었고, 아랍어에서는 사랑을 이시크ishq (두 사람 사 이의 사랑), 하얌hayam (땅을 향한 경이로운 사랑), 티흐tech(자기애), 왈라 흐wlaah (슬픔이 담긴 사랑)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반면 영어에서는 어 찌 보면 좀 우습게도 러브love라는 단어 하나가 이 모든 감정과 경 험, 관계를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성은 생식력, 남성은 자 원이 상대에게 매력을 끄는 요소가 되게끔 진화해왔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상대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지 물어보면 문화적 다양성이 나타난다.
- 질투는 번식을 위해 맺는 관계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때 나타나도록 진화한 반응이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무사히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와 보유한 자원은 성별에 따라 다르므로 질투 반응을 촉발하는 요소도 달라 진다. 남성의 번식 성공에 가장 큰 위협은 여태 투자한 아이가 자 기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다. 그래서 성적 부정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며, 그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질투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 의 성공적인 번식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이의 생존에 반드 시 필요한 자원을 잃는 것이고, 정서적 부정이 발생하면 연인이 제 공하는 식량과 보호막을 완전히 잃거나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할 위 험이 생기므로 가장 강력한 질투 반응이 나타난다.
- 진화심리학자인 마르크 반 부그트Mark van Vugt는 정치계와 경제계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들의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 는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그와 같은 리더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 므로 사람들이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할 때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거머쥐는 권력은 증대된 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사실을 잠재적 추 종자들에게 알리는 속성 혹은 지표를 갖고 있다. 마르크 반 부그트 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2장에서 소개한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알고리즘과 다소 유사한 '리더십 지표'가 발달해서 누가 매력적인 리더 후보인지 신속히 가려낼 수 있다. 카리스마와 연관 성이 있는 신체적 특징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키와 힘, 매력적인 얼굴(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유창한 언변과 몸동작이다. 이와 함께 크고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기능 적인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고, 이미 확립되어 있는 이 '가족'의 일 원이 되고 싶은 새로운 구성원도 환영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리더가 권력을 얻는 배경도 중요하다. 갈등의 징후는 평화로운 시 기에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집단이 적과 구분되는 특별한 정체성을 갖도록 유도해야 할 때 필요한 리더의 개성과 집단 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야 할 때 필요한 리더의 개성에는 차이가 있다. 투박하고 우락부락한 체구 에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강력한 적 이라는 인상을 풍기며 귀중한 존재가 된 반면, 버락 오바마가 '네,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슬로건으로 대선 운동을 벌이 며 국민의 공동 행동을 촉구한 것, 케네디가 1961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 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협 력과 자기희생을 요청한 것은 평화로운 시기에 사회 변화를 일으 키는 동력이 되었다. 오바마와 존 F. 케네디의 경우 젊음과 활력이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데 공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따르는 사 람들과의 유대를 공고하게 다지는 일련의 행동을 활용한다. 리더 자신의 행동과 추종자들의 행동이 모두 그러한 행동에 포함된다. 즉 리더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표정과 보디랭귀지, 목소 리의 높낮이와 말하는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고, 과장된 행동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모든 감각을 깨워서 사람들이 시급성과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은 자신의 추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일반 대중' 전체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 연 설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리더가 전달하는 메시 지는 듣는 사람들이 있을 때 매력적이고 강력해진다. 서로가 공감 하는 가치에 호소할 때, 리더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가치에 공감하고 있으며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가 진 일원임을 재차 강조한다는 점도 그러한 영향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는 단숨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리더는 군중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주어야 한다.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 의 상호성과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 군사, 종교 집회 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동시성이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동시적이고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행 동을 활용하여 추종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리더에 대한 추 종자들의 사랑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를 청중과 한목소리로 반복해서 외친 것, 군대에서 발을 맞춰 행진하는 것, 종교계 리더가 사람들과 성가를 외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장에서 설명한 대로 이러한 행동은 혼자 해도 장기적인 사랑과 관련된 신경화학 물질인 베타엔도르핀이 발생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동시에' 실행하면 엔도르핀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희열이 크게 증가하고 순식간에 그 느낌에 중독된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되는 행동을 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그러한 행동뿐만 아니라 그런 즐거운 감각을 맨 처음 선사한 자신에게 중독되도록 만든다.
- 김정은, 트럼프, 렌츠가 공통적으로 행진과 노래, 운동, 손으로 상대를 터치하는 행동을 통해 추종자와의 유대를 강 화하고 보상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화학물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 게 하는 효과를 낸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동시적으로 이루 어지는 이러한 집단행동을 할 때 뇌에서는 베타엔도르핀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 결과 강하고 중독적인 유대가 형성된다. 힐송 교회의 주일 예배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꽝꽝 울려대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환호 속에서 수백 명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광적인 숭배의 현장은 엔도르핀이 대량 방출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희열과 사랑의 감정, 무엇보다 리더를 향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 감정은 신경 회로(이 기능에만 전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있다)와 반응체계, 그리고 인지 기능과 행위를 일으키고 체계화하는 감정 상 태/과정으로 구성된다. 감정은 경험하는 당사자에게 정보를 제공 한다. 그 정보에는 인지 기능으로 이루어지는 선행 평가와 감정 상태, 표정, 사회적 소통 관련 신호를 해석하는 것과 같은 지속적 인 인식의 결과가 포함될 수 있다. 감정은 접근 행동이나 회피 행 동, 실행 통제/반응의 조절, 선천적인 사교성이나 관계성의 동기 가 될 수 있다. (캐럴 아이저드(Izard 2010: 363~370))
와우. 대단한 글 아닌가. '감정'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실제로 감정은 끝나지 않는 논쟁의 주제이자 논문 주제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토끼 굴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소리인가? 예전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감정 이라고 설명했고(다른 누구보다도 다윈 역시 그렇게 설명했으므로 좀 덜 부끄럽다), 사랑을 지금까지 이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석하지 않 으려고 애쓰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랑은 감정이라고 설명하 는 것이 한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간편한 방 법인 것 같다. 그러나 감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사랑이 인간의 주요 감정(혐오, 공포, 행복 등이 포함된다)은 분명 아니라는 데 동의하 며 향수, 질투 같은 부차적인 감정도 아니라고 본다. 사랑은 복합 적이고 평생 동안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굶 주림, 갈증, 피로와 더 비슷하다. 즉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찾게 하는 동기 또는 의욕이다. 
