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지금 슬픔과 좌절을 느끼는 것은 우울증 때문이 아니다. 우울증은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을 하나로 묶은 뒤 모두에 게 똑같은 약을 나눠주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명칭일 뿐이 다. “우울증이 있으시군요. 항우울제를 드십시오. 끝. 다음 환자분!" (마크 하이먼 박사Dr. Mark Hyman)
미국인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하이먼의 위 글은 왜 항우울제가 당신 생각만큼 잘 듣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른바 '우울증' 환자 모두에게 똑같은 약이 처방되는 것 도 모자라 번아웃, 불안증, 식이 장애, 수면 장애, 만성 통증, 허리 디스크, 스트레스성 방광염, 조루증을 비롯한 수많은 심신상 질병에도 똑같은 약이 처방되고 있다.
-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 몇 개를 조작하는 것으로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유혹적이지만, 그만큼 아주 순진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방금 예로든 질병 중 그 어떤 것도 하나의 원인, 즉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결핍과 수많은 스 트레스 유발 상황에 환자 각각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어떻게 반 응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당신이 심리 치료를 받고 마침 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들을 다 제거했다고 해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요소들이 있 다. 사람에 따라 특정 멘털 테크닉(정신 요법을 이용해 부정적 인 생각의 고리에서 빠져나오는 게 좋은 사람이 있고, 햇빛을 더 많이 받고 조금 더 움직이기만 해도 충분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사람마다 약이나 특정 음식에 다 다르게 반 응한다. 몸속에 특정 미량 원소가 부족하거나 과다하기만 해도 우울증, 불안증, 번아웃이 생길 수 있다. 모르고 지나가는 몸속 염증이나 외상으로 인한 신진대사 교란도 마찬가지다. 이런 서 로 다른 원인들을 단지 알약 몇 개로 몽땅 제거하려 한다면 진짜 원인이 무시되어 버리는 탓에 병이 재발하고 때로 이전보다 더 악화된다. 항우울제, 베타 차단제, 안정제, 제토제 등등 모두 진짜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남겨둔 채 증상만을 치료하는 약들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시끄럽다고 화재경보기만 끄고 집은 계속 타게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제 증상을 다뤄야 하는지 알고(화재경보기 끄기), 우울증 혹은 번아웃(화재)의 진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만 정신적 문제들이 계속 타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처음부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약물에 의한 발병이 아니라면) 번아웃에서 시작한 사람과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고 습관을 갖고 있다. 전자는 '계산된 비관주의 Calculated Pessimism 경향이 강하고 후자는 완벽주의 소질이 강하다. 당신이 이 두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면 아래의 간단한 테스트로 어느 쪽의 경향이 더 강한지 찾아낼 수 있다. 계산된 비관주의와 완벽주의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이 책으로 두 배의 효과를 볼 것이다. 우울증을 고칠 기술과 번아웃을 고칠 기술, 둘다를 이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저는 그 정도로 부정적이진 않습니다!” 내가 당신이 계산된 비관주의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면 환자들이 늘 하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 가족에게 물어보세요. 전 정말 불평이라곤 없는 사람이라고요!” 대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계산된 비관주의자들은 생각과 행동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에게 “잘 지냈어?”라고 물어봐라. 그럼 대체로 “그럼 잘 지냈지!” 라는 말을 할 것이 다. 하지만 이 사람은 세상과 자신을 속이고 있다. 그렇게 말하 면서 사실은 무의식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피곤해 죽겠어. 다 너무 힘들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이런 질문부터가 스트레스야.
그래서 더 이상의 질문이 나올 수 없게 대답해 버린다. “그럼 잘 지내지!”, “다 좋아!”, “괜찮아!” 보다 더 좋은 대답이 어디 있 겠는가?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의 진짜 속내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적절히 반응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이들은 속을 드러내는 대신 제대로 기능하려고 나름대로 최대한 오랫동안 노력한다. 그런데 그렇게 진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다음과 같은 생각과 만나게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어차피 나를 도와줄 수 없는데 뭐하러 너까지 힘들게 해?" 또는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말 안해도 알 거야.”
과부화가 걸린 몸과 마음에 외로움까지 더해지면 우울증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분명 그 단계까지 갈 필요는 없다. 그런 생각들이 대개 잘못된 믿음 문장들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 완벽주의자는 대개 휴가 때조차 직장 상사, 고객, 동료, 친척, 지인들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해둔다. 이 정도의 '의리'는 이 들에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동안 단 한 사람이 외면받고 있음 을, 즉 자기 자신이 등한시되고 있음은 스스로 알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언제나 벌써 해치 워야 했을 일이 남아있다. 그 모든 일이 자신을 얼마나 짓누르 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때쯤에는 자꾸 이 런 생각이 들 것이다.
