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형 인간

심리 2020. 7. 18. 14:32

- 도파민은 1957년에 런던 근교의 런웰 병원 연구실에서 캐슬린몬터규에 의해 발견된 뇌 속 화학물질이다. 처음에 도파민은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화학물질의 체내 합성을 돕는 물질 정도로만 여겨졌다. 참고로 노르에피네프린은 아드레날린adrenaline 중 뇌에서 작용하는 화학물질만을 구분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도파민을 만들 수 있는 뇌세포의 수는 오로지 0.0005%, 즉 200만 분의 1에 불과함에도 이 화학물질이 사람의 행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었다.연구에 참여한 피시험자들은 도파민 신호가 켜졌을 때 쾌감을 느꼈고, 이 소수정예 세포들을 깨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게다가 조건이 맞아떨어져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갈구하는 생리적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면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저항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과학자들은 이런 도파민에 '쾌락분자pleasure molecule'라는 이름을 붙이고 뇌세포가 도파민을 만드는 반응을 '보상회로 reward circuit'라 불렀다.
- 사랑이 식는 이유는 뭘까? 수 세기 동안 인류가 풀지 못했던 이 미스터리를 도파민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애초에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갈망하도록 빚어졌다. 그래서 인간은 갖 가지 가능성을 자양분 삼아 미래를 꿈꾼다. 반면 익숙해진 것에는 흥분과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때 인간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 현상을 과학자들은 '보상예측오류reward prediction error' 라고 부 른다. 뜻은 말 그대로다. 우리는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매순간 끊임없이 예측한다. 그런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 내 예상보다 좋았을 때 우리는 미래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고 말한다. 오늘 예상보다 일찍 퇴근하거나, 통장에 10만 원이 더 들어 있다면? 이 행복한 오류는 도파민을 작동시킨다. 도파민 발화에 시동 을 거는 것은 이렇듯 예상치 못한 좋은 소식이 선사하는 짜릿함이다. 아낀 시간이나 돈 자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보상예측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도파 민은 꿈틀거린다. 평범한 출근길이라고 상상해보자. 늘 다니던 곳이라 눈 감고도 다니는 길이다. 그런데 중간에 새로 생긴 빵집을 발견했다. 당장 들어가서 어떤 빵을 파는지 구경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도파민이 폭발해 일순간 미각, 촉각, 시각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대감이 주는 쾌락이다. 이 집에서 만든 빵을 맛보지도, 시음 음료를 받아보지도, 아니 아예 가게 안에 들어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마음이 들뜨고 신이 난다.
-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라는 요즘 말을 원시시대로 가져가면 그 뜻이 가졌거나 죽었거나.’로 한층 묵직해질 것이다. 진화의 관점 에서 갖지 못한 음식은 갖고 있는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그것은 단순한 여분의 식량을 뛰어넘는다. 그래서인지 뇌가 개인공간과 외부공간을 구분하는 능력은 다른 능력들과 애초에동원되는 경로와 화학물질부터가 다를 정도로 근원적이다. 우리의 시선이 아래를 향할 때 뇌는 개인공간을 인식한다. 그 순간 뇌 는 현재를 관장하는 화학물질들로 뒤덮인다. 반면 뇌가 외부공간 의 일에 대처해야 할 때는 다른 화학물질들이 모두 숨을 죽인 채, 오직 1가지 화학물질만이 전권을 쥔다. 바로 도파민이다.
- 저 멀리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갖지 못했고, 맛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무언가를 소망하는 것, 포기하지 못하고 기대와 상상만을 끊임없이 키워가는 것.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도파민의 역할은 매우 구체적이다. 도파민은 훨씬 좋은 날이 곧 올 거라는 환상을 우리의 머릿속에 심는다. 그래서 우리를 계속 '더, 더!' 하고 외치는 천하의 욕심쟁이로 만드는 것이다.
