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자부심에 대한 모욕일지 모르나 문명의 진보는 우연히 마주치는 최고의 기회에 좌우된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자유헌정론》 중에서)
- 인생은 지나고 나면 다 이해가 된다. 돌이켜보며 흩어진 점을 잇는 것이다. 바로 그때 무작위로 일어난 인생의 결정이나 사건이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이야기로 바뀐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일관되고 계획적으로 잘 짜인 삶을 살아온 듯 보이는 이력서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생에 뚜렷한 목적 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현실은 예기치 못한 사건과 우연, 아이디어와 만남, 대화가 뒤섞여 대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며 점을 잇지만 말고, 미리 점을 잇는 방법을 배우면 어떨까? 우연한 기회를 잘 길러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미리 만들 수 있다면? 기회를 쟁취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보다 우연을 쟁취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어떨까?
화산 이벤트나 슈퍼스타와의 만남을 경험할 사람은 많지 않지만, 누구 나 기회를 포착해 우연한 상황을 발전시키고 최대한 활용하여 더 나은 결 과를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로 성과를 낸 듯하지만 늘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한 운을 '불러들이는 토대를 충실히 다졌다.
- 세렌디피티의 핵심 특징 세 가지
1. 예기치 못한 일이나 특이한 일을 겪는다. 물리적인 현상으로, 대화나 우발적인 사건 중 하나에서 비롯하며 세렌디피티의 계기가 된다.
2. 세렌디피티의 계기를 기존의 무관한 일과 연결한다. 흩어진 점을 연결하다 보면 우연이라고만 생각한 일의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는다. 무관한 사건이나 사실을 연결하는 행위가 '이연 연상'이다.
3. 결정적으로 가치가 실현된다. 통찰력이나 혁신, 새로운 행동 방식, 문제를 풀 새로운 해결책은 누군가가 찾던 방법도, 예상한 방식도 아니며 기대한 형태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다.
-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인생에는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앨런 손더스,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만화가)
- 인간의 본성인 통제 욕구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설명하기 쉬운 방향으로 보려고 한다. 모든 것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다. 달에서 사람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릴 치즈 샌드위치에서 성모 마리아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마음은 소리나 이미지 등의 자극에서 익숙한 패턴이나 모습을 찾아 반응한다. 때론 아무것도 없어도 무언가 발견하는데, 이를 변상증'이라고 한다. 윙윙거리는 선풍기나 에어컨 소리에서 희미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거꾸로 혹은 아주 느리게 재생한 음악속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찾기도 하며 구름 형상에서 동물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인 사고를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선제공격이나 즉각적인 탈출과 같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가 시각적인 이미지를 대할 때 뚜렷해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 현상 이면에는 '아포페니아' apophenia 라고 부르는 더 큰 개념이 존재한다. 이는 무관한 현상에서 일정한 패턴이나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 이야기 만들기는 장래의 발전에 집중할 힘을 주기에는 건설적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통해 배우려면 이야기가 반드시 정직하고 끊임없는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며 재평가에 열려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조직의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의 중대한 결정이나 사건에 대해 말하는 고 위 임원들을 보자. 그들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고자 처음부터 모든 일을 계획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의 한 CEO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저 운이라고 말하거나 사실 계획되지 않은 우연이었다고 말하면 투자자나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능력이 부족해 보이고 의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와 동료들은 “이것이 바로 회사의 목표였습니다. 저희는 늘 이런 일을 계획하고 있었죠.” 와 같은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왜 그랬을까? “이런 이야기가 잘 팔리니까요.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죠. 그래서 '공식적인 이야기'를 짜냈습니다. 그래야 상황을 통제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았거든요. 전 거의 10년째 CEO 자리에 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늘 통제할 순 없어요. 이 말을 할 때마다 썩 내키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항상 통제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선형적인 인과 순서로 이야기하도록 교육받았기에 늘 상황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일을 되돌아 보며 그럴싸한 이야기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 가능하거나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만 사고를 국한하는 심성 모형에 갇히지 않으려면 다양한 모형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의 부회장이자 워런 버핏의 영원한 아이디어 동반자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냉철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분리된 단편적인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믿는다. 대신 ‘격자틀 이론'을 이용해 사실을 연결하고 통합하여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이미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성을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멍거에 따르면 우리의 사고방식은 마치 정자와 난자 같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 나머지를 차단해버린다. 처음에 내린 결론을 고수하려는 경향으로 오류투성이인 많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질문하기를 멈춰버 린다. 따라서 멍거는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 여러 다양한 심성 모형을 마 음에 품고 세상을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50여 개에 달하는 심성 모형을 자유자재로 발휘한다면 누구나 세상사에 통달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영국의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은 이렇게 말했다. “나쁜 일이 생기면 멀리 내다보세요.” 가장 힘든 상황이 인생의 보물 같 은 순간이 된 것을 경험했기에 나는 어려운 순간이 닥칠 때마다 이제 이 렇게 자문한다. “10년 후에도 중요한 일일까? 아니라면 왜 걱정하는 거지? 중요한 일이라면 가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되도록 지금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SODA School of the Digital Age의 창립자인 그레이스 굴드 Grace Gould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그녀는 존 레논이 남긴 유명한 말을 인용했다. “결국엔 다 잘될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거죠!”
