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설

심리 2020. 11. 26. 20:32

-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100% 환경에 의해 결정되며 유전자와 생물학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100%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100% 환경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진화심리학 연구에서는 어느 쪽이냐 하면 생물학적, 유전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과학의 세계에서도 일반적인 세상에서도 환경주의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100% 결정한다고 하는 생각)가 지배적인 까닭에 그에 대항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한들 놀라는 사람은 없다. "당연한 거잖아.” 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전자가 얼마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가를 이야기하면 “설마 그렇게나?” 하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 피해야 할 2가지 논리적 오류
진화심리학, 나아가 인간과학 분야 전반에서 무엇인가를 논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될 논리적 오류가 두 가지 있다. 학문적인 용어로 하나는 '자연주의 오류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도덕주의 오류라고 한다. '자연주의 오류는 20세기 초 영국의 철학자 조지 에드워드 무어(George Edward Moore)가 사용한 말이지만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David Hume)15도 일찍이 이 문제를 지적한 적 있다. 자연주의 오류란 간단히 말해 '~이다 에서 '~해야 한다'로의 비약을 뜻한다. 자연스러운 것이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러이러니까 이래야 마땅하다'라고 단정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인종에 따라 유전자 차이가 있고 천성적인 능력과 재능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받는 대우도 달라 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은 자연주의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도덕주의 오류의 경우는 하버드 대학의 미생물학자 버나드 데이비스(Bernard Davis)16가 1970년대 만든 말이다. 자연주의 오류와는 반대로 '~해야 한다'에서 ~이다'로의 비약이며 이래야 마땅하니까 이러이러하다'라고 주장한다. 선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예를 들면 “모두 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므로 인종에 따라 유전자에 차이가 있을 리 없다.”라고 하는 것이 도덕주의 오류인 것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이를 뒤집힌 자연주의 오류라고 불렀다. 이 둘의 입장은 모두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있으며 과학 전반, 특히 진화심리학의 발전을 방해해왔다. 리들리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자연주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남성은 밖에 나가 싸우고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며 사업이나 정치는 남성에게 맡겨야만 한다.”). 반대로 진보주의자일수록 도덕주의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서양의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서는 남성도 여성도 법 아래 대등한 대 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남녀에 생물학적 차이는 없으며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 등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남성의 뇌는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 에서 보는 여성과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모르 는 것이다. 성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벌거벗은 여성 이미지를 볼 때 남성의 뇌는 그 여성이 가공된 이미지에 불과하며 앞으 로도 만날 일이 없고 성교를 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사실을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조 상들이 살았던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진 화하는 역사를 통해 남자 조상들이 목격할 수 있었던 성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벌거벗은 여성은 현실에 존재하는 진짜 성적 파 트너뿐이었다. 따라서 남성의 뇌는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을 보고도 진짜 여성과의 만남이라고 착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성이 포르노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발기할 리 없다. 발기의 생물학적 기능은 오직 한 가지, 여성과의 성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포 르노에 등장하는 발가벗은 여성과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남성의 뇌가 진짜 이해하고 있다면 포르노를 보고 발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스트립쇼 극장이나 핍쇼 사업장 역시 같은 설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소에서는 사진이나 전자 영상이 아니라 실제 살 아 있는 여성이 등장하지만 조상들의 환경에는 그런 여성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돈을 받고 남자들 앞에서 발가벗은 채 춤을 추거나 성적으로 흥분한 척하면서도, 실제로 성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남성의 뇌는 스트리퍼나 누드 댄서를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눈앞에서 춤을 추는 발가벗은 여성과 진짜로 성교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식상으로는 알고 있어도 스트립쇼 극장이나 핍쇼 사업장에 가면 역시 발기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남성들의 뇌의 성질은 현실 생활에서도 여러 문제를 일 으킨다. 한 실험에서 플레이보이'지에 실린 전면 누드 사진을 남성에게 보여주자 자신의 애인에게 예전만큼 육체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애정도 예전만큼 표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플레이보이'에 나오는 여성의 누드 사진을 보면 애인에 대한 애정이 저하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남성의 뇌는 자신이 현재의 애인이 아니라 '플레이보이'의 여성 모델과 사귀고 있는 듯한 기분인 것은 아닐까? 플레이보이'의 모델 과 비교하면 대개의 여성은 성적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착각은 남성의 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바 나 원칙은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여성의 뇌도 남성과 마찬가 지로 진화에 의한 제약과 한계를 안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 많 은 양의 포르노를 소비하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거의 포르노를 소비하지 않는다(단 여성도 남성과 비슷한 정도로 성적 공상을 즐김) 여성이 다양한 성적 만남을 구하지 않는 것은 많은 파트너와 성교해도 번식의 성공도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을 통 틀어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파트너와 성교할 때의 코스트는 남성보다 여성 쪽이 훨씬 높 다. 