- 사랑을 경험할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 활성과 도파민의 작용으로 의욕이 생길 때 활성화되는 뇌 회로가 서로 밀접하게 겹친다는 사실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욕구라는 주장에 더욱 힘 을 실어준다. 도파민과 동기 부여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이름부터 이 연구에 더없이 적합한 신경과학자 티퍼니 러브Tiffany Love 박사의 2014년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도파민의 작용으 로 활성화되어 의욕을 일으키는 뇌 회로가 복측피개영역(VTA)과 중격의지핵, 해마, 편도체, 복측창백핵, 전전두피질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사랑을 할 때 활성화 되는 신경회로와 대체로 비슷한 영역이다. 특히 중격의지핵은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가 높은 곳으로, 관계가 처음 형성될 때 집중적 으로 활성화된다. 이 중격의지핵은 전전두피질에서 나온 목표 또 는 표적에 관한 정보와 해마에서 나온 환경의 특징에 관한 정보, 편도체에서 나오는 특정 상황의 정서적 중요도에 관한 정보를 통 합해서 복측창백핵, 그리고 운동을 통제하는 중뇌와의 연결을 통 해 신체 행위에 해당하는 운동을 촉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 러므로 사랑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특징은 곧 의욕이 생 길 때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스페인의 심리학자 엔리케 부루나트Enrique Burunat는 '사랑은 (허기, 갈증, 잠, 섹스와 같은) 생리적 욕구'(2019)라는 제목의 혁신적인 논문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을 잘못 분류해왔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공포, 분노, 혐오와 함께 '감정'이라는 라벨이 붙은 상자에 담겨 있었지만 실제로는 생존을 위한 욕구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루나트는 중독의 특징은 특정한 대상이나 활동에 강한 의욕을 느끼고 그 욕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 다는 점인데, 중독과 사랑이 밀접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사랑이 욕구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랑이 욕망, 공포, 분노, 행복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아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랑이 감정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고 보았다. 사랑의 수 명도 감정으로 분류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한 다. 감정은 경험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고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발 생하며, 일종의 대처 수단으로 진화했다. 즉 공포는 우리를 달아나 게 만들고, 역겨움은 곰팡이 핀 음식을 피하게 만든다. 사랑은 항상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애착이 확고하게 형성된 오랜 커플에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느냐'라고 물으면, 그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감정은 행동과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차 감정에 해당하는 욕정을 느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반응이 나타나고, 이러한 변화는 섹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 과정은 전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반면 사랑은 감정과 더불어 행동, 생리학 적 과정, 뇌의 의식 영역이 동원되는 사고 과정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동기란 무엇일까? 부루나트는 생존에 필요한 욕구 를 모두 충족시키고 몸과 뇌가 기능을 원만하게 발휘하게 하려는 메커니즘이 동기라고 주장한다. 먹을 것 또는 마실 물을 찾으려는 동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허기나 갈증을 항상 느끼지는 않지만 음식이나 물을 찾는 메커니즘은 평생 동안 지속된다. 즉 음식과 물 의 인체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배고프다, 목이 마르다고 '느끼고' 필 요한 것을 충족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 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포가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 에너지가 부족하면 허기를 느끼고 이는 음식을 찾는 동기가 되 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은 평생 일정하게 존재하지만 없을 때 비로소 갈망하게 되고, 이 감정은 사랑을 찾아나서는 동기가 된 다. 갈증이나 허기, 피로, 상사병은 이와 달리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아동기에 음식과 물, 잠이 부족하면 발달 과정에 부정적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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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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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법칙

심리 2023. 2. 6. 21:19

- 리프레이밍은 원래 가족치료에서 비롯되었다. 사건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다. 별 볼 일 없는 그림이라도 액자의 테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 도 작품의 가치가 달라 보이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낡은 테두리 를 버리면, 전혀 새로운 일상이 열린다. '틀 바꾸기'는 우리가 일 상에서 부딪치는 사건과 상황을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리프레이밍은 사실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가 앞 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 준다. 이것이 곧 '내 힘으로 사는 인생'과 '다른 힘에 끌려 다니 는 인생'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보여줬다. 차이가 있다면, 한 그룹에는 영화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었고, 다른 그룹은 그저 영화만 보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광고가 들어간 영화를 본 그룹이 훨씬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광고 자체가 방해가 된다고 여겼음에도 말이다.
이런 원리는 모든 아름다운 순간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기쁨은 매번 새롭게 시작할 때, 끊어주고 다시 시작할 때 더욱 커졌다. 이렇게 본다면 한 해의 휴가를 한번에 통째로 쓰는 것 은 어리석은 짓이다. 휴가 초기에는 좋겠지만 습관화의 힘이 시 간이 갈수록 지루해지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될 수 있는 한 휴가 첫날을 많이 만드는 게 현명하다. 연차를 짧은 단위로 나누어 즐기는 전략을 써서 말이다.
부담스러운 일에는 정반대의 원리가 적용된다. 오히려 새롭 게 시작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일을 끊어주면 습관화가 제대 로 이뤄지지 않아 다시 그 일을 하려고 할 때 더 큰 고통이 따른 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운 일을 할 때에는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습관화 활용 전략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부담감이 덜어진다. 그러니 즐겁고 신나는 일은 짧게 끊어서 하 고, 지겨운 일일수록 단번에 끝내라! 당신의 인생이 한결 편안 해질 것이다.
- 아이를 보고 구덩이에 뛰어든다는 것은 동정 때문이다. 우리가 동정을 하는 이유는 고통을 받는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 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정하는 사람은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감과 동정을 구별해야 한다. 공감은 시련 에 빠진 사람의 아픔을 감지하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겪고 있 는지 구체적인 느낌을 가지고 그 고통을 깊이 이해한 후에 다시 자신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 공감을 하려면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고, 그의 마음을 잠시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아의 경계가 약한 사 람들은 공감해야 할 순간에 상대방과 자신을 하나로 합쳐버린 다. 그렇다 보니 남의 고통에 사로잡혀 자신도 구덩이에 뛰어들 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탓에 다른 사람의 시련이나 아 픔과 만나는 것을 꺼린다. 이런 사람들은 좋지 못한 기분이 끓어 오르는 것을 피하려고 현장을 벗어나는 쪽을 택한다. 양심의 가 책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남의 걱정을 나눠 갖는 것보다 쉽다고 여기는 탓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심리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다. 동정은 물론 이고 도망가려는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 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남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느낌을 가진다. 그러니까 서로의 감정 을 밝히고 나누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진심으로 공감할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 우선 우리는 구덩이 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 인생의 만족도는 그 사람의 이른바 통제 확신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통제 확신'이란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 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는 어떤 상황이 벌 어졌을 때 원인을 외부 조건 탓으로 돌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것 을 알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 우리 자신이 조종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맡겨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한 가지 동일한 원인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을 다스릴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 당신도 알 것이다. 그 무기력하고 답답한 느낌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 막막한 기분을 말이다. 이런 상실 감은 인간을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심장마비와 우울 증 같은 병까지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염려하지는 말자.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내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하는 자기 효능 감Selficacy이 우리의 통제 능력을 되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거창한 변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변화일 지라도 당신 인생에 만족감과 자신감을 되돌려주기에 충분하다. 
