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두뇌 회로는 사실을 찾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우리가 '동의하는 견해들을 자연히 '사실'인 것처럼 아주 빠르게 규정해 처리한다.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그게 내 진실이야〉 라는 이름의 연구에서 우리의 견해가 변화에 저항적일 뿐 아니라 기존의 자기 견해와 모순되는 사실을 대할 때 자기도 모르게 거부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게다가 모든 인간이 가진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은 이러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견해를 확인해주는 정보를 찾고 또 자 신의 관점을 지지하는 사실만을 골라내는 데 아주 특화돼 있다.
- 사실은 스토리가 아니다. 사실은 가슴을 울리지 못하고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의사결정은 이성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통계나 연구 결과를 들이미는 것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진심 어린 관계를 맺고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 구매 습관, 선거권 행사에 변화를 줄 수 없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 내가 들었던 말들은 내게 가장 큰 불안감을 가져다주고, 가장 큰 약점이 되고, 가장 큰 장애물이 됐어야 마땅한 것들이었다. 나에게는 늘 키가 작고, 세상 물정을 모르고, 충동적이며, 못생기고, 선머슴 같고, 어리석고, 반항적이고, 괴짜에, 정신이 나간 애 같다는 꼬리표가 붙곤 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최대 강점들이 됐다. 나는 그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 때문에 성공했다. (AJ 멘데스 AJ Mendez, 미 여자 프로레슬링 챔피언)
- 당신과 당신이 설득하려는 사람은 같은 현실을 살고 있다. 고객이 바라는 모습이라는 '당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잘못된 기대치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생각과 다른 어떤 것을 설득하려 든 다면 당신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란 인상만 주게 될 것이다. 이미 굳어진 인상을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모순보다 브랜드 스토리에 치명 적인 피해를 안기는 것은 없다. 분명히 해두자. 스토리가 없는 설득은 당신이 현재와 다른 어떤 모습이 되리라는 점을 상대에게 납득시키지 못한다. 설득은 믿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스토리를 찾는 일이다. 간신히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으면서 혁신을 약속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개를 좋아하기도 않으면서 데이트 상대에게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는 말라. 지금 하는 일도 간신히 처리하는 중이면서 상사에게 관리직을 맡을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당신이 보는 자신과 당신이 설득하려는 사람이 보는 당신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 개인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운동 동안 주장한 메시지를 받아 들였든 아니든 내 연구에 따르면 많은 유권자들이 그로부터 진정성이 있고 여과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그는 자신이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되 그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이 점에서 그의 지지자들은 그를 신뢰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가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나는 경제 위기에서 미처 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지역에서 이루어진 트럼프의 연설을 분석했다. 그 지역의 사람들이 듣고 싶었던 말은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가 아니었다. 그런 말들은 그들의 경험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일자리가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느낄 만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아직도 먼 길'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은 '당장의 해법'을 원했다. 트럼프가 “다시 일을 하고 싶고, 미국에서의 일자리를 원하며, 많은 일자리를 해외로 빠져나가게 놓아둔 지금의 정부에 실망했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되짚어주자 그들은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취약성이다. 휴스턴 대학교의 연구 교수로 지난 20년 동안 수치심과 취약성에 대해서 연구한 브레네 브라운 Brene Brown 박사는 취약성을 불확실성과 위험, 감정 노출로 정의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당신은 '그런 특성들은 내가 설득에 끌어들이려 하는 요소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들이야. 나는 위험이 적고 감정 노 출의 가능성이 낮은 상태로 내가 이길 것이란 확신을 갖고 싶어'라고 생 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을 설득한, 즉 당신의 지지를 얻어낸 정당, 당신의 표를 얻은 정치인, 당신의 지갑을 열게 만든 그 제품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취약성이 존재할 때 그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 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트럼프는 허세와 허풍으로 유 명하지만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그것을 지지자들 앞에서 장점으로 재구성했다.  경험 없이 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이라면, 그 점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기존 브랜드의 사용을 중단하고 신생 회사의 브랜드를 이용해보라고 권하는 경우라면 그로 인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편이 낫다. 여성으로서 남성의 유급 출산 휴가 인정을 회사에 로비하고 있다면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한 명백한 대변인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것이 왜 장점이 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엉망인 상태에서 신 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우선 회사가 놓인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이 장에 서 말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취약성을 어떻게 사용하면 상대의 귀에 거짓으로 들리지 않게 하면서도 주장을 강화할 수 있는가?
- 우리 회사에서는 늘 두 가지 진실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의 진실’ 과 ‘그들의 진실'이 말이다. 설득에서 문제가 되는 진실은 그들의 진실, 단 한 가지이다. 그 진실을 다루지 않는다면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설득은 불가능하다.
- 말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와닿아야 한다.
공감은 다양한 경험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 책의 목적에따라 나는 공감을 다른 사람들의 감정, 가치, 행동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당신이 그들의 감정, 가치, 행동에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당신이 세상을 그들의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판단을 보류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할 능동적 공감은 3단계 과정을 거친다.
1. 감정: 어떤 감정이 내가 상대방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가능하게 혹은 불가능하게 할까? 내가 각자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다루어야 우리가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까?
2. 가치관: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게 중요한 가치관을 그들에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언어로 소통시킬 수 있을까??
3. 행동: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행동,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행동만이 아니라, 그들의 실제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보다 잘 이해할 방법은 없을까?
- 공감은 단순히 당신이 아는 것을 내가 알고 당신이 느끼는 것을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이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을 대신해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지적 공감을 실행할 수 있다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들의 경험이내게 스며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메시지의 전달에서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아닌 미국의 기업계가 이 나라 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 그 리더 들이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과거에는 뭔가를 말하는 게 가장 큰 위험이었다면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위험이다. 콘/포터 노벨리 Cone/Porter Novelli 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78퍼센트의 미국인이 논란이 있는 주제에서 브랜드가 취한 입장에 근거해 해당 브랜드를 처음으로 구매한다. 50퍼센트는 회사의 기조와 가치관에 근거해 구매를 한다. 51퍼센트는 침묵을 지키기보다는 목 소리를 내는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되며, 48퍼센트는 자기 주장을 펼치 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경쟁 브랜드를 비판하는 브랜드를 지지하고 옹호한다. 30퍼센트는 불과 4년 전인 2014년에 비해서 특정 회사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거나 구매를 거부한다. 이는 우리가 지금 위험을 피하지 만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 와 있으며,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을 때 모든 사람이 뜻을 같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이 시점까지는 개인적인 문제에서나 직업적인 문제에서나 우리의 본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을 거야. 안티들이 싫어할 테니까.” 하지만 총기 규제와 같은 문제를 생각해볼 때, 당신이 닉스 스포팅 굿즈이건 밀리언 맘 마치 Milion Mom March (1999년 시작된 강력한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운동 - 옮긴이 주)의 일원이건 반대 입장의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지 않으면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2013년 발표된 퀴니피악 Quinnipiac 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퍼센트는 모든 총기 구매에 범죄 및 배경 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목소리를 높이는 강경한 입장의 3퍼센트 때문에 대화가 미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입법권자에게 97퍼센트의 지지기반이 있다는 점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한 의미 있는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 우리의 두뇌 회로는 상대가 시선을 보내주고 귀를 기울여주기를 갈구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음번에 당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당을 지지하는 가족과 있게 되면 화를 내는 대신 호기심을 갖도록 노력해보라. 의견을 파악하는 인터뷰를 위해 이모를 찾아왔다는 식의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 집에서 나올 때까지 당신이 할 일은 이모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모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후 이모의 견해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이모가 귀를 기울일 만한 이야기와 표현들을 생각해본다.
- “스토리텔링은 당신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들을 훨씬 기억하기 쉽게 만들어줍니다.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유대를 구축하게 해줍니다. 소비자나 고객에게 긴장을 풀게 할 시간을 허락해서, 당신이 말하는 것마다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당신에게 귀를 기울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스토리에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퍼뜨립니다. 하지만 보고서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퍼뜨리는 일은 없습니다.”
- 몇 년 전 '탑 기어' Top Gear 라는 TV 프로그램이 “어떻게 해야 도요타 Toyota 를 죽일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도요타 픽업트럭을 죽이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이 차를 만조 때의 바다에 여덟 시간 동안 넣어두었다가 끄집어냈다. 차는 소금물에 여덟 시간이나 잠겨 있었는데도 시동이 걸렸다. 그들은 레킹 볼로 차를 박살냈다. 그런데도 시동이 걸렸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불을 붙이고 한동안 타게 했다. 그런데도 시동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철거 예정인 73미터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 차를 주차하 고 TNT 폭탄으로 폭파시켰다. 건물 잔해 사이에서 파낸 차도 시동이 걸 렸다. 고객들이 일상에서 자신들의 도요타를 이런 상황에 빠뜨릴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본 고객들은 도요타가 생존을 위해 그 차 를 만들었다는 점을 잊지 못하게 된다. 도요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영상을 끝맺는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판매된 도요타의 80퍼센트는 오늘도 도로를 달리고 있다.”
- 당신이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발명입니다.” 라는 식의 말을 한다면 그것은 당신에 대한 것이고 당신 생각이다. 따라서 고객의 장애를 없앨 수가 없다. 고객이 당신을 탐욕스럽다고, 이윤만이 당신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곧바로 반박에 나설 것이다. 믿는 것과는 완벽하게 배치되는 말을 들을 때, 우리의 뇌는 그 말을 바로 차단해버린다. 파마케어의 경우, 감정적 유대가 필수적이었다. 때문에 브랜드를 인도 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스토리를 앞세워야 했다. 우리는 “치료법을 찾 아서: 당신의 삶에 시간을 더하고 당신의 시간에 삶을 더한다.” 라는 거대 서사를 만들고 뉴저지에서 자라 고향 땅에서 항생 물질을 발견한 소년 을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 중요한 것은 무슨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무슨 말을 듣는가다. (마슬란스키 앤드 파트너스의 슬로건)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취하는 뇌  (0) 2021.02.19
마음의 심리학  (0) 2021.02.06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0) 2021.01.20
길 잃은 사피엔스의 뇌과학  (0) 2020.12.29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0) 2020.12.10
Posted by dalai
,

오랜 시간동안 유행을 타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간이 나오는 분야 중 하나가 심리학이다. 하지만 교과서와 같은 이론서는 너무 어렵고, '남자의 심리, 여자의 심리'류의 심리게임과 같은 종류의 서적는 너무 가볍고 흥미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중국인 장원청이 지은 것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활용가능한 심리학 법칙 75가지를 일상 속의 사례와 일화를 통해 풀어내었다. 이미 중국에서도 1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봄에 출간되었는데, 리커버 에디션으로 우리에게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나름 심리학 서적은 빼놓지 않고 읽고 있는데, 작년 봄에 왜 이 책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싶다.

75가지의 심리법칙을 단순하게 나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아의 발견, 지혜로운 생활, 성공법칙, 인간관계, 탁월함의 추구, 호감도 높이기, 설득의 법칙, 투자와 소비생활 등 1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파트에 가장 적합한 심리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파트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내용이라서 맘에 드는 파트부터 읽어도 무방하게 구성되어 있다.

'죄수의 딜레마'나 '마태효과' 같은 몇몇 심리법칙은 워낙 유명해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심리법칙은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것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면서 연구결과 혹은 실험결과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요점만 제시하고 있어서 쉽게 읽힌다. 

어차피 요즘엔 코로나로 인해 밖에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날씨도 춥다. 이럴 때 편안하게 읽으면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가 말한 행복의 법칙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우리가 사치스러운 삶에 바쁘고 지칠 때, 행복한 삶은 이미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단다. 행복한 삶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어, 가장 좋은 방은 필요한 물건만 있고 쓸모없는 물건은 많지 않은 방이라는 거야"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1902년 사회학자 찰스 호튼 쿨리 Charles Horton Cooley는 '미러링 효과Mirroring effect'를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아 관념은 타인과 교류하면서 형성되고 타인의 견해를 반영한 다. 또한 자신에 관한 생각은 타인으로 인해 생기며 타인의 태도로 결정된다.” 쿨리는 『인간 본성과 사회질서』라는 책에서 유명한 비유를 들며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거울이고, 그들의 모습을 반영한다.”라고 했다. 이를 미러링 효과라고 한다. 말 그대로 미러링 효과는 우리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나'에 대한 자아 인식 또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서 온다는 것이다.
- 『사회심리학』을 쓴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David Miers는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자아와 관련한 정보를 만들어낼 때 일종의 잠재적 편견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는 쉽게 벗어던지면서 성공의 찬사는 달게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고한다. 대부분은 타인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믿는다. 이러한 자기 미화 감정은 자신의 훌륭한 면에 스스로 도취하게 하고, 어두운 면은 간간이 흘려넘기게 한다. 성공하면 내 실력 덕분이고, 실패하거나 잘못되면 세상이나 남 때문이다. 
- '월렌다 효과'는 미국의 유명한 고공 외줄 묘기의 공연가인 칼 월렌다Karl Wallenda에서 따왔다. 월렌다는 역사상 최고의 공중곡예사였다. 월렌다 사전에 실패란 없었다. 1978년 73세의 월렌다는 작별 공연 후 은퇴 선언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의 해변 도시 산후안으로 공연 장소를 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어떤 실수도 한 적 없었던 월렌다가 작별 공연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만다. 그는 와이어 중간지점까지 갔을 때 난이도가 높지 않은 동작 두 가지를 보여 준 후 바로 수십 미터 높이의 와이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그 후 심리학자들은 거대한 심리 압박을 받으며 끝없이 근심 걱정을 하는 심리 상태에 대해 '월렌다 심리 상태'라고 불렀고, '월렌다 효과'라고도 했다. 우리는 종종 스트레스는 곧 동력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월렌다 효과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양날의 검이며, 수천수만의 적을 죽일 수 있는 예리한 무기가 되어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 쿨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는 구소련의 영화감독이자 이론가인 쿨레쇼프가 처음 발견한 일종의 영화 효과다. 당시 그는 소련의 유명배우 모주힌Mozhukhin 의 무표정한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했다. 그후 똑같은 클로즈업 장면을 영화 속 숏과 편집하여 세 개의 장면을 만들었다. 첫 번째 조합은 모주힌의 클로즈업 장면에 이어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수프 한 접시를 보여 준다. 두 번째 조합은 모주힌의 클로즈업 장면에 이어서 관 속에 누워 있는 여자를 보여 준다. 세 번째 조합은 모주힌의 클로즈업 장면에 이어서 한 소녀가 귀여운 곰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 준다. 쿨레쇼프는 세 가지 다른 장면을 관중들에게 보여 줬고 관중들은 배우의 세밀한 연기에 크게 찬사를 보냈다. 관객들은 모주힌이 수프를 보고 있을 때는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고, 관 속의 여자를 볼 때는 슬퍼 보이며, 소녀가 노는 모습을 볼 때는 자연스럽고 유쾌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촬영 내내 모주인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즉, 쿨레쇼프 효과는 같은 숏을 두고도 그 전후에 어떤 이미지를 보여 주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쿨레쇼프 효과가 생겨난 이유는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눈앞의 화면을 통해 연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이나 일상생활의 경험 중 관 속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볼 때는 일반적으로 슬픈 감정을 연상하게 되고, 소녀가 노는 모습을 볼 때는 유쾌한 감정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관객이 보는 것은 사실 자신의 연상된 심리가 스스로에게  투사된 것이다. 쿨레쇼프 효과는 영화 예술에서 숏 편집의 획기적 성과이기도 하지만, 현실 생활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특히 브랜드별로 로고 이름과 로고 패턴을 선택할 때도 그 효과를 발휘한다.
-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이 극적인 과정을 두고 훗날 심리학자들은 '브루잉 효과Brewing effect'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할 때, 아무리 많은 힘을 쏟아도 정확한 생각의 갈피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오히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색하던 것을 멈출 때 결정적인 영감이 떠오를 수 있는데, 이를 브루잉 효과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브루잉 과정은 사고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전반적인 사고 과정을 잠재의식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잠재의식을 통해 기억 속에 저장해 둔 관련 정보를 조합하고 '영감' 같은 사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끝까지 매달리거나 자기 능력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체된 사고방식에서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문제를 한쪽에 놔두고 다른 일을 해 보자. 잠시 문제를 내려놓음으로써 정체된 사고방식을 없애고 몇 시간, 며칠, 심지어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하면 우리의 뇌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사람들은 두루뭉술하고 보편적인 묘사가 자신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근거 없이 모호하여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들로 한 사람을 평가했을 때,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맞아, 이건 딱 내 얘기야.' 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현상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 혹은 '포러 효과'라고 한다. '바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별자리와 성격 테스트다. '바넘 효과'가 주는 교훈도 있다.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모호한 관점 앞에서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넘 효과'는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과 같다. 특히 별자리나 혈액형별 성격 등 허위 내용이 판을 치면서 많은 사람이 허무맹랑한 성격 풀이'를 자신의 진짜 성격으로 믿어 버린다. 바꿔 말해,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알려면 '바넘 효과'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구석구석 들여다보아야만 두루뭉술한 평가에가 아닌지, 어떤 것이 명확한 평가이고 또 모호한 평가인지에 대해 효과적으로 분석해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프란체스코회 수사인 오컴은 “동일한 이론, 동일한 문제의 논증 과정 혹은 여러 가지 해석과 증명 과정에서 절차를 최소화하고 간결하게 증명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라고 말했다. 요약해 보면 '필요하다면, 곁가지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원리를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의 격언 중 “세상만사 가능한 한 간결해야 하지만 너무 간단해서는 안 된다.” 라는 말이 있다. 간결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것이 '오컴의 면도날 법칙'의 정확한 사용방식이다.
-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말은 흡혈박쥐를 제일 무서워한다. 흡혈박쥐는 동식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산다. 늘 야생마의 다리에 달라붙어 말이 아무리 화를 내도 끝까지 태연하게 피를 빨아먹고 나서야 떠난다. 결국 말은 어떤 방법을 써도 산 채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동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흡혈박쥐가 빨아먹는 피는 극소량이며 야생마에게 전혀 치명적이지 않다. 즉 야생마가 목숨을 잃는 진짜 이유는 흡혈박쥐에게 당한 이후 느끼는 분노 때문이었다. 즉, 흡혈박쥐는 단지 야생마의 죽음을 유인할 뿐이고 야생마가 이 유인에 격렬한 감정으로 반응한 것이 직접적 사망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심리학자들은 사소한 일로 크게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과실로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현상을 야생마 엔딩' 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 의학 심리학자들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배고픈 개 한 마리를 철창에 가둔 후 철창 밖에 다른 개 한 마리가 그 앞에서 고기를 먹는다. 결국 철창 안의 개는 기아 상태로 인한 병리 반응이 나타나기 도 전에 이미 조급함을 느끼며, 질투와 분노의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 잡혀 노이로제 같은 병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실 분노는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다. 분노하는 중에 혈액은 팔다리 의 끝부분에 대량으로 집중되는데 이는 사람의 근육을 팽팽하게 하고, 이성적인 사고 대신 감정적인 사고를 사용하여 빠르게 공격 태세를 갖추게 한다. 다시 말해, '분노'라는 감정은 인류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고, 역경 속에서 눈 깜짝할 사이 보통 때와는 다른 전투력을 확보하는 데 쓸모가 있었다. 인류의 진화사를 보면, 마음에서부터 생활까지의 연동 반응은 수없이 우리 조상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분노는 그 폭발력에 상응하는 만큼 우리 몸에 대한 파괴성 역시 가지고 있다. 순간 과부화로 작동하는 기계처럼, 분노가 가져온 폭 발력은 인체 기능에 대한 과도한 손실을 야기하기도 한다. 분노는 심장병을 유발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분노로 인해 다른 병에 더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즉, 분노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한 심리학자는 말했다. “인류는 건강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관용을 배워야 한다.”
- 심리학자들은 감정에 관한 깊은 연구를 통해 감정 표출의 수단은 주로 난폭한 행동, 하소연 그리고 울기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쓰시타의 화풀이 방'은 첫 번째 난폭한 행동 표출에 속하고 호손실험 중 진행한 인터뷰는 두 번째 하소연 표출에 속하며 그 외에 목 놓아 우는 것도 아주 좋은 표출 방식이다.
- 『걱정을 멈추고 즐겁게 사는 법』에서 카네기는 '카렐 공식'에 대해 정의했다. 가장 나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걱정의 근원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렐 공식'의 사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한데, 세 가지 절차가 있다. 첫 번째, 먼저 두려움을 없애고 이성적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 한다. 그 후, 실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두 번째,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을 찾아낸 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비록 상황을 돌이킬 수 없더라도 우리는 빠르게 털어낼 수 있다. 세 번째, 이렇게 하면 우리는 평화롭게 시간과 힘을 쏟을 수 있는데, 이때 우리 마음속에 받아들인 제일 나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 할 수 있다. 
-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는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매슬로스. H. Maslow가 제기한 심리학 현상이다. 매슬로는 '요나 콤플렉스'를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는 가장 완벽한 순간과 조건 아래에서도 변화를 두려워하고, 크게 용기를 낸다고 해도 상상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몹시 추앙한다." 즉, 요나 콤플렉스는 일종의 '성공했을 때의 두려움'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성장을 회피하는 심리현상이다. 요나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인 것은 성경에 나와 있는 기록 때문이다. 성경 속 예언자 요나는 하나님의 명을 받는데, 곧 니느웨(아시리아의 대도시)로 가서 그 도시가 죄악으로 가득 차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는 일이었다. 이는 본래 얻기 어려운 사명인 동시에 매우 높은 명예이고, 요나가 평소에 동경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요나는 이 사명과 명예를 실제로 받아들자 몹시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게 했고, 스스로 유명무실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눈길을 신에게 돌리고 싶어 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오랫동안 간절히 바랐지만, 진짜 기회를 만났을 때는 도망가 버렸고, 도망간 후에는 점점 움츠러들어 매슬로가 말한 요나 콤플렉스에 빠졌다. 이러한 심리는 우리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자신의 잠재력을 찾는 것도 피하게 만든다.
- 모든 사람의 지적 능력 발달은 불균형하고 우리는 지적 능력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일단 자기의 지적 능력의 최고 점을 찾으면, 지적 잠재력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고 곧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발라흐 효과'라고 부른다. 발라흐 효과를 언급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유명한 '나무통 원리'이다. 나무통 원리는 미국의 관리학자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가장 먼저 제기한 이론이다. 이 이론에서 말하는 것은, 나무통 하나에 얼마만큼의 물을 담을 수 있는지 정하는 것은 가장 긴 나무토막이 아니라 가장 짧은 나무토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통 원리를 짧은 나무 토막 효과라고도 한다.
- 마태 효과Matthew effect'는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유명 사회학자인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 이 1968년에 처음 제기하였다. 당시 머튼은 『과학사회학』에서 이 현상을 언급하면서, 명성이 높은 과학자일수록 더 높은 명성을 얻기 쉽다고 했다. 그 후, 사람들은 각 영역의 양극화와 강자 독식의 상태를 마태 효과라고 불렀다. 『신약 성경』의 「마태복음」에 마태 효과의 유래가 된 이야기 하나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세 하인에게 금덩이를 주 었다. 주인이 돌아오자 첫 번째 하인은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이 제 게 주신 금덩이로 장사하여 두 배를 벌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하인은 말했다. “주인님, 저도 주인님께서 주신 금덩이로 두 배를 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하인이 말했다. “주인님, 저는 그저 두려운 마음에 금덩이를 땅에 감춰 두고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세 번째 하인이 가지고 있던 금덩이를 첫 번째 하인에게 주도록 명령하며 말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 1910년 프랑스 심리학자인 에이미 콜은 잠재의식을 이용하여 간단하고 효과적인 '콜 치료법'을 발명했다. 그는 활기가 없고 각종 몸살을 앓는 환자들에게 매일 저녁 눈을 감고 안락의자에 앉아 (혹은 누워) 온몸의 근육을 풀 수 있도록 했고 작은 소리로 “매일매일 우리의 생활 모든 방면은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라고 말하게 했다. 그리고 이 짧은문장을 아침저녁으로 20번씩 반복하라고 했다. 콜은 이 짧은 문장을 말할 때 사람들의 잠재의식은 그 말을 기억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때 어떤 구체적인 일도 자신의 의식을 침범해서는 안 되며 질병이든 생활 속의 번잡함이든 무시하고 수동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점점 좋아진다는 소망만 가지고 있다. 면, 우리의 몸은 천천히 가장 좋은 상태에 접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콜의 이러한 치료 방법은 사실 '위안제 효과'의 현실적인 응용 방법이다. 일상생활 중 심리 암시가 가진 힘은 어떤 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 이성적인 당나귀 한 마리가 양과 질이 모두 같은 건초 두 더미 사이 에 있으면 결국 죽게 된다. 왜냐하면 그 당나귀는 도대체 어느 건초 더미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이성적인 결정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뷔리당이 제기한 이 역설의 처음 목적은 당시의 이성주의 사조를 반박하고 자신의 믿음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지나치 게 이성적이라면 밥을 굶은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끝없는 결정 장애에 빠져 위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이해득실을 계속해서 저울질하며 망설이고 결정하지 못하는 현상을 뷔리당의 당나귀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만약 인생을 둘로 나눌 수 있다면 전반부 인생은 망설이지 말고 후반부 인생은 후회하지 말아라. 선택 전에는 망설이지 말고, 선택 후에는 후회하지 마라. 이것이야 말로 뷔리당의 당나귀 효과에 대한 제일 좋은 반격이다.
- 킬리의 법칙'은 미국 더블린컨설팅 회사의 CEO인 래리 킬리Larry Keeley 의 한마디에서 유래되었다. “실패를 참고 견디는 것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고 응용할 수 있는 아주 긍정적인 일이다. 성공한 사람의 성공은 단지 그가 실패에 좌우 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이후 사람들은 ‘성공하는 능력'과 '실패에 좌우되지 않는 능력'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킬리의 법칙' 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 최신 효과와 초두 효과의 차이는 다양한 자극의 단발적인 출현'에 있다. 루스는 어떤 사람을 두고 두 가지 정보가 연속해서 사람들에게 감지될 때, 사람들은 항상 이전의 정보를 믿고 그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초두 효과다. 또한 어떤 사람에 대해 두 가지 정보가 연속해서 사람들에게 감지될 때, 반대로 작용하는 것이 최신 효과다. 심리학자들은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구별하는 전제조건을 제기했다. 낯선 사람과 만날 때는 초두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익숙한 사람과 만날 때는 최신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식에 가장 부합하는 또 다른 해석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낯선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제일 중시하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고, 친구와 헤어진 후 제일 그리워하는 것은 이별 직전의 모습이다.”
- 미국의 작가 오그 만디노Og Mandino가 처음 제기한 '만디노 효과 또는 '미소 효과'를 한마디로 말하면 '미소는 황금과 바꿀 수 있다.'는것이다. 만디노는 미소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행위 언어로, 비록 소리는 없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소는 인간 관계에서 가장 좋은 윤활제이며, 두말할 것 없이 사람 간의 심리적 거 리를 가깝게 끌어당긴다. 만디노 효과는 초기에 인간관계의 법칙에서 제기되었으나 그 후 심리학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교수 제임스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하나의 관념을 제기했다. 사람이 웃을 때 전신 근육은 가장 느슨한 상태가 되고 심리 상태 역시 상대적으로 안정된다. 따라서 미소는 일종의 가장 긍정적인 감정 표현 방식’이다.
- 성과급이 줄면 일에 대한 태도는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고 성과급이 증가하면 일에 대한 태도가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는 심리 현상을 사회심리학에서 '애런슨 효과Aronson effect'라고 한다. 통속적으로 말하면, 큰 표창부터 작은 칭찬까지 누군가 더 이상 칭찬하지 않으면 좌절감을 유발하고, 이러한 좌절감은 쉽게 불만과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 '엉덩방아 효과' 또는 실수 효과'란 결점이 전혀 없는 사람이 반드시 호감을 사는 것은 아니며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은 평소에 똑똑하지만 작은 결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엉덩방아 효과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현장 판매의 경우, 대부분의 업무 담당자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의 결점을 적당히 내비친다. 여기에서 고객들의 신임을 얻는다. 여러 장소에서 단지 장점만 떠드는 것은 결코 판매에 유리하지 않다. 도리어 적당히 상품의 결점을 드러내 보이면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품의 결점과 동시에 장점을 강화할 수도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고객들은 상품을 대할 때, 세상에 완벽한 상품은 없다고 믿는다. 고객이 마음속에 의심을 품고 제품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할 때 판매자가 솔직하게 결점을 털어놓는 것이 낫다.
- 이 세상에는 선하기만 한 사람도 없고 악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이 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선과 악은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잠재되어 상황의 변화와 필요에 따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질서가 바로잡힌 환경에서 '악한 본성은 깊숙이 감춰지지만, 스탠퍼드 교도소'처럼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을 만나면 권력을 쥔 '루시퍼' 처럼 언제든지 밖으로 튀어나와 좋은 사람을 악한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고 한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도덕과 사회윤리는 항상 선과 악을 구분 지으며 악한 사람을 경계하고 선량하게 사는 것 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좋은 사람과 악한 사 람이 원래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단지 '선량하게 살아 가는 사람'과 '나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규정지어 방심해서는 안 된다. 좋은 사람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좋은 사람일 뿐 상황이 돌변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면 당장이라도 악마 같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옷장 속에 해골을 감춰두고 산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사람도 마음속에 악한 본성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한 절대적 신뢰는 언제 깨어날지 모를 '루시퍼에게 자신의 운명을 쥐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 인류의 심리는 오묘해서 때론 완전히 다른 두 방법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한다.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 효과'는 작은 요구를 통해 큰 요구를 들어주 게 되는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 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먼저 무리한 요구를 말하고 이어서 비교적 간단한 요구를 말하면 상대는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대신 간단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 효과'는 사실 두 가지 심리학 현상이 종합적으로 이용된다. 먼저 하나는 보상 심리다. 누구에게나 거절이 주는 심리적 압박은 동의할 때보다 크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거절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은 작거나 쉬운 일을 하나 더 함으로써 죄책감의 균형을 잡고 싶어 한다. 이것을 보상 심리라고 한다. 즉 두 번째 작은 요구에 동의함으로써 첫 번째 요구를 거절한 데 대한 죄책감을 보상하는 것이다.
- 처음에 아이폰은 생산 능력의 부족으로 번번이 동났고, 품절이 몇 달째 계속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전례 없이 높아졌다. 여기에 재미 를 본 애플은 일부러 시장을 '허기' 상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폰4까지 출시되었을 때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극에 달했다. 아이폰4가 출시되기 전, 애플은 차세대 휴대전화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고 그 후에는 어떠한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소비자의 호기심이 완전히 폭발할 때까지 기다린 후 스티브 잡스는 비로소 대회장에 나타났다. 그는 아이폰의 성능을 화려하게 소개하며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바꿔라.”라고 말했다. 그 후 전 세계를 뒤덮은 광고 는 이전의 침묵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 주었고 동시에 소비자의 욕구는 절정에 이르렀다. 아이폰4가 정식으로 출시된 후 애플은 거대한 시장 수요를 무시한 채 통신사들과 배타적인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또 한 엄격히 수량을 통제하며 시도 때도 없이 시장을 품절 상태에 빠뜨렸다. 애플의 이러한 헝거 마케팅 전략은 희귀성 법칙의 효과를 극에 달하게 했다. 그 후로 새로 출시되는 모든 아이폰에 이 방식을 벤치마킹했고, 아이폰7이 출시될 때야 비로소 다시 주춤해졌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주춤해진 것은 모방하는 기업이 너무 많았고,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헝거 마케팅 방식에 이미 거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희귀성의 법칙이 실패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단지 사업가가 희귀성의 법칙을 재사용하려면 더 많은 마케팅수단을 발명해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 할인 혜택에 숨겨진 게임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바로 잠재적인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소비자들은 할인 상품 을 구매할 때 '지금 당장은 이 물건이 필요 없지만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어. 지금 저렴할 때 빨리 사 놓는 게 나을 거야.'라는 심리를 갖는다. 한편 판매자는 비록 당신이 나중에 살 수도 있지만, 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차라리 지금 바로 사는 게 나을 거야.' 라는 심리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두 가지가 공존하는 심리 게임에서 도대체 누가 누 구를 속이는 거고 누가 손해를 보는 걸까? 사실 정답은 둘 다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만약 그가 미래에 반드시 이 상품을 구매해 야 한다면 할인할 때 사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소비가 된다. 그러나 만약 그가 미래에 필요하리라는 예상이 틀린다면 그는 할인 함정에 빠진 셈이다. 같은 이치로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만약 미래에 이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소비자의 예상이 맞으면 틀림없이 판매자는 손해를 본다. 왜냐하면 굳이 할인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미래 어느 시점에 반드시 이 상품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할인 그 자체는 함정이 될 수 없다. 진짜 함정은 소비자가 자기 소비 수요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가에 달려 있다.
- 1920년대 독일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Zeigarnik은 기억력과 관계있는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녀는 피실험자들에게 22개 의 간단한 일을 요구했는데 이 일들에 필요한 시간은 대체로 비슷했고 일반적으로 몇 분 정도가 소요될 뿐이었다. 이 22개의 일은 두 그룹 에게 나누어졌다. 그중 한 그룹은 일을 다 끝내도록 허락된 반면, 다른 그룹은 일을 다 끝내기 전에 저지당했다. 얼마가 지난 후 자이가르닉은 즉시 피실험자들에게 그들이 했던 22 가지 일이 각각 무엇인지 기억하도록 요구했다. 실험 전 피실험자들은 이런 요구를 받을 줄 몰랐기 때문에 한순간 모든 것을 기억해 내기 힘들어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평균적으로 완성하지 못한 일에 대 해서는 68% 정도 기억했고, 이미 완성한 일에 대해서는 43% 정도 기억했다
- 자이가르닉 효과는 '이미 시작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가장 마음에 두고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가능한 한 빨리 첫 걸음을 내딛어 보자. 일단 첫걸음을 내디디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블리스의 실험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하나의 오해를 깨뜨렸다. 그것은 바로 오랜 시간 부지런히 연습하면 반드시 능숙해진다는 것이 다. 앞서 실험에서 세 그룹 중 부지런히 연습해 능숙해진 첫 번째 그룹 의 성적은 머릿속에서 가상으로 연습한 세 번째 그룹보다 좋지 않았 다. 이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이 가져오는 결과는 미리 반복적으로 계획하고 이미지화한 경험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따라서 무슨 일을 하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이유는 계획성이 숙련 도보다 훨씬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 분의 경우 적당한 침묵은 목이 터지게 다투는 논쟁보다 더 쉽게 두려 움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고, 나아가 상대방을 믿고 복종하게 만들 수 있다. 침묵을 아는 사람은 의사소통 중에 조용히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또한 침묵으로 자신의 진짜 생각과 의도를 숨김으로써 시기가 무르익을 때 한 번에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말로 상대를 억누르고자 하면 말할수록 그 의도가 탄로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적당히 침묵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자신의 신체언 어를 통제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든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은 늘 냉정한 사람 앞에서 실패하고 만다. 그 이유는 그들은 너무 급하게 표현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위치를 고려할 시간 없이 결국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 많은 사람이 구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건네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왜 구글에 남았나요?” 직원들 역시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왜냐하면 구글에는 직원 들이 일상적인 업무에서 성취감을 얻을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비록 누군가 “성취감만 당신 것이고 성공은 래리 페이지(구글의 창업자)가 갖는 거지.”라고 농담을 하더라도 구글의 직원들은 여전히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만족을 느낄 것이다.  이는 구글의 지도자가 각종 수단을 통해 직원들이 구글에서 자신의 총명함과 지혜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 레이니어 효과는 임금의 역할은 대체 가능하며 우수한 직원들을 붙 잡기 위해서는 높은 임금 외에 독특한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보 여 준다. 환경이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독특한 인문 환경도 포함한 다. 예를 들어, 사람을 격려하여 분발하게 하는 기업 정신은 직원 사이 및 직원과 사장 사이를 화목하게 하고, 직원의 다양한 심리 욕구를 충 족시킨다. 또한 직원들이 자아 가치를 실현해 성취감을 얻고 행복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회사는 적절한 대우뿐만 아니라 문화, 사업, 제도에 기대 우수한 직원을 붙잡는다. 즉 기업은 직원들의 고차원적인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돈을 대체할 수는 없다.
- "모든 나쁜 일은 우리가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진짜 나쁜 일이 된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슈와르츠의 논단’으로 미국의 경영 심리학 자인 슈와르츠가 제기한 개념이다. 행복은 흔히 그렇듯이 항상 불행한 외투를 걸치고 우리의 삶에 걸어 들어온다. 우리가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불행 속에서 행복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관리자들이 부하 직원에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마음가짐을 심어줄수록 부하 직원이 관리자들에게 주는 피드백은 더 적극적이고, 일이 가져오는 성과 역시 더 뚜렷해질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그들의 일이 중요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방법 외에도 그 일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일의 도전성에 있다. 피터 드러커는 도전적이지만 노력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의 적극성을 가장 잘 자극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젊고 재능이 넘치며 의욕 많은 직원에겐 도전적인 업무를 통해 성공에 대한 만족감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만족감은 실제 급여를 얼마 받느냐에 대한 것보다 더욱 강력한 동기부여를 한다.
- "만약 당신이 현재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세상을 다 가진다고해도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세네카)
- 20세기 초,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인 줄리엣 쇼어는 그의 저서 『과소비하는 미국인들The Overspent American」에서 디드로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바로 '디드로 효과 이다. 이는 새로운 물건을 가진 후 그에 어울리는 물건을 끊임없이 배 치하여 심리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디드로 효과는 '인간이 벗어나기 힘든 10대 심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효과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더 많이 얻을수록 만족하지 않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즉 어떤 것을 얻지 못할 때는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일단 얻으면 그 욕심은 끝이 없어진다.
- 우리가 사치스러운 삶에 바쁘고 지칠 때, 행복한 삶은 이미 우리에 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단다. 행복한 삶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어, 가장 좋은 방은 필요한 물건만 있고 쓸모없는 물건은 많지 않은 방이라는 거야 (소크라테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심리학  (0) 2021.02.06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0) 2021.02.06
길 잃은 사피엔스의 뇌과학  (0) 2020.12.29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0) 2020.12.10
행복의 공식  (0) 2020.12.02
Posted by dalai
,

