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각은 조현병처럼 정신질환이나 각성제와 같은 약물의 영향으로 나타나는데 뇌 질환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 시각중추가 있 는 후두엽에 장애가 발생하면 환시, 즉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나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보는 현상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뇌종양과 혈관 장애로도 환각이 발생할 수 있고, 흔히 광우병 으로 알려진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reutzfeld-jakob Disease, CJD)에 걸린 환자에게서 최초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또 최근 주 목받는 레비소체 (Lewy body) 치매라는 파킨슨증(Parkinsonism, 파킨슨병 의 주요 증상은 떨림, 근육강직, 느린행동, 걸음걸이 이상 등이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증상 자체를 파킨슨증'이라고 부르는데, 파킨슨증이 나타나는 병은 파킨슨병 이외에도 다양하다)과 관련이 깊은 질환에서도 환시를 경험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측두엽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 이 부위에 병변이 발생하면 다 채로운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청각중추로 인해 환청이 일어나는 사례도 있다. 그 밖에 환취와 환미, 처음 본 대상을 이전에도 봤다고 느끼는 기시감, 반대로 익숙한 풍경을 처음 봤다고 느끼는 미시감 등도 일어난다. 모두가 타는 듯한 이취(異臭)를 느끼는 환취는 측두엽뇌전증의 전조로 의학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증상이다.
- 뇌하수체는 대뇌 아래쪽에서 뻗어 나와서 비강과 눈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뇌의 호르몬 사령탑으로 시상하부 와 밀접하게 연관된 내분비기관(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이다. 성장 호르몬과 성선 자극 호르몬, 갑상선 자극 호르몬,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등을 분비한다.
뇌하수체 종양이 커지면 바로 옆을 지나는 시신경을 아래쪽에 서 압박해 시야가 좁아지고 눈이 침침해진다. 뇌하수체 종양으로 성장호르몬이 대량으로 분비되면 막시미누스와 같은 거인증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치료법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데, 복합적 인 이유로 수술을 할 수 없을 때는 약물요법과 감마나이프(Gamma Knife Radiosurgery) 등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감마나이프란 헬멧 모양 기구에 201개의 코발트60을 나열한 장치다. 한 개 한 개의 방사선 에너지는 약하지만 뇌의 병변이 생긴 부위에 집중시켜 고에너지를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작은 종양 과 이상 혈관이라도 나이프(메스)로 절제하듯 처리할 수 있어 '감마나이프' 라고 부른다.
막시미누스 트락스 황제 시대에는 이 수술이 없었기에 비대해진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하거나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다른 호르몬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뇌와 몸이 차츰 엉망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이 불안정해지고 성격도 점점 더 괴팍해졌을 공산이 크다. 사람이 얼마나 커야 '거인증'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소년기에 연간 성장 속도가 2년에 걸쳐 평균키의 2표준편차 이상, 즉 100명의 동급생 중 상위 두 번째 안에 드는 속도로 키가 자라 남자는 185센티미터, 여자는 175센티미터가 넘으면 거인증으로 본다. 키가 210센티미터가 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뇌하수체 종양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 과잉이 사춘기에 일어나면 뼈도 계속 자라 거인증이 되는데, 뼈 성장이 멈추는 성인이 되고 나서 일어나면 몸 끝부분만 자라는 말단비대증으로 진행한다. 눈썹이나 턱이 튀어나오고 코가 커지고 혀가 두툼해지며 손발이 솥뚜껑처럼 거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 뱀독은 뱀에 물린 동물의 출혈이 멈추지 않게 되는 출혈독'과 신경이 내린 지령이 근육에 전달되지 않게 하는 신경 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살모사와 반시뱀, 방울뱀과 같은 맹독 성 뱀이 지닌 독은 출혈독이다. 아름다운 얼굴로 얼핏 보면 잠자 는 듯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독은 신경 독으로, 코브라와 바다뱀의 독이다. 훗날 클레오파트라의 최후 장 면을 묘사한 그림에는 코브라나 코브라의 친척이 자주 등장한다.
