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과학

과학 2020. 10. 10. 15:54

- 존재와 분자 내의 위치가 니트로글리세린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니트로글리세린 분자는 접촉이나 진동으로 압력을 받으면 쉽게 분해되어 기체 상 태가 된다.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떨어져 나온 질소 원자들은 바로 기체 상태가 되고, 분자 내의 산소 원자가 탄소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해 수증기를 만들고, 나머지는 기체 산소를 형성한다. 한 분자가 분해되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이웃 분자들도 분해시켜 더 많은 기체를 만들면서 지속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니트로글리세린 분자는 음속 의 30배 속도로 발생하는 연쇄 반응으로 분해되어 순간적으로 액체에서 고온의 기체로 변한다. 이 기체의 부피는 액체 상태일 때 부피의 천 배에 달하기 때문에 급속하게 팽창하여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니트로글리세린을 기반으로 한 폭발물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었고, 이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 100ml 이상의 액체를 소지하고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비행기를 파괴하기에 충분한 양의 액체 폭발물(예를 들자면 니트로글리세린)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려는 의도다. 100ml 정도의 니트로글리세린은 당연히 폭발할 테지만, 폭발해도 비행기를 추락시킬 만한 에너지는 내지 못한다. 하지만 등유는 니트로글리세린보다 리터당 1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등유가 비행기 한 대의 연료탱크에 수만 리터 씩 탑재되어 있다.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해진다. 물론 등유는 폭발물이 아니다. 저절로 폭발하지는 않는다. 니트로글리세린과 달리 등유의 분자 구조에는 산소와 질소 원자가 없다. 그만큼 쉽게 분해되지 않고 안정된 편이다. 후려치거나, 박살내거나, 그 안에서 목욕 을 해도 폭발하지 않는다. 덜 강력한 사촌격의 액체인 니트로글리세린과 달리, 등유의 저력을 확인하려면 뭔가를 해줘야 한다. 즉, 산소와 반응하도록 해야 한다. 등유는 산소와 반응할 때 이산화탄소와 증기를 만들어 낸 다. 따라서 등유의 폭발 반응은 산소를 통제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 알코올 분자의 한쪽은 물과 비슷하지만, 다른 한쪽의 탄화수소 뼈대는 오일 혹은 몸속의 세포를 덮고 있는 지방 분자의 구조와 비슷하다. 덕 분에 에탄올은 세포막의 방어를 뚫고 위장 세포벽을 통해 혈류로 직접 들 어갈 수 있다. 와인을 마실 때 들이켜는 에탄올의 약 20%가 위벽을 통과 하여 혈류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술을 마신 직후 바로 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메탄올은 가장 작은 알코올 분자로, 탄소 원자가 두 개인 에탄올과 달리 탄소 원자가 한 개밖에 없다. 이 작은 차이는 약리학적 효능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키고, 메탄올의 독성을 에탄올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만든다. 순 수 메탄올 한 잔은 영구적인 실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세 잔을 마시면 죽 을 수도 있다. 이것은 메탄올이 몸안에 들어가면 소화기관에 의해 포름산과 포름알데히드로 대사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포름산은 신경세포, 특 히 시신경을 공격한다. 포름산을 많이 들이켜게 되면 시신경의 저하로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바로 여기서 만취blind drunk라는 표현이 나온다. 포름산은 또한 신장과 간으로 들어가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메탄올은 알코올 음료의 발효 과정에서도 만들어진다. 특히 보드카나 위스키 같은 독한 술, 즉 증류주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양조 과정에서는 제거되기 때문에 상업적 증류주에서 마주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문샤인 moonshine, 후치hooch, 포틴poteen과 같은 밀주 또는 집에서 만드는 술의 경우엔 절대 조심해야 한다. 이 음료들은 일반적으로 옥수수, 밀, 감자 같은 작물에서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다. 이 과정에서 매쉬mash라 고 불리는 저알코올 혼합물이 생성되는데, 그 혼합물은 증류기에 연결되어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가열되어 높은 도수의 술로 증류된다. 증류기에서 나오는 첫 번째 액체는 농축된 메탄올인데 반드시 버려야 하는 물질 이다. 숙련된 양조업자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밀주를 처음 만드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또 가난한 술꾼들이 부동액, 세정제, 향수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알코올 기반의 액체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나쁜 습관이다. 단지 이 액체들의 탁한 맛 때문만이 아니다. 이 액체들은 원래 마실 수 있도록 제조된 것이 아니라서 제조업자들이 제조 과정에서 메탄올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와인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매우 효과적인 미각 세정제 역할을 하여 음식 자체를 더 맛있게 한다. 와인의 주요 향미 성분 중 하나는 드라이 하고 씁쓸한 느낌의 떫은맛이다. 석류, 피클, 설 익은 과일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와인의 떫은맛은 탄닌에서 오는데, 포도 껍질에서 나온 탄닌의 분자들은 타액의 윤활 단백질을 분 해하여 입안을 '드라이하게 만든다. 이 가벼운 떫은맛은 즐길 만하다. 특 히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마시면 더욱 그렇다. 지방은 입안을 기름지게 하여 요리의 맛을 풍부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지게 하지만, 과다하면 맛을 가리고 입에 찌꺼기와 역겨운 기름기를 남긴다. 떫은맛은 이 느끼함을 상쇄하고 입안을 개운하게 하여 음식의 뒷맛을 없애고 미각을 중립 상태로 되돌려 준다. 