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 여행 실천법
1. 이동할 때 비행기는 되도록 타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
2.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을 찾는다
3.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며 느긋한 여행을 즐긴다
4. 여행짐을 쌀 때는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 가능한 물건들을 챙기고, 개인식기와 물통을 챙겨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
5.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전기차, 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
6.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정책에 따라 운영되는 숙소를 선택
7. 환경보호와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지역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면 여행객으로서 어떤 도움을 보탤 수 있는지 고민해본다
- 누구나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 덕분에 상쇄 산업은 인기를 끌고 있다. 탄소상쇄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그에 맞는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고, 배출한 탄소량에서 크레딧만큼을빼 전체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는 의미. 이론적으로 이 크레딧이 재생기술 또는 보존활동 같은 사업에 투자되어 대기중 탄소를 흡수한다. 말레이시아 가정에 친환경 가스렌지를 제공해 탄소를 상쇄하거나, 스코틀랜드에 나무를 심고 케냐의 숲을 재건해 코끼리 보호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탄소를 상쇄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직접 행동할 필요가 없어 배출된 탄소를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여겨진다. 탄소상쇄 산업이 1년에 거두는 수입은 5억불에 달함. 이론을 그럴듯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님. 우선, 이 산업은 제대로 규제가 되고 있지 않다. 17년 유럽연합 집행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상쇄 사업을 맡은 업체의 85%가 제대로 계획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탄소배출량 계산법과 해결책도 마찬가지.
두번째로 탄소상쇄는 사람들이 습관을 바꾸지 못하도록 만듬. 근본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죄책감만 덜어준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탄소상쇄에 의지하는 습관이 걱정되는 정도이지만 기업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훨씬 더 커짐. 예를 들어 런던 히스로 공항 같은 곳이 26만 5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세번째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대외적으로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광고할 수 있게 된다.
- 09년 알랭 드 보통은 '집에서 즐기는 휴가키트'를 개발. 이 키트 안에는 일등석으로 비행하세요. 벽에서 50센티 떨어진 자리에 안락의자를 가져다 놓으세요. 텔레비전을 가까이에 놓으세요. 그 자리가 5천파운드짜리 자리라고 상상하세요. 라는 안내문구가 들어있다. 정곡을 찌르는 풍자다. 생각해보면 휴가 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거나 공항검색대를 통과하거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무거워진 짐을 이고 다니며 관광지에서 돈을 얼마나 쓰게 될지 부담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떠나기 전에 멋진 풍경을 잔뜩 기대하지만, 막상 가보면 기대에 못미칠 때도 많다.
반면 스테이케이션은 즉흥적으로 여행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마음도 더 편않다. 추천 여행지를 빠짐없이 들러야만 할 것 같은 부담없이 매 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 날씨가 맑든 비가 오든, 순탄한 여행이든 고생만 하는 여행이든, 어떤 경험을 하게 되더라도 가까운 지역을 여행하는 쪽이 언제나 훨씬 지속가능한 선택이다.
'2024/12/20'에 해당되는 글 3건
- 07:13:40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2
- 07:12:39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3
- 07:11:25 20241220
- 세계 물소비의 20%가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됨. 매년 의류제조에 물 93조리터가 쓰이는데, 이는 무려 500만명이 생존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 시만 절반이 1년간 마실 수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000리터, 티셔츠 한장을 만드는데는 2700리터가 필요. 청바지와 흰색 면티는 각각 한사람이 9년, 3년간 마실 물을 집어삼키는 셈이다.
탄소배출량도 어마어마함.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차원에서 탄소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쓴데, 지구전역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약 10퍼센트가 패션분야에서 나옴. 이는 항공 및 해운분야의 탄소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 합섬의 한종류인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맞먹음. 유엔산하 세계은행은 온라인 쇼핑을 통한 판매의 성장세를 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의류판매가 최대 6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강 하류, 중류, 상류에서 강물을 채취해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한 결과, 물 20리터 당 하류에서는 57개, 중류 40개, 상류 2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됨. 플라스틱 종류는 대부분 합서, 즉 옷과 관련된 물질임.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중 50% 이상이 섬유에서 기인"했다며 "세탁을 통해 하수로 유입되는 양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의 20%가 패션산업에서 나온다.
