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외선의 해악이 쥐마다 다르게 미쳤는지 이유를 추적하기 위해 정기검진으로 쥐의 신체가 어떻게 면역력을 키워 나가는지 살펴봄.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집단의 혈액에 경고물질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 이들의 혈액에는 염증을 억제하는 인터류킨, 바이러스와 암세포를 막아내는 인터페론, 신체 내에서 적군과 싸우는 케모카인이 다량 존재했다. 케모카인은 떠도는 면역세포가 조직 내의 올바른 장소로 향하도록 도와주는 신호단백질임. 그런데 다바르와 그의 동료들은 쥐의 피부에서 케모카인이 열심히 일해 거둔 결실을 찾아냈따. 특히 이들은 쥐의 피부에서 월등하게 많은 T림프구를 발견. 이 백혈구들은 면역계의 최전방에서 암세포와 다른 병원균들을 무찌르는데, 이것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쥐보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의 피부에서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동
- 실험전 일부 참가자들에게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 실험을 진행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땀이 흐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불안의 증거가 아니라 몸에 에너지가 넘친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친 것. 실제 가르침을 받은 참가자는 훨씬 자신감이 넘쳤고 스트레스를 덜 느낌. 물론 이들도 맥박이 빨라진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두 집단의 차이는 확연했음. 사람은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빨리 뛰기도 하지만 혈관이 좋아지는데, 이것이 만성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이유. 혈관이 좁아지면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지는 것임. 한데 스트레스가 유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참가자들은 맥박은 높아졌지만 혈관은 수축되지 않음. 스트레스가 제공한 각종 장점은 유익하게 활용한 반면 건강을 해치는 단점은 예방한 셈. 결국 스트레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무척 중요하며 그 생각의 결과는 몸으로도 확인 가능. 켈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자세와 그에 따른 생물학적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추측. 스트레스에 따른 심근경색으로 쉰살에 생을 마칠지 아니면 아흔살까지 건강하게 살지는 자세에 달려 있음.
- 12년 다바르는 단기 스트레스가 면역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반복적으로 훈련할 경우 스트레스가 중장기적으로도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사실을 입중. 그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그러니까 몸이 해를 당하기 전에 미리 병영을 나온 면역세포들이 혈관의 길을 달려 침입자들을 찾는 과정을 설명.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우리 몸은 피부, 얼굴 등 면역세포가 필요하리라 예상하는 곳으로 그것을 미리 보냄. 부상당할 위험이 가장 큰 곳이기 때문. 모든 잠재적 전쟁터로 더 많은 방어병, 더 많은 화력을 보내는 셈
- 뇌에 부담을 줄 경우 우리 기억이 더 오래 유지됨. 그 이유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편도체와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자극하기 때문. 물론 정보의 종류도 중요함.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스트레스 유발요인과의 관련성이 강해 특히 마음에 와 닿기 때문.
-  베르나데테 폰 다반스는 '심리학'에서 100년 된 이론을 반박. '남성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결과로 사회적 접근 행동을 보인다'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혈액에 코르티솔이 넘치고 심박수가 높아질 경우 전형적 싸움-도주 행동 대신 서로를 보호하고 우정을 나누는 행동방식을 보인다는 이야기. 그러나 그런 행동의 책임은 코르티솔보다 옥시토신 쪽에 있는 것 같다. 옥시토신도 스트레스 호르몬이지만 그 애칭이 애무와 정조와 오르가즘의 호르몬이듯 코르티솔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 일반적으로 옥시토신은 관계의 본능을 일깨워 스트레스 상황에서 서로를 돕게 만든다. 이 두가지 호르몬의 유익한 영향은 또 있다. 코르티솔은 사라지면서 혈압을 낮추어 긴장을 완화. 옥시토신은 염증을 막아주고 상처를 치료하며 바쁜 일상 탓에 부담이 심한 심장세포의 재생을 도움. 그러니까 우리의 친구인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다. 심지어 스트레스 자신으로부터도 우리를 보호해준다
-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일제히 비난하는 분위기는 번아웃 현상 탓이 큼. 지난 몇십년 동안 탈진 증후군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그 원인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스트레스다. 이 시대에는 해가 갈수록 자신이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따. 15년 세계질병부담연구 프로젝트 결과, 지구인 중 자신이 건강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5% 수준. 세계인의 95%가 적어도 한가지 질병을 호소하고, 심지어 3분의 1은 다섯가지 이상의 질병이 있다고 대답. 한편 기대수명이 놀랄 정도로 늘어나는데 반대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질환을 호소. 언뜻 이것은 모순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음. 이는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물리적 생존을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원인일지도 모른다. 인류를 위협하던 죽음의 자리를 질병이 차지한 것. 여기에는 의료와 제약업계의 활약도 만만치 않게 한몫했다.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무조건 질병으로 몰아붙여야 자신들의 수익이 올라갈 게 아닌가.