연구에 따르면,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는 사이사이에 떫은 음료를 한모금씩 마시면 미각 세정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이렇게 궁합을 맞춰먹게 되면 느끼함이 줄어드는 만큼 높은 탄닌으로 인한 '드라이한 느낌의 떫은맛도 줄어든다. 다시 말해, 스테이크 외에도 연어와 같이 지방이 많은 생선에는 레드 와인을 곁들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생선에 레드 와인을 마신다고 누가 뭐라 하든 간에 말이다. 사람들은 레드 와인이 생선의 섬세한 맛과 향을 꺾는다고 생각해서 보통 생선 요리엔 화이트 와인을 추 천한다. 그러나 사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은 겹치는 맛(과일향, 바닐라 향 등)이 있어 꼭 그렇게 일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식사에 결 들일 와인을 고를 때는 와인의 산도와 당도를 고려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 다. 산도는 음료의 신맛을 나타내고, 당도는 입안의 '드라이한 정도를 나 타낸다. 예를 들어 음식의 쓴맛을 균형 있게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 은 식사에 '드라이 하고 산미가 있는 와인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풍미가 강한 화이트 와인 리오하Rioja는 기름이 반질반질한 햄과 잘 어울리고, 레드 와인 피노 누아Pinot Noir 는 지중해식 생선 스튜와 궁합이 잘 맞는 식이다.
- 많은 문화권에서 대부분의 음식은 와인보다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와 짝을 이룬다. 증류주는 40%로 높은 함량의 에탄올을 포함하고 있어 강한 떫은맛을 내는 만큼 매우 효과적인 미각 세정제다. 또한 이 알코올은 입안의 오일과 지방은 물론 남겨진 맛까지 함께 용해시킨다. 순수 증류주 는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에 곁들여 마시면 좋다. 절인 청 어와 같은 강한맛의 요리와 함께라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순수 보드카에서 맛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냄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짠맛, 단맛, 신맛, 감칠맛, 쓴맛의 기본적인 맛은 입안의 미뢰가 감지 하지만, 음식과 음료가 뒤섞인 복잡한 맛은 코에 있는 수천 개의 후각 수 용체가 담당한다.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을 마시기 전에 먼저 냄새를 맡는 이유는 향이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와인 맛의 대부분은 와인의 향에서 나온다. 와인 잔이 크게 설계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즐겁고 고마운 와인의 향기가 바로 여기에 담긴다. 음식의 향미는 대부분 음식을 먹을 때 입안에서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후각 수용체를 덮은 콧물 때문에 어떤 요리를 먹든 음식의미묘한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온도가 다르면 와인의 맛도 달라진다. 와인이 차가우면 입안에서 강한 휘발성 물질만이 기체로 바뀌면서 향미를 내뿜는다. 그러나 와인이 따뜻해지면 냄새는 달라진다. 열로 인해 생긴 여분의 에너지가 액체 속의 더 많은 맛 분자Flavour molecule 를 증발시키면서 와인의 향기와 맛을 변화시킨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서로 다른 맛을 내는 이유 중 하나는 둘을 각기 다른 온도에서 내놓기 때문이다. 두 종류의 와인을 모두 차갑게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더 차가운 온도에서는 과일향의 맛 분자 대부분이 액체 속에 녹아 갇혀 향기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맛의 균형을 변화 시켜 산미와 드라이한 느낌이 뚜렷해지고, 사람들은 생동감과 깔 끔함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미뢰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더해지면 매우 환상적인 클래식 화이트 와인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같 은 와인을 상온에서 내어주면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과일향이 산미를 가 려버리면서 차가운 와인에 비해 생동감보다 따뜻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단지 무엇을 즐기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 나는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와인이 유리잔을 따라 흘러내리며 눈물이 맺히는 마랑고니 효과Marangoni effect(역주: 액체 간 표면장력의 차이로 인해 두 액체의 계면을 따라 물질이 전달되는 현상)를 보기 위해서였다. 와인을 잔에 부으면, 와인에 들어 있는 에탄올이 유리와 닿는 표면에서 표면장력을 낮추면서 와인 잔 안쪽 벽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이 막의 알코올은 빠르게 증발한다. 알코 올이 증발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영역에 비해 알코올 농도가 낮은 곳이 생 기고, 물의 표면장력이 에탄올보다 높기 때문에 이곳의 표면장력은 주변 에 비해 높아지게 된다. 표면장력의 차이는 액체를 서로 다르게 끌어올리면서 눈물 형태로 맺혀 흘러내리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와인의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덕분에 마랑고니 효과로 와인의 알코올 함유량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들고 있는 레드 와인은 진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이것이 알코올 함량이 14% 정도 되는 독한 와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 찬물에서 수영을 할 때면 항상 저체온증을 염려해야 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C 이하로 떨어지면 시작된다. 몸이 정신없이 떨리기 시 작하고 피부 혈관이 수축하여 피부가 변색이 되면서 혈액이 주요 장기 쪽 으로 몰린다. 처음에는 창백해지다가 나중에는 팔다리가 파랗게 변한다. 아주 차가운 물에 노출이 되면 그 충격에 의해 호흡이 통제할 수 없이 빨 라지면서 호흡곤란과 엄청난 심박수 상승을 유발하는데, 심해지면 공황과 혼란 그리고 익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저체온증이 시작되면 근육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0°C의 물속에서 15 분 이상 수영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파도가 해안가로 들어오면 얕은 바닥에 부딪히며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동시에 파도의 높이는 높아진다. 이것이 천 수 효과다. 물이 얕아질수록 파도는 더 높아진다. 파도의 높이가 너무 높 아져 불안정해지기 전까지 말이다. 파도가 충분히 가파르게 되면 마치 스 키를 타고 산비탈을 내려가는 것처럼 서핑보드를 타고 위에서 미끄러지 듯 내려올 수 있다.