- 반복 노출은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뒤바꿔 놓기도 한다. 우리는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들으면 그게 정말 옳 다고 생각한다. 토크쇼를 보면 출연자들이 "그렇게 끝없이 되 풀이한다고 해서 당신 말이 진리가 되는 건 아니야!"라며 서로 공격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른바 '진리 효과'Truth effect'로 인해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들으면 그것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끝없이 똑같은 거짓말을 되풀이 하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지만 결국 나중에는 그가 하는 말을 믿게 되는 것이다.
- '단순 노출 효과'와 '진리 효과'로부터 우리는 뭘 배워야 할까?
첫째,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너무 많은 것을 걸지 마라! 첫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침착하게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지면서 서로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볼 필요 가 있다. 이런 만남이 결국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할지, 아니면 그저 우정으로만 남을지는 당신이 상대방에게 어떤 매력을 느 끼느냐에 달려 있다. 유감이지만 단순 노출 효과만으로 매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이 장에서 살펴본 '단순 노출 효과'를 인위 적 희소화 전략을 결합하면 최상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모습을 보여주되, 쉬운 상대라는 인상은 결코 주지 않는 것이다.
둘째,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되도록 자주 그 사람 주변 에 나타나라. 이를테면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싶다면 아침에 우연히 복도나 구내 식당에서 마주칠 기회를 많 이 만들어라. 그러면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도 대표 이사 가 당신에 대해 갖는 호감도는 높아질 수 있다.
셋째, 만약 어떤 진실을 팔고 싶다면 염주를 돌리듯 반복하 라. '꾸준히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정말 깜짝 놀 랄 정도로 번뜩이는 혜안을 자랑하는 속담이다.
넷째이자 마지막으로 짚을 점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수법으로 당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살펴보라!
- 인간은 비슷한 외모를 갖은 사람에게서 신체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본인의 얼굴 비율, 형태, 턱뼈 위치 등 이 짝을 고르는 취향에 반영된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이 있 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주고 가장 매력적인 얼굴을 고르게 했더니 이들은 정확히 자신의 닮은꼴을 골랐다. 이런 현상을 두고 심리학은 '사회적 호모가미 Social homogamy'라 부른다. 호모라고 해서 동성애를 뜻하는 게 아니라, 닮은 사람에 게 끌리는 일반적인 현상을 일컫는 말이 '호모가미'이다. 부부 가 실제로 닮아 보인다는 관찰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인 셈이다. 사랑 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친구, 직장 동료, 이 웃 등도 서로 닮을수록 사이가 좋아진다. 그만큼 더 높은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 자주 보는 것에 우리는 더 큰 호감을 느낀다. 그럼 우리가 매일 누구와 가장 자주 만나는가? 매일 거울에서 보는 사람, 곧 우리 자신이 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나와 닮은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을 보면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 평가 해야 하는 탓에 두뇌는 진절머리를 낸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게 나타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닮은 사람을 보며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남이 나를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갈망, 사랑받고픈 끝없는 열망이 닮은 사람의 존재를 보면서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과 극이 서로 끌어당긴다'는 말은 완전히 잘못 된 것일까? 아니다. 그런 경우는 당신이 바람을 피우고 싶을 때 에 일어난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닮음 원칙'에서 벗어 나는 예외이다. 오래 가지 않는 짤막한 모험을 즐기고 싶을 때, 우리는 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을 선호한다. 일상에서 일탈하 고 싶은 마음은 나와 다른 사람에게서 가장 큰 만족감을 맛보기 때문이다
- 한 실험에서 남자와 여자에게 50장의 인물 사진을 보여주고 미모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런 다음 높은 점수를 얻은 사진에 나온 얼굴의 형태와 비율과 특징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자 들은 아기 같은 특징과 성숙도를 섞어놓은 여자의 얼굴을 매력 적이라고 평가했다. 아기 같은 특징이란 큰 눈, 작은 코, 작은 턱 을 말한다. 성숙도는 갸름한 광대뼈와 폭 팬 볼이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아기 같은 특징과 성숙도가 잘 어우러진 남자 얼굴 을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눈과 길쭉한 광대뼈를, 그밖에 턱이 크고 두드러진 남자들도 점수를 땄다.
- 남성이든 여성이든 매력적으로 보이는 특별한 비법은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높게 자리 잡은 광대뼈이다. 아쉽게도 당신이 이런 축복을 받지 못했다면, 수술이 아니고서는 바꿀 수 없다. 여성의 오뚝한 코와 작은 턱 그리고 남성의 각진 턱도 마찬가지 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언제 어디서나 통하 는 무기가 있는데 바로 큰 눈이다. 누구나 눈만 크게 떠도 충분 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지금보다 잠을 약간 더 자라. 피곤 한 눈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매력적일 수는 없으니 까. 눈을 의식적으로 크게 뜨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훈련과 습관화의 문제인 셈이다. 
- 우리는 이따금씩 좋지 못한 경험 때문에 상처 받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거나 슬픔과 같은 강렬한 감정에 시달린다. 그런 감정은 때로 몹시 불편하고 심지어 아주 위협적일 때가 있기 때문 에, 우리는 자신을 위해 잊어버리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심 리학은 '억압 Repression'이라 부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기제가 운데 하나가 억압이다.
잊어버리는 것은 부담을 떨쳐버리니까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억눌려진 감정은 잠재의식에 숨어서 계속 활동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줄 다른 길을 찾으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 의식의 심층에 숨은 억눌린 감정은 점차 우리 몸을 병들게 만든다.
마음과 몸이 얽혀 빚어내는 질병으로는 불면증, 우울증, 만성피 로, 위장병 등이 있으며, 심각할 경우 암까지 유발한다. 물론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이든 할 수만 있다면 외면하는 게 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억압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서는 결국 그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 두려움과 직면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배우는 데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성인의 25%가 최소한 한번 이상 몸과 마음이 얽혀 빚어지는 질병, 이를테면 수면장애나 우울증 등을 앓는다고 한다. 더욱이 이런 경향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마음 청소 작업 을 벌여야만 한다. 핵심은 억압이라는 심리의 원리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불편한 의식 내용(생각과 느낌)을 억 누르려 하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해주자. 그리고 그 일의 책임을 당신이 개인적으로 믿는 보다 높은 심판관에게 맡 기자. 여기서 심판관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개인적으로 믿는 차 원의 어떤 것이다. 신이나 하늘, 빛, 운명, 우연 등이 그 심판관 의 자리에 올 수 있다.