"너무 힘들어, 더는 못하겠어."
이런 생각이 자주 들수록 집중력과 생산력이 그만큼 사라진다. 그럼 어이없는 실수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완벽주의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므로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된다.
- 번아웃에서 이어진 우울증은 비상용 차단기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스로는 절대 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 정신은 우울증을 이용해서라 도 억지로 휴식을 주려고 한다. 물론 편안한 휴식과 우울증은 거리가 멀긴 하지만.
- 비관주의자는 진짜 완벽주의자에 비해 다시 정상 적인 삶을 살기까지 더 오랜 치료와 보호가 필요하다. 더 강력한 우울증을 부르는 사건을 겪을 위험성도 더 크다. 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부정적인 생각을 너무 오래 한 탓에 뇌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뇌는 이제 자발적으로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오랫동안 부정적인 쪽으로 훈련된 탓에 신경세포들이 그쪽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치료법이든 지속적인 효과를 보려면, 새롭게 사고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단단히 굳혀나가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치료법들은 바로 이 점에서 많은 약점을 보인다. 이 환자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 코치 겸 치료사다. 그것도 가능한 한 매일같이 훈련을 시켜줄 코치 말이다. 처음에는 작은 발걸음 하나로 시작하되 우울증 뇌가 모든 부정적인 증상이 사라진 뇌로 완전히 탈바꿈할 때까지 발걸음의 폭을 조금씩 넓혀나가야 한다.
- 번아웃이 무조건 우울증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번아웃과 우울증을 몇 번씩 왔다 갔다 했다고 모두 양극성 장애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다 만 양극성 장애가 있다면 거의 대부분 번아웃 문제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치료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대개 마른하늘에 날벼락 처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육체적 요소들이 중요한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양한 약물의 부작용 및 상호작용, 갑상샘 관련 질병, 특정 물 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같은 몸의 문제들이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저런 약을 많이 먹거나 갑상샘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 유럽 전체 인구의 8퍼센트에 해당하는 4천만 명 이상이 현재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10명 중 1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항우울제는 대부분 뇌 속 세로토닌 수치 를 높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울증 환자가 세로토닌 부족에 시달 리고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 우울증 환자 중에는 심지어 '건강한 사람들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눈에 띄게 높은 사람도 많다. 높은 세로토닌 수치와 행복감 사이의 관계도 증명 된 적이 없다. 뇌 속 세로토닌이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행 복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세로토닌 수치가 높으 면 성기능 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에어츠트 차이퉁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59퍼센트가 성기능 장애 문제를 갖고 있다.
* 우울증은 여러 다양한 요인으로 발병하고 이 요인들은 부분적으로 서로 영향을 준다. 몸과 마음을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우울증에서 빨리, 그리고 영원히 벗어나는 데 필요한 단계들을 밟아나갈 수 있다.
*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결핍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그러므로 뇌 속의 이 신경전달물질들의 분비량을 조작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우울증을 꼭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항우울제는 중증 우울증에 쓸 수 있으나 이 경우도 몇 달만 복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 우울증이 일정 간격을 두고 반드시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 치료했을 때만 재발한다. 진짜 원인을 알고 치료한다면 우울증의 재발이나 악화 없이 살아갈 가능성이 실제로 매우 높아진다.
- 번아웃에 대한 가장 강력한 거짓이 바로 번아웃이 사실은 우울 증의 또 다른 이름, 즉 우울증보다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수 월한 이름이라는 생각이다. 바로 이 거짓 때문에 수많은 의사들이 번아웃에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나는 번아웃 상태입니다”가 “나는 우울증입니다” 보다 더 듣기 좋다. 번아웃은 직장, 혹은 가정, 또는 둘 다에서 자신을 새 까맣게 태울 정도로 스스로 오랫동안 희생해 왔음을 암시한다. 그에 반해 우울증이라고 하면 그냥 아픈 것이다. 게다가 대개 명백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다시피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간 번아웃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라면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이 더욱더 의미가 없다.왜냐하면 이 경우 치료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급성 번아웃 증후군이라면 그 정도로 자신을 지치게 만든 원인만 파악하고 나면 대개 치료된다. 그 원인은 대부분자기와의 적대적인 대화, 혹은 '사고방식의 오류 인데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에게 이런 원인들이 만연해있다. 이런 원인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면 당연히 맑은 머리와 건강한 육체, 즉 신뢰할 만한 신호를 보내는 육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항우울제를 복용 한 후라면 이 둘 다를 갖기 어려워진다. 피로, 두통, 수면 장애, 소화 장애, 성기능 장애, 메스꺼움, 체중 증가가 항우울제의 가 장 흔한 부작용들이니까 말이다.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을 의도 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 이것은 분명 좋은 출발선이 아니다.
