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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2020. 10. 8. 07:06

- 감정은 우리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조종하여 다양한 결정을 내리게 만들지만, 혼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감정에 는 일련의 신체 및 뇌 반응이 따라오며, 내장 기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복잡한 사고 과정과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뇌는 즉각 코르티솔(cortisol) 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려 심장이 조 더 빠르고 강하게 뛰도록 만든다. 심장은 신체의 근육에 더 많은 피를 내보내 우리가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달아나거나 반격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배고플 때 음식을 보면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도파민은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을 느끼게 하 는 옥시토신(oxytocin)과 마찬가지로 성적으로 흥분되었을 때 에도 분비된다. 그래서 TV 내용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우세한데, 이는 부정적인 감정이 역사적으로 위협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위협은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먹거나 마시거나 자 거나 혹은 짝짓기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어도 위협에 대한 대처는 미룰 수 없다.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다. 짐작하건대 우리의 선조가 처했던 주변 환경은 분명 기회보다는 위협이 많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어쩌면 더 일반적이었을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언어에 긍정적인 감정어보다 부정적인 감정어 가 더 많은 이유일 수도 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이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갈등이나 극적인 사건이 없는 영화나 책을 누가 보려고 하겠는가?
-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99%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3분 동안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 뒤,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기절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스탠퍼드대학교 신경내분비학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
-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삶의 퍼즐을 풀지 못하거나,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을 때, 혹은 마감일에 맞춰서 일을 끝내지 못했을 때를 의미한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뇌의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의학 용어로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수백만 년의 세월에 걸쳐 발달한 기관으로 인류뿐만 아니라 새, 도마뱀, 개, 고양이, 원숭이 등 기본적으로 모든 척추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HPA축은 뇌의 일부인 시상하부(hypothalamus)의 'H'에 서 첫 글자를 따왔다. 시상하부는 뇌 아래에 자리한 내분비 기관인 뇌하수체(pituitary gland, P')로 신호를 보낸다. 이어 뇌하수체는 신장 바로 위에 자리한 부신(adrenal glands, 'A')에 코르 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라고 요청한다. 코르티솔은 신체 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아마도 HPA축은 인간과 동물이 극도의 위험에 처했을 때 를 대비해 발달했을 것이다. 우리 선조 중 하나가 갑자기 사자를 봤다면, HPA축은 경보를 울리고 적합한 대응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시상하부에서 시작된 반응은 뇌하수체에, 뇌하수체는 부신에 코르티솔을 분비하라고 요청할 것이 다. 코르티솔은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심장을 더욱 빠르고 강하게 뛰게 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박수가 올 라가는 것은 모두 경험으로 알 것이다. 그런데 심박수는 왜 올 라갈까? 물론 사자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우리 선조는 재빨리 대처하여 공격하거나 달아나야 한다.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보이는 것이다. 싸우거나 가능한 한 빨리 달아나기 위해 신체의 근육은 더 많은 피가 필요해지고, 이 때문에 심장이 더 빠르고 강하게 뛰게 된다. 이게 오늘날에도 우리안에 남아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 오늘날 우리가 HPA축에 가하는 스트레스는 분명 사자를 만났을 때처럼 강력하지 않 지만,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 나 HPA축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서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뇌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면 정상 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계속해서 투쟁-도피 반응 상태에 놓이면, 뇌는 싸우거나 혹은 달아나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뇌의 논리가 다음처럼 바뀌는 것이다.
? 취침 : 나중에 자지, 뭐.
? 음식 : 나중에 먹지, 뭐.
? 번식 : 나중에 하지, 뭐.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가 있는가? 어쩌면 그때 복통 이나 수면 부족 혹은 성욕 감퇴 등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뇌가 즉각적인 문제 해결과 관련 없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후순위로 밀어내는지 깨닫는다면,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에 놀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스트레스의 여파는 위에 언급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사고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이성을 예리하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치면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 뇌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독특한 부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진화에 따라 오 래되고 원초적인 부분에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 스 상황에는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할지 몰라도, 바로 뇌의 '생 각하는 부분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결국에는 문제를 더 키우 게 될 수도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는 싸우거나 달아나게 되고, 결국 정교하게 문제를 바라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뇌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며, 사회적 요령보다는 즉각적 인 문제 해결이 1순위인 '트러블 슛(trouble shoot) 모드'로 진입하기를 원한다. 주변에서 문제가 보이면 곧바로 강하게 반응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솟구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체 왜 빌어먹을 양말을 방바닥에 두냐고!"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말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변을 둘러보며 즐길 여유를 잃게 되어 많은 이가 쉽게 이성을 잃고는 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는 느낌이 들어야 경계를 늦추는데, 위협을 받는 뇌에서는 이 느낌이 우선순위에서 맨 끝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극도 의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는 기분이 자주 나쁘다. 뇌가 우선 순위에서 밀어내는 또 다른 기능은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은 뇌의 여러 부분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이 러한 연결고리는 뇌의 기억 저장소인 해마(hippocampus)에서 담당한다. 연결고리와 기억을 강화하려면 해마가 새로 형성 된 기억 회로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럴 겨를이 없어지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억력이 감퇴하게 된다.
