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자신이 떠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자녀들과 나눌 수 있을까? 다른 사람 일이라면 치매, 신체와 관련하여 존엄성을 잃는 일, 치명적인 질병, 이별에 관한 것이라도 추상적으로 나마 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친구,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의 일이라면, 우리는 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바로 그 사람은, 우리가 대화를 시작조차 못 한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더 잘해낼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 하겠어' 라는 생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거야 라고 해야 한다.
- 2005년, 호주의 한 연구진은 75세 이상 남자로 이루어 진 집단의 걸음 패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시드니 출신 남자 1,705명을 모은 대규모 집단이었는데, 연구진은 각 인원이 연 구에 참여할 당시 얼마나 빨리 걷는지를 측정했다. 그다음에 5년 동안 주시하며 기다렸다. 그 기간에 266명이 사망했다. 연 구에 참여할 당시 남자들은 평균 걸음 속도가 초당 0.88미터, 시간당 약 3킬로미터였다. 어떤 사람들은 훨씬 더 빠르게 걷기 도 했는데, 놀랍게도 초당 1.36미터, 시간당 5킬로미터 이상으 로 걸을 수 있는 남자는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다. 연구진이 인상 깊게 남긴 말처럼 “빠를수록 죽음은 멀어진다. 빨리 걷는 사람은 사신과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사신이 걷는 속도를 이미 알아챈 것이다.
- 요즘 고령에 접어드는 사람들은 2, 30년 전에 살았던 노인보다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뉴캐슬에서 홍콩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상황은 더 나빠지는 듯하다. 주로 앉아서 지내고 지나치게 많이 먹는 생활 방식을 전적으로 탓해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키케로는 2000년도 더 전에 말했었다. “무절제하고 제멋대로 젊음을 보내면, 노년에 노쇠하고 닳아빠진 몸을 얻을 것이다.”
- 첨단 의술, 복잡한 치료 선택, 위급 상향 및 치료 알고리즘, 패혈증 묶음 치료, 병원에 도착한 뒤 약물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 같은 수많은 요소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잊어버리기 쉽다. 아툴 가 완디 역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저서 『어떻게 죽을 것 인가』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정한다. 이 책의 부제는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다. 가완디는 자기 아버지를 포함한 여러 사례연 구를 통해 의료 결정이 명백하지 않은 때가 얼마나 잦은지 설명한다. 우리가 생각보다 얼마나 더 자주 선택의 순간에 직면 하는지 자세히 이야기하고, 희망, 두려움, 목표에 솔직해질 수 있을 때만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 의료서비스개선협회에서도 의료진은 '무엇이 문제인가?' 보다 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나는 낙상에 관해 다음 네 가지 사실을 배웠다. 첫째, 낙상은 흔하되 정상은 아니며, 따라서 낙상을 입은 사람은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더 야단을 부리자. 둘째, 세세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면 전부는 아니어도 많은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는 조처해주길 기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낙상당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우고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낙상은 부상을 입히는 것보다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 데니스 할아버지는 피나스테리드를 먹었다. 이 약은 효과 가 나타나기까지는 최대 6개월까지 시간이 걸리고 큰 효과를 보려면 그 이상이 걸리긴 하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약이다. 호르몬 치료제로 전립선에 있는 강한 테스토스테론류를 차단 해서 결국 전립선을 줄이고 소변 흐름을 개선하는 약인데, 피 나스테리드는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다소 있는 듯하다.
일부 사람은 테스토스테론을 방해하는 약이 성욕 감퇴나 발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나 타나는 남성은 생각보다 적다. 몇몇 연구에서는 100명 중 1명 이었고, 다른 한 연구에서는 15퍼센트까지 나타나긴 했는데, 다만 이 연구에서는 속임약도 비슷한 문제를 유발했다. 우리는 남성의 발기 능력이 기계적인 요인 외에도 수많은 요인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안다. 
- 방광을 진정시키는 약물을 먹는 사람 아홉 명 중에 여덟 명이 이렇다 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안구건조증, 구강건조증, 변비 같은 부작용에 시달릴 위험에 놓이는 것일 뿐이다. 걱정스럽게도 이런 흔한 부작용은 뇌 기능 저하를 안고 갈 수도 있다. 측정하긴 어렵지만 정말이다(이런 약들은 화학물질인 아세틸콜린에 영향을 미치는데 아세틸콜린은 인지 기능에 꼭 필요하다. 대다수 치매 치료제는 아세틸콜린 수준을 높이면서 작용한다. 하지만 방광을 진정시키는 약은 반대 효과를 내 면서 아세틸콜린을 차단한다. 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부 항우울제처럼 의도치 않게 항콜린성’ 성질을 보이는 여러 다른 약과 더불어 이런 방광 진정 약물도 장기적으로는 두뇌에 좋지 않다).