-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당신 정신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 당신의 정신이 무의식을 이용해 비상용 차단기를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 이다. 작가 겸 사진작가인 울리히 샤퍼Urich Schaffer는 이런 심 신의 협력 작용을 다음과 같이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정신이 육체에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해 봐. 이 사람은 내 말은 들어먹지를 않아. 네 말은 들을 지도 모르잖아."
육체가 정신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아파볼게. 그럼 이 사람이 너를 위해 시간을 낼 거야.”
-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은 약물로 치 료해야 하는 질환이 결코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도 비상용 차단기다. 당신의 정신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당신을 당신 자신으로부터 보호하며 억지로라도 안정시키고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오류들을 알아차리고 없앤다면 번아웃 또는 우울증은 모두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단 불필요한 약물로 심신 체계를 교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심신 체계가 교란되면 정신과 육체사이의 교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 우울증과 번아웃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르므로 다른 방식으로 치료해야 한다. 몸이 둘이 기본적으로 서로 다름을 모르고 잘못 치료한, 혹은 전혀 치료하 지 않은 번아웃 증후군의 경우 진짜 우울증을 부를 수도 있다. 번아웃 상태에서 과부하 상태가 지나치게 오래가거나 잘못 치료할 때 우울증이 온다.
* 번아웃은 항우울제로 치료할 수 없다. 항우울제는 보통 뇌의 사고 능력을둔화시킨다. 그러나 번아웃 환자들의 내면에는 자신을 닦달하는 사 람이 여전히 건재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해서 사고 능력이 둔화한다면 스스로 빽빽하게 채워넣은 일과를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 럼 압박이 더 심해지고 이것이 번아웃을 악화시킨다.
* 번아웃은 워라밸을 맞추는 것만으로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부족한 여가, 혹은 취미 활동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그곳에서 진짜 휴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런 활동을 하는 동안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의식적으로 끊임없 이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워라밸을 맞추기 전에 사고 과정의 효과적인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 '리프레이밍reframing', 즉 재해석' 이란 원래 체계적인 가족 치료를 위한 기술이지만 부정적인 사건을 재빨리 극복하고 덜 위협적으로, 혹은 덜 아프게 느끼게 하는 데도 매우 훌륭한 기술이다. 무언가를 리프레이밍 하는 것에는 또 다른 장점 도 있다. 사건을 재해석하다 보면 화를 내며 웅크리고 있기 보다 해결책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 리프레이밍 기술은 우울증과 번아웃에도 똑같이 큰 도움이 되므로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반면 진짜 계산된 비관주의자는 재해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앞으로 생겨날지도 모를 위험성을 외면하지 않는 자신이 현실을 직시하는 거라 여긴다. 계산된 비관주의자 는 미래에 올 나쁜 일을 예측해야 그 나쁜 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도 정신적으로 최악의 상태에 미리 준비되어 있으므로 덜 실망할 것 같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큰 착각일 뿐이다. 뇌 과학과 신경 가소성으로 우리가 알게 된 게 있다면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일 테니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과 계산된 비관주의는 나쁜 사건으로부터 우리 를 보호해주지도, 그 사건으로부터 느끼게 될 아픔을 줄여주 지도 못한다.
부정적인 생각과 계산된 비관주의는 자꾸 지나치게 부정적 인 것만을 인식하도록 우리 뇌를 훈련한다. 반면 다른 모든 긍 정적인 것을 볼 능력이 똑같이 그곳에 존재함에도 신경학적으로 점점 움츠러든다. 이제 이들은 기회가 생겨도 그 기회를 잡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이유들만 보게 된다. 그렇게 이들은 많은 기회들을 놓치게 되고, 가진 것이 더 적어지고, 불만은 점점 더 커지는 상태에 빠진다.
-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잘못될 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감히 사업을 하려 들지 않는다. 부정적인 사람은 가능한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일을 선호하고, 그래서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만다. 이 사람은 자신이 언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삶을 선호한다.
