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나온 한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가 아직 기계보다 뛰어난 것은 통계 전문가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뇌는 끊임없이 확률과 불 확실성을 다루면서 배우는 능력을 최적화한다. 진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복잡한 알고리즘을 구축해 자신이 배운 것과 관련된 불확실성 을 추적하는 듯하다. 그리고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확률에 대한 더없이 면밀한 관심이야말로 각 정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최적의 방법 이다.
최근 실험 결과들이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심지어 아기들도 확률을 이해한다. 태어날 때부터 아예 뇌 회로에 확률 개념이 깊이 새겨진 듯하다. 아이들은 어린 과학자들처럼 행동한다. 뇌에는 이런 저런 가설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 가설들은 경험을 테스트하는 과학적 이론을 닮았다. 인간의 학습 논리에는 무의식적으로 확률을 가지고 추론하는 것이 깊이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잘못된 가설을 배척하고 데이터와 맞아 떨어지는 이론만 유지한다. 다른 동물 들과 달리 인간은 이런 확률을 활용해 외부 세계로부터 과학적 이론 들을 획득한다.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사고를 구체화할 수 있으며 관측을 통해 생각에 타당성을 갖춘다.
- 배움의 네 기둥'에서는 뇌를 오늘날 알려진 학습 도구들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학습 도구로 만들어 주는 몇 가지 방법을 얘기할 것이다. 네 기둥들, 이 네 필수 메커니즘이 우리의 학습 능력을 좌지우지한다. 배움의 첫 번째 기둥은 '주의atention 이다. 적절하다고 보는 신호들을 선정하고 확대하고 전파하는 뇌 회로들의 세트로, 기 억 속에서 그 신호들의 영향력을 100배 증가시켜 준다. 배움의 두 번째 기둥은 '적극적 참여active engagemen? 이다. 소극적인 유기체는 거 의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배우려면 동기와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 적으로 이런저런 가설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기둥, 그러니까 적 극적인 참여의 뒷면은 에러 피드백error feedbac)'이다. 세상이 예측과 전혀 달라 깜짝 놀랄 때마다 뇌에서는 에러 신호들이 퍼진다. 그리고 그 신호들이 우리의 내부 모델들을 바로잡고, 부적절한 가설들 을 제거하며, 가장 정확한 가설들로 안정화시킨다. 배움의 네 번째 기둥은 '통합consolidation'이다. 시간이 지나면 뇌는 획득한 것들을 모아 장기 기억으로 보내며, 뇌신경 원천들을 풀어 추가 학습을 한다. 이 통합 과정에서는 반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지어 수면은 활동이 정지되는 시간이 아니라, 뇌가 더 빠른 속도로 과거 상태들을 재방 문해 낮에 획득한 지식을 재암호화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배움의 네 기둥은 보편적이다. 아기와 아이 그리고 모든 연령대의 성인이 자신의 학습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계속 이 네 기둥을 활 용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네 기둥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을 배워 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배우는 걸 배우는 방식이다. 결론에서는 이 모든 과학적 발전의 현실적 결과들을 둘러볼 것이다. 학교와 집과 직장에서 우리의 습관 내지 관행을 바꾸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복잡하지 않다. 놀이와 호기심, 사회화, 집중 그리고 수면과 관 련된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들이 우리 뇌의 가장 큰 재능인 배움과 학습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다.

- 본질적으로, 지능은 체계적이지 못한 정보를 유용하고 실행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인공지능 기업 구글 딥마인드(2017) 설립자)
- 배움이란 무엇일까? 라틴어에서 온 많은 영어 단어들 중에서 learning(배움)은 apprehending(붙잡음)과 뿌리가 같으며, 이는 프랑스어 apprendre,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aprender에 해당한다. 실제로 배움은 현실의 일부를 움켜쥐어 그걸 뇌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인지과학에서 배움은 마음속에 세상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배움을 통해 감각에 닿는 미가공 데이 터가 정제된 아이디어로, 즉 새로운 맥락에서 재활용될 수 있는 추상적이고 규모도 작은 현실 모델로 변한다.