- 인간은 늘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의 본질이지만 여전히 과소평가되는 진리다. (올리버 버크먼, 영국 기자 겸 작가)
- 내가 이사로 속해 있는 리더스온퍼포스에서는 하버드 대학교, 세계 은행그룹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31인의 CEO를 인터뷰한 적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미래란 예측은커녕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다국적 식음료 기업 다논Danone 의 CEO인 에마뉘엘 파 버Emmanuel Faber는 일을 시작할 때 과도하게 촘촘한 계획보다 비전이나 새로운 실천 사항이 더 믿을 만하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에마뉘엘은 이 렇게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계획은 별 효과가 없습니다. 하지만 비전이 있어야 해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알아야 하니까요.”
- 이런 리더들은 꼼꼼한 계획이 아닌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북극성, 즉 넓은 포부와 목적이라는 큰 틀 안에서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북돋우며 조직을 이끈다. 또한 확실한 비전과 에너지가 있지만 어쩔 수 없 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는 인간적인 취약성에 대해서도 종종 묘사한다. 공감할 수 있는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의 특성상 이러한 리더들은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지지를 얻는다.
-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1. 명료화 질문(왜 그렇게 말하는가?)
2. 가정 탐색 질문(다른 가정은 없는가? 가정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3. 증거 탐색 질문(어떤 사례가 있는가?)
4. 관점 파악 질문(장단점은 무엇인가?)
5. 결과 탐색 질문(이 행동의 결과는 무엇인가?)
6. 질문 재파악 질문(애초에 이 질문을 왜 했는가?)
- 현재의 소망뿐만 아니라 미래의 필요와 욕구를 성취하는 데 영향을 끼친 요인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로워야 예측 불가능한 여지를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의 기회가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함에서 비롯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자유헌정론》 중에서)
- 배를 만들고자 하는가? 사람들에게 배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동경하게 만들어라. (셍텍쥐페리)
- 이는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 성공한 기업 이 적용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CEO이자 MW의 전 회장인 하랄드 크루거 Harald Kruger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 다. “지속 가능성이란 계속 나아가려는 뚜렷한 비전을 지니고 짜놓은 계 획대로 움직이는 거지요. 하지만 제게는 그런 완벽한 계획이 없습니다. 내 일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그저 작은 발걸음을 뗄 뿐이죠. 호기심을 가 지고 정보를 흡수하고 남들을 벤치마킹하는 거예요. 유일한 전략, 유일한 방법은 없어요.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겁니다.”
하지만 다양한 베팅을 하는 방식은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고 쓰레기통 모형' garbage can model(쓰레기들이 우연히 한 쓰레기통에 모이듯 정책 결정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하고 문제와 해결책이 뒤죽박죽된 상태에서 우연히 어떤 계기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 주로 복잡하고 무질서한 조직에 대해 설명할 때 쓰인다 ? 옮긴이)은 대체로 사실임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조직의 일 대부분이 문제나 해결책, 참여자와 선택 기회라는 독립적인 네 요소가 충돌하는 방식과 때에 따라 우연히 결정된다는 얘기다.
- 내향인들이 에너지를 회복하는 일요일에 나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일요일의 나는 감정적으로 완전히 닫힌 상태이다. 연결 고리를 찾으려는 어떤 동기도 없다. 흩어진 점을 잇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지만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따라서 회복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 다. 외향적인 상태일 때도 가끔 이런 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마다 혼자 있어도 되는 공간으로 숨는다. 화장실이든 베란다는 조용하고 텅 빈 곳으 로 가서 에너지를 충전한 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좀 더 머문다. 브라 이언 리틀 Brian Little은 재충전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을 회복 환경'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회복하여 아이디어를 처리하고 제대 로 소통하며 뇌를 최적의 각성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 없이는 진이 빠지고 세렌디피티에 제약이 생긴다.
