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뇌

심리 2023. 12. 31. 17:04

- 언어나 음악이 어느 혁신적인 한사람에 의해 혹은 어느 한곳, 어느 한때에 발명되었을 거라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세계 곳곳 에서 수많은 사람에 의해 거듭 다듬어져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우 리가 이미 갖고 있던 신체 구조와 능력, 즉 우리가 원인ᄉ과 선조 동물로부 터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가 그 어떤 동물의 언어와도 질적으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언어는 생성 적generative (요소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무한히 많은 발성을 생성할 수 있는 성질), 자기지시적 self-referential (언어를 이용해서 언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이라 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나는 아마도 앞이마겉질prefrontal cortex에서 일어났을 단일 뇌 메커니즘의 진화가 언어와 예술 모두의 발달을 가능케 한 공통의 사 고양식을 만들어냈을거라 믿고 있다.
이 새로운 신경 메커니즘이 우리에게 음악적 뇌를 특징짓는 세 가지 인지능력을 선물해주었다. 첫 번째 능력은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 14이다. 이는 자기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와는 다른 생각이나 신념을 가 질 수도 있음을 깨닫는 능력이다. 두 번째는 '표상representation'이다. 이는 당장 눈앞에 있지 않은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세 번째는 '재배치 rearrangement'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요소들에 위계질서를 부여하고, 그것 을 새로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세 가지 능력의 결합으로 초기 인 류는 그림, 조각 등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 다. 이런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세부 사항은 생략하더라도 사물의 본 질적 특성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능력은 단독으로 혹은 서로 결합해 서 언어와 예술의 공통 토대를 이룬다. 언어와 예술은 모두 세상을 우리에게 표상하는 역할을 한다. 그 표상이 세상 그 자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 덕에 우리는 그 본질적 특성을 머릿속에 보존하고, 인지한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모두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자각이 타 인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싶은 욕망과 결합하면서 언어, 예술, 시, 그림, 춤, 조각 ・・・ 그리고 음악을 탄생시켰다.
- 예술을 창조하려는 욕구가 어찌나 강력한지 우리는 정말 큰 역경 속에서도 예술을 할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고 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강제수 용소에서는 많은 포로가 자발적으로 시를 쓰고, 노래를 작곡하고, 그림을 그 렸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말로는 이런 활동들이 비참하게 그곳에 묻힌 사람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고 한다. 프랭클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은 보통 자신의 세계관이나 삶을 예술 을 통해 개선해보겠다는 의식적인 결정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 했다. 반대로 이런 활동들은 먹고 자고 싶은 욕망만큼이나 본질적인 생물학 적인 욕구로 나타났다. 실제로 작업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먹고 자는 일에 대 해 잠시 까맣게 잊어버리는 예술가도 많다.
- 비틀스는 가수가 자기 곡을 직접 쓰는 시대를 열었다. 척 베리도 자신의 곡 을 쓰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몇 곡은 공동으로 썼지만, 비틀스가 등장해서 상 업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하고, 뒤이어 밥 딜런과 비치보이스가 곡을 써서 성 공을 거둔 후에야 팬들은 가수들이 직접 곡을 써서 부르기를 기대하기 시작 했다. 비틀스는 청중들과의 이런 개인적 유대를 더 부추기기도 했다. 폴 매카 트니가 말하기를 초기 노래에서는 그와 존 레논은 일부러 가사와 노래 제목 에 인칭대명사를 최대한 많이 넣었다고 한다. 이들은 팬들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진지하게 임했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해 She Loves You',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Want to Hold Your Hand', '추신: 당신을 사랑해요! S. I Love You', '날 사랑해줘 Love Me Do', '제발 나를 기쁘게 해주세요 Please Please Me', '나에게서 그대에게 From Me to You' 등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사는 대체로 무시하고 리듬과 멜로디에 주로 끌리는 사람도 있음 을 알아야 한다. 오페라의 스토리라인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줄거 리는 따라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목소리만 즐긴 다는 사람도 그만큼이나 많다. 심지어 팝송, 재즈, 힙합, 록 음악에서도 가사 는 멜로디를 입히기 위해 딸려오는 부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무척 많다. 많 은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음악에서 가사가 해야 할 일이 뭘까요? 가사는 그 냥 가수가 멜로디 내내 '랄랄라' 이 소리만 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존재에 불과해요." 그리고 그냥 '랄랄라' 소리면 족하다는 사람도 많다.
- 역사적으로 부족들은 상대가 잠들어 있는 한밤을 틈타 몰래 공격하는 경우 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무작위 돌연변이 덕분에 이웃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게 된 똑똑한 부족 사람들은 북소리가 적을 무력화 시키는 힘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북소리는 적의 투지를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전사들의 피는 끓어오르게 만든다. 북은 나무 그루터기에 가죽 을 씌워 만들고, 북마다 살짝 다르게 조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뭇가지나 바 위로 두드리거나, 조개껍데기나 구슬로 치거나, 긁거나, 흔들어서 소리를 냈 다. 잘 조직되고, 잘 훈련된 사람들이 마치 한 사람처럼 짜임새 있는 소리를 냈다. 만약 이 침입자들이 북치기 같이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에서도 이렇게 잘 조직되어 있다면, 본격적인 살육은 더욱 조직적으로 인정사정없이 이루어 질 터이니 아무리 저항해본들 그 앞에선 소용이 없을 것이다.