뇌와 척수에서 나온 신경은 근육과 만나는 곳에서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이라는 물질을 분비하여 근육에 지령을 전달한다. 신 경종말에서 나온 아세틸콜린이 근육 표면에 있는 수용체, 즉 전 기 코드에 비유하자면 플러그의 소켓에 해당하는 콘센트 부분에 연결되면 근육이 반응해 수축한다. 이 소켓을 신경접합부라고 부르는데, 코브라와 같은 신경독은 콘센트 부분을 차단하여 아세틸 콜린이 올바른 지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한다. 코브라에 물린 사람이 마치 꿈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다가 마침내 손발이 마비되고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이 기능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실제로 코브라에 물 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사람들은 속이 울렁거리고 극심한 통증 과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운데, 근육이 마비되어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고 고통으로 몸부림칠 수도 없어 죽을 만큼 괴롭고 답답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사람이 코브라에 물리면 즉시 눈꺼풀 등의 얼굴 근육에 이상이 생겨 몽롱하게 졸린 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 클레오파트라의 시 신을 본 사람들이 그가 편안하게 잠자듯 저세상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공기 를 들이마시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데, 아 무리 손을 허우적대려 애써보아도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숨이 끊어지듯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고통스러움을 나타내는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방울 뱀 등의 독에는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하는 오피오이드 펩타이드(Opioid peptide)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니 어쩌면 클레오파트라의 몸속으로 코브라의 독이 들어갈 때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 함께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
- 신경근 접합부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으로는 수술 등 각종 시술을 받을 때 사용하는 근이완제가 있다. 근이완제 성분의 약물은 전신 마취할 때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목으로 기관 삽입 처치를 하 거나 수술 중 메스 등의 자극으로 근육이 불필요하게 수축하지 않도록 근이완제를 처방한다.
살충제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와 결합해 떨어지지 않고 근육을 수축시킨 상태를 유지하여 벌레를 죽인다. 이 효과를 극대화한 약물이 옴진리교가 사용한 사린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할 때 사용 한 VX 가스'다. 옴진리교가 사용하려 했던 보툴리눔(Botulinum) 독소는 신경 말단부터 아세틸콜린이 나오지 않게 하는 물질이다.
그 밖에 독가스와 독버섯 등의 독소에도 신경근 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 작용을 방해하는 종류가 많다. 참고로, 코브라의 천적 몽구스의 몸에는 아세틸콜린 수용체 속 결합 부위의 수가 많아 코브라 독에 내성이 강하다.
- 종양은 세포가 제멋대로 증식해 덩어리를 이루며 커 지는 질병이다. 종양 중에 증식 속도가 빨라서 주위 조직으로 쉽 게 번지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로도 이전되는 종류가 암이나 육종(肉腫)으로 불리는 악성 종양이다. 피부에 생기는 사마귀처럼 침윤(浸潤, 염증이나 악성 종양 따위가 번져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 는 일)이나 전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양성 종양이라 부른다. 대장 용종(polyp)처럼 크기가 크면 대개 양성이지만 암세포가 섞여 있을 때도 있어 현미경으로 용종을 병리학적으로 검사해 악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뇌종양에도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이 있다. 거슈윈이 않았던 교모세포종은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도 치료가 쉽지 않은 악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뇌종양은 신경세포가 종양화하지 않고 교세포(Glia cells)라는 신경세포의 작용을 지원하는 세포와 뇌를 덮은 수막에서 발생한다. 수막종은 거대한 크기로 자라기도 하는데, 어쨌든 양성이다. 종양이 뇌 어딘가에 발병하면 그 부분에 있는 신경 시스템 작용에 장애가 생기거나 자극받아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더들리 파운드 원수나 조지 거슈윈에게 나타난 편마비는 반대쪽 대뇌 반구의 운동영역 자체 또는 운동영역에서 시작된 운동신경 경로에 비대해진 종양이 영향을 준 상황으로 판단된다. 또 거슈윈이 느낀 '고무 타는 냄새'는 앞에서 소개된 도스토옙스키 이야기에서 설명 한 측두엽 자극 증상이다. 의식 상실도 측두엽 자극 증상으로 나 타날 수 있다.
참고로, 도스토옙스키에게 종양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만 진행 경과와 증상으로 미루어 보건대 거슈윈처럼 그 역시 악성 뇌종양을 앓았을 가능성이 크다.
- 연합국 수뇌들이 모두 모인 카이로회담과 테헤란회담에서 루 스벨트 대통령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기색을 보였다. 1943년의 상황이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서'라는 변명으로 둘러댔으나 이후 '미국 대통령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A형 성격'이다. 여기서 A형 성격이란 혈액형이 아니라 1950년대 미국에서 생명보험회사가 성격과 심장혈관 질환과의 관계를 조사해 만든 성격 분류법의 한 유형이다. 이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은 향상심이 강하고, 성격이 급하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에게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람은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A형 성격으로 분류했다.