- 정처 없이 거닐다가 우연히 미지의 장소와 만나는 것이 아이들이 공간적 이해를 발달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계속 고수한다면 아이들은 길을 찾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생존 전략이다. 세상을 알게 되면 세상이 편해진다. 우리의 삶은 모두 충동적인 모험가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이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을 기억하는 코넬은 탐험하려는 충동은 인간의 조건 중 일부라고 말한다. “미지의 것을 만나고,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나만의 장소를 알게 되는 것, 비밀 요새, 동굴로 이어지는 지름길 등,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사랑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의 인지 능력, 기억, 랜드마크를 이용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한다. 로버트 맥팔레인은 랜드마크》에서 아이들의 지형을 다룬 장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자연은 문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그 문을 열어젖힌다.”고 말한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무에 난 구멍은 성으로 가는 관문이다. 말라붙은 땅에 난 개미굴은 세상의 다른 쪽으로 이어진다. 나무막대기로 지은 아지트는 궁전이다. 물웅덩이는 해저 왕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서너 살짜리 꼬마에게 '풍경'은 배경이나 벽지가 아니라, 기회로 가득하고 시시때때로 구성이 변화하는 매개체이다...... 우리는 쉽게 '장소'라고 부르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꿈과 주문, 물질이 거칠게 뒤섞인 화합물이다.
- 20세기 도시 활동가이자 작가인 제인 제이쿨 스 Jane Jacobs는 뉴욕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하는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했 는데, “사람들은 가장자리에 끌린다. 그 이유는 그곳이 더 흥미롭기 때문인 것 같다.” 라고 했다. 안전 문제도 많은 관련이 있다. 미로를 이용한 어느 실험에서, 헝가리의 심리학자들은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나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인지 지도를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렸다. 그 이유가 그곳을 탐험한 시간이 적어서인지, 두려움 때문에 공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경계는 우리를 세계에 고정시켜 안전한 느낌이 들게 해준다. 또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1980년대 서식스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켄 Ken Chene은 길을 잃은 쥐가 시각적인 랜드마크, 냄새 등의 단서들보다 어떤 상자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용하여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먹을 것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쳉은 안쪽 벽 한 곳에 하얀 띠가 그려진 검은 직육면체 형태의 상자에 쥐를 집어넣고, 특정 모퉁이에 가면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이 똑같이 생긴 상자에 쥐를 집어넣자, 쥐들은 먹을 것이 있는 곳의 대각선 방향으로 가서 먹이를 찾는 실수를 자주 저질렀다. 이는 쥐들이 흰색 선은 무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용해서 길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했다(직육면체 형태의 상자에는, 모든 모퉁이 반대쪽에 대칭이 되는 형태가 존재한다
- 인지 지도에 관한 수많은 미스터리 중 하나는 인지 지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독립체들(위치 세포, 경계 세포, 머리방향 세포, 격자 세포 등을 비롯하여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위치 세포가 경계 세포로부터 기하학적인 정보를 얻고, 경계 세 포는 머리방향 세포로부터 방향성에 관한 정보를 얻으며, 격자 세포는 우리에게 거리에 관해서 말해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역학 관 계가 너무나 복잡하고, 쥐 혹은 생쥐의 뇌에 있는 지름 약 0.2 밀리미터의 단일한 뉴런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실험도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 해마와 그 주위에 있는 부위는 특히 우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외부 세계를 머릿속에 재현하는 것을 도와 주기 위해 진화해온 것처럼 보인다. 쥐에서 그에 해당하는 부위에 있 는 엄청나게 다양한 공간 뉴런들을 생각해보라. 위치 세포, 격자 세포, 머리방향 세포는 물론이고 경계 세포, 랜드마크 세포를 비롯해서 속도 세포와 시간 세포, 신경과학자들이 알아낸 사물이 과거에 어디에 있었 는지 말해주는 추격세포, 동물이 특정한 방향이나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때 활성화되는 방향일치axis-tuned' 세포5, 180도 방향으로 양쪽으로 활성화되는 '플립ip 세포, 박쥐가 날아다닐 때 보이는 '목표방향goal-direction' 세포, 몇몇 공간 세포가 협조하여 맡은 일을 하는 협동conjunctive' 세포, 그리고 몸과 머리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여러 세포가 있다.
- 우울증은 무엇보다도 외로움의 병이다. 중증 우울증 환자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산다. 그들은 마음속의 동굴에서 인생 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나의 우울증을 떠나보내며》에서 대프니 머킨은 외로움을 “뼈에 달라붙어......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움직인다.”라고 묘사했다.31 우울증에 관한 최초의 회고록 《보이 는 어둠》(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이 1990년이 되어서야 출간되었다는 것이 다)을 쓴 윌리엄 스타이런은 우울증을 “어마어마하게 고통스러운 고 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립과 그 고립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 한 공포는 상상조차 쉽지 않다. 그것은 길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스타이런에게 자신의 우울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은유는 단테의 《지옥》에 나오는 세 줄이었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가는 도중에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길을 잃었네
쭉 뻗은 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네
어두운 숲이나 황야, 산 등지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라면 생각까지 왜곡시키는 본능적인 공포심에 대해 증언할 것이다. 정말로 길을 잃게 되면 원초적인 무언가가 느껴진다. 신석기시대의 우리 선조들에게 길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을 뜻했을 것이다(당연히 일부는 살아남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과 다르지만,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는 공통점이 있다. 왜곡된 의사 결정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소외감, 죽음에 대한 확신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또한 언 어를 공유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을 바다에서 표류하는 버림받은 사람으로 묘사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길을 잃었다는 것은 은유적으로, 그리고 인지적으로도 잘 어울려 보인다. 우울증에는 안전지 대가 없다. 이따금 표류하는 느낌이 다시 찾아오면 우울증 환자들은 심리적으 로나 육체적으로 길을 잃는다. 캘거리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신경과민 증이나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일수록 인지 지도를 생성하거나 랜드마크 사이의 공간적인 관계를 마음속에 그리기가(어떤 장면 에 대한 조감도birds-eye view'를 만들기 위해) 유난히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해마의 위치 세포를 약화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일 것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PTSD 환자들에게 유사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우 2차 피해보다는 실제로 공간 감각에 결함이 생겨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반적 인 경우와는 달리 트라우마를 유발했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일관적 인 기억을 생성하지 못한다. 그 결과 괴로운 기억들이 끊임없이 떠오. 르는 고통스런 삶을 살게 된다.
- 사람들은 희망을 잃으면 왜 걷는 것일까? 아마도 잃어버린 길을 찾 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벗 어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완전히 사라져버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구조대원들은 어느 곳을 먼저 수색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자살 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친숙한 곳을 마지막으로 찾아간다. 소풍 을 갔던 곳, 전망이 좋은 장소, 가장 좋아하는 숲속 산책길 등. 의미 있 는 장소에는 구원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곳을 보기 위해 왔을지라도.. 우리의 심리 상태가 공간 또는 장소와의 상호작용을 파괴할 수 있다면, 그 반대 역시 가능하다. 제한적인 환경이 정신적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 “한 사람을 파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장기간 홀로 가두어놓는 것이다. 철학자 리사 겐터 Lisa Guenther가 2013년 같은 주제에 관한 연구에서 썼던 글이다.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의 수감자나 납치된 사람처럼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람들은 큰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 공황 발작, 편집증, 외 부 자극에 대한 과민증, 강박적인 사고, 왜곡된 인식, 환각, 사고 및 기억 장애 등이 나타나고, 드물게 극심한 정신 질환과 영구적인 정신적 피해 등을 겪기도 한다. 더블베드 크기의 공간에 갇혀 살게 되면 상당 수가 공간과 관련된 인지 기능이 파괴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지 인간의 존엄성과 이동성뿐만 아니라 존재에 대한 모욕이다.
-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낯선 지형에서 길을 찾을 때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위치와 연관 시키는 자기중심적 방법, 혹은 지형의 특징과 그러한 지형들이 서로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에 의존하는 공간적 방법이 그것이다. 자기중심적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지시를 따르 는 것과 같다. 교차로 몇 곳을 지나면 방향을 바꾸는가? 그곳에서 좌회 전을 해야 하나, 우회전을 해야 하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간적 방법 은 조감도의 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저 언덕을 기준으로 우리 집은 어디인가? 남쪽으로 가야 하나 서쪽으로 가야 하나? 자기중심적 방법은 내 직관을 따르는 것이고, 공간적 방법은 큰 그림을 보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일정 수준까지 효과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 사용한다. 자기중심적 길 찾기가 더 간단하고 빠른 경우가 많아서 동일한 경로를 반복하여 이용할 때(예를 들면 매일 통근하는 경우)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언제나 이 방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을 경우(도로가 차단되었거나 랜드마크가 없어졌다면) 대체할 만한 지리적 지식이나 우회로를 계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공간적 전략만이 주변 환경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한 나의 상대적인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자기중심적 관점은 한장의 평범한 사진처럼 한 지점에서의 해석이다. 공간적인 관점은 데이 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의 풍경처럼, 심도가 깊고 다중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
- 머릿속에서 회전하기 같은 소규모 공간 능력이 길 찾기 능력을 정확 히 예측하지 못한다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널리 사용 되고 있는 샌타바버라 방향감각 척도를 만든 메리 헤거티Mary Hegaty 는 사람들의 공간 능력 차이의 많은 부분을 성격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만 2000명이 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서 방향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외향성, 성실함, 개방성에서 높은 점 수를 받았고, 신경증적 성향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힘과 열정(외향성), 부지런함과 섬세함(성실함), 호기심과 창의력(개방성)은 모두 길을 찾을 때 유용한 자질이다. 이러한 자질은 강제로 주위 환경과 관계를 맺게하기 때문이다. 정서 불안(신경증적 성향)은 없어도 살 수 있다. 생기가 넘치고, 자제할 줄 알며, 모험을 좋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내성적이고, 산만하고, 편협하고, 겁이 많은 사람보다 길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낮다(모험을 좋아하는 기질 때문에 제일 먼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신경과민이라면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에 공간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길 찾기 능력이 성격에 좌우된다는 발상은 흥미롭다. 우리는 성격에 따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헤거티의 연구에 따르면, 성격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형태 또한 결정한다. 이는 성격이 한 생애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길 찾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 다. 다행히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성격은 변한다. 사람들은 (이 를테면 연애 중에는) 더 성실해지기도 하고, (치료를 받아서) 신경과민이 줄어들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친화력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635명을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지켜보았으나 14세에서 77세까지의 성격 사이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다.
- 여성과 남성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길을 찾을 때는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서도 공간 능력이 왜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지 규명하지 못했지만, 결론 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길을 찾을 때 전혀 다른 전략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성들은 랜드마크에 더 큰 관심을 두고, 그 주변에 경로를 계획하고,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주위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들은 태양이나 동서남북 방향 같은 현재 지역과 무관한 기준점을 이용하거나, 새가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에게 방향을 물어본다면, 방향과 거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에게 묻는다면, 길을 따라 지나치면서 보게 될 것들에 대해 들을 가능성이 크다. | 이것은 물론 조악한 일반화이지만(수많은 남성이 랜드마크 사이의 경 로로 여행을 계획하고, 수많은 여성이 세상을 지도 보듯 읽는다), 테스트 결 과에서는 성별의 차이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길 찾기의 정확도에 관한 테스트들은 대부분 공간의 기하학적 특성을 잘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거나 지름길을 찾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바꿔말해 남성을 선호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많은 랜드마크가 포함된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만큼이나 잘하거나 남성보다 성적이 좋다. 이것은 이를테면 도심처럼 특징적인 지형으로 가득한 장소나, 숲처럼 멀 리 있는 경계가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 길을 찾을 때는 성별의 차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 공간에 대한 의식은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이 생각하고 말하는가에 기반한다. 쿠크 세이요르 Kuuk Thaayorre어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의 케이프요크에 모여 사는 포름푸라우 Pormpuraaw족이 사용한다. 이들은 대화할 때 왼쪽, 오른쪽, 앞, 뒤 등의 상대적인 용어 대신 기본 방향(동 서남북)을 사용한다. 인지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레라 보로디츠키 Lera Boroditsky는 그들이 '너의 남동쪽 다리에 개미 한 마리가 있다. 혹은 '컵 을 북북서 방향으로 조금만 옮겨라.' 같은 식으로 말한다는 사실을 발 견했다. 전통적인 인사는 '안녕hello'처럼 별다른 의미 없는 '어디 가니?" 이며, 화자는 말 그대로의 대답(남쪽)을 기대한다. 결과적으로 다섯 살짜리 아이도 언제나 정면이 어떤 방향인지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보로디츠키는 완전히 의식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는 7000가지 언어 중 3분의 1이 공간 에 대한 상대적인 설명보다는 절대적인 설명에 의존하거나, 공간과 관련된 용어를 언어 구조에 통합하는 유사한 공간적 특성이 있다고 추 정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안에서 해상 생활을 하는 콰키우틀족의 고유 언어에는 위치와 방향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접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한 단어를 바탕으로 지리적 설명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즉 수달이 상륙하는 곳은 간단하게 'xumdas (as가 붙으면 '장소'를 지칭 한다)가 되고, tla 로 끝나는 것은 모두 '바다로'를 가리킨다('inegeta'는 '바 로 바다로'를 뜻한다). 콰키우틀어 역시 쿠크 세이요르어 같은 지각知覺 의 언어이다. 이들 모두에게 공간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은 그들이 번영하거나, 혹은 살아남거나, 아니면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의식은 대개 필요에서 비롯된다. 80여 년 전 심리학자 해리 드실바는 본능적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을 아는 것처럼 보이는 스무 살 청년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공간과 관련된 특별한 능력을 소유한 서번트savant(지적장애나 뇌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 - 옮긴이)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청년의 어머니가 왼쪽과 오른쪽을 잘 구별하지 못해서 기본 방향으로 공간적인 관계를 표현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옷 장의 북쪽에 놓인 솔 좀 가져다줘라.”, “가서 현관 동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라.” 결과적으로 청년은 자신의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리적 방향을 기억했던 것이었다.
- 길을 잃은 것은 인지의 한 상태이다. 내부의 지도는 외부의 세계와 분리되었고, 공간 기억에는 내가 보는 것과 짝을 이루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핵심적으로는 그것은 감정의 상태이다. 기억은 정신적 인 이중의 고통을 전달한다. 두려움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이고 생각하는 능력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조셉 르두가 감정에 의한 의식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라고 부른 것에 시달리게 된다. 길을 잃었다는 것 을 깨달은 사람의 90퍼센트가 스스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이를테면 달려감으로써), 두려움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한다. 랜드마크를 알아채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다.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 알지 못한다. 폐쇄공포증을 느끼게 된다. 마치 주위 환경이 자신을 옥죄는 것 같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속사포처럼 빠르게 일어 나는 진화 반응이기 때문이다. 신경생물학을 공부한 수색 및 구조 전문가 로버트 퀘스터 Robert Koester는 그것을 '투쟁 혹은 도피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투척'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황 발작이다. 만일 숲에서 길을 잃는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 현실에서 분리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점점 미쳐가는 느낌이다.”
- 도시는 보기보다 살기 힘들다.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심리 장애가 도시에서 34퍼센트 더 많이 나타나고, 도시에서 성장하면 조현병에 걸 릴 가능성이 최소 두 배 높아진다. 도시 생활은 실제로 뇌의 생태를 변 화시킨다. 소음, 과다한 자극,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등은 원인의 일부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인 스트레스이다. 도시에서 는 의미 있는 관계를 쌓기가 어려워, 쉽게 외로워진다. 도시계획자들은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참여하고 싶고 사회 교류를 장려하는 공공 공간 을 설계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20 사람으로 붐비는 교차로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보다 공원이나 보행자 전용 광장을 거닐 때 누군가에 게 말을 걸고 싶어질 것이다. 도시를 알아보기 쉽고 길을 찾기가 간단 하다면 살기가 쉬워질 것이다. 또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가는 길을 즐길 수 있다면 삶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움직임은,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실종되었을 때 수색에 참여한 전문가들에 의해 많이 연구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까지 길을 따라가는 것으 로, 그리고 집요하게 직진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그 렇게 하는 이유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공간 인지 능력이 1차원으로 붕괴되기 때문이라고 로버트 퀘스터는 주장한다. 그가 만든 국제 수색 및 구조 사건 데이터베이스는 하나의 치매 사례에서 시작했다. 심한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모르는 곳에 있다. 나의 현실은 내가 볼 수 있는 것에 국한된다. 내 뒤에 있는 것은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선택지는 내 앞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직선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움직임에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매 순간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이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찾는 것이, 내가 찾지 못한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 당연하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우리에게 깨우쳐준 것처럼 “방황하지 않는 자는 길을 잃는다.”
- GPS는 절대 길을 잃지 않게 해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생각이 흥미롭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지리적 확실성 속에서 살 때 우리는 자신의 무언가를, 어느 정도의 성장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리베카 솔닛이 《길 잃 기 안내서》에 쓴 확실성과 무지에 관한 명상처럼, “절대 길을 잃지 않 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고, 길을 잃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 중간 어딘가에 발견의 삶이 있다. 솔 닛은 계속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인용한다. 그가 월든 호수의 오두막에서 보낸 2년은 “계획에 따라 살아가고”, “삶의 정수를 모두 빨아 들이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바꿔 말하면, 우리는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 관계의 무한 확장을 깨닫는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0) 2021.02.06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0) 2021.01.20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0) 2020.12.10
행복의 공식  (0) 2020.12.02
나 좀 칭찬해줄래  (0) 2020.11.28
Posted by dalai
,

이 책은 인문학자 김태현의 명언 시리즈 3부작 중 가장 최근에 발간된 책이다. 철학자들의 명언 500, 걸작 문학작품속 명언 600에 이은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으로 다음번 명언 시리즈는 800개의 명언으로 구성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30년간 만여권의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워왔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관련 빅데이터를 모으고, 소개하는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여권이라는 독서량도 독서량이지만, 30년간 꾸준히 독서를 해왔다는 점도 놀랍다.

 

사실 좋은 심리학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너무 이론적이고 교과서적이어서 딱딱하다보니, 심리학자들의 정수에 다다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너무 가볍고 자극적인 심리테스트 수준의 심리학 서적도 많다. 이 책은 명언 700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심리학 분야별로 5개의 파트와 각 파트별 7명의 심리학자들이 전한 명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심리학 전반에 걸친 저명한 학자들의 핵심사상을 개괄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명언이 한글과 영어로 병기되어 있어서, 마음에 와 닿는 문구는 영어로도 한번 더 읽어가며 그 의미를 곱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심리학자들의 사상의 정수에 대한 해제를 조금더 늘려주고, 해당 명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부연설명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학문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일반독자들이 심리학 서적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행복에 다가가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감정과 함께,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 밀려오는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700개의 명언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문장들이지만, 그 중 감명깊은 명언 몇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우울증은 어둡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 같다. 그녀가 나타나면 그녀를 멀리하지 마라. 차라리 그녀를 받아들여, 손님으로 대하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듣도록 하자. (칼 구스타프 융)
Depression is like a woman in black. It she turns up, don't shoo her away. Invite her in, offer her a seat, treat her like a guest and listen to what she wants to say.

 

* 건강한 사람들은 긴장의 감소보다 더 많은 긴장을 원한다. 판에 박힌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 (고든 올포트)
Healthy people are directed at establishing tension rather than reducing it. They dispel stereotype and seek for new experiences.

 

* 인생이 힘든 게 아니라 당신이 인생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알프레드 아들러)
It is not that life is hard, but you are making it hard.

 

* 스스로에게 이렇게 답하라. “실패하면 안 될 이유는 없어. 실패하더라도 최악은 아니고, 아주 불편할 뿐이야." (에버트 앨리스)
Answer yourself like this. "There is no reason you should not fail. Even if you fails, that is not the worst but just very uncomfortable."

 

*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한다. (쿠르트 레빈)
Innovation begins with a farewell to the past, not a new attempt.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됨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0) 2021.01.20
길 잃은 사피엔스의 뇌과학  (0) 2020.12.29
행복의 공식  (0) 2020.12.02
나 좀 칭찬해줄래  (0) 2020.11.28
지능의 역설  (0) 2020.11.26
Posted by dalai
,