그러므로 잘 모르는 상대와의 섹스는 여성 쪽이 훨씬 더 신 중하며 교제를 시작한 뒤부터 성교에 동의하기까지의 기간도 남성보다 훨씬 길다. 따라서 여성이 잘 알지 못하는 상대와 우연한 성교를 피하는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포르노에서 흔히 보는 성적으로 흥분한 다수의 벌거벗은 남자들과 진짜로 성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임신할 가능성도 없다는 사실을 여성의 뇌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포르노에 등 장하는 여성과 성교할 수 없다는 것을 남성의 뇌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포르노를 보아도 임신될 일이 없다는 것을 여성 의 뇌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이 포르노를 소비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여성은 포르노를 피한다. 어느 쪽이든 뇌는 살아 있는 성적 파트너와 이미지뿐인 성적 파트너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 조상의 환경에 후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딱 한 번뿐 인 게임과 완전한 익명의 거래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다. 그런 것들은 조상들의 환경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모르는 상대방과의 한 번뿐인 게임이라고 해 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반복되는 게임이라 착각하고(조상들의 환경에는 그것밖에 없었으므로)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면식이 있 는 상대방과 반복해서 게임을 하는 경우는 협력하는 쪽이 합리 적이기 때문이다.이렇게 생각하면 딱 한 번뿐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왜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협력이라고 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50 대 0 대 50의 법칙'의 얼마 되지 않는 예외 중 하나가 지능이다. 지능에 대해서는 유전율이 더욱 높아진다. 일반 지능의 유전율은 어릴 때는 0.40 전후지만 성인이 되면 0.8 전후까 지 상승한다 성인의 지능은 80% 정도가 유전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알아차렸겠지만 지능의 유전율은 평생에 걸쳐 상승을 계속 하며 나이가 들수록 중요성이 높아진다. 언뜻 이상하게 여겨 질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성인에게 있어 주위 환 경이란 자신의 유전 구성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이는 주위의 성인(부모나 연상 형제, 교사, 이웃사람 등)이 만든 환경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에 비해 성인은 아이보다 훨씬 자유롭게 자신이 사는 환경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이 되면 원래의 유전적 경향과 환경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 환경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이란 유전자의 영향을 의미한다. 유전자가 거의 환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전자의 영향은 평생에 걸쳐 점점 높아진다.
- 유감스럽게도 교육을 받아도 지능은 향상되지 않는다. 순서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자주 접할 수 있는 오해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교육을 받으면 지능은 올라 간다.”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런 일들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자주 책을 읽는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고 좋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고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다. 그렇지만 사실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순서가 반대이다. 실제로는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책을 많이 읽고, 좋은 학교에 가서(부모의 지능이 높이 때문에 여유롭다고 하는 사정도 있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문제가 조상들의 환경에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하면(일어나는 문 제는 매번 다른 종류) 그리고 그것들이 생존과 번식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면 무엇인가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거나 추리하는 능력이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었다. 그것이 오늘날 '일반 지능'이라 불리는 것의 정체인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일반 지능은 어디까지나 특정 영역에 대한 심리 메커니즘으로서 진화했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대응할 심리 메커니즘도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문제라는 의미에서의 특정 문제'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생활에서 일반 지능이 보편적으 로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은 단순히 현재의 환경이 진화의 역사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상들의 환경에서는 일반 지능은 지금만큼 중요하지 않았으며 다른 특정 영역에 대응하는 심리 메커니즘(사기 행각을 알아차린다거나 모국어를 습득한다거나 하는 메커니즘)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 지능이 조상들의 삶에 도움이 된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예외적인 문제에 한정되기 때문이다(예외적인 문제라 고 하는 것은 그 정의상 분명 적었을 것이다.). 사기 행각을 꿰뚫어 보는 메커니즘이 사회적 거래에서밖에 도움이 되지 않고 모국어 습득 메커니즘이 모국어를 배울 때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진화에 의해 생성된 심리 메커니즘 중에서도 일반 지능이 한층 더 중요하게 된 것은 단순히 과거 1만 년 동안 생활 환경이 격변한 탓이고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이 진화 라는 관점에서 보면 예외적이고 새로운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일반 지능이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진화의 역사에서는 전례 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예상할 수 있다. 지능이 높은 사람쪽이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예외적인 새로운 문제에 한 정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었던 진화의 시점에서는 흔하디 흔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능이 높은 사람 쪽이 약할 것이다.
