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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코드

심리 2022. 3. 13. 10:45

이 책은 알렉산더 로이드 박사가 지은 책으로 전작인 힐링코드, 러브코드에 이은 작품이다. 힐링코드에서는 건강문제의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제시했고, 러브코드에서는 성공을 가로막는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그리고 이번 메모리코드에서는 모든 문제의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제시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고통스러운 기억이고, 부정적인 기억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삶의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우선 기억은 동영상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한 자극들을 데이터처럼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중에서 생명의 위협과 관련된 것들이 우선적으로 처리되고, 나머지는 과거의 기억들을 통해 걸러지게 되고, 마치 포토샵 파일처럼 저장된다.

결국 기억은 환상에 가까운 것이다. 어떤 기억은 우리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져 온 것일 수도 있으며, 어린 시절 일화적인 사건에 대해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 때문에 특정한 방향으로 기억이 생성되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배워서 치유할 수 있는 부분은 치유하고, 앞으로 진실과 사랑 속에서 현재를 살아나가는 것이다.

기억을 바꿀 수 있다면 삶을 진정으로 변화시키고, 이런 변화를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원천기억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의학이자 심리학 기법의 하나인 기억 엔지니어링을 소개하고 있다. 엔진니어링이라는 말이 붙으면 뭔가 기계적인 느낌이 들지만, 기억엔지니어링은 그저 기억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치유하고, 편집하고, 수정하는 도구이다. 이 과정에는 수술도, 약도, 의사도 필요치 않다. 기억을 바꿀 기술은 이미 우리안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술은 바로 상상력 혹은 이미지메이킹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과거의 기억이 현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거나, 불안이나 우울증 증상이 있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되고 정신건강을 개선해 볼 것을 제안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되었습니다.

 

- 오늘날 신경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이자 교수이며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과학부 학부장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렇게 말했다.  “뇌는 자극과 반응을 조정하는 회로에서 여러 중재 단계를 거치지 만, 필수적인 조건 한 가지가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 필수 조건이란 자극으로 받아들인 이미지들을 '생각'이 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내적으로 나타내고 정리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어떤 것을 하려는 의향'이며, 이미지는 단순 히 시각적 이미지뿐 아니라 음향 이미지, 후각 이미지 같은 것들도 포 함한다. 즉 이미지가 없는 생각이란 있을 수 없다. 또 기억과 이미지는 뇌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 자체에도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전작 《러브 코드》에서 사우스웨스턴대학교의 연구를 인용했다. 전국적인 뉴스로 회자됐던 질병과 질환의 근원에 관 한 이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질병의 근원이 세포기억cellular memory)' 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체의 세포는 뇌의 관여 없이 자체적으로 경 험을 기록한다. 이렇게 세포에 기록된 기억은 암, 정신적 트라우마, 중 독, 우울증 등을 겪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세포기억은 뇌가 있어야 처리 할 수 있는 기억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 세포기억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는 학문분야는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다루는 후생유전학 epigenetics 연구다. 세포생물학자이자 후생유전학의 선구자인 브루스 립턴 Bruce Lipton, PhD은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 The Biology of Belier》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세포는 카메라와 같다. 어떤 환경이든 세포막은 렌즈와 마찬 가지로 작용해서, 이미지를 포착한 뒤 그것을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핵 核. nucleus으로 보낸다. 그곳이 바로 저장된 이미지가 보관되는 곳이다.”
나는 립턴이 저장된 이미지'라고 부른 것, 사우스웨스턴대학교 연구원들이 세포기억'이라고 부른 것,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이미지'라고 부른 것이 모두 같은 맥락이며, 내가 원천기억이라고 부르는 삶에서 생 기는 문제들의 근원과 같다고 본다. 
- 쾌락은 항상 좋고 고통은 항상 나쁘다는 믿음은 완전히 잘못됐다. 고통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인 경우가 아주 흔하며, 잘못된 쾌락은 우리를 파멸로 몰고 간다.
여러분에게 이렇게 약속하겠다. 고통에서 두려움을 분리하는 법을 배우고, 비통이나 공황에 빠지지 않으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경험할 수 있으면, 마치 공원에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보장한다!
본래 인간이 설계된 대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기본적인 경험은 육 체적, 정신적, 영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차단, 파손, 결핍이 엄청난 영향을 끼쳐서, 그런 기본 상태를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인간의 심장은 몸 전체에 혈액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렇지 않을 때, 이를 기능부전이라고 부른다.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근육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이를 기능부전 이라고 부른다. 면역 체계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인식하고 이를 세 포 수준에서 파괴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게 기능하지 않거나 위협이 되지 않는 요소에 과잉반응할 때, 이를 기능부전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인간의 정신적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임을 인정해야 할 때 다. 시상하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일 때만 스트레스 반응의 스위치 를 켜도록 되어 있다. 위험 상황이 아닌데도 스트레스 반응 스위치가 켜지면, 기능부전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기능부전의 근원이 기억에 있다고 믿는다.
- 개인적 경험이 기억되는 방식이 주위 세계를 동영상으로 녹화하는 것과 같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즉 오감으로 무언가를 경험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기억의 형태로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 경험을 되새길 때면 일어났던 일을 정확히 다시 보게 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것과 조금도 비슷하지 않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연구원들은 개인적인 기억을 포함 한 모든 기억은 환상이라고 일컫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한다.  어째서 그럴까? 우리가 보는 것은 오감을 통해서만 수집한 객관적 인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눈과 오감을 사용해 보고 경험한 것 은 이미 존재하는 기억의 렌즈를 통해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 일단 태어나서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하면, 데이터가 말 그대로 빛 의 속도인 초당 18만 6,000마일의 속도로 감각을 통해 입력된다. 데이터 는 녹화된 동영상처럼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적, 화학적 자극의 형 태로 우리 안에 들어와서, 수조 건에 달하는 기존의 기억들을 먼저 통 과한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간 두뇌의 기억 용량은 약 1,000조 바이트, 즉 전체 인터넷 용량에 맞먹는다. 현재 상황과 어렴풋하게라도 비슷한 데이터가 있는 과거의 기억, 잠시 뒤에 다루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생명의 위협에 관한 기억은 최우선으로 처리된다.  자극들이 그 모든 기억을 통해 걸러지면 무의식적인 마음이 전체 데이터를 조합해서 완성된 내면의 심상이나 영상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새로운 기억이다. 이 새로운 기억이 우리가 '본' 것이며, 그 결과로 느낌, 생각, 몸의 화학 반응, 행동이 나온다. 기억은 비유하자면 녹화된 동영상보다는 포토샵Photoshop 파일에 더 가깝다. 모든 과정은 거 의 실시간에 가깝게 즉각, 저절로, 그리고 쉼 없이 일어난다.
그렇다는 말은 이런 처리 과정의 결과로 생성된 영상이나 심상, 즉 우리가 통상적으로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 그대로 가 아닐 때가 많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 기억은 적게는 1퍼센트에서 많 게는 99퍼센트까지 실제와 다르다.
-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는 저서 《지금 다시 계몽 Enlightenment Now)에서, 가용성 휴리스틱 availability heuristic 또는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으로 불리는 널리 알려진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실이나 상황이 머릿속에 더 쉽게 떠오를수록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더 많이 믿게 되는 경향을 뜻한다.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은 더 강한 기억의 흔적을 남긴다. 따라서 기 억이 강력하다는 건 일반적으로 그 사건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떤 기억이 노출 빈도가 아닌 다른 이유(예를 들어 생생함, 유혈과 폭력, 독특함, 속상함)로 마음 검색엔진의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놓일 때마다 사람들은 그것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과대평가하게 될 것이다.”
핑커는 그 예로, 통계적으로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훨씬 높지만 비행기 사고가 언론에 보다 자주 보도되기 때문에 차에 타는 것보다 비행기에 타는 것을 더 두려 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이것이 바로 가용성 편향이 작용한 결과다.
기억의 가용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그 기억이 얼마나 생생한지 여부이며, 이는 몇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 사실 부정적인 기억은 부정 편향 negativity bias 으로 알려진 현상 때문에 일반적으로 보다 생생하게 남는 경향이 있다. 저자이자 뇌과학자인 제프 스티벨Jeff Stbel은 “나쁜 일은 좋은 일보다 마음에 더 크게 다가온 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잠재적인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했다.” 그래서 내 아 들 해리가 그랜드캐니언의 아름다움보다 멀미로 토했던 기억을 더 생 생히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더 생생하다'거나 '더 강력하다'는 게 반드시 '더 정확하다. 는 의미는 아니다. 기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줄리아 쇼는 저서 《몹쓸 기억력 The Memory llusion》에서 기억에 오류와 오해가 파고드는 수많은 경로에 대해, 그리고 전혀 일어난 적이 없거나 적어도 목격한 적이 없는 일을 기억한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자세히 설명한다.
쇼에 따르면, 독일 트리어대학교의 토마스 실링 Thomas Schilling과 그 동 료들은 스트레스가 기억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2013년에 발표 했다. 이들은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기억이 강하게 남지만 동시에 오류 를 받아들이기가 더 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은행 강도를 목격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총구가 자신을 향했다는 사실을 또렷이 기억할 가능성이 크지만,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 같은 다 른 중요한 정보는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설상가상으로 보통의 기억과 달리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해서 실제보다 큰 충격을 경험한 것처럼 기억하게 만든다. 한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1991년 걸프전쟁 때 다국적군의 작전명으로, 걸프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옮긴이) 퇴역군인들에게 전역 후 한 달 뒤와 2년 뒤에 각각 복무 기간 동안 의 특정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퍼센트가 적어도 한 가지 질문에서 예전과 다르게 대답했고 61퍼센트는 한 가지 이상의 질문에 다른 답을 냈으며, 응답자 대부분이 두 번째 시기에 부정적인 사건을 더 많이 기억했다.
기억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사실은 환상에 가깝다고 말하는 학자 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상담 내담자들이 예전에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온갖 유형의 학대를 기억해냈다. 그 시기는 심리학자들이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의 실체를 보다 잘 인식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상담치료사들은 선의의 의도에서 이런 질문을 반복해 질문하곤 했다. “어릴 때 당신에게 부적절하게 손을 댄 사 람이 정말로 없습니까? 이런 증상이 있는 것을 보면 성적 학대가 의심되는데요.” 그러면 내담자는 자연적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지 상상 해보게 되고, 그러다 갑자기 학대 사례를 생생히 기억해낸다. 이 기억들 중 일부는 실제이며, 치유 과정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된다. 하지만 상담 치료사의 질문에 자극받아 내담자가 기억을 상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 인간의 기억이 녹화된 동영상보다 환상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이해 하면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훨씬 덜 들지 모른다. 남을 판단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자각하면, 이런 식으로 생각 하도록 자기 자신을 훈련할 수 있다. 잠깐, 여기서 속단할 필요는 없잖 아. 내가 기억하는 말을 저 사람이 정말로 했는지 아닌지 모르고, 내가 받아들인 것과 다른 의도에서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 판단을 잠시 미루고, 이 일이 어떻게 해서 생긴 건지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
만약 당신이 스스로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면, 당신의 내부에 조상에게 물려받은 기억이 있으며 그 기억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좌우하고 궁극적으로 믿음, 생각, 느낌, 뇌의 화학작용과 행동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나 같은 경 우 결혼을 하고 초창기 몇 년 동안 대체 어떤 무의식적인 문제나 조상 에게 물려받은 문제들 때문에 그렇게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멍청이처럼 굴었는지 모른다. 짐작되는 구석은 있지만, 합리적인 의혹 이상의 분명한 증거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억이 어떤 식으로 작용 하는지를 배워서 자신과 타인에게 연민을 품고, 얼마나 오래 걸리는 치유할 수 있는 부분은 치유하고, 앞으로 진실과 사랑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데 전념하는 것이다.
- 대한 기억 오작동에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하나, 기억의 퇴화. 
둘, 옳고 그름에 대한 잘못된 체계를 선택해서, 결국 어른이 아니라 다섯 살짜리 아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셋, 변화를 원하면서도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능력을 잃은 것.
이 모든 과정은 기억의 퇴화에서 시작한다.
- 오늘날에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기억에 생사의 문제로 분류된 상황이 수백에서 수천 가지에 이른다. 가령 증조할아버지가 세금을 체납한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집을 잃고 말았다면 우편물을 확인하는 것도 생사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 부모님이 자주 다퉈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빈번히 보면서 자랐다면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는 것에 생 사 반응이 나타날지 모른다.
물론 우리는 이런 상황이 나를 죽일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우편물을 확인할 때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우는 사람을 볼 때마다 불안감을 느낄 뿐이다. 별일은 아니다. 단지 불쾌함이 느껴지 는 대상이거나 성격적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분노, 좌절, 짜증, 원한, 비통, 쓰라림, 용서받지 못함, 심각한 감정을 느낀다면,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그런 감정과 관련된 원천기억에 '생사와 관련한 문제다'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은 그야말로 생명의 위험에 처한 것처럼 생리학적으로 반응한다.
- 다니엘 G. 에이멘 Daniel G. Amen은 저서 《그것은 뇌다 Change Your Brain,Change Your Life)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뇌는 어떤 특정한 사건을 기억할 때마다, 맨 처음에 방출됐던 것과 비슷한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즉 우리 기억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 우리 마음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지금 일어나는 현재시제의 현실로 취급한다. 그래서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 시간마다 강간을 당했고, 그녀가 그러므로 이렇게 됐다'고 생각했던 상황이 따라다녔다. 3년을 이와 같이 보내고서,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기억이 치유되면 강간을 당했던 사건 자체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사건을 이제는 기억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것을 여전히 인식한다. 기억의 그 부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기억에서 바뀐 부분은 그녀의 해석, 즉 강간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믿는 그릇된 생각이다. 이제 그녀의 기억에는 자신이 나쁘거나, 더럽거나, 비인간적이라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상하부에 두려움의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다. 3년 동안의 고생 끝에, 과거에 끔찍한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지만, 자신은 좋은 대우를 받을 만한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마침내 믿게 됐다. 그녀의 경우 그런 거짓말은 평화로 바뀌었다. 
- 원천기억을 치유하기 전에, 그와 같은 오류가 애초에 왜 발생했는지에 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기억의 퇴화는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기본 설정 default 만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 이 세상에 태어난 뒤에 삶의 경험과 상상을 통해 각자의 기억을 덧붙이기 시작한다. 기본설정은 눈에 보이 는 거의 모든 것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는 잘못된 이야기를 주입하는데, 우리는 모든 경험과 상상을 그런 기본설정 프로그램을 통해 해석해나간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을 가장 짜증나게 만드는 일이 당신을 실제로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믿느냐고 누군가가 질문한다면, 당신은 거의 틀 림없이 아니요'라며 단호히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은 여전히 그런 일이 당신을 죽일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단지 그런 느낌에 너무 익숙해져서 정상처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발상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1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뇌 사용설명서 Your Brain: A User’s Guid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무의식적인 마음에서 일어나는 전기자극이 의식적인 마음의 활동이 나타나기 전에 행동을 개시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를 소개하면서, 그런 현상을 의도의 환상'이라고 지칭했 다. 그 외에 무의식의 통제를 받는 미주신경이 생각, 감정, 행동에 끼치는 중요한 영향을 밝힌 연구들도 다루어졌다.
한번은 친구인 윌리엄 틸러 박사에게, 수십 년 동안의 연구와 실험 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에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느냐고 물었더니 "의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뒤이어 의식적인 의도뿐 아니라 무의식적인 의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느냐고 질문했다.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당연하지. 그리고 일반적으로 의식적인 의도는 우리를 제한하는 무의식적인 의도를 고치기 전에는 작용하지 않아."
-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대폭 축소해서 다른 포유동물들처럼 무의식이 삶을 주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가진 제한적인 자유의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외면의 법칙에 따라서 주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니 그저 주어진 생존모드에서의 삶을 최대한 잘 살아가 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몇몇 연구 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믿음(즉 스트레스 마인드셋)이 부정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나마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 나는 유르콥스키가 초양자라고 불렀던 것이 브루스 립턴이 '느낌'이라고 불렀고, 고대 종교와 영성에서 '영혼'이라고 불 렀으며, 오늘날 많은 이들이 직감이라고 부르는 것, 아인슈타 인이 '멀리서 일어나는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지칭했던 것, 그리고 내가 '공명'이라고 부르는 것과 모두 같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런 공명을 더욱 잘 듣도록 훈련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올바른 길에 있는지를 아는 능력이 생긴다.
- 세월이 흐르면서, 심리학은 더 이상 할 말이 남지 않을 때까지 말하는 방법에서 벗어났다. 이 방법은 대개 장기적으로 문제를 변화시키 지 못하고, 상당히 시간 소모적이며, 돈도 많이 든다.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기분이 나아졌지만, 보통은 부분적인 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데 그쳤다.
오늘날의 심리학은 세 가지 주요 수단을 활용한다. 바로 약물, 대처 메커니즘coping mechanisms,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및 라이프코 (fe coaching 같은 실용적인 접근법이다. 생각, 감정, 믿음을 바꾸는 것에 관한 담론이 큰 인기를 끌며, 라이프코칭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어머니 에 대한 기억을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실용적이고 긍정적인 방법이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2013년, MIT 신경과학자들은 쥐의 기억을 변화시켜서 행동에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두 가지 독특한 특성을 띠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뉴런 이 아주 활발히 작용할 때 붉은빛을 발하게 했으며, 그에 덧붙여 뉴런이 빛으로 활성화되도록 만들었다. 이 말은 연구원들이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뇌의 부분인 해마에서 어떤 뉴런이 아주 강력하게 활동하는지 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뉴런에 빛을 비추어서 기억을 마음대로 활 성화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맨 처음에는 쥐들이 새로운 영역을 마음껏 돌아다녀서 이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만들게 했다. 그다음 쥐들 을 밖으로 끄집어내고서 새로 생긴 기억과 연결된 뉴런에 빛을 비추어 새로 생긴 기억을 재활성화한 뒤에, 전기충격을 가해 그 기억을 공포의 기억으로 만들었다.
귀들을 맨 처음에 있었던 공간에 다시 데려다놓자 예전에는 없었 던 공포의 징후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이런 식으로 기억을 바꾸면 쥐의 행동에 영구적인 변화가 초래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내용을 실었던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elentific Ameriean)의 기사 제목은 '기억 엔지니어링의 시대가 도래했다' 였다.
- 그런 종류의 기억 엔지니어링이 실험실에 있는 유전자 조작 쥐에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어떨까? 가상현실이 인간에게 이와 유사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 인됐다. 유전자 조작, 실험실, 전기충격 같은 건 물론 필요하지 않다.
그중 한 연구에서는 파킨슨병을 앓는 실험 참가자들이 가상현실 고글을 쓰고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했다. 고글 속 화면은 게임 안의 길 을 걷는 그들의 다리를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은 이 활동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걷고 장애물을 피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가상현실 훈련이 참가자들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뇌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옮긴이)을 높이고 뇌 기능을 향상시켰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른 연구에서는 가상현실이 하반신 마비 환자들이 다시 걷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맨 처음에 연구원들이 걷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실험 참가자 8명에게 지시했을 때, 그들의 뇌에서는 전기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듀크대학교 교수이자 이 연구의 수석 연구원인 미겔 니코렐리스 Miguel Nicolelis, MD. PhD 는 참가자들의 상태를 이렇 게 설명했다. “마치 걸어서 이동한다는 개념이 뇌에서 지워진 것 같았다.” 다시 말하면 사고를 당한 뒤로 걷는 법과 관련된 모든 기억과 내 면의 이미지가 사라진 상태였다.
연구팀은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참가자들이 뇌 활동으로 아바타를 이리저리 옮기는 시뮬레이션을 해보게 했다. 이로써 참가자들은 근본적으로 걷기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만들었다. 그들은 새로운 걷기 기억을 이용해서 컴퓨터화된 외골격(입는 로봇)을 움직였으며, 얼마 후에는 하루에 1시간씩 외골격을 착장하고 걷는 연습을 한 뒤에, 참가자 8명 모두 약간의 감각과 움직임을 되찾았다. 하반신 마비 상태로 13년을 지낸 한 여성 참가자는 훈련 이후 보행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다리 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가상현실 치료는 척수 손상 환자의 유령통증을 줄이는 데에도 도 움이 됐다. 또 뇌졸중, 우울증, 입원 중에 나타나는 통증에도 비슷 한 결과가 확인됐다.
이런 연구들은 이미지가(즉 기억이) 삶에서 겪는 모든 문제의 근원 일 뿐 아니라, 기억을 바꿈으로써 영구적으로 효과가 유지되는 듯한 기 적적인 변화를 이룰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마음은 활성화된 모든 이미지가 실제이며 지금 일어나는 일인 것 처럼 반응하고, 어떤 사건의 부정적인 기억이 촉발되면 원래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똑같은 스트레스가 급증한다고 앞에서 설명했다.
거짓말도 스트레스가 치솟게 만들기 때문에, 사실이 아님을 알면 서 부정적인 기억을 다시 기억하려고 애쓰면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아드레날린이 오히려 더 많이 분비된다. 그렇게 되면 부정적인 기억이 예전보다 더 강력해진다.
긍정 확언이 장기적으로는 대개 효과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령 “지금 100만 달러가 나에게 오고 있다”라고 말하면, 마음은 우리 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면 이 말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 가 매번 치솟아서, 없애려고 했던 부정적인 효과를 더 키운다. 
- 이런 점을 고려해 나온 첫 번째 중대한 발견은, 마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치유 과정에서 마음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은 의지력보다 100만 배는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따라서 무의 식과 의식이 힘을 모아 조화롭게 작용하지 않으면 언제나 실패하게 된 다. 마음과 자주 대화를 나누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음과 손잡고, 사랑 안에서 마음에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마음에 이렇게 말 을 붙일 수 있다.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렇게 다루기 힘들게 굴었던 것을 사과할게요. 우리 이제부터는 협력해서 일할 수 있을까요? 함께 힘을 모아서 제 부정적이고 오류가 가득한 프로그램을, 긍정적이고 건강한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 내면의 법칙에 따라 살기로 선택하면 마음의 안전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상황이나 최종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최대한 사랑을 품고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라고 본다. 내면의 법칙이 작용할 수 있게 충분히 노력을 쏟아붓기만 하면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진심을 다하고, 전념해야 한 다. 당신은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없다.
그것이 두 번째 중대한 발견이었다. 문제를 근원부터 진정으로 치유하려면, 내면의 법칙을 선택해서 마음의 안전장치를 해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의 치유 효과가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는다.
- 어떤 기억에 대해서 우리가 느끼는 큰 괴로움은 사실 사건이 아니 라 맥락 때문인 경우가 많다. 맥락은 부모님에게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심지어 위로 10대를 거슬러 올라간 조상에게 일어났던 사건일 수도 있다! 맥락은 마음이 그 사건을 대단히 충격적인 일로 해석하게 만들고, 부정성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 완전히 다른 맥락에 있는 사람 입 장에서는 사건이 전혀 그런 식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중요한 결과다. 해석 말이다. 우리의 모든 믿음은 쟁점 과 관련된 모든 기억의 해석이다. 이런 해석은 '만일...이면...이다..then' 라는 진술처럼, 이기 때문에, □이다'로 표현된다. 또 우리가 어떤 한 가지에 대해서 상충되는 믿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일 반적으로 상충되는 믿음 중 더 강한 것에 따라 행동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기억이 일반적으로 더 우선시되므로, 그 부정적인 기억이 가장 강력한 기억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마음은 모든 기억을 현재시제로 취급하기 때문에, 어릴 때 일어났던 나쁜 경험은 20년 전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20년 전으로 돌아가 그 상황에서 기억을 수정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한 건, 20년 전의 그 일 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뭔가를 생각하며 공상에 잠 길 때 이 사실을 기억하고, 공상 속 장면을 의도적으로 긍정적이게 그 려보자.
요컨대 기억은 살아 있으며 강력하다. 기억은 유기적이며 실제적이 다. 기억들이 그냥 사라져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숨거나 회피할 수도 없다. 단지 하루하루 겨우 생존하거나 그저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삶을 살고 싶다면, 기억의 이미지를 이해하고 거짓을 말하는 기억을 고쳐야 한다. 내면의 심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술이나 약이 아니라 그와 다른 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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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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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

