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심리학 박사 황양밍 교수가 '라이샤오 도파민'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실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심리학적으로 해결해 주었던 에피소드들을 기반으로 지어진 책이다. 팟캐스트에서는 특별히 주제를 정하진 않았지만, 나와 다른 타인의 삶과 어우르기, 일터에서 마모되지 않기, 일상에서 감정에 맞춰 춤추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 이렇게 4개의 주제로 구분하였다. 주제별로 몇가지씩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며, 에피소드마다 심리학 연구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놓았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면 절대 피하지 말아야 하며 대신 안 좋은 감정을 최대한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전통적 방식이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책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감정의 강도가 매우 강할 때는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일단 회피하고 감정의 강도가 약해졌을 때 다시 상대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부정적 감정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감정은 생존에 필요한 부속품이며, 사람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껴봐야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힘들고 괴로운 감정도 느껴봐야 발전하기 위해 자신의 상태를 조율할 수 있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부정적 감정이 있기에 긍정적 감정의 아름다운 면이 드러나는 것과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늘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꾹 참고만 지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을때마다 그것을 터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항의라는 것은 불만이 있을 때마다 내지르는 게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담아온 것을 갑자기 폭발시키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당신이 뜬금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므로 갑자기 모든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릴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적당한 때를 보아서 불만을 토로해야 한다. 또한 이성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입을 꾹 닫기만 하는 것은 어쩌면 비겁한 행동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있도록 할 말이 있으면 용감하게 하자.
사회적 교류에 대해서도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연이 닿으면 만나고 연이 다하면 헤어지는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이 영원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두고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 마다 새로운 인연이 닿았다고 여기면 된다. 또한 누군가와 이별하게 되더라도 지나치게 상심하기 보다는 나중에 연이 또 닿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자. 이는 절대 소극적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관용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이다.
전공과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이런 조언을 건넨다. 전공을 살린다는 것은 멋진 말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스스에게 한계를 정하는 행위다. 진짜 관건은 나의 마음자세와 일을 대하는 태도다. 즐기면서 일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목표를 정하고, 포부를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반부터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는 없으며, 우선은 대략적인 방향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부단히 직접 부딪치고 수정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포부를 찾아가면 된다. 잠시 꿈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은 될지언정, 꿈이 없는 사람이 되지 말자.
- "기억은 때로는 내용을 매우 잘 간직해주며 쓸모 있고 순종적이지만, 어떤 때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약하며, 다른 때는 너무나 포악하고 제멋대로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영국의 소설가)) - 사회문제에서 여전히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이 분야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1990년대에 나는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해 알 고 있는 모든 것을 한데 모은 다음 건망증, 실수, 왜곡이라는 광범위한 현상에 체계를 부여하려고 했다. 당시 다양한 연구 결과를 개념화할 여 러 체계를 만들어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결국에는 모든 것이 딱 떨어지게 설명해줄 의식 구조를 생각해냈다. 나는 기억의 기능 저하가 7가지 기본적인 오류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소멸消滅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被暗示性, 편향, 지속성이라고 부 르게 되었다. 이 기억의 7가지 오류는 일상에서 늘 발생하며, 어느 누구든지 이로 인해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소멸, 정신없음, 막힘은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오류다. 다시 말해 기억하고자 하는 사실이나 사건, 생각을 머릿속에서 떠올리지 못하는 것 이다. 소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몇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내는 것은 그 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6주, 6개월, 6년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 는다면, 오래된 과거일수록 기억해내는 것이 점점 더 줄어든다. 소멸은 기억의 기본적인 특징이자 기억과 관련된 여러 문제의 원인이다. 정신없음은 주의력과 기억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말한다. 열쇠나 안경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점심 약속을 잊어버리는 등 정신없음에 의해 일어나는 기억의 오류는 일반적으로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걱정에 정신이 팔려 기억해야 할 일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진 것이 아니다. 주의가 다른 데 쏠려 있어 처음에 정보가 기억에 저장되지 않았거나 그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서 제대로 탐색되지 않은 것이다. 막힘은 정보를 불러오려고 애쓰지만 정보 찾기에 실패한 것을 의미 한다. 우리는 모두 낯익은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적이 있다. 이 답답한 경험은 우리가 그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도 일어나 며, 기억해내려는 이름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을 때도 일어난다. 그리 고 그 이름이 몇 시간 후나 며칠 후에는 갑자기 정확히 떠오른다.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은 모두 기억의 오작동에 의한 오류 다. 이를테면 어떤 형태의 기억은 머릿속에는 존재하지만, 그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원하는 기억이 아닌 것이다. 오귀인은 기억의 출처를 잘 못 기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상을 현실로 오해하거나 신문에서 본 내용을 친구가 해준 말로 잘못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오귀인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흔하게 일어나며, 법원의 판결에 지 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암시성은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려고 할 때 유도 질문이나 암시에 의해 기억이 주입되는 것을 가리킨다. 피암시 성도 법원의 판결에서 특히 유의미하게 작용하며 때때로 많은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편향은 현재의 지식과 믿음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 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전에 겪은 경험을 수정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다시 쓰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지금 우리가 알거나 믿는 것에 비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그 결과 인생의 특정 사건 이나 그보다 더 장기간 유지된 경험이 왜곡되어 묘사될 수 있다. 여기 에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보다 우리의 현재 감정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담겨 있다. - 지속성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은 걱정스러운 생각이나 사 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지속성에 익숙하 다. 새벽 3시에 갑자기 깨어나 직장에서 저지른 실수나 중요한 시험에 서 실망스런 결과를 받았던 기억을 떨칠 수 없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심각한 우울증이나 트라우마와 같은 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지속성 이 무기력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 내가 당신에게 사자ion, 자동차CAR, 식탁table, 나무TREE 같은 단어 를 보여주었다고 상상해보자. 나는 단어의 절반에 대해서는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판단하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대문자인지 소문자인 지 판단하라고 지시한다.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고 할 때, 당신은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 판단해야 했을 때보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판단해야 했을 때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생물인지 무생 물인지 판단하는 행위는 그 단어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 으로 연결되지만,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 판단하는 행위는 그 단어와 연결되지 못한다. 다른 실험을 보면, 학습해야 할 정보와 이미 알고 있 는 사실, 혹은 학습해야 할 정보와 연상되는 것을 연결시키는 문장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기억하는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부분 신경생물학자의 말에 따르면, 기억은 여러 뉴런 사이의 연결 강도가 변화되면서 부호화된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거나 새로 운 사실을 습득할 때 뉴런들을 잇는 시냅스에서 복잡한 화학 변화가 일 어난다. 여러 실험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변화들이 소멸될 수도 있 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기억을 부호화하는 신경 연결은 에빙하우스 의 망각 곡선처럼 약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이후에 경험을 회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강화되지 않으면 결국 기억이 불가능할 정도로 약해 진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를 보면, 잊어버린 듯 보이는 정보가 경험을 최초로 부호화했던 방식을 기억나게 하는 단서로 인해 복구될 수 있다 는 것이 증명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간섭이 증가하면서 정보는 점차 사 라지는데, 마침내 강력한 단서만이 거스를 수 없을 것만 같은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이때 이 단서는 계속 약해지는 신경 연결에서 남아 있는 경험의 편린들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빌렘 바게나르Willem Wagenaar는 개인적인 기억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기 쓰기 연구에서 이것을 정확히 증명해냈다. 바 게나르는 4년 동안 매일 특별한 사건에 대해 누가 사건과 관련되어 있 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언제 어디에서 사건이 발생했는지, 더 나 아가 그 사건만의 특징적인 세부 사항을 기록했다. 바게나르는 일기를 쓰는 동안에 자신의 일기를 다시 보지 않았다. 이 일기 쓰기를 끝낸 다 음에 다양하게 조합된 단서(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에서)를 가지고 자신 의 기억을 테스트했다. 바게나르는 단서가 많을수록 해당 사건의 세부 사항을 기억할 가능 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단서가 아무리 많아도 기억 해내지 못하는 사건이 많았다. 이 경험들이 자신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는지 궁금했던 바게나르는 '완전히 망각'이라고 분류한 사건 중 10 개를 골라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추가적인 세 부 사항을 이야기해주었을 때 바게나르는 이 사건을 기억해낼 수 있었 다. 바게나르의 연구는 수개월이나 수년에 걸쳐 일어나는 기억의 소멸 의 공통적인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 완전히 잊 히지 않고 불완전한 상태로 망각되면서 그 경험의 파편들을 여기저기 남겨둔다는 것이다. 익숙한 듯한 인상,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경험에 대한 단편적인 세부 사항은 기억의 소멸이 일어났을 때 가장 일반적으로 남겨지는 파편들이다. - 최근에 연구자들은 사진으로 찍는 행위가 사건에 대한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2014년,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린다 헨 켈Linda Henkel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 은 박물관 투어를 하면서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고, 다른 물건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후 물건들에 대해 기억 테스트를 받은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지 않았을 때보다 사진을 찍었을 때 그 물건 과 그것이 있었던 위치를 덜 기억했다. 한 연구에서도 실험 참가자들이 스탠퍼드대학에 있는 한 교회를 구 경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아이팟 터치를 받고, 그 카메라를 사용해 원 하는 만큼(최대 5장) 사진을 찍은 다음에 그 사진을 혼자 소장하거나 페 이스북에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진을 찍었던 참가자들은 사진을 전혀 찍지 않았던 참가 자들에 비해 일주일 후 교회의 세부 사항을 덜 기억했다. - 사진으로 인해 생겨난 기억의 저하는 '인지적 떠넘기기'를 했던 사 람들이 자기 자신의 기억보다 사진에 의존했기 때문에 일어난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것은 박물관 투어 실험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연 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곧바로 삭제했을 때에도 기억 의 저하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최적의 조명과 앵글 등 사진을 찍는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기억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기억 을 부호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물이나 사건을 사진으로 찍으면 필연적으로 기억이 약화된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박물관 투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물 건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 사진을 찍었을 때, 오히려 기억이 강화되었 다. 게다가 다른 연구를 보면, 참가자들이 언제 사진을 찍을지 스스로 결정했을 때, 사진 촬영 행위가 경험의 시각적 측면을 더 잘 기억하게 했다. 따라서 사진 촬영 이후 무엇을 기억할지는 촬영 당시 우리의 목표와 그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탐색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 심리학자들은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행동을 묘사할 때 '미 래기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자 들은 대체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사람들이 기억의 회상적인 측면보다도 미래에 수행해야 할 활동을 기억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표현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것은 이름이나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두 사건이 일어난 때와 장소를 혼동하는 등 과거를 기억 하지 못하면 '기억'이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 만점심 약속을 잊거나 약속한 대로 소포를 두고 가지 않는 등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사건 기반의 미래기억과 시간 기반의 미래기억에 직면했을 때 망각 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건 기반의 과제에서는 사건이 의도했 던 행동을 기억하게 만들어주는데, 이 사건이 기억을 촉발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무실에서 해리를 만났는데 친구에게 전화하라고 말하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시간 기반의 과 제에서는 의도한 행동을 수행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는 단서를 만나지 못하거나 그 단서를 만들어두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밤 11시에 약 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그때 약을 기 억해내거나 정확한 시간에 할 일을 기억하게 할 단서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나는 내가 밤 11시에 잠들기 전 주로 양치질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약을 세면대 옆에 둘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건 기반 의 미래기억은 왜 단서로 인해 계획한 일이 저절로 기억나는지 혹은 기 억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 기반의 미래기 억은 나중에 기억나게 할 단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람들은 왜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자들이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baker-baker paradox'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이 낯선 남성들의 사진을 한번에 한 장씩 본다. 첫 번째 그룹은 얼굴과 관 련된 이름 정보를 받고, 두 번째 그룹은 직업 정보를 받는다. 이 실험의 숨겨진 의도는 참가자들에게 같은 단어인 이름과 직업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첫 번째 그룹에는 첫 번째 남성의 이름이 베이커Baker이고 두 번째 남성의 이름이 포터Potter라고 말해준다. 두 번째 그룹에는 첫번 째 남성의 직업이 제빵사baker이고 두 번째 남성의 직업이 도예가 potter 라고 말해준다. 나중에 실험 참가자들에게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그 얼 굴에 맞는 정보를 기억해보라고 지시했을 때, 참가자들은 이름보다 직 업을 기억할 때가 더 많았다. 이 결과는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를 여실히 보여준다. 왜 같은 단어가 이름으로 기억되는지, 직업으로 기억 되는지에 따라 단어의 회상 결과가 달라지는 걸까?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한 현대적인 접근법은 170여년 전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고유명 사는 함축적이지 않다. 고유명사는 그 명사로 불리는 개인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개인의 어떤 속성을 가리키거나 암시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내가 당신에게 내 친구 이름이 존 베이커John Baker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 친구가 비교적 흔한 앵글로색슨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말 고, 그 친구의 정보를 거의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내 친구를 제 빵사baker라고 소개했다면, 나는 그 친구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제공 한 것이 된다. 당신은 내 친구가 어디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일 할 때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어떤 종류의 상품을 만드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직업명인 '베이커'는 이전에 '제빵사'들과 만나보았던 경험을 근거로 풍부한 지식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고유명사(이름)인 베이커는 대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베이커-베이커 패러독스' 실험을 보면, 참가자들은 기존의 지식을 활용해 직업명인 베이커를 고유명사인 베이커보다 더 쉽게 부호화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유명사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거 의 없다는 것은 왜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어려운지 설명 해준다. 또한 보통명사에 비해 고유명사가 개념이나 지식과 잘 융합되 지 않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의 이름에서 막힘이 일어난다. 미국의 인 지심리학자 서지 브레다트Serge Brédart와 팀 밸런타인Tim Valentine 이 연구한 한 실험을 살펴보자. 두 심리학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만 화 캐릭터 그림을 보여주었다. 