- 도파민이 불러오는 신선한 감각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로맨스의 열기는 언젠가 반드시 식기 마련이고 그곳에서는 선택의 기로가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 저 사람이 함께 있 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관계의 새 장을 열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의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수 도 있다. 후자는 쉬운 선택이지만 이렇게 선택한 사랑은 늘 눈 깜 짝할 사이에 끝나버린다. 쨍하게 단 크림과자를 한입에 먹어 치 우는 것처럼, 오래 가는 사랑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기대가 아닌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만 두 사람은 오랜 연인이 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의 불완전성 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런 태도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려 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세상이 쉬운 길을 제시하면 십중팔구 미끼 를 덥석 무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도파민이 요란하게 개시한 불꽃놀이가 끝날 즈음에 많은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연애 초기는 다리 초입에 설치된 회전목마를 타는 것과 같다. 목마에 앉아 제자리를 빙빙 돌면서 다리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감상한다. 하지만 목마는 늘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음악이 멈추고 목마에서 내려왔을 때 당신은 선택을 해야 한다. 회전목마를 한 번 더 탈 것인지, 아니면 다리를 건 너가 좀 더 성숙한 사랑을 시작할 것인지
- 도파민은 연애가 시작되는 초반에 사랑을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불쏘시개다. 그리고 연애 중반기에 접어들면 사랑의 성격은 달라진다. 화학작용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궁극적으 로 도파민은 쾌락분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대감 분자anticipation molecule'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가 꿈과 환상만을 좇는 것을 멈추고 현실을 즐길 수 있으려면, '미래바라기' 도파민이 쥐고 있던 뇌의 지배권이 다른 신경전달물질들에게 넘어가야 한다. 현재지향적 화학물질들에게로 말이다. 이 현재지향적 화학물 질들 중 상당수는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하다. 세로토닌serotonin, 옥시토신 oxytocin, 엔도르핀endorphin, 그리고 엔도카나비노이드 계열 분자들(endocannabinoid, 뇌에서 마리화나와 같은 효과를 낸다.)이 여기에 속한다. 도파민이 기대감을 통해 기쁨을 주는 것과 달리, 이 화학물질들은 실제 감각과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선사한다. 오죽하면 엔도카나비노이드 계열 분자들 중 아난다마이드anandamide는 이름부터 '즐거움, 행복, 기쁨'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따왔을까.
- 도파민이 순간의 과욕을 상징하는 분자라면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가장 잘 대변하는 화학물질은 옥시토신과 바
소프레신이다. 옥시토신은 여성의 몸에서 더 활동적이고 바소프레신은 남성에게 더 쓸모가 많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 화학물질들을 연구했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암컷 들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입했다. 그 러자 녀석이 마침 우연히 곁을 지나가던 수컷에게 마치 오래 전부 터 친했던 사이처럼 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늘 성욕 항진 상태에 있는 수컷 들쥐에게 바소프레신 분 비를 촉진하는 유전자를 이식했다. 그러자 녀석은 주위에 매력적 인 암컷이 아무리 많아도 오직 1마리의 암컷만을 바라보는 팔불출 로 돌변했다고 한다. 바소프레신이 말하자면 '좋은 남편 호르몬으로 작용한 것이다. 도파민은 정반대다. 선천적으로 도파민 수치가 높은 사람은 같이 잔 상대의 수가 많고 첫 경험을 하는 나이도 도 파민 수치가 낮은 사람에 비해 더 어리다는 통계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열정적 사랑기에서 동반자적 사랑기로 넘어가 면서 커플의 잠자리 빈도는 줄어들게 된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 신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분비를 억제하므로 이건 아주 자연 스러운 현상이다. 비슷한 이치로 테스토스테론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분비를 억제한다. 그래서인지 태생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중에서는 미혼이 유독 많다. 미혼 남성의 테스토 스테론 수치가 기혼 남성에 비해 높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결혼했더라도 부부 사이가 원활하지 않으면 남성의 체내에서는 바소프레신이 감소하는 한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한다.