- 오늘날 우리는 스트레스를 지속적 과로와 연관지어 장기적 부담이 불러오는 상태로 규정. 하지만 본래 스트레스는 대개 단기적 사건이었다. 가뭄이 심해 곡식이 열매를 맺지 않거나 사바나에 사냥할 짐승이 사라진 경우처럼 먹고살 자원이 부족하면 일시적으로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가능했겠지만, 석기시대의 삶에는 오래 흥분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음. 조상들은 서로 싸우거나 사냥을 하거나 물살이 센 강을 건널 때 잠깐씩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번개같은 반응으로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해 맹수를 물리치거나 도망쳤다. 반면 현대인은 싸우거나 도망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 부담에 시달림. 그 유발요인은 꽉찬 스케줄, 동료들의 교묘한 따돌림,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원대한 야망, 어긋난 계획 등이다.
- 환자 중에는 심박이 빨라져도 다이어그램에 전혀 변화가 없는 사람도 많음. 이미 평균상태의 흥분정도가 너무 높아 긴장한 근육의 격한 자극에도 몸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현대판 호랑이에 둘러싸인 그들의 몸이 그것에 계속 반응하면서 장기 스트레스 상태에 있기 때문. 현대판 호랑이란 과도한 업무와 쫓기는 일정, 괴롭히는 상사, 귀찮은 이웃 등을 말함. 석기시대 조상들이 겪은 식량부족은 늘 적자상태인 가계부가 대체하고, 버섯, 딸기, 뿌리 같은 처음 보는 식재료에 든 독은 과도하게 소비하는 술과 담배의 독으로 변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자주 겪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번아웃 상태에 놓이게 됨
- 스트레스 호르몬은 힘을 키워줄 뿐 아미라 집중력을 강화하고 감각을 깨우며 반응속도를 높임. 특히 축구 골키퍼들을 보면 이 사실을 확인가능. 잔디구장에서 이들보다 압박감이 심한 포지션은 없다. 그와 골문 사이에는 골을 막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조그마한 실수도 곧바로 골로 연결됨. 올리버칸은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거칠고 공격적인 경기도 마다하지 않았음. 그는 거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경기내내 극도의 흥분상태를 유지. 불안과 흥분에 휘둘리지 않고 공격성을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음. 칸의 신체언어는 그가 바로 그런 사람임을 잘 보여줌. 그에게는 상대선수가 찬 공을 막아내는 것이 소극적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 공격이다. 그는 마치 날고기만 먹고산 사람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발을 구르며 걸핏하면 싸움을 한다. 그것을 보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는 뛰어난 선수들과 싸우려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축구는 어디까지나 경기이고 건강한 공격성은 경기의 일부입니다.'
- 위험에 처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은 유기체의 전형적 증상. 보훔 대학교 인지심리학자 올리버 볼프는 프로축구선수에게는 관중과 스트레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 자기 몸에서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보다 더 빠른 시간내에 정신력을 높여주는 마약은 세상에 없는 셈이다. 물론 칸의 스트레스 메커니즘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적도 몇번 있었다. 한번은 보루시아 도르투문트 공격수 하이코 헤를리히가 자신을 밀쳤다는 이유로 칸은 그의 목을 물었따. 그는 같은 경기에서 마치 쿵푸라도 하듯 상대팀 공격수 스테판 샤퓌자를 걷어찼다
- 얀 좀머의 소속팀 보루사 묀헨글라드바흐의 전 감독 안드레 슈베르트는 선수들에게 긴장과 스트레스를 긍정적 인풋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조. 스트레스를 긍정적 인풋으로 받아들이면 흔히 말하는 식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게임에 임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기쁨을 느낄 것이다.