일부는 캐릭터의 독특한 특징을 강조하 는 이름(그럼피, 백설 공주, 스크루지)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는 캐릭터의 특징과 관련 없는 임의적인 이름(알라딘, 메리 포핀스, 피노키오)을 가지고 있었다. 두 부류의 이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비슷한 정도로 익숙했지 만, 임의적인 이름보다 캐릭터의 특징을 묘사하는 이름에서 막힘이 덜 일어났다. - 보통명사와 고유명사에 대한 기억의 이론적인 모형은 고유명사의 막힘이 어떻게 지식과의 미약한 연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도와준다. 대부분의 이론적인 모형은 보통명사나 고유명 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지식을 서로 구분한다. 먼저 3가지 기본 요소를 살펴보자. 첫 번째 요소는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에 대한 시각적 표상이다. 책 의 직사각형 모양, 칼의 날카로운 날, 동료의 툭 튀어나온 코와 가늘고 검은 머리카락처럼 말이다. 제빵사의 시각적 표상은 당신이 지금껏 만 나온 여러 제빵사에게서 발견한 형태, 특징, 촉감이 혼합된 형태로 구 성된다. 존 베이커의 시각적 표상에는 각진 얼굴과 뿔테 안경이라든가 헝클어진 수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요소는 사물이나 사람 이 수행하는 기능이나 과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거나, 한 개인의 자서전적인 사실을 구체화하는 개념적 표상이다. 제빵사의 개념적 표상에 는 '주방에서 일한다', '빵을 굽는다', '일찍 일어난다' 등과 같은 정보 가 포함되어 있다. 존 베이커의 개념적 표상에는 '변호사', '마을 대표',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요소는 음절을 나타 내는 음운적 표상이다. 베이커baker를 구성하는 음절은 베이ba와 커ker 다. 제빵사Baker와 베이커baker의 음운적 표상은 같다. 당신이 존 베이커를 만났는데, 당신의 뇌가 그의 시각적 표상만 활성 화한다면, 그의 얼굴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어도 그의 이름이나 그에 대한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의 뇌가 시각적 표상과 개 념적 표상만 활성화한다면, 존 베이커를 알아볼 수 있고 같은 동네에 사는 골프 애호가이자 변호사라는 사실도 알 수 있지만 그의 이름은 기 억하지 못한다. 대부분 이름 회상 모형에서는 음운적 표상이 개념적 표 상과 시각적 표상이 활성화된 이후에만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이는 이 름이 떠오르지 않는 사물이나 사람의 개념적 정보는 기억할 수 있어도 그 반대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찰스 톰프슨의 일 기 쓰기 연구를 보면, 어떤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지는 못해도 직업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개념적 정보를 떠올리지 못하면서 그 사 람의 이름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 내가 일주일 후에 당신에게 지난주 화요일에 있었던 미팅에 대해 묻 는다면, 당신은 정확히 보고하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와 만났던 사람의 개별적인 특징들을 기억해내야 한다. 하지만 부회장, 재정 분석가, 컴 퓨터 프로그래머, 사장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뿔테 안 경, 형형색색의 멜빵, 나비넥타이, 은 귀고리, 청바지, 클래식한 정장이 라는 복장뿐만 아니라 윌슨, 앨버트, 머튼, 그린과 같은 이름과 도시에 있는 화려한 사무실과 교외에 있는 작은 사무실 같은 장소까지 기억해 야 한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입었는지도 기억해야 하고, 얼굴과 이름 을 일치시켜 기억해야 하며, 누가 교외에서 일하고 누가 도시에서 일하 는지,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기억해내야 한다. 개별적인 특징들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특징들을 함께 연결시켜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인물, 의상, 지위, 장소가 올바르게 결합 되어 기억해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 연결 과정을 '기억 결합'이라고 부른다. 이는 경험 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통일된 전체로 함께 묶는 것이다. 개별적 인 경험들을 기억한다고 해도 '기억 결합'에서 실패하면, 제2의 용의자 사건이나 목격자 오귀인 사례처럼 출처 오귀인이 발생할 수 있다. 출처 혼란은 때때로 기억 결합 실패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 날 때, 특정 행위나 대상이 특정 시간과 장소와 올바르게 결합되지 않 았을 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기억 결합 실패가 일어나면, 실제 경험한 사건과 생각이나 상상에서 기억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집을 막 나서려고 할 때, 지하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1시간 후, 자동차 안에 있다가 갑자기 불안해진다. 내가 정말 문을 닫았는지, 아니면 문을 닫는 내 모습을 상상한 것인지 말이다. 이 같은 혼란 때문에 심리학 교수인 루 리버먼Lew Lieberman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 나중에 그것이 상상 속의 모습이었는지 실제 일어 난 일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리버먼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실제로, 수많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 이 어떤 사물을 보고 상상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 가끔 시간이 흐른 뒤에 실제로 그 사물을 보았다거나 그 행위를 했다고 믿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 피암시성은 타인에게서 얻은 정보와 글, 사진, 미디어에서 본 정보를 자신의 기억의 일부라고 잘못 믿는 것을 의미한다. 피암시성은 오귀인 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암시를 부정확한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오귀인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시 없이 오귀인이 일어나기도 해서 피암시성은 하나의 독립적인 기억의 오류다. 암시된 기억들은 진짜 기억만큼 사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2000년 5월 31일, 『뉴욕타임스』에는 6.25전쟁 참전 용사인 에드워드 데일리 Edward Daly의 황당한 사례가 실렸다. 데일리는 실제로 참전한 적이 없 는 전투에서 적군을 대패시켰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전투 공적을 자세 히 설명했지만, 이 이야기는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데일리는 망각 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도 전투에 실제로 참전했던 참전 용사들과 대화하며 그들에게 자신이 했던 영웅적인 행동을 '상기시켰 다. 데일리의 암시는 참전 용사들의 기억에 스며들었다. "나는 데일리 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요." 한 참전 용사가 주장했다. 피암시성은 여러 이유로 우려가 된다. 유도 질문으로 용의자의 신원 을 잘못 확인할 수 있고, 암시적인 심리 치료로 오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암시적인 인터뷰는 교사나 다른 사 람이 아동 학대를 저질렀다고 추정된 사건에 대해서 왜곡된 기억을 만 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피암시성이 위험하기 때문에, 심리학적 이론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법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피암시성을 이해 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 배심원단이 불확신하는 목격자보다 확신하는 목격자를 더 신뢰하고, 목격자의 자신감이 기억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매우 신뢰할 만한 기준 이 된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목격자의 확신과 정확성의 관 계는 미약하기도 한다. 다른 목격자가 같은 용의자를 지목했다고 듣거 나 재판을 준비하는 동안 증언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목격자의 확신은 더 부풀려질 수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목격자의 확신이 사건 발생 당시에 확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해 보이지 않는 "좋아요" 같은 말로도 목격자의 확신은 크게 부풀려질 수 있을까? -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아이라 하이먼Ira Hyman과 그의 동료들은 소수의 실험 참가자에게 아동기 경험에 대한 오기억을 성공 적으로 이식했다. 하이먼은 대학생들에게 부모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고 말한 아동기 경험들에 대해 질문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혀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 부모들에게서 확인한 가짜 사건에 대해서도 물었다. "여러분은 5세 때 친척의 결혼 피로연에서 다른 아이들과 뛰어다니다 가 테이블에 부딪쳐 신부의 부모에게 주스를 쏟았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정확하게 기억했으나, 가짜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어떤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실험에서는 20~40퍼센트가 가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묘사했다. 한 실험에서는 오기억을 한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이 구체적인 내용을 또렷이 묘사했다. 그들은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주스를 쏟았는지 기억 해냈다.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부분적으로 오기억을 말했는데, 세부 사항은 기억해도 중심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했다. 이 실험 결과는 시각적 심상이 암시된 기억의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연구에서 아동기 경험에 대해 오기억을 만들어낸 참가자들은 기억이 정확한 참가자들보다 시각적 심상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더 높 은 점수를 받았다. 더구나 하이먼과 그의 동료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짜 사건을 들려주고 그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사건을 머릿 속으로 상상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지시를 받은 참가자들은 그저 조용히 앉아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라고 지시받은 참가자들 보다 더 많은 오기억을 만들어냈다. 이 결과는 풍부하고 상세한 시각적 심상이 참기억의 특징임을 보여주는 다른 증거에 비춰보았을 때 일리 가 있다. 시각적 심상이 참기억을 나타내는 일종의 심리적 특징이라면, 오기억을 생생한 시각적 심상으로 꾸미는 행위를 통해 오기억을 참기 억처럼 보이게 하고 느껴지게 하도록 작용한 것이다. - 기억은 암시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을까? 1990년대에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는 로프터스가 '풍부한 오 기억(현실에 존재하는 복잡한 경험에 대한 환상 속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을 확실히 유도해낼 실험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같은 방법을 사용한 연구들은 암시적인 절차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의 20~30퍼센트가 오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때의 오기억은 결혼식장에서 음료수 쏟기부터 동물의 공격을 받은 일처럼 더 충격적인 경험까지 다양했다. - 전체주의 정치 체제의 삶을 섬뜩하게 묘사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를 보면, 집권당은 과거를 의도적으로 수정해서 국민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다. 집권당의 슬로건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였다. 이 정부의 진실부Ministry of Truth는 이미 쓰인 역사 기록을 수정하고, 기 억이라는 실제 경험까지도 조작하려고 했다. "과거의 사건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문서 기록과 인간의 기 억 속에서만 살아남는다고 주장된다. 과거란 기록과 기억이 일치된 것 을 의미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억의 훈련에 달려 있 다. 문서 기록들을 현재의 정통성과 일치시키는 것은 기계적인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사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바꾸거나 기록을 수정해야 한다면, 그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잊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기술은 어 떤 정신 훈련처럼 습득될 수 있다." 오웰이 상상한 것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는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들 이 붕괴한 이래 계속 줄어들었다. 그러나 진실부가 휘둘렀던 힘은 개인 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기억 속 과거는 종종 현재 우리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시 쓰인다. 기억의 편향은 우리의 지식과 신념과 기분이 새로운 경험이나 그에 대한 기억에 왜곡된 영향을 주는 것을 의 미한다. 『1984』의 진실부는 인간의 기억을 집권당의 통치에 유리하도 록 이용했다. 이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편향도 과거의 경험을 회상할 때 기억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인지 체계의 주인을 위해 희생되는지를 보여준다. - 일단 '허니문'이 끝나면, 많은 부부가 결혼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경험한다. 결혼 초기에는 현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일관성 편향은 현재의 유쾌하 지 않은 분위기가 과거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 다. 400쌍에 가까운 부부의 결혼 초기를 추적한 연구를 살펴보자. 4년 의 연구 기간에 점점 더 불행해졌다고 표현한 부부 중에 남성들은 결혼 초기에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그 시절을 부정적으로 회상했다. 연구자 들은 "그러한 편향은 상황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상대에 대한 현 재의 견해가 나쁠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더 나빠지며, 이는 현재의 부정적인 태도를 더 강하게 확인시킬 뿐이다"고 말했다. - 결혼 생활의 첫 10년을 회상할 때, 여성들은 변화 편향을 보였다. 그 들은 처음에 평가했던 내용을 실제보다 더 나빴던 것으로 기억했다. 여 성들이 결혼 초기에 느꼈던 것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한 10년간을 더 부정적으로 느꼈지만, 변화 편향으로 인해 현재의 감정이 비교적 개선 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결혼 생활을 20년간 유지한 시점에서 두 번째 10년간의 시기를 되돌아보았을 때 여성들은 일관성 편향을 보였 다. 10년 전 감정이 현재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잘못 기억한 것이다. 하 지만 실제로 이 여성들은 결혼 후 10년이 지났을 때보다 20년 후에 더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꼈다. - 이 두 편향은 여성들이 결혼 생활을 헤쳐나가도록 도와주었다. 결혼 후 10년 시점에서 기억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로 편향될수록, 여성들은 20년 시점에서 결혼 생활에 더 행복해했다. 결혼 후 20년 시점에서 결 혼 생활에 가장 만족했던 여성들은 기억의 편향이 가장 적었지만, 그렇 지 못했던 여성들은 기억의 편향이 가장 심했다. 이는 과거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행복하지 않은 현재를 계속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을 반영하 는 듯하다. '우리의 과거 모습'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현재 모습'에서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영향을 주기도 한다. - 일관성 편향과 변화 편향은 사회심리학자들이 모순되는 사고와 감 정 때문에 일어나는 '인지 부조화'라는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알코올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최신 건강 통계를 읽은 알코올 중독자는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신은 사교 목적으로 술을 약간 마실 뿐이 라고 스스로 설득하거나 그 통계를 폄하하려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결혼이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여성은 현재를 좀더 참을 만하게 만들어주는 일관성 편향이나 변화 편향으로 과거를 왜곡해서 인지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인지 부조화는 그것을 가져온 사건을 회상하지 못할 때에도 감소될 수 있다. 다음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화랑을 방문해 어느 화가가 그린 그림 두 작품에 푹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는 한 작품만 살 수 있는 정도의 돈밖에 없다. 당신은 두 작품 중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선택을 하지만, 새로 구입한 그림을 가 지고 화랑을 나서면서도 다른 그림을 두고 가는 것에 갈등을 느낀다. 다 음 날, 구입하지 못한 그림보다 구입해온 그림이 좀더 좋다는 것을 깨닫 고 나서 어렵게 내린 결정으로 생겼던 인지부조화는 사라진다. - 이혼은 자기중심적 편향을 두드러지게 한다. 최근에 이혼한 부부들 이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며 평가한 내용을 보면, 각자가 매우 상이하면서도 일관되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거를 묘사하는 것 으로 드러났다. 한 남편은 '아내가 원한 것은 은행에 넣을 돈뿐이었다' 고 이혼한 이유를 기억했지만, 아내는 '남편은 돈을 버는 일에 집착하 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남편은 자신이 '더 젊고 예쁜' 여성 을 만나게 되어 이혼했다고 기억했지만, 아내는 그 여성을 '예쁘기만 한 멍청한 여자'로 묘사하며 "사람들은 곧잘 '뇌가 순수하다'는 표현을 쓰더군요"라며 비웃었다. 또한 자기중심적 편향은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을 과장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다. 당신이 어려운 시험을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하다가 시험을 치르고 나중에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대학생들은 중요한 시험을 치르기 전에 자신이 얼 마나 불안했는지 기록하고 한 달 후에 시험 보기 전에 자신이 느꼈던 불안을 회상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학생들은 시험 전에 느꼈던 자 신의 불안을 과장했는데, 자신이 시험에 통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대 학생들에게서 기억의 편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로 경험한 것보다 더 큰 불안을 느꼈다고 기억함으로써 대학생들은 자신의 성취 감을 더 강화했고, 역경을 극복하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헌혈을 한 사람들도 비슷한 기억의 편향을 보 인다. 이들은 헌혈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을 과장해서 회상했다. 이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장애물을 극복해야 했던 자신의 담대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 고정관념은 우리가 사람과 사물을 범주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거 의 경험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을 세계를 단순하게 이해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새롭게 만 나는 사람들을 독특한 개인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경험에서 축적된 정형화된 일반화에 의 존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우리가 고정관념에 의존하면 삶 은 한결 쉬워질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 다. 스테이플스의 사례처럼 어떤 고정관념이 실제 현실과 어긋날 때, 편향은 부정확한 판단과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 고정관념 편향은 우리가 정신적으로 다른 문제에 몰두해 있어서 개 인의 고유한 특징을 고려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일어나기도 하 다. 고정관념 편향은 실험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형성 하면서 동시에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신 이 예술가를 처음 만났을 때, 중요한 미팅이나 곧 치를 시험을 생각하는 데 주의를 쏟는다면, 예술가는 창의적이고 개성이 강하다는 것만 기억 할 것이다. 예술가를 한 개인으로 평가하려는 인지적 노력을 더 많이 할 수록, 실제로 고정관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더 많이 회상할 수도 있 다. 당신이 예술가를 만났을 때 그가 매우 안정된 성격인 것처럼 보였 다면, 당신은 개성 있는 예술가라는 정형화된 모습과 왜 다른지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면 이 뚜렷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은 정교하게 부호화하고, 나중에 예술가의 안정된 태도를 명확하게 기억하게 된다. - 일관성 편향뿐만 아니라 가짜뉴스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진실 편향'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진짜일 수도 있고 가짜일 수 도 있는 모호한 표현을 보통 진실이라고 추정하는 적당한 편향을 보인 다. 그런데 표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믿 음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오류적 진실 효과'라고 하는데, 1970년대에 처음 확립되었으나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게시된 뉴스의 가짜 여부를 평가할 때 발휘된다. 최근의 연구에서 어떤 가짜뉴스를 한 번 본 적이 있을 때, 실험 참가 자가 평가하는 그 뉴스의 정확성이 높아졌다. 심지어 그 뉴스가 타당해 보이지 않고, 팩트 체크를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말 이다. "지구는 정사각형이다"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거짓이더라도 오류적 진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노란색 연필로 노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파란색 연필로 빨강, 검은색 연필로 초록이라는 단어를 쓴 다음에 각 단어를 쓴 연필의 색깔을 말해 보자. 