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의 경제학자들

경제 2022. 11. 30. 20:53

- 케인즈는 에세이에서 인간의 욕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는 기본 의식주를 충족하고자 하는 절대적 욕구와 남 들보다 우월해 보이고 싶어 하는 상대적 욕구가 있다. 인간이 상 대적 욕구를 지나치게 탐닉할 때 자본주의 체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인간에게는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고 남들과 비 교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사회 체제가 공정하지 않으면 사회 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로 가득 찬다. 그런 사회로 가면 우리는 더욱 불안정해진다."

- 센은 정부나 개발 관련 종사자들이 빈곤층 모두를 한 집단으로 보고 정책을 수립한 게 문제라고 믿었다. 어떤 위기냐에 따라 빈곤 층도 각기 상황에 맞게 분류해 그에 맞는 각기 다른 정책을 수립해 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나라의 전체 소득이 높다고 해도 일부 국민 은 기근에 시달리거나 기대수명이 낮을 수 있다. 반면 어떤 나라의 전체 소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도 상대적으로 국민들은 기대수 명이 높고 기근에 덜 시달릴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기근에 대해 논할 때 좀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정밀진단을 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그는 누구보다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학자였지만, 경제가 성장하 더라도 빈곤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고, 분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경제' 하면 사람들은 대개 윤리나 양심과는 거리가 멀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여기기 마련인데, 빈곤과 불평등, 기아 문제에 일생 을 바친 센에게서는 '가슴 따뜻한 양심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센 에 의하면 자유는 우리에게 궁극적인 목표다. 사회의 각 부분에서 충분한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자유에 도달한 다. 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존중하고 애덤 스미 스를 사랑한다. 다만 시장 메커니즘 그 자체만으로 경제적인 자유 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각 참여자에게 평등하고 충분한 자유가 보장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 "소득이나 부를 키울 수 있는 데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짚었듯이 이런 것은 '단 지 쓸모 있는 연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경제성 장을 경제학의 지고지순한 목적으로 다룰 수 없다고 봅니다. 경 제발전이란 우리 삶과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키우는 것으로 이 어져야만 합니다. 자유란 우리 삶을 더욱 넉넉하고 너그럽게 만 들어 장애를 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품은 뜻을 이루게 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 계량경제학으로 초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된 얀 틴베르헌은 양치기 소년의 이런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를 싫어한다. 그는 '목표는 분명하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서 '올곧 은 사랑의 향기'가 나는 것은 그의 삶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고자 하 는 수단이 바르기 때문이 아닐까? 틴베르헌은 정부가 보유한 정책 수단이 정책 목표보다 많거나 같을 때만 경제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은 그의 이름을 따서 '틴베르의 법 칙'으로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1개의 정책 목표를 위해서 는 정책 수단이 2개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표보다 수단이 적으면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 경제정책 수행에 있어서 목표와 수단은 대단히 중요하다. 경제 성장, 물가 안정, 국제수지 균형, 고용 안정, 양극화 감소는 경제정 책 목표이고 재정 확대나 금리 인하는 경제정책 수단이다. 이들 간 에는 상충이나 갈등이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설픈 일석이조 는 왜곡을 부른다. 틴베르헌의 법칙을 쉽게 설명하는 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을 들 수 있겠다. 단기 필립스 곡선 은 물가 안정과 실업률 간 역(易)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중앙은행 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단기 필립스 곡선을 활용한다. 당장의 가 시적인 물가 상승이 없더라도, 실업률이 하락해 물가 상승 가능성 이 있다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그 결과 물가는 잡을 수 있을지 모르나 실업률은 늘어날 수 있다.
-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 교수의 이름을 딴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가 있다. 금본위제가 폐 지된 이후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축통화는 신뢰할 수 있고 공급도 충분해야 하는데 현실에서 이 두 가지 목표 는 상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야만 기축통화인 달 러가 충분히 공급된다. 그런데 미국이 지속적으로 무역적자를 내면 미국 경제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기 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린다. 반대로 미국이 무역흑자를 낸다면 다른 나라들이 무역적자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하고, 세계경제는 달러 부 족으로 자금이 돌지 않게 되어 불황이 될 수 있다.
이 딜레마가 심화되면 위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거시경제학에 '삼위일체 불가능이론(Impossible Trinity)'이라는 것이 있다. 이론적으 로 어떤 나라에서도 자유로운 자본 이동, 환율 안정성, 독립적인 금 융정책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 히려 이들 사이에는 갈등 관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자 본 이동이 보장된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금리를 올려보자. 그러면 금리 인상으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절상되고 환율 안정성 이 훼손된다. 환율의 안정 유지를 원한다면 자본 통제(Capital Control) 정책을 써야 하는데 이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의 목표를 훼손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환율 안정을 중시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그전에는 금기시되던 자본 유출입 관리 조치(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를 IMF도 인정하게 되었다. 많은 신흥국들은 단기성 투기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와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 결과 브라질의 경우 단기 자본 유입에 대하여 세 금(일명 토빈세, 현재는 폐지됨)을 물리기까지 했다. '불가능한 삼위일체' 의 목표 중 하나를 희생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 미국 경제 호조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신흥국에서는 자본 유출이라는 문제가 생 겨났다.
역사는 재현되는가. 2022년, 미국에서 41년 만에 최악의 물가상 승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미국은 2022년 연이은 금리 인상을 차례로 단행했다. IMF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결국 환율의 흐름과 연동되기 때문에 신흥국은 자본 유출과 하락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녹록하지 않다. 서민 생 활을 위협하는 물가부터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 미국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풀고 흡수할까?
세계는 항상 연준 의장의 입을 쳐다본다. 각 나라 통화의 미래를 두고 많은 이가 다양한 추측을 하는 가운데 달러 가치의 향방이 늘 열쇠를 쥐고 있어서다. 달러라는 화폐는 하나의 상품으로 세계를 떠돌면서 그 가치의 향방을 신경 쓰게 만드는 요물이다. 연준은 국 채를 담보로 달러라는 상품을 빌려주고, 미국 정부는 그 대가로 연 준에서 정한 이자를 지불한다. 사실 미국 국채는 미국 국민의 담세 능력을 담보로 발행된 것이다. 결국 달러는 미국 국민의 채무이고, 달러가 발행될 때마다 미국 국민은 연준에 이자를 지불할 의무를 지게 된다.
미 달러화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진 많은 부채 를 미국 국민이 갚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과 같다. 많은 나라 가 채무에 찌들어 고통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채 투자자로서 자국 정부나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다. 내가 들고 있는 국채가 상환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투자자로서 당연한 것이다.
- 세계은행과 IMF는 「글로벌 모니터링 리포트: 인구 변화 시기의 개발 목표」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노령화 추세를 경고하며 난민이나 이민 인구를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2050년 세계 전체 인구에서 저소득 국가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9%에서 14%로 증가 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저소득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이 주하는 이민자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민자 혹은 난민 수용이 저성장 침체기를 걷고 있는 주요 선진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한국과 일본이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아시아의 젊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이민청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청년실업 문제, 외국인 노동자 범죄, 순혈주의를 내세우는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 누군가 미국과 일본의 경기부양 효과의 차이가 왜 나는지를 진지하게 물었다고 하 자. 미국의 경기부양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왜 일본 의 경기부양 정책은 효과가 미진한 것일까?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 겠지만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그 원인을 인구에서 찾고 있다. 그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지속되는 한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있 으며, 그것이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이라고 말한다.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는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출생률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가능케 했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은 옛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구가 풍요로움을 당기는 부의 지도를 바꾼다 는 주장이 그래서 가능한가 보다.