- HPA축은 개, 고양이, 쥐, 그 외 다른 동물들이 스트레스 및 위협에 대처하 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물들이 HPA축을 사용하는 방식은 우리와는 다르다. 쥐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듬해 여름에 자신의 영역에 고양이 수가 늘 어날지 모른다면서 자신의 HPA축을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어떤 백상아리도 지구 온난화로 향후 10년 동안 물개의 개체수가 줄어들 거라고 걱정하면서 코르티솔을 분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약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만약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망치면 어쩌지” “만약 아내가 나를 떠나면 어쩌지” 같은 앞선 걱정이 인간의 HPA축을 활성화시킨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질일지도 모르지만, 이것 때문에 피하고 싶은 것까지 예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해고를 당할지도 모른 다, 어쩌면 버려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우리의 지적 능력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뇌는 진짜 위협과 상상한 위협을 구분하 기 어려워한다. 불안은 미리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하는 것으로, 신체가 선제적 조 치를 취하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려면 몸을 일으키기 전부터 혈압이 높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불안은 신체가 사전에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항상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늘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완전하게 작동한다기보다는 항상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기중인 셈이다. 위험이 나타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결과 신체는 항상 움직이고 싶어 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는 아래 와 같은 다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주의력 결핍증: 지루함이나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항상 그냥 뭔가 새로운 것이필요하다고 막연하게 느낀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 있는 자리에 멈춰 있고 싶지 않 다. 방에서 서둘러 나가려고 회의를 중단하기도 한다. 식탁에서 일어나려고 허겁 지겁 먹는다. 통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전화를 끊는다. 기타 등등.
* 좌불안석: 도망치거나 싸울 대상이 없는데도 신체의 근육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는 데 맞게 설정되어 있다. 몸의 근육은 움직이고 싶어 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물건을 만지작거리거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바닥에 발을 동동 구른다. 아니면 아플 정도로 목덜미와 어깨 근육이 뭉쳐 있고, 밤에는 뺨 근육이 긴장되어 있고 이를 간다.
* 피로함: 경보 태세를 항상 갖추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말이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학교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하고 기력이 완전히 소진된 것만 같다.
* 위장 장애: 만약 싸우거나 도망쳐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의 몸은 음식 섭취가 아니라 다른 기능들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누군가의 점심밥이 되기 직전인 상황 에 음식을 먹는 것은 별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불쾌: 식사를 마친 직후에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는가? 배가 음식으로 가득찬 상태에서라면 기분이 좋기는 상당히 어렵다. 불안과 강한 스트레스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도망치거나 싸울 수 있도록 신체가 배에 찬 음식을 밀어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배우와 아티스트들이 개막 공연이나 콘서트를 앞두고 너무 불안, 초조한 나머지 구역감을 느끼기도 한다.
* 입이 마르는 느낌: 신체가 맞서 싸울 준비를 하면 피가 근육으로 이동한다.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여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피의 수분을 가져다 침을 분비하는 입의 3개의 침샘에는 침을 분비할 수 있는 혈액 공급이 적어진다. 그 결과 입이 마르게 된다.
* 식은땀: 싸우거나 도망칠 때 우리의 몸은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서 땀을 흘리게 된다. 신체가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고자 대기 중인 상태일 때 식은땀을 흘려서 미리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 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곳곳에 위험이 산재해 있다고 해석하며, 몸을 사리고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뇌가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감정이다! 뇌는 우리의 기분을 통해 주변 환경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라고 조종한다. 우울감을 느끼게 하여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만약 뇌가 오늘날의 세계에 완벽하게 적응했더라면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지금의 세계에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를 이끌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예로든 내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요인들은 머리 위로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해 결될 게 아니다. 그런데 뇌는 이러한 논리를 무시하고 도망치 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뇌가 오늘날의 세계에 맞춰 발달하 지 못한 탓이다. 대신 회피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왜냐하면 뇌는 스트레스를 세계가 위험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대부분의 시기 동안 유효했던 스트레스의 의미다.