심리 2022. 1. 15. 07:50

- 소통능력은 마음 근력의 기초다. 소통능력을 향상시켜야 강한 회복탄력 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것과 소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긍정적 정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논지다. 긍정적 정서는 변연계의 도 파민 회로가 가져다주는 보상체계의 짜릿한 쾌감과는 거리가 멀다. 소통능력과 관련되는 긍정적 정서는 전전두엽의 활성화와 연관이 깊은 행복감이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감이다.
내측전전두엽 중심의 뉴럴네트워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정보 처리를 할 때 주로 활성화된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감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 정보를 처리할 때 얻어진다. 나에 대한 긍정적 정보처리의 대 표적인 것이 자기용서, 자기수용, 자기존중이다.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처리에는 타인용서, 타인수용, 타인존중이 있다. 나와 남을 용서하고, 수용 하고, 존중함으로써 진정한 행복감이 얻어진다. 감사하기는 나와 타인에 대 한 긍정적 정보처리를 한꺼번에 함으로써 강력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감사한다는 것은 나와 남을 동시에 긍정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적 조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면적 결단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만약 당신의 행복을 위해 반드 시 필요한 특정 조건들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조건의 충족은 당신에게 오 히려 불행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더 크다.
- 경험자아와 기억자아가 별개의 존재라는 캐니만 교수의 발견은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이냐' 하는 철학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전환을 요구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어떠한 것이 옳고 그르냐 하는 도덕성의 문제와도 곧바로 연결된다. 즉 위의 예에서 의사는 환자의 덜 고통스런 '기억'과 '행복'을 위해 내시 경을 한동안 놔두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검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내시경을 제거하는 것이 옳은가?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인 는 판단하기 어렵다. 또 이러한 기억자아와 경험자아의 분리의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에게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우 정치적으로 어떠한 선택이 합리적이고 정당성을 지니는가 하는 지극히 어려운 문제가 대두된다. 이 문제는 한 인간의 자아란 무엇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존 롤스나 마이클 샌들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의실현에 관한 새로운 차원의 논쟁을 야기하는 정치철학적인 문제이기도하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 기억하는 자아'의 문제다. 기억자아는 자 신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자아다. 이 기억자아가 자신의 고난과 역경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 워너 교수가 40년에 걸친 연구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회복탄력성의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인간관계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장해나가는 힘을 발휘한 아이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던 공통 점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 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엄마였든 아빠였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이든 간에, 그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봐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서 아이가 언제 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톨스토이 말대로, 사람은 결국 사랑을 먹고 산다는 것이 카우아이 섬 연구의 결론이다. 아이는 사랑 없이 강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 사랑을 먹고자라야 아이는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아갈 힘을 얻는 법이다.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아존중심을 길러가며 나아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근본임을 카우아이 섬 연구는 알려준 것이다.
- 40년에 걸친 카우아이 섬 연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람마다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그러나 사람마다의 회복탄력성에는 차이가 있다. 어린 시절 부모나 가족들로부터 헌신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높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해서만 결정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평생 부모와 가정 환경 탓만 하며 살아야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이후 이루어진 많은 연구를 통해 어른 이 된 이후에도 스스로의 노력과 훈련에 의해서 회복탄력성이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혀졌다.
-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개인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능력은 바로 스스로의 수행에 대해 평가 하고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의 행동을 살펴 보는 자기 모니터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것이 실수를 했을 때 이를 탐지하는 기능이다. 인지과학은 자신의 실수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돕는 특별한 뇌 기제가 존재함을 밝혀냈다. 이것이 바로 실수관련부적전위로 알려진 뇌파 신호인데, 이것은 대략 실수가 일어난 직후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0.04초~0.1초 사이에 관찰된다. 실수관련부적전위가 강하게 나타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수를 잘 탐지하며, 스스로의 수행을 정확히 평가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는 사 람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실수를 금방 알아차리고 이를 수정하려는 '열린자세'를 지닌 뇌를 소유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실수관련부적전위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 이상의 뇌파 실험과 행동 반응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 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즉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스스로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뇌 를 지닌 사람들이다. 설령 실수를 범한다 해도 실수로부터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들어 있는 뇌를 지닌 사람들이다.
반면에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들은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실수는 덜 하지만 정작 실수를 했을 경우에 그들의 뇌는 민감하 게 반응하지 않는다. 실수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받아들이려 하기보다는 억누르고 무시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 한마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실수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의 뇌는 습관적으로 보다 더 과감하고 도전적이어서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긍정적인 뇌의 특징이다.
- 다중지능이론을 발표한 지 25주년을 기념하는 글에서 하워드 가드너는 대인지능과 자기이해지능은 사실 하나의 지능의 두 측면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했다. 다시 말해서 대인지능과 자기이해지능은 그것이 드러 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지능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의 신경과학과 뇌이미지 연구 결과에 의해 뒷받침되는 주장이다. 어린아이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인 마음이론Theory of Mind’을 갖게 될 때, 아이는 타인에 대한 개념과 자신에 대한 개념을 동시에 획득한다. 다시 말해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과 나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혹은 달리 말해서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것은 결국 동일한 기능이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순간 자아의식이 생기며, 자아 개념의 근본은 타인의 시선을 느낌으로서 혹은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봄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뇌과학 연구에 의해서도 입증된다.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나 타인에 대해서 생각할 때 혹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타인의 시선을 느낄 때 특히 활성화되는 부위는 공통적으로 내측전전두 엽medial preffrontal cortex과 쐐기전소엽precuneus 등이다. 즉 나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할 때나 타인에 대해 생각할 때나 모두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하워드 가드너는 대인지능과 자기이해지능은 인성지능의 서로 다른 두 측면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는 것이다.
- 충동통제력은 단순한 충동억제력이 아니다. 충동성은 주로 계획성 없이 어떤 일을 수행하거나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행동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충동통제력은 자신의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된다. 그것은 단순한 인내력이나 참을성과는 다르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오히려 고통을 즐기는 능력 혹은 고통의 과정을 즐거움으로 승화시 키는 마음의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은 회복탄력성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 한국인들의 충동통제력이 높게 나타나는 것 자체는 일단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충동통제력이 건강한 것이 되려면 그것은 반드시 긍정성이나 자율성과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좋 아하는 일이니까,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일이 니까 다른 충동을 통제해가면서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은 건강한 충동통제 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성이나 자율성이 동반되지 않는 충동통제력은 단순한 인내심의 발휘이며 이는 점차 우리를 약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충동통제력이 높아 보이는 것은 어려서부터 강요받은 참을성에 대한 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 미래를 위해 참고 사는 사람들은 지금 현재의 삶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디며 살고 있는 것뿐이라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 기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는 순간, 이들은 달라진다. 이제 더 이상 미래를 위해 유보하는 식의 삶을 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진정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지금 당장 시작 하게 된다. 즉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지금 현재에 살기 시작하게된다. 그 순간 그들은 무한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들은 불치의 병 덕분에 오히려 제대로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들도 미치 몰랐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게 되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만약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지 않았더라면, 늘 살아온 방식대로 살다가 죽어갔을 테니까. 인생의 이 참된 행복과 즐거움을 결코 느껴보지 못했을 테니까.
- 하버드 대학 역사상 가장 인기를 끈 긍정심리학 강의로 유명한 탈 벤샤하르는 미래의 달콤한 보상을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는 식의 삶의 태도를 '채식주의자의 맛없는 음식' 이라고 빗대어 이야기했다. 지금 당장 맛은 없지만 훗날 몸에 좋기 때문에 꾹 참고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출세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일종의 달리기 시합으로 보는 출세지상주의자는 말하자면 늘 맛없는 채식만 먹고 사는 불행한 사람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은 정크푸드형의 음식이다. 기름기 많고 달콤해서 지금 당장은 입이 즐겁지만 몸에는 해로워서 훗날을 생각해보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음식이다. 쾌락주의자들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노력이나 대 비도 없이 그저 현재의 쾌락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크푸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고진감래의 철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채식 과 정크푸드 두 종류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맛이 없어야 몸에 좋은 것이고, 맛있는 것은 몸에도 나쁘다는 식의 사고 방식이다.
지금 입맛에도 딱 맞고 훗날 몸에도 좋은 그런 음식은 없을까? 있다. 그 것이 탈 벤샤하르가 말하는 이상적인 최고의 음식이다. 바로 이러한 음식을 먹듯 인생을 사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즉 지금 당장 행복하면서도 현재의 행복이 훗날의 더 큰 행복과 성취를 보장해주는 삶 말이다.
이런 이상적인 음식은 지금 당장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만큼 맛이 있으면서 정크푸드보다 훨씬 더 맛있다 - 도 우리 몸에도 좋은 것채식보다도 훨씬 더 몸에 좋다 이다. 지금 행복하면서도 미래의 성취와 성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성공하고 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 수천, 수만 가지 행동과 경험 중에서 일부를 선택해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당신은 당신의 경험을 재조직하고 기억에 저장한다. 모든 경험이란 따라서 곧 기억이고 스토리텔링이다. 즉, 우리의 모든 경험과 기억은 내가 하는 이야기의 형태로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경험하는 대상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그 경험에 대해 부가적으로 이야기한다기보다, 내가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 어내는 것이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에 의해서 나는 나의 경험에 의미를 부 여하고 완성한다. 이처럼 경험이 스토리로 정착되면서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고, 그것이 곧 삶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곧 삶은 내가 만드는 이야기다. 나의 정체성은 나의 기억에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구냐 하는 것은 내가 나의 경험에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 그런데 스토리텔링은 사후적으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행동을 먼저 하고 나서 회고적으로만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사전적 인 계획과 의도의 단계에서 이미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도록 여러 가지 행동을 해나간다. 즉, 각본을 머릿 속으로 먼저 쓰고 나서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냉면을 먹고 나서 “냉 면 먹었다"라고 얘기한다기보다는 “오늘 점심 때엔 친구들과 만나서 냉면 먹어야지”라고 사전에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러한 계획이나 의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야기에 따라 여러 가지 세세한 행위들을 해나간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사는 것이다
- 이야기를 제대로 살아가는 법
그렇다면 보다 높은 수준의 원인분석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연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스토리텔링의 다음과 같은 세가지 차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개인성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냐 아니면 나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 둘째, 영속성(항상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만 어쩌다 그런 것인가), 셋째, 보편성(모든 것, 모든 면이 다 그런 것이냐 아니면 그것만 그런 것인가),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흔히 자신에게 닥치는 크고 작은 불행한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 예컨대 당신이 어떤 사업에 실패했다고 치자. 이러한 역경에 부딪혔을 때,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사람은 이렇게 반응한다. 성공한 사람도 많은데, 왜 나는 실패했을까? 이번에 실패한 것을 보면 나는 앞으로도 또 이런 사 업에 실패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왜 '항상' 실패만 하는 것일까? 이 사업뿐 만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왜 다 안 풀리는 걸까. 왜 내 인생의 모든 면'은 실패투성이일까?
그러나 긍정적이고 행복하며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와는 반대 로 반응한다. 이번의 실패는 아쉽지만,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만 실패한 것은 아니며 나 외에도 실패한 사람들은 수두룩하다. 이번 사업에 실패한 것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 생해서 어쩔 수 없었다. 이러한 실패는 아마도 이번뿐일 것이다. 나는 비록 이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일들은 다 잘하고 있다. 사업이 실패했다고해서 내 인생의 모든 면이 다 실패한 것은 아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스토리텔링의 차이는 나쁜 일에 대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일에 대해서도 스토링텔링의 방식 이 반대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경쟁률이 치열한 일류 대기업 입 사시험에 합격했다고 가정하자. 회복탄력성이 낮은 부정적인 사람은 입사 시험에 합격한 것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 합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입사시험만 어쩌다 합격한 것이고, 이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회복탄력성이 높은 긍정적인 사람은 입사시험에 합격한 것은 내 가 잘해서 가능한 것이며, 나의 합격은 언제나 그렇듯이 내 성공적인 인생 의 한 부분이며, 회사에 합격한 것처럼 인생의 다른 모든 면에서도 나는 다 성공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 다시 말해서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나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언제 나, 모든 면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크게 생각하고, 좋은 일에 대해서는 남도, 어쩌다가, 이번 일만 그렇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축소해서 받아들인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이와는 정반대로 한다. 나쁜 일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축소하고 좋은 일에 대해서는 더 크게 일반화해서 받아들인다.
- 원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이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communicare'다. 이 말은 '공유한다' 또는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명사 형은 'communis'고 함께 나눔 혹은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여 기서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인 공동체community 혹 은 코뮨commune 이라는 말이 나왔으며, 재산을 함께 나눈다는 뜻의 공산주 의communism 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이라는 뜻의 상식common sense 도 모두 다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 말이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몸을 상징하 는 빵과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나눠 먹는 성찬식communion 역시 같은 어 원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의 원래 의미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공통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 곧 소통이다. 공유된 경험은 내가 지금 경험하는 것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경험하리라는 '공감'의 원천이다. 대표적인 예가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일이다. 즉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음식의 맛을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느끼리라는 믿음이 소통의 원형이다.- 공감능력은 개인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특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자의 뇌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대인커뮤니케이션을 담 당하는 뇌 부위가 많이 깎여나간 상태에서 출생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표정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여자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대신 남자는 공격 성향이 훨씬 높은 상태에서 태어나게 된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남녀의 공감능력의 차이는 남녀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갈등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여자는 상대방의 표정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잘 읽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자도 당연히 어느 정도는 알아채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남 자는 상대의 표정이나 목소리 변화에 매우 둔감하다.
이러한 남자의 공감능력 부족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는 감정 표시를 해도 남자가 전혀 모르는 것은 자기에게 무심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무시 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결국 더 큰 분노와 좌절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여자가 분노를 폭발시키면 남자는 “어, 이 여자가 갑자 기 왜 이러지?” 하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생긴 분노를 자기에 게 쏟아낸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려면 여자는 불만이나 감정의 변화를 되도록 구체적인 언어적 메시지로 전달해줘야 한다. 또한 남자는 상대방 표정읽기에 있어 여자보다 훨씬 둔감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혹시 여자가 갑자기 화를 내면 “아, 내가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미처 몰랐나보구나" 하고 반성을 해야한다. 서로 공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이다.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갈등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 니다. 직장에서 남녀가 팀을 이뤄 일을 하거나 회의를 할 때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여자는 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감정의 변화에 민감하므로, 이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한다. 반대로 남자는 이에 둔 감하므로 그저 말의 내용에만 집중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있다. 사 정이 이러하니 남녀 직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나면 왠지 커뮤니케이 션이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공감능력의 차이에 대해 남자나 여자 모두 깊이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한다.
- 대부분의 한국인 성인들은 웃는 근육이 많이 경직되어 있다. 사람의 얼 굴 표정은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긍정적 정서가 유발되면 사람들은 웃는다. 그런데 우리가 긍정적 정서를 의식적으로 깨닫기 전에 우리의 얼 굴은 먼저 웃는다. 다시 말해서 내가 의식적으로 나의 감정을 느끼는 것 은 - 아, 지금 내가 기분이 좋구나 하고 느끼는 것은 - 그러한 감정에 따 른 나의 얼굴 표정을 변화시킨 이후다. 즉 긍정적 정서 유발 → 웃는 표정 → 긍정적 정서에 대한 인식의 순서다. 얼굴 표정이나 심장박동, 근육의 긴 장, 땀의 분출 등 내 몸의 변화를 통해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서 감정 유발 → 신체 변화 → 감정 인식의 순서를 겪게 된다.17 부정적 감정도 마찬가지다. 분노라는 감정이 유발되어 심장박동과 표정 근육 등 에 변화가 먼저 생기게 되고, 이러한 신체적 변화를 뇌가 감지하여 화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즐거워서 웃는다기보다는 웃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며, 화가 나서 인상 쓴다기보다는 인상 쓰고 화내기 때 문에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감정의 유발과 감정의 인지 사이에 이처럼 신체의 변화가 개입되어 있 기 때문에 신체 조절을 통해 감정을 조절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흡 조절이다. 긴장하게 되면 호흡이 얕고 빨라져서 어깨 근육이나 얼굴 근육이 경직되어 우리의 뇌는 긴장하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때 근 육의 긴장을 풀고 천천히 호흡하거나 복식 호흡을 하게 되면 긴장의 정도 가 상당히 완화된다.
-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와 엄마에 대해 생각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부위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피험자들에게 2개의 단어를 짝지어 제 시하면서 한 조건에서는 자기 자신과 어느 것이 더 관련성이 높은지를 고 르게 하고 또 다른 조건에서는 자신의 엄마와 더 관련성이 높은 단어를 고 르게 하고, 또 다른 조건(통제조건)에서는 특정한 알파벳이 있는 단어를 고 르게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와 엄마에 대해 생각할 때 뇌의 같은 부위를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우리의 뇌 깊은 곳에 는 이처럼 엄마와 나를 동일시하는 기제가 자리잡고 있다. 엄마는 나의 일부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결론 부분에서 윌리엄 제임스가 90년 전에 한 말을 인용하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우리의 일부가 사라진다. 만약 엄마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면 내가 부끄러워진다. 만약 엄마가 모욕을 당한다면 마치 내가 모욕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느낀다. 
할로우의 옛 논문과 최근 뇌과학의 논문들을 읽으면서 나는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보살피는 마음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 으로써 살아간다. 내가 인간이 되고 나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내 가 내 자신의 일을 여러 가지로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 를 사랑해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것도 모두가 각자 자신 의 일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 사이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야말로 나는 깨달았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만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 속에 사는 자는 하느님 안에 살고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 사실 부부관계나 연인관계를 어렵게 하는 잘못된 고정관념은 주로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영화 등 대중매체로부터 주입된 것이 많다. 일반인들 모두 낭만적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정상이라는 사랑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주입해온 것도 대중소설 → 영화 → 드라마로 이어져 내려오는 대중매체 시스템이다. 대중매체가 제시하는 사랑의 관계와 거기에 전제되어 있는 남녀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편견과 왜곡된 가치관은 비현실적인 것이고 오히려 현실 속에서 내가 맺고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에 상당한 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 길버트 교수는 특정한 사건이 미래의 행복감이나 불행감에 미칠 영향을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대평가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예컨대 미국 대학의 젊은 교수들은 정년보장tenure 심사를 받기 전에는 정년보장 심사가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정년보장 심사가 지나가고 수개월만 지나면 심사에 통과했던 사람이나 통과하지 못했던 사람이나 자신의 원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을 길버트 교수는 발견해냈다.
- 행복 증진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역시 자기계발서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권이 팔려나간 리처드 칼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어찌되었든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인생을 제대로 살게 하는 다섯 가지 원직You can be happy no matter what: Five principles for keeping life in perspective.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2》라는 제목으로 출간됨》이라는 책을 예로 들어보자. 심리학자인 류보미르스키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리처드 칼슨 식의 자기계발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 다. 여러 가지 제시된 방법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어떤 원칙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 더 잘 적용되는가? 이러한 원칙들의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보다 얼마만큼 나은가? 그리고 리처드 칼슨 식의 처방이 실제 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해도, 그 효과는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류보미르스키 교수팀의 비판의 요점은 리처드 칼슨 식의 수많은 ~ 하 라' 식의 자기계발서는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는 처방'들을 그저 나열해놓기만 했을 뿐, 실제로 그러한 처방이 확실한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는 것이다.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려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근거도 없이 잠언을 늘어 놓은 자기계발서는 잠시 내려놓고, 수많은 심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통 해 밝혀놓은 검증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다행히도 2000년대 들어서면 서부터 긍정심리학을 중심으로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왔다. 행복의 기본 수준은 일차적으로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태어나면서부터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날 때부터 부정적이고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도 있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종단연구들은 행복 수준의 50% 정도만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행복의 기본 수준은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음치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행복의 기본 수준도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아흔 살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흔여덟 살에 이중초점 안경을 발명했다. 창의력을 연구한 레만과 딘 키스 사이몬튼에 따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창 의력이 절정을 이루는 때는 서른다섯에서 쉰다섯까지의 연령대이고, 60대 와 70대의 사람들은 일하는 속도는 느려도 20대 때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아흔 한 살이었을 때, 그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서 물었다. “선생님은 왜 연습을 계속 하시나요?” 카잘스는 대답했다. “나의 연주 실력이 아직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네.”
-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그의 명저 진정한 행복》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자 신의 고유한 덕성과 강점을 발휘하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유일 한 길이라 강조하고 있다. 인류가 역사상 행복의 원천이라 여겼던 수많은 즐거움이나 쾌락은 단지 일시적인 외부적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긍정심리학의 발견이다. 그러한 즐거움이나 쾌락은 일시적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는 있을지언정 행복의 기본 수준을 향상시켜주지는 못한다. 인간 의 뇌를 긍정적으로 재 - 회로화시키지 못하며, 따라서 회복탄력성을 위한 마음의 근력도 키워주지 못한다.
셀리그만 교수에 의하면 행복의 기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한 강점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수행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강점 수행을 통해서만 진정한 발전이 있을 수 있으며 긍정적인 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뛰어난 성취와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강검에 깁중하고 끊임없이 키워나갔다는 데 있다. 이것이 긍정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 심장은 마치 뇌처럼 일종의 지각 능력이 있는 기관이며, 신경 정보를 인 코딩하고 처리하는 고유한 독립적 신경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심장은 뇌와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학습하고, 기억하고, 독자적으로 기능적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하트 브레인heart brain'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심장을 신경기관의 하나로서 연구하는 신경심장학은 이미 하나의 학문 분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신경심장학에 따르면 심장과 뇌는 서로 정보를 밀접하게 주고받으며 커 뮤니케이션한다. 두뇌의 판단에 따라 심장박동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거꾸로 심장에서 보내는 특정한 신호가 감정이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 기도 한다. 특히 감정의 변화는 심장박동수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많이 내는 사람은 심장이 약해서 심장의 박동수가 불규칙하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즉 화가 나서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하다기보다 불규칙한 심장박동수가 그 사람을 불안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통계가 화를 잘내는 사람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주는데, 사실 화를 내서 심장병에 걸린다기보다는 심장이 약하기 때문에 평소에 부정적 감정에 쉽게 휩싸이게 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 다. 따라서 평소 유산소 운동을 통해서 심폐기능을 튼튼히 하여 심장박동 수를 규칙적이면서도 되도록 느리게 유지하는 것이 긍정적 정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갑자기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공황장애 역시 일종의 정신질환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갑자기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뛰 면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즉 갑작스런 부정맥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신호를 불규칙하게 만드는데 이 신호가 뇌로 하여금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부정맥을 잘 치료하면 대부분의 공황장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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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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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착각