- 배움의 정의는 무엇일까? 내가 내리는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배움이란 외부 세계의 내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전혀 의식 못 할 수 있지만, 당신의 뇌는 외부 세계의 내부 모델 을 수천 개씩 만들어 낸다. 비유해 보자면 그 내부 모델들은 자신들 이 대변하는 현실에 충실한 미니어처 모형들과 같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뇌 속에 우리 집과 동네에 대한 마음속 지도가 있어, 눈 만 감으면 생각으로 그 마음속 지도를 떠올릴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중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이런 마음속 지도를 가진 게 아니며, 이는 배움을 통해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마음속 모델들은 대개 무의식적이며 그 풍부함이 우리의 상 상력을 뛰어넘는다. 
- 인공지능은 지금 이 같은 감독되지 않는 학습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 기계가 비디오게임 하는 법을 배울 때, 그저 가장 좋은 점수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시만 받을 뿐이다. 그 누구도 그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미리 알려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떻게 그리 빨리 스스로 올바른 게임 방법을 알아내는 것일까?
이런 도전 과제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걸 고안했다. 이 학습법에 따르면, 시스템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전혀 가르쳐 주지 않으며(어떻게 알고 가르쳐 준단 말인 가), 단지 보상reward만 해 준다. 양적 점수 형태의 평가만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계는 점수를 바로바로 받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인 행동을 하고 한참 지나서 점수를 받기도 한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a가 체스와 체커 그리고 바둑을 두는 기계를 만들면서 쓴 학습법이 이 같은 지체되는 강화 학습법'이다. 이 학습법에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다. 게임이 끝난 뒤에야 시스템이 게임에 이겼는지 졌는지 알 수 있는 한 가지 보상 신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게임중에는 아무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고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기계는 게임 중 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어떻게 알까? 그리고 마지막에 점수를 알고 난 뒤, 대체 어떻게 자신이 내린 결정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며 평가해 볼 수 있는 걸까?
컴퓨터 과학자들이 찾아낸 해결책은 동시에 두 가지 일, 즉 행동 과 자기평가를 하도록 기계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비평가 critie 라 불리는 시스템의 절반은 최종 점수를 예측하는 법을 배운다. 이 인공신경망의 목표는 마지막 보상, 즉 내가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 내 균형 상태는 안정적인가? 아니면 곧 고꾸라질 것인가?'를 예 측하기 위해 최대한 정확히 게임 진행 상태를 평가한다. 기계의 절 반을 차지하는 이 비평가 덕에 시스템은 게임이 끝나는 순간뿐 아니라 게임 중 매 순간마다 자신의 행동들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 기계의 절반인 행동가acto’는 이 평가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다. 잠깐! 비평가가 질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
는 거 보니, 이런저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낫겠군!'
계속적인 시행착오를 거치며 행동가와 비평가는 함께 발전한다. 한쪽은 가장 효율적인 행동들을 하는 데 집중하면서 현명하게 행동 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한쪽은 그 행동들의 결과를 훨씬 더 정확히 평가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지금까 진 좋아!”라고 외치는 유명한 사람과는 달리, 행동가-비평가 네트워 크는 궁극적으로 놀라운 통찰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은 아직 지지 않은 게임들이라는 방대한 바다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게임과 패 배에 이르게 될 게임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행동가 비평가 조합은 오늘날의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들 중 하나이다. 