- 당신이 최대한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도록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리는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고 있다. 약간의 도파민을 투여하는 것이다. (숀 파커(Sean Parker), 페이스북 전 사장 겸 창업 멤버)
-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바로 우리의 엔진이다. 배가 고플 때 누군가가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으면, 그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음식을 먹어서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은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고 “바로 여기에 집중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파민 이 만족감을 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 한다면, 어째서 뒤늦게 분비되는 걸까? 아마 '신체에서 분비 되는 모르핀'인 엔도르핀(endorphin)이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 을 하는 것 같다. 도파민은 눈앞에 있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 게 만들지만, 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엔도르핀이기 때문이다.
- 도파민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트 레스 대응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왔 다. 그리고 이 두 시스템 모두에게 오늘날의 사회는 낯선 세계 다. 보상 시스템은 우리에게 다양한 행동을 취하게 하여 생존을 유리하게 하고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서 음식, 다른 개체와의 교류(인간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 에게 중요하다), 섹스가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심지어 휴대전화도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가 오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것임. 실제로 휴대폰은 보상 시스템의 기본적인 몇몇 메커니즘에 직접 침투한다
- 주변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의 결과로 자연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게 하는 본능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본능에 작용하는 뇌의 물질이 무엇인지는 아마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도파민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도파민은 우리가 더욱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뇌는 단지 새로운 정보만을 찾는 게 아니라 환경과 사건에서도 새로움을 원한다. 뇌에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은 오로지 새로운 것에만 반응한다. 익숙한 동네 길거리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이를테면 낯선 얼굴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보면 갑자기 세포들이 활성화된다. 감정이 북받치는 뭔가를 볼 때도 같은 반응이 나온다.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목말라하는 도파민 세포의 존재는 뇌가 새로운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새롭고 낯선 것을 향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우리의 갈망에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이게 음식과 자원이 부족했던 세계에서 우리 선조들이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 우리는 뉴스 페이지, 메일 혹은 SNS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며, 이때마다 우리 선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실제로 뇌의 보상 추구(reward seeking) 행동은 정보 추구(information-seeking) 행동과 가까이 위치해서 이따금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 당신의 뇌는 지난 1만여 년 동안 진화한 그대로 행동했다. 불확실한 결과, 즉 문자 메시지에 도파민을 분비하여 보상을 제공했고 그 결과 휴대전화를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 로잡힌 것이다. 뇌는 새로운 정보, 특히 감정적으로 흥분되거나 위험과 관련 있는 내용을 추구한다. 이 경우에는 강도 사건 기사 같은 것이 그렇다. 그리고 푸시 알림은 사회적 상호작용 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당신의 이야기를 적은 피드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즉 '좋아요'를 눌렀는지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일련의 메커니즘은 모두 뇌의 생존 전략으로, 당신에게 디지털 사탕을 하나씩 계속해서 집어던지는 것과 같다. 뇌는 이런 과정이 서류 작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뇌는 서류 작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 뇌는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갈 때 전환기가 있는데, 넘어간 다음 작업으로 주의력이 바로 따라오지 못하고 조금 전까지 하던 일에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이를 주의잔류물(attention residue) *이라고 한다. 이메일을 단 몇 초 동안만 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메일을 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이 전환기가 얼마나 긴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나, 한 연구에 따르면 초점을 바 꾼 이후 뇌가 다시 임무에 100% 집중할 때까지 수분의 시간 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소위 '슈퍼 멀티태스커'라고 불리는 소수 집단이다. 인류의 1% 혹은 확률적으로 한 자릿수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이러한 특질을 가지고 있다. 즉, 대다수 사람의 뇌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우리가 이곳저곳으로 주의를 분산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우리 선조들이 주변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 의를 흩트리는 아주 작은 거라도 위험이 될지도 모르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화재경보 원칙을 다시 떠올려보자! 분산 된 초점과 눈앞에 튀어나오는 모든 것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은 인류의 절반이 채 10세도 못 채우고 사망하던 시기에는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뇌는 여기에 맞춰서 진화했 고, 그 결과 멀티태스킹을 수행하고 집중력을 쉽게 흩트리면 서 도파민을 분비하여 우리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이는 마음 에 드는 얘기이기는 하나, 다른 뭔가를 대가로 치러야만 한다.