노란색보다 파란색과 검은색을 말할 때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빨강과 초록이라고 말해야 하는 색깔과 모순되는 단어의 의미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스트롭 효과 Stroop Effect'라고 하는데, 이처럼 정서적인 정보는 자동적으로 빠르게 주의를 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슬픈'과 '기쁜' 같은 정서적인 단어에서도 일어 날 수 있다. '젖은'과 같은 중립적인 단어의 색깔을 말할 때보다 긍정적 이거나 부정적인 단어의 색깔을 말할 때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정서 적인 단어가 자동적으로 주의를 끌면서 색깔의 이름을 말할 때 방해를 받는 듯하다. 단어를 읽을 때 걸리는 그 짧은 시간에 정서적인 의미가 머릿속에서 평가되어 색깔의 이름을 부호화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심리학자들은 현재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과거 경험의 축적을 '자기 스키마self schema'라고 부른다.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자기 스키마에는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겪은 개별적인 경험을 바탕으 로 한 평가들이 들어 있다. '슬픈, 낙천적인, 성공적인, 무기력한' 같은 단어들이 자신의 특징을 묘사하는지 생각해보자. 이 같은 판단을 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 스키마에 도움을 받는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은 부정적인 단어보다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인정하지만, 우울한 사 람들은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인정한다. 우울증 은 매우 부정적인 자기 스키마와 관련이 있어 자기 자신을 무능하거나 잘못이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부정적인 자기 스키마는 부정적인 경험 을 부호화하고 이것을 유지시키기 때문에 쉽게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실패나 행복 같은 단어들이 자신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지 판단할 때 건강한 통제집단에 비해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 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기억했다. - 반추적인 성향은 우울증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놀런 혹스마는 한 달 동안 여성 참가자들과 남성 참가자들의 우 울증을 관찰했다. 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한 기분을 자주 반추 했으며, 남성은 일이나 취미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등 부정적인 기 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활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랫동안 반추를 지속해서 우울증의 원인이 되었다. 즉, 여성 은 자신이 우울한 이유를 스스로 질문해보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 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과거의 경험을 활성화시켰다. 이 같은 부정적인 기억은 우울증을 더 고통스럽고 오래 지속시켰다. - 우울증 환자들의 뇌 활동에 대한 연구들은 지속적인 과일반화 기억 에 있는 어떤 단서들을 제공한다. 여러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들이 편안 하게 쉬고 있거나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좌측 전두엽 영역이 상대적으 로 활동이 감소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좌측 전두엽에 생긴 뇌졸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자주 우울해했고, 우측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환자 들은 우울해하지 않는다. 어쩌면 좌측 전두엽이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 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신경영상 연구들은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비슷한 영역들이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고 세부 사항을 인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마샤 존슨Marcia Johnson과 그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기억을 인출할 때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활 동량은 과거 경험의 세부 사항을 회상할 때 크게 나타났다. 심한 우울 증 환자들이 좌측 전두엽의 주요 영역들을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 는다면, 이들은 과일반화 기억을 쉽게 회상하게 될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긍정적인 경험을 구체적으로 회상함으로써 부정적인 기억을 막는다. 이 긍정적인 경험에서 힘을 얻고 나면, 자신의 능력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우울해져서 긍정적 인 경험을 회상할 수 없다면, 과일반화 기억을 하게 되어 절망적인 기 분을 악화시킬 것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좌측 전두엽이 이 같은 악순환의 원인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기억의 지속성은 슬픔과 실망이라는 정서적인 자극에서 활발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기억의 지속성의 온전한 영향은 트라우마를 초래할 정도의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고통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인 것처럼 보여도, 잊으려고 하는 것은 불행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상황을 더 나 쁘게 만든다.” 웨그너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잔인한 영화를 보여주었다. 이때 영화와 관련된 생각을 억누르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영화와 관 련된 기억을 더 많이 경험했다. 사람들은 종종 끔찍한 경험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것은 기억을 없애기보다는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 로 보인다. 그것은 트라우마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고통을 약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극이나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감소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습관화'라고 부른다. 내가 일정한 간격으로 큰소리로 연주를 들려주면, 처음에 당신은 그 소리에 강 한 반응을 보이다가 점차 그 정도가 감소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트라우 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트라우마를 반복해서 경험하면 그것에 대한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억누르려 는 시도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인 습관화를 막는다. 그렇게 되면 억 압된 기억은 계속 유지되고, 결국 기억의 지속성은 증가된다. - 그 이유로 트라우마 생존자의 치료는 거의 예외 없이 충격적인 사건 을 다시 경험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은 심상적 노출 치료imaginal exposure therapy 인데, 환자들을 트라우마 와 관련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해서 그 사건의 생생한 이미지를 회 상하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미국 보스턴대학의 심리학자 테런 스킨Terrence Keane과 그의 동료들은 심상적 노출 치료가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의 불안과 침투기억을 감소시켰다고 말했으며, 다른 연구 자들은 성적 학대를 받은 생존자들에게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지지 상담supportive counseling처럼 트라우마 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종류의 치료와 심상적 노출 치료를 비교 했다. 킨의 연구팀과 심리학자 에드나 포아Edna Foa가 이끄는 연구팀은 심상적 노출 치료에서 침투기억 · 플래시백. PTSD와 관련된 증상이 가 장 크게 감소했다고 밝혀냈다. - 조지프 르두가 지적했듯이, 편도체는 입력되는 정보가 갖는 개인적 중요성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그는 편도체를 바퀴 의 축에 비유한다. 즉, 편도체는 주요 피질 하부인 시상에서 미가공 감각 정보를 받으며, 피질의 더 고등한 영역부터 좀더 광범위하게 가공 된 지각 정보를 받는다. 또한 해마에서는 어떤 사건의 일반적인 맥락에 대한 신호를 받는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의식한 편도체는 중요한 사건 이 발생했다는 것을 신호로 알리게 된다. 또한 편도체는 우리가 두려움이나 자극을 유발하는 사건을 만나면 호르몬 체계에 강력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분비되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위협 에 뇌와 몸이 반응하고,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강화된다. 아마도 해마 의 활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편도체가 손상되면 스트 레스 관련 호르몬은 어떤 기억도 강화하지 못한다. 따라서 편도체는 위 협적인 사건에 반응하게 하고, 그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는 호르 몬을 분비시켜 기억의 저장을 조절한다. - 또한 기억의 지속성의 화학적 · 호르몬적 근거를 이해하면, 그것을 약 물로 방지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수치를 상승시키는 요힘빈 등의 물질이 기억의 지 속성도 높인다면, 그것의 수치를 낮추는 물질이 기억의 지속성을 감소 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래리 캐힐과 제임스 맥거프가 스트레 스 관련 호르몬의 분비를 방지하는 베타 차단제beta blocker (교감신경의 베타 수용체를 차단해 심장 박동수를 줄이고 혈압을 낮추는 약물)인 프로프라 놀롤propranolol을 주입한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다. 이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두 그룹은 프로 프라놀롤이나 위약을 받은 후, 일상적인 사건을 담은 슬라이드를 보았 다. 다른 두 그룹도 프로프라놀롤이나 위약을 받은 후, 일상적인 사건 들 사이에 정서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사건이 담겨 있는 슬라이드를 보 았다. 프로프라놀롤을 받은 그룹들은 위약을 받은 그룹들과 마찬가지 로 일상적인 사건을 잘 기억했다. 하지만 위약을 받은 그룹들에서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향상되었지만, 프로프라놀롤을 받은 그룹들에서는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향상되지 않았다. 프로프라놀롤 이 사실상 정서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기억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속적으로 기억을 감소시키기 위해 트라우마 생존 자들에게 프로프라놀롤 같은 베타 차단제를 투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 성을 제시한다. 또한 구급차 대원들이 재해 지역에 들어가기 전에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면, 나중에 그들을 괴롭히게 될 침투기억을 예방할 수 도 있다. 이것은 침투기억이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 있 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의 지속성의 잠재적인 원인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긴급구조 대원들에게 베타 차단제를 미리 투여한 다면, 스트레스가 심한 일을 좀더 감당하기 쉽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 기억의 소멸과 막힘에는 기억에 관한 한 '적을수록 더 좋다'는 원칙 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기억의 정신없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신없 음은 나중에 자발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풍부한 시각적 · 개념적 · 음운 적 표상을 만드는 데 주의 깊은 정교한 부호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분 적으로 일어난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 최소한의 정교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사건은 추후에 기억될 가능성도 매우 적다. 그런데 모든 사 건이 정교하게 입력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러시아의 기억 술사 솔로몬 셰르솁스키Solomon Shereshevski의 유명한 사례처럼, 구체적인 내용들이 머릿속에 어수선하게 자리 잡아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수년 동안 셰르솁스키에 대해 연구한 러시아의 신경심리학자 알렉 산드르 루리아Alexander Luria의 설명에 따르면, 셰르솁스키는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중요한 일이나 사소한 일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기억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애초에 기억 체계 속으로 들어오 지 않았으면 좋았을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으로 넘쳐났기 때문에 기 능할 수 없었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광범위하게 부호화를 할 만큼 중 요한 사건들만 잘 기억하도록 한다. 그렇지 못한 사건들은 중요하지 않 은 사건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기억할 가능성도 없다. - 우리의 기억 체계는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정보로 머릿속을 어수 선하게 만들지 않는다. 물론, 열쇠나 지갑을 평소에 보관하던 곳이 아 닌 곳에 놓아두고, 나중에 그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수 없을 때 에는 정말 화가 난다. 그러나 그 물건을 제자리가 아닌 곳에 놓았을 때 사업 비용을 절약할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찾아냈다면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자동으로 일상적인 일을 수행할 때, 좀더 자유롭게 중 요한 일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그래서 가끔씩 겪는 정신없음은 이런 큰 이익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대가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수많은 일과 그 세부 사항을 기억한다면, 그로 인한 이익과 대가는 무엇일까? 기억은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그 환경에 맞게 회상하도록 적응해왔다고 가정해보자. 우 리는 모든 경험의 맥락과 세부 사항을 꼼꼼히 기억할 필요가 없다. 우 리의 기억 체계는 일상적으로 모든 세부 사항을 기본 옵션으로 기록하 는 것일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세부 사항이 나중에 필요할 것이라는 경고를 느낄 때에만 기록하는 것일까? 기억은 후자의 원리에 의해 작 동하며, 대부분 그것이 우리에게 이익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히 부호화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험의 출처를 기억해야 할 때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 오귀인은 어떤 경험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 건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은 기억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실험 참가 자들은 사탕, 설탕, 맛 등 의미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들을 들었을 뿐인 데, '달콤하다'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있다고 잘못된 주장을 했다. 이와 비슷한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외형만 비슷하고 똑같지 않은 자동차 와 주전자 사진을 보았을 뿐인데도 동일한 자동차와 주전자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에서 오귀인이 일어난 것은 참가자들이 일반적인 느낌이나 보고 들은 것을 요점만 기억해 그것에 반응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요점을 기억하는 능력은 기억의 또 다른 장점이다. 우 리는 세부 사항을 회상하지 못해도 그 경험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수행했던 연구들은 요점을 기억하기 때문에 발생하 는 오귀인이 건강한 기억 체계의 증거라는 것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해마와 측두엽 근처의 영역에 손상을 입은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사탕 이나 설탕처럼 의미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들을 학습한 후에 건강한 통 제집단에 비해 단어를 덜 기억했다.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 다. 하지만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원래의 단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았지 만, 의미적으로 관련된 '달콤하다'와 같은 단어를 오재인하는 것이 통 제집단보다 적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자동차나 주전자 사진 등을 학습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건강한 통제집단에 비해 사진은 덜 기억했지만,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비슷한 사진을 오재인하는 것도 적었다. - 편향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자기중 심적 편향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기억하게 하거 나. 직장이나 집에서 자신의 기여도를 과장하게 만든다. 일관성 편향과 변화 편향은 우리가 어떤 관계에 관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도록 도울 수 도 있고,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우리가 실제보다 더 현명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표면상으로 이 편향들은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하게 하 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어쨌든 건강 한 정신은 대체로 현실을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만, 정신 질환은 현실을 왜곡해 지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셸리 테일러가 자신의 연구에서 '긍정 적인 착각'을 주장한 것처럼, 자신을 과도하게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 이 정신건강을 해치기보다는 향상시키는 듯하다. 긍정적인 착각을 아 주 잘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산다. 하지만 우울증 환 자들은 긍정적인 착각이 결핍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과도하게 긍정적 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매우 낙천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우리를 고무시키지만, 과거를 더 정확하게 기억 하거나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우리를 낙담시킬 수 있다. 이 효과 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매우 왜곡된 낙관적인 편향은 문제를 초래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일러가 지적한 것처럼 긍정적인 착각은 대체로 심각하지 않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에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기억의 편향은 우리의 인지 체 계의 적응 요소로 간주할 수 있다. - 나는 소멸의 적응적 가치를 논할 때, 시간에 따른 망각이 우리 머릿 속에서 무의미한 정보를 없앨 때 발휘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러나 심리적 행복을 고무하는 망각의 역할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대학생들이 일상적인 경험을 일기로 적었던 연구에 서 최근에 알려진 결과를 가져와 짧게 언급했다. 이 연구 결과에서는 대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에 비해 더 빠르게 희미해 졌다. 대학생들은 부정적인 경험을 여전히 기억했지만, 그 정서적인 상 처는 긍정적인 경험과 관련된 것보다 더 빠르게 소멸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여러 집단과 환경에서 검증되었으며, 현재는 '정서적 퇴색 편 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편향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많은 상황에 존재한다. 어떻게 트라우마가 시간이 흘러도 부정적인 자극을 유지하거나 심각한 침투기억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지속성 과 관련된 증거가 있다. 정서적 퇴색 편향에 대해 새롭게 나온 증거를 보면, 소멸이 적응적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디스포리아dysphoria 라고 알려 진 약한 형태의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 정도가 낮은 사람들에 비 해 훨씬 약한 정서적 퇴색 편향을 보이며, 매우 높은 수준의 불안을 보 이는 사람들에게서도 정서적 퇴색 편향이 줄어들어 있는 것이 관찰된 다. 약한 정도의 정서적 퇴색 편향은 섭식 장애와 감정 표현 불능이라 고 알려진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최근 한 연구는 정서적 퇴색 편향과 그릿grit (성공과 성취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투지나 용기)이라고 알려진 심리적 특징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상대적으로 그림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보 다 강력한 정서적 퇴색 편향을 보였다. 이 연구는 강력한 정서적 퇴색 편 향이 그릿을 높여줄 수 있다고 암시한다. 부정적인 감정 자극은 역경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 정서적 퇴색 편향이 실수와 좌절을 기억할 때 부정적인 감정 자극을 덜 느끼게 해줌으로써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서적 퇴색 편향과 적응적 기능 간의 관계적 특징 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지만, 정서적 퇴색 편향이 부 여한 기억의 소멸이 심리적 행복의 징후라는 것이다. 정서적 퇴색 편향은 그것과 관련된 심리적 특징의 원인일 수도 있고 결과일 수도 있다.