- 메크라노티족은 포식자나 공격해 들어온 이웃 부족을 물리치기 위해 사람 들이 노래를 부르는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것은 일종의 상호보완 적인 행동으로, 공격자들이 사용하는 음악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 생각 할 수도 있다. 1번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선사시대 공격자들처럼 북미 원주민 들은 공격을 준비하면서 노래하고 춤출 때가 많았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노 래를 부르면 감정적으로, 신경화학적으로 흥분됐기 때문에 공격 감행에 필요 한 투지와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광란의 상황에서 마구잡이 로 노래를 부르고 북을 두드리며 적을 몰아 부치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승자가 그런 효과를 두 눈으로 목격한 이후로는 하나의 전략으 로 자리 잡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휴런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전쟁의 춤은 적들 에게 공격이 임박했음을 경고해줄 위험을 안고 있었지만, 공격자들을 각성시 키고 동조하는 데 따르는 이득이 기습 효과 상실의 단점을 보상하고도 남았 는지도 모른다. 노래하고, 춤추고, 행군하는 모습은 그 장관을 목격하는 사람 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전장에서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 한다. 19세기와 20세기 독일군이 가장 두려워한 상대는 스코틀랜드 군대였 다.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키는 백파이프와 거대한 북소리와 더불어 치마를 입은 겁 없는 병사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 오는 장관이 독일군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얼굴에 문신을 하고, 입을 벌려 혀를 내미는 것처럼 음악도 적에게 소리를 질러 겁을 주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 노래 부르기의 생리학은 그냥 말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에 집단이 더 오랜 시간 동안 큰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말할 때와 는 다른 목청과 횡경막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음을 넣어서 노 래할 경우 메크라노티족은 자신들의 숫자가 실제보다 더 많은 듯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치단결된 소리로 노래함으로써 자신들이 각기 따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자신 이 집단의 서로 다른 구성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예민하 게 반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실제로 싸움에 불려 나갔을 때 군사적 으로 정말 중요한 보호막이 되어줄수 있다.
-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인간의 노래는 크게 두 가지 스 타일 혹은 형태로 존재한다. 엄격한 동시성 strict synchrony과 교대로 부르기 alternation다. 엄격한 동시성의 경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해피 버스데이'나 국가를 부르는 경우처럼 자신의 발성을 다른 사람들과 맞춰 부른다. 이렇게 하려면 노래에서 다음에 나올 것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 고(해마에서의 기억 인지 작용과 이마엽의 예측 능력의 결합), 그다음에는 신경과학자들이 운동실행계획 motor action plan이라 부르는 것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어 야 한다. 운동실행계획이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맞추어 노래하고, 북을 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운동겉질로 내려보내는 구체적인 지시를 말한다. 우 리가 집단사람들에 맞추어 노래, 박수, 기타 음악적 동작을 동기화할 때 예측 과정이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사람이 동기화를 시도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시간 오차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음악적 행동에 타이밍을 맞출 때 빨 라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는 우리가 다음 박자가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박자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보다는 다음 박이 언제 나올지 예상하고 그 전에 미리 반응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이 세뇌 영역(해마, 운동겉 질, 이마엽의 예측 중추)에서 일어나는 활성을 조정하는 역할은 인간에게서 더 크게 진화한 앞이마겉질이 담당한다.
번갈아 부르기는 집단의 일부 구성원이 의도적으로 다른사람과 노래를 동기화하지 않고 돌림노래로 부르거나(동요 '도~도~도자로 끝나는 말은 Row Row Row Your Boat'을 부를 때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타이밍에 노래를 시작하는 경우), '부르고 화답하기 call and response' 패턴으로 노래하는 경우다. 부르고 화답하기 는 미국의 복음성가에서 자주 보이고, 고대 아프리카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 고 있다. 실제로 특히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문화권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민주적인 음악 참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부르고 화답하기는 인도 전통 음악(북인도 고전음악에서는 주갈반디jugalbandi나 사자바브sawaal-javaab라고 부른다), 라틴아메리카 음악(코로프레곤coropregon), 유럽 고전 음악(교창antiphony) 에서도 보인다. 특히나 교대로 부르기는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 (음악적 뇌의 3대 요소 중 첫 번째)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좀 더 실용적인 다른 협력 활 동을 위한 연습 혹은 그 선행 형태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타인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 집단 안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 마약이 뇌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든지 간에 분명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개 개인의 신경생화학적 차이와도 상호작용한다. 뇌는 사람마다 아주 큰 차이가 있어서 구성(즉 물리적 크기와 핵심 구조물들의 배치), 가용한 신경로, 그리고 뉴 런들이 상호소통을 통해 생각, 느낌, 희망, 욕망, 신념들을 형성할 수 있게 해 주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기저 수준 등이 각기 다르다. 나는 신경과학자로서 백 명이 넘는 LSD 사용자와 알고 지내는데, 이 마약의 영향이 각기 개인의 정 신적 구성에 들어 있는 관찰 불가능한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고 믿게 됐다. 어 떤 사람은 LSD에 의한 환각 체험을 수백 번 하고도 해로운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반면 어떤 사람은 불과 서너 번의 경험만으로도 절대 예전의 모습으 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LSD 사용으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뇌가 손상된 사 람 중 다수가 캘리포니아 해안에 정착했고, 나는 샌타크루즈와 샌타바버라 같은 도시에서 그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들의 뇌에 적절한 기능을 유지해줄 수 없었다.