- 우리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생물학적 가능성은 바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능력이다.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인체는 위험이 닥치는 순간 도망치든 맞서 싸우든 두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 터보차징 기술을 구비한 자동차처럼 1초 이내의 짧은 순간에 자신의 성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것. 우리는 진화과정을 거치며 이런 능력을 계발했다. 까마득한 옛날 조상들의 생존을 보장해준 그 시스템은 종류를 불문하고 지금껏 각종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더위, 추위, 소음, 공복, 전기충격, 맹수, 따돌림, 마약, 심지어 첫 데이트까지도 말이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는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리지며 심장근처 혈관이 수축. 이때 숨이 가쁘고 기관지가 확장됨. 자동차 터보엔진은 더 많은 연소가스가 엔진으로 들어가도록 만듬. 인간은 산소가 들어 있는 혈액을 더 많이 뇌로 보내는데, 이것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근육도 혈관확장으로 산소를 추가로 공급받음. 또한 어깨와 목, 등, 다리근육이 긴장하면서 반사행동 속도를 높임. 이제 우리는 필요하면 언제라도 주먹을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날리고 다리를 잽싸게 움직여 달릴 수 있다. 터보엔진 역시 회전속도를 높여 더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는가. 기계든 인간이든 탄소화합물을 연소해 힘을 얻음.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우리 세포는 포도당을 이용하지만, 둘다 탄소형태로 저장한 에너지라는 점은 동일. 그리고 우리는 폐로, 자동차는 배기관으로 둘다 탄산가스를 배출. 도주나 공격에 필요한 부위가 집중적으로 탄수화물을 이용하도록 인체는 다른 신체부위의 연소능력을 떨어뜨림. 이때 피부와 손, 발 등 신체 바깥의 부분의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순환 능력이 떨어져 손과 발이 차가워지는 현상이 발생. 이런 비상시국에는 인체는 저장창고에서 에너지를 끌어옴. 이것은 창고에 차곡차곡 모아둔 에너지를 급하게 방출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저장고는 간이다. 예를 들어 착실한 마라토너는 경기를 앞두고 2주동안 절대 금주. 그래야 간이 알콜 해독에 힘을 빼앗기지 않고 에너지 저장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간은 창고에 저장해둔 당(글리코겐)을 혈액으로 쏟아냄. 선물이 첫 수혜자는 뇌다. 이는 사고기관이 최단시간내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다. 뇌는 신경회로를 활성화하고 빠른 연료공급(과 추가산수)에 힘입어 순식간에 초롱초롱 깨어난다. 동시에 신체는 근육이 제일 반기는 연소물인 지방산을 분비한다. 이때 근육의 긴장도는 증가하지만 생존을 좌우하지 않는 신체부위 긴장도는 오히려 감소. 대표적인 것이 장근육이다. 위험이 닥치면 일시적으로 음식물 소화가 중단됨.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소화기가 입구부터 활동을 중단하는 탓에 침이 마르고 입이 탄다. 반면 요의가 강해져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고, 갑자기 설사가 나기도 함. 신체가 최대한 민첩해져야 하므로 아직 소화가 덜 되었어도 쓸데없는 짐은 얼른 털어버리려 하기 때문. 스트레스반응이 격할수록 소화기관 전체를 비우고싶은 욕구가 커짐
- 우리는 신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과정을 자각하지 못함. 스트레스가 성욕을 억제하고 성기의 혈액순환을 방해해도 위험한 상황에선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함. 면역계의 갑작스런 활동도 우리의 인식범위를 넘어섬. 즉,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계는 부지런히 킬러세포를 생산. 우리가 위험을 막다가 상처를 입을 경우 그곳으로 들어올 적을 방어하기 위해서임. 혈액 역시 예방차원에서 흐름이 빨라져 출혈이 멈추고 상처가 아문다. 그런데 왜 갑자기 겨드랑이에서 땀이 솟는 것일까? 식은땀이 목적은 예방에 있다. 몸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전에 몸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임
- 몸 안팎에서 밀려온 정보는 대부분 시상에 도착. 정보를 처음 수신한 시상은 이 정보를 여과하고 분류함. 물론 세밀한 분석은 불가능하며 그저 어떤 처리기관으로 보낼지, 어떤 것을 의식으로 보낼지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수준. 시상을 의식을 가는 문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시상은 스트레스 반응의 두 주인공에게 동시에 정보의 물결을 내보냄. 한쪽은 편도핵이고 다른 한쪽은 이마 바로뒤편에 자리한 전두엽의 앞부분으로 흔히 전전두피질이라 부름. 전전두피질은 스트레스 요인을 평가해 그 반응을 올바른 길로 안내할 때(와 장기적으로도) 중추적 역할을 맡음. 뇌의 이 부위는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지점으로 진화 역사에서 인류가 가장 늦게 획득한 성과물임. 인간의 전두엽은 진화의 마지막 몇백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뇌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음. 원숭이는 뇌의 6분의 1에 불과. 이곳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를 담당. 즉, 이곳은 예측하고 계획하고 판단하고 행동을 지시하는 역할과 예술적 창의력을 맡고 있음. 전두엽은 이런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빛, 소리, 냄새, 맛, 촉감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정보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뇌 부위에 맡김. 그렇다고 전두엽이 제 잘난 맛에 취해사는 것은 아님. 전두엽은 항상 감각을 처리하는 모듈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 이 센터들의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전두엽은 일종의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이용해 뇌의 나머지 부분과 소통함. 뇌는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이 깊은 알프스 계곡의 바위벽을 부딪치며 나아가는 메아리처럼 모듈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동안 그것을 기존의 저장기억과 비교하고 점검함. 또한 뇌는 이 방식으로 특정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찾아본다. 그 무수한 이미지 중에서 만약 뇌가 위험요인을 확인하면 전두엽이 즉각 경보를 울린다.