- 일반적으로 끈적끈적한 것들은 나무로부터 쉽게 얻을 수 있다. 소나무에서는 좋은 접착제를 만들 수 있는 수지 결절nodule이 스며 나온다. 천년 동안이나 사랑받아 온 접착제인 아라비아 고무는 아카시아나무에서 나온다. 유향나무의 수지는 특히 유행frankincense 이라고 하는 좋은 냄새가 나는 접착제다. 또 다른 향기로운 수지인 몰약myrrh은 커미포라 Commiphora라고 불리는 가시나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지는 향수뿐만 아니라 의약품 에도 자주 사용되었는데, 아마도 페놀과 같은 활성 화학 성분이 강력한 항균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향과 몰약은 고대에서 매우 높이 평가되어 여왕, 왕, 황제에게 예물로 바쳐졌는데, 이것이 기독교의 예수 탄생 이야기에서 그것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나무 수지의 끈적거림은 우연이 아니다. 곤충을 가두거나 잡기 위해 끈적거리는 것으로 진화하여 나무를 방어하는 형태가 된 것이기 때문이 다. 호박 원석은 실제로 화석화된 나무 수지이며, 원석의 내부에 곤충과 작은 조각들이 갇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나무 수지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초기 조상들은 도구나 장비를 만드 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인류 문명의 발달이 늦어졌을 것도 자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무 수지로 비행기를 조립하지는 않는다. 그랬 다가는 비행 중에 부서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페놀 분자는 다른 물질과 강하게 결합하지 않는다. 분자 자체가 너무 독립적이어서 자기들끼리만 붙어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물감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한 다음 영구히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이 과정은 물감의 종류마다. 다르게 진행된다. 수채화 물감은 공기 중으로 수분을 방출하고 화폭 위에 건조된 안료만 남겨둔다. 한편 유화 물감은 보통 양귀비, 견과류, 또는 아마와 같은 작물에서 짜낸 오일로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는 건조되어 고체가 되는 것이 아니 다. 대신 살짝 다른 속임수를 쓴다.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산화 반응은 기피 대상이다. 예를 들어 버터와 식용유가 산화하면 고약하고 쓴맛으로 변한다. 부패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화 물감 의 경우 이것이 이점이 된다. 오일은 긴 탄화수소 체인 분자로 이루어져있다. 산소는 하나의 체인에서 탄소 원자를 움켜잡고 반응을 통해 다른 체인 분자에 이를 갖다 붙인다. 이 과정은 분자를 풀어 더 많은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다시 말해, 산소가 경화제hardener 역할을 하는 것이다(물이 순간접착제에서 경화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이것은 또 다른 중합polymerization 반응이다. 이 반응은 아주 유용하다. 캔버스를 플라스틱처럼 단단하게 하고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화ril painting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플라스틱 페인팅plastic painting이라 할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력성이 있고 오랜 시간 보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합 반응은 시간이 걸 린다. 산소가 유화 물감의 딱딱한 최상층에서부터 확산되어 아직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아래층의 오일에까지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화물감의 단점이다. 굳을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반 에이크, 페르메이르, 티치아노와 같은 유화의 대가들은 이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삼았다. 이들은 물감을 여러 번 얇게 덧칠했는데, 한 겹씩 산소와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경화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반투명 플라스틱층을 차곡차곡 여러 번 쌓아 올리면서 여러 가지 색의 안료를 복 잡하게 포개는 방식을 사용했다.그림을 이렇게 차곡차곡 겹쳐놓으면 놀랄 만큼 미묘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빛이 캔버스에 닿을 때 그저 최상위층에서만 반사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이다. 빛의 일부는 아래층까지 침투하여 그림 속 깊은 곳에 있는 안료와 상호작용하고, 색색의 빛으로 반동한다. 또는 다른 층에 완전히 흡 수되어 진한 검은색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색, 광도, 질감을 조절하는 정교한 방법으로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유화를 채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 입안의 많은 박테리아가 이 설탕을 먹고 치아의 에나멜을 공격하는 산을 만들어 충치를 유발한다. 그래서 치과의사들은 항상 설탕을 적게 먹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침은 박테리아를 끊임없이 씻어내어 입안의 pH를 중성으로 회복시킨다. 침에는 과포화 상태의 칼슘, 인산염 및 불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성분이 치아의 에나멜을 덮어 치아를 복구하고, 침에 포 함된 다른 단백질은 에나멜을 코팅하여 산을 차단한다. 이 외에도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균 화합물, 치통을 진정시키는 진통제, 그리고 식사하는 동안 입안에 생기는 작은 상처를 모두 깨끗이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분들도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침은 최초의 치과 위생 치료제이며, 다른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유일한 치료제다. 또, 침은 치아와 잇몸만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혀의 뒤쪽에서 자라는 박테리아군에 의한 구취(입냄새)를 생기지 않게 하기도 한다. 침샘에서 정상적으로 흘러나오는 침은 끊임없이 입을 씻어내고 청소한다. 침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는 치과에 가면 알 수 있다. 치과에는 침 을 빨아들이는 기계가 있는데, 치료 중에 침을 빼내기 위해 입에 넣는 것 이다. 하지만 침샘은 이런 훼방꾼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빨려나가는 것만 큼 빠르게 침을 보충한다. 보통 사람은 이 특별한 액체를 하루에 0.75~1리 터 정도 만들어 낸다.
