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의 발견

경영 2021. 2. 17. 19:56

- 본원적 실체에 대한 비즈니스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차별화 된 인식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심할 경우에 지나친 포장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많다.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화를 꾀하지 않은 채 포장의 차별화를 도모한 탓에, 성공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차별화의 함정이다. 기업과 일을 하다 보면, 제품과 서비스 경험 자체를 혁신하기보다 컨 셉이나 마케팅 차원의 톡톡 튀는 표현에 집중한 논의가 많다. 실체 자체에 대한 토론보다 표현의 엣지 Edge 나 참신함만을 두고 논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탓에 프로젝트가 다 끝났는데도 실체 자체가 정말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도 많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화의 영역이 매우 협소한 탓이다. 구매깔때기’라는 믿음에 근거한 그들의 차별화'는 '인지 - 차별화 함정'에 빠져 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그러면 자연스레 인지-구매 시퀀스를 따라 구매가 늘어난다고 믿어버리는 그런 차별화. 하지만 '온리 원'을 위한 진정한 차별화는 비즈니스의 차원에서의 본질적인 혁 을 의미해야 한다.
브랜드들의 정신 없는 포장주의를 비판하면서 2000년 중반에 등장한 브랜딩의 트렌드가 'RAW Branding'이다. 제품, 서비스 자체의 혁신만 있을 뿐, 그것을 감싸는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벗어 던지겠다는 것이다. 포장을 발가벗긴 '날것'에 가까운 제품과 서비스 자체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일본의 ‘무인양품 無印良品, 브랜드가 없는 좋은 제품'이 그런 트렌드의 선두에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를 포기하겠다는 '무인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무인양품'이라는 말 자체가 브랜드'가 돼 버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는 브랜드들도 많아졌다. 마케팅의 수사는 덜 화려하게, 본질로 승부를 보는 듯한 느낌의 담백한 문장들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실체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러한 비포장의 포장' 은 여전히 포장일 뿐이다. 비포장의 포장'은 '날것의 브랜딩'이 담고 있는 정신을 읽지 못하고 표면만 담아내는 모습이다. 아 직 우리 시장은 차별화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본질의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 제대로 된 컨셉션은 '소비자’, ‘업業의 본질'이라는 두 축을 강력한 버팀목으로 상정해야 한다. 업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위한 컨셉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 시민을 위한 본질적인 컨셉이 필요하다. 언급한 두 축의 개념은 자연스레 다음의 질문들로 이어진다.
1. 해당 업業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목표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3.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4. 최적의 컨셉은 무엇인가?
- 사전보험思前保險의 핵심은 평소에 고객들을 돌보라는 것이 다. 컨셉은 다르지만, 실제로 스위스 최대 보험사인 취리히 보 험사Zurich Insurance Group'는 '헬프포인트 HelpPoint'를 설치하여 고객 및 일반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상 생활에서 평소에 고객을 보살피기 때문에 고객 및 지역 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으로 유명한 보험사다.  헬프포인트는 2008년에 진행한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으로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설 고객 케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취리히 보험사는 헬프포인트를 통해 크고 작은 사건과 손실로부터 고객들을 보살펴 왔다. 2009년 여름, 우박을 동반한 폭풍으로 스위스 지역에 수천 대의 차량이 우박 피해를 입자, 126개의 상설 헬프포인트 외 14개 헬프포인트를 추가로 설치해 우박 피해 차량을 가져오면 흠집을 제거해 주고, 그 사이 차량을 무료로 빌려주는 등 적극적인 고객 케어를 실시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취리히 헬프포인트 어드보킷Zurich HelpPoint Advocate을 론칭하여 긴급 상황에 어떻게 대 응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평소에 제공해왔다. 가령 공장에 불이 나지 않게 보호하는 법이라든지, 토 네이도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법 등 고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 요한 대처 방안을 일상적으로 안내해왔던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로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런던 히드로 공항에 '헬프포인트'를 설치해 인터넷, 휴대폰 충전, 인 쇄 등 고객의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0년에 강도 높은 지 진이 칠레를 강타했을 때, 취리히 보험사는 24시간 안에 재난 구조팀을 보내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으며 물, 필수품, 상비약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헬프포인트를 통한 취리히 보험사의 고객 케어는 일반 소비자의 69퍼센트가 타 보험사보다 취리히 보험사에 더 만족한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취리히 보험사의 사전보험思前保險, 지금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컨셉인가? 지극히 현실적인 컨셉인가?  순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취리히 보험사가 실천하고 있는 일들이 마냥 이상적이어서 다가서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 지는 않는다. 미리 헤아리고,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보살펴주는 그런 보험.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유명 인들을 광고에서 활용하는 집행 비용들을 아껴서 이런 실질적 인 캠페인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볼 수는 없을까? 처음엔 규모가 작더라도 말이다. Why not?
- 지나친 시장 쪼개기의 결과,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기 어 려울 정도로 매우 미세한 차이마저도 '차별성' 이라는 명분을 갖고 출시된다. 그렇게 출시된 상품들이 한데 모여 진열돼 있 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상품 자체의 차별화가 부족하니 자연스레 상품들 간의 가격 경쟁이 시작된다. 상품들의 가치는 하락한다. 가치 를 상실한 제품들은 쉽게 버려지고, 결핍은 또 다른 욕망을 만 들어낸다. 사물은 과잉 소비되고, 애당초 가치가 떨어진 상품들은 쉽사리 폐기된다. 버려진 사물들은 환경 공해를 유발한다. 인간의 값싼 욕망은 사물의 과잉 생산을 낳고, 과잉생산된 사물들은 쓰레기 더미가 되어 인간을 잡아먹는다. 원래 사물은 주인의 애착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한다. 고유한 아우라가 생기는 것이다. 원시부족사회에서는 특정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에는 그 사람의 영혼과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유명 연예인이 쓰던 물건이 경매에서 높은 값을 차지하 게 되는 건 바로 이러한 심리에 따른 결과다. 물신物神까지는 아 니더라도 내가 아끼며 사용해온 5년된 샤프 펜슬이 교보문고 매장에 진열돼 있는 새 제품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애당초 애착 따위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물들로 넘쳐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그렇다. 업무 외에 특 별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경우 동료가 그 만두면, 아쉬운 마음도 잠시, 일손이 모자란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내 팀에서는 업무가 많으니 일손을 뽑아달라' 고 요청한다. 서로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도반道伴으로 생각하 지 않고 '일손'으로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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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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