음악과 마리화나의 조합은 희열을 주면서 그와 함께 음악 및 음악가와 연결된 느낌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마리화나의 유효성분인 △9-테트라하이드 로칸나비놀49-THC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동시에 단기기억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기기억이 방해받으면 음악 청취자는 펼쳐지는 음악을 순간순간으로 접하게 된다. 방금 어떤 음악이 연주되었는지도 분명히 기억하 지 못하고, 앞으로 어떤 음악이 연주될지 미리 예측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마 리화나에 취한 사람들에게는 음악이 음 단위로 들린다. 무의식 속에서는 기 대 형성 expectation formation의 일반적 과정이 여전히 모두 일어나고 있지만(이 부분은 내 책 《뇌의 왈츠》에서 설명하고 있다), 의식에서는 음악이 시간정지 현상 time-standing-still phenomenon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들은 음 하나하나 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상태가 된다.
LSD, 페요테, 메스칼린 같은 환각제들은 각각 고유의 효과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이렇게 시간이 멈추는 성질에 더해서 감각이 뒤섞이는 공감각적 경험 synaesthetic experience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감각수용기에서 들어 오는 입력이 뒤섞이면 소리에서 맛을 느끼고, 냄새에서 촉각을 느끼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아직 그 이유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마약들은 뇌 의 세로토닌계serotonergic system에 작용해서 주변의 사람과 사물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도 만들어낸다(세로토닌은 수면, 꿈, 기분 등의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프로작이 이 세로토닌계에 작용한다). 이렇게 하나 된 느낌은 음악가들 이 함께 환각제를 복용해서 함께 환각 체험을 하고, 함께 연주하고, 함께 황홀 경을 경험할 때 정점을 찍게 된다. 이런 공통의 신경화학적, 영적 체험이 수 세기 동안 북미와 남미 원주민들의 의식에서 성스러운 토대였다. 
- 하지만 소리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음악이 대체 왜 뇌의 이 모든 화합물 과 활동 중추를 동원하는 것일까? 그에 따르는 진화적 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음악-춤과 관련된 질문의 틀을 새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음악 과 춤을 그저 우리가 만들고 인지하는 소리의 모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동작, 동시성, 소리, 지각 조직화perceptual organization (정보가 기억 속에 자리 잡을 때 학습자는 학습상황에서 부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의 상호관계 맥락 속에서 전체를 지각하는데, 이런 조직화 과정에서 상황의 어떤 질서를 찾는 경향 - 옮긴이) 등 여러 양식에 걸쳐 있는 통합적 경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 시 음악과 춤은 진화적 시간 척도에서 사실상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음악적인 뇌는 다른 정신적·신체적 속성과 따로 진화하지 않았다. 바 꿔 말하면 초기 인류 혹은 원인은 어느날 갑자기 다른 인지 능력은 없이 음악과 춤만 갖게 된 것이 아니다. 음악적인 뇌는 그와 함께 인간의 의식 자체 가가진 온갖 측면도 함께 가지고 왔다. 사회적 유대와 아울러 초기 인류의 경 험에서 근본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타인에게 소통하는 것, 즉 음악과 춤을 통한 기쁨의 표현이었다.
-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는 보통 긍정적인 관점이 따라온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긍정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 패배주의적 태도를 가진 사 람보다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여기에는 정교한 균형이 존재한 다. 버락 오바마는 2008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이렇게 말했다(그는 독일의 개신교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의 말을 인용했다. 몰트만의 말은 가톨릭교 회의 공식 문서에도 사용된 바 있다). "희망은 맹목적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과 도하게 낙관적인 사람은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많은 에너지를 쏟 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경우가 많다. 반면 패배주의자(혹은 비관주의자)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가능성이 큰 활동을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리게 될 것이다. 사냥하고, 먹을 것을 채집하고, 짝을 찾을 때 최고의 전략은 중간 지 점에서 현실보다 살짝 낙관적인(즐거운) 쪽으로 치우친 태도를 갖는 것임이 밝혀졌다. 음악은 여기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즐 거운 음악은 우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고, 침울한 마음을 벗 어던지게 해준다. 둘째, 즐거운 음악은 본보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는 음악 창작자를 하나의 정신적 영감으로 생각해서 그 사람을 닮으려 노력 하게 된다.
- 낙관주의의 진화적 장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경우는 방금 혈거인 여 성으로부터 받은 눈빛이 어서 이리로 오라는 뜨거운 유혹이었는지, 어서 꺼 지라는 냉담한 표정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혈거인 남성의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표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적어도 확인해볼 가치는 있겠다 싶었 던 라이벌은 그나마 기회라도 있지만, 아니겠지 싶어 발걸음을 돌린 혈거인 남성은 기회조차 잃게 된다. 인간이라는 종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에 대 해서는 건강한 불신을 진화시켰다. 망상에 빠진 미치광이일 수도 있기 때문 이다. 우리는 자신감이 넘치고 낙관적인 사람에게 적당한 매력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그런 사람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사람 한테는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이 좋겠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낙관주의자는 갈등의 조짐이 보이면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비관주의자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스스로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 뇌는 즐거운 음악을 만드는 것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기쁨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보여주는 믿을 만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 일반적으로 음악이 흐르는 동안에는 긴장이 점점 쌓이며 절정에 도달했다 가 그 후에는 보통 빠른 속도로 긴장이 해소되며 가라앉는다." 보통 음악의 내뱉게 된다. 클래식 음악이 음악의 표준이었던 시기의 교향곡은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다른 음악적 형태보다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교향곡은 역동적으로 긴장을 쌓아나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그 긴장을 해소하여 보답하는 형식 으로 특별히 구성되어 있다. 인도의 고전 음악에서는 연주자가 고정된 음의 바로 위아래로 맴돌면서 긴장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며 사람의 애를 태운다.  그러다 그 긴장을 터트려 해소하면 음악을 듣던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 이며 탄식을 내뱉는다. 인생처럼 음악도 속도가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가 바닥으로 꺼뜨리기도 하 면서 우리를 쥐락펴락한다.
