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위한 권력학

경영 2021. 6. 29. 20:32

- 지도자를 잃은 대중은 오합지졸이다. (마키아벨리)
- 권력에 대한 감각은 원래 교활하고 음험하며 비열한 자들이 우글대는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 데 축적되는 것이다. '지식'이 아닌 '지혜' 이기 때문에 공부해서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적 을 마주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실제로 싸우며 권력에 관한 지혜를 얻을 기회가 적고, 권력에 대한 면역력 또한 길러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가다 가 어느 날 갑자기 일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쟁 상황에 직면하 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사회, 조직이라는 곳의 특성이기 때문 이다. 이때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발버둥 치며 침몰하지 않으려 면 무엇보다 기본적인 권력 이론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답보 상태에 있는 기업의 대표적인 특징은 수평적 구조를 맹신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이런 기업들은 사내에 제품을 설계·제조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을 두고 '찰떡 호흡'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두어왔다. 기업 내부에 기획부터 제조, 영업까지 기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역량이 집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품의 사양이 표준화되지 않았던 탓에 외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 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 진 감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내부에 역량을 갖춘 관계자가 많은 만큼 서로 조정해야 할 일도 많다. 수평적 구조를 유지하는 데 지나치게 많 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아직 내부에서의 조정 을 중시하는 회사 중에는 외부와의 경쟁에서 패한 곳이 많다. 무 엇을 하는 수많은 부서가 관여하는 것이 일상화된 탓에 조정만 하다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거나 결정이 매우 늦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이 사내 조정만 하다가 시간을 허공에 날려 버리는 무거운' 조직이 되어 버리곤 한다.
- 무거운 조직이 되면 전문적으로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중간 관리직들이 조직을 움직이게 되며, 최고 경영자는 그저 감 투만 쓰고 있을 뿐 움직이고 싶어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직위만 사장일 뿐 권력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절차를 과도하게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권력이 하부조직인 사업부서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무거워진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누군가 특출한 리더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구축한 후, 조정 업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는 관료들로부터 그 권력을 되찾아올 필요가 있다.
-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하는 전략이 도출 되는 것이 아니다. 또, 누가 봐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올바른 전략, 모든 것을 빈틈없이 검토한 전략이 있다면 이미 다른 경쟁사가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담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런 진부한 전략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기업이 쇠퇴하는 전형적인 패턴은 사내의 합의를 우선시한 나머지, 남들이 하는 진부한 전략만 계속 실행하다가 결국 회생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우 수한 사원은 많지만 진정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소수의 권력자 그룹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전략이 없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 회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려고 할 때 써먹기 좋은 개념 중 하나로 강점을 살린다'라는 것이 있다. '우리 회사의 강점인 기술력을 살려서 ...’, 혹은 '설계에서 제조, 판매까지 일괄적으로 실시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이 우리 기업의 강점' 같은 문맥으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자기 멋대로 설정한 강점을 살리려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업이 매우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 ‘우리 회사의 총력을 결집한다'라는 구호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외부의 다른 기업과 협업하는 편이 훨씬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는 방법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회사 내부에서 조정을 거치는 사이에 기민하게 움직인 경쟁 상대에게 추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업의 다각화를 정당화하는 데 이보다 편리 한 말은 없다.
일본의 히타치제작소가 동등한 성능의 반도체를 거의 같은 시기에 개발했으면서도 직원 수가 열두 명에 불과했던 영국의 ARM에 패해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일이 있다. 지금은 ARM이 세계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연구 개발력이나 성능, 제조 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히타치제작소가 더 우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히타치처럼 큰 기업이 왜 작은 기업에 참패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자사에서 직접 반도체 뿐 아니라 휴대폰까지 모두 제조한 것, 즉 기업의 총력을 결집해 승부하려 한 것이 오히려 패배의 원인이 아닐까 한다. 자사의 반 도체 공장이 있고 최종 제품인 단말기도 자사가 만들면 설계만 하는 ARM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총력을 다해 최종 제품까지 만들고 있다는 것은 중심 고 객이 내부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큰 회사일 지라도 기업 내에서의 매출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 율이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적극적으로 외부에 라이 선스를 공여한 ARM에 업계 표준이 될 기회를 빼앗겨 버린 것이 다. 일명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계열사 간 내부시장)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이는 다각화 · 수직적 통합을 하는 대기업이 신흥 기업에 패배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다.