- 거센 정보의 범람이 오히려 집중력 훈련을 시켜주고, 디지털 때문에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적응하고 잘 이겨내지 않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근육이 규칙적인 달리기나 역기 운동을 통해 더욱 단단해져서 강한 힘을 견디게 해주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뇌가 대부분 정반대로 기능한다는 데 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집중력 훈련이 되는 게 아니라 뇌는 더더욱 주의가 산만해진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디지털의 집중적인 방해 요소들은 우리를 그 방해 요소에 더욱 민감해지도록 만든다. 그래서 최근 몇년 사이에 수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책에만 집중하기가 전보다 훨씬 어렵다. 이제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아예 다른 방에 둔다. 그런데도 여전히 1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책에 빠져드는 것은 힘들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페이지가 나오면 나는 휴대전화에 손을 뻗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마치 더는 예전처럼 집중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주의 산만이 기본 특질로 자리 잡게 되면 우리는 주의를 흩트릴 만한 거리가 없더라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꾸 눈을 돌리려고 한다. 집중력은 오늘날 사회에서 희소재가 되었다.
- 뇌의 강화 작업은 지식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보를 개인적인 경험과 통합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인간에게 지식이란 사실을 줄줄 외워서 읊는 게 아니다. 당 신이 아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 세세한 내용을 가장 잘 기억하 는 사람이 아니듯이 말이다. 깊이 있게 뭔가를 배우려면 사색 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클릭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사색과 집중을 놓쳐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하루 종일 인터넷 페이지를 넘나들기 바쁜 사람은 뇌에 정보를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 셈이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우리가 좀 더 빨리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라는 뜻에서, 뇌를 위한 자전거'라고 묘사했 다. 하지만 이따금 컴퓨터를 우리 대신 사고해주는 '뇌를 위한 택시 운전사'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분명 편리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 이 뭔가를 배우는 행위만큼은 다른 존재에게 넘기고 싶지 않기도 하다.
- 도파민의 임무는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받거나 승진하거나 혹은 기분 좋게 하는 게 아니라, 선조들이 생존하여 후대에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한 행동이다. 휴대전화처럼 교묘하게 제작된 무언가가 소량의 '도파민주사'를 하루에 300번씩 놓아준다고 치자. 실제로 휴대전화는 매번 "나한테 집중해”라고 요구한다.
- 여러건의 대규모 연구결과를 종합해 본 결과, 스트레스와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 간에는 실제로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은 적거나 중간 크기 정도였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경우에는 충분히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불안은 어떨까, 비슷할까? 그렇다. 10개의 연구 중 9개에서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과 불안 사이에 관련이 있었 다. 스트레스와 불안은 이유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신체 내 동일한 시스템, 즉 HPA축이 활성화될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 문에 이상할 것은 없다. 스트레스는 위협이 되는 어떤 것에 대하여, 불안은 위협이 될 수도 잇는 어떤 것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이다. 만약 휴대전화가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친다면, 불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하다. 피실험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다른 곳에 두도록 지시한 다음 이들의 걱정과 불안을 측정한 결과,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실험을 진행할 때마다 30분 간격으로 불안감이 상승했다. 누가 가장 불안해했을 것 같은가? 당연히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들이었다.
- 수면의 무엇이 그렇게 중요해서 자연은 우리에게 잠자고 싶은 욕구를 주었을까? 우리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말 이다. 수면은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뇌 입장에서 보면,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을 때만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낮에 쌓인 조각난 단백질 형태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일이다. 하루 동안 꽤 많은 양이 쌓이기 때문 에 뇌는 1년 동안 자기 무게에 맞먹는 쓰레기를 청소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밤마다 청소하는 습관은 뇌가 제대로 기능하 는 데 매우 중요하다. 수면 부족이 장기화할수록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계속해서 커지는데, 그중에는 뇌졸중과 치매도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라고 보고 있다.수면 부족은 또한 우리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열흘 동안 밤에 6시간 이하로 자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마치 24시간 내내 깨어 있던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게다가 수면 부족은 정서 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 고 뇌의 반응을 관찰해보니, 제대로 잠을 못 잔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의 엔진 격인 편도체가 더욱 강하게 반응했다.
