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언어

과학 2020. 10. 20. 08:13

- 매튜 리들리 Matt Ridley는 『생명 설계도, 게놈』(2016년)에서 유전체(게놈)를 책으로 상상하여 이해가 쉽도록 현실 생활과 연결 된 연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가 말하길, 책은 '염색체'라고 하는 2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에는 유전자'라고 하는 수 천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든 이야기는 '엑손(Exon)'이라고 하는 여러 단락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데, 단락 사이에는 '인트론(Intron)' 이라고 하는 광고들이 한없이 끼어들어가 있다. 각 단락은 '코돈(Codon)'이라고 부르는 단어들로 기록되고 있다. 이 언어들은 '염기(Base)'라는 문자로 촘촘히 쓰여 있다. 덧붙여서 그는 “게놈이라는 책은 10억 개의 단어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대략 지금 성경 800권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라고 하였다.
- 암 관련 단백질들 간의 복잡한 시그널 회로는 암 종의 변이에 관한 몇몇 특정 단백질들의 세포 내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표기된 단백질은 물론 모두 특이적 대상 유전자로부터 발현된다. 단순하고 급작스럽게 일어나지 않고 단계별 흔히 폭포수반응 (Cascade reaction) - 이라는 반응순차에 따라 일어난다. 발현 대 상이 결정되면 수초 안에 대상 단백질을 생산하는 단계에 참여 시키지만, 이 현상이 왜 힘들게, 마치 조심스럽게 돌다리를 두 드리듯이, 단계별 진행을 선호하는지는 무척 궁금하다. 쉽게 생각하면 단백질 생산 단계처럼 빠른 소통과정, 즉 내부로부터 외부로 빠른 의미 전달이 선호될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이는 밝혀내어야 할 생체 미스터리로 연구해야 할 내용은 아직 도 무궁무진하다. 아마도 이것은 생명 내에서 어떤 개별적 존재 가 스스로 단독 결정을 통해서 혼자만 급격하게 성장하고 발전 하게 될 경우를 두려워하는 전체의 조화가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생명은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 의식이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우리를 튼튼히 지켜주는 면역시스템은 단일 면역 세포 혼자서 마치 슈퍼맨(혹은 슈퍼우먼)처럼 행동하여 외부 공격자들(흔히, 바이러스 등)을 단숨에 처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율라 비스Eula Biss는 『면역에 관하여』(2014년)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면역계에 대해서 어마어마하게 많이 안다. 면역계는 피부에서 시작된다. 피부는 특정 세균들의 성장을 저지하는 생화학 물질을 합성하고, 좀 더 깊은 층에는 염증을 유도하고 병원체를 소화하는 세포들이 담겨 있다. 그 다음에는 소화계, 호흡 계, 비뇨생식계의 막들이 있다. 그런 막들에는 병원체를 삼키는 점액이 있고, 병원체를 쫓아내는 섬모가 나 있고, 장기 면역 을 담당하는 항체를 생산할 줄 아는 세포들이 많이 몰려 있다. 병원체가 설령 이 장벽을 넘더라도, 그 다음에는 순환계가 피속 병원체를 지라로 운반한다. 지라Spleen는 피를 여과하고, 항체를 생성한다. 림프계도 병원체를 체조직에서 림프절로 씻어 내 리는데, 림프절에서도 똑같은 과정이 벌어진다. 갖가지 세포들이 병원체를 둘러싸서 그것을 소화시키고, 제거하고, 미래에 면역계가 좀 더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그것을 기억해 둔다. 몸 속 깊은 곳, 골수Marrow 와 가슴 샘에서는 어지러울 정도 로 다양한 면역 전문 세포들이 생성된다.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세포, 병원체를 삼킨 뒤 그 조각을 다른 세포들에게 제시하는 세포, 다른 세포들이 암이나 감염의 징후를 드러내지 않는지 감시하는 세포, 항체를 만드는 세포, 항체를 나르는 세포, 여러 종류와 하위 종류로 세세하게 나뉜 온갖 세포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정교한 춤을 추는데, 그들 간의 소통은 부분적으로 자유 분자들의 활동에 의존한다. 상처나 감염 지점으로부터 나온 화학 신호가 피를 통해서 주변으로 전달되면, 세포들이 활성화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하고, 면역을 돕는 분자들이 미생물의 막에 콕콕 구멍을 뚫어 쪼그라뜨린다.
