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처 없이 거닐다가 우연히 미지의 장소와 만나는 것이 아이들이 공간적 이해를 발달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계속 고수한다면 아이들은 길을 찾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생존 전략이다. 세상을 알게 되면 세상이 편해진다. 우리의 삶은 모두 충동적인 모험가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이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을 기억하는 코넬은 탐험하려는 충동은 인간의 조건 중 일부라고 말한다. “미지의 것을 만나고,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나만의 장소를 알게 되는 것, 비밀 요새, 동굴로 이어지는 지름길 등,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사랑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의 인지 능력, 기억, 랜드마크를 이용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한다. 로버트 맥팔레인은 랜드마크》에서 아이들의 지형을 다룬 장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자연은 문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그 문을 열어젖힌다.”고 말한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무에 난 구멍은 성으로 가는 관문이다. 말라붙은 땅에 난 개미굴은 세상의 다른 쪽으로 이어진다. 나무막대기로 지은 아지트는 궁전이다. 물웅덩이는 해저 왕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서너 살짜리 꼬마에게 '풍경'은 배경이나 벽지가 아니라, 기회로 가득하고 시시때때로 구성이 변화하는 매개체이다...... 우리는 쉽게 '장소'라고 부르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꿈과 주문, 물질이 거칠게 뒤섞인 화합물이다.
- 20세기 도시 활동가이자 작가인 제인 제이쿨 스 Jane Jacobs는 뉴욕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하는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했 는데, “사람들은 가장자리에 끌린다. 그 이유는 그곳이 더 흥미롭기 때문인 것 같다.” 라고 했다. 안전 문제도 많은 관련이 있다. 미로를 이용한 어느 실험에서, 헝가리의 심리학자들은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나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인지 지도를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렸다. 그 이유가 그곳을 탐험한 시간이 적어서인지, 두려움 때문에 공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경계는 우리를 세계에 고정시켜 안전한 느낌이 들게 해준다. 또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1980년대 서식스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켄 Ken Chene은 길을 잃은 쥐가 시각적인 랜드마크, 냄새 등의 단서들보다 어떤 상자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용하여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먹을 것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쳉은 안쪽 벽 한 곳에 하얀 띠가 그려진 검은 직육면체 형태의 상자에 쥐를 집어넣고, 특정 모퉁이에 가면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이 똑같이 생긴 상자에 쥐를 집어넣자, 쥐들은 먹을 것이 있는 곳의 대각선 방향으로 가서 먹이를 찾는 실수를 자주 저질렀다. 이는 쥐들이 흰색 선은 무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용해서 길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했다(직육면체 형태의 상자에는, 모든 모퉁이 반대쪽에 대칭이 되는 형태가 존재한다
- 인지 지도에 관한 수많은 미스터리 중 하나는 인지 지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독립체들(위치 세포, 경계 세포, 머리방향 세포, 격자 세포 등을 비롯하여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위치 세포가 경계 세포로부터 기하학적인 정보를 얻고, 경계 세 포는 머리방향 세포로부터 방향성에 관한 정보를 얻으며, 격자 세포는 우리에게 거리에 관해서 말해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역학 관 계가 너무나 복잡하고, 쥐 혹은 생쥐의 뇌에 있는 지름 약 0.2 밀리미터의 단일한 뉴런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실험도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 해마와 그 주위에 있는 부위는 특히 우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외부 세계를 머릿속에 재현하는 것을 도와 주기 위해 진화해온 것처럼 보인다. 쥐에서 그에 해당하는 부위에 있 는 엄청나게 다양한 공간 뉴런들을 생각해보라. 위치 세포, 격자 세포, 머리방향 세포는 물론이고 경계 세포, 랜드마크 세포를 비롯해서 속도 세포와 시간 세포, 신경과학자들이 알아낸 사물이 과거에 어디에 있었 는지 말해주는 추격세포, 동물이 특정한 방향이나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때 활성화되는 방향일치axis-tuned' 세포5, 180도 방향으로 양쪽으로 활성화되는 '플립ip 세포, 박쥐가 날아다닐 때 보이는 '목표방향goal-direction' 세포, 몇몇 공간 세포가 협조하여 맡은 일을 하는 협동conjunctive' 세포, 그리고 몸과 머리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여러 세포가 있다.