심리 2022. 1. 2. 16:09

- 우리는 단순히 내적 관찰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할 때도 실제로는 항상 즉흥적인 이론화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희한할 정도로 잘 속 아 넘어가는 이론가인데, 바로 우리가 관찰할 대상은 거의 없으면서도 반박당할 두려움 없이 한껏 거들먹거리며 의견을 밝힐 거리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대니얼 데닛 Daniel Dennett)
-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인간의 생각을 추출하고 체계화해서 인공지능을 창조하려는 프로젝 트, 이를테면 우리 내면의 현자를 구슬려서 이론들을 끄집어내려는 시 도는 실패했다. 행동을 뒷받침해 주는 지식과 신념, 동기 등을 끌어내려 는 가장 첫 단계는 절망적일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말로 유려하게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한 설명 중 질문을 던질 때마다 더 많은 언어적 설명과 정당화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길게 이어지든 간에 이러한 언어적 흐름을 분석해 보면 그저 느슨하게 연결된 파편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 체스 달인은 자기가 어떻게 체스를 두는지 정말로 설명할 수 없고, 의사는 어 떻게 환자를 진단하는지 설명할 수 없으며, 우리 가운데 아무도 우리가 사람과 사물로 이뤄진 일상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조금이라도 설 명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말은 설명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말을 이어나가면서 지어내는 끔찍한 혼란일 뿐이다.
- 꿈은 자세히 쓰인, 세부 내용이 거의 없는 즉흥적인 이야기다. 마음이 그 꿈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몇 가지 정보의 단편들만 추적할 수 있으며, 그 외에 거의 모든 것은 완전히 공백으로 남겨진다. 내 꿈에서 루드비히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지 익숙한 타탄체크 바지를 입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호머 심슨의 간 모양이라든지 치티치티 뱅뱅 자동차의 기름 소비량만큼이나 진실이랄 게 없다.
- 인위적으로 아드레날린을 주입받은 참가자들은 그냥 위약을 주입 받은 참가자들보다 두 가짜 참가자들에게 더 강한 감정 반응을 보였다. '조증' 가짜 참가자와 마주했을 때 참가자들은 자신의 증가한 심박수와 가빠진 호흡,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자기 자신의 행복감을 의미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분노한 가짜 참가자와 함께 있을 때 이 같은 증 상을 짜증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모습의 쿨레쇼프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쁨과 분노의 감정이 내면에서 샘솟는 것이 아니고, 대신에 그 순간의 감정을 해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단순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의 생리적 상태를 기반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가짜 참가자가 약간 흥이 오른 행동을 하는데 실험 참가자가 높은 수준의 각성을 경험하는 경우, 참가자는 그 긍정적인 감정을 강한 감정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해야 심박수의 증가와 숨 가쁨 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약한 수준의 희열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와는 반대로 분노한 가짜 참가자와 마주 친 실험 참가자가 짜증의 감정을 표현할 때, (당연히 아드레날린이 유발한) 그 생리학적 반응의 순수 강도는 강력한 감정 반응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스스로 그저 약간 거슬린다기보다는 짜증이 많이 났다고 인식한다.
샥터와 싱어의 실험은 자신의 감정에 관한 우리의 직관을 뒤집어 놓 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희열과 분노 같은 감정이 별개의 생리학적 신호, 즉 특별한 '느낌'을 주는 신체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를 특정한 감정의 생리적 상태로 밀어넣을 것이라 예상할 것이다. 따라 서 아드레날린 주사는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든 간에 조금 더 행 복하게 만들거나 조금 더 화나게 만든다고 추측할 수 있다. 대신에 아드 레날린의 영향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해석에 따라 정반대의 효과를 발휘한다. 대략 아드레날린은 어떤 감정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든 지 그 감정을 강하게 느끼라고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조증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노골적인 분노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강요한다. 우리는 무슨 감정을 경험해야만 하는지 파악하고, 어느 정도는 자신의 신체 상태를 통해 그러한 파악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 감정이 내면에서 솟아올라서 생리학적 반응을 유발한다고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예를 들면, 나는 화가 났으니 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생리적 상태를 관찰한 것을 기반으로 무슨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지 알아내는 것 같다.
- 당신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분명 감정은 내면 의 깊이로부터 솟아오르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감정이 먼저 나오고, 생 리학적 결과가 두 번째로 나와야만 하는 거 아닌가? 우리의 심박수는 기 분의 맹렬한 힘 때문에 마구 뛰는 것 아닌가? 분명히 상식적으로는 그렇 다. 하지만 인과관계 역시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까? 다시 말해서, 내면의 소란함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는 심장이 뛰고 있으며 몸이 들썩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른다는 지각에 의해 생겨나는 것 이라면? 완전히 뒤죽박죽된 생각을 두고 우리가 절망적이라거나 희망적이라거나 아니면 조용히 체념한 것으로 해석하게 하는 것은 몸 상태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상식의 반전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미국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이미 복선을 깔아두었던 내용이다. 제임스는 심리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교과서를 쓴 저자 로 곰에게서 달아날 때 우리는 무서워서 벌벌 떠는 게 아니라 벌벌 떨기 때문에 무서운 기분을 경험한다는 유명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생리적 증상 자체는 굳이 두려움의 특성이 아니다. 우리는 완전히 똑 같은 아드레날린의 고조와 심박수 증가, 빨라지는 호흡 등을 100미터 달 리기 시합을 위해 출발선에 설 때나 무대에 오르기 직전 등에 경험한다.
사실 집중과 신체적 노력을 요구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가 신이 나서 준비 자세를 갖추는지, 또는 초조해하거나 두려워하는지 여부를 말하기 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곰에게서 달아날 때 몸의 생리 반응을 신이 나서 전율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피가 몸 전체로 건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미친 듯이 숨을 내쉬는 것은 분명히 공포의 지표라고 인식할 것이다.
- 감정에 대한 우리의 혼란에는 기나긴 역사가 있다. 플라톤은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분과 감정에 대해 우리가 관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생각과 감정을 뚜렷이 구분하던 그는 이성과 감성이 서로 반대편으로 끌어당기는 두 마리 말과 같다는 은유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아주 처음부터 엇나갈 수밖에 없다. 감정을 품는 것은 어쨌든 해석의 전형적인 행위이며, 추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생리현상과 사회적 맥락에서 비롯된 빈약한 신호들을 바탕으로 신체적 느낌이 분노나 희열, 부러움이나 질투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우리가 상대방의 얼굴을 비탄에 잠겼다거나 음탕하다거나 화가 났다거 나 의기양양하다고 보는 것처럼, 우리가 3을 숫자 한 쌍으로 만들어진 글자로 보는 것처럼, 애매한 그림을 토끼 또는 새로 보는 것처럼 우리는 몸이 보내는 최소한의 신호를 분노나 희열, 조증, 아니면 거의 모든 것으 로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지닌 해석의 힘에 달렸으며, 그 힘은 인생과 세상의 다른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바로 그 힘이다.
따라서 감정은 사유와 해석에서 자라난다. 우리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휴가 사진, 비행기표를 언뜻 본 것에 비춰 생리적 반응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질투를 느꼈다고 해석한다. 이 모든 것이 추론이며, 그것
도 굉장히 정교화된 추론이다.
물론 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플라톤의 은유를 구현한다고 생각한다. 어 쩌면 우리는 다음처럼 억측할지도 모른다. 엘사의 마음은 “베트남으로 호화 여행을 떠나봐”라고 말하지만 머리는 “잠깐, 넌 그럴 돈이 없어!”라고 말했고, 마음이 싸움에서 이겨버렸나 보다고 말이다. 그러나 엘사 속 에서 서로를 끌어당기던 두 힘은 이성과 감성이 아니라, 두 개의 다른 이 성이다. 하나의 이성은 휴가의 매력을 기반으로 했고(혹자는 그 매력이란 다른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 부러움을 살 거라는 기대라고 짐작해 본다) 다른 이 성은 경제적 제약을 기반으로 한다(여기에는 빚에 대한 두려움과 청구서를 갚을 걱정이 포함된다). 그리고 각각의 이성은 기분과 감정(욕망, 희망, 두려움, 걱정)을 가득 짊어진다. 따라서 ‘머리’와 ‘마음’ 간의 충돌은 이성과 감성 간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의 이성과 감성 대 또 다른 이성과 감성의 싸움이다.
- 감정은 날것의 경험'의 어떤 기본특성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사회적 상호작용과 문화 속에서의 역할을 통해 의미를 가진다. 수치스럽고, 자랑스럽고, 화가 나고, 질투를 느끼는 것은 어떤 원시적인 감정이 솟아남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특정 한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특정한 성과를 자랑스러워하며, 구체적인 이유 로 인해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물론 그러한 감정들은 신체적인 상태와 연관되지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거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신체적인 상 태를 감정 자체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같은 패턴이 분명 우리 인생의 의미에서도 좀 더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꽤 많은 것의 의미가 내면이 아니라 광범위한 인과관계의 한 지점에서부터 나온다. 따라서 당신이 사랑에 빠졌는지, 신을 정말로 믿는지, 아니면 어떤 팝송이 매력적이라거나 메스껍다고 느끼는지 등이 궁금하다면 이는 당신의 생각과 느낌이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 그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당신의 행동과 다른 사람의 행동과 연결되는지, 당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상황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등을 고심하도록 촉진할 것이다.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한 사람의 내면의 감각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헛된 시도로는 찾을 수 없다. 훗날 되돌아보면, 감정이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순간순간마다 계속해서 창조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면의 어떤 정신적 기반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마도 무엇을 느끼는지 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를 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감정이 선택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우리의 선택은 감정만큼이나 영향을 잘 받고 변덕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감정 표현은 그저 '부정확한 아무 말일 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기로 선택하는지와는 상관없는, 재미있는 사후 논평이다.
- 이야기로 만들어낸 미래
따라서 달변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옹호하고 설명하는 해석기'는 우리의 과거를 정당화할 뿐 미래는 만들어낼 수 없는 그저 해설자에 불과 할까? 실제로 해석기는 단지 과거 행동을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형태를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 한번 얼굴을 생각해 보자. 몇 년 전 나는 거짓 피드백이 어떻게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는 요한손과 할의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우리는 B의 얼굴보다 A의 얼굴을 더 선호한다는 (잘못된 이야기를 들으면 훗날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러한 선호를 표현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해석기는 우리가 내리지 않은 결정을 설명하지만(귀걸이 때문이다, 혹은 파마머리 때문이다), 바로 그 설명 자체가 미래의 결정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해석기가 정당화하고 옹호할 선택을 내리려는 일관된 목표다. 우리가 (옳든 그르든) 맨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A 의 얼굴을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믿는다면, 어떻게 우리는 마음을 바꿨음 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해석기의 창의적인 능력을 고려해 봤을 때 이야 기는 당연히 날조된다. “하, 세상에. 우리가 B의 얼굴에 있는 친근한 미소를 눈여겨보지 않았네... 잠시 정신이 팔렸었어. 실수로 처음에 잘못된 사진을 고른 거야.” 그러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은 훨씬 더 쉽고 훨씬 더 설득력 있다. 그리고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두 번째로 질문을 받았을 때 A의 얼굴을 선택하는 것에 편향될 것이다.
- 우리의 숨겨진 깊이에 도사리는 위험에 대한 기존의 신념, 욕망, 동기, 태도는 지어낸 허구이며, 우리는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기보다는 순간순간의 도전을 다루기 위해 우리 행동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해야(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어느 쪽을 거부 하겠는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 주는지 궁금해할 필 요는 없다. 이 세상에는 끝도 없이 많은 질문과 끝도 없이 많은 대답이 있다. 마음이 평면이라면, 시장조사와 가설, 심리치료, 뇌 촬영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이러한 질문에 답할 방법은 없다. 우리의 정신적인 동기와 욕망, 선호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설명해야 할 일련의 정보에 집중하는 것은 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들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 흑백 모양에서 '의미'를 찾는다든지, 연설의 흐름상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낸다든지, 한 꼭짓점에서 균형을 잡는 정육 면체를 시각화한다든지, 내가 마지막으로 극장에 갔던 때를 회상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뉴런 집단의 어떤 부분집합이 지닌 값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각 의 순서상 각 단계는 그 '질문'에 가장 잘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외의 모든 것을 가장 의미 있게 조합한 것을 찾아내려는 협력적인 계산을 수반한다. 한 단계마다 걸리는 시간은 몇백만분의 일 초지 만, 지식에 기반해 얻은 계산력과 수십억 개의 뉴런이 만들어내는 신경망을 거치는 처리 능력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의 계산 능력은 심각하게 제한적이면서 놀랍게도 강력하다. 개입의 문제는 생각의 순환이 한 번에 한 단계만 진행하고 한 번에 단 한 문제만 해결하도록 제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상호 연결된 뉴런들을 협조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생각의 순환에서 어려운 질문에 답할 잠재력을 가지되, 여기에서 각각의 뉴런은 당장의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해결책에는 아주 조금만 기여한다. 예를 들어 표정을 해독하고 복잡한 물리적, 사회적 상황에서 이다음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하며, 빠르게 입력되는 말이나 글자를 통합하고,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내리치는 테니스 서브를 넘기기 위해 굉장히 복잡한 일련의 행동을 계획하고 착수하기도 한다. 각각의 이러한 과정은 기존 컴퓨터에서 성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백만 또는 심지 어 수십억 가지의 아주 작은 단계에 대응한다. 이는 거의 상상도 못할 속도로 하나하나씩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는 다른 방침을 택한느릿느릿한 뉴런 단위는 문제를 수도 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잠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빽빽하게 상호 연결된 전체 신경망을 동시에 공유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뇌가 광활한 신경 회로망을 넘나드는 협력적인 계산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러한 신경망은 한 번에 하나씩 거대하고 통합 된 단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기존 컴퓨터에서처럼 거의 미량에 가깝도록 작은 정보처리 단계들을 통해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나는 1초당 여러 차례 움직이는 이 거대하고 통합된 일련의 단계를 생각의 순환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 말하자면 우리는 멈출 줄 모르는 즉흥 시인이며, 감각적 입력으로부터 한 단계 한 단계씩 끊임없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정신 기관에 의해 동력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만들어진 의미를 인식할 뿐, 그러한 의미가 생겨난 과정은 감춰져 있다.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우리의 즉흥곡은 너무나 유려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무엇이든 간에 그 답은 '항상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무엇을 말 하고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한 번에 생각 하나씩 우리 마음을 지어내는 것이다.
- 휴식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막다른 골목을 돌파해 나가는 힘이다. 상대적으로 또렷한 마음으로 상쾌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맑은 마음 상태에서는 부분적인 답과 제안들, 점차 좌절하면서 고군분투 하는 끝에 실패할 게 분명한 그런 것들로 가득 찬 마음 상태에서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리고 순전히 우연으로 우리를 도와줄 단서 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문제를 잠시 제쳐두는 행위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우리가 다시 문제로 돌아왔을 때 잘못된 과거 시도의 방해를 받지 않 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관점이 과거와 비교해 딱히 성공적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때때로 정답이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 사실 뇌는 많은 제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신빙성 있는 설명에 따르면 감각적 입력의 다양한 측면(과 요소들에 대한 가능한 해석)이 서로 다른 뇌세포에 연계되어 있으며 감각적 조각과 해석 사이의 제한은 그 뇌세포 간의 연결망에 의해 포착된다고 한다. 나중에 뉴런은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감각적 데이터에 대한 ‘최선의 해석을 찾아내려고 협력한다(또는 적어도 뇌는 자신이 찾아낼 수 있는 최선의 해석에 안착한다). 처리 과정의 세부 내용은 복잡하고 오직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지만, 연결망처럼 생긴 뇌의 구조는 감각에서 얻은 여러 단서를 통일성 있는 사물로 엮어내는 데 필요한 협력적인 계산을 하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뇌가 수행해야 할 계산은 분명 상당히 복잡해진다. 뇌가 이러한 복잡한 계산을 모두 피해 가기 위해 영리한 단축키를 찾아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과 머신비전, 지 각심리학에서 현재의 전반적인 의견은 그러한 단축키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얼굴과 장면, 심지어 손 글씨도 알아볼 수 있는 컴퓨터 시 각 장치는 보통 방금 설명한 추론의 그물망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 어떤 계산도 필요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냥 그곳에 있는 것을 '본다'고 생 각하고 싶은 더 큰 충동이 들 수도 있다. 이러한 지각의 뚜렷한 즉시성 으로 인해, 일부 심리학자들은 지각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미묘한 숨겨진 추론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다지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직접적인 것 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 그렇다면 생각은 실제로는 '울툴불퉁한데도 매끄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에 대한 설명은 더 나아가 위대한 착각에 대한 설명과 같다. 뇌의 목표는 우리에게 주변 세상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지, 자신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 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건너뛰며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는 스냅숏을 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심하게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세 상 자체가 슬라이드 쇼나 하나로 구성된 장면에서 변화하는 이미지 모음 같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극도로 변화무쌍한 광경이 아 니라 오직 안정된 세계다.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하기 위해 우리는 분명 이 세상이 어떤 상태인지 알 필요가 있으며, 우리의 뇌는 이 안정적인 세계를 모으고 엮는 복잡한 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불완전한 암호 로 쓰인 메시지를 읽으려는 군인과 같다. 전투에서 다음번 움직임을 결 정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메시지의 내용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암호가 망가졌는지, 어떤 뛰어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과 컴퓨터가 그렇 게 만들었는지는 전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상관도 없다. 요컨대, 보고 듣는 일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은 뇌가 우리에게 시각과 청각 세계가 연속적이라고 알려주기 때문에 생겨나며, 주관적 경험은 마음의 작용이 아닌 주변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당연하게도 더 일반적으로는 생각의 순환을 감지하기 어려우며 생각의 순환 이 지닌 불규칙적인 박동에 따라 장단을 맞추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결 론에 이른다. 의식적 인식은 우리에게 (물론 자기 자신의 몸도 포함해) 세계 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만, 그렇게 지각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내면의 서술자는 우리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가능하다면 너무 주제넘게 굴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 기억 흔적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어떤 정보가 담겼을까? 가장 자연스러운 대답은 기억 흔적이란 그저 과거의 지각적 입력에 대한 과거의 해 석의 잔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이러한 잔해는 나중에 재구성되거나 걸러지거나 수정되거나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각 기억 흔적을 일관성 있는 기록보관소에 보관하고 색인 을 다는 내면의 사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각 처리에 대한 각 개별적인 사건의 잔해는 언제나 그렇듯 생겨난 자리에 그대로 머문다. 뇌는 다음 차례의, 또 그다음 차례의 생각의 순환 때문에 곧장 바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는 경험으로부터 심오하고 추상적인 원리를 뽑아내려 하는 이론가가 아니다. 대신에 가능한 한 현재에 과거의 결합물과 변형을 연 관지어서 현재를 처리하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기억 흔적은 과거 처리 과정의 파편으로, 기억에 저장된 것은 날것 그대 로의 감각적 입력이 아니라 과거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치즈 강판을 얼굴로 본다면, 그러한 해석은 기억 속에 저장된다. 우리가 다음번에 비슷한 치즈 강판과 마주친다면 그 강판 역시 웃는 얼굴로 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해석을 기억하기 때문 이다.
정반대로, 해석되지 않은 감각적 세계의 측면은 잊힐 것이다. 지나치 게 읽기 어려운 손 글씨나 이해하지 못한 언어의 단편들, 또는 먼 곳에 있 어서 눈여겨보지 못했던 나무들의 윤곽 등은 이러한 관점에서 기억 속에 저장되어 미래의 분석에 쓰인다거나 훗날의 지각을 형성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영원히 잊힌다. 따라서 지각과 기억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친구와 말 그리고 멜로디를 알아차리는 일은 단순히 지각적 입력의 다양한 측면과 함께 연결된 것이 아니라, 얼굴과 말과 멜로디의 저장 기억의 파편들과 이어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는 얼굴이 보통은 막연하게 친숙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사람에 관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 어느 단어에 대응되는 글자의 나열은 일반적으로 그 의미와 소리, 그 외에 많은 것 과 연결된다. 그리고 노래를 알아듣는 것은 그에 관련된 가사와 가수, 처 음 그 노래를 들은 시기 등을 떠오르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 감각을 타고 들어오는 정보의 해석은 기억된 정보의 거대한 몸체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물론 과거의 감각적 정보에 대한 과거의 해석을 기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기억은 어제의 지각적 해석이다.
- 뇌는 원리가 아닌 선례에 의해 작동한다. 매번 새로운 생각의 순환은 과거 관련된 생각들의 자투리를 재작업하고 변형해서 우리가 현재 주목하는 정보를 이해한다. 그리고 각 생각의 순환의 결과는 그 자체로 미래의 생각을 위한 원재료가 된다.
따라서 물리적, 사회적 세계에 대한 지식의 기반을 이루는 원리를 발 견하려는 초기 인공지능은 실패했고, 언어의 문법적 원리를 밝혀내려는 언어학도 실패했다. 진실과 선과 마음의 특성이 지닌 진정한 의미의 근 간을 이루는 원리를 정확히 표현하려던 철학도 실패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공통된 원인이 있다. 인간 지성을 뒷받침하려는 선례 체계는 모순적이고, 고도로 유연하며, 제한이 없다. 특히나 유사한 선례가 없는 경우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제한 없는 개방성이야말로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지나치게 복잡한 이 세상을 다룰 때 필요한 것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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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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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과학