- 전두엽이 경보를 울리면 시상세서는 정보를 넘겨받는 또 하나의 수신자가 협력. 그것은 흔히 편도핵이라 불리는 편도체. 이쯤이면 전두엽보다 편도체가 더 핵심적 역할을 맡음.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불러 일으켜 상황에 따라 분노, 공포, 화 등의 강렬한 감정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주인공이 바로 편도체다. 다들 위험을 인지하기도 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겨드랑이에서 땀이 솟구치며 불안이 엄습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스트레스 반응은 생각을 앞지른다. 급격하게 큰 전류가 흘러 전기를 차단시키는 합선처럼 어떤 정보들은 지름길을 달려 한꺼번에 밀려들기도 하는데, 이런 반응의 원인 역시 편도체 때문. 전두엽이 생각을 분류하고 정리해 위험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릴 때까지 편도체가 두손놓고 가만히 기다리는 경우는 거의 없음. 그러기에 편도체의 성질이 만만치 않다.
- 변연계는 학습내용을 기억에 저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한편,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을 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함. 공포, 분노, 성욕, 공격성은 이 부위의 핵심자질임. 변연계 안에서도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시상에서 받은 정보를 점검해 위험의 기미가 없는지 살핀다. 변연계가 처리하는 다양한 학습업무 중 특히 정서적 연상과 관련된 것도 편도체에 도달함. 이에 따라 감정과 관련된 여러 생각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서로 결합하면 편도체가 열심히 나서서 관여한다
- 편도체가 작업하는 시간에는 굳이 자의식이 옆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건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정서적 반응이 나타나기도 함. 조지프 르두는 몇가지 공포증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으면 그 정보는 편도체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한살 때 말벌에 쏘일 경우 그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말벌을 무서워한다.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공포가 수시로 깨어난다. 이것은 편도체 때문인데 르두는 의식적 사고로 조절할 수 없는 그런 감정적 행동방식을 예지적 정서라고 부른다
- 인체가 자기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과정은 체성신경(운동신경)이 담당하고 그 나머지는 모두 자율신경계의 몫. 신진대사, 심박처럼 생명유지에 중요한 기능은 물론 땀샘이나 성기에 이르기까지,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일상에서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 폐는 의식적 체성신경계와 자율신경계가 모두 작용.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실 수 있지만 꼭 숨을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호흡을 한다. 자율신경계의 중요부분인 교감신경은 척추를 따라 내려가면서 모든 장기와 혈관을 담당. 그 신경말단에서 뇌간의 청반과 마찬가지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면 자극을 받은 폐와 심장이 속력을 내기 시작하고 동공이 확장되며 간은 에너지 창고의문을 활짝 연다. 그렇게 흘러간 호르몬의 강물은 부신에 도달. 신장은 독소를 배출하는 장기이며, 성냥갑크기의 부신은 능력있는 호르몬 공장이다.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경우 자율신경계의 현장감독 부신수질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이 반응을 다시 한번 채근한다. 편도체와 청반이 스트레스 반응을 밀어붙이면 부신은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 호르몬, 즉 아드레날인,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을 분비. 이쯤이면 호흡기와 순환계는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땀샘이 활짝 열린다. 더불어 위험의 정체도 뚜렷이 밝혀진다.
- 인적이 드문 길을 걷다 황소만한 도베르만을 만난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놈이 나를 쫓아오고 개와 내 간격이 불과 30미터로 좁혀질 경우 위험분석 결과는 달라져야 한다. 내 두뇌는 정보 업데이트를 근거로 당장 두번째 경보를 울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면 나는 천적의 레이더망에 들어간 수많은 포유류, 즉 개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늑대무리에 갇힌 사슴처럼, 고양이에게 걸린 쥐처럼 행동. 이런 경우에 대비해 인간은 다른 모든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스트레스 축을 갖고 있음. 두뇌가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해 스트레스 반응을 확장하고 강화하려 할 때 이 축이 움직임. 물론 이번에도 결정을 내리는 것은 편도체다. 편도체는 전달물질 글루탐산을 분비해 경보상태를 유지. 청반의 신경세포들이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동안 편도체의 글루탐산은 더 높은 뇌 부위를 향해 솟구쳐 올라감. 