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관한 질문들

인문 2024. 12. 24. 07:06

- 편향된 독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기 쉬움. 객관성이 부족한 독자는 자신을 중심으로 텍스트를 해석함. 제 멋대로 읽는다는 뜻. 공정하지 않은 독자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논쟁적 상황에서 정보를 중립적으로 읽지 못함. 편을 든다는 의미. 
우리는 기존 경험이나 신념을 틀 삼아 새로운 정보를 재단하는 경향이 있음. 그 틀이 견고할수록 제멋대로 글을 읽을 가능성이 크고, 패턴이 특정 방향을 가리키면 편을 들며 읽는다. 이런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함. 흔히 확증편향을 가리켜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것이라고 함.

- 앎의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굳이 질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큼. 이런 사람은 소박한 인식론적 신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지식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함.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교실에서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 같음. 경쟁위주의 경직된 입시제도 아래서 학생들은 주어진 지식을 그대로 수용행만 좋은 성적을 받음. 논술평가가 확대되고 고교학점제로 체제를 개편하는 등 크고 작은 변호가 있지만, 그럼에도 대학에 진학하려면 주요 교과의 지식을 외우고 또 외워야 함. 잘 외워서 수능만 잘 보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 인공지능에 묻고 답하는 질문과정은 온라인 읽기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탐색, 평가, 종합의 과정을 대신함. 인공지능은 독자가 검토할 만한 텍스트를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한 상태이기 때문에, 독자는 그저 질문만 던져도, 이전에는 스스로 직접 탐색하고 종합해서 얻어야 했던 잠재 텍스트를 응답의 형태로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음. 인공지능은 한 편의 완결된 에세이를 내어주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 뉴미디어 학자 제이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은 매채가 변화해도 이전 매체가 새로운 매체로 온전히 대체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를 재매개라고 정의. 새로운 매체는 이전 매체가 지녔던 표상양식이나 인터페이스, 사회적 인식이나 위상의 일부를 차용하면서 발전해나간가는 것. 즉 새로운 매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전에 없던 무언가가 혜성처럼 등장하는 것은 아님.

- 판단유보는 독자가 자신이나 사회의 영향력을 재점검해서 최종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려는 태도. 기사나 영상의 댓글에서 판단을 유보하려는 독자들의 의식적 점검과 조절행위를 찾아볼 수 있음. 다소 표현이 거칠지만 중립기어를 박는다고 함. 주어진 텍스트를 섣부르게 믿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비판적 독자들은 어떤 정보나 사건에 대해 현재의 텍스트만이 아닌, 또 다른 텍스트를 통해 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함. 또 이를 댓글로 남기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중한 해석을 요청하는 매우 적극적인 실천행위라 할수 있음.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는 텍스트의 불완전한 속성을 이해해야 가능. 그리고 텍스트를 읽은 직후에 환기한 느낌과 생각이 자신의 편향성에서 비롯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텍스트 내용이나 가치에 대한 판단을 잠시 지연하려고 노력하는 것임. 이는 자신의 사전지식이나 신념이 텍스트 해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할 때 가능해짐.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편향된 나 자신에게 속지 않는 엄청난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제법 멋들어지게 쓴 텍스트와 아무렴 옳다고만 여겨지는 나 자신에게 눈드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한발 물러나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차분히 관망하면서 질문이 비집고 들어갈 빈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 여러분이 화면에서 마주하는 질문의 대상은 인공지능 챗봇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는 질문창이지만요. 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는 다른 것이 쥐고 있다. 바로 대규모 언어모델. 우리는 대규모 언어데이터를 또 하나의 질문대상으로 고려해야 함. 엄밀히 말해, 질문에 답을 내주는 것은 데이터이기 때문. 현재의 인공지능 모델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추어 인간친화적으로 대화장면을 구현하지만, 질문에 답을 하려면 학습한 데이터에 의존. 결국 질문의 대상은 챗봇이 아니라는 것.
언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 곧 좋은 텍스트를 생성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 생성형 인공지능은 학습한 대규모 언어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와 관련된 자료를 탐색함. 이때 데이터를 선정하는 기준은 질보다 양. 정보의 질을 고려하지 못하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끌어모아 분석함. 그렇기에 학습된 자료 다수가 오염되어 있다면, 결괏값 또한 부정확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누구나 텍스트를 만들어 게시하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텍스트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움. 그중에는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도 포함되어 있음. 인공지능은 디지털 텍스트를 학습해서 가공하기 때문에 원텍스트의 오류를 고스란히 가짐.
대규모 언어 데이터를 질문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답하는 대상이 가진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줌. 이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응답의 출처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함. 교사가 질문의 대상일 때, 학습자인 독자는 교사가 가진 정보를 신뢰하고 타당하다고 여길 수 있음. 다중 텍스트 읽기에서 저자의 권우가 높다고 평가하면 정보의 질을 되묻지 않는 것과도 같다.