버려지거나 세탁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옷은 제조과정에서부터 심각한 오염을 일으킨다. 합섬으로 만든 옷 5키로를 세탁하면 옷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 600만개가 세탁수를 통해 유출됨. 일반 가정에서 ㅅ용하는 세탁기 규격이 주로 10키로인 것을 감안하면, 한번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1000만개씩 나오는 셈. 엄지 손가락 하나로 스마트폰 화면을 끌어내리며 업데이트된 신상품을 손쉽게 훑어보면서도 금세 싫증을 느끼는 우리의 인스턴트식 패션취향의 대가는 머나먼 바다 건너 개도국뿐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 면은 세계 전체 섬유생산량의 85%를 차지하며 옷, 양말, 기저귀 등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목화는 흔히 친환경 섬유로 여겨졌다. 식물에서 생산되기에 재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버려진 뒤에도 쉽게 생분해가 용이하다고 생각됐기 때문. 하지만 더 이상 면은 친환경 작물이 아님. 바로 막대한 생산량 때문. 면은 낮은 단가와 편리한 가공방식으로 세계 원단시장을 장악했다.
공급량을 감당하기 위해 오늘날 농부들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목화를 재배. 이때 필요한 것 농약과 살충제다. 전 세계에서 쓰는 농약의 10%, 살충제의 25%가 목화재배에 사용됨. 미국에서는 농업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10%가, 전체 농업면적의 1%만을 차지하는 목화를 기르는 데 쓰임. 물론 옥수수나 쌀을 재배할 때도 화학물질이 어느 정도 사용되지만, 목화는 식품법이 아닌 섬유법에 따라 관리되므로 식용작물보다 농약과 살충제를 더 많이 사용해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음.
- 목화재배가 자살로 귀결된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농업생물공학업체 몬산토가 있다. 몬산토는 90년대 후반 유전자조작 목화를 들고 인도로 진출. 해충을 죽이는 독소를 작물에 이식시킨 Bt목화였다. 쉽게 말하면, 일반 목화는 심으면 농약을 마구 쳐야 하는데, Bt목화는 자체적으로 독성물질을 분비하게 만들어 해충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 몬산토는 자사의 Bt목화가 병충해에 강하므로 이 종자를 사서 심으면 살충제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고 인도 농민을 설득. 인도인들에게 몬산토측의 설명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장은 조금 더 비싼 값을 내더라도, 앞으로는 살충제를 아예 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비싼 씨앗값을 내고 Bt면화 농사를 지었지만, 해충은 줄지 않음. 오히려 내성이 생긴 해충이 새로 등장. 이 해충들은 웬만한 농약과 살충제에도 끄떡없게 되었다. 이에 농부들은 더 강하고 더 많은 화학물질을 구매해야만 했다. 이들은 몬산토측에 항의했으나 이미 땅은 Bt농면화가 아닌 토종면화를 심을 수 없게 변해버린 뒤였다. Bt면화가 보급되자 인도 종자시장에서 토종씨앗은 빠른 속도로 사라짐.
인도 농부들은 더 강력한 살충제를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됨, 그런데 농부들은 머잖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판매하는 회사가 자신에게 Bt면화를 팔던 바로 그 몬산토였기 때문.
Bt면화는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씨앗을 받을 수도 없고 혹 받았다 해도 발아하지 않는 터미네이터 종자였기에 인도 농민들은 종자와 살충제를 해마다 구입해야 했고, 점점 늘어나는 부채로 신음했다.
해마다 몬산토에 지급해야 하는 씨앗값과 늘어난 살충제 값때문에 농민들은 빚의 수렁에 빠졌다. 결국 97년 면화 산지인 비다르바 지역에서 빚을 견디지 못한 농민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짐. 인도 정부가 목화 종자가 들여온 시기와 맞물린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의 자살은 전염병처럼 퍼져 20년간 2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추정됨. 농민 자살은 특히 Bt면화를 주로 재배하는 지역에서 증가했기에 Bt면화는 자살의 씨앗으로 불림.