- 무언가를 먼저 철저하게 규명해야 그것에 이별을 고하고 앞 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사고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신경 가소성에 대해 지금까지 당신이 배운 것들을 기초로 해서 다음 질문에 답해보기 바란다. 심리 치료사와 50시간 이상 당신의 유 년기의 나빴던 점을 모두 들추어 낸다면 당신 뇌의 신경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렇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이나 관련 신경 회로를 다시 연결했으므로 결과적으로 그 불편한 기억과 감정을 예전보다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이어서 부모와 더는 말도 섞기 싫을 수도 있다. 아니면 헤어진 전 파트너에게 긴 편지로 해묵은 분노를 다시 터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기분이 좀 나아졌는 가? 그렇지 않다! 그런 심리 치료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 후에도 궁극적인 해방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 대신 분노를 느끼거나 체념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대단히 바람직한 감정은 아니다. 무언가를 철저하게 규명한 다음 이별을 고한다는 생각 자체는 기본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와 같이 정말 슬픈 상황이라면 이런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도움도 된다. 이 문제는 이 장 뒤에서 다시 자세히 살펴볼 것이 다. 여기서는 당신의 유년기가 아무리 나빴고 부당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점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음을 알고 넘어가자. 바로 유년기가 지나갔다는 점 말이다. 지금 여기서 당신을 괴롭히는 문제는 단지 지금 여기서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이 책을 여기까지 읽었으므로 이미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고의 틀을 바꾸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하기 바란다. 변화가 기본적으로 어렵고 오래 걸릴 거라는 생각조차 단지 믿음 문장일 뿐이다. 이 믿음 문장은 사실도 아니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 충분한 육체 활동은 햇빛 공급과 적절한 영양 공급과 함께 이른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생산에 결정적 인 역할을 한다. BDNF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는 뇌세포와 시냅스 생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간단하게 말해 우리 뇌를 생성하는 주요 건축자재라 할 수 있다. 이 단백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그만큼 기억력과 사고 능력이 좋아지고, 문제를 더 빠르고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만족감, 기쁨, 가벼움, 여유를 느낄수 있다. 반대로 우리 몸이 이 중요한 단백질을 거의 생산해내지 못하면 제일 먼저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한다. 이 단백질이 오랫동안 결핍되면 불안증, 우울증, 번아웃, 수면 장애가 심해 진다. 심지어 알츠하이머와 뇌전증 발생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기도 한다.
- 공원을 산책하던 중 샤피로는 눈동자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계속 옮겨갈 때 우울한 생각들이 쉽게 사라짐을 알아챘다. 그래서 안구 운동법을 개발 했고 그것을 대화 치료 같은 기존의 심리 치료법과 결합한 다음, 지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치료법인 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을 개발해냈다. EMDR은 안구 운동을 통해 둔감화를 이끌어낸 다음 재조건화 한다는 뜻이다. 이 치료 법은 특히 우울증을 동반하는 불쾌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 군에 당시 관례적인 행동 요법들보다 훨씬 빨리 원하는 치료 효과를 만들어냈다.
- 안구 운동과 신체 운동이 대체로 같이 일어나고, 우리 정신에 일상적인 긍정 효과까지 어느 정도 불러일으키는 활동으로 어떤 것이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많이 떠올랐 다. 예를 들어 야고보의 길 성지순례도 종일 걸으며 쉴 새 없이 변하는 풍경에 눈길을 준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게다가 그러는 동안 햇빛도 충분히 받으므로 비타민 D도 가득 충전하는데 이것도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매우 좋다. 일상의 스 트레스를 뒤로하고 숙고하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도 매우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성지순례 동안 급격하게 올라간 BDNF 단백질 수치와 그 결과 뇌가 '근본적으로 재정립 된 것이 이때 느끼는 행복감에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BDNF 단백질이 충분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더 나은 생각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구현되곤 한다.
-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달리기만 하는 사람은 반드시 건강해진다고 보기 어렵다. BDNF 단백질 수치 상승으로 모든 면에서 혜택을 보려면 그 전에 몇 가지 합리적인 목표를 정해두면 좋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불행했던 관계를 잘 작별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 보겠다는 목표도 좋다. 그것도 아니면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들이 정말로 꼭 필요한 약인지 그 효과를 검증해 보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물론 그 약을 처방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가봐야 할 것이다. 덧붙여 말하지만 그러는 동안 해결책이 당장 눈앞에 나타나 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우리 뇌는 어차피 BDNF 단백질이 다시 충분해지기 전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그것보다는 이제부터 당신이 더 많은 움직임을 통해 얻어낼 단백질 그 하나하나가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곳에 제대로 투입되도록 늦지 않게 항로를 잡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진실은 우리가 여전히 항우울제(리튬도 마찬가지)가 우 리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 문외한이 고장 난 텔레비전을 다루듯 우리 뇌를 다룬다. 텔레비전 화면이 깜빡거리면 텔레비전을 주먹으로 쳐본다. 운이 좋으면 화면이 다시 제대로 나오고 그럼 보던 영화를 이어서 본다. 그렇게 때린 것이(그러니까 항우울제가) 이 텔레비전(우리 뇌)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계속 쾅쾅 두드린다(계속 복용한다). 