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폐에 대한 경제학 이론에 있어서는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학의 거장 나라야나 코철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가 1998년 발표한 〈돈은 기억이다 (Money is Memory)〉라는 논문을 통 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코철라코타는 이 논문에서 만약 한 경 제체제 내의 모든 경제활동이 하나의 단일한 원장에 기록될 수 있다. 면 이 기록의 상계처리를 통해 모든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 에 화폐가 필요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장이 존재하지 않 기에 경제체제 내에서 각 개인의 경제활동을 기록하는 하나의 기억 (Memory)'으로 화폐가 사용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돈은 기억이다'라고 논증하고 있습니다.
- 로마제국 멸망 이후의 유럽과 대비되는 동북아시아, 특히 중국과 우리나라 화폐제도의 특징은 중앙정부가 화폐를 발행하고 통제했으며, 금으로 대표되는 귀금속이 아니라 비교적 흔한 동으로 주화를 만들거나 지폐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이 지역에서는 화폐를 구성하는 귀금속의 가치가 곧 화폐의 가치가 되는 상품화폐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화폐제도가 작동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송, 원, 그리고 조선의 화폐제도처럼 화폐를 구성하는 상품의 가치와 상관없이 화폐가 명목상의 액면가치로 유통되고 사용될 수 있는 화 폐를 명목화폐라고 합니다. 귀금속과 상관없이 화폐를 발행하는 정 부의 권위와 정부가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 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행정력과 이익이 일정 수준 이상 되 어야 명목화폐는 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등 화폐가치와 관련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명목화폐와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화폐가 법정화폐입니다. 법 정화폐는 화폐에 함유된 귀금속의 함량이나 상품의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또한 법정화폐는 화폐의 형태와도 상관이 없습니 다. 즉 지폐일 수도 있고 동전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가상자산처럼 인터넷에 저장된 데이터의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법정화폐는 화 폐의 형태나 화폐를 만드는 원재료와는 상관 없이 화폐를 발행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하는 액면가격에 해당하는 가치를 갖는 화폐입 니다. 즉 우리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1만 원권 지폐나 5만 원권 지 폐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 액면가격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는 재화나 서비스로 교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부가 그 가치를 보 증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정화 폐는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능 력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신뢰에 의해 유지되며, 이러한 맥락에서 법 정화폐를 신탁화폐 (Fiduciary Currency, 신뢰에 의해 가치가 유지되는 화폐) 라고도 합니다. 현재 언론을 통해 종종 이야기되는 중앙은행 발행 디 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역시 법정화폐입니다. 화폐의 형태와 상관없이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그 가치를 중앙은행이 보증하기 때문입니다.
- 1944년 결정되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시작된 브레튼우즈체제는 20여 년 동안 순조롭게 작동되었습니 다. 이 체제하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전쟁으로 인한 손실 을 복구하고 다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 조로운 작동의 이면에는 브레튼우즈체제가 지속될 수 없는 문제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국가 경제가 피폐해진 상황에서 유럽 각국의 최우선 목표 는 전후 재건 사업이었습니다. 미국은 유럽에 마셜플랜을 통해 막대 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재건과 경제성장을 도왔습니다. 이 기간에는 전후 재건이 우선이었기에 유럽 각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국가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후 복구가 마무리되고 경제성장이 궤도에 올라서면서 유럽 각국 정부는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 규모 와 국가별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가 상이해졌고, 재정정책 역시 정부 의 목적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국가별 독립된 정책의 운용 은 브레튼우즈체제에서 정한 환율의 안정적 변동폭인 1%를 초과하게 되고 각국 환율이 변동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브레튼우즈체제의 핵심은 미국 달러의 가치를 금 1트로이온스당 35달러로 고정한 상태에서 다른 국가의 통화는 달러에 대해 기준 환 율의 1% 안팎의 변화만을 허용함으로써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책적 기조가 급속한 전후 재건 기간에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이 아니라 경 제성장의 지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특히 각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산업적 기반이 비슷한 까닭에 경제성장 과정 역시 비슷 했습니다. 따라서 급속한 전후 재건 동안 유럽 각국은 인플레이션율 과 이자율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후 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자 유럽 각국은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되 었습니다. 이에 일관성 있게 유지되던 환율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국가별로 다른 통화가치의 변화는 달러가치를 금 1트로이온스에 고정시키고 다른 나라의 화폐를 달러에 안정적인 환율로 고정하도록 하는 브레튼우즈체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축통화로서 달러 자체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국제경
제학에는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미
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 교수가 발견한 개념으로 국제경제에서 기축통화국과 기축통화가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세계에 달러를 충분 히 공급하기 위해 달러를 많이 발행하면 달러의 가치가 허락해 기축 통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반대로 달러가치를 유지 하기 위해 달러를 적게 발행하면 국제 결제에서 달러가 부족하게 되어 역시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 는데, 이것이 바로 트리핀 딜레마입니다.