- 당뇨병이 있는 사람한테는 포도당 수치를 좁은 결승선 사 이를 통과하듯 일정하게 유지하길 권한다. 혈당이 높으면 연약 한 혈관 벽은 서서히, 그러나 무자비하게 훼손되는데 그러다 결 국에는 이 귀중하고 여린 동맥으로 혈액을 공급받는 장기에까 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장은 수축하며 굳고, 눈 뒤에 있는 혈관은 뻣뻣해지고 출혈이 생긴다. 말초신경이 죽 는다. 종아리 근육은 산소가 모자라 통증이 발생한다. 혈액 보 급로가 줄어들면서 발가락이 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피 해는 몇 달이나 몇 년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한다. 예컨대 5, 60대인 젊은 사람은 당뇨병을 잘 관리하면 활기찬 삶을 몇 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먹는 것을 조심하고, 적절한 약을 먹고, 수없이 혈액검사를 하는 데 들인 노력은 보답을 받는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관리를 너무 잘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당뇨병 환자는 약이 저혈당을 유도할 위험이 더 클 수도 있다. 저혈당은 낙상과 관련이 있으며, 뇌 기능에 영구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고혈당 보다는 당뇨병을 과다 치료해서 생긴 저혈당으로 응급 입원하 는 사례가 65세 이상에서는 더 많다. 75세 이상에서는 저혈당 이 훨씬 더 흔하며, 나이가 아주 많은 2형 당뇨병 환자는 심하 지 않은 고혈당을 피해봤자 장기적인 보상이 없다. 갈증을 느 끼거나 소변을 많이 보지 않는 한 나는 페기 할머니의 혈당 수 치가 오르는 것에 관해서는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초고령인데다가 다른 문제도 진행 중이라면 저혈당이 말썽을 일으키기다 더 쉽다.
나는 페기 할머니의 당뇨병 약이 든 상자 하나를 버리는 더미에 놓았고, 나머지 약의 복용량을 반으로 줄였다. 우리는 페기 할머니와 할머니를 담당하는 지역 보건의와 전문 간호사 한테 동의를 구해 할머니의 당뇨병 관리 목표를 변경해야 했 다. 완벽한 신진대사라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이자, 할머니한 테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머니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혈당 수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 공식적으로, 치매는 사실 질병이 아니다. 이 단어는 여러 증상을 한데 모아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으며 치매를 유발하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하고 그다음으 로는 혈관성치매가 많다. 혈관성치매는 뇌졸중이 연달아 일어 나거나 딱 한 번이라도 심각한 뇌졸중이 일어나면 뇌에서 힘과 움직임을 통제하는 부분뿐이 아니라 사고, 언어, 기억에 관여 하는 부분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 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에 함께 걸린다. 또 루이소체치 매도 있는데, 이는 특별한 패턴이 있으므로 알아둘 만하다. 다 른 종류도 있다. 전두측두엽치매는 특히 소란을 일으키는 행동 변화를 동반할 수도 있다. 파킨슨병을 오래 앓은 사람이 걸리 는 치매 종류도 있으며 훨씬 더 희귀한 종류도 있다..
- 그렇다면 치매 증상은 무엇일까? 치매가 기억뿐 아니라 무언가를 조직하는 기술, 계획성, 방향감각, 언어 같은 다른 사고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안다. 하지만 더 모호하고 측정하기 힘든 사고 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흔히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슬프게도 치매에 걸리면 호기심이나 유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공감하는 능력이나 타인한테 관심을 가지는 능력이 깎여나갈지도 모른다. 요컨대 우리를 친절하거나, 재미있거나, 호감 가거나, 심지어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드는 특징도 마모될 수도 있다.
- 치매를 찾아내는 영상 검사가 있을까? 쉽게 말하면 없다. 우리는 이런 검사를 자주 하지만 대부분 기억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는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영상 검사는 치매 종류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넌지시 알려줄 수 있지만, 그 질병에 걸 렸는지 판단해줄 만큼 정밀하지는 않다. CT 영상 속 쪼그라든 호두처럼 생긴 뇌에 그늘진 부분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뇌동맥 이 막히고 혈액 흐름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환자는 어 려움 없이 만족스럽게 일상 과제를 완수할 수도 있다. 영상 검 사에서 심각한 변화가 나타나면 앞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억에 문제가 있는 사람 중에 영상 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은 사람도 많다. 마거릿 할머니와 딜리 할머니도 검사 결과는 괜찮았 다. 20대처럼은 물론 아니지만 걱정스러울 정도도 아니었다. 따라서 “영상 검사 결과가 정상이네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 서 치매 경보를 해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영상 검 사로 치매를 알아볼 수 없다. 그러면 진단을 받을 가치가 있긴 한 걸까? 그냥 모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우선,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많은 사람은 치매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며, 인지한 문제는 대체로 '정상' 범위 안에 있을 것이라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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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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