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조업의 밑바닥 시기는 70년대부터 시작. 자동차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이 약해진 미국은 80년대로 접어들며 일본을 연구. 그저 유람하는 식으로 시찰한 게 아님. 일본 기업과 합병회사를 만드는 등 본질을 알아내려 치열하게 연구. 그 결과 일본의 강점은 제품 품질 만이 아니라 조직과 사람까지 포함한 전사적 품질관리에 있다고 보면서 매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본을 방문해 제조현장을 시찰하고 고객만족도를 주축으로 경영의 품질을 높인다는 슬로건을 국가전략으로 삼았다.
이것이 경영품질경영이다. 이같은 학습성과를 통해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에코시스템이 만들어짐. 잡스의 아이폰도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정보가 총력을 기울여 실시한 일본연구의 성과와 맞닿는다는 것이다. 사물을 구조화해서 에코시스템 같은 단어로 명명한 뒤 이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삼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은 전략에 강한 미국다운 이야기다.
- 프리컴페티티브 테크놀로지(경쟁전기술0라는 개념이 제창된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89년이었다. 당시 동경대 교수 요시카와 히로유키가 지적생산시스템 해방을 외치며 IMS라는 국제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 견해에 기반해 사반세기 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독일이 이름붙인 인더스트리 4.0이 나온다
경쟁전기술이라는 개념이 나올 당시 제조업은 공동화에 직면해 있었다. 위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선진국 간 과다경쟁이었다. 요시카와는 "멀리 내다볼 때 제조업 존립이 위태롭다"고 우려했다. 이를 토대로 암묵지처럼 전달이 어려운 경험적 지식들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생산기둘의 기초를 공유하면 쓸데없는 과당경쟁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럭헤 해서 생긴 여유를 새로운 기술개발에 쓸 수 있다. 즉 1에서 10까지 모두 자기회사가 개발하는 대신 협조 가능한 부분과 경쟁부분을 나누어 생각하자는 발상. 그것이 바로 프리컴페티티브 라는 개념으로 20세기혀여 공업모델에서 벗어나는 열린 혁신이다. 이 국제적인 구상은 일본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호주, 캐나다 한국으로 확대되었고 일본에서는 약 200개사가 동참. 그러나 당시엔 IT기술을 동반하지 않았으므로, 정작 이 구상이 꽃을 피운 건 독일 인더스트리 4.0에서였다.
- 협조와 경쟁을 구분하자는 발상은 처음 제창되고 28년이 지난 2017년, 일본 맥주업계에서 처음 실현됨.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맥주업계에서 소모전을 피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1,2위인 아사히 맥주와 기린맥주가 공동배송이라는 형태로 협력했다. 물류업계에서 트럭운전사 확보가 곤란해 비명이 들리는 상황이오자 라이벌끼리 손을 잡은 것. 협력하자는 발상은 어느 시대나 있었지만 이처럼 현실로 구체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막다른 위기에 직면하지 않으면 좀체 장벽을 제거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
쓸데없는 경쟁은 지금도 다양한 산업에 남아 있다. 가격경쟁도 마찬가지. 물건 가격이 싸지면 언뜻 소비자에게 이익인 듯 보이지만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긴다. 농수산업자가 그 전형이다.
- 야구를 모르는 고쓰카로서는 성공확률이 높은 작전을 실행하지 않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야구팬이라면 선수들이 섣불리 도루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안다. 타자가 3번이나 4번 주포일 경우 내가 타석에 있는데 쪼르를 달리지 말라는 암묵적 신호를 보냄. 게다가 실패하면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고 벤치로 돌아가도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
그 사실을 전해들은 고쓰카는 평가제도를 뜯어고침. 연간 50%로 도루에 성공한 선수의 경우 실패한 도루까지 성공으로 계산. 즉 도루를 많이 해서 50% 성공을 유지하면, 도루하다 아웃당해도 성공으로 간주해 연봉에 반영한 것임. 도루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하기. 이 방식이 99년에 그리 성과를 내지 못하자 젊은 선수에게 몰래 용돈까지 줘가며 더 많이 도루를 하라고 부추겼다. 이렇게 해서 나중에 젊은 선수인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도루왕에 오르는 등 호크스는 도루를 많이 하는 팀으로 거듭남.
-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평균타율. 프로야구 주전선수라면 어느 구단에서든 2할 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함. 그런데 유독 선수들의 타율이 낮아지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2아웃 주자1루 상황에서 대다수 타자의 타율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고쓰카가 숫자로 확인함. 그는 이와 관련해서도 색다른 평가제도를 도입. 본래 2사 1루 상황에서 장타를 쳐서 타점을 얻지 않으면 평가에 득이 되지 않는다. 2할 5푼의 확률로 안타를 칠 수 있는데 2사 1루의 경우 홈런 등 장타를 노리므로 타율이 낮아지는 것은 아닐까? 단타로 출루해도 2사이므로 잔루로 남기 십상이고, 이런 상황은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자칫 감독의 지시가 나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사실을 알고나서 고쓰카는 기존 평가방법 자체를 바굼. 타점을 얻지 못해도 단타로 출루한 뒤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서 득점이 되면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말하자면 결과를 내는 과정 자체를 평가하는 시스템이었다.
출루를 독려하는 베팅은 곧바로 결과를 냈다. 호크스는 2사 1루일 때 팀 타율이 3할을 넘었고, 그것이 우승에 큰 기여를 함.
- 고마쓰는 전세계의 자사 건설기계를 GPS로 연결해 촘촘한 네트워킹을 구축한 회사로 유명. 이 회사가 '연결'을 가치로 바꾼 과정은 여기저기서 모델 사례로 거론됨. 애초 연결망 구축은 도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출발.
90년대 심야에 공사현장에서 훔친 파워 셔블로 ATM을 부수고 현금을 훔쳐가는 사거이 잇따랐다. 사건보도가 나올 때마다 무참하게 부서진 ATM과 함께 방치된 건설기계에 찍힌 KOMATSU라는 로고가 화면에 등장. 도둑이 버리고 간 고마쓰 기계영상을 본 직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을까라는 말이 나왔고, 그 대책으로 개발한 것이 콤트락스였다.
- 기계가동 관리시스템인 콤트락스는 어느 기계가 어디에 있는지, 엔진이 움직이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연료 잔량이나 가동시간 데이터 일체를 고마쓰 사무실에 앉아 체크할 수 있다. 말하자면 원격으로 통제가능한 시스템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방식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음. 중국에서는 대출을 받아 건설기계를 구입한 사람들이 일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동상황을 ICT로 볼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은행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고마쓰의 ICT 건설기계가 은행에서 여신기능까지 하는 셈이 되었고, 덩달아 인기에 불이 붙었다.
- 중소기업의 지속력을 보고 있으면 "인류의 진화는 조합의 역사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제조업이 벽에 부딪혔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눈부신 진화를 하는 기업도 있다. 미쓰후지처럼, 자사의 강점과 후계자가 외부에서 축적한 경험, 그리고 고객이상으로 고객을 아는 마음이 다시 만나 창조적이고 새로운 고객맞춤형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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