-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다중 텍스트를 처리하는 일은 단일 텍스트와 비교할 때 인지부하를 가중함. 출처가 다른 텍스트를 비교해 가며 통합하는 일에는 더 높은 수준의 사고과정이 필요하기 때문. 어떤 한 주제에 관해서 한편의 텍스트가 모든 지식을 다 담고 있을 수는 없음. 그래서 우리는 여러 텍스트를 읽어야 함. 그런데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고 있다.
독자가 텍스트를 직접 읽으려는 시도를 줄이면서 자신의 궈한과 주도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읽기에서 큰 문제임. 인공지능에 의존해 지식을 학습하는 독자는 텍스트를 검토하고 종합하는 탐구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큼. 무비판적이거나 다중 텍스트 읽기 과업에 부담을 느기는 독자가 계속해서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텍스트만을 취한다면, 그들은 자력으로 텍스트를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지식을 탐구하는 주도적 독자로서의 힘을 잃게 될지도 모름.
우리는 지식의 소비자가 아닌, 구성자로서의 지위를 잃지 말아야 함. 그러러면 '그렇구나' 하고 대답하지만 말고 '정말 그렇다고?' 하고 질문하는 독자가 되어야 함. 즉 질문할 수 있는 능력과 질문하려는 태도를 갖춘 독자가 되어야 함.

- 인공지능이 소설이나 시를 써 주면 좀 어떻습니까? 그림은 또 어떻구요? 얼핏 완성되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빈 부분을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산출물은 결과가 아니라 그릇을 빚을 찰흙이다. 식재료에 비유해도 좋고, 벽돌에 비유해도 좋다. 무엇이든 그것은 최종결과물을 아니라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의 기술  (4) 2024.12.22
신화의 힘  (1) 2024.12.21
관조하는 삶  (2) 2024.12.21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3) 2024.12.01
쇼펜하우어 소품집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마라  (3) 2024.11.29
Posted by dalai
,

- 군중에 속한 개인은 생활환경과 직업, 지적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독립된 개인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느기고 생각하고 행동함. 따라서 군중은 구성원 개개인의 평균값이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유기체와 같음. 군중 속에서 개인이 상실되는 현상은 의식적 행위나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비롯됨

- 살아온 환경이나 교육의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지적수준이 다를 수는 있으나 인격적인 면에서는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음. 또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그들이 지적으로 열등한 사람들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님.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편적 성질을 공유하고 있으며, 인재들이 모였을 때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특출함이 아니라 누구나 가진 평범함이기 때문. 그런데도 군중을 이루었을 때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적 우세와 익명성으로 인해 도덕수준이 낮아지고, 무리 속에서는 어떤 메시지에 쉽게 동화될 뿐 아니라 그것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증폭하기 때문.

- 독립된 개인으로서는 교양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저급한 단계로 떨어져서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며 타인의 생각에 쉽게 동화하는 모습을 보임. 또 한편으로는 개인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도덕을 실천하기도 함. 충동에 사로잡히고 영광과 명예를 중시하는 이런 군중의 속성은 어쩌면 인류문명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름. 인류 역사의 업적 가운데 많은 것이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무의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 한가지 사실을 목격한 수많은 사람의 공통된 증언이 과연 진실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군중의 증언은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오류가 암시와 전파를 통해 힘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목격한 사건일수록 가장 의심스러운 법이다.