이와 반대로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일하며 인생을 즐기고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그다지 느끼지 않는 유형은 B형성격에 속한다. B형 성격은 뇌와 심장혈관 질환 발병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걱정을 달고 사는 새가슴인 사람은 C형으로, 암에 걸리기 쉽다는 주장도 있다. 한데, 흥미롭게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인 중에 유독 A형 성격이 많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두꺼운 잎담배를 매일 스무 개비가량 말아피우는 골초로 동맥경화 증상을 보였을 확률이 높다. 진주만 공습 무렵 그의 혈압은 188/105mmHg로 기록되어 있다. 그때 이미 중증 고혈압 환자였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부쩍 기력이 쇠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1944년 1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제3기 마지막 해 무렵이었다.
“대통령은 아침부터 무척 피로해 보였다. 대화 중 그는 수시로 졸았고, 가끔 서명 도중 잠시 의식을 잃기도 해서 괴발개발 휘갈 겨 쓴 서명이 남아 있다.” | 이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당시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 의 목격담이다. 또 다른 기록에는 “고혈압 증상인 아침나절의 두통도 이 무렵 나타났다” 라고 기록돼 있다.
- 파킨슨병은 뇌간의 흑질 이상으로 도파민이라는 화 학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흑질은 뇌간에 있는 신경세포 집단으로,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 검은색을 띠고 있다. 왜 검은색일까? 세포에 멜라닌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세 포는 도파민을 생성한다. 뇌 등의 신경조직은 컴퓨터와 비슷하다. 반도체 소자 사이의 연락은 전기신호로 이루어지듯 신경세포가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할 때는 신경섬유 말단에서 화학물질을 방출해 신호를 전달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부른다. 흑질세포가 대뇌 기저핵에 신호를 보낼 때는 도파민이 신경 전달물질이 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에는 도파민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도파민을 약물로 처방하면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 뇌에는 화학물질에 따라 혈액 속에서 그대로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파민도 혈액에서 대량으로 뇌에 들어가면 환각과 경련, 구토,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뇌 속에 도파민이 부족해도 우리 몸은 도파민을 혈액뇌장벽으로 쉽게 통과시키지 않는다. 혈액뇌장벽을 통과한 후 도파민으로 변화하는 L-도파(L-DOPA)라는 약물을 사용하게 된 것은 그래서다.
- 암살 미수사건처럼 격렬한 정신적 흥분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굼떠졌던 동작이 마법처럼 민첩해지는 증상을 파킨슨병 환자에 게서 관찰할 수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환자가 화재가 발생 하자 걸음아 나 살리라며 엄청난 속도로 피신했다는 이야기도 있 다. 또 1995년 일본 고베 지역을 강타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고베의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의사의 증언에 따르면 20퍼센트 의 환자가 지진 직후 일과성 증상 개선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역 설적 운동증(Paradoxical kinesia)이라는 현상이다.
재해뿐 아니라 누구나 기뻐서 날뛸 정도의 커다란 환희를 느껴 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이 병은 혀와 목 근육이 마비되어 혀가 잘 돌아가지 않게 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도 두뇌 기능은 대체로 멀쩡하다. 2018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 박사는 젊은 시절 이 병을 진단받 았다. “나는 행운아다. 뇌는 근육이 아니니 말이다."
그토록 가혹한 운명에 맞닥뜨리고서도 그는 이렇듯 재치 있는 입담과 여유로 대처하며 역경을 헤쳐 나갔고 쉼 없이 연구에 몰두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요즘에는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의사 전달 장치가 발달해 호킹 박사는 학문 연구와 저술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으나 마오쩌둥의 시대에는 그런 장치가 없었다. 
- 최고 권력자가 치매 등의 질병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아마도 그 자리를 차지 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한데 때론 직 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지도자가 차라리 낫다고 여겨지는 상황도 있는 모양이다.
1970년대 소비에트 연방은 서방을 따라잡지 못해도 시민 생활은 그럭저럭 넉넉해졌고 국내의 혼란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브레즈네프가 갑자기 죽으면 난감해질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공산당과 정부 요인 등은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라고 불리 는 '붉은 귀족'이 되어 사회주의 국가에는 있을 리 없는 특권계급 을 형성했다. 고인 물은 썩는 법, 이 특권계급은 차츰 부패했다. 단순히 뇌물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공의 성과를 만들어내거나 분식회계 등으로 뒷돈을 챙겼고 거액의 돈과 이권이 모두 이 특권계급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범죄자에게서 몰수한 귀중품은 특권계급에 분배되었다.
