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할 수 없는 사고!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할 '무의식 사고다. 무의식 사고는 앞서 소개한 빠른 사고(직관, 시스템 1)와 느린 사고(심사숙고, 시스템 2)에 더해 제3의 사고(Third thinking, 시스템 3)로,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에서 증명해낸 사고법이다.
-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는 직관성과 논리성·합리성 중 어느 쪽이 중요할까? 나는 '직관적으로 논리성·합리 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난 사람 들, 특히 경영자 중에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 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실 비즈니스와 사고는 80년 이상 연구된 주제로, 비즈니스에서는 직관성이 중요하다'라 는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퓨터 산업, 은행업,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관리직은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특히 컴퓨터 산업은 외부 환경 변화가 급격한데, 그러한 기업일수 록 직관적 의사결정이 기업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 다. 영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직관성이 성과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한편, 직관에 관한 연구 주제는 직관성과 기업가, 직관성과 전략적 의사결정, 직관성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다만, 비즈니스라고 한데 묶어 말해도 관리직과 일반 사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크게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 스타일과 직급의 관계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연구되어왔다. 그 결과, 직급이 올라갈수록 직관성을 보인 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다. 한마디로 부하 직원보다 상사 쪽이 직관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영국의 한 대형 건설 회사에서 이사급이 중간 관리직보다 더욱 직관적인 경향을 보였고, 대형 맥주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시간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완전한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무를 진 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은 관리직은 그러한 상 황에 직면했을 때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마 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빌 게이츠 Bill Gates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 게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이건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 그 직관을 믿으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애플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자신 의 성공은 직관적 사고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직관은 대단히 강력하다. 지성보다 뛰어나다. 직관적 이해와 지각은 추상적 사고나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전 회장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도 위기를 극복하며 배운 사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양한 의견이 대립할 때 자신의 직관적인 감각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 실제로 그는 출장을 간 밀라노에서 현재 스타벅스의 원형 이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밀라노의 에스프레소 바, 그리 고 각 카페가 가진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접한 순간 '미국 에 이런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버진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나는 사람을 만난 지 30초 안에 첫인상을 결정한다. 사업제안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설레는지 아닌지 30초 면 알 수 있다. 나에게는 통계 조사보다 직관이 훨씬 중요하 다”라고 말했다. 직관적인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은 논리적·합리적 의사 결정 방식을 중요시하는 기업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인지 스타일과 직관에 대한 연구는 각광받게 되었고, 경영과 직관성에 관한 교양서가 출간되는 등 현실에서도 다양한 형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결론을 낸 연구와 조사가 세 가지 문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첫째,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직관이다'라고 주장하는 연구는 대부분 미국과 영국에서 이루어졌다. 문화 권이나 기업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결과가 도 출될지도 모른다.
둘째,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연령이 미치는 영향이 고려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직급이 높아지면 연령도 증가한다. 게다가 직관성과 연령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직급과 별개로 단순히 연령이 높기 때문에 직관적이다'라고 연령만으로 설명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인지 스타일을 측정하는 질문지가 오래된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인지 스타일을 측정하기 위해 1축 모델을 바탕으로 한 질문지를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인지 과학 연구에서는 직관성과 논리성·합리성은 각 각 독립적이라는 2축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서 소개 한 사회인지신경과학(뇌과학 연구)에서도 두 가지는 각각 독립된 신경회로가 담당한다고 설명하므로, 독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우리 주변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오히려 '충분히 생각하기'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후회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가? 이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무의식 사고다.
-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명한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무의식 사고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압 데익스테르후이스연구팀은 무의식 사고와 관련된 연구를 시행하며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1 신중하게 생각하는 의식 사고는 단순한 과제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2 하지만 복잡한 과제에서는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반면, 무의식 사고는 용량 제한이 없으 므로 복잡한 과제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 무의식 사고를 활용하면 상품 종류가 다양한 곳에서 쇼핑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엄선된 상품 몇 가지만 판매하는 곳에서 쇼핑할 때보다 만족할 수 있게 된 다. 한편 상품 종류가 많은 상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관적으로 결정하거나 충분히 고민함으로써 좋은 선택을 할수 있다.
정리하면, 상품을 판매하는 곳의 스타일에 맞춰 사고를 다르게 활용하면 어느 경우에나 자신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 크레스웰 연구팀은 무의식 사고를 활용하여 자동차 같은 소비재(아이템)를 평가하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최신 뇌 측정 장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사용해 조사했다. 이 실험을 하며 세운 가설은 무의식 사고의 인지 메커니즘은 신경 재활성화 가설neural reactivation hypothesis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아보았듯 무의식 사고 실험의 무의식 사고 조건에서는 정보 제시→ 방해 과제(무의식 사고) → 의사결정이라는 흐름이 있었다.
