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입맛이 된 어른 입맛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디저트 문화 트렌드 중 하나는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은 실버 세대의 감성을 즐기는 젊은 층의 문화를 의미 한다. 아직 20~30대에 불과하지만 스스로를 할머니 입맛, 할머니 취향 이라고 말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젊은 층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흑 임자, 쑥, 인절미 등을 활용한 디저트를 즐긴다.
- 영국의 복식학자인 제임스 레이버(James Laver)는 유행과 관련해 '레이버의 법칙'을 주장했다. 유행이 1년, 10년, 20년씩 지나갔을 때는 한 물간 유행처럼 느껴지거나 끔찍하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유행이 30년이 지나면 흥미롭게 느껴지고 그보다 더 지나면 고풍스럽 고 매력적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면 낭만적으 로, 150년이 지나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유행이 일정 시점이 지 나고, 더 오래되고, 나와의 접점이 없어질수록 더 미화된다는 것이다. 제임스 레이버는 복식학자지만, 그의 이론이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 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레이버의 법칙'에 따라 과거의 문화가 주목받 는 이유를 해석해보면 새로움과 호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의 젊은 세대는 과거 문화를 어렴풋이 기억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하였 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 하지 않고, 내 취향에 맞는다면 신선하다고 생각하며 호기심을 느낀다.
- 디지털 아카이빙의 발전으로 우리는 과거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여, 경험 해보지 못한 과거와도 친숙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는 더이상 고루한 것만은 아니다.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과거 문화라면 언제든 계승할 수 있는 헤리티지가 될 수 있다.
헤리티지가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새롭되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 가야 한다. 젊은 세대가 과거 문화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공감대 를 형성할 수 있는 친숙한 형태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재밌 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헤리티지는 역사가 있는 브랜드라면 활 용하고 싶은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역사와 함께 브랜드가 버텨왔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잘 대응해왔고 존재 이유를 잘 지켜왔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브랜드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헤 리티지는 유용한 도구다.
과거에 브랜드가 헤리티지에 접근한 방식은 브랜드의 역사를 나열하는 박물 관과 같았다. 이런 방식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겠지만, 소 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소비자 들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경험했더라도 새롭게 느껴지는 전통과 과거 에 흥미와 호기심을 느낀다. 브랜드 역시 이 지점을 고민하여 소비자에게 다가 가야 할 것이다.

- 댄스 챌린지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잘 적용된 콘텐츠로 2 세대의 흥미를 유발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은 재미, 즉각적인 미션 과 피드백을 필요조건으로 하는데 댄스 챌린지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댄스 챌린지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과 춤을 연습하고 즐겁게 촬영한 후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좋아요'나 댓글 등 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원본 콘텐츠를 자기만의 방 식으로 변형할 수도 있고 플랫폼의 다양한 특수효과를 활용하여 자신 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재미 요소도 있다. 한 가지 예로 블랙핑크 지수의 <꽃>챌린지의 안무를 활용하여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댄스 챌린지를 찍는 '꽃개 챌린지'가 있다. 누군가 <꽃> 챌린지를 변형하여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찍은 챌린지 영상을 공유했고, 이 영상이 사람 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원본 챌린지만큼의 바이럴을 만들었다. 이처럼 댄스 챌린지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적용되면서 2세대가 더욱 즐기 게 되었다.
- 마케팅 수단으로서 댄스 챌린지의 강점은 기존의 광고 방식과 달리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댄스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홍보 효과가 발 생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바이럴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댄스 챌린지를 홍보 수단 으로 고려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댄스 챌린지를 살펴보면 기업 이미지 안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빠른 모방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효과 적인 댄스 챌린지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작정 댄스 챌린지 트렌드를 따 르기보다는 지금까지의 마케팅 맥락과 기업 이미지의 방향성을 고려한 기획이 필요하다.

- 축구 유니폼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여 캐주얼한 일상복 으로 착용하는 스타일을 '블록코어룩'이라고 한다. 블록코어룩은 해 외 패션업계도 주목하는 트렌드로, 최근 발렌시아가, 구찌, 슈프림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유니폼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연이어 선보 이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블록코어룩이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축구 유니폼을 구매하는 여성들이 모두 축구에 관심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블록코어룩이 단순한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2022 카타르 월드 컵이나 2022 잉글랜드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보듯이 여성들 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 같은 관심은 단순히 축구 장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축구장 밖 일상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더라도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버드 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다니엘 리버만(Daniel E. Lieberman) 박사의 최근 저서 『왜 건강한 행동은 하기 싫은가Exercised: Why Something We Never Evolved to Do is Healthy and Rewarding, 면, 인류의 신체 활동은 '필요'와 '즐거움'에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고 한다. 생존을 위한 활동이나 즐거운 놀이를 제외한다면, 여분의 에너지 를 낭비하는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은 진화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운동을 하기 위한 강력한 동기는 운동이 정말 필요하거나 즐겁다고 느껴야 한다는 뜻이 기도 하다.