- 어느 문화권이든 엄마들은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먼 옛날부터 줄곧 그래왔다. 노래는 다른 행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방식 으로 아기들을 달래고 위로해줄 수 있다. 여기에는 청각자극이 다른 감각과 다르다는 점도 한몫한다. 소리는 어둠 속에서도 전달된다. 그래서 아기가 눈 이 감겨 있는 동안에도 들을 수 있다. 바깥세상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는 시각 신호와 달리 청각 신호는 마치 자기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 기의 시각 기관이 완전히 형성되어 엄마와 다른 어른들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기 전에도 청각계는 엄마의 목소리에 들어 있는 일관된 음색을 알아들을 수 있다. 어째서 엄마들은 말을 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어째 서 아기들은 노래에서 특별히 더 위로를 느낄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을 갖고 있지 않지만 신경생물학은 음악이 말과 달리 사람의 뇌에서 아주 오 래된 영역들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소뇌, 뇌줄기 brain stem 다리뇌pons를 비롯해 우리가 모든 포유류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신경구조 물들이다. 음악은 리듬, 멜로디 모티프 등 그 자체에 반복적인 구조가 내장되어 있다. 이런 반복 구조가 말에는 결여된 예측 가능한 요소를 노래에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예측가능성이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자장가는 전형적인 위로의 노래다. 
- 슬플 때는 많은 사람이 슬픈 음악을 듣는다. 왜 그럴까? 언뜻 생각하면 슬 픈 사람은 행복한 음악을 들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연 구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슬플 때 분비된다. 슬픔의 감정이 존재하는 데는 진화적인 이유가 있다. 슬픔은 에너 지를 보존하고 정신적 상처를 준 사건 이후로 일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눈물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프로락틴이 눈물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눈동자를 윤활하기 위한 눈물이나 눈이 자극받을 때 나오는 눈물 혹은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서는 프로락틴이 분비되지 않는 다. 오직 슬픔의 눈물에서만 분비된다. 데이비드 휴런은 슬픈 음악은 뇌를 속 여서 음악에 의해 유도되는 안전한 슬픔 혹은 가상의 슬픔에 반응해서 프로 락틴을 분비하게 만들고, 이 프로락틴이 우리의 기분을 전환해주는 것이라 제안한다.
- 신경화학적 이야기가 아니어도 우리가 슬픈 음악에서 위안을 얻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리적, 행동학적 설명도 많이 나와 있다. 사람들은 슬픔을 느끼거 나 임상적 우울증으로 고통받을 때 외롭고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을 느 낄 때가 많다. 마치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 행복한 음악은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자기만 외롭고 이해받지 못하 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삼보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내 상사 빅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임상적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무력감을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분풀이했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 있던 그가 토니 올란도 앤드 돈의 경쾌하고 행복한 노래를 듣고 꼭지가 돌아 버린 것이다. 우리는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면 보통 위로를 받는다. 케임브 리지대학교의 음악교수 이안 크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 이제 벼랑 끝에는 두 명의 내가 함께 존재하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아는 또 다른 내가 옆에 있는 것이죠."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 도 연결되는 듯한 이 기분은 회복 과정을 도와준다. 기분이 좋아지는 데는 자 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한몫하기 때문이다. 대화치료가 우울증에 대단히 효과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추론한다. 이 사람은 내가 겪은 일을 겪고도 그것을 이기고 지금 여기 살아 있 고, 이제 완전히 회복해서 그 일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 인쇄 기술의 발명과 함께 지식의 노래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기 시작했 다. 문자 사용 이전의 사회에서는 지식의 노래가 문화적 지식, 역사, 일상생활 의 절차를 기록할 유일한 보관소였다. 정보 전달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요즘에는 지식의 노래가 다른 형태를 띤다.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것 으로는 알파벳송이 있다. 서구 문화권의 아이들은 빠짐없이 이 노래를 배운 다. ('9월 30일까지 Thirty days has September'는 각운에 음악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보통 노래로 불리기보다는 암송될 때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의 노래들이 항상 작 곡되어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아동용 텔레비전 프로그램 '애니매니악스 Animaniacs'에서 선보인 노래들은 한 세대의 아이들에게 미국의 주와 주도 이 름('터키 인더스트로 Turkey in the Straw'의 멜로디에 실어), 그리고 전 세계 국가의 이 름('멕시칸 햇 댄스 Mexican Hat Dance'에 각운을 맞춰) 등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 글을 기억하는 능력은 일반적으로 뒤떨어지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노래 가 사는 보통 아주 잘 기억한다. 내가 지식의 노래라 부르고 있는 장편 서사민요 와 정보에 음악을 입힌 곡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 경우도 역시 노래가 형식 과 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형식과 구조는 공동으로 작동해서 가사에 들어올 수 있는 단어를 고정하고 제약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뇌의 기억저 장장치에 가사를 단어별로 하나하나 저장할 필요가 없다. 단어는 일부만 저 장하고, 전체적인 줄거리와 노래의 구조에 대한 지식만 알고 있으면 된다. 구조에 관한 지식은 각운 패턴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예를 들면 첫째, 둘째, 셋째 줄은 모두 각운이 맞는데, 넷째 줄은 그렇지 않다거나 첫째 줄은 셋째 줄과 각운이 맞아떨어지고, 둘째 줄은 네 번째 줄과 각운이 맞아떨어진다는 식으로).