- 지능의 역설=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 는 없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즉 조상들 과는 다른 기호 및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조상들의 환경 에도 있었던, 진화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기호와 가 치관(즉 조상들과 같은 기호 및 가치관)을 가질지 가지지 않을지는 일반 지능과 관계가 없다. 내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사용 할 때는 '사람이라고 하는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 록 만들어졌다'라는 의미다. '부자연스럽다'는 말은 '사람이라고 하는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 다'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지능의 역설이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지능의 역설의 핵심이다. 지능이 높 은 사람일수록 생물학적 설계를 외면하고 진화의 과정에서 뇌 에 부여된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생물학적으로는 어리석은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
- 앤더슨이 제기한 가설은 자하비의 핸디캡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선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지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생각을 품기 쉽다는 것이다. 상식은 진화의 역사에서 조우했던 문제에 대처해온 인간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므로 무엇인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선은 상식에 따르는 것이 가장 취하기 쉬운 해결 방법이다. 그러나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식으로 해결한다는 간단한 방법을 꺼린다. 그리고 상식으로 판단하면 좋을 문제까지도 괜히 복잡하게 생각한다. 지능이 높은 까닭 에 어렵게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 수컷보다 암컷 쪽이 열심히 육아를 하는 포유류라는 종(인간을 포함)의 세계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암컷이지 수컷이 아니다. 언제 누구와 성교를 할지는 모두 암컷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 좋은 유전자의 성 도태 이론에 따르면 여성은 지위가 높고 유복하며 자신의 아이 에게 투자해줄 것 같은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 는 유전자적 자질이 높은 핸섬한 남성에 의한 임신을 원하며 그렇게 생긴 (불의의) 아이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상대 사이에 서 태어난 아이처럼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제 상 대가 없으면 여성이 부정을 저지를 일도 불가능하므로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교제 상대가 있는 여성이 처음 보는 핸섬한 남자와 섹스에 동의하는 일도 이해할 수가 있다. 원래의 미국에서 있었던 실험에서는 섹스를 하자는 유혹을 거절한 남성은 대부분 여성 조사원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한 탓에 혹은 여자 친구가 있는 탓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혹은 여자 친구가 없었다면 잠을 잤을 거라는 말이다. 실제로 덴마크의 실험에서는 교제 상대가 있는 남성보다 없는 남성 쪽이 '예'라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18% 대 59%), 한 편 여성 쪽은 남성 조사원이 함께 자자고 말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클라크와 해트필드의 연구는 '암컷의 선택'이 얼마나 강한지 를 그 어떤 연구보다 확실하게 실증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 이 된 것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유혹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여성과 잠을 자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젊은 남 성이 같은 일을 해도 여성과 잘 수 없다. 언제 누구와 섹스를 할지는 여성 쪽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남성에게는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 1999년 메리 C. 스틸(Mary C. Stil)과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에서 나는 특정 사회의 일부다처제 정도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은 소득의 불평등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의 분포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일부다처제가 확산된다. 왜냐하면 남성 쪽의 소득에서 불평등이 크면 여성 쪽 입장에서는 가난한 남자를 독점하기보다 부자인 남자를 나누는 쪽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 문이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내가 근무하는 런던 정치 경제 대학교의 창설자 중 한 사람)의 명언을 빌리자면 “모성 본능에 따라 여성은 삼류인 남자의 소유물을 독점하기보다 일류인 남자를 열 명이서 나눠 가지는 쪽을 택한다.”인 것이다. 하지만 남성 쪽의 소득 불평등이 적어지면 이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보다 평등한 소득 분배가 이루어지면 여성은 '일류 남 자를 열 명이서 나눠 가지기 보다 삼류 남자의 소유물을 독점 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1999년 논문에서 말한 것처럼 소득의 불평등은 사회의 일부 다처제 비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 요인으로서는 집단의 평균 지능쪽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생각할 수 있는 요인 중에서 집단의 평균 지능만큼 일부다처제 비율을 좌우하는 것은 없으며 그 영향력은 이슬람교의 신앙보다 강할 정도다. 그렇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비이 슬람권 국가보다 일부다처제가 많이 존재하지만 평균 지능이 그 사회의 일부다처제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이를 능가하는 더욱 강력한 것이다.