- 처음에는 인간도 다루기 힘든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같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선배 엄마들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을 구하는 방법을 비롯해 아기를 키우는 핵심 기술을 가 르쳐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청소년기(인간의 독특한 생애 단 계)에 들어서면 같은 무리의 구성원들이 사냥이나 불 피우기 등 최신 기술을 전수해주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세세하게 알려주 었을 것이다. 협력은 곧 미로처럼 뒤얽힌 정치적 관계다. 다른 대 부분의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아이 아빠는 이러한 관계의 어디 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50만 년쯤 전에 인간의 뇌가 더 커 지고 갓 태어난 아기의 의존성이 더욱 높아진 데다 발달 기간이 더 길어지자 아이의 엄마와 이모, 언니들의 도움만으로는 더 이상 감 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은 아이 아버지가 힘을 보태 도록 진화했고, 우리는 진화적 종말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버지의 등장으로 인간의 협력에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 다. 양육을 위한 다른 여성들과의 협력은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끼 리의 호의로 이루어졌지만 다른 성별과 힘을 모으는 건 완전히 다 른 일이었다. 아버지는 이타심에서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 키우는 일을 도와줌으로써 아이 엄마가 자신과 성적인 관계 를 맺는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장차 태어날 자식은 투자할 만한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다. 양육을 돕는 대신 성관계를 원하는 이교 환방식은 여성들끼리 호의로 양육을 함께하던 것보다 인지적으로 훨씬 복잡한 일이다.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가 아예 달라진 것이다. 이 거래에서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복잡한 계산을 해 야만 한다. 아버지가 양육에 동참한 건 반가운 변화였지만, 그때부터 인간은 다른 성별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과 지능을 투자해야만 했다. 그리고 인간의 협력 네트워크는 갈수록 더 복잡해졌다. 인간이 협력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협력이 주는 가장 중요한 이점이 없 었다면 인간이라는 생물종이 계속 유지되는 건 고사하고 단 며칠 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점은 바로 생계다. 생계를 유지 하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을 떠올려보면, 사냥 기술이나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장소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부터 힘을 합쳐 몸을 피할 곳을 마련하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것, 새로운 화살촉이나 사냥에 쓸 창을 만들 줄 아는 전문가와 물 물교환을 하는 일이 모두 해당된다. 현대 사회는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장을 보면 문 앞까지 배달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 만나는 사 람은 한 명도 없지만 우리가 주문한 그 모든 상품을 재배하고, 수 확하고, 운반하고, 포장하고, 한데 담아서 배달하기까지 얼마나 많 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 생각해보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 는 그 모든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다. 생존하려면 누구나 반드시 협 력해야 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아이를 키우고, 먹고사는 것 모두 마찬가지다. 생존에 꼭 필요한 기본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하려면 방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공동 작용으로 우리는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자신감과 동기를 얻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첫 단계를 시작한다.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은 출산과 모유 수유를 비롯한 여러 생리학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사 회적 행동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관계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도 담 당하게 되었다. 옥시토신은 우리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뇌에서 무의식적인 기능을 담당 하는 영역의 중심에는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긴 아주 작은 편도체라는 곳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두려움이 생겨나는데 옥시토신은 이 편도체의 활성을 없애서 입을 닫게 만든다. 옥시토신이 작용 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다가가서 말을 걸어봤자 분 명히 거절당할 거고 그럼 어떻게 되나 은근히 주시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것이라고 투덜대는 목소리는 잠잠해진 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한번 말을 걸어보자는 자신감이 생기고, 신 기할 정도로 평온하고 자신만만하게 상대를 향해 다가가게 된다. - 하지만 옥시토신만 작용한다면 감정이 지나치게 가라앉아서 바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거나 울어대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해결해주려는 의욕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생물종의 지 속성 측면에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옥시토신과 함께 분 비되는 도파민이 중요하다.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마다 도파민도 함께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보상감을 주는 화학물질로 우리가 즐겁다고 느끼는 일을 할 때 분비된다. 내 경우에는 바노피파 이를 먹을 때나 진토닉을 마실 때, 개를 꼭 끌어안을 때, 또는 이 모 든 것을 한꺼번에 할 때 그런 기분을 느낀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이 뜰 때, 자부심이 충만해질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되어 보상감과 함께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도파민이 활기를 주는 호르몬이기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도파민은 인체의 운동 회로에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사교적인 노력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는 화학적인 보상 물질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면 힘든 노력이 필요한데도 계속 애를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도 파민과 옥시토신의 합동 작용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는 의욕을 불어넣고 그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근거로 뒷받침되는 사실이다. - 남성이 짝짓기 상대를 결정할 때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비율을 중시한다는 사실은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입증됐 다. 미국 텍사스 A&M국제대학교의 레이 가르자Ray Garza, 로베르 토 에레디아 Roberto Heredia, 안나 치에슬리카Anna Cieslicka는 2015년에 시선 추적 실험을 한 결과 남성은 모르는 여성을 처음 봤을 때 몸 을 먼저 본 다음에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여 성이 모르는 다른 여성을 볼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입 장에서는 짝짓기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 여성의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뇌의 알고리즘이 처리하는 최초 정보 중 하나가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비율임을 추정할 수 있 는 결과다. 남성의 경우 어깨 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 그리고 키가 중시 된다. 어깨 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은 1.4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여 겨지지만 올림픽 선수나 틈만 나면 체육관에 갈 만큼 운동에 빠 져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런 비율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이러 한 비율은 운동성과 관련이 있고, 이는 남성의 우세함, 보호 능력 과 연결된다. 키는 지나치게 크지 않은 수준에서 큰 키가 매력적으 로 여겨진다. 키가 큰 남성은 여러 면에서 우세하고 성공 확률도 더 높다고 인식되는데, 이러한 인식은 사실인 경우가 많다. 키가 큰 남성이 일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 서 밝혀진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조건을 갖춘 남성과 관계 를 맺으면 자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 남성과 여성이 잠재적인 짝짓기 상대의 가치를 평가할 때 공통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얼굴, 더 정확히는 얼굴의 비대칭성이다. 대칭성과 건강한 유전자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 문이다. 왜 그럴까? 다른 여러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은 팔 다리와 발, 손, 눈, 귀가 좌우 대칭 구조다. 유전자는 몸의 형태 발 달에 제한 없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유전자는 인체를 완 벽한 대칭으로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발달 과정에서 환경 적인 요인이 유전자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원래 정해진 대로 정 확히 기능하지 못하게 되므로 완벽히 대칭인 몸은 존재하지 않는 다. 하지만 얼굴의 비대칭성이 낮으면, 즉 대칭에 가까울수록 유전자가 환경의 영향에 맞설 만큼 강력히 작용하고 대칭성을 유지하 기 위한 싸움에서 꽤 우세했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이 오랜 헌신이 나 상대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 및 보호와 무관한 단기적인 관계를 맺을 상대를 선택할 때 이러한 비대칭성의 정도는 매우 중요한 요 소로 작용한다. 대칭성을 좌우하는 유전자만 고려 대상이 되는 것 이다. 그래서 여성이 오랫동안 만날 짝을 선택할 때보다 짧게 만날 사람을 선택할 때 '훌륭한 외모'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 여성은 실제로 유전학적 양립성을 냄새로 판단할 수 있다. 유전학 적 양립성은 생존 가능한 자손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 체 면역 반응의 토대가 되는 인간 백혈구 항원(HLA)은 여러 개의 유전자로 만들어지는데, 여성은 잠재적 짝짓기 상대가 가진 HLA 유전자와 자신이 가진 HLA 유전자의 양립성을 냄새로 파악할 수 있다. HLA 유전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자녀가 병을 이겨내는 면역 반응을 최대한 다양하고 유연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을 관장하는 HLA 유전자가 체취와도 관련이 있는 유전학적인 우연 덕분에, 여성은 남성이 어떤 종류의 HLA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 오랫동안 심리 학계와 TV 과학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진 티셔츠 실 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초기 단계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뇌에서 변연계라 불리는 영역이 담당한다. 뇌 중심에 자리 한 변연계는 우리의 감정이 생겨나는 곳이다. 초기 단계에는 변연 계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 수용체가 밀집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중격의지핵(측좌핵)도 그중 하나로, 옥시토신 수용체와 도파민 수 용체가 빼곡하게 자리한 둥근 모양의 이 영역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구가 켜지듯 활성화되면 우리는 상대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구와 자신감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더 강렬한 끌림을 느끼면 이 신호는 사라지고 활성화되는 영역이 변연계의 다른 부분으로 서서 히 바뀌기 시작한다. 바로 미상핵머리로 불리는 부분이다. 이 변화 는 대부분 무의식적이고 보상과 새로움에서 비롯되던 끌림 혹은 욕망이 이 단계부터는 더욱 깊어지고 의식이 더 많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랑의 여정이 시작되는 단계인 셈이 다. 미상핵머리는 뇌 바깥쪽에 여러 겹으로 형성된 신피질과 수많 은 경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신피질에 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뇌의 무의식과 의식이 연결되면 인간의 사랑의 핵심 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즉 사랑을 의식적인 수준과 무의식적인 수 준에서 동시에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상대를 향한 열정이나 성적 욕구, 새로 태어난 연약한 아기를 보며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 는 동시에 우정, 신뢰, 공감, 협력을 경험한다. 인간의 사랑을 누구 보다 많이 연구한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Ruth Feldman 은 무의식적이던 사랑이 의식적인 사랑으로 변화하면 공통 목표와 서로 공유하는 환경, 상호성이 관계의 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 연구진은 결과를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참가 자들에게 연인과 성별이 같고 친구로 지낸 기간이 연애 기간과 비 슷한 다른 친구들의 사진도 함께 보여주었다. 분석 결과 남성과 여 성 모두 친구 사진을 볼 때와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뇌 활성에 뚜렷 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인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이 신경학적 지 문에 성별의 차이는 없었다. 연애 감정을 느낄 때는 무의식과 관련 된 변연계 영역인 미상핵머리와 조가비핵이 활성화되고 전전두엽 피질에서 신뢰, 공감 등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영역도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활성화만큼 주목해야 할 변화는 친구 사진을 볼 때와 달리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비활성' 되는 뇌 영역도 있다는 점이다. 활성이 사라진 영역은 두려움과 위 기 탐지 기능을 담당하는 편도체, 그리고 1장에서 설명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능력인 정신화 기능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피질이었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 가 아니라 사실임이 밝혀진 충격적인 결과였다. 실제로 우리는 사 랑에 빠지면 그 관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 하지 못하며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져 정서적·물리적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니 상대를 잘못 골랐을 때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사랑의 진화 과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엄마의 뇌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능한 부분이 가장 크게 활성화되고 아빠의 뇌에서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신피질이 더 활성화된 이 결과를 보고 모 성애와 부성애가 처음 발생한 진화적 시점이 다르다는 의미로 해 석할 수도 있다. 모성애는 최초의 파충류에서도 나타날 만큼 역사 가 깊지만 인간의 부성애는 길게 잡아야 겨우 50만 년 전에 시작됐 다. 이 시기부터 아버지의 역할 중 일부가 뇌의 새로운 영역에 자 리를 잡고 고정된 기능이 되었다는 의미다. 또한 부모의 뇌는 엄마 와 아빠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아이에게 느끼는 사랑이 아이의 각기 다른 측면에 중점을 두는 동기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아이 의 발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다. - 원래 원숭이에서 베타엔도르핀의 기능에 관한 연구는 수컷의 성적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실시됐다. 영장류 동물 학자인 폴 멜러 Paul Meller의 연구진은 엔도르핀 작용제인 모르핀과 엔도르핀 길항제인 날록손을 활용해서 수컷의 교미 행동에 엔도르 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작용제는 특정 신경 화학물질의 작용을 모방하는 화학물질이고, 길항제는 특정 신경화 학물질의 영향을 차단하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길항' 작용이란 엔도르핀이 일으키는 큰 쾌감이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가 크게 엇갈리게 나오는 바람에 연구진은 수컷의 성적 행동에 엔도르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길항제를 투여해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도 뇌에 아무런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 원숭이들이 다른 원숭이의 털을 손 질하거나 같은 무리의 다른 동물들로부터 털 손질을 받는 것에 굉 장히 집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모르핀이 투여된 원숭 이는 털 손질을 받는 것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에 취한 것처럼 한껏 들뜬 기분을 느끼기 위해 털 손질을 받으려 고 안달하던 원숭이도 모르핀이 투여되면 그러한 욕구가 충족되어 털 손질을 해줄 원숭이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멜러는 수컷 원숭이 의 성적 행동에 관해 알고 싶었던 결과를 얻지 못해 다소 실망했을 지 모르지만, 이 연구로 원숭이가 털 손질을 좋아하는 이유가 밝혀 졌다. 털 손질을 받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1000명이 넘는 사람 들에게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 침을 좀 뱉어달라'고 부탁하고 다양한 설문지와 활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예를 들어 공감 능력 을 파악하기 위한 '눈을 보고 마음 읽기 검사'와 자신이 공동체에 얼마나 깊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타 인과 나의 심리적 거리 측정 척도' 등을 활용했다. 이 연구에서 우 리는 애착의 종류, 공감 능력을 비롯해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나 타나는 사회적 성향이 베타엔도르핀 관련 유전자와 연관성이 있 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옥시토신 그리고 베타엔 도르핀과 관련된 유전자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친구가 얼 마나 많은지 지역 사회에 얼마나 참여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네트 워크에는 도파민 관련 유전자가 두드러지게 큰 영향을 주는 것으 로 나타났다. 활력을 불어넣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우리가 문 밖으로 나가서 세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은 열정을 일으키는 것 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베타엔도르핀이 장기적 관계에 토대가 된다는 것, 특히 종류와 상관없이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애착과 공감에 영향을 준다 는 점이다. 이처럼 침을 모으는 다소 덜 침습적이고(대신 좀 역겹고) 굉장 히 저렴한 방법으로 여러 건의 연구를 진행한 끝에 우리는 웃을 때 나 다른 사람과 신체를 접촉할 때, 춤을 출 때, 노래할 때, 운동할 때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이 모든 활 동을 동시에 실시하면 엔도르핀이 전체적으로 대폭 증가한다는 사 실도 확인했다. 분비량과 영향은 일곱 배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결 과는 모두 베타엔도르핀이 처음 생겨나고 진화한 이유인 통증 완 화와 관련이 있다. - 마이클 리보비츠는 임상학적 관찰을 토대로 《사랑의 화학》이라는 책을 썼지만, 이제는 사랑이 헤로인 등의 아편제만큼 중독성 이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강력 한 증거로 뒷받침된다. 헤로인에 빠진 삶은 엉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만 사랑과 함께하는 삶에서는 행복과 만족감,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삶의 뼈대가 되는 친구, 연인, 가 족과 애착을 형성하고 그것이 우리가 세상으로 나아가 평생 만족 감을 느끼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될 때 사랑의 힘은 비로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다. - 개인이 경험하는 애착의 특성은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바로 회피와 불안이다. 관계를 회피하는 정도와 관계에서 느끼 는 불안감, 특히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의 정도에 따라 애착의 특성이 달라지고, 그 특성은 행동과 신념으로 나타난다. 연인 간에 형성되는 애착은 네 가지로 나뉜다. 안정형 애착과 집착적 애착, 두려움 회피 애착, 거부 회피 애착, 안정형 애착을 형성하는 사람 은 회피도와 불안정성이 모두 낮고 물리적, 정서적으로 친밀해지 는 것을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그러한 관계에서 힘을 얻는다. 반면 집착적 애착은 불안감이 높고 회피도는 낮다. 이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걱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연인이 자신을 떠나면 어쩌나 크게 염려한다. 그리고 이 불안감을 해소 하기 위해 연인과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흔히 '매달린다'라고 표현하는 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안감과 회피도 가 모두 높은 사람은 두려움 회피 애착관계의 특성을 보인다. 버려 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점은 집착이 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공통점이지만, 이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예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으려 하거나 관계를 맺더라도 너무 가까워지지 않 으려고 한다. 거부 회피 애착은 불안감이 낮고 회피도가 높은 사람 들에게서 나타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섬과 비슷하다고 자주 설명하곤 한다. 대체로 연애에 관심이 없고 연인 관계를 시작하거나 유지해야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이 같은 거부 회피 애착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종류까지 꼭 알아야 할까?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연구 참가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와 행동을 파악하는 기 본적인 틀이 되고, 참가자의 생각과 행동이 유전학적으로, 발달적 으로, 또는 다른 어떤 기반에서 나온 것인지 실증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 는 경우도 있으므로 원인을 알면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애착의 유형을 알아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대 인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러한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어떤 종류의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지 알면, 사랑을 할 때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 알 수 있고 왜 지 금까지 항상 관계가 나쁘게만 끝났는지 원인을 찾아서 바꿔보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 -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은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이 처음 만들어낸 용어다. 서로 친밀한 유대와 애착이 형성된 사람 들은 행동에서 동시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토대다. 아마 대부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때 오가는 행동이나 연인끼리 몸짓이나 목소리 높낮이, 언어적인 특징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인체 내부를 들 여다보면, 이러한 동시성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생 리학적 수준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인끼리, 또는 부모와 자식이 상호작용할 때는 혈압과 체온, 심장 박동이 같아진다. 동시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뇌다. 연인의 경우, 측두두정 영역에 뇌에서 발생하는 '파장' 중 가장 빠른 뇌파이자 뇌 여러 영역의 정보를 통합하는 감마파의 동시성이 나타난다. 측두 두정 영역은 정신화와 사회적인 이해, 사회적 응시, 즉 눈을 맞추 고 시선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연인이 아닌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때는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선 이 마주치는 것은 다른 비언어적인 동시성과 함께 신경학적 동시 성의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 대화는 영향을 주지 않 는다. 