기업의 총력을 결집하고 사내의 여러 사업을 연계시킨다는 것은 각 사업의 대표자가 참석하는 회의 등에서는 좋게 받아들 여질지 모르지만, 각 사업의 자유도는 크게 훼손된다.
만약 당신의 회사가 강점을 살린다'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면, 조직을 보존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에 대해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프로 경영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수익 창출과 높은 시장 점유율 확보이며, 강점을 살린다는 것은 수단이어야 한다. 
- 의사 결정이란 복수의 시나리오를 비교 검토한 뒤 하나의 선택지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엇도 선택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무거운 조직에서는 어떤 의사 결정을 하려고 해도 논리를 앞세워 명쾌하게 결정할 수가 없게 된다. 목 소리 큰 사람에게 끌려다니다가 수렁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이 렇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된다.
제대로 된 결정을 하려면 조직에 물든 관성을 타파할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하기 힘든 회사가 많다. 때로는 '조직 문화'라는 것이 꼭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조직 문화에 대해 맹신하는 사회에서는 조직 문화를 어쩔 수 없는 것, 바꿀 수 없는 것(뇌의 구조 같은 것은 바꿀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자는 생각이나 노력은 절대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조직 문화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만큼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에서 대기 업으로 성장하면 전혀 다른 사풍(社風)의 회사로 변신하듯 조직 문화는 아주 간단하게 바뀌기도 한다. 다시 말해 조직 문화는 기 업의 문화적 특성이라기보다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받고 애초에 이 조직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 나아가 태생적인 한계까지 지적하는 말을 들으면 듣는 사람은 막막해지면서 일종의 사고 정지 상태에 빠지게 된 다. 이런 지적은 어떤 해결 방안으로도 이어지지 않으며, 문제 해결을 포기하게 만들 뿐이다. 어떤 문제점이든 문화의 문제로 치부하면 그 순간 '어쩔 수 없는 문제', '바꾸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개혁은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의견을 내놓으려거든 좀 더 구체적이고 논쟁을 낳을 만한 급진적인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 사랑받는 군주가 되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원한이나 증오를 사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키아벨리)
- 권한 위임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당연한 일이지만, 권한 위임을 잘못하게 되면 최고 경영자가 지도력을 잃게 되고 만다. 이런 일은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고 경영자가 하는 일은 현장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 전체의 전략을 결정한 다음, 현장에서 그 전략을 철저하게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미움을 사는 것이 두 려워 현장 일에 참견하기를 망설이면서 '권한 위임은 곧 현장에 전부 맡기기' 라고 착각하는 리더가 많다. 그 결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스인 줄 착각하고 폭주하며, 최고 경영자는 리더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공중에 붕 떠버리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 핵심 지지층은 이처럼 권력자가 인센티브를 동원해 개인적으 로 통제할 수 있는 지지 기반을 의미한다. 이들은 즉 “권력을 획득 · 유지 · 강화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람들로, 이들의 지지 없이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기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 다. 반대로 이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에게 반대함으로써 권 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리더를 해고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1
기업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장을 해임할 수도 있 는 이사회가 여기 해당한다. 또 사장이 추진하는 정책을 실행하 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부 간부 사원도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예비 핵심 지지층은 권력을 획득·유지·강화하는 데 일정 부분 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로,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도 한 다. 핵심 지지층의 예비군' 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을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핵심 지지층처럼 직접 권력 자를 해임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기 업에서는 대주주나 간부 사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예비 핵심 지지층은 어떻게 권력자에게 도움이 될까? 권력자는 이 예비 핵심 지지층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 지속 적으로 핵심 지지층에게 압력을 가하도록 할 수 있다. 참고로 핵심 지지층은 적을수록 좋고, 예비 핵심 지지층은 많을수록 좋다.
- 핵심 멤버 수가 적을수록 권력 유지를 위해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리더가 일을 하기가 더 쉬워진다. 핵심 멤버수가 적으면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기도 쉬워지고, 공헌도에 맞춰 각자에게 충분하게 보상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핵심 지지자 수가 적을수록 사장의 권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창업한 지 오래된 기업에는 사장의 핵심 지지층인 이사가 적 어도 30~40명은 된다. 이렇게 임원이 많은 기업은 내부 구성원 들에 의해 집단지도체제로 경영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사장의 권력이 축소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최근에는 대기업 에서도 이사의 수를 최대한 줄이고 외부 이사의 비율을 높이는 추세다. 전자보다 후자가 설득해야 할 상대도 적고 사내 정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사장의 권력이 강화된다.