물론 특정한 외향적 특성이 세렌디피티에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 하지만 내향인과 외향인 모두 이 분야를 훈련할 수 있다. 내 주변의 많은 공동체 설립자들 역시 열정적인 내향인이지만 외향인이 가득한 이 세상 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외향성으로 행운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많은 사람을 만나라.
둘째, 사람을 매혹시켜라.
셋째, 사람들과 연락하라.
슈퍼마켓이나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등 간단한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 그 사람과 이야기해 볼걸...' 같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 굉장히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사람이나 일을 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 성향이란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외향성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신의 성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특성을 골라도 좋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세렌디피티를 일으키는 성향이 '현재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 극을 자세히 살펴볼 에너지가 생겨 기회를 쉽게 포착한다. 또한 관심 범위 와 행동반경을 넓혀 반응성을 높인다. 우연에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와 같은 결정이 자신과 타인의 직감으로 내려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감정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영감이 필요할 때 좋은 에너지를 내는 사람 곁에 있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적 없는가? 혹은 계속 하품만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더 힘들어진 적은 없는가? 에너지는 멈춰 있지 않고 늘 흐른다는 점을 기억하라.
- 시도하지 않으면 100퍼센트 실패다. (웨인 그레츠키, 전 캐나다 하키 선수이자 코치)
- 항상 낚싯바늘을 던져두어라.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 물고기가 있기 마련이다. (오비디우스, 고대 로마의 시인)
-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인 슬라보예 지젝 slavojizek은 우리가 원한다고 믿는 것이 실제로 열망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유명한 주장을 남겼다. 그는 부인과 연인을 둔 한 남자 이야기를 예로 삼았다. 남자는 부인이 사라져버리고 연인과 함께하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다 부인이 우연히 사라지게 되는데 그러자 남자는 더는 연인을 원하지 않게 됐다. 왜일까? 관계란 특정한 상황에서 유지되기 마련이다. 특정한 상황이 사라지니 '닿지 않는 욕망의 대상' 이라는 연인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처럼 어떻게 이런 일까지 미리 알겠는가? 게다가 제4장에서 살펴본 대로 일이 벌어진 후에야 (대개는 우연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 내가 여태 만난 세렌디피터들의 특징은 저녁 식사나 학회, 회의 등 어떤 자리든 상관없이 모임을 시작할 때 주최자에게 자신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잘 알아본다. 그 리고 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 특히, 커뮤니티나 협업 사무실, 지역 내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행사는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다.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도 효과적이다. 나는 ‘규칙이 없는 것이 기본 규칙인 크라브마가 Krav Maga 무술 수업을 받을 때 예측 모델에 관한 일을 하는 금융 전문가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세렌디피 티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대신 오류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예측 모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일부를 이 책에 담았다. '느슨한 유대 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뜻밖의 기회는 평소와 다른 환경으로 자신을 몰아넣을 때 생긴다.
그렇다면 사람을 소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내 동료 인 파비안 포르트뮐러와 같은 슈퍼 커넥터들은 본질적인 관심사에 집중해 사람을 소개한다.(이 분은 당신의 관심 분야에 흥미가 있어요.') 그러면 잠재적인 직급의 차이가 좁아지고 공통의 관심사나 열정에 초점을 둔 대화가 가능해진다. 직책이 아닌 진정한 자신이 될 때 사람은 다르게 연결된다. 그리고 비로소 세렌디피티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 픽사 캠퍼스 디자인에는 픽사의 성공에 큰 공헌을 한 스티브 잡스의 자유 로운 예술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잡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크랜드 북쪽 에 있는 에머리빌에 버려진 공장을 구입할 당시 건물 세 개를 픽사 경영 진, 애니매이션 제작자, 컴퓨터 과학자를 위한 개별적인 공간으로 설계하고자 했다. 하지만 도중에 마음을 바꿔 중앙에 공동 공간이 있는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재설계했다. 직원들 간의 소통이 회사의 핵심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는 완전히 다른 두 분야의 직원들을 어떻게 공동공간에 모이도록 했을까? 그는 우편함을 공동 공간으로 옮겼다. 회의실도 마찬가지다. 구내 매점을 중앙으로 옮기니 기념품점과 커피숍도 함께 옮 겨졌다. 심지어 건물의 모든 화장실을 중앙으로 옮기려고 했다(하지만 화장실 위치는 뜻대로 못하고 캠퍼스 곳곳에 설치하는 것으로 타협해야 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사람들이 공동 공간에 모여들어 마주칠 기회가 늘었다. 픽 사 대학의 문장紋章이 무엇인지 아는가? Alienus Non Diutius', 라틴어로 '더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뜻이다.