- 이러한 트리핀 딜레마와 함께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의 또 다른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입니다. 미국은 1940년대까지는 무역수지 흑자국 이었으나, 1950년대 이후 유럽과 일본이 전후 복구를 마치고 본격적 으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미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해 미국의 무역수 지는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외국의 달러 보유량은 증가 했지만, 미국이 보유한 금은 지속적으로 유출되어 달러의 가치 또한 하락하게 된 것이죠. 여기에 더해 1960년대 이후 존슨 행정부의 ‘위대 한 사회 계획'이라는 대규모 복지 프로그램과 베트남 전쟁 전비로 정부 지출이 폭증했고 이는 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켰습니다. 사실 이러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는 기축통화국에 있어 필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기축통화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지 않을 경우 기축통화의 조건인 일반적 통용성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기축통화국은 무역수지 적자로 자국 화폐가 외국에 유출된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히 자본수지를 흑자로 유지함으로써, 즉 미국이 발행한 국채를 무역스지 흑자를 통해 달러를 축적한 다른 나라가 구입해 다시 달러를 미국으로 유입시킴으로써 국제수지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습 니다.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어 미국 달러가 지속적으로 다른 나라로 우입되면, 트리핀 딜레마처럼 금의 보유량이 제한된 상황 에서 미국의 달러가치가 하락해 기축통화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일종의 플랫폼입니다. 비트코인은 그 것을 기반으로 비트코인 위에서 작동하는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을 만들거나 배포할 수 없지만 이더리움은 디앱을 만들거 나 배포할 수 있습니다. 디앱은 풀어 쓴 명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탈중앙화 분산 응용 프로그램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이 더리움은 윈도 같은 일종의 운영체제(OS)라고 할 수 있고, 디앱은 그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엑셀과 파워포인트 같은 응용 프로그램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이 이렇게 자신 위에서 작동하는 디앱을 만들거나 배포할 수 있는 이유는 이더리움이 단순한 블록체인 네트 워크가 아니라 분산 컴퓨팅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 분산 컴퓨팅 플랫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암호화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살 펴보면서 사토시 나카모토가 C++로 만들어진 소스코드(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작에 사용되는 일종의 설계 파일)를 백서와 함께 배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최초의 암호화폐인데다 소스코드가 배포되었 기 때문에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의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다른 암호화폐가 만들어졌다면 결 국 이 모든 암호화폐는 기본 설계도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하지만 새 암호화폐를 만들 때마다 매번 비트코인의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만들게 되면 이건 일종의 시간과 노동의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조금 더 편하고 간단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이더 리움입니다. 이더리움은 여러 암호화페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특성만 모아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개발자가 이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만든다고 가정할 경우,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 필요 없이 이더리움의 소스코드에서 필요한 부분만 새롭게 변경해 만들면 됩니다.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장 큰 차이는 블록체인 위의 블록에 데이 터만 기록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계약을 실행시킬 수 있는 코드인 조건 문(if)이나 반복구문(loop)을 추가할 수 있는지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비트코인에서 살펴보았듯이 비트코인은 블록에 거래 정보만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거래에 대한 정보를 암호화하는 것이 바로 해시 함 수임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이러한 거래 정보에 더해 그 거래를 실제로 실행시킬 수 있는 코드를 블록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더리움은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블록에 기록할 뿐 만 아니라 그 거래의 계약서와 계약 조건도 기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서 스마트 계약의 적용이 가능한 것이죠.