- 침에 들어 있는 가장 중요한 분자군은 뮤신mucin이다. 뮤신 은 큰 단백질 분자로 대부분 점막에서 분비된다. 점액mucus은 외부의 이물질이나 독소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는 곳, 즉 우리의 코와 폐, 그리고 눈이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 내는 얇은 방어막이다. 연기에 노출되면 코에서 끈 적한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먼지가 눈에 날아들면 눈에 끈적끈적한 물질 이 쌓인다. 이처럼 점액은 끈적거린다. 뮤신 단백질이 다른 물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많은 기능적 성분을 갖는 사슬형 분자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지 접착제와 비슷하다. 물론 점액 시스템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감기나 다른 감염이 생길 때 목구멍에는 콧물과 녹색의 가래가 쌓인다. 뮤신 분자는 친수성이라 물에 끌리며, 긴 사슬형 분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그 사이에 물을 가두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네트워크는 젤gel이지만 점탄성을 갖는다. 가래 는 뮤신 결합으로 인해 고체 성질을 가지지만, 뮤신으로 이뤄진 네트워크가 새로운 구조로 쉽게 재배치되기에 액체처럼 흐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큰 뮤신은 흐르는 방향으로 정렬된다. 그래서 침을 흘리면 긴 끈을 따라 줄줄 늘어지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침은 뭉치면서도 여전히 흐를 수 있 어서 중요한 윤활작용을 한다. 달팽이와 민달팽이는 이와 아주 비슷한 물 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움직일 수 있다. 뮤신이 가득한 점액은 그들이 가는 곳마다 작고 미끄러운 흔적을 남긴다. 많은 사람들이 역겹다 하지만, 달팽이의 점액은 인간의 침과 아주 비슷하다. 사실 달팽이 점액이 들어간 페이셜 크림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텍사스대학교의 연구진은 최근 병원균 혐오감, 성적 혐오감, 도덕적 혐오감 등 세 가지 영역의 혐오 척도를 사용하여 많은 참가자들의 혐오감 정도를 조사했다(이런 뚜렷한 유형의 혐오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 다), 참가자들의 병원균 혐오감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냉장고의 남은 음식에 핀 곰팡이나 새롭고 낯선 음식을 보는 것'에 대한 느낌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실험적인 성행위, 또는 다른 파트너와 즉석 성관계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질문함으로써 성적 혐오감을 측정했다. 도덕적 혐오감은 학생들이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나, 회사에서 수익을 더 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또는 다른 유사한 상황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측정했다. 궁극적으로 연구진은 새롭고 낯선 음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성관계에 있어 더 개방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남성은 짝짓기 전략과 새롭고 낯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와 능력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남성들이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특정 음식에 대한 혐오감을 낮춘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는 그들이 건강하고 강한 면역체계 를 갖추고 적절한 성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다시 말해, 혐오 식품을 먹는 것은 일종의 짝짓기 의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침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 눈물은 혐오스럽게 보지 않는다. 비록 눈물이 침과 같은 성분들, 즉 뮤신과 미네랄, 오일을 포함하고 있지만 말이다. 눈물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기저눈물, 반사눈물, 그리고 감정의 눈물이 다. 기저눈물은 눈물의 기본이 된다. 이 눈물은 눈이 건조하지 않도록 하 고, 우리가 눈을 깜박일 때 눈꺼풀을 윤활하게 하여 먼지를 씻어내는 기본 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또 세균 감염과도 싸운다. 반사눈물은 연기와 먼지 처럼 우리의 눈이 매일 접하는 여러 종류의 자극제를 몸밖으로 씻어낸다. 그리고 감정의 눈물은 훌륭한 식사를 했거나, 숭고한 음악을 듣거나, 관계가 끝났다는 말을 들을 때와 같은 심리적 상황에서 나오는 눈물이다. 감정의 눈물은 기저눈물이나 반사눈물과는 다른 화학적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다. 이 호르몬의 목적은 명확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도움을 받고 싶은 욕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우는 모습을 보면 대개 동정심과 위로를 해주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중맹검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을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고 차분해졌다.