- 금단의 사과를 따먹고 싶어 하는 심리를 심리학은 '리액턴스 Reactance'라 부른다. '리액턴스 이론'은 이미 1960년대에 심리학 자잭 브렘lack Brehm이 주도적으로 연구했다. 리액턴스는 원래 물 리학에서 전기 저항을 일컫는 용어로, 금지된 것일수록 더욱 갖 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하는 개념이다. 이런 심리는 내면의 압 력이나 외부의 강제에 대항해 생겨난다. 누군가 우리에게 무언 가 빼앗으려 위협하고 금지하는 것에 반발해 리액턴스가 일어 나는 것이다. 리액턴스 태도는 금지된 행동을 계속하거나 본격 적으로 벌이도록 만든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잃어버린 자유를 회복하려든다.
리액턴스 이론은 많은 흥미로운 실험들로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끝까지 본 영화보다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중 간에 끊어버린 영화를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평가했다. 
- 과잉정당화가 되는 순간 돌연 우리는 그 일을 할 의욕을 잃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일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보상을 받 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다. 급기야 보상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 는 그 일을 그만둔다.
이런 사정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아이들에게 산수 학 습 게임을 하게 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게임에 열중 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 아이들에게 며칠 동안 초콜릿을 보상 으로 주었다. 다시 며칠 뒤 보상을 끊어버리고 아이들이 산수 학습 게임에 얼마나 몰두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아이들의 관심은 처음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 노동시장은 보상이 높아질수록 의욕이 감퇴하는 이런 딜레마와 오래전부터 씨름을 해왔다. 성과급을 제시하고 보너스를 주고 연봉을 인상하는 등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외적인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내적인 동기부여로 무장한 근로자가 가장 일처리를 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외적인 자극 은 미친 짓이다. 그렇다고 고용주에게 최고의 성과를 선물하는 순수한 열정의 근로자가 가장 적은 보수를 받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래서 이 딜레마는 오늘날까 지 해결되지 않았다. 노동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외적인 자극을 주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 "여보, 나 머리 아파."
당신이라면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1) 실질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배가 아픈 것도, 등이 아픈 것도 아니군. 머리가 아프군.'
(2) 호소 차원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뜻한다. '날 좀 내버려둬!' 또는 '제발 나 좀 위로해줘!'
(3) 관계 차원은 두 사람 사이의 결속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한다. '우리 결혼 생활은 벌써 끝장났어......'
(4) 고백 차원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통보하는 것일 따름이다.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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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 원초아가 주도적인 성격으로 자라나면 제멋대로인 어른이 되지요. 화가 나면 화를 내야 하고 분노 조절이 힘듭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분노조절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죠. 참을성 없고 욕심 많고 자기만 생각하니까요. 몸 만 큰 아기처럼 본능에 충실합니다. 주위 사람은 피곤하지만 자 기 자신은 편안하지요. 반면에 초자아가 주도적인 성격으로 자 라나면 완벽주의적이고 이상을 좇는 사람이 됩니다. 규칙을 잘 따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반듯한 어른이 되는 것이지요. 그 런데 너무 반듯한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 지 않을까? 이렇게 해야 칭찬을 받지 않을까? 남들에게 잘 보이 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무리 한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지요. 착한 아이처럼 보이지만 실은 착 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렸을 뿐입니다.
-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응원받고 칭찬받는 아이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 효능감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지요. 자기 효능감이 생긴 아이 는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실패할 때도 있 지만 워낙 많은 도전을 하다 보니 성공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얻어걸린 거지만요. 그래도 내적 작동 모델은 또 강화 되지요. '역시 난 잘해!' 이런 과정은 선순환됩니다. 믿음은 그에 맞는 행동을 이끌어내고, 그 행동은 기대했던 결과를 이끌어냅니 다. 믿음은 더욱 굳건해지지요. 이렇게 양육자로부터 형성된 내적 작동 모델은 일생 동안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SOS 신호를 보내도 구조대원이 오지 않을 때 주인공은 어떻게 하나요? 도움받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상황을 개척해나갑니다. 아기도 마찬가지예요. 양육자의 반복되는 무반응이 마음에 새겨지면 도움받는 것을 포 기합니다. 더 이상 양육자를 신뢰하지 않아서, 애착이 불안정하 게 형성됩니다. 민감성이 떨어지는 양육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회피 애착 avoidant attachment'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리 고 아기는 이 애착 유형을 토대로 부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가 지게 됩니다. 자신은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도움받 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지요.
- 부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내재한 아이들은 색안경을 쓴 채 세상으로 나갑니다. 평범한 선생님을 날 도와주지 않을 선생님 으로, 평범한 친구를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친구로 바라보는 것이죠. 회피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에게 세상은 도움을 주고받 는 곳이 아닙니다. 홀로 서야 하는 곳이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힘들 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못하지요. 남과 같이 하는 일보다 혼자 하는 일이 편하고, 어쩔 수 없이 여럿이 일을 할 때에도 '독박을 쓰는 위 치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독립 적인 사람이 되어가지요.
이들은 모범생으로 자라납니다.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고 책 임져야 하니까 치열하게 삽니다. 세상에 의지할 데라고는 자기 자신뿐이니 열심히 살아야 하겠지요. 마치 영국인 탐험가 베어 그릴스 Bear Grylls가 정글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찍듯 목숨 걸 고 살아가는 것이죠. 대학을 못 가면 먹고살 길이 없으니 공부하 는 수밖에요. 돈을 벌지 못하면 누가 나를 먹여 살리나 싶어 열심 히 벌고 아껴 씁니다. 게임 캐릭터처럼 기술은 점점 늘어가고 능 력치도 올라갑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 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 우리는 왜 울고 소리치고 따지는 걸까요?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내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나를 위 해변해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기대가 없다면 싸우려 하지도 않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도 싸움이 없어지는 순간 이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서로에게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어진 상태니까요. 기대 없는 관계에선 싸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회피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모든 사람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싸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죠.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갈등은 피하고 그냥 좋게 넘어가는 척합니다.
- 아기는 양육자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 주지 않으니 보채고 떼를 써야 하는 사람. 이렇게 불안정하게 형 성된 애착을 '불안/양가 애착Anxious-ambivalent attachment'이라고 합 니다. 불안/양가 애착을 갖게 된 아기는 자신의 변덕스럽고 즉흥 적인 모습이 양육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 다. 이렇게 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지요.
- 불안/양가 애착 유형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불신합니다. 회피 애착 유형에게 불신이 세상에 믿을 놈 하 나도 없다'라는 의미라면, 불안/양가 애착 유형에게는 '저 사람이 지금 잘해줘도 언제 변할지 모른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니 변하기 전에 상황에 대비하려 합니다. 방심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면서 말이지요. 불안/양가 애착을 가진 이들은 이래서 늘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상대방을 의심하고 원망하며 그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 지나친 낙관으로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을 '계획 오류 planning fallacy'라고 부른답니다.