이 모든 설명이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것은 이런 과정이 무의식에서 자동으로 일어나서 그 속을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과정은 신경해부학적 혹은 인지과학적으로 환원해서 설명하면 억 지스러워 보인다. 이것은 진화가 생각과 관련해서 착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다. 이것은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생긴 착각이다. 진화가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정교하고 큰 착각은 의식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은 7장에서 다 시 설명하겠다. 자기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뇌에서 잊어버린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거기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각운을 다 만들어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 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것도 500밀리초 안에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수십 가지 대안을 다 고려해본 다음 인지적 제약이라는 체로 쳐서 그럴듯한 것을 골라낸다.
- 월리스와 루빈이 집중적으로 연구한 노래인 '올드 97의 열차 사고 The Wreck of the Old 97'에서는 민요의 양식이 확실하게 기억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 다. 두 사람은 이렇게 적고 있다. "가사와 음악은 서로 뒤엉켜 있다. 가사는 운 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반드시 리듬 패턴, 비트구조, 음악의 박자표와 맞 아떨어져야 한다. . 이 민요에서는 운율이 강세가 없는 음절 두 개와 그 뒤에 따라오는 강세가 실린 음절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강세가 없는 음절은 강세가 실린 음절보다 길이가 짧다. ・・・ 강세가 실린 음절의 수가 음악의 비트 수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운율과 리듬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 따라서 음악과 가사는 서로를 제약하고 있다."
- 만약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여러 가지 구조적 제약이 노래 가사를 기억 하는 데 그토록 중요한 요소라면 그런 구조적 제약이 별로 없는 노래는 가사 를 기억할 때 오류가 더 많이 나올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윌리스와 루빈은 기발한 실험을 통해 그런 상황을 만들어냈다. '올드 97의 열차 사고'에서 24 단어를 바꿔서 모음운, 두운, 운을 없애 버린 것이다. 18 구체적으로 보면 이 들이 가사의 시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주었음에 주목하자. 이것은 내가 위에 나열한 구조적 제약 중 가장 약한 부분이다. (각운은 바꾸지 않았고, 각각의 단어에 들어가는 음절 수도 바꾸지 않고, 강세 패턴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 고 이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바꾸지 않은 버전과 새로 고 친 버전의 노래를 가르쳤다. 변화를 주었던 단어들을 분석한 윌리스와 루빈 은 시적 요소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변화된 버전)보다 그런 요소를 갖고 있는 경우(원래 버전)가 단어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시적 요소라도 상당히 큰 제약을 가한다는 (혹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그리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2,500년 된 《일리아드liad》와 《오디세 이 Odyssey》는 암기에 관한 한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음악 은 없었지만 명확하게 시적이고 리드미컬한 제약들이 큰 몫을 해서 뇌의 부 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들의 운율은 아주 긴밀하게 제약되어 있다. 한가지 예 만들자면 해당 음절의 수가 거의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고 한 행에서 마 지막 다섯 음절은 거의 장음-단음-단음에 이어 장음-단이 등장하고 있다. 장음과 단음의 순서, 그리고 단어 끊기의 위치가 정형화되어 있어 아무 단어 나 이 규칙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장음-단음-장음이나 단음-단 음-단음 음절 구조는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다.  분명 이런 형식적 규칙을 알고 나면 잘못된 단어를 끼워 넣을 가능성이 극히 낮아 진다.
- 유대 전통에 따르면 모세는 토라 전체(구약성경의 첫 다섯 권)를 완전히 암기 하고 있었고, 이것을 시나이 사막 히브리 민족의 장자와 지도자들에게 가르 쳐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이 사람들이 그것을 기원전 1500년 즈음 출 애굽Exodus의 일부로 이집트를 떠난 백만 명 정도의 사람에게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히브리인들이 문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십계명이 석 판에 문자로 적혔다) 모세의 엄격한 지도에 따라 토라의 단어 하나도 글로 옮겨서는 안 됐고,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식, 종교적 풍습, 관습이 오직 구전만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구전에 의한 전달의 모든 형태는 바로 노래였다고 한다.
유대교 신비주의자들은 말하는 자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말소 리 자체가 신의 호의를 불러올 것이라 믿었다. 그와 유사하게 조로아스터교 의 전통에서도 29 아베스타 만트라Avesta Manthras를 암송할 때 나오는 특유의 진동을 통해 영혼 Urvaan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혼과의 '조율 attenment'을 위해서는 기도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그 소리도 중요하다. 조로아 스터교에서 스타오타 야스나Staota Yasna는 청각 진동의 이론이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어死인 아베스타 언어를 이용해 암송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나는 예술과 과학이 연속적 스펙트럼의 양단을 차지하고 있고, 이 스펙트 럼은 다시 원처럼 둥글게 말려 있기 때문에 두 개가 한 공통 지점에서 만난다 고 이해하게 됐다. 예술과 과학 모두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 표상representation 재배치 rearrangement의 요소가 수반된다. 이것은 음악적인 뇌의 세 가지 근본 요소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결합해서 비유한 대상이나 개념으로 다 른 대상이나 개념을 대신 상징하는 것)와 추상(위계상에서 더 큰 개념으로 그 하위 요 소를 상징하게 하는 것)을 얻는다. 예술과 과학은 모두 비유와 추상에 의존한다. 감각적, 지각적 관찰을 가져다가 증류하여 본질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정보를 가공하지 않은 형태로 가져왔을 때보다 한 조각의 정보에서 더 많은 의미를 얻어낼 수 있다. 예술과 과학은 결국 더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형태로 세상의 지식을 추출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전체를 내려다보며, 주제를 하나로 통일하고, 세상의 여러 사실 중 어느 것이 중요하고, 어느 것이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이 세상 모든 것을 표상할 수는 없다. 대신 예술과 과학은 그중 어느 것이 가장중요한지를 두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 지식은 감정이다. 어떤 사람은 과학은 그냥 과학일 뿐이라 말한다. 