- 녹차는 잎을 딴 직후 가열하여 생산된다. 열은 효소는 비활성화시키고 엽록소는 그대로 유지시키기 때문에 녹색이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잎 이 굴러다니며 건조되면서 세포벽에 상처가 생겨 맛을 담당하는 분자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녹차의 맛은 폴리페놀(와인의 탄닌에서 기억할 것이 다)이라는 분자군에서 나온 떫은맛, 카페인 분자에서 나온 쓴맛, 설탕에서 나온 단맛, 펙틴에서 나온 부드러운 맛, 아미노산에서 나온 풍미가 좋은 맛, 그리고 수많은 향기로운 오일에서 오는 향취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맛의 요소들 중 한 가지만 특별히 추출되기보다 여러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훌륭한 차가 만들어진다. 홍차는 녹차와 같은 잎에서 생산된다. 이 둘은 단지 제조 과정만 다를 뿐이다. 홍차의 경우 찻잎이 시들고 나서야 잎을 굴리고, 이때 효소는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잎의 분자 구조를 깨는 데 도움을 준다. 산화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색을 녹색에서 진한 갈색으로 바꾸고 다른 맛 분자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쓴맛을 내는 탄닌을 포함한 많은 폴리페놀은 더 풍미 있고 과일향이 나는 분자로 바뀐다. 또, 홍차는 산화 과정을 통해 그 풍미가 만들어지는 만큼 공기중 산소와의 후속 반응에도 쉽게 맛이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건조된 홍차는 풍미를 잃지 않고 녹차보다 더 오래 저 장될 수 있다.
-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손님이 문을 닫기도 전에 입에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것 같은 이 제안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내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는 네게 별일이 없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수천 마일 떨어진 이국적인 기후 아래서 수확되고 가공된 이 맛있는 말린 잎을 가지고 있다. 나 세련됐지?'라는 뜻이다. 최소한 18세기 영국에서 차가 처음 대중화되었을 때, 저 말은 바로 그런 뜻이었다. 그 이후로 같이 차를 마시는 것은 키스나 악수, 포옹 또는 다른 나라에 서 행해지는 다른 어떤 친밀한 환영 의식보다 더 관례적인 영국의 환영 행 사가 되었다. 조지 오웰이 찻주전자 사용을 고집한 것은 찻주전자가 단지 차를 우려내는 도구여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가정 안에서 공유하고자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찻주전자를 다룰때 우리가 쏟는 관심, 찻주전자를 뜨거운 물로 채우는 소리, 찻주전자의 미적인 외관, 차가 우려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차를 담아낼 찻잔들까지 이 모두가 환영 행사의 일부가 된다.