이러한 특징은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이 고대부터 진화했다는 것, 그리고 이 기능이 유대감이 가장 강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 는데 평생 활용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기능 덕분에 우리는 세 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즉 말을 할 줄 모르는 유아기부터 가장 깊 은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 그럼 유전자의 영향은 어떤 식으로 발생할까? OXTR과 같은 뇌의 수용체 유전자의 경우, 영향이 발생하는 방식을 몇 가지로 나 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뇌 특정 영역에 있는 수용체의 개수, 즉 밀 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용체가 많을수록 그 수용체를 통해 발생 하는 신경화학적인 영향이 더 강해진다. 다른 방식은 수용체의 위 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령 끌리는 마음이 시작되는 뇌 영역인 변 연계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많으면 더 개방적으로 상대에게 다가 갈 수 있다. 수용체 유전자는 그 수용체와 결합하는 신경화학물질 (OXTR의 경우 옥시토신)과의 친화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용체 와 신경화학물질은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된다. 신경학적 반응 경 로를 따라 특정한 메시지가 전달되려면 자물쇠, 즉 수용체와 결합하는 신경화학물질이 열쇠처럼 수용체와 꼭 맞게 결합해야 한다. 수용체와 신경화학물질의 결합 강도는 헐거운 수준부터 아주 강한 수준까지 다양하고, 결합력이 강할수록 메시지는 더 원활하고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며 그만큼 신경화학물질의 영향이 더 신속하게 발휘되고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 수용체가 암호화된 유전자는 수용체와 신경화학물질이 잘 맞는 정도 또는 친화력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준다. OXTR과 옥시토신도 마찬가지로, 이 친화력이 강해 서 자물쇠가 쉽게 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열쇠를 끼워서 이리저 리 움직여야 겨우 열리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수용체 농도뿐만 아니라 신경화학물질의 기본 농도 역시 유전 자의 영향을 받는다. 사랑과 관련된 신경화학물질의 농도는 사람 마다 제각기 다르며, 이 때문에 사랑의 경험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 타난다. 예를 들어 옥시토신의 기본 농도가 낮은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선뜻 시작할 가능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는 신경화학물질이 체내에서 전달되는 효 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신경화학물질이 필요한 곳에서 전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옥시토신의 경우 만들어지는 곳은 뇌 시 상하부의 변연계이지만 분비되는 곳은 시상하부의 뇌하수체다. 유 전자는 옥시토신을 뇌의 특정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달하는 기능에 영향을 준다. 옥시토신이 원활히 전달되지 않으면 자신감 이 커지는 효과도 지연될 수 있다. - 후생학(후생유전학)은 유전암호인 DNA의 변화가 아닌 유전자 가 발현되는 방식의 변화에 관한 학문이다. DNA가 하드웨어라면 후생적 영향은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유전자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DNA가 세포에서 핵 내부 공간에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압축하는 염색질이나 DNA 주변을 감싼 단백질인 히스톤, 특정 유전자의 '온오프'(활성 또는 비활 성) 여부와 같은 요소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 프트웨어가 바뀌는 것이다.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후생적 변화가 사랑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 중 하나라는 것은 점차 명확한 사실로 입증되고 있으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포함한 DNA와 유전자의 궁극적인 기능은 모든 생명체의 기반이 되 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그 암호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하 는 것이다. DNA에 메틸기(CH3)가 추가되는 DNA 메틸화 과정이 일어나면 유전자의 기능이나 발현에 변화가 생긴다. 사람마다 메 틸화는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개개인의 메틸화 정도는 후생적 변 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에 엘린 크라이옌반거 Eline Kraaijenvanger의 주도로 심리학자, 정신의학자들이 한 팀이 되어 옥 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메틸화가 심리, 신경,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총 30편의 관련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메틸화는 사회적 기능에 분명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사회적 기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부분의 메틸화는 사회적 기능, 사회적 행동 장 애, 정신 건강에 발생하는 악영향 등 행동과 경험, 친밀한 관계를 포함한 수많은 결과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 면, 뇌 스캔 결과 CpG (시토신구아닌) 934 부위로 명명된 이 부분에 메틸화 수준이 높은 사람은 전전두피질의 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메틸화 수준이 그보다 낮은 사람보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나이가 들면 관계를 맺는 일이 더욱 수월해지고 혼란스러웠던 어린 날의 일들은 다 지나간 일이 된다. 그러므로 DNA 메틸화의 영향도 나이가 들면 약화되어 좀 더 안정 적인 애착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사랑의 정의도 문화적 제약이 존재한다. 잘 알려진 대로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일곱 가 지성적인 사랑인 '에로스', 친구와의 우정과 같은 정신적 사랑인 '필라', 구 속하지 않고 즐거움을 위한 유희적 사랑인 '루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인 '스토르케', 자기애를 의미하는 '필라우티아', 의무가 담긴 실용적 사랑인 '프라그마', 신과 자연 또는 인류 전체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을 뜻하는 '아가 페' - 옮긴이)로 나누었고, 아랍어에서는 사랑을 이시크ishq (두 사람 사 이의 사랑), 하얌hayam (땅을 향한 경이로운 사랑), 티흐tech(자기애), 왈라 흐wlaah (슬픔이 담긴 사랑)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반면 영어에서는 어 찌 보면 좀 우습게도 러브love라는 단어 하나가 이 모든 감정과 경 험, 관계를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성은 생식력, 남성은 자 원이 상대에게 매력을 끄는 요소가 되게끔 진화해왔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상대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지 물어보면 문화적 다양성이 나타난다. - 질투는 번식을 위해 맺는 관계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때 나타나도록 진화한 반응이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무사히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와 보유한 자원은 성별에 따라 다르므로 질투 반응을 촉발하는 요소도 달라 진다. 남성의 번식 성공에 가장 큰 위협은 여태 투자한 아이가 자 기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다. 그래서 성적 부정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며, 그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질투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 의 성공적인 번식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이의 생존에 반드 시 필요한 자원을 잃는 것이고, 정서적 부정이 발생하면 연인이 제 공하는 식량과 보호막을 완전히 잃거나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할 위 험이 생기므로 가장 강력한 질투 반응이 나타난다. - 진화심리학자인 마르크 반 부그트Mark van Vugt는 정치계와 경제계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들의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 는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그와 같은 리더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 므로 사람들이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할 때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거머쥐는 권력은 증대된 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사실을 잠재적 추 종자들에게 알리는 속성 혹은 지표를 갖고 있다. 마르크 반 부그트 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2장에서 소개한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알고리즘과 다소 유사한 '리더십 지표'가 발달해서 누가 매력적인 리더 후보인지 신속히 가려낼 수 있다. 카리스마와 연관 성이 있는 신체적 특징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키와 힘, 매력적인 얼굴(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유창한 언변과 몸동작이다. 이와 함께 크고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기능 적인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고, 이미 확립되어 있는 이 '가족'의 일 원이 되고 싶은 새로운 구성원도 환영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리더가 권력을 얻는 배경도 중요하다. 갈등의 징후는 평화로운 시 기에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집단이 적과 구분되는 특별한 정체성을 갖도록 유도해야 할 때 필요한 리더의 개성과 집단 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야 할 때 필요한 리더의 개성에는 차이가 있다. 투박하고 우락부락한 체구 에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강력한 적 이라는 인상을 풍기며 귀중한 존재가 된 반면, 버락 오바마가 '네,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슬로건으로 대선 운동을 벌이 며 국민의 공동 행동을 촉구한 것, 케네디가 1961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 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협 력과 자기희생을 요청한 것은 평화로운 시기에 사회 변화를 일으 키는 동력이 되었다. 오바마와 존 F. 케네디의 경우 젊음과 활력이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데 공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따르는 사 람들과의 유대를 공고하게 다지는 일련의 행동을 활용한다. 리더 자신의 행동과 추종자들의 행동이 모두 그러한 행동에 포함된다. 즉 리더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표정과 보디랭귀지, 목소 리의 높낮이와 말하는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고, 과장된 행동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모든 감각을 깨워서 사람들이 시급성과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은 자신의 추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일반 대중' 전체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 연 설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리더가 전달하는 메시 지는 듣는 사람들이 있을 때 매력적이고 강력해진다. 서로가 공감 하는 가치에 호소할 때, 리더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가치에 공감하고 있으며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가 진 일원임을 재차 강조한다는 점도 그러한 영향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는 단숨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리더는 군중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주어야 한다.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 의 상호성과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 군사, 종교 집회 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동시성이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동시적이고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행 동을 활용하여 추종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리더에 대한 추 종자들의 사랑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를 청중과 한목소리로 반복해서 외친 것, 군대에서 발을 맞춰 행진하는 것, 종교계 리더가 사람들과 성가를 외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장에서 설명한 대로 이러한 행동은 혼자 해도 장기적인 사랑과 관련된 신경화학 물질인 베타엔도르핀이 발생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동시에' 실행하면 엔도르핀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희열이 크게 증가하고 순식간에 그 느낌에 중독된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되는 행동을 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그러한 행동뿐만 아니라 그런 즐거운 감각을 맨 처음 선사한 자신에게 중독되도록 만든다. - 김정은, 트럼프, 렌츠가 공통적으로 행진과 노래, 운동, 손으로 상대를 터치하는 행동을 통해 추종자와의 유대를 강 화하고 보상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화학물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 게 하는 효과를 낸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동시적으로 이루 어지는 이러한 집단행동을 할 때 뇌에서는 베타엔도르핀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 결과 강하고 중독적인 유대가 형성된다. 힐송 교회의 주일 예배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꽝꽝 울려대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환호 속에서 수백 명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광적인 숭배의 현장은 엔도르핀이 대량 방출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희열과 사랑의 감정, 무엇보다 리더를 향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 감정은 신경 회로(이 기능에만 전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있다)와 반응체계, 그리고 인지 기능과 행위를 일으키고 체계화하는 감정 상 태/과정으로 구성된다. 감정은 경험하는 당사자에게 정보를 제공 한다. 그 정보에는 인지 기능으로 이루어지는 선행 평가와 감정 상태, 표정, 사회적 소통 관련 신호를 해석하는 것과 같은 지속적 인 인식의 결과가 포함될 수 있다. 감정은 접근 행동이나 회피 행 동, 실행 통제/반응의 조절, 선천적인 사교성이나 관계성의 동기 가 될 수 있다. (캐럴 아이저드(Izard 2010: 363~370)) 와우. 대단한 글 아닌가. '감정'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실제로 감정은 끝나지 않는 논쟁의 주제이자 논문 주제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토끼 굴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소리인가? 예전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감정 이라고 설명했고(다른 누구보다도 다윈 역시 그렇게 설명했으므로 좀 덜 부끄럽다), 사랑을 지금까지 이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석하지 않 으려고 애쓰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랑은 감정이라고 설명하 는 것이 한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간편한 방 법인 것 같다. 그러나 감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사랑이 인간의 주요 감정(혐오, 공포, 행복 등이 포함된다)은 분명 아니라는 데 동의하 며 향수, 질투 같은 부차적인 감정도 아니라고 본다. 사랑은 복합 적이고 평생 동안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굶 주림, 갈증, 피로와 더 비슷하다. 즉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찾게 하는 동기 또는 의욕이다. - 사랑을 경험할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 활성과 도파민의 작용으로 의욕이 생길 때 활성화되는 뇌 회로가 서로 밀접하게 겹친다는 사실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욕구라는 주장에 더욱 힘 을 실어준다. 도파민과 동기 부여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이름부터 이 연구에 더없이 적합한 신경과학자 티퍼니 러브Tiffany Love 박사의 2014년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도파민의 작용으 로 활성화되어 의욕을 일으키는 뇌 회로가 복측피개영역(VTA)과 중격의지핵, 해마, 편도체, 복측창백핵, 전전두피질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사랑을 할 때 활성화 되는 신경회로와 대체로 비슷한 영역이다. 특히 중격의지핵은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가 높은 곳으로, 관계가 처음 형성될 때 집중적 으로 활성화된다. 이 중격의지핵은 전전두피질에서 나온 목표 또 는 표적에 관한 정보와 해마에서 나온 환경의 특징에 관한 정보, 편도체에서 나오는 특정 상황의 정서적 중요도에 관한 정보를 통 합해서 복측창백핵, 그리고 운동을 통제하는 중뇌와의 연결을 통 해 신체 행위에 해당하는 운동을 촉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 러므로 사랑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특징은 곧 의욕이 생 길 때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스페인의 심리학자 엔리케 부루나트Enrique Burunat는 '사랑은 (허기, 갈증, 잠, 섹스와 같은) 생리적 욕구'(2019)라는 제목의 혁신적인 논문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을 잘못 분류해왔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공포, 분노, 혐오와 함께 '감정'이라는 라벨이 붙은 상자에 담겨 있었지만 실제로는 생존을 위한 욕구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루나트는 중독의 특징은 특정한 대상이나 활동에 강한 의욕을 느끼고 그 욕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 다는 점인데, 중독과 사랑이 밀접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사랑이 욕구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랑이 욕망, 공포, 분노, 행복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아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랑이 감정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고 보았다. 사랑의 수 명도 감정으로 분류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한 다. 감정은 경험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고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발 생하며, 일종의 대처 수단으로 진화했다. 즉 공포는 우리를 달아나 게 만들고, 역겨움은 곰팡이 핀 음식을 피하게 만든다. 사랑은 항상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애착이 확고하게 형성된 오랜 커플에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느냐'라고 물으면, 그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감정은 행동과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차 감정에 해당하는 욕정을 느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반응이 나타나고, 이러한 변화는 섹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 과정은 전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반면 사랑은 감정과 더불어 행동, 생리학 적 과정, 뇌의 의식 영역이 동원되는 사고 과정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동기란 무엇일까? 부루나트는 생존에 필요한 욕구 를 모두 충족시키고 몸과 뇌가 기능을 원만하게 발휘하게 하려는 메커니즘이 동기라고 주장한다. 먹을 것 또는 마실 물을 찾으려는 동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허기나 갈증을 항상 느끼지는 않지만 음식이나 물을 찾는 메커니즘은 평생 동안 지속된다. 즉 음식과 물 의 인체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배고프다, 목이 마르다고 '느끼고' 필 요한 것을 충족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 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포가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 에너지가 부족하면 허기를 느끼고 이는 음식을 찾는 동기가 되 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은 평생 일정하게 존재하지만 없을 때 비로소 갈망하게 되고, 이 감정은 사랑을 찾아나서는 동기가 된 다. 갈증이나 허기, 피로, 상사병은 이와 달리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아동기에 음식과 물, 잠이 부족하면 발달 과정에 부정적 영
- 리프레이밍은 원래 가족치료에서 비롯되었다. 사건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다. 별 볼 일 없는 그림이라도 액자의 테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 도 작품의 가치가 달라 보이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낡은 테두리 를 버리면, 전혀 새로운 일상이 열린다. '틀 바꾸기'는 우리가 일 상에서 부딪치는 사건과 상황을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리프레이밍은 사실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가 앞 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 준다. 이것이 곧 '내 힘으로 사는 인생'과 '다른 힘에 끌려 다니 는 인생'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보여줬다. 차이가 있다면, 한 그룹에는 영화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었고, 다른 그룹은 그저 영화만 보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광고가 들어간 영화를 본 그룹이 훨씬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광고 자체가 방해가 된다고 여겼음에도 말이다. 이런 원리는 모든 아름다운 순간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기쁨은 매번 새롭게 시작할 때, 끊어주고 다시 시작할 때 더욱 커졌다. 이렇게 본다면 한 해의 휴가를 한번에 통째로 쓰는 것 은 어리석은 짓이다. 휴가 초기에는 좋겠지만 습관화의 힘이 시 간이 갈수록 지루해지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될 수 있는 한 휴가 첫날을 많이 만드는 게 현명하다. 연차를 짧은 단위로 나누어 즐기는 전략을 써서 말이다. 부담스러운 일에는 정반대의 원리가 적용된다. 오히려 새롭 게 시작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일을 끊어주면 습관화가 제대 로 이뤄지지 않아 다시 그 일을 하려고 할 때 더 큰 고통이 따른 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운 일을 할 때에는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습관화 활용 전략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부담감이 덜어진다. 그러니 즐겁고 신나는 일은 짧게 끊어서 하 고, 지겨운 일일수록 단번에 끝내라! 당신의 인생이 한결 편안 해질 것이다. - 아이를 보고 구덩이에 뛰어든다는 것은 동정 때문이다. 우리가 동정을 하는 이유는 고통을 받는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 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정하는 사람은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감과 동정을 구별해야 한다. 공감은 시련 에 빠진 사람의 아픔을 감지하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겪고 있 는지 구체적인 느낌을 가지고 그 고통을 깊이 이해한 후에 다시 자신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 공감을 하려면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고, 그의 마음을 잠시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아의 경계가 약한 사 람들은 공감해야 할 순간에 상대방과 자신을 하나로 합쳐버린 다. 그렇다 보니 남의 고통에 사로잡혀 자신도 구덩이에 뛰어들 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탓에 다른 사람의 시련이나 아 픔과 만나는 것을 꺼린다. 이런 사람들은 좋지 못한 기분이 끓어 오르는 것을 피하려고 현장을 벗어나는 쪽을 택한다. 양심의 가 책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남의 걱정을 나눠 갖는 것보다 쉽다고 여기는 탓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심리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다. 동정은 물론 이고 도망가려는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 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남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느낌을 가진다. 