- “자연적인 조건이라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결정하는 수면 주기와 같은 개일 리듬에 의해 제 어, 조정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체내 시계(생물 시계)와 그에 의해 결정된 주기적인 활동을,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능력을 갖 추고 있다.”12 개일 리듬에는 개인적 차이가 있으며 비교적 저 녁형인 인간도 있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주행성(주간에 활동하 는) 종이다.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원숭이 및 유인원은 거의 모두 주행성이다. 인간은 밖에서 돌아다닐 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시력에 의지하고 있지만 진정한 야행성 종과는 달리 어둠 속이나 빛이 아주 적은 상황에서는 물체를 보지 못한다. 우리 조상들 역시 불을 다루게 되기까지는 야간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적인 조명은 없었다. 조상의 환경에서 밤에 활동하면 야행성 포식자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조상들은 날이 밝으 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잤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태양으로부터 받은 자연의 빛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런 만큼 나이트 라이프’(어두운 야간에 이루어지는 습관적, 조직적 활동)은 진화의 역사에서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진화의 역사에서 언어나 예술이 어떤 식으로 태어나고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는 인류학과 고고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에 비해 음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별로 관 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Steven Mithen)은 그의 저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The Singing Neanderthals: The Origins of Music, Language, Mind and Body) 4에서 음악의 기원에 대해 참신한 이론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음악과 언어에는 공통 되는 원형 음악언어’ -가 있으며 그것이 나중에 발전하여 음 악과 언어라는 별개의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 설은 구성적 어프로치로 불리는 것으로 단어가 먼저 생기고 문장 은 나중에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기', '불', '사냥'과 같 은 특정 존재를 지칭하는 단어의 무리가 먼저 태어나고 그것이 조합되어 구가 되었고 나중에 문장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문법이 태어나면서 어떤 식으로 단어를 조합하면 문장이 되는가 가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은 '전체적 어프로치'7라는 것이다. 구성적 어프로 치'와는 반대로 문장 쪽이 먼저 나왔고 단어는 나중에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쪽 설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의 원형은 단어가 아니라 임의로 구성된 일련된 음으로 서로의 의사를 전하려고 한 게 먼저라는 것이다. 각각의 발성 또는 음의 연결이 특정한 의미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발성이 나중에 분해되어 단어가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단어가 조합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발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슨은 전체적 어프로치 쪽을 지지한다. 그 증거로 인간 외의 영장류의 발성이 모두 '전체적이며 분해할 수 없다는 사실 을 들고 있다(예를 들자면 긴꼬리원숭이의 경고하는 외침, 겔라다개 코원숭이의 재잘거림, 긴팔원숭이의 부부 합창, 침팬지의 인사법인 팬 트 후트 등). 8 요약하면 인간 이외의 영장류는 단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그들에게도 언어는 있지만 그것은 짧은 외침을 통해 특정한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는 정도이다. 영장류학자 중에는 이런 의견에 반대하고 구성적 어프로치 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다이아나원 숭이와 캠벨원숭이의 외침에는 통사론적이고 의미론적인 규칙이 있으며 그에 의해 언어라는 부품(즉 단어)을 조합하여 새로운 외침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인간이 가진 언어의 기원을 둘러싼 구성적 어프로치 대 전체적 어프로치의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미국에서 이루어진 GSS에서는 관련 요인(연령, 인종, 성별, 교 육 수준, 시대 소득, 종교, 현재 결혼했는지, 과거에 결혼한 적이 있는지, 자녀의 수)의 영향을 배제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악기 중심의 음악(빅 밴드, 클래식, 이지 리스닝)을 좋아하는 경향을 인 정할 수 있었다. 반면 사람 목소리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는 지능이 관련이 없었다. 또한 악기 연주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사람 목소리 중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를 구해본 결과(전자 에 대한 평균 선호도에서 후자의 평균 선호도를 뺀 계산), 그 값은 지능 과 상당한 관련을 찾을 수 있었다. 즉 GSS의 응답자들은 지능이 높을수록 이 두 종류의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컸던 것이다.
