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자본주의 ESG

경영 2021. 8. 31. 19:49

- 환경 문제에 따른 피해 비용 계산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비용 부과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 화력발 전소에서 생산된 전기 1kw의 가격은 5센트 정도인데, 이산화탄소가 기후에 미치는 피해를 약 4센트,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4센 트 정도로 환산할 수 있다. 결국 석탄 연료를 사용해 생산된 전기 1kw의 실질적 비용은 약 13센트에 이르게 된다.17 소비자는 실제로는 석탄 연료 비용의 40%만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니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면 9센트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내고도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 애당초 시장 효율성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환경 문제와 같은 비시장적 이슈는 소홀히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자라면 단기 실적에 더 신경쓰면서 환경 문제는 먼 미래의 과제 정도로 미뤄두고도 싶을 것이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도 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신자유주의 사회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기후변화 문제는 자본주의의 위기와 깊이 연결돼 있다. 이 문제를 자본주의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다.
- 투자자가 수익률을 중시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ESG 투자는 앞에서 살펴본 사회책임투자나 지속가능투자와는 수익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사회책임투자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사회적으로 해로운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겠다는 쪽이라면, ESG 투자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라도 돈이 안 되는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 가깝다.

- 자본시장은 집중도가 높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자산운용사 5곳에서 세계 전체 운용 자산externally managed assets의 22.7%를 차지했으며, 상위 10곳에서 34%를 차지했다. 그리고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Vanguard,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가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이들은 미국의 대표 기업군인 S&P 500 기업 88%의 대주주가 된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자 산 운용 성과는 세계 경제 전반의 건강도'에 크게 좌우되며 이들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초대형 자산운용사 및 기관투자자들을 종종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라고 부른다.
재무 이론에 따르면 위험도가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위험을 통제하고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오너들은 이런 방식으로 시스템 리스크system-level risk를 줄이기 어렵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소규모 투자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hedge 하기 위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라든가 기후변화 위험에 처했을 때 필요한 제품 을 판매하는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오너 는 수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험 을 헤지할 방법이 없다.
간단한 예로, 유니버설 오너의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한 기업 이 생산 과정 중에 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면서 큰 이익을 거뒀다 고 가정해 보자. 단기 이익이 크게 뛰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 가는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 문제가 심각해져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둔다고 하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다른 기업들은 모두 추가로 세금 부담을 지게 되고 그들의 이윤도 악화한다. 당연히 이 기업들의 주가는 떨어질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주식 자산을 보유한 유니버설 오너의 전체 수익률 또 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유니버설 오너는 매우 큰 영역을 포괄하고 있기에 일 부 기업의 단기 이익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결국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투자자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유니버설 오너는 경제 전체, 또는 사회 전반의 이득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 물론 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공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도 수탁자 의무에 대한 규정은 애매하며 기업들이 ESG 요인을 보고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체계적이고 공통적인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업 평가에 ESG 요인을 회계 자료처럼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 황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탁자 의무가 ESG 투자를 가로 막는 요인이라고 보는 시각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불충분한 규정 및 제도는 앞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 원래 전략은 특정 기업에게 하는 조언이지,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이란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즉, 일부 기업 은 뛰어난 전략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으므로, 개별 기업에 어떻게 하면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을 지 조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러 기업이 다 같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평균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은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없다. 즉 경쟁 시장에서' '모든 기업이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두 명의 학생에게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지만, 모든 학생을 우등생으로 만들 비법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 중요한 질문은 기업이 CSR 활동을 할 인센티브가 과연 있 는가 하는 문제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몇몇 경영자가 CSR 활동을 통해 이윤도 늘리고 사회적으로 칭찬받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모든 경영자가 두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노력할 인센티브는 발견하기 힘들다. 경영자의 '갑'인 주주가 갑자기 착해지거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 않는 한 말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존재가 드문 착한 투자자'를 전제해 자본주의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는 없다. 