-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의 관계는 특별하다. 테스토스테론은 현재지향적 화학물질 치고는 특이하게도 도파민이 활동할 때 뒤로 숨지 않는다. 두 화학물질 사이는 오히려 협력 관계에 더 가깝다.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의 회로는 서로 되 먹임작용으로 순환하도록 연결되어 있고 이 순환 고리는 로맨스의 감정을 무한 히 부추기는 영구기관처럼 작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랑의 열정이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사람은 흔히 섹스에 목말라한다. 이 갈증을 테스토스테론이 심화시킨다. 그리고 이 목마름은 다시 열정적 사랑의 연료가 된다. 즉, 성적 만 족을 거부할 때 열정이 도리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물론, 효과가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순간의 유혹만 꾹 참으면 되니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 뇌 화학을 이해하 면 오늘날 도처에서 목격되는 인간 행동의 배경 기전을 대충이나마 설명할 수 있다. 기다림은 가장 정열적인 사랑의 시기를 최대한 길게 끌어준다. '밀당' 중 인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달콤쌉싸름한 긴장감도 사랑의 화학물질들이 일으키 는 효과 중 백미라 할 만하다. 열정을 유예하면 오히려 그 열정이 더 오래간다. 딸의 결혼을 바랄 때, 노련한 엄마라면 열정을 해소하지 말고 부풀리기만 하라 고 조언할 것이다. 환상이 현실이 되면 도파민은 힘을 잃는다. 도파민은 꿈같은 연애 초반에만 활약할 수 있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치자. 당장 오늘 밤 그의 침실로 들어갈 수도 있 고, 그의 손을 뿌리쳐 잠자리를 다음으로 미룰 수도 있다. 도파민 수치를 높이 는 것은 둘 중 어느 쪽일까? 엄마들은 오래 전부터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다만 과학적 근거가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 욕망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진 복측피개영역이라는 뇌 심층부에서 생겨남. 복측피개영역에는 도파민이 유독 많다. 뇌 안의 주요 도파민 생산지인 2곳 중 하나가 여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뇌세포와 비슷하게 이곳의 뇌세포 역시 엄청 나게 긴 꼬리를 갖고 있다. 꼬리는 뇌 안 여기저기를 거쳐 측좌핵 nucleus accumbens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이 긴 꼬리의 뇌세포들이 활성화되면 꼬리 끝에 달린 주머니를 열어 도파민을 측좌핵에 분 비한다. 바로 이것이 의욕의 기전이다. 이 회로에는 중변연계(mesolimbic 경로라는 어려운 공식 명칭이 있지만 우리는 쉽게 '도파민 욕망회로'라 부르기로 하자. 이 도파민 회로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부추기도록, 즉 몸뚱이가 식량을 많이 구하고 짝짓기를 잘 하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진화했다. 식탁 위에 놓인 도넛을 보면 뇌의 이 욕망회로가 활성화된다. 도넛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다. 진화적 관점 혹 은 생명유지를 위한 본능 면에서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런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배가 고프든, 그렇지 않든 도파민 욕망회로는 무조건 긴장하게 된다. 이것은 도파민의 '본성'이다. 도파민은 오로지 미래만 생각하며 뭐든지 더 많이 쟁이는 데에만 집중한다. 허기를 느끼는 것은 그 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사건이지만 도파민은 말한다. “지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상관없어. 어서 가서 도넛을 집어 먹어. 하루라도 더 살아 있을 수 있을 거야. 다음에 또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 설득력 있 는 주장이다. 아사 직전까지 굶는 날이 허다한 원시인에게라면 말이다.
- 도파민은 매일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는 노파와 같다. 창고에 죽을 때까지 쓰고도 남을 만큼의 화장지가 있지만 노파는 개의치 않는다. 노파에게는 아무리 사다 놔도 늘 부족한 게 바로 이 화장지다. 도파민도 똑같다. 도파민이 노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도파민의 집착 대상은 화장지가 아니라 생존 에 유리해 보이는 무언가라는 것뿐이다. 이 점을 알고 나면 다이어트 중인 남자가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햄버거 고기 굽는 냄새에 굴복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앤드류 가 몇 시간, 아니 몇 분 뒤면 십중팔구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즉흥 만남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하지만 허기를 달래고 나면 포만감 회로가 활성화되어 식욕회로는 억제되므로 식량을 구하러 다닐 의욕이 그 전보다 현저히 떨 어진다. 안정을 추구하는 견제와 균형'의 기전이 생명체 안에서도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카인에는 포만감 회로라는 게 없다. 그래서 중독자는 정신을 잃거나 몸이 망가지거나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크랙(담배처럼 피는 코카인 - 옮긴이)을 핀다. 중독자에게 크랙을 얼만큼 갖고 싶냐고 물어보면 모두가 짠 것처럼 같은 대답을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이다.
