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한다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문화권은 죽음이 완전한 끝임을 거부하는 믿음과 전략을 함께 발달시킴. 스티븐 케이브는 불멸성의 추구야말로 인간문명을 이끈 원동력이라 주장. 그는 우리의 대처전략을 네가지로 분류.
(1) 영원히, 또는 최대한 오래 살려고 노력
(2) 죽은 뒤 육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
(3) 육체가 썩고 부활할 수 없더라도 우리의 정수는 영원히 죽지않는 영혼으로 이어진다고 생각
(4) 우리가 남긴 작품이나 기념물이나 생물학적 자손, 즉 우리의 유산을 통해 계속 살아간다는 생각
모든 인간은 언제나 (1)을 실천하면 살아가지만, 다른 플랜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지는 문화마다 크게 다름. 인도에서 힌두교도와 불교도들은 (3)을 기꺼이 받아들임. 모든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는 영혼을 갖고 있으며, 죽은 후에는 그 영혼이 새로운 몸, 심지어 완전히 다른 생물종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다고 믿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종교에서는 (2)와 (3)을 모두 받아들임. 영원불멸하는 영혼을 믿지만, 동시에 우리는 죽은 자의 육신에서 다시 살아 일어나며 언젠가 심판을 받는다. 아마 이런 생각 때문에 전통적으로 화장을 금하고 신체를 손사오디지 않은 상태로 매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 작은 포유동물은 크기에 비해 표면적이 넓으므로 열을 더 쉽게 잃음.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열을 생산해야 하므로 대사율을 높게 유지해야 하고, 체중에 비해 더 많은 먹이를 먹여야 함. 동물이 시간당 소모하는 총열량은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천천히 늘어난다. 몸이 열배 큰 동물이라도 시간당 소뫃는 열량은 4-5배에 그침. 결국 몸무게가 가벼운 동물이 무거운 동물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함. 동물의 열량 소모율과 몸무게 사이의 이런 관계를 클라이버 법칙이라고 함. 30년대에 동물의 대사율이 몸무게의 3/4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힌 막스 클라이버이 이름을 딴 것이다. 정확한 비율은 논란이 있으며, 포유동물에서는 몸무게의 2/3제곱이 데이터와 더 잘 맞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 심박수 역시 대사율에 따라 변한다. 햄스터에서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포유동물이 있지만, 어떤 동물이든 평생 심박수는 약 15억회로 거의 같음. 현재 인간의 평생 심박수는 이 수치의 약 두배에 이르지만, 그것은 우리의 기대수명이 지난 100년간 두배 길어졌기 때문. 자동차의 수명이 대략 15만마일(24만키로)이듯, 포유동물도 심장이 정해진 횟수를 뛰고 나면 죽도록 설계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웨스트는 15억이라는 숫자가 자동차가 기대수명에 도달할 때까지 엔진이 회전하는 횟수와 거의 같다고 지적하면서 농담처럼 덧붙인다. "이건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노화의 공통기전과 뭔가 관련이 있을까?"
이런 관계는 수명에 자연적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몸의 크기와 대사율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변할 수 있기 때문. 예컨대 동물은 무한정 커질 수 없다. 자신의 무게에 짓눌리기 때문. 모든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려면 대사속도도 빨라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대사속도에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다. 큰 동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런 법칙은 놀랄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 제프리 웨스트는 어떤 포유동물의 신체 크기만 알면 비례법칙을 이용하여 먹이 섭취량에서 심박수와 수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 텔로머라아제가 발견되었을 때 암연구자들은 엄청난 흥분에 사로잡혔다. 항암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발견되었다고 생각. 암세포는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함. 텔로머라아제를 억제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다면 암세포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반면 텔로머라아제를 비활성화하면 텔로미어 단축이 빨라져 조기노화나 질병이 생길 뿐 아니라, 텔로미어 자체가 붕괴되어 염색체 재배열이 일어나면 오히려 암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음. 한쪽에는 텔러모이 단축과 노화, 다른쪽에는 암 위험 상승이라는 두가지 가능성이 팽팽하게 맞선 채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임. 어쩌면 이른 나이에는 대부분의 세포에서 텔로머라아제가 비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런 균형은 텔로미어가 짧은 사람이 장기 부전, 섬유화, 기타 노화증상을 일으키는 변성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에서도 뚜렷이 드러남. 반면 텔로미어가 긴 사람은 흑색종, 백혈병, 기타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 암이든 노화든, 텔로미어를 조작해 대처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우리는 적어도 세가지 노화시계 초기화 방법을 진화시켰다.