그저 감 정과 보살핌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실과 측정치의 집합체일 뿐이라고 말 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억하고 기록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 실이 수백만, 아니 무한히 많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중에 무엇을 중요하게 여 겨 기록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에는 감정이 개입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보살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서 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감정과 동기부여는 동일한 신경화 학 동전의 양면이다. 2+2 = 4이고, 수소는 우리가 아는 가장 가벼운 원소라 는 사실에는 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사실 을 알고 있고, 이것을 배우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사실 속에는 우리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에 동기를 느낄 것인가 하는 측면들 이 반영되어 있다. 한마디로 감정이 반영되어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강렬한 호기심, 그리고 더 높은 진리로 실재를 해석하 고 표상하려는 열망, 관찰된 내용을 가지고 그것을 포괄하는 일관된 이론을 정립하려는 열망이다. 물론 예술가들도 똑같은 일을 한다. 그들도 자신이 관찰한 것을 가지고 그림, 교향곡, 노래, 조각, 발레 등의 일관된 전체를 만들어 내려 한다. 어쩌면 지식의 노래는 예술, 과학, 문화, 정신의 정점일지도 모르 겠다.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에 안성맞춤인 예술 형태 속에 중요한 인생의 교 훈을 담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그것을 노 래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 음악과 마찬가지로 종교도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된다(그리고 양쪽 모두 그것의 기반이 진화적인 것이냐 초자연적인 것이냐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린 다). 신념과 관습, 지리적 위치에서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의 문화 중에서 종교가 없는 경우는 없다. 이것은 종교가 문화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는 정보인 밈meme 이상의 것이며 진화적 기반을 갖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에밀 뒤르 켐Émile Durkheim이 한 세기 전에 우리에게 가르치기를, 무엇이든 인간의 문화 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류의 생존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대의 생물학자들은 이 개념을 동물의 행동으로 확장해서 뇌 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러 종에 걸친 보편적 연결고리를 찾아 내려 하고 있다. 진정 인간만의 것이라 여기는 행동도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동물에서 보이는 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따라서 동물의 생존에도 기여할 것으로 추측되는) 행동들이 포함된 연속 스펙트럼 위에 분포하 는 것이다. 의례를 종교로부터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구분보다는 의례와 종교가 서로 어떻게 연속적으로 이어 져 있으며, 애초에 의례들이 어떻게 합쳐져 종교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이 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 라파포트는 종교를 "집단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진 일련의 신성한 신념 그리고 이런 신념과 관련해서 수행하는 표준의 행위(의례)들"이라고 정의 했다. 그는 신성함을 일반적인 물리적 수단이나 오감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신념 혹은 형체를 가진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생 행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신념이나 믿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종교적 의례나 관습에는 일곱 번 머리를 숙이거나, 십자가를 그리거나, 특 정 방식으로 손을 접었다 펴는 등 거의 항상 의례행위ritual behavior, 반복적인 운동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종교적 관습에서 문화, 시 간, 장소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특성들을 밝혀냈다.
1. 행위가 평소의 목적과 거리가 있다. 우리는 이미 깨끗한 상태인 신체 일부를 씻기도 하고, 분명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둥글게 모 여 손에서 손으로 과일을 전하기도 하고(이런 행동의 목적은 과일을 누군가에 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달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돌 주위를 정확 히 네 바퀴 돌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특별한 목표가 없는 행위를 수행하기도 한다.
2. 더 많은 비가 내리기를 바라고, 더 많이 수확하기를 바라고, 아픈 아이가 낫기 를 바라고, 성난 신을 달래기를 바라는 등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얻을 목적으로 행위가 이루어진다.
3. 보통 관습을 의무적인 것으로 여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이런 관습을 이행 하지 않는 것을 안전하지 않거나 어리석은 혹은 부적절한 일로 여긴다. 
4. 행위의 형태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을 때가 많다. 즉 의례의 목적은 모 든 참가자가 이해하고 있더라도(즉 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함) 이런 특정 행 위가 어떻게 바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5. 참가자들이 일상생활에서보다 더 질서정연하고, 정기적이고, 획일적으로 행 동에 참여한다.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내키는 대로 걷거나 서 있지 않고 줄을 지어 정렬하고, 그냥 이동하는 대신 춤을 추고, 특별한 신호, 몸짓, 말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 비슷하거나 특별한 의상을 입거나 화장을 한다.
6. 주변 환경으로부터 물체를 가져와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물체들 을 포개놓거나, 가지런히 나열하거나, 쌓아올리거나, 배열해놓을 때도 있다. 
7. 환경을 재구성하거나 범위를 정한다. 성스러운 원을 그리거나, 가지 말아야 할 영역을 정하거나, 나이 든 사람이나 순수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장 소를 정한다.
8. 행위를 수행하려는 강력한 감정적 욕구가 존재하고 그것을 수행하지 않으면 (혹은 참가자가 자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는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행위를 잘 마무리하고 나면 개인은 안도감을 느낀다.
9. 행위, 몸짓, 말을 세 번에서 열 번 혹은 그 이상 반복한다. 의식을 적절히 준수 하기 위해서는 반복 횟수가 정확해야 한다. 횟수를 틀리면 그 행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10. 의식을 특정한 방식으로 수행하려는 강력한 감정적 욕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엄격하게 해석되고, 정의된다. 공동체 안에 각각의 행위를 가장 잘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존재하고(보통 연장자),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을 본보기로 따라하려고 한다.
11. 의식에는 거의 항상 음악 혹은 리드미컬하게 읊조리는 기도가 수반된다.