- Bt면화 재배지역 곳곳에서 가축 수가 줄어들고 질병에 걸리거나 폐사하는 사례도 보고됨. 사망한 가축은 목화 수확이 끝난 후 Bt면화를 사료로 먹어온 것으로 밝혀짐. 단순한 집단폐사로 볼 수도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환경단체들은 면화의 또 다른 위험성을 경고했다. 목화솜은 옷의 재료뿐 아니라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되고, 목화씨에서 짜낸 면실유는 식용유로 과자와 빵을 만드는 데도 쓰임. 이렇듯 유전자조작 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간의 체내로 흡수될 수 있음. 나아가 토양에 스며들어 밭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물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 생태계 전체를 위협함. 농약, 비료뿐 아니라 미네랄 유출 등으로 이내 강, 호수, 습지, 지하수가 오염되기도 함. 옷을 만들려다 생태계 전체가 오염되는 것이다.
농약과 GMO에 이어 악명을 떨친 몬산토에는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그 여파로 현재 바이엘에 회사를 매각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기업이 되었지만, 몬산토의 GMO종자들은 여전히 바이엘을 통해 유통됨. 16년 기준 몬산토는 인도목화 종자의 95%를 지배. 유전자 조작 목화는 전세계 목화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 단순히 표현하자면 우리집 양말 열 켤레중 셋 이상이 유전자 조작 목화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내 순백의 양말이 농민들의 자살을 불러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유기농 목화재배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 목화 중 딱 1%만이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된다.
- 구멍나는 스타킹, 그 모순 사이에는 옷을 일회용으로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다. 쓰레기 박사로 잘 알려진 홍수열 박사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짚었다. "실이 자주 끊어지게, 잘 끊어지게 약품을 섞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빨리 버리고 새로 구매하게 하려는 의도, 다시 말해 계획된 진부화의 결과. 계획된 진부화는 54년 미국 산업 디자이너 브룩스 스티븐스가 새로운 상품을 계속 구매하게 한다는 의미로 일반화시킨 용어로, 새로운 제품을 계속 출시하면서도 재고를 원활히 소진하려는 기업의 전략이자 상술이다. 의도적으로 제품의 물리적 수명 자체를 단축시키거나, 단순히 부품만 교환해도 되는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전략까지 포함됨. 물론 오늘날에는 해지거나 닳을만큼 옷이 낡아져서 버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 트렌드의 방향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패션위크가 열리기 전에 정해 지는 것이 있다. 바로 올해의 색이다. 색상을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기업인 팬톤, 그중 색체 트렌드를 예측하는 팬톤색채연구소는 2000년부터 매년 올해의 색을 선정. 팬톤은 색에 고유번호를 붙여 컬러 색상표를 만드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공통의 표준 색채언어로 기능함. 또 여러나라의 컬러 표준그룹의 대표자모임을 개최하고, 미래 소비트렌드를 반영할 뿐 아니라 컬러 트렌드가 디자인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색상을 선정함.
'이런 색이 유행한다고?' 싶은 색상들도 팬톤에 의해 올해의 컬러로 선정되면, 화장품부터 인테리어, 패션 등 온갖 업계에서 해당 색상의 제품을 연이어 찍어내며 우리 일상에 스며든다. 예컨대 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가 경제적 타격을 입었을 때, 09년의 색은 샛노란색에 갈색을 한방울 떨으뜨린 따뜻한 미모사로 정해졌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이유가 덧붙었다. 2010년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사람들의 희망을 반영해, 푸른 초록빛이 도는 보석인 터키옥의 색깔이 그해의 색으로 선정됨.
올해의 색은 늘 전년도와 매치가 되는 색깔로 정해진다는게 그나마 다행일까. 여러 해의 올해의 색 아이템을 구비해 매치하는 행위를 두고 톤온톤이라는 거창한 표현이 등장하기도 함.
