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인간도 다루기 힘든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같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선배 엄마들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을 구하는 방법을 비롯해 아기를 키우는 핵심 기술을 가 르쳐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청소년기(인간의 독특한 생애 단 계)에 들어서면 같은 무리의 구성원들이 사냥이나 불 피우기 등 최신 기술을 전수해주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세세하게 알려주 었을 것이다. 협력은 곧 미로처럼 뒤얽힌 정치적 관계다. 다른 대 부분의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아이 아빠는 이러한 관계의 어디 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50만 년쯤 전에 인간의 뇌가 더 커 지고 갓 태어난 아기의 의존성이 더욱 높아진 데다 발달 기간이 더 길어지자 아이의 엄마와 이모, 언니들의 도움만으로는 더 이상 감 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은 아이 아버지가 힘을 보태 도록 진화했고, 우리는 진화적 종말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버지의 등장으로 인간의 협력에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 다. 양육을 위한 다른 여성들과의 협력은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끼 리의 호의로 이루어졌지만 다른 성별과 힘을 모으는 건 완전히 다 른 일이었다. 아버지는 이타심에서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 키우는 일을 도와줌으로써 아이 엄마가 자신과 성적인 관계 를 맺는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장차 태어날 자식은 투자할 만한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다. 양육을 돕는 대신 성관계를 원하는 이교 환방식은 여성들끼리 호의로 양육을 함께하던 것보다 인지적으로 훨씬 복잡한 일이다.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가 아예 달라진 것이다. 이 거래에서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복잡한 계산을 해 야만 한다. 아버지가 양육에 동참한 건 반가운 변화였지만, 그때부터 인간은 다른 성별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과 지능을 투자해야만 했다. 그리고 인간의 협력 네트워크는 갈수록 더 복잡해졌다.
인간이 협력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협력이 주는 가장 중요한 이점이 없 었다면 인간이라는 생물종이 계속 유지되는 건 고사하고 단 며칠 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점은 바로 생계다. 생계를 유지 하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을 떠올려보면, 사냥 기술이나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장소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부터 힘을 합쳐 몸을 피할 곳을 마련하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것, 새로운 화살촉이나 사냥에 쓸 창을 만들 줄 아는 전문가와 물 물교환을 하는 일이 모두 해당된다. 현대 사회는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장을 보면 문 앞까지 배달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 만나는 사 람은 한 명도 없지만 우리가 주문한 그 모든 상품을 재배하고, 수 확하고, 운반하고, 포장하고, 한데 담아서 배달하기까지 얼마나 많 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 생각해보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 는 그 모든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다. 생존하려면 누구나 반드시 협 력해야 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아이를 키우고, 먹고사는 것 모두 마찬가지다. 생존에 꼭 필요한 기본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하려면 방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공동 작용으로 우리는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자신감과 동기를 얻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첫 단계를 시작한다.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은 출산과 모유 수유를 비롯한 여러 생리학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사 회적 행동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관계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도 담 당하게 되었다. 옥시토신은 우리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뇌에서 무의식적인 기능을 담당 하는 영역의 중심에는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긴 아주 작은 편도체라는 곳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두려움이 생겨나는데 옥시토신은 이 편도체의 활성을 없애서 입을 닫게 만든다. 옥시토신이 작용 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다가가서 말을 걸어봤자 분 명히 거절당할 거고 그럼 어떻게 되나 은근히 주시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것이라고 투덜대는 목소리는 잠잠해진 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한번 말을 걸어보자는 자신감이 생기고, 신 기할 정도로 평온하고 자신만만하게 상대를 향해 다가가게 된다.
- 하지만 옥시토신만 작용한다면 감정이 지나치게 가라앉아서 바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거나 울어대는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해결해주려는 의욕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생물종의 지 속성 측면에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옥시토신과 함께 분 비되는 도파민이 중요하다.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마다 도파민도 함께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보상감을 주는 화학물질로 우리가 즐겁다고 느끼는 일을 할 때 분비된다. 내 경우에는 바노피파 이를 먹을 때나 진토닉을 마실 때, 개를 꼭 끌어안을 때, 또는 이 모 든 것을 한꺼번에 할 때 그런 기분을 느낀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이 뜰 때, 자부심이 충만해질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도 도파민이 분비되어 보상감과 함께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도파민이 활기를 주는 호르몬이기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도파민은 인체의 운동 회로에 작용할 뿐만 아니라 사교적인 노력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는 화학적인 보상 물질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면 힘든 노력이 필요한데도 계속 애를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도 파민과 옥시토신의 합동 작용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는 의욕을 불어넣고 그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근거로 뒷받침되는 사실이다.