심리 2022. 1. 2. 16:06

- 미국심리학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만성 스트레스가 심장병, 암, 폐 질환, 사고, 간경화, 자살 같은 6대 사망 요인의 주범 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지어 노화도 빨라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염색체 보호 덮개인 텔로미어telomere(진핵생물의 염색체 말단에 있는 단순 반복 염기서열로 염색체 말단의 손상을 막아 세포의 수명을 결정한다 - 옮긴이)가 짧아져 세포 노화가 촉진된다. 텔로미어는 신발 끈 끝에 붙은 플라스틱 덮개처럼 염색체 올이 풀리지 않게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면 텔로미어가 풀 리면서 노화가 빨라진다. 이와 동시에 뇌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도 줄어든다.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면 심지어 IQ도 낮아진다.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차원적 인지 기능의 대부분이 일어나는 전두엽 피질의 연결을 저 해하는 뇌 줄기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2018년 《뉴롤로지Neurology》에 발표된 한 연구는 코르티솔 수치 가 높아지면 기억력, 조직력,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무증상 중년 노동자 20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사람의 뇌에서는 초기 알츠하이머를 암시하는 지표가 발견될 가능성이 컸다. 건강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성과에도 문제가 생긴다.
- 옛 조상들에게는 우두머리에 맞서면 죽기 아니면 살기였 다. 경쟁자를 제거하고 확고한 리더십으로 명성을 유지하면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심하면 다른 경쟁자가 치고 올라온다. 권력을 빼앗으려는 이들이 전 리더를 살려두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물론 밥도 '의식적으로는 그 상황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다고 불완전한 생존 본능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지면 뇌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 
- '페스티나 렌테란 라틴어로 '급할수록 돌아가라' 라는 뜻이다. 이 말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점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속도를 늦추면 경쟁에서 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생존 본능 이 당신에게 해가 되지 않고, 당신을 돕도록 하는 성공의 열쇠는 바로 '페스티나 렌테'에 있다. 물을 더 길으려 내달리기 전에 우선 양동이부터 고치자.
- 엄청난 보고서와 세금 신고, 손대기조차 겁나는 프로젝트를 마주 하면, 뇌는 공포와 스트레스에 짓눌려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그러면 뇌는 자연스럽게 정형화된 패턴에 빠져 이렇게 속삭인다. “시간 없어. 어차피 안될 텐데 왜 시작해?” 바로 이 순간 알람은 당신의 본능이라는 의식을 뒤흔들고, 오래되어 쓸모없는 신경 패턴에서 벗어나 근본 적인 문제에 주목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시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이 순간 내가 두려워하는 건 뭐지? 두려워서 시작도 못 하고 여기서 멈춰버리려는 건 아닐까?” 스스로 질문해 보면 생존 본능이 속삭이는 이야기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생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최선의 결정을 내리거 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려움을 제대로 바라보면 허점을 통제할 수 있다. “이건 호랑이도 아니고 나 를 잡아먹지도 않아” 하고 말이다. 당신이 그린 새로운 현실을 바라 보면 완전히 준비된 상태로 성공을 향해 뛰어들 수 있다.
정형화된 패턴을 벗어나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해치는 일상 의 스트레스와 코르티솔의 폭격을 막아낼 수 있다. 이제 당신은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세상을 다룰 수 있다. 쏟아지는 총탄처럼 보이던 것은 사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뉴스 알람에 불과하다. 뇌는 이것이 진짜 위협인지 다시 평가하고 기록한다. 지금까지는 시끄러운 알람과 신호음이 어떤 식으로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제 당신은 의식적으로 이 신호를 끼워 넣은 새로운 자료 영상을 갖게 되었다. 이제 그 신 호에 맞춰 춤을 출 수도 있다! 날아오던 총알은 궤도를 벗어나 바닥 에 흩어진다.
신경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lan Robertso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간단한 마음 관리로 의식을 통제할 수 있다.21 시간을 들여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고 얻은 감각 정보를 긍정적이고 기대되는 것이라고 이름 붙여보자. 이렇게 하면 뇌가 새로운 자료를 받아들이고 기록할 수 있고, 시간 인식을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 레고의 교훈은 이것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꼭 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생각은 크누스토르프와 레고 팀 전체,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이익이 되었다.  놀랍게도 일상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엄청난 불안, 불만, 결정 지연을 겪게 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본능은 사실 생산성 손실, 인간 관계의 실패와 전반적인 불만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우리는 자 주 레고와 비슷한 함정에 빠진다. 이미 가진 것에 집중할 때,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는지를 종종 잊는다. 하지만 다양성 본능에 개입하는 단순한 전략을 이용하면 '덜어내면 실은 더 많이 얻는다'라는 사실을 우리 뇌는 금방 깨달을 수 있다. 
- 다양성을 추구하는 본능은 우리 선조들에게는 유용했다. 달걀을 모 두 한 바구니에 담는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생물의 번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영양소를 충족할 최적의 식단을 먹으려면 다양 성 본능이 필요했다. 부족한 선택지와 즉시적 보상 환경 속에서 조 상들은 다양성의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며 빠르게 그 이점을 받아들 였다.
하지만 현대 대도시의 번잡함은 밀도가 낮은 옛 선사시대 환경 에 비할 수 없다. 지금은 한 발짝만 나가도 수백 가지 선택지가 있는 패스트푸드점이 있고, 휴대전화 앱을 열기만 해도 새로운 데이트 상대가 넘쳐난다. 직장에서는 어떤 프로젝트가 우선이고 어떤 것이나 중인지 재빨리 결정해야 한다. 선택지가 거의 무한하고 보상은 대부분 상당히 지연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갑자기 현실적인 도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3만 5000여 가지의 결정을 내린다. 아침에 일어날 때를 살펴보자. “알람 버튼 끌까? 운동하러 나갈까? 오트밀 먹을까, 시리얼 먹을까? 달걀 먹자. 몇 개 먹지? 치즈 곁들여 먹을까? 어떤 치즈? 올리브유나 아보카도도 곁들일까? 버터가 낫겠 다. 커피에 우유 넣을까, 두유 넣을까?" | 코넬대학교 연구 팀은 우리가 음식을 고를 때 내리는 결정만 세 어봐도 하루에 227가지나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본능 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었던 때 를 떠올려보자. 무슨 맛을 먹고 싶은지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극복하면, 차갑고 부드럽고 달콤한 매혹적인 첫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다 먹을 때쯤이면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곧 '다른 영양분을 찾도록 만드는 감각-특정적 포만감sensory-specific satiety' 메커니즘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기 때문이다. 이 메커니즘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충분히 먹었어. 그래서 다음 메뉴는 뭔데?"
이런 메커니즘 덕분에 조상들은 블루베리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 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일이 일어나 면 어떻게 될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면 초콜릿 맛으로 넘어가면 될까? 아니면 캐러멜 맛? 감자튀김은 또 어떤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본능은 매우 강력하다. 연구자들은 선택권이 다양하면 음식을 네 배나 많이 먹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맛이 다를 필요도 없다. 파스타는 모양만 달라도 식감이 다양해지고 식욕을 자극한다!
- 우리 선조들이 살던 시대에 선택은 항상 긍정적인 것이었다. 선 택은 풍요와 예측 가능성을 의미했다. 코로나19 범유행 초기에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마트의 화장지나 밀가루 매대는 텅 비었고 이를 본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안정적이고 확실했던 환경이 격변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필품 품귀현상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풍족한 현대 환경에서, 선택지가 많다는 사실은 때로 축복이라기보다 불안을 일으킬 때도 있다. '선택하 다decide'라는 단어와 살인homicide' 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같다. 죽이다, 찢다'라는 뜻의 라틴어 카이데레caedere는 선택지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는 몹시 괴로운 일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할까 봐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사고방식에 따르면 기회란 것은 사실 트레이드오프trade-off(어떤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 - 옮긴이)와 같다. 어떤 결정이 가진 긍정적인 잠재력은 다른 선택지를 버린 비용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본능은 끝이 없지만, 우리가 탐닉하는 다양성을 '관리'하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선택지가 너 무 많으면 우리는 아예 결정을 회피한다.  더 나쁜 사실은 결정을 내릴 때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컬럼비아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 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참가자에게 24~30가지 선택지를 주면 선 택지가 6가지밖에 없을 때보다 최종 결정에 따른 만족감이 훨씬 줄어든다.
- 옛 조상이 살던 환경에서 성적 다양성 욕구는 남녀 모두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인구가 80억 명에, 잠재적인 짝 짓기 대상은 거의 무한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데이트 앱은 회원 들의 초당 스와이프(휴대전화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서 상대를 고르는 동작옮긴이) 수가 1만 6000회가 넘는다고 자랑한다. 뇌는 넘쳐나는 선택지 때문에 지나치게 자극받는다. 데이트 앱에서는 한 명의 상대와 매칭’ 한다고 해서, 다른 상대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유형 의 선택은 우리가 마주할 수도 있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라는 고통을 덜어준다. 하지만 다른 상대에게도 문을 열어 둔다면, 자신이 선택한 상대에게 결코 완전히 몰두할 수 없다.
- 우리에게는 더 많은 매칭과 더 좋은 스와이프의 기회가 항상 널려 있고, 잠재적 데이트 상대는 사실상 무한하다. 우리는 풍요로운 환 경 속에서 더 나은, 혹은 적어도 다른 것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적 경향에 쉽게 빠진다. '다음'의 것이 우리를 구할 것이고 그다음 것이 더 나으며, 다음 상대, 다음 프로젝트, 다음 직장이 진짜 행복을 준다고 오해한다. 이런 생각은 '석기 시대에 멈춘 뇌가 시대에 뒤떨어진 본능에 따라 우리를 행동하도록 만들어 생기는 오해일 뿐이다.
- 엄청난 성공을 거둔 버거 프랜차이즈인 파이브가이즈Five Guys는 몰입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1986년 제리 머렐Jerry Murrell과 제니 머렐Janie Murrell 부부가 세운 이 가게는 시대를 앞서 나갔다. 다 양성 본능에 발맞추어 메뉴를 확대하는 대신, 파이브가이즈는 축소 전략을 고수했다. 머렐 부부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성공에 대한 명확한 척도를 세웠다. 최근 《포브스》와의 인 터뷰에서 다섯 아이를 둔(그래서 파이브가이즈다) 가장인 제리는 이렇 게 말했다. “우리가 제대로 한 유일한 일은 신념을 고집한 것입니다." 파이브가이즈의 철학은 이렇다. 배달 안 함, 광고 없음. 복잡한 메뉴 없음. 냉동 제품 사용 안 함. 이것은 그들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사업 상 결정이었다. 그리고 머렐 부부는 이 결정에 몰입했다.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판매해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머렐 부 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냉동 제품 사용 안 함'이라는 원칙 때문이었다. 국방부에서 최고 요원들을 위해 햄버거를 좀 배달해달라고 부탁해도 그들은 '배달 안 함'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파이브가이즈의 직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막 선출되었을 때 파이브가이즈 티셔츠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즉시적 보상 결정의 효과처럼 수많은 미디어 세 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렐은 광고 없음' 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다며 그 의견을 거절했다. 파이브가이즈 는 원칙을 지켰고 입소문에만 의지했다(사족이지만 얼마 후 오바마는 파이브가이즈를 방문하고 카메라와 언론 앞에서 클래식 버거를 먹었다). 풍요의 역설에 맞서는 머렐의 노력은 회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 파이브가이즈는 2011년 《자가 서베이zagat Survey》의 연간 패스트푸드 조사에서 '패스트푸드 거대 체인'과 '베스트 버거' 부문에서 1위에 오 른 데 이어, 2016년 영국 마켓포스Market Force UK의 조사에서 버거, 스 테이크, 치킨, 그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32.8퍼센트의 성장을 기록했다.17 | 덜어내면 늘어난다는 말은 사실이다. 다양성 본능이 우리를 더 푸르고, 좋고, 많아 보이는 곳으로 이끌 때면, 네 가지 색깔의 레고 블 록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성취할 수 있는지 떠올려보자. 왕자를 찾으 려고 모든 개구리에 키스할 필요는 없다. 최고의 파트너, 아이디어, 직장, 삶이(아니면 버거라도) 이미 당신의 손안에 있다.
- 담배는 몸에 나쁘고 폐암을 유발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운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부조화 상태에서는 뇌의 추 론 영역이 멈춘다. 이 영역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식적 정당화로 정 보의 조화를 이룰 때 느끼는 정신적 행복감에 의해서만 회복된다. 앞 서 언급한 사례에서 우리는 이렇게 자신을 속일 것이다. “담배는 몸 에 나쁘고 폐암을 유발해. 나는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고 있고, 하지만 난 아직 건강하고 운동도 많이 하니까 괜찮아."
- 우리가 신체적 매력, 관대함, 지능, 리더십, 심지어 운전 능력 같 은 영역에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 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난다. 자기기만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도 한다. 거짓말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코네 티컷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디어드레 피츠제럴드Deirdre Fitzgerald 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거짓말을 하면 암, 비만, 불안, 우울증, 중 독, 도박의 위험이 늘고, 직업 만족도가 줄며 인간관계도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해결 방법을 찾아 진화했다.
자기 자신을 '먼저' 속이는 것이다.
자신을 먼저 속이는 자기기만을 하면 진실을 외면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 또 자신이 정말 솔직하다고 믿으면서 다른 사람을 더 잘 속일 수 있다. 과학사학자인 오렌 하먼oren Harman은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주장했다. “우리의 뇌 구조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면 뭐든 하도록 자신을 속이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때론 진실을 숨길 필요가 있죠. 특히 자기 자신에게는요.”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이 알아챌지도 모를 단서를 지워, 오히려 그 단서에 자신이 속게 된다. 
- 대뇌피질 아래쪽에 있는 오래된 뇌 영역은 언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식적인 대뇌피질보다 더 빨리 생각한다. 긴 하루 끝에 당신의 배우자를 포옹하는 일은 보통 감정적·신체적 사고가 먼저 작동해 일어난다. '자기, 보고 싶었어' 라는 의식적인 생각은 그다음이다. 우리 몸은 인간의 의사 표현 의 중요한 영역을 담당한다.
모건 박사가 든 사례에서 당신의 배우자를 포옹하며 몸으로 '반 응'하는 행동은 '자기, 보고 싶었어'라는 의식적인 '믿음'을 끌어낸다. 보디랭귀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흉내 내 몸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자신감을 드러내고 싶은데 구부정한 어깨로 눈을 내리깔고 걸으면, 우리의 뇌는 내가 자신감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고 해도 우리 몸이 이러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뇌는 그 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팔과 다리를 쭉 펴고 긴장을 푸는 의식적인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자기기만 본능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의 믿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너무 방심하지는 말자. 현대 사회에서는 장밋빛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 호기심과 비전문가적 태도를 취하는 방법은 '전문가'로서는 받아 들이기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너무 많은 정보와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제약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대선사 스즈키 순류鈴木俊峰는 우 리가 더 많이 알수록 어째서 초심을 더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간결하게 설명한다. “초보자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가능성이 무한하 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깃들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엑스프라이즈 재단x Prize Foundation에서 교육 및 글로벌 개발 이니 셔티브의 공동의장을 맡은 나빈 자인Naveen Jain은 세계의 중대한 문 제를 해결하는 크라우드소싱을 추진하고 있다. 자인은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너무 잘 아는 문제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해결책밖에 제시 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은 끊임없이 곤경에 처한다. 내가 상담한 여성들에게 공통으로 들은 난감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 상냥하게 굴면 무능하다고 한다.
* 유능하면 독한 마녀라고 한다.
* 여성적이면 리더감은 아니라고 한다. 
* 남성적이면 거만하고 건방지다고 한다. 
* 공격적이면 오만하다고 한다.
* 수동적이면 무관심하다고 한다.
* 열심히 일하면 나쁜 엄마, 가정적이면 무능한 직원이라고 한다.
* 친절하지 않으면 까탈스럽다고 한다.
* 예쁘지 않은데도 상사에게 인정받는다면 약삭빠르다고 한다.
- 2000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 후 애플의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 하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를 고용하고 훈 련했다. 스택 랭킹stack ranking' 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실적에 따라 직 원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겼다. 스택 랭킹을 도입하자 직 원들은 서로 경쟁하는 매가 되었다. 직원들은 외부의 위협이나 장기 적인 시장 동향보다는 내부 경쟁에만 몰입했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혁신 능력은 크게 저하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마치 플로리다의 들판에서 조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젊은 대학원생들처럼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한 것이다.
-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낸다'라는 생각이 집단의 더 높은 목표에 이바지한다면 그렇다. 외부 경쟁자에 집중하면 매의 사고방식도 가치 있다. 하지만 이 런 직원은 먼저 회사 내부에서 협력하는 문화의 일원이 되지 않는다면 조직을 파괴할 수도 있다.
- 달걀 산업에서 실험했던 한 흥미로운 사례는, 생산성 문제에서 매와 까마귀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산란 산업은 달걀 생산량 증가가 목표다. 퍼듀대학교의 윌리엄 뮤어 William Muir 박사는 알을 제일 잘 낳는 암탉 집단을 선별하려고 마이크로소 프트의 방법을 적용했다. 알을 잘 낳는 암탉을 모으고 나머지는 뒤에 남겨두는 것이다. 뮤어는 가장 생산성 높은 암탉을 선별해, 한데 모아 뛰어난 암탉을 연이어 키워내려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불쌍한 암탉 89퍼센트가 죽었다.
가장 알을 잘 낳는 암탉이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닭들을 한데 모아두면 서로 깃털을 물어뜯고 맨살을 쪼며 악랄하게 싸운다. 암탉들은 죽거나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가히 암탉의 탈을 쓴 매나 다름없었다.
- 가장 알을 잘 낳는 닭, 즉 슈퍼 암탉들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일 하기보다 다른 닭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도록 공격적으로 억누른다. 다시 말해 다른 이를 짓밟아 정상에 오른다. 매가 닭장을 지배하 도록 내버려두면 모두에게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하려면 전통적인 위 계질서를 파괴해야 한다. 순위 시스템은 내부 경쟁을 키워, 매들이 조 직 내에서 지위를 얻는 데만 골몰하도록 만든다. 결과는 어떨까? 서 로 쪼며 싸우는 닭들과 마찬가지다. 모두가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 다툰다. 구성원들은 외부의 진짜 경쟁자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서로를 짓밟는 데만 몰두한다.
- 남 앞에서 취약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무도 약자로 인식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도록 놔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브레네 브라운은 다음과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취약함은 승 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음을 드러내 보이는 용기이다. 취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용감함을 나타내는 가장 훌륭한 척도다. 집단에 때때로 나타나는 매에게서 자신을 방어하면서 동 시에 열린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려면 우리가 소속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 요점은 불편한 건 죽을 만큼 싫다고 믿는 뇌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말하며, 불편한 상황을 찾고 당황스러움을 견뎌보자. 낯선 사람들을 만나보자. 당신을 진짜로 위험한 상황에 몰 아넣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뇌가 인식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이 대화는 내가 정말 걱정했던 것일까?'라고 물으며 뇌가 행동을 곰곰이 따져볼 기회를 주고 그래도 나 아직 멀쩡하잖아!'라는 결 과를 살펴보자. 그러면 우리 뇌가 새로운 춤 같은 살짝 당황스러운 상황과 싸움 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상황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낯선 사람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불편함은 아무렇지 도 않다. 이미 당신의 뇌가 몸의 반응을 인지하도록 훈련됐기 때문이 다. 이제 당신은 수시로 스트레스받고 생존에 집착하는 뇌에 중요한 결정을 떠넘길 위험 없이, 두려워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 맞설 수 있다.
- 흔히 데이터가 많으면 더 맞춤화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 는다(다양성 본능과 데이터 수집 본능이 결합한 위험한 결과다). 하지만 정보 수집 본능은 우리가 눈앞의 데이터에만 몰두하도록 만들기 때 문에 위험할 길로 빠지기 쉽다. 특히 데이터가 사람에게 적용되면 더 욱 그렇다. 우리 선조들에게는 자신의 지위를 인식하고 유지하려면 데이터가 필수적이었다. '누가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나? 뭘 먹고 있지? 누가 리더지? 누가 자원을 제공하지? 어떤 자원이 더 가치 있을까?' 당시에는 이런 데이터가 유용했다.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면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를 단서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매시 간, 심지어 매분마다 데이터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서 이런 데이터 수집 본능을 발휘하면, 쓸데없는 데이터의 소음 속에서 길을 잃고 더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이를 만회하려고 뇌는 필터를 적용하고 하나의 태도를 고수하면서 데이터를 단순화한다. 즉, 우리 입맛에 맞는 깔끔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한 학생이 순류 선사에게 물었다. “일본인은 왜 이렇게 약하고 얇은 찻잔을 만듭니까? 너무 쉽게 깨지는데요.” 그러자 선사가 대답했다. “찻잔이 너무 약해서가 아니라 다루는 법을 몰라서 깨지는 것이지요. 환경에 나를 맞추어야지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한구석을 빛내기To Shine One Corner of the World중에서)
- 어느 일요일의 설교는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버지는 물을 가득 담은 병을 들고 신도들 앞에 섰다. 그리고 갑자기 병뚜껑을 열고 물병을 흔들기 시작했다.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는 내 생각에도 너무나 간단한 질문 한 가지를 신도들에 게 던졌다. “왜 병에서 물이 흘렀을까요?” 신도들 앞에 서서 빈 병을 흔들며 말씀하셨다. “물이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 렇게 말을 이으셨다. “여러분 안에서는 무엇이 흘러나올까요? 삶이 당신을 흔들면 무엇이 흘러나올까요?”  나는 그 답이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본능은 우리가 보여주기 싫거나 하고 싶지 않은 행동, 편견, 속임수, 꾸며진 이야기의 형태로 우리 안에서 흘러나온다.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본능에 개입하지 않으면, 우리가 되고자 하는 의식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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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흔히 자기애라고 표현되는 나르시시즘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자기와 같은 이름의 꽃인 나르키소스, 즉 수선화가 된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연관지어,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가 1899년에 만든 말이다. 이 말이 널리 알려진 것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용어로 도입한 뒤부터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자기의 육체, 자아, 자기의 정신적 특징이 리비도의 대상이 되는 것, 즉 자기 자신에게 리비도가 쏠려 있는 상태이다. 보다 쉽게 말하면 자기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의 심리학자 우즈훙이 나르시시즘과 외로움에 관해 다룬 책이다. 외로움에서 벗어나 긍정의 힘으로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관계를 만드는 방법, 이런 관계의 완성인 사랑으로 나아가는 깨달음을 설명하고 있다. 