한편 19년에는 리빙코럴이 그해의 색으로 꼽혔다. 바닷속 아름다운 산호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로, 해양생태계를 연상시켜 흔히 지속가능성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함. 이런 색을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는 건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보호하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불러오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 그렇다면 리빙코럴이 올해의 색에 선정된 일이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 호장품 계열에서 수많은 색조화장품을 완판시킨 주인공이 되긴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했다면, 2019년만큼은 무색, 혹은 우리가 만들어내고 가지고 있는 모든 색을 선정하거나 어떤 색도 선정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팬톤 외에도 색의 유행을 결정하는 단체로는 이탈리아 모드 위원회, 국제유행색위원회가 있다. 두 기관 모두 미래의 색채 방행을 분석, 제안하고, s/s와 f/w 두 시기로 나눠 유행색깔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같은 예측은 사실 선택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유행이라 체감하는 색깔은 이미 2년전에 국제유행색위원회에서 선택한 색상임. 패션업계에서 향후 유행할 컬러의 원단이나 각종 부자재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모두 이런 밑작업 덕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의 컬러가 선정되면 하이엔드 브랜드가 가장 먼저 움직임. 패션위크라는 단어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패션위크는 패션업계의 가장 큰 행사로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패션브랜드의 패션쇼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기간임. 매일 시간대별로 런웨이라 배정되며 패션위크 기간 동안 각 브랜드에서 바이어들과 유명인들을 초청해 다음 시즌 신상품을 미리 공개한다.
- 전세계 오리털과 거위털의 80%는 중국산. 그런데 중국에는 동물보호법이 없다. 동물학대를 방지하거나 농장동물의 생산, 이동, 도축과정에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음. 지난 몇년간 북유럽에 모여 있던 모피농장이 대거 중국으로 이동했는데, 값싼 인건비와 함께 농장에서 지켜야 할 동물복지 규제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보임. 라이브플러킹이 없다해도 이들 동물이 윤리적 환경에서 사육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음.
온전히 자연적으로 털갈이를 하거나 도축을 통해 얻어낸 조류의 털만으로는 현재 다운제품의 수요와 생산량을 충족할 수 없다. 중국 거위털 공급자들은 의류업체 몰래 라이브플러킹을 일삼으며, 털과 함께 피부가 뜯겨져 나가면 마취나 진통제 없이 실과 바늘로 생살을 꿰맨다.
최근 패션계에서도 동물 털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 사람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성 원자재 사용을 브랜드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 많은 글로벌 패션회사들은 자사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인권을 준수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 이들 기업은 공장이 가격을 낮추고 생산기간을 단축하도록 공급자들을 과도하게 압박하는 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 공장 운영자들은 노동착취가 만연한 업체와 불법적인 하청계야을 맺는 등 무리하게 비용을 절감해 의류브랜드사들의 부당한 관행에 응하고 있다.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지만, 브랜드사는 여전히 각각의 작업환경을 효율적으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처음부터 공장위치, 작업환경, 가격책정 관행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지도 않은 채 그저 대리인을 통해 손쉽게 생산공장을 섭외한다.
나이키, 갭 등 글로벌 브랜드의 노동착취가 드러난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감사가 실시됐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경영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검사관이 노동자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 노동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공장들은 이렇게 감사와 검사를 통과. 하지만 한 노동자는 털어 놓았다. "검사관들이 오면 단체로, 보통 매니저들 앞에서만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런 조건으로 옷에 붙은 공정무역거래 인증마크는 그 누구의 안전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한 관계자는 지적한다. "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의류업체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감사제도는 열악한 근무조건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서 공장으로 전환시킬 뿐 더 나은 노동환경을 약속하지 못함. 오히려 소비자를 속이는 덫이 되기도 함.
-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소비가 과시적으로 변하고 있음. 과거에는 침대, 이불, 화분, 커튼, 슬리퍼처럼 지극히 내밀한 사적공간에서 사용하는 물건이 타인의 눈에 노출되지 않음.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이런 품목들조차 과시적 소비의 대상이 됨.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이 베블런재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롤렉스, 까르띠에, 디올, 생로랑, 버버리 등 세계적으로 명품이라 인정받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3대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는 모두 프랑스산. 그런데 프랑스 현지인들의 옷차림은 이런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
- 패스트패션은 우리에게 오천원, 만원만 있으면 더 나은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어디가도 눈에 띄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더 나은 네가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광고를 보는 구매자들은 그 광고의 상품을 구입하면 이루어질 수 있을 법한 자신의 모습을 부러워하게 된다. 광고는 한 사람으로 하여금 그 상품을 구입하면 자신이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도록 의도된 것이다.
