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아는 존재

심리 2024. 1. 17. 20:08

-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느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향하고 있다. 다마지오는 안와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 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 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신체와 정신을 분 리하여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감정과 느낌은 신체 상태 정보를 신경시스템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항상성 정보의 핵심임을 설명한다. 다마지오가 뇌의 작용을 보는 관점은 항상성이라는 단어의 정의 속에 모두 담 겨 있다.
항상성은 생물이 생존 가능한 영역에 머물도록 해주는 생 물의 능력이다. 항상성이 유지되는 동안만 생물의 생명현상 이 작동될 수 있다. 생명 현상에서 출현한 항상성은 자동적 항상성과 확장된 항상성 두 가지가 있다. 자동적 항상성은 세 포 수준의 대사작용, 면역반응, 조건반사의 세 가지 작용에서 시작한다. 박테리아와 진핵세포에서 항상성 작용은 생화학 분자 작용에서 쾌감과 통증을 일으켜 접근과 회피반응이 가 능해진다. 접근과 회피반응이 다세포 생물에서는 충동과 동 기를 유발하여 동물의 반사적 동작이 나온다. 충동과 동기는 1차 의식이 출현하는 포유동물에서 초기 감정상태를 만든다. 다마지오는 동물과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신체상태에 관 한 배경정서, 사회적 관계에서 출현하는 사회적 정서 그리고 거친 1차 감정으로 구분한다. 동물적 1차 감정은 몸과 내부장기의 신체상태 정보가 비의식상태 처리 과정인 정동에서 생 겨난다. 쾌감과 불쾌감의 1차 감정이 대뇌피질의 인지적 해 석을 통해서 느낌상태를 만든다. 통증과 쾌감의 정동적 신체 반응이 사회적 개념으로 해석되어 감정이 된다. 반사적 속성 의 거친 감정들이 대뇌피질에서 기억과 인식작용에 의해 재 인식되면서 느낌이 생성된다.
다마지오는 느낌이 생성되는 과정을 《느낌의 진화》라는 책 에서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느낌, 의식, 자아를 이 미지의 생성과 처리 과정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생성하는 내 부장기 이미지, 몸 이미지, 외부 이미지의 세 가지이다. 오래된 내부장기는 내분비 시스템의 화학분자들을 분비하여 몸 전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내부장기의 통합적 항상성 체계 인 내분비계, 순환계, 면역계의 작용이 가장 오래된 생존 작 용으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담는 내부 이미지를 생성한다. 내부장기의 내부 이미지 정보는 정동에서 감정 그리고 최종 적으로 느낌을 만든다. 몸 이미지는 척추동물 움직임에서 진 화한 근육과 골격 움직임의 이미지이며 피부 촉각이 몸 이미 지의 경계를 구성한다. 외부세계의 이미지는 감각입력의 시 각, 청각, 촉각이 대뇌피질에서 신경회로의 패턴인 지도를 만 들고 시각의 형태, 색깔, 움직임이 개별 지도들이 결합하여 시각 이미지가 생성된다.
시각과 청각이 이미지가 결합하여 외부 세계의 사물과 사 건의 감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외부 세계의 이미지 대뇌 후 두엽의 감각 연합피질에서 생성된다. 내부장기의 내부 이미 지정보가 혈액을 통해서 시상하부로 입력되어 대뇌피질의 외부 대상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내부 이미지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외부세계 이미지와 결합하게 된다. 외부 세계 이미지 와 자신의 내부에서 생성된 느낌이 결합하여 의식이 출현하 며 몸 이미지와 내부 이미지가 외부 이미지와 결합하여 자아 의식이 생겨난다.

-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비교해보자. 바이러스에는 에너지 대사 과정이 없는 반면, 박테리아에는 있다. 바이러 스는 에너지나 폐기물을 생산하지 않지만, 박테리아는 생산 한다. 바이러스는 운동을 일으킬 수 없다. 바이러스는 DNA 나 RNA 같은 핵산과 특정 단백질의 혼합물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에 침투해 그 생명체의 생명시스템을 장악하고 증식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바이러스는 살아 있지 않지만, 살아 있는 생명 체에 기생해 '유사' 생명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는 자신의 모호한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핵산을 만들어 퍼뜨린다. 이쯤 되면, 살아 있는 생명 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에게는 박테리아를 포함한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에 생기를 부여하는 비명시적 지능의 일부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활동하 기에 적합한 생명체에 침투했을 때만 숨겨진 능력이 나타나 는 존재인 것이다.