혹시 오늘의 나는 해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 고야 말 내일의 나를 믿고 있진 않으신가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은 사람입니다. 오늘 하지 못하면 내일도 하지 못할 겁니다. 내일의 나에게 오늘 일을 미루지 마세요.
-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없는 상황에도, 여전히 내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 스스로에게만 솔직해져도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거든요. "많이 힘들지? 그래, 지치고 어려울 거야. 많이 애쓰고 있는 것 알아. 애써 괜찮다고 할 필요 없어. 괜찮지 않은 상황이니까 힘들 땐 힘들다 고 이야기해도 돼.” 이렇게 스스로를 토닥여주세요. 실패로 무언 가를 깨닫는 것,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성숙일까, 정신 승리일까?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픔을 인정하고 더 나은 것을 바라 보면 성숙입니다. 아프지 않다고 현실을 부정하고 상처를 포장 하면 합리화, 즉 정신 승리지요. 합리화는 성숙을 불러오지 않습니다. 그럴듯한 포장만 해댈 뿐이지요. 그러니 많이 애쓰고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주세요. 무의식에 숨어 있던 상처가 조 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성숙이 일어날 것입니다.
- 기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F. Loftus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질문의 표현이 기억을 왜곡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였지요. 연구진은 사람들에 게 자동차 사고의 한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집단을 둘 로 나누어서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자동차가 '부딪힐 때' 속도 를 짐작해보라고 했습니다.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자동차가 '충돌할 때' 속도를 짐작해보라고 했지요. 두 질문의 차이를 눈치 채셨나요? 아무래도 '부딪힌다'는 표현보다는 '충돌한다'는 표현 이 더 강렬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예상대로 두 집단의 대답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부딪힌다는 표현을 들은 집단의 사람들보다 충돌한다는 표현을 들은 집단의 사람들이 더 빠른 속도로 차가 달렸다고 추측한 것이죠. 질문의 표현이 기억을 왜곡시킨 것입 니다. 이처럼 우리는 기억을 인출할 때 어떤 정보에 노출되면, 그 정보의 영향을 받아 기억을 왜곡합니다. 이런 현상을 '오정보 효 과 misinformation effect'라고 부르지요.
우리 머릿속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 는 책에서 본 이야기, 영화 속 한 장면, 친구의 경험담, 자기 전에 심심해서 펼쳤던 상상의 나래가 모두 들어 있지요. 정리 잘된 파일처럼 착착 저장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지나면 이 기억 들은 뒤죽박죽 섞여버립니다. 그래서 이게 내 얘긴지 쟤 얘긴지,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하지요. 기억을 끄집어 낼 때가 되면 이 기억들은 서로 얽히고설킵니다. 그래서 마치 오 징어잡이 배의 그물에 오징어가 줄줄이 딸려오듯이 비슷한 기억 들이 동시에 줄줄이 딸려 올라오지요. 이때 기억의 물꼬를 튼 질 문이 어땠느냐에 따라 '진실의 오징어'가 올라오기도 하고 '허구 의 오징어'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미끼가 뭐냐에 따라 낚이는 놈이 달라지는 것이죠.
-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 자체에만 시선을 두게 되지요. 이렇게 관찰자는 행위자의 행동 그 자체를 전경으로 여기고, 행위자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전경으로 여기 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행위자-관찰자 편향 actor-observer bias'이라고 부릅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시작되면 내 잘못 은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남의 잘못은 그 사람의 인격 탓으 로 돌리는 실수를 범하게 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원 인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기본적 귀인 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태도가 바로 기본적 귀인 오류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행위자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관찰자는 불온한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니까요.
관찰자는 행위자의 도드라지는 모습을 바탕으로 의도를 파 악하려 하는데, 이때 가장 쉬운 판단은 그 사람의 성격을 탓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를 보고 게으르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죠. 짜증내는 친구를 보고는 성격이 나쁘다 고 생각합니다. 길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사람은 성격 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앞에 뻔히 꺼내놓은 쓰레기를 보 고도 버려주지 않는 배우자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 반면에 자기 복잡성이 높은 사람은 다양한 자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할, 취향, 능력, 외적인 모습까지 말이죠. 자기 복잡성 은 삶의 다양한 어려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오 로지 좋은 대학을 목표로만 살아온 고3 학생은 수능을 망치면 인 생이 끝났다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자신이 랩에 재능 이 있다고 깨달은 학생은 부모님 몰래 음악을 준비합니다. 비트 도 찍고 가사도 쓰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킵니다. 수능시험 을 망쳐도 괜찮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나의 가치를 높일 또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자기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은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인당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가족, 친구, 모임 회원과 같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습니다. 집에 가면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을 술 한잔 기울이면서 털어낼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정 힘들면 그만두면 됩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자기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일 에 도전할 자기도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연인으로만 살아온 사 람은 이별을 맞으면 세상이 무너집니다. 다시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영원히 외로움의 덫에 빠져 불행하게 살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한 사람은 애인과 헤어지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갑니다.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쏟 아내며 떠나간 인연을 조금씩 정리하지요. 자기가 복잡해서 좋 은 점은 하나의 자기가 실패할 때 다른 자기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내 탓을 하는 것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발전할 기회를 주지요. 하지만 때로 살다 보면 내 노력으로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닐 때가 있지요. 그런 날 에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하루만 남 탓을 해버리세요. 난 아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 데, 세상에 거지같아서 못 알아줄 뿐이라고 말이죠.