- “인간과의 종족이 지구상에서 존속해온 기간의 길이를 생각 하면 자연 발생적인 발효만으로 얻을 수 있는 에탄올의 농도(기껏해야 5%)보다 진한 에탄올을 인류가 입에 댈 수 있게 된 것 은 놀라울 만큼 최근의 일"이며 또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 너무 익어 썩어가는 과일 섭취를 통해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알코올을 입에 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신다고 하기 보다 '먹는다'라고 해야 할 일이었다. 한편 현대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알코올이 마시기'로 섭취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농도가 진한 알코올을 마신다는 일 자체가 진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범죄학의 세계에서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범죄자는 평균적으로 일반 시민보다 지능이 낮다. 비행 청소년들 또한 보통 청소년들보다 지능이 낮으며 18 빠르면 8, 9세 때부터 양자의 IQ에는 유의미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또한 상습 적인 범죄자는 딱 한 번 범죄를 저지를 사람보다 지능이 낮으며 중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경범죄를 저지를 사람보다 지능이 낮다.
- 왜 범죄자들은 일반 시민보다 지능이 낮은 것일까? 상습적인 중범죄자 쪽이 딱 한번 경범죄를 저지를 사람보다 지능이 낮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능의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점이 있다.
첫 번째 오늘날 '대인 범죄'라고 불리는 것들(살인, 폭행, 강도, 절도 등)은 아주 먼 옛날 자원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다투는 남성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는 점. 인류 진화의 역사 중 오랜 기간 동안 남자들은 자원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이런 투쟁 을 반복해온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 하면 인간 사 회에서는 범죄라고 규정되는 행위들이라도 다른 종에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자면 침팬지, 보노보, 꼬리감는원숭이 등의 영장류).
두 번째는 현대 사회에서 범죄를 단속하고 조사하고 처벌하는 기관과 기술(경찰, 법원, 형무소, 감시 카메라, DNA 및 지문 감정)은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조 상들의 환경에서는 사회의 규범을 지키게 하는 공식적인 제3 자(기관) 등은 일단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당사자에 의한 처분(피해자와 그 친족, 동료에 의한 보복)과 비공식적 인 제3자적 처분(집단적 따돌림)뿐이었다(조상들의 환경에서 따돌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지는 사이버볼 실험을 떠올리길 바란다.).