- 남성이 짝짓기 상대를 결정할 때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비율을 중시한다는 사실은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입증됐 다. 미국 텍사스 A&M국제대학교의 레이 가르자Ray Garza, 로베르 토 에레디아 Roberto Heredia, 안나 치에슬리카Anna Cieslicka는 2015년에 시선 추적 실험을 한 결과 남성은 모르는 여성을 처음 봤을 때 몸 을 먼저 본 다음에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여 성이 모르는 다른 여성을 볼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입 장에서는 짝짓기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 여성의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뇌의 알고리즘이 처리하는 최초 정보 중 하나가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비율임을 추정할 수 있 는 결과다.
남성의 경우 어깨 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 그리고 키가 중시 된다. 어깨 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은 1.4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여 겨지지만 올림픽 선수나 틈만 나면 체육관에 갈 만큼 운동에 빠 져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런 비율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이러 한 비율은 운동성과 관련이 있고, 이는 남성의 우세함, 보호 능력 과 연결된다. 키는 지나치게 크지 않은 수준에서 큰 키가 매력적으 로 여겨진다. 키가 큰 남성은 여러 면에서 우세하고 성공 확률도 더 높다고 인식되는데, 이러한 인식은 사실인 경우가 많다. 키가 큰 남성이 일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 서 밝혀진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조건을 갖춘 남성과 관계 를 맺으면 자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 남성과 여성이 잠재적인 짝짓기 상대의 가치를 평가할 때 공통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얼굴, 더 정확히는 얼굴의 비대칭성이다. 대칭성과 건강한 유전자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 문이다. 왜 그럴까? 다른 여러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은 팔 다리와 발, 손, 눈, 귀가 좌우 대칭 구조다. 유전자는 몸의 형태 발 달에 제한 없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유전자는 인체를 완 벽한 대칭으로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발달 과정에서 환경 적인 요인이 유전자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원래 정해진 대로 정 확히 기능하지 못하게 되므로 완벽히 대칭인 몸은 존재하지 않는 다. 하지만 얼굴의 비대칭성이 낮으면, 즉 대칭에 가까울수록 유전자가 환경의 영향에 맞설 만큼 강력히 작용하고 대칭성을 유지하 기 위한 싸움에서 꽤 우세했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이 오랜 헌신이 나 상대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 및 보호와 무관한 단기적인 관계를 맺을 상대를 선택할 때 이러한 비대칭성의 정도는 매우 중요한 요 소로 작용한다. 대칭성을 좌우하는 유전자만 고려 대상이 되는 것 이다. 그래서 여성이 오랫동안 만날 짝을 선택할 때보다 짧게 만날 사람을 선택할 때 '훌륭한 외모'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 여성은 실제로 유전학적 양립성을 냄새로 판단할 수 있다. 유전학 적 양립성은 생존 가능한 자손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 체 면역 반응의 토대가 되는 인간 백혈구 항원(HLA)은 여러 개의 유전자로 만들어지는데, 여성은 잠재적 짝짓기 상대가 가진 HLA 유전자와 자신이 가진 HLA 유전자의 양립성을 냄새로 파악할 수 있다.