그러면 두뇌의 흥분이 고조되고 변연계의 할아버지 부위부터 대뇌피질의 청년부위까지 각양각색의 뇌부위가 활동에 들어감. 시상하부는 흥분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호르몬을 내보냄. 간뇌에 자리한 시상하부는 그곳에서 다양한 물질을 활용해 우리 몸의 내부환경, 즉 항상성을 조절함. 구체적으로 말해 갑상선 작용, 체온 수면리듬, 식욕 등을 조절함. 이 시상하부가 부신피질자극 호르몬 방출인자를 내보내면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를 활성화하고,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만들어 다음 경보기지인 부신을 깨운다. 이번에는 그 호르몬이 부신수질로 가지 않고 부신피질로 향함. 이때 그곳에 있던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15~20분쯤 간격을 두고 우리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우리 몸이 위험을 막는데 이용하는 이 두번째 시스템을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이라고 부름. 이들의 임무는 일차적으로 위급상황에 대비해 저장한 에너지를 가동하는 데 있음. 그래서 반응의 끝 무렵에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에너지의 원활한 배급과 분배를 도움. 다시 말해 코르티솔은 혈압을 높여 당을 혈액으로 내보내고 당 분배를 촉진함
-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의 1단계를 불러오는 교감신경은 공포, 분노, 성욕 등 좋고 나쁜 것에 상관없이 모든 스트레스 요인을 담당. 반면 2단계에서 활성화되는 시상하부 축은 혹독한 시간에 대비해 신체를 무장시킨다
- 스트레스가 지나가고 긴장이 풀리면 우리는 심한 피로를 느껴 자리에 눕고 싶어짐. 사람에 따라서는 애정을 갈구하기도 하고 창의력이 폭발해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함
- 74년 리처드 라자루스는 캐넌과 셀리에의 모델을 상호보완해 상호행동적 스트레스 모델을 발표. 그 모델의 요점은 스트레스를 받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주장. 스트레스 요인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상황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반응한다는 이야기. 내가 마주친 이 상황이 정말 위험할까? 긍정적 도전으로 볼수는 없을까? 혹시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일까? 이런 일차적 평가로 우리는 스트레스를 느낄지 아닐지를 결정. 스트레스가 지속될지 아닐지는 이차적 평가의 결정사항임. 이때 자신에게 문제해결에 필요한 자원이 있는지 따진다. 자원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그래서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밀려오고 우리는 대처방안을 모색. 대처 전략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목표를 자신의 정서상태 상승에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 원인과 싸워 상황을 바꾸려는 문제지향적 대처.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신의 노력이 성공했는지 평가함. 적절한 반응으로 위험이 사라졌나? 변화를 일으키지도 사건을 장악하지도 못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이어짐.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적응장애라고 부름. 석기시대 인류는 많아야 하루 한두번 스트레스 요인과 마주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두번의 스트레스는 대개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반면 현대인은 횟수는 잦지만 상황은 훨씬 덜 심각함. 목숨이 왔다갔따 하는 치명적 위험은 텔레비전에는 나올 뿐 평생 한번도 겪지 않는 사람도 허다함. 그래서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도 두 시대의 인간이 전혀 다름. 조상들은 한두번 높이 치솟았다가 다시 얌전하게 돌아왔으나 우리의 호르몬 농도는 하루종일 계단 모양으로 조금씩 올라감. 거의 장기적 스트레스 곡선에 가까움. 그러다보니 도망이냐 싸움이냐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소한 문제에도 쉽게 반응. 임박한 프로젝트 마감이나 교통체증, 시끄러온 이웃에게도 계속 화를 내며 하루종일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이 전달물질은 장기 스트레스 환자에게 커다란 위험요인인데, 농도가 높으면 심지어 면역계까지 망가뜨릴 수 있음. 코르티솔은 처음 맡은 임무, 즉 단기적 면역방어활성화를 무사히 마치면 염증을 억제해 면역계 안정을 도모함. 의사들이 부신피질 호르몬 제제를 처방하는 이유가 여기 있음. 체내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을 모방한 이 약품은 천식이나 류머티즘같은 염증질환을 억제함. 대신 우리는 감기에 잘 걸림. 우리가 장기 스트레스를 겪을 때 체내의 코르티솔도 이러한 약과 동일한 작용을 함. 이때 면역계가 꾸벅꾸벅 조는 탓에 장기스트레스 환자는 감기와 다른 감염질환에 취약해짐. 감기에 걸리면 코르티솔이 열반응을 억제해 회복을 막기 때문에 감기를 떨쳐내는데도 몇주씩 걸린다. 이 사실은 장기 스트레스 환자가 주말이나 휴가 첫날 완전히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줌. 드디어 쉬게 되었다며 긴장을 늦추면 만성적으로 치솟은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지며 면역계가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활동을 시작. 오래전부터 몸속을 떠돌아 다니던 병원균을 향해 면역계가 온 힘을 다해 달려드는 것이다.
