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중요시하고 지키려고 하는 경계선은 모두 허구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위 환경이 별개라는 생각은 소중히 지켜온 망상에 불과하다.
환경은 단순히 저 바깥쪽에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호흡하고 흡수하고 마시고 입고 창조하는 모든 것이 곧 환경이다. 인간과 환경은 하나며 같은 선상에 있다.
- 빠르게 늘고 있는 인구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석유가 고갈되면 인구증가 문제도 끝날까? 햇볕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녹색식물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화학반응을 깊이 이해하면 에너지를 이용하는 이들의 수요를 어느정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인류가 힘을 합쳐 방법을 찾는다 해도 다른 문제가 남는다. 다음 세대를 위해 유전자 청사진을 남겨야 하는데, 그것을 그릴 잉크가 모자랄 것이다. 인류의 유전자 정보는 핵산에 기록되어 있고, 이 핵산은 다량의 인을 품은 인산염 형태로 존재. 인은 신체가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원소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이는 많은 양의 인이 영농대기업을 운영하는 데 낭비되고 있기 때문. 지금처럼 농업이나 수자원관리 시스템이 지속불가능한 형태로 운영된다면 생명처럼 소중한 인은 계속 바다로 버려지게 될 것임. 그렇게 인이 바닷속을 오염시키고 사라지면 다시는 우리 곁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
이 문제는 미국 콘벨트 지역에서 시작됨. 미네소타, 아이오와, 일리노이, 위스콘신, 미주리, 테네시, 아칸소,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등 다양한 주가 이 지역에 속하는데, 모두 미시시피강 주변에서 대규모 영농기업을 이루고 있다.
- 매년 이들은 질산염과 인산염이 풍부한 비료를 농지에 살포. 덕분에 땅은 늘 영영과잉 상태다. 단기적 이득을 취하려고 땅을 장기적 고통에 밀어 넣는 셈.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평균 수준 강우량을 뛰어넘는 비가 내린다면 땅에 흡수되지 못한 영양분은 농촌 인근 시냇가로 흘러들게 될 것임. 그런 다음 거대한 미시시피강으로 유입됨. 이때 영양분뿐 아니라 수백만년 동안 유기성분이 충분히 쌓이 표토층도 같이 유실됨. 꼭 비바람이 아니더라도 과도하게 땅을 갈아엎으면 표토층은 지하수로 스며들 수 있으며, 풍식작용으로 토양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기도 함. 한번 이 사이클이 돌기 시박하면 죽음의 행진은 흐르는 물을 따라 이동함. 북미대륙을 거뜬히 건너고 수천키로 떨어진 멕시코만까지 나아간다.
영양과잉으로 미국인에게 비만과 당뇨가 유행처럼 늘어난 것처럼 인산염이 바다에 유입되면 엄청난 수의 조류가 해양환경을 점령해 문제가 됨. 바다와 수로에 사는 수중생물이 질식하는 일이 벌어진다. 산소가 부족해진 해양지역은 호기성 대사에 의존하는 생물을 번식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렇게 바다는 죽음의 공간으로 전락함.
- 에탄올 연료를 생산하고 남은 옥수수는 고과당 옥수수시럽으로 만들어져 거의 모든 식품에 첨가되면서 미국인의 비만에 크게 기여. 가공하지 않은 옥수수는 생태발자국 지수를 심각하게 높이는 소나 염소같은 동물의 내장으로 투입됨. 아니면 질 좋은 고기가 될 소의 사료가 되어 정상을 웃도는 엄청난 양의 고기를 생산해내 미국인의 허기진 욕망을 채운다.
인은 우리 몸에 필수불가결한 성분이지만 인체 자체에서 생성되지 않음. 그러니 자연에서 나오는 인을 섭취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인을 다량 함유한 광석을 채굴할 매장량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이 원소는 석유와 수자원에 이어 제3의 자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전 세계가 인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위험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장량 자체가 풍부한 모로코나 중국, 알제리, 시리아 등의 지역이 장차 새로운 분쟁장소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인을 재활용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인 공급량은 조만간 바닥이 날 것임. 그 시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향후 50년, 길어봤자 100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 하지만 이후 더 정확히 예측한 바로는 200-300년 정도 걸릴 것임. 8-12세대가 흐르는 기간이다.
