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트로피란 80년대 기술에서 비롯된 세상의 변화를 고민하던 선각자들이 만든 기술철학으로 기술에 우리의 희망과 의도를 담는 기준이자 방법이다.
80년대 캘리포니아에는다소 급진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연구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기술을 통해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불평등, 빈부격차, 환경문제, 생명연장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가리켜 엑스트로피라 명명
- 엑스트롶는 무질서라는 뜻을 가진 엔트로피에서 착안한 것으로 엑스를 붙여 엔트로피와 반대되는 의미를 담음. 엔트로피는 물리학에서 보통 무질서, 복잡함, 에너지 소진의 의미로 사용. 이와 반도래 엑스트로피는 무질서가 없음, 명확해짐, 에너지 증가의 의미로 정의됨.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 그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엑스트로피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자신들을 엑스트로피안이라 불렀다.
엑스트로피안들은 기술자들이자 철학자들이다. 기술과 철학을 엮는다는 게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를 맞고 보니 기술분야에서도 철학이 중요해졌다.
- "예측의 세부내용을 진지하게 다루는 미래학자는 없다.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변화할지를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엘빈 토플러
토플러는 여러 저서를 통해 우리가 미래를 내다볼 때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을 말했다. 예측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가 아니라, 변화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방향성)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속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 논지다. 변화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 방향성과 속도를 아는 것은 가능하며, 세상의 변화가 주는 충격을 줄이고 수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 08년 10월 31일, 화폐개혁의 시장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류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세가지 혁명을 제시. 그것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이다. 그는 이 중에서 특히 과학혁명을 인류역사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중대한 사건으로 언급. 하라리는 코페르니쿠스가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한 1543년부터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출판한 1687년까지를 과학혁명의 시기로 보았음. 100여년에 걸친 긴 기간의 변화를 두고 혁명이라 일컫는 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100년은 극히 짧은 시간이므로 급격한 변화, 즉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과학혁명이 과학시술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가자.
이 시기 유럽은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1517년 10월 31일, 종교개혁이 시작. 루터는 교회 부패 등을 비판하면서 당시 절대적이었던 종교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개혁을 주도. 이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고,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의 절대적 권위가 약화되는 계기가 됨.
그 흐름을 이어 자연현상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모색하는 학문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시대적 분위기가 만들어짐. 16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르네상스 혁명이 절정이 달하며 문화, 예술, 과학이 꽃을 피웠고, 이는 유럽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이런 배경하에 일어난 과학혁명은 단순히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넘어 인간사고와 사회체제의 근본적 전환을 가져옴. 지동설의 수용, 수학적 원리의 활용, 과학적 사고 등 과학분야의 획기적 성과 이면에는 신학, 철학에 대한 기존의 제약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자는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적 관점이 근본 동력으로 자리한다.
- 지난 30년간 거대기업들의 플랫폼 독점구조가 점차 강화된 것은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인터넷을 통해 사회의 묵은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일부 사람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부의 불균형에다 정보 불균형까지 얹어지며 더 큰 불균형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정보의 관리, 거래구조 또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쪽으로 계속 진화해 왔기 때문. 결국 인류는 물질시대의 부작용, 즉 부의 불균형, 불공정, 불평등의 문제를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블랙록은 현물 ETF상품 승인 두발만에 20만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함으로써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기업이 됨. 또한 24년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상장기업 중 약 600개 이겁이 비트코인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보유규모로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15% 수준. 월가 금융기관, 상장사, 거대 자본가 등 이미 인터넷 시대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존 세력이자 세상의 주도세력이 또 다시 비트코인 시장 장악에 나선 것.
탈 중앙화를 꿈구는 엑스트로피안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마지막 보루다. 인터넷이 결국 실패했던 탈 중앙화 시도를 비트코인이 물려받았고,또 다시 거대세력의 도전을 똑같이 받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다르게 사토시 나카모토의 설계는 완벽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던 초기에 거대세력들은 그들의 구미에 맞게 기술을 변경하고 질서를 재편할 수 있었다. 반면에 비트코인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도록 완벽한 룰세팅이 되어 있다.