HLA 유전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자녀가 병을 이겨내는 면역 반응을 최대한 다양하고 유연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을 관장하는 HLA 유전자가 체취와도 관련이 있는 유전학적인 우연 덕분에, 여성은 남성이 어떤 종류의 HLA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 오랫동안 심리 학계와 TV 과학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진 티셔츠 실 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초기 단계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뇌에서 변연계라 불리는 영역이 담당한다. 뇌 중심에 자리 한 변연계는 우리의 감정이 생겨나는 곳이다. 초기 단계에는 변연 계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 수용체가 밀집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중격의지핵(측좌핵)도 그중 하나로, 옥시토신 수용체와 도파민 수 용체가 빼곡하게 자리한 둥근 모양의 이 영역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구가 켜지듯 활성화되면 우리는 상대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구와 자신감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더 강렬한 끌림을 느끼면 이 신호는 사라지고 활성화되는 영역이 변연계의 다른 부분으로 서서 히 바뀌기 시작한다. 바로 미상핵머리로 불리는 부분이다. 이 변화 는 대부분 무의식적이고 보상과 새로움에서 비롯되던 끌림 혹은 욕망이 이 단계부터는 더욱 깊어지고 의식이 더 많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랑의 여정이 시작되는 단계인 셈이 다. 미상핵머리는 뇌 바깥쪽에 여러 겹으로 형성된 신피질과 수많 은 경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신피질에 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뇌의 무의식과 의식이 연결되면 인간의 사랑의 핵심 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즉 사랑을 의식적인 수준과 무의식적인 수 준에서 동시에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상대를 향한 열정이나 성적 욕구, 새로 태어난 연약한 아기를 보며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 는 동시에 우정, 신뢰, 공감, 협력을 경험한다. 인간의 사랑을 누구 보다 많이 연구한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Ruth Feldman 은 무의식적이던 사랑이 의식적인 사랑으로 변화하면 공통 목표와 서로 공유하는 환경, 상호성이 관계의 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 연구진은 결과를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참가 자들에게 연인과 성별이 같고 친구로 지낸 기간이 연애 기간과 비 슷한 다른 친구들의 사진도 함께 보여주었다. 분석 결과 남성과 여 성 모두 친구 사진을 볼 때와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뇌 활성에 뚜렷 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인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이 신경학적 지 문에 성별의 차이는 없었다. 연애 감정을 느낄 때는 무의식과 관련 된 변연계 영역인 미상핵머리와 조가비핵이 활성화되고 전전두엽 피질에서 신뢰, 공감 등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영역도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활성화만큼 주목해야 할 변화는 친구 사진을 볼 때와 달리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비활성' 되는 뇌 영역도 있다는 점이다. 활성이 사라진 영역은 두려움과 위 기 탐지 기능을 담당하는 편도체, 그리고 1장에서 설명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능력인 정신화 기능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피질이었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 가 아니라 사실임이 밝혀진 충격적인 결과였다. 실제로 우리는 사 랑에 빠지면 그 관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 하지 못하며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져 정서적·물리적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니 상대를 잘못 골랐을 때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사랑의 진화 과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엄마의 뇌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능한 부분이 가장 크게 활성화되고 아빠의 뇌에서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신피질이 더 활성화된 이 결과를 보고 모 성애와 부성애가 처음 발생한 진화적 시점이 다르다는 의미로 해 석할 수도 있다. 모성애는 최초의 파충류에서도 나타날 만큼 역사 가 깊지만 인간의 부성애는 길게 잡아야 겨우 50만 년 전에 시작됐 다. 이 시기부터 아버지의 역할 중 일부가 뇌의 새로운 영역에 자 리를 잡고 고정된 기능이 되었다는 의미다. 또한 부모의 뇌는 엄마 와 아빠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아이에게 느끼는 사랑이 아이의 각기 다른 측면에 중점을 두는 동기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아이 의 발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다.