저는 지칠 때마다 SNS 프로필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나는 잘하고 있다. 그 말이 뭐라고 힘이 됩니다. 여러분도 스스로 뇌어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잘하고 있다." 여러분은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요.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에도 적응을 하죠. 힘이 든 상황도 힘들지 않은 것이라고 간주해버려요. 하지만 마음은 익숙해질지언정 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의 에너 지는 한정되어 있거든요. 마치 자동차의 기름처럼 말입니다. 달 리고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기름이 바닥나는 순간이 옵니다. 주 유등에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 금만 버티자며 주유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갑작스러 운 돌발 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어떨까요? 음주운전 차량이 역 주행을 해서 갑자기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요? 앞 유리 에 성애가 그득해서 히터를 세게 틀어야 한다면요? 차는 곧바로 멈춰버리고 말겠죠. 돌발 상황에 필요한 연료가 없으니까요.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언젠간 고갈이 되고, 새로운 스트레스에 저항하 다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러니 주유등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미리 충천을 해놓는 것 이 좋겠지요. 그렇다면 바닥난 우리 마음의 에너지는 어떻게 충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피로를 회복하고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예 민해지고 피로감을 많이 느낍니다. 하품이 나고 머리가 몽롱해지죠. 이것은 충전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력으로 몸의 한계를 뛰 어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카페인으로 버티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우리 몸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밤 사이 가득 충전을 해야 휴대폰이 하루 종일 버틸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의 몸도 잠으로 충전해주어야 다음 날을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초콜릿, 사탕, 캐러멜을 먹는 것도 일시적으로 도움이 됩니 다. 두뇌회전이 안 될 때 단 음식을 한 입 물자마자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을 느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뇌의 먹이 는 글루코스 glucose, 즉 당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느껴지는 단것에 대한 욕구는 우리의 뇌가 더 이상 생각할 에너지가 없으니 먹이를 달라고 보내는 신호 같은 거예요. 이때는 주유등에 불이 들어왔다고 보면 됩니다. 혹시 단것이 먹고 싶을 때 살을 빼야 한다고 참고 있진 않았나요? 오늘부터는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생각하고 단것을 조금씩 섭취해주세요.
- 우리의 마음은 근육과 같다는 비유를 자주 하지요. 근육은 과한 활동을 통해 근섬유에 상처를 내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 커집니 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점점 발달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의 그릇도 훈련과 노력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음의 그릇은 힘겨운 일을 겪어 마음이 상하고, 그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집니다.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늘어나겠지요. 그럼 힘든 일을 계속해서 겪으면 성장할 테니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에요. 보통 이틀 운동을 하면 하루는 꼭 쉬어주라고 하죠. 근육은 운동을 쉬는 동안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근섬유가 상처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휴식하지 않고 며칠을 내리 달리면 엄청난 손상이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위험 상황에 도전하는 경험을 한 뒤에는 꼭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는 것을 연습해보세요. 언젠가 마음의 그릇도 점점 크고 단단해져서,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그러려면 우리는 행복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일단 실현 가능한 일로 정의해야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과 결혼하면 행복하겠다', '여자 주인공과 연애하 면 행복하겠다' 등의 꿈을 세운다면, 죄송하지만 여러분은 영원 히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결혼하신 상태면 배우자 얼굴을 볼 때마다 분통만 터지겠지요. 로또 1등 당첨을 행복의 정의로 내린다면, 2등을 해도 3등을 해도 아깝다며 분노하게 됩니다. 물 론 2등, 3등을 하는 것도 실현이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결국 매주 5000원씩 날리면서 행복도 경험하지 못하게 되겠죠. 우리 아이가 머리가 나쁜 거 같아도 SKY는 가야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나와 아이 모두 불행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행복을 정의할 때는 실현 가능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월급이 10 만원 오르는 것이나, 주말에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가는 것, 난이 도가 낮은 게임이나 잘하는 운동경기를 하는 것처럼, 성공 가능 성이 높은 도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다음으로 돈이 별로 안 들어야 합니다. 철마다 휴대폰을 바꾸 고, 비싼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5성급 이 상 호텔에 가야 행복해진다면 자주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많이 안 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돈을 아낀 다 해도 20박 21일 배낭여행을 하는 것은 백수가 아니고서야 현 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연차를 쪼개서 겨우 휴가를 간다 해도 긴 시간이 필요한 여정에는 여행지에 있는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더 길 때도 있습니다. 저는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갔었습니다. 배를 타고 갔지요. 여행 일정은 5박 6일이었는데, 일본에 머문 시간은 사흘밖에 되지 않았죠. 나머지는 배에서 보냈고요.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삼십 분, 한 시간 내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 다. 오늘 야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했어도 맥주 한 캔을 따고 좋아 하는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잔다거나,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잡지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소소하면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지요.
- 우리는 아주 작고, 사소하고, 저렴하고, 반복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찾아야 합니다. 한 행복이 익숙해져 끝나갈 무렵 또 다 른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행복을 여러 개 찾아야 하 지요. 처음에는 어려워요.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던 것들은 영 화 속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만나봤기 때문에, 행복은 뭔가 크고 특별하고 거창해야만 할 것 같지요. 다시 말하지만, 행복은 내가 안녕하다고 느끼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답니다. 소위 말하는 '소. 확행', 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소확행 1번에 익숙해져서 지루해질 때쯤에는 소확행 2번을 누리세 요. 이렇게 소확행 리스트를 만들어가며 내 인생에 행복을 채워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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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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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야오야오는 응용심리학 박사이자 국가2급 심리상담가 이기도 하다. 이 책 이전에도 '자극적 심리학'이라는 책을 지은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작가는 전작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후 오히려 우울증, 불면증 같은 심리불안을 겪었다고 한다. 그 시련의 기간동안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을 이용해 스스로를 위로하였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이 책은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장애, 최면, 호스피스의 5가지 심리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 실수를 하거나, 불안감을 느끼거나, 매사에 의욕이 없다거나, 잠을 잘 수 가 없는 상황을 겪게된다. 사실 현대인은 모두가 아픈 상태이다. 사회는 경쟁을 부추기면서 점점 각박해지고, 개인은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어디에서도 심지어 가족에게서도 위로와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이나 모임에서는 괜찮은 척, 태연한 척 살아가지만 마음은 점점 멍들어 간다. 나는 강하다고 자기암시를 해보아도 감정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동친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아득한 광야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단지 고통만이 온 세상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인생이 완벽하고 순탄하지만은 않다.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용기내어 살아보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상처를 입게 되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력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이런 습관성 무력감에 시달린다. 특히 여성들은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남성보다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구체적 사례를 통해 우울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적 발병원인과 생물학적 발병원인을 구분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자신의 우울감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인지-행동요법을 포한한 여러가지 치료방법을 소개한다. 마음이 불편했던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수면장애에 대해서도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심리적 압박감이나 환경, 약물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일부 불면증 환자들은 체온조절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이 들면 약간의 한기를 느끼는데, 그것은 잠이 들면서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의 체온은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한밤중까지 피료를 느낀다. 마치 어두운 밤의 횃불처럼 체온이 수면신호총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불면증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점은 바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 때문이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야한다는 강박이 생기고 초조해진다. 그렇게 초조해질수록 더욱 고통스럽고, 다시 초조해지고 점점 잠이 들기 어려워진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몇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1. 졸리면 무조건 잔다
2. 침대위에서는 잠과 사랑, 두가지만 한다. 침대에서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3. 정신이 맑고 또렷하다면 침대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15-20분 이내에 잠이 들지 않으면 침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졸릴 때까지 기다린다
4.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5. 낮잠을 자지 않는다
6. 수면시간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버린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내 인생에서 후회스러웠던 일을 떠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결국 바로 여기, 이곳에서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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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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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뇌

심리 2023. 2. 2. 20:28

- 행복은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기제다. 나이와 상관없이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사회적, 정서적 목표를 더 중요한 목표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지금까 지 살아온 날들이 길고 짧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삶을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느냐의 차이다. 인생에 죽음, 즉 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의미 있는 목표를 선택할 수 있고 남은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의 로라 칼스텐슨Laura Carstensen 교수 는 사회정서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설명한 바 있 는데, 이는 남아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 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늙음보다는 젊음을 당연히 더 선호하며 열심히 추구 한다. 그러나 젊은이와 노인을 대상으로 한 행복의 비교 연구를 보자면 노인이 더 행복하다는 결과를 얻게 된다.