인생은 나르시시즘에서 출발한다. 유아기에는 자아와 만물을 구별하지 않고 만물과 혼연일체라 인식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세계가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유아기에는 자기가 신이라고 생각하게된다. 하지만 이후에는 나르시시즘을 깨는 과정이 필요하다. 

높은 수준의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자신이 훌륭하다는 생각에 늘 열정이 넘친다. 낮은 수준의 나르시시즘에 놓인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없고 더한 경우 수치심까지 느낀다. 사람들은 당연히 높은 나르시시즘의 상태를 지향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나르시시즘을 추구하되, 높고 낮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르시시즘이 너무 강할 경우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 그 결과 사람과의 관계는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나르시시즘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차원으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충실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여러가지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예컨대 '관계에서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기', '관계에서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기',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그 공간을 지키기'와 같은 것들이다. 결국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족, 동료, 연인, 친구들과의 충실한 관계에서 나온다.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행복의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칸트)
-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실러)
- 희망과 근심, 공포와 불안 가운데 그대 앞에 빛나고 있는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은 그대에게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다. (호레스)
-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4단계로 나뉜다. 첫째, 건강한 자기애로 '자신감'이다. 활력을 얻고 스스로 성장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 다. 둘째는 '오만함'이다. 자신감을 넘어선 단계로 독선과 아집을 부른다. 셋째는 자기 유약함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의심병’ 이다. 항상 자기 몸과 마음이 약하며 병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는 주관적인 신념이 강해지는 망상' 이다. 현실적인 근거를 무시 하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며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여긴다. 정신과에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전능감은 결코 환상이 아니다. 활력의 원시적 표현이다. 우리의 유아 때는 전능한 에너지밖에 없지만 자라고 성장하면서 공격성, 성, 애착 등 다양한 활력 표현으로 진화한다. 이성과 결합된 상태에 따라 삶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부정적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따라서 성인이 이성적으로 전능감을 실현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우리가 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적절한 범위의 전능감을 가진 다면 이보다 더 완성도 높은 삶은 없을 것이다. 전능한 나르시시즘과 이성이 조화롭게 결합된 자신의 인간성을 디자인하라.
-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정無情이 필요하다. 상대가 전적으로 의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무시할 수 있고, 자신의 법칙에 맞지 않는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다. 비위를 맞추지도 않고 자신의 의 지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일 자체의 법칙을 따른다. 개인의 의지와 일의 특성과 성질을 고려하고 융합해 나가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 이기적이지 않다고 자처해온 사람이 오히려 이기적일 수 있다. 가끔은 스스로 이기심을 허락하고 상황에 따라 강하게 발휘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큰 성장이다. 자기 내면에 이기심이 존재하고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한다면 자신과 주변 사람의 관계가 훨씬 편해질 수 있다.
'도덕적 나르시시즘'은 관계를 거절하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그 결 과 도덕적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은 항상 외로움에 묶여 있고 다채로운 생활을 즐기기 어렵다. 자신의 도덕 수준이 높다고 인 식하는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덕 수준은 낮다고 평가하여 사람 간 어울림에서 멀어진다.
도덕적 자기애를 가진 자는 너무 외로워서 외로움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상에서 그들은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해를 주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모든 일과 판단, 문제 상황을 혼 자 해결하고 견디면서 고독함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 사랑, 보살핌을 청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도덕적 나르시시즘에 손상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도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과 함께 있으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의 에너지는 내향적이다. 적의 도 없고 열정도 없다. 이들이 젊다면 그나마 열정과 인간미를 띠 지만, 중년이 되면 점차 빈껍데기가 되어 행동만 남을 뿐 에너지 의 흐름이 약해진다. 노년에 이르면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 신의 고독한 세계에 빠져든다. 사교에 소극적이며 심지어 집안일 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내적 안정을 얻었다고 하지만 사 실은 활기를 잃은 고요함일 뿐이다.
- 도덕적 나르시시즘을 추구하지 마라. 도덕적 위대함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을 괴롭게 만들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올바른 위치에 두기 위해 주변 사람을 나쁜 놈의 위치로 밀어붙이게 된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나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적 당히 나빠지는 법을 배워라. 타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감 정이 해소되어야 한다.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내부에서도 소화되지 않으면 분 노의 화살은 자신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한다.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잘 알기에 어디를 공격해야 타격을 크게 입는지도 안다. 회복 불가능의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때로는 공격의 위험성을 아 는 사람은 스스로를 통제해 자신을 억누르기도 한다. 자기 통제는 사고와 행동이 느려지고 불편해진다. 따라서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자기 억압이 사라지고 자유로움과 여유가 생긴다.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는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화를 내면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이 무너지기에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방이 절대적으로 틀리다'는 위치에 놓여야 반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립감은 그들의 도덕적 주장을 더욱 강화시켜 파괴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게 만든다. 이때의 반격에는 관계의 파괴가 수반된다.
- '좋은 사람'은 도덕적 자기애가 관건이다. 좋은 사람도 감정의 통제력을 잃고 격한 분노를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분노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할 때 상대방과 상호작용도 상대적으로 단순해진다.
- 억눌린 사람은 단 한 가지 실수에도 반성하고 자아도취형은 자신이 한 가지만 맞고 남은 아홉 가지가 틀려도 그 한 가지 맞는 점을 확대해 해석한다. 이로써 우려되는 점은 억눌린 사람은 매 사를 따질 필요가 없으므로 잘못 인정을 하나의 전략으로 이용하 지만, 반복되다 보면 진심으로 자신이 정말 잘못된 사람으로 생 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네가 이치에 맞다' 라는 생각을 자아도취 형에게 심어주지만 정작 양보하고 맞춰준 자신은 나르시시즘이 손상되는 결과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 습관성 미룸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신뢰를 충족시킬 만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다.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자신이 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면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억지로 하게 된 일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는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반항심이 생기고 미루게 된다. 따라서 미룸은 외로운 영혼의 필연적인 행위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미룸, 지각, 꾸물거림이 생기는 원인은 되고 싶은 나와 '될 수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일을 미룸으로써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할 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또는 '나의 의지가 살아 있다.' 라는 증명이 된다고 믿는 까닭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가 제한되고 금지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또한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외면하게 된다.
- '내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비범한 성과를 거둔다는 생각은 오히려 노력할 수 없게 만든다. 노력하지 않고 몰입하지 않으면 이 가설의 영향력이 그나마 살아남기 때문이다. 자신은 비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 다만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 두고 싶은 것이다. 진짜로 몰입하고 노력 해서 이 가설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 나르시시즘을 갖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자신감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나르시시즘은 천성이고 진정한 자신감은 어떠한 조건과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자만하는 사람은 내면에 허약하고 버림받은 자아 가 존재한다. 거만함과 자신감은 다르다. 자신감은 진실한 관계 에서 나타난다. 이 관계는 자신과 자신,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모 두 아우른다. 자신의 우세한 조건을 내세우면 거만이 되지만 좋 은 조건임에도 진실함이 동반되면 자신감이 되고 응원받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자신의 좋은 조건만을 보고 우러러본다면 겉으로 즐거울 수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외롭다.
- 관계의 본질은 누군가에게 불안을 투사하는 것이거나 누군가의 초조함을 대신 견뎌주는 것이다. 영국 정신분석가 비앙은 “자기 기능이 좋은 사람은 상대방의 불안을 받아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의사와 환자,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환자나 자녀는 불안을 투사하고 의사와 부모는 불안을 받아 대신 해소해준다. 그러나 적지 않은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불안감을 이 전하지만, 아이들은 그 불안감을 소화하지 못하므로 참아내며 나름대로 이겨낼 힘을 모색한다.
- 증오가 없는 사람처럼 위장하지 마라. 미움과 증오는 사랑만큼 중요하다. 증오를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깨닫지 못한다. 증오 표현은 너로 인해 내가 상처받았음을 알려준다. 만약 관계에서 사랑의 표현만 존재한다면 어떤 발언이나 행동이 용납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결과는 파국이다.
- 다른 사람이 자유자재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자신의 공간을 지켜라.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여 진정한 '나'를 드러내라. 개인 공간을 지키지 못하고 선택지도 없으면 심리적 방어체제가 발전되게 마련이다. 이런 방어체제는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의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기에 매우 귀중하다.
- 무조건적 사랑은 없다. 자기 소멸적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 다. 사랑하면서 외로움을 선물처럼 껴안는다면 사랑이 유지되고 있더 라도 행복은 사라진다. 상대에게 맞추기만 하는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 다. 사랑하기 이전에 사랑에 관한 자기 관점을 먼저 정리해보자.
- “거절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적의 없이 단호하게!"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유혹 없이 애정이 넘치게!”
심리학자 코후트는 관계에 필수적인 두 개념을 강조한다. 전자는 내가 너를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적의는 없으며 네가 잘못되었다고 하지도 않겠다는 의미이다. 후자는 너를 사랑한다면 무조건적 사랑을 할 것이며, 나를 필요하도록 유혹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 마틴 부버가 말했듯 “너와 나의 관계에는 한 가지 전제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지 않다는 것이다.” 라는 점을 각인하자. 심리 법칙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대의 특별한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리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감정에 대한 모독이다.
- 사랑에 너무 애쓰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두 사람 모두 불편을 느끼고, 그중 한 명은 자신의 감정이 억압된다고 느낄 수 있다. 자신을 억누르며 상대에게 애쓰는 노력은 사랑에 인위 적인 느낌만 줄 뿐이다.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자기감정이 아니기에 진실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나쁜 점을 감추고 좋은 것만 보여주며 이루어내는 사랑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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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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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심리 2021. 11. 29. 18:18