- 군중의 감정은 쉽게 극단으로 치닫기 때문에 어떤 의혹을 접하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군중이 이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감정을 마음껏 발산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익명성에서 비롯됨. 한편으로는 군중의 이러한 감정과잉은 수준높은 도덕적 행위를 유도하기도 함.

- 극단적 감정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군중은 편협하다. 그리고 수적 우위에 따른 힘을 믿기에 권위적이다. 때문에 군중은 자신들이 추종하는 신념에 대해 어떠한 반론도 허용하지 않음. 편협하고 권위적인 군중은 자시들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지도자를 선호. 그래서 군중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을 섬길지언정 어진 지도자에 충성하지 않는다.

- 군중에게 스며드는 사상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우연한 사건과 인물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일시적 사상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거나 사회 여건의 변화로 인해 형성된 근본적 사상이다. 오늘날 민족정신의 토대가 되는 근본사상은 흔들리고 있고, 일시적 사상이 명멸하며 짧은 시간 동안 사회를 뒤흔든다.

- 어떤 사상이 군중에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개념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체로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형태를 취함. 사상의 개념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그 사상에 담긴 고차원적인 내용이 삭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군중 사이에 통용되는 사상ㅇ들을 두고 비교우위를 따지는 것은 헛된 일이다.

- 비판능력을 상실한 군중에게 논리적 근거는 무의미하다
군중은 어떤 근그를 통해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요된 판단을 받아들인다. 서로 유사해보이는 사례를 결합하고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한다. 군중을 사로잡고 싶은 연설자라면 어떤 사안에 담긴 복잡하고 미세한 부분을 일일이 들먹여서는 안된다. 단 몇 마디의 경구와 구호로 이미지를 환기시켜야 한다.

- 군중이 만들어낸 영웅의 실체
군중은 어떤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경구와 구호에 쉽게 매료됨.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군중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군중은 어떤 메시지나 인물에 대한 평가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꺼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거기에 신화의 후광을 입힌다. 그래서 역사속 위대한 군주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니라 군중의 상상 속에 군림하는 영웅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 군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함. 우리는 거의 매일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를 겪으면서도 그 일들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는 비상할 정도로 집중하며 갖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지도자가 군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할 때도 같은 방식을 취해야 함. 응축된 이미지를 통해 사건 전체를 일시에 제시해서 군중이 스스로 이미지를 재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군중은 자신들이 따르는 신념과 지도자에게 맹목적인 순종을 바치고, 자신들의 믿음에 동조하지 않는 이를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임. 군중의 이러한 행위는 종교적 감성에서 비롯되기에 그들이 따르는 지도자는 신의 권위를 부여받는다

-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는 항상 종교적 감정에 들뜬 군주으이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군주와 지도자의 결정으로 보이는 그 모든 사건을 실제로 움직인 이들은 군중이었고, 종교적 열망이 아니고는 군중의 그 과격한 행위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 제도와 법령을 개선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혁명조차도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제도와 체제가 시대와 정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정신이 제도와 체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각 민족은 민족 고유의 기질에 어울리는 제도와 체제를 이미 누리고 있다. 때문에 급격한 체질개선을 통해 일시적변화를 이룰 수는 있지만, 곧 그 변화는 제자리로 돌아기기 마련. 결과에 변화를 준다고 원인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 명칭만 바꾸어도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은 어떤 단어와 경구에는 특정한 이미지를 불러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단어와 경구가 가진 실제적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권위를 획득한 단어와 경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군중은 스스로 이미지를 불러내고 상상력을 자극해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 군중은 언제나 진실보다 욕망을 중시한다
많은 철학자들이 과학과 자연의 힘을 드러내 보이며 군중의 케케묵은 환상을 깨뜨리려 하지만, 군중은 진실보다는 거짓과 오류로 점철된 환상을 좇는다. 환상속에서만이 꿈꿀 수 있고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군중을 각성시키려는 자는 실패하고 군중을 현혹하려는 자는 성공을 거두는 법이다.