블록체인과 달리 이더리움이 이렇게 복잡한 계약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더리움과 관련해 첫 번째로 살펴본 분산 컴퓨팅 플 랫폼과 다시 연결됩니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 움 가상머신(EVM, Ethereum Virtual Machine)이라는 기술을 도입했습니 다. 이더리움 가상머신은 블록체인으로 구성된 하나의 컴퓨팅 플랫 폼입니다.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가상머신을 통해 사용자에게 사전에 정의된 프로그램이 아닌, 자신의 목적에 맞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다시 말해 비트코인은 사전에 정의된 프로그램인 거래내역만 블록체 인에 기록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은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도면, 즉 이더리움의 소 스코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 도면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작업 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이더리움 가상머신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덕분에 스마트 계약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더리움은 어떻게 비트코인에서는 불가능했던 이러한 작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이는 이더리움이 솔리디티(Solidity) 라는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솔리디티는 다른 프로 그래밍 언어인 C++, 파이썬, 자바스크립트의 영향을 받은 언어로, 이 더리움 플랫폼인 가상머신 위에서 작동하는 언어입니다. 솔리디티의 특징은 튜링 완전(Turing Complete) 언어라는 점인데요. 이더리움은 튜링 완전 언어인 솔리디티를 이용해 현실에서 가능한 모든 계약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노드)는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었을 때, 즉 새로운 계약이나 거래가 체결되었을 때 그에 대한 검증을 위해 이더리움 가상머신을 실행합니다. 이더리움 가상머신의 실행을 통해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는 동일 한 계산을 수행해 같은 결과값을 저장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노드 는 하나의 상태(계약이나 거래의 체결 및 그 조건)에 합의하게 됩니다. 이 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더리움 가상머신과 스마트 계약은 서 로 밀접하게 연결되고, 이 둘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솔리디티와 다른 언어의 차이
사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가상 머신과 연결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컴퓨터는 이해하기 쉬운 기계어와 컴퓨터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람은 이해하기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습니다. 컴퓨터 도입 초기에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기계어였지만, 컴퓨터 기술이 발전 하면서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가 대부분이 되었다고 해서 컴 퓨터가 이해하는 언어 체계까지 바뀐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프로그 래밍 언어를 기계어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수행하 는 것이 바로 가상머신입니다. 예를 들면 C++나 자바로 프로그램을 작성할 경우 이 프로그램 언어를 기계어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가상머신이 C++나 자바에 내장되어 있습니 다. 따라서 가상머신 자체도 이더리움만이 가진 독창적인 특징은 아 닌 셈이 됩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더리움에 솔리디티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그 이유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다른 언어와 달리 솔리디티는 그 자체가 이더리움에 최적화되어 디자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 로 이더리움은 암호화폐이고, 암호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생성 이유 중 하나는 비트코인 백서에도 있는 것처럼 개인과 개인 간 금융중개 기관의 개입 없는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거래를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상대방의 지갑 주소와 공개키 등이 필요합니다. 솔리디티는 기본 코드에 이러 한 거래를 위한 문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기존 프로그래밍 언 어는 이런 문법이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암호화폐 관련 프로그 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모두 백지상태에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거래를 할 경우, 솔 리디티는 이미 만들어진 문법을 이용해 지갑 주소를 확인하고 그 지 갑 안에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본 후 다른 사람에게 정해진 금 액만큼 보내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는 이 와 관련된 문법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디앱 개발자에게 있어 이미 만들어진 문법 을 사용하는 것과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작업의 효율 성과 개발 기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그 래서 이더리움은 솔리디티를 사용해 이더리움의 스마트 거래를 편리 하게 만들 수 있도록 했고, 이더리움 위에서 작동하는 디앱 역시 솔리디티를 이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이더리움과의 호환성을 증대시 킬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은 개인과 개인 간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위해,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 및 디앱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 이오스는 이더리움의 느린 거래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플은 해외송 금에 특화된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참여자 역시 해외송금 업무와 관련된 개인 혹은 회사로 제한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리플 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될 수 있었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도 충 분히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 테라와 루나: 시장을 간과한 알고리즘의 끝
앞에서 우리는 가치안정 코인의 세 유형 중 법정화폐 담보 방식과 가상자산 담보 방식의 작동 알고리즘과 그에서 파생되 는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법정화폐 담보 방식은 코인 발행사 및 발행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가상자산 담보 방식은 다른 가상자산의 담보 가치에 그 가치가 의존 합니다. 따라서 이 두 유형의 가치안정 코인 모두 코인 발행사의 분식 회계 혹은 가상자산시장 자체의 가격 하락 같은 시스템 위기(Systemic Risk)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가치안정 코인의 마지막 유형인 알고리 즘 가치안정 코인과 그 문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앞서 두 유형의 가치안정 코인은 모두 담보, 즉 기초자산에 의해 가치 가 유지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정화폐 담보 가 치안정 코인은 양도성예금증서와 유사하고, 가상자산 담보 가치안정 코인은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금융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갖습니 다. 기초자산에 의해 가치가 유지되는 이 두 유형과 달리 테라(Terra) 와 루나(Luna)는 알고리즘에 의해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 가치안정 코인입니다. 그렇다면 테라와 루나는 어떤 알고리즘으로 법정화폐에 고정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요??