- 우리 모두 같은 초기 뇌 구조, 같은 핵심 지식, 추가재능을 습득 할 수 있게 해 주는 같은 학습 알고리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 국 같은 개념들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분야가 독서든 과학 이든 수학이든, 그리고 눈이 멀었든 귀가 멀었든 말을 못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같은 인간의 잠재력이 있다. 영국 철학자 로저 베이컨 Roger Bacon(1220-1292)은 13세기 때 이미 이런 말을 했다. “수학 지식은 거의 타고나는 것으로 (......) 이는 가장 쉬운 과학이며, 그 누구의 뇌 도 그걸 거부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비전문가들도 전혀 글을 모르 는 사람들도 수를 세고 계산하는 건 할 줄 안다.” 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떤 침팬지도, 앞서 말한 대로 태어날 때 인간의 가정에 입양된 침팬지조차 몇 단어 이상 입 밖에 낸 적이 없고 몇 문장 이상 만든 적이 없지만, 인간 아기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습득하려는 강력한 욕구가 없는 아이는 없다. 간단히 말해, 개인적 차이는 실재하지만, 거의 늘 종류의 차이라기보다는 정도의 차이이다. 신경생물학적 차이가 실제의 인지능력 차이로 발전되는 것은 뇌 조직화의 정상 분포에서 오직 극단적인 경우뿐이다. 발달장애를 앓는 아이들은 대체로 뇌 조직화의 정상 분포에서 극단에 있다. 그런 아이들의 뇌는 임신 기간 중에 신경세포 이동 및 뇌 회로 자기조직화가 유전되는 발달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 물론 우리의 뇌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록하지 는 않는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들만 시냅스들 안에 새 겨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시냅스 가소성은 방대한 신경전달물 질 네트워크에 의해, 특히 어떤 일들이 기억해야 할 만큼 중요한지 를 알려 주는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네 트워크에 의해 조절된다. 도파민은 음식과 섹스, 약물 그리고 심지 어 로큰롤 같은 보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 회로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우리가 '중독된 모든 자극들에 표시 를 해 두며, 뇌의 나머지 부분들에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긍정적이고 좋다는 신호를 보낸다. 반면에 아세틸콜린은 보다 일반적으로 모든 중요한 순간들에 관여한다. 그리고 그 효 과는 대단하다. 당신은 세계무역센터 테러 공격이 있었던 2001년 9 월 11일에 한 일들을 아주 소상히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날 많 은 신경전달물질이 당신의 뇌 회로에 폭풍우처럼 밀어닥쳐 당신의 시냅스들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뇌의 한 회로, 주로 강력한 감정에 의해 활성화되는 피질 밑 신경세포 집단인 편도체는 특히 중요하다. 편도체가 인근 해마에 신호들을 보내면 해마에 중 요한 에피소드들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뇌의 감정 회 로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사실들은 주로 시냅스 변화들 을 통해 강조된다.
- 시냅스가 학습의 척도는 아니며, 뇌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유일 한 메커니즘도 아니다. 우리가 뭔가를 배울 때, 새로운 시냅스가 폭 발적으로 늘면서 신경세포들 역시 수상돌기와 축삭돌기라는 새로 운 가지를 뻗는다. 시냅스와는 별도로 유용한 축삭돌기들이 자신을 미엘린이라는 절연 피복으로 감싸는데, 이는 절연을 위해 전선을 감 싸는 접착테이프와 비슷하다. 축삭돌기가 더 많이 사용될수록 이 피 복은 더 많은 층을 형성하고, 그 결과 절연 효과도 좋아져 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이라는 게임에 참여하는 건 비단 신경세포뿐만이 아니다. 학습이 진전되면 신경세포를 둘러싼 모든 환경 또한 변화한다. 신경 세포들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치유도 하는 주변 교세포들과 신경세포들에 산소와 포도당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 및 정맥 혈관 네트워크도 변화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전체 신경세포 회로는 물 론 그 지원 구조도 변화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모든 학습에서 시냅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견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소뇌에 있는 특수 한 신경세포인 푸르키녜 세포가 시간 간격을 기억할 수 있으며, 시 냅스는 사실 학습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억 메커니즘이 순전히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걸로 보인다는 것 이다. 23 시간 차원(소뇌가 전담)은 시냅스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진화 방식으로 기억 속에 저장된다. 각 소뇌 신경세포는 DNA 속의 안정 된 화학적 변화를 통해서 혼자 힘으로 여러 시간 간격들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 우선 '빈 서판 추정은 분명히 잘못됐다. 아기들의 뇌는 태어날 때 이미 상당한 핵심 지식을 갖고 있다. 신생아들은 이미 앞으로 살면서 부딪칠 환경 에 대한 보편적 추정을 이미 충분히 가지고 태어난다는 얘기이다. 아 기들의 뇌는 태어날 때 이미 잘 조직화되어 있고, 물체, 사람, 시간, 공간, 숫자 등 모든 종류의 영역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인다. 아 기들은 통계학적 능력도 대단하다. 태어나자마자 이미 신출내기 과 학자처럼 행동하며, 정교한 학습 능력으로 세상에 대한 가장 적절한 모델들을 스스로 만든다.  또한 아기들의 뇌 속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큰 신경섬유 덩어 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뇌 가소성을 통해 자신의 단말 연결들을 재조직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마다 수백만 개의 시냅스에 가소성 변화가 일어난다. 학교에 보내 풍요로운 환경을 마련 해 주면 아이의 뇌는 크게 향상되며 평생 지니고 다닐 다양한 능력 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런 뇌 가소성에는 제한이 있다. 시간과 공 간(대략 몇 밀리미터)의 제약을 받으며, 많은 뇌 회로들이 생후 몇 개월 이나 몇 년 후면 폐쇄되기 시작한다.