- 문명을 일으킨 것은 이성이 아니라 공상이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전을 짓게 하고 제국을 건설하며 신의 권능을 지닌 위대한 지도자를 탄생케 한 것은 감정과 공상이었다. 만약 군중이 하나하나 이성적으로 따졌다면, 역사속의 그 모든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갈릴리의 한 무지한 목수가 2000년 동안이나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가장 위대한 문명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몇몇 아랍 부족이 사막을 벗어나 고대 그리스-로마의 영토 대부분을 정복한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대제국보다 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는 것도, 또 무명의 한 포병대 중위가 수많은 민족과 군주들 위헤 군림했다는 사실도 모두 있을 법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성은 철학자들에게 맡기고, 사람들을 다스리는 데 그 이성이 지나치게 개입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명예와 희생, 신앙과 야망, 공명심과 조국애 같은 감정들, 그러니까 지금껏 모든 문명의 커다란 원동력이었던 그 감정들은 이성과 함께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에 반해 생겨난 것이었다.

- 군중은 항상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군중은 항상 지도자를 원한다. 하지만 군중을 등에 업은 지도자는 대개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그런 지도자에 군중이 환호하는 이유는 지도자가 가진 이상과 의지, 신념, 실천력에 매료되기 때문. 조직된 군중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지만, 지도자가 사라지는 순간 오합지졸이 된다.

- 지도자는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일시적 열정을 내뿜지만 강력한 의지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는 지도자가 있고, 지속적으로 의지를 유지하는 지도자가 있다. 첫번째는 강렬한 업적을 이루지만, 오래지 않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두번째는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일을 완성한다.

- 누구나 따를 수밖에 없을 만큼 위엄을 가진 지도자가 있다. 이런 지도자는 군중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군중으로 하여금 그 상황을 타개할 행동을 하도록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군중에게 어떤 신념과 사상을 심으려는 지도자는 확언과 반복, 전파라는 3가지 방식을 취해야 함. 확언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간결한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확언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군중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이다. 메시지가 반복되면 여론이 형성되고, 이후에는 군중 사이에 빠르게 전파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나의 주장을 반복하는 매체에 길들여지고 나면 다른 매체의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대개의 사상은 국가의 상위 지식인층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확산되는 지점은 평민계층이다. 선술집을 떠돌던 사상은 군중 사이에서 왜곡되고 편집된 뒤 다시 국가의 상위층에 영향을 미침. 그러면 지도자는 그 사상을 다시 왜곡해 파벌을 형성하고, 파벌은 다시 사상을 군중에 퍼뜨린다. 이런 순환구조 속에서 사상은 간결하고도 확고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 지도자의 가장 강력한 요건은 매력이다.
위신은 상대로 하여금 경이와 존경같은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모든 비판능력을 상실하게 만듬. 위신에는 후천적인 획득된 위신과 선천적인 타고난 위신이 있음. 획득된 위신은 어떤 존재가 가진 사회적 지위, 재산, 직함 등에 나도 모르게 짓눌리게 되는 그런 것. 위신은 사람뿐만 아니라 어떤 의견이나 작품에도 주어지는데, 위신을 가진 의견이나 작품은 다만 경탄의 대상이 될 뿐이지 옳고 그름의 판단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 일단 논란의 대상이 된 위신은 더 이상 위신이 아니다. 오랫동안 위신을 지켜낼 수 있었던 신과 인간이 결코 논쟁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 따라서 군중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 함.

- 과거에는 일반적 신념이라는 굳건한 토대가 있었기에 군중의 견해가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과거의 신념이 힘을 잃어가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군중의 사상이 점점 자유로워지며, 상반된 견해를 실은 언론매체가 확산되면서 군중의 견해가 그 어느때보다 유동적임. 여론을 주도할 힘을 상실한 정부와 언론은 대중의 생각을 따라가기에 급급한데, 이유는 대중의 생각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해야 그나마 생존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오늘날 군중 사이에는 무신념이라는 신념이 확산하고 있어서 뿌리 내리지 갖가지 생각들이 바람에 흩날리듯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다.

- 어느 국가에서건 군중투표는 대개 민종의 무의식에 잠재된 열망과 욕구를 발산하며 모두 유사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당선자의 평균은 곧 각국 민족정신의 평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평균값은 세대가 바뀌어도 거의 변함이 없다.