- 비행기에서 차를 우려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1만 2천미터 높이의 상공에서 객실 내부의 압력은 해수면의 대기압보다 낮다. 이는 물의 끓는점을 낮추어, 우려낸 차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차 를 우려내는 데 중요한 것은 물의 초기 온도만이 아니다. 맛과 색을 담당 하는 분자가 물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찻잎이 특정 시간 동안 물과 접촉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물의 온도가 크게 떨어지면 맛 분자 가 적게 추출된다. 차가운 곳에서 차를 우려내거나 차를 담그기 전에 용기가 차가운 상태여도 이런 일이 생기는데, 뜨거운 물이 찻주전자에 들어 가면서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 오웰이 차를 만들기 전에 먼저 찻주전자를 데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차를 더 오래 우려낼 거라면 온도가 낮아도 된다. 하지만 복잡미묘한 맛을 선사하는 짠맛, 단맛, 쓴맛, 신맛의 풍미와, 수천 가지 개별 휘발 성분의 조화로운 비율을 맞춘, 완벽하게 우려진 차 한 잔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는 매우 복잡하고, 맛 프로파일 favour profile(차 종류, 물, 우려내는 시간, 물의 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차를 끓이는 동 안 집중력을 잃으면 결과적으로 당신이 바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차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 커피는 일반적으로 여름철 기온이 높고 강우량이 많은 브라질이나 과테말라와 같은 국가의 산림에서 자란다. 차나무처럼 커피나무도 화학적 방어 수단을 진화시켜 동물과 곤충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유기체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카페인 같은 강력한 알 칼로이드(역주: 질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는 염기성 유기화합물이며 강한 생리작용을 가지는 물질) 형태로 화 학적 방어 수단을 발전시켰다. 카페인의 쓴맛은 입에서 보내는 생물학적 신호로, 독성이 있는 것을 마시고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이를 무시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가 우리 몸에 미치는 카페인의 영 향을 즐기고, 니코틴, 모르핀, 코카인과 같이 자연적으로 파생된 알칼로이 드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향정신성 물질 중에 서도 카페인이 가장 널리 소비된다.
- 찻잎을 제조할 때는 열이 화학 반응을 멈추는 데 주로 쓰이지만, 커피 로스팅에서는 열이 다양한 풍미를 내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반응 중 하나는 콩의 단백질과 탄수화물 사이에서 일어난다. 이것은 마이야르 반응Mailard(역주: 식품의 가열이나 조리,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변현상이라고 불리며, 콩이 160°C에서 220°C 사이에 도달할 때 발생한다. 마이야르 반응은 방대한 종류의 맛 분자를 만들어 내는데, 그래서 이 반응이 시작되 면 즉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때가 바로 콩이 특유의 커피향과 풍미 깊은 맛을 얻게 되는 시기다. 빵을 굽는 동안 만들어지는 맛있는 빵 껍질이나, 고기를 굽거나 튀길 때 만들어지는 스테이크 위의 바삭바삭한 바깥층도 이 화학 반응에 의한 것이다. 이 반응은 콩의 색깔을 노란색에서 갈색 으로 바꾸고 이산화탄소 가스를 생성하여, 결국에는 커피잔 위에 놓인 크 림 거품을 만들어 낸다. 이 시점에서는 콩의 내부에 가스가 쌓이면서 내부 구조가 파열되어 부풀어 오르고, 딱딱거리는 소리를 낸다. 콩을 계속 볶으면 산과 탄닌이 분해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며, 아주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콩의 내부 구조가 점점 약해지고 부서지면서 두 번째 균열음이 들린다. 이 시점에서 콩의 표면으로 흘러나오는 약간의 오일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콩의 세포 구조가 완전 히 붕괴되었다는 뜻이다. 콩의 약 15%를 구성하는 이 오일은 '프렌치 로스트'의 특징인 표면의 광택을 남긴다. 이 시점을 지나 계속 볶으면 콩은 더 광택이 나게 되지만 맛은 떨어지게 된다. 고온이 분자를 더 작은 구조로 분해하여 풍미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커피가 입에 닿을 때 시럽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가용성 탄수화물도 이 시점에서 많이 잃게 된다. 보통 콩이 검을수록 더 평범하고 단순화된 맛 프로파일이 만들어진다.
- 커피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맛보다 냄새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 이다. 왜냐하면, 입안에서 뿜어져야 할 향기가 커피가 추출되는 동안 이미 공기 중에 방출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커피를 맛볼 때는 향기 성분이 거의 없이 쓴맛과 신맛만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향기가 많이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에서 우려내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렇게 하면 쓴맛을 제한하고 카페인 함량이 낮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
- 에스프레소 기계는 모카 포트의 원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또 엄밀하게 적용하는데, 흔히 최고의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든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30초 안에 커피를 만들 수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물을 88°C에서 92°C 사이로 데운 다음 강한 압력(대기압의 약 9배)을 가해 커피가루를 통과 시킨다. 고압은 최대 풍미를 추출하고, 증기에 의존하지 않는 만큼 쓴맛과 떫은맛을 과다하게 우려내지 않는다. 속도도 중요하다. 커피에서 나오는 휘발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갈 시간이 거의 없다. 와인의 쌉싸름함과 높은 산미에 어우러진 풍부한 과일향, 견과류의 고소함, 흙내음, 풍성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강한 바디감의 커피가 완성된다. 에스프레소 기계의 메커니즘은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기계를 사 용하면 매번 훌륭한 커피를 뽑아낼 수 있다.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도 하나 의 장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계로 만들 수 있는 음료는 끝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커피는 그 자체로 에스프레소라고 하는데, 여기에 뜨거운 물을 더하면 아 메리카노가 된다. 같은 양의 뜨거운 우유와 우유 거품을 부으면 플랫화이 트를 만들 수 있고, 우유 거품만을 부으면 카푸치노가 된다. 차와 마찬가 지로 우유는 커피의 맛 프로파일을 아주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그리고 커 피의 떫은맛을 부드럽게 하는 대신 맛 프로파일을 단조롭게 하고, 곡물향이 나는 크림 같은 맛으로 대체한다.