- 우리 몸이 실제나 상상의 스트레스 요인에 쉬지 않고 반응할 경우 만설질환이 발생. 원인은 스트레스 반응이 혈액으로 밀어넣는 엄청난 양의 영양분에 있다. 몸이 이 영양을 주체하지 못하면 당뇨처럼 쉽게 낫지 않는 질환이 발생. 코르티솔도 인슐린 작용을 떨어뜨려 당뇨를 촉진. 인슐린은 당을 근육과 지방조직으로 보내는 일을 하며, 인슐린이 없으면 포도당이 혈액에 그대로 남음. 인슐린 작용을 감지하는 췌장은 이를 인슐린 부족으로 해석해 인슐린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 그 결과 모든 에너지를 인슐린 생산에 쏟아부어 인슐린 생산을 담당하는 섬세포의 생산력이 소진됨. 결국 정말로 인슐린이 부족해지고 동시에 혈당이 치솟음.
- 신체의 거의 모든 섬유는 만성 스트레스에 취약. 스트레스가 계속 장을 자극할 경우 소화장애가 일어나고 환자는 위염과 장염을 앓게 됨. 또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지 않아 고혈압의 위험이 높아짐. 여기에다 비상시에 산소를 공급해야 하는 적혈구가 혈관에 우글거림. 적혈구들은 지방질과 함께 피를 걸쭉하게 만드는데 이 때문에 혈관이 굳도 치명적인 심근경색, 폐경색, 뇌경색이 발생
- 스트레스 반응의 출발점에서는 문제가 서서히 진행됨. 뇌는 처음에 신이 나서 흥청대다가 계속 이어지는 자극에 알뜰 주부로 변신. 이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지 않는 정보는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함. 그 결과 기억센터인 시상하부가 쇠약해지고 인지능력도 떨어짐. 한마디로 장기 스트레스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 셀리에는 쥐 실험으로 스트레스의 위험을 알렸으나 무분별한 스트레스 비판은 경계했다. 즉, 그는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와 디스트레스로 구분해 스트레스라고 해서 다 같은 스트레스가 아님을 밝힘. 유스트레스는 우리가 긍정적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 대표적으로 첫 키스 직전의 흥분, 축구경기를 앞둔 기대감이 있다. 이런 유스트레스는 감정을 높여주고 활력을 불러옴. 그 적수인 디스트레스는 불쾌하고 위험하며 부담스러울 때 느끼는 스트레스. 가족의 죽음, 이별, 원고마감 등이 주는 스트레스가 대표적. 그렇지만 항상 칼로 자르듯이 이 두가지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님. 스트레스의 종류나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 더구나 우리의 기분은 늘 오락가락해서 부정적으로 경험한 스트레스도 나중에 돌이켜 보며 긍정적 경험으로 각색하기도 함. 심지어 죽음의 공포조차 되돌아보면 긍정적 쾌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신나게 즐기던 파티도 맥주의 김이 빠지고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서 지루해지면 부정적 경험으로 바뀜. 기간의 길고 짧음도 경험에 영향을 미침. 보통 짧은 스트레스는 극단적 트라우마를 제외하면 심신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음. 반면 같은 스트레스라도 오래 지속되면 위험요인으로 작용. 애당초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은 단기간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메커니즘. 아무튼 우리에게는 그런 위험을 막을 묘책이 있따. 다바르의 조언대로 스트레스를 짧은 단위로 나누어 사이사이 휴식을 취하면 이롭다. 맥고니걸의 충고대로 세상을 향한 관점과 자세를 바꾸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를 겪은 후 조상들이 그랬듯 휴식이나 운동으로 풀어내는 것도 바람직. 그리고 아주 간단하면서도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최고의 대처법이자 기적의 묘약은 푹 자는 것이다.
- 엄마 뱃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아기는 훗날 자라서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높음. 더구나 신체가 높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정상이라고 생각함. 아기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평생 남보다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정해진다는 것. 그러니 성장한 후 당연히 남보다 빨리 스트레스 한계치에 도달하게 됨
- 제프리 모길은 실험실 쥗ㄹ이 어떤 때는 통증에 예민했다가 또 어떤 때는 그렇지 않아 당황. 이 변덕의 원인을 뭘까? 연구 끝에 그의 동료 로버트 소지와 로렌 마틴이 면역물질을 발견. 스트레스를 유발해 쥐를 둔감하게 만드는 물질, 포유류 왕국을 통틀어 겁쟁이를 용맹한 무사로 만드는 이 후각적 스트레스 요인은 바로 남성의 땀이다. 기린, 쥐, 호모사피엔스, 소를 막론하고 이 특정 향기만 맡으면 모두가 용맹해짐. 더구나 이것은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든 손쉽게 구함. 이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간접적 방법으로 통증을 막아줌. 믿을 수 없겠지만 과학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 스트레스는 배려심이 많은 우리의 파트너다. 스트레스는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기억에 과감하게 구멍을 내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 출산이 임박하면 코르티솔은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처럼 여성의 시야를 좁힌다. 사실 곧 닥칠 출산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도전 아닌가. 수학문제 풀기나 단어외우기, 미용실 예약 따위가 뭐 그래 대수인가. 주의력은 아기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덜 중요한 다른 일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 이런 기억력 감퇴에는 코르티솔의 적군 옥시토신도 한 몫한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반응이 끝날 무련 등장해 코르티솔 분비를 줄임으로써 시스템이 안정을 되찾게 함. 즉, 옥시토신은 혈압을 낮추고 쾌감을 깨우며 신뢰를 형성. 옥시토신이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임신말기에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반응을 적극 통제. 특히 수유기에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 시기의 엄마들은 아기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몸에서 옥시토신이 마구 쏟아져 나옴. 흥미롭게도 이 시기에는 옥시토신과 소위 앙숙인 코르티솔도 협력을 아끼지 않음. 이 시기엔 둘다 출산과 양육의 성공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 젊은 엄마들의 건망증은 과도한 자극을 막기 위한 방어책. 울리케 에레르트의 말대로 건망증은 스트레스가 넘치는 새로운 상황에서 아기에게 집중하고 아기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도록 도와줌.