- 생명체의 역사는 40억 년 전에 시작됐으며, 다양한 경로를 거쳐왔다. 나는 우리를 여기까지 이끈 생명의 역사가 서로 확 연히 구분되면서도 연속적인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단계는 '존재being'의 단계다. 두 번째 단 계는 '느낌feeling'의 단계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앎knowing'의 단계다. 신기하게도, 현존하는 인간 개개인들의 발달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3단계가 나타나며, 단계들이 나타나는 순서도 동일하다. 존재, 느낌, 앎의 단계는 인간 개개인 안에 공존하는 분리 가능한 해부학적·기능적 시 스템들에 대응하며, 이 단계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에 따 라 서로 맞물리게 된다.'
- 외부 세계의 사물과 행동에 대한 지각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의해 이미지로 변환되며, 이 이미지는 마음의 상태를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 이미 지들 대부분은 뇌가 외부 세계를 지각함으로써 생성되는 것 이 아니라, 뇌가 우리 몸 안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을 조 작하고 혼합함으로써 생성된다. 망치질을 하다가 우연히 못 이 아니라 손가락을 쳤을 때 느끼는 고통을 예로 들어보자. 이런 복잡한 이미지들 또한 마음의 흐름에 편입되면서 우리 의 심적 과정을 지배한다.
우리 내부의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전형적이다. 이런 이미지들을 만드는 장치들은 우리 몸 안 내부 기관들의 상태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그 내부 기관들과 연결돼 있다.
- 이 장치들은 화학적 방식으로 내부 기관들과 매우 정교하게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한다. 우리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혼합물 hybrid은 바로 이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정상적인 마음은 외 부 세계에서 비롯한 전통적인(직접적인) 이미지와 몸 내부의 특별하고 혼합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다른 종류의 이미지들도 개입한다. 사 물과 행동으로 우리가 만든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과 그 기억 에 수반됐던 느낌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 모두 이미지의 형 태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기억을 만든다는 것은 나중에 원 래의 어떤 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복원해내기 위해 암호화된
- 형태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물과 행동 그리고 느낌을 우리가 아는 언어(주로 음성언어지만, 수학 이나 음악의 언어인 경우도 있다)로 번역하는 과정도 이미지 형 태로 나타난다.
마음속에서 이미지들을 연결하고 결합할 때, 우리의 창의 적인 상상 속에서 그 이미지들을 변환할 때, 우리는 아이디어 를 나타내는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이미지와 상징들을 새로 만들어내며 그렇게 만들어낸 이미지들의 대부분을 기억에 저 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그 마음의 내용물을 저장해 미래의 언젠가 추출할 수 있는 보관소의 크기를 확장한다.

- 콩팥 산통은 느낌이 정교한 생리학적 메커니 즘에 의해 만들어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이 생리학적 작용은 유기체가 보거나 듣기 위해 이용하는 생리학적 메커 니즘과는 확연히 다르다. 느낌은 특정한 모양이나 소리 같은 특정한 외부 요소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기술한다기보다는 일정한 범위의 가능성들에 대응한다. 느낌은 일정한 범위 내 에 있는 특징들quality과 경향과 강도 면에서의 변이 variation를 묘사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느낌은 외부의 사물 또는 사건을 간단하게 스냅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나 사건과 관 계된 쇼 전체와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동영상으로 촬 영한다고 할 수 있다. 느낌은 표면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 밑에 있는 것들도 같이 묘사한다.