- 그렇다면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보자. 도파민의 사명은 미래를 멋지게 그려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보상이 얻어걸리면 신호를 보내 알린다. “여기 주목!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배울 시간이야.”라고, 그렇게 도파민이 범람하는 욕망회로는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한다. 이제 도파민 회로는 스스로 새 길을 내고 그 곳에 따끈따끈한 기억을 새긴다. 새로운 신경망이 형성된다. 도파 민 회로는 종용한다. 방금 느낀 기분을 기억하라고, 미래에 쓸모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 기억의 역할은 뭘까? 다음에 똑같은 보상을 받게 되었을 때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를 우연히 발견한 순간, 그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신이 날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는 그 정도로 좋지 않다. 보상예측오류는 더 이상 없다. 도파민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데 인색하다. 뇌를 살짝 손 봐서 깜짝 이벤트를 예측 가능한 소소한 에피소드 정도로 강등시키는 것이 원래 도파민의 일이다. 그래야 이 몸뚱이가 생존 자원을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으니까. 다만, 깜짝 이벤트와 보상예측오류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사라지면 도파민 자신의 활동력도 함께 줄어든다. 그런데 중독성 있는 약물은 골치 아픈 예측 예측 오류 회로를 아예 우회해버린다. 그러고는 도파민 회로를 인위적으로 점화시킨다. 그렇게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과적으로 남 는 것은 온 몸의 세포가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뿐이다. 약물은 정 교하게 유지되던 몸의 균형을 너무나 쉽게 무너뜨린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뇌는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약물은 몸의 사정은 아랑곳 않고 무조건 도파민 분비를 재촉한다. 뇌는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곧 만사를 약물과 연관시켜 처리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의 해결책이 약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파킨슨병은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경로에 도파민이 부족해져 생기는 병이다. 쉽게 설명하면 사람이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서글픈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근육조절회로에 도파민이 부족한 사람은 몸이 뻣뻣해지면서 덜덜 떨리고 움직임이 느려진다. 치료법은 도파민 분비 촉진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약물치료를 견딘다. 하지만 6명 중 1명꼴로 중독 증세가 나타난다. 병적 도박, 성욕 과잉, 강박적 쇼핑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 인간의 뇌는 왜 굳이 짝을 맞춰가며 화학물질과 회로들의 역할 을 잘게 나눠놨을까? 한 회로가 여러 가지 일을 다 할 줄 아는 게 더 편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대립하는 기능이 따로 존 재해야 관리가 더 수월한 까닭이다. 자동차에 액셀과 브레이크가 있는 것처럼 뇌에도 서로를 반대하는 것을 제일의 사명으로 하는 회로가 각각 존재해야 한다. 도파민 통제회로 역시 전두엽에 위치한다. 정확히는 가장 최근 에 진화했다는 의미로 신피질이라 부르는 곳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부위이기도 하다. 신피질 덕분에 인간은 욕망회로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미래를 상상하고 백년대계를 구상한다. 인간이 도구의 발명과 추상적 사고 를 통해 오늘날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된 것 역시 신피질 덕분이다. 당장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언어, 수학, 과학을 창조한 것도 신피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두 고도로 이성적인 활동들이다. 오직 현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드러나는 일은 없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면 냉철하고 계산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기는 게 좋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는 것이 끔찍하다. (랜스 암스트롱)
- 우리가 도파민 욕망회로라는 별칭으로 계속 부르고 있는 중변 연계 회로에 도파민이 몸을 실으면 욕망의 감정이 솟아난다. 그런 데 우위를 점하고, 무언가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욕망이 아니라 계산'과 '계획'이다. 이 2가지는 중피질mesocortical 경로의 고유 기능이다. 이해하기 쉽게 지금부터는 이 중피질경로를 도파 민 통제회로라 부르도록 하자. 왜냐고? 중피질경로의 진짜 목적은 도파민 욕망회로가 폭주할 때 고삐를 당기고 진정시켜 유익한 결말로 인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피질경로는 추상적 사고와 진취적 전략 구상을 담당하는데, 바로 그 덕분에 인간은 주변세상을 통제하고 환경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한편 도파민 통제회로 역시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다. 인간이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때 이 회로는 각각이 불러올 미래를 살짝 맛보여준다. 그러면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불러올 답안을 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파민 통제회로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할 튼튼한 계획을 짜도록 도와준다. 회로의 시발점이 같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게, 가능성뿐인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은 욕망회로나 통제회로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회로의 종착점은 확연히 다르다. 도 파민 욕망회로는 흥분과 열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끝나는 반면 도파민 통제회로는 논리적 사고에 특화된 영역에서 끝난다. 때문에 두 도파민 회로 모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을 좇는다. 욕망회로가 좇는 유령은 지금 수중에 없기에 앞으로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무언가다. 통제회로가 좇는 유령은 아이디어, 계획, 이론, 수학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추상적 개념, 아직 실재화 되지 않은 세계다. 모두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의 핵심 재료가 되는 것들이다.