- 스트레스는 우리의 수용능력을 망가뜨리는 동시에 학습에 큰 도움을 준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모순이냐고? 모순 같지만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의 놀라운 저장습관에 대한 연구결과 스트레스 단계에서 우리가 학습내용을 얼마나 잘 암기하는지 연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내용'이 중요하다. 관건은 그 내용이 스트레스와 얼마나 관련이 있느냐에 있다.
- 공부한 직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직전에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온 내용을 더 잘 기억. 스트레스 반응에는 뇌에 전달할 간접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됨. '집중! 방금 들어온 정보는 중요해' 실제로 공부한 직후 말다툼을 하면 공부한 내용이 더 잘 기억남. 코르티솔이 뉴런과 시냅스를 도와 배운 내용을 기억에 안착시키기 때문.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에게 매일밤 누군가와 싸우라고 조언할 수는 없지만, 학습 후 일정 정도이 신체적 흥분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함.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음. 선조들이 살던 시대에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한 상황은 대부분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순간. 그 상황을 무사히 넘기려면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기억하는 것이 유리함. 위험한 순간은 학습기회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경험치들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공부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학습효과가 높아진다는 말은 아니다.
- 사람들은 대개 음악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휴식을 떠올림. 실제로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데 자장가 멜로디, 명상음악, 돌고래 노래도 자꾸 듣다 보면 신경에 거슬릴 때가 많음. 그 이유는 부드러운 멜로디가 진정효과 덕에 아드레날린 분비를 막아주긴 해도 진짜 엔돌핀 물결을 불러오지는 못하기 때문. 진짜 재미와 휴식을 주려면 리듬을 이용해 긴장해소와 반대로 긴장을 불러일으켜야 함. 그 점에서 펑크의 극단적 고속버전인 스피드 펑크나 하드코어 펑크는 완벽한 스트레스를 유발함. 헤비메탈도 마찬가지. 테크노음악의 비트는 심박보다 훨씬 빠름. 여기에다 음량이 너무 높아 우리의 뇌는 금방 이성을 잃고 몸에 경보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연이어 찾아오는 칠 아웃은 사우나에서 열기 스트레스를 받은 후의 휴식처럼 최고의 긴장완화 효과를 선사함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행복과 감격을 느끼는 정신상태를 몰입이라고 불렀따. 이것은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러너스 하이라고 부르는 그 행복상태다. 힘들여 DIY 가구를 제작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음식을 만들면서 우리는 그런 경험을 만끽. 동기는 몰입의 영약으로 투철한 목적아래 행동하도록 도와줌.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우리 몸의 마약창고가 활짝 열림. 결국 몰입이란 흥분을 유발하는 자극물질의 지원을 받아 도취된 상태와 같음
- 모든 트레이닝의 효과는 신체스트레스에 기초를 둠. 근육은 압박을 가해야 성장.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음. 스트레스는 성장을 돕고 건강을 유지해줌. 적당한 스트레스는 신체의 수선 시스템을 자극해 수명을 연장함. 스트레스는 에방이라고 할 수 있음
- 우리의 근육세포는 활동하면서 혈관에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중 하나가 견딤인자라 불리는 능률향상 단백질. 이것이 시상하부에서 신경계 성장, 즉 신경생성을 자극해 기억력을 높임. 또 한가지 비슷한 메커니즘이 스트레스 반응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특히 우리의 흥미를 끈다. 그 주인공은 PGC_1a1이라는 단백질. 신체를 단련하면 이 단백질이 나서서 근육세포의 대량생산을 도움. 2014년 스위스 연구진에 따르면 그 효과가 간접적이긴 해도 뇌에까지 미친다. 이들은 소음과 빛으로 쥐들을 괴롭혀 수면리듬을 엉망으로 만들었따. 그렇게 5주동안 스트레스를 가하자 쥐들이 우울증을 보임. 그러나 혈액에 PGC_1a1 단백질이 많은 비교그룹 쥐들은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이 효소를 거쳐 해로운 스트레스 요인의 활동을 저지한다고 추측. 이는 운동이 장기 스트레스의 부정적 효과에 대응하도록 뇌의 면역력을 높여 번아웃과 우울증을 예방한다는 의미