- 게놈 분석의 달인이라고 칭송받는 크레이그 벤터는 199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유전언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명쾌한 답을 제안하였다. 벤터가 인간 게놈 분석을 성공하기 전에 시도한 첫 박테리아,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의 전체 게놈 분석과 그 박테리아의 주변 동료들 간의 유전언어 DNA 교환은 그들의 진화 과정 촉진에 대해서 잘 설명 하고 있다. 논문에 대한 평가에서 벤터는, “이는 게놈에 소프트 웨어 업데이트를 설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하며 게놈 분석에는 분석 이상의 것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당시에 그는 동료인 해밀턴 스미스Hamilton Smith가 아홉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서열이 이러한 행동에 대한 메커니즘의 핵심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강조하였다. 이 서열 사보 1,405개가 유전부호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박테리아 표면의 분자가 이 염기 서열과 결합하여 세포 속으로 DNA를 전달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포 간은 물론 종간 유전자의 전달이 목격 되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많은 종의 게놈 분석에 성공한 현재는 이와 같은 현상이 매우 일상적이다. 심지어 정밀한 게놈 분석으로 인간 유전자 중 10퍼센트는 외부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다는 과학적인 보고가발표되었다. 더구나 2016년 8월 4일자 사이언스에 미국 유타대 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인간 유전자에 오랫동안 유입된 내성 바이러스 유산들이 바이러스를 포함한 각종 병원체를 방어하는 인체의 고유 면역체계의 구성요소로 전환되어 조절 유전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들 고대 바이러스 유입 현상은 인간뿐 아니라 여러 종들 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이들의 고유 면역반응의 기반을 구축한다고 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누구는 지금도 열심히 근거 없이 맹목적인 비난을 하지만) 유전언어 읽기의 노력의 결실로 인하여 유전체의 과학적 분석 을 통한, 종간 유전언어의 대화(소통)가 분명하게 증명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 보통 우리의 면역계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며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방어기술들을 훌륭하게 습득하고 있다. 웬만한 능력이 아니면 이 면역계의 뛰어난 자기방 어력을 쉽게 뚫을 수 없다. 인간의 면역계는 크게 일차 면역과 이차 면역으로 나누어진다. 외부 환경과 우리를 간단히 구분시 키는 피부는 우리의 면역시스템 이전에 갖추어진 천연의 요새 (방어선)이다. 물론, 이들 방어선은 눈보라에 뒤덮여 있는 하얀 설 원의 풍경처럼 박테리아 층으로 두껍게 덮여 있다. 피부 표면이나 공기 중에 농축되어 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운 좋게 일 차 방어선을 뚫고 피부 속으로 들어오게 되더라도 대식세포 등 으로 대표되는 일차 면역시스템의 작용으로 대부분의 외부 침입자는 곧 죽게 된다. 이마저도 뚫고 들어오는 외부 종들은 보다 현란하고 능숙한 처리 기술 능력을 갖춘 특수한 면역 세포들 에 의해서 특별하게 취급된다. 더 나아가 이후에는 재차 내부가 그것에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인체 시스템 내에 기억해둔다. 일부 면역학자들은 우리를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에 일부 노출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천식(Asthma)이 이들 자가 면역시스템들의 과도한 자기 방어능력으로부터 유래할지 모른다는 주장이 강하게 재기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여 너무나 깨끗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면역 세포들의 청소 역할이 남용되는 관계로 이전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오염원들도 놓치지 않고 제거하게 되었다. 결국 자기 내부까지 공격할 수밖에 없는 큰 문제에 노출되게 되었다. 이 문제는 면역 조절 작용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Treg(조절 T세포)라고 불리는 세포의 기능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은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외부 침입자들 에게 주기적으로 우리 자신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치료 백신은 그런 전략을 답습한다. 일부러 박테리아 일부를 건 장한 인간에게 노출시켜 의도적으로 기억 면역 세포들이 생체 내에 남아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 인생에는 두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가슴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슴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
- 과거를 연장하지 마라. 미래를 초대하지도 마라. 네 타고난, 빈틈없는 마음을 바꾸지 마라. 겉모습에 두려워하지 마라.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티벳 불교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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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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