- 수컷 공작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기꺼이 과중한 비용을 감내하려는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생식 가능성이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메신저가 자신의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능력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대접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 과시를 천박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런 사람조차도 과시적 신호에 면역이 돼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두브 와 그로스의 심리학과 학생들은 고급 차량이라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 는 일은 없을 거라 여겼다. 오히려 고급 차에 더 가혹하게 굴 거라고 장담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달랐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들을 보면 왜 고급 제품과 사치품을 기꺼이 사려고 드는지 이해가 된다. 이런 태도는 대개 실제 지불 능력과는 관계없이 주로 타인과 비교해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필요에 의해 나타난다. 개발도상 국의 저소득층이라도 고급 브랜드 상품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입하 려 든다. 한 연구진이 볼리비아의 저소득층 가정에 상표만 다를 뿐 내 용물은 똑같은 두 가지 향수를 제시하자 대부분은 일반적인 상표가 붙은 제품 대신 캘빈 클라인 상표가 붙은 제품을 선택했다. 경제적 으로 어려운 상태이고 향수 가격도 더 비쌌지만 자신의 지위를 높일 기회가 눈에 띄자 덥석 붙잡았던 것이다. 지위가 낮은 가난한 집단에 서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위를 높여줄 상품을 구입하려 든다.
- 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계층에 따라 행동할 정도로 계층의 노예 로 사는가? 이 질문을 다루는 데 가장 좋은 시작점은 또 하나의 질문 을 던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종종 입고 있는 옷이나 타고 있는 차 를 통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과시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그런 특 징들이 없는 사람들의 요청보다 더 쉽게 들어주는가? 이런 사치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오히려 남들의 도움이 그리 절실하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옳은 지적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고에는 맹점이 있 다. 지위 계층화의 목적은 밑바닥에 위치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있 지 않다.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에게 노력을 더 북돋고 보상을 제공하 는 게 목적이다. 가장 뛰어난 신체적·정신적·물질적·사회적 자원을 보유한 개인들, 즉 최상의 수단적 가치를 가진 이들이 추종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복종을 얻을 것이라는 점을 보증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갈등을 방지하고, 반복되는 경쟁으로 인한 비용 을 줄이려고 한다.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략적으로 결정하게 하고 집단적 규범을 세우게 하고 서로를 가르쳐 공동체 단위의 목표에 공헌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론 최고의 인재들에게 이러한 책임을 맡기고 싶어 한다.
- 의복만이 이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장신구도 똑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담당 의사가 청진기를 걸치고 있을 때 환자들이 의사의 조언을 기억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청진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는 상관없었다. 청진기는 의사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요소였을 뿐이다.
회사 건물 프런트에서 주로 눈에 띄는, 전 세계 수도의 현재 시각 을 나타나는 시계들도 마찬가지다. 뉴욕이나 런던에 있는 기업의 사무실에 방문하는 일반적인 사람이 자카르타나 홍콩의 현재 시각을 급히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길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시계들이 그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방문객들에게 이 회사가 전 세계적인 연결망을 갖고 있으며 중요성을 갖췄다는 지위와 전문성을 발산하기 위함인 것이다.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며 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 기업이란 걸 알려주는 게 먼저다.
기업 중역들이 사무실 근처를 배회할 때 움켜쥐고 있는 서류철과 중요해 보이는 서류들 마찬가지다. 물론 그것들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휴게실이나 화장실에도 들고 가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늘 그런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역들은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데,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서류를 들고 있는 것만큼 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사무실에서 집으로 돌아 온 챈들러는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서 외친다. “거의 1년 전에 이미 잊 었던 조합인데? 이거 그냥 들고 다니는 거야.” 자신의 도구적 가치와 지위를 드러내 보일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계, 복장, 의사의 청진기, 회사원의 서류 가방, 건설업자의 화물차처럼 관련성 있는 도구들만이 메신저의 역량에 대한 인식을 높여줄 수 있는 유일한 신호들은 아니다. 역량은 '얼굴'에도 나타난다.
- 이미 능력을 갖췄다고 인식된 메신저가 불확실성을 표현하면 약간은 역설적이지만 청중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렇게 불확실성을 인정할 정도로 자신의 분석과 판단에 자신감이 있다면 저 메신저는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어쩌면 2000년 전 '전문가를 믿으라고 한 베르길리우스의 현명한 조언은 이제 바뀔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확신이 없는 전문가를 믿으라'라고.
- 매력적이고 협력에 익숙하고 온건한 사람, 적도 아군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 아군을 희생시켜 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 사 람 등. 반면 단순히 남을 지배하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은 분명 현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에는 슬픈 진실이 숨어 있다. 우리가 누구에게 귀를 기울일 것인가의 문제 에 관한 한, 지배적이라고 여겨지거나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 는 메신저가 인식된 지위를 강화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이익을 얻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 하드 메신저는 우선 자신이 지위를 가졌다는 점을 입증시켜 자신의 메시지가 수용되게 만든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 및 역량과 마찬가지로 지배력은 지위를 얻는 통로가 된다. 그러나 연속체로서 존 재하는 경향을 가진 사회경제적 지위 및 역량과는 달리 지배력은 이분법적이고 절대적이다. 기록 가능한 단일 결과로 가장 관련이 높다.
- 지배력은 행동의 결과만이 아니다. 개인적 특성이기도 하다. 경쟁적으로 행동하고 자기주장을 공격적으로 펼치려는 경향을 가진 개인들은 지배적인 기질이 있다고 간주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든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려는 사람들 또한 그렇게 볼 수 있다. 이러 한 지배적 특성에는 '게임의 운영 방식보다 승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철학이 적용된다. 지배적 특성을 소유한 메신저는 친근한 쪽보다는 호전적인 유형에 가깝다. 이들은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주요 관심사가 사리사욕을 채우고 타인에 대한 사회적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목표를 경쟁자나 도전자를 희생시켜 달성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다. 지배적인 메신저에게는 금상첨화다. 실제로 지배적인 사람이 친근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덜 지배적이라고 인식하게 된 다. 그들은 권력을 장악해야 할 때 강인하고 단호한 모습을 드러내며 특정 집단을 다른 집단들의 상위에 두는 비非평등주의를 지지한다. 일부 성격 분석 도구 및 평가 척도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D 유형 성격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지배적이고 dominant 까다로우며demanding 직설적이고 direct 단호하다 decisive.
- 지배력에 대한 청각적 측면도 존재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우리 에게는 더 낮고 더 여유 있는 목소리와 높은 지위를 연결 지으려는 경 향이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 음이 높은 목소리는 고통, 두려움, 긴장을 발산할 위험이 있는 반면(이 모두가 청자의 귀에는 지위의 감소를 암시한다), 낮은 목소리는 자신감과 확신의 표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생물 학적인 이유도 있다. 낮은 음을 만들어내는 크고 두꺼운 후두는 그 사람이 체격이 크다는 점을 나타낼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신체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얼마나 흘러넘치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신체적 강인함이 더 클수록 지배력 또한 더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 목소리가 낮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더 지배력이 강하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 지배적인 메신저는 사랑보다는 공포, 신망보다는 권력을 통해 통치한다. 그들은 상승된 지위에서 비롯되는 하드 메신저의 혜택을 얻기 위해 온화함(5장) 과 취약성(6장)이라는 소프트 메신저 효과를 포기한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지배력과 온화함은 절대 화해할 수 없이 대립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이후에 다양한 메신저 효과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더 다룰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동시에 호감도도 유지하려고 애쓰는 수많은 사 회 지도자들과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이 문제는 풀기 어려운 과제다. 우리가 각자의 사무실 동료들에게 “공직자 중에서 지배력도 있어 보 이고 호감도 가는 인물의 이름을 대보라”고 청했을 때 분명하게 드러 난 문제이기도 했다.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합의에 부치지 조차 못할 정도로 거론된 이름이 몇 없었던 것이다.
-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정말 지배력을 발산할 리더, 보스, 정치인 을 원하는가? 무엇보다 통치의 성공 여부가 권투 시합에서 상대를 때려눕히는 능력에 달려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시기에 달려 있는 듯하다. 안정적인 시대에는 온화하 고 조화로운 메신저의 가치가 올라간다. 반면 갈등과 불확실성의 시대, 즉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역경을 경험하며 안전에 위협을 받을 때는 지배력 있는 리더를 찾고자 하는 동기가 올라간다. 사람들은 이런 부정적 요소들에 대항하여 확실성을 실현해줄 사람을 찾는다. 동시에 지배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 위기 대응에 분명히 필요한 어려운 결단 을 내리고 단호하게 행동하며 규칙과 가치를 준수하도록 채찍을 휘두 르는 데 더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네빌 체임벌린Neville Chamberlain과 윈스턴 처칠은 상황에 따라 각 기 다른 리더십 스타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영국의 전형적 사례다. 체임벌린은 1930년대에 재무장관직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 했으며 인기 있는 총리였다. 외교 문제에서 나치 독일의 야망을 잘못 해석했을지는 모르나 당시로서는 전쟁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 던 만큼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와 달리 처칠의 평시 성적은 결코 고르지 못했다. 1920년대에 그는 재무장관직을 잘 수행하지 못 했고, 그의 견해 중 다수가 과도하게 호전적이거나 강경하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메신저가 가진 영향력의 무게 중심은 화친파인 체임벌린보다 강경파인 처칠 쪽으로 기울어 졌다.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상대하며 지배력 게임의 법칙을 잘못 이 해했고 강경한 접근법보다는 협상과 협력이 먹힐 거라고 추측했다. 반면 소위 '불독' 정신으로 무장한 처칠은 힘겹고 불확실한 시대를 맞 이한 사람들에게 강인함과 확실함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1939년
9월 1일,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체임벌린은 자신의 간청과 양보가 이용당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지배적이고 도전적 이며 전설적인 결단력을 소유한 처칠이 국민들의 자유와 안전을 위한 싸움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 지배적인 메신저의 가치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류학적 기록들이 존재한다. 일례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은 평시냐 전시냐에 따라 각기 다른 추장을 뽑았다. 작가이자 연구자인 레슬리 제브로위츠Leslie Zebrowitz는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시기에 강인하고 성숙해 보이는 외모의 여배우가 대중문 화에서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어서 그는 “그러나 번영기에는 앳된 얼굴을 가진 여배우를 더 선호한다”라고 밝혔다.
- 재미있게도 하이힐은 원래 여성용이 아니라 남성용 승마 신발로 고안된 것이다. 승마술이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받던 16세기의 페르시아 전사들은 활을 조준하고 쏠 때 발이 발걸이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 려고 하이힐을 신었다. 여성들이 하이힐은 신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하이힐은 신장을 높여줄 뿐 아니라 등을 굽히고 엉덩이를 돌출시키는 '구애의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포유류가 짝짓기를 할 때 흔히 발견되는 자세다. 그러므로 하이힐은 매력의 비 생물학적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용적이지도 편안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 온화함이 중요한 메신저의 자질인 이유는 보살핌과 친절의 신호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온화한 메신저는 높은 지위가 아니라 자비심을 보여주려 한다. 이들은 적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삼가며 타인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말을 신중히 고른다. 이처럼 갈등을 피하거나 죄책감을 떠올림으로써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친근감과 관심을 표현하고 그럼으로써 자신보다는 청자에게 더 무게를 둔다.
여기서 언급돼야 할 온화함 방정식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겸손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양날의 검과 같다. 타인에 대한 감 사와 축하를 표현할 때 나타내는 감사형 겸손'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다.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버락 오바마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떠벌리지 않았다. 대신 이전 수상자들에 비하면 자신의 공적이 상대적으로 사소하다고 발언했다. “이 상을 받았던 역사의 위인들, 슈바이처, 마틴 루터 킹, 조지 마셜, 넬슨 만델라 같은 분들과 비교하면 제 공적은 보잘것없습니다.” 이러한 자만심의 부재 그리고 타인에 대한 감사는 친사회적 경향, 개방성, 그리고 배우고 비판을 받아들이려는 의지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 결과 오바마는 온화하고 호감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했고 메신저로서의 효과 또한 강화되었다. 반면에 '자기비하형 겸손'은 타인의 눈에 지위가 결여돼 보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사 형 겸손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일반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선 사람에 게서 나오는 반면, 자기비하형 겸손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 자기 비하형 겸손을 실행하는 사람은 소속감이 강하지 않다. 이들은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들은 패기가 없고 종속적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이들이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약화된다.
- 온화함으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은 지위에 대한 인식을 향해 가해진다. 우리는 이미 이 점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지위가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대기실에서 만난 경우, 지위가 높은 사람은 냉정하고 서먹서먹하게 굴면서 교류하려는 의지를 덜 드러내는 반면, 지위가 낮은 사람은 더 친근하고 따스하게 행동하려 한다. 따라서 온화함은 낮은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으며 이 점은 소프트 메신저에게 힘든 과제를 안겨준다.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의 초기 단계에서 더욱 그렇다. 
- 가끔은 비인간화가 우리에게 중요한 심리적 이익을 주기도 한다. 매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공감하는 데는 감정적·물질적 비용이 소요된다. 우울한 사람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우울해 진다고 한다. 특히 가깝고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더욱 그 렇다. 공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집단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감정적인 대가를 치러야 하므로 특정한 상황에서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괴로워하는 환자와 교류하면서 개인적 고통을 경험하는 의사 등 의료계 종사자는 감정 고갈을 경험하거나 다른 직업적 요구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듯 한 기분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환자들과의 유대감이 생겨나는 걸 피하는 조치를 취하는 이들은 (예컨대 희망, 연민, 비관 같은 환자의 인간적 감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번아웃 증상을 덜 느낀다고 보고됐다. 이것은 의료 전문가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역시 이익일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사진을 노트에 붙여놨을 때 자신의 일에 있어 더 배려하고 근면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 러나 네덜란드 연구자인 요리스 래머스Joris Lammers와 다이데릭 스타 펠Deiderik Stapel은 환자의 인간적 특성을 무시할 수 있는 의사가 비록 고통스러울지언정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권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이 수수께끼는 지위 중심의 메신저와 유대감 중심의 메신저 간의 전형적인 갈등을 보여준다. 당신이 환자라면 당 신의 인간적 측면은 경시하지만 결국 고통스럽더라도 더 성공적인 치 료법을 택하는 의사를 더 선호하겠는가, 아니면 당신에게 감정을 이 입하고 그 결과 더 안락하지만 효과는 덜할 수도 있는 치료법을 제시 하는 공감력 있는 의사를 선택하겠는가? 대부분은 둘의 단점은 버리 고 장점만 원하리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자신의 이상적인 미래 세계에 대한 관점을 성공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력 한 방법은 은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가 수사적 무기 중에서도 필수적이라고 했다. 은유가 강력한 도구인 이유는 즉 각적이며 강렬한 시각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은유는 대화의 의미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상징적 의미를 자극하고 정서적 반응을 촉발한다. 예를 들어 1993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빌 클린턴이 계절적 은유를 사용해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던 사례를 떠올려보자. “동료 미국인들이여, 당신들은 봄을 불러왔습니다. 이제 이 계절에 필요한 일을 할 때입니다.” 혹은 존 F. 케네디가 1960년대 우주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행했던 연설의 핵심 문구를 생 각해보라. “이 나라는 우주의 벽 너머로 모자를 날렸습니다. 은유가 반드시 독창적일 필요는 없다. 단지 즉각적이고 감정적이기만 하면 된다. 1968년 영국 하원의원 이넉 파월Enoch Powell이 '피의 강' 연설에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 Aeneis)>의 한 대목을 가져다가 대 량 이민의 위험성을 경고했듯이 말이다. “앞을 내다보면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로마인들처럼 피가 흘러넘치는 티베르강이 보이는 듯합니다.
- 은유의 사용과 인식된 카리스마 사이의 연결 관계에는 통계적 증거가 존재한다.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제프리 스콧 미오Jeffery Scott Mio는 전임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에서 이런 특징을 면밀히 연구한 끝에 '사이먼턴 카리스마 점수Simonton's Charisma ratings가 높은 사람일수록 취임 연설에서 은유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린든 존슨과 로널드 레이건(넷 모두 카리스마 넘치는 미국 대통령 중에서 상위 75퍼센트에 든다)은 첫 번째 임기의 취임 연설에서 은유적 표현을 평균 20번 사용했다. 이와 반대로 그로버 클리블랜드, 러더퍼드 B. 헤이즈, 제임스 먼로와 윌리엄 태프트(모두 하위 25퍼센트에 속한다)의 평균 은유 사용 횟수는은유의 사용과 인식된 카리스마 사이의 연결 관계에는 통계적 증거가 존재한다.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제프리 스콧 미오Jeffery Scott Mio는 전임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에서 이런 특징을 면밀히 연구한 끝에 '사이먼턴 카리스마 점수Simonton's Charisma ratings가 높은 사람일수록 취임 연설에서 은유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린든 존슨과 로널드 레이건(넷 모두 카리스마 넘치는 미국 대통령 중에서 상위 75퍼센트에 든다)은 첫 번째 임기의 취임 연설에서 은유적 표현을 평균 20번 사용했다. 이와 반대로 그로버 클리블랜드, 러더퍼드 B. 헤이즈, 제임스 먼로와 윌리엄 태프트(모두 하위 25퍼센트에 속한다)의 평균 은유 사용 횟수는 3번에 불과했다. 스콧 미오는 또한 사이먼턴 카리스마 점수가 낮은 대통령들이 재선에 패배해 단임에 그친 비율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사이먼턴 카리스마 점수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고로 높았다. 단 3분 38초 만에 끝났던 그의 취임 연설 에서 그는 21번 은유를 사용했다(10초당 1번꼴이다). 그는 대통령에 네 번 선출됐다.
- 크라우드 소싱을 이용해 연 구자를 모으고 다양한 테드 강연에서 드러나는 언어적 · 비언어적 패턴들을 분석하게 한 결과, 반 에드워즈는 흥미로운 패턴을 구별해낼 수 있었다. 테드 웹사이트에서 가장 성공한 강연들은 덜 성공한 강연 들에 비해 발표자가 손짓을 거의 2배 수준으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18분짜리 테드 강연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 465회 대 272 회의 비율이었다. 강연자가 손을 많이 이용해 말할수록 그들은 더 따 스하고 활기차게 보였다. 손짓 표현의 횟수가 강연자의 카리스마에 대한 시청자 점수를 예측하는 지표가 됐다. 덜 활동적이고 더 딱딱한 강연자는 차갑고 분석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 물론 삶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쪽 측면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2016년 대통령 경선에서 공화당 주지사 존케이식John Kasich은 '닌자 손짓'을 공격적으로 너무 자주 사용한다고 조롱받았다. 외교 정책에 대한 논쟁 도중에는 미국이 “러시아에 일격을 가해야 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때마다 파리채를 휘두르는 손짓을 했다. 공격적이었느냐고?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었냐고? 아마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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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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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간의 탄생

심리 2021. 11. 24. 12:28

- 중앙난방의 최종적인 승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우리가 아는 한 중앙난방은 이미 고대 그리스 시절에 발명되었 으며, 고대 로마에서 한층 발전했다. 예를 들어 놀라울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이탈리아 폼페이 스타비아 목욕탕Stabian Baths은 이른바 현대적 바닥 난방과 비슷한 온돌식이었다. 작 은 기둥으로 바닥을 약 68~89 센티미터 떠받치도록 시공한 다 음, 그 빈 곳에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 바닥을 따뜻하게 데운 것이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나타났던 다른 많은 발전들이 시 대가 바뀔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중앙난방과 온돌 체계도 로마 제국이 몰락하고 유럽에서 암흑시대가 시작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다시 예전처럼 침대를 함께 쓰면서 몸을 밀착한 채로 체온을 나누며 서로에게 의존해야 했다.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중앙난방이 다시 등장해 우리가 사는 집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중앙난방과 관련된 여러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오늘날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조상들보다 다른 사람의 신체에 밀착해 체온을 나누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성인은 친밀한 사람들이 (적어도 보온이나 난방 문제와 관련해) 자기에게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있을지 어떨 지를 평가하는 '사회적 기상 예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현대인은 과연 한층 독립적이고 자유롭다고 느낄까? 연 결성을 찾고자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줄었을까? 한곳에 옹송그리며 모여 자는 생활 습관이 사라짐에 따라 사 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지 따져 본 연구는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저 그 질문들에 대한 대 답을 상상해볼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 뇌의 기본적인 배선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리적 온 기와 생리적 온기 사이의 신경 연결neural link 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뇌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쥐가 그렇듯이 말이다. 인간 은 적어도 대부분 아득함과 사랑받음이 동일한 개념임을 지금도 여전히 어린 시절에 배운다.
-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이 보편적으로 인정받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튜링 역시 인간과 기계가 '생각하는 방식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 튜링은 인풋과 아웃풋만을 근거로 할 때, 인간이 수행한 인지의 ‘결과물product’을 컴퓨터가 수행한 인지의 결과물과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계와 인간 둘 다 “생각한 다”고만 말하는 게 옳다. 튜링은 문제 해결에 알고리즘을 적용 할 수 있는 어떤 가상의 기계를 묘사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디지털 컴퓨터의 세 가지 주요한 요소를 파악함으로써 현 대 컴퓨터과학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다. 그가 파악한 세 가지 요소는 바로 저장 장치, 실행 장치 그리고 제어 장치다. 이 튜링 기계는 인간 정신을 비유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널리 사용 되어 왔다.
데카르트는 뇌 속 송과체를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생각 했다. 그러나 튜링은 데카르트와는 다르게, 인간의 정신을 관장하는 이런저런 인체 기관들을 자기가 설명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튜링 기계의 세 가지 요소가 인지 과정을 설명하는 어떤 비유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들은 해부학적 차원의 개 념도 생리적 차원의 개념도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튜링에게 인간 정신은 여전히 내용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즉 데이터가 승인을 거친 뒤에 들어가고 또 그 결과들(즉 '생각')이 나오는 블랙박스로만 남아 있었다.
이 모든 사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심신이원론 혹은 데카르트 의 이원론이 잘못되었음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 이루 어진 여러 연구는, 인간 정신이 신체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실행 단위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배에 타고 있는 조타수'만은 아니고 '배의 한 부분으로서의 조타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이 여전히 20세기 행동주의를 지배하 던 상황에서 제임스는 이미 장차 체화된 인지'로 불리게 될 이론을 정립했다. 체화된 인지는 인지의 많은 특성이 신체의 여 러 측면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폴란드 태생의 미국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완스Robert Zajonc와 문화심 리학 분야 개척자인 사회심리학자 헤이즐 마커스 Hazel Markus는 1984년에 감정이 신체 반응을 유발한다는 전통적인 발상에 대 한 제임스의 문제 제기에 담긴 의미를 파고들었다. 하나드도 그 기호들은 단지 우리의 감각들에 직접 투영된 것일 뿐이라며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즉 우리가 따뜻한 차가 담긴 컵을 손으로 쥘 때, 찻잔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인체에서 열기를 감지하는 일을 맡고 있는 온도조절장치에 의해 재현된다'는 말이었다.
사실상 자욘스와 마커스 그리고 하나드는 모두 제임스 버전 의 체화된 인지 개념을 기호와 의미를 연결하는 기호 접지 문 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했다. 그들은 인간이 생리적 연관성을 가 지고서 감정과 인식을 재현한다고 보았다. 이런 이유로 행복할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광대 근육이 활성화되며, 생각이 아니라 이 활성화된 근육이야말로 행복하다는 그 감정이 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23 짐작건대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는 제임스 역시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소를 짓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미소를 짓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것이다.
- 게으름뱅이가 느린 삶을 살아가듯이, 외온동물은 내온동물보다 훨씬 늦은 생애 단계에 후손을 낳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후 손을 낳기까지의 성장 기간이 길다는 뜻이다. 게다가 외온동물 은 음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변 환경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신 진대사를 촉진하고 열을 생성할 수 있으므로, 살아가기에 적절 한 환경을 찾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내온동물보다 한층 더 유연 하다. 한편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내온동물이 느린 삶을 즐기는 외 온동물과 같은 유연성을 갖추려면 동료 집단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신중한 내온동물은 늘 자기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 대해나간다. 혼자서 찾을 수 있는 식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 기가 가진 독립성을 일정 부분 떼어내 사회적 체온 조절이라는 종목에 투자한다. 달리 말하면 다른 개체들의 따뜻한 몸에서 비 롯되는 에너지에 의존한다. 사실 내온동물은 다른 개체들에 지속적으로 의존할수록 좋다.
- 내온성은 에너지 수요가 높아 환경에 대한 유연성과 개인적 독립성이 제한된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내온성의 생 활 방식은 놀라운 반대급부를 가져다준다. 고온에서는 화학반 응이 한층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며, 체온이 상대적으로 안정되 어 있음에 따라 효소들은 한층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 로 포유류와 조류는 양서류나 파충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 준의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두 집단의 차이는 기온이 내려갈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온이 매우 낮은 겨울날에 거북이를 키우는 친구 집을 방문해 보면, 거북이가 얼마나 느리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이 거북이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거북이가 진짜로 달린다!) 따뜻해진 근육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해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에 파리가 가장 극성스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갈색지방조직 활성 화에 의한 열 생성은 설치류 단계에서 추위 때문에 유도된, 열 생성을 위한 조절 메커니즘이라는 주장이 지금까지의 정설이 라는 것이다. 즉 갈색지방조직은 열 생성 조직으로서 추위에 노 출될 때 활성화되는데, 이것은 쥐에게서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은 펭귄이기도 하지만 쥐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갈색지방조직이 인체 지방질 기관 의 유일한 구성 요소가 아니며, 인체 지방질 기관은 주로 백색 지방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백색지방조직은 에너지 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의 경우 몸무게 가운데 각각 20퍼센트와 25퍼센트를 차지한다. 피부 아래에 있는 백색지방조직은 일종의 단열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백색지방조직은 갈색지방조직과는 다르게 열 생성에 관여하지 않는다. 게다가 백색지방조직에는 갈색지방조직보다 모세혈관 이 적게 배치되어 있다. 모세혈관이 한층 많이 배치된 갈색지방 조직은 자기가 생성한 열을 몸 전체로 전달한다.
- 인체 겉껍질의 열 감지 뉴런들은 온각수용기warm receptor와 냉각수용기 cold receptor로 나뉜다. 냉각수용기는 대략 영하 5도 에서 영상 43도 범위 안에서 반응하고, 온각수용기는 30도를 넘을 때만 작동한다. 그런데 냉각수용기가 온각수용기보다 열 배 가까이 넓은 범위의 온도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 다. 인체 겉껍질, 즉 피부 바깥 온도를 측정할 때는 보통 뜨거운 온도보다는 차가운 온도를 감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말하 자면 우리가 열기를 감지하는 방식과 냉기를 감지하는 방식 사 이에 뚜렷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피부, 즉 겉껍질에는 온각수용기보다는 냉각수용기가 더 많은데, 이것은 주변 온도가 내려가는 상황을 감지하는 것 이 피부의 주된 임무로 설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뇌(내핵)에서 는 열 수용기 heat receptor가 냉각수용기보다 더 많은데, 이것은 뇌는 기본적으로 심부 체온이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 것 을 감지하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체온이 올라가는 상황 은 내려가는 상황보다 한층 더 긴박하고 위험하기에, 체온 상 승을 감지할 때는 재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난로처럼 뜨거운 물체에 무심코 손을 댔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게 그렇다. 체온이 올라갈 때 체온을 낮추는 대응은 즉각적으로 해 야 한다. 이와 달리 체온이 내려갈 때 체온을 높이는 대응은 상 대적으로 덜 위험하며, 따라서 긴급성도 떨어진다.
- 체온 조절을 추동하는 힘이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한 예측 행동을 촉진하는 경우, (예를 들면 펭귄이 온기를 얻으려고 다른 펭귄을 찾을 때나 인간이 친구나 연인의 온기에 의존할 때) 체화된 인지는 적응 행동 계획을 일러준다. 펭귄이나 사람 둘 다 에너지 형태 로 주어지는 배당금을 벌기 위해 사회적 자본에 투자한다. 이 렇게 얻은 에너지는 내온동물의 열 생성 과정에 필요한 연료가 되는 음식을 찾거나 혹은 허들링 동료들을 확보하는 데 직접적 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 경우에 체온 조절의 절박함은 '따뜻 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따돌림을 당해 혼자 '쓸쓸하게 버림받는 상황을 회피하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사회적 생각과 정서의 한층 추상적인 패턴을 낳는다.
- 그렇지만 정신 차리자. 3장에서 보았듯이 우리 인간은 내온 동물로 열심히 일하는 자연판 투자은행가다. 인간은 내부의 에 너지 자산을 모으려고 언제나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반 면에 자연판 느긋한 게으름뱅이인 외온동물은 자기에게 필요 한 열에너지를 모두 신체 외부의 환경에서 공짜로 얻는다.
그렇다. 그들은 게으른 생활 방식 때문에 진화적인 선택권과 개인적인 선택권을 제한받지만 에너지 소모는 훨씬 적다. 인간 관점에서 보자면, 활동성이 높은 것이 낮은 것보다 낫다. 그러 나 이것은 우리 종의 편견이 개입된 관점이다. 그처럼 높은 활 동성을 유지하려면 에너지 비용을 한층 더 비싸게 물어야 한다. 내온동물이 하는 전체 활동 가운데 많은 부분이 그 활동에 필요한 연료를 구하는 것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인간 관점의 편견 을 내려놓는다면, 내온성과 외온성은 동일한 경제적 문제를 제 나름의 비용편익분석을 토대로 해결하려는 두 가지 접근법임 을 알 수 있다. | 체온 조절에서 행동의 경제는 때로 극단적으로까지 보이는 조치들을 요구한다. 물론 인간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 다. 몇몇 포유동물들은 필수적으로 동면을 한다. 주변 온도나 먹 이 희소성과 상관없이 해마다 일정 기간 동면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포유동물들은 선택적으로 동면을 하는데, 이들은 날씨 나 먹이 희소성에 대응해 동면에 들어간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 면 외온동물은 동면을 하지 않지만, 이들 가운데 많은 종이 날씨가 춥거나 산소 확보가 어려워 신진대사가 위축될 때 비활동상태로 들어간다. 섭취하는 에너지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 는 행동의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활동성과 의식성을 희생해야 하는 이런 낮은 수준의 진화적 발달을 놓고 이들을 얕잡아 보 거나 욕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전에 먼저 우리 인간이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 것으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든 날 마다 잠을 자야 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 베르크만은 자기가 관찰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체 구가 큰 동물은 체구가 작은 동물보다 신체 부피, 즉 체구 대비 체표면적 비율이 낮고, 단위 부피당 체열 발산량이 적다. 그렇 기 때문에 체구가 큰 동물의 심부 체온은 추운 기후에도 여전 히 따뜻한 상태로 유지된다. 그러나 따뜻한 기후에 사는 유기체 는 체내 신진대사로 생성되는 열을 되도록 빨리 발산해야 한다. 체구 대비 체표면적 비율이 높은 체구 작은 동물이 체구가 큰 동물보다 남아도는 열을 한층 효과적으로 발산한다. | 베르크만의 법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심오한 체온 조절 적응 수단이 체구, 즉 신체 크기임을 증명해준다. 다른 대형 포 유동물들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체온 조절 원리는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적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 다시 말해 극지방 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사는 개체군은 일반적으로 적도 가까이 사는 개체군보다 체구가 크다. 
- 버빗원숭이는 펭귄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큰 사회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실제로 인간의 갓난 아기가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의 손길을 갈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끼 시절인 생애 초기에 버빗원숭이 뇌의 어떤 부분은 '예측 기계'가 된다. 새끼 버빗원숭이는 근접한 신체 접촉과 그 루밍이라는 방식으로 다른 개체들에 의존함으로써 몸을 따뜻 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이 기계를 통해 깨닫는다. 대규모 관계 망 속에서 고도로 애착된 버빗원숭이는 혼자 떨어져 있는 개체 보다 체온이 낮다. 버빗원숭이 사회에 애착된 이 동물은 필요할 때 다른 개체들이 자기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애착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 지는 여러 가지 사회적 경험에 의해 발전하고 강화되며, 또 서 로 잘 연결된 버빗원숭이 사회의 체온조절장치 설정 온도를 떨 어뜨리고, 정상적인 체온 범위를 낮추어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 너지를 한결 쉽게 보존할 수 있게 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버빗원숭이 '사회'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행동 을 선택하는 행동의 경제가 용이하게 작동하도록 할 목적으로 존재하고, 개별 개체는 이 행동의 경제에 기여하기도 하고 그것 으로부터 혜택을 받기도 한다.
- 인간 진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보편적 특징 가운데 '젖살' 이라 불리는 해부학적 특성이 있는데, 이것은 갈색지방조직과 관련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는다면, 젖살은 아기들을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특성들 가운데 하나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아기를 보면 안고 싶다거나 들어 올리고 싶다거나 하는 충동에 사로잡히는지도 모른다. 아기의 이 귀여 움은 진화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신생아 경우에 갈색지방조직이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은 5퍼센트나 된다. 이것이 등에, 특히 척추 중간부터 시작해 어깨 주변에 주로 분포한다는 점은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체지방이 일종의 절연체로 작용하고, 또 에너 지를 저장한다는 점에서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대부분 별 도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데, 병원에서 이런 아기를 인큐베이터 에 넣는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저체온증은 미숙아 사망의 주된 원인이다. 미숙아는 정상아보다 체구가 작을 뿐만 아니라 체지방이 적어 체격이 호리호리하다.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아기를 보면 안고 싶다거나 들어 올리고 싶다거나 하는 충동에 사로잡히는지도 모른다. 아기의 이 귀여움은 진화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신생아 경우에 갈색지방조직이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은 5퍼센트나 된다. 이것이 등에, 특히 척추 중간부터 시작해 어깨 주변에 주로 분포한다는 점은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체지방이 일종의 절연체로 작용하고, 또 에너 지를 저장한다는 점에서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대부분 별 도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데, 병원에서 이런 아기를 인큐베이터 에 넣는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저체온증은 미숙아 사망의 주된 원인이다. 미숙아는 정상아보다 체구가 작을 뿐만 아니라 체지방이 적어 체격이 호리호리하다.
-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의 이론적 발상들을 적용해 현실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나는 마 케팅 담당자들에게 따뜻하고 집단적인 브랜드 제품을 만들려 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따뜻함과 신뢰성 에 대한 인식을 유도함으로써 더 잘 팔리도록 하려면 제품이나 브랜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또 긍정적인 집단 연대감을 유도하려면 제품이나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 질문들에 내가 일차적으로 해줄 수 있는 간단한 대답은 단지 신뢰성이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논문 우발적인 저체온증의 저자들이 '적절한 적응 행동'의 부족에 붙였던 명칭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이상탈의異常脫衣, paradoxical undressing' 현상이 저체온증 환자들 사이에서 폭넓게 나타났다. 이 논문은 그런 현상을 “환자들은 사망하기 직전에 체온 조절 체계의 붕괴를 어떻게든 제어하려 는 노력의 하나로 옷을 벗는다”고 설명했다. 만취 상태도 이상 탈의 위험을 높여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에 당신의 친구가 이 술집 저 술집으로 돌아다니며 술을 너무 많이 마실 때를 대비해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 체온이 적정한 범위에서 벗어남으로써 발생하는 심각한 신체적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환자의 느낌은 체온 조절에 상당 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1년에 발표된 어떤 연구는 특히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심부 체온 상승의 여러 메커니즘과 중재 장치를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심인성 발열psychogenic fever’과 관련된 다수의 사례 보고서가 있긴 하지만,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부 체온을 어떤 식으로 높이는지는(혹은 과연 높이기는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2011년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멜라토닌 분비 시작점과 수면 중간 시점 외에도 최저 심부 체온이라는 변수를 추가해 연 구의 지평을 한층 더 넓혔다. 이 연구는 24시간 주기 불량 상태가 한층 복잡해, 이전에 학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체계를 포함함을 암시했다. 연구자들은 주요우울장애를 앓는 환자들에게서 24시간 주기 불량과 우울증 심각성 사이 초기 관계를 재현할 수 있었다. 수면 중간 시점과 심부 체온 최저점 사이 불일치가 한층 더 심각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 냈다. 더 나아가 이 우울증 증상 강도와 멜라토닌 분비 시작점, 최저 심부 체온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예비적인 증거도 발견했다.
따라서 24시간 주기가 수면 중간 시점, 멜라토닌 분비 시작점, 최저 심부 체온이라는 세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와 어긋날 때 우울 장애가 나타날 수 있었다. 이런 통찰을 통해 우리는 시상하부를 체내 온도조절장치로서가 아니라 이 장치의 위대한 통합자로 바라보게 되었다. 시상하부라는 작은 뇌 구조의 여러 영역이 체온, 피로감, 수면, 24시간 주기, 배고픔, 갈증 그리고 애착 행동의 다양한 측면 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짝이 없다. 
- 날씨가 우리의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우울한 감정은 길고 춥고 우 중충한 겨울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핀란드 에서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봄철이 시작될 무렵에 자살률 이 크게 증가한다. 핀란드인의 자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 살률 증가와 상관성이 있는 것은 내려가는 기온이 아니라 올라 가는 일조량이다. 특정한 행동을 촉발하는 것은 단지 온도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이 논문은, 온도는 자살 건수와 최소한의 관련 성을 가질 뿐이라 지적한다.) 이 경우에 갈색지방조직을 가지고서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기온이 갑 작스럽게 따뜻해진 조건에서, 갈색지방조직 활성화가 체온 조 절 메커니즘을 깨뜨리는 바람에 자살 위험이 커졌다고 볼 수있다.
- 다른 많은 것들 가운데서도 우리는 특 히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사회적 다양 성 점수가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적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 록 기온은 덜 온난해진다. 적어도 기온이 내려가는 것만큼은 분 명하다. 이 사실이 웨이 팀의 연구가 발견한 사실, 즉 덜 온화한 기후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온화한 기후 환경에 사는 사람들보 다 사교성,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외향성 등의 점수가 높 다는 사실을 경향적으로 반박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웨이 팀의 연구를 두고서 온화한 기후가 상대적으로 긍정 적인 성향을 만든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순 있다. 그러나 한층 더 흥미로운 결론은 덜 온화한 기후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환 경에 기민하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 내가 웨이 팀의 연구에서 배운 것은, 덜 온화한 기후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기후에 더 잘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매우 친밀하 고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낯선 사람의 경우처럼 호의를 보여야 하는 관계, 혹은 은행원과 같이 금융 거래에 기초한 관계에 이 르는 온갖 다양한 인간관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 구나 반드시 '멋진 사람이어야만 할까? 유럽 자본주의가 태동 한 곳인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아니다'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남극의 극단적인 환경 조건이 펭귄으로 하여금 허들링이라 는 사회적 체온 조절 수단을 활용하게 했다. 펭귄의 허들링은 대규모 집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관계망 크기보다는 관계망 다양성을 가지고 사회적 체온 조절을 한다. 사람들이 구성하는 집단의 다양성은 한층 더 복잡한 관계 형성으로 이어 지며, 이 관계들이 모든 사람에게 매우 사교적인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멋진 모습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관계망 다 양성이 덜 온화한 기후 환경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적응인 이상, 웨이 팀의 연구는 우리가 '인간적인 펭귄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사실들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 “과학은 인간이 지금까지 관여했던 수많은 시도 가운데,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성공한 시도다." (피터 메더워, 『과학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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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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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싱킹