그렇게 두드린다고 망가진 텔레비전을 고칠 수 없음은 당연하고 그렇게 한 번씩 때 릴 때마다 더 망가지게 할 위험이 더 커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프로게스테론 복용은 피로감, 어지러움, 두통, 우울감을 동반하는 기분 저하를 부를 수 있다. 더불어 알코올과의 상호작용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호르몬 복용 전후 두 시간 안에 와인, 혹은 샴페인 한 잔만 마셔도 때에 따라서는 마치 한 병을 다 마신 듯 정신이 혼미해지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에스트로겐도 일련의 불편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메스꺼움, 다리 경련, 체중 증가(특히 복부 지방 증가), 가슴 통증, 두통, 그리고 역시 여기서도 우울증이 그 부작용 중 하나다. 의심쩍은 약들 여러 개를 오랫동안 함께 복용할수록 이 부작용들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러므로 당신이 만약에 갑상샘 합성 호르몬제를 꼭 복용해야 하는데 혈압강하제도 복용해야 하고, 갱년기라 여성 호르몬제도 복용해야 한다면, 당신의 정신적 문제들이 생겨난 이유가 애초에 그런 약 들의 조합에 있을 수도 있음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항우울제까지 복용한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 혈뇌장벽을 넘나드는 일련의 물질들이 있다. 이 물질들이 혈뇌 장벽을 넘나들게 되면 우리의 정신이 그 즉시, 당신도 당신 몸으로 이미 적어도 한 번은 경험했을 반응을 하게 되어있다. 산소, 이산화탄소 같은 가스와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과 성호르몬도 이런 물질에 속한다. 설탕(포도당),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같은 중독성 강한 물질, 수면제, 안정제도 이 장벽을 통과해 뇌 에서 그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없게 만 들어진 자연 물질과 합성 물질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모든 물질이 통과된다면 우리는 곧 바로 육체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아프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혈뇌장벽을 넘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 게서 특히 더 자주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 (부작용으로) 목격되는 일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 뇌에 활성 물질을 잠입시키는(원래는 불가능한 일) 길을 찾으려는 연구가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연구가 성공하면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희망한다. 물론 상반되는 노력도 있다. 미국서 던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혈뇌장벽이 헐거워 짐을 증명했다. 이 팀은 바로 그것 때문에 나이가 들면 치매가 잘 생긴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뇌의 자연적인 안전장치 를 더 강화하는 것이 모든 속임수를 써서 혈뇌장벽을 헐겁게 하 는 것보다 더 바람직해 보인다. 내가 이해하기로 이것은 전체론적 접근법을 지향하는 의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나는 인간이 혈뇌장벽 같은 유용한 장치가 생겨나도록 진화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인간의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복잡한 조직 인 것이다. 뇌의 기능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현재 우리의 상태는 석기시대 인간이 주먹도끼를 갖고 정밀한 시계를 고치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고치기보다 더 고장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 뇌에 뇌가 원하지 않는 이물질 들을 잠입시키려는 노력도 마찬가지 결과를 부를 듯하다.
- 글루텐은 주로 밀가루에 들어있지만 귀리, 호밀, 스펠트밀에도 들어있는 천연 단백질이다(단백질 점착 물질이라고도 한다). 전문 의학 용어로 '셀리악병' 이라고 하는 진짜 글루텐 과민증은 세계 적으로 지금 약 100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다고 한다. 이 환자들 은 글루텐 함유 음식을 먹으면 복부 팽만, 복부 통증, 설사에 시 달린다. 몸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매우 극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 다. 그 예로 2013년 있었던 한 연구는 글루텐 섭취와 우울증적 정신장애 발병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이것은 진짜 셀리악병 환자만이 아니라 훨씬 약한 형태의 글루텐 과민증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과당 과다 섭취가 특히 뇌 속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생성을 책임지는 단백질의 활성화를 막는다고 한다. 이것은 나아가 의지 활동을 책임지는 뇌의 부분을 본격적으로 쪼그라들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너무 많은 과당은 우리를 뚱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심 지어 멍청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음식이 과당의 그런 부정적인 작용을 상당히 반감시킬 수 있다. 상호작용이 긍정적인 경우도 분명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아마씨 오일, 호두 오일, 평지씨(유채 오일이나 연어, 참치, 고등어, 청어 같 은 바닷물고기에 풍부하다. 그리고 방목한 닭의 알, 아보카도, 시금치, 호박, 방목한 소의 고기에도 이 소중한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 입속 점막에는 미관구라는 약 10,000개의 맛 봉우리가 있 는데 이것들은 10~14일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결정적으로 그 시간에 우리가 먹는 음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맛 봉우리 각각의 민감성이 바뀔 뿐만 아니라 맛에 대한 요구도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변 화는 물론 맛 봉우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입맛과 특정 성분의 갈망에 관여하는 우리 뇌의 부분들도 우리가 먹는 음식 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특정 음식에 대한 갈망이 생기는 것은 우리 몸에 지금 당장 그 음식 성분이 필요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특정 음식을 평균 이상으로 자주 먹는 것이 그 갈망을 부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건강한 음식과 해로운 음식을 구분하지 못한다. 자주 먹거나 마시는 것일수록 더 찾게 되어있다. 이것이 독일인 한 명당 연간 설탕 섭취량이 35킬로그램에 달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것은 하루에 평균 96그램을 먹는다는 뜻이다.