테라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테라폼랩스는 각국의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여러 종류의 가치안정 코인을 발행합니다. 만약 우리나라 원 화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이면 테라KRW가 되고, 일본 엔화에 가 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이면 테라JPY, 미국 달러화에 가치가 고정된 테 라는 테라USD(UST)가 됩니다. IUST는 1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갖도 록 발행되고 유지되는데, 그 방식이 앞에서 살펴본 법정화폐 담보 방 식이나 가상자산 담보 방식처럼 담보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테라와 루나의 교환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 최초 발행 시점에서 1테라가 1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갖고, 1테라가 1루나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고 가정할 경우 1달러=1테라 1 루나' 가 됩니다. 그런데 이 가치가 유지되지 않고 변동되면 테라를 발행하 는 회사인 테라폼랩스는 테라 투자자가 보유한 테라를 테라폼랩스 에 맡기면 언제나 1테라를 1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루나로 교환해줍니다. 만약 테라 가격이 하락하여 테라 보유자가 테라를 맡기고 루나로 교환하는 시점의 루나 가격이 1달러가 된다면 테라 보유자는 1테라로 1루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나 가격이 0. 1달러가된다면 테라 보유자는 1테라를 10루나로 교환하게 됩니다. 즉 루나의 시장가격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테라 보유자는 전용 플랫폼에서 1테라를 1달러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는 루나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테라와 루나의 교환 알고리즘은 테라 보유자로 하여금 무위 험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를 할 유인을 제공하고, 이러한 차익거 래를 통해 시장에서 테라의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만약 테라 의 가격이 1달러 아래, 즉 0.6달러로 하락한 경우 거래자는 시장에서 테라를 구입하고 테라폼랩스를 통해 루나로 교환합니다. 이러한 방 식을 이용해 거래자는 0.6달러로 1달러 상당의 루나를 얻을 수 있어 0.4달러의 차익을 얻게 됩니다. 차익을 얻기 위해 시장에서 테라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그러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테라 의 가격은 상승하여 다시 1달러로 조정됩니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 지입니다. 이러한 테라와 루나의 이중 코인 시스템으로 인해 투자자 는 무위험 차익거래를 할 유인을 갖게 되고 차익거래를 통해 테라의 가격은 1달러로 수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테라와 루나는 차익거래 알고리즘을 통해 담보자산의 존재 없이도 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안 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테라를 매매하는 사람은 차익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데 시장에서 루나를 매매하는 사 람은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만약 루나를 매매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면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아무도 루나를 구입하 려 하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결국 테라의 고정된 가치도 무너지게 될 테니까요.