행복의 공식

심리 2020. 12. 2. 20:55

- 스카우트 제도의 창시자 로버트 베이든 - 파월Robert Baden-Powell은 자신의 젊은 친구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거나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미소를 지으라고, 그러면 세상이 한결 더 친근하게 보일 거라고 조언 했다. 우리는 정말 얼굴 근육의 도움을 받아 행복의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폴 에크먼은 이 질문에 몰두해서 미소가 우리를 행복하 게 만든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확인했다. 만일 감정이 육체의 상태 에 기인한다면, 우리는 반대로 육체에 자극을 주어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쾌활함에 이 르는 이 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모든 미소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 월급을 올려 달라고 부탁할 때 우리가 애써 짓는 친절한 표정은 불안을 숨기는 데는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도취감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좋은 느낌을 가장하는 것은 의식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짜' 뒤센 미소는 단지 입 술 끝이 위로 당겨질 뿐 아니라 눈가 근육이 작은 주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두 움직임이 얼굴에서 동시에 일어날 때만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 이러한 움직임은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조정 능력을 벗어나서 일어나기 때문에 에크먼은 자신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눈가 근육을 단련시키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 훈련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그는 기쁨의 신호가 일방통행으로만 움직이지 않음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눈가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록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스스로도 잘 설명할 수 없었다. 에크먼은 여기서 만족 하지 않았다. 그는 추가로 실험 참가자들의 얼굴이 의식적으로 진짜 미소를 만들어 낼 때 그들의 뇌파가 어떻게 흐르는지 기록했다. 그 러자 뇌전도는 그가 완벽한 위트로 그들을 진짜 기분 좋게 만들었 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나타냈다. 미소는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진짜 미소'만이 그렇다. 뇌는 그렇게 간단히 희롱당하는 상대는 아니다.
- 완전히 말라 버린 목구멍에 떨 어지는 한 모금의 물처럼 시원한 것이 또 있으랴. 자연은 '쾌락' 이라 는 느낌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유용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친다. 쾌감과 불쾌감을 통한 이러한 조절 체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유기체가 가장 탁월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상태의 유지이다. 고통이 다른 감정들보다 강도 높게 작동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호를 그 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모 든 일을 할 때까지,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래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긍정적인 느낌보다 더 강 렬하게 체험한다. 그리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육체적 느낌은 더 쉽게 발생한다.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 일은 쉽다. 그러나 웬만큼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면 피식 웃는 것조차 꽤나 어렵다. 인 간은 생물학적으로 부정적인 것에 끌리는 본질적 특성을 갖고 있다.
- 신경심리학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즐거운 사진과 슬픈 사진들을 보여 주었을 때,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슬픈 사진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격렬한 뇌파의 흐름이 이것을 말해 준다. 인간은 비극을 선호한다. 비극에 대한 이러한 반응 체계는 진화의 과정에서 그 업적을 인 정받았다. 공포라든가 슬픔 또는 분노를 통해 우리의 선조들은 덤불 속에서 조금이라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경우 아무리 탐스런 사냥감이 있더라도 다 버려두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 행복은 신이 선사하는 선물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이성을 가장 합당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결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긍정적인 육체적 느낌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고대 사상가들이 덕목'과 '인간 조건의 이 상적인 실현'을 이야기했다면, 이제 현대 과학은 “유기체의 이상적 인 상태”를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행복에 관한 고대 철학의 핵심 사상은 오늘날 신경생물학 관점에서 볼 때에도 그 유효성을 잃지 않고 있다. 좋은 감정은 운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감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또 노력해야만 한다
- 종종 대뇌피질의 오른쪽과 왼쪽 부분은 서로 임무를 나누어 갖 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정을 담당하는 반쪽과 이성을 담 당하는 반쪽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에선 앞 이마뇌의 오른쪽이, 즐거운 순간에는 앞이마뇌의 왼쪽이 더 활발하 게 작동한다. 행복한 상태와 두려운 상태의 뇌 사진을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차이는 뇌의 바깥쪽 가장자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 은 마치 우리가 뇌의 반쪽은 행복을 위해, 다른 반쪽은 불행을 위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뇌의 반쪽이 손상을 입게 되면 감정 세계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뇌출혈로 인해 왼쪽 앞뇌가 손상된 환자들은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나타낸다. 분명 좋은 감정에 해당하는 구조들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오른쪽 앞뇌에 출혈이 있을 때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환자들은 계속 명랑한 행동을 보인다. 그와 함께 현실감각도 사라지지 않는다. 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리라.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세 상의 모습과 맞지 않는 모든 일들에 대해선 아예 눈을 감아 버린다. 그들은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조차 부정한다. 라마찬드란의 환자 중 한 사람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다즈 부인은 오른쪽 뇌에 출혈이 있은 후 몸 왼쪽 전체가 마비되었다. (뇌와 몸의 반쪽들은 서로 대각선으로 연결 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마비에 대해 전혀 알려고 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실제로 전혀 알지 못했다. 라마찬드란이 손바닥을 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물론이죠!”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다즈 부인은 건강한 오른쪽 손으로 허공을 치고 나서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지금 박수를 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과장되게 부풀려서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왼쪽 뇌를 진정시키고 그녀가 다시금 현실 세계에 발을 내딛게 할 수 있는 힘이 그녀 뇌에는 없는 것이다.
- 쾌감과 고통은 영원한 적수이다. 앞이마뇌의 양편은 정신을 두고 끊임없는 투쟁을 벌인다. 왼쪽 반구는 두개골 아래 깊숙이 놓여 있 는 뇌 영역에 적당히 영향을 끼침으로써 좋은 감정에 힘을 실어 주 는 것으로 추측된다. 앞이마뇌에서 신경줄이 하나 나와 아미그달라 Amygdala 라고도 불리는 소뇌편도로 이어지고 있다. 간뇌에 놓여 있는 이 중심부는 실제로 편도(아몬드)처럼 생겼으며, 공포나 분노 또는 구 토를 유발할 수 있다. 왼쪽 앞이마뇌가 이 감정에 맞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신경심리학자들은 왼쪽 앞 이마뇌가 소뇌편도에 일정한 힘을 전달해 그 작용을 지연시킨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그러한 신호들을 일종의 반응 체계로서 설치해 놓 았을 것이다. 일단 부정적인 육체적 느낌, 즉 경고 신호는 앞이마뇌에 도착하게 되고 그다음에는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나쁜 감정에 대한 일종의 자연 잠금장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 다. 더 나아가 우리는 약간의 훈련을 통해서 이 잠금 장치를 의도적 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신경심리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Richard Davidson은 이 연관 관계를 해명하고자 수년간 실험을 했다. 그와 그 의 동료들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육체적 느낌을 유발시키는 일련의 슬라이드를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그것은 매력적인 남녀의 누드 사진, 심장 수술을 받고 있는 사람들, 홍수를 피해 지붕으로 피 신하는 사람들이나 자동차 사고로 심하게 피를 흘리는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감정을 의식적으로 더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것을 요청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데이비드슨은 슬라이드를 보여 준 직후 준비 한 굉음을 울렸다. 그들 중 슬라이드 그림이 준 자극 때문에 여전히 흥분해 있던 사람은 더 심하게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속눈썹을 움찔했 다. 이것은 어떤 특정 사실을 나타내는 반응이었다. 데이비드슨은 이 것을 기록했다. 동시에 실험 참가자의 머리에 붙여 둔 128개의 전극 =이 그의 앞이마뇌가 활동 중임을 나타냈다.
- 왼쪽 앞이마뇌가 강력하게 작동할수록 실험 참가자들은 평정을 잃지 않았다.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슬라이드를 본 직후 들려온 굉음이었기 때문에 놀라기는 했지만 이 모든 끔찍한 장면들이 결국은 슬라이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흥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즉시 알아차렸다. 육체적 느낌은 차츰 사라졌 고, 데이비드슨이 다시 신호를 보냈을 때 그들은 거의 반응하지 않 았다. 그러나 앞이마뇌의 활동이 특히 오른쪽으로 기운 실험 참가자들 의 반응은 이와 달랐다. 그들은 참혹한 슬라이드를 보고 난 후 몇 초 간 지속적으로 그 이미지들의 잔상에 시달렸다. 그들의 속눈썹은 격렬하게 떨렸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몇몇 사람은 심지어 그 사진들 때문에 계속 심란해 하다가 급기야는 울음을 터뜨렸다. 육체적 느낌의 조절은 대부분 1초도 지나기 전에 결정된다. 공포나 슬픔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짧은 시간 안에 인식하지 못 하면 부정적인 느낌은 자기 고유의 동력을 발전시킨다.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눈사태처럼, 자신의 감정이 행사하는 힘에 굴복당한 당사자들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현실에 대한 명징한 시각을 되찾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 많은 사람들은 화를 참지 않고 폭발시키는 것이 화에서 해방되는 길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슬픔 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감정에 대한 표상은 19세기에 성립된 것으로 이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만큼이나 낡은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감정을 파악하는 관점은 뇌를 '나쁜 감정이 압력처럼 고여 있는 증기기관'으로 본다. 따라서 여기에 고여 있는 이 나쁜 감정은 위험한 과민 반응, 즉 말 그대로 “화가 난 나머지 폭발해 버리는 것 을 피하기 위해 방출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걱정하는 마음에 친구 들은 “실컷 울어 버려!” 라고 충고하지 않던가. 물론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기분을 털어 놓는 것은 종종 좋은 결과를 낳는다. 고통은 나누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을 나누면서 동시에 부정적인 느낌을 과도하게 분출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어떤 전문적인 심리학 자도 눈물이나 화 등 이른바 안전판이라고 불리는 감정을 분출시켰 을 때 그것이 우리를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증거를 찾 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화를 분출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화를 돋우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우울증에 잠기게 할 수 있다는 첫 연구 결과는 이미 40여 년 전에 나왔다. 머리는 증기기관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19세기의 기술이 그려 내는 이미지 들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발달된 체계이다.
- 데이비드슨은 왼쪽 뇌가 확실히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불쾌한 일들을 잘 처리할 뿐 아니라 신체적인 질병도 더 잘 이겨 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들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죽이는 세포들을 혈액 속에 더 많이 갖고 있다. 데이비드슨은 사람들에게 감기 예방주사를 놓은 다음 그 반응을 실험하여 뇌의 기본 구조가 면역 체계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실험 참 가자들 중 왼쪽 뇌의 활동이 강한 사람일수록 예방주사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데이비드슨은 이것을 2주가 지난 후 혈액 속에 있는 항 체의 숫자에서 읽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관 관계는 아직 완전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추측컨대 감정의 효과적인 조절은 일종의 연쇄 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장기적으로 볼 때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 왼쪽 뇌의 활동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부정적인 감정이 한결 적게 나타나고, 나타나더라도 그다지 오래 지속되 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신체는 전체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금 만 방출한다. 따라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앞이마뇌의 왼쪽 부분의 활동을 증가시킨다는 의미라고 데이비드슨 은 추측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좀 더 행복하게 살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다.
-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 아침 햇살을 충분히 즐겼기에 기 분이 좋아졌는가, 아니면 반대로 당신의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하늘 색깔이 강렬하게 느껴졌는가? 둘 다일 것이다. 뇌에서, 또 우리의 경험에서 원인과 결과가 서로 분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앞에 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머릿속에 있는 대부분의 회로들은 서로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거의 모든 사건이 다시금 그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기제를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뇌를 계속해서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즉 좋은 느낌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우리는 불행을 조절할 수 있고 행복을 배울 수 있다. 대부분의 훌륭한 관념 뒤에는 고대인들의 사상이 숨어 있듯이, 이러한 생각 뒤 에도 선조들의 생각이 숨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자기 조절을 통해 감정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시도를 아스케시스Askesis' 라 고 불렀다. 오늘날 우리는 아스케제Askese, 즉 금욕이라는 단어에서 금식의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회초리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고행자 등 본래의 자기를 소멸시키는 모습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세 시대에 이르러 전개된 양상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아스케시스는 연 습을 의미했다. 기원전 7세기에 살았던 페리안드로스는 “모든 것은 연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최초로 널리 알려진 철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7인의 현자에 속했다.
- 배우는 뇌: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뉴런은 작은 컴퓨터이다. 나뭇가지 모 양의 돌기들을 통해 뉴런은 다른 회색 신경세포들로부터 신경 자극을 접수한다. 뉴런은 자신의 내부에서 이 자극들을 계산한 다음, 그 결과를 출구인 축색돌기를 통해 다른 뉴런들에게로 계속 전달한다. 두 뉴런 사이의 접속을 맡고 있는 것이 시냅스이다. 신경 자극이 도착하면 여기 시냅스에서 '쾌락 분자' 도파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시냅스 틈새의 맞은편에는 이 자료들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들은 화학 신호를 접수해서 새로운 신경 자극을 발생시킨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울 때 뉴런들은 새롭게 형성된다.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계산 과정들, 심지어 뉴런들의 형태도 바뀐다. 많은 곳에서 신호를 전 달하는 수상돌기들이 사라지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수상돌기들이 자라나기도 한다. 이렇듯 뉴런들은 정원에 있는 식물들처럼 계속해서 변화한다.
- 뉴런들의 시냅스 하나를 강화시키는 것에서 뇌 전체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르는 길은 멀다. 그것은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 길이다. 변신은 뉴런의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직 외부에서는 아무런 변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체화학 적 반응들은 세포의 진행 과정을 변화시키고, 단백질 분자들은 세포 의 형태를 변화시키며, 세포벽에서는 관들이 열린다. 그리고 더 많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두 개의 뉴런 사이에서 이 루어지는 정보 교환이 좀 더 쉬워진다. 습득 과정의 이 첫 단계는 단기 강화라고 불리는데, 이 단기 강화에서 세포들의 문이 열린다. 그다음 단계, 즉 장기 강화 단계에서는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새로운 출입구가 생겨난다. 이제 특별한 신호 단백질이 뉴런에 있는 유전자 물질에 영향을 끼치고 세포핵 안에 있는 유전자들을 작동시킨다. 이 유전자들은 뉴런의 형태가 변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리 고, 새로운 연결망을 위한 토대로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관리한다. 그리고 뉴런의 지류들인 수상돌기에 옹이가 자라난다. 이 옹이들이 그에 상응하는 이웃 세포들의 돌기와 접속함으로써 새로운 시냅스가 생겨난다. 시간이 지나면 뉴런을 다른 뉴런들에 연결시켜 주는 이 수상돌기 나무에서 추가로 돌기들이 더 솟아오른다. 이 새로 생 겨난 회로들을 통해서 이제 한층 더 많은 신호들이 세포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한 장기 강화를 가동시키기 위해 신경세포들은 상당한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번째 단계는 그러한 수고가 가치 있는 일임이 보장될 때에만 시작된다. 기억 속에 서 연결되어야 할 자극들이 자주, 충분히, 함께 등장했을 때 비로소 머릿속에서 새로운 다리들이 놓인다.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만 뇌에 무언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장기 강화는 두 가지 호르몬, 즉 세로토닌과 도파민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이 두 호르몬은 본질적으로 좋은 감정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니까 쾌락이나 향유 그리고 호감을 경험하게 만드는 물질들이 뇌가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뭔가를 새로 배우는 일이 행복의 체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외에도 뇌에 새로운 연결망이 솟아나는 데는 이른바 '신경성 장요소NGF' 라고 불리는 물질들이 필요하다. 이 물질들은 정확히 그 이름 그대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뉴런에서 새로운 수상돌기들이 생겨나도록 자극한다. 그러나 신경성장요소는 신경세포들이 자라나 =는 데 필요한 신체 고유의 거름일 뿐 아니라 영생을 보장하는 묘약 이기도 하다. 즉 이 신경성장요소가 없으면 신경세포는 죽어 버린다. 우리의 기분과 뇌에 봉사하는 이 신경성장요소의 수치 사이에 특정한 연결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몸이 얼마만큼의 신경성장요소를 생산해 내는가에 특별히 관여하는 것이 바로 세로토닌 호르몬이다. 우리가 상심해 있을 때 세로토닌 수치는 감소한다. 우울증일때 신경세포는 소멸해 버린다. 반대로 긍정적인 느낌은 뇌를 생동감 있게 유지시킨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풍부하게 유통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연결망들이 좀 더 쉽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결과적으로 뇌를 젊게 유지시키는 청춘의 샘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의 뇌가 얼마나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가'는 결코 태어남과 동시에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뇌의 수행 능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뇌세포도 적 당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우리 가 계속 지원하지 않는 재능은 쪼그라든다. 그것은 뇌의 모든 수행 능력에 해당된다. 타자 치는 능력이 그러하듯,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능력이 그러하듯, 우리의 감각적 인지능력을 정밀하게 개발하는 일이 그러하듯, 우리는 행복을 향한 능력도 훈련할 수 있다.
- 좋은 감정도 우리가 그것에 몰두하면 할수록 더 강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알뜰살뜰히 즐기는 사람은 누구 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뇌를 좋은 방향으로 각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양 철학의 관점이기도 하다. 동양 철학의 세계는 여러 면에서 뇌 연구의 인식과 유사한 면모를 지닌다. 예컨대 불교의 심 리학과 신경학은 무의식적인 육체적 느낌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정신은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이러한 통찰에서 불교의 심리학은 서양 철학이 오랫동안 부 인해 왔던 사실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했는데, 즉 '마노드라바라 Manochravara'라고 불리는 정신의 문'을 통해 의식에 도달하는 무의식적인 영혼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신경심리학 역시 비슷한 관점을 표방한다. 즉 육체적 느낌은 유기체의 무의식적 상태이며, 이러한 육체적 느낌이 의식적으로 감지될 때 감정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불교의 심리학이나 뇌 연구의 관점에 따르면 정신은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오늘날 뇌 연구는 특히 뇌의 조형 가능성을 바탕으 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한결 더 발전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승려이자 인권 운동가인 틱낫한 Thich Nhat Hanh은 불교의 관점에 서 볼 때 자신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얼마나 강하게 정신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의 글은 이 장에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시적 언어로 옮겨 쓴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전통적인 작가들은 의식을 밭으로 또는 농토로 묘사했다. 그 밭 에는 모든 종류의 씨앗들이 뿌려질 수 있다. 고통의 씨앗, 행복의 씨 앗, 그리고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화, 희망의 씨앗. 또 감정의 기억은 우리의 모든 씨앗으로 가득 차 있는 저장 창고로 묘사되었다. 씨앗 하나가 우리의 정신적인 의식 속에서 그 모습을 분명히 드러내게 되 면 그것은 언제나 더 힘찬 상태로, 그 저장 창고로 돌아가게 될 것이 다. (....) 우리가 평화로운 것과 아름다운 것을 감지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 마음속에 있는 평화의 씨앗과 아름다움의 씨앗에 물을 주는 것이다. (..) 그러면 그 시간에는 공포나 고통 같은 다른 씨앗들에 는 물이 뿌려지지 않게 된다.”
- 도파민은 곧 쾌락, 옥시토신은 곧 어머니의 사랑, 이런 식의 공식은 우선 호르몬이 단독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두고 보더라도 극히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특정 호르몬이 특정 느낌의 발생에 주도 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연주에 참 여한 하나의 목소리이다. 옥시토신 몇 방울이 젊은 암컷 쥐를 어미 쥐로 변모시킬 때 그것은 일종의 도미노 효과처럼 일어난다. 즉 옥시토신 몇 방울은 머릿속에서 일련의 다른 호르몬들을 가동시키고, 이것들은 또한 나름대로 쥐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뇌 속에 있는 화학 물질들 사이의 작동 방식만 엄청나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육체와 맺는 상호 관계도 그에 못지않게 복잡하다. 우리가 인지하는 느낌들은 화학 공식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 되지 않는다. 호르몬만으로는 육체적 느낌을 생산할 수 없다. 호르 몬은 우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뇌 회로에 작용한다. 그러면 이 뇌 회 로들은 다시금 몸 안에서 반응들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무의식적인 어떤 육체적 느낌을 의식적인 감정으로 체험하려면 자연이 만들어 낸 모든 형상물 중에 가장 복잡한 대뇌피질이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화학 물질들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다채로운 내적 삶이 진공 상태에서 생겨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간과한다. 사유, 감정, 아니, 꿈조차도 공중누각이 아니라 확 실히 포착할 수 있는 기본 구조 위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이 기본 구조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 화학 물질들이다. 인간의 내적 삶과 뇌 속 호르몬들의 관계는 한편의 예술 작품과 그 재료들의 관계와 비슷하 다.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벽화는 미켈란젤로가 사용한 물 감을 훨씬 넘어서는 무엇이다. 그러나 이 물감들이 없었다면 미켈란 젤로의 천상에 대한 미래상은 결코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 지로 우리 자신은 우리 뇌의 건축을 훨씬 넘어서는 존재다. 우리의 몸을 흐르는 그 모든 질료 이상의 존재다. 그렇지만 이러한 질료들 이 없다면 우리의 정신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 도파민 분자는 뇌에서 팔방미인처럼 활약한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이 깨어 있도록 조절하고 주의력을 관리한다. 또 호기심과 배우는 능력 판타지와 창조력, 그리고 섹스에의 욕망을 관장한다. 도파민은 말하자면 욕망의 물질이다. 또한 도파민은 단순히 흥분을 자극하는 것뿐 아니라 그러한 자극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체계들을 가동 시킨다. 우리는 도파민의 영향 아래 동기를 부여하고, 사태를 낙천적 으로 판단하며, 자신감에 차서 목적을 추구하게 된다. 도파민은 결심 을 행동에 옮기도록 뇌를 움직인다. 예를 들어 근육들이 의지에 복 종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도파민은 우리 를 추동하는 물질이다. 도파민 덕분에 우리는 어떤 일을 앞에 두고 미리 기쁨에 떨 수 있다. 어떤 목표를 매혹적으로 그리고 실현 가능 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도파민은 뇌에 있는 그 어떤 호르몬보다도 우리가 기분에 도취되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
- 도파민이 우리 삶에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그것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첫째, 도파민은 특별히 흥미로운 상황에 주목하게 만든다. 즉 우리의 정신을 일깨운다. 둘째, 도파민은 좋은 경험을 기억하도록 신경세포들을 부추긴다. 즉 도파민은 습득 과정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파민은 근육을 조절하여 신체가 의지에 복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즉 도파민은 행동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볼 때 도파민이 결핍될 경우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극 단적인 경우에는 레너드처럼 거의 시체와도 같은 경직증에 빠지게 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결과는 치명적이다. 갈망은 강박증으로 치닫고, 목표 지향성은 권력에의 도취가 되며, 자신에 대한 신뢰는 과대망상으로, 풍부한 아 이디어는 광기로 변한다. 좋은 느낌들도 어두운 측면을 가지고 있는 데,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그 어떤 호르몬보다도 분명하게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레너드의 비극은 당시 의사들이 새로운 의약 품이던 엘도파의 투입량을 올바르게 측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말 하자면 그는 그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도파민을 삼킨 것이다. 그러나 결국 엘도파는 모든 인간의 삶을 평생 동안 일상적으로 조절 하는 메커니즘을 가동시켰을 뿐이다. 괴기스러울 정도를 과장된 상 태에서 레너드의 운명은 도파민이 우리의 몸에서 가동되는 메커니 즘을 명백히 보여 주었다.
- 카사노바는 호기심에 내몰리는 인간의 극단적인 유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우리 모두에 내재해 있다. 변화 가 없는 곳에는 권태가 똬리를 튼다. 그리고 권태야 말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 중 하나이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윙거도 “권태는 옅어진 고통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절망에 빠져 우리는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TV를 보거나 유행을 좇는다. 여기서도 우선시되는 것은 일이나 물건의 유 용성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가이다. 새 로움을 소화해 내는 것, 이는 뇌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신경세포는 충전되길 기다리고 있다.
- 사탕 몇 개는 어떻게 실험 참가자들을 그렇게 능수능란하고 아 이디어가 풍부한 진단가로 변신시킬 수 있었을까? 예기치 않은 선물은 의사들의 뇌에서 도파민 수치가 쉽게 상승하게 만들고 도파민 은 다시 신경세포들이 정보 처리에 착수하도록 자극을 주었다. 호기심의 기저에 놓여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이다. 볼프람 슐츠의 원숭이 실험이 보여 주듯이, 도파민은 앞이마뇌에 저장되어 있 는 작업 기억 능력을 특별히 활성화시킨다. 머릿속에서 다양한 자료 들과 씨름할 때 우리는 바로 이 메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도파민은 좀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뇌의 중심부에 영향을 끼치는 데, 여기는 주의력의 조정을 통해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곳이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기분 좋은 놀라움은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 우리는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이 둘은 너무나 자주 얽혀 있다. 음식점에서 당신은 입맛에 맞지 않 는 음식은 결코 주문하지 않을 것이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이 두 느낌을 혼동하는 일은 불행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권태로운 모임의 참석자나 줄담배를 피우는 흡연가의 예가 보여 주듯이 말이다. 최악의 경우 이러한 오류는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반 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즉 우리는 원하지 않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 다. 일곱 가지 음식이 차례로 나오는 정식 메뉴를 먹고 난 후 당신은 이미 포만감을 느끼지만 디저트는 여전히 맛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당신은 더 이상 디저트를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경우 좋은 느낌은 두 가지 방식으로 생겨난다. 무엇을 원 할 경우 또는 마음에 드는 무엇을 얻었을 경우,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다가올 일에 대한 기쁨과 향유, 뇌는 이 두 마음의 움직임을 각각의 방식으로 만들어 낸다. 하버드 대학의 신경학자 한스 브라이 터Hans Breiter는 심지어 그 두 느낌이 발생할 때 뇌의 서로 다른 영역 이 활동적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다가올 일에 대한 기쁨을 느 끼는 경우 전뇌前의 중심부가 활동적이 된다. 이 중심부는 머릿속 에 피사의 탑처럼 그렇게 비스듬히 걸려 있기 때문에 기울어진 핵' 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쾌락의 물질인 도파민의 영향을 받으며, 본질 적으로 우리가 좋은 경험을 기억하는 일에 기여한다. 반대로 우리가 향락을 누릴 때는 의식적인 감각적 인지를 책임지고 있는 대뇌 일부 가 활동적이 된다. 그리고 이때 봉사하는 호르몬은 도파민이 아니라 아편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신체 고유의 중독성 화학 물질인 오피오이드다.
따라서 모든 향락은 도취다. 어느 겨울 아침 뜨거운 샤워를 즐기든, 마사지나 훌륭한 음식 또는 섹스에서 기쁨을 느끼든, 이 모든 즐거운 느낌에는 동일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뇌의 동일한 회로가 그것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기쁨에는 동일한 화학 물 질, 즉 오피오이드가 관여한다. 따라서 그 근본에 있어 모든 향락은 동일하다. 말하자면 마사지가 주는 쾌적한 느낌을 어느 뜨거운 여름 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상쾌함과 구별 짓는 것은 뇌 속에 있는 기본 멜로디가 아니라, 음들을 창조해 내는 악기이다. 한 번은 피 부의 감각세포가 피부에 와 닿는 스침을 예민하게 포착해 내는가 하면, 또 다른 한 번은 혀와 입이 감각에 반응한다. 그러나 일단 감각적 자극이 뇌에 도달하기만 하면 두 경우 모두 동일한 향락의 느낌이 발생하게 된다. 향락이란 유기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갈증을 느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다. 배가 고프면 먹을 음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우리에게 필요 한 것은 위로의 말이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첫 모금의 물이야말로 가장 맛있다. 엄청난 고생 끝에 산 위에 있는 오두막에 도달해서 먹는 식사는 그것이 지극히 평범한 음식에 지나지 않더라도 커다란 기쁨을 선사한다. 삶에 가장 필요한 무엇인가가 결핍되었을 경우 그것이 무엇이든 몸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굶주리게 되면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와 음식물 섭취 간에 균형이 깨지게 된다. 그러면 좋지 않은 느낌을 발생시키는 오피오이드인 다이노르핀이 방출된다. 우리가 굶주림을 쾌적하지 않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그 에 맞서 뭔가 조처를 취하려는 충동이 일어난다. 즉 우리는 불안해 지고 자극에 민감해지며 결핍을 해소시킬 무언가를 찾기 위해 신경 을 곤두세워 주위를 살핀다. 자, 목표물을 발견한다. 구운 닭고기 한 조각이 있지 않은가! 뇌 는 즉각 베타 - 엔도르핀을 내보낸다. 그러면 베타 엔도르핀은 희 망하던 음식물이 가져다줄 쾌감에 미리부터 기쁨을 느끼게 해 주 고, 우리 눈앞에 있는 이것이 유기체에 유익할 것임을 알려 준다. 동시에 베타 - 엔도르핀은 뇌가 눈 깜짝할 사이에 욕망의 분자인 도파민도 방출하게끔 만든다.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의 회로는 이렇듯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도파민의 영향으로 우리는 낙천적이 되고, 좀 더 정신을 차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 향기로운 고기 냄새가 코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는 닭고기를 베어 문다. 맛이 좋다. 뇌는 더 많은 엔도르핀을 방출하고 유기체가 원하는 것이 드디어 섭취되었음을 알린다. 그리곤 평정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제 기분 좋은 배부름만이 남았다. 우리는 긴장을 풀고 생각한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이다. 이렇게 향락은 우리의 몸이 물리적 평형 상태로 되돌아갈 때 그 동반자가 된다. 몸에 좋은 것이 실제로 기분도 좋게 만든다. 그러나 유기체가 따르는 이 쾌락주의적 원칙에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즉 향락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향락은 사라져 버린다.
- 욕망하고 즐기는 것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두 자극은 또한 서로 적대적이다. 이 두 자극의 관계는 시소 놀이를 하는 두 아이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번에 한 아이가 높이 올라가면 그다음 번에는 상대방 아이가 높이 올라간다. 욕망하는 사람은 아직 완전히 즐기지 못한다. 그리고 즐기는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을 얻 는 그 순간 사라지는 욕망을 목도해야 한다. 욕망에는 애써 추구하 는 동력이 내재하는 반면, 향락은 그것 자체로 충분하다. 맛있는 음식, 사랑, 단순히 태양을 즐기는 사람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즐기고 있는 이 순간 그는 일상이 가져다주는 사소한 투쟁거리에는 관심이 없다.
- 모든 중독과 욕망의 기저에는 동일한 메커니즘이 놓여 있으며, 약물들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에 따라 구별될 뿐이다. 니코틴은 문제의 뉴런들을 활성화시켜 직접적인 방식으로 도파민을 가동시키고, 반면에 알코올과 헤로인 그리고 모르핀은 우회로를 통 해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즉 이것들은 일반적으로 기대 체계를 저지하는 뉴런들의 활동을 약화시킨다. 마지막으로 코카인은 순식간에 다시 세포벽으로 사라지는 도파민이 좀 더 오랫동안 작용하도록 만들어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코카인을 흡입하는 사람은 올리버 색 스의 환자였던 레너드가 엘도파의 작용 아래에서 겪은 것과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자신이 전능하다고 느낀다. 결국 문제는 도파민이 작동되는 방식이 아닌 도파민이 작동된다는 사실 자체이다. 왜냐하면 도파민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뇌는 약물을 보자마자 자동적으로 그것을 욕망하게끔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니코틴 중독증이 있는 뇌는 담배를 보는 즉시 '불을 붙이시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알코올 중독에 걸린 뇌는 술병의 자극을 받게 되면 마시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뇌파 검사가 보여 주듯이, 헤로인 중독자의 경우 바늘을 보기만 해도 뇌의 욕망 회로가 튀어 오르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니코틴과 알코올 그리고 코 카인은 마치 트로이의 목마처럼 쾌감의 책임을 지고 있는 뇌의 구조속에 살며시 침입해 들어온다. 약물이 뇌를 점령하게 된 것이다.
- 알코올은 불안을 가라앉히고 해소시킨다. 코카인은 잠시 동안 터보 충전기처럼 풍부한 아이디어와 위트가 떠오르게 한다. 따라서 친구들 사이에서 따분하다고 알려진 모든 사람에게 코카인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니코틴은 권태와 스트레스를 견뎌 낼 수 있는 힘과 자극을 주고 동시에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담배는 어른들의 세계를 갈망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정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새로운 관계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 원하는 것과 즐기는 것, 이 두 종류의 자극을 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우리는 이 퇴행 현상을 이 해할 수 있다. 중독은 이 두 메커니즘을 왜곡시킨다. 약물 없는 삶이 밋밋하게 보인다면 그것은 중독 물질이 향락에 대한 능력을 손상시 켰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강제적인 욕구가 생기는데, 이것은 약물이 '원함'을 조절하는 뇌의 체계에 몰래 침투해 프로그램을 바꿔 버렸 기 때문이다. 치유 과정을 통해 향락의 둔감함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 체계는 계속해서 파괴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종속적 상태가 그토록 완강하게 작용하고 또 언제든 다시 활성 화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욕구의 강력한 기제에 놓여 있다. 학자들 은 이 현상을 갈망이라고 부른다. 한 번 중독된 사람은 약물에 길들여진 그 습성을 평생 벗어나기 힘들다. 그것은 마치 모국어를 잊어버리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독의 경험이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작동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전적 정보를 측정해서 단백질로 바꾸는 방식이 변화된다. 신경세포들은 뇌가 약물과 관련된 모든 것에 특히 더 예민해지도록 만드 는 물질들을 우선적으로 생산해 낸다. 뇌 속에는 이제 그러한 자극들이 약물에 대한 즉각적인 요구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뉴런들의 회로가 두꺼운 선처럼 놓이게 된다. 한 번 형성된 그러한 회로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신경생물학자들은 쥐 실험에서 개별 뇌세포 의 작동 방식을 관찰함으로써 오래전에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적이 있는 쥐들을 가려낼 수 있었다.
- 왜 여자아이로 태어나서 사내아이로 성장하는 것은 가능한데 그 반대는 가능하지 않은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성장하기 시작할 때 모든 인간은 여성적이다. 여성과 남성으로 발달해 나가는 몸과 뇌의 기본 설계도, 말하자면 이것이 여성의 설계도라는 말이다. 이것은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탄생했다는 기존의 기독교적 인 식을 완전히 뒤집는 이야기이다. 나중에 가서야 비로소 남성 Y염색 체가 사내아이로 성장해 나갈 신호를 준다. 이 Y염색체에는 대략 수 정 8주 후 태아의 생식선生殖腺으로 하여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 테론을 만들어 내게 하는 유전자가 놓여 있다. 이 남성 호르몬이 보 내는 다양한 신호를 통해 몸과 뇌는 이 태아가 남자아이로 성장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대뇌의 구축에서 양성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오른쪽 대뇌와 왼쪽 대뇌는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개별적 인 뇌 중심부들은 남성의 경우보다 조금 덜 세분화되어 있는 것처 럼 보인다. 이 때문에 여성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남성보다 더 허 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고 사람들은 추측하지만 증명된 것은 없다. 그러나 약간 다른 이 뇌의 구조가 학습 능력에서 차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즉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언어 능력이 뛰어 나고, 암산을 쉽게 하며, 감각적 인지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손놀림도 더 정교하다. 그에 반해 남성은 수학적, 논리적 사유와 공간 인식에서 종종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차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심지 어 어떤 책은 '주차를 못하는 여자, 멀티가 안 되는 남자'라는 단순명 료한 문구의 제목으로 여성과 남성 사이의 모든 불일치를 설명하고자 한다.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는 생각은 굉장히 많은 남자들과 굉장히 많은 여자들을 관찰할 경우 평균적으로만 언급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통계학이란 특히 평균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전체적으로 보아 그다. 지 많지 않을 때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 태양이 비 추는 시간은 1년에 평균 1,672시간이고 뮌헨은 1,645 시간이다. 그 렇다고 해서 베를린의 하루하루가 늘 뮌헨보다 더 화창한 날씨를 보 인다는 말은 결코 할 수 없지 않은가.
- 첫 시선의 교환에서부터 쾌락의 정점에 이를 때까지 남녀의 성적 욕구를 조절하는 기제들은 서로 상이하다. 남성은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 아래 있는데, 이 호르몬은 철부지 수컷 들쥐를 충실한 반려자로 변화시킬 뿐 아니라 공격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 이것은 모순 같지만 가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보금자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호해야 하는 수컷의 위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 쾌락의 절정에 양성 모두에게서 방출되는 옥시토신은 평화의 매개체이다. 많은 연구들이 보여 주듯이, 옥시토신은 서로간의 의존성을 촉진시키고 공격성에 대항하여 작용 한다. 그리고 오르가슴에 이를 때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오피오이드 역시 편안하고 여유 있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기분이 좋으면 싸울 이유도 적을 게 아닌가. 이처럼 섹스는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돕고 공격 취향과 파괴 적 분노를 가라앉힌다. 베트남 전쟁 당시 히피들은 전쟁이 아닌 사랑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그들이 옳았다.
- 자신의 삶에서 우정을 지워 버리는 사람은 세상에서 태양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 (키케로)
- 인간은 빈둥거리는 삶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행위는 자연에 의해 보상받는다. 지나친 안락을 꾀할 경우 좋지 않은 감정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간이 비교적 오랜 시간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도 아무런 값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인간을 다른 모든 존재와 구별 짓는 것은 인간이 그들보다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능수능란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진화의 결과는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우리가 행동하도록, 즉 세상을 단순 히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전하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부 추긴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도파민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일이 필요한 것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만 은 아니다. 한가로운 여유를 찬양한 고대의 부자들이나 철학자들도 목적과 행위가 없는 삶이 매우 쉽게 우울증과 연결됨을 잘 알고 있 었다. 그래서 그들은 글을 쓰거나 논쟁을 하는 일에, 또는 정치적 캠 페인을 펼치거나 세련된 축제를 조직하는 일에 몰두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맛보는 자유 시간에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일 때문에 완전히 지친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러나 안락함을 떨치고 일어나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착수하기란 사람에 따라서 꽤나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빈둥거리는 것이야말로 지금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감언이설에 기꺼이 자신을 내맡긴다. 그러나 이것은 치명적인 오류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행복을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자들은 이것을 측량하기까지 했다.
- 우리는 통상적으로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환경의 극히 일부분만 바라보곤 한다. 인도의 시인 타고 르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놀라움을 표시한다.
“수년 동안 / 비싼 값을 치르면서 / 나는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높은 산과 / 대양을 보았다 /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한 것은 / 내 집 문 앞 잔디에 맺혀 있는 / 반짝이는 이슬방울이었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사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 속에서 평 소보다 한결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다. 주의 깊은 관찰자는 가장 일상적인 것 속에서 예기치 못한 자극을 발견한다.
- 익숙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훈련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것이 아니면 눈 여겨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뇌는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자극들에서 자신을 보호한다. 도파민의 영 향 아래 있는 회로들이 이 일에 가담하고 있다. 이 회로들은 지각을 조절하고, 새로운 자극이 유기체에 어떤 이익을 약속할 때에만 흥미 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은 극복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성향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다.
- 독일의 일반적 사상은 고독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고상한 정신적 상태라는 치명적인 오류에 갇혀 있다. 카스파 다비드 프리 드리히 Casparr David Friedrich가 묘사하는 바닷가의 외로운 수도사, 헤르만 헤세나 토마스 만이 그려 내는 비극적 주인공들, 이들은 모두 우 리로 하여금 “인간은 고독하게 홀로 있음으로써 자신의 가장 내밀한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러나 임상 연구와 뇌 과학 연구가 증명하듯이, 사실은 그와 정반대이다. 고독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의미하며, 육체와 정신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고독은 사람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각과 느낌이 희미해지게 만든다. 면역력도 떨어지게 한다. 고립은 슬픔과 병을 가져온다. 서구가 아닌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고독 을 고통을 불러오는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 다. 예를 들어 인도 사람들은 동행자 없이 혼자 여행을 다니는 서구 인들을 놀라움에 차서 바라본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도 작가 비디아다르 네이폴Vidiachar S. Naipaul이 묘사하는 뭄바이 사람들은 협소한 환경에서 부를 이룩했지만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나와 자신들이 성장한 낡고 비좁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바라크로 되돌아간다. 주인공의 아내가 새로 주어진 비싼 공간의 적요함을 견디지 못하고 우 울증에 걸린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종종 극단으로 치닫곤 하는 서구의 개인주의와 마주 보고 있다. 우울증을 연구하는 마틴 셀리그먼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주의는 우울증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적어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 삶을 살아가는 용기는 실제 상황보다 우리가 그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더 좌지우지된다.
-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뇌는 위험이 상황을 알아차리는 데뿐 아니라 상상하는 데 있어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아주 세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일을 상상하고, 아마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 때문에도 걱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일단 그러한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기분은 처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말해, 상심은 인간이 자신의 환상과 지성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울증에 대응하는 극단적인 방식 중 하나는 대뇌피질의 힘을 일부 약화시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생각을 불러내는 뇌 부분들과 뇌의 나머지 부분 사이의 몇몇 연결 고리가 끊길 경우 기분은 즉각적으로 좋아진다. 대부분 짧은 마취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전기 충격 요법도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된다. 그것은 위험하지 않은 전기의 흐름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 전기 흐름은 컴퓨터의 리셋 버튼과 비슷하게 작용한다. 전기 충격이 앞이마뇌의 단기 저장소에 입력된 기억들을 지워 버려 끊임없이 맴도는 불행한 생각의 고 리들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전기 충격 요법 같은 것을 통해 우리는 고질적인 우울증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의사들은 될 수 있는 한 그토록 격한 조치는 삼간 다. 그러나 그런 조치가 가장 심각한 형태의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암울한 느낌에 대해서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즉 그런 사실을 통해 우리는 사유와 환상의 세계가 얼마나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매우 자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불행에 대한 우리의 표상능력이다. 유쾌하지 않은 기분은 머릿속에서 생긴다. 유대인들의 다음과 같 은 유머는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부조 리한 생각을 구축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 준다. 구두쇠 모세가 예루 살렘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보를 쳤다. “일단 걱정부터 해 두도록, 자세한 것은 다음에.”
- 위협을 느낄 경우 우리는 평소보다 매사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데 그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이로써 우리는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별한 자극 상 태는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통해 유발되어 혈관으로 전달되다가 두려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되면 사라진다. 그러나 우울증의 상태에서 이러한 자극은 사라지지 않는다. 상 심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모든 부주의한 언급 이나 사소한 일에도 그것이 마치 심각한 파국이나 되는 양 반응하게 된다. 또 이것은 다른 스트레스 호르몬들의 방출로 이어지고 그만큼 더 예민해진다. 이런 방식으로 악순환은 계속되고, 결국 심각한 우울증의 극단에 가서는 골방의 침대가 마지막 도피처가 되고 만다. 더 나쁜 것은 그러한 상심의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될 경우 뇌가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즉 우울증은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만이 아니라 뉴런들이 서로 잘못 연결된 채 고착됨으로써 생긴다. 이러한 손상이 어느 정도까지 다시 회복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 우울증이 뉴런들의 과소한 성장 결과일 수 있다는 인식은 불행연구의 방향이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학자들은 우울한 감정의 원인을 단지 특정 호르몬의 낮은 수치에서 찾았다. 그때 준거가 된 것은 치유 결과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 왔다. 이 약들은 세로토닌이나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처럼 화학적으로 도파민과 유사한 호르몬의 수치를 높여주는 것들이다.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더라도 이 약은 모든 환자들의 60퍼센트 이상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 약을 적합한 심리 치료 와 병행할 경우 치료 효과는 더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부족이 어느 정도 우울증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이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님이 확인되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뇌에서 의도적으로 세로토닌의 양을 조금 줄인다고 해서 우울증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결 핍만으로 생기는 질병은 아닌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세로토닌의 양과 스트레스 체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인다. 뇌에서 많은 양의 세로토닌이 방출되면 그만큼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은 줄어든다. 우울증을 막는 약들은 이 두 종류의 호르몬을 조정하여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미시간 대학에 있는 후안 로페즈 Juan Lopez와 엘리자베스 영Elisabeth Young이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의 경우 그러한 약은 아무런 영 향을 끼치지 않는다. 통증도 없고 열도 없을 경우 아스피린을 먹어 봐야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즉 그것은 불행에 맞서기 위한 약이지 행복을 위한 약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울증 치료제의 효과는 왜 그렇게 천천히 나타나는 것일까? 약이 혈액 속에 흘러들면 뇌 속에 있는 호르몬의 양은 서너시간만 지나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려면 언제나 거의 2~4주를 기다려야 한다. 약이 효 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요구되는 어떤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약은 뇌를 우선 겨울잠에서 깨워야 한다. 그런 다음 좀 더 많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방출되면 뇌세포들이 자라기 시작할 것이다. 이 호르몬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거나 세포 자체에 영 향을 끼치는 방식을 통해 뇌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이제 뉴런들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하면 상심의 징후들도 사라지게 되고, 얼어붙었 던 뇌도 다시 깨어나 삶을 시작한다.
- 뇌가 너무 적게 움직이면 우리는 우울하다고 느낀다. 불행에 대한 평소의 반응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뒤로 물러서게 되면 뇌는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모든 자 극을 상실하고, 의욕 상실 및 감정과 지성의 마비는 점점 더 확산될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이것은 우울증에 대한 처방이 될 수 없다.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뇌는 종종 약물 치료를 통해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한층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일상적 상심의 경우 다음과 같은 이중 전략이 매우 유효하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태도를 통해 뇌를 부드럽게 다시 자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과 감정을 잘 조절해서 불행한 기분이 자리 잡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그저 행복하기만을 원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길 원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가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행복한 상태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몽테뉴)
- “난쟁이는 언제 기뻐하는가? 자기보다 더 큰 혹을 달고 있는 다른 난쟁이를 보았을 때.” (동유럽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속담)
- 나폴레옹은 카이사르를 질투했고,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질투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마도 헤라클레스를 질투했을 것이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를 말이다. (버트런드 러셀)
- 만족은 일종의 모자이크처럼 많은 행복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바로 이 순간의 행복을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불행을 떨치는 확실한 수단이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인생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해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100미터 달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 “내가 어디서 이 편지를 쓰고 있는지 아십니까? 작은 책상 하나를 밖으로 내왔죠. 그리곤 녹색 덤불들 사이에 은밀하게 앉아 있답니다. 오른쪽으로는 향기로운 노란색 관상용 까치밥나무들이 (....) 서 있고, 왼쪽으로는 쥐똥나무 덤불이 있지요. (...) 그리고 눈앞에는 커다랗고 진지한 은백양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그 하얀 잎들이 천천 히 지친 듯 바람결에 바스락거리고 있어요. (..)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행복한지, 벌써 성聖요한 축제의 분위기가 감도는군요. 저 넘치도록 충만한, 풍부하게 농익은 여름과 생의 느낌 말이에요.”
이 편지는 1917년 로자 룩셈부르크가 감옥에 있을 때 소피 리프크네히트 Sophie Liebknecht에게 보낸 것이다. 수감된 지 3년째였고, 전 쟁이 끝날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감옥에서의 지루함이나 그녀를 둘러싼 음모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도 그녀의 마음을 지배할 수는 없었다. 그녀 내면에는 더 강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는 이 겨울의 어둠과 권태로움 그리 고 부자유의 검은 시트들로 층층이 몸을 감고 조용히 혼자 누워 있 습니다. 그때 나의 마음은 어떤 알 수 없는 낯선 내적 기쁨으로 쿵쿵 거립니다. 마치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꽃들이 피어나는 잔디밭을 걷 고 있듯이 말입니다. (...) 내가 언제나 아무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쁨의 환희 안에서 사는 것, 이것은 얼마나 기이한지요.” 그녀는 같은 해에 쓴 다른 편지에서 스스로 이렇게 놀라워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 어느 정도는 정확히 추측 하고 있었다. 좀 더 큰일을 위해 감옥에 갇혀 있다는 확신, 즉 자신이 겪는 고통은 의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갖가지 불안을 떨치는 그녀 의 능력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 그러나 기쁨에 대한 룩셈부르크의 놀랍도록 뛰어난 능력은 무엇보다도 그녀의 강렬한 지각 덕분이다. 새들의 노랫소리나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에 대한 경탄이 바로 자신이 누리는 행복의 근원임을 그녀는 스스로 인식하고 다음 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비밀은 바로 삶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 우울한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만 시선을 돌리며, 오로지 자신의 문제와만 씨름한다. 그리고 자신이 겪는 비참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캐내고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그러나 외부 세계에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근심과 불안은 대부분 사라진다. 다른 사람과 다른 문제들 에 몰두하게 되면 어두운 감정의 폐쇄고리는 깨어진다. 그렇게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되면 행복한 뇌는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하고 있는 일,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에 완전히 빠 져들게 된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외부에서 아무런 계기가 주어지지 않아도 모든 기쁨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환희, 즉 '살아 있 음에 대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모든 주장이 새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그는 사람들이 일을 할 때 대체로 여가 시간보다 더 좋은 기분 상태를 유지한다고 주장했지만 오늘날의 연구는 그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 준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업적인 일은 즐거움을 가장 적게 주는 일에 속한다. 이는 이미 언급한 대니 얼 길버트의 아이폰 앱 연구와 설문 조사에 서 드러났다. 칙센트미하이의 오류는 인터뷰한 사람들의 수가 적었 고 조사 방법이 미숙함으로 인해 생겨났지만 그렇다고 그가 발견한 사실의 중요성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즉 긴장하고 집중한 상태는 우리에게 좋은 감정을 줄 수 있다.
-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서 조금만 노력하면 그곳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때 우리는 추동된다. 목적지를 향해 일정 부분 앞으로 나아갔을 때 고생한 보람이라는 작은 승리감을 맛본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그 다음 단계의 목표가 설정되고 그에 따라 의지가 발동된다. 이런 방식 을 통해 우리는 무엇인가를 달성하고 난 후에 맛보게 되는 허탈감 을 방지할 수 있다. 어떤 과제의 난이도가 딱 적당하면 욕망과 보상 사이의 쾌락 시소는 지속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일 것이다. 이 두 개의 감정은 도파민 그리고 오피오이드의 방출과 관련되어 있다. 그에 반해 행위가 너무 단순할 경우에는 도발과 흥분이 부족하고, 너무 힘들 경우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 '몰입'의 기분 좋은 상태가 지속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우 리는 종종 주의력을 강제해야 한다. 생각이 샛길로 빠질 때 최대한 빨리 본래의 과제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은 마치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기만 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가는 자전거처럼 집 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돕는다. 이 지점 부터는 별다른 고생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으며 너무 손쉽게 도달 하는 목표보다는 어느 정도 힘겨운 과제에 자신을 밀어붙일 때 목표 달성의 기쁨을 더 크게 맛볼 수 있다.
- 모든 사람이 명상이나 참선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것을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이 평정에 이르자마자 고 요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기쁨일 수 있다. 그러나 숙련된 명상가들은 단순한 긴장 이완 효과 이상의 것, 즉 초월적인 황홀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점점 더 깊숙이 침잠 해 들어가는 사람은 자아를 잊게 되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잊어버리며, 심지어 전 우주와의 융합을 체험하기도 한다. 필라델피 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의사 마이클 베임Michael Baine은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30년 넘게 명상을 실천해 왔다. 그는 우주와 융합하는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것은 내 안에 중심을 두고 있 으면서 무한한 공간으로 퍼져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에너지 같은 느 낌이었다. 정신은 긴장을 풀고 나는 강한 사랑과 (..) 투명함 그리 고 기쁨을 느꼈다. 세상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으며, 이 러한 느낌은 너무나 강렬해서 세상에 그 어떤 분리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 장수의 조건은 절대적 부가 아니라 부의 바람직한 분배 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난다. 스웨덴이나 일본의 소득 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에 비례해서 이 두 나라의 국민은 서로 다른 복지 체계와 의료 체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긴 수명을 누린다. 부의 분배가 공정하지 못한 나라의 경우 그만큼 수명도 줄어든다. 독일의 경우 경제적 부와 수명 모두에서 선진국의 평균치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수입이 비교적 고른 나라의 국민이 삶에 가 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나라들과 네덜란드 그리고 스위스의 경우 부자와 빈자의 격 차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경우보다 낮다. 미국의 여러 주들을 비교해 보면 이러한 사실을 더욱 인상 깊게 느낄 수 있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뛰어난 의료 시설을 갖춘 나라이지만 평균 수명에 있어서는 주마다 격차를 보인다. 북서쪽에 있는 다코타주는 기대 수명이 일흔일곱 살인데 반해, 남쪽에 있는 루이 지애나주는 일흔세 살이다. 절대적 부도, 빈곤층의 비율도, 그리고 흡연도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충분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암이 나 유전자로 인한 질병에 따른 사망률 역시 별다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두 주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다른 것은 바로 빈부의 격차 때문이다. 루이지애나의 빈부 격차는 다코타보다 거의 2배나 높다. 좀 더 심한 불평등을 보여 주는 나라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좀 더 일찍 사망한다는 사실은, 따라서 무엇보다도 그러한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 겪는 격한 대립 상황이 스트레스를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너무나 오래된 진화의 유전적 결과이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원시림에 사는 개코원숭이들을 관찰한 스트레스 연구가 로버트 새폴스키는 다음 과 같은 연구 결과를 전한다. 이들 원숭이 사회에서 낮은 지위를 차지하는 수컷들은 우두머리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세렝게티 원시림의 먹이 상태는 이곳에 있는 모든 동물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양호한데도 지위가 낮은 수컷들의 건강 상태는 우두머리들에 비해 현저히 나쁘다. 지위가 낮을수록 혈 관에 더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흐르고, 그만큼 더 자주 병이 들고, 그만큼 더 일찍 죽는다. 사람의 경우에는 대단히 미세하게 그리고 거의 일상적 상태에서 작동하는 복종의 형태들조차 그것이 지속될 경우 심리적 만족도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 시민 의식과 사회적 균형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 이 세 가지가 바로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이루는 마법의 삼각형이다. 한 사회 내에서 이 세 가지 요소가 더 많이 충족될수록 그 사회 구성원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간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는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보완하며 서로를 규정짓는다.
- 나는 지금까지 약 50년 동안 평화와 승리를 구가하며 제국을 통치해 왔다. 백성들은 나를 사랑하고 적들은 나를 두려워하며 맹국은 나를 존경한다. 부, 명예, 권력, 쾌락은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어서 지극히 행복하니, 지상에는 내가 누리지 못 할 그 어떤 축복도 없다. 이런 환경에서 온전히 내 몫이라 할 수 있는 진정으로 행복했던 날을 꼽아 보았더니 겨우 14일이었다. 오, 그대들이여! 현세의 것에 그 어떤 확신도 갖지 말지어다! (압달라만 3세)
- 결국 좋은 감정이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타자가 아닌 바로 유기체 자신에게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신호를 주기 위해 생긴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 같지만 인간 의 운명이 얼마나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의문점은 해결된다. 인간은 처음부터 공동체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타인의이익과 자신의 이익 사이의 대립은 흔히 피상적인 대립에 불과하다. 이 점에 관해서는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에서 설명한 바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자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며, 대립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본능은 음식 섭취와 번 식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는 것처럼, 헌신과 유대에 대해서도 마찬 가지로 좋은 감정을 갖게 한다. 최근 신경심리학자들은 여러 상황에서 인간적인 협력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과정을 관찰했다. 사람들이 경쟁할 때보다 협력할 때 보상 체계는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 실험 참가자들도 게임에서 공동으로 번 돈에 대해서는 같은 돈을 혼자서 벌었을 때보다 더 기 뻐했다. 이는 뇌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의 심리가 진화 과정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동의 일을 할 필요성에 얼마나 적응해왔는지를 보여 준다. 충분한 당분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듯이, 협력도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 소설 『모모』로 유명한 세계적인 동화 작가 미하일 엔데가 쓴 동 화 『짐 크노프 이야기』에는 투르투르 씨라는 겉보기 거인'이 등장한 다. 이 거인은 멀리 떨어져서 볼수록 몸집이 커 보이지만 가까이 다 가가면 평범한 체구이다. 한 사회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행복과 가난 한 사람들의 불행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계좌에 있는 돈에 대해서는 마치 돈이 엄청난 효력을 지니기라도 한 것처럼 착각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는 이 점에 있어서 도 중요한 통찰을 안겨 준다. 그는 방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대개 부유한 사람들의 행복감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불행도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그림 동화집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동화 중의 하나는 아주 유능 한 일꾼이었음이 분명한 주인공 한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7년 동안 열심히 일한 한스가 자신의 고향으로 떠나려 하자 한스의 주인은 그 동안 일한 품삯으로 “한스의 머리만큼 커다란 금덩이를 준다. 금덩 이를 어깨에 지고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스는 말 탄 사람을 만난다. 말을 타고 가면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고 금덩이도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스는 금덩이를 말과 바꾼다. 말을 타고 가다 말에서 떨어지는 곤경을 당한 한스는 소를 몰고 지나가는 농부를 만나자 우유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말을 소와 바꾼다. 그다음엔 소를 돼지와 바꾸고 이런 식으로 계속 하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바꾼 것이 칼 가는 돌이었고 이 돌마저 실수로 우물에 빠뜨린다. 그러자 한스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무거운 돌을 들지 않게 해 준 하느님께 감사 하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한스는 정말 바보로 여길 수 있는 인물인가, 그는 현명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를 7년 동안이나 고용했던 주인은 그를 아주 높이 평가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품삯으로 그렇게 엄청난 금덩이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한스의 이야기는 (물론 과장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오늘날 돈과 행복의 연관 관계에 대 해 알고 있는 것을 선취한다. 한스는 소유가 행복에 별로 도움이 되 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자신의 소유물을 계 속해서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과 바꾸며 기뻐하는 행동은 오늘날 우 리에게는 낯설고 기이하게 보이지만 중세 시대에는 흔한 모티브였 다. 이를테면 부유한 직물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아시시의 프란치스 코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화려한 옷을 돌려주고 누더기를 걸친다. 위대한 화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상부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화는 프란치스코를 황홀경에 빠진 복된 모습으로 묘사한다. 독일의 여러 교회 제단에 그려진 엘리자베트폰 튜링엔lisabeth von Thiringen 도 자신의 금실 수를 놓은 외투를 거 지에게 나누어 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러한 복된 기쁨은 단순히 이웃 사랑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황홀경에 빠지는 기쁨은 더 깊은 곳에서 유래한다. 바로 해방의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을 우 리의 한스도 누린 것이다.
- 사람들은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자기 집을 찾듯이 행복을 찾는다" 고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 Voltaire는 말한다. “사람들은 행복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행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좋 고 행복한 감정이 뇌의 문제이고 외부의 환경이 심리적 만족감에 미 치는 영향도 매우 미미하다면(많은 연구서들은 외부 환경의 영향력을 10퍼센트 미만으로 잡고 있다) 볼테르가 말하는 저 모순을 해명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리라. 즉 우리는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바로 우리의 발부리에 걸려 비틀거린다는 사실이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잃은 사피엔스의 뇌과학  (0) 2020.12.29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0) 2020.12.10
나 좀 칭찬해줄래  (0) 2020.11.28
지능의 역설  (0) 2020.11.26
기억의 과학  (0) 2020.10.27
Posted by dalai
,