- 매년 새해 계획으로 운동을 결심하는 것만 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 기 위해 운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렇다고 운동이 누구에게나 즐거운 행위는 아닐 것이다. 다니엘 리버 만은 운동이 즐겁지 않다는 심리적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여럿이 함께 모여 운동을 하는 것이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뜻이다. 다수의 사람이 모여 소통하며 관계를 쌓고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 운동은 더욱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다. 최근 건강을 위해 러닝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들이 러닝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러닝 크루를 결성해 함께 달리는 이유도 여럿이 함께할 때 더욱 즐겁기 때문이다.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요인의 맥 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개인 스포츠와 달리 풋살은 다수의 인원이 팀 을 이뤄 경기를 치르는 팀 스포츠다. 좋은 플레이에 팀원들의 환호를 받거나, 실수하더라도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경험은 개인 스포츠를 통 해서는 느끼기 어려운 매력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었을 때의 짜릿함은 한번 느끼면 쉽사리 끊기 어렵다.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강 한 개인 스포츠와 달리 놀이에 가까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팀 스포츠인 풋살에 빠지는 이유다.

- 호텔은 이제 숙소만 제공해서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스테이케이션이 트렌드로 부상함에 따라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머무 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엔데믹 으로 인해 대부분 사무실로 복귀하며 이전 대비 시간이 부족해진 현대 인들은 근교에서 짧고 굵은 경험이 가능한 가심비 높은 여행을 추구하 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숙소 관점에서 과거에는 피곤한 투숙객들의 질 좋은 숙면을 위해 매트리스, 이불, 베개, 침대 등 숙박에 신경을 많 이 썼지만, 이제 안락한 쉼을 제공하는 요소는 필수가 되었다. 다양하 고 새로운 경험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은 편안한 숙면 외에 이국적 느낌을 얻고, 취미를 즐기며, 해보지 못했던 라이프스타일을 즐 기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호텔 자체가 여행지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조식 뷔페를 즐기고,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피트니스 센 터에 가서 체력을 다지거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힐링을 하는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호캉스'가 주류였다. 하지만 점차 개념이 확장되어 '워케이션이나 숙박 없이 반나절 동안 호텔에서 제공하는 이벤트를 즐기는 '반캉스', 호텔에서 스포츠를 즐 긴다는 의미의 '스포츠케이션(스포츠+베케이션)' 등의 신조어가 등장 했다. 이처럼 호텔은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대시설과 이벤트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 면, 이제 고객들은 호텔의 테니스 코트에서 파트너와 가볍게 랠리를 하고, 맑은 공기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마련된 숲에서 트래킹을 하며, 객실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수영장에서 플로팅 요가를 배운다. 굳이 호 텔에서 숙박하지 않더라도 객실과 시설만을 빌려 개인에게 필요한 취 미활동을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호텔은 취미생활의 장(Field)으로 거듭난 것이다.
호텔에서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생 활 방식과 취향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는 호텔마다 차별적으로 구비된 다양한 시설을 통해 충족 된다. 예를 들어 해비치, 워커힐, 하얏트, 롯데 등의 호텔에는 테니스장 이 구비되어 있어 테니스 관련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 소셜미디어의 일상화로 인해 관심사와 취향으로 연결된 느슨한 연대가 익숙 해진 시대다. 사람들에게 오픈채팅방은 단순히 모르는 사람들과 특정 관심사 를 주제로 채팅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주제 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관계가 형성되는 커뮤니티의 세계가 된 것이다.