- 우울증은 무엇보다도 외로움의 병이다. 중증 우울증 환자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산다. 그들은 마음속의 동굴에서 인생 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 《나의 우울증을 떠나보내며》에서 대프니 머킨은 외로움을 “뼈에 달라붙어......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움직인다.”라고 묘사했다.31 우울증에 관한 최초의 회고록 《보이 는 어둠》(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이 1990년이 되어서야 출간되었다는 것이 다)을 쓴 윌리엄 스타이런은 우울증을 “어마어마하게 고통스러운 고 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립과 그 고립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 한 공포는 상상조차 쉽지 않다. 그것은 길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스타이런에게 자신의 우울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은유는 단테의 《지옥》에 나오는 세 줄이었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가는 도중에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길을 잃었네
쭉 뻗은 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네
어두운 숲이나 황야, 산 등지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라면 생각까지 왜곡시키는 본능적인 공포심에 대해 증언할 것이다. 정말로 길을 잃게 되면 원초적인 무언가가 느껴진다. 신석기시대의 우리 선조들에게 길을 잃는다는 것은 죽음을 뜻했을 것이다(당연히 일부는 살아남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과 다르지만,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는 공통점이 있다. 왜곡된 의사 결정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소외감, 죽음에 대한 확신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또한 언 어를 공유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을 바다에서 표류하는 버림받은 사람으로 묘사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길을 잃었다는 것은 은유적으로, 그리고 인지적으로도 잘 어울려 보인다. 우울증에는 안전지 대가 없다. 이따금 표류하는 느낌이 다시 찾아오면 우울증 환자들은 심리적으 로나 육체적으로 길을 잃는다. 캘거리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신경과민 증이나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일수록 인지 지도를 생성하거나 랜드마크 사이의 공간적인 관계를 마음속에 그리기가(어떤 장면 에 대한 조감도birds-eye view'를 만들기 위해) 유난히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해마의 위치 세포를 약화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일 것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PTSD 환자들에게 유사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우 2차 피해보다는 실제로 공간 감각에 결함이 생겨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반적 인 경우와는 달리 트라우마를 유발했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일관적 인 기억을 생성하지 못한다. 그 결과 괴로운 기억들이 끊임없이 떠오. 르는 고통스런 삶을 살게 된다.
- 사람들은 희망을 잃으면 왜 걷는 것일까? 아마도 잃어버린 길을 찾 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벗 어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완전히 사라져버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구조대원들은 어느 곳을 먼저 수색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자살 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친숙한 곳을 마지막으로 찾아간다. 소풍 을 갔던 곳, 전망이 좋은 장소, 가장 좋아하는 숲속 산책길 등. 의미 있 는 장소에는 구원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곳을 보기 위해 왔을지라도.. 우리의 심리 상태가 공간 또는 장소와의 상호작용을 파괴할 수 있다면, 그 반대 역시 가능하다. 제한적인 환경이 정신적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 “한 사람을 파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장기간 홀로 가두어놓는 것이다. 철학자 리사 겐터 Lisa Guenther가 2013년 같은 주제에 관한 연구에서 썼던 글이다.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의 수감자나 납치된 사람처럼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람들은 큰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 공황 발작, 편집증, 외 부 자극에 대한 과민증, 강박적인 사고, 왜곡된 인식, 환각, 사고 및 기억 장애 등이 나타나고, 드물게 극심한 정신 질환과 영구적인 정신적 피해 등을 겪기도 한다. 더블베드 크기의 공간에 갇혀 살게 되면 상당 수가 공간과 관련된 인지 기능이 파괴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지 인간의 존엄성과 이동성뿐만 아니라 존재에 대한 모욕이다.