지능의 역설을 통해 생각하면 지능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원을 얻기 위해 또 배우자를 얻기 위해 진화상 익숙하고 친근한 수단을 취할 것이다(정규적인 고용보다는 절도를 선택, 컴퓨터를 통한 중매보다는 강간을 선택). 게다가 지능이 낮은 사람은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과 법 집행 기관에 의해 어떻게 범죄가 단속되고 어떤 처벌을 받을지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 일반 지능은 유전성이 강한 것으 로 알려져 있다. 성인의 지능은 80% 정도가 유전으로 결정된다. 대체로 지능이 높은 부모로부터 지능이 높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 지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X염 색체일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남성의 동성애를 결정하는 유전자와 동일하게 Xq28에 있을 거라 추정됨, 단 그로 인해 동성애자의 지능이 높은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음), 즉 남자아이는 어머니에게만 일반 지능을 물려받는 반면 여자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양쪽으로부터 일반 지능을 물려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아버지 역시 어머니(여자아이 입장에서는 할머니)에게서만 일반 지능을 물려받은 것이다. 즉 여성은 아들을 통해 또 아들의 딸을 통해 다음 세대의 일반 지능에 무척이나 강한 영향을 끼친다. 지능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식을 낳는 수가 적고 평생 자식을 낳지 않고 지내는 일이 많다고 하면 한 가지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은 사회의 일반 지능이 점차 떨어지리라는 것이다. 20세기를 통해 서구 공업국의 태반에서는 일반 지능의 평균 수준이 착실하게 상승했다. 이 현상은 지금은 플린 효과'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은 제임스 R. 플린(James R. Flynn)이라는 뉴질랜드 심리학자가 두 번에 걸쳐 행한 조사를 통해 서구 공업국 중 태반에서 평균 IQ가 장기적인 상승을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플린보다 몇 년 빨리 리처드 린(Richard Lynn)은 일본에서 지능이 장기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로 인해 '린 - 플린 효과(Lynn-Flynn Effect) 12라는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나도 이 책에서는 거기에 따르겠다. 참고로 IQ의 장기적인 상승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훨씬 예전인 1930 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린 플린 효과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의견을 일치를 보지 못했다. 하나의 유력한 가설은 리처드 린 자신이 주장한 것이지만 14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의 영양과 건 강 상태가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유전적 자질과는 상관없이 건강하고 영양 상태가 좋은 아기 쪽이 질병이 있거나 영양 상태가 나쁜 아기보다 성장한 뒤 지능이 높은 것이 보통이다. 20세기 내내 '역도태형 출생률 - 지능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식을 많이 두는 경향이 이어져 왔지만 이들 요인 은 역도태 형태의 출생률을 상쇄시키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선진 공업국가들은 유아의 영양과 건강 상태가 향상되는 정도에 따라 지능의 평균 수준이 상승했다는 것 이다. 그러나 영양과 건강 상태의 향상이 '린 플린 효과'의 이유라 고 하면 선진 공업국에서는 조만간 일반 지능의 장기적 상승이 멈출 것이라 예상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최적의 건강 및 영양 상태를 이룬 지 오래되었으며 지금은 비만과 당뇨병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 공업국에서는 더 이상 건강과 영양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모두들 점점 더 뚱뚱해질 뿐인 것이다. 영양과 건강 상태의 향상이 20세기 내내 일반 지능을 장기적으로 향상시킨 주요 요인이라면 그리고 그 요인이 이미 일반지능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역도태형 출생률의 마이너스적인 영향에 의해 선진 공업국에서는 일반 지능의 평균 수준이 점점 떨어질 것이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이런 사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보적인 정치사상을 가지고 무신론자가 되기 쉽다. 지능이 높은 남성(여성은 아님)일수록 성적 배타성'이라는 가치관을 중요시한다(한편으로는 지능이 높은 남성 일수록 불륜을 저지르기도 쉽다.).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 쪽이 지능이 높다.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 쪽이 지능이 높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클래식 같은 악기 중심의 음악을 선호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며 약물을 사용한다. 지능이 높은 여성(남성은 아님)일수록 자식의 수가 적으며 자식이 없는 인생을 선택한다. 여기에서 든 기호와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근과거의 역사, 예를 들자면 농경 시대 후기라든가 산업 시대 초기보다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꼭 따라붙는 비밀 투표라든가 1인 1표의 원칙, 보통 선거권, 비례 대표제 등은 모두 진화의 시점에서 볼 때 신기한 것이다. 그런 만큼 지능의 역설에 따라 지능이 높은 사람이나 국민일수록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수용하는 힘도 크지 않을까? 이는 실제로 사실인 듯하다. 전 세계 170여 개 국가를 대상 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에서 핀란드의 정치학자 타투 반하넨 (Tatu Vanhanen)은 사회의 평균 지능이 오르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정도도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평균 지능이 높은 집단일수록 민주적인 정치 체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반 하넨의 연구에 따르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역시 진화의 관점에 서 볼 때 신기한 것이므로 인간에게 부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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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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