- 많은 지식인들이 배심원 제도의 오류를 지적. 실제로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림에 있어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폐쇄집단의 일원인 사법관들이 저지르는 오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폐쇄집단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근거로 사안을 판단하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어떤 전문성의 영역에서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중이 가진 힘이 막강하다 하지만, 폐쇄집단이 가진 힘이야 말로 정말 두려운 것이다.

- 선거 후보자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조건은 위신이다. 타고난 위신이 없다면 재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 노동자 계급이 같은 노동자 출신의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후보자에게 위신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후보자는 확언과 반복, 전파를 통해 군중을 끌어들여야 함. 유권자 군중은 후보자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기에 후보자는 과도할만큼 공약을 남발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군중은 이성적 추론능력이 없기에 상대의 비방에 대해 논리로 맞서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행위다.

- 민족은 하나의 이상으로 뭉친 결합체이며, 문명은 그 이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들이 이룬 결과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면 문명은 성장을 멈추고 노쇠기에 접어듬. 이와 함께 민족도 분열. 각자의 이해와 열망에 따라 분열한 개개인들은 곧 사소한 행위조자 지도해 줄 어떤 존재를 기다리게 되고 이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등장. 하지만 이상이 힘을 잃는 순간 민족도 문명도 더는 존재하지 않음. 꿈을 좇아 야만에서 문명에 이르렀다가 그 꿈을 상실하면서 다시 야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민족과 문명의 흥망성쇠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퍼지 AI시대 누가 미래를 이끄는가  (2) 2024.12.24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3) 2024.12.20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4) 2024.12.20
연결된 위기  (5) 2024.12.11
분노 설계자들  (3) 2024.11.28
Posted by dalai
,

- 퍼지는 모호함을 뜻하는 영어로, 스탠퍼드대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을,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며 인간적 맥락의 기술을 다루는 이들을 일컬음. 퍼지형 인재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세상과 깊이를 교감한다.

- 다양한 창의성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창의성은 경이감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경이감은 생각, 느낌, 감각, 상상력을 포함하는 온몸의 경험으로 이는 인간의 깊은 통찰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감정임. 경이감은 자연의 아름다움, 예술작품, 인간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서 느낄 수 있음. 이 감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큰 존재와 연결되었음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심리적 성장과 변화를 촉진함.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의 저자 카트린 레퀴예는 어린이들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상상에 빠지기도 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데 지루할 틈 없이 흥미를 느낀다. 레퀴예는 그것이 바로 교육의 본질이라고 주장함.

- 최근 인공지능 시대에 호모 프롬프트라는 용어가 키워드로 부상. 인간이 인공지능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면서 마치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명령어를 입력하듯, 필요한 정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호모 프롬프트는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능력을 확장하고, 지식과 정보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인간을 지칭하는 개념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지적 능력을 확장함. 데이터분석과 예측 모델링을 통해 복잡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 이는 호모 프롬프트 시대를 대표하는 특징임. 과거에는 검색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조합하는 역량이 주요했지만, 이제는 검색하지 않아도 지식을 엮어 의미를 만드는 작업을 챗GPT가 해준다. 따라서 이런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질이 달라짐.

-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가
저는 여러 다른 모델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 모델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실의 세계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하나의 학문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닙니다. (찰리 멍거)

-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만드는 이야기
지금은 의미를 찾고, 의미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의미가 담긴 스토리를 만들어 그 세계를 실제로 그려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지금부터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인재입니다. (야마구치 슈, 경영컨설턴트)

-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적 사회구조가 약해지면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함. 현대인은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해야 하고 나아가 지속적으로 재구성해야 함. 이를 자기반성적 프로젝트라 부르며 개인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행동을 평가하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조정하는 과정을 의미.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더 큰 불확실성과 혼란또한 뒤따른다.