첫번째는 생식세포가 체세포보다 DNA 복구능력이 뛰어나고 돌연변이를 더 적게 축적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난자와 정자는 수정 전에 각기 철저한 선별과정을 거친다. 여성은 태아기에 이미 평생 지니게 될 모든 난자를 생산함. 애초에 수백만 개는 되리라 짐작하지만, 출생시에는 그중 100만개 정도를 갖고 세상에 태어남. 사춘기에 이르면 이 숫자는 약 25만개가 되고, 서른 살이 되면 2.5만개의 난자만 남음. 그러나 여성이 일생동안 월경주기 중 배란을 통해 사용하는난자는 500개에 불과. 정자는 이 비율이 훨씬 극적이다. 남성은 사춘기 이후로 수백억개의 정자세포를 생산함. 난자든 정자든 엄청나게 남아도는 셈이다. 왜 그럴까? 배란이란 한 달에 한번씩 임신을 위해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 한개를 난관으로 방출하는 현상이다. 배란 전에 난소에서는 수많은 난자를 검사해 조금이라도 손상된 것은 없애버린다. 이 검사를 통과한 난자만 배란의 영광을 안는다. 나이가 들수록 난자가 손상될 가능성은 높아짐. 어쩌면 이런 이유로 나이가 들면 난자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임신가능성이 낮아지는지도 모른다.
- 정자도 선별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정자는 먼 거리를 헤엄쳐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맨 먼저 난자에 도착해야만 수정할 수 있다. 수정 후에도 우리 몸은 결함이 감지된 배아를 초기 발달과정에서 거부해 버린다. 전체적으로 정상발달 중인 배아라 해도 내부에서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함. 이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연은 우리 자손이 우리가 지닌 세포손상과 노화를 물려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함.
노화시계를 초기화하는 세번째 방법은 게놈을 직접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 수정 직후 수정란, 즉 접합자는 일시적으로 두 개의 핵을 갖는다. 이를 생식핵이라 함. 하나는 엄마에게서 하나는 아빠에게서 온 것이다. 그때 접합자 속에 있는 효소와 호학물질들이 양쪽 생식핵의 DNA에 있는 거의 모든 후성유전적 표식들을 지우기 시작함. 그리고 수정란이 아기가 되는 과정을 시작하도록 새로운 표식들을 추가함. '거의 모든'이라고 한 것에 주목할 것. 두 개의 생식핵이 모두 아빠에게서만, 또는 엄마에게서만 유래한 수정란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함. 그 이유는 엄마놔 아빠가 함께 기여한 생식핵이 상호보완적 패턴의 후성유전적 표식을 갖기 때문. 각인이라고 하는 이 패턴은 함께 작용해 적절한 발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야말로 시급한 질문이다. 예방의 열쇠가 거기에 있다. 답은 원인이란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뇌속에 타우나 아밀로스-베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하는 근본원인은 애초에 세포가 이런 섬유를 구성하는 과잉 미접힘 단백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 그보다 선행하는 원인은 몸의 조절시스템이 손상되는 것이다. 앞서 논의한 세포의 품질관리와 재활용 기전 말읻. 조절 시스템이 손상되는 최종원인은 노화다.