- 도파민 통제회로는 도파민 욕망회로의 바람을 꺾고 인간을 원초적인 욕심쟁이보다 훨씬 성숙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통제회로 의 힘을 빌린 인간은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모형화한다. 모형을 토대로 여러 가지 가능성의 결말을 추론하고 비교한 뒤 목 적 달성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낸다. 진화는 인류에게 가능한 많은 자원을 확보하라는 명령만을 내렸지만 인간은 그 이상을 해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파민 욕망회로는 여전히 차 뒷좌석 의 어린아이처럼 군다. 아이는 패스트푸드점, 장난감 가게, 산책하는 강아지가 보일 때마다 부모에게 “저거 봐! 저거 봐!” 하고 고함을 쳐댄다. 도파민 통제회로는 운전석에 앉은 부모처럼 아이들의 요구를 들으며 아이 말대로 차를 잠깐 세워도 좋을지, 세운 후 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신중하게 계획한다. 도파민 통제회로는 도파민 욕망회로가 높여 놓은 기대감 때문에 뜨끈해져 술렁이는 공 기를 감지한다. 그러고는 신속하게 주어진 선택지에 평점을 매기고 목표물 획득에 사용할 도구를 선택한 후 전략을 짠다.
-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2가지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닌다. 별 일 없어도 늘 붙어 다니던 친구들(친교 관계)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약속하면 계획을 짜느라 머리를 맞대야 하는 대리자 관계로 변하는 것이다. 직장 동료 사이는 서로의 업무를 보완하는 대리자 관계가 8할이지만 그들도 마음이 맞으면 함께 보내는 휴식 시간, 혹은 퇴근 후 나누는 담소를 진심으로 기꺼워하는 친교 관계가 될 수 있다. 성향에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경계선이 확실한 대리자 관계를 편하게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더 편안한 친교 관 계를 선호한다. 또, 두 관계 모두 능숙한 능력자가 있는 한편 둘다 서툰 사람도 있다. 흥미롭게도 사람의 성격은 관계 선호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리 자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은 냉정하고 무뚝뚝한 경향이 있는 반면 친교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은 정이 많고 따뜻하다. 그들은 사교성 이 좋아서 주위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대리자 관계와 친교 관계 양쪽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사람들 중에는 친근해서 인기가 좋은 지도자가 많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이나 로널드 레이건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일반적으로는 대리자 관계를 주 도적으로 맺지 못하는 사람이 상냥하고 순종적인 추종자가 되기 쉽다. 반대로 친구는 잘 사귀지 못하면서 대리자 관리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냉정하고 무심한 사람으로 비춰지기 쉽다. 둘 다 못 한다면 어떨까? 그런 사람은 어디서든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다.