공간 설계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절차를 마련해 세렌디피티 계기의 양 과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런치로터리 Lunch Lottery (점심 시간에 부서나 직책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 - 옮긴이)는 큰 규모의 조 직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도록 돕는다. 영국의 혁신 재단인 네스타NESTA는 '모르는 동료와 커피 마시기' randomized coffee trial, RCT를 통해 새로운 동료를 만나도록 한다. 이 회사 사람들은 여태 모르던 사람과 짝을 지어 한 달에 한번 등 정해진 횟수에 맞춰 함께 커피를 마신다. 다른 부서동료일 수도 있고 평소에 잘 어울릴 리 없는 '관심 밖의 사람일 수도 있다. 특별한 제약이 없고 무작위로 정해지는데 대면 만남이 어렵다면 화상회의를 이용하기도 한다.
RCT와 같은 방식을 통하면 외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개인 혹은 부서와의 담을 허물어 협업이 쉬워지고 우연한 만남의 빈도도 높아진다. 영국 국립보건원 Britain's National Health Service, 유엔개발계획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구글, 적십자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서 이러한 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 했을 때 점들을 이을 힘이 생긴다. 특히 열린 사고는 굉장히 중요하다. 세 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설립자인 마크 베니오프 Mark Benioft는 선승 스즈키 Suzuki가 말하는 초심자의 마음을 잃지 않고자 한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남아 있지 않다.” 뭔가 특별하게 이루고자 한 것은 없지만 늘 가 능성을 열어둔 게 자신의 '강점'이라고 베니오프는 말했다.
스티븐 더수자 Steven D'Souza와 다이애나 레너Diana Renner는 저서 《팀장인 데, 1도 모릅니다만》에서 초심자의 마음을 편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 며 진정한 배움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날 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앞서 만 난 카라 토마스는 '모르는 상태'에서 세렌디피티를 흔히 경험한다고 설명 했다. 즉 기존 지식과 초심자의 마음을 주저하지 않고 적절한 순간에 사 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럴 때 굉장히 효과적으로 세렌디피티를 경험할 수 있다.
- 리부팅은 철저한 재창조를 의미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새로운 문학 작품은 종종 급진적인 '중심축의 변화가 일어날 때 나온다.
자동차 충돌 사고 후 내 삶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 중심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리부팅은 모든 것이 새롭게 재구성될 때 일어난다. 리메이크가 '부분의 재창조' 라면 리부팅은 '전체의 재창조'다. 리믹싱은 기존의 원재료를 바꾸지만 리부팅은 판을 아예 갈아엎는 것이다. 새로운 기초 콘셉트를 세워 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카드의 순서를 바꾸는 게 아니다. 기존 것과 비슷하지만 크게 변형된 내용을 담은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통찰이 필요한 지적 마비 상태인 정체기가 지나면 대개 리부팅의 순간이 찾아온다. 리부팅을 통해 새로우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통찰을 얻으려면 기존의 익숙한 패턴과 그 패턴의 붕괴를 모두 잘 이해해야 한다. 당신의 삶과 조 직에 리부팅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적절한 때일 수 있다.
킬리만자로 하이킹 등 강렬한 경험을 통해 리부팅을 하기도 한다. LSE 와 뉴욕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험한 지역에 있는 단체와 공동 작업을 시켜 꽤 오랜 기간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이 경험을 통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10년 동안 해야 한다는 기존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좋아하는 일을 즉시 실행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상현실 헤드셋을 이용해도 좋다. 상황을 시각화하고 부분적으로나마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 2007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유명한 로스쿨 졸업식 연설에서 워런 버핏의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거꾸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논하며 문제를 거꾸로 풀기 시작하면 쉽게 풀릴 때가 많다고 했다. 소말리아를 돕고 싶다면 '어떻게 소말리아를 돕지?' 라고 물을 게 아니라 소말리아에 가장 피해를 준 요인은 무엇인가? 그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멍거는 이런 말도 남겼다. “내가 어디서 죽는지 정말 알고 싶네. 그래야 거긴 절대 안 가지!"
- 연결하기는 인류 역사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고대 로마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는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에게 많은 영 감을 주었다. 그는 후에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조합 놀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분리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남긴 글에는 인상 깊은 벌 이야기가 있다. 벌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꿀을 만들기 위해 꽃꿀 을 채집하고 벌집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소화될 때까지 꽃꿀을 섭취하고 내뿜는 반복적인 숙성 과정을 통해 꿀을 만들어내는데 세네카는 이를 다 양한 자료를 분리하고 다시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 비유했다. 수집한 자료 를 소화 하지 않으면 아는 것은 많아질지 모르나 생각하는 힘은 기르지 못한다고 말이다.