느낌은 쌍방향 지각interactive perception이다. 지각의 전형적 인 예인 시각 지각과 비교할 때 느낌은 전통적이지 않은 지각 이다. 느낌은 유기체 주변뿐만 아니라 '유기체 내부'와 심지 어는 '유기체 내부에 위치한 사물들의 내부에서 느낀 신호들 을 수집한다. 느낌은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동들과 그 행 동들의 결과를 묘사하며, 이런 행동들과 관계된 내부 기관들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이유로 느낌은 우리에게 강력하고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의 내부 기관과 내부 시스템의 작동은 신경계 안에 서 단계적으로 표상된다. 처음에는 말초신경계 요소들에서, 다음으로 (뇌간 같은) 중추신경계의 핵들에서, 그 후에는 대뇌 피질에서 표상된다. 하지만 몸의 부분들과 신경계 요소들 사 이에서는 집중적인 협력이 일어난다. 몸과 신경계는 서로 분 리된 '모델'과 '화가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파트너 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완전히 신경 계의 작용에 의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몸의 작용에 의한 것도 아니다. 이미지는 몸의 화학작용과 신경계의 생물전기적 활동 사이의 활발한 상호작용, 즉 대화로부터 만들어진다. 여 기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공포나 기쁨 같 은 정서 반응이다. 이는 모든 순간 내부 기관 일부에서 추가 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그 결과, 새로운 내부 기관의 상태와 몸-뇌 파트너십이 형성된다(내부 기관은 정서 과정에서 가장 중 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정서 반응은 유기체를 변화시키고, 결 과적으로 몸-뇌 파트너십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변화시 킨다. 이 모든 과정은 새로운 느낌들과(이 단계에서 느낌들은 완 전혀 '항상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정서적인' 상태가 된 다) 새로운 정동 상태들을 발생시킨다. 기분은 오랜 시간 동 안 지속되는 이런 역학 관계의 결과물이다. 기분은 매일 아침 우리가 일어날 때 느끼는 '열정' 또는 '무기력함'의 근원이다. 흥분/각성, 둔함/졸음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바 로 이 기분 때문이다.
- 정서 emotion
지각 사건에 의해 촉발돼 함께 일어나는 비자의적인 내부 행동들(평활근[가로무늬가 없는 근육. 내장이나 혈관 따위의 벽을 이룬다. '민무늬근'이라고도 한다-옮긴이] 수축, 심장박동, 호흡, 호르몬 분비, 얼굴 표정, 자세의 변화 등)의 집합. 일반적으로 정서 행동은 (공포나 분노로) 위협에 대처하거나 기쁨으로) 좋은 상 태에 대한 신호를 발생시키는 방식 등으로 항상성 유지에 도 움을 준다. 우리가 기억으로부터 어떤 사건들을 소환할 때도 정서가 만들어진다.
- 느낌 feeling
유기체에서 원초적인 상태(배고픔, 목마름, 고통, 쾌락 같은 항 상성 느낌)나 정서에 의해 촉발되는 상태(공포, 분노, 기쁨 같은 정서적 느낌) 등 다양한 항상성 상태들 다음에 발생하거나 그 와 동시에 발생하는 마음속 경험."
- 그렇다면 느낌이 자연의 역사에서 어떻게 생명을 부분적 이지만 적절하게 통제하게 됐는지 살펴보자. 어떻게 이런 일 이 일어났을까? 처음에 어떤 물리적·화학적 요소는 효율적 인 생존과 연관됐고, 또 다른 어떤 물리적·화학적 요소는 기 능장애와 죽음과 연관됐을 것이다. 플라톤의 '선의 이데아 form of the good' (모든 실재의 원천인 이데아들의 이데아, 곧 최고의 궁 극적 실재)라는 개념은 생명현상의 기저가 되는 물리학적 현 상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선택, 즉 고통 과 괴로움이 아닌 생명을 위한 선택이 현저하게 확산된 것은 의식의 등장으로 출현이 가능해진 느낌 덕분이다. 모든 느낌은 의식의 일부다. 또한 불쾌한 느낌은 생명을 위협하고 방해 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반면, 즐거운 느낌은 생명이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황을 나타낸다. 느낌의식이 없었다면 번 성과 관련된 메커니즘이 압도적으로 선호되지는 않았을 것 이다.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것은 의식의 존재 때문이다. 의식의 일부인 느낌만큼 선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없 었다.
항상성, 효율성, 다양한 종류의 행복감 사이의 연결 관계는 자연에 의해 느낌의 언어로 구축됐으며, 자연선택에 의해 확 산됐다. 신경계는 그 관계를 주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 간단히 말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느낌이라는 화재경보기, 소방차, 의료시설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지금까지 이 전략을 완성해오고 있다는 증거는 중추신경계가 면역 반 응을 조절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중추신 경계의 이런 면역 조절은 시상하부에서 이루어진다. 시상하 부는 대뇌피질과 뇌간, 척수 사이에 위치한 중추신경계 영역 인 간뇌의 일부로 우리 몸 전체에서 대부분의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내분비계를 통제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상하부는 특정 감염원에 대처하는 항체를 생성하도록 지라 (척추동물의 림프 계통 기관. 위의 왼쪽 혹은 뒤쪽에 있으며, 오래된 적혈구나 혈소판을 파괴하거나 림프구를 만들어내는 작용을 한다-옮긴이)에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하면, 면역계는 우 리의 운명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복잡한 신경계와 협력해 항상성을 증진시킨다.