- 파생상품은 시간을 먹고 산다. 1초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인간이 그 1초를 정확하 게 파악할 수 있을까? 시간은 인간에게 무지를 경고한다. '과거에 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런 위험이 미래에도 없을 것이 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이다. 투자의 세계에 서 리스크의 가장 큰 원천은 시간이다. 시간은 항상 그것이 지닌 가 치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미미하게 평가된 리스크도 레버리지가 커지면 엄청난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 위험이 낮은 실 물은 계속 보유하면 그만이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고 과도한 차입 을 한 상품은 어쩔 수 없이 팔도록 강제되기도 한다. 우리는 경제에 서나 인생에서나 '시간과 차입'이라는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요인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무엇보다 중시해야 한다.
- 머튼은 이제 이론과 모델을 절대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모델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강변한 다. 그에게 모델은 투자의 참고 사항일 뿐이다. 실패를 겪은 뒤 천재 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확실히 변했다. 수익률이 아무리 좋은 상 품이라도 과거의 좋은 수익률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 다. 같은 항로를 오가는 비행기라도 조종사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안전한 여행이 될 수도 있고, 불편한 여행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펀드를 살 때도 그저 기존의 모범 사례들을 참고할 뿐이다. 고령화 시대의 최대 위험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건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 없이 오래 사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장수하고 싶어 하지만, 자기가 보유한 자산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오래 사는 게 두렵다. 은퇴 후의 자금 설계가 그래서 중요하다. 백전노장 머튼에게 은퇴 후의 자금 설계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한다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목표를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 는 기본이다. 그것이 '목표에 기초한 투자'의 개념이다. 퇴직연금 을 예로 들어보자. 개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들은 마치 퇴직연금의 목표를 일정한 부를 축적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 니다. 연금의 최우선 목표는 은퇴 이후에 고정 수입을 올려 일정 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목표를 어떻게 정하는가가 투 자를 결정한다. 현재 연소득이 7000만 원이고 은퇴 후 희망 소득 이 현재의 70% 수준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퇴직 후 필요한 연금 은 연 4900만 원이다.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일정액을 충 당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투자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이 제 그 목표를 위해 얼마를 저축할 것인지,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은 얼마나 늘릴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는 주관과 객관이 혼재해 있다. 비관론자와 낙관론자가 공존하기 때문에 세상은 늘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누군가 중산층은 살기 힘들어졌지만 고소득층은 갈수록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항변한다. 세계적으로 중산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진다면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현실이 어 렵다고 해서 마음까지 그래서야 되겠나? 타고난 것보다 노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경제의 성장 동력도 커질 것이다. 희망과 열정을 가져야 할 젊은 세대들이 '희망은 없다'며 스스로를 한계 짓고 있는 상황이 가장 두려운 일인 것 같다.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더욱 중요해 진다. 세상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나를 아껴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다른 사람과 더불어 묵묵히 걸어가 보는 것, 그것이 한 번뿐인 인생을 보다 가치 있게 살아내는 길이 아닐까?