- 계속 도전하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를 발견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회를 잡은 사람은 없다. (찰스 케터링, 전 제너럴모터스 연구 책임자)
- 나심 탈레브 Nassim Taleb는 반취약성 anti-fragility에 관한 책을 통해 중요한 이야기를 전한다. “시스템은 예측할 수 없는 충돌과 사건에 휘둘리지 않 고 오히려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건됩니다. 사람의 감정에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나쁜 감정을 몰아내려고만 하죠. 나와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고요. 하지만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실패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두렵다면 새로운 일을 절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수전 데이비드susan David는 하버드 의과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감정이라는 무기》의 저자로, 한 연구에서 이렇게 밝혔다. “격한 감정이란 피해야 할 원치 않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삶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 다. 스트레스나 불편함 없이 의미 있는 경력을 쌓고 가정을 꾸리고 더 좋은 세상을 후대에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불편함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게다가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족은 높은 기대 감에서 비롯하고 이러한 '생산적인 불행'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불확실 성과 예상하지 못한 일을 수용하듯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도 끌어안으면 좌절하지 않고 모든 일이 잘될 것이다.
- 포워드 인스티튜트 Forward Institute의 설립자인 애덤 그로데키Adam Grodecki는 “좋은 아 이디어와 좋은 리더는 분주함이 아닌 고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는 흔히 바쁘면 생산적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적인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바쁘고, 너무 바쁘면 세렌디피티가 완전히 차단된다. 테 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메이커 타임을 확보하고 회의 시간을 잘게 쪼개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의를 몰아서 진행해 충분한 메이커 타임을 확 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트업에게 종잣돈을 투자하는 와이컴비네이터 Combinator의 운영자인 폴 그레이엄은 늦은 오후에 스타트업 창업자와 회의 를 진행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한다.
-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의심을 버려라.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유일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마거릿 미드, 문화인류학자)
-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당신의 가치를 결정한다.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회장)
- 엘리너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의 말로 전해지는 명언이 떠오른다. “대인은 생각을 논하고, 범인은 사건을 논하고, 소인은 사람을 논한다."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는 생각과 지식을 기꺼이 나누려는 마음과 어처 구니없는 실수도 비난 대상이 되거나 가십거리로 전락하지 않고 수용하 려는 태도를 지닐 때 형성된다. 최근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비난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열린 태도를 지닌 환경에서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열린 토론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 심리적 안정감이란 자신의 이 미지나 지위, 경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지난 수십 년간의 놀라운 연구를 통해 건강한 조직 문화와 높은 성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개념을 널리 알렸다. 그녀는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이 실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1990년대 연구 자료에서 힘을 얻어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이 실수를 더 많이 한다고?' 그녀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실수를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실수에서 얻은 교훈을 나누는 것이었다.
-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해야 상대방이 안정감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방향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누구나 합리적인 절차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진실을 마주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좋은 아이디어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상황이나 의도치 않은 실수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인류의 역사나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무수히 많은 우연과 실수, 실패가 있다.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흥미로운 뜻밖의 발견 대부분이 사 람들의 미숙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당구공을 만들다 발견된 존 웨슬 리 하이엇 John Wesley Hyatt의 당구공이나 실수로 화학 물질을 엎질렀다 발견 된 일레르 드 샤르도네 Hilaire de Chardonnet의 인조 견사 모두 '지적인 실수에서 비롯한 혁신이다.
- 또한 문제 해결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의 관점이 굉장히 가치 있을 때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비공식적인 연락망, 시행착오, 휴리스틱(실질적인 학습 기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조직의 중 심에 있는 관리자들은 기밀문서와 공식적인 보고서, 연역적 접근을 사용 한다고 한다. 후자의 방식은 우연한 발견의 가능성을 낮춘다., 일례로 레미 에릭슨 Remi Eriksen은 세계 100여 나라에서 운영 중인 노르웨이의 최 대 국제 기업 DNV GL의 CEO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를 돌아다니며 '조직을 관통하는 DNA'를 갖도록 독려한다. 그가 생각하는 전략이란 계획 대로 진행되지 않은 예상치 못한 일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최고의 교육은 미지의 세계로 자신만의 모험을 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리 C. 볼린저, 컬럼비아 대학교 총장)
- 저는 운을 굳게 믿습니다. 열심히 일할수록 운이 더 따랐습니다. (토머스 제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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