- 나는 이 신경세포 재활용 가설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요소를 빠른 속도로 배우는 것과 느릿한 진화 과정에서 생물학 원리에 의해 낡은 것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다른 많은 상황들을 구분하고 싶었다. 사실 자연선택에 의한 다윈의 진화 과정에서 낡은 물질들이 새로운 용도로 쓰이는 일은 흔하다. 유전적 재조합을 통해 아주 오래된 기관들이 혁신적이고 멋진 기계처럼 탈바꿈하기도 한 다. 그 좋은 예가 새의 깃털이다. 이 오래된 체온 조절 장치는 하늘 을 나는 공기 역학 장치로 바뀌었다. 파충류와 포유류의 다리는? 옛 날 옛적에는 지느러미였다. 노벨상을 수상한 프랑스 생물학자 프랑 수아 자코브Francois Jacob (1920-2013)는 진화란 위대한 땜장이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그의 연구실에서는 폐가 부유 기관으로 바뀌었고, 오 래된 파충류의 턱 조각이 내이inner ear(귀의 가장 안쪽에 있는 평형 및 청각 기관 옮긴이)로 바뀌었으며, 심지어 굶주린 육식 동물의 비웃음이 모 나리자의 미묘한 미소로 바뀌기도 했다.
- 최근의 기술로 원숭이가 새로운 기술을 습 득할 때 여러 주 동안 수백 개의 동일한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기록 할 수 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재활용 가설의 검증도 가능해졌다. 그 리고 그걸 통해 신경세포 재활용 가설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간단하면 서도 근본적인 예측도 가능해졌다. 학습으로 특정 뇌 회로 내 신경 세포 암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신경세포 재 활용 가설에서 예측하듯, 학습이 오직 뇌 회로의 방향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최근의 실험에서 연구진은 원숭이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 뒤 교육을 통해 자신의 뇌를 제어하는 법을 배우게 했다. 커서를 오른쪽으로 가게 하려면 특정 뇌 신경세포 10개를 활성화해야 하고, 커 서를 위로 올라가게 하려면 다른 뇌 신경세포 10개를 활성화해야 한 다는 식의 교육을 시킨 것이다. 11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몇 주 후 원숭이는 마음먹은 대로 커서를 움직이려면 임의로 고른 신경세포 10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걸 배운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것이다. 원숭이는 교육 받기 전 자신의 뇌 피질이 자연스레 하던 신 경세포 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신경세포 활동을 요구받을 경 우에만 커서를 움직일 수 있었다. 즉 원숭이에게 가르치려는 신경세 포 활동은 재훈련을 받는 뇌 회로들의 원래 레퍼토리에 있던 신경세 포 활동이어야 했다.
- 이 연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뇌 회로들의 역학에 한 계가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 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신경세포 활동을 전부 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론상 100개로 이루어진 신경 세포 집단 안에서 뇌 활동은 100차원 공간에 걸쳐 이루어져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상태(각 신경세포가 따로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된다는 걸 고 려하면, 이 수는 2의 100승을 넘는다)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뇌 활 동은 이 거대한 우주의 극히 일부에만 미치며, 대개는 10차원 정도 로 제한된다. 이를 염두에 두면 학습에 대한 제약은 다음과 같이 간 단히 정리된다. 원숭이는 우리가 그 뇌 피질을 향해 이처럼 이미 존 재하는 제약에 맞춰 보라고 할 때에만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다. 반면에 원숭이에게 이전의 뇌 활동에서 전혀 관찰된 적 없는 신경세 포들을 활성화시키라고 하면 참담한 실패를 하게 된다.