나 좀 칭찬해줄래

심리 2020. 11. 28. 20:18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한다. 오죽하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다.

 

그러나 칭찬과 인정을 통해 긍정정서를 끌어낸다고 행복해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칭찬과 인정에 목매이다보니 실제의 나와 이상적인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나 SNS를 통해 가상의 나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 보면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진다.

 

서로 인정과 칭찬을 바라는 가까운 사람사이에 오히려 갈등이 벌어지기 쉽다. 이 책에서는 이럴 때 서로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1) 일어난 사건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되, 좋고 나쁜지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다
(2) 사건에 대한 내 감정을 표현하되, 상대를 탓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3) 현재를 포함해서 앞으로 당신이 바라는 바를 분명히 말한다
(4) 상대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관계의 회복을 위해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제시한다.

 

결국 칭찬과 인정도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행복'이라는 주제로 마무리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행복은 고정요인, 삶의 상황, 의지적 활동의 총합이라고 한다. 여기서 고정요인은 유전적으로 정해진 개인의 특성이고, 삶의 상황은 나이, 성별고, 교육수준, 수입 등 외부적 요인, 그리고 의지적 활동이란 개인의 동기와 의지에 의한 자발적 행동이다. 그런데 이 요소들 가운데 고정요인은 행복감의 50%, 의지적 활동이 40%, 삶의 상황이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행복이란 것이 유전적으로 절반이나 결정된다니 지레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노력에 의해 바꿀 수 있는 의지적 활동이 40%나 된다니 얼마든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삶의 상황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1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삶의 상황에 대해서 주로 고민하고, 어떻게든 수입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막상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이다.

 

심리학과 대학교수들이 지은 책이지만, 대중교양서답게 쉽고 현실적인 처방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들의 칭찬과 인정에 목매지 않고 나 자신의 삶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안정감을 찾아주는 소소한 것들이 있다.
(1) 상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만의 풍경과 소리를 찾자
(2) 옛날의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을 해보자
(3)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경험에 도전하자
(4)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자
(5) 내가 가진 것을 나누자
(6) 명상을 통해 조율된 삶을 살자
(7) 심리적 고통이 있다면 심리상담을 받자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됨

 

- 우리 언어에 긍정 정서, 표현이 적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그만큼 우리는 낮은 각성 수준의 좋은 기분(예: 평온한, 애정 어린, 다정한, 따뜻하고 마음이 가 는)을 놓치기 쉽습니다. 높은 각성 수준의 긍정 정서(예: 열광적 인, 흥분된, 흥미진진한, 자랑스러운, 유쾌한)에만 반응하는 편이죠. 낮은 각성 수준의 긍정 정서가 행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알아채기 힘든 걸까요? 아닙니다. 실상, 행복의 과학은 반대로 작용합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강도'보다 '빈도 입니다. 소소한 긍정 정서라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저각성 긍정 정서를 흘려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온몸이 떨리는 전율과 마찬가지로 은은한 안정감도 좋은 기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을 찾아가려는 본성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인데, 칭찬받기 가 대표적입니다. 확실히 칭찬은 미지근했던 일상을 따뜻하 게 데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뭔가 제대로 해낸 대단한 사람으 로 인정받는 느낌이랄까요?
-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가 말하길, 삶에 중요한 사람들이(예: 부모님, 배우자)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을 보일 때, 우리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입맛에 맞춰야만 관심을 얻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죠. '진짜 나’의 모습으로 행동할 때와 타인의 기대에 부합하 도록 행동했을 때 반응의 차이는 명백합니다. 설정샷과 인증 샷에 달리는 '좋아요'처럼, 이상적으로 꾸며낸 내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너무나 확실하고 언제나 달콤합니다.하지만 이렇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다른 사람을 기 쁘게 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조건화된 자기 가치감conditioned selfworth'이 형성됩니다. 즉, 나 스스로의 가치에 타인의 반응과 태도가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의 인정 여부에 매달리게 된다는 뜻이죠.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자녀의 100점짜리 시험지 앞에서 저도 모르게 콧구멍이 넓어지고 눈에 띄게 기뻐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자기 가치감이 엄마의 반응에 따라 조건부가 되어버린 아이는 엄마의 사소한 부정적 신호에도 쉽게 불안해집니다. 인정 욕구가 승인 욕구로 변질되면 어려움이 더 커집니다. 승인 욕구는 다른 사람이 내게 긍정적인 태도를 갖길 바라는 욕구를 말하는데, 승인 욕구가 높으면 상대방의 표정, 행동, 말에 민감해집니다. 심지어 상대의 무리한 요구를 고분고분하 게 받아주기도 하죠.
- '불안 관리 이론 terror management theory'은 자존감의 목적이 자기를 방어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시도는 보편적인 것입니다. 특히 실존적인 불안existential anxiety 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인데요, 실존적인 불안이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경험 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불안을 의미합니다. 존재하는 것 자체로 인한 불안이라는 건, 깊은 심해나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를 볼 때 느끼는 공포와 일맥상통합니다. 무중력 상태로 둥실둥실 떠밀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죠. 사람은 삶의 무의미함, 죽음, 인생의 유한성을 마주할 때 한없이 가라 앉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존감이라는 방패로 실존적 불안에 맞서 고자 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먼지처럼 작은 나지만, 관계에서 내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확인하면 일시적이나마 불안 함을 덜 수 있으니까요. 유한한 삶에서 의미를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 다시 말해 긍정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자존감은 대개 시간과 상황에 안정적인stable 성격 특성입 니다. 이를 특성 자존감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거나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습니다. 반면, 매 순간 달라지는 상태 자존감도 있습니다. 상태 자존감은 삶의 경험에 따라 변화합니다. 소개팅 상대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상태 자존감에 '스크래치'가 나면 서 감정이 요동치죠. 자신감이 샘솟았다가도 이내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또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상태 자존 감이 급상승합니다. 놀라우리만치 높아진 자기 가치감을 느낄 수 있지만, 몇 달 후 요요가 찾아오면 상태 자존감은 다시금 급락합니다.
- 사람이기에 서로 간 이해가 필요하단 것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죠. 심리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통이 사회적 관심의 결여'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문득 억울함이 생깁니다. 남들과 더 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런데 왜 매번 나 만 먼저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솔직히 손해 보는 기분을 지 울 수가 없습니다. 요즘 들어 우리가 유독 '이해'에 목마르게 된 데에는 '나혼 자 사는 1인 가구 증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2019년 기준, 1인 가구는 599만 가구로 전체의 29.8%를 차지하고 있죠.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우리에게 이해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진정한 대화가 초대와 수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어떤 주제로 너를 초대한다면, 너는 초대를 수락하고 이 대화 속으로 들어와야만 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앞다투어 제 이야기하기 바쁜 대화는 숨 가쁘고 소모적일 뿐이죠. 잡지 보그의 칼럼에서 꼭 멀어져야 할 부류의 사람으로 이해를 바라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만 찾아오는 사람을 들며, 그런 유형을 ‘귀신'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말 다한 셈입니다.
- 미국의 심리학자 마샤 리네한Marsha Linenhan에 의해 고안된 후, 경계선 성격 장애의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방법으 로 변증법적 행동 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행동 치료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정서적 타당화emotional validation' 인데, 이는 어떤 경험으로 인한 상대방의 정서 상태에 공감하고, 현재의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찾아 공감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너의 억울함, 슬픔, 분노는 정당한 것이야'라는 적극적인 공감을 뜻하죠. 비록 상대방의 행동이 겉으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경험과 상황 속에서 그럴 수밖에 없 었겠다'는 정당성을 찾아 전달한다면, 상대는 진정으로 수용 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수용받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도 자신을 타당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 감정은 강력하고 사사건건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지만, 우리는 감정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감정을 고려한 이성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협상'이 필요합니다.상징적인 장면을 함께 떠올려볼까요? 이것은 정신 분석 치료를 주창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가 즐겨 쓰던 것 으로, 우선 '현명한 선택자'는 마차에 탄 마부입니다. 그리고 이 마부에게는 두 마리 말이 있는데, 한 말은 아주 야생적이고 거친 녀석이라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이 말의 이름을 '감정'이라고 부르겠습니다(프로이트는 이 말을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대변하는 '원초아id'라고 했지만 이 장의 상황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나 머지 한 말은 포악하진 않지만 융통성이 부족해서 조금이라 도 수상해 보이는 길로는 절대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말이 바로 '이성' 입니다(프로이트는 이 말을 엄격한 도덕 규범에 따라 살 것을 요구하는 초자아 superego'라고 하였습니다). |마부의 목표는 마차를 타고 현명한 길을 안전히 가는 것입 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 말을 살살 달래주어야 합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없애버린다면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 원하는 만큼 멀리 가기 힘들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융통성 없는 '이성' 말에게는 때론 수상한 길도 걸을 수 있도록 융통성 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감정' 말과 '이성' 말이 친해질 수 있다면 발 맞춰 마차를 끄는 데 가장 효과적일겁니다. 내 마음속 두 마리 말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면 더 오래, 더 멀리까지 달릴 수 있게 되죠.
- 내가 원하는 돌봄, 관심, 애정을 언제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늘 배고픔의 상태를 유지하며 레이더망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 쉬운 방법일 수 있습니다. 즉, 주의와 관 심이 요구되는 정서(예: 불안, 두려움, 질투, 분노, 슬픔 등)를 강화 시키거나 자신의 취약성이나 욕구를 과장되게 또는 암시적으 로 드러내는 전략이 상당히 유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전 략만 계속해서 사용하거나 특정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오랜 시간 반복한다면, 아마 상대는 지쳐서 결국에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버려두고 떠나기를 선택할지 모릅니다. 나도 이런 내가 질리는 것처럼 말이죠.
- '충분히 기능하는 사람a fully functioning person'은 외부의 조건 적 요구에 구애받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경험하는 그것에 대한 생각과 느낌, 판단을 신뢰할 수 있지요. 많은 이들이 만약 ~하면, 난 괜찮은 사람', '만약 ~하지 않으면, 난 별로인 사람'과 같이 조건과 제약에 얽매여 살고 있는데, 자신을 신뢰하 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만하면 괜찮아'라고 인정 할 줄 압니다.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조건에 맞춰 행동하는 데 익숙해지면, 삶의 주인으로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에 행복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 이제는 나에게 집 중해서 내 안의 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나와 타인에 대한 표상은 애착 대상과 상호 작용하면서 경험 한 기억들로 구성됩니다. 애착 회피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애착 불안이 높은 사람들과는 반대로 '타인 표상(타인이 사랑과 보호를 제공해주는 신뢰할 만한 존재인가 여부)'의 차원은 부정적이지만, '자기 표상(자신이 사랑과 보호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 인가 여부)'의 차원은 긍정적입니다. 이들에게 타인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기록되거나 저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경험적 기억을 기반으로, 자기 존재감을 유지 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고 애쓰죠. 따라서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애쓰는 행동은 이들이 오랫동안 형성해온 자신에 대한 신념, 즉 '나는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다'를 훼손시키기 때문에, 타인의 반응이나 의견에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에 대한 피드백 또 는 평가는 내가 지켜온 자아상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인정이나 승인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자존감(때론 자존심)을 지키려는 방어적 노력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몇몇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지속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나 피드백에 무관심한 성향은 개인 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 문제와도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 다. 일례로, 애착 회피 수준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된 유아들은 '엄마와의 분리'라는 낯선 상황을 접했을 때,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주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안정 애착 유아들은 엄마와 갑작스럽게 떨어진 당황스러움과 놀람으로 울음을 터뜨렸죠. 하지만 실제 실험 전후 코르티솔 cortisol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증가량을 살펴보니, 울음을 터뜨렸던 안정 애착 유아들에 비해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던 애착 회 피 유아들의 코르티솔 증가량이 훨씬 더 높아져 있었습니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어짐이나 상실의 경험을 회상하는 실험을 했을 때, 애착 회피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겉으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보였으나, 혈압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뎠고 코르티솔의 활성이 더 증가했습니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기억, 부정적인 기분 등을 억누르면 간단하고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고 있죠. 안타까운 것은 고통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이들이 스트레스에 강하거나 평온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고, 더 세심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간과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억압하는 대처 방식은, 이들 이 의도한 것과는 반대로 심리적 혼란을 오히려 가중시키며" 자기결정성 · 자기인식 · 활력을 통합적으로 갖춘 '진정한 자 아와도 멀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 두려움 회피형의 사람들은 연인과의 관계에서 양가적인 감정으로 인한 내적 갈등에 시달립니다. 돌봄, 관심, 애정이 간절하 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 할 때 그려지는 부정적인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해치고, 학대하고, 모욕하고, 속이고, 이용할까 두렵지만, 이내 이런 생각을 하거나 감정을 느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합니다. 심지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증상과 유사하게,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공포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원치 않을 때에도 불쑥불쑥 꺼내기 싫은 기억 · 생 각 ·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이죠.
- 애착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애착의 안정성 vecurity은 우리 모두 가질 수 있는 기본 욕구이자 '강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중요한 누군가에게 섬세한 사랑, 수용, 지지를 받은 경험은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 죠. 이러한 자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마음 속 안전 기지가 되어 역경에 맞서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또한 애착 안정성은 우리의 긍정적인 특성들(예: 낙관성, 희망, 긍정적인 정서, 호기심, 자 율성, 연결성, 수용력, 연민, 관용, 친절 등)을 자신의 강점으로 발달 시키고 발휘해나가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상담 전문가들은 우리의 발달적 궤도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중 누군가와 안정된 관계를 맺고 유지해보는 경험을 한다면, 우리의 애착 안정성을 형성하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 습니다. 다시 말해, 또 다른 관계에서의 건강한 경험들은 손상된 또는 미발달한 애착 안정성을 회복시키거나 획득할 수 있 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원래 나 전달법은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고든 Thomas Gordon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 치료에 도입했던 방법인 데요, 이후 많은 자녀교육서와 자기계발서에서 현명한 대화법 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나 전달법의 핵심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일어났을 때 내 감정과 느낌, 욕구에 초점을 두고 말하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숙제를 안 하고 놀고 있을 때, “너는 왜 숙제도 안 하고 놀고 있어? 맨날 그러니까 성적이 그 모양이지!”라며 아이에 대한 지시사항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네 가 숙제를 안 하고 놀아서 걱정이 되는구나(느낌과 감정), 숙제 를 먼저 하고 놀았으면 좋겠어(욕구).”라며 상황에 대한 내 느 낌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라는 것이죠.
* 나는 타인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로서 가치 있는 사람이다.
* 나는 자유 의지를 가진 사람이며, 타인의 기대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행동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
* 설사 과거에 수많은 실패 경험을 했어도, 이는 인간으로 서 내가 무가치한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라 실수할 수 있 는 인간으로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긍정 심리학에서는 행복의 정의를 타고난 '고정 요인 과 삶의 상황' 그리고 의지적 활동'의 총합이라고 말합니다 111 고정 요인이란 유전적으로 정해진 개인의 특성을 가리키고, 삶의 상황은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수입 등 외부적 요인을 일 컫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지적 활동이란 개인의 동기 와 의지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을 가리킵니다. 정리하면 다음 과 같은 공식이 나오죠.
* 지속적인 행복 = 고정 요인+ 삶의 상황+ 의지적 활동
이 가운데 개인의 고정 요인은 행복감의 50%를 차지합니 다. 그리고 의지적 활동이 40%, 삶의 상황이 10%의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비록 유전적인 성향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만, 다행히 의지적 활동이 40%를 차지한다. 는 것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행복감을 높일 수 있 음을 의미합니다.
-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핵심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과 바람에 맞춰 살아가기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집과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절대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외부의 인정을 통해 그 갈증이 잠시 해소될 수는 있어도, 절대로 끝나지 않죠. 예를 들어 똑같이 돈 버는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돈벌이의 목적이 결핍에서 비롯됐는지, 아니면 타고난 경향에 부합하는 지에 따라 각각이 느끼는 행복감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의미나 목적이 있는 삶입니다. 행복은 감정인 반면에, 의미나 목적은 개인의 가치에 따라 달라지죠. 의미 있는 삶 또는 목적 있는 삶이란 자신 이 타고난 성향과 가치, 쉽게 말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에 이끌리는 삶을 말합니다. 이런 의미나 목적은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남들의 평가와 인 정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되고, 내가 하는 일들이 나의 실현화 경향성에 부합되면서 만족을 느끼게 되죠. 심리 치료 이론 가운에 수용 전념 치료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성적인 우울증이나 강박증을 가진 대상에게 효과적인 상담 방식으로, 과거의 깊은 상처나 고통에 매몰되는 대신 자기 삶의 분명한 목표와 의미 추구에 전념하도록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과거의 고통을 승화시켜 고통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남은 삶에 대한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는 태도를 강조하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한 삶의 가치관이나 목적의식 없이 막연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료함이나 공허함을 덜기 위해서 자극적인 활동에 몰입하곤 하는데, 이러한 일탈은 일시적인 공허감을 덜어주는 진통제일 뿐, 지속적인 만족이나 행복을 주지는 못합니다. 외부적인 가 치는 언제나 일시적이므로, 지속적인 행복과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가치 기반의 삶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가치 기반의 삶에서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놀이와 즐거 움이 됩니다. 삶의 의미를 행복에 둔다면 행복한 감정은 늘 변 화하기 마련이어서 영구적인 만족을 줄 수는 없죠. 반면 가치 기반의 삶이란 이미 말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신의 정신적인 철학과 신념을 토대로 한 삶이기에, 행복에 삶의 의미를 두는 것보다 오히려 더 확실하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만약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면, '타인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신뢰를 받으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사랑받으려고 애쓰면 남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삶은 위축되게 마련이죠. 하지만 신뢰를 받으려고 한다면 자신의 일관된 행동을 보이는 데 우선을 두게 되고, 남들의 눈치를 보기보다 스스로가 기준이 되어 '당당하고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0) 2020.12.10
행복의 공식  (0) 2020.12.02
지능의 역설  (0) 2020.11.26
기억의 과학  (0) 2020.10.27
어느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0) 2020.10.18
Posted by dalai
,