- 핵심 멤버가 고착화되지 않게 하는 것은 사장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사장이라면 그 방법을 찾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핵심 지지층의 신분이 안정화되면 그 세력이 정보를 독점할 수도 있고, 결국 리더에게 정보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핵심 멤버 중에서 사장을 대신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권력자는 핵심 멤버의 신분을 보장하지 않을 방법을 최대한 궁리해야 한다.
- 권력자에게 최악의 상황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조직의 중요한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다. 제2층을 늘리면 그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얼마 든지 있다'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권력자 자신의 권력 기반을 비약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정치가가 장관의 자리에 오르거나 시장, 도지사 등 지방의 수장이 되면, 자신을 뒷받침해줄 관료 기구의 중요한 자리에 민간의 인재를 등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는 데는 기존의 관료 조직을 대신할 존재가 얼마든지 있는 상태'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핵심 지지층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제로 교체함으로 써 핵심 지지층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구축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어떤 직위든 능력만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발탁한다. 면 굳이 후보자를 기존 조직 내에 있는 인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간부급 공무원은 외부에 자신의 역할을 대 신할 존재가 있으면 자신의 힘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에 간부직위 공모'를 가장 싫어한다.
- 위인은 언제나 악인이다. (존 달버그 액턴)
- 내부의 권력 기반 안정에만 열중하게 되면, 외부와 싸우 게 되었을 때 크게 패하고 만다. 권력의 법칙에 따라 제1층인 핵심 지지자 수를 줄여놓았고 얼마 안 되는 핵심 멤버가 다른 구성원들과 완전히 유리되어 있는 상태라면, 조직력을 있는 힘껏 다 발휘할 수 없게 되며, 결국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게 된다.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면 외부와 싸 울 때 불리해지는 것이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상층부를 엘리트들이 독점 하고 있고 일반 사원들에게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시스 템에서는 사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그로 인해 시장 경쟁에서 지게 된다.
-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일본항공(JAL)에는 고졸 사원과 대졸 사원 사이에, 현장직과 사무직 사이에 엄연한 차별이 존 재했다. 대졸 사원은 “기본적으로 공장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분제'가 고착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조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이야기이지만, 원래 국영기업이던 시절의 잔재인 신분제가 민간 기업이 된 뒤에도 오랫동안 계속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일본항공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바로 이런 점을 크게 변혁했다. 조종사 출신의 사장을 자신의 후임으로 앉힌 것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세계에 안주해 있던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으리라.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사내의 신분제도가 붕괴되었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 에스테의 스즈키 다카시 회장은 자신의 저서 《사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즉 먼 곳과는 교류하고 가까운 곳은 공격한다. 이것이 나의 기본 방침이다. 이는 병법 삼십육계 중 하나다. 공격한다' 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지만, 측근인 임원과는 거리를 두고 일반 사원과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권력의 근원은 인사권이다. 나는 일반 사원에 대해서는 실력, 성과 주의를 기본으로 삼지만 임원에 대해서는 엘리베이터 인사를 단행한다. 발탁도 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는 임원은 강등시키기도 한다. 물론 재발탁할 때도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인사'라고 부른다. 사장의 권한으로 인정사정없이 상과 벌을 명확히 한다. 거역하려 해도 거역할 수 없는 태세를 만드는 것이다. 임원에게 사장은 미움받는 존재 정도인 게 딱 적당하다.
임원 중 한 사람을 중용하는 것도 삼간다. 반드시 복수의 임원에게 권한을 분산시킨다. 임원 한 사람에게 권한을 집중시킨다면 그 임원이 사장이 되어도 그만이다. 즉, 일부러 체제를 전복할 기회를 주 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임원에게 두려움을 주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조여진다. 그러므로 일반 사원과만 친하게 지내면 된다.
|권력 감각이 뛰어난 스즈키 회장은 측근에게는 두려움의 대 상이 되면서도 일반 사원과는 친하게 지냄으로써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축을 유지하는 것이 권력 이론의 기본이다.