칼스텐슨 교수는 그 이유가, 인생을 무한한 것으로 보지 않고 죽음을 수시로 의식적으로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살 수 있는 날이 한정되어 있음을 생각하는 차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젊을 때에는 죽음 이 온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내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칼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사람들은 에너지나 정신적 자원이 떨어지게 되고, 이런 변화를 보완하기 위하여 가치체계에 변화를 만든다. 젊었을 때는 커리어와 관련된 업적을 이루고, 지위와 명성을 높은 가치로 두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지나치게 일에 대한 야심이 유난히 강한 경우가 아니라 해도 가치체계는 성취중심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에너지와 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나이 든 사람들은 정서적 목표로 가치체계를 바꾼다.
예를 들면, 청년들의 경우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 구냐고 물어보면 정치인, 성공한 기업가,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달라진다. 가족들, 자녀나 손주들을 먼저 만나고 싶다는 대답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가치체계가 바뀌는 것은 정서적 조절 또한 바뀌게 만든다. 아무래도 정서적 조절 능력으로 보자면 젊은이보다 노인들 쪽 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 우리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그 유한성을 인정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암 투병을 지나오면서 나 역시 내가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나에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깨닫게 해주었다.
내 인생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 물질이나 성공보다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기에 내 삶은 충분히 풍족하다.
- 사람의 시각 구조는 생존과 적응을 위해 발달되어 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다. 뇌 구조에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시각 구조는 특화되어 있다.
얼굴 지각은 다른 물체들을 지각하는 것과는 달리 총체적으로 작동한다. 다른 물체를 지각할 때에는 각 부분들을 본 뒤 그것들을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여 물체를 지각할 수 있다. 코끼리가 앞에 있다면 우선 긴 코를 보고, 부채처럼 생긴 귀를 본 다음, 크고 두꺼운 다리를 확인한 뒤 코끼리를 알아보게 된다. 집과 같은 건물은 어떨까. 먼저 집의 지붕을 보고, 네모난 창문을 보고, 현관문을 보고, 벽돌로 된 바깥벽을 본 뒤 누군가의 집이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특성은 위아래가 거꾸로 된 사진을 인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금세 티가 난다. 다른 물체들은 거꾸로 본다고 해서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이 똑바로 알아보는 것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얼굴의 경우는 다르다. 제대로 된 얼굴 사진과 거꾸 로 된 얼굴 사진을 시각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시 각 과정을 거친다. 거꾸로 된 사진을 처리하는 것은 다른 물체 를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분석적으로 처리한다. 눈의 모양 이 어떤지, 코의 형태가 어떤지, 얼굴 폭에서 눈썹의 위치가 어 떤지 등 부분과 부분을 분석한다.
- 그러나 우리가 평소 보는 방향인 똑바른 얼굴을 처리하는 것은 부분이 합쳐져서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시 각 처리를 한다. 특별히 얼굴의 시각 처리에 관여하는 방추형 얼굴영역Fusiform Face Area, FFA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얼굴영역의 손상이 안면인식장애와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똑바로 된 얼굴보다 오히려 위아래가 거꾸로 된 사진을 더 잘 구별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 가지 감각능력이 손상될 경우 또 다른 감각능력이 더 발달하는 경우처럼, 안면인식장애가 있다면 오 히려 부분 부분을 분석하는 능력이 더욱 발달된다는 것이다. 거 꾸로 된 사진을 더욱 잘 구별하는 능력이 이런 영향 중 하나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결핍이 의 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시각적 경험은 뇌의 시 각구조에 의해서 한정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의식할 수 없다. 가령 사람이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맨눈으 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볼 수 없음을 의식적으로 경험하지는 않는다. 색맹인 사람들도 색맹 검사를 하거나 신호 등을 구별하는 등의 특정 테스트를 거쳐야 비로소 자신이 색맹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얼굴을 구별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그전까지 경험하던 능력을 갑자기 상실한 경우라면 본인의 결핍 을 의식적으로 느끼게 되지만, 그것과는 달리 늘 얼굴을 구별하 지 못했다면 이는 특이한 경험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상상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머릿속에 전혀 그릴 수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판타지아aphantasia'라고 불리는 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눈을 감으면 온통 까매요"라고 말한다. 누구나 눈을 감으면 당연히 까맣지 않느냐 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판타지아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눈을 감고 자기 엄마 얼굴을 떠올려도, 사과를 떠올려도, 양을 떠올려도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고 그저 깜깜할 뿐이다.
이 증상을 가리켜 '마음의 눈을 잃은 증상'이라고 표현하기 도 한다. 아판타지아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을 알지 못한다. 딱히 일상생활이 불편하거나 다른 사람이 쉽게 알 아차리기 어려워 이 증상을 겪는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멀쩡히 잘 보인다고 생각하는 일은 결코 드문 경우가 아니다. '안톤 증후군Anton- Babinski syndrome'이라 불리는 이 증세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하여 자신의 신체적 장애나 질병을 부인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증후 군의 환자 입장에서는 절대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정 말로 보인다고 믿고 있다. '지금 펼쳐 보이는 손가락이 몇 개냐' 하는 식의 질문을 하면 틀린 대답을 하지만, 틀렸음을 지적하면 곧바로 다른 이유를 생각해내서 자신의 답을 정당화한다.
- '찰스 보넷 증후군 Charles Bonnett syndrome'은 시각장애인들이 현 실에 존재하지 않는 꽃, 새, 사람들 같은 시각 자극을 보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특이한 증상을 가진 환자는 눈이나 두뇌의 시각 경로 어딘가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각을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상실하였지만 그럼에도 아주 생생한 시각적 환상을 경험한다.
의외로 찰스 보넷 증후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데, 특히 녹내장, 백내장, 또는 망막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 이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 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환자가 방 안에 꽃이 가득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고 말하면 아 마도 가족들은 치매를 의심할 테니 말이다.