- 테라를 발행하고 그 가치 유지를 책임지는 테라폼랩스는 루나 투자 자로 하여금 루나를 매수하고 보유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테라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alized Finance) 플랫폼인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을 제공합니다. 앵커 프로토콜은 앞에서 살펴본 메이커다오와 유사한 담보대출 알고리즘입니다. 시장에서 루나를 매수한 투자자는 앵커 프로토콜에 루나를 담보로 하여 테라를 빌 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빌린 테라를 다시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하거나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루나를 담보로 테라를 빌려 이를 다시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할 경우, 테라폼랩스는 1년에 20%의 이자를 보장하여 투자자로 하여금 장기 투자를 유도합니다. 이런 알고리즘은 루나의 가치가 불안정하다고 믿는 투자자에게는 루나를 테라로 교환하여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루나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차익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보유량의 일부만 예치하거나 혹은 전부를 루나와 테라의 차익거래에 사용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 정리하면 루나의 매도를 통해 테라폼랩스가 벌어들인 수익은 언제든 루나를 다시 매도하려는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대차대조표상의 부채가 됩니다. 따라서 테라폼랩스는 이 부채에 상응하는 법정화폐 혹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테라폼랩스는 대차대조표 상 보유해야 하는 자산을 테라를 발행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주조차익(Seigniorage, 시뇨리지)을 통해 충당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 문제는 테라의 가치를 떠받치는 루나의 시가총액이 테라의 시가총액 아래로 추락할 경우 실질적으로 아무런 가치 유지 수단이 없다는 것 인데, 테라폼랩스는 이에 대해 비트코인을 테라 발행량에 상응하도록 보유하여 담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알고리즘과 메커니즘만 살펴보면, 알고리즘 가치안정 코인 테라와 루나는 테더나 메이커다오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논리적인 가상자산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논리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폭락이 지난 2022년 5월 9일부터 5월 13일까지 발생했습니다.
- 그렇다면 테라와 루나는 가격을 1달러에 고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 메 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왜 가격이 폭락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공황매도와 뱅크런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테라의 가치는 법정화폐나 다른 담보자산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테 라와 루나를 교환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유지됩니다. 다시 말해 언제 든 테라의 가격이 변동하면 루나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메 커니즘에 의해 테라의 가치는 1달러에 고정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차익거래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무너지거나 혹은 자신의 자산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수의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한 돈을 찾기 위해 시장에서 자산을 매도하게 될 경우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동반 하락하여 시장이 붕괴하게 됩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뱅크런이라고 합니다.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에 돈을 예금한 고객이 은행이 망하면 자신의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은행으로 몰려가서 예금을 인출하려 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은행은 지급준비제도(Reserve Requirement System)로 인한 유동성 부족으로 고객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해 파산하게 됩니다.

- 메이커다오와 가상자산담보대출
2018년 가상자산담보대출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메이커다오(MakerDAO)가 시작되었습니다. 메이커다오는 달러에 가 치가 고정된 가치안정 코인인 다이(DAI)와 수수료를 지불하는 코인인 메이커 (Maker)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이더리움을 담보 로 어떻게 다이를 발행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다 이의 발행 메커니즘과 반대로, 다이를 보유한 사람은 이 다이를 담보 로 이더리움을 대출받을 수 있으며, 만기 혹은 만기 이전에 이더리움을 상환하면 자신이 담보로 맡긴 다이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로 메이커를 지불하는 것이고요. 우리가 주식담 보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식이나 주택을 담보로 은행으 로부터 돈을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면, 메이커다오는 다이를 담보로 이더리움을 빌리고 이자로 메이커를 지불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상자산담보대출은 비록 그 범위가 메이커다오로 제한되지만, 실제 은행에서의 담보대출과 비슷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탈중앙화 금융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탈중앙화 금융은 분명 제대로 된 금융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에서는 허가 받지 않은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이자 혹은 수익의 분배를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거래를 할 경우 유사수신 행위로 처벌 을 받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이러한 유사수신의 예로 가상화폐 혹은 크라우드 펀딩을 사칭하는 예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 리가 앞에서 살펴본 테라의 앵커 프로토콜 역시 이러한 유사수신의 로 인한 문제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현재 미국은 충분히 큰 내수시장과 전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산업 및 금융산업을 통해 이러한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달러가치를 유지하여 기축통화로서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 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 기축통화가 된다면 이 딜레마를 해 결할 수 있을까요?
많은 경제학자는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공개시 장의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전 세계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유는 그만큼 달러와 연방준비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 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는 수많 은 훌륭한 경제학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국 연방준비제 도이기 때문에 시장이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내 로라하는 경제학자가 연방준비제도와 함께, 혹은 연방준비제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신뢰하고 따른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 그렇다면 가상자산은 금처럼 이렇게 안
전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안전자산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상황 혹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가격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거나 아니면 금처럼 그 가격이 상승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기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기 때문입 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상황에서 가상자산은 주 가와 마찬가지로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가상자산의 이러한 가격 움 직임은 가상자산이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위 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험자산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상자산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위험자산의 한 종류로 기능할 수는 있지만 안전자산으로 기능할 수는 없습니다.