오픈채팅의 세계에서는 모든 관심사가 곧 하나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를 찾거나 직접 만들 수 있고, 관 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채팅에 매력을 느낀다. 오픈채팅 커뮤니티로 만들어진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하고, 커뮤니티 구성원으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거나 서로의 유머와 위트를 공유하며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오픈채팅 커뮤니티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 다. 기본적인 수준의 챗봇이 아닌 보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AI가 커뮤니티 구 성원으로서 함께 어울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만이 아닌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오픈채팅 플랫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전문화되 고 특색 있는 오픈채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0'이라는 숫자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아무리 더해도 합이 늘어나 지 않는 이 마법의 숫자는 배달시키거나,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할 때도 '음료는 제로 칼로리니까 괜찮다'는 위안을 주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날, 후식으로 '마지막 양심' 아메리카노를 챙겨 마음의 평안을 찾 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는 스스로에게 주는 면 죄부로서 사람들이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억제하던 길티 센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자연스럽게 제로 제품 소비량이 급 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코카콜라 제로의 "이 순간, 자유로운 짜릿 함"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은 제로 슈거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느끼는 해방감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건강과 맛은 반비례한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소비자 들은 거리낌 없이 건강과 맛의 즐거움 둘 다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 제로 트렌드는 초기에는 탄산음료의 성분에 기반한 저칼로리 제품 선호 현상을 의미했지만, 점차 헬시 플레저에 기반한 식품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다'는 가치 소비 트렌드의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설탕이나 칼로리를 줄인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와 알코올을 제거한 무알코올 주류는 맛만이 아닌 소비자들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으며, 무라벨 제품은 불필요한 포장재를 최소화하 거나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을 투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로 트렌드의 확산은 단순한 식음료 선택의 문제를 넘어 이제는 우 리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 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을 포함한 시장마저 변화하고 있다.
- 술에서는 알코올, 커피에서는 카페인, 음식에서는 열량, 포장에서는 라 벨이 빠지고 있다. 기존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팥 빠진 붕어빵'이 저 절로 떠오를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붕어빵을 팥이 아니라 겨울 정취를 즐기기 위해 먹는다면, 붕어빵에 슈크림이나 누텔라가 들어가도 괜찮 다. 식음료의 목적에 대한 규정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면서 소 비자가 식음료를 섭취하는 목적이 변하고, 그에 따라 배제할 수 있는 요소 또한 변화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모임에서의 대화, 즐거운 분위기, 좋아하는 맛, 먹는다는 느낌 그 자 체를 새로운 식음료의 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다음 날의 숙취가 부 담되지 않는 술, 많이 마셔도 쉽게 잠들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커피,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패키징으로서 제로는 소비자에 게 가치를 더해주는 근거가 된다. 겉으로는 제로가 설탕, 알코올, 카페 인과 같은 물성적 요소의 배제를 의미하지만, 실질적으로 제로라는 단 어가 빼는 것은 소비자의 마음속 불편함이다. 얼핏 봐서는 달라 보이는 제로 식음료와 가치 소비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것은 그런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일상 속 머뭇거림이나 고민 이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의 정체에 대해 명확히 규명할 수 있 다면, 넥스트 제로 트렌드의 실마리까지도 찾아낼지 모를 일이다.
- 무알코올 맥주는 미국의 금주법으로 처음 생겼고,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21세 기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앞서 언급되었듯 국내 첫 제로 탄산음료인 코카콜 라 제로는 2006년에 출시되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나왔던 다양한 제품과 사 회적 운동이 팬데믹을 통해 제로 트렌드라는 하나의 흐름을 낳았고, 이러한 트 렌드는 우리 일상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제로 트렌드는 좋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대중의 니즈와 만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온전히 이해할 때 제품에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닌 빼는 방식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 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제로 칼로리를 통해 건강과 즐거움 중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듯 한 번에 여러 가지 욕구를 동시에 추구하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비 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오늘의 소비자들. 넥스트 제로 트렌드를 주 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소비 방식을 오롯이 이해하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불 편함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 기성세대와는 달리 MZ세대에게 평생 직장과 사회 주류라는 개념은 거의 사라졌다.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이직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장기적인 휴식기를 가지는 것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인정하는 MZ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갭 이어나 갭먼스를 가지면서 본인의 일이나 삶에 대한 가치관을 들여다 보고,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 삶의 방향성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청년 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갭이어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휴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바쁘게 열심히 살면서도 잘 놀고 잘 쉬는 일상의 균형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나다움을 유지하려는 MZ세대에게서 Post-갓생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휴식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 최근 해외에서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퇴사한 후에도 새 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고 아예 일하지 않는 '안티 워크(Anti-work)'나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3년 통 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하지 않고 쉬는 20~30대가 66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취업 시장의 위축과 번아웃을 겪은 MZ세대의 증가로 인해 그냥 '쉬는 청년'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곁을 지나간 욜로도 플렉스도, 현재 진행중인 갓생도 모두 개인의 행복을 위한 몸부림이었고, 시대 상황에 따라 그 방향성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 다. 최근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결국 지속가능한 갓생을 위한 MZ 세대의 새로운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일상과 경쟁 상황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외면하다가 번아웃으로 인해 영구 정지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일상에 서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하여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갓생을 지속가 능케 하려는 MZ세대의 노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들을 응원하는 휴식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향후 몇 년간 마케팅 시장의 핵심이 될 것 으로 전망된다.