- 면제 우울증은 오랫동안 끌던 힘든 일이 마침내 사라질 때 주로 나타난다. 정신 역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우리 정신의 똑똑하기 그지없는 보호 기능이 발동한 것이다. 목표 달성으로 기분 이 좋은 사람은 그런 행복감 속에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보다 그 즉시 새로운 목표를 찾고 또 전속력으로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쉬운데, 이런 자가 동력 시스템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앞에서 코앞의 당근을 먹지는 못하고 좋기만 하는 당나귀 이야 기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목표 달성 후 우울증이 찾아 오면 억지로라도 어느 정도 쉬어가게는 된다. 면제 우울증은 특히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하여 금 다른 목표로 달려들기 전에 쉬게 하고 힘을 모으게 한다. 이 우울한 기간은 대개 2~3주 정도에 그치는데 이 정도면 번아웃 에 걸리지 않게 하는 효과로는 충분하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을 적극적으로 축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쉬며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더 영리한 자세일 테다. 그래야 우울증 이라는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휴식을 강요하는 대신, 성공을 정말로 만끽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한 후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세로토닌도 시금치 신화와 같은 경우다.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 가면 행복해진다는 거짓말이 일단 세상에 한번 알려지고 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거의 2명 중 1명이 그게 사실이려니, 혹은 사실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수천 권의 책에서 거짓이 진실로 실렸다고 해서 지금의 시금치가 100년 전 시금치보다 더 많은 철분을 함유하게 되지는 않는다. 다량의 세로토닌이 부득이하게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는 않는다. 오히려 세로토닌 증후군이란 말로 요약되는 불편한 증상들은 물론이고 성기능 장애까지 부른다. 세로토닌 증후군에는 메스꺼움, 과도한 땀, 빈맥, 설사, 가쁜 호흡, 불안감, 환 각, 전율, 근육 경련, 발작 등의 증상이 포함된다. 이 정도라면 항우울제 복용으로 정말로 세로토닌 수치를 올리고 싶은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정신 요법 의사인 토어스턴 파드베르크는 2018년 정신요법저널Psychotherapeutenjournal에 발 표한 논문에 항우울제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가벼운 우울증 혹은 중간 단계의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는 평균적으로 기껏해야 플라세보 정도의 효과를 낼 뿐이다. 항우울제 치료로 실질적으로 약리학적 효과를 얻을 가능성은 14퍼센트 정도다. 그러므로 당신은 (입안 건조, 체중 증가,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 성욕 상실 같은) 가능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 이 14퍼센트의 가능성 때문에 항우울제를 시도할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2013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항우울제가 우울증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면, 그것은 항우울제가 일종의 부작용으로서 항염 작용을 갖기 때문임을 추측하는 논문이 하나 실렸다. 이 점은 왜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는 경우) 2~3주 후에나 그 효과를 드러내는지도 설명해준다. 항우울제가 늘 주장되듯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준다면 그 효과는 복용 후 몇 시간 안에 드러나야 한다. 반면 우리 몸의 염증이 성공적으로 사라지는 데는 며칠에서 심지어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몸의 염증을 찾아내 치료하면 우울증도 며칠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년 동안 과학·의학 전문 텔레비전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나는 요로염, 비염, 혹은 잇몸염이 우울증 증상을 동반한다고 보고하던 의료인을 많이 만났다. 그런 경우 해당 염증이 사라지자마자 대개 정신적으로도 놀랍도록 빨리 회복된다. 참고로 특히 장염이 그렇다. 장이 제2의 뇌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검진을 철저히 하고 의사에게 종합 혈액 검사 만이 아니라 무기질 수치 검사도 해보자고 하자. 몸의 염증 상태도 알아내고 어떤 성분이 현재 부족한지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해보자는 말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전체론적 의학을 지향한다면 정보가 많을수록 우울증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더 잘 취할 수 있다.