- 도파민 욕망회로가 과하면 약물중독을 일으키듯, 도파민 통제 회로가 지나치게 우세한 사람들은 성취욕에 중독된다. 그런데 성 취욕 중독자는 오직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만 매달릴 뿐 절대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 마약의 내성 때문에 용량을 높여도 약물 중독자가 체감하는 이상행복감은 점점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주위를 잘 살펴보자. 미친 듯이 일에만 매달리지만 어떤 성과에도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1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목표 달성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다음 과제로 넘어가기 위한 단계일 뿐이다.
- 도파민의 사전에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다. 그래서 도파민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는 현재지향적 감정인 죄책감이 맥을 못 춘다. 도파민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불굴의 노력을 가능케 하지만, 탐욕에서 비롯된 기만과 폭력 역시 도파민의 작품이다.
- 챔피언이 반칙을 하는 이유는 중독자가 마약을 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그만두지 않으면 언젠가 자멸할 것임을 머리로 알고 있지만 도파민 욕망회로가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 도파민 회로의 활동이 유별나게 활발한 사람들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이런 성 격은 어느 정도 유전자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고 한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도파민 회로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도파민 욕망회로가 있다. 이 회로 의 활성이 유독 높은 누군가는 충동적 성향을 보이거나 만족을 모르고 과욕을 부린다. 이런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클럽에 갔다 하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불살 라야 직성이 풀린다. 반대로 욕망회로의 활성이 낮은 사람들은 클럽이 밀집한 유흥가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한다. 대신 정원 가꾸기 같은 조용한 취미를 즐기고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음은 도파민 통제회로다. 이 회로가 너무 우세한 사람은 냉철하고 매사에 논리를 따지므로 냉혈한으로 취급 받기 쉽다. 반대로 통제회로가 약한 유형은 정 많고 인자한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우정을 지키는 쪽을 택한다.
- 본래 도파민 시스템은 미래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사명을 띠고 진화했다. 그래서 선발주자인 욕망과 열정은 구르기 시작한 공이 멈추지 않게 하는 데 주력한다. 한편 후발주자의 주특기는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수학과 논리에 기반해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공을 더 잘 굴리게 해준다. 특히 먼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끈기의 원동력이다. 학교를 졸업하 거나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처럼 장대한 계획을 완수하려면 끈기가 필수적이다. 미래 계획은 도파민 욕망회로의 쾌락적 충동을 달래는 데도 효과적이다. 내일의 더 큰 기쁨을 위해 오늘의 작은 즐거움을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도파민 통제회로는 현재지향적 감 정을 억제함으로써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안위를 희생하는 것 같은 어려운 결정 을 내려야 할 때 특히 이런 이성적 사고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 도파민 통제회로는 약삭빠르다. 때로는 순식간에 치고 나가 자 신감을 앞세워 상황을 지배한다. 그리고 때로는 순종을 가장하여 협동을 독려한다. 타인의 손까지 내것처럼 부려서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도파민은 욕망을 빚어내지만 지배의 원천이기도 하다. 덕분에 인간은 환경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내 의지대로 주무 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능력의 범위는 세상을 지배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도 있다.
- 예술과 과학은 아무 접점도 없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예술과 과학은 도파민이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시를 지으려 해도, 물리 공식을 완성하려 해도 일단 현실의 겉모습 너머로 보다 심오한 추상적 세상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은 전자와 에너지의 공식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와 조금도 다르 지 않다. 실제로 과학자 집단 안에는 예술혼이 충만한 사람이 많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는 예술 관련 취미를 가진 회원이 일반 대중과 비교해 1.5배 많 다고 한다. 이 비율은 영국 왕립협회 Royal Society로 가면 거의 2배로, 노벨상 수상자들만 따지면 무려 3배로 껑충 뛴다. 복잡하고 추 상적인 사고를 잘 할수록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에 서도 도파민형 성격이 유전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가령, 아이슬란 드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8만 6,000여 명의 유전자 프로파일 을 분석했다. 그 결과,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의 발병 위험을 높 이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중 배우, 무용가, 음악가, 화가, 작가 등 예술 계통 종사자가 유독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적분을 발명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한 아이작 뉴턴도 그런 문제적 천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호감을 얻는 데 손톱만큼도 소질이 없었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와 미적분을 주제로 벌인 논쟁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뉴턴은 비밀이 많고 집착이 심했으며 냉혈한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조폐국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동 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위조범들을 모조리 교수형에 처했다는 일화도 있다. 언젠가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뉴턴은 숨겨진 메 시지를 찾는다며 성경을 몇 시간씩 뒤지는 날이 허다했고 종교와 주술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그런 한편 중세 연금술에 푹 빠져 서 인간에게 영생을 준다는 철학자의 돌을 찾는 데 집착했다. 결 국 50살에 완전히 미쳐버린 뉴턴은 1년 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도파민은 창작의 원동력이다. 도파민은 마치 블록으로 탑을 쌓 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노는 아이와 같다. 항상 제자리인 것 같아도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낫고, 옛 것에서 새 의미를 발 견하는 일신우일신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도파민 시스템이 지나치게 항진된 천재는 정 신질환자가 되기 쉽다. 비현실이 두 세계 사이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와 현실을 잠식할 때 편집증, 망상, 폭주 행동을 낳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압도적인 도파민 활성 탓에 현재지향적 회로가 힘을 못 쓰는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힘들어하면서 친구도, 가족도 나 몰라라 하는 외톨이가 된다.