몇 세대 후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야 만족할 것인가
- 인류는 자연을 통제하기보다 자신을 절제하는 태도를 보여 줘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 시대가 사람들에게 그런 도전을 요구한다. (레이첼 카슨)
- 디디티같은 유기염소화합물은 기적의 화합물로 각광받았지만, 레이첼 카슨은 바로 이 물질 때문에 침묵의 봄을 썼다. 탄소와 수소를 포함한 골격에 다른 분자를 합성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화학자들에게 염소와 탄소의 결합은 그야말로 지킬박사와 하이드급 발견이었다. 선형이든 구형이든 형태는 크게 중요치 않다. 일반적인 탄소원자 집단을 염소가스에 침잠한 뒤 수소를 없애고 염소원자로 치환하면 기적의 화합물이 탄생한다.
유기염소 화합물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이 기술은 거의 모든 물건을 만드는 데 적용됐다. 휘발류의 주성분이자 여섯 개의 탄소 원자 구조로 이루어진 벤젠으로 시작해 소나무에서 추출한 캄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기염소 화합물이 살충제의 원재료로 두루 사용되었다. 전구체를 자외선으로 쪼인 뒤 염소 가스에 노출하면 화학반응으로 헥사클로로벤젠과 톡사펜이 만들어짐. 이 두 강력한 치사작용제는 곧이어 대량생산된다.
헥사클로로벤젠은 벼에 생가는 진균성 질병을 없앨 목적으로 널리 사용했으며, 670여개의 각기 다른 유기염소 구조의 혼합물인 톡사펜은 주로 목화에 생기는 해충을 퇴치하고자 분사했다. 그로 인해 우리뿐 아니라 후손까지 오염된 음식, 오염된 옷에 긴 세월 노출돔. 화학물질이 농토에 살포되자마자 수많은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 것.
헥사클로로벤젠과 톡사펜은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이는 효과가 탁월했다. 먹이사슬 구조의 상위 포식자인 동물종과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익충마저 무참히 없애는 부작용이 일어남. 미국은 그제서야 이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함. 세계적 사용금지처분은 01년 스톡홀름회의에서 결정됨.
- 오늘날 유기불소화합물은 신발, 셔츠, 각종 음식물을 통해 우리몸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사람들은 물과 기름을 모두 닦아낼 수 있는 이 물질로 주거공간을 깨끗히 유지하고 싶어함. 겉으로 보았을 때는 집이 어느 때보다 청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놀라운 보호막으로 주거공간을 코팅했을 때 인체가 영원히 오염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피자박스, 패스트푸드 포장지, 구김이 가지 않는 셔츠, 멤브레인 소재 신발, 각종 실내 및 실외용 기능성 의류... 이런 소비재는 다불화처리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온다. 그리고 우리 몸을 영원히 오염시킨다.
- 석탄을 연소할 때 나오는 메틸수은은 공기를 타고 지구 곳곳으로 흩어진 뒤 빗물과 함께 토양과 물 위로 떨어짐. 이때 미생물을 만나 결합하면 신경독성 유기금속 화합물로 변화. 전 세계를 떠도는 이 독성물질은 생체조직에 흡수되어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 최상단의 포식자 특히 황새치의 몸에 매우 높은 함량으로 쌓이는데, 이 생선을 먹은 많은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식품 검수관이었던 셈이다. 수은중독으로 진단받은 검수관은 꽤 오랜 시간 중금속 제거요법으로 치료해 지금은 어느 정도 정상수치를 회복했다. 이 요법은 체내에 쌓인 독성 유기금속과 결합하는 다촉수 화학물질을 정맥내로 투여해 소변으로 수은이 나오게 하는 방식.
우리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인 석탄은 태우면 해로운 물질을 잔뜩 내뿜는다. 그 독성 오염물질이 결국 우리가 먹을 식량을 더럽히고 인간의 몸에 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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