그러니까 서로의 감정 을 밝히고 나누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진심으로 공감할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 우선 우리는 구덩이 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 인생의 만족도는 그 사람의 이른바 통제 확신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통제 확신'이란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 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는 어떤 상황이 벌 어졌을 때 원인을 외부 조건 탓으로 돌리는 게 좋지 않다는 것 을 알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 우리 자신이 조종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맡겨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한 가지 동일한 원인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을 다스릴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 당신도 알 것이다. 그 무기력하고 답답한 느낌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 막막한 기분을 말이다. 이런 상실 감은 인간을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심장마비와 우울 증 같은 병까지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염려하지는 말자.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내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하는 자기 효능 감Selficacy이 우리의 통제 능력을 되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거창한 변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변화일 지라도 당신 인생에 만족감과 자신감을 되돌려주기에 충분하다. - 반복 노출은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뒤바꿔 놓기도 한다. 우리는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들으면 그게 정말 옳 다고 생각한다. 토크쇼를 보면 출연자들이 "그렇게 끝없이 되 풀이한다고 해서 당신 말이 진리가 되는 건 아니야!"라며 서로 공격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른바 '진리 효과'Truth effect'로 인해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들으면 그것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끝없이 똑같은 거짓말을 되풀이 하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지만 결국 나중에는 그가 하는 말을 믿게 되는 것이다. - '단순 노출 효과'와 '진리 효과'로부터 우리는 뭘 배워야 할까? 첫째,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너무 많은 것을 걸지 마라! 첫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침착하게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지면서 서로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볼 필요 가 있다. 이런 만남이 결국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할지, 아니면 그저 우정으로만 남을지는 당신이 상대방에게 어떤 매력을 느 끼느냐에 달려 있다. 유감이지만 단순 노출 효과만으로 매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이 장에서 살펴본 '단순 노출 효과'를 인위 적 희소화 전략을 결합하면 최상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모습을 보여주되, 쉬운 상대라는 인상은 결코 주지 않는 것이다. 둘째,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되도록 자주 그 사람 주변 에 나타나라. 이를테면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싶다면 아침에 우연히 복도나 구내 식당에서 마주칠 기회를 많 이 만들어라. 그러면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도 대표 이사 가 당신에 대해 갖는 호감도는 높아질 수 있다. 셋째, 만약 어떤 진실을 팔고 싶다면 염주를 돌리듯 반복하 라. '꾸준히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정말 깜짝 놀 랄 정도로 번뜩이는 혜안을 자랑하는 속담이다. 넷째이자 마지막으로 짚을 점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수법으로 당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살펴보라! - 인간은 비슷한 외모를 갖은 사람에게서 신체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본인의 얼굴 비율, 형태, 턱뼈 위치 등 이 짝을 고르는 취향에 반영된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이 있 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주고 가장 매력적인 얼굴을 고르게 했더니 이들은 정확히 자신의 닮은꼴을 골랐다. 이런 현상을 두고 심리학은 '사회적 호모가미 Social homogamy'라 부른다. 호모라고 해서 동성애를 뜻하는 게 아니라, 닮은 사람에 게 끌리는 일반적인 현상을 일컫는 말이 '호모가미'이다. 부부 가 실제로 닮아 보인다는 관찰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인 셈이다. 사랑 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친구, 직장 동료, 이 웃 등도 서로 닮을수록 사이가 좋아진다. 그만큼 더 높은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 자주 보는 것에 우리는 더 큰 호감을 느낀다. 그럼 우리가 매일 누구와 가장 자주 만나는가? 매일 거울에서 보는 사람, 곧 우리 자신이 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나와 닮은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을 보면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 평가 해야 하는 탓에 두뇌는 진절머리를 낸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게 나타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닮은 사람을 보며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남이 나를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갈망, 사랑받고픈 끝없는 열망이 닮은 사람의 존재를 보면서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과 극이 서로 끌어당긴다'는 말은 완전히 잘못 된 것일까? 아니다. 그런 경우는 당신이 바람을 피우고 싶을 때 에 일어난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닮음 원칙'에서 벗어 나는 예외이다. 오래 가지 않는 짤막한 모험을 즐기고 싶을 때, 우리는 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을 선호한다. 일상에서 일탈하 고 싶은 마음은 나와 다른 사람에게서 가장 큰 만족감을 맛보기 때문이다 - 한 실험에서 남자와 여자에게 50장의 인물 사진을 보여주고 미모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런 다음 높은 점수를 얻은 사진에 나온 얼굴의 형태와 비율과 특징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자 들은 아기 같은 특징과 성숙도를 섞어놓은 여자의 얼굴을 매력 적이라고 평가했다. 아기 같은 특징이란 큰 눈, 작은 코, 작은 턱 을 말한다. 성숙도는 갸름한 광대뼈와 폭 팬 볼이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아기 같은 특징과 성숙도가 잘 어우러진 남자 얼굴 을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눈과 길쭉한 광대뼈를, 그밖에 턱이 크고 두드러진 남자들도 점수를 땄다. - 남성이든 여성이든 매력적으로 보이는 특별한 비법은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높게 자리 잡은 광대뼈이다. 아쉽게도 당신이 이런 축복을 받지 못했다면, 수술이 아니고서는 바꿀 수 없다. 여성의 오뚝한 코와 작은 턱 그리고 남성의 각진 턱도 마찬가지 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언제 어디서나 통하 는 무기가 있는데 바로 큰 눈이다. 누구나 눈만 크게 떠도 충분 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지금보다 잠을 약간 더 자라. 피곤 한 눈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매력적일 수는 없으니 까. 눈을 의식적으로 크게 뜨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훈련과 습관화의 문제인 셈이다. - 우리는 이따금씩 좋지 못한 경험 때문에 상처 받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거나 슬픔과 같은 강렬한 감정에 시달린다. 그런 감정은 때로 몹시 불편하고 심지어 아주 위협적일 때가 있기 때문 에, 우리는 자신을 위해 잊어버리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심 리학은 '억압 Repression'이라 부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기제가 운데 하나가 억압이다. 잊어버리는 것은 부담을 떨쳐버리니까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억눌려진 감정은 잠재의식에 숨어서 계속 활동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줄 다른 길을 찾으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 의식의 심층에 숨은 억눌린 감정은 점차 우리 몸을 병들게 만든다. 마음과 몸이 얽혀 빚어내는 질병으로는 불면증, 우울증, 만성피 로, 위장병 등이 있으며, 심각할 경우 암까지 유발한다. 물론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이든 할 수만 있다면 외면하는 게 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억압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서는 결국 그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 두려움과 직면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배우는 데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성인의 25%가 최소한 한번 이상 몸과 마음이 얽혀 빚어지는 질병, 이를테면 수면장애나 우울증 등을 앓는다고 한다. 더욱이 이런 경향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마음 청소 작업 을 벌여야만 한다. 핵심은 억압이라는 심리의 원리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불편한 의식 내용(생각과 느낌)을 억 누르려 하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해주자. 그리고 그 일의 책임을 당신이 개인적으로 믿는 보다 높은 심판관에게 맡 기자. 여기서 심판관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개인적으로 믿는 차 원의 어떤 것이다. 신이나 하늘, 빛, 운명, 우연 등이 그 심판관 의 자리에 올 수 있다. - 금단의 사과를 따먹고 싶어 하는 심리를 심리학은 '리액턴스 Reactance'라 부른다. '리액턴스 이론'은 이미 1960년대에 심리학 자잭 브렘lack Brehm이 주도적으로 연구했다. 리액턴스는 원래 물 리학에서 전기 저항을 일컫는 용어로, 금지된 것일수록 더욱 갖 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하는 개념이다. 이런 심리는 내면의 압 력이나 외부의 강제에 대항해 생겨난다. 누군가 우리에게 무언 가 빼앗으려 위협하고 금지하는 것에 반발해 리액턴스가 일어 나는 것이다. 리액턴스 태도는 금지된 행동을 계속하거나 본격 적으로 벌이도록 만든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잃어버린 자유를 회복하려든다. 리액턴스 이론은 많은 흥미로운 실험들로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끝까지 본 영화보다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중 간에 끊어버린 영화를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평가했다. - 과잉정당화가 되는 순간 돌연 우리는 그 일을 할 의욕을 잃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일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보상을 받 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다. 급기야 보상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 는 그 일을 그만둔다. 이런 사정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아이들에게 산수 학 습 게임을 하게 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게임에 열중 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 아이들에게 며칠 동안 초콜릿을 보상 으로 주었다. 다시 며칠 뒤 보상을 끊어버리고 아이들이 산수 학습 게임에 얼마나 몰두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아이들의 관심은 처음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 노동시장은 보상이 높아질수록 의욕이 감퇴하는 이런 딜레마와 오래전부터 씨름을 해왔다. 성과급을 제시하고 보너스를 주고 연봉을 인상하는 등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외적인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내적인 동기부여로 무장한 근로자가 가장 일처리를 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외적인 자극 은 미친 짓이다. 그렇다고 고용주에게 최고의 성과를 선물하는 순수한 열정의 근로자가 가장 적은 보수를 받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래서 이 딜레마는 오늘날까 지 해결되지 않았다. 노동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외적인 자극을 주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 "여보, 나 머리 아파." 당신이라면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1) 실질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배가 아픈 것도, 등이 아픈 것도 아니군. 머리가 아프군.' (2) 호소 차원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뜻한다. '날 좀 내버려둬!' 또는 '제발 나 좀 위로해줘!' (3) 관계 차원은 두 사람 사이의 결속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한다. '우리 결혼 생활은 벌써 끝장났어......' (4) 고백 차원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통보하는 것일 따름이다.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 원초아가 주도적인 성격으로 자라나면 제멋대로인 어른이 되지요. 화가 나면 화를 내야 하고 분노 조절이 힘듭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분노조절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죠. 참을성 없고 욕심 많고 자기만 생각하니까요. 몸 만 큰 아기처럼 본능에 충실합니다. 주위 사람은 피곤하지만 자 기 자신은 편안하지요. 반면에 초자아가 주도적인 성격으로 자 라나면 완벽주의적이고 이상을 좇는 사람이 됩니다. 규칙을 잘 따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반듯한 어른이 되는 것이지요. 그 런데 너무 반듯한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 지 않을까? 이렇게 해야 칭찬을 받지 않을까? 남들에게 잘 보이 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무리 한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지요. 착한 아이처럼 보이지만 실은 착 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렸을 뿐입니다. -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응원받고 칭찬받는 아이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 효능감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지요. 자기 효능감이 생긴 아이 는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실패할 때도 있 지만 워낙 많은 도전을 하다 보니 성공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얻어걸린 거지만요. 그래도 내적 작동 모델은 또 강화 되지요. '역시 난 잘해!' 이런 과정은 선순환됩니다. 믿음은 그에 맞는 행동을 이끌어내고, 그 행동은 기대했던 결과를 이끌어냅니 다. 믿음은 더욱 굳건해지지요. 이렇게 양육자로부터 형성된 내적 작동 모델은 일생 동안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SOS 신호를 보내도 구조대원이 오지 않을 때 주인공은 어떻게 하나요? 도움받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상황을 개척해나갑니다. 아기도 마찬가지예요. 양육자의 반복되는 무반응이 마음에 새겨지면 도움받는 것을 포 기합니다. 더 이상 양육자를 신뢰하지 않아서, 애착이 불안정하 게 형성됩니다. 민감성이 떨어지는 양육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회피 애착 avoidant attachment'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리 고 아기는 이 애착 유형을 토대로 부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가 지게 됩니다. 자신은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도움받 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지요. - 부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내재한 아이들은 색안경을 쓴 채 세상으로 나갑니다. 평범한 선생님을 날 도와주지 않을 선생님 으로, 평범한 친구를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친구로 바라보는 것이죠. 회피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에게 세상은 도움을 주고받 는 곳이 아닙니다. 홀로 서야 하는 곳이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힘들 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못하지요. 남과 같이 하는 일보다 혼자 하는 일이 편하고, 어쩔 수 없이 여럿이 일을 할 때에도 '독박을 쓰는 위 치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독립 적인 사람이 되어가지요. 이들은 모범생으로 자라납니다.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고 책 임져야 하니까 치열하게 삽니다. 세상에 의지할 데라고는 자기 자신뿐이니 열심히 살아야 하겠지요. 마치 영국인 탐험가 베어 그릴스 Bear Grylls가 정글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찍듯 목숨 걸 고 살아가는 것이죠. 대학을 못 가면 먹고살 길이 없으니 공부하 는 수밖에요. 돈을 벌지 못하면 누가 나를 먹여 살리나 싶어 열심 히 벌고 아껴 씁니다. 게임 캐릭터처럼 기술은 점점 늘어가고 능 력치도 올라갑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 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 우리는 왜 울고 소리치고 따지는 걸까요?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내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나를 위 해변해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기대가 없다면 싸우려 하지도 않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도 싸움이 없어지는 순간 이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서로에게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어진 상태니까요. 기대 없는 관계에선 싸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회피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모든 사람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싸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죠.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갈등은 피하고 그냥 좋게 넘어가는 척합니다. - 아기는 양육자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 주지 않으니 보채고 떼를 써야 하는 사람. 이렇게 불안정하게 형 성된 애착을 '불안/양가 애착Anxious-ambivalent attachment'이라고 합 니다. 불안/양가 애착을 갖게 된 아기는 자신의 변덕스럽고 즉흥 적인 모습이 양육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 다. 이렇게 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지요. - 불안/양가 애착 유형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불신합니다. 회피 애착 유형에게 불신이 세상에 믿을 놈 하 나도 없다'라는 의미라면, 불안/양가 애착 유형에게는 '저 사람이 지금 잘해줘도 언제 변할지 모른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니 변하기 전에 상황에 대비하려 합니다. 방심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면서 말이지요. 불안/양가 애착을 가진 이들은 이래서 늘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상대방을 의심하고 원망하며 그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 지나친 낙관으로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을 '계획 오류 planning fallacy'라고 부른답니다. 혹시 오늘의 나는 해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 고야 말 내일의 나를 믿고 있진 않으신가요?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은 사람입니다. 오늘 하지 못하면 내일도 하지 못할 겁니다. 내일의 나에게 오늘 일을 미루지 마세요. -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없는 상황에도, 여전히 내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 스스로에게만 솔직해져도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거든요. "많이 힘들지? 그래, 지치고 어려울 거야. 많이 애쓰고 있는 것 알아. 애써 괜찮다고 할 필요 없어. 괜찮지 않은 상황이니까 힘들 땐 힘들다 고 이야기해도 돼.” 이렇게 스스로를 토닥여주세요. 실패로 무언 가를 깨닫는 것,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성숙일까, 정신 승리일까?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픔을 인정하고 더 나은 것을 바라 보면 성숙입니다. 아프지 않다고 현실을 부정하고 상처를 포장 하면 합리화, 즉 정신 승리지요. 합리화는 성숙을 불러오지 않습니다. 그럴듯한 포장만 해댈 뿐이지요. 그러니 많이 애쓰고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주세요. 무의식에 숨어 있던 상처가 조 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성숙이 일어날 것입니다. - 기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F. Loftus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질문의 표현이 기억을 왜곡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였지요. 연구진은 사람들에 게 자동차 사고의 한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집단을 둘 로 나누어서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자동차가 '부딪힐 때' 속도 를 짐작해보라고 했습니다.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자동차가 '충돌할 때' 속도를 짐작해보라고 했지요. 두 질문의 차이를 눈치 채셨나요? 아무래도 '부딪힌다'는 표현보다는 '충돌한다'는 표현 이 더 강렬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예상대로 두 집단의 대답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부딪힌다는 표현을 들은 집단의 사람들보다 충돌한다는 표현을 들은 집단의 사람들이 더 빠른 속도로 차가 달렸다고 추측한 것이죠. 질문의 표현이 기억을 왜곡시킨 것입 니다. 이처럼 우리는 기억을 인출할 때 어떤 정보에 노출되면, 그 정보의 영향을 받아 기억을 왜곡합니다. 이런 현상을 '오정보 효 과 misinformation effect'라고 부르지요. 우리 머릿속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 는 책에서 본 이야기, 영화 속 한 장면, 친구의 경험담, 자기 전에 심심해서 펼쳤던 상상의 나래가 모두 들어 있지요. 정리 잘된 파일처럼 착착 저장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지나면 이 기억 들은 뒤죽박죽 섞여버립니다. 그래서 이게 내 얘긴지 쟤 얘긴지,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하지요. 기억을 끄집어 낼 때가 되면 이 기억들은 서로 얽히고설킵니다. 그래서 마치 오 징어잡이 배의 그물에 오징어가 줄줄이 딸려오듯이 비슷한 기억 들이 동시에 줄줄이 딸려 올라오지요. 이때 기억의 물꼬를 튼 질 문이 어땠느냐에 따라 '진실의 오징어'가 올라오기도 하고 '허구 의 오징어'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미끼가 뭐냐에 따라 낚이는 놈이 달라지는 것이죠. -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 자체에만 시선을 두게 되지요. 이렇게 관찰자는 행위자의 행동 그 자체를 전경으로 여기고, 행위자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전경으로 여기 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행위자-관찰자 편향 actor-observer bias'이라고 부릅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시작되면 내 잘못 은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남의 잘못은 그 사람의 인격 탓으 로 돌리는 실수를 범하게 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원 인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기본적 귀인 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태도가 바로 기본적 귀인 오류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행위자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관찰자는 불온한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니까요. 관찰자는 행위자의 도드라지는 모습을 바탕으로 의도를 파 악하려 하는데, 이때 가장 쉬운 판단은 그 사람의 성격을 탓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를 보고 게으르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죠. 짜증내는 친구를 보고는 성격이 나쁘다 고 생각합니다. 길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사람은 성격 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앞에 뻔히 꺼내놓은 쓰레기를 보 고도 버려주지 않는 배우자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 반면에 자기 복잡성이 높은 사람은 다양한 자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할, 취향, 능력, 외적인 모습까지 말이죠. 자기 복잡성 은 삶의 다양한 어려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오 로지 좋은 대학을 목표로만 살아온 고3 학생은 수능을 망치면 인 생이 끝났다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자신이 랩에 재능 이 있다고 깨달은 학생은 부모님 몰래 음악을 준비합니다. 