따라서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결국 그런 손상이 발생할 정도로 오래 사는 것이다. 지난 세기 인류의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난 데 다른 한 가지 결과가 삶의 말년을 알츠하이머병처럼 끔찍한 질병과 함께 보내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란 점은 매우 역설적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여기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됨. 수십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치매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암을 치료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통제에서 벗어난 것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세포이기 때문. 알츠하이머병도 마찬가지다. 우리 자시의 단백질이 말썽을 부려 생긴다. 도 한가지 암과 비슷한 점은 유전적 요인과 화학적 인자와 감염인자 모두 질병의 경과를 가속화한다는 것. 이런 이유로 치료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따름.
- 라파마이신은 면역억제제이지만 언뜻 생각하기와 달리 면역반응이 특정한 측면을 강화한다. 면역계에는 두 가지중요한 구성요소가 있다. 하나는 B세포다.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는 항체를 생한. 항체는 세균, 바이러스, 기타 외부 침입자, 또는 항원을 찾아내 결합한다. 항체가 목표에 결합하면 우리 몸을 지키는 군대의 병사들이 앞다퉈 현장으로 달려가 적을 물리침. 면역계의 두번째 구성요소는 역시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다. 조력 T세포는 B세포의 항체생산을 자극하며 살해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파괴함. 라파마이신은 면역계에서 공여조직편(콩팥, 골수, 간 등) 거부반응과 전반적 염증을 억제하는 반면, 일부 조력 T세포의 기능은 오히려 강화해 백신반응을 개선한다. 09년 연구에서 마우스에게 라파마이신을 투여하자 노쇠한 조혈 줄기세포가 젊어지고 독감 백신에 대한 면역반응이 강화되었다.
-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분자라고 할 수 있는 DNA에서 출발했다. DNA 속에는 세포에서 수천수만가지 단백질을 딱 맞는 시간에 딱 맞는 양만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 그 정보는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세포가 건강하게 기능을 수행하려면 그토록 다양한 단백질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포는 수많은 문제해결기전을 갖고 있다. 단백질 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 소기관도 세포의 다른 부분과 공생적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느 날 조상 세포가 삼킨 세균에서 출발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우리 몸의 대사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나이 들면서 어디엔가 결함이 생기면 결국 노화를 촉진하는 모든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세포노화를 일으킨다.
몸 속의 모든 세포가 늙거나 사멸하지만 평소에 우리는 거의 못 느낌. 수십조개의 세포가 있기 때문. 하지만 원시적 생명 형태를 빼고, 세포는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몸속 세포들은 서로 소통하며, 조직과 장기의 일부로서 협력함. 하지만 노화에 따른 결함이 축적된 세포가 많아지면 관절염, 피로, 감염취약성, 인지저하, 그리고 몸이 전반적으로 젊었을 때처럼 작동하지 않는 등 노화증상이 뚜렷해짐.
- 사람의 몸은 7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7년이 지나면 예전에 존재했던 세포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뜻.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이 말은 맞지 않음. 모든 조직이 같은 속도로 재생되지는 않기 때문. 혈액세포나 피부세포는 매우 빨리 재생됨. 베거나 멍들거나 가볍게 덴 상처가 이내 아무는 것은 새로운 피부세포가 자라기 때문. 헌혈을 해도 불과 몇 주만에 새로운 혈액세포가 만들어져 혈액을 보충한다. 다른 장기는 재생속도가 조금 느리다. 예컨대 간은 대부분의 세포가 3년 내에 새로운 세포로 대체됨. 심장조직의 재생속도는 더 느려서 평생 심근세포의 40퍼센트 정도만 대체됨. 심장 발작으로 입은 손상이 종종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마지막으로 뇌를 이루는 뉴런들은 재생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 지니고 있던 뉴런을 평생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일부 뇌 세포가 재생된다는 사실을 밝혀냄. 속도는 매우 느려서 연간 약 1.75퍼센트 정도임. 결국 대부분의 뉴런이 출생시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뇌졸중 같은 급성 질환이든, 알츠하이머 같은 만성질환이든 뉴런이 파괴되는 질병이 그토록 두려운 이유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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