- 그런데 수면이 뇌를 청소하고, 건강을 지켜주며, 정서적 안정 은 물론 기억과 학습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어째서 우리는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잠들지 못할까? 어쩌면 잠들어서 모든 감각 정보가 차단되는 상태를 위험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의 수렵 채집인 선조들은 사바나에서 잠들려고 누웠을 때, 맞아 죽거나 잡아먹히지 않도록 안전한 곳을 찾는게 중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주변 환경의 정보를 차례대로 차단하면서 단계적으로 잠에 빠져들게 된다. 이 탓에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 에서 누우면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의 HPA축이 활성화되기 때문. 이 때 뇌는 잠자리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쉽게 잠 들지 못하게 활성화된다. 저녁에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애초에 뇌가 진화해온 대로 행동하여 당신을 깨어있는 상태로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 휴대전화의 블루라이트와 수면 시간: 우리의 생체 리듬은 얼마나 많은 빛에 노출되느냐에 영향받는다. 이는 우리 신체에 잠을 잘 시간을 말해주는 멜라토닌 (melatonin)이라는 호르몬을 통해 이루어진다. 멜라토닌은 솔방울샘(pineal gland)이라고 하는 뇌의 내분비 기관에서 생성 된다. 낮에는 멜라토닌 수준이 낮지만 저녁에는 상승하기 시 작하고 밤 동안에 최고조에 달한다. 과도하게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이 방해를 받아 신체는 아직 낮이라고 생각하게 됨. 따라서 침실에 빛이 너무 많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그와 반대로 어두울 때는 더 많은 멜라토닌을 생성하여 신체는 저녁 혹은 밤이라 생각하게 됨. 그러나 멜라토닌 생성에는 빛의 노출량뿐만 아니라 노출된 빛의 종류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블루라이트에 멜라토닌 생 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눈에는 블루라이트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특별한 세포가 있다. 우리 선조들이 살던 시대에는 블루라이트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만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특별한 세포들은 “이제 낮이네. 일어나. 그리고 조심해” 라고 말하면서 뇌에 멜라토닌을 그만 만들라고 지시한다. 블 루라이트는 우리 선조들이 낮에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이는 지금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사용하면, 블루라이트가 뇌를 깨워서 멜라토닌 수준을 억제할 뿐만 아니 라 2~3시간 동안 영향을 미친다. 블루라이트가 생체 시계를 2~3시간 되돌리는 셈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스웨덴에 서 그린란드나 서아프리카까지 가는 것과 맞먹는 시차증(jet lag)을 겪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는 스트레스를 유발 하고 스트레스는 수면을 방해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인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앱, SNS, 도박의 형태로 된 온갖 도파민 때문에 뇌가 깨어나게 된다.
- 몸무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저녁 늦은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게 식욕 증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블루 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도 촉진한다. 그렐린은 식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지방을 더욱 비축하게 만든다.즉, 블루라이트는 신체를 깨우는 것(멜라토닌과 코르티솔)뿐만 아니라 대응 할 수 있게 채비시키고(코르티솔), 에너지 창고를 채우고 지방을 비축하는(그렐 린) 데 탁월하다. 저녁에 태블릿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나면, 가만히 천장 을 보고 누워 있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신체는 좀 더 효과적으로 야식의 칼로리를 흡수하며 이를 피하지방의 형태로 뱃살 근처에 저장한다.
- 인류의 10~20%가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던 세계에서 누가누구에게 적의를 가졌는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 음식이 있는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했을 것이다. 갈등에 유독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수백만 명이 TV 선거 토론을 푹 빠져서 보는 것이다. 그러니 각 정치인의 이루고자 하는 포부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만 보여준다면 대부분 채널을 돌려버릴 것이다. 그럼, 긍정적인 소문은 어떨까? 뇌 입장에서 보면 무가치한 정보일까? 정반대다. 긍정적인 소문은 우리를 더욱 심사숙고하게 하며, 자기계발 방법을 모색하도록 격려한다. 상사의 프 레젠테이션이 어땠는지에 대해 듣게 되면 당신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게 된다. 물론 상사가 망신을 당했다는 얘기가 더 흥미진진하겠지만 말이다!