- 원래 원숭이에서 베타엔도르핀의 기능에 관한 연구는 수컷의 성적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실시됐다. 영장류 동물 학자인 폴 멜러 Paul Meller의 연구진은 엔도르핀 작용제인 모르핀과 엔도르핀 길항제인 날록손을 활용해서 수컷의 교미 행동에 엔도르 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작용제는 특정 신경 화학물질의 작용을 모방하는 화학물질이고, 길항제는 특정 신경화 학물질의 영향을 차단하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길항' 작용이란 엔도르핀이 일으키는 큰 쾌감이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가 크게 엇갈리게 나오는 바람에 연구진은 수컷의 성적 행동에 엔도르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길항제를 투여해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도 뇌에 아무런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 원숭이들이 다른 원숭이의 털을 손 질하거나 같은 무리의 다른 동물들로부터 털 손질을 받는 것에 굉 장히 집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모르핀이 투여된 원숭 이는 털 손질을 받는 것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에 취한 것처럼 한껏 들뜬 기분을 느끼기 위해 털 손질을 받으려 고 안달하던 원숭이도 모르핀이 투여되면 그러한 욕구가 충족되어 털 손질을 해줄 원숭이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멜러는 수컷 원숭이 의 성적 행동에 관해 알고 싶었던 결과를 얻지 못해 다소 실망했을 지 모르지만, 이 연구로 원숭이가 털 손질을 좋아하는 이유가 밝혀 졌다. 털 손질을 받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1000명이 넘는 사람 들에게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 침을 좀 뱉어달라'고 부탁하고 다양한 설문지와 활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예를 들어 공감 능력 을 파악하기 위한 '눈을 보고 마음 읽기 검사'와 자신이 공동체에 얼마나 깊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타 인과 나의 심리적 거리 측정 척도' 등을 활용했다. 이 연구에서 우 리는 애착의 종류, 공감 능력을 비롯해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나 타나는 사회적 성향이 베타엔도르핀 관련 유전자와 연관성이 있 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옥시토신 그리고 베타엔 도르핀과 관련된 유전자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친구가 얼 마나 많은지 지역 사회에 얼마나 참여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네트 워크에는 도파민 관련 유전자가 두드러지게 큰 영향을 주는 것으 로 나타났다. 활력을 불어넣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우리가 문 밖으로 나가서 세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은 열정을 일으키는 것 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베타엔도르핀이 장기적 관계에 토대가 된다는 것, 특히 종류와 상관없이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애착과 공감에 영향을 준다 는 점이다.
이처럼 침을 모으는 다소 덜 침습적이고(대신 좀 역겹고) 굉장 히 저렴한 방법으로 여러 건의 연구를 진행한 끝에 우리는 웃을 때 나 다른 사람과 신체를 접촉할 때, 춤을 출 때, 노래할 때, 운동할 때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이 모든 활 동을 동시에 실시하면 엔도르핀이 전체적으로 대폭 증가한다는 사 실도 확인했다. 분비량과 영향은 일곱 배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결 과는 모두 베타엔도르핀이 처음 생겨나고 진화한 이유인 통증 완 화와 관련이 있다.
- 마이클 리보비츠는 임상학적 관찰을 토대로 《사랑의 화학》이라는 책을 썼지만, 이제는 사랑이 헤로인 등의 아편제만큼 중독성 이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강력 한 증거로 뒷받침된다. 헤로인에 빠진 삶은 엉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만 사랑과 함께하는 삶에서는 행복과 만족감,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삶의 뼈대가 되는 친구, 연인, 가 족과 애착을 형성하고 그것이 우리가 세상으로 나아가 평생 만족 감을 느끼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될 때 사랑의 힘은 비로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다.
- 개인이 경험하는 애착의 특성은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바로 회피와 불안이다. 관계를 회피하는 정도와 관계에서 느끼 는 불안감, 특히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의 정도에 따라 애착의 특성이 달라지고, 그 특성은 행동과 신념으로 나타난다. 연인 간에 형성되는 애착은 네 가지로 나뉜다. 안정형 애착과 집착적 애착, 두려움 회피 애착, 거부 회피 애착, 안정형 애착을 형성하는 사람 은 회피도와 불안정성이 모두 낮고 물리적, 정서적으로 친밀해지 는 것을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그러한 관계에서 힘을 얻는다. 반면 집착적 애착은 불안감이 높고 회피도는 낮다. 이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걱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연인이 자신을 떠나면 어쩌나 크게 염려한다. 그리고 이 불안감을 해소 하기 위해 연인과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흔히 '매달린다'라고 표현하는 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안감과 회피도 가 모두 높은 사람은 두려움 회피 애착관계의 특성을 보인다. 버려 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점은 집착이 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공통점이지만, 이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예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으려 하거나 관계를 맺더라도 너무 가까워지지 않 으려고 한다. 거부 회피 애착은 불안감이 낮고 회피도가 높은 사람 들에게서 나타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섬과 비슷하다고 자주 설명하곤 한다. 