지능의 역설

심리 2020. 11. 26. 20:32

-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100% 환경에 의해 결정되며 유전자와 생물학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100%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100% 환경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진화심리학 연구에서는 어느 쪽이냐 하면 생물학적, 유전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과학의 세계에서도 일반적인 세상에서도 환경주의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100% 결정한다고 하는 생각)가 지배적인 까닭에 그에 대항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한들 놀라는 사람은 없다. "당연한 거잖아.” 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전자가 얼마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가를 이야기하면 “설마 그렇게나?” 하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 피해야 할 2가지 논리적 오류
진화심리학, 나아가 인간과학 분야 전반에서 무엇인가를 논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될 논리적 오류가 두 가지 있다. 학문적인 용어로 하나는 '자연주의 오류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도덕주의 오류라고 한다. '자연주의 오류는 20세기 초 영국의 철학자 조지 에드워드 무어(George Edward Moore)가 사용한 말이지만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David Hume)15도 일찍이 이 문제를 지적한 적 있다. 자연주의 오류란 간단히 말해 '~이다 에서 '~해야 한다'로의 비약을 뜻한다. 자연스러운 것이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러이러니까 이래야 마땅하다'라고 단정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인종에 따라 유전자 차이가 있고 천성적인 능력과 재능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받는 대우도 달라 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은 자연주의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도덕주의 오류의 경우는 하버드 대학의 미생물학자 버나드 데이비스(Bernard Davis)16가 1970년대 만든 말이다. 자연주의 오류와는 반대로 '~해야 한다'에서 ~이다'로의 비약이며 이래야 마땅하니까 이러이러하다'라고 주장한다. 선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예를 들면 “모두 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므로 인종에 따라 유전자에 차이가 있을 리 없다.”라고 하는 것이 도덕주의 오류인 것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이를 뒤집힌 자연주의 오류라고 불렀다. 이 둘의 입장은 모두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있으며 과학 전반, 특히 진화심리학의 발전을 방해해왔다. 리들리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자연주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남성은 밖에 나가 싸우고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며 사업이나 정치는 남성에게 맡겨야만 한다.”). 반대로 진보주의자일수록 도덕주의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서양의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서는 남성도 여성도 법 아래 대등한 대 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남녀에 생물학적 차이는 없으며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 등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남성의 뇌는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 에서 보는 여성과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모르 는 것이다. 성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벌거벗은 여성 이미지를 볼 때 남성의 뇌는 그 여성이 가공된 이미지에 불과하며 앞으 로도 만날 일이 없고 성교를 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사실을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조 상들이 살았던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진 화하는 역사를 통해 남자 조상들이 목격할 수 있었던 성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벌거벗은 여성은 현실에 존재하는 진짜 성적 파 트너뿐이었다. 따라서 남성의 뇌는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을 보고도 진짜 여성과의 만남이라고 착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성이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발기할 리 없다. 발기의 생물학적 기능은 오직 한 가지, 여성과의 성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포 르노에 등장하는 발가벗은 여성과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남성의 뇌가 진짜 이해하고 있다면 포르노를 보고 발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스트립쇼 극장이나 핍쇼 사업장 역시 같은 설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소에서는 사진이나 전자 영상이 아니라 실제 살 아 있는 여성이 등장하지만 조상들의 환경에는 그런 여성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돈을 받고 남자들 앞에서 발가벗은 채 춤을 추거나 성적으로 흥분한 척하면서도, 실제로 성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남성의 뇌는 스트리퍼나 누드 댄서를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눈앞에서 춤을 추는 발가벗은 여성과 진짜로 성교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식상으로는 알고 있어도 스트립쇼 극장이나 핍쇼 사업장에 가면 역시 발기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남성들의 뇌의 성질은 현실 생활에서도 여러 문제를 일 으킨다. 한 실험에서 플레이보이'지에 실린 전면 누드 사진을 남성에게 보여주자 자신의 애인에게 예전만큼 육체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애정도 예전만큼 표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플레이보이'에 나오는 여성의 누드 사진을 보면 애인에 대한 애정이 저하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남성의 뇌는 자신이 현재의 애인이 아니라 '플레이보이'의 여성 모델과 사귀고 있는 듯한 기분인 것은 아닐까? 플레이보이'의 모델 과 비교하면 대개의 여성은 성적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착각은 남성의 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바 나 원칙은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여성의 뇌도 남성과 마찬가 지로 진화에 의한 제약과 한계를 안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 많 은 양의 포르노를 소비하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거의 포르노를 소비하지 않는다(단 여성도 남성과 비슷한 정도로 성적 공상을 즐김) 여성이 다양한 성적 만남을 구하지 않는 것은 많은 파트너와 성교해도 번식의 성공도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을 통 틀어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파트너와 성교할 때의 코스트는 남성보다 여성 쪽이 훨씬 높 다. 그러므로 잘 모르는 상대와의 섹스는 여성 쪽이 훨씬 더 신 중하며 교제를 시작한 뒤부터 성교에 동의하기까지의 기간도 남성보다 훨씬 길다. 따라서 여성이 잘 알지 못하는 상대와 우연한 성교를 피하는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포르노에서 흔히 보는 성적으로 흥분한 다수의 벌거벗은 남자들과 진짜로 성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임신할 가능성도 없다는 사실을 여성의 뇌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포르노에 등 장하는 여성과 성교할 수 없다는 것을 남성의 뇌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포르노를 보아도 임신될 일이 없다는 것을 여성 의 뇌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이 포르노를 소비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여성은 포르노를 피한다. 어느 쪽이든 뇌는 살아 있는 성적 파트너와 이미지뿐인 성적 파트너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 조상의 환경에 후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딱 한 번뿐 인 게임과 완전한 익명의 거래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다. 그런 것들은 조상들의 환경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모르는 상대방과의 한 번뿐인 게임이라고 해 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반복되는 게임이라 착각하고(조상들의 환경에는 그것밖에 없었으므로)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면식이 있 는 상대방과 반복해서 게임을 하는 경우는 협력하는 쪽이 합리 적이기 때문이다.이렇게 생각하면 딱 한 번뿐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왜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협력이라고 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50 대 0 대 50의 법칙'의 얼마 되지 않는 예외 중 하나가 지능이다. 지능에 대해서는 유전율이 더욱 높아진다. 일반 지능의 유전율은 어릴 때는 0.40 전후지만 성인이 되면 0.8 전후까 지 상승한다 성인의 지능은 80% 정도가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알아차렸겠지만 지능의 유전율은 평생에 걸쳐 상승을 계속 하며 나이가 들수록 중요성이 높아진다. 언뜻 이상하게 여겨 질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성인에게 있어 주위 환 경이란 자신의 유전 구성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이는 주위의 성인(부모나 연상 형제, 교사, 이웃사람 등)이 만든 환경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에 비해 성인은 아이보다 훨씬 자유롭게 자신이 사는 환경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이 되면 원래의 유전적 경향과 환경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 환경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이란 유전자의 영향을 의미한다. 유전자가 거의 환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전자의 영향은 평생에 걸쳐 점점 높아진다.
- 유감스럽게도 교육을 받아도 지능은 향상되지 않는다. 순서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자주 접할 수 있는 오해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교육을 받으면 지능은 올라 간다.”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런 일들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자주 책을 읽는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고 좋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고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다. 그렇지만 사실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순서가 반대이다. 실제로는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책을 많이 읽고, 좋은 학교에 가서(부모의 지능이 높이 때문에 여유롭다고 하는 사정도 있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문제가 조상들의 환경에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하면(일어나는 문 제는 매번 다른 종류) 그리고 그것들이 생존과 번식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면 무엇인가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거나 추리하는 능력이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었다. 그것이 오늘날 '일반 지능'이라 불리는 것의 정체인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일반 지능은 어디까지나 특정 영역에 대한 심리 메커니즘으로서 진화했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대응할 심리 메커니즘도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문제라는 의미에서의 특정 문제'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생활에서 일반 지능이 보편적으 로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은 단순히 현재의 환경이 진화의 역사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상들의 환경에서는 일반 지능은 지금만큼 중요하지 않았으며 다른 특정 영역에 대응하는 심리 메커니즘(사기 행각을 알아차린다거나 모국어를 습득한다거나 하는 메커니즘)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 지능이 조상들의 삶에 도움이 된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예외적인 문제에 한정되기 때문이다(예외적인 문제라 고 하는 것은 그 정의상 분명 적었을 것이다.). 사기 행각을 꿰뚫어 보는 메커니즘이 사회적 거래에서밖에 도움이 되지 않고 모국어 습득 메커니즘이 모국어를 배울 때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진화에 의해 생성된 심리 메커니즘 중에서도 일반 지능이 한층 더 중요하게 된 것은 단순히 과거 1만 년 동안 생활 환경이 격변한 탓이고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이 진화 라는 관점에서 보면 예외적이고 새로운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일반 지능이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진화의 역사에서는 전례 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예상할 수 있다. 지능이 높은 사람쪽이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예외적인 새로운 문제에 한 정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었던 진화의 시점에서는 흔하디 흔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능이 높은 사람 쪽이 약할 것이다.
- 지능의 역설=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 는 없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즉 조상들 과는 다른 기호 및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조상들의 환경 에도 있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기호와 가 치관(즉 조상들과 같은 기호 및 가치관)을 가질지 가지지 않을지는 일반 지능과 관계가 없다. 내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사용 할 때는 '사람이라고 하는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 록 만들어졌다'라는 의미다. '부자연스럽다'는 말은 '사람이라고 하는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 다'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지능의 역설이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지능의 역설의 핵심이다. 지능이 높 은 사람일수록 생물학적 설계를 외면하고 진화의 과정에서 뇌 에 부여된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생물학적으로는 어리석은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
- 앤더슨이 제기한 가설은 자하비의 핸디캡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선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생각을 품기 쉽다는 것이다. 상식은 진화의 역사에서 조우했던 문제에 대처해온 인간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므로 무엇인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선은 상식에 따르는 것이 가장 취하기 쉬운 해결 방법이다. 그러나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식으로 해결한다는 간단한 방법을 꺼린다. 그리고 상식으로 판단하면 좋을 문제까지도 괜히 복잡하게 생각한다. 지능이 높은 까닭 에 어렵게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 수컷보다 암컷 쪽이 열심히 육아를 하는 포유류라는 종(인간을 포함)의 세계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암컷이지 수컷이 아니다. 언제 누구와 성교를 할지는 모두 암컷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 좋은 유전자의 성 도태 이론에 따르면 여성은 지위가 높고 유복하며 자신의 아이 에게 투자해줄 것 같은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 는 유전자적 자질이 높은 핸섬한 남성에 의한 임신을 원하며 그렇게 생긴 (불의의) 아이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상대 사이에 서 태어난 아이처럼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제 상 대가 없으면 여성이 부정을 저지를 일도 불가능하므로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교제 상대가 있는 여성이 처음 보는 핸섬한 남자와 섹스에 동의하는 일도 이해할 수가 있다. 원래의 미국에서 있었던 실험에서는 섹스를 하자는 유혹을 거절한 남성은 대부분 여성 조사원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한 탓에 혹은 여자 친구가 있는 탓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혹은 여자 친구가 없었다면 잠을 잤을 거라는 말이다. 실제로 덴마크의 실험에서는 교제 상대가 있는 남성보다 없는 남성 쪽이 '예'라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18% 대 59%), 한 편 여성 쪽은 남성 조사원이 함께 자자고 말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클라크와 해트필드의 연구는 '암컷의 선택'이 얼마나 강한지 를 그 어떤 연구보다 확실하게 실증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 이 된 것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유혹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여성과 잠을 자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젊은 남 성이 같은 일을 해도 여성과 잘 수 없다. 언제 누구와 섹스를 할지는 여성 쪽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남성에게는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 1999년 메리 C. 스틸(Mary C. Stil)과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에서 나는 특정 사회의 일부다처제 정도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은 소득의 불평등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의 분포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일부다처제가 확산된다. 왜냐하면 남성 쪽의 소득에서 불평등이 크면 여성 쪽 입장에서는 가난한 남자를 독점하기보다 부자인 남자를 나누는 쪽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 문이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내가 근무하는 런던 정치 경제 대학교의 창설자 중 한 사람)의 명언을 빌리자면 “모성 본능에 따라 여성은 삼류인 남자의 소유물을 독점하기보다 일류인 남자를 열 명이서 나눠 가지는 쪽을 택한다.”인 것이다. 하지만 남성 쪽의 소득 불평등이 적어지면 이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보다 평등한 소득 분배가 이루어지면 여성은 '일류 남 자를 열 명이서 나눠 가지기 보다 삼류 남자의 소유물을 독점 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1999년 논문에서 말한 것처럼 소득의 불평등은 사회의 일부 다처제 비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 요인으로서는 집단의 평균 지능쪽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생각할 수 있는 요인 중에서 집단의 평균 지능만큼 일부다처제 비율을 좌우하는 것은 없으며 그 영향력은 이슬람교의 신앙보다 강할 정도다. 그렇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비이 슬람권 국가보다 일부다처제가 많이 존재하지만 평균 지능이 그 사회의 일부다처제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이를 능가하는 더욱 강력한 것이다.
- “자연적인 조건이라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결정하는 수면 주기와 같은 개일 리듬에 의해 제 어, 조정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체내 시계(생물 시계)와 그에 의해 결정된 주기적인 활동을,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능력을 갖 추고 있다.”12 개일 리듬에는 개인적 차이가 있으며 비교적 저 녁형인 인간도 있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주행성(주간에 활동하 는) 종이다.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원숭이 및 유인원은 거의 모두 주행성이다. 인간은 밖에서 돌아다닐 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시력에 의지하고 있지만 진정한 야행성 종과는 달리 어둠 속이나 빛이 아주 적은 상황에서는 물체를 보지 못한다. 우리 조상들 역시 불을 다루게 되기까지는 야간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적인 조명은 없었다. 조상의 환경에서 밤에 활동하면 야행성 포식자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조상들은 날이 밝으 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잤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태양으로부터 받은 자연의 빛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런 만큼 나이트 라이프’(어두운 야간에 이루어지는 습관적, 조직적 활동)은 진화의 역사에서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진화의 역사에서 언어나 예술이 어떤 식으로 태어나고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는 인류학과 고고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에 비해 음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별로 관 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Steven Mithen)은 그의 저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The Singing Neanderthals: The Origins of Music, Language, Mind and Body) 4에서 음악의 기원에 대해 참신한 이론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음악과 언어에는 공통 되는 원형 음악언어’ -가 있으며 그것이 나중에 발전하여 음 악과 언어라는 별개의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 설은 구성적 어프로치로 불리는 것으로 단어가 먼저 생기고 문장 은 나중에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기', '불', '사냥'과 같 은 특정 존재를 지칭하는 단어의 무리가 먼저 태어나고 그것이 조합되어 구가 되었고 나중에 문장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문법이 태어나면서 어떤 식으로 단어를 조합하면 문장이 되는가 가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은 '전체적 어프로치'7라는 것이다. 구성적 어프로 치'와는 반대로 문장 쪽이 먼저 나왔고 단어는 나중에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쪽 설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의 원형은 단어가 아니라 임의로 구성된 일련된 음으로 서로의 의사를 전하려고 한 게 먼저라는 것이다. 각각의 발성 또는 음의 연결이 특정한 의미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발성이 나중에 분해되어 단어가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단어가 조합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발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슨은 전체적 어프로치 쪽을 지지한다. 그 증거로 인간 외의 영장류의 발성이 모두 '전체적이며 분해할 수 없다는 사실 을 들고 있다(예를 들자면 긴꼬리원숭이의 경고하는 외침, 겔라다개 코원숭이의 재잘거림, 긴팔원숭이의 부부 합창, 침팬지의 인사법인 팬 트 후트 등). 8 요약하면 인간 이외의 영장류는 단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그들에게도 언어는 있지만 그것은 짧은 외침을 통해 특정한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는 정도이다. 영장류학자 중에는 이런 의견에 반대하고 구성적 어프로치 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다이아나원 숭이와 캠벨원숭이의 외침에는 통사론적이고 의미론적인 규칙이 있으며 그에 의해 언어라는 부품(즉 단어)을 조합하여 새로운 외침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인간이 가진 언어의 기원을 둘러싼 구성적 어프로치 대 전체적 어프로치의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미국에서 이루어진 GSS에서는 관련 요인(연령, 인종, 성별, 교 육 수준, 시대 소득, 종교, 현재 결혼했는지, 과거에 결혼한 적이 있는지, 자녀의 수)의 영향을 배제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악기 중심의 음악(빅 밴드, 클래식, 이지 리스닝)을 좋아하는 경향을 인 정할 수 있었다. 반면 사람 목소리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는 지능이 관련이 없었다. 또한 악기 연주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사람 목소리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를 구해본 결과(전자 에 대한 평균 선호도에서 후자의 평균 선호도를 뺀 계산), 그 값은 지능 과 상당한 관련을 찾을 수 있었다. 즉 GSS의 응답자들은 지능이 높을수록 이 두 종류의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컸던 것이다.
- “인간과의 종족이 지구상에서 존속해온 기간의 길이를 생각 하면 자연 발생적인 발효만으로 얻을 수 있는 에탄올의 농도(기껏해야 5%)보다 진한 에탄올을 인류가 입에 댈 수 있게 된 것 은 놀라울 만큼 최근의 일"이며 또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 너무 익어 썩어가는 과일 섭취를 통해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알코올을 입에 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신다고 하기 보다 '먹는다'라고 해야 할 일이었다. 한편 현대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알코올이 마시기'로 섭취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농도가 진한 알코올을 마신다는 일 자체가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범죄학의 세계에서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범죄자는 평균적으로 일반 시민보다 지능이 낮다. 비행 청소년들 또한 보통 청소년들보다 지능이 낮으며 18 빠르면 8, 9세 때부터 양자의 IQ에는 유의미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또한 상습 적인 범죄자는 딱 한 번 범죄를 저지를 사람보다 지능이 낮으며 중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경범죄를 저지를 사람보다 지능이 낮다.
- 왜 범죄자들은 일반 시민보다 지능이 낮은 것일까? 상습적인 중범죄자 쪽이 딱 한번 경범죄를 저지를 사람보다 지능이 낮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능의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점이 있다.
첫 번째 오늘날 '대인 범죄'라고 불리는 것들(살인, 폭행, 강도, 절도 등)은 아주 먼 옛날 자원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다투는 남성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는 점. 인류 진화의 역사 중 오랜 기간 동안 남자들은 자원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이런 투쟁 을 반복해온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 하면 인간 사 회에서는 범죄라고 규정되는 행위들이라도 다른 종에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자면 침팬지, 보노보, 꼬리감는원숭이 등의 영장류).
두 번째는 현대 사회에서 범죄를 단속하고 조사하고 처벌하는 기관과 기술(경찰, 법원, 형무소, 감시 카메라, DNA 및 지문 감정)은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조 상들의 환경에서는 사회의 규범을 지키게 하는 공식적인 제3 자(기관) 등은 일단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당사자에 의한 처분(피해자와 그 친족, 동료에 의한 보복)과 비공식적 인 제3자적 처분(집단적 따돌림)뿐이었다(조상들의 환경에서 따돌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지는 사이버볼 실험을 떠올리길 바란다.).
지능의 역설을 통해 생각하면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원을 얻기 위해 또 배우자를 얻기 위해 진화상 익숙하고 친근한 수단을 취할 것이다(정규적인 고용보다는 절도를 선택, 컴퓨터를 통한 중매보다는 강간을 선택). 게다가 지능이 낮은 사람은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과 법 집행 기관에 의해 어떻게 범죄가 단속되고 어떤 처벌을 받을지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 일반 지능은 유전성이 강한 것으 로 알려져 있다. 성인의 지능은 80% 정도가 유전으로 결정된다. 대체로 지능이 높은 부모로부터 지능이 높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지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X염 색체일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남성의 동성애를 결정하는 유전자와 동일하게 Xq28에 있을 거라 추정됨, 단 그로 인해 동성애자의 지능이 높은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음), 즉 남자아이는 어머니에게만 일반 지능을 물려받는 반면 여자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양쪽으로부터 일반 지능을 물려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아버지 역시 어머니(여자아이 입장에서는 할머니)에게서만 일반 지능을 물려받은 것이다. 즉 여성은 아들을 통해 또 아들의 딸을 통해 다음 세대의 일반 지능에 무척이나 강한 영향을 끼친다. 지능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식을 낳는 수가 적고 평생 자식을 낳지 않고 지내는 일이 많다고 하면 한 가지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은 사회의 일반 지능이 점차 떨어지리라는 것이다. 20세기를 통해 서구 공업국의 태반에서는 일반 지능의 평균 수준이 착실하게 상승했다. 이 현상은 지금은 플린 효과'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은 제임스 R. 플린(James R. Flynn)이라는 뉴질랜드 심리학자가 두 번에 걸쳐 행한 조사를 통해 서구 공업국 중 태반에서 평균 IQ가 장기적인 상승을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플린보다 몇 년 빨리 리처드 린(Richard Lynn)은 일본에서 지능이 장기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로 인해 '린 - 플린 효과(Lynn-Flynn Effect) 12라는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나도 이 책에서는 거기에 따르겠다. 참고로 IQ의 장기적인 상승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훨씬 예전인 1930 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린 플린 효과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의견을 일치를 보지 못했다. 하나의 유력한 가설은 리처드 린 자신이 주장한 것이지만 14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의 영양과 건 강 상태가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유전적 자질과는 상관없이 건강하고 영양 상태가 좋은 아기 쪽이 질병이 있거나 영양 상태가 나쁜 아기보다 성장한 뒤 지능이 높은 것이 보통이다. 20세기 내내 '역도태형 출생률 - 지능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식을 많이 두는 경향이 이어져 왔지만 이들 요인 은 역도태 형태의 출생률을 상쇄시키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선진 공업국가들은 유아의 영양과 건강 상태가 향상되는 정도에 따라 지능의 평균 수준이 상승했다는 것 이다. 그러나 영양과 건강 상태의 향상이 '린 플린 효과'의 이유라 고 하면 선진 공업국에서는 조만간 일반 지능의 장기적 상승이 멈출 것이라 예상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최적의 건강 및 영양 상태를 이룬 지 오래되었으며 지금은 비만과 당뇨병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 공업국에서는 더 이상 건강과 영양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모두들 점점 더 뚱뚱해질 뿐인 것이다. 영양과 건강 상태의 향상이 20세기 내내 일반 지능을 장기적으로 향상시킨 주요 요인이라면 그리고 그 요인이 이미 일반지능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역도태형 출생률의 마이너스적인 영향에 의해 선진 공업국에서는 일반 지능의 평균 수준이 점점 떨어질 것이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이런 사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보적인 정치사상을 가지고 무신론자가 되기 쉽다. 지능이 높은 남성(여성은 아님)일수록 성적 배타성'이라는 가치관을 중요시한다(한편으로는 지능이 높은 남성 일수록 불륜을 저지르기도 쉽다.).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 쪽이 지능이 높다.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 쪽이 지능이 높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클래식 같은 악기 중심의 음악을 선호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며 약물을 사용한다. 지능이 높은 여성(남성은 아님)일수록 자식의 수가 적으며 자식이 없는 인생을 선택한다. 여기에서 든 기호와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근과거의 역사, 예를 들자면 농경 시대 후기라든가 산업 시대 초기보다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꼭 따라붙는 비밀 투표라든가 1인 1표의 원칙, 보통 선거권, 비례 대표제 등은 모두 진화의 시점에서 볼 때 신기한 것이다. 그런 만큼 지능의 역설에 따라 지능이 높은 사람이나 국민일수록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수용하는 힘도 크지 않을까? 이는 실제로 사실인 듯하다. 전 세계 170여 개 국가를 대상 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에서 핀란드의 정치학자 타투 반하넨 (Tatu Vanhanen)은 사회의 평균 지능이 오르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정도도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평균 지능이 높은 집단일수록 민주적인 정치 체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반 하넨의 연구에 따르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역시 진화의 관점에 서 볼 때 신기한 것이므로 인간에게 부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의 공식  (0) 2020.12.02
나 좀 칭찬해줄래  (0) 2020.11.28
기억의 과학  (0) 2020.10.27
어느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0) 2020.10.18
인스타 브레인  (0) 2020.10.08
Posted by dalai
,