- 원래 일본항공 회생 계획의 중심 정책은 운항 기종 수 축소와 노선 감축, 인원 감축 등이었다. 그런데 후에 운항 기종 수 축소, 인원 감축 등의 정책이 실적에 끼친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회생 계획 실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400억 엔(약 4,400억 원) 규모의 실적 개선 효과가 있었다. 이는 '동원력’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였다.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 업무에서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궁리하고 노력한 결과의 총합이었던 것이다. 원래 일본의 산업재생기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허수아 비일 뿐이라고 여겼고, 배후에 있는 자신들이 수립한 계획에 따라 일본항공 회생 계획이 실행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나모리 회장은 그들의 생각과 달리 독자적인 회생 프로그램을 갖 고 있었다. 그것은 아름 아닌 일본항공을 총력전을 벌일 수 있는 회사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리더가 허수아비일 것이라 는 예상을 뛰어넘는 공헌을 했기에 회생 계획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수익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회사정리법을 적용해 새로운 최고 경영자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고, 그에 따라 회생에 집중할 수 있는 체 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만으로는 소규모 연합이 돼 버리기 때문에 동원력까지는 생겨나지 않는다. 지지 기반을 임원뿐 아니라 조직 전체로 확대해 대연정을 구성함으로써 총력전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대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이나모리 회장은 다음의 네 가지 정책을 시행했다.
* 계급제 폐지
일본항공은 원래 국영기업이었던 까닭에 학력을 기준으로 '대졸 사원은 본사, 고졸 사원은 현장'으로 발령하는 일종의 계급 제도가 남아 있었다. 또 조종사나 승무원 같은 현장 직원과 본사 직원 사이에도 엄연하게 벽이 존재했다. 
→ 이나모리 회장은 조종사 출신을 차기 사장으로 택했다. 이는 매우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동원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런 계급제를 없애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다.
* 본사 중간 조직의 권한 축소
그때까지 일본항공에서는 경영기획본부가 예산 책정이나 수익·지출 관리를 전부 담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계획을 만드 는 사람과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고, 매출이나 이익, 비용 같은 기본적인 경영 수치가 현장에서 공유되지 못했 다. 경영기획본부는 계획 책정에는 관여했지만 실행에는 관여 하지 않았고, 실행은 전적으로 해당 사업 본부의 책임이었다.
→ 새로운 체제에서 경영기획본부는 사업 회생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기존의 권한은 대폭 축소되었다.
* 숫자를 통해 최고 경영자와 현장을 직접 연결
그때까지 정비 사업부, 객실 사업부, 운항 사업부, 공항 사업부 등 기능별 조직은 주로 지출을 하는 부서로, 수익은 나지 않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경영기획본부에서 할당한 예산을 소화하 기 위해 경비를 쓰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 회사 내 타 부서에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 업무를 거래 대상으로 보고 각 사업부 사이에서 매출이 발생했다고 간주하는 사업부별 관리 회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각 사업부는 경영기획본부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해당 사업부 최고 경영자에게 자기 사업부의 수익에 대해 설명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 이념을 통해 최고 경영자와 현장을 직접 연결 
기존 경영 이념이라는 것은 번지르르한 슬로건에 불과하며, 지 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는 이나모리 스타일은 일본항공 같은 고학력·고기능 집단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다. 
→ 간부 사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통해 의식 개혁을 꾀하고, 경영 이념을 전사원들과 서서히 공유했다.
- 이나모리 회장이 일본항공을 재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정신론을 주입한 데 있지 않다. 이나모리 회장은 권력의 법칙에 따라 중간 조직의 권한을 축소하고, 계급제라는 수직적인 벽을 허물었으며, 이념을 정비하고, 관리 회계 시스템을 바로잡아 최고 경영자와 현장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권력을 최고 경영자 에게 집중시키는 동시에 동원력을 확대한 합리적인 정책을 펼 쳤다. 창업자이기도 했던 그는 조직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경험 을 바탕으로 대연정을 강화하는 기법을 구사했다. 그렇기에 외 부에서 영입되었고, 항공 비즈니스에 문외한이었으며, 게다가 극소수의 심복만을 데리고 일본항공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 기간에 회사의 동원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목적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 권력을 잡은 초기에는 어떤 독재자든 지지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먼저 가까운 그룹의 지지 기반을 다져야 한다. 스탈린도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초기에 먼저 핵심 멤버인 정치국의 지지 기반을 다져야 했다. 스탈린은 정치국 사람들이 그 들끼리 결속해 자신을 배척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음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연구된 자료들을 통해 스탈린이 당시에 어떻게 정치국에서 권력을 확립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시 스탈린이 당 내에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사용한 기본적인 수법은 공포심이 아니라 '매료하는 힘' 이었음이 밝혀졌다.