대체로 연애에 관심이 없고 연인 관계를 시작하거나 유지해야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이 같은 거부 회피 애착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종류까지 꼭 알아야 할까?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연구 참가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와 행동을 파악하는 기 본적인 틀이 되고, 참가자의 생각과 행동이 유전학적으로, 발달적 으로, 또는 다른 어떤 기반에서 나온 것인지 실증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 는 경우도 있으므로 원인을 알면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애착의 유형을 알아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대 인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러한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어떤 종류의 애착관계를 맺고 있는 지 알면, 사랑을 할 때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 알 수 있고 왜 지 금까지 항상 관계가 나쁘게만 끝났는지 원인을 찾아서 바꿔보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
-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은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이 처음 만들어낸 용어다. 서로 친밀한 유대와 애착이 형성된 사람 들은 행동에서 동시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토대다. 아마 대부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때 오가는 행동이나 연인끼리 몸짓이나 목소리 높낮이, 언어적인 특징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인체 내부를 들 여다보면, 이러한 동시성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생 리학적 수준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인끼리, 또는 부모와 자식이 상호작용할 때는 혈압과 체온, 심장 박동이 같아진다. 동시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뇌다. 연인의 경우, 측두두정 영역에 뇌에서 발생하는 '파장' 중 가장 빠른 뇌파이자 뇌 여러 영역의 정보를 통합하는 감마파의 동시성이 나타난다. 측두 두정 영역은 정신화와 사회적인 이해, 사회적 응시, 즉 눈을 맞추 고 시선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연인이 아닌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때는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선 이 마주치는 것은 다른 비언어적인 동시성과 함께 신경학적 동시 성의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 대화는 영향을 주지 않 는다. 이러한 특징은 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이 고대부터 진화했다는 것, 그리고 이 기능이 유대감이 가장 강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 는데 평생 활용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기능 덕분에 우리는 세 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즉 말을 할 줄 모르는 유아기부터 가장 깊 은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 그럼 유전자의 영향은 어떤 식으로 발생할까? OXTR과 같은 뇌의 수용체 유전자의 경우, 영향이 발생하는 방식을 몇 가지로 나 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뇌 특정 영역에 있는 수용체의 개수, 즉 밀 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용체가 많을수록 그 수용체를 통해 발생 하는 신경화학적인 영향이 더 강해진다. 다른 방식은 수용체의 위 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령 끌리는 마음이 시작되는 뇌 영역인 변 연계에 옥시토신 수용체가 많으면 더 개방적으로 상대에게 다가 갈 수 있다. 수용체 유전자는 그 수용체와 결합하는 신경화학물질 (OXTR의 경우 옥시토신)과의 친화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용체 와 신경화학물질은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된다. 신경학적 반응 경 로를 따라 특정한 메시지가 전달되려면 자물쇠, 즉 수용체와 결합하는 신경화학물질이 열쇠처럼 수용체와 꼭 맞게 결합해야 한다. 수용체와 신경화학물질의 결합 강도는 헐거운 수준부터 아주 강한 수준까지 다양하고, 결합력이 강할수록 메시지는 더 원활하고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며 그만큼 신경화학물질의 영향이 더 신속하게 발휘되고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 수용체가 암호화된 유전자는 수용체와 신경화학물질이 잘 맞는 정도 또는 친화력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준다. OXTR과 옥시토신도 마찬가지로, 이 친화력이 강해 서 자물쇠가 쉽게 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열쇠를 끼워서 이리저 리 움직여야 겨우 열리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수용체 농도뿐만 아니라 신경화학물질의 기본 농도 역시 유전 자의 영향을 받는다. 사랑과 관련된 신경화학물질의 농도는 사람 마다 제각기 다르며, 이 때문에 사랑의 경험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 타난다. 예를 들어 옥시토신의 기본 농도가 낮은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선뜻 시작할 가능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는 신경화학물질이 체내에서 전달되는 효 율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신경화학물질이 필요한 곳에서 전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옥시토신의 경우 만들어지는 곳은 뇌 시 상하부의 변연계이지만 분비되는 곳은 시상하부의 뇌하수체다. 유 전자는 옥시토신을 뇌의 특정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달하는 기능에 영향을 준다. 옥시토신이 원활히 전달되지 않으면 자신감 이 커지는 효과도 지연될 수 있다.
