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없이 살아가는 부족은 생각보다 많다. 수학을 배울 정도의 지능이 있고 숫자 체계도 갖췄지만 수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는 뜻이다. 그 부족들은 대개 눈썰미가 좋고 이를 통해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한다. 결과물도 꽤 훌륭하다. 측정 도구도 없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숫자 없이 어떻게 상거래가 가능할까? 어떻게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비축해야 할 식량의 양을 짐작하고 강 위에 다리를 놓을까? 지난 수십 년간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을 연구한 끝에 몇 가지 답을 찾았다. 그중 하나가 우리 뇌의 특정 부위 가 수량을 짐작하게 해준다는 이론이다. 그 기능 덕분에 수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별 문제 없이 물건의 길이를 대략 짐작하고 직각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수 있다.
수량과 관련된 우리 뇌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뇌는 4보다 작은 수를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특별히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사과가 1개인지 2개인지를 아는 것이다. 둘째는 많은 양의 인식, 셋 째는 도형 인식이다. 독도법圖法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지 도를 보고 대강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세 번째 기능 덕분이다.
- 언젠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높은 안전성이 지방 과다증, 즉 비만을 유발한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놀이터가 안전할수록 거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아이들이 너무 살이 찌는 건 싫으니 이제부터 아이들을 좀 더 위험한 놀이터로 내보내야 할까? 안전한 놀이터가 정말 아이들을 피둥피둥하게 만들까? 그럴 리는 없다고 본다. 모르긴 해도 최근 들어 놀이터의 안전도가 높아졌고, 비슷한 시기에 마침 아이들이 예전보다 뚱뚱해졌다는 사실이 어느 학자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 학자는 아마도 “오! 이럴 수가!"를 외치며 둘 사이의 상관관 계를 연구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학자의 연구 결과를 기꺼이 받 아쓰며 곧바로 기사화했을 것이다. 통계는 이렇듯 쉽게 사람을 현혹한다. 거기에 낚이지 않으려면 두 눈을 크게 부릅떠야 한다.
- 남녀 임금격차 (85%)는 동일한 노동을 했을 때의 격차가 아니다.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남성 전체와 여성 전체를 비교했 을 때 여성이 15% 덜 받는다는 뜻이다. 전체 여성의 평균 연봉이 낮은 까닭은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기업 간부들의 성비를 떠올려보라. 여성이 훨씬 적을 것이다. 간병이나 간 호 등 전형적인 여초 직종의 임금이 경찰 같은 남초 직종의 임금보 다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를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평균임금을 단순 비교 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남녀 간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예컨대 여성이 임신으로 경력이 단절된 이후에도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게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전형적인 여성 직종의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 단순 비교 수치 하나만을 기준으로 여성차별을 논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통계는 세상을 왜곡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바로 평균 때문이다. 소득 증가율도 세대원의 소득 총합을 단순히 세대원 수로 나눈 값이다. 남녀의 소득격차도 평균값이다. 문제는 평균값 뒤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남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과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도 평균값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 너머에 숨은 여러 변수를 깡그리 무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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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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