심리 2021. 10. 14. 21:26

- 의식할 수 없는 사고!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할 '무의식 사고다. 무의식 사고는 앞서 소개한 빠른 사고(직관, 시스템 1)와 느린 사고(심사숙고, 시스템 2)에 더해 제3의 사고(Third thinking, 시스템 3)로,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에서 증명해낸 사고법이다.
-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는 직관성과 논리성·합리성 중 어느 쪽이 중요할까? 나는 '직관적으로 논리성·합리 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난 사람 들, 특히 경영자 중에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 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실 비즈니스와 사고는 80년 이상 연구된 주제로, 비즈니스에서는 직관성이 중요하다'라 는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퓨터 산업, 은행업,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관리직은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특히 컴퓨터 산업은 외부 환경 변화가 급격한데, 그러한 기업일수 록 직관적 의사결정이 기업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 다. 영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직관성이 성과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한편, 직관에 관한 연구 주제는 직관성과 기업가, 직관성과 전략적 의사결정, 직관성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다만, 비즈니스라고 한데 묶어 말해도 관리직과 일반 사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크게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 스타일과 직급의 관계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연구되어왔다. 그 결과, 직급이 올라갈수록 직관성을 보인 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다. 한마디로 부하 직원보다 상사 쪽이 직관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영국의 한 대형 건설 회사에서 이사급이 중간 관리직보다 더욱 직관적인 경향을 보였고, 대형 맥주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시간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완전한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무를 진 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은 관리직은 그러한 상 황에 직면했을 때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마 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빌 게이츠 Bill Gates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 게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이건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 그 직관을 믿으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애플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자신 의 성공은 직관적 사고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직관은 대단히 강력하다. 지성보다 뛰어나다. 직관적 이해와 지각은 추상적 사고나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전 회장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도 위기를 극복하며 배운 사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양한 의견이 대립할 때 자신의 직관적인 감각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 실제로 그는 출장을 간 밀라노에서 현재 스타벅스의 원형 이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밀라노의 에스프레소 바, 그리 고 각 카페가 가진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접한 순간 '미국 에 이런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버진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나는 사람을 만난 지 30초 안에 첫인상을 결정한다. 사업제안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설레는지 아닌지 30초 면 알 수 있다. 나에게는 통계 조사보다 직관이 훨씬 중요하 다”라고 말했다. 직관적인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은 논리적·합리적 의사 결정 방식을 중요시하는 기업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인지 스타일과 직관에 대한 연구는 각광받게 되었고, 경영과 직관성에 관한 교양서가 출간되는 등 현실에서도 다양한 형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결론을 낸 연구와 조사가 세 가지 문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첫째,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직관이다'라고 주장하는 연구는 대부분 미국과 영국에서 이루어졌다. 문화 권이나 기업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결과가 도 출될지도 모른다.
둘째,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연령이 미치는 영향이 고려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직급이 높아지면 연령도 증가한다. 게다가 직관성과 연령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직급과 별개로 단순히 연령이 높기 때문에 직관적이다'라고 연령만으로 설명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인지 스타일을 측정하는 질문지가 오래된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인지 스타일을 측정하기 위해 1축 모델을 바탕으로 한 질문지를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인지 과학 연구에서는 직관성과 논리성·합리성은 각 각 독립적이라는 2축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서 소개 한 사회인지신경과학(뇌과학 연구)에서도 두 가지는 각각 독립된 신경회로가 담당한다고 설명하므로, 독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우리 주변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오히려 '충분히 생각하기'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후회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가? 이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무의식 사고다.
-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명한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무의식 사고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압 데익스테르후이스연구팀은 무의식 사고와 관련된 연구를 시행하며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1 신중하게 생각하는 의식 사고는 단순한 과제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2 하지만 복잡한 과제에서는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반면, 무의식 사고는 용량 제한이 없으 므로 복잡한 과제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 무의식 사고를 활용하면 상품 종류가 다양한 곳에서 쇼핑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엄선된 상품 몇 가지만 판매하는 곳에서 쇼핑할 때보다 만족할 수 있게 된 다. 한편 상품 종류가 많은 상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관적으로 결정하거나 충분히 고민함으로써 좋은 선택을 할수 있다.
정리하면, 상품을 판매하는 곳의 스타일에 맞춰 사고를 다르게 활용하면 어느 경우에나 자신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 크레스웰 연구팀은 무의식 사고를 활용하여 자동차 같은 소비재(아이템)를 평가하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최신 뇌 측정 장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사용해 조사했다. 이 실험을 하며 세운 가설은 무의식 사고의 인지 메커니즘은 신경 재활성화 가설neural reactivation hypothesis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아보았듯 무의식 사고 실험의 무의식 사고 조건에서는 정보 제시→ 방해 과제(무의식 사고) → 의사결정이라는 흐름이 있었다.
신경 재활성화 가설이란, 뇌는 정보가 제시된 단계에서 주 어진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하는데, 그 정보 처리가 방해 과제 중(즉 무의식 사고 중)에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뇌의 재활성화라 는 프로세스는 잠을 잘 때처럼 의식적 주의가 쏟아지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뇌과학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잠을 푹 자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일이 무의식 사고 중에도 일어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실험 결과, 아이템을 제시하고 있을 때와 무의식 사고 중에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은 바로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시각피질’ 이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계산이나 생각을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으로,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최고 중추다. 또한 시각피질은 문자 그대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 나는 크레스웰 연구팀의 연구를 참고하며 문제점을 개선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무의식 사고의 인지 메커니즘으로서 전체론적 표상 가설holistic representation hypothesis 을 세웠다. 이는 내가 독자적으로 만든 가설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무의식 사고 연구에서 주장되어온 가설이다. 무의식 사고 중에는 다양한 형태로 정보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개의 정보가 아니라 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가 일어나며, 각 정보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처리가 무의식 사고 중에 적극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즉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 며 가치 판단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전체론적 표상이라 불리는 것이다. 나는 자동차 같은 소비재를 평가하는 과제와 인물 평가 과제를 모두 실험에 활용했다. 인물 평가 과제를 추가함으로써 의사결정 대상별로 뇌의 메커니즘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의식 사고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무의식 사고를 활용해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무의식 사고 중 뇌 활동을 fMRI로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비재 평가과제와 인물 평가 과제에서 무의식 사고 중에 '쐐기앞소엽’ 이라 불리는, 추상적 개념이나 가치와 연관된 뇌 영역이 활성화 되었던 것이다.
- 쐐기앞소엽은 다양한 뇌 영역과 기능적으로 관련된다는 점에서 '허브'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뇌 영역에서 온 정보를 전체적으로 통합하는 영역이다.
또한 인물 평가 과제에서 방해 과제 중 뇌 활동을 확인한 결과,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좋고 싫음을 판정할 가능성이 크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소비재 평가 과제에서 무의식 사고 중 뇌 활동을 통해서는 제시된 소비재의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했을 가능성이 시사되었다.
- 무의식 사고 중에 뇌에서는 정보 통합이나 가치 판단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전체론적 표상 가설에 꼭 들어맞는 결과다. 이 실험 결과로부 터 무의식 사고는 선택이나 평가 대상에 따라 사용하는 뇌 영 역이 다르고, 무의식 사고가 발생하는 프로세스도 대상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나의 실험 데이터로 신경 재활성화 가설을 검증하려 고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뇌 활동은 검출되지 않았다. 무의식 사고 중에는 적극적인 정보 통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 무의식 사고는 다양한 과제에서 효과가 검증되었지만, 인 지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현재 전 세계에서 두 가지 연구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아직 가설 단계다. 무의식 사고를 이 용해 거짓말을 간파할 때, 수많은 선택지 중 한 가지 상품을 고를 때, 고객의 까다로운 요청에 대응할 때 뇌에서 어떤 일 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재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다른 과제에서도 인지 메커니즘을 해명하지 않는 한, 무의식 사고의 전모를 밝혀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가지뿐이긴 해도, 두 연구에서 모두 무의식 사고 중 인지 메커 니즘에 관한 뇌 활동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무의식 사고 중에 적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가설은 꽤 신빙성 있다고 생각한다.
- 의식 사고에서는 사전 지식이나 기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편향된 정보 처리가 일어나기 쉽다. 그리고 자칫하면 결론을 정해둔 상태로 사고하기 쉽다. 결론은 이럴 거야'라는 자신의 믿음을 알아채지 못한 채 생각할 때가 있다는 의미다. ' 한편 무의식 사고에서는 시간은 걸리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해 정보 처리가 일어난다. 그 결과, 치우침 없는 더욱 정확한 결론을 도출한다.
- 요약하면, 의식 사고는 사전 정보에 영향을 받기 쉽지만, 무의식 사고는 사전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잘 익혀두면 창의성을 요구받기 쉬운 비즈니스 현장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사에게서 신규 사업을 제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가 정하자. 이때 과거에 실시한 사업을 조사하는 것은 일견 타당한 수순으로 생각되겠지만, 오히려 과거 정보에 영향을 받아 비슷비슷한 신규 사업밖에 제안할 수 없게 된다. 신규 사업 제안을 지시하는 이면에는 잘 생각해봐'라는 의식 사고를 권 유하는 듯한 상사의 메시지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럴 때야말로 무의식 사고가 나서야 한다!
- 저명한 인물들이 남긴 글이나 말을 살펴보면, 무의식 사고를 활용한 듯한 부분이 꽤 발견된다. 지금부터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말을 통해 그들이 눈앞의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했는지 살펴보자.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1,000곡에 가까운 명곡을 세상에 내놓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식사 후에 산책을 할 때, 혼자서 잠 못 드는 밤에 악상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는 모른다.”
물론 머릿속에 떠오른 선율을 악보에 옮기고 멋진 곡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모차르트의 풍부한 지식과 탁월한 재능 덕분이다. 한편 모차르트의 말을 통해 그가 아름다운 선율 을 떠올린 순간의 느낌이 무의식 사고가 일어날 때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수없이 많은 명곡을 남긴 인물, 또 한 명의 천재 음악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Chaikovcky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새로운 곡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순간은 언제나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다.”
이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차이코프스키 역시 무의식 사고를 활용해 아름 다운 곡들을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로, 많은 위업을 달성한 인물이다. 특히 '토폴로지’라는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발견하고, '푸앵카레 추측'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푸앵카레는 하나의 증명 문제를 풀기 위해 15일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씨름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런데 평소에 즐기지 않던 커피를 마신 탓에 잠들지 못한 어느 날 밤, 몇 가지 아이디어가 구름처럼 몰려와 증명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푸앵카레가 지질학 조사 여행을 떠났을 때의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수학과 관련된 것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던 그는 프랑스 쿠탕스에서 마차에 올라타는 순간, 어떤 증명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했던 변환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변환과 동 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푸앵카레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오후 5시부터 2시간, 하루에 총 4시간만 수학에 관련된 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그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 사고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하루 4시간 동안 일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어서 일하는 시간을 가져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 다. 중간에 수학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들을 때 역경을 헤쳐나가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며 해결책을 궁리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즐기면서 쉽게 성공했 다는 이야기는 누구도 감동시키지 못하고, 왠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노력하고 애쓰는 것의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털끝만 큼도 없다. 하지만 무의식 사고를 잘 활용하려면 최선을 다해 생각한다'라는 행위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의식 사고를 사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무의식 사고는 과제 이외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 사고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 무의식 사고에 대해 설명할 때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무의식적으로 사고한다기보다, 단순히 주의를 다른 곳으 로 돌려 기분전환을 한 뒤에 선택에 임하니 좋은 결과를 얻는 것 아닌가요?”
회사에서 새로운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책상 앞을 벗어나 커피 한 잔 마시며 기분 전환을 한 뒤 다시 업무를 시작하자 좋은 아이디어가 연달아 떠오르는 현 상은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주의 전환(또 는 주의 환기)'이라 한다. 하지만 이 현상과 무의식 사고는 분명 다르다.
- 무의식 사고에서는 '사고'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틀림없다. 앞서 소개한 자동차를 평가하는 실험에서  단순 방해조건에 배정된 피험자들은 단순히 주의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기만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무의식 사고 조건에 배정된 피험자들은  단순 방해 조건에 배정된 피험자들보다 훌륭한 의사결정을 보여주었다. 이 두 가지 결과를 비교하면 무의식 사고란 단순 히 기분 전환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무의식 사고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미리 머릿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 무의식 사고를 활용한다고 해서 무에 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머릿속에 정보를 충분히 넣어둔다면, 다른 일을 하는 동안 무의식 사고가 알아서 최선의 선택을 해줄 것이다.
- 직관(빠른 사고)은 의사결정 대상이 되는 과제가 주어지면 곧바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다. 의식 사고(느린 사고)는 과제가 주어지면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방법이다. 무의식 사고는 과제가 주어지면 그 과제는 잠시 덮어두고, 의식적으로 다른 일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과제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므로 결과 적으로 의식 사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사항은 '목표 설정'이다. 보통 의사결정 상황에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그 과제가 추구하는 목 표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있다면, 그 과제의 목표는 '우리 회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선택하기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목표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무의식 사고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
- 의사결정의 대원칙
(1) 기본적으로는 직관을 활용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2) 수치화할 수 있는 것, 정량적인 것은 의식 사고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3)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은 무의식 사고를 활용한다.
- 의사결정 과정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어떤 접근을 취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 직관, 의식 사고, 무의식 사고 중 어느 것을 사용했는가.
*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모았는가.
*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듯 되는 대로 정한 것은 아닌가.
*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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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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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하게도 직감을 따를 경우 대개 재앙적 결과와 마 주한다. 결혼한 부부의 40퍼센트 이상이 3년 안에 이혼 한다는 통계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첫인상은 자주 틀린다는 관련 연구가 지적하듯, 첫 만남에서 가슴 설레 게 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높은 이혼율 의 주된 원인이다. 친구들과의 불필요한 싸움으로 감정 을 다치거나 우정이 깨지는 경우를 흔히 오해나 의사소 통의 실패 탓으로 돌리지만, 이 역시 직감과 관련 있다. 서로 공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직감적 반응이 오해와 의사소통의 실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 직감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경우 사업상의 관계는 어 려워지며 차별적 고용이 만연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종교에 대해 암묵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가진 면접관은 종교를 가진 응시자에게 면접 기회를 적게 주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고용주일수록 동성애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후보의 직무 적합도나 정책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함께 맥주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더 우선시된 선거결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행동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관계 혹은 삶의 다른 영역에서 나타나는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판단 오류를 '인지편향'이라고 부른다. 
- 학자들은 자동항법 시스템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두 사고 시스템 중 더 강력하고 훨씬 지배적이다. 감정은 종 종 인간의 이성을 압도한다. 더 나아가 직감과 습관은 삶 의 대부분을 장악할 수 있다. 나쁜 결과를 야기하지 않 는다면 우리는 일상 대부분을 자동항법 시스템에 맡겨 놓는다. 매일의 행동과 판단을 일일이 의도적으로 하려 면 정신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시스템은 코끼리 등에 올라탄 탑승객에 비유 될 수 있다. 탑승객이 실제 목표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코끼리를 움직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뇌에서 코끼리의 영역은 아주 거대하며 다루기가 까 다롭다. 변화에 느리지만 위협에 번개처럼 움직인다. 코 끼리가 가진 힘은 한 번에 우리 신체를 장악할 수 있으며 이때 탑승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코끼리를 잠재우고 모든 것을 철저하게 의도적으로 생각해서 움직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이라면 코끼리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탑 승객이 조련사가 되어 코끼리와의 소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즉각적 반응, 자동적 사고, 반사적 행동을 의도적 시스템의 영역 안에서 다루는 것이 가능해진다. 난폭 한 코끼리를 온순한 코끼리로 만드는 것이다.
- 판단을 유보하고 늦게 반응하기는 기본적 귀인 오류 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도구다. 즉각적인 판단은 신뢰할 수 없기로 악명이 높다. 예전과는 달리 우리는 생존과 직 결되는 판단을 할 필요가 없음으로,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이 형성되는 그 순간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 패턴을, 판단에서 호기심으로 옮겨야 한다. 무례 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 불한당이라고 여기지 않고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불한당이 아니라 다른 사 정이 있는 건 아닐까?' 전화로 고함을 지르는 데이트 상대에게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놔두 고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먼저 호기심을 갖는 것이 다.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면 중요 한 결정을 내리기 전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저런 유형의 사람이 있지'라 고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될 가능성은 없을까?',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
- 우월감 환상은 직장 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다. 보고서 몇 개만 읽고 시장의 흐름을 통찰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척척박사는 누구에게나 눈총을 받는다. 이 런 사람이 상급자라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불행하게도 대개의 기업이 심사숙고 없이 직감이나 감각에 의지해 순식간에 판단을 내리는 상급자들에게 보상을 한다. 경 영진의 성급한 판단이 비즈니스상의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참사를 일으켰던 기업들은 하나 같이 우월감 환상에 젖은 경영진과 리더의 판단을 맹신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다.
- 텔레비전의 등장으 로 후보자들의 키를 비교할 수 있게 된 1960년대 이후, 180cm가 넘지 않는 역대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177cm)한 명뿐이었다. 때문에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프로필상의 키를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공식적으로 167cm였다. 하지만 대선에선 174cm로 소개되었다. 남자 키로 환산하면 188cm이다. 상대 후보였던 트럼프의 키가 190cm였기 때문이다. 코미디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 아직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섭 리나 종교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 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던 1912년, 3등 칸에 있던 여자들은 숙녀로 대우 받지 못하던 천민들이었다. 따라서 영국의 신사들은 이 들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3등 칸에 있 었던 여성 인원의 45퍼센트만이 구명보트에 오를 수 있 었다. 보트에는 이들 모두를 수용할 공간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 사회적 합의로 빚어진 참사가 오늘날의 기준 으로는 정당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 부모들은 자녀들이 십 대에 접어들게 되면 이 투명성 의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가 모든 지혜의 원천이었 던 꼬맹이들이 아주 짧은 순간에 논쟁적으로 바뀌고 집 밖에 더 머물고 싶어 하며 친구를 더 신뢰하는 모습으로 변한다. 십 대 자녀를 둔 대다수의 부모들은 이때 자녀의 말과 행동 속에 숨겨진 의미를 놓친다. 반항 속에는 어른 의 세계로 입장하기 위한 자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욕구 가 숨어 있다. 마찬가지로 십 대가 놓치는 것도 있다. 부 모의 간섭에는 자녀를 보호하고 싶은 욕망과 부모 자신 들이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문제들로부터 그들을 지켜주 고 싶은 의지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이 폭발하게 되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럴 의도로 한 말 이 아니었어. 그건 오해야.”
정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만이 투명성의 착각으로 발생하는 부모 자식 사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공감 적 질문을 사용하면 부모는 자녀들의 정서와 욕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아이들의 성숙도와 자립성을 파악 하기도 쉽다. 예컨대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다 컸다고 생각해서 늦게 들어오겠다는 거니?” 이런 질문은 대화의 방향을 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십 대의 독립성과 부모의 규제 사이의 균형이 무엇인지로 끌고 가기가 쉽다. 이와 달리 공감적 질문은 부모가 십 대의 감 정을 공유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부모의 감정을 자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하는 방법이다. “잔소리해서 미안 하지만 늦게 들어오겠다니 신경이 쓰이는구나, 걱정되어 서 하는 말인데 그렇게 대꾸하는 것에 마음도 상하고." 이와 같은 대화는 부모를 사랑과 권위의 원천으로 여기 는 일차원적 시각에서 벗어나 부모 또한 감정의 복합체 라는 사실을 십 대에게 전달한다.
- 미래에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 는 사고의 오류를 낙관편향 optimism bias'이라고 한다.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밝은 미래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 을 갖는 구성원이 많은 종족에겐 분명한 혜택이 있다. 기 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구성원이 새로운 자원을 탐 사하기 때문이다. 낙관편향은 자원 경쟁이 벌어졌을 때 다른 부족들과 경쟁을 벌이도록 수컷들을 격려한다. 경 쟁에서 자신의 승리를 낙관하지 않는 전사들은 전투에 뛰어들 수 없으며 그것은 곧 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 나아가 낙관편향이 강한 구성원은 부족 내에서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경쟁에 서 이기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가능성도 덩달아 커 진다. 낙관주의자들은 비관주의자들보다 위험한 일에 더 많이 뛰어들며 결과적으로 실패를 경험할 확률도 더 높아진다. 고대 아프리카 사바나 환경에서 이는 종종 죽 음을 뜻했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는 비관주의자들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릴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 다. 모든 자원이 그들의 것이다.
- 예컨대 인도 북부와 중국 서부에 서식하고 있는 랑구 르원숭이는 같은 종이다. 단지 인도 북부의 원숭이는 위 험회피 성향이 강하고 중국 서부의 원숭이는 위험을 선 호한다. 더 충동적이고 겁이 없으며 더 과격하다. 이 둘 사이에 히말라야산맥이 있다. 눈 덮인 산맥을 넘어갈 생 각을 했던 미친 원숭이 무리의 후손이 바로 중국 서부에 있는 원숭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운명을 낙 관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진출했으며 다시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퍼져나갔다. 분자유전학에 따르면, 2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약 1만 8천 명의 비교적 아주 작은 집단으로 시작했다.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과 섬에 고루 분포하는 성공한 종이다. 바로 그것이 인종과 민족, 성에 상관없이 80퍼센 트의 사람에게 낙관편향이 나타나는 이유다.
하지만 낙관주의적 기질이 과도하게 퍼진 이유는 이것 만이 아니다. 낙관편향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우울이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하는 데 유리하다. 오래 사는 만큼 번식의 기회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 미래의 위험 요소를 과대평가하는 판단 오류를 비관 편향ressimism bias'이라고 한다. 이는 낙관편향에 비해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이런 편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게 되면 보물처럼 귀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이들은 미래 를 회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 미래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득 인 것과 마찬가지로 비관주의적 경향 역시 이점이 있다. 위험회피 성향이 다분한 구성원들은 낙관주의자들이 위 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자원을 찾아 모험을 떠날 때 집단 내에 머무르려고 한다. 이들은 새로운 자원을 찾지 않는 대신, 있는 자원을 아낀다. 그래서 힘든 시기가 올 때 비관주의자들은 집단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대조 적으로 낙관주의자들은 일이 잘 풀렸을 때 종족의 생존 에 도움을 준다. 사람들은 비관주의를 낙관주의에 비해 건강하지 못 한 삶의 태도로 여긴다. 비관주의자들이 우울증으로 더 많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육체적인 건강 또한 나빠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나아가 비관주의자들은 종 종 괄시를 당한다. 반대론자, 불평분자 혹은 투덜이라는 딱지가 붙으며 건강한 사회 결속을 해치는 존재로 여겨진다.
- 명백한 사실에 근거했는데도 누군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 정서적 장벽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모 든 테러리스트가 무슬림이라는 정치적 신념, 백신이 자 폐증을 유발한다는 의학 상식에서부터 회사 실적에 관 련된 불편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리더들, 눈이 나빠서 운전하면 안 된다는데도 고집스레 운전대 를 잡으려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사회, 문화, 일상 속에 서 뻔히 보이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것은 모 두 정서적 장벽 탓이다.