-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낯선 지형에서 길을 찾을 때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위치와 연관 시키는 자기중심적 방법, 혹은 지형의 특징과 그러한 지형들이 서로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에 의존하는 공간적 방법이 그것이다. 자기중심적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지시를 따르 는 것과 같다. 교차로 몇 곳을 지나면 방향을 바꾸는가? 그곳에서 좌회 전을 해야 하나, 우회전을 해야 하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간적 방법 은 조감도의 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저 언덕을 기준으로 우리 집은 어디인가? 남쪽으로 가야 하나 서쪽으로 가야 하나? 자기중심적 방법은 내 직관을 따르는 것이고, 공간적 방법은 큰 그림을 보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일정 수준까지 효과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 사용한다. 자기중심적 길 찾기가 더 간단하고 빠른 경우가 많아서 동일한 경로를 반복하여 이용할 때(예를 들면 매일 통근하는 경우)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언제나 이 방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을 경우(도로가 차단되었거나 랜드마크가 없어졌다면) 대체할 만한 지리적 지식이나 우회로를 계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공간적 전략만이 주변 환경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한 나의 상대적인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자기중심적 관점은 한장의 평범한 사진처럼 한 지점에서의 해석이다. 공간적인 관점은 데이 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의 풍경처럼, 심도가 깊고 다중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
- 머릿속에서 회전하기 같은 소규모 공간 능력이 길 찾기 능력을 정확 히 예측하지 못한다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널리 사용 되고 있는 샌타바버라 방향감각 척도를 만든 메리 헤거티Mary Hegaty 는 사람들의 공간 능력 차이의 많은 부분을 성격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만 2000명이 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서 방향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외향성, 성실함, 개방성에서 높은 점 수를 받았고, 신경증적 성향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힘과 열정(외향성), 부지런함과 섬세함(성실함), 호기심과 창의력(개방성)은 모두 길을 찾을 때 유용한 자질이다. 이러한 자질은 강제로 주위 환경과 관계를 맺게하기 때문이다. 정서 불안(신경증적 성향)은 없어도 살 수 있다. 생기가 넘치고, 자제할 줄 알며, 모험을 좋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내성적이고, 산만하고, 편협하고, 겁이 많은 사람보다 길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낮다(모험을 좋아하는 기질 때문에 제일 먼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신경과민이라면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에 공간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길 찾기 능력이 성격에 좌우된다는 발상은 흥미롭다. 우리는 성격에 따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헤거티의 연구에 따르면, 성격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형태 또한 결정한다. 이는 성격이 한 생애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길 찾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 다. 다행히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성격은 변한다. 사람들은 (이 를테면 연애 중에는) 더 성실해지기도 하고, (치료를 받아서) 신경과민이 줄어들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친화력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635명을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지켜보았으나 14세에서 77세까지의 성격 사이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다.
- 여성과 남성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길을 찾을 때는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서도 공간 능력이 왜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지 규명하지 못했지만, 결론 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길을 찾을 때 전혀 다른 전략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성들은 랜드마크에 더 큰 관심을 두고, 그 주변에 경로를 계획하고,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주위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들은 태양이나 동서남북 방향 같은 현재 지역과 무관한 기준점을 이용하거나, 새가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에게 방향을 물어본다면, 방향과 거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에게 묻는다면, 길을 따라 지나치면서 보게 될 것들에 대해 들을 가능성이 크다. | 이것은 물론 조악한 일반화이지만(수많은 남성이 랜드마크 사이의 경 로로 여행을 계획하고, 수많은 여성이 세상을 지도 보듯 읽는다), 테스트 결 과에서는 성별의 차이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길 찾기의 정확도에 관한 테스트들은 대부분 공간의 기하학적 특성을 잘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거나 지름길을 찾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바꿔말해 남성을 선호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많은 랜드마크가 포함된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만큼이나 잘하거나 남성보다 성적이 좋다. 이것은 이를테면 도심처럼 특징적인 지형으로 가득한 장소나, 숲처럼 멀 리 있는 경계가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 길을 찾을 때는 성별의 차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 공간에 대한 의식은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이 생각하고 말하는가에 기반한다. 쿠크 세이요르 Kuuk Thaayorre어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의 케이프요크에 모여 사는 포름푸라우 Pormpuraaw족이 사용한다. 이들은 대화할 때 왼쪽, 오른쪽, 앞, 뒤 등의 상대적인 용어 대신 기본 방향(동 서남북)을 사용한다. 인지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레라 보로디츠키 Lera Boroditsky는 그들이 '너의 남동쪽 다리에 개미 한 마리가 있다. 혹은 '컵 을 북북서 방향으로 조금만 옮겨라.' 같은 식으로 말한다는 사실을 발 견했다. 전통적인 인사는 '안녕hello'처럼 별다른 의미 없는 '어디 가니?" 이며, 화자는 말 그대로의 대답(남쪽)을 기대한다. 결과적으로 다섯 살짜리 아이도 언제나 정면이 어떤 방향인지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보로디츠키는 완전히 의식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는 7000가지 언어 중 3분의 1이 공간 에 대한 상대적인 설명보다는 절대적인 설명에 의존하거나, 공간과 관련된 용어를 언어 구조에 통합하는 유사한 공간적 특성이 있다고 추 정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안에서 해상 생활을 하는 콰키우틀족의 고유 언어에는 위치와 방향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접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한 단어를 바탕으로 지리적 설명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즉 수달이 상륙하는 곳은 간단하게 'xumdas (as가 붙으면 '장소'를 지칭 한다)가 되고, tla 로 끝나는 것은 모두 '바다로'를 가리킨다('inegeta'는 '바 로 바다로'를 뜻한다). 콰키우틀어 역시 쿠크 세이요르어 같은 지각知覺 의 언어이다. 이들 모두에게 공간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은 그들이 번영하거나, 혹은 살아남거나, 아니면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펼쳐져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의식은 대개 필요에서 비롯된다. 80여 년 전 심리학자 해리 드실바는 본능적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을 아는 것처럼 보이는 스무 살 청년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공간과 관련된 특별한 능력을 소유한 서번트savant(지적장애나 뇌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 - 옮긴이)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청년의 어머니가 왼쪽과 오른쪽을 잘 구별하지 못해서 기본 방향으로 공간적인 관계를 표현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옷 장의 북쪽에 놓인 솔 좀 가져다줘라.”, “가서 현관 동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라.” 결과적으로 청년은 자신의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리적 방향을 기억했던 것이었다.