- 의례행위는 분명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대부분의 아동은 만 2세쯤부터 의례행위를 나타내는 발달 단계에 들어가 만 8세 정도에 정점에 도달한다. 이 기간에 나타나는 의례행위는 완벽주의, 수집,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애착, 행동의 반복, 물건을 순서대로 정돈하는 것에 대한 집착 등이다! 이는 '그건 이런 식으로 해야 해'의 단계로 이때가 되면 아이들은 장난감을 줄지어 정렬하거나 주변 환경을 특정 방식으로 정돈한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진짜 친구나 가상의 친구들을 위해 다과회를 연다. 그리고 탁자도 꼭 다과회 처럼 세팅하고 손님들도 정해진 장소에 가서 앉아야 한다. 물건들이 어지럽 혀져 있거나 의례가 자기가 속으로 생각하는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다과 회를 연 주최자는 짜증이 날 수 있다. "넌 여기 앉아. 너는 여기 앉고 안 돼. 차 는 토끼가 제일 먼저 마셔야 해!"
누군가 지시한 것도 아니고 다른사람한테 들은 것도 아닌 데도 많은 아이 가 자기가 급조한 의례를 초자연적인 힘이나 마법과 자발적으로 연결 지어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의례가 날씨에서 염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과에 영 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상상한다.
- 아동에서는 의례가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 미지의 상태, 낯선 이나 동물에 의한 공격, 오염 가능성 등 불안상태와 연관된 경향이 있다. 이것이 잠자리에 들 때면 괴물이 살고 있지 않나 침대 밑을 확인하고, 침대밑에서 보호자가 책 을 읽어주기 바라고, 자기만의 특별한 파란색 솜털 담요를 끌어안는 등의 취 침 의례로 이어진다. 이런 의례는 질서, 일관성, 익숙함 등의 느낌을 보태준 다. 심리학자는 이런 느낌이 미지의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상쇄 해준다고 믿는다. 오르가슴을 느끼거나 함께 노래를 부를 때 분비되어 신뢰 를 유도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의례 수행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 다. 이는 의례가 위로를 주는 이유에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이 깔려 있음을 암시한다.
- 음악적인 뇌는 음과 화음 진행을 일일이 다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음과 화음 진행이 만들어지는 규칙을 학습한다(보통 주어진 문화권 안에서의 규 칙을 학습한다). 이런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놀라운 사건으로 부호화되고, 따 라서 도식schema을 파괴하는 예외로 기억된다. 우리는 친구가 전화번호를 알 려줄 때마다 그 숫자는 일곱 자릿수에 지역번호가 덧붙여져 있으리라는 사실 을 다시 배울 필요가 없다. 이 정보는 도식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의례에서 촛불을 켤 때 부르는 노래가 어떤 패턴에서 어떤 음만 사용한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음의 선택이 우리 문화권 음악의 양식에 의해 제약되 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을 일일이 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외와 규칙을 배운다.
따라서 음악은 기억과 정보를 전달하는 대단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우리 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음악을 잘 활 용했던 초기 인류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다. 
- '솔로몬의 노래 Song of Solomon'에서 헨델의 '메시아', '나 같은 죄인 살리신 Amazing Grace'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음악 중에는 종교 음악 이 많다. 과학자와 종교회의론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종교인들을 조롱할 때가 많다. '신이 우주 전체를 창조할 정도로 위대한 존재라면 우리가 그를 찬 양하는지, 마는지 따위의 사소한 일에 왜 그리 신경을 쓰나? 그렇게 막강한 존재가 뭐가 그리 심리적으로 궁핍해서 우리가 자기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기 를 바라?' 하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현대의 종교 사상가들은 여기에 반박 불 가능한 주장을 제시한다. 노래를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신을 위한 것이 아니 라 노래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랍비 하임 카솔라는 이렇게 말한 다. "신은 우리의 찬양이 필요하지 않아요. 신은 허영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 가 자기를 위대하다고 칭송해주기를 바라지 않죠. 하지만 신이 우리를 창조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죠?" 그는 우리에게 종교의 노래와 신념의 노래를 부르도록 명령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기억을 돕고, 우리에게 동기를 불어넣고, 우리를 신에게 더 가까이 이끈다는 것을 알 기 때문이죠. 신은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뇌가 음악과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음악적 요소와 언어적 요소가 결합되는 방식에 대한 규칙을 습득하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앞이마겉질에 있는 뇌의 계산 회로는 위계적 조직에 대한 규칙을 알고 있고 초기 발달 기간에 음악적 입력과 언어적 입력을 받아들이도록 길들어 있다. 특정 연령(만8세와 12세 사 이 어디쯤으로 믿고 있다)까지 음악이나 언어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아동이 정상적인 음악 능력이나 언어 능력을 습득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지치기 과정이 이미 시작되어 음악이나 언어에 의해 활성화되기를 기다리 고 있던 신경회로들이 모두 제거되어버리는 것이다. 음악에 보편성이 존재한 다는 것은 뇌의 선천적 구조 자체에 음악의 표상 방식에 대한 느슨한 제약이 포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제약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옥타브가 존재한 다는 사실(모든 음악이 불연속적인 음들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보편 적으로 리듬의 비율이 단순하다는 사실(음악의 스타일과 문화권은 이질적이어도 음표의 길이는 17:11 같은 복잡한 비율이 아니라 2:1, 3:1, 4:1 같은 단순한 비율로 나 타나는 경향이 있다) 등을 꼽을 수 있다.