- 후생학(후생유전학)은 유전암호인 DNA의 변화가 아닌 유전자 가 발현되는 방식의 변화에 관한 학문이다. DNA가 하드웨어라면 후생적 영향은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유전자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DNA가 세포에서 핵 내부 공간에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압축하는 염색질이나 DNA 주변을 감싼 단백질인 히스톤, 특정 유전자의 '온오프'(활성 또는 비활 성) 여부와 같은 요소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 프트웨어가 바뀌는 것이다.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후생적 변화가 사랑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 중 하나라는 것은 점차 명확한 사실로 입증되고 있으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포함한 DNA와 유전자의 궁극적인 기능은 모든 생명체의 기반이 되
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그 암호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하 는 것이다. DNA에 메틸기(CH3)가 추가되는 DNA 메틸화 과정이 일어나면 유전자의 기능이나 발현에 변화가 생긴다. 사람마다 메 틸화는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개개인의 메틸화 정도는 후생적 변 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에 엘린 크라이옌반거 Eline Kraaijenvanger의 주도로 심리학자, 정신의학자들이 한 팀이 되어 옥 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메틸화가 심리, 신경,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총 30편의 관련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메틸화는 사회적 기능에 분명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수용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사회적 기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부분의 메틸화는 사회적 기능, 사회적 행동 장 애, 정신 건강에 발생하는 악영향 등 행동과 경험, 친밀한 관계를 포함한 수많은 결과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 면, 뇌 스캔 결과 CpG (시토신구아닌) 934 부위로 명명된 이 부분에 메틸화 수준이 높은 사람은 전전두피질의 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메틸화 수준이 그보다 낮은 사람보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나이가 들면 관계를 맺는 일이 더욱 수월해지고 혼란스러웠던 어린 날의 일들은 다 지나간 일이 된다. 그러므로 DNA 메틸화의 영향도 나이가 들면 약화되어 좀 더 안정 적인 애착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사랑의 정의도 문화적 제약이 존재한다. 잘 알려진 대로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일곱 가 지성적인 사랑인 '에로스', 친구와의 우정과 같은 정신적 사랑인 '필라', 구 속하지 않고 즐거움을 위한 유희적 사랑인 '루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인 '스토르케', 자기애를 의미하는 '필라우티아', 의무가 담긴 실용적 사랑인 '프라그마', 신과 자연 또는 인류 전체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을 뜻하는 '아가 페' - 옮긴이)로 나누었고, 아랍어에서는 사랑을 이시크ishq (두 사람 사 이의 사랑), 하얌hayam (땅을 향한 경이로운 사랑), 티흐tech(자기애), 왈라 흐wlaah (슬픔이 담긴 사랑)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반면 영어에서는 어 찌 보면 좀 우습게도 러브love라는 단어 하나가 이 모든 감정과 경 험, 관계를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성은 생식력, 남성은 자 원이 상대에게 매력을 끄는 요소가 되게끔 진화해왔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상대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지 물어보면 문화적 다양성이 나타난다.
- 질투는 번식을 위해 맺는 관계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때 나타나도록 진화한 반응이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무사히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와 보유한 자원은 성별에 따라 다르므로 질투 반응을 촉발하는 요소도 달라 진다. 남성의 번식 성공에 가장 큰 위협은 여태 투자한 아이가 자 기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다. 그래서 성적 부정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며, 그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질투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 의 성공적인 번식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이의 생존에 반드 시 필요한 자원을 잃는 것이고, 정서적 부정이 발생하면 연인이 제 공하는 식량과 보호막을 완전히 잃거나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할 위 험이 생기므로 가장 강력한 질투 반응이 나타난다.