기억의 과학

심리 2020. 10. 27. 08:27

- 기억을 물리적 존재로 보는 견해는 오해를 낳기 마련이다. 진 식을 말하자면 자전적 기억은 우리가 소유하거나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현재 순간에 현재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는 정신적 구성물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인지적 수준(사고, 감정, 믿음, 지각의 수준)과 신경적 수준(뇌의 활성화)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인지적, 신경적으로 볼 때 바이어트는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있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기억을 구성한다. 이것은 기억이 고정적이고 나눌 수 없는 실체라는,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가보라는 인 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 책에서 내가 살펴보고자 하는 견해는 기억 이 습관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요구가 있을 때마다 매번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살짝 다른 방식으로 부분들로부터 뭔가를 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런 구성적 성격 때문에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자전적 기억의 밑바탕이 되는 정보는 정확하게 저장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현재 순간의 요구에 맞게 통합되어야 하며, 매 단계마다 실수와 왜곡이 끼어들 수 있다. 최종 결과물이 아무리 생생하고 그럴듯 해 보인다 해도 생생함이 정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대한 일 관된 이야기는 때로는 사실과의 일치를 포기하고서만 얻어질 때도 있 다.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은 못 믿을 것이 되기 쉽다. 기억에 대해 다 르게 생각하려면 우리의 자아의 핵심에 아주 가까이 있는 어떤 '진실' 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가 카메라와 같은 식으로 경험을 저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 우리의 기억은 다르게 작동한다. 경험에서 핵심적인 요소들을 추출해서 그것들을 저장한다. 그런 다음 경험을 재구성한다. 경험을 그대로 저장했다가 인출하는 것이 아니다. 가끔 재구성 과정에서 우리는 감정과 믿음을 더하고, 심지어는 경험하고 나서 얻은 지식을 더하기도 한다.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 얻은 감정이나 지식을 사건에 속하는 것으로 귀속시키므로 과거의 기억은 편향될 수 밖에 없다.
- 길 잃기를 문화사의 관점에서 서술한 최 근작 『길 잃기 안내서A Field Guide to Getting Lost」에서 솔닛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기 좋아하는 인간의 성향을 찬양한다. 길 잃기는 우리가 자발적 통제를 행사할 수 있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낯선 환경의 생소함에 스스로를 맡기고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길(지형적 길과 심리적 길)을 즐길 수 있다. 혹은 우발적으로 불행하게, 심지어는 위험하게 길을 잃기도 한다. 길 잃기의 경계를 탈 수도 있다. 처음 가보는 유명 도시에서 딱히 정해둔 계획 없이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가다 보면 유명 한 명소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필요하면 지도를 꺼내 도움을 받을 수 도 있으니 완전한 길 잃기는 아니다. 솔닛에게 잃는다는 것은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다. “사물을 잃는 것은 익숙한 것이 물러나는 것이고, 길을 잃는 것은 낯선 것이 나타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추구한 것이든 아니든 길 잃기는 어떻게 보면 기억의 성 패에 관한 것이다. 길을 찾으려면 자신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자신 이 최근에 (혹은 그렇게 최근은 아니더라도) 어디에 있었는지를 주목하고, 이런 정보를 부호화하고 인출해야 한다. 주위 환경에 대한 정신적 지도를 작성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계속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솔닛은 길을 잃는 사람들은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곤경을 알아차렸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날씨를, 걸어온 길을, 도중에 만 나는 지형지물을 살피는 기술이 있다. 뒤를 돌아보면 나중에 돌아갈 때의 길이 지금 가는 길과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기술이 있 다. ... 길을 잃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언어, 즉 지구 자체의 언어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거나 멈춰 서서 읽어보지 않는 사람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우리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려는 화자(마르셀 본인) 의 노력을 따라간다. 책 서두에서 마르셀의 기억은 성공하지 못했다. 프랑스 콩브레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단편적 기억으로만 떠오를 뿐이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어머니가 차를 마련해주자 그는 프티트 마들렌 과자를 라임차에 적셔 맛본다. 효과는 즉각적이고 신비로웠다.
따뜻한 차와 파삭거리는 빵가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스라치는 전율이 일었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감미로운 쾌감이 내 감각을 휩쓸고 지나갔는데 도무지 어디에서 연유한 건지 알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삶의 우여곡절은 내게 무덤덤하게, 삶의 재앙은 무해하게, 인생의 짧음은 착각으로 여겨졌다. 이 새로운 감각은 사랑이 그러하듯 나를 소중한 본질로 채우는 효과를 발휘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이어지는 대목은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기억하기의 예로 꼽힌다. 마들렌을 맛보고 난 마르셀의 불가항력적인 감정적 반응은 당연히 그 의 과거 탐구의 종착점이 아니다. 그는 이로 인해 촉발된 재구성 과정을 이후 몇 페이지에 걸쳐 서술하는데, 그의 과거의 단편들은 서서히 어렵사리 하나로 맞춰지기 시작한다. 궁극적으로 마르셀은 이런 기억하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3000페이지가 넘는 소설 쓰기에 매달린 것이다.
- “마음은 스스로를 넘어 서는 문제에 처할 때마다 불확실함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러면 탐색 하는 자, 마음은 캄캄한 곳에서 탐색을 계속 해야 한다. ... 아직 존재 하지 않는 것, 오로지 마음만이 실현할 수 있는 것, 오로지 마음만이 밝은 빛 속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과 마주한다.” 워낙 자주 인용된 (하지만 제대로 검토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이 구절에서 프루스트는 자신이 기억의 재구성적 성격을 완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전적 기 억은 가용한 재료들을 바탕으로 구축되는 것이 틀림없고, 강력한 감각적 인상은 그런 건축물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 이런 과정이 수고스럽기는 하지만 마르셀에게 마침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그가 희망을 접으려고 할 때 자신을 그토록 몰아붙였던 맛이 레오니 아주머니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 이면 차에 적셔 주던 마들렌 과자의 맛임이 생각났다. 그런 연결고리 가 만들어지자마자 나머지 맥락이 즉각적으로 떠올랐다. 그가 노력해 야 했던 부분은 마들렌의 맛을 레오니 아주머니의 기억과 연관시키는 처음의 작업이었다. 이미지가 인출되자 다른 이미지들과 의미들이 곧 바로 자리를 잡았다. 프루스트는 냄새와 맛에는 묻혀 있던 기억을 들추어내는 특별한 힘이 있지만, 다른 기억들의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그와 같은 기억의 집요함을 프루스트가 정리한 대목은 그 자체로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나 오래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이 죽고 사물들이 부서지고 흩어지고 난 뒤에도, 보다 연약하지만 보다 지속적인 맛과 냄새만은... 나머지 모든 것이 폐허로 남은 가운데... 오래도록 침착하게 남아, 작고 거의 만질 수도 없는 정수가 담긴 방울로 회상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굳건하게 떠받친다.”
- 냄새와 맛에 이런 특별한 힘이 있다는 프루스트의 말은 사실일까? 이런 감각들에 특이한 신경학적 속성들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다섯 감각의 대부분은 감각 기관이 받은 정보가 시상(뇌간 바로 위쪽에 있고 해 마로 둘러싸인 뇌 부위)이라고 하는 중간 기착지를 거쳐 뇌의 기억 체계로 전달된다. 냄새의 경우에는 코 안쪽 위에 있는 후각 수용체가 신호를 짧은 경로를 통해 후각피질로, 이어 곧장 해마로 보내고 시상은 우회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기억에서 냄새의 특별한 힘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점이다. 후각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면 미각은 그 뒤를 따라간다. 우리는 사실 기본적인 맛의 아주 좁은 범위만 감지할 뿐이 며, 우리가 경험하는 맛의 복잡성은 대개 후각 체계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과자의 기억을 특별하게 소환하는 맛을 경 험했을 때, 그는 맛을 보는 것만큼이나 냄새도 맡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해부학은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뇌로 이어지는 경로가 다른 감각들에 비해 더 짧고 직접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억에서 특별한 힘을 갖는 것이라고 단정하면 오해로 이어지기 쉽다. 시각 체계의 경우 망막에 있는 광수용 세포에서 시각피질로 이어지는 경로가 길고 구불구불하지만, 자전적 기억에서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인 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프루스트도 후각보다는 시각에 한층 의지하 여 서술한 작가다. 와인 감정에 처음 참가해보면 알겠지만 향을 표현 할 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프루스트 같은 작가가 기억 의 문제를 다루는 책을 시각적 인상들로 채우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냄새가 기억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 내리려면 후각적 기억이 다른 기억보다 더 굳건하게 뿌리 내리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냄새가 유발하는 기억이 먼 과거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영국에서 있었던 한 연구는 자전적 기억이 언어적 단서로 유도되었을 때 열한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에 집중적으로 분포함을 보여 주었다. 회상 절정이라고 알려진 현상에 잘 들어맞는 결과다. 이와 대조적으로 냄새를 단서로 제시하자 회상이 집중되는 시기가 여섯 살에 서 열 살 사이(실비아의 담뱃재 냄새 기억과 같은 시기)로 앞당겨졌다. 냄새가 유발하는 기억은 회상이 몰리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
- 서로 다른 감각들은 제각기 독특한 방식으로 기억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냄새 기억이나 음악 기억에 특별한 점이 있느냐가 아니라 모든 감각 자극이 어떻게 자전적 기억의 인출로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후각적 기억은 독특한 신경 경로 가 있어서(그래서 애초의 반응이 훨씬 감정적이다), 그리고 언어로 다루기 가 어려워서 통합하기가 유독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아무튼 뇌가 다른 채널로 들어오는 감각적 정보들을 잘 통합해서 생생하고 다차원적 인 자전적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냄새가 그림과 함께 짝지어지면 이후에 그림을 볼 때 냄새를 담당하는 피질 부위가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뇌는 내측 측두엽 체계와 다섯 가지 감각에서 받는 정보를 처리하는 각각의 피질 부위 사이의 매끈한 협업을 통해 감각적 연상을 기억한다. 향기와 노래로 인한 기억의 이런 예들은 기억의 다매체적 특징을 강조하면서, 자전적 기억의 형성이 우리가 감각적으로 감정적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기억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 (세스 노터봄, 작가)
- 기억은 오로지 자신의 주인에게만 봉사한다. 오로지 기억하는 사람의 목적을 위해서만 작동한다. 그러므로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요구에 따라 이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허구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볼 수 있다.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정직하게 대면하고자 한다면 기억의 매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 해마는 정보 조각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기억하고 이를 한데 묶어 일화적 기억으로 만드는 일의 주역이기도 하다. 기억을 인출할 때 이런 요소들 가운데 하나가 의식에 포착되기만 해도 해마는 연관관계 패턴을 복원하여 기억의 다른 특징들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 해마는 기억 자체를 저장하지는 않는 것 같고(일화적 기억을 이루는 기본 재료들은 피질 곳곳의 여러 장소에 분포되어 있다) 이런 요소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저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연관관계에 특별히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자 료를 접할 때마다 해마가 유독 활발하게 돌아간다는 것이 뇌 영상 스 캔으로 확인되었다. 캐나다 과학자들의 뇌 영상 연구 결과는 좌반구 해마의 한 부분이 의 미적으로 새로운 문장에 반응했음을 보여주었다(구문적으로 새로운 문장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관념들 사이의 관계를 바꾼, 즉 문장의 의미를 바꾼 정보는 특별히 뇌의 이 부위를 활성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정보는 참가자들이 더 정확하게 기억한 것이기도 했는데, 해마가 기억 형성에서 맡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 다. 새로운 정보가 기억되려면 기억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는 내측 측 두엽에서 폭포처럼 풍성한 활동들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뇌의 이 부위를 작동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새로운 의미적 정보밖에 없다는 사실은 기억이 표층적 형식이 아니라 의미에 기댄다는 뜻이다.
- 어떤 정보가 부호화될 때는 기억의 대상과 당시 그 주위에 있는 단서 사이에 연관관계가 만들어진다. 맥락이 기억을 촉발하는 강력한 단서인 이유다. 우리는 기억이 일어날 때와 같은 맥락에 있을 때 사건과 정보를 떠올려보라는 요청에 그것들을 더 잘 기억해낸다. 한 실험에서 심해 잠수부들에게 물 아래에서 본 단어 목록들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그들은 뭍에서보다 그것들을 본 7미터 해저와 똑같은 환경에 있을 때 단어들을 더 잘 기억해냈다. 범죄 수사에서는 목격자의 기억을 돕 기 위해 범죄 현장에 다시 데려가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기억하기 는 넓게 보면 부호화의 환경과 인출의 환경이 우연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부호화의 순간에 주위에 있는 단서들이 기억되는 재료와 함께 저장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런 단서들을 접하면 기억이 다시 활짝 펴서 의식에 불려갈 수 있다.
- 기억은 점차 조직화되면서 더욱 믿을 만하게 된다. 기억의 흔적이 확고하게 각인될수록 다른 기억과 더 구별되게 되고, 자아와 관계되는 정보와 통합될 가능성도 커진다. 기억을 독보적이고 지속적으로 자신 의 경험의 일부로 만드는 특징들이 더욱 더 두드러진다. 다른 정보 출 처와 잘 통합된 이런 양질의 기억은 그만큼 불러오기도 쉽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실제로 일어난 일과 분리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기 억은 단편들과 통합되지 못한 감정의 세계에서 벗어날수록 그만큼 왜곡에 취약해진다. 기억은 조직화되면 될수록 그만큼 미끈거리게 된다.
- 우리는 기억할 때 그저 사건을 정신적 DVD로 기록했다가 회상하는 순간에 그대로 돌려보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현재 순간에 만들어지는 구성물이다. 사건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앞서 보았듯이 자전적 기억에는 내측 측두엽 회로(해마와 인접해 있는 피질 부위를 포함하여)와 전전두피질의 통제 체계간의 면밀한 협업이 동반된다. 감각적 기억의 단편들이 뇌의 감각피질 에서 들추어지고 사건에 대한 보다 추상적인 지식의 표상과 뒤섞인다. 그런 다음 현재의 요구에 따라 재결합된다. 이런 적극적인 재구성 과정을 거치므로 기억이 왜곡에 그토록 취약한 것이다.
-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행복한 사랑은 하나의 이야기, 무너지는 사랑은 둘 이상의 경합하고 상충하는 이야기이고, 무너진 사랑은 발치에 놓인 깨진 거울 같은 것이다. 각각의 조각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비춘다. 좋았다는 이야기, 끔찍했다는 이야기,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이야기, 저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이야기도 있다.” 적어도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에 는 합의가 유지되어야 한다. 한 친구는 남편과 이혼하고 나서 기억과 관련되는 온갖 종류의 불일치가 갑자기 수면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함 께 지내는 동안에는 세부사항에 대한 이런 이견이 공공의 이익을 위 해 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 실험의 조건이 정확하게 설정되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기억을 주입하 는 일은 의외로 쉽다. 그리고 이런 회상은 대단히 생생한 경우가 많음 을 워릭 대학 킴벌리 웨이드의 연구가 보여주었다. 웨이드는 실험에 참 가하는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협조를 얻어 어린 시절 사진을 손에 넣 었고, 열기구 탑승과 같은 사건이 학생에게 일어난 적이 없음을 확인 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의 어린 시절 얼굴을 비행 중인 열기구 상자와 같은 결코 경험해보지 않은 맥락 속에 집어넣는 조작을 가했다. 학생 들에게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고 2주가 지나자 절반가량이 어린 시절에 열기구를 탔던 것을 때로는 상당히 상세하게 '기억'했으며 사진이 진짜 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놀랐다. 기억의 영역에서는 생생함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보증하지 않는다.
- 커라더스의 분석에 의하면 기억술memorin 은 현대적 개념의 인지 cognition'에 더 가깝다. 의미적 기억과 일화적 기억, 사고와 추리, 감정과 상상을 포괄하는 말이다. 구성적이고 조합적인 작업으로 옛것을 끝없이 되새김질하기보다는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이는 여러 다른 종류의 정보를 결합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복사기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컴퓨터로서의 기억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기억술은 수도승의 명상이라는 과업에, “신에 대한 생각을 만드는 기술에 적합한 것이 된다. 명상은 영적 완전함에 대해 창조적으로 유연하게 생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12세기 주석가 성 빅토르의 휴 고의 말에 따르면 명상은 “열린 공간을 활보하는 기쁨을 누리며 ...주제들을 이렇게도 연결해보고 저렇게도 연결해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수도승은 성경의 가르침을 포괄적으로 기억해서 어느 대목에도 자 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중세의 기억술은 초인적인 학습 솜씨 를 자랑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신성함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원 재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철저하게 현대적인 개념의 기억이다. 앞서 보았듯이 기억하기는 사건의 고정된 표상을 마음속에 불러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재조합하는 것에 가깝다. 중세 시대에 사고의 기술은 이미지 만들기에, 사람의 사고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여 기억을 돕는 장치에 크게 의지했다. 생갈의 설계도나 실제 혹은 가상 의 건축을 묘사한 성경의 기록 같은 회화술은 수도승들에게 자 신의 지식을 조직하는 유용한 뼈대, 간편한 청사진이 되었다. 사상가는 그런 설계도를 내면화하고 거기에 자신의 이미지들을 이식했다. 이런 이미지들 각각이 별개의 단위, (현대의 인지과학 용어로 말하자면) 지 식의 '덩어리chunk를 나타내게 된다. 커라더스는 말한다. “중세의 기억 술은 보편적인 생각하는 기계였다. .... 경험(책으로 접하는 경험을 포함하여)이라는 곡물을 빻아 정신적인 가루로 만들어 몸에 좋은 빵을 만들도록 하는 제분소이자 지혜롭고 노련한 모든 석공이 새로운 물건을 만 들기 위해 제작법과 사용법을 배웠던 윈치(밧줄을 사용하여 무거운 물건 을 올리거나 내리는 장치 옮긴이)이기도 했다.” 기억술이 가진 흥미롭게도 현대적인 느낌은 다른 특징들에서도 드러난다. 기억의 이미지는 감정적 힘, 마음에 달라붙어 생각에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으로 인해 선별된 것이다. 회상과 낯익음을 담당하는 신경 체계가 변연계의 감정의 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관심이 있 는 현대의 인지 신경과학자들은 기억을 본질적으로 감정이 덧대어진 것으로 보는 이런 견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억을 구성적이고 조 합적인 것으로 여기는 중세의 견해는 정보가 모든 세부사항에서 충실 하게 복제되는 것보다 연산의 효율성이 좋은 구성적 기억을 높게 치는 현대의 정보처리 분석과 맞아떨어진다. 기억술은 또한 기억하는 사람 이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결합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알려준다. 신에 대한 기억을 하고자 할 때 사상가는 자신의 지식과 성경에서 묘사한 것을 접한 경험을 혼합한다. 그래서 예루살렘인은 항상 자신에게 익숙한 풍경과 건축의 일부를 포함하는 것으로 상상했고, 어떤 수도승의 영적 완전함에 대한 견해도 다른 수도승의 그것과 같지 않았다. 따라서 중세의 기억술은 기억에서 상상력이 행하는 역할을 바라보 는 새로운 (실은 낡은) 방법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기억하기가 현실에 없는 다른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능력에 달렸다는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글쓰기의 주제가 되었고, 인지 신경과학의 흥미로운 새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사실 이것은 애초에 왜 우리에게 고맙게도 기 억이라는 것이 주어졌는지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 요컨대 우리의 기억은 세부사항은 건너뛰고 우리가 저장하려고 하는 정보의 실제적이고 유용한 의미에 집중하면서 맡은바 임무를 대체로 잘 수행한다.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은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는다. 기억이 현재 태도에 조종되는 편향bias이나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던 사 건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피암시성Suggestibility 같은 기억의 오류들은 사건을 재구성할 때 여러 다른 출처의 정보들을 취합하는 조합적 체 계가 작동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대니얼 샥터와 도나 로즈 애디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와 같은 실수는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것을 기억하 는 능력을 받쳐주는 적응적이고 구성적인 과정들이 건강하게 잘 돌아감"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억의 허점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기억의 오류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표시로 볼 수도 있 다. 정보를 저장하는 체계는 어떤 것이든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만, 있 는 그대로 기억하는 푸네스의 체계에 비하면 우리가 가진 재구성적인 기억 체계의 실수는 그럭저럭 용인할 만하며 진화적 틈새에 단연코 더 잘 적응한 것이다. 기억의 잘못들은 우리의 기억 체계가 어떻게 작 동하는지 밝혀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왜 진화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 공한다. 과거를 불러오는 능력은 기억 체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 난 운 좋은 부산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하나의 종으로서 지금 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 는 능력일 수도 있다.
- 기억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인지 심리학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개념 은 아니다. 일화적 기억이 궁극적으로 진화하게 된 이유가 단기적 목 표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라고 여기는 오랜 전통이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중요한 목표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것을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 기억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1970년대 말에 스웨덴의 뇌 생리학 자 다비드 잉바르는 뇌가 기대되는 사건과 관련되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모의실험하고 그 표상들을 저장하여 나중에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하나가 있다. 기억에 수반되는 인지 체계와 신경 체계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로 가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뇌 영상 연구가 이에 대한 확실한 경험적 증거를 제공한다. fMRI 스캐너에 누운 실험 참가자에게 미래의 사건을 상상하도록 하면 과거를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체계와 똑같은 부위에서 활동이 목격된다. 특히 미래를 상상하면 핵심적인 기억 체계를 이루는 것으로 확고하게 입증된 부위인 내측측두엽(해마를 포함하여)과 내측전전두피질이 활발하게 돌아간다.
- 내가 크레몬 포인트의 수영장에 갔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너무도 열심히 그것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기억과 환상 가운데 어느 것인지 판 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자 나는 기억 쪽을 택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기억한 것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뭔가에 대한 기억이 있었으니까. 상상 하는 행위가 있었고 기억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둘이 합쳐지자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고 나를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종류의 가짜 기억은 실험심리학자들이 제법 철저하게 연구하 고 있다. 어떤 사건을 상상하도록 하면 차후에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갖게 되기 쉽다는 것을 여러 연구들이 보여주었다. 이렇게 상상이 기 억으로 바뀌는 현상을 상상 팽창 imagination inflation' 이라고 한다.
- 출처 감찰 체계는 기억의 허점을 이해하는 유용한 모델이 된다. 장면 구성 모델과 마찬가지로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이 동일한 기본 과정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일어난다고 여기며, 우리가 이 둘을 어떻게 헷갈리는지에 대해 심리적 세부사항을 제공한다. 이것은 가짜 기억이 상상력의 부추김을 통해, 잘못되고 부적절한 정보를 통해, 혹은 우리의 현실 판단을 조작하는 술수를 통해 우리 마음속에 심어질 수 있다는 포괄적 증거가 된다. 출처 감찰 오류의 총체적 효과는 스스 로 만들어낸 정신적 사건을 진짜 기억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판단을 내리는 데 가동하는 정보는 완벽하지 않으며, 여기에 관여하는 과정들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정신적 경험의 출처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까다로운 여러 이유가 있다. 확실히 구별되지 않을 때가 많은 정보들을 미묘하게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가운데서 가장 까다로운 요인은 감정이다. 존슨과 동료들의 실험 연구는 감정이 현실 판단을 내리는 기초로 자주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나는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봐. 왜냐하면 확실하게 느껴지거든”). 그러나 감정은 출처를 감찰하고 판단하는 일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사건에 가동된 감정에 집중할 때, 정확한 현실 판단을 내리게 해줄 수 있는 지각적, 인지적 정보에는 그만큼 신경을 덜 쓰기 마련이다.
- 특이하게도 트라우마를 겪은 마음은 어린아이의 마음과 비슷한 면이 있다. 어린아이는 기억의 풍광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법을 배 워야 하는데, 그것은 전쟁이나 학대, 재난의 공포를 겪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린아이의 기억은 단편적이어서 정신적으로 손상되지 않은 아이도 일관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마음도 그렇다. 차이점이라면 성인은 트라우마 사건을 겪기 전에 시간을 통해 확장되는 자아의 감각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성인 트라우마 환자에게 이것은 문제를 가중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트라우마 기억을 억누르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참전 용사들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자신들이 겪었던 공포를 떠올리도록 여건이 마련되면 너무도 생생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 PTSD 치료는 일관성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통합이 일어나지 못하면, 예를 들어 트라우마의 주제가 금기시되는 것이어서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면, 그 기억은 의식의 전면에 고통스럽게 계속 남아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다. 치료의 목적은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레이첼 예후다가 주목하듯이 기억의 빈틈이 끔찍한 기억 자체만큼이나 해로울 수 있다. 치료의 과정은 이런 빈틈들을 채우고 잘못된 해석을 바로잡아 기억을 자꾸 피하려 하지 않고 떳떳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망각은 해결책이 아니다.” 예후다의 말이다. “비록 그 경험이 그 사람에게 고통스럽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기억도 사람들의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그들의 존재의 핵심을 이룬다.”
- 2009년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소설가 페넬로피 라이블리는 나이가 들수록 원할 때면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는 기억의 능력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비록 자신의 젊은 시절과 수십 년의 간극이 있지만 눈을 감고 마음대로 그 시절을 소환할 수 있다. 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기억이 선형적이라는 것은 전혀 가당치 않아요. 머릿속에는 액자들의 집합이 있습니다.” 늙어가는 마음에는 모든 시기가 공존하며, 달력은 좋은 안내자가 아니다. 라이블리의 소설 의 한 여주인공의 말처럼 “내 머릿속에는 연대순으로 기록한 일지 따 위는 없다.” 성년기 초기로 계속 돌아가는 기억의 성향은 그저 사라진 과거를 그리워하는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회상 절정은 자전적 기억의 작동 방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지과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이론들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젊은 시절이 가장 잘 기 억되는 것이 바로 그때가 삶에서 중대한 일들이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대한 일들은 자신에게 더 크게 부각되며 부각되는 일들은 더 잘 기억되기 마련이다. 할머니의 경우에 격변이라고 할 만한 일들은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어났고, 그래서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이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사건 견해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회상 절정의 많은 사건들이 처음으로 경 험한 일들임을 보여준 연구들이 있다. 회상 효과에 대한 또 하나의 가능한 설명은 그저 어린 나이일 때 뇌가 정보를 부호화하는 일을 더 잘해서 더 많은 세부사항들이 각인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전적 기억의 기본 체계는 아동기 중기에 가장 강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르면 회상 절정은 상당히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나야 한다. 세 번째 설명은 회상 절정의 특별한 시기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개성 있는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마사가 증언한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들은 그녀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할머니의 삶에 흔적을 남겼고 1980 년대와 1990년대의 사건들은 그렇지 못했다.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들이 성년기 초기에 일어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람의 생애에 대한 문화적 통념에 이런 정보가 틀림없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도르트 번첸과 덴마크의 동료들은 최근에 열 살에서 열네 살 사이의 아이들에게 앞으로 전개될 자신의 삶을 상상하면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보도록 했다. 이런 미래의 삶의 이야기들을 살펴 보니 대부분이 성년기 초기에 몰려 있었고 결혼이나 자신의 집을 얻 는 것 같은 통과의례적인 일들이었다. 성년기 초기는 그들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므로 아이들이 부호화의 우월성 때문에 성년기 초기의 사건들을 선호했을 리는 없다. 대조군을 위해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간단한 단어를 단서로 주고 미래의 사건들을 상상해보도록 했다. 이 경우에는 생애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문화적 통념에 따 라 사건들이 구축되지 않았고, 성년기 초기에 몰리는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 노년의 기억에 대한 또 하나의 클리셰는 갈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회상 효과의 작동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삶의 중대한 일들은 더 과거에 벌어진 일이 되고 현재는 부각되는 사건들이 상대적으로 뜸하게 보일 테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자신이 한 일들을 떠올려볼 때 그다지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이번 달과 차별화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이런 생각을 일찌감치 표명한 사람으로 19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장-마리 귀요를 든다. 귀요는 이렇게 말했다. “청춘의 인상은 생생하고 신선하고 수적으로도 많아서 그 시절은 수천 가지 방법으로 구별되며, 젊은이가 지난해를 돌아보면 장면 장면이 공간에 길게 쭉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면 흘러가는 순간들을 구별할 것이 줄어든다. 윌리엄 제임스의 애절한 표현을 인용하자면 “하루하루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돌아보면 기억에서 알맹이 없는 단위들로 반듯하게 펴지며, 매년 세월은 갈수록 공허하게 내려앉는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재의 주관적 경험은 기억을 만들고 불러오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신경과학자이자 작가 데이비드 이글먼은 시간 인식과 기억의 관계를 연구하여 어렸을 때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은 더 성년이 되었을 때보다 새로운 정보를 더 많이 마주치고 그래서 새로운 기억을 더 빠른 속도로 부호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 추정할 때 행동들이 더 빼곡하게 들어찬 것으로 보이므로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갔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노년에는 뇌가 처리하는 새로운 경험이 많지 않아서(우리가 행하는 많은 행동들이 익숙한 패턴에 지배되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다) 시간이 보다 빨리 흐르는 것으로 여 겨진다. 조슈아 포어의 표현대로 “단조로움은 시간을 무너뜨리고, 새로움은 시간을 펼친다.” 그렇다면 노인들에게 주위에서 벌어지는 사건 들에 더 많이 주목하도록 함으로써 시간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된 바가 없지만, 이 따금씩 걸음을 멈추고 장미꽃 냄새를 맡는 것으로도 세월의 돌진을 늦추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는 데 다른 요인들이 관여할 수도 있다. 젊을 때는 똑같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는 지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초 신진대사 과정이 느려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 몸은 온갖 종류의 생물학적 리듬의 통제를 받으므로 이런 리듬이 시간 판단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나이든 사람 들이 시간 인식에 허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이든 사람들을 모아놓고 눈을 감고 일 분이 경과한 뒤에 눈을 뜨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나중에 눈을 뜬다. 젊은 성인들은 훨씬 더 정확하고, 어린 아이들은 반대 방향으로 실수를 저질러 성급하게 시간이 다 흘렀다고 말한다.
-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기억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부류의 진실이 있다고 했다. “기억은 선택하고 생략하고 변경하고 과장하고 축소하고 미화하고 헐뜯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만의 현실을 창조해요. 사건들에 대해 잡다하지만 대체로 일관된 해석을 내리죠. 그리고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기억보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더 신뢰하는 일은 없어요.” 이렇듯 기억은 속임수일 수 있지만 대체로 보면 이로운 속임수다. 주인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봉사한다.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다는 이유때문에라도 나는 우리의 기억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과학 의 영역을 훌쩍 벗어나는 것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이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흥분된다. 우리의 기억이 다량의 진짜 사 실들과 건전한 양의 완전한 허구를 통합하여 만드는 구성물이라면, 우 리와 기억과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달라질까? 초창기 기억의 진정성 에 집착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아의 감각에 근본적인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최초의 기억을 서술하는 것을 보면 창조신화의 기능을 할 때가 많다. 버지니아 울 프에게 세인트 아이브스의 아기 방 침대에 누워 있었던 기억은 자신이 의식하는 존재가 된 순간을 나타냈다. 그녀는 이렇게 적었다. 삶이 그 위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토대가 있다면, 채우고 채우고 또 채우는 그릇이라면, 나의 그릇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 기억 위에 서 있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좀 칭찬해줄래  (0) 2020.11.28
지능의 역설  (0) 2020.11.26
어느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0) 2020.10.18
인스타 브레인  (0) 2020.10.08
공간의 심리학  (0) 2020.09.29
Posted by dalai
,