- 소셜미디어 콘텐츠의 변화
완벽한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포스팅을 추구하는 '캐주얼 포스팅'이 트렌드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필터링과 편집 없 는 사진처럼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업로드하 던 인스타그램의 초창기를 지향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꾸며진 것과는 반대인 캐주얼 포스팅은 인플 루언서들의 큐레이션된, 완벽하게 포즈를 취하고 본질적으로 비현실 적인 하이라이트 신을 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캐주얼 포스팅을 통해 필터링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진짜 정체성과 성격을 나누고자 한다.
- '포토 덤프' 트렌드는 캐주얼 인스타그램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문 화다. 인스타그램에 #Photodump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글이 2023년 10월 기준 359만 개나 업로드되었을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 서는 '짤털'로 번역되는 이 트렌드는 사진 여러 장을 한 게시글에 업 로드하는 일을 뜻한다. 2세대는 사진첩의 여러 사진 중 남들이 보기에 잘 나온 A컷 한 장을 성심성의껏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 는 독특해 보이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장을 모아서 업로드한다. 보통 캡션은 매우 짧으며, 필터나 편집 없이 일상을 담은 사진들의 모음을 올린다. 꾸미지 않는 모습을 추구하고, 주위 풍경이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의 사진들이 모인 포토 덤프가 더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기에 하나의 완벽한 사진을 업 로드해야 한다는 부담 또한 줄일 수 있다.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흔들리거나 번 진 사진을 업로드하는 행위도 대중화되고 있다. 흐릿한 사진은 삶의 솔직한 순간들을 포착한 것처럼 보이며, 움직여서 흐릿한 사진은 각 잡고 포즈를 취하는 것과 반대되는 느낌을 준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 고 있음과 포즈를 취하려고 멈추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흐릿함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진이 뿌옇게 나올 수 있도록 일부러 카메라에 핸드크림 또는 아이섀도를 발라 비슷한 감성을 연출하는 촬영 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이제 미디어를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로 한정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자체의 영향력과 의미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일찍 이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1964년 『미디 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에서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했다. 유명한 이 문구는 미디어가 정보 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이 있으며, 인간 의 생각과 문화, 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 다. 매클루언의 이론은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인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도 적용될 수 있다.

- K-브랜드에 닥친 악재
K-컬처는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 경 제는 녹록지 않았다. 2022년 472억 달러의 역대급 무역 적자를 기록하 며 'K'의 승승장구에 적색 불이 켜졌다. 수출 적자에는 여러 요인이 복 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특히 주요 시장인 중국 기업의 제품력 상 승과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성향 증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이 한국 브랜드 부진의 직격탄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삼성 갤럭시가 아닌 화웨이와 샤오미로, 가전제품은 세계 1위를 다투는 LG와 삼성보다 하이얼, 메이디, 샤오티엔어 등의 가성 비 좋은 자국 브랜드나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인식이 강한 독일의 지멘 스로 양분화되고 있다. 뷰티 시장 역시 유럽, 미국, 일본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 및 동남아 브랜드 등 가성비 브랜드로 소비 심리가 양극화되어 국내 브랜드의 입지가 사라졌다. 아모레퍼시 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의 로드숍 매장을 철수하며 비용을 절감하 고 온라인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 'K' 색채 없이 승승장구하는 K-브랜드들
중국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킨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젠틀몬스 터'다.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젠틀몬스터가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천송 이 선글라스'로 중국에서 유명해져 젠틀몬스터에게는 자연스럽게 'K' 라벨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으 로 소비자 사이에 반한 정서가 확산되면서 위기를 맞았고, 이후 젠틀 몬스터는 브랜딩 활동에서 철저히 한국 색채를 빼기 시작했다. 한국 셀럽 등 한국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모든 브랜드발 콘텐츠를 중단하고, 젠틀몬스터가 가장 잘하는 파격과 혁신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새로 운 승부수를 띄웠다. 한국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과감한 매장 공간을 선 보이면서 가장 유명한 럭셔리 상권과 최고급 쇼핑몰에만 입점하였고, 의도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옆에만 매장을 오픈하며 중국 소비자들에 게 자연스럽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라는 인상을 남겼다. 2021년에는 젠틀몬스터가 지향하는 퓨처 리테일의 모습을 담는 '하우스(HAUS)' 프로젝트의 두번째 공간을 상하이에 오픈했다. 