신경 재활성화 가설이란, 뇌는 정보가 제시된 단계에서 주 어진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하는데, 그 정보 처리가 방해 과제 중(즉 무의식 사고 중)에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뇌의 재활성화라 는 프로세스는 잠을 잘 때처럼 의식적 주의가 쏟아지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뇌과학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잠을 푹 자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일이 무의식 사고 중에도 일어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실험 결과, 아이템을 제시하고 있을 때와 무의식 사고 중에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은 바로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시각피질’ 이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계산이나 생각을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으로,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최고 중추다. 또한 시각피질은 문자 그대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 나는 크레스웰 연구팀의 연구를 참고하며 문제점을 개선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무의식 사고의 인지 메커니즘으로서 전체론적 표상 가설holistic representation hypothesis 을 세웠다. 이는 내가 독자적으로 만든 가설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무의식 사고 연구에서 주장되어온 가설이다. 무의식 사고 중에는 다양한 형태로 정보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개의 정보가 아니라 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가 일어나며, 각 정보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처리가 무의식 사고 중에 적극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즉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 며 가치 판단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전체론적 표상이라 불리는 것이다. 나는 자동차 같은 소비재를 평가하는 과제와 인물 평가 과제를 모두 실험에 활용했다. 인물 평가 과제를 추가함으로써 의사결정 대상별로 뇌의 메커니즘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의식 사고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무의식 사고를 활용해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무의식 사고 중 뇌 활동을 fMRI로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비재 평가과제와 인물 평가 과제에서 무의식 사고 중에 '쐐기앞소엽’ 이라 불리는, 추상적 개념이나 가치와 연관된 뇌 영역이 활성화 되었던 것이다.
- 쐐기앞소엽은 다양한 뇌 영역과 기능적으로 관련된다는 점에서 '허브'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뇌 영역에서 온 정보를 전체적으로 통합하는 영역이다.
또한 인물 평가 과제에서 방해 과제 중 뇌 활동을 확인한 결과,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좋고 싫음을 판정할 가능성이 크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소비재 평가 과제에서 무의식 사고 중 뇌 활동을 통해서는 제시된 소비재의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했을 가능성이 시사되었다.
- 무의식 사고 중에 뇌에서는 정보 통합이나 가치 판단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전체론적 표상 가설에 꼭 들어맞는 결과다. 이 실험 결과로부 터 무의식 사고는 선택이나 평가 대상에 따라 사용하는 뇌 영 역이 다르고, 무의식 사고가 발생하는 프로세스도 대상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나의 실험 데이터로 신경 재활성화 가설을 검증하려 고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뇌 활동은 검출되지 않았다. 무의식 사고 중에는 적극적인 정보 통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 무의식 사고는 다양한 과제에서 효과가 검증되었지만, 인 지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현재 전 세계에서 두 가지 연구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아직 가설 단계다. 무의식 사고를 이 용해 거짓말을 간파할 때, 수많은 선택지 중 한 가지 상품을 고를 때, 고객의 까다로운 요청에 대응할 때 뇌에서 어떤 일 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재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다른 과제에서도 인지 메커니즘을 해명하지 않는 한, 무의식 사고의 전모를 밝혀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가지뿐이긴 해도, 두 연구에서 모두 무의식 사고 중 인지 메커 니즘에 관한 뇌 활동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무의식 사고 중에 적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가설은 꽤 신빙성 있다고 생각한다.
- 의식 사고에서는 사전 지식이나 기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편향된 정보 처리가 일어나기 쉽다. 그리고 자칫하면 결론을 정해둔 상태로 사고하기 쉽다. 결론은 이럴 거야'라는 자신의 믿음을 알아채지 못한 채 생각할 때가 있다는 의미다. ' 한편 무의식 사고에서는 시간은 걸리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해 정보 처리가 일어난다. 그 결과, 치우침 없는 더욱 정확한 결론을 도출한다.
- 요약하면, 의식 사고는 사전 정보에 영향을 받기 쉽지만, 무의식 사고는 사전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잘 익혀두면 창의성을 요구받기 쉬운 비즈니스 현장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사에게서 신규 사업을 제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가 정하자. 이때 과거에 실시한 사업을 조사하는 것은 일견 타당한 수순으로 생각되겠지만, 오히려 과거 정보에 영향을 받아 비슷비슷한 신규 사업밖에 제안할 수 없게 된다. 신규 사업 제안을 지시하는 이면에는 잘 생각해봐'라는 의식 사고를 권 유하는 듯한 상사의 메시지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럴 때야말로 무의식 사고가 나서야 한다!