- 사랑의 노래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려면 진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첫째,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감각 중에서 왜 하필 소리가 우리의 감정에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을까(혹은 바꿔 말하면 듣기와 음악의 진화적 기원은 무엇인가? 둘째, 우리에게 음악적인 뇌 를 가져다준 진화적 변화가 어떻게 다시 우리에게 노래를 작곡하고, 예술과 과학을 창조하고,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의식을 가져다주었는가?
우리 귀에 있는 유모세포 hair cell는 어류를 비롯해 모든 척추동물에게 있고, 많은 곤충의 다리와 몸통에서 발견되는 것(곤충의 것은 감각센털sensilla이라고 한다)과 구조나 기능면에서 유사하다. 메뚜기가 다리를 움직이면 그 안에 든 유모세포가 늘어나면서 다리의 자세와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세포는 공기나 물 혹은 다른 성분의 흐름에도 민감해서 다른 무언가가 다가 오는 것을 감지하는 것도 도와준다. 이는 유모세포가 계통발생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사용된 것이 압력 변화 감지(이것이 포유류와 어류의 청각으로 이어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세의 변화(이것이 우리의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 계로 이어짐)도 감지하기 위함이었음을 말해준다. 유모세포는 엄청나게 민감 해서 100피코미터만 늘어나거나 움직여도 흥분한다. 100피코미터면 1/100,000,000밀리미터 혹은 염색체의 1/100,000, 수소 원자 반지름의 1/10보다 작은 길이다.
고막은 귀 내부에 팽팽하게 펼쳐져 있는 얇은 막이다. 공기든, 물이든, 다른 매질이든 압력이 변하면 이 고막이 안팎으로 떨린다. 이런 떨림 패턴이 결국 속귀inner ear의 달팽이관cochlea이라는 기관으로 신호를 보낸다. 달팽이관의 내 면은 곤충의 감각센털처럼 유모세포로 덮여 있다. 인간의 달팽이관은 극도로 민감해서 원자의 직경(0.3나노미터)만큼 작은 진동도 감지할 수 있고, 10마이 크로초의 시간간격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당신과 3미터 떨어진 음원이 한쪽으로 2.5인치(6.35센티미터)만 움직여도 양쪽 귀에 도착하는 소리 의 시간차로 그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귀는 광자 하나의 에너지보다 백배 작은 에너지 수준도 감지할 수 있다. 청각은 정말로 민감해서 어떤 좋은 자기 가 잡아먹으려 하는 곤충의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다.
2장에서도 말했지만 청각이 시각 같은 다른 감각보다 유리한 점은 소리는 어둠 속에서도 전달되고, 모퉁이를 돌아갈 수도 있고, 듣고 싶은 음원과 자신 사이에 시각적 장애물이 있어도 전달된다는 점이다. 소리는 무언가 자신을 향해 접근할 때 효과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한다. 바위가 걷잡을 수 없 이 언덕 아래로 굴러 내리거나, 우리가 사는 동굴 밖에서 포식자가 잔가지를 밟았을 때도 우리는 소리로 알아차릴 수 있다.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부로 작 동하는 청각은 놀람반응startle response과도 신경학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환경에서 들리는 배경 잡음에 아주 미묘한 변화만 있어도 감지한다.
- 유전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포유류는 비타민 C를 몸속에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지만 인간은 그런 능력을 잃어버렸다.18 인간과 다른 영장류에서는 8번 염색체에 있는 GULOL-gulonolactone oxidase 전자에 결함이 있어서 기능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4천만 년 전에 우리가 과 일을 먹는 종이 되면서 생긴 결과로 여겨진다. 과일을 먹으면 비타민C를 외 부에서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와 영장류들은 더 이상 비타민C를 만들 어낼 필요가 없었고, 유전자 부동genetic drift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립유전자 가 유전되는 빈도에서 생기는 무작위적 변화 - 옮긴이)을 통해 그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것은 테런스 디컨의 '절약' 개념에 해당하는 또 다른 사례다. 진화 는 게놈이 보관하고 있던 지시 사항이나 생존 계획을 환경으로 떠넘길 때가 많다.
- 예술 창조를 위해서는 몇 가지 별개의 인지 작업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1) 창조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심상mental image을 형성할 수 있어 야 하고, (2) 심상을 머릿속에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3) 심상을 따라 실제 세 상에서 대상을 조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4) 실 제 세상에서 모양을 갖추어 가는 대상과 심상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야 하며, (5) 물리적 대상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어려 움이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계획을 갱신할 수 있어야 한다. 옛말에도 이르듯이 곰을 조각하려면 바윗덩어리에서 시작해서 곰처럼 보이 지 않는 것은 모두 깎아내야 한다.
하지만 당연히 이것들은 하찮은 능력이 아니다. 우리 혈거인 선조는 숯 조각을 가지고 동굴 벽에 곰을 그려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우선 그는 그림 이 그 그림이 표상하고자 하는 것과 결코 똑같을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 림은 실제 대상을 추상화한 버전이고, 심상에 대한 불완전한 근사치이기 때 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면 객관적인 조망수용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생각과정, 자신의 한계, 자신이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 이 필요하다. 이 예술가는 어떻게 하면 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본질적인 세부 사항을 보존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판단해야 했다. 이런 선택 과정에는 추상적 혹은 상징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줄을 몇 개 그린 다음에는 그 창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아야 했을 것이다. 이 그림이 내가 이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것하고 비슷하게 생겼나? 이렇게 하려면 심상에 맞추어 물리적 그림의 일부 측면을 변화시키는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봐도 이것이 곰이란 것을 알 수 있을까? 이것 역시 객관적인 조망수용능력이 필요 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지식, 생각, 신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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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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