어찌 보면 현재의 상황을 사토시 나카모토가 에견했는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을 탄생시키고 자신 혹은 그 집단은 익명성을 추구하며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성공에 도달할수록 주류세력이 헤집어 놓을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완벽히 자단하기 위한 고민을 세심하게 담아둔 것으로 보인다.
- 결론적으로 현재의 AI는 인간의 언어를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혹은 그 이상의 방식으로 이애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AI가 편견을 가졌다거나 의식을 가졌다거나 하는 등의 해석은 아직 시기상조. 한편으로 AI분야의 다양한 용어들이 이런 논란을 조장한 측면도 있음. 학습이나 신경망 같은 용어들이 인간 두뇌에 대한 잘못된 비유를 만들어 오해를 부추긴 것임.
거대 언어모델은 많은 텍스트를 보고서 다음에 어떤 단어가 나올지 예측하거나 단어가 빠진 텍스트를 표시하고 채우는 방식으로 학습함. 이걸 인간의 학습, 인간 뇌속의 신경망 같은 용어를 써서 설명하다보니 AI가 인간과 같냐는 논란과 비아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비 기술영역의 사람들은왜 굳이 학습 혹은 신경망이라는 용어를 써서 혼선을 주느냐는 것부터 지적할 수밖에 없음. 비 기술자들은 인간의 인지, 학습, 추론, 창작의 과정과 AI의 그것은 같지 않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용어에 갇혀서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어냄. 반면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현상과 가치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게 되는 문제를 야기.특이점 시대의 변화 중에서 용어에 갇혀 그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여럿 있음. 암호화폐가 대표 사례다.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자산 등 비슷한 느낌의 다양한 용어들이 난무한다. 새로운 현상이자 기존에 없었던 것이기에 용어를 통일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음. 문제는 용어가 여러개라는 점이 아니라, 지금 사용하는 용어가 기존의 유사셩역에서 가져온 단어의 조합이라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시선과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화폐, 자산은 금융업에서 주로 정의됨. 그럼 현재의 암호화폐 혹은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들은 금융업 종사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화폐, 자산이라는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용어의기존 개념에 사라잡혀 오히려 이를 강하게 부정함. 그들의 상식으로는 비트코인을 화폐나 자산으로 볼 수 없기 때문. 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을 부정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일부 금융인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 라이트 형제가 인류에 선사한 교훈
인류에 비행기를 선사한 라이트형제는 비행기 개발 당시 비행을 성공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제어와 안전문제라고 했다. 어떤 조건에서도 치명적인 고장이 야기되지 않는 안전한 글라이더를 설계할 수 있다면 가볍고 강력한 엔진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사소한 일이라는 의미다. 라이트형제에게는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로 여겨지는 엔진보다 오히려 안전과 제어가 더 중요한 과제였덤 셈.
AI의 안전도 라이트형제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AGI는 강력한 엔진이지만 안전한 글라이더는 아니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단점을 피하면서 강력한 AI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시점.
- 최근 기업들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ESG경영을 요구받고 있음. 이런 ESG를 추구하는 과정에도 다양한 가상화 기술들이 활용됨. 스페인의 에널그린파워는 수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가상화 기술들을 활용중. 거대한 발전소 공간에서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들을 사람의 눈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기도 하거니와 놓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눈과 손이 미치지 못하는 발전소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상공간에 실시간으로 구현함으로써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고 예측해 발전소 운영효율을 높인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똑같은 디지털 트윈 수력발전소를 구축한다. 덕분에 작업자들은 실제 현장에서보다 더 정밀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수집된 정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 친환경, 작업자 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ESG를 추구할 수 있다.
- 스코틀랜드 신재생에너지 기업 IES는 영국 노팅업 지역의 작은 마을을 탄소중립 마을로 구현. 센서와 영상인식기술로 공해물질을 정교하게 측정하고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현실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수집하고 예측해 공급을 최적화 했다. IES가 구현한 버추얼 트윈이라는 기술은 가상세계에서 공해물질의 배출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급을 최적화해 친환경 도시의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에너지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공간컴퓨팅가 가상화 기술을 활용하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