- 에멀전은 물 안에 많은 종류의 액체를 가둬둘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마요네즈는 오일이 물에 매우 진하게 농축되어 있는 상태로, 오일과 물의 비율은 약 3:1 이다. 이 에멀전은 크림 형태가 될 때까지 오일과 물을 세게 섞어서 만드 는데, 물과 기름만 섞으면 이 혼합 액체는 다시 분리된다. 알다시피 오일 과 물은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누 같은 결합 분자를 첨가하여 오일 방울을 안정화할 수 있다. 마요네즈의 경우 결합 분자가 달걀에서 나온다. 달걀노른자는 레시틴이라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레시틴은 비누(친유성 꼬리와 친수성 머리를 가지고 있는)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오일과 물의 혼합물에 첨가되면 그 둘 모두와 결합하여 마요네즈를 만든다. 이 구조 덕분에 달걀노른자로 비누처럼 손을 씻을 수도 있으 며, 달걀노른자를 필수 세척 성분으로 사용하는 샴푸 제조법도 많이 있다. 겨자는 오일을 유화 emulsity 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물질이다. 그래서 잘 섞이지 않는 오일과 식초에 겨자를 첨가하면 안정된 에멀전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비네그레트Vinaigrette다. 이 모든 활성물질들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며 모두 공통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계면활성제surfactants라고 불리는 계면 분자다.
- 형광증백제라고 불리는 세탁가루 분자는 흰옷의 섬유에 붙어 세탁 후에도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된다. 형광증백 제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흡수하고 푸른 빛을 방출하여 많은 세제업 체들의 광고처럼 '흰색보다 더 하얗게 보이게 한다. 나이트클럽에 가면 그 빛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댄스 플로어 위의 자외선 불빛 은 하얀 옷에 있는 형광 분자를 활성화시켜 빛을 내게 한다. 계면활성제의 범위는 분자 레벨에서 원자 레벨로 점점 확장되었다. 음이온 계면활성제(비누에서처럼 분자의 친수성 머리가 음전하를 띤다)는 찌꺼기 생성을 피하고 때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세탁 중에 때가 옷에 다시 붙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양이온 계면활성제(분자의 친수성 머리 가 양전하를 띤다)는 섬유 유연제로서 개발되었다. 그리고 비이온 계면활 | 성제(분자의 친수성 머리가 중성이다)는 저온에서도 때를 제거하고, 대부분의 다른 계면활성제보다 거품이 적게 난다. 거품은 적은 것이 좋다. 거품은 얼룩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세탁기에 가득 찬 거품은 제거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세제는 거품 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종종 소포제anti-foaming agent를 함유한다. 옷을 세탁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세제에 는 생물학적 효소가 첨가된다. 효소는 얼룩에서 발견되는 단백질과 전분을 화학적으로 잘라내는 데 도움이 된다. 효소는 저온에서 얼룩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저온 세탁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에너지와 비용 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이 효소를 생물학적 biological이라고 하는데, 이는 생체 시스템에서 발견되는 천연 효소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체에서 원치않는 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두 종류의 세탁 세제가 있다. 바이오 세제와 일반 세제다. 바이오 세제에는 효소가 들어 있고 일반 세제에 비해 분명히 더 깨끗하게 세척되지만, 바이오 세제가 피부 자극을 일으킨다는 근거 없는 낭설 덕분에 일반세제 역시 여전히 팔리고 있다.