- 서사적 통찰력은 단순히 이야기를 구성하는 기술을 넘어서 삶의 다양한 경험과 사건들을 통합하여 일관된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능력을 말함. 인간은 본래 이야기하는 존재.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해석하며, 미래를 예측함.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의 의미를 찾음. 서사적 통찰력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함.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퍼지들은 이 지혜를 잘 알고 있음. 좋은 이야기는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며, 복잡한 제품의 기능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움. 나아가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심리적 당위성을 제공.

- 차이를 만드는 인간다움
우리가 직면한 여러 막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코딩뿐만 아니라 인간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콧 하틀리)

- 러셀은 현대 인류가 과거보다 훨씬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지루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루함을 현대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았으며, 나아가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과제가 지루함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 러셀에 다르면 지루함은 우리가 커다란 동기와 열정이 없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했을때 생기는 감정적 상태다.
쇼펜하우어에게도 권태는 중요한 탐구대상. 그는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말함. 인간은 원하는 것을 추구할 때는 고통을 느끼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권태를 느낀다고 주장. 그는 이 두 상태를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적인 특징으로 보았음. 쇼펜하우어는 권태를 '목표가 없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내적 공허함'으로 정의. 그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나 모든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권태를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많은 사람이 기술발전으로 인해 권태와 지루함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야 함. 이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만족과 성취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함을 의미. 

- 하이데거는 지루함을 정교하게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
지루함은 세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지루함. 이는 버스나 지하털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또 다른 지루함은 특정활동이 우리에게 흥미르르 주지 못할 때 느끼는 지루함. 재미없는 강의나 ,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 느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의미를 느끼며 권태에 빠짐. 마지막으로 하이데거가 가장 중요하게 본 근본적 지루함임. 이는 인간이 일상적인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태임. 이는 철학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돌아보녀 성찰과 내적 성장을 촉진하는 시간이다. 근본적 지루함은 자신의 진정한 목표와 욕구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근본적 지루함은 인간이 비본래적 존재에서 본래적 존재로 나아가게 함
지루함과 권태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진 피터 투이는 지루함이 인간경험에서 보편적이며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주장함. 지루함은 모든 시대와 문화에서 존재해 왔으며, 이는 인간의 본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 따라서 이를 이해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투이는 지루함을, 자극과 흥미의 결여로 인해 발생하는 불쾌한 감정상태로 정의. 그는 지루함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상태임을 강조하며, 이를 단순히 부정적 감정이 아닌 중요한 심리적 경험으로 봄. 그에 따르면 지루함과 권태는 무기력과 우울증,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단순히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창의성과 자기성찰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상태이기도 함. 지루함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 투이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지루함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함. 창의적 활동, 취미,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

- 혼란스런 환경에서는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런 능력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인간의 사고는 비선형적이며, 그 덕분에 무질서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음. 이러한 사고방식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특히 중요하며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인지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함
이와 관련하여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활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받아들여 창의성과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을 보여줌. 스푸마토는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을 뜻하며, 그림에서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하여 더욱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다 빈치는 이 기법으로 작품에 깊이와 현실감을 부여했으며, 대표작인 모나리자와 성 안나와 성 모자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리더십컨설턴트 마이클 겔브는 스푸마토의 개념을 예술적 기법에만 국한하지않고, 삶과 사고의 철학으로 확장. 이는 불확실한 상황을 피하기보다 받아들이며, 명확하지 않은 문제나 상황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태도를 의미. 스푸마토는 한 가지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시각에서 문제를 분석하며, 논리와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과 직관을 활용하여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

- 21세기 르네상스
중세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관을 마련해야 했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정치인도 경제인도 모두 창작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

- 인공지능 시대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와 유사. 르네상스 시기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듯이, 현재도 마찬가지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자신의 길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기술혁신이 새로운 차원의 능력을 요구하며, 이는 오히려 인간 고유의 능력을 훈련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함.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중심리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2) 2024.12.24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3) 2024.12.20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4) 2024.12.20
연결된 위기  (5) 2024.12.11
분노 설계자들  (3) 2024.11.28
Posted by dalai
,

20241224

Quote of the day 2024. 12. 24. 07:02

'Quote of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223  (0) 2024.12.23
20241222  (0) 2024.12.22
20241221  (0) 2024.12.21
20241220  (0) 2024.12.20
20241219  (0) 2024.12.19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