- 길을 잃은 것은 인지의 한 상태이다. 내부의 지도는 외부의 세계와 분리되었고, 공간 기억에는 내가 보는 것과 짝을 이루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핵심적으로는 그것은 감정의 상태이다. 기억은 정신적 인 이중의 고통을 전달한다. 두려움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이고 생각하는 능력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조셉 르두가 감정에 의한 의식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라고 부른 것에 시달리게 된다. 길을 잃었다는 것 을 깨달은 사람의 90퍼센트가 스스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이를테면 달려감으로써), 두려움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한다. 랜드마크를 알아채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다.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 알지 못한다. 폐쇄공포증을 느끼게 된다. 마치 주위 환경이 자신을 옥죄는 것 같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속사포처럼 빠르게 일어 나는 진화 반응이기 때문이다. 신경생물학을 공부한 수색 및 구조 전문가 로버트 퀘스터 Robert Koester는 그것을 '투쟁 혹은 도피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투척'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황 발작이다. 만일 숲에서 길을 잃는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 현실에서 분리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점점 미쳐가는 느낌이다.”
- 도시는 보기보다 살기 힘들다.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심리 장애가 도시에서 34퍼센트 더 많이 나타나고, 도시에서 성장하면 조현병에 걸 릴 가능성이 최소 두 배 높아진다. 도시 생활은 실제로 뇌의 생태를 변 화시킨다. 소음, 과다한 자극,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등은 원인의 일부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인 스트레스이다. 도시에서 는 의미 있는 관계를 쌓기가 어려워, 쉽게 외로워진다. 도시계획자들은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참여하고 싶고 사회 교류를 장려하는 공공 공간 을 설계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20 사람으로 붐비는 교차로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보다 공원이나 보행자 전용 광장을 거닐 때 누군가에 게 말을 걸고 싶어질 것이다. 도시를 알아보기 쉽고 길을 찾기가 간단 하다면 살기가 쉬워질 것이다. 또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가는 길을 즐길 수 있다면 삶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움직임은,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실종되었을 때 수색에 참여한 전문가들에 의해 많이 연구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까지 길을 따라가는 것으 로, 그리고 집요하게 직진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그 렇게 하는 이유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공간 인지 능력이 1차원으로 붕괴되기 때문이라고 로버트 퀘스터는 주장한다. 그가 만든 국제 수색 및 구조 사건 데이터베이스는 하나의 치매 사례에서 시작했다. 심한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모르는 곳에 있다. 나의 현실은 내가 볼 수 있는 것에 국한된다. 내 뒤에 있는 것은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선택지는 내 앞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직선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움직임에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매 순간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이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찾는 것이, 내가 찾지 못한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 당연하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우리에게 깨우쳐준 것처럼 “방황하지 않는 자는 길을 잃는다.”
- GPS는 절대 길을 잃지 않게 해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생각이 흥미롭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지리적 확실성 속에서 살 때 우리는 자신의 무언가를, 어느 정도의 성장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리베카 솔닛이 《길 잃 기 안내서》에 쓴 확실성과 무지에 관한 명상처럼, “절대 길을 잃지 않 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고, 길을 잃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 중간 어딘가에 발견의 삶이 있다. 솔 닛은 계속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인용한다. 그가 월든 호수의 오두막에서 보낸 2년은 “계획에 따라 살아가고”, “삶의 정수를 모두 빨아 들이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바꿔 말하면, 우리는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 관계의 무한 확장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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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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