- 식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생체주기는 해의 상태에 언제나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몸의 시간 감각은 낮 동안 빛을 얼마나 소비 했느냐에 따라 계속 다시 조정된다. 잠들기 직전까지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체 시계에 잘못된 기 준치를 전달한다. 그 기구들이 발산하는 푸른빛이 햇빛과 비슷 하기 때문이다. 매일 밤 11시까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의 내면의 시계는 언제부턴가 늦은 밤에도 아직 그리 밤이 깊지 않았다고 가정한다.
- 다음은 통잠을 자고 싶다면 고려해 봄직한 조언, 혹은 트릭들이다.
* 덥지 않고 캄캄한 방에서 잔다.
*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는 부드러운 커브 길이 끝없이 펼쳐지는, 얕은 경사 길을 천천히 타고 내려간다고 상상한다.
*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 일이 없도록 잠자러 가기 두 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 저녁은 가볍게 먹고 너무 늦게 먹지 않는다.
* 저녁 8시 이후 술은 가능하면 삼간다. 술은 잠이 드는 데는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눈에 띄게 떨어뜨린다.
*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트릭 하나는 매일 최소한 30분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다. 2013년 스위스 바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부족이기 때문이다.
- 죽음을 애도하는 두 가지 방법
첫 번째 과정은 과거로 향하는 과정으로, 남은 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던 때를 추억한다. 죽은 사람이 쓰던 물건이나 즐 겨 뿌리던 향수 등을 보고 그 즉시 추억을 떠올리고 깊은 상실 감에 슬퍼한다. 두 번째 과정은 미래로 향하는 과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극복하고 계속 잘 살아갈 방법을 고심 한다. 처음 한 달은 이 두 과정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므로 과거로 향하는 과정을 특별 의례 의식을 통해 적절한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이별의 아픔을 의식적으로 무리 없이 겪을 만큼 겪을 수 있고 그래야 마침내 더 강해진 채 앞으로의 삶을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오히 려 그 반대다. 제대로 슬퍼할 때 아픔은 조금씩 사라지고 죽음을 초월한 감사와 연결의 느낌이 남는다. 이런 과정을 거부하고 예를 들어 슬퍼할 새도 없이 일에 몰두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아픔에 정면 대응하기를 피한다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정면 대응해야 한 다. 그런데도 그것을 하지 않고 자꾸 미루면 한 달 한 달 지날수록 최대 반년이면 끝날 슬픔을 몇 년이나 이어갈 만큼 키우게 되고, 이것이 나아가 여러 정신적 문제들을 부르기도 한다.
- 추억 상자를 만들어라. 아름다운 상자를 하나 마련해 당신이 애도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넣어둔다. 먼저 사진이나 영상 등이 있겠지만 보석, 모자, 향수 같은 작고 개인적인 물건들도 좋다. 이 의식의 목 적은 애도를 위한 분명히 구분된 유일무이한 공간을 하나 지정해 떠나 버린 사람을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추억 상자에 유품들을 하나씩 넣을 때마다 그 물건과 관련해 떠나간 사람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충분히 추억한다. 그러는 동안 당연히 감정의 극단을 오갈 것이다. 어떤 때는 고맙기 그지없다고 느끼다가도 하필이면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것에 화가 날 수도 있다. 어쩌면 가끔 입 주위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고, 추측하건대 아주 많이 울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과정이고 필요한 과정이며 그래야 뇌 신경들도 슬픔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으니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기 바란다. 옷가지나 가구 같은 큰 유품들은 가능하면 기부하거나 선물하거나 판다. 자꾸 추억이 밀려오는 방이 있다면 조금씩 다른 색으로 칠을 하거나, 가능하다면 가구를 바꾸거나 최소한 재배 치한다. 이 모든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직접 몸을 움직 여 떠나보내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슬픔을 떠나보내는 과정에 서 근육을 많이 쓸수록 우리 뇌의 더 많은 부분이 애도 노력에 동참하게 되고 그럼 적절한 작별을 고하는 데 더 빨리 성공하게 될 것이다. 추억 상자 완성에 얼마나 걸리는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몇 주 안에 끝내는 사람도 많지만, 반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6주에서 12주 정도 기간을 정해놓고 완수하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대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는 동안 당연히 어떤 날은 한두 개 유품만 골라 넣는 것으로도 힘이 다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많이 찾아넣는 데 성공하기도 할 것이다. 다만 상자 하나로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충분히 애도하는 기간을 보내고 나면 그 추억 상자 가 필요할 때마다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하나의 매우 개인적이고 성스러운 상자가 될 것이다. 이 상자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 고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다만 매일 보 이지는 않는 곳으로 정한다. 매주 뭔가를 꺼내려고 들어가는 방 보다는 1년에 두세 번 올라가는 다락방이 낫다. 지금 당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 의식을 마치 고 나면 죽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없이 다시 삶에 활력과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내 생각을 믿을 때 아프고 내 생각을 믿지 않을 때 아프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그러함도 알게되었다. 진리란 이렇게나 간단하다. 나는 고통이 자유의지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안에서 환희가 일어났고 다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순간도, 이 환희는 우리 모두 안에 늘 있다. (네가지 질문 중에서)
- 다음 믿음 문장을 한번 보자.