비트 도 찍고 가사도 쓰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킵니다. 수능시험 을 망쳐도 괜찮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나의 가치를 높일 또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자기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은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인당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가족, 친구, 모임 회원과 같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습니다. 집에 가면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을 술 한잔 기울이면서 털어낼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정 힘들면 그만두면 됩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자기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일 에 도전할 자기도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연인으로만 살아온 사 람은 이별을 맞으면 세상이 무너집니다. 다시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영원히 외로움의 덫에 빠져 불행하게 살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한 사람은 애인과 헤어지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갑니다.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쏟 아내며 떠나간 인연을 조금씩 정리하지요. 자기가 복잡해서 좋 은 점은 하나의 자기가 실패할 때 다른 자기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내 탓을 하는 것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발전할 기회를 주지요. 하지만 때로 살다 보면 내 노력으로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닐 때가 있지요. 그런 날 에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하루만 남 탓을 해버리세요. 난 아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 데, 세상에 거지같아서 못 알아줄 뿐이라고 말이죠. 저는 지칠 때마다 SNS 프로필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나는 잘하고 있다. 그 말이 뭐라고 힘이 됩니다. 여러분도 스스로 뇌어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잘하고 있다." 여러분은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요.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에도 적응을 하죠. 힘이 든 상황도 힘들지 않은 것이라고 간주해버려요. 하지만 마음은 익숙해질지언정 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의 에너 지는 한정되어 있거든요. 마치 자동차의 기름처럼 말입니다. 달 리고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기름이 바닥나는 순간이 옵니다. 주 유등에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 금만 버티자며 주유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갑작스러 운 돌발 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어떨까요? 음주운전 차량이 역 주행을 해서 갑자기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요? 앞 유리 에 성애가 그득해서 히터를 세게 틀어야 한다면요? 차는 곧바로 멈춰버리고 말겠죠. 돌발 상황에 필요한 연료가 없으니까요.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언젠간 고갈이 되고, 새로운 스트레스에 저항하 다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러니 주유등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미리 충천을 해놓는 것 이 좋겠지요. 그렇다면 바닥난 우리 마음의 에너지는 어떻게 충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피로를 회복하고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예 민해지고 피로감을 많이 느낍니다. 하품이 나고 머리가 몽롱해지죠. 이것은 충전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력으로 몸의 한계를 뛰 어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카페인으로 버티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우리 몸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밤 사이 가득 충전을 해야 휴대폰이 하루 종일 버틸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의 몸도 잠으로 충전해주어야 다음 날을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초콜릿, 사탕, 캐러멜을 먹는 것도 일시적으로 도움이 됩니 다. 두뇌회전이 안 될 때 단 음식을 한 입 물자마자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을 느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뇌의 먹이 는 글루코스 glucose, 즉 당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느껴지는 단것에 대한 욕구는 우리의 뇌가 더 이상 생각할 에너지가 없으니 먹이를 달라고 보내는 신호 같은 거예요. 이때는 주유등에 불이 들어왔다고 보면 됩니다. 혹시 단것이 먹고 싶을 때 살을 빼야 한다고 참고 있진 않았나요? 오늘부터는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생각하고 단것을 조금씩 섭취해주세요. - 우리의 마음은 근육과 같다는 비유를 자주 하지요. 근육은 과한 활동을 통해 근섬유에 상처를 내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 커집니 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점점 발달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의 그릇도 훈련과 노력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음의 그릇은 힘겨운 일을 겪어 마음이 상하고, 그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집니다.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늘어나겠지요. 그럼 힘든 일을 계속해서 겪으면 성장할 테니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에요. 보통 이틀 운동을 하면 하루는 꼭 쉬어주라고 하죠. 근육은 운동을 쉬는 동안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근섬유가 상처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휴식하지 않고 며칠을 내리 달리면 엄청난 손상이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위험 상황에 도전하는 경험을 한 뒤에는 꼭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는 것을 연습해보세요. 언젠가 마음의 그릇도 점점 크고 단단해져서,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그러려면 우리는 행복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일단 실현 가능한 일로 정의해야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남자 주인공과 결혼하면 행복하겠다', '여자 주인공과 연애하 면 행복하겠다' 등의 꿈을 세운다면, 죄송하지만 여러분은 영원 히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결혼하신 상태면 배우자 얼굴을 볼 때마다 분통만 터지겠지요. 로또 1등 당첨을 행복의 정의로 내린다면, 2등을 해도 3등을 해도 아깝다며 분노하게 됩니다. 물 론 2등, 3등을 하는 것도 실현이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결국 매주 5000원씩 날리면서 행복도 경험하지 못하게 되겠죠. 우리 아이가 머리가 나쁜 거 같아도 SKY는 가야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나와 아이 모두 불행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행복을 정의할 때는 실현 가능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월급이 10 만원 오르는 것이나, 주말에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가는 것, 난이 도가 낮은 게임이나 잘하는 운동경기를 하는 것처럼, 성공 가능 성이 높은 도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다음으로 돈이 별로 안 들어야 합니다. 철마다 휴대폰을 바꾸 고, 비싼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5성급 이 상 호텔에 가야 행복해진다면 자주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많이 안 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돈을 아낀 다 해도 20박 21일 배낭여행을 하는 것은 백수가 아니고서야 현 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연차를 쪼개서 겨우 휴가를 간다 해도 긴 시간이 필요한 여정에는 여행지에 있는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더 길 때도 있습니다. 저는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갔었습니다. 배를 타고 갔지요. 여행 일정은 5박 6일이었는데, 일본에 머문 시간은 사흘밖에 되지 않았죠. 나머지는 배에서 보냈고요.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삼십 분, 한 시간 내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 다. 오늘 야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했어도 맥주 한 캔을 따고 좋아 하는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잔다거나,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잡지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소소하면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지요. - 우리는 아주 작고, 사소하고, 저렴하고, 반복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찾아야 합니다. 한 행복이 익숙해져 끝나갈 무렵 또 다 른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행복을 여러 개 찾아야 하 지요. 처음에는 어려워요.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던 것들은 영 화 속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만나봤기 때문에, 행복은 뭔가 크고 특별하고 거창해야만 할 것 같지요. 다시 말하지만, 행복은 내가 안녕하다고 느끼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답니다. 소위 말하는 '소. 확행', 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소확행 1번에 익숙해져서 지루해질 때쯤에는 소확행 2번을 누리세 요. 이렇게 소확행 리스트를 만들어가며 내 인생에 행복을 채워 가는 겁니다.
지은이 야오야오는 응용심리학 박사이자 국가2급 심리상담가 이기도 하다. 이 책 이전에도 '자극적 심리학'이라는 책을 지은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작가는 전작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후 오히려 우울증, 불면증 같은 심리불안을 겪었다고 한다. 그 시련의 기간동안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을 이용해 스스로를 위로하였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이 책은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장애, 최면, 호스피스의 5가지 심리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 실수를 하거나, 불안감을 느끼거나, 매사에 의욕이 없다거나, 잠을 잘 수 가 없는 상황을 겪게된다. 사실 현대인은 모두가 아픈 상태이다. 사회는 경쟁을 부추기면서 점점 각박해지고, 개인은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어디에서도 심지어 가족에게서도 위로와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이나 모임에서는 괜찮은 척, 태연한 척 살아가지만 마음은 점점 멍들어 간다. 나는 강하다고 자기암시를 해보아도 감정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동친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아득한 광야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단지 고통만이 온 세상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인생이 완벽하고 순탄하지만은 않다.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용기내어 살아보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상처를 입게 되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력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이런 습관성 무력감에 시달린다. 특히 여성들은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남성보다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구체적 사례를 통해 우울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적 발병원인과 생물학적 발병원인을 구분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자신의 우울감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인지-행동요법을 포한한 여러가지 치료방법을 소개한다. 마음이 불편했던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수면장애에 대해서도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심리적 압박감이나 환경, 약물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일부 불면증 환자들은 체온조절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이 들면 약간의 한기를 느끼는데, 그것은 잠이 들면서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의 체온은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한밤중까지 피료를 느낀다. 마치 어두운 밤의 횃불처럼 체온이 수면신호총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불면증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점은 바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 때문이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야한다는 강박이 생기고 초조해진다. 그렇게 초조해질수록 더욱 고통스럽고, 다시 초조해지고 점점 잠이 들기 어려워진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몇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1. 졸리면 무조건 잔다 2. 침대위에서는 잠과 사랑, 두가지만 한다. 침대에서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3. 정신이 맑고 또렷하다면 침대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15-20분 이내에 잠이 들지 않으면 침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졸릴 때까지 기다린다 4.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5. 낮잠을 자지 않는다 6. 수면시간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버린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내 인생에서 후회스러웠던 일을 떠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결국 바로 여기, 이곳에서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 행복은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기제다. 나이와 상관없이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사회적, 정서적 목표를 더 중요한 목표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지금까 지 살아온 날들이 길고 짧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삶을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느냐의 차이다. 인생에 죽음, 즉 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의미 있는 목표를 선택할 수 있고 남은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의 로라 칼스텐슨Laura Carstensen 교수 는 사회정서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설명한 바 있 는데, 이는 남아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 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늙음보다는 젊음을 당연히 더 선호하며 열심히 추구 한다. 그러나 젊은이와 노인을 대상으로 한 행복의 비교 연구를 보자면 노인이 더 행복하다는 결과를 얻게 된다. 칼스텐슨 교수는 그 이유가, 인생을 무한한 것으로 보지 않고 죽음을 수시로 의식적으로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살 수 있는 날이 한정되어 있음을 생각하는 차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젊을 때에는 죽음 이 온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내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칼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사람들은 에너지나 정신적 자원이 떨어지게 되고, 이런 변화를 보완하기 위하여 가치체계에 변화를 만든다. 젊었을 때는 커리어와 관련된 업적을 이루고, 지위와 명성을 높은 가치로 두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지나치게 일에 대한 야심이 유난히 강한 경우가 아니라 해도 가치체계는 성취중심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에너지와 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나이 든 사람들은 정서적 목표로 가치체계를 바꾼다. 예를 들면, 청년들의 경우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 구냐고 물어보면 정치인, 성공한 기업가,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 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달라진다. 가족들, 자녀나 손주들을 먼저 만나고 싶다는 대답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가치체계가 바뀌는 것은 정서적 조절 또한 바뀌게 만든다. 아무래도 정서적 조절 능력으로 보자면 젊은이보다 노인들 쪽 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 우리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그 유한성을 인정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암 투병을 지나오면서 나 역시 내가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나에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깨닫게 해주었다. 내 인생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 물질이나 성공보다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기에 내 삶은 충분히 풍족하다. - 사람의 시각 구조는 생존과 적응을 위해 발달되어 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다. 뇌 구조에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시각 구조는 특화되어 있다. 얼굴 지각은 다른 물체들을 지각하는 것과는 달리 총체적으로 작동한다. 다른 물체를 지각할 때에는 각 부분들을 본 뒤 그것들을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여 물체를 지각할 수 있다. 코끼리가 앞에 있다면 우선 긴 코를 보고, 부채처럼 생긴 귀를 본 다음, 크고 두꺼운 다리를 확인한 뒤 코끼리를 알아보게 된다. 집과 같은 건물은 어떨까. 먼저 집의 지붕을 보고, 네모난 창문을 보고, 현관문을 보고, 벽돌로 된 바깥벽을 본 뒤 누군가의 집이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특성은 위아래가 거꾸로 된 사진을 인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금세 티가 난다. 다른 물체들은 거꾸로 본다고 해서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이 똑바로 알아보는 것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얼굴의 경우는 다르다. 제대로 된 얼굴 사진과 거꾸 로 된 얼굴 사진을 시각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시 각 과정을 거친다. 거꾸로 된 사진을 처리하는 것은 다른 물체 를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분석적으로 처리한다. 눈의 모양 이 어떤지, 코의 형태가 어떤지, 얼굴 폭에서 눈썹의 위치가 어 떤지 등 부분과 부분을 분석한다. - 그러나 우리가 평소 보는 방향인 똑바른 얼굴을 처리하는 것은 부분이 합쳐져서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시 각 처리를 한다. 특별히 얼굴의 시각 처리에 관여하는 방추형 얼굴영역Fusiform Face Area, FFA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얼굴영역의 손상이 안면인식장애와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똑바로 된 얼굴보다 오히려 위아래가 거꾸로 된 사진을 더 잘 구별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 가지 감각능력이 손상될 경우 또 다른 감각능력이 더 발달하는 경우처럼, 안면인식장애가 있다면 오 히려 부분 부분을 분석하는 능력이 더욱 발달된다는 것이다. 거 꾸로 된 사진을 더욱 잘 구별하는 능력이 이런 영향 중 하나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결핍이 의 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시각적 경험은 뇌의 시 각구조에 의해서 한정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의식할 수 없다. 가령 사람이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맨눈으 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볼 수 없음을 의식적으로 경험하지는 않는다. 색맹인 사람들도 색맹 검사를 하거나 신호 등을 구별하는 등의 특정 테스트를 거쳐야 비로소 자신이 색맹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얼굴을 구별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그전까지 경험하던 능력을 갑자기 상실한 경우라면 본인의 결핍 을 의식적으로 느끼게 되지만, 그것과는 달리 늘 얼굴을 구별하 지 못했다면 이는 특이한 경험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상상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머릿속에 전혀 그릴 수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판타지아aphantasia'라고 불리는 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눈을 감으면 온통 까매요"라고 말한다. 누구나 눈을 감으면 당연히 까맣지 않느냐 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판타지아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눈을 감고 자기 엄마 얼굴을 떠올려도, 사과를 떠올려도, 양을 떠올려도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고 그저 깜깜할 뿐이다. 이 증상을 가리켜 '마음의 눈을 잃은 증상'이라고 표현하기 도 한다. 아판타지아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을 알지 못한다. 딱히 일상생활이 불편하거나 다른 사람이 쉽게 알 아차리기 어려워 이 증상을 겪는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멀쩡히 잘 보인다고 생각하는 일은 결코 드문 경우가 아니다. '안톤 증후군Anton- Babinski syndrome'이라 불리는 이 증세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하여 자신의 신체적 장애나 질병을 부인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증후 군의 환자 입장에서는 절대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정 말로 보인다고 믿고 있다. '지금 펼쳐 보이는 손가락이 몇 개냐' 하는 식의 질문을 하면 틀린 대답을 하지만, 틀렸음을 지적하면 곧바로 다른 이유를 생각해내서 자신의 답을 정당화한다. - '찰스 보넷 증후군 Charles Bonnett syndrome'은 시각장애인들이 현 실에 존재하지 않는 꽃, 새, 사람들 같은 시각 자극을 보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특이한 증상을 가진 환자는 눈이나 두뇌의 시각 경로 어딘가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각을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상실하였지만 그럼에도 아주 생생한 시각적 환상을 경험한다. 의외로 찰스 보넷 증후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데, 특히 녹내장, 백내장, 또는 망막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 이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 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환자가 방 안에 꽃이 가득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고 말하면 아 마도 가족들은 치매를 의심할 테니 말이다. - 인간의 감각과 지각 경험은 이 세상의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식적 경험이 선택한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시각적 스펙트럼은 세상에 존재하 는 빛 중 아주 일부일 뿐이다. 우리의 경험은 생물적 한계에 의 해서 결정되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이 곧 세상 그대로의 모습이 라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감각기관과 뇌의 활동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 재하는 것 그대로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감각 경험은 환경과 뇌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세상의 진실이 아니라 내 경험의 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상은 내가 경험하는 세상과 다르다. 내가 이해하는 세상을 통해 다른 사람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결코 자신해서는 안 된다. 이는 큰 오해다. - 사회심리학자 소냐 리버멀스키Sonya Lyubomirsky 교수가 언젠가 내가 일하던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리버멀스키 교수는 이런 이야기로 시작했다. "행복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 한 시간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낮잠을 자면 됩니다. 