나아가 사람들은 서로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감시하기까지 한다. 그 감시의 굴레에 서로를 가둔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며 우리는 보이는 것에 대해 더욱 골똘히 고민한다. 인플루언서들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를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선망함. 그리하여 모두가 어떤 옷이 유행하게 되는지 살피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쓰게 됐다.
22년 영국 경쟁감시당국은 패스트패션 업계의 그린워싱에 칼을 빼들었다. 그린워싱을 퇴치할 목적으로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을 발표. 아소스, 부후, 조지 세회사를 그린워싱 혐의로 입건해 조사. CMA는 부후가 내세운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캠페인 슬로건의 모호성, 지속가능성 소재성분, 재활용소재 사용에 대한 상세정보 누락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조사는 최대 2년간 진행될 걸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패션업계의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기준점이 세월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앞으로 패스트패션 업계의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H&M, 월마트, 나이키 등 250여개 기업에선 힉 지속가능섲 지수를 기준으로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홍보. 하지만 이 지표 자체가 실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측정하는 표준이 되기에 불충분하다는 문제가 제기됨. 노르웨이에서는 해당 지수가 친환경 마케팅의 근거나 표준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정부차원에서 이를 법규 위반으로 규정해 사용중단 명령을 내림. H&M에 대해서도 동일한 혐의로 힉 지수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그린워싱은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염을 가중시키고 소비자를 기만. G&M을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H&M의 일반제품이 아니라 컨셔스 컬렉셔을 구입하느라 더 높은 값을 지불했지만, 그럴만한 가치의 제품이 아니었다." H&M이 거짓과 오해로 점철된 기만적 마케팅으로 의식있는 소비자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
- 재활용협회 권두영 부회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페페트병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함. 폐페트병 압축품의 가격은 1년 사이 최소 60%이상 오름. ECO, EARTH태그를 달기위한 자원의 쟁탈이 시작된 것.
그 사이 옷은 해마다 1000벌 이상 만들어지고 330억벌씩 버려짐. 생산하는 옷도, 출시되자마자 버려지는 옷도 이렇게나 많은데, 패스트패션 업계에선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친환경을 입에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산과정에서 원단하나만 바꾸었을 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의 생애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싼값에 팔려 옷장에 머물다, 한 계절이 지나면 금세 버려져 소각장이나 개도국의 강산에 쌓이는 옷의 슬픈 여정은 마찬가지. 페트병 티셔츠를 만들려면 각종 공정과 탄소배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티셔츠가 또 다시 한 계절만에 버려지면 결국 환경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 게다가 페트병 소재도 일종의 합섬이므로 소각하거나 매립할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옷장에 잠들어 있는 티셔츠와 청바지도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패션이지, 폐페트병으로 티셔츠나 청바지를 만들기 위한 물절약 공정과정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도, 섬유폐기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지구도 그런 걸 필요로 하지 않음. 오로지 제조와 판매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패스트패션 기업에게나 필요할 뿐이다. 페트병 티셔츠는 지구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매출을 늘리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함.
- 우리는 그동안 소비를 줄이기보다 소비 위에 초록색 물감을 덫칠하는 데 열을 올렸다. 휘발유대신 전기를, 석탄이 아닌 바람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면서 말이다. 물 자체를 아껴 쓰기보다는 물을 덜 먹는 식기세척기를 이용하는 데 자족했고, 빨랫감을 햇볕에 건조하기보다 저전력 건조기를 집에 들이면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옴. 정부와 기업은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대대적 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공짜 텀브러와 에코백을 마구잡이로 생산해 배포. 하나라도 덜 소비하는 대신 하나라도 더 만드는 쪽을 택했다. 당연히 소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옷장은 점점 더 커지고 옷장에 채워 넣는 옷도 많아졌지만, 어째서인지 개개인의 삶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모두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