- 원숭이는 인간이든 권력자는 빠르게 바뀌기 마련이다. 우두 머리 수컷이 어떤 이유로는 새로운 수컷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기게 되면, 원래 우두머리였던 수컷의 세로토닌 수치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반면 새로운 우두머리 수컷의 세로토닌 수치는 증가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두머리 수컷이 강제로 밀려나면서 생긴 권력 공백은 조작이 가능하다. 무작위로 선발한 원숭이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여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면 그 원숭이가 갑자기 지휘권을 잡고 새로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러나 공격성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그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게 아니라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오늘날에는 원숭이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식하는 데 세로토닌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어쩌면 인간도 비슷 할지 모른다. 세로토닌 수치가 가장 높은 자가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두머리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게 강력한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간다. 심술궂게도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우두머리 수컷과 다른 원숭이들 사이에 판유리를 설치했다. 우두머리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원숭이들은 우두머리 원 숭이를 볼 수 없었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손짓으로 다른 원숭이들에게 지시를 내려도 다른 원숭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우두머리 원숭이는 좌절감과 더불어 예전과 같은 영 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꼈으며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졌다. 통솔권을 쥐고 있는 자는 주변에서 그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두머리에서 지위가 실추된 원숭이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진 것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피곤해하고 무기력한 데다가 우울해했다. 이는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서 함께 나타난 현상이었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세로토닌의 감 소가 소극적인 행동을 유발하여 우두머리 자리에서 물러난 수컷이 새로운 우두머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자 연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연은 사회적 지위가 격하된 수컷 이 소극적으로 변하여 스스로 몸을 숨길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켜왔다. 나중에 그 수컷이 힘을 되찾으면 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와 유사한 원리가 작용한다. 강하고 장기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는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어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몸을 사리도록 만든다. 무리에서 지위가 하락했을 때도 뇌는 몸을 사 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존재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 야 한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뇌는 감정을 통해 이렇게 우리의 행동을 조종한다. 그 결과 기분이 가라앉고 스스로 자신을 무리에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이러한 패턴은 실제로도 관찰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수천 명을 만나왔는데, 해가 갈수록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직장에서는 인간관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해고, 이별 혹은 사회적 지위의 실추 등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다.
- 표면상으로 페이스북은 사회적 접촉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페이스북은 인간의 안녕을 증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킨다.
- SNS 사용 방법도 기분을 가라앉히는 데 영향을 끼쳤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기만 하고 자기 사진은 올리지 않거나 댓글 등을 통해 소통하지 않는 수동적인 사용자는 극적인 사용자보다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적극적인 사용자는 단지 사진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당연히 다들 개별적으로 소통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의 모든 활동 중 에서 단 9%만이 적극적인 소통으로 집계되었다. 대부분 그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피드와 사진을 훑어보기만 했다. 상당수가 SNS를 사교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거나 개인 브랜드를 만들기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SNS에서 강력한 사회적 지지를 얻은 사람들은 SNS를 사회생활의 보조 도구이자 친구나 지인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용법은 대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반면에 SNS를 사회생활의 대체재로 삼은 사람들은 대체로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애초에 약간 우울하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이 SNS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더 기분이 안 좋아지고 자신감도 더 떨어질 위험이 커졌다.
- 마케터들 입장에서는 휴대전화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고, 휴대전화에서 메시지를 노출하기에 SNS만큼 효 과적인 방법도 없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기숙사 프로젝트에서 출발하여 15년 만에 완전히 전 세계 광고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싸움에 서 승리했다. 보물창고가 활짝 열린 셈이다. 오늘날 페이스북의 시가 총액은 스웨덴 GDP의 절반을 웃돈다. 페이스북이 반기 보고서를 낼 때마다 주식 투자자들은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체류 시간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1분 1초가 황금과 같고 광고를 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을 최대한 오랜 시간 머물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 7만 년 전 서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던 인류는 10만~20만 명이었고, 그중 일부가 서아프리카를 떠났다. 극히 일부인 약 3,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날 쇼핑센터 한 곳에 있을만한 이 인구가 현재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선조가 된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기원을 이렇게 작은 집단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는 모두 유전적으로 비슷할 것이며, 실제로도 그러하다.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대부분 균질하다. 두 사람의 유전 형질은 99.9%가 일치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겉모습은 서로 다르다!