- 운동을 하면 새 근육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근육섬유가 두꺼워짐. 정상수준을 넘어서는 부담을 안길 경우 근육은 상처를 입음. 그러면 내 몸은 괴롭힘을 당한 섬유세포를 수선하고, 그 과정에서 단백질이 투입되어 세포가 넓어짐. 이는 과도한 부담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근육의 횡단면이 넓어지는 상태를 근비대라 부름. 결국 심장, 장딴지, 허벅지 근육이 두꺼워지는 원인은 스트레스에 있음. 스트레스 덕에 더 힘이 세지고 지구력이 강해지고 결과적으로 계속 달려서 더 큰 긴장을 해소한다. 이런 방식으로 회복탄력성이 커짐. 내게 스트레스를 주어 스트레스 저항력을 키움으로써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 적절한 스트레스는 신체 건강 유지에 커다란 도움을 줌. 정신건강도 장딴지 근육 못지 않게 스트레스의 도움을 받음. 스트레스는 트라우마나 공포증 치료에 유익. 스트레스 호르몬 코릍솔이 기억을 불러내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로운 기억이 더 단단히 우리 뇌에 자리를 잡음. 끔찍한 사건이 절대 잊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음. 그러한 기억은 그것이 동반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말 그대로 기억에 낙인이 찍힌다. 이 효과를 이용하면 부정적 기억을 긍정적 새 기억으로 덮거나 몰아낼 수 있음.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심리치료로 거미를 만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해보자. 이때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하거나 코르티솔을 투입해 흥분상태에 빠뜨리면 그는 그 성공경험을 훨씬 더 오래 기억에 저장
- 우리에겐 잘 발달한 알로스타시스가 있다. 이것은 외부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스스로 변화함으로써 안정을 유지하는 인체기능. 인체는 장기적으로 보아도 안정된 시스템이다. 미국 스트레스 전문가 브루스 맥쿠엔의 말처럼 장기적으로 혼란에 빠진 뇌의 희생물이 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건강의 무덤이 아니다. 오히려 진화의 투쟁에서 승리하도록 세포가 단단히 무장하게 해준다. 스트레스는 평생 위험에 저항하도록 우리를 도와주며 심지어 인생 말년에도 긍정적 힘으로 작용.
- 스트레스는 삶의 안전장치다. 탈레브는 허약한 시스템에는 스트레스 유발요인이 위험을 안겨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시스템에는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 그는 불확실성, 무질서, 가변성이 얼마나 큰 이익을 주는지 설명하고 '강건함으로 가는 출발점은 작은 손상이다'라고 주장. 그는 호메르시스를 예를 들었따. 호르메시스란 약리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미량의 유해물질은 오히려 유기체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의미. 너무 많이 섭취하지만 않으면 독성물질이 과민반응을 유발해 전체상태를 개선한다는 이야기. 고대인도 이미 알고 있던 이 현상을 1888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독성학자 후고 슐츠다. 효모를 연구하던 그는 약간의 독이 효모의 성장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 탈레브에 따르면 채소가 건강에 이로운 이유는 채소에 함유된 비타민이 아니라 천적을 막기 위해 채소가 만드러내는 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야채샐러드를 먹는 것은 건강을 위해 화학적 스트레스 요인을 섭취하는 것.
- 규칙적 식사는 해롭다. 공복 스트레스 요인을 앗아가기 때문.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가 자신의 잠재력을 전부 끌어낼 수 없도록 만든다. 호르메시스는 우리가 식사와 공복의 자연적 밸런스를 회복하도록 만들어준다. 이 말은 스트레스 요인이 유발하는 스트레스 반응을 이용해 다시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지극히 정상이라는 의미. 그러니 생존에 필요한 모든 스트레스 요인을 깨끗이 없애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로울 리 만무하다. 우리와 우리의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정정도의 불안은 꼭 필요하다. 억지로 긴장하면 뇌는 즉각 기어를 한단계 올린다. 실제로 너무 조용하기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집중이 된다. 옆에 항상 통역사가 따라다니면 절대 외국어를 배울 수 없다. 이 원칙은 정신과 신체에 동일하게 적용됨. 1892년 볼프가 주장한 법칙은 골격은 부하에 따라 거기에 적응해 변화하는데, 부하가 클수록 골격의 강도도 증가. 이말을 거꾸로 돌리면 부하가 적거나 없을 경우 뼈가 약해진다는 이야기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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