결국 논의는 투자자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가 자신에게 높은 주가를 가져다준다는 인식, 또는 그러한 상황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곧 ESG 투자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 '공유 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즉 CSV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자 저명한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와 마크 크레이머 Mark Kramer가 2011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글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그들은 CSV를 기업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적 성공을 함께 달성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하면서, CSV는 '이미 창 출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이를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은 CSV가 자선 활동,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포터가 경영학의 대가이기 때문인지, 이 글은 발표되자마자 학계와 산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CSV가 CSR보다 진화된 개념이며 나아가 ESG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 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CSR 연구자들은 CSV가 기존의 CSR 연 구에서 나온 개념과 별로 다를 것이 없으며, 전략적 CSR의 한 유 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CSV는 CSR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CSV를 따로 다루는 이유는 이 개념이 유명하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다. 도리어 몇몇 핵심적인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포터의 지금까지 업적과 명성에 비추어 볼 때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V 개념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식으로 ESG와 혼용돼 버리면 혼란을 낳을 수 있기에 이를 한번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 포터와 크레이머의 글을 직접 인용해 본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자체가 아니라 공유 가치 창출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모든 이윤은 똑같지 않다. 그러나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자본시장이나 대부분의 경영 이론에서는 이런 생각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목적을 포용하는 이윤이 더 높은 수준의 자본주의 - 기업과 사회의 번영이 선순환을 만들고, 그를 통해 지속가능한 이윤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 공유 가치 창출은 오늘날의 기업 활동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공유 가치는 기업들이 옳은' 이윤 사회 편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이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물론 자본시장은 끊임없이 사회적 요구를 희생시켜가면서라도 이윤을 거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윤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더 많은 기회를 잃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CSV를 통해 자본주의를 개혁하자는 그들의 취지는 이해가 되 지만, 누구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앞뒤 맥락으로 보면 기업에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이, 또는 경영자가,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에서 CSV 추구로 바꾸겠다고 해서 바뀌는 것인가? 또 개별 기업이 잘하기만 하면 CSV는 목표를 달성하고 한 단계 더 높은 자본주의로 가게 되는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현 자본주의의 문제가 '단기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시장' 때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의 특성을 이렇게 봤다면, 진심으로 포터와 크레이머는 기업 경영자가 단기 이윤에 매몰된 주주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CSV를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심지어 그들은 자본시장 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적 요구를 희생시켜서라도 이윤을 거두려 할 것이지만, 그런 이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더 큰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자본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사회적 가치를 희생해가면서라도 이윤을 올리는 데 급급할 것이라고 비 판하면서, 기업이 CSV 덕분에 옳은 이윤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만국의 경영자들이여, (자본가들의 탐욕 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하라!'는 외침처럼 들린다.
- 많은 경제학자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 정도로 '온건한 견해를 피력해온 데 비해, 노벨 경제학상(1976년)을 받은 시카고 대학 교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훨씬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1970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The New York Times Magazine》에 기고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극대화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라는 글에서 기업
에 이윤 극대화 이외의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의 이 글은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의 목적에 관한 연구 와 실제 기업 경영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이해관 계자 자본주의 열풍이 불면서, 그의 주장을 이제는 폐기돼야 마땅 한 구시대의 이론으로, 심하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취급하는 상 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양 극단에서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옹호론자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반대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옹호론자인 알렉스 에드먼즈Alex Edmans가 말했듯이 “프리드먼의 글은 잘못 인용되고 잘못 이해되고 있다. 수천 명의 사람은 심지어 제목 이외에는 읽지도 않고 그의 글을 인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제목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프리드먼의 입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본문을 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즉, 기업은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근로자에게는 저임금을 지급하며 환경을 오염시켜 가면서라도 이윤을 극대 화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착취하는 행동을 조금도 옹호하지 않았다."
- 프리드먼이 기고문에서 주장한 바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책임은 오직 사람만이 진다. 표면적으로는 법인격을 가진 기업이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기업 소유주가 지게 된 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 활동(기부, 봉사 등)은 기업이 아닌 주주, 경 영자, 근로자가 각자 개인 자격으로 기업에서 번 돈으로 원하는 바에 따라 하면 된다.