- 세 가지 경제학 이론 (선행현금제약조건이론, 세대중첩이 론, '돈은 기억이다' 이론)을 종합해 살펴보면, 화폐의 기원 혹은 무엇이 화폐이고 아닌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존재가 필수 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화폐의 기능은 정부나 중앙은행에 의해 결 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의 합의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중앙은행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 은 상태에서 화폐의 존재와 사용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마지막 '돈은 기억이다'의 경우 하나의 원장을 가정하여 얼핏 보면 정 부나 중앙은행의 존재를 가정한 듯하지만, 신용카드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나 중앙은행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원장에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앞에서 우리가 제도경제학 측면에서 살펴본 암호화폐 혹은 가상자산의 문제는 반대로 금융경제학 이론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금융경제학 이론에서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존재는 필수적인 요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파레토 개선 거래를 가능하게 하여 사회전체적인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화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화폐가 될 수 있을기 없을기는 선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든, 비트코인이든 아니면 제3의 다른 수단이든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사회 건제적인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모두 화폐가 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규 범적인 측면에서만 화폐를 규정하는,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로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거래 내역을 보유하고 있어 위조나 변조가 어려운 장점이 있지만 거래 속 도가 느리고 네트워크 참여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반드시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대로 프라이빗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미리 허가를 받은 개인이나 조 직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블록체인 네트워크입니다. 프라이빗 블 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거래내역 역시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노드만 보관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네트워크의 유지, 보수, 참가자 의 승인 등을 책임지는 중앙관리 주체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쿠브가 대표적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 계약이나 보험 계약 등에 대해서도 프라이빗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리하면 기존보다 거래비용을 전한 수 있는 계약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 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Douglass C. North)는 자신의 책 《경제사에 있어 구조와 변화(Structure and Change in Economic History)》에서 인류 역 사의 발전 과정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인류 역사의 발전은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봉건제에서 중앙집권제로의 변화는 조세의 수취와 국방 에 대한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며, 군주정에서 민주정으 로의 이행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 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계약 시 스템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계약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역시 이러한 발전의 한 단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달러가 붕괴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본시장이 점점 통합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물시장보다 금융시장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각국이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을 하나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세계 자본시장은 빠르게 통합되었습니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통합으로 달러는 대체할 수 있는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기축통화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고, 미국 역시 다른 나라에 투자하고 대외 적자를 결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금융시장 규모가 실물시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규모는 명목 GDP의 50배가 넘는 1,231조 달러를 기록했 는데, 이 수치는 미국의 총 공적 채무(Public Debt) 27.7조 달러의 40배 가 넘는 규모입니다. 또한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외국 인 투자는 약 19조 달러인데, 이 수치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 회원국의 경상수지 흑자 합계인 약 1. 2조 달러를 훨씬 초월하는 금액 입니다.
- 글로벌 불균형이 분명 심각한 문제이지만, 현재 상황은 전 세계적으 로 실물시장보다 금융시장의 규모가 훨씬 크고, 이 금융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점점 더 밀접하게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실물거래와 금융거래 모두에 있어 중요하게 기능하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약해지거나 흔들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대, 혹은 달러의 시대는 곧 금융의 시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는 리브라와 조금 다릅니다. 비트코인 이 법정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백서에서 서술한 내용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하자 투자자 사이에서 나온 주장이었습니다. 이더리움은 아예 처음부터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디앱으로 작동하고 스마트 계약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체결되는 하나의 플랫폼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즉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주장이나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청산되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청산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 에 대한 명시적인 인식 차이에 기인합니다.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비록 그들이 처음 등장했 을 때의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과 가상자산이 등장했기 때문에 기존 금융시장도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여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고, 법정화폐 시스템 도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논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혁신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한 '창조 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화폐 측면에서 실행해 화폐의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경제발전에 있어 창조적 파괴 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지를 생각해보면,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이 용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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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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