습득한 행동 그 자체가 완전히 새로울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언젠가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가 컴퓨터 스크린 상에서 커서를 완전히 제어하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을 가능케 하는 신경세포 상태는 피질 활동 패턴들에 맞춰져야 한다. 이런 결과는 신경세포 재활용 가설의 다음과 같은 예견이 옳다는 걸 입증해 준다.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데 뇌 피질 회로들의 급격한 변화는 필요 없고 그저 기존 피질 회로들의 조직만 다른 용도로 변화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 만일 뇌 피질의 조직화를 결정짓는 게 경험이라면, 만지고 듣는 걸로 세상을 배운 우리의 눈 먼 수학자들은 수학을 할 때 눈이 잘 보이는 수학자들과 아주 다른 뇌 부위들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경세포 재활용 가설에 따르면 수학자들의 뇌 회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애초부터 특정 뇌 영역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변경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우리 가 눈 먼 세 수학 교수들의 뇌를 스캔하는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우 리가 예측한 대로 어떤 수학 명제를 머릿속에 떠올리거나 그 참값을 낼 때, 그 세 수학자들의 뇌 안에서는 눈이 잘 보이는 수학자들과 마 찬가지로 두정엽과 전두엽 일대가 활성화됐다. 감각 경험과는 무관하게 뇌의 두정엽과 전두엽 영역만이 추상적인 수학 개념에 반응한 것이다.
- 수학자의 뇌는 대체 어떻게 그 복잡한 수학 등식에 대해 이렇듯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할까? 뇌 영상촬영을 해 보면 이 같은 수학 등식은 좌뇌와 우뇌 양쪽 모두의 후두부 측면을 파고든다. 수학 교육 을 받은 수학자의 이 뇌 영역은 대수식에 대해 일반인보다 훨씬 크게 반응한다. 그리고 여기서도 역시 얼굴 인식 기능과의 경쟁이 목 격된다. 단 이번에는 얼굴에 반응하는 피질 영역들이 좌뇌와 우뇌 모두에서 위축된다.  읽기를 배울 때는 얼굴 인식 기능이 좌뇌에서 밀려나 우뇌로 이동하지만, 숫자와 수학 등식을 깊이 파고들 때는 좌뇌와 우뇌 모두에서 얼굴 인식 기능이 영향을 받으며, 결국 얼굴인식 시각 회로 자체가 크게 위축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수학 등식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고 이웃은 물 론 자신의 개, 심지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까지 몰라보는 괴짜 수학자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연구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 모든 일에 무심한 수학자에 대한 일화와 농담이 많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수학자와 외향적인 수학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성적인 수학자는 당신과 얘기하면서 자기 신발을 쳐다본다. 그러나 외향적인 수학자는 당신과 얘기하면서 당신의 신발을 쳐다본다.
- 사실 우리는 얼굴에 대한 뇌 피질 반응의 감소가 사회성 부족(이는 사실 잘못된 믿음에 더 가까워, 많은 수학자들은 사회성이 뛰어나다)과 직접 연관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인과 관계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수학자들의 경우 평생 수학 공식을 다루다 보니 얼굴에 대한 반응이 약해지는 걸까? 아니 면 반대로 수학 공식을 푸는 게 사회적 교류를 하는 것보다 더 쉽다. 보니 등식의 바다에 빠져 지내는 걸까? 그 답이 무엇이든 피질 경쟁 은 엄연히 실재하는 현상이며, 얼굴에 대한 우리 뇌의 반응은 학습 또는 학교 교육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해, 뇌를 스캔해 보면 어떤 아이가 수학이나 음악 또는 읽기를 배웠는지 여부를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이다. 