둘째, 경영자는 주주들에 의해 임명된 대리인으로서 주주 이익, 즉 이윤 극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은 법률에 규정되고 윤리적 관습으로 체화된 사회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만약 경영자가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졌다면, 이는 자신을 고용한 주주의 이익에 합치하지 않는 방향으 로 행동했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법에서 정한 수준 이상으로 오염 을 막기 위해 지출하거나, 빈곤 퇴치에 기여하기 위해 적임자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실업자를 고용하는 행동은 경영자가 자기 자신 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돈을 더 쓰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사람 의 돈을 활용해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원래 정부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 경영자는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이 정치적 관점에 따라 이 루어지면 시장기구가 아닌 정치적 메커니즘이 자원을 배분하는 셈이 되어 시장경제 체제의 장점이 사라진다. 프리드먼은 기업들 은 시장을 통해서 사회적 후생을 창출하고, 그 이외의 사회적 목적은 정부가 별도의 정치적 프로세스를 통해서 해결함으로써 시장과 정부의 영역을 분리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시장은 '만장일치의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시장 거래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래를 통해 이 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시장 거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계약과 거래에서는 참여자들 이 함께 누리는 공유 가치와 거래에서 지켜야 할 개인적 책임 이 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그에 비해 정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즉, 개개인 은 특정 사회적 이슈에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다수결 원 칙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면 거기에 따라야 한다. 물론 시장 역시 완벽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다수결에 기반을 둔 정치적 결 정이 필요한 영역도 존재한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사회적 책임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거의 모든 활동이 정치 영역화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다섯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장기 이익에 합치하 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대기업의 경우, 그 지역사회에 사회적 기여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수한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근로자들의 파업·태업을 줄일 수 있는 등 기업 경영에 바람직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신경 쓸 때 긍정적 효 과가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대기업 경영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발언을 남발하는 것은 이윤 추구가 사악하고 비도덕 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힘에 의해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널리 퍼뜨리고 기정사실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는 사회가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행동을 하면서 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그 자체를 경계하는 것이다.
- 프리드먼이 주장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프리드먼이 주장한 적이 없는데 마치 그가 주장한 것 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프리드먼은 '주주 지상주의shareholder supremacy'를 강화해 경영자들이 단기 이윤에 몰두하도록 만들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의 주장 속 '이윤'은 단기 이윤이 아니라 장기 이윤을 뜻한다. 프리드 먼이 '장기적인 이윤 극대화'를 의도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영자들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챙기는 행동도 그에게 있어서는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여졌을 거라고 추론할 수 있다.
둘째, 첫 번째 결론은 자연스럽게 프리드먼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무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로 연결된다. 그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고 윤리적 관습으로 체화된 사회 규칙을 기업 모두가 준수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물론 수많은 기업이 지금까지 이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해왔고, 이것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를 낳은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폐해에 대해, 마치 프리드먼이 맹목적인 이윤 극대화를 주장해서 발생한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프리드먼은 몰염치하게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경영자들을 지지하지 않았다. 종종 그의 이론이 경영자의 과도한 보상을 정당화했다는 식으로 오해받고 있으나, 그는 도리어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대리인 문제'를 더 경계했다.
결론적으로, 프리드먼은 기업이 이해관계자 이익을 챙기는 행동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이 그런 행동을 하려면 주주들의 동의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의 영역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자원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할 영역이며, 경영자가 주주에게 이윤 극대화 이외의 목적 추구를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계약의 집합체가 곧 기업이고, 따라서 한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에게 손해가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프리드먼의 주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쉽게 이해될 것이다.
- 미국 MSCI의 ESG 등급 평가 
기업의 ESG 등급 평가 논리와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1) 평가는 데이터 수집부터 시작된다. 평가기관들은 기업들이 공개한 자료는 물론이고, 개별 기업 면담, 미디어, 정부, NGO 자료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한다.
(2)0 데이터를 분석해 한 기업의 ESG 관련 리스크 요인이 동종 의 타 기업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exposure scores 그리고 그 기업의 상대적인 ESG 관리 역량은 어느 수준인지management scores를 정량적인 지수metrics로 나타낸다. 리스크 요인 항목은 80개 지수, 관리 역량 항목은 600개의 정책 및 프로그램 지수와 240개 성과 지수로 구성돼 있다.
(3) 리스크 요인 및 관리 역량 지수를 37개의 ESG 이슈별로 묶 어서 각 이슈에 대해서 0부터 10까지의 범위로 평가 점수를 매긴다.
