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

경제 2022. 10. 27. 20:43

-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충격 이후 회복을 하고는 있다. 그런데 선진국 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향해서,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까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에 개도국들은 기존의 경로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평행선을 그리다 못해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 후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뚜렷한 회복세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은 사실 선진국들에 한할 뿐 개도국들은 전혀 그 회복세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였던 길이 두 갈래로 나뉘고 다시 네 갈래로 나뉘는 모습, 각국의 경제가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보통은 세계 경제가 '커플링(coupling)' 한다고 해서, 각국의 경제가 같이 꺼졌다가 같이 회복되는 경향이 뚜렷한데, 지금의 세계 경제는 이처럼 불균형 회복을 하고 있다.
- IMF에서는 이런 불균형 회복을 영어로 'divergent recoveries (나뉘는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 가 속도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나라마다 다양한 경 로로 경기 흐름이 진전된다는 의미다. 이후에 IMF는 단층선 확대 (fault lines widen)'라는 표현도 했다. 단층선(fault line)은 원래 지구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단층이 벌어지듯 선진국과 개도국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표현이다.
세계은행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쓰는 말 그대로 'imbalance recoveries(불균형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OECD는 'uneven economies(불균형 경제)'라고 했다. 용어는 약간씩 다르지만 세계 3대 경제 관련 기구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것이 2022년 지금의 경제 모습이며, 2023년까지도 이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 2020년이 경제의 '대전환점'이라면 2022년의 경제는 '회귀점'이 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까지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경제라는 큰 관점에서는 제자리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는 측면에서는 좀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망은 차단됐으니 당연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2021년에는 다양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세계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섰다. 현대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자동차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조업을 단축하거나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 부족 사태로 인해 공장 가동 정상화가 지연됐다. 미국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 너스(AlixPartners)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2021년 전 세계 자동차 매출이 약 247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 역시 770만 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한 대에 통상 약 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면, 1개의 부품에 수급 차질이 생기면 1대의 완제품 생산에만 차질을 주는 게 아니라 나머지 부품을 공급하는 공급업체들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된다.
한편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미국산 냉동 감자 수급에 차질이 생 겼다.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해운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선박 부족과 해상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감자 튀김 대신 치킨너겟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맥도날드 햄버거에 양상추가 빠지는가 하면, 햄버거 세트에 감자튀김이 빠지기도 했다. 국내에도 때 이른 한파가 찾아오면서 양상추 출하가 줄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양상추 수입도 어려웠다. 이처럼 물류비 상승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공급 대란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 옥수수는 2020년 저점에서 161.8%나 올랐고, 대두나 소맥도 각각 101.5%, 131.4% 상승했다(2022년 5월 6일 기준). 더군다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더 치솟고 있으니, 가계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서민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할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2023년에는 식료품 원자재의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가 세계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슈퍼 스파이크란 골드만삭스가 2005년 말 글로벌 투자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추이를 분석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로, 원자재 가격이 4~5년간 급등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원자재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반해 공급이 이를 따라가 지 못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골드만삭스 산하 세계투자연구센터(GIR)는 2005년 말과 2006년 초 두 차례에 걸쳐 발간한 보고서에서 슈퍼 스파이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1970년대 발생한 1, 2차 오일쇼크와 같은 유가가 급등 배럴당 105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 2008년 5월 골드만삭스는 원유 소비 급증, 원유의 공급 부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낮은 증산량, 주요 산유국들에 대한 외국 투자 제한 등의 요인으로 전체적인 원유 공급은 수요를 쫓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향후 2년 안에 200달러까지 유가 급등 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 스파이크는 원자재 가격이 4~5년간 급격히 상승하는 단계 를 가리키므로, 통상적으로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뜻하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commodities super-cycle)과는 차이가 있다. 원자재 전반에 걸쳐 장기 상승세를 이어가는 슈퍼 사이클을 전망할 단서를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2020년 4월 원자재 지수(CRB index)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2023~2024년까지도 식료품 원자재 가격만큼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요인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 원자재 슈퍼 사이클
역대 원자재 슈퍼 사이클들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 다. 1차 슈퍼 사이클(1906~1920)은 1917년을 고점으로 발생했고, 미국 경제 가 부상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확대되었다. 2차 슈퍼 사이클(1932~1947)은 1941년을 고점으로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및 한국전쟁에 따른 원자재 소비 와 전쟁 후 사회간접자본 재건과 같은 구조적 원인이다. 1973년을 고점으로 한 3차 슈퍼 사이클(1972~1980)은 12차 오일쇼크에 따라 원유 공급이 급격히 부족해졌고, 대체재 수요가 증폭하면서 발생했다. 2000년대에 있었던 4차 슈퍼 사이클(2001~2016)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사회주의적 시장경제(socialist market economy)를 도 입하기에 이른다.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국유기업의 민영 화를 추진했다. 환율제도를 개편하면서 해외직접투자가 중국으로 집중되는 등 대외거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중국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면서 세계 주 요 원자재를 흡입하다시피 했다. 중국은 세계 에너지의 20%, 철강의 43%, 알루미늄의 41%를 소비했다(2012년 기준). 한편,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국들이 도시화를 진전시키고, 제조업을 일으키며 사회기반시설을 확충 하면서 다양한 원자재 소비가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국민소득 이 증대되고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곡물 소비가 증가하고, 커피나 코코아 등과 같은 기호성 농산물 소비도 크게 늘었다.
- 만일 부모가 자녀한테 용돈을 주다가 갑자기 용돈을 안 준다고 해보자.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일주일 용돈을 10만 원씩 받다가 갑자기 용돈을 하나도 못 받게 된다면? 가만히 있을 아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는 크게 반발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그런 현상을 '긴축발작'이라고 한다. 이제 여건이 달라졌으니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는 있다. 금리를 인상하고, 공급 했던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인다. 그런데 이 전환을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하면 발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때는 천천히 바꿔야 한다. 이것을 '베이비 스텝 룰(baby step rule)'이라고 한다.
-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정의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물가 상승 압력 만 잡으면 된다. 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 선순환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므로 미국은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것이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성장과 물가가 따로 움직이므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기도 굉장히 어렵다. 우리 경제는 지금 당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바로 전초 현상이랄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
- 테킬라 위기란 한 국가의 경제 위기가 주변국으로 번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데킬라는 멕시코 특산의 다육식물인 용설란의 수액을 채취한 즙을 증류시켜 만든 멕시코의 전통술을 가리킨다. 독한 멕시코 테킬라에 이웃 나라들이 모두 취한 것처럼 경제 위기가 파 급된 데서 나온 말이다. 1994년 12월 외환 사정 악화로 멕시코는 금융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로 위기가 확산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을 테킬라 효과(tequila effect)라고 한다.
유사한 개념으로 바트 효과(baht effect)가 있다. 1997년 태국 중앙은행에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태국의 공식 화폐인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7월에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아시아 주변국으로 외환 위기가 번진 일이 있다. 필리핀 페소,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주변 국가들의 화폐 가치가 동반 폭락하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태국 바트화의 가치 폭락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을 비유해서 '바트 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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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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