- 모든 연구 결과가 놀랍게도 한 가지 사실로 귀결된다. 즉 어린아 이의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면, 그 아이가 더 나은 뇌를 가진다. 는 것이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 음성 언어를 관장하는 뇌 회로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강해진다. 그리고 뇌 피 질 경로들이 강해지면, 훗날 그 아이는 글을 잘 이해하게 되고 복잡한 생각도 잘 표현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 두 언어를 쓰 는 가정에 태어난 아이는 각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모국어로 말 하는 멋진 선물을 주게 되어, 별 노력 없이 무료로 두 가지 어휘, 두 가지 문법, 두 가지 문화를 습득하게 된다.  결국 두 언어에 익숙해 진 아이의 뇌는 평생 두 언어 처리는 물론 제3, 제4의 언어를 습득하 는 데도 더 나은 능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런 아이의 뇌는 훗날 나이 가 들어서도 알츠하이머병으로 뇌가 황폐해지는 일에 더 오래 저항할 수 있는 걸로 보인다. 또한 올빼미가 프리즘 안경 쓰는 법을 배워 평생 더 다양한 수상돌기를 유지하고 한 행동에서 다른 행동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커지듯, 발달 중인 아이의 뇌에 뭔가 자극을 주는 환경에 노출시키면 그 뇌가 더 많은 시냅스, 더 큰 수상돌기 그리고 더 유연한 뇌 회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초기 학습 능력을 다양화시켜 주자. 아이의 뇌가 얼마나 멋지게 꽃 피우는가 하는 것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얼마나 풍부한 자극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

- 주의는 적절한 정보를 선별하는 데 워낙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뇌의 여러 회로 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심리학자 마이클 포스너Michael Posner는 중요한 주의 시스템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한다.
1. 경계: 언제 주의를 집중할지 알려주고 우리의 경계 수준을 조정해 준다. 
2. 정향: 무엇에 주의를 집중할지 알려주고 주의의 대상을 확대 시켜 준다. 
3. 집행: 주의를 기울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고, 주어진 일에 적합한 절차를 선택하며, 그 집행을 제어한다.
이 세 가지 시스템이 뇌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 배움을 촉진하지만, 배움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 요즘 부모들과 교사들은 아이들이 컴퓨터와 태블릿, 게임 콘솔에 빠져 지내다가 곧 다른 활동을 하는 등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비디오게임은 사실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여 준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비디오게임이 성인과 아이 모두의 시냅스 가소성을 재활성화시 키는 역할을 할까? 비디오게임이 주의를 집중시키는 강력한 자극제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연구실에서 인지과학 원칙들을 토대로 다양한 수학 및 읽기 교육용 태블릿 게임들을 개발한 것 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비디오게임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사회적 고립, 시간손실, 게임 중독처럼 잘 알려진 문제들을 야기한다. 다행히 뇌의 사회적 감각을 살리면서 동시에 경계 시스템의 효과를 십분 발휘하는 방법들은 많다. 학생의 주의를 사로잡는 교사, 독자를 끌어들이는 책, 관객들을 사로잡아 실제 같은 경험을 하게 하는 영화와 연극 역시 우리의 뇌 가소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 프랑스 철학자 알랭Alain (1868-1951)은 이런 말을 했다. “주의를 두는 기술은 위대한 기술이지만, 가장 위대한 기술인 주의를 두지 않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주의를 집중하는 일에는 무시할 것을 선택하는 일도 포함된다. 한 대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면, 다른 수많은 대상은 어둠 속에 묻혀 있어야 한다. 