- 한 예로, 823개 미국 기업에 대해 5개 평가기관이 부여한 ESG 평가 점수를 사용해 두 평가기관 간의 평가 점수 상관계수를 비교 한 연구에 따르면, 상관계수는 0.42에서 0.73 범위의 값으로 나타 났고 평균값도 0.61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평가기관에 따라 결과 가 천차만별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그에 비해 기업의 신용등급 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무디스와 S&P가 부여한 기업의 일 반 신용등급 사이의 상관계수는 0.986으로 매우 높다.
이처럼 신용등급에 비해 ESG 등급은 평가기관과 기준에 따라 워낙 편차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 자료를 근거로 투자 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평가받는 기업 입장에서도, ESG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할까? 같은 연구에 따르면, 평가 결과의 차이는 '통합 차이aggregate divergence', 측정 차이measurement divergence'라는 두 가지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통합 차이는 다시 범위scope 차이, 가중치weight 차이로 나눌 수 있다. 범위 차이는 평가기관에 따라 예컨대 '관계사 거래'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는지의 차이에 기인하고, 가중치 차이는 각 항목 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 기인한다. 그에 비해 측정 차이는 같은 항목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근로 조건' 항목을 측정하면서 종업원 이직률을 사용할 수도 있고, 노동 관련 분쟁 건수를 사용할 수도 있다.
- MSCI ESG 인덱스 중에서 예컨대 ESG Screened 인덱스는 무기, 화력발전 등 ESG 기준에 맞지 않는 몇몇 종목만을 배제한 것을 제외하고는 벤치마크 인덱스와 동일하다. ESG Universal 인덱스는 여기에 ESG 상위 등급 종목의 비중을 늘리고 하위 종목 비중을 줄였을 뿐이니 일반 펀드와 크게 달라질 여지가 없다.
ESG 통합 투자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ESG 통합 투자는 기존의 기업 가치 산정 방식에 ESG 요인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ESG 요인을 감안함으로써 일부 종목이 추가 혹은 배제되거나 종목별 비중이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있을 여지가 없다.
ESG 요인만 고려하거나 최소한 ESG 요인 반영 비율을 크게 올려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MSCI ESG 인덱스 중에서 ESG Leaders, MSCI SRI 인덱스는 ESG 상위 등급 기업만을 편입한 사례로, 일부 ETF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ESG 요인만을 고려해 ESG 등급이 낮지만 성장성이 좋은 기업들을 다 배제함으로써 펀드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에 못 미치는 상황이 되면 ESG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
- 기업은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비용 지불 없 이 과다하게 배출하고 있다. 이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여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대표적인 규제 정책이다. 1990년 세계 최초로 핀란드가 탄소세를 도입한 이후, 1990년대 초반 덴마크, 스웨덴, 노 르웨이 등의 다른 북유럽 국가들이 탄소세를 도입했고, 2019년 기준으로 25개국, 4곳의 주 정부에서 탄소세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또한 탄소세와 비슷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개별 기업에 일정한 탄소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 기업은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그 잉여분을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한 기업에 판매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범국가 단위(EU) 1곳, 국가 단위(한국, 스위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4곳, 지역 단위 15곳에서 배출권 거래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부터 시행했는데, 2021년부터 제3차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됐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기준으로 매년 배출 총량을 정하고 이를 기업별로 할당한다. 제3차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그 전에 비해 대상 업종 확대, 유상 할당 대상 및 비율 확대, 이전보다 엄격한 할당량 책정기준 적용 등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히 늘었다. 예컨대, 탄소 배출이 많은 발전, 철강, 정유 기업들의 경우, 할당량은 줄어들고 유상 할당이 늘어남에 따라 영업이익의 1% 이상을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행되는 탄소세와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합하더라도 전세계 온실가스의 약 20%만이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 탄소 다량 배출 국가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두 제도 모두 도입하지 않았고, 중국도 일부 지역(베이징 등 8개 도시)에서만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급으로 시작하는 주식투자  (0) 2021.09.12
선택설계자들  (0) 2021.08.31
세렌디피티 코드  (0) 2021.08.31
우리는 독점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0) 2021.08.28
이와타씨에게 묻다  (0) 2021.08.28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