- 당신이 지금 슬픔과 좌절을 느끼는 것은 우울증 때문이 아니다. 우울증은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을 하나로 묶은 뒤 모두에 게 똑같은 약을 나눠주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명칭일 뿐이 다. “우울증이 있으시군요. 항우울제를 드십시오. 끝. 다음 환자분!" (마크 하이먼 박사Dr. Mark Hyman)
미국인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하이먼의 위 글은 왜 항우울제가 당신 생각만큼 잘 듣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른바 '우울증' 환자 모두에게 똑같은 약이 처방되는 것 도 모자라 번아웃, 불안증, 식이 장애, 수면 장애, 만성 통증, 허리 디스크, 스트레스성 방광염, 조루증을 비롯한 수많은 심신상 질병에도 똑같은 약이 처방되고 있다.
-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 몇 개를 조작하는 것으로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유혹적이지만, 그만큼 아주 순진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방금 예로든 질병 중 그 어떤 것도 하나의 원인, 즉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결핍과 수많은 스 트레스 유발 상황에 환자 각각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어떻게 반 응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당신이 심리 치료를 받고 마침 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들을 다 제거했다고 해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요소들이 있 다. 사람에 따라 특정 멘털 테크닉(정신 요법을 이용해 부정적 인 생각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는 게 좋은 사람이 있고, 햇빛을 더 많이 받고 조금 더 움직이기만 해도 충분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사람마다 약이나 특정 음식에 다 다르게 반 응한다. 몸속에 특정 미량 원소가 부족하거나 과다하기만 해도 우울증, 불안증, 번아웃이 생길 수 있다. 모르고 지나가는 몸속 염증이나 외상으로 인한 신진대사 교란도 마찬가지다. 이런 서 로 다른 원인들을 단지 알약 몇 개로 몽땅 제거하려 한다면 진짜 원인이 무시되어 버리는 탓에 병이 재발하고 때로 이전보다 더 악화된다. 항우울제, 베타 차단제, 안정제, 제토제 등등 모두 진짜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남겨둔 채 증상만을 치료하는 약들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시끄럽다고 화재경보기만 끄고 집은 계속 타게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제 증상을 다뤄야 하는지 알고(화재경보기 끄기), 우울증 혹은 번아웃(화재)의 진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만 정신적 문제들이 계속 타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처음부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약물에 의한 발병이 아니라면) 번아웃에서 시작한 사람과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고 습관을 갖고 있다. 전자는 '계산된 비관주의 Calculated Pessimism 경향이 강하고 후자는 완벽주의 소질이 강하다. 당신이 이 두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면 아래의 간단한 테스트로 어느 쪽의 경향이 더 강한지 찾아낼 수 있다. 계산된 비관주의와 완벽주의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이 책으로 두 배의 효과를 볼 것이다. 우울증을 고칠 기술과 번아웃을 고칠 기술, 둘다를 이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저는 그 정도로 부정적이진 않습니다!” 내가 당신이 계산된 비관주의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면 환자들이 늘 하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 가족에게 물어보세요. 전 정말 불평이라곤 없는 사람이라고요!” 대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계산된 비관주의자들은 생각과 행동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에게 “잘 지냈어?”라고 물어봐라. 그럼 대체로 “그럼 잘 지냈지!” 라는 말을 할 것이 다. 하지만 이 사람은 세상과 자신을 속이고 있다. 그렇게 말하 면서 사실은 무의식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피곤해 죽겠어. 다 너무 힘들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이런 질문부터가 스트레스야.
그래서 더 이상의 질문이 나올 수 없게 대답해 버린다. “그럼 잘 지내지!”, “다 좋아!”, “괜찮아!” 보다 더 좋은 대답이 어디 있 겠는가?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의 진짜 속내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적절히 반응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이들은 속을 드러내는 대신 제대로 기능하려고 나름대로 최대한 오랫동안 노력한다. 그런데 그렇게 진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다음과 같은 생각과 만나게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어차피 나를 도와줄 수 없는데 뭐하러 너까지 힘들게 해?" 또는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말 안해도 알 거야.”
과부화가 걸린 몸과 마음에 외로움까지 더해지면 우울증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분명 그 단계까지 갈 필요는 없다. 그런 생각들이 대개 잘못된 믿음 문장들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 완벽주의자는 대개 휴가 때조차 직장 상사, 고객, 동료, 친척, 지인들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해둔다. 이 정도의 '의리'는 이 들에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동안 단 한 사람이 외면받고 있음 을, 즉 자기 자신이 등한시되고 있음은 스스로 알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언제나 벌써 해치 워야 했을 일이 남아있다. 그 모든 일이 자신을 얼마나 짓누르 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때쯤에는 자꾸 이 런 생각이 들 것이다.
"너무 힘들어, 더는 못하겠어."
이런 생각이 자주 들수록 집중력과 생산력이 그만큼 사라진다. 그럼 어이없는 실수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완벽주의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므로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된다.
- 번아웃에서 이어진 우울증은 비상용 차단기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스로는 절대 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 정신은 우울증을 이용해서라 도 억지로 휴식을 주려고 한다. 물론 편안한 휴식과 우울증은 거리가 멀긴 하지만.
- 비관주의자는 진짜 완벽주의자에 비해 다시 정상 적인 삶을 살기까지 더 오랜 치료와 보호가 필요하다. 더 강력한 우울증을 부르는 사건을 겪을 위험성도 더 크다. 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부정적인 생각을 너무 오래 한 탓에 뇌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뇌는 이제 자발적으로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오랫동안 부정적인 쪽으로 훈련된 탓에 신경세포들이 그쪽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치료법이든 지속적인 효과를 보려면, 새롭게 사고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단단히 굳혀나가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치료법들은 바로 이 점에서 많은 약점을 보인다. 이 환자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 코치 겸 치료사다. 그것도 가능한 한 매일같이 훈련을 시켜줄 코치 말이다. 처음에는 작은 발걸음 하나로 시작하되 우울증 뇌가 모든 부정적인 증상이 사라진 뇌로 완전히 탈바꿈할 때까지 발걸음의 폭을 조금씩 넓혀나가야 한다.
- 번아웃이 무조건 우울증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번아웃과 우울증을 몇 번씩 왔다 갔다 했다고 모두 양극성 장애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다 만 양극성 장애가 있다면 거의 대부분 번아웃 문제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치료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대개 마른하늘에 날벼락 처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육체적 요소들이 중요한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양한 약물의 부작용 및 상호작용, 갑상샘 관련 질병, 특정 물 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같은 몸의 문제들이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저런 약을 많이 먹거나 갑상샘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 유럽 전체 인구의 8퍼센트에 해당하는 4천만 명 이상이 현재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10명 중 1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항우울제는 대부분 뇌 속 세로토닌 수치 를 높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울증 환자가 세로토닌 부족에 시달 리고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 우울증 환자 중에는 심지어 '건강한 사람들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눈에 띄게 높은 사람도 많다. 높은 세로토닌 수치와 행복감 사이의 관계도 증명 된 적이 없다. 뇌 속 세로토닌이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행 복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세로토닌 수치가 높으 면 성기능 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에어츠트 차이퉁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59퍼센트가 성기능 장애 문제를 갖고 있다.
* 우울증은 여러 다양한 요인으로 발병하고 이 요인들은 부분적으로 서로 영향을 준다. 몸과 마음을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우울증에서 빨리, 그리고 영원히 벗어나는 데 필요한 단계들을 밟아나갈 수 있다.
*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결핍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그러므로 뇌 속의 이 신경전달물질들의 분비량을 조작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우울증을 꼭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항우울제는 중증 우울증에 쓸 수 있으나 이 경우도 몇 달만 복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 우울증이 일정 간격을 두고 반드시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 치료했을 때만 재발한다. 진짜 원인을 알고 치료한다면 우울증의 재발이나 악화 없이 살아갈 가능성이 실제로 매우 높아진다.
- 번아웃에 대한 가장 강력한 거짓이 바로 번아웃이 사실은 우울 증의 또 다른 이름, 즉 우울증보다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수 월한 이름이라는 생각이다. 바로 이 거짓 때문에 수많은 의사들이 번아웃에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나는 번아웃 상태입니다”가 “나는 우울증입니다” 보다 더 듣기 좋다. 번아웃은 직장, 혹은 가정, 또는 둘 다에서 자신을 새 까맣게 태울 정도로 스스로 오랫동안 희생해 왔음을 암시한다. 그에 반해 우울증이라고 하면 그냥 아픈 것이다. 게다가 대개 명백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다시피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간 번아웃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라면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이 더욱더 의미가 없다.왜냐하면 이 경우 치료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성 번아웃 증후군이라면 그 정도로 자신을 지치게 만든 원인만 파악하고 나면 대개 치료된다. 그 원인은 대부분자기와의 적대적인 대화, 혹은 '사고방식의 오류 인데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에게 이런 원인들이 만연해있다. 이런 원인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면 당연히 맑은 머리와 건강한 육체, 즉 신뢰할 만한 신호를 보내는 육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항우울제를 복용 한 후라면 이 둘 다를 갖기 어려워진다. 피로, 두통, 수면 장애, 소화 장애, 성기능 장애, 메스꺼움, 체중 증가가 항우울제의 가 장 흔한 부작용들이니까 말이다.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을 의도 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 이것은 분명 좋은 출발선이 아니다.
-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당신 정신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 당신의 정신이 무의식을 이용해 비상용 차단기를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 이다. 작가 겸 사진작가인 울리히 샤퍼Urich Schaffer는 이런 심 신의 협력 작용을 다음과 같이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정신이 육체에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해 봐. 이 사람은 내 말은 들어먹지를 않아. 네 말은 들을 지도 모르잖아."
육체가 정신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아파볼게. 그럼 이 사람이 너를 위해 시간을 낼 거야.”
-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은 약물로 치 료해야 하는 질환이 결코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도 비상용 차단기다. 당신의 정신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당신을 당신 자신으로부터 보호하며 억지로라도 안정시키고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오류들을 알아차리고 없앤다면 번아웃 또는 우울증은 모두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단 불필요한 약물로 심신 체계를 교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심신 체계가 교란되면 정신과 육체사이의 교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 우울증과 번아웃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르므로 다른 방식으로 치료해야 한다. 몸이 둘이 기본적으로 서로 다름을 모르고 잘못 치료한, 혹은 전혀 치료하 지 않은 번아웃 증후군의 경우 진짜 우울증을 부를 수도 있다. 번아웃 상태에서 과부하 상태가 지나치게 오래가거나 잘못 치료할 때 우울증이 온다.
* 번아웃은 항우울제로 치료할 수 없다. 항우울제는 보통 뇌의 사고 능력을둔화시킨다. 그러나 번아웃 환자들의 내면에는 자신을 닦달하는 사 람이 여전히 건재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해서 사고 능력이 둔화한다면 스스로 빽빽하게 채워넣은 일과를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 럼 압박이 더 심해지고 이것이 번아웃을 악화시킨다.
* 번아웃은 워라밸을 맞추는 것만으로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부족한 여가, 혹은 취미 활동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그곳에서 진짜 휴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런 활동을 하는 동안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의식적으로 끊임없 이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워라밸을 맞추기 전에 사고 과정의 효과적인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 '리프레이밍reframing', 즉 재해석' 이란 원래 체계적인 가족 치료를 위한 기술이지만 부정적인 사건을 재빨리 극복하고 덜 위협적으로, 혹은 덜 아프게 느끼게 하는 데도 매우 훌륭한 기술이다. 무언가를 리프레이밍 하는 것에는 또 다른 장점 도 있다. 사건을 재해석하다 보면 화를 내며 웅크리고 있기 보다 해결책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 리프레이밍 기술은 우울증과 번아웃에도 똑같이 큰 도움이 되므로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반면 진짜 계산된 비관주의자는 재해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앞으로 생겨날지도 모를 위험성을 외면하지 않는 자신이 현실을 직시하는 거라 여긴다. 계산된 비관주의자 는 미래에 올 나쁜 일을 예측해야 그 나쁜 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도 정신적으로 최악의 상태에 미리 준비되어 있으므로 덜 실망할 것 같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큰 착각일 뿐이다. 뇌 과학과 신경 가소성으로 우리가 알게 된 게 있다면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일 테니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과 계산된 비관주의는 나쁜 사건으로부터 우리 를 보호해주지도, 그 사건으로부터 느끼게 될 아픔을 줄여주 지도 못한다.
부정적인 생각과 계산된 비관주의는 자꾸 지나치게 부정적 인 것만을 인식하도록 우리 뇌를 훈련한다. 반면 다른 모든 긍 정적인 것을 볼 능력이 똑같이 그곳에 존재함에도 신경학적으로 점점 움츠러든다. 이제 이들은 기회가 생겨도 그 기회를 잡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이유들만 보게 된다. 그렇게 이들은 많은 기회들을 놓치게 되고, 가진 것이 더 적어지고, 불만은 점점 더 커지는 상태에 빠진다.
-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잘못될 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감히 사업을 하려 들지 않는다. 부정적인 사람은 가능한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일을 선호하고, 그래서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만다. 이 사람은 자신이 언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삶을 선호한다.
- 무언가를 먼저 철저하게 규명해야 그것에 이별을 고하고 앞 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사고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신경 가소성에 대해 지금까지 당신이 배운 것들을 기초로 해서 다음 질문에 답해보기 바란다. 심리 치료사와 50시간 이상 당신의 유 년기의 나빴던 점을 모두 들추어 낸다면 당신 뇌의 신경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렇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이나 관련 신경 회로를 다시 연결했으므로 결과적으로 그 불편한 기억과 감정을 예전보다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이어서 부모와 더는 말도 섞기 싫을 수도 있다. 아니면 헤어진 전 파트너에게 긴 편지로 해묵은 분노를 다시 터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기분이 좀 나아졌는 가? 그렇지 않다! 그런 심리 치료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 후에도 궁극적인 해방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 대신 분노를 느끼거나 체념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대단히 바람직한 감정은 아니다. 무언가를 철저하게 규명한 다음 이별을 고한다는 생각 자체는 기본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와 같이 정말 슬픈 상황이라면 이런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도움도 된다. 이 문제는 이 장 뒤에서 다시 자세히 살펴볼 것이 다. 여기서는 당신의 유년기가 아무리 나빴고 부당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점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음을 알고 넘어가자. 바로 유년기가 지나갔다는 점 말이다. 지금 여기서 당신을 괴롭히는 문제는 단지 지금 여기서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이 책을 여기까지 읽었으므로 이미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고의 틀을 바꾸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하기 바란다. 변화가 기본적으로 어렵고 오래 걸릴 거라는 생각조차 단지 믿음 문장일 뿐이다. 이 믿음 문장은 사실도 아니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 충분한 육체 활동은 햇빛 공급과 적절한 영양 공급과 함께 이른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생산에 결정적 인 역할을 한다. BDNF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는 뇌세포와 시냅스 생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간단하게 말해 우리 뇌를 생성하는 주요 건축자재라 할 수 있다. 이 단백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그만큼 기억력과 사고 능력이 좋아지고, 문제를 더 빠르고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만족감, 기쁨, 가벼움, 여유를 느낄수 있다. 반대로 우리 몸이 이 중요한 단백질을 거의 생산해내지 못하면 제일 먼저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한다. 이 단백질이 오랫동안 결핍되면 불안증, 우울증, 번아웃, 수면 장애가 심해 진다. 심지어 알츠하이머와 뇌전증 발생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기도 한다.
- 공원을 산책하던 중 샤피로는 눈동자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계속 옮겨갈 때 우울한 생각들이 쉽게 사라짐을 알아챘다. 그래서 안구 운동법을 개발 했고 그것을 대화 치료 같은 기존의 심리 치료법과 결합한 다음, 지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치료법인 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을 개발해냈다. EMDR은 안구 운동을 통해 둔감화를 이끌어낸 다음 재조건화 한다는 뜻이다. 이 치료 법은 특히 우울증을 동반하는 불쾌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 군에 당시 관례적인 행동 요법들보다 훨씬 빨리 원하는 치료 효과를 만들어냈다.
- 안구 운동과 신체 운동이 대체로 같이 일어나고, 우리 정신에 일상적인 긍정 효과까지 어느 정도 불러일으키는 활동으로 어떤 것이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많이 떠올랐 다. 예를 들어 야고보의 길 성지순례도 종일 걸으며 쉴 새 없이 변하는 풍경에 눈길을 준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게다가 그러는 동안 햇빛도 충분히 받으므로 비타민 D도 가득 충전하는데 이것도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매우 좋다. 일상의 스 트레스를 뒤로하고 숙고하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도 매우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성지순례 동안 급격하게 올라간 BDNF 단백질 수치와 그 결과 뇌가 '근본적으로 재정립 된 것이 이때 느끼는 행복감에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BDNF 단백질이 충분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더 나은 생각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구현되곤 한다.
-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달리기만 하는 사람은 반드시 건강해진다고 보기 어렵다. BDNF 단백질 수치 상승으로 모든 면에서 혜택을 보려면 그 전에 몇 가지 합리적인 목표를 정해두면 좋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불행했던 관계를 잘 작별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 보겠다는 목표도 좋다. 그것도 아니면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들이 정말로 꼭 필요한 약인지 그 효과를 검증해 보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물론 그 약을 처방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가봐야 할 것이다. 덧붙여 말하지만 그러는 동안 해결책이 당장 눈앞에 나타나 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우리 뇌는 어차피 BDNF 단백질이 다시 충분해지기 전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그것보다는 이제부터 당신이 더 많은 움직임을 통해 얻어낼 단백질 그 하나하나가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곳에 제대로 투입되도록 늦지 않게 항로를 잡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진실은 우리가 여전히 항우울제(리튬도 마찬가지)가 우 리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 문외한이 고장 난 텔레비전을 다루듯 우리 뇌를 다룬다. 텔레비전 화면이 깜빡거리면 텔레비전을 주먹으로 쳐본다. 운이 좋으면 화면이 다시 제대로 나오고 그럼 보던 영화를 이어서 본다. 그렇게 때린 것이(그러니까 항우울제가) 이 텔레비전(우리 뇌)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계속 쾅쾅 두드린다(계속 복용한다). 그렇게 두드린다고 망가진 텔레비전을 고칠 수 없음은 당연하고 그렇게 한 번씩 때 릴 때마다 더 망가지게 할 위험이 더 커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프로게스테론 복용은 피로감, 어지러움, 두통, 우울감을 동반하는 기분 저하를 부를 수 있다. 더불어 알코올과의 상호작용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호르몬 복용 전후 두 시간 안에 와인, 혹은 샴페인 한 잔만 마셔도 때에 따라서는 마치 한 병을 다 마신 듯 정신이 혼미해지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에스트로겐도 일련의 불편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메스꺼움, 다리 경련, 체중 증가(특히 복부 지방 증가), 가슴 통증, 두통, 그리고 역시 여기서도 우울증이 그 부작용 중 하나다. 의심쩍은 약들 여러 개를 오랫동안 함께 복용할수록 이 부작용들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러므로 당신이 만약에 갑상샘 합성 호르몬제를 꼭 복용해야 하는데 혈압강하제도 복용해야 하고, 갱년기라 여성 호르몬제도 복용해야 한다면, 당신의 정신적 문제들이 생겨난 이유가 애초에 그런 약 들의 조합에 있을 수도 있음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항우울제까지 복용한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 혈뇌장벽을 넘나드는 일련의 물질들이 있다. 이 물질들이 혈뇌 장벽을 넘나들게 되면 우리의 정신이 그 즉시, 당신도 당신 몸으로 이미 적어도 한 번은 경험했을 반응을 하게 되어있다. 산소, 이산화탄소 같은 가스와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과 성호르몬도 이런 물질에 속한다. 설탕(포도당),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같은 중독성 강한 물질, 수면제, 안정제도 이 장벽을 통과해 뇌 에서 그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없게 만 들어진 자연 물질과 합성 물질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모든 물질이 통과된다면 우리는 곧 바로 육체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아프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혈뇌장벽을 넘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 게서 특히 더 자주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 (부작용으로) 목격되는 일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 뇌에 활성 물질을 잠입시키는(원래는 불가능한 일) 길을 찾으려는 연구가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연구가 성공하면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희망한다. 물론 상반되는 노력도 있다. 미국서 던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혈뇌장벽이 헐거워 짐을 증명했다. 이 팀은 바로 그것 때문에 나이가 들면 치매가 잘 생긴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뇌의 자연적인 안전장치 를 더 강화하는 것이 모든 속임수를 써서 혈뇌장벽을 헐겁게 하 는 것보다 더 바람직해 보인다. 내가 이해하기로 이것은 전체론적 접근법을 지향하는 의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나는 인간이 혈뇌장벽 같은 유용한 장치가 생겨나도록 진화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인간의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복잡한 조직 인 것이다. 뇌의 기능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현재 우리의 상태는 석기시대 인간이 주먹도끼를 갖고 정밀한 시계를 고치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고치기보다 더 고장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 뇌에 뇌가 원하지 않는 이물질 들을 잠입시키려는 노력도 마찬가지 결과를 부를 듯하다.
- 글루텐은 주로 밀가루에 들어있지만 귀리, 호밀, 스펠트밀에도 들어있는 천연 단백질이다(단백질 점착 물질이라고도 한다). 전문 의학 용어로 '셀리악병' 이라고 하는 진짜 글루텐 과민증은 세계 적으로 지금 약 100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다고 한다. 이 환자들 은 글루텐 함유 음식을 먹으면 복부 팽만, 복부 통증, 설사에 시 달린다. 몸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매우 극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 다. 그 예로 2013년 있었던 한 연구는 글루텐 섭취와 우울증적 정신장애 발병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이것은 진짜 셀리악병 환자만이 아니라 훨씬 약한 형태의 글루텐 과민증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과당 과다 섭취가 특히 뇌 속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생성을 책임지는 단백질의 활성화를 막는다고 한다. 이것은 나아가 의지 활동을 책임지는 뇌의 부분을 본격적으로 쪼그라들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너무 많은 과당은 우리를 뚱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심 지어 멍청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음식이 과당의 그런 부정적인 작용을 상당히 반감시킬 수 있다. 상호작용이 긍정적인 경우도 분명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아마씨 오일, 호두 오일, 평지씨(유채 오일이나 연어, 참치, 고등어, 청어 같 은 바닷물고기에 풍부하다. 그리고 방목한 닭의 알, 아보카도, 시금치, 호박, 방목한 소의 고기에도 이 소중한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 입속 점막에는 미관구라는 약 10,000개의 맛 봉우리가 있 는데 이것들은 10~14일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결정적으로 그 시간에 우리가 먹는 음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맛 봉우리 각각의 민감성이 바뀔 뿐만 아니라 맛에 대한 요구도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변 화는 물론 맛 봉우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입맛과 특정 성분의 갈망에 관여하는 우리 뇌의 부분들도 우리가 먹는 음식 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특정 음식에 대한 갈망이 생기는 것은 우리 몸에 지금 당장 그 음식 성분이 필요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특정 음식을 평균 이상으로 자주 먹는 것이 그 갈망을 부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건강한 음식과 해로운 음식을 구분하지 못한다. 자주 먹거나 마시는 것일수록 더 찾게 되어있다. 이것이 독일인 한 명당 연간 설탕 섭취량이 35킬로그램에 달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것은 하루에 평균 96그램을 먹는다는 뜻이다.
- 면제 우울증은 오랫동안 끌던 힘든 일이 마침내 사라질 때 주로 나타난다. 정신 역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우리 정신의 똑똑하기 그지없는 보호 기능이 발동한 것이다. 목표 달성으로 기분 이 좋은 사람은 그런 행복감 속에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보다 그 즉시 새로운 목표를 찾고 또 전속력으로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쉬운데, 이런 자가 동력 시스템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앞에서 코앞의 당근을 먹지는 못하고 좋기만 하는 당나귀 이야 기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목표 달성 후 우울증이 찾아 오면 억지로라도 어느 정도 쉬어가게는 된다. 면제 우울증은 특히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하여 금 다른 목표로 달려들기 전에 쉬게 하고 힘을 모으게 한다. 이 우울한 기간은 대개 2~3주 정도에 그치는데 이 정도면 번아웃 에 걸리지 않게 하는 효과로는 충분하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을 적극적으로 축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쉬며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더 영리한 자세일 테다. 그래야 우울증 이라는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휴식을 강요하는 대신, 성공을 정말로 만끽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한 후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세로토닌도 시금치 신화와 같은 경우다.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 가면 행복해진다는 거짓말이 일단 세상에 한번 알려지고 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거의 2명 중 1명이 그게 사실이려니, 혹은 사실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수천 권의 책에서 거짓이 진실로 실렸다고 해서 지금의 시금치가 100년 전 시금치보다 더 많은 철분을 함유하게 되지는 않는다. 다량의 세로토닌이 부득이하게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는 않는다. 오히려 세로토닌 증후군이란 말로 요약되는 불편한 증상들은 물론이고 성기능 장애까지 부른다. 세로토닌 증후군에는 메스꺼움, 과도한 땀, 빈맥, 설사, 가쁜 호흡, 불안감, 환 각, 전율, 근육 경련, 발작 등의 증상이 포함된다. 이 정도라면 항우울제 복용으로 정말로 세로토닌 수치를 올리고 싶은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정신 요법 의사인 토어스턴 파드베르크는 2018년 정신요법저널Psychotherapeutenjournal에 발 표한 논문에 항우울제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가벼운 우울증 혹은 중간 단계의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는 평균적으로 기껏해야 플라세보 정도의 효과를 낼 뿐이다. 항우울제 치료로 실질적으로 약리학적 효과를 얻을 가능성은 14퍼센트 정도다. 그러므로 당신은 (입안 건조, 체중 증가,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 성욕 상실 같은) 가능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 이 14퍼센트의 가능성 때문에 항우울제를 시도할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2013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항우울제가 우울증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면, 그것은 항우울제가 일종의 부작용으로서 항염 작용을 갖기 때문임을 추측하는 논문이 하나 실렸다. 이 점은 왜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는 경우) 2~3주 후에나 그 효과를 드러내는지도 설명해준다. 항우울제가 늘 주장되듯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준다면 그 효과는 복용 후 몇 시간 안에 드러나야 한다. 반면 우리 몸의 염증이 성공적으로 사라지는 데는 며칠에서 심지어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몸의 염증을 찾아내 치료하면 우울증도 며칠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년 동안 과학·의학 전문 텔레비전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나는 요로염, 비염, 혹은 잇몸염이 우울증 증상을 동반한다고 보고하던 의료인을 많이 만났다. 그런 경우 해당 염증이 사라지자마자 대개 정신적으로도 놀랍도록 빨리 회복된다. 참고로 특히 장염이 그렇다. 장이 제2의 뇌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검진을 철저히 하고 의사에게 종합 혈액 검사 만이 아니라 무기질 수치 검사도 해보자고 하자. 몸의 염증 상태도 알아내고 어떤 성분이 현재 부족한지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해보자는 말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전체론적 의학을 지향한다면 정보가 많을수록 우울증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더 잘 취할 수 있다.
- 식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생체주기는 해의 상태에 언제나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몸의 시간 감각은 낮 동안 빛을 얼마나 소비 했느냐에 따라 계속 다시 조정된다. 잠들기 직전까지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체 시계에 잘못된 기 준치를 전달한다. 그 기구들이 발산하는 푸른빛이 햇빛과 비슷 하기 때문이다. 매일 밤 11시까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의 내면의 시계는 언제부턴가 늦은 밤에도 아직 그리 밤이 깊지 않았다고 가정한다.
- 다음은 통잠을 자고 싶다면 고려해 봄직한 조언, 혹은 트릭들이다.
* 덥지 않고 캄캄한 방에서 잔다.
*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는 부드러운 커브 길이 끝없이 펼쳐지는, 얕은 경사 길을 천천히 타고 내려간다고 상상한다.
*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 일이 없도록 잠자러 가기 두 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 저녁은 가볍게 먹고 너무 늦게 먹지 않는다.
* 저녁 8시 이후 술은 가능하면 삼간다. 술은 잠이 드는 데는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눈에 띄게 떨어뜨린다.
*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트릭 하나는 매일 최소한 30분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다. 2013년 스위스 바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부족이기 때문이다.
- 죽음을 애도하는 두 가지 방법
첫 번째 과정은 과거로 향하는 과정으로, 남은 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던 때를 추억한다. 죽은 사람이 쓰던 물건이나 즐 겨 뿌리던 향수 등을 보고 그 즉시 추억을 떠올리고 깊은 상실 감에 슬퍼한다. 두 번째 과정은 미래로 향하는 과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극복하고 계속 잘 살아갈 방법을 고심 한다. 처음 한 달은 이 두 과정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므로 과거로 향하는 과정을 특별 의례 의식을 통해 적절한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이별의 아픔을 의식적으로 무리 없이 겪을 만큼 겪을 수 있고 그래야 마침내 더 강해진 채 앞으로의 삶을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오히 려 그 반대다. 제대로 슬퍼할 때 아픔은 조금씩 사라지고 죽음을 초월한 감사와 연결의 느낌이 남는다. 이런 과정을 거부하고 예를 들어 슬퍼할 새도 없이 일에 몰두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아픔에 정면 대응하기를 피한다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정면 대응해야 한 다. 그런데도 그것을 하지 않고 자꾸 미루면 한 달 한 달 지날수록 최대 반년이면 끝날 슬픔을 몇 년이나 이어갈 만큼 키우게 되고, 이것이 나아가 여러 정신적 문제들을 부르기도 한다.
- 추억 상자를 만들어라. 아름다운 상자를 하나 마련해 당신이 애도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넣어둔다. 먼저 사진이나 영상 등이 있겠지만 보석, 모자, 향수 같은 작고 개인적인 물건들도 좋다. 이 의식의 목 적은 애도를 위한 분명히 구분된 유일무이한 공간을 하나 지정해 떠나 버린 사람을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추억 상자에 유품들을 하나씩 넣을 때마다 그 물건과 관련해 떠나간 사람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충분히 추억한다. 그러는 동안 당연히 감정의 극단을 오갈 것이다. 어떤 때는 고맙기 그지없다고 느끼다가도 하필이면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에 화가 날 수도 있다. 어쩌면 가끔 입 주위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고, 추측하건대 아주 많이 울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과정이고 필요한 과정이며 그래야 뇌 신경들도 슬픔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으니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기 바란다. 옷가지나 가구 같은 큰 유품들은 가능하면 기부하거나 선물하거나 판다. 자꾸 추억이 밀려오는 방이 있다면 조금씩 다른 색으로 칠을 하거나, 가능하다면 가구를 바꾸거나 최소한 재배 치한다. 이 모든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직접 몸을 움직 여 떠나보내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슬픔을 떠나보내는 과정에 서 근육을 많이 쓸수록 우리 뇌의 더 많은 부분이 애도 노력에 동참하게 되고 그럼 적절한 작별을 고하는 데 더 빨리 성공하게 될 것이다. 추억 상자 완성에 얼마나 걸리는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몇 주 안에 끝내는 사람도 많지만, 반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6주에서 12주 정도 기간을 정해놓고 완수하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대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는 동안 당연히 어떤 날은 한두 개 유품만 골라 넣는 것으로도 힘이 다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많이 찾아넣는 데 성공하기도 할 것이다. 다만 상자 하나로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충분히 애도하는 기간을 보내고 나면 그 추억 상자 가 필요할 때마다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하나의 매우 개인적이고 성스러운 상자가 될 것이다. 이 상자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 고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다만 매일 보 이지는 않는 곳으로 정한다. 매주 뭔가를 꺼내려고 들어가는 방 보다는 1년에 두세 번 올라가는 다락방이 낫다. 지금 당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 의식을 마치 고 나면 죽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없이 다시 삶에 활력과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내 생각을 믿을 때 아프고 내 생각을 믿지 않을 때 아프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그러함도 알게되었다. 진리란 이렇게나 간단하다. 나는 고통이 자유의지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안에서 환희가 일어났고 다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순간도, 이 환희는 우리 모두 안에 늘 있다. (네가지 질문 중에서)
- 다음 믿음 문장을 한번 보자.
“어차피 다 소용없어.”
이제 먼저 이렇게 질문해본다.
“그것이 진실인가?”
우울증과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봤 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면 이 첫 번째 질문에 즉각적으로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충동이 특히 정신적 문제를 갖는 사람에게는 아주 강하므로 이제 두 번째 질문에 특히 더 정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이 첫 번째 질문에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곧바로 세 번 째 질문으로 넘어간다. 두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정말 확신할 수 있는가?”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신은 분명 세상의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본 것은 아니므로 정말 모든 것이 소용없는 짓인지는 알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당신은 건강한 의심이 생겼으므로 그 의심을 갖고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 생각을 믿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다 소용없어” 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을 것이 고 그럼 다른 많은 사람을 도운 방법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새 희망을 갖는 대 신 절망을 선택할 것이고 이것은 단지 진실인지 아닌지 알지도 못하는 한 가지 생각 때문에 그렇다. 이제 네 번째 질문으로 넘 어갈 수 있다.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일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될 기회를 “어차피 다 소용없어” 라는 생각으로 날려버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다른 생각들도 진실인지 아닌지 조사하기 시작할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많은 심리학자들이 우리가 매일 최소한 70번씩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모든 거짓말이 하루에 우리 기분을 각각 5분씩만 망친다고 해도 매일 거의 여섯 시간씩 기분이 나빠야한다. 이제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울한지 잘 알 겠다.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이 거짓말들 중 많은 수를 폭로했을 것이다. 이것이 당신의 정신적 건강에 당연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 행복은 당신이 누구고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 누구나 똑똑하다! 하지만 나무를 잘 타는지 아닌지로 물고기의 능력을 결정해 버린다면 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멍청하다고 믿으며 살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 우리 정신의 과제는 본질적으로 우리를 최선으로 보호하는 데 있다. 이른바 직감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 정신은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에게 좋은지, 혹은 그것으로 지금 막 자신을 해치려 들지는 않는지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보고한다. 그런데 계속 그런 직감에 반하며 무의식의 경고를 자꾸 무시 하면 우리의 정신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심신상관 질병으로 우리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그쯤에서 멈추게 하려는 것이다. 번아웃, 공황발작, 신경성 허리 통증, 혹은 위장 장애 모두 우리 정신이 우리가 자신을 해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용하는 것들이다. 바로 그래서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에서 그 런 심신상관 질병을 '정신이 우리를 사랑하는 법'이라 표현했 다. 유감스럽게도 직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주인에 대한 신뢰감을 잃은 우리 정신은 주인이 자신이 보내는 경고에 제때 반응하지 못할 거라 간주하고 모든 작은 위험에도 무조건 최고 등급의 경고를 보낸다. 이럴 때는 '재설정reset 이 필요한데 이 재설정 실행에 좋은 것이 바로 알아차리기 연습이다. 우선 가장 일상적인 것들을 의 식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커피나 차를 마실 때 일하며 급하게 마시지 말고 의식적으로 그 시간을 즐겨보자. 조 용한 공간으로 가 5분이라도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마셔보자. 손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찻잔, 그 향기로운 아로마,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터지는 그 달콤 쌉 쌀한 맛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따듯한 것이 위장 안으로 부드 럽게 들어가는 느낌과 카페인이 천천히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각성되는 과정을 느껴본다. 이런 알아차림의 순간을 하루에 서너 번만 누려도 건강한 직감이 다시 천천히 복구될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도 5분 동안 햇볕을 쬐는 것도 좋고, 짧은 산책도 좋고, 요가를 하며 긴장을 푸는 것은 더 좋다. 무엇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바란다. 그럼 당신도 보게 될 것이다. 하루에 몇 번 의식적으로 셔터를 내린 다음 다시 올리는 것이 어떤 기적을 부르는지 말이다. 컴퓨터가 버벅거릴 때 껐다가 다시 켜면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는 것처럼 알아차리기 연습을 잠깐씩만 해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더 집중하며 일할 수 있다.
- 우울과 불안을 야기하는 강박적인 생각이 일반적으 로 한 언어로만 이루어진다면, 언어를 바꿔보는 것이 뜻밖의 치유를 불러올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다른 언어로 모국어만큼 걱정을 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의식적으로 언어를 바꿀 때, 새 언어로 생각하고 꿈꾸기 시작하기 까지 단 몇 주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능의 역설  (0) 2020.11.26
기억의 과학  (0) 2020.10.27
인스타 브레인  (0) 2020.10.08
공간의 심리학  (0) 2020.09.29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0) 2020.08.25
Posted by dalai
,