- 간단히 말해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두 가지 학습 모드를 병 행한다. 하나는 뛰어난 과학자처럼 외부 세계를 상대로 각종 가설을 직접 검증해 보는 적극적 학습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적인 검 증 없이 다른 사람들이 전해 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적 학 습 모드이다. 문화적 래칫 효과를 통한 두 번째 학습 모드는 지난 5 만 년간 인간 사회를 엄청나게 발전시켜 온 모드이다. 그러나 첫 번 째 학습 모드를 특징짓는 비판적 사고가 없다면, 두 번째 학습 모드 는 가짜 뉴스의 확산에 취약해진다. 지식에 대한 적극적 검증, 단순 히 전해들은 말의 수용 거부, 각종 의미에 의한 개인들의 구성은 잘 못된 구전과 가짜 전문가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여과 장치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두 가지 학습 모드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학생은 선생님의 지식에 관심과 신뢰를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자주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자기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 프랑스 영화감독 크리스 마르케 Chris Marker가 만든 컬트영화 〈활주로 La Jetee)에서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심오한 진리가 담긴 듯한 말을 한다. “기억들은 평범한 순간들과 구분이 되지 않으며, 나중에야 뒤늦게 그 상처들로 인해 스스로 구분되게 된다." 멋진 말이지만...... 맞는 말은 아니다. 뇌 스캔을 해 보면, 살면서 일 어나는 일 중에 기억에 새겨질 일은 기억 암호화가 시작되는 순간 이미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을 일들과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까 더 깊은 차원에서 처리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저 어떤 단 어와 이미지를 보고 있는 순간에 뇌 스캔을 해 보면, 우리는 각 자극 중 이후에 어떤 자극이 잊히고 어떤 자극이 기억될지 예측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예측 변수는 어떤 자극이 전두엽 피질과 해마와 주변 해마 곁 피질 영역 내에서의 활동에 의해 일어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영역들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가 해당 단어들과 이미지들이 뇌 속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처리되는지를 보이며, 그런 자극들 이 기억에 남길 흔적의 강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무의식적 이미 지는 감각 영역으로 들어오지만, 전전두엽 피질 안에서는 미약한 활성화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미약한 활성화도 주의와 집 중, 처리 깊이, 의식적 인식에 의해 쓰나미 같은 활성화로 변화되어, 전전두엽 피질을 파고들어 이후의 기억이 극대화된다.

-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교육학 분야에서의 최근 발전들 덕에 우리는 이제 우리 뇌의 학습 방식에 대해 상세한 지식 을 갖고 있다. 그 결과 이제 학습에 대한 다음과 같은 우리의 잘못된 생각들은 대부분 폐기되어야 한다.
* 아기들은 빈 서판blank state 상태와 같다. 아니다. 아기들은 생후 1 년만 되어도 이미 물체와 숫자, 확률, 공간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 아이의 뇌는 주변 환경의 구조를 그대로 빨아들이는 스펀지와 같다. 아니다. 전신마비 상태에 눈까지 멀게 된 브라질의 이야기 꾼 펠리페나 케임브리지대학교 루카스 석좌 교수가 된 맹인 수 학자 니콜라스 손더슨을 생각해 보라. 이 두 사람의 경우는 감각 입력 정보가 제대로 또는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도 추상적인 아이디어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 준다. 
* 뇌는 입력 정보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신경망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다. 우리의 뇌 속에는 태어날 때부터 이 미 큰 신경섬유 덩어리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아무리 필요한 것 이라 해도 뇌 가소성은 대개 마지막 몇 밀리미터의 시냅스 연결 들에만 영향을 미친다. 
* 데이터나 강의에 단순 노출만 되어도 학습은 수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아니다. 그와 반대로, 인지심리학과 뇌 스캔에 따르면 아 이들은 신출내기 과학자와 같아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설들을 만 들어 내며, 또 뇌는 늘 깨어 있는 기관이어서 자신이 외부 세계에 투영하는 모델들을 검증함으로써 학습한다. 
* 실수는 못난 학생들이나 하는 짓이다. 아니다. 실수하는 건 배움 에 꼭 필요한 한 과정이다. 우리의 뇌는 자신이 예측한 것과 현실간에 차이가 발견될 때만 자체 모델들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 수면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다. 아니다. 수면은 학습 알고리즘에 없어선 안 될 부분이며, 우리의 뇌가 그 순환 고리 안에 서 자체 모델들을 재활성화하는 특혜 받은 기간으로, 낮의 경험 을 10배에서 100배 가까이 증폭시킨다. 
* ‘오늘날의 학습 기계들은 이제 거의 인간의 뇌를 능가하려 한다. 아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적어도 지금까지 그 어떤 정보 처리 장 치들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더 뛰어 나다. 그러니까 진정한 확률 기계로, 하루하루의 매 순간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내, 밤에 그걸 추상적이며 일반적인 지식으로 전화시키는데, 우리는 아직도 어떻게 이런 걸 컴퓨터 속에서 재연시킬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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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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