- 역사상 인류의 10~20%가 맞아 죽었기 때문에 우리는 특 히 갈등과 위협을 다루는 뉴스에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는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뉴스를 평가할 때 우리가 읽고 공유하는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개의치 않기 때문에, 갈등과 위협에 직결 된 뉴스를 특히 빠르게 확산시킨다. 물론 상당히 긍정적인 뉴 스 역시 마찬가지다. 내용이 새빨간 거짓말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이런 식으로 뉴스가 퍼져나감. 연구자들이 SNS에 퍼진 수만 건의 뉴스를 조사한 결과, 가짜 뉴스가 더 많은 사 람에게 퍼졌을 뿐만 아니라 더 빨리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진 짜 뉴스가 가짜 뉴스만큼 퍼져나가려면 6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짜 뉴스는 더 선정적이고 꼭 진실을 담을 필요가 없 으며, 우리가 가짜 뉴스를 읽게 되면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피드의 맨 위에 띄워놓는다. 게다가 우 리는 가짜 뉴스를 계속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짜 뉴스의 확산이 순전히 알고리즘의 잘못만이라고도 할 수 없다. 알고리즘 때문에 가짜 뉴스가 우리에게 전달되지만, 그것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이 흐름에 동참할수록 가짜 뉴스를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페이스북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뉴스 채널이 되었지만, 자신들이 퍼뜨린 뉴스의 진실성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지지 않 는다고 비판받고 있다. 비평가들은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내 재된 두려움과 갈등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악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심을 끌어야 광고주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SNS의 가짜 뉴스가 군사 갈등에 기름을 끼얹고 민주적인 선거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최종 결정을 내리게까지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 연구진은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몇몇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사용하게 했다. 사실 오늘날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실험은 휴대전화를 사용한 이후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에 영향이 있는지를 살피는 게 목적이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3개월 후 일련의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피실험자들은 보상을 지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떨어지면 능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일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조 중 하나가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학생수가 급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한 음악 교사에게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아이들이 즉각적인 보상에 너무 익숙하여 잘 못할 경우 금세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 연구자들의 결론은 간단했다. 아이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려면 하루에 최소 1시간은 몸을 움직여야 하고, 9~11시간을 자야 하며, 휴대전화 사용은 하루 에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 수면 시간, 활동량, 디스플레이 제한에 대한 이러한 권고 사항은 따르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활하고 있을까? 단 5%뿐이다.
- 아동과 청소년 총 12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60개의 연구 조사 결과 를 종합해보니, 스크린 타임이 하루에 2시간을 초과할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증가했다. 스크린 타임이 길어질수록 위험성도 더 커졌다. 아동과 청소년 4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하루에 7시간 이상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사람들 이 스크린 타임을 조절한 그룹보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서 2배 높게 나타났다. 하루에 7시간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자는 시간, 이동 시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 하면 24시간 중에 기껏해야 8~9시간이 남는다. 10대 중 얼마나 높은 비율이 이 남은 시간을 죄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데 쓰고 있을까? 20%가 그랬다.
- 2010~2016년 동안 정신 건강 문제로 도움을 청하는 청소년의 수가 더욱 증가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청소년의 삶에서 벌 어진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없었던 모바일 인터넷을 하루 평 균 4시간이나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청소년과 일부 성인들의 행동에서 이렇게나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 로 변화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이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앞서 읽었듯이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잠재적인 메커니즘은 다양하다. 일부는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또 다른 일부는 사용자를 우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 임없이 비교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인스타그램의 '하트' 로 또래 수백 명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비판적으로 평가받게 되면, 마치 위계질서의 최하단에 위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휴대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다른 행동을 할 시간을 빼앗기게 되며 결국은 기분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유아와 청 소년이 매일 디스플레이 앞에서 4시간을 소비할 경우, 놀거나 '진짜' 사회적 접촉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또한 신체 활동을 하거나 충분히 수면을 취할 시간도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큰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휴대전화와 SNS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 운동을 하면 왜 더 집중하게 될까?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사냥을 하거나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달아날 때처럼 신체 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임.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뇌에 꼭 필요한 순간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새겨놓았다. 주로 사냥할 때나 도망칠 때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됨. 사냥을 그다지 자주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수렵채집인에 대한 최근 연구들을 보면, 사냥 및 기타 활동에 하루에 2~3시간을 사용했다고 한다. 신체를 사용했을 이 시간 동안, 인간은 최고 의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사냥감을 잡거나 사냥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대체로 인간의 뇌는 사바나에서 살 때와 비교해서 크게 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 활동을 할 때 우리의 집중력도 강화 된다. 그러나 지금은 사냥을 하거나 야생 동물을 피해 달아나 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때 운동은 진 화를 통해 자리 잡은 생존 메커니즘을 자극하여 가능한 한 최 대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오늘날 몇몇 학교들이 이 방 법을 써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 불안은 위협이 될 만한 뭔가가 일어나기 전 에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발동한다. 