“어차피 다 소용없어.”
이제 먼저 이렇게 질문해본다.
“그것이 진실인가?”
우울증과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봤 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면 이 첫 번째 질문에 즉각적으로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충동이 특히 정신적 문제를 갖는 사람에게는 아주 강하므로 이제 두 번째 질문에 특히 더 정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이 첫 번째 질문에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곧바로 세 번 째 질문으로 넘어간다. 두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정말 확신할 수 있는가?”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신은 분명 세상의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본 것은 아니므로 정말 모든 것이 소용없는 짓인지는 알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당신은 건강한 의심이 생겼으므로 그 의심을 갖고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 생각을 믿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다 소용없어” 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을 것이 고 그럼 다른 많은 사람을 도운 방법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새 희망을 갖는 대 신 절망을 선택할 것이고 이것은 단지 진실인지 아닌지 알지도 못하는 한 가지 생각 때문에 그렇다. 이제 네 번째 질문으로 넘 어갈 수 있다.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일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될 기회를 “어차피 다 소용없어” 라는 생각으로 날려버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다른 생각들도 진실인지 아닌지 조사하기 시작할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많은 심리학자들이 우리가 매일 최소한 70번씩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모든 거짓말이 하루에 우리 기분을 각각 5분씩만 망친다고 해도 매일 거의 여섯 시간씩 기분이 나빠야한다. 이제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울한지 잘 알 겠다.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이 거짓말들 중 많은 수를 폭로했을 것이다. 이것이 당신의 정신적 건강에 당연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 행복은 당신이 누구고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 누구나 똑똑하다! 하지만 나무를 잘 타는지 아닌지로 물고기의 능력을 결정해 버린다면 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멍청하다고 믿으며 살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 우리 정신의 과제는 본질적으로 우리를 최선으로 보호하는 데 있다. 이른바 직감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 정신은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에게 좋은지, 혹은 그것으로 지금 막 자신을 해치려 들지는 않는지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보고한다. 그런데 계속 그런 직감에 반하며 무의식의 경고를 자꾸 무시 하면 우리의 정신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심신상관 질병으로 우리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그쯤에서 멈추게 하려는 것이다. 번아웃, 공황발작, 신경성 허리 통증, 혹은 위장 장애 모두 우리 정신이 우리가 자신을 해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용하는 것들이다. 바로 그래서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에서 그 런 심신상관 질병을 '정신이 우리를 사랑하는 법'이라 표현했 다. 유감스럽게도 직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주인에 대한 신뢰감을 잃은 우리 정신은 주인이 자신이 보내는 경고에 제때 반응하지 못할 거라 간주하고 모든 작은 위험에도 무조건 최고 등급의 경고를 보낸다. 이럴 때는 '재설정reset 이 필요한데 이 재설정 실행에 좋은 것이 바로 알아차리기 연습이다. 우선 가장 일상적인 것들을 의 식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커피나 차를 마실 때 일하며 급하게 마시지 말고 의식적으로 그 시간을 즐겨보자. 조 용한 공간으로 가 5분이라도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마셔보자. 손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찻잔, 그 향기로운 아로마,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터지는 그 달콤 쌉 쌀한 맛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따듯한 것이 위장 안으로 부드 럽게 들어가는 느낌과 카페인이 천천히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각성되는 과정을 느껴본다. 이런 알아차림의 순간을 하루에 서너 번만 누려도 건강한 직감이 다시 천천히 복구될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도 5분 동안 햇볕을 쬐는 것도 좋고, 짧은 산책도 좋고, 요가를 하며 긴장을 푸는 것은 더 좋다. 무엇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바란다. 그럼 당신도 보게 될 것이다. 하루에 몇 번 의식적으로 셔터를 내린 다음 다시 올리는 것이 어떤 기적을 부르는지 말이다. 컴퓨터가 버벅거릴 때 껐다가 다시 켜면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는 것처럼 알아차리기 연습을 잠깐씩만 해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더 집중하며 일할 수 있다.
- 우울과 불안을 야기하는 강박적인 생각이 일반적으 로 한 언어로만 이루어진다면, 언어를 바꿔보는 것이 뜻밖의 치유를 불러올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다른 언어로 모국어만큼 걱정을 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의식적으로 언어를 바꿀 때, 새 언어로 생각하고 꿈꾸기 시작하기 까지 단 몇 주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