- 팜유는 그 특이한 화학 조성 때문에 액체비누를 만드는 데 특히 유용하다. 이 오일은 라우르산auric acid 이라는, 구조의 말단에 카복실산기 carboxylic acid group 가 있는 12개 탄소의 사슬 분자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계면활성제와 아주 유사하지만 대전된 말단은 없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보면 쉽게 고 정될 수 있는데, 그 크기가 중요하다. 라우르산은 계면활성제를 만들 때 보통 일반 비누에서 발견되는 탄소 원자 18개짜리보다 훨씬 작은 사슬 분자를 만든다. 라우르산은 그 자체로 작기 때문에 더 작은 계면활성제를 생성하는데, 더 작기 때문에 발포제로서 더 가볍고 효과적이다. 사실, 너무 좋아서 문제다. 액체비누의 인기로 인해 생산이 크게 증가했고 따라서 팜유와 코코넛오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이 오일이 생산되는 국가의 꽤 넓은 지역에서 어마어마한 생물학적 다양 성을 가지는 열대 우림이 야자나무 단일 재배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의 서식지 파괴, 그리고 수 세기 동안 소외된 토착민 공동체의 이동이었다. 그러나 액체비누는 물론이고 팜유의 다른 용도에 대한 수요로 인해 이러한 일들은 반복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만들려고 그렇게까지 애를 썼던 소듐라우레스 설페이트로 만든 세제는 실제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방과 오일을 너무 잘 제거하는 바람에 습진이나 피부염과 같은 피 부 자극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액체비누 제조업체 는 비누에 변성제와 보습제를 추가하여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가 피부에 서 뽑아내는 천연 오일을 대체하게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대부분의 액체비누가 손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싱크대로 흘러 내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액체비누 제조업체는 구체적으로 비누의 점도를 높이고, 비누를 액체가 아니라 사전에 형성된 거품으로 나오는 디스펜서 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거품 디스펜서는 필요한 양의 계면활성제를 많은 양의 공기와 함께 배출할 뿐만 아니라 결국 거품을 직접 사용하게 하기 때문에 실제로 꽤 훌륭하다. 샴푸, 바디워시, 치약의 거품처럼 미적인 효과를 주는 것뿐만이 아니다. 거품디스펜서에서 거품은 계면활성제를 손에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 비뉴턴식으로 묽어지는 현상은 사실 라슬로 비로가 걸쭉한 신문용 잉크를 만년필에 사용하는 데 필요로 했던 바로 그 특성이었다. 그는 펜의 잉크가 비뉴턴식으로 묽어질 수만 있다면 글씨를 쓰는 동안에는 잉크가 쉽게 흐르더라도, 일단 잉크가 필기면에 들어가면 다시 점도가 높아져 번지지 않을 것이라 가정했다. 라슬로는 화학자인 동생과 함께 완벽한 펜을 만들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아르헨티나로 이주하는 등 많은 고생을 한 끝에, 마침내 그들은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 다. 그들의 펜에는 회전하는 작은 공과 여기에 잉크를 공급하는 잉크 통이 있다. 펜으로 글씨를 쓸 때 이 작은 공은 빙그르르 돌며 잉크의 점도를 바꿀 정도의 압력을 가해 잉크가 공으로 흘러가게 하고, 남은 잉크는 펜이 종이에 닿을 때까지 다시 점착성이 있는 끈적끈적한 상태로 되돌아간다. 다시 펜이 종이에 닿으면 잉크가 흘러나오고, 펜을 들어 올려 잉크의 스트 레스를 덜어주면 잉크는 다시 진해지고, 공기에 처음 노출된 잉크 용매는 빠르게 증발하여 색소만 종이에 남기고 영구적인 자국을 만든다.
- 볼펜에 들어 있 는 비뉴턴 잉크가 만년필의 더 잘 흐르는 유체 잉크보다 유리한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비뉴턴 잉크는 모세관 작용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 에 다른 펜에서처럼 종이에 스며들 때 배어나지 않는다. 또한 볼펜의 잉크는 셀룰로오스 섬유뿐만 아니라 광택을 내기 위해 종이의 상면에 첨가되는(사이징sizing'이라 한다) 세라믹 분말이나 가소제와 접촉할 때 표면장력이 낮아지도록 화학적 배합이 되었다. 만년필 잉크나 기타 유체 잉크는 사이 징'으로 인해 표면장력이 높아지면 그 성분들 위에서 작은 물방울로 분해 된다. 만년필로 광택이 나는 잡지 표지에 메모를 하거나 신용카드 뒷면에 서명을 해본 적이 있다면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잉크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러나 볼펜의 잉크는 어디에서나 쉽게 마르고, 거꾸로 잡고 쓰더라도 그 자리에 정확히 머물러 있는다. 이는 잉크가 중력 때문에 흐르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 구름 속에서는 풍선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대신 물방울과 얼음 입자가 모두 엄청난 에너지로 서로 격렬하게 충돌한다. 얼음 덩어리가 구름꼭대기로 올라갈 때 양전하를 띠고, 빗방울 중 일부는 구름 바닥으로 떨 어지면서 음전하를 낸다. 수 킬로미터에 걸친 구름의 양전하와 음전하의 분리는 구름 내부에서 부는 바람의 에너지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나 양과 음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다시 뭉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구름 안에 전압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름에서 형성되는 전압은 수억 볼트에 달할 정도로 너무 커져서 전자를 공기 자체의 분자로부터 떼어낸다. 이런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 조건에 따라 구름과 지구 사이, 또는 구름의 상단과 하단 사이에서 흐르는 전하의 방출을 촉발시킨다. 이 방전은 너무 커서 굉장히 뜨겁게 빛난다. 바로 번개다. 천둥은, 방전으로 인해 주변 공기가 수만 °C까지 가열되면서 급속히 팽창할 때 일어나는 소닉 붐sonic boom(역주: 항공기나 기타 물체가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일 때 발생하는 충격파, 지상에서는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으로 들린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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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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