그러니까 화재경보 원 칙인 셈이다. 똑같은 진화 논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미리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발동시키지 않아도 된다. 공격에 나서거나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달아날 준비가 좀 더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불안 감소로 이어진다. 스트레스가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위험이라면, 신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대한 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진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타당하 다고는 하지만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는 않다. 5m 뒤에서 어떤 소리가 일정한 크기로 다가온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이번에 는 처음에 소리가 났던 5m 뒤의 똑같은 위치에서 소리가 시작 되지만 점점 멀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소리는 같은 음색, 같은 음량, 같은 위치에서 재생되기 때문에 똑같이 들려야 하지만, 다가온다고 상상했을 때 소리가 더 크고 가깝게 느껴진다. 이처럼 소리가 실제와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인지 편향 (cognitive bias)때문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리는 위협을 의미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에 몸을 숨기기 위해 '안전 여유도를 높인다. 우리 몸은 잠재적인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게 소리가 더 크게 들리도록 진화했는데, 이것이 바로 몸의 안전 여유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몸 상태가 좋을 때는 소리의 원천이 다가오는 멀어지든 상관없이 소리를 같은 방식으로 지각한다. 상태가 좋을 때는 '달아날 필 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이 다가오든지 쉽게 달아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큼 청각 정보가 왜곡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체력에 따라 들려오는 소리를 다르게 인식한다는 사실은 체력이 좋은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크게 활성화할 필요가 없다는 강력한 반증이기도 하다. 신체 단련을 통한 스트레스 예방 효과의 기저에는 진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 우리가 많은 일을 점점 더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넘기다 보면 길 찾기 외에도 다른 추상적인 사고 기능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진취적인 또 다른 뭔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지능을 얻는 것은 아닐까? GPS가 길을 찾아주면 우리는 팟캐스트를 듣거나 직장에서 생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집 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할 수는 없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특정한 지식이 필요하고 비판적인 질문도 던지면서 정보를 평가해야 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시대이니만큼 이런 태도는 더욱 필요하다. 전례 없이 복잡한 사회는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지만(플린 효과), 우리의 정신 능력 중 너무 많은 부분을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넘겨주어 더 멍청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관찰되는 IQ 하락세의 원인일 수도 있다. 많은 학자들이 자동화와 인공 지능 때문에 앞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살아남는 직업은 아마 집중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얄궂게도 디지털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자 약화되고 있는 능력이 바로 집중력이다.
- 행복은 당연한 게 아니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반드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형성한 세계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채 10세도 못 채우고 죽었으며 평균 기대 수명은 30세였고 암이나 심혈관계 질 환이 아니라 감염, 기아, 살인, 사고, 야생 동물 때문에 사망했다. 그 세계에서는 불안을 느끼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생존 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의 선조는 한가로이 걸으면서 모든 게 다 좋다고 생각하고, 뱀이며 사자 혹은 자신을 죽이려는 이웃을 못 볼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사방팔방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위험에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감정을 '불안'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의 선조는 평온했다. 기보다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화재경보 원칙과 감정이 우리 의 다양한 행동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생각해보자. 보통 동물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환경에 맞는 특질을 만들어가는데, 이를 도태 압력(evolutionary pressure)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눈이 쌓인 주변 환경 속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흰 북극곰이 태어나기까지, 알프스의 가파른 절벽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돌을 단단히 디딜수 있 게 염소의 발굽이 발달하기까지 압력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 나 행복한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나기까지는 도태 압력이 전 혀 작용하지 않았다. 행복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확률이 딱 히 높지 않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에는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원칙에 앞서 사고와 다툼을 피하는 행동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 불안과 우울감 은 기쁨이나 평온한 감정보다 우리의 생존에 더 중요한 감정이다. “모든 게 다 좋은데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요?”라는 질 문에 대답하자면, 자연은 인간에게 오래 유지되는 행복한 감 정을 심어주는 데 큰 가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 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친구들과 어울릴 때, 섹스를 할 때 혹은 직장에서 승진할 때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들은 더 많은 음식과 섹스, 직장에서 좀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감정으로 빠르 게 대체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우리를 계속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 불안과 우울감이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고 우리의 생존을 도와주었다고 해서 이러한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고통까지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근시인 사람들에게 “인간은 항상 시력이 좋지 않았으니 상황을 즐겨”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안경을 쓰라고 권한다. 또한 “인간은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 그냥 지금 상황을 인정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대 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들을 도와 야 한다. 지금 우리는 20년 전보다 정말로 더 우울한가'는 흥 미로운 질문이지만, 자연이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안에 암호화하여 심어놓은 고통의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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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형 인간  (0) 2020.07.18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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