서울의 하우스 도산보다 더 웅장한 '하우스 상하이'는 4개층 약 1,000평 (3,270m2) 규모의 공간 으로 구성되었는데, 주일룡, 오양나나 등 중국의 셀럽들이 방문하며 이 슈를 끌었다. 2022년에는 베이징 쇼핑가인 산리툰에 3개층에 약 400평 (1,340m2) 규모의 젠틀몬스터 단일 브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오프라 인 매장을 오픈했다. 그 밖에도 화웨이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스마트 안경 출시 등 다양한 혁신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젠틀몬스터를 한국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는 중국 소비자가 늘었 고, 중국의 궈차오* 열풍을 뛰어넘는 브랜드가 되었다. 젠틀몬스터 제 품은 중국에서 한국 대비 30~40%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중 국 사업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은 젠틀몬스터에게 주요한 시장이 되었다. 'K'의 위기를 계기로 삼아 더욱 젠틀몬스터다운 브랜딩을 전개하게 되었고, 국가 정체성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또다른 브랜드는 '헬리녹스'다. 요즘 특정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신생 브랜드에 'OO계의 에르메스'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헬리녹스는 '캠핑계의 에 르메스'라는 타이틀을 얻은 한국 브랜드다. 헬리녹스의 대표 제품 '체 어원'은 개당 가격이 10만 원대, 텐트는 200만 원대이지만 품절 사태 가 끊이지 않는다. 헬리녹스의 성공 이유로는 가장 먼저 혁신적인 제 품력을 들 수 있다. 체어원은 접으면 30cm가량의 크기에 1kg도 안 되 는 무게로 145kg을 지탱할 수 있다. 이러한 제품력은 전 세계 텐트폴 시장의 90% 점유율과 18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한 모기업 동아알루미 늄(DAC)의 기술력으로 가능했다. 

-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늘 소비자에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하지만, 지 금까지는 대부분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브랜드가 강점이나 가치를 직접적으로 알리려 는 의도가 보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브 랜드 체험이지만 브랜드 자체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들 속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어우러져 있을 때 소비자들도 마음 을 열고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경험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인 만 큼, 소비자의 일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코카콜라는 오픈AI, 베인앤컴퍼니와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동 창작 실험, '크리에이트 리얼 매직(Create Real Magic)' 캠페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했다. 오픈AI의 텍스트 기반 GPT-4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를 최초로 결합한 플랫 폼을 통해 코카콜라 이미지 아카이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샌드 박스를 배포한 것이다. 사용자가 AI를 이용하여 코카콜라 창작물을 자 유자재로 만들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콘텐츠 제작 자체를 넘어 AI가 창의성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 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실험이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유리병, 로고, 산타클로스, 북극곰 등 독특한 브랜드 요소들을 활용한 12만 개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몇몇 우수한 콘텐츠를 선정하여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의 디지털 빌보드에 전시하기도 했다.

- 하인즈(Heinz)는 달리를 활용해 '케첩 AI'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하인즈와 케첩의 강력한 연관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차원이었다. 케 첩 관련 수많은 키워드를 프롬프트로 입력하여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 지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중 대다수가 하인즈 케첩을 연상시키 는 이미지들이었다. 여기에 재미 요소를 더하여 '르네상스 케첩병', '케 첩 타로카드', '우주에 있는 케첩' 등 신박한 케첩 키워드를 입력해도 역시 AI는 하인즈와 비슷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도 '케 하면 하인즈'라는 것을 이미지 결과물로 입증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 어진 다수의 케첩 이미지들은 캠페인에 활용되어 인쇄물, 옥외, 소셜미 디어 등에 게재되었다.

- 4년간 쿨함에 대해서 알아본 결과를 종합해보면, 사람들은 쿨한 브랜드를 기 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본업 존잘'인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많이 쓰는 '핫한'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끌 수 있는 트렌디하고 힙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기본기를 잘 다져서 매력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쿨한' 이미지 또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 및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세대, 향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세대의 쿨 브랜드 인식을 확인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며, 앞으로도 이노션은 쿨함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시대 변화에 맞는 쿨함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세계대전망  (0) 2024.02.21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1) 2024.02.12
통계로 미리보는 핵심키워드 7  (0) 2024.01.31
글로벌 그린 뉴딜  (1) 2024.01.11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1) 2023.12.24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