- 진화심리학자인 마르크 반 부그트Mark van Vugt는 정치계와 경제계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들의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 는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그와 같은 리더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 므로 사람들이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할 때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거머쥐는 권력은 증대된 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사실을 잠재적 추 종자들에게 알리는 속성 혹은 지표를 갖고 있다. 마르크 반 부그트 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2장에서 소개한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알고리즘과 다소 유사한 '리더십 지표'가 발달해서 누가 매력적인 리더 후보인지 신속히 가려낼 수 있다. 카리스마와 연관 성이 있는 신체적 특징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키와 힘, 매력적인 얼굴(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유창한 언변과 몸동작이다. 이와 함께 크고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기능 적인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고, 이미 확립되어 있는 이 '가족'의 일 원이 되고 싶은 새로운 구성원도 환영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리더가 권력을 얻는 배경도 중요하다. 갈등의 징후는 평화로운 시 기에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집단이 적과 구분되는 특별한 정체성을 갖도록 유도해야 할 때 필요한 리더의 개성과 집단 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야 할 때 필요한 리더의 개성에는 차이가 있다. 투박하고 우락부락한 체구 에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강력한 적 이라는 인상을 풍기며 귀중한 존재가 된 반면, 버락 오바마가 '네,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슬로건으로 대선 운동을 벌이 며 국민의 공동 행동을 촉구한 것, 케네디가 1961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 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협 력과 자기희생을 요청한 것은 평화로운 시기에 사회 변화를 일으 키는 동력이 되었다. 오바마와 존 F. 케네디의 경우 젊음과 활력이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데 공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따르는 사 람들과의 유대를 공고하게 다지는 일련의 행동을 활용한다. 리더 자신의 행동과 추종자들의 행동이 모두 그러한 행동에 포함된다. 즉 리더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표정과 보디랭귀지, 목소 리의 높낮이와 말하는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고, 과장된 행동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모든 감각을 깨워서 사람들이 시급성과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은 자신의 추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일반 대중' 전체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 연 설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리더가 전달하는 메시 지는 듣는 사람들이 있을 때 매력적이고 강력해진다. 서로가 공감 하는 가치에 호소할 때, 리더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가치에 공감하고 있으며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가 진 일원임을 재차 강조한다는 점도 그러한 영향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는 단숨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리더는 군중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주어야 한다. 리더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 의 상호성과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 군사, 종교 집회 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동시성이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동시적이고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행 동을 활용하여 추종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리더에 대한 추 종자들의 사랑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를 청중과 한목소리로 반복해서 외친 것, 군대에서 발을 맞춰 행진하는 것, 종교계 리더가 사람들과 성가를 외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장에서 설명한 대로 이러한 행동은 혼자 해도 장기적인 사랑과 관련된 신경화학 물질인 베타엔도르핀이 발생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동시에' 실행하면 엔도르핀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희열이 크게 증가하고 순식간에 그 느낌에 중독된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되는 행동을 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그러한 행동뿐만 아니라 그런 즐거운 감각을 맨 처음 선사한 자신에게 중독되도록 만든다.
- 김정은, 트럼프, 렌츠가 공통적으로 행진과 노래, 운동, 손으로 상대를 터치하는 행동을 통해 추종자와의 유대를 강 화하고 보상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화학물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 게 하는 효과를 낸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동시적으로 이루 어지는 이러한 집단행동을 할 때 뇌에서는 베타엔도르핀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 결과 강하고 중독적인 유대가 형성된다. 힐송 교회의 주일 예배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꽝꽝 울려대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환호 속에서 수백 명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광적인 숭배의 현장은 엔도르핀이 대량 방출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희열과 사랑의 감정, 무엇보다 리더를 향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 감정은 신경 회로(이 기능에만 전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있다)와 반응체계, 그리고 인지 기능과 행위를 일으키고 체계화하는 감정 상 태/과정으로 구성된다. 감정은 경험하는 당사자에게 정보를 제공 한다. 그 정보에는 인지 기능으로 이루어지는 선행 평가와 감정 상태, 표정, 사회적 소통 관련 신호를 해석하는 것과 같은 지속적 인 인식의 결과가 포함될 수 있다. 감정은 접근 행동이나 회피 행 동, 실행 통제/반응의 조절, 선천적인 사교성이나 관계성의 동기 가 될 수 있다. (캐럴 아이저드(Izard 2010: 363~370))
와우. 대단한 글 아닌가. '감정'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실제로 감정은 끝나지 않는 논쟁의 주제이자 논문 주제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토끼 굴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소리인가? 예전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감정 이라고 설명했고(다른 누구보다도 다윈 역시 그렇게 설명했으므로 좀 덜 부끄럽다), 사랑을 지금까지 이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석하지 않 으려고 애쓰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랑은 감정이라고 설명하 는 것이 한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간편한 방 법인 것 같다. 그러나 감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사랑이 인간의 주요 감정(혐오, 공포, 행복 등이 포함된다)은 분명 아니라는 데 동의하 며 향수, 질투 같은 부차적인 감정도 아니라고 본다. 사랑은 복합 적이고 평생 동안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굶 주림, 갈증, 피로와 더 비슷하다. 즉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찾게 하는 동기 또는 의욕이다. 