이 사실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느낌이 발생하는 과정의 x과 위점막 stomach mucosa최상위에 위치한 뇌 피질insular cortex과 위 점막내 신경 분포와의 연관관계다. 우리는 위궤양을 일으키는 직 접적인 요인이 특정한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 만 그 박테리아가 우리에게 위궤양을 일으키도록 허용하는 과정에는 우리의 정서가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 항상성 명령에 따른 느낌들이 모두 나쁜 소식을 전하거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체가 잘 작동하는 데 필요 한 것과 유기체가 실제로 얻는 것 사이에 균형을 잘 유지하면 서 유기체가 기능할 때, 기후 면에서 환경이 적당할 때, 우리 가 속한 사회적 환경과 갈등이 없을 때 우리는 다양한 형태와 강도의 행복감을 느낀다. 이 행복감은 즐거움의 경험에 이를 정도로 매우 풍부하고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부정적인 항상성 느낌도 이와 비슷하다. 불쾌감도 고통의 경험에 이를 정 도로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항상성 명령에 의한 고통의 느낌은 우리에게 자동적인 진 단을 제공한다. 살아 있는 조직의 특정 영역에 이미 발생한 피해 또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곧 일어날 피해를 이 느낌이 진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단된 피해 요인들은 제 거되거나 약화되어야 한다. P물질은 이런 고통의 느낌을 느 끼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코르티솔과 코르티코 스테론corticosterone이 분비되는 것은 고통을 유발하는 피해요 인들에 대응하는 과정의 일부다."
- '의식'이라는 말은 명확한 정의 없이 수많은 의미를 가진 일종의 언어학적 악몽 같은 말이다. 의식을 가리키는 영단어 'consciousness'는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말이며, 로망스어군(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에서는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단어조차 없다. 따라서 이 언 어들의 화자는 'conscience'(양심) 같은 말을 대신 사용하면 서 문맥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 '양심'이라는 말 의 의미를 드러낸다.
'의식'이라는 말이 가진 다양한 의미들의 일부는 관찰자/ 화자의 관점과 관련된다. 철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사회 학자 같은 사람들은 의식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 특정한 문제가 '자신들의 의식 속에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 보통 사람들, 의식이 깨어 있거 나 주의를 집중하거나 단순히 마음이 갖는 상태를 묘사하는 유식한 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 역시 의식에 대 한 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 인 요소들을 거둬내면, '의식'이라는 말에는 핵심적인 의미가 존재한다. 신경과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들이 다양 한 방법으로 의식에 접근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설 명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하나의 인식이 존재한 다. 대체로 이들은 '의식'이 마음속 경험과 같은 말이라고 생 각한다.
- 그렇다면 마음속 경험은 무엇일까? 마음속 경험은 서로 연 관된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첫 번째 특징은 마음이 드러내는 마음의 내용물들이 느껴진 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 마음의 내용물들은 단일한 관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더 자세하게 분석해보면, 이 단일한 관점은 마음을 가진 특정한 유기체의 관점이라는 것이 드러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기체의 관점', '자아', '주체' 같은 개념들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읽은 것이다. 또한 '자아', '주체', '유기체의 관점이 매우 실체적인 어떤 것, 즉 '소유자'라는 실체에 대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생각도 틀리지 않은 생각이다. '유기체는 특정한 마음을 소유한다.' 즉, 마음은 특정한 유기체에 속해 있다. 나나 당신을 포함한 의식을 가진 모든 실체는 의식이 있는 마음에 의 해 움직이는 유기체를 소유한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남으로써 의식 생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느낌은 두 가지 원천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원천은 몸 안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생명 활동이다. 이 생명 활동은 행복감, 불쾌감, 호흡곤란과 배고 픔, 목마름, 고통, 욕구, 즐거움을 당연히 반영한다. 앞에서 살 펴본 것처럼, 이런 느낌은 모두 '항상성 명령에 의한 느낌'이 다. 두 번째 원천은 마음의 내용물이 촉발하는 공포, 기쁨, 짜 증 같은 강하거나 약한 일상적인 정서 반응들이다. 이런 마음 의 표현은 '정서적 느낌'이라고도 부르며, 몸 안의 이야기들 을 구성하는 멀티미디어 영화의 일부다. 또한 이 두 원천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되는 느낌은 몸 안 이야기들의 일부가 되 지만, 느낌 자체가 의식 과정을 생성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느낌은 다양한 마음속 사건들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로 발생하는 특정한 마음 상태라 고 할 수 있다. 내수용감각 신경계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몸 내부의 활동은 느낌의 일부분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반 면, 중추신경계 내부의 활동은 유기체 주변의 세계와 유기체 의 근골격계를 기술하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렇게 기여된 것들은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융합돼 매우 복잡 하지만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어떤 것, 즉 순간순간 유기체 내 부의 세계와 유기체 외부의 세계를 파악하는 살아 있는 유기 체의 마음속 경험들의 합을 만들어낸다. 의식 과정은 유기체 내부의 마음을 생명으로 인식하며, 이렇게 생명으로 인식한 마음이 유기체의 물리적 경계 안쪽에 위치하도록 만든다. 마 음과 몸은 이 과정의 결과물을 얻으며, 이렇게 얻은 결과물을 두고 잠이 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감사하거나 원망하기를 계 속한다.