- 이 책을 읽은 여러분들이 한 가지만을 기억해야 한다면 이것이다.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히려 인 간관계에 가장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함, 편리함, 익숙함은 모두 자동항법 시스템에 의해 살고 있을 때 느 껴지는 것들이다. 이 시스템은 고대 아프리카 사바나 환경에서부터 인간의 생존을 돕던 본능이지만 이젠 다르 다. 현대는 그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며 기술 발달 이 가져올 복잡한 미래는 점점 더 과거와 달라질 것이다. 날로 진화되는 테크놀로지가 뜻하는 바는 하나다. 본능적인 반응은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자동항법 시스 템은 우리를 갈등과 파괴로 안내한다. 그래서 당신에게 권유하고 싶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 해서가 아니라 풍요로워지기 위해 불편하고 반직관적이 지만 의도적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우리 모두는 체계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오류를 범한다. 의도 적 시스템만이 그 실수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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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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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마음

심리 2021. 9. 27. 20:02

- 지질학적 시간표를 보면 원인의 뇌 섭취와 엄청나게 크고 강력한 뇌의 출현이 일치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건은 다른 방식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매우 진화한 인류 문명의 식생활을 보면 간단 한 일상 요리부터 훌륭한 고급 요리까지 뇌 요리를 즐긴다. 유명 셰프인 마리오 바탈리 Mario Batali는 준비하고 요리하는 데 한 시간 정 도 걸리는 송아지 뇌로 만든 라비올리를 할머니로부터 배워 소개한 다.12 멕시코의 전통 옥수수 스튜인 포졸레는 보다 복잡하여 돼지머리를 통째로 여섯 시간 정도 고기가 뼈에서 다 떨어질 때까지 삶아 서 만든다. 물론 유대교 율법에 따라 도축된 고기가 아니지만, 맛있을 게 틀림없다. 대부분의 이슬람 세계에서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스마엘을 하나님께 바친 것을 기념하는 이드 알아드하라는 희생 축제일에 뇌로 만든 축제 요리를 준비한다. 뇌 마살라, 레몬소스에 절인 뇌, 양다리찜 등으로 이루어진 이 요리는 좋 은 음식은 낭비하지 않는다는 문화적 관습뿐 아니라 축제일이면 으레 의식에 따라 도축된 고기를 과할 정도로 많이 먹는 포만감도 추족시킨다. 
- 뇌의 전기 신호는 건전지 전극 사이 차이처럼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 사이의 아주 작은 전압 차이에서 생긴다. 건전지와는 달리, 막전위는 이온ions이라 불리는 전기를 띤 분자가 세포막을 넘나드는 흐름의 결과로 나타나며 시간에 따라 역동적으 로 오르내린다. 만약 신경세포막 사이의 전압이 세포의 안정 수준 에서 약 20밀리볼트 이상 요동치게 되면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동 작전위라고도 하며 근육, 신경 등 흥분성 세포가 자극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세포막 의 일시적인 전위 변화 ? 옮긴이)라 불리는 훨씬 더 큰 전압의 스파이크 spike가 일어날 수도 있다. 활동전위 동안 뉴런의 전압은 약 100밀리볼트 정도 변화하고 이온이 세포막에 있는 작은 통로를 통해 이리저리 지나가면서 1000분의 몇 초 간격을 두고 기준선으로 다시 돌아간다. 뉴런이 이와 같은 전기에너지를 순식간에 보여줄 때 우 리는 그것이 '발화 중firing'이라고 한다. 활동전위는 공간적으로는 신경섬유를 따라 전력질주하는 치타보다 빠른 속도로 퍼지며, 서로 떨어져 있는 뇌의 각 부분이 어떻게 지각과 인지를 중재할 정도로 빠르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에 있어서 매우 본질적인 대답을 제공 한다.
대부분의 뉴런은 초당 3~4회부터 100여 회에 이르는 빈도로 활 동전위를 발화한다.18 이런 점에서 뉴런의 활동전위는, 우리의 모뎀 과 라우터의 불이 깜빡거리게 만들고, 우리의 컴퓨터와 디지털 장 치가 계산하고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전기 자극과 닮 았다. 이와 같은 전기생리학적 활동의 측정은 신경과학 실험의 주 류이고 전기 신호는 뇌세포가 서로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 즉 뇌의 공통어lingua franca라고 종종 여겨진다. 
- 전문화된 뇌 영역의 발견은 의심할 바 없이 생물학적 함의를 가 진다. 지구의 지질학적 진화에 걸쳐 작용하는 힘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산맥, 바다, 강을 만들어냈듯이 인간의 진화를 형성한 요인이 우리가 지금 찾아낼 수 있는 방식으로 두뇌를 형성했다고 추측된 다. 언어나 사회화와 같은 정신적 기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활동을 하는 개별적인 뇌 영역이나 일단의 뇌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능이 특정한 신경 하드웨어를 구별적 으로 사용하는 적응adaptation(생물이 서식 환경에 보다 유리하도록 변화하 는 과정을 가리키는 진화생물학 용어 - 옮긴이)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 고 이는 현재 많은 신경과학자가 공유하고 있는 해석이다. “중요한 것은(...) (상응하는) 뇌 영역의 특별한 위치가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에게는 마음과 뇌의 선택적이며 특정한 구성 요소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라고 칸위셔는 설명한다
- 현대의 신경 영상은 과학의 번지르르함, 미디어의 과장된 광고, 단순하지만 때로는 정도가 지나친 발견 및 매우 다양한 신념 체계 와의 결합 가능성 등이 합해져 뇌의 신비를 강화한다. fMRI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우리가 확고하게 지닌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압박 없이도 뇌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날 인간의 뇌 영상 기술을 사용하여 인지의 신비가 밝혀질 수 있기 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옳을 일은 없다. 아무리 정교한 분석 방법과 결합한다 할지라도 기능적 신경 영상은 단순하게 말해 뇌 활성화 패턴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는 어떻게 나머지 뇌와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해상도나 특 이성을 갖고 있지 않다. “계산 방법과 비침습적 신경 영상이(...) 뇌 기능과 장애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은(...) 순진하고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신경과학자이자 fMRI 전문가인 니코스 로고테 티스Nikos Logothetis는 말한다.
- 당신이 야생 그대로의 사바나를 배회하는 고대 인간 동물이라 면, 미지의 어둠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며 겪은 변화가 원시적인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 (생존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인지했을 때의 생리학적 반응 옮긴이)으로서 당신 자신을 준비시킬 것이다. 당신의 전체 체격에 따라 당신이 따를 전략을 정할 것이다.
당신의 붉게 타오른 볼, 당신의 뛰는 심장, 당신의 긴장된 근육, 당신의 터널 시야의 바탕이 되는 생물학적 작용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또는 HPA 축(그림 8 참 조)이라는 구조의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시상하부 는 2장에서 논의한 복잡한 화학 수프의 구성 요소인 신경 펩티드 및 호르몬의 분비로 알려진 뇌 영역이다. 시상하부 호르몬 중 하나
인 코르티코트로핀 분비 호르몬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 또는 CRH라고 불리는 분자는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혈류로 분비되어 뇌 바로 아래에 있는 완두콩 크기의 호르몬 생산공장인 뇌하수체에 빠르게 도달한다. CRH에 자극받은 뇌하수체 세포는 부신피질 자 극 호르몬ACTH: adreno-corticotropic hormone 이라는 또 다른 물질을 혈류로 분비한다. ACTH는 신장 위에 있는 노란 방울 한 쌍인 부신 에 작용하고 코르티솔cortisol로 알려진 세 번째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압과 신진대사를 신체 전체에 증가시킨다. 이 화학적 신호 전달경로와 병행하여 신경계는 시상하부에서 부신으로 직접 연결된다. 이 부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화되어 심박수와 혈류의 증가와 같은 변화를 유발하기 위해 코르티솔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또 다른 작은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의 방출을 초래한다.
HPA 축은 틀림없이 뇌를 넘어서 확장되기도 하지만 신체 입력 과 피드백이 시스템 작동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기 전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하향식 제어의 또 다른 예인 듯 보인다. 예 를 들어 불안이 증가하면 당신의 시지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
보라. 당신이 경험하는 동공 확장은 주로 아드레날린에 의해 이루어진다. 커진 눈동자는 당신이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지만 주변 시력의 상실 역시 초래하는데 이를 통해 전체 장면을 받아들이지 않고 단 하나의 물체, 즉 당신 룸메이트의 얼굴에 집중하는 경향 을 설명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 증상을 만들어 위험에 대한 지각에도 기여한다. 당신은 의 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호흡의 속도, 내장을 쥐어짜는 듯한 느 낌, 얼굴과 근육을 충혈시키는 피의 온기를 느낀다. 이것은 뇌와 신 체의 나머지 부분 사이에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 각자가 서로를 적 색 경보로 유도한다. 다행히도 이 악순환은 반대되는 뇌-몸 피드백 고리에 의해 균형이 맞춰진다. 이 피드백 고리 안에서는 부신으로 부터 나온 코르티솔이 시상하부 및 뇌하수체에서 CRH 및 ACTH의 생성을 억제하고 몸에서 뇌로 직접적인 화학 신호를 제공하여 시스 템을 통제하에 둔다.
- 990년대 중반 심리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정서적 감각이 의사 결정 과정에 어떤 영 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영향력 있는 이론을 주창했다. 다마지오는 우리가 행동으로 인한 정서적 신체 변화와 우리의 결정을 연관시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배운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학습된 신체 연관성을 신체 표지somatic marker라고 부른다.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선택에 직면할 때, 신체 표지가 소환되어 각 각의 가능한 행동 방침을 선호하거나 싫어한다는 즉각적인 피드백 을 제공한다. 다마지오에 따르면 “부정적 신체 표지가 미래의 특정 한 결과와 결합하며 그 조합은 비상벨처럼 기능한다.  “한편 긍정 적인 신체 표지가 결합하면 그것은 포상을 알려주는 등대가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시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과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 것 중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해보자. 시내에 있는 식당에는 더 맛있는 음식이 있지만 거기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야 하기에 군중, 어둠, 소음, 소변 냄새까지도 참아야 한다. 지하철과 관련된 부정적인 신체 표지가 (아마도 호흡이 느려지고 목구멍이 조일 것이다) 활성화되고 집 근처의 선택지를 순식간에 결정한다. 다마지오의 관점에서 신체 반응은 모든 세부적인 사항을 생각하지 않고도 가능한 행동 방침과 그것에 따를 수 있는 정서적 결과를 연결하는 지름길을 제공하여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 우리는 누가 “두뇌 회전이 빠르다”거나 “발 빠르게 행동한다”라 고 말할 때 은연중에 신체 활동과 인식 사이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관계는 은유를 한참 넘어선다. 오늘날 운동은 뇌를 신체의 다른 부분과 직접적으로 결합시키는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을 다하는 운동을 하는 도중과 끝난 직후 단기적으로 심장은 더 빨리 뛰고 뇌는 혈액 흐름이 많아져 산소와 에너지의 공급을 증가시킨다. 또한 뇌는 세포 성장과 유지를 촉진하는 신경 영양 인자neurotrophic factor라고 하는 국소 작용 화학물질을 생성한다. 장기적으로 이 화학물질은 해마 hippocampus 라고 불리는 뇌 영역에 새로운 뉴런의 형성을 유도한다. 기억 형성에 특히 중요한 해마의 세포가 보충된다는 것은 이 뇌 영 역에서 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응하는 데 특별히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이 인지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몸으 로 하는 상대적으로 피상적인 일들이 이전 장에서 고려했던 것같이 명확한 생리적 경로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는 분 변 이식fecal transplant 이라고 불리는 다소 불쾌한 절차를 통하거나 (한번 생각해보라) 피험자가 요구르트와 같은 박테리아가 풍부한 물질 을 섭취하도록 하여 생길 수 있다. 이와 같은 세균 요법은 매년 수천 명의 미국 환자에게 대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 Clostridium difficile 와 같은 해로운 박테리아에 의한 장 감염을 치료 하는 데 사용된다. 이 시술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내장에 서식하는 '좋은 박테리아'의 비율을 증가시킨다. 혜택을 보는 유기체는 말 그대로 독성 미생물이 서 있을 자리도 없게 만들어 염증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는 이러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장의 소화 기능뿐 아니라 불안, 스트레스 및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결론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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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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