... 그러나 새로운 자료에 따르면 스탈린의 진정한 재능은 다른(그것도 의외의) 곳에 있었다. 그는 타인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말로는 '사교적인 사람' 이었던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은 결여되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우정의 명수였다. 툭하면 짜증을 내기는 했지만, 스탈린이 누군가를 매료시키기로 결심했다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
- 이렇게 타인을 매료시키는 힘을 개개인에게 자원을 배분하 는 능력'과 조합했다는 점이 스탈린의 강점이었던 것으로 생각 된다.
스탈린은 그들을 회유하고, 매료시키고, 조종하고, 협박해서 자신의 명령에 따르도록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자동차와 최신 가전제품을 나눠줄 때도 그가 직접 지시했다. 자료중에는 지도부 전원에게 자동차를 나눠주었을 때 스탈린이 손으로 쓴 배포 목록과 함께 그 선물을 받은 간부의 아내와 딸들에게서 받은 감사의 편지가 남아 있다. 부하가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눈치채면 스탈린은 몰래 그 부하를 도왔다.
- 언제든 권력자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제1층인 핵심 지지층을 불안정한 상태로 두어야 한다. 안 그러면 권력 기반이 위태로워 진다. 그렇다고 핵심 지지층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스탈린 처럼 학살을 하거나 시베리아로 유배를 보낼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독재자 중에는 자신의 권력에 대한 잠재 적인 리스크에 병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사람이 많았다. 겉으로는 당당해도 실제로는 시기심과 의심이 많고, 일단 의심하기 시작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었다. 다만 그 러지 않으면 부주의하게 실수를 저질러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경계심은 당연히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언제라도 핵심 지지자를 대체할 존재를 준비해놓는 것이다. 스탈린이 숙청이라는 방법으로 핵심 지지자를 불안정하게 했다면, 히틀러는 비슷한 여러 조직을 난립시킴으로써 의사 결정과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특정 조직이 권력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 “세상에 좋은 회사, 나쁜 회사는 없다. 좋은 사장과 나쁜 사장이 있을 뿐” 이라는 말이 있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가'는 궁극적으로 사장 개인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사장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100퍼센트 살리려면 그가 가진 권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실적이 부진하고 노동조합이나 목소리 큰 오래된 직원 등의 사내 관계자가 많은 회사에서는 권력 기반이 없는 단순히 '좋은사람이 사장으로 추대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그런 사장은 기득권을 침해하거나 기존의 임원을 숙청하거나 회사라는 폐쇄적인 사회에 사는 직원의 평안한 일상을 휘젓지 않기 때문 이다. 어떤 세력과도 반목하지 않고, 인간성이 원만하기에 회사 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더 나빠지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침체가 장기간 이어져온 이런 회사 중에는 사실 통솔 력 있는 리더가 아니면 재생시키기 어려운 회사가 많다. 이런 회 사는 외부에서 리더를 추대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경영자로서 의 전문 지식, 업계에 대한 정보, 전략 구상력 등을 갖춘 사장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위와 같은 행태의 경영을 오랫동안 계 속해온 회사에서는 저항 세력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독재력 있는 사장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변혁을 계속하려면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 사내외의 서로 다른 의견, 의심, 의문, 무관심과 싸워야 하는 최고 경영자는 건조한 시점에서 권력 공 학을 실행해야 한다. 합리적인 설득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기반을 구축하고 동원력을 높이기 위한 궁리를 건조하게 계속해야 한다. 이때 최고 경영자의 참모에게는 최고 경영자가 독재력을 발 휘해 유효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조직의 동원력을 높여 지도력 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력 기반에 영향을 줄 각종 정책을 고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피보팅  (0) 2021.07.06
리더는 결정으로 말한다  (0) 2021.06.29
배달장사의 진짜 부자들  (1) 2021.06.26
반도체 투자전쟁  (0) 2021.06.26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  (0) 2021.06.2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