인스타 브레인

심리 2020. 10. 8. 07:06

- 감정은 우리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조종하여 다양한 결정을 내리게 만들지만, 혼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감정에 는 일련의 신체 및 뇌 반응이 따라오며, 내장 기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복잡한 사고 과정과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뇌는 즉각 코르티솔(cortisol) 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려 심장이 조 더 빠르고 강하게 뛰도록 만든다. 심장은 신체의 근육에 더 많은 피를 내보내 우리가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달아나거나 반격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배고플 때 음식을 보면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도파민은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을 느끼게 하 는 옥시토신(oxytocin)과 마찬가지로 성적으로 흥분되었을 때 에도 분비된다. 그래서 TV 내용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우세한데, 이는 부정적인 감정이 역사적으로 위협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위협은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먹거나 마시거나 자 거나 혹은 짝짓기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어도 위협에 대한 대처는 미룰 수 없다.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다. 짐작하건대 우리의 선조가 처했던 주변 환경은 분명 기회보다는 위협이 많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어쩌면 더 일반적이었을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언어에 긍정적인 감정어보다 부정적인 감정어 가 더 많은 이유일 수도 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갈등이나 극적인 사건이 없는 영화나 책을 누가 보려고 하겠는가?
-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99%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3분 동안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 뒤,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기절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스탠퍼드대학교 신경내분비학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
-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삶의 퍼즐을 풀지 못하거나,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을 때, 혹은 마감일에 맞춰서 일을 끝내지 못했을 때를 의미한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뇌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의학 용어로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수백만 년의 세월에 걸쳐 발달한 기관으로 인류뿐만 아니라 새, 도마뱀, 개, 고양이, 원숭이 등 기본적으로 모든 척추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HPA축은 뇌의 일부인 시상하부(hypothalamus)의 'H'에 서 첫 글자를 따왔다. 시상하부는 뇌 아래에 자리한 내분비 기관인 뇌하수체(pituitary gland, P')로 신호를 보낸다. 이어 뇌하수체는 신장 바로 위에 자리한 부신(adrenal glands, 'A')에 코르 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라고 요청한다. 코르티솔은 신체 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아마도 HPA축은 인간과 동물이 극도의 위험에 처했을 때 를 대비해 발달했을 것이다. 우리 선조 중 하나가 갑자기 사자를 봤다면, HPA축은 경보를 울리고 적합한 대응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시상하부에서 시작된 반응은 뇌하수체에, 뇌하수체는 부신에 코르티솔을 분비하라고 요청할 것이 다. 코르티솔은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심장을 더욱 빠르고 강하게 뛰게 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박수가 올 라가는 것은 모두 경험으로 알 것이다. 그런데 심박수는 왜 올 라갈까? 물론 사자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우리 선조는 재빨리 대처하여 공격하거나 달아나야 한다.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보이는 것이다. 싸우거나 가능한 한 빨리 달아나기 위해 신체의 근육은 더 많은 피가 필요해지고, 이 때문에 심장이 더 빠르고 강하게 뛰게 된다. 이게 오늘날에도 우리안에 남아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 오늘날 우리가 HPA축에 가하는 스트레스는 분명 사자를 만났을 때처럼 강력하지 않 지만,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 나 HPA축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서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뇌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면 정상 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계속해서 투쟁-도피 반응 상태에 놓이면, 뇌는 싸우거나 혹은 달아나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뇌의 논리가 다음처럼 바뀌는 것이다.
? 취침 : 나중에 자지, 뭐.
? 음식 : 나중에 먹지, 뭐.
? 번식 : 나중에 하지, 뭐.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가 있는가? 어쩌면 그때 복통 이나 수면 부족 혹은 성욕 감퇴 등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뇌가 즉각적인 문제 해결과 관련 없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후순위로 밀어내는지 깨닫는다면,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에 놀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스트레스의 여파는 위에 언급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사고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이성을 예리하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치면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 뇌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독특한 부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진화에 따라 오 래되고 원초적인 부분에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 스 상황에는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할지 몰라도, 바로 뇌의 '생 각하는 부분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결국에는 문제를 더 키우 게 될 수도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는 싸우거나 달아나게 되고, 결국 정교하게 문제를 바라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뇌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며, 사회적 요령보다는 즉각적 인 문제 해결이 1순위인 '트러블 슛(trouble shoot) 모드'로 진입하기를 원한다. 주변에서 문제가 보이면 곧바로 강하게 반응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솟구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체 왜 빌어먹을 양말을 방바닥에 두냐고!"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말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변을 둘러보며 즐길 여유를 잃게 되어 많은 이가 쉽게 이성을 잃고는 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는 느낌이 들어야 경계를 늦추는데, 위협을 받는 뇌에서는 이 느낌이 우선순위에서 맨 끝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극도 의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는 기분이 자주 나쁘다. 뇌가 우선 순위에서 밀어내는 또 다른 기능은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은 뇌의 여러 부분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이 러한 연결고리는 뇌의 기억 저장소인 해마(hippocampus)에서 담당한다. 연결고리와 기억을 강화하려면 해마가 새로 형성 된 기억 회로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럴 겨를이 없어지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억력이 감퇴하게 된다.
- HPA축은 개, 고양이, 쥐, 그 외 다른 동물들이 스트레스 및 위협에 대처하 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물들이 HPA축을 사용하는 방식은 우리와는 다르다. 쥐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듬해 여름에 자신의 영역에 고양이 수가 늘 어날지 모른다면서 자신의 HPA축을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어떤 백상아리도 지구 온난화로 향후 10년 동안 물개의 개체수가 줄어들 거라고 걱정하면서 코르티솔을 분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약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만약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망치면 어쩌지” “만약 아내가 나를 떠나면 어쩌지” 같은 앞선 걱정이 인간의 HPA축을 활성화시킨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질일지도 모르지만, 이것 때문에 피하고 싶은 것까지 예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해고를 당할지도 모른 다, 어쩌면 버려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우리의 지적 능력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뇌는 진짜 위협과 상상한 위협을 구분하 기 어려워한다. 불안은 미리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하는 것으로, 신체가 선제적 조 치를 취하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려면 몸을 일으키기 전부터 혈압이 높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불안은 신체가 사전에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항상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늘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완전하게 작동한다기보다는 항상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기중인 셈이다. 위험이 나타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결과 신체는 항상 움직이고 싶어 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는 아래 와 같은 다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주의력 결핍증: 지루함이나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항상 그냥 뭔가 새로운 것이필요하다고 막연하게 느낀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 있는 자리에 멈춰 있고 싶지 않 다. 방에서 서둘러 나가려고 회의를 중단하기도 한다. 식탁에서 일어나려고 허겁 지겁 먹는다. 통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전화를 끊는다. 기타 등등.
* 좌불안석: 도망치거나 싸울 대상이 없는데도 신체의 근육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는 데 맞게 설정되어 있다. 몸의 근육은 움직이고 싶어 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물건을 만지작거리거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바닥에 발을 동동 구른다. 아니면 아플 정도로 목덜미와 어깨 근육이 뭉쳐 있고, 밤에는 뺨 근육이 긴장되어 있고 이를 간다.
* 피로함: 경보 태세를 항상 갖추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말이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학교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하고 기력이 완전히 소진된 것만 같다.
* 위장 장애: 만약 싸우거나 도망쳐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의 몸은 음식 섭취가 아니라 다른 기능들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누군가의 점심밥이 되기 직전인 상황 에 음식을 먹는 것은 별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불쾌: 식사를 마친 직후에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는가? 배가 음식으로 가득찬 상태에서라면 기분이 좋기는 상당히 어렵다. 불안과 강한 스트레스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도망치거나 싸울 수 있도록 신체가 배에 찬 음식을 밀어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배우와 아티스트들이 개막 공연이나 콘서트를 앞두고 너무 불안, 초조한 나머지 구역감을 느끼기도 한다.
* 입이 마르는 느낌: 신체가 맞서 싸울 준비를 하면 피가 근육으로 이동한다.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여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피의 수분을 가져다 침을 분비하는 입의 3개의 침샘에는 침을 분비할 수 있는 혈액 공급이 적어진다. 그 결과 입이 마르게 된다.
* 식은땀: 싸우거나 도망칠 때 우리의 몸은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서 땀을 흘리게 된다. 신체가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고자 대기 중인 상태일 때 식은땀을 흘려서 미리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 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곳곳에 위험이 산재해 있다고 해석하며, 몸을 사리고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뇌가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감정이다! 뇌는 우리의 기분을 통해 주변 환경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라고 조종한다. 우울감을 느끼게 하여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만약 뇌가 오늘날의 세계에 완벽하게 적응했더라면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지금의 세계에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를 이끌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예로든 내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요인들은 머리 위로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해 결될 게 아니다. 그런데 뇌는 이러한 논리를 무시하고 도망치 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뇌가 오늘날의 세계에 맞춰 발달하 지 못한 탓이다. 대신 회피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왜냐하면 뇌는 스트레스를 세계가 위험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대부분의 시기 동안 유효했던 스트레스의 의미다.
- 당신이 최대한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도록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리는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고 있다. 약간의 도파민을 투여하는 것이다. (숀 파커(Sean Parker), 페이스북 전 사장 겸 창업 멤버)
-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바로 우리의 엔진이다. 배가 고플 때 누군가가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으면, 그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음식을 먹어서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은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고 “바로 여기에 집중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파민 이 만족감을 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 한다면, 어째서 뒤늦게 분비되는 걸까? 아마 '신체에서 분비 되는 모르핀'인 엔도르핀(endorphin)이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 을 하는 것 같다. 도파민은 눈앞에 있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 게 만들지만, 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엔도르핀이기 때문이다.
-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트 레스 대응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왔 다. 그리고 이 두 시스템 모두에게 오늘날의 사회는 낯선 세계 다. 보상 시스템은 우리에게 다양한 행동을 취하게 하여 생존을 유리하게 하고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서 음식, 다른 개체와의 교류(인간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 에게 중요하다), 섹스가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심지어 휴대전화도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가 오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것임. 실제로 휴대폰은 보상 시스템의 기본적인 몇몇 메커니즘에 직접 침투한다
- 주변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의 결과로 자연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게 하는 본능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본능에 작용하는 뇌의 물질이 무엇인지는 아마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도파민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도파민은 우리가 더욱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뇌는 단지 새로운 정보만을 찾는 게 아니라 환경과 사건에서도 새로움을 원한다. 뇌에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은 오로지 새로운 것에만 반응한다. 익숙한 동네 길거리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이를테면 낯선 얼굴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보면 갑자기 세포들이 활성화된다. 감정이 북받치는 뭔가를 볼 때도 같은 반응이 나온다.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목말라하는 도파민 세포의 존재는 뇌가 새로운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새롭고 낯선 것을 향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우리의 갈망에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이게 음식과 자원이 부족했던 세계에서 우리 선조들이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 우리는 뉴스 페이지, 메일 혹은 SNS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며, 이때마다 우리 선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실제로 뇌의 보상 추구(reward seeking) 행동은 정보 추구(information-seeking) 행동과 가까이 위치해서 이따금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 당신의 뇌는 지난 1만여 년 동안 진화한 그대로 행동했다. 불확실한 결과, 즉 문자 메시지에 도파민을 분비하여 보상을 제공했고 그 결과 휴대전화를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 로잡힌 것이다. 뇌는 새로운 정보, 특히 감정적으로 흥분되거나 위험과 관련 있는 내용을 추구한다. 이 경우에는 강도 사건 기사 같은 것이 그렇다. 그리고 푸시 알림은 사회적 상호작용 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당신의 이야기를 적은 피드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즉 '좋아요'를 눌렀는지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일련의 메커니즘은 모두 뇌의 생존 전략으로, 당신에게 디지털 사탕을 하나씩 계속해서 집어던지는 것과 같다. 뇌는 이런 과정이 서류 작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뇌는 서류 작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 뇌는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갈 때 전환기가 있는데, 넘어간 다음 작업으로 주의력이 바로 따라오지 못하고 조금 전까지 하던 일에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이를 주의잔류물(attention residue) *이라고 한다. 이메일을 단 몇 초 동안만 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메일을 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이 전환기가 얼마나 긴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나, 한 연구에 따르면 초점을 바 꾼 이후 뇌가 다시 임무에 100% 집중할 때까지 수분의 시간 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소위 '슈퍼 멀티태스커'라고 불리는 소수 집단이다. 인류의 1% 혹은 확률적으로 한 자릿수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특질을 가지고 있다. 즉, 대다수 사람의 뇌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우리가 이곳저곳으로 주의를 분산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우리 선조들이 주변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 의를 흩트리는 아주 작은 거라도 위험이 될지도 모르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화재경보 원칙을 다시 떠올려보자! 분산 된 초점과 눈앞에 튀어나오는 모든 것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은 인류의 절반이 채 10세도 못 채우고 사망하던 시기에는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뇌는 여기에 맞춰서 진화했 고, 그 결과 멀티태스킹을 수행하고 집중력을 쉽게 흩트리면 서 도파민을 분비하여 우리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이는 마음 에 드는 얘기이기는 하나, 다른 뭔가를 대가로 치러야만 한다.
- 거센 정보의 범람이 오히려 집중력 훈련을 시켜주고, 디지털 때문에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적응하고 잘 이겨내지 않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근육이 규칙적인 달리기나 역기 운동을 통해 더욱 단단해져서 강한 힘을 견디게 해주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뇌가 대부분 정반대로 기능한다는 데 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집중력 훈련이 되는 게 아니라 뇌는 더더욱 주의가 산만해진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디지털의 집중적인 방해 요소들은 우리를 그 방해 요소에 더욱 민감해지도록 만든다. 그래서 최근 몇년 사이에 수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책에만 집중하기가 전보다 훨씬 어렵다. 이제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아예 다른 방에 둔다. 그런데도 여전히 1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책에 빠져드는 것은 힘들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페이지가 나오면 나는 휴대전화에 손을 뻗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마치 더는 예전처럼 집중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주의 산만이 기본 특질로 자리 잡게 되면 우리는 주의를 흩트릴 만한 거리가 없더라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꾸 눈을 돌리려고 한다. 집중력은 오늘날 사회에서 희소재가 되었다.
- 뇌의 강화 작업은 지식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보를 개인적인 경험과 통합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인간에게 지식이란 사실을 줄줄 외워서 읊는 게 아니다. 당 신이 아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 세세한 내용을 가장 잘 기억하 는 사람이 아니듯이 말이다. 깊이 있게 뭔가를 배우려면 사색 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클릭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사색과 집중을 놓쳐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하루 종일 인터넷 페이지를 넘나들기 바쁜 사람은 뇌에 정보를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 셈이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우리가 좀 더 빨리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라는 뜻에서, 뇌를 위한 자전거'라고 묘사했 다. 하지만 이따금 컴퓨터를 우리 대신 사고해주는 '뇌를 위한 택시 운전사'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분명 편리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 이 뭔가를 배우는 행위만큼은 다른 존재에게 넘기고 싶지 않기도 하다.
- 도파민의 임무는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받거나 승진하거나 혹은 기분 좋게 하는 게 아니라, 선조들이 생존하여 후대에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한 행동이다. 휴대전화처럼 교묘하게 제작된 무언가가 소량의 '도파민주사'를 하루에 300번씩 놓아준다고 치자. 실제로 휴대전화는 매번 "나한테 집중해”라고 요구한다.
- 여러건의 대규모 연구결과를 종합해 본 결과, 스트레스와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 간에는 실제로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은 적거나 중간 크기 정도였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경우에는 충분히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불안은 어떨까, 비슷할까? 그렇다. 10개의 연구 중 9개에서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과 불안 사이에 관련이 있었 다. 스트레스와 불안은 이유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신체 내 동일한 시스템, 즉 HPA축이 활성화될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 문에 이상할 것은 없다. 스트레스는 위협이 되는 어떤 것에 대하여, 불안은 위협이 될 수도 잇는 어떤 것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이다. 만약 휴대전화가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친다면, 불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하다. 피실험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다른 곳에 두도록 지시한 다음 이들의 걱정과 불안을 측정한 결과,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실험을 진행할 때마다 30분 간격으로 불안감이 상승했다. 누가 가장 불안해했을 것 같은가? 당연히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들이었다.
- 수면의 무엇이 그렇게 중요해서 자연은 우리에게 잠자고 싶은 욕구를 주었을까? 우리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말 이다. 수면은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뇌 입장에서 보면,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을 때만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낮에 쌓인 조각난 단백질 형태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일이다. 하루 동안 꽤 많은 양이 쌓이기 때문 에 뇌는 1년 동안 자기 무게에 맞먹는 쓰레기를 청소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밤마다 청소하는 습관은 뇌가 제대로 기능하 는 데 매우 중요하다. 수면 부족이 장기화할수록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계속해서 커지는데, 그중에는 뇌졸중과 치매도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라고 보고 있다.수면 부족은 또한 우리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열흘 동안 밤에 6시간 이하로 자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마치 24시간 내내 깨어 있던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게다가 수면 부족은 정서 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 고 뇌의 반응을 관찰해보니, 제대로 잠을 못 잔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의 엔진 격인 편도체가 더욱 강하게 반응했다.
- 그런데 수면이 뇌를 청소하고, 건강을 지켜주며, 정서적 안정 은 물론 기억과 학습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어째서 우리는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잠들지 못할까? 어쩌면 잠들어서 모든 감각 정보가 차단되는 상태를 위험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의 수렵 채집인 선조들은 사바나에서 잠들려고 누웠을 때, 맞아 죽거나 잡아먹히지 않도록 안전한 곳을 찾는게 중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주변 환경의 정보를 차례대로 차단하면서 단계적으로 잠에 빠져들게 된다. 이 탓에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 에서 누우면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의 HPA축이 활성화되기 때문. 이 때 뇌는 잠자리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쉽게 잠 들지 못하게 활성화된다. 저녁에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애초에 뇌가 진화해온 대로 행동하여 당신을 깨어있는 상태로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 휴대전화의 블루라이트와 수면 시간: 우리의 생체 리듬은 얼마나 많은 빛에 노출되느냐에 영향받는다. 이는 우리 신체에 잠을 잘 시간을 말해주는 멜라토닌 (melatonin)이라는 호르몬을 통해 이루어진다. 멜라토닌은 솔방울샘(pineal gland)이라고 하는 뇌의 내분비 기관에서 생성 된다. 낮에는 멜라토닌 수준이 낮지만 저녁에는 상승하기 시 작하고 밤 동안에 최고조에 달한다. 과도하게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이 방해를 받아 신체는 아직 낮이라고 생각하게 됨. 따라서 침실에 빛이 너무 많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그와 반대로 어두울 때는 더 많은 멜라토닌을 생성하여 신체는 저녁 혹은 밤이라 생각하게 됨. 그러나 멜라토닌 생성에는 빛의 노출량뿐만 아니라 노출된 빛의 종류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블루라이트에 멜라토닌 생 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눈에는 블루라이트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특별한 세포가 있다. 우리 선조들이 살던 시대에는 블루라이트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만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특별한 세포들은 “이제 낮이네. 일어나. 그리고 조심해” 라고 말하면서 뇌에 멜라토닌을 그만 만들라고 지시한다. 블 루라이트는 우리 선조들이 낮에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이는 지금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사용하면, 블루라이트가 뇌를 깨워서 멜라토닌 수준을 억제할 뿐만 아니 라 2~3시간 동안 영향을 미친다. 블루라이트가 생체 시계를 2~3시간 되돌리는 셈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스웨덴에 서 그린란드나 서아프리카까지 가는 것과 맞먹는 시차증(jet lag)을 겪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는 스트레스를 유발 하고 스트레스는 수면을 방해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인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앱, SNS, 도박의 형태로 된 온갖 도파민 때문에 뇌가 깨어나게 된다.
- 몸무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저녁 늦은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게 식욕 증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블루 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도 촉진한다. 그렐린은 식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지방을 더욱 비축하게 만든다.즉, 블루라이트는 신체를 깨우는 것(멜라토닌과 코르티솔)뿐만 아니라 대응 할 수 있게 채비시키고(코르티솔), 에너지 창고를 채우고 지방을 비축하는(그렐 린) 데 탁월하다. 저녁에 태블릿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나면, 가만히 천장 을 보고 누워 있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신체는 좀 더 효과적으로 야식의 칼로리를 흡수하며 이를 피하지방의 형태로 뱃살 근처에 저장한다.
- 인류의 10~20%가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던 세계에서 누가누구에게 적의를 가졌는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 음식이 있는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했을 것이다. 갈등에 유독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수백만 명이 TV 선거 토론을 푹 빠져서 보는 것이다. 그러니 각 정치인의 이루고자 하는 포부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만 보여준다면 대부분 채널을 돌려버릴 것이다. 그럼, 긍정적인 소문은 어떨까? 뇌 입장에서 보면 무가치한 정보일까? 정반대다. 긍정적인 소문은 우리를 더욱 심사숙고하게 하며, 자기계발 방법을 모색하도록 격려한다. 상사의 프 레젠테이션이 어땠는지에 대해 듣게 되면 당신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게 된다. 물론 상사가 망신을 당했다는 얘기가 더 흥미진진하겠지만 말이다!
- 원숭이는 인간이든 권력자는 빠르게 바뀌기 마련이다. 우두 머리 수컷이 어떤 이유로는 새로운 수컷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기게 되면, 원래 우두머리였던 수컷의 세로토닌 수치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반면 새로운 우두머리 수컷의 세로토닌 수치는 증가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두머리 수컷이 강제로 밀려나면서 생긴 권력 공백은 조작이 가능하다. 무작위로 선발한 원숭이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여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면 그 원숭이가 갑자기 지휘권을 잡고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러나 공격성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그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게 아니라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오늘날에는 원숭이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식하는 데 세로토닌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어쩌면 인간도 비슷 할지 모른다. 세로토닌 수치가 가장 높은 자가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두머리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게 강력한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간다. 심술궂게도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우두머리 수컷과 다른 원숭이들 사이에 판유리를 설치했다. 우두머리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원숭이들은 우두머리 원 숭이를 볼 수 없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손짓으로 다른 원숭이들에게 지시를 내려도 다른 원숭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우두머리 원숭이는 좌절감과 더불어 예전과 같은 영 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꼈으며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졌다. 통솔권을 쥐고 있는 자는 주변에서 그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두머리에서 지위가 실추된 원숭이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진 것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피곤해하고 무기력한 데다가 우울해했다. 이는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서 함께 나타난 현상이었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세로토닌의 감 소가 소극적인 행동을 유발하여 우두머리 자리에서 물러난 수컷이 새로운 우두머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자 연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연은 사회적 지위가 격하된 수컷 이 소극적으로 변하여 스스로 몸을 숨길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켜왔다. 나중에 그 수컷이 힘을 되찾으면 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와 유사한 원리가 작용한다. 강하고 장기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는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어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몸을 사리도록 만든다. 무리에서 지위가 하락했을 때도 뇌는 몸을 사 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존재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 야 한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뇌는 감정을 통해 이렇게 우리의 행동을 조종한다. 그 결과 기분이 가라앉고 스스로 자신을 무리에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이러한 패턴은 실제로도 관찰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수천 명을 만나왔는데, 해가 갈수록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직장에서는 인간관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해고, 이별 혹은 사회적 지위의 실추 등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다.
- 표면상으로 페이스북은 사회적 접촉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페이스북은 인간의 안녕을 증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킨다.
- SNS 사용 방법도 기분을 가라앉히는 데 영향을 끼쳤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기만 하고 자기 사진은 올리지 않거나 댓글 등을 통해 소통하지 않는 수동적인 사용자는 극적인 사용자보다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적극적인 사용자는 단지 사진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당연히 다들 개별적으로 소통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의 모든 활동 중 에서 단 9%만이 적극적인 소통으로 집계되었다. 대부분 그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피드와 사진을 훑어보기만 했다. 상당수가 SNS를 사교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거나 개인 브랜드를 만들기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SNS에서 강력한 사회적 지지를 얻은 사람들은 SNS를 사회생활의 보조 도구이자 친구나 지인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용법은 대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반면에 SNS를 사회생활의 대체재로 삼은 사람들은 대체로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애초에 약간 우울하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이 SNS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더 기분이 안 좋아지고 자신감도 더 떨어질 위험이 커졌다.
- 마케터들 입장에서는 휴대전화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고, 휴대전화에서 메시지를 노출하기에 SNS만큼 효 과적인 방법도 없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기숙사 프로젝트에서 출발하여 15년 만에 완전히 전 세계 광고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싸움에 서 승리했다. 보물창고가 활짝 열린 셈이다. 오늘날 페이스북의 시가 총액은 스웨덴 GDP의 절반을 웃돈다. 페이스북이 반기 보고서를 낼 때마다 주식 투자자들은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체류 시간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1분 1초가 황금과 같고 광고를 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을 최대한 오랜 시간 머물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 7만 년 전 서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던 인류는 10만~20만 명이었고, 그중 일부가 서아프리카를 떠났다. 극히 일부인 약 3,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날 쇼핑센터 한 곳에 있을만한 이 인구가 현재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선조가 된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기원을 이렇게 작은 집단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는 모두 유전적으로 비슷할 것이며, 실제로도 그러하다.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대부분 균질하다. 두 사람의 유전 형질은 99.9%가 일치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겉모습은 서로 다르다!
- 역사상 인류의 10~20%가 맞아 죽었기 때문에 우리는 특 히 갈등과 위협을 다루는 뉴스에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는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뉴스를 평가할 때 우리가 읽고 공유하는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개의치 않기 때문에, 갈등과 위협에 직결 된 뉴스를 특히 빠르게 확산시킨다. 물론 상당히 긍정적인 뉴 스 역시 마찬가지다. 내용이 새빨간 거짓말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이런 식으로 뉴스가 퍼져나감. 연구자들이 SNS에 퍼진 수만 건의 뉴스를 조사한 결과, 가짜 뉴스가 더 많은 사 람에게 퍼졌을 뿐만 아니라 더 빨리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진 짜 뉴스가 가짜 뉴스만큼 퍼져나가려면 6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짜 뉴스는 더 선정적이고 꼭 진실을 담을 필요가 없 으며, 우리가 가짜 뉴스를 읽게 되면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피드의 맨 위에 띄워놓는다. 게다가 우 리는 가짜 뉴스를 계속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짜 뉴스의 확산이 순전히 알고리즘의 잘못만이라고도 할 수 없다. 알고리즘 때문에 가짜 뉴스가 우리에게 전달되지만, 그것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이 흐름에 동참할수록 가짜 뉴스를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페이스북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뉴스 채널이 되었지만, 자신들이 퍼뜨린 뉴스의 진실성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지지 않 는다고 비판받고 있다. 비평가들은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내 재된 두려움과 갈등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악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심을 끌어야 광고주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SNS의 가짜 뉴스가 군사 갈등에 기름을 끼얹고 민주적인 선거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최종 결정을 내리게까지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 연구진은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몇몇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사용하게 했다. 사실 오늘날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실험은 휴대전화를 사용한 이후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에 영향이 있는지를 살피는 게 목적이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3개월 후 일련의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피실험자들은 보상을 지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떨어지면 능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일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조 중 하나가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학생수가 급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한 음악 교사에게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아이들이 즉각적인 보상에 너무 익숙하여 잘 못할 경우 금세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 연구자들의 결론은 간단했다. 아이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려면 하루에 최소 1시간은 몸을 움직여야 하고, 9~11시간을 자야 하며, 휴대전화 사용은 하루 에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 수면 시간, 활동량, 디스플레이 제한에 대한 이러한 권고 사항은 따르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활하고 있을까? 단 5%뿐이다.
- 아동과 청소년 총 12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60개의 연구 조사 결과 를 종합해보니, 스크린 타임이 하루에 2시간을 초과할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증가했다. 스크린 타임이 길어질수록 위험성도 더 커졌다. 아동과 청소년 4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하루에 7시간 이상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사람들 이 스크린 타임을 조절한 그룹보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서 2배 높게 나타났다. 하루에 7시간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자는 시간, 이동 시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 하면 24시간 중에 기껏해야 8~9시간이 남는다. 10대 중 얼마나 높은 비율이 이 남은 시간을 죄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데 쓰고 있을까? 20%가 그랬다.
- 2010~2016년 동안 정신 건강 문제로 도움을 청하는 청소년의 수가 더욱 증가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청소년의 삶에서 벌 어진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없었던 모바일 인터넷을 하루 평 균 4시간이나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청소년과 일부 성인들의 행동에서 이렇게나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 로 변화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이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앞서 읽었듯이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잠재적인 메커니즘은 다양하다. 일부는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또 다른 일부는 사용자를 우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 임없이 비교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인스타그램의 '하트' 로 또래 수백 명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비판적으로 평가받게 되면, 마치 위계질서의 최하단에 위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휴대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다른 행동을 할 시간을 빼앗기게 되며 결국은 기분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유아와 청 소년이 매일 디스플레이 앞에서 4시간을 소비할 경우, 놀거나 '진짜' 사회적 접촉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또한 신체 활동을 하거나 충분히 수면을 취할 시간도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큰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휴대전화와 SNS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 운동을 하면 왜 더 집중하게 될까?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사냥을 하거나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달아날 때처럼 신체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임.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뇌에 꼭 필요한 순간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새겨놓았다. 주로 사냥할 때나 도망칠 때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됨. 사냥을 그다지 자주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수렵채집인에 대한 최근 연구들을 보면, 사냥 및 기타 활동에 하루에 2~3시간을 사용했다고 한다. 신체를 사용했을 이 시간 동안, 인간은 최고 의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사냥감을 잡거나 사냥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대체로 인간의 뇌는 사바나에서 살 때와 비교해서 크게 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 활동을 할 때 우리의 집중력도 강화 된다. 그러나 지금은 사냥을 하거나 야생 동물을 피해 달아나 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때 운동은 진 화를 통해 자리 잡은 생존 메커니즘을 자극하여 가능한 한 최 대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오늘날 몇몇 학교들이 이 방 법을 써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 불안은 위협이 될 만한 뭔가가 일어나기 전 에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발동한다. 그러니까 화재경보 원 칙인 셈이다. 똑같은 진화 논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미리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발동시키지 않아도 된다. 공격에 나서거나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달아날 준비가 좀 더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불안 감소로 이어진다. 스트레스가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위험이라면, 신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대한 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진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타당하 다고는 하지만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는 않다. 5m 뒤에서 어떤 소리가 일정한 크기로 다가온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이번에 는 처음에 소리가 났던 5m 뒤의 똑같은 위치에서 소리가 시작 되지만 점점 멀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소리는 같은 음색, 같은 음량, 같은 위치에서 재생되기 때문에 똑같이 들려야 하지만, 다가온다고 상상했을 때 소리가 더 크고 가깝게 느껴진다. 이처럼 소리가 실제와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인지 편향 (cognitive bias)때문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리는 위협을 의미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에 몸을 숨기기 위해 '안전 여유도를 높인다. 우리 몸은 잠재적인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게 소리가 더 크게 들리도록 진화했는데, 이것이 바로 몸의 안전 여유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몸 상태가 좋을 때는 소리의 원천이 다가오는 멀어지든 상관없이 소리를 같은 방식으로 지각한다. 상태가 좋을 때는 '달아날 필 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이 다가오든지 쉽게 달아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큼 청각 정보가 왜곡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체력에 따라 들려오는 소리를 다르게 인식한다는 사실은 체력이 좋은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크게 활성화할 필요가 없다는 강력한 반증이기도 하다. 신체 단련을 통한 스트레스 예방 효과의 기저에는 진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 우리가 많은 일을 점점 더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넘기다 보면 길 찾기 외에도 다른 추상적인 사고 기능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진취적인 또 다른 뭔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지능을 얻는 것은 아닐까? GPS가 길을 찾아주면 우리는 팟캐스트를 듣거나 직장에서 생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집 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할 수는 없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특정한 지식이 필요하고 비판적인 질문도 던지면서 정보를 평가해야 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시대이니만큼 이런 태도는 더욱 필요하다. 전례 없이 복잡한 사회는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지만(플린 효과), 우리의 정신 능력 중 너무 많은 부분을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넘겨주어 더 멍청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관찰되는 IQ 하락세의 원인일 수도 있다. 많은 학자들이 자동화와 인공 지능 때문에 앞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살아남는 직업은 아마 집중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얄궂게도 디지털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자 약화되고 있는 능력이 바로 집중력이다.
- 행복은 당연한 게 아니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반드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형성한 세계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채 10세도 못 채우고 죽었으며 평균 기대 수명은 30세였고 암이나 심혈관계 질 환이 아니라 감염, 기아, 살인, 사고, 야생 동물 때문에 사망했다. 그 세계에서는 불안을 느끼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생존 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의 선조는 한가로이 걸으면서 모든 게 다 좋다고 생각하고, 뱀이며 사자 혹은 자신을 죽이려는 이웃을 못 볼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사방팔방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위험에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감정을 '불안'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의 선조는 평온했다. 기보다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화재경보 원칙과 감정이 우리 의 다양한 행동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생각해보자. 보통 동물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환경에 맞는 특질을 만들어가는데, 이를 도태 압력(evolutionary pressure)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눈이 쌓인 주변 환경 속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흰 북극곰이 태어나기까지, 알프스의 가파른 절벽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돌을 단단히 디딜수 있 게 염소의 발굽이 발달하기까지 압력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 나 행복한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나기까지는 도태 압력이 전 혀 작용하지 않았다. 행복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확률이 딱 히 높지 않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에는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원칙에 앞서 사고와 다툼을 피하는 행동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 불안과 우울감 은 기쁨이나 평온한 감정보다 우리의 생존에 더 중요한 감정이다. “모든 게 다 좋은데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요?”라는 질 문에 대답하자면, 자연은 인간에게 오래 유지되는 행복한 감 정을 심어주는 데 큰 가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 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친구들과 어울릴 때, 섹스를 할 때 혹은 직장에서 승진할 때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들은 더 많은 음식과 섹스, 직장에서 좀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감정으로 빠르 게 대체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우리를 계속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 불안과 우울감이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고 우리의 생존을 도와주었다고 해서 이러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고통까지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근시인 사람들에게 “인간은 항상 시력이 좋지 않았으니 상황을 즐겨”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안경을 쓰라고 권한다. 또한 “인간은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 그냥 지금 상황을 인정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대 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들을 도와 야 한다. 지금 우리는 20년 전보다 정말로 더 우울한가'는 흥 미로운 질문이지만, 자연이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안에 암호화하여 심어놓은 고통의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의 과학  (0) 2020.10.27
어느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0) 2020.10.18
공간의 심리학  (0) 2020.09.29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0) 2020.08.25
도파민형 인간  (0) 2020.07.18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