- 사랑을 경험할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 활성과 도파민의 작용으로 의욕이 생길 때 활성화되는 뇌 회로가 서로 밀접하게 겹친다는 사실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욕구라는 주장에 더욱 힘 을 실어준다. 도파민과 동기 부여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이름부터 이 연구에 더없이 적합한 신경과학자 티퍼니 러브Tiffany Love 박사의 2014년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도파민의 작용으 로 활성화되어 의욕을 일으키는 뇌 회로가 복측피개영역(VTA)과 중격의지핵, 해마, 편도체, 복측창백핵, 전전두피질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사랑을 할 때 활성화 되는 신경회로와 대체로 비슷한 영역이다. 특히 중격의지핵은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가 높은 곳으로, 관계가 처음 형성될 때 집중적 으로 활성화된다. 이 중격의지핵은 전전두피질에서 나온 목표 또 는 표적에 관한 정보와 해마에서 나온 환경의 특징에 관한 정보, 편도체에서 나오는 특정 상황의 정서적 중요도에 관한 정보를 통 합해서 복측창백핵, 그리고 운동을 통제하는 중뇌와의 연결을 통 해 신체 행위에 해당하는 운동을 촉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 러므로 사랑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특징은 곧 의욕이 생 길 때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스페인의 심리학자 엔리케 부루나트Enrique Burunat는 '사랑은 (허기, 갈증, 잠, 섹스와 같은) 생리적 욕구'(2019)라는 제목의 혁신적인 논문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을 잘못 분류해왔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공포, 분노, 혐오와 함께 '감정'이라는 라벨이 붙은 상자에 담겨 있었지만 실제로는 생존을 위한 욕구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루나트는 중독의 특징은 특정한 대상이나 활동에 강한 의욕을 느끼고 그 욕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 다는 점인데, 중독과 사랑이 밀접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사랑이 욕구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랑이 욕망, 공포, 분노, 행복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아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랑이 감정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고 보았다. 사랑의 수 명도 감정으로 분류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한 다. 감정은 경험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고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발 생하며, 일종의 대처 수단으로 진화했다. 즉 공포는 우리를 달아나 게 만들고, 역겨움은 곰팡이 핀 음식을 피하게 만든다. 사랑은 항상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애착이 확고하게 형성된 오랜 커플에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느냐'라고 물으면, 그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감정은 행동과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차 감정에 해당하는 욕정을 느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반응이 나타나고, 이러한 변화는 섹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 과정은 전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반면 사랑은 감정과 더불어 행동, 생리학 적 과정, 뇌의 의식 영역이 동원되는 사고 과정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동기란 무엇일까? 부루나트는 생존에 필요한 욕구 를 모두 충족시키고 몸과 뇌가 기능을 원만하게 발휘하게 하려는 메커니즘이 동기라고 주장한다. 먹을 것 또는 마실 물을 찾으려는 동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허기나 갈증을 항상 느끼지는 않지만 음식이나 물을 찾는 메커니즘은 평생 동안 지속된다. 즉 음식과 물 의 인체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배고프다, 목이 마르다고 '느끼고' 필 요한 것을 충족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 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포가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 에너지가 부족하면 허기를 느끼고 이는 음식을 찾는 동기가 되 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은 평생 일정하게 존재하지만 없을 때 비로소 갈망하게 되고, 이 감정은 사랑을 찾아나서는 동기가 된 다. 갈증이나 허기, 피로, 상사병은 이와 달리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아동기에 음식과 물, 잠이 부족하면 발달 과정에 부정적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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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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