- 인간의 감각과 지각 경험은 이 세상의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식적 경험이 선택한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시각적 스펙트럼은 세상에 존재하 는 빛 중 아주 일부일 뿐이다. 우리의 경험은 생물적 한계에 의 해서 결정되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이 곧 세상 그대로의 모습이 라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감각기관과 뇌의 활동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 재하는 것 그대로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감각 경험은 환경과 뇌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세상의 진실이 아니라 내 경험의 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내가 경험하는 세상과 다르다. 내가 이해하는 세상을 통해 다른 사람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결코 자신해서는 안 된다. 이는 큰 오해다.
- 사회심리학자 소냐 리버멀스키Sonya Lyubomirsky 교수가 언젠가 내가 일하던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리버멀스키 교수는 이런 이야기로 시작했다.
"행복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 한 시간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낮잠을 자면 됩니다.
하루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낚시를 가면 됩니다. 한 달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면 됩니다.
일 년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집을 사면 됩니다.
평생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남을 도와주며 살면 됩니다."
- UCLA에서 심리학과 면역체계를 연구하는 스티브 코울Steve Cole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바바라 프레 드릭슨 Barbara Fredrickson 교수팀은 '쾌락적 행복'과 '의미 있는 행 복'이 각각 면역과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쾌락적 행복과 의미를 찾는 행복 모두 정서적인 행복 감을 주지만, 놀랍게도 쾌락적 행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오 히려 스트레스 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에 반하여 의미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집단은 면역과 유 전자 발현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목적이 있다는 것' 이 살아 있음의 기쁨을 주고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여 질병과 싸우는 것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결과였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유전자 발현까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된다"라는 주장을 긍정 심리학이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 정서적 반응은 신체적으로 나온다. 심리학에서 가장 고전적 인 정서 이론은 '감정이란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적 반응을 지 각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 이론은 19세기 말 미국의 심리학 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덴마크의 심리학자 칼 랑게 Carl Lange가 거의 동시에 발표하여 '제임스-게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소매틱 마커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 이라는 이론으로, 감정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였다." '소마 soma'는 그리스어로 '신체'를 뜻하는 단어 로서 내장감각, 신체감각과 관련된 의미로 사용한다.
다마지오는 어떤 사건이 나쁜 감정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좋 은 감정을 초래하는 것을 경험하면 연관된 감정이 그 사건과 함 께 기억된다고 설명한다. 이 기억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 적인 감각으로 유쾌함이나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신체적 감각의 자취가 '소매틱 마커'이며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매틱 마커에 대해 다마지오는 이렇게 표현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느낄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가 막힌 것과 관련되어 있다. 파킨슨병을 위한 약으로는 L-도파'라는 도 파민의 전초제가 많이 사용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나오는 신경 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쾌락 경험과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움직임에도 관여한다. 파킨슨병은 단순히 운동신경과 근육의 움직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파민 약을 사용하여 몇 시간 후에 약효가 생기면 몸이 굳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이 움직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파킨슨병의 증세가 계속 심해지면 도파민 약의 효과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못하던 환 자가 도파민으로 인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곧 이 병이 움직임 자체의 기계적인 기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 도파민의 역할은 단순히 쾌락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과 쾌락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쥐에게 서 도파민을 완전히 없애더라도 여전히 설탕을 주면 좋아한다. 다만 그 설탕을 원하지도 않고 설탕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 을 뿐이다.
도파민은 쾌락이 아닌 쾌락에 대한 기대를 주고 동기를 제 공하여 움직이도록 이끄는 기제라고 보면 된다. 지금 과학자들 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도파민의 역할은 보상의 예측오류에 반응하는 것이다. 즉 보상 자체보다는 예측한 보상보다 실제 보 상이 더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 동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명의 기 제다. 따라서 사냥하고, 채집하고, 짝을 만나는 등의 생존을 위한 활동이 쾌락을 줄 거라는 기대감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끄는 기제가 도파민을 분비하는 보상체계인 것이다.
- 1999년에 프린스턴대학의 엘리자베스 굴드Elizabeth Gould와 찰스 그로스Charles Gross 교수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더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 다. 10 이런 신경세포가 새로이 많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부위 가 기억과 관련된 해마다. 이 연구는 해마가 활발한 활동을 할 때 신경세포의 개수가 계속 증가하고, 또 해마의 세포들과 다른 뇌 부위와의 연결망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가 또 증명한 것은 해마의 신경세포들의 나이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뇌세포가 어릴 때 만들어지면 고정 되어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 럿거스대학의 트레이시 쇼어스Tracy Shors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것이 신 경세포의 수를 늘린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더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신경세포가 더 많이 생길수록 기억력도 따라서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 흔히 오해하고 있는 바, 뇌의 신경세포들이 새로 생기는 것 은 발달과정이고 줄어드는 과정은 퇴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의 기능은 신경세포의 숫자가 아니라 시냅스라고 부르는 연 결로써 평가할 수 있다. 뇌세포의 숫자는 2~3세 이전에 정점을 찍지만 그렇다고 두세 살 나이의 인지 능력이 인생의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뇌세포의 연결을 말하는 시 냅스도 그 밀도만으로 기능의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뇌는 유아기 때 일단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마구 만들어내고, 이어 청소년기에는 가지치기가 한창 이루어진다. 전 생애에 걸 쳐서 신경세포는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시냅스도 새로 형성 된다. 단지 유아기만큼 급속도로 만들어지지 않을 뿐이다.
- 학습이론 중에 다양한 과제를 섞어서 배우는 것이 더 효과 적이라는 이론도 있다. 예를 들어 야구 타격 연습을 할 때 직구 를 치는 것을 계속 연습하고, 그 다음에 커브볼, 그 다음에 패스 트볼, 체인지업 등 한 가지씩 연습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볼을 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테 니스를 연습할 때 포핸드, 백핸드, 발리, 스매싱, 서브를 모두 각 각 따로 연습하는 것보다 몇 가지를 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실제 로 경기를 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학습 내용이 섞여 있을 때 학습 효과가 늘어나 는 것을 간섭효과라고 부른다. 이런 간섭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는 왜일까? 과제 간의 차이가 각각의 과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여 집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노력을 기울이게 되어서 학 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각성수준이 다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대뇌의 각성수준이 이미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외부환경은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쉽다. 반대로 외향 적인 사람들은 대뇌의 각성수준이 낮은 경우이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자극을 찾아서 각성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이처럼 사람 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하려는 항상성 homeostasis을 가지고 있다.
내성적인 사람들과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환경을 추구한다.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시간으로써 휴식하고 에너지를 공급 받는데, 외향적인 사람 들은 많은 이들이 모이는 파티 등에 참석하여 될수록 여러 사람 을 만나는 것에서 큰 힘을 얻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에도 성격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상이하다. 나만의 시간이 많아져서 너무 좋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에 없던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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