브레즈네프의 딸 갈리나는 보석이라면 사족을 못 써 다이아몬 드 밀수에 관여하고 박물관에서 보물을 빼돌리는 등 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유명해졌다. 그럼에도 브레즈네프 생전에는 공산당이 나서서 그의 허물을 적극적으로 덮어주었다. 그러나 갈 리나는 아버지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다음 서기장이 된 유리 안드로포프(Yuri Vladimirovich Andropov, 재임 1982~1984)가 그의 비위를 폭로하며 궁지에 몰렸다.
소비에트 정권의 간부들도 치매에 걸린 브레즈네프를 뒷방 늙 은이로 치부하며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정상적인 후 계자를 물색하지 않았다. 집단 지도체제로 국가를 운영했으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느슨한 정체 상태가 이어졌다. 젊은 지도자가 나와 섣불리 개혁에 착수했다가 사회 혼란이 가중될까 두려웠던 공산당 간부들은 변화를 거부했다.
외교 면에서도 쉴 새 없이 자충수가 이어졌다. 1979년 말에 벌 어진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사례인데, 충 분한 필연성 없이 충동적으로 작전이 진행되는 바람에 진흙탕 싸 움이 되어버린 데다 서방 국가들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모스크바 올림픽은 공산주의 진영만의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했다. 여기에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폴란드 등의 동유럽 국가들도 서서히 자유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브레즈네프 이후 유리 안드로포프, 콘스탄틴 체르넨코(Konstantin Ustinovich Chernenko, 재임 1984~1985)가 뒤를 이어 서기장이 되었으나, 이미 고령인 데다 둘 다 지병을 앓고 있어 정권의 수명은 짧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 Gorbachey, 재임 1985~1991)가 서기장 자리에 올라 페레스트로이카 (Perestroika, 개혁)를 주창하며 국가 개조에 나섬으로써 브레즈네프 시대의 최고 간부들이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졌다. 1985년 이후의 일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통제가 느슨해지자 사회는 한층 더 혼란스러워졌다. 동서 냉전은 종식되었으나 소비에트 연방은 붕괴했다. 나는 냉 전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철의 장막으로 둘러 싸인 거대한 '붉은 제국'이 사라지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움직임, 즉 불수의 운동은 무도병과 같은 병적 증상이 아니라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선잠이 들었을 때 푸르르 몸을 떨거나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증상은 간대성근경련증(Myoclonia)이라는 불수의 운동이다. 또 춥거나 긴장하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손이나 몸이 제멋대로 떨리며 멈추지 않는다.
불수의 운동에 의한 떨림에는 병적인 떨림도 있다. 이는 히틀러를 다룬 장에서 설명한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이 병에 걸린 사람의 뇌는 무도병과 대조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무도 병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작용이 과다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파킨슨병과 무도병을 자동차의 자율주행기능에 빗대어 생각 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파킨슨병은 브레이 크가 지나치게 예민하고 무도병은 액셀러레이터를 과도하게 밟 는 상태라고 보면 정확하다. 즉, 근육의 긴장이 상대적으로 약해 몸의 움직임도 적은 병이 파킨슨병이고, 근육 긴장이 강해 움직 임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많아지는 병이 무도병이다. 파킨슨병 치료제가 지나치게 효과를 발휘하면 그 부작용으로 무도병과 비슷한 불수의 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대로 도파민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모두 무도병 치료 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 척수공동증(Syringomyelia)은 이름 그대로 척수 안에 틈이 생겨 점점 벌어지는 병이다. 목 주위의 척수, 목뼈에 생기는 전형적인 사 례라면 매우 특징적인 임상 증상으로 MRI가 없던 시절에도 진단할 수 있었다. 어깨 부위(Lateral side of the shoulder)에 감각 장애 (Sensory disturbance)가 나타나고 좌우 어깨와 팔, 손의 통증과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 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척수를 경계로 위아래인 목이나 가슴 등의 감각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통증과 온랭 감각신경 섬유는 척수 중앙을 지나 반대편 앞쪽에 있는 전측삭(Anterolateral band)이라는 감각 통로 부분으로 가 서 그곳에서부터 뇌로 감각을 전달한다. 즉 좌우 통각과 온랭 감 각은 척수를 X자 모양 어깨띠처럼 가로질러 전달된다.
그래서 척수 한가운데 공동이 생기면 신경섬유가 교차 부분에 서 끊어져 그 신경이 전달하는 부분의 감각이 뇌에 전달되지 않 게 되어 통증도 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비 존스는 낚싯바늘에 손을 찔려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고 담뱃불이 손가락을 지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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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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