- 카너먼은 두 개의 자아인 '경험의 자아'와 '기억의 자아'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험의 자아는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로 순 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자아는 지금 벌어지는 기쁜 일을 즐기 고 고통이나 괴로움을 피하려고 한다. 반면 '기억의 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로 훗날에 느낄 감정과 관련된다. 두 자아의 판단은 일치하지 않는 것이 허다한데, 미래 예측과 의사 결정은 통상적으로 기억의 자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과거 당시에 는 손해 보는 것 같고 어려운 일이었는데 훗날 그것이 의미 있는 기 억으로 남는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나의 '경험의 자아'뿐 만 아니라 '기억의 자아'로 세상사를 다각도로 분석해 손실을 최소 화하는 것이 인생의 지혜가 될 수 있다.

- 사실 헤크먼의 이론은 불평등 해소와 관련이 있다. 국가가 자원 을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에 투자하는 것보다 가난한 가정의 0~5세 영유아를 교육하는 데 쓰는 것이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데 효과적 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교육 과잉으로 사교육비가 치솟아 있는 우 리나라에서 헤크먼의 말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영유아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수익률이 높 다는 그의 주장은 좀 더 해부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유전인자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데 반기를 들고, 소 외된 계층의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이 국가 재정을 튼튼 히 하고 아이들의 IQ와 사회 유대감을 높여 미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임을 증명하려고 했다. 실험에 의하면 IQ는 21세까지 충 분히 증가할 수 있다. 그는 중산층 가정에 비해 빈곤한 가정이 아이 양육에 소홀한 점에 착안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국가 재 정을 사용할 때 개인과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오는지를 보 여준 학자다. 헤크먼은 3~4세 흑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일명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인 1962년생 빈곤가정 흑 인 아이 123명 가운데 58명은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실험 대상이 되었고 나머지는 일반 교육을 받는 비교 대상으로 두고 40년 넘게 추적 조사했다. 수십 년이 흐른 결과, 유치원 교육의 효과가 지속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고용과 연소득은 물론 범죄율에서도 두 집단은 큰 차이를 보였다.
헤크먼은 그 결과를 예산 당국과 정치인들에게 들이밀었다. 이 후 그의 설득으로 주와 국가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그 는 청년 배당은 일시적인 소비 증가로 분배를 개선할지는 몰라도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소외받는 가 난한 유아에 대한 무상교육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에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강력한 투자라는 논리를 실증했다.

- 중국과 영국의 운명을 가른 제도의 힘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잠시 생각해 보 자. 1748년, 세계경제의 중심지였던 중국에서는 왜 산업혁명이 발 생하지 않았을까? 유럽은 16세기부터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나섰 고, 자국에 없는 자원과 노동력을 식민지에서 조달했다. 중국은 대 륙인지라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종속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았는 데, 이는 유럽의 수탈과는 거리가 멀다. 유교를 근본이념으로 둔 중 국은 '발전'보다는 '체제 유지'에 의미를 두었지만, 유럽은 많은 것 이 부족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보다 풍요롭게 살고자 했다. 유럽의 그러한 '욕망'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보다 더 발전하게 된 첫 번째 중요한 원인이다. 식민지 경영으로 유럽 상인계급의 힘은 자연스럽게 증대했고, 이들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사회적으로 상인 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 결과 정치제도는 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 나 공화국으로 바뀌게 되었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인구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으나 동시에 싼 노동력이 많아 기계 투자에 무심했다. 명나라 시대에 상 업은 저조했고, 무역은 제한되었으며, 모두 국가의 손아귀에 있었 다. 가장 많은 돈을 국가가 쥐고 있어 상업 발달을 주도할 부르주아 도, 이들의 구미를 맞출 수공업자도 성장이 지지부진했다. 중국이 막대한 인구, 자본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는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으로 개인의 재산과 자유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자리 잡은 유럽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중앙집권적인 전제군주제로 인해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덜 발달했던 중국은 유럽 의 경제성장을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과학기술이 발달한 중국보다 상인(부르주아) 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유럽이 중국을 앞서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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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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