- '나에게 의식이 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간단하게 생 각해본다면, 이 말은 내가 나 자신에게 의식이 있다고 말하 는 특정한 순간에 내 마음이 나를 그 마음의 주인으로 즉각 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지식을 소유한다는 말이다. 기본적 으로 이 지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 자신을 인식하게 만든다. 첫째, 느낌을 통해서다. 느낌은 내 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끊임없이 나에게 제공한다. 둘째, 내가 기억으로부터 소환해 낸 사실, 지각의 순간과 관련될 수 있으며(또는 관련되지 않을 수 있으며, 나 자신의 핵심이기도 한 사실들을 통해서다. 마음 에 의식을 발생시키는 지식이라는 파티의 범위는 얼마나 많 은 손님들이 참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손님들은 의 무적으로 참석하기도 한다. 이 파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손님들이 누군지 살펴보자. 첫 번째 의무적 참석자는 내 몸의 현재 활동에 대한 지식 중 일부다. 두 번째 의무적 참석자는 기억에서 소환된 지식 중 일부다. 이 지식은 현재 내가 누구 인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가 누구였는지에 관한 지식, 최근과 오래전의 나에 관한 지식이다.
하지만 의식은 지금 내가 말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실 제로 의식은 매우 복잡하다. 수많은 뉴런들의 활동과 뉴런들 의 연결 관계가 만들어내는 복잡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 지만 이렇게 의식이 복잡하다고 해도, 마음과 관련해 의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내는 일이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나는 살아 있는 유기체들이 느낌과 개인적 성찰 능력이 있 는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경의를 표한다. 여기서 유기체란 우리가 신경 조직으로 부르는 부분과 '몸의 나머지 부분'으로 생각해서 대개는 무시하는 부분을 아울러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신비함 때문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다. 신비 하다는 생각과 생물학적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의문에는 반드시 답이 있고, 수수께끼는 풀릴 수 있다. 내가 경외감을 가지는 것은 지금까지 비교적 명료하 게 밝혀진 기능들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 기능들에 대한 지식을 조합해 결과적으로 우리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 인간 뇌의 전형적인 병변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 면, 전전두피질이 손상되거나 수술로 절제돼도 의식 있는 마 음이 생성되는 과정의 기초는 와해되지 않는다. 전전두피질 은 이미지 조작과 관련되며, 후두 감각피질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의 활성화, 정렬, 공간적 위치 부여를 촉진한다. 즉, 전전두피질은 후두 감각피질과 후내측 피질의 일부 영역들 도 하는 역할들을 조율한다. 또한 전전두피질은 의식 과정을 환하게 밝혀주고 우리의 것이라고 확인시켜주는 마음속의 광 대한 파노라마들을 조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전두 영역은 지적인 마음의 작용, 즉 추론, 의사결정, 창의 적인 해석 등에 상당히 큰 기여를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이 의존하는 역할, 즉 지식을 풍성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두 영역은 마음의 소유주를 확인해 주지 않으며, 그 소유주에게 마음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지 는 않지만, 인간 능력의 최고치를 드러내주는 매우 규모가 큰 확장된 마음의 생성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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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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