- 보수주의자는 현존하는 폐해에 사로잡힌 정치인이고, 진보주의자는 기존의 폐해를 새로운 폐해로 대체하려는 정치인이다. (악마의 사전)
- 2016년에 호주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배우들은 개인적 성취감과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큰 한편 정신질환에 걸리기가 매우 쉽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응한 배우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여럿 꼽았는데,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이 자율성이 충돌할 때의 갈등, 주변 환경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불안, 인간관계의 어려움, 혹독한 자기비판 등이었다. 이는 모두 도파민이 몹시 우세한 사람들이 겪는 난관들이다.
- 인류의 발원지 근처에서 대대로 살아온 이들의 후손 집단에서는 긴 DRD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새 정착지를 찾은 이들의 후손 집단에 비해 확연하게 낮았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동아시아를 통과한 뒤 베링해협을 거쳐 북미를 찍고 최종적으로 남미로 내려가는 경로가 있다. 확인된 모든 경로를 통틀어 최장거리를 자랑하는 동선이다. 이 고난의 행군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오늘날의 남미 토착민 집단은 긴 도파민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69%로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높았다. 상대적으로 일찍 이동을 멈춘 북미 집단의 경우, 해당 비율은 32%에 그친다. 둘 사이에 낀 중앙아메리카도 해당 비율이 42%였다.
- 도파민 운반체는 뇌 속의 진공청소기다. 오랫동안 밖에 나가 있 던 도파민 분자들을 적당히 걷어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도파민 합성 기능이 있는 뇌세포는 스위치가 켜지면 주머니에 보 관하고 있던 도파민을 밖으로 내보낸다. 바깥으로 분비된 도파민 은 근처 다른 뇌세포 쪽으로 흘러가 표면에 달린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한다. 그러면 새롭게 스위치가 켜진 뇌세포가 또 분주해진다. 열기를 식힐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앞쪽 세포의 도파민 운반체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도파민 분자들을 다시 빨아들인다. 수용체에서 도파민이 떨어져나간 뒤쪽 세포는 다시 잠잠해진다. 이렇게 건강한 뇌세포들은 결코 도를 넘어 흥분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바로 이 운반체가 고장 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을 한 번에 보여주는 가장 좋은 실례는 아마도 코카인중독자일 것이다. 코카인은 도파민 운반체를 차단한다. 진공청소기 노즐을 양말로 틀어막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포 밖에 나와 있는 도파민 분자들은 수용체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뒤쪽 세포를 도발한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힘과 실천력이 넘치고 성욕이 폭발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취기가 한창 오른 코카인중독자는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고, 이유 없이 몹시 행복해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횡설수설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때문에 의사들조차 코카인중독과 조증을 구별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 도파민이 현저하게 우세한 인간형은 흔하지 않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이 몇몇 국가에 몰린다는 것은 다른 한쪽에서는 도파민형 인재의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 맥락에서 유럽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유전자 지도를 도파민으로 물들일 때 유럽에 남은 동포들의 삶의 방식이 점점 더 현재지향적으로 변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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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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