하루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낚시를 가면 됩니다. 한 달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면 됩니다. 일 년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집을 사면 됩니다. 평생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남을 도와주며 살면 됩니다." - UCLA에서 심리학과 면역체계를 연구하는 스티브 코울Steve Cole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바바라 프레 드릭슨 Barbara Fredrickson 교수팀은 '쾌락적 행복'과 '의미 있는 행 복'이 각각 면역과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쾌락적 행복과 의미를 찾는 행복 모두 정서적인 행복 감을 주지만, 놀랍게도 쾌락적 행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오 히려 스트레스 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에 반하여 의미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집단은 면역과 유 전자 발현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목적이 있다는 것' 이 살아 있음의 기쁨을 주고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여 질병과 싸우는 것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결과였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유전자 발현까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된다"라는 주장을 긍정 심리학이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 정서적 반응은 신체적으로 나온다. 심리학에서 가장 고전적 인 정서 이론은 '감정이란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적 반응을 지 각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 이론은 19세기 말 미국의 심리학 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덴마크의 심리학자 칼 랑게 Carl Lange가 거의 동시에 발표하여 '제임스-게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소매틱 마커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 이라는 이론으로, 감정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였다." '소마 soma'는 그리스어로 '신체'를 뜻하는 단어 로서 내장감각, 신체감각과 관련된 의미로 사용한다. 다마지오는 어떤 사건이 나쁜 감정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좋 은 감정을 초래하는 것을 경험하면 연관된 감정이 그 사건과 함 께 기억된다고 설명한다. 이 기억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 적인 감각으로 유쾌함이나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신체적 감각의 자취가 '소매틱 마커'이며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매틱 마커에 대해 다마지오는 이렇게 표현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느낄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가 막힌 것과 관련되어 있다. 파킨슨병을 위한 약으로는 L-도파'라는 도 파민의 전초제가 많이 사용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나오는 신경 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쾌락 경험과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움직임에도 관여한다. 파킨슨병은 단순히 운동신경과 근육의 움직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파민 약을 사용하여 몇 시간 후에 약효가 생기면 몸이 굳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이 움직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파킨슨병의 증세가 계속 심해지면 도파민 약의 효과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못하던 환 자가 도파민으로 인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곧 이 병이 움직임 자체의 기계적인 기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 도파민의 역할은 단순히 쾌락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과 쾌락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쥐에게 서 도파민을 완전히 없애더라도 여전히 설탕을 주면 좋아한다. 다만 그 설탕을 원하지도 않고 설탕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 을 뿐이다. 도파민은 쾌락이 아닌 쾌락에 대한 기대를 주고 동기를 제 공하여 움직이도록 이끄는 기제라고 보면 된다. 지금 과학자들 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도파민의 역할은 보상의 예측오류에 반응하는 것이다. 즉 보상 자체보다는 예측한 보상보다 실제 보 상이 더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 동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명의 기 제다. 따라서 사냥하고, 채집하고, 짝을 만나는 등의 생존을 위한 활동이 쾌락을 줄 거라는 기대감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끄는 기제가 도파민을 분비하는 보상체계인 것이다. - 1999년에 프린스턴대학의 엘리자베스 굴드Elizabeth Gould와 찰스 그로스Charles Gross 교수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더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 다. 10 이런 신경세포가 새로이 많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부위 가 기억과 관련된 해마다. 이 연구는 해마가 활발한 활동을 할 때 신경세포의 개수가 계속 증가하고, 또 해마의 세포들과 다른 뇌 부위와의 연결망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가 또 증명한 것은 해마의 신경세포들의 나이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뇌세포가 어릴 때 만들어지면 고정 되어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 럿거스대학의 트레이시 쇼어스Tracy Shors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것이 신 경세포의 수를 늘린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더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신경세포가 더 많이 생길수록 기억력도 따라서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 흔히 오해하고 있는 바, 뇌의 신경세포들이 새로 생기는 것 은 발달과정이고 줄어드는 과정은 퇴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의 기능은 신경세포의 숫자가 아니라 시냅스라고 부르는 연 결로써 평가할 수 있다. 뇌세포의 숫자는 2~3세 이전에 정점을 찍지만 그렇다고 두세 살 나이의 인지 능력이 인생의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뇌세포의 연결을 말하는 시 냅스도 그 밀도만으로 기능의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뇌는 유아기 때 일단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마구 만들어내고, 이어 청소년기에는 가지치기가 한창 이루어진다. 전 생애에 걸 쳐서 신경세포는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시냅스도 새로 형성 된다. 단지 유아기만큼 급속도로 만들어지지 않을 뿐이다. - 학습이론 중에 다양한 과제를 섞어서 배우는 것이 더 효과 적이라는 이론도 있다. 예를 들어 야구 타격 연습을 할 때 직구 를 치는 것을 계속 연습하고, 그 다음에 커브볼, 그 다음에 패스 트볼, 체인지업 등 한 가지씩 연습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볼을 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테 니스를 연습할 때 포핸드, 백핸드, 발리, 스매싱, 서브를 모두 각 각 따로 연습하는 것보다 몇 가지를 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실제 로 경기를 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학습 내용이 섞여 있을 때 학습 효과가 늘어나 는 것을 간섭효과라고 부른다. 이런 간섭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는 왜일까? 과제 간의 차이가 각각의 과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여 집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노력을 기울이게 되어서 학 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각성수준이 다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대뇌의 각성수준이 이미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외부환경은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쉽다. 반대로 외향 적인 사람들은 대뇌의 각성수준이 낮은 경우이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자극을 찾아서 각성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이처럼 사람 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하려는 항상성 homeostasis을 가지고 있다. 내성적인 사람들과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환경을 추구한다.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시간으로써 휴식하고 에너지를 공급 받는데, 외향적인 사람 들은 많은 이들이 모이는 파티 등에 참석하여 될수록 여러 사람 을 만나는 것에서 큰 힘을 얻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에도 성격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상이하다. 나만의 시간이 많아져서 너무 좋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에 없던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소설을 꼽자면 단연 삼국지가 1위로 꼽힐 것이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고, 열 번 이상 읽은 자와는 감히 경쟁하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의 2세기 말에서 3세기 말을 시대배경으로 후한 말기와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서 정사 삼국지는 진수가 지었고, 나관중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는 14세기에 지어졌다. 후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일컫는다.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이 둘은 이야기의 큰 줄기는 같지만 세세한 부분은 서로 다른 부분도 많다. 중국의 서기 184년 후한의 쇠퇴와 황건적의 난으로 인한 군웅할거 시대부터 사마염이 건국한 서진이 중국을 통일한 280년까지 있었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이것의 소설판인 삼국지연의는 중국 4대 기서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사람이 많으며 21세기인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읽는 동아시아권을 대표하는 고전소설이다. 아마 영미문학권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미치는 영향과 동등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지는 게임, 애니메이션, 책, 영화, 드라마, 만화, 연극 등 가능한 모든 매체로 수도 없이 쓰여질 정도로 유명하며, 삼국지에서 나온 지략과 전술 등은 이천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인용되고 회자되기도 한다.
이 책은 중국 닝보대학 특임교수이자 작가로 활동중인 심리학자 천위안이 지은 책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로 통한다.
삼국지의 주인공은 흔히들 유비, 관우, 장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명함과 훌륭한 재상의 전형으로 제갈량을 꼽는다. 그의 자를 따서 흔히 제갈공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갈량은 촉한시대 정치가 겸 전략가로서 일찌기 유비를 따라 유비가 나라를 세우는 데 많은 공을 세웠고,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대파한 에피소드가 가장 유명하다. 한나라 멸망을 계기로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승상이 되었다. 워낙 명성이 높아서 와룡선생이라 불리기도 했다.
저자는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과 관련된 에피소드만을 뽑아서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그 속에 담긴 인물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이천년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나와 내 주변에서 현재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략 1000명 정도 되며, 워낙 분량 자체도 방대하여 책을 읽기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뽑아내었고, 심리학적 관점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삼국지를 읽지 않은 일반독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갈량의 행동을 분석하고, 제갈량의 명석함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 우선 나 자신이 '괜찮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당신은 괜찮아요."라고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결점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입니다. 못하는 일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보세요. - 누구나 '산처럼 쌓인 보물'을 가지고 있어요. 다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활용법을 모르는 것뿐입니다. - 성공한 인물들이 책을 쓰면 꼭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니까 가능한 성공법입니다. 체조 선수 중에는 공중 3회전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재주넘기밖에 못하는 평범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재주넘기밖에 못하는 사람은 재주넘기밖에 못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됩니다. 바로 지금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이 가장 빠른 출세의 지름길이고, 행복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특별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면 삶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답니다. 누군가나 무언가를 흉내 낼 필요가 전혀 없어요. - 거친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고 할 때 지혜와 용기 모두가 필요합니 다. 지혜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용기만으로는 무모할 뿐이지요. 만일 지혜와 용기 둘 다 없다면, 원래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없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 그저 가진 것으로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이러한 행복론은 부자론과 별개입니다. 우체국 국장보다 행복한 집배원도 존재합니다. 사회적으로 출세 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지요. 그리고 부유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사업이 성공해도 직원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사람도 있지요. 따라서 성공한 사람은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있고, 샐러리맨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손에 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뭔가 있어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 나의 욕망을 열심히 탐구해 보세요. 원하는 일을 기분 좋게 하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 '고난과 역경을 뛰어넘은 곳에 행복이 존재한다.'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노력하면 반드시 행복이 찾아온다.' 이런 것도 '착각'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일본이 매우 가난했던 시절에 통용되던 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본 전체가 가난해서 누구나 부유하게 지낼 수 없었습 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고생을 참아 내기 위해 그런 말이 나왔던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세상은 모든 것이 풍부해졌고, 굳이 고난과 역경을 뛰어넘지 않아도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직업도 선택할 수 없었고, 원하는 걸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도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고, 돈을 저축하면 뭐든 다 살 수 있지요. 그래서 일은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동차나 집을 갖거나, 지금의 내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는 당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오다 노부나가든, 도쿠가와 이에야스든, 중국의 진시황이든, 제 아무리 세상과 만민을 위해”라고 말해도 사실은 자기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 일을 했습니다.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걸 명확히 하세요. 그렇게 하면 일과 취미 사이에 바람직한 균형이 잡힙니다. - 그래서 앞으로의 시대는 현재를 즐기고, 노후 역시 더욱 즐기자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게 되면 하자'가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하자.' 나이가 몇 살이든 일과 놀이를 마음껏 즐깁시다. - 실제로 1년 전에 끙끙 앓았던 고민이나 걱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깨달음'이라는 건 고민이나 걱정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있어도 그걸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그런 '차이'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도 사람이고, 나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능력에 차이가 생기는 건 각자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과제에 차이가 있어도, 영혼을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일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언제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 입니다.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있어도 '괜찮아, 정말 괜찮아.' 라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 행복이란, 행복함을 느끼는 빈도가 높은지 낮은지에 좌우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행복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가 찾는 것이지요. 사소한 일만 벌어져도 불행하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있는데, 행복한 사람에게도 불행한 사람에게도 일어나는 일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 곳에는 행복이 따라오게 됩니다. 완전무결한 행복을 찾으려고 해 봤자 그런 건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신도 행복을 덥석 주지는 않아요. 그저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행복의 씨앗을 줄 뿐이지요. - 거듭 말하지만 '무언가가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가 아니에요. '행복'은 당신 마음의 감도나 감성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니까요. - 거울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비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내 상처가 투영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남 탓으로만 돌리면 언제까지나 만사가 풀리지 않습니다. 당신 자신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똑바로 보고, 깨닫고, 대응하면, 현실 세계가 재미있게 변화합니다. - 사람이 난관에 맞서 싸우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는 용기를 낼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쓸모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용기 없는 재능이 있는 겁니다. 그런 사람은 안정감을 원하는 것뿐이지요. 바로 그 안정감 속에서 영혼을 성장시키는 사람인 것입니다. 아무리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아.”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하지 못하는 재능이 있는 것뿐입니다. 당신 안에는 최고의 행복을 얻기 위해 '못하겠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등의 생각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영혼을 성장시켜야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원대한 목표를 갈구하는 것도 재능이지만, 작은 행복을 좇는 것 역시 재능입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보다는 살리는 편이 훨씬 더 만사가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지요. - 겁이 많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겁이 많다면 그 겁 많은 면모를 잘 살리면 됩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용기가 없어서 안 된다."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하던 일을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된다."라고 하는 건 잘못된 일 입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재능을 가진 것입니다. 반면에 저처럼 끝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계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계속하지 못하는' 재능을 살리면 됩니다. -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해도 바뀌지 않아요. 우선 나 자신이 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 올바른 말을 하는 건 재판관의 일입니다. 등장할 때 "와아!" 하고 환성이 튀어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재 판관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본 적도 없지요?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고민을 들었을 때 자신도 그렇게 똑바로 살지 못하면서 남에게는 자꾸 옳고 그름으로 잣대를 들이대 려는 버릇이 있지요. 그건 세상이 올바른 말을 하지 못할 때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정답을 알고 있잖아요? 당사자까지 알고 있어요.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거랍니다.
이솝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후세의 사람들에 의해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재치있는 입담에 비해 외모가 매우 추악하고, 말더듬이였다는 일화가 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이솝은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인물로 사모스 시민 이아도몬의 노예로 이야기를 잘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 그의 주인을 많이 도와주었고, 마침내 자유인이 되어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으나 그를 질투한 델포이의 시민들에게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이솝우화는 대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짧은 내용이며, 인간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다. 우화는 대개 읽고 난 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인데, 이솝우화에서 의도하는 교훈은 단지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도덕적 교훈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예컨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필요하다거나, 나쁜 사람에게는 은혜를 베풀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이나 읽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속에 들어있는 교훈은 어른이 되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다.
이 책은 정신겅강의학과 전문의의 시각에서 이솝우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우화를 새롭게 소개하는 책이다. 우화 속에 담긴 정신분석학적 측면과 심리적 요인들을 요즘 시대에 비추어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다. 이솝우화는 짧은 이야기 속에 인생의 애환과 각축 그리고 인간 심리의 온갖 작동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으며, 삶의 지혜와 교훈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정신의학신문에 연재되었던 저자의 칼럼을 엮어낸 책으로 28편의 이솝우화를 불안, 성찰, 성숙, 활기라는 테마로 구분하여 각각 7편씩 소개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우화일수도 있지만, 다시한번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