- 저명한 인물들이 남긴 글이나 말을 살펴보면, 무의식 사고를 활용한 듯한 부분이 꽤 발견된다. 지금부터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말을 통해 그들이 눈앞의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했는지 살펴보자.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1,000곡에 가까운 명곡을 세상에 내놓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식사 후에 산책을 할 때, 혼자서 잠 못 드는 밤에 악상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는 모른다.”
물론 머릿속에 떠오른 선율을 악보에 옮기고 멋진 곡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모차르트의 풍부한 지식과 탁월한 재능 덕분이다. 한편 모차르트의 말을 통해 그가 아름다운 선율 을 떠올린 순간의 느낌이 무의식 사고가 일어날 때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수없이 많은 명곡을 남긴 인물, 또 한 명의 천재 음악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Chaikovcky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새로운 곡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순간은 언제나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다.”
이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차이코프스키 역시 무의식 사고를 활용해 아름 다운 곡들을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로, 많은 위업을 달성한 인물이다. 특히 '토폴로지’라는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발견하고, '푸앵카레 추측'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푸앵카레는 하나의 증명 문제를 풀기 위해 15일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씨름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런데 평소에 즐기지 않던 커피를 마신 탓에 잠들지 못한 어느 날 밤, 몇 가지 아이디어가 구름처럼 몰려와 증명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푸앵카레가 지질학 조사 여행을 떠났을 때의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수학과 관련된 것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던 그는 프랑스 쿠탕스에서 마차에 올라타는 순간, 어떤 증명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했던 변환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변환과 동 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푸앵카레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오후 5시부터 2시간, 하루에 총 4시간만 수학에 관련된 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그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 사고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하루 4시간 동안 일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어서 일하는 시간을 가져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 다. 중간에 수학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들을 때 역경을 헤쳐나가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며 해결책을 궁리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즐기면서 쉽게 성공했 다는 이야기는 누구도 감동시키지 못하고, 왠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노력하고 애쓰는 것의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털끝만 큼도 없다. 하지만 무의식 사고를 잘 활용하려면 최선을 다해 생각한다'라는 행위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의식 사고를 사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무의식 사고는 과제 이외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 사고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 무의식 사고에 대해 설명할 때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무의식적으로 사고한다기보다, 단순히 주의를 다른 곳으 로 돌려 기분전환을 한 뒤에 선택에 임하니 좋은 결과를 얻는 것 아닌가요?”
회사에서 새로운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책상 앞을 벗어나 커피 한 잔 마시며 기분 전환을 한 뒤 다시 업무를 시작하자 좋은 아이디어가 연달아 떠오르는 현 상은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주의 전환(또 는 주의 환기)'이라 한다. 하지만 이 현상과 무의식 사고는 분명 다르다.
- 무의식 사고에서는 '사고'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틀림없다. 앞서 소개한 자동차를 평가하는 실험에서 단순 방해조건에 배정된 피험자들은 단순히 주의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기만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무의식 사고 조건에 배정된 피험자들은 단순 방해 조건에 배정된 피험자들보다 훌륭한 의사결정을 보여주었다. 이 두 가지 결과를 비교하면 무의식 사고란 단순 히 기분 전환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무의식 사고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미리 머릿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 무의식 사고를 활용한다고 해서 무에 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머릿속에 정보를 충분히 넣어둔다면, 다른 일을 하는 동안 무의식 사고가 알아서 최선의 선택을 해줄 것이다.
- 직관(빠른 사고)은 의사결정 대상이 되는 과제가 주어지면 곧바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다. 의식 사고(느린 사고)는 과제가 주어지면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방법이다. 무의식 사고는 과제가 주어지면 그 과제는 잠시 덮어두고, 의식적으로 다른 일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과제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므로 결과 적으로 의식 사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사항은 '목표 설정'이다. 보통 의사결정 상황에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그 과제가 추구하는 목 표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있다면, 그 과제의 목표는 '우리 회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선택하기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목표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무의식 사고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
- 의사결정의 대원칙
(1) 기본적으로는 직관을 활용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2) 수치화할 수 있는 것, 정량적인 것은 의식 사고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3)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은 무의식 사고를 활용한다.
- 의사결정 과정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어떤 접근을 취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 직관, 의식 사고, 무의식 사고 중 어느 것